공유하기

“모든 손가락이 용산 대통령실을 가리키고 있다.”(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의 타당성과 이에 따른 의료 공백의 책임을 다룬 국회 청문회가 26일 열렸다. 야당 의원들은 ‘2000명 증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국면 전환용으로 대규모 의대 증원을 추진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가 결정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군사작전 하듯 증원, 대통령 뜻 아니냐”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복지부가 400, 500명 수준에서 논의하다 용산 (대통령실과의) 협의 과정에서 2000명까지 확대됐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그 배경으로) 역술인 이천공이 거론되기도 하고,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란 소문도 파다하다”고 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군사작전 하듯 증원 규모를 발표한 건 대통령 뜻 아니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복지부가 낸) 숫자를 바꿨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00명 증원은) 하루빨리 의사 수급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 제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야당 의원들은 ‘2000명’이 결정된 시점도 캐물었다.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의료개혁에 대해 복지부와 거의 매일 협의했고 매달 한두 번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며 “증원 필요성에 대해선 지난해 11, 12월 복지부와 대통령실의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또 “(복지부로부터) 2000명 증원을 전달받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건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 직전이었다”며 “대통령이 격노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서울고등법원이 판결문에서 ‘2000명이란 수치의 직접적 근거는 특별한 게 없다’고 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자율 감축을 통해 의대 증원 규모를 1509명으로 줄인 걸 두고 “그렇게 오래 전문가들과 논의해 필요하다고 한 숫자를 2개월 만에 4분의 1을 확 줄이느냐.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라고 지적했다.● 의료 공백 ‘정부 책임론’… 의협 회장 막말도 논란 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 책임론도 불거졌다. 조 장관은 “넉 달 넘게 의료 공백이 지속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국민과 환자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굉장히 나이브하게(안일하게) 예상하고 대비하신 것”이라며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한 예”라고 비판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는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죽어가고 있다”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 복지부와 환자단체 간 1 대 1 전담관을 지정한다고 했는데 한 달 만에 엊그제 처음 연락 온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야당 의원들과 날 선 발언을 주고받았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의료 공백에 대해) 국민께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임 회장은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의료 시스템을 (손댄) 복지부 공무원들이 만든 사태”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또 무기한 휴진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과거 의사가 환자를 성폭행한 사건을 두고 자신이 낸 논평에 대해 임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친 여자’라고 했던 것을 거론하며 “하실 말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임 회장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의원이 그 밖에 논란이 됐던 발언을 문제 삼자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모든 손가락이 용산 (대통령실을) 가리키고 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의 타당성과 이에 따른 의료공백의 책임을 다룬 국회 청문회가 26일 열렸다. 야당 의원들은 ‘2000명 증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국면 전환용으로 대규모 의대 증원을 추진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가 결정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군사작전 하듯 증원, 대통령 뜻 아니냐”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복지부가 400, 500명 수준에서 논의하다 용산 (대통령실과의) 협의 과정에서 2000명까지 확대됐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란 소문도 파다하다”고 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군사작전 하듯 증원 규모를 발표한 건 대통령 뜻 아니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조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복지부가 낸) 숫자를 바꿨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00명 증원은) 하루빨리 의사 수급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 제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야당 의원들은 ‘2000명’이 결정된 시점도 캐물었다.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의료개혁에 대해 복지부와 거의 매일 협의했고 매달 한두 번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며 “증원 필요성에 대해선 지난해 11, 12월 복지부와 대통령실의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또 “(복지부로부터) 2000명 증원을 전달받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직전인 2월 6일이었다”고 했다야당 의원들은 서울고법에서 ‘2000명이란 수치의 직접적 근거는 특별한 게 없다’고 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자율감축을 통해 의대 증원 규모를 1509명으로 줄인 걸 두고 “그렇게 오래 전문가들과 논의해 필요하다고 한 숫자를 2개월 만에 4분의 1을 확 줄이느냐.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라고 지적했다.● 의료공백 ‘정부 책임론’…의협 회장 막말도 논란의료공백에 대한 정부 책임론도 불거졌다. 조 장관은 “4달 넘게 의료공백이 지속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국민과 환자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참고인으로 출석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는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죽어가고 있다”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 복지부와 환자단체 간 1대 1 전담관을 지정한다고 했는데 한 달 만에 엊그제 처음 연락 온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참고인으로 출석한 임 회장은 야당 의원들과 날선 발언을 주고받았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의료 공백에 대해) 국민께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임 회장은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의료시스템을 (손 댄) 복지부 공무원들이 만든 사태”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또 무기한 휴진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과거 의사가 환자를 성폭행 한 사건을 두고 자신이 낸 논평에 대해 임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친 여자’라고 했던 것을 거론하며 “하실 말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임 회장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강 의원이 그 밖에 논란이 됐던 발언을 문제 삼자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대 의대 소속 교수들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분야 진료는 유지할 방침이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성명을 내고 “현 의료정책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적극적 의사표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27일부터 기한 없는 휴진을 시작한다.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 시술 휴진과 진료 재조정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을 진행했다가 닷새 만인 21일 철회한 바 있다. 가톨릭대 의대와 성균관대 의대도 여론의 비판과 환자들의 불편 등을 고려해 25일 무기한 휴진 계획을 보류했다. 하지만 연세대 의대 비대위는 “이번 결정과 행동이 학교와 병원에 여러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환자들의 우려에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휴진 강행 방침을 밝혔다. 병원 측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가를 내고 휴진에 참여하는 형태인 만큼 실제 휴진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휴진 탓에 발생하는 예약 진료 조정 등은 의사 본인이 해야 하는 만큼 휴진율은 20∼30% 수준으로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도 “병원은 정상 운영된다”고 했다. 연세대 의대 비대위 역시 “개인의 양심과 자율에 기반한 결정”이라며 전면적인 휴진이 되진 않을 수 있다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공장 화재로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가 모두 고용노동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동포(F-4) 비자 등으로 입국해 일해 왔기 때문인데 이들도 정부의 근로 관리망에 포함시켜 산업 안전 조치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고용부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 공장은 고용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는 고용허가제 대상 사업장이 아니다. 