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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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미술42%
연극20%
문학/출판13%
인사일반7%
언론3%
문화 일반3%
사고3%
사회일반3%
사건·범죄3%
음악3%
  • 역사속 아픔 그대로 화폭에… “죽음에서 끄집어내듯 그렸다”

    2016년, 모교인 성균관대 박물관의 요청으로 26세 화가는 성균관대 창립자인 심산 김창숙의 초상을 그렸다. ‘조선 유림의 마지막 선비’라고 불렸던 심산의 초상에서 강인하고 꼿꼿한 이미지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 그림 속 심산은 미라처럼 바짝 마른 채 병상의 흰색 시트 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왼쪽에는 모자를 방패처럼 들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 있었다. 모교 창립자의 초상을 화가는 왜 죽음 직전의 모습으로 그렸을까?● 역사 속 사람들을 끄집어 내놓다 22일 경기 파주 작업실에서 만난 서원미 작가(34)는 “처음에는 부드러운 선비의 모습을 그리려 했지만, 심산에 대해 공부하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며 고문을 받다 앉은뱅이가 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음을 알게 됐다”며 “그런 인물의 삶에서 모든 것을 없애고 깨끗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남기는 것이 맞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작가는 박 전 대통령이 장군 시절 심산에게 병문안을 와서 찍힌 보도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단다. 작가는 이때를 계기로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극적으로 그린 ‘블랙 커튼’ 연작을 그렸다. 화상을 입은 포로에게 붕대를 씌워주는 미군, 손을 머리 위에 올린 채 줄지어 걸어가는 전쟁 포로 등 역사 속 장면들을 그 배경을 제거해서 인물만 집중해 그렸다. 최루탄을 피해 걸어가는 사람이 쓴 비닐봉지는 좀 더 단단한 느낌으로, 또 6·25전쟁 때 폭파된 다리를 그린 다음 그 아래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 어린아이를 그린 식이다. 서원미는 “죽음에 가까운 이미지를 하나씩 끄집어 내놓듯 그렸다”고 했는데 그 결과 작품은 역사를 단순히 기록하거나 정치적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가 더욱 증폭된다. 6·25전쟁은 물론이고 역사 속 전쟁을 기록한 책부터, 피해자들의 증언록까지 찾아보며 그림을 그렸던 작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 화석처럼 굳어진 유령에게서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원래 형태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아픔은 공평하게 다가오는 느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배경으로 폭력의 이미지를 회화에 담은 화가 마를렌 뒤마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독일을 그린 안젤름 키퍼처럼 세계적 미술가들은 역사를 소재로 극적인 이미지를 끌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할렘 르네상스’처럼 정체성과 권리를 적극 주장하는 예술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역사나 정치를 소재로만 다루는 게 아니라 탁월한 시각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가 주목받는다. 서원미는 “한국에서도 민중미술가들이 근현대사를 그렸지만, 저는 직접 체험하지 않았기에 거리감을 두고 볼 수 있었다”며 “전쟁을 비롯해 많은 과거의 일들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는 감각에 집중해 작업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집중하는 것은 비극적 사건을 겪는