숨진 외국인 근로자들은 전원 비전문취업(E-9) 비자가 아닌 재외동포 비자(F-4), 결혼이민 비자(F-6), 방문취업 비자(H-2) 등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허가제는 제조업 등 특정 업종의 내국인 인력이 부족한 사업장이 외국인 인력을 신청하면 고용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연결해주는 제도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주로 E-9 비자를 발급받는데, 고용부는 이 비자에 대해서만 신원과 소속 사업장을 파악해 관리한다. 문제는 고용부가 고용허가제 사업장 위주로 근로 기준 준수 여부와 산업 안전 및 주거 환경 등을 점검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올 초 중소기업 등의 구인난이 심해지자 고용허가제 규모를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으로 늘리며 “사업장 산업안전·보건 점검 대상을 1657곳에서 2500곳으로 확대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고용허가제 사업장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체류한 외국인 총 143만여 명 중 E-9 비자 소지자는 26만9000명(18.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근로 여건과 안전 등을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부처에 흩어진 외국인 근로자 정책을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도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 장벽 때문에 화재 같은 재난 상황에서 대피가 어려울 수 있다”며 “올해부터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이 확대됐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영세 사업장을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또 다른 일터에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수 있다.”경기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 참사가 일어난 다음날(25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만난 비영리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의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이주 노동자에 대한 법률상담과 소송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지금도 다른 노동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산업재해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더 큰 참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화성 참사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중국인 등 외국인으로 확인되자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변호사는 본보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가장 많은 외국인이 숨진 단일 산업재해 사건”이라며 안전 대책이 미비했음을 지적했다. ―이번 참사를 어떻게 보나.“이번 사건은 단일한 사건 중 가장 많은 외국인이 숨진 산업재해다. 아직 고용형태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희생자들은 원청 업체에서 직접 고용하지 않은 불법 파견 근로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가운데 근로자들에게 공장 내 구조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는 등, 안전교육이 부실한 까닭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본적인 안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향후 더 큰 참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25일 공개 사과문에서 “불법 파견은 없었다”며 “안전 교육도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또 “업무 지시는 파견 업체에서 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아리셀에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한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은 인력만 보냈을 뿐 근로자 교육이나 작업 지시는 아리셀이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불법 파견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우리나라 외국인 근로자에게 산업재해가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나. “비일비재하다. 4월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가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기계를 청소하던 중, 관리자가 기계를 작동해서 사망한 사건을 내가 맡고 있다. 사람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기계 작동 버튼을 눌러서 근로자가 사망한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몽골 국적 근로자가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고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철근을 묶고 있던 와이어가 터져서 철근에 깔려 사망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이 업무를 2인 이상이 하도록 규정돼있으나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외국인 노동자들은 왜 산업재해에 더 취약한가. “첫 번째는 언어문제다. 외국인 근로자 상당수는 한국어를 구사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안전과 관련된 정보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적절하게 제공되지 못하니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비상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면서 사고시 비상구를 제대로 찾지 못하지 않았나. 두 번째로는 내국인들이 위험한 업무를 꺼리면서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작업을 외국인이 맡게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정부나 지자체의 대응은 어떠했나.“정부는 일반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취급했다. 이번 사건 이후 경기도에서 외국인 희생자들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혔는데, 대부분 다른 사고들에서는 개인이 전부 비용을 부담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들은 내국인 근로자들과 배상 기준이 다르다. 외국인은 통상적으로 비자 받은 날로부터 최대 3년까지 한국에서 벌 수 있는 소득으로 계산하고, 나머지 65세까지는 본국의 현지 급여를 기준으로 미래에 벌 수 있는 수입을 산정한다. 몽골의 경우 한 달 평균 임금이 16만 원 정도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다. 똑같은 사람이 죽어도 사업주가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 한국 사람이 훨씬 더 많은 셈이다.”―사고 때 기업들의 대응은 어떠했나. “보상을 해줄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영세한 사업장들이 너무 많다. 그런 사업장에서는 사고가 났을 때 제도적으로 많은 보상을 약속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원청에서 직접 고용하는 게 아니라면 보상 책임의 소지가 모호해진다. 인력 소개 업체 소속 외국인들이라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국내 외국인 근로자는 점차 늘어나는데. “과거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성격이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터로 유입됐다. 이들은 오로지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기 위한 비자를 받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노동 이외 다른 목적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재외동포나 결혼이민자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맞벌이를 하고 싶은 마음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문제는 무엇인가. “변화한 노동시장 속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관리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양한 비자의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면서 같은 노동자 사이에서도 급여조건 차이가 많이 나기 시작했다. 사회가 여기에 대한 제도나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도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용부에서 외국인 산업재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긴 하나,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노동자들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사건처럼 고용허가제 외 비자를 받고 입국한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감독 등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정부가 모르는 것이다.” ―정부는 돌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더 많이 들여오려 한다. “모든 문제를 외국인 도입으로 해결하려 하는 정책적인 기조가 엿보인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외국인 노동력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저렴하다는 생각이 전제돼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국내에 정책적으로 유입된 후에는 경제적 비용 외에도 사업장 내 안전 조치를 다국어로 진행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사회적 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외국인을 도입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나 지원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꺼리는 위험한 업무에 외국인 인력을 쓸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이들에게는 산업안전 관련 매뉴얼 등 조치를 마련하거나, 교육 이수 조건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육 이외에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 요인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작업중지권 등 노동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들의 안전을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필요한 장치들도 함께 고려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7일부터 진행하겠다고 밝혔던 ‘무기한 휴진’ 계획을 철회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일주일 만에 중단하는 등 동력이 떨어지면서 의대 교수, 동네병원 개원의 등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내린 결정이다. 의사단체 내부에서도 “장외 투쟁을 고집하기보다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실익을 챙겨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협 “29일 특위 결정 따라 투쟁” 의협은 24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27일부터 진행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휴진 결정을 지지하고 존중한다”며 “이후 투쟁은 29일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2차 회의 결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직역 의사들이 각자 준비를 마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휴진의 불씨는 남겨놨지만 임현택 의협 회장이 18일 총궐기대회 폐회사에서 밝힌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은 엿새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18일 같은 전면 휴진을 당장 (무기한으로) 진행하는 건 어렵다고 내부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의협의 이 같은 결정에는 악화된 여론과 내부 반발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이 큰 동네병원 개원의들은 하루만 휴진해도 상당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또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 휴진 병원 명단이 공유되며 보이콧 움직임까지 생기는 것에 부담을 느낀 개원의들도 적지 않다. 의대 교수들도 “예약 진료 조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휴진에 난색을 표했다. 경찰도 대규모 리베이트 조사 등으로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18일 휴진 당시 동네병원 동참률이 14.9%로 2020년 첫날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의협 지도부의 전략을 불신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다시 휴진할 경우 동참률은 첫날의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론의 비판을 감안한 듯 “국민께서 겪는 불편과 불안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전공의 내부서도 “특위 참여해 목소리 내야” 정부와 환자단체는 휴진 철회 결정을 환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은 이제 정부와 마주 앉아 의료 발전을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집단 휴진으로는 국민도 정부도 설득할 수 없다. 의료개혁특위 등 정부와의 대화 창구에서 필요한 것을 요구해 달라”고 말했다.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의정 협상이 본격화되기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내년도 증원 재논의, 미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처분 등을 놓고 견해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의협은 18일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사들을 경찰이 조사하는 걸 두고 24일 “양아치 같은 행태를 중단하라”고도 했다. 한편 전공의 내부에선 서울대 교수들에 이어 의협까지 휴진을 철회한 것에 실망하며 “이제 우리끼리 뭉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내부 동의도 없이 휴진을 불쑥 꺼냈다가 철회하는 과정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전공의 단체 일각에선 2020년 의정 합의에 배제됐던 것을 감안해 이제라도 올특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의협 기획이사를 맡은 강동성심병원 사직 전공의 임진수 씨는 의협 몫으로 올특위에 참여해 간사를 맡았다. 임 씨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향해 “의료계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올특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논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7일부터 진행하겠다고 밝혔던 ‘무기한 휴진’ 계획을 철회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일주일 만에 중단하는 등 동력이 떨어지면서 의대 교수, 동네병원 개원의 등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내린 결정이다. 의사단체 내부에서도 “장외 투쟁을 고집하기보다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실익을 챙겨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협 “29일 특위 결정 따라 투쟁”의협은 24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27일부터 진행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휴진 결정을 지지하고 존중한다”며 “이후 투쟁은 29일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2차 회의 결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직역 의사들이 각자 준비를 마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각자 준비 후 동참’이라며 휴진의 불씨는 남겨놨지만 임현택 의협 회장이 18일 총궐기대회폐회사에서 밝힌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은 엿새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18일 같은 전면 휴진을 당장 (무기한으로) 진행하는 건 어렵다고 내부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의협의 이 같은 결정에는 악화된 여론과 내부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이 큰 동네병원 개원의들은 하루만 휴진해도 상당한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데 ‘무기한 휴진’은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왔다. 또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 휴진 병원 명단이 공유되며 보이콧 움직임까지 생기는 것에 부담을 느낀 개원의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시도의사회장들도 “사전 논의 없는 무기한 휴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의대 교수들도 “예약 진료 조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휴진에 난색을 표했다. 경찰도 대규모 리베이트 조사로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경기도의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18일 휴진 당시 동네병원 동참률이 14.9%로 2020년 첫날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의협 지도부의 전략을 불신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다시 휴진할 경우 동참률은 첫날의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론의 비판을 감안한 듯 “국민께서 겪는 불편과 불안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전공의 내부서도 “특위 참여해 목소리 내야”정부와 환자단체는 휴진 철회 결정을 환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은 이제 정부와 마주 앉아 의료 발전을 논의해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집단 휴진으로는 국민도 정부도 설득할 수 없다. 의료개혁특위 등 정부와의 대화 창구에서 필요한 것을 요구해 달라”고 말했다.집단 휴진 움직임이 잦아들며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의정 협상이 본격화되기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내년도 증원 재논의, 미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처분 등을 놓고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한편 전공의 내부에선 서울대 교수들에 이어 의협까지 휴진을 철회한 것에 실망하며 “이제 우리끼리 뭉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내부 동의도 없이 휴진을 불쑥 꺼냈다가 철회하는 과정이 실망스럽다”고 했다.전공의 단체 일각에선 2020년 의정 합의에 배제됐던 것을 감안해 이제라도 올특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의협 기획이사를 맡은 강동성심병원 사직 전공의 임진수 씨는 의협 몫으로 올특위에 참여해 간사를 맡았다. 임 씨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향해 “의료계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올특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호소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사진)이 “집행부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문제 불개입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의협과 전공의 단체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임 회장은 “(전공의 단체가) 의협 개입은 원치 않는다면서 4억 원을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며 예산 지원 중단 가능성도 시사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전날(13일) 오후 11시경 자신을 지지하는 전공의 등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더 이상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걸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글을 올렸다. 또 글을 올리기 직전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임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 등의 글을 올렸다는 기사를 공유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의협을 단일 창구로 요구사항을 다시 논의할 경우 18일 집단 휴진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한 걸 두고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고도 했다. 의료계에선 의협에 대한 전공의들의 불신이 갈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2월 전공의 병원 이탈 후 의료공백이 발생하자 환자들이 대형병원 대신 동네병원으로 몰리며 개원의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공의들은 개원의 중심인 의협이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위해 나서줄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또 전공의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의협이 우리를 대표할 수 없다”고 밝혀 왔다. 임 회장은 “2000, 2020년 선배들이 걷어준 성금은 어디 있고 규모가 어떤지 대전협에 물어보라”며 “이번에도 4억 원을 달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중간 착취자라고 욕하면서 중간착취자들이 준 돈은 받느냐”고도 했다. 임 회장이 언급한 4억 원은 올 4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전공의 지원 목적으로 결의된 지원금인데 아직 건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전공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며 “의협에 부정적인 입장을 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 정도가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 회장과 의협은 ‘의협 중심 단일대오’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임 회장 대신 전공의를 움직일 수 있는 교수들과 주로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박 위원장과의 갈등까지 표면화되면서 의료계에선 “의협 중심으로 투쟁하려는 임 회장의 구상이 어긋나고 있다.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 동력도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18일 집단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사전에 신고한 동네병원이 4.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단체 등의 선언도 이어지고 있어 의협이 밝힌 ‘역대급 집단 휴진’ 구상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3일)까지 ‘18일 휴진’ 계획을 신고한 동네병원은 전국 3만6371곳 중 1463곳(4.02%)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 9863곳 중 229곳(2.3%)만 휴진을 신청했다. 신고하지 않고 휴진에 참여하는 곳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동네병원 휴진율은 2020년 파업 첫날(32.6%)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다. 또 14일 상급종합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가 “협의체 차원에서 18일 의협 단체 휴진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은 의사단체의 3번째 불참 선언이다. 이 협의체의 홍승봉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뇌전증 환자들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져 약물 투여를 절대 중단해선 안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아무리 목적이 좋더라도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겁주고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며 집단 휴진을 선언한 의협과 서울대 교수들을 비판했다. 경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도 정상진료 방침을 밝혔다. 한편 임현택 의협 회장이 전날(13일) 밤 전공의가 포함된 의사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더 이상 전공의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의협과 전공의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날 임 회장의 ‘의협 중심 단일대오’ 방침을 비판한 바 있다. 의사 내부서도 “환자 고통 주느니 휴진 대신 삭발-단식 투쟁을” [의료계 집단휴진 균열]뇌전증 의사들 18일 집단휴진 비판… 정상진료 밝히고 진료시간 연장도일각 “의협, 뒤늦게 명분 쌓기용 휴진”서울대병원 “정부와 소통… 논의 진전”“의사들은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하면서 스스로 희생하며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14일 낸 성명에서 집단 휴진을 선언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서울대 교수들을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고 있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해서도 “115일 동안 수많은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다.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과거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 이상으로 의식을 잃거나 발작이 생기는 등 뇌 기능이 일시 마비되는 질환이다. 홍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뇌전증 환자 중 상당수는 언제든 다치고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집에서도 벌벌 떨면서 생활한다. 그런데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 후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봐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의협이 18일 예고한 집단 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단체, 병원, 교수 등의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명령에 따라 18일 휴진하겠다고 신고한 동네병원도 전국적으로 1463곳(4.02%)에 불과해 집단 휴진 참여율이 당초 우려했던 만큼 높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산대 교수 “진료 시간 오히려 늘렸다” 의료 공백이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진료 시간을 늘린 의사도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폐암 치료 전문가인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주 3회 맡았던 외래진료를 최근 주 5회까지 늘렸다. 대형병원 상당수가 초진 환자를 안 받는 가운데 엄 교수가 초진 환자도 본다는 소문이 나면서 부산은 물론 영호남 지역에서 환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엄 교수는 “가족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만큼 환자와 그 가족의 절박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정부와 전공의 입장 모두 이해되지만 계속 근무하며 불안해하는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 진료 방침을 밝히는 병원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강원대병원은 “교수의 집단 휴진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경북대병원도 “휴진 없이 정상 진료하겠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유일한 화상전문병원인 대구푸른병원도 정상 진료를 유지할 방침이다. 의사들 사이에선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가 다 끝났는데 지금 집단 휴진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의협 지도부가 ‘아무것도 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명분 쌓기용 휴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비대위 “정부와 소통하며 논의 진전”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을 선언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14일 기자회견에서 “희귀병·중증·응급 환자는 예정대로 진료하기 때문에 진료실 문을 완전히 닫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중에는 진료 예약을 변경하지 못해 정상 진료하기로 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이 ‘집단 휴진 불허’ 방침을 밝히고 간호사와 행정직원들도 진료 일정 변경 업무를 거부하고 있어 교수들이 수백∼수천 명의 예약 환자에게 일일이 연락해 일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오승원 비대위 홍보팀장은 “교수가 직접 일정을 변경하기도 하고 비대위가 만들어 14일부터 가동 중인 진료 변경 시스템을 통해 안내 문자를 보내 예약 환자 일정을 한 달 후로 조정하기도 한다”며 “(교수 1500여 명 중) 200여 명이 비대위 시스템을 통해 진료 일정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뵈었고 보건복지부와도 계속 소통하며 논의에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막판 휴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섬을 돌며 주민을 진료하는 병원선은 현행법상 병의원이나 보건소로 분류되지 않고 지역보건소의 ‘순회 진료’ 형태로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정식 의료기관이 아니다 보니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약값 등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언제든 운영 여부 및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년 8개월 동안 전국 병원선 5척이 도서 지역 주민 25만758명을 진료했다. 월 평균 4500여 명을 진료하는 셈이다. 병원선은 인천 경남 충남에 1척씩, 전남에 2척이 배치돼 의사가 없는 섬 204곳을 돌고 있다. 병원선에는 보통 의학, 치의학, 한의학 전공 공중보건의가 1명씩 탑승한다. 다만 수술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병원선은 의료법상 의료기관(병의원)이나 지역보건법에 따른 지역보건의료기관(보건소)에 해당되지 않고 복지부 훈령이나 지자체 조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병원선’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법안이 추진됐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부 지자체는 병원선 운영에 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의료 취약지가 많은 전남도는 2척을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전남도 관계자는 “병원선 유류비만 연간 약 17억 원이 소요된다”며 “병원선이 없는 광역지자체에 비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선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건강보험 재정이나 국비 지원 등을 요청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섬 주민도 건강보험료를 내는데 정작 병원이 없다 보니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상황”이라며 “운영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면세유 공급이나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재정당국은 운영 주체인 지자체에서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선 운영은 지자체가 하지만 건조에는 국비가 투입된다. 국내 병원선의 시작은 1971년 도입된 충남501호와 전남512호인데 당시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건조됐다. 이후 2000년 전후에 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낸 돈으로 한 차례 노후 선박을 교체했다. 또 2022년부터 3세대 병원선으로 대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병원선 규모도 100t대에서 최대 390t급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섬 주민 건강 지키는 ‘바다 위 병원’수평선 멀리서 초록색 십자가가 선체에 새겨진 ‘전남511호’가 모습을 드러내면 섬 주민 얼굴에 화색이 돈다. “오메, 왔네 왔어!” 동아일보 기자가 전남 77개 섬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이 병원선에 이틀 동안 탑승해 진료 현장을 취재했다.》11일 오후 1시 20분, 전남 고흥군 남양면 우도 남쪽 200m 해상. 섬에서 보트를 타고 온 주민 8명이 조심스럽게 ‘전남511호’에 올라탔다. 이들은 배 안에 들어서 자연스럽게 접수실로 향했다. 접수실 옆에는 내과 치과 한방과 진료실과 약제실, 방사선실, 임상병리실 등이 배치돼 있었다. 53년째 우도에 살고 있다는 신일남 씨(74)는 “논일을 못 할 정도로 허리가 아파서 왔다”며 “오늘 내과, 치과 진료와 물리치료를 모두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511호는 390t 규모의 국내 최대 병원선이다. 상담부터 처방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이른바 ‘바다 위 병원’인데 골밀도측정기, 혈액분석기, 물리치료기 등도 갖추고 있다. 건조와 의료 장비 탑재에 약 130억 원이 들었다. 이 배는 병의원과 보건소는 물론이고 약국조차 없는 외딴섬들을 돌며 주민들에게 무료 진료를 제공한다. 동아일보 기자는 의료진과 함께 전남511호를 타고 11일 우도, 12일 고흥군 봉래면 쑥섬(애도)을 방문했다.● 물리치료실 가장 인기 우도에는 현재 49가구 85명이 살고 있다. 0.5km²에 못 미치는 작은 섬이다 보니 선박이 정박할 시설도 없어 주민들은 병원선에서 보낸 보트를 타고 진료를 받으러 온다. 주민 신영숙 씨(62)는 “삭신이 쑤셔도 육지 병원에 가는 게 불편해 3개월마다 오는 병원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올 때마다 건강을 챙겨주는 의사 간호사 선생님이 식구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진료와 물리치료를 받은 신 씨는 환하게 웃으며 양손 가득 약 봉투를 들고 섬으로 갈 보트를 기다렸다. 배에는 의학, 치의학, 한의학 전공 공중보건의가 각각 1명씩 탑승해 주민을 진료한다. 부산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 5년 전 우도에 들어왔다는 김남석 씨(64)는 “도시에선 약국에서 쉽게 약을 구했는데, 여기선 아파도 해열제 하나 사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미국에 거주하다 여생을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보내기 위해 3개월 전 섬에 들어왔다는 이재환 씨(55)도 “최근 꼬막 작업을 많이 하면서 허리 쪽이 아팠다”며 진료를 받고 어머니의 약 봉투를 함께 챙겨 갔다. 증상이 심각해지기 전 대형병원을 찾으라고 조언하는 것도 공보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1년차 때 그만두고 공보의로 온 김진영 씨(27)는 “최근 혈소판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간부전 환자를 발견했다”며 “위급한 상황이라 대형병원을 빨리 방문하라고 했다”고 돌이켰다. 한의과 공보의 조재현 씨(27)도 “2주 전 안면 마비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찾아왔길래 빨리 육지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설은 물리치료실이라고 한다. 섬에는 대부분 고령층이 거주하는데 “생계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몸 곳곳이 쑤신다”며 병원선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11일에도 진료 개시 30분 만에 물리치료실 침대 4개가 모두 찼다. 허리에 물리치료를 받은 명재만 씨(70)는 “허리가 시원하고 좋다”고 말했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농사를 짓는 송순자 씨(76)는 “바다에 그물을 던지다 어깨를 다쳐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며 “수술 후 어깨가 쑤실 때마다 병원선에 와서 물리치료를 받는데 효자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은 개인적 고충을 털어놓기도 한다. 한 환자는 “얼마 전 남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요새 밤에도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다른 환자는 “작년에 허리 수술을 받았는데 일이 여전히 많다. 쉬고 싶은데 잘 안 된다”고 했다. 김 씨는 묵묵히 듣다 두 환자에게 “힘드셨겠다. 너무 힘들면 꼭 큰 병원에 가 보시라”고 조언했다.● 병원선 직원들은 섬마을 수호천사 전남511호는 매달 평균 18일 동안 운항하는데 한 번 출항하면 2, 3일 동안 섬을 다니며 진료한다. 운항 기간 중 의료진은 배 안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조 씨는 “선상 생활이 많이 익숙해졌고 침대도 편해서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매끼 식사를 같이 하다 보니 서로 ‘식구’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 동갑내기 공보의 3인방은 육지에 도착해서도 함께 식사와 산책을 할 정도로 친하다고 한다. 전남511호의 최고참은 2006년부터 19년째 병원선 생활을 하고 있는 간호사 이숙연 씨(51)다. 이 씨는 “오랜 기간 섬을 찾다 보니 주민들 얼굴을 거의 모두 외웠다”며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혹시 돌아가신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무료로 진료를 받는 주민들은 상추, 콩 같은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낙지, 바지락, 꼬막 등 해산물이 생기면 따로 보관해 놨다가 배를 탈 때 들고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12일 병원선이 방문한 쑥섬 부녀회장은 아침 일찍 부침개를 만들어 가져왔다. 차병래 전남511호 선장은 “섬 주민들의 애환을 들으며 말동무를 해주다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며 “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 상황이지만 즐거워서 계속 병원선을 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결혼한 정성윤 항해사는 “신혼이지만 병원선 근무 탓에 자주 외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행스럽게도 아내가 좋은 일을 한다며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준다”고 했다. 쑥섬 주민 강순혜 씨(62)는 “섬에는 약국도 마트도 없다. 또 다들 나이가 있다 보니 외부에 진료를 받으러 가기 쉽지 않다”며 “병원선 의료진은 섬마을 수호천사”라고 말했다.● “짧은 진료 시간-긴 진료 주기 아쉬워” 의료진은 많은 주민을 한 번에 진료하다 보니 진료 시간이 짧고, 돌아야 하는 섬 수에 비해 배가 적다 보니 진료 주기가 긴 점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김 씨는 “의료 기기도 배에 있는 것들만 사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진료에 한계가 있다. 또 3개월마다 치료하다 보니 면밀한 추적 관찰이 쉽지 않다”고 했다. 치의학 공보의 정회윤 씨(27)도 “구강 관리가 익숙지 않은 어르신이 많은데 스케일링이나 구강검진을 제외하면 해드릴 수 있는 게 솔직히 많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주민들도 병원선이 더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우도 주민 김선례 씨(57)는 “병원선에서 빠르고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3개월이 아니라 매달 한 번씩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쑥섬 주민 박강국 씨(55)도 “수령할 수 있는 약의 종류나 양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현재 병원선 2척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511호는 여수시와 강진·고흥·보성·완도군에 있는 섬 77곳을 돌고 있다. 전남512호는 목포시와 무안·신안·영광·진도·해남군에 있는 섬 90곳을 오간다. 이들 섬 167곳 중 135곳(약 81%)에는 의사가 한 명도 없다. 병원선 두 척에 탄 의료진 15명은 지난해 섬마을 주민 9173명에게 2만4851건의 진료를 제공했다. 고흥=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18일 집단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사전에 신고한 동네병원이 4.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단체 등의 선언도 이어지고 있어 의협이 밝힌 ‘역대급 집단 휴진’ 구상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3일)까지 ‘18일 휴진’ 계획을 신고한 동네병원은 전국 3만6371곳 중 1463곳(4.02%)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동네병원에 “피치 못한 사정으로 휴진할 경우 13일까지 신고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서울의 경우 9863곳 중 229곳(2.3%)만 휴진을 신청했다. 의료계에선 신고하지 않고 휴진에 참여하는 곳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동네병원 휴진율은 2020년 파업 첫날(32.6%)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또 14일 상급종합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가 “협의회 차원에서 18일 의협 단체 휴진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은 의사단체의 3번째 불참 선언이다. 이 협의체의 홍승봉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져 약물 투여를 절대 중단해선 안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의사들이 환자를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건 삼가야 한다”며 집단 휴진을 선언한 의협과 서울대 교수들을 비판했다. 경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도 정상진료 방침을 밝혔다.한편 임현택 의협 회장이 전날(13일) 밤 전공의가 포함된 의사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의협이 더 이상 전공의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의협과 전공의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날 의협 중심 단일대오 방침을 비판한 바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대표에게 공개적인 비판을 받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원하지 않으면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 투쟁 전부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에 맡기고 손 떼고 싶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전협이 의협에 4억 원의 성금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밝히며 전공의 단체를 비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13일 오후 11시경 임 회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전공의 등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집행부와 의협 전공의 문제 전면 불개입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 “컴플레인(불평)만 가득이고 왜 내가 내 몸 버려가며 이 짓하고 있나 싶다”고 밝혔다. 전날(12일)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임 회장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 등의 글을 올리며 임 회장을 비난하자 반발한 것이다.임 회장은 카톡방에서 “대전협에 물어보라. 2000년과 2020년 선배들이 걷어준 성금은 어디에 있고 규모가 어떤지”라며 “이번에도 의협이 개입하는 거 원치 않는다면서 4억 원 달라고 공문을 보냈더라”고 했다. 이어 “중간 착취자라고 욕은 하고 중간 착취자들이 준 돈은 받느냐”고 힐난했다. 임 회장이 언급한 4억 원은 올 4월 28일 의협이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전공의 지원 목적으로 대전협에 지급하기로 결정한 돈으로 14일 현재 아직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임 회장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협 중심의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의료계에서 정부의 대화 파트너는 의협이어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이를 불신하며 의협과 다른 독자 노선을 고수하는 중이고, 의대 교수들도 따로 정부 및 정치권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협이 중심이 되려는 임 회장의 구상이 뜻대로 안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의협 지도부는 임 회장의 ‘불개입’ 발언을 부인하며 해명에 나섰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발언과 무관하게 전공의를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며 “의협에 부정적인 입장을 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 정도가 있을 뿐”라고 일축했다. 의협은 18일 예고된 집단 휴진 계획을 철회하는 대가로 정부에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 전면 철회, 의대 증원 재검토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18일 집단 휴진에 “환자를 떠날 수 없다”며 불참 방침을 밝히는 의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의협은 “단일 대오로 뭉칠 것”이라며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임현택 의협 회장이 휴진 불참 방침을 밝힌 의사를 공개 비판하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시 임 회장을 비판하며 내분 양상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의협이 주도하는 휴진 참여율이 생각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네병원 20곳 중 11곳 “정상진료” 아동병원과 분만병원들은 18일 정상 운영 방침을 정했다. 아동병원 130여 곳이 소속된 대한아동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13일 “각 병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병원마다 대형 병원에서 이송된 중증·입원 환자가 많다. 아픈 아이들을 두고 현실적으로 떠날 수 없다”고 했다. 분만병원 140여 곳이 소속된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오상윤 사무총장도 “의협 주장에 동의하지만 예정된 분만과 진료를 취소할 순 없다”며 “양수가 터지는 등 응급 분만 상황도 있을 수 있어 18일 정상 근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마취과 의사들도 13일 회의를 열고 “중증·응급수술 및 중환자 통증 조절 등을 위한 필수 인력은 병원에서 자리를 지킬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전신마취가 필요한 중증 수술은 마취과 의사가 없으면 못 한다. 또 동아일보가 13일 서울 시내 의원 20곳에 “18일 휴진하느냐”고 물었는데 “휴진할 것”이라고 밝힌 곳은 4곳(20%)에 그쳤다. 이 중 2곳은 “오전 진료는 하고 오후에만 휴진한다”고 했다. 나머지 16곳 중 11곳(55%)은 “정상 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5곳(25%)은 “아직 방침을 못 정했다”고 했다. 의협은 지난주 투표에서 회원 73.5%가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찬성했다고 했지만 예상만큼 동참 분위기가 확산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예약 진료를 의사가 일방적으로 취소한다면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전공의 단체 주도권 다툼 임 회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8일 정상 진료 방침을 밝힌 최 회장 인터뷰 기사 링크를 올리며 “세계 어디도 없는 폐렴끼란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의협은 또 대학병원 교수 단체 등과 만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주말까지 정부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꿔 의협과 대화에 나서면 18일 집단 휴진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의 입장 변화’에 대해 “의협을 단일 창구로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했던 것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요구안은 늦어도 14일까지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 대표인 박 위원장은 “임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이제 말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하지 않을지.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는 글을 SNS에 올리며 의협을 비판했다.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사이에선 의료공백 사태로 환자들이 대형병원 대신 동네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개원의 중심인 의협이 자신들을 위해 나서 줄지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기자회견을 열고 휴진 철회를 요구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두 번 다시 이런 파업을 당하지 않도록 응급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는 중단되지 않게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18일 집단 휴진에 “환자를 떠날 수 없다”며 불참 방침을 밝히는 의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의협은 “단일대오로 뭉칠 것”이라며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임현택 의협 회장이 휴진 불참 방침을 밝힌 의사를 공개 비판하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시 임 회장을 비판하며 내분 양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의협이 주도하는 휴진 참여율이 생각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동병원 “18일 정상 진료”아동병원과 분만병원들은 18일 정상 운영 방침을 정했다. 아동병원 130여 곳이 소속된 대한아동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13일 “각 병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병원마다 대형 병원에서 이송된 중증·입원 환자가 많다. 아픈 아이들을 두고 현실적으로 떠날 수 없다”고 했다. 분만병원 140여 곳이 소속된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오상윤 사무총장도 “의협 주장에 동의하지만 예정된 분만과 진료를 취소할 순 없다”며 “양수가 터지는 등 응급 분만 상황도 있을 수 있어 18일 정상 근무할 것”이라고 말했다.대학병원 마취과 의사들도 13일 회의를 열고 “중증·응급수술 및 중환자 통증 조절 등을 위한 필수 인력은 병원에서 자리를 지킬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전신마취가 필요한 중증 수술은 마취과 의사가 없으면 못 한다.또 동아일보가 13일 서울 시내 의원 20곳에 “18일 휴진하느냐”고 물었는데 “휴진할 것”이라고 밝힌 곳은 4곳(20%)에 그쳤다. 이 중 2곳은 “오전 진료는 하고 오후에만 휴진한다”고 했다. 나머지 16곳 중 11곳(55%)은 “정상 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5곳(25%)은 “아직 방침을 못 정했다”고 했다. 의협은 지난주 투표에서 회원 73.5%가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찬성했다고 했지만 예상만큼 동참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예약 진료를 의사가 일방적으로 취소한다면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의협-전공의 단체 주도권 다툼임 회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8일 정상 진료 방침을 밝힌 최 회장 인터뷰 기사 링크를 올리며 “세계 어디도 없는 폐렴끼란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의협은 또 대학병원 교수 단체 등과 만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주말까지 정부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꿔 의협과 대화에 나서면 18일 집단 휴진을 취소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의 입장 변화’에 대해 “의협을 단일 창구로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했던 것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요구안은 늦어도 14일까지 발표하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전공의 대표인 박 위원장은 “임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이제 말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하지 않을지.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는 글을 SNS에 올리며 의협을 비판했다.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사이에선 의료공백 사태로 환자들이 대형병원 대신 동네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개원의 중심인 의협이 자신들을 위해 나서줄지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말했다.환자단체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기자회견을 열고 휴진 철회를 요구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두 번 다시 이런 파업을 당하지 않도록 응급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는 중단되지 않게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1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을 선언한 서울대 외에도 주요 의대 및 병원 교수들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18일 집단 휴진 및 궐기대회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5대 대형병원인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을 각각 산하에 둔 울산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전면 휴진 동참 방침을 정했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산하에 둔 가톨릭대는 아직 동참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고려대 의대 비대위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18일 휴진 여부 설문 조사를 11일까지 진행한다. 의대 40곳 교수 모임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대 19곳이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18일 휴진에 동참할 방침이다. 다만 휴진일까지 남은 시간이 일주일 남짓에 불과해 실제 교수들의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한 달 반 전에 예약된 암 수술을 갑자기 변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또 서울대 외에는 아직 무기한 휴진 방침을 정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대 관계자는 “하루는 몰라도 서울대처럼 무기한 휴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감옥은 내가 간다.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 말라”며 개원의 등에게 휴진 참여를 독려했다. 한편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이날 공개 서한에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님들은 휴진 의사를 보류하고 진료와 교육 현장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휴진 의사를 보류하고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일은 굴복이 아니라 희생”이라고 강조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 방침을 결정한 것에 대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이 “의사로서 우리의 첫 번째 의무는 환자 진료”라며 “집단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이 전면 휴진에 돌입할 경우 하루 약 2만 명의 외래 진료가 중단된다. 김 병원장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발표한 집단휴진 방침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교수들에게) 휴진을 통한 투쟁보다 대화를 통한 중재자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병원장은 “우리 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고,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서울대병원이 이뤄낸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집단휴진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또 “병원장으로서 전공의에게 일체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약속드린다. 복귀 전공의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전날(6일) “서울대 의대 산하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에서 17일부터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과 항암 치료를 제외한 모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 병원을 찾는 외래 환자는 하루 2만여 명에 달한다. 비대위 측은 다만 “입원 환자는 퇴원시키지 않고 완치될 때까지 진료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이 예정된 환자들은 일정이 미뤄질까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암 환자가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과별로 다르지만 일단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17일부터 일주일간 전체 휴진으로 예약이 불가하다고 한다” 등의 들이 올라왔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김 병원장의 집단휴진 불허 방침에 대해 7일 “책임 있는 지성인의 자세로 크게 환영한다”며 “의사단체들은 국민과 환자의 원성을 아랑곳하지 않는 몰지성, 몰상식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 측은 김 병원장의 불허 방침이 나오자 “집단휴진에 동참하더라도 환자와 병원을 떠나는 게 아니라 전일 근무하면서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논의하고 응급부서 강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또 “사태가 마무리되면 추가 근무를 통해서라도 그동안 못 했던 외래 진료까지 추가로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휴진 동참률이 생각만큼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대위가 투쟁 방식을 물은 2차 설문에는 전체 교수 중 절반가량인 750명만 투표에 참여해 이 중 68.4%가 전체 휴진에 찬성했다. 결국 전체 휴진에 동의한 교수는 전체 서울대병원 교수의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을 결정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9일 전국 의사가 참여하는 전면 휴진(총파업)을 선언하기로 했다. 현실화되면 2000년, 2014년, 2020년에 이어 4번째 전면 휴진이 된다. 의협은 20일 전국 동네병원과 대학병원 의사 등이 모두 휴진하고 궐기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협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9일 오후 의협회관에서 여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가 범의료계 투쟁의 시작”이라며 “교수, 봉직의(페이닥터), 개원의 등이 참여하는 의료계 투쟁 역사상 최대 규모 단체행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 의사단체인 의협은 집단휴진 결정을 위해 회원 12만9200명을 대상으로 4일부터 7일 밤 12시까지 온라인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7일 오후 8시까지 과반(54.1%)인 6만9935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협 지도부는 20일 동네병원과 대학병원 의사 등이 모두 휴진을 하고 대규모 궐기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후 각자 사정에 맞게 휴진을 이어가면서 정부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투쟁 방식은 9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에 이어 다른 의대와 교수 단체에서도 “의협 궐기대회를 계기로 전면 휴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7일 “의사로서 첫 번째 의무는 환자 진료”라며 “집단휴진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로 예정된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에게 최대한 불이익이 안 가게 하겠다”며 의사단체에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역대급 투표율, 파업 동력 확보”… 4년만에 전면 휴진 초읽기 [의료공백 확산 기로]의협 “내일 총파업 선언”개원의들 참여율 높이기 위해… ‘하루 전면 휴진후 자율 참여’ 가닥교수 “명령 취소” 의협 “증원 반대”… 정부는 2가지 모두 수용불가 입장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에 이어 의협과 의대 교수 단체 등이 잇따라 강경 투쟁에 나서는 건 지금이 ‘마지막 총력전’을 벌일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말로 의대 증원 절차가 일단락됐다”는 입장이지만 의사단체 내부에선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다만 의대 교수들은 “제자인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의협은 여전히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목표”라고 밝히는 등 요구사항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면 휴진일에 대규모 궐기대회의협은 4년 전에도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나흘 동안 전면 휴진을 했지만 개원의 참여율이 10∼20%에 불과해 ‘반쪽짜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의협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그 배경에는 높은 투표 참여율이 있다. 의협에 따르면 4일부터 7일 오후 8시까지 6만993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에선 회원들에게 ‘의협의 강경 투쟁을 지지하는지’와 ‘6월 중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참여할 것인지’ 물었는데 둘 다 지지 및 참여 의향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의협은 “2014년(4만8861명)과 2020년(2만6809명) 전면 휴진 투표 참여 규모를 이미 뛰어넘었다”며 “역대 최고 참여율이 예상되는 만큼 대정부 투쟁이 더욱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휴진 방식과 시기를 논의해 9일 오후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확정한다.의협 내부에선 동참률을 높이기 위해 △주 40시간 단축 진료 △주말(토요일) 휴진 등의 방식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휴진 방침을 밝힌 만큼 보폭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고 한다. 다만 진료일수가 소득과 직결되는 개원의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하루 전면 휴진 후 자율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휴진일에는 전국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규모 궐기대회를 진행한다.교수단체들은 의협 전면 휴진 발표 후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와 고려대 성균관대 교수들은 7일 오후 각각 회의를 열고 의협과 보조를 맞춰 전면 휴진에 동참할지 등을 논의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증원 때문에 휴진하는 건 아냐”전면 휴진 방침은 같지만 요구사항은 단체별로 조금씩 다르다.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전공의들이) 기본권을 박탈당한 것에 대한 항의가 핵심”이라며 “의대 증원 이슈 때문에 휴진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 명령과 업무복귀 명령을 ‘철회’하는 대신 ‘취소’해 면허정지 가능성을 없앨 경우 집단휴진을 철회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의협은 이날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목표를 향해 중단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정부는 의대 증원 백지화는 물론 전공의 대상 명령 취소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명령을 취소해 미복귀 전공의에게까지 면죄부를 줄 경우 ‘전공의 복귀 유도’라는 목표에서 멀어진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전면 휴진 방침에)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도 했다. 한편 국립대병원 10곳의 원장들은 이날 오후 복지부 간부와 회의를 갖고 전공의 복귀 방안 등을 논의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과를 제외하고 진료와 수술을 무기한 전면 중단하겠다고 6일 밝혔다.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며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출구 전략을 발표했지만 의사들의 반발은 더 거세지는 모습이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해결할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총 1475명 중 939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63.4%가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에 찬성했다는 결과도 공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4월 30일부터 ‘주 1회 휴진’ 중이지만 참여율은 낮은 편이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휴진이 개인 상황에 맞게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엔 전체가 일괄 휴진하는 것”이라며 “교수 다수가 이번엔 제대로 대응해야 정부가 움직일 것이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17일부터 서울대 의대 산하인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에서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과 항암치료를 제외한 모든 외래진료와 수술이 중단된다. 비대위는 환자와 국민을 향해 “가급적 진료를 미루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병상은 중증 환자들에게 양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만 “면허정지 처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에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미복귀 전공의를 포함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명령을 취소해 면허정지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진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았는데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른 의대 교수들도 7일까지 진행 중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전 회원 투표 결과에 따라 집단휴진(총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집단휴진이 동네병원을 포함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 68% “전면휴진 찬성” 진료-수술연기 혼란 우려[서울대병원 교수들 ‘전면 휴진’ 선언]“17일부터 무기한 휴진” 비대위 “무기한 휴진 동의 가장 많아”… “병원 지킬것” 9일만에 기류 변화환자단체 “무책임한 집단 이기주의”… 의협도 집단휴진 투표… 9일 발표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 환자와 국민이 더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끝까지 (병원에서)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9일 만에 무기한 전면 휴진을 선언하며 태도를 바꿨다.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수들 사이에선 “제자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 대한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교수들 “미복귀 전공의도 면허정지 안 돼” 3일부터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설문을 시작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당초 4일까지 진행한 뒤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4일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 등의 방침을 내놓자 설문을 6일까지로 연장했다. 정부가 내놓은 출구전략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전면 휴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63.4%가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휴진 방식을 물어본 문항에는 68.4%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처럼 주 1회 휴진하는 방안, 거리 행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으나 무기한 전면 휴진에 동의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정부가 4일 발표에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가능성을 열어 놓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시 “전공의가 복귀하면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 없이 수련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의료현장 상황, 전공의 복귀 비율, 여론 등을 감안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교수들은 또 업무개시 명령 및 진료유지 명령을 ‘취소’하지 않고 ‘철회’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명령을 완전히 취소해 없었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철회 시점까지 명령을 어겼다는 위법 사실은 여전히 남아 언제든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임박했다는 건 교수들의 오해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면허정지 조치 중단을 발표한 것이고 ‘여러 상황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건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도 당장 면허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왜 집단휴진에 나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협, 9일 전면 휴진 여부 발표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등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은 4월 30일부터 ‘주 1회 휴진’을 시행하고 있지만 진료 예약을 바꾸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휴진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분위기다. 비대위 관계자는 “투표 참여 교수가 역대급으로 많았고 대부분 강경한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17일을 ‘디데이’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휴진을 제대로 하려면 예약 조정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의 전면 휴진이 현실화되면 환자들의 피해는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서울대병원의 일반병실 병상 가동률은 51.4%로 5개 대형병원 중 가장 낮다. 지금도 의사가 부족해 예정된 외래 진료가 취소되고 수술이 연기되는데 상황이 한층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증환자단체연합회는 “무기한 집단 휴진을 결의한 것은 의료집단 이기주의를 합리화함으로써 환자들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태”라며 “환자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나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다른 의대 교수 단체도 의협에서 진행 중인 총파업 투표 결과에 따라 집단휴진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협에 따르면 6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전 회원 약 13만 명 중 5만7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의협은 7일까지 투표를 진행한 후 9일 결과를 발표한다. 정부는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의대 교수들의 휴진 참여율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교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지 등은 상황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안과 응급진료를 중단한 대형병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충격으로 각막이나 망막이 파열된 경우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하면 환자가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대형병원 응급실이 생사가 오가는 환자 중심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하면서 의료 사각지대가 속출하고 있다.● “정규시간 외 안과환자 수용불가” 서울의 한 대형병원 안과 교수는 “2월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낮에는 외래 진료를 보고 밤에는 응급실에서 당직을 섰다”며 “한 달 반 정도 하다가 체력이 떨어져 밤에는 도저히 환자를 못 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4월 중순부터 평일 야간·주말에 안과 응급실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 6일 오전 1시 기준(야간 상황)으로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에서 안과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를 띄운 곳은 31곳에 달한다. 5대 대형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도 모두 응급실에서 안과 진료가 제한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한 달 동안 본원에서 수술한 환자를 제외하면 응급환자만 정규시간 내 부분 수용 가능하다”고 했다. 3월에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안과 의사가 사망한 부산대병원도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실 환자 대응에 제한이 있다”고 공지했다.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안과 응급진료를 못 한다고 밝힌 상급종합병원도 26곳에 달했다. 경상국립대병원은 “안과 의료진 부족으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4시에만 진료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계명대동산병원도 “정규시간 외에는 안과 환자는 수용 불가”라고 공지했다.● “권역별 당직제 시행 검토해야” 안과의 경우 전문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안과 전문의가 있어야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한 안과 교수는 “안과 진료는 아주 기초적인 눈 검진도 안과 의사만 할 수 있다”며 “주말, 야간을 가리지 않고 응급실에 안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분리되는 망막 박리 등의 환자는 적시에 치료를 못 받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또 안면부 함몰 등으로 안과 진료가 포함된 처치가 필요한 경우 응급실에서 아예 수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은 “야간에는 안과 진료가 제한되는 대형병원이 많아 전화를 여러 번 돌리지 않으면 수용할 곳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권역별로 안과 응급실 순환 당직제를 시행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지역의 경우 조선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이 안과 응급실 순환 당직제를 시행하고 있다. 광주의 한 대형병원 안과 교수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당직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안과 응급 진료 체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이탈 이후 비상진료체계를 시행 중인 대형병원 응급실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안과 외에도 야간이나 주말에는 응급실 진료가 제한되는 과가 적지 않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대형병원이 환자를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현재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진료과도 응급실 진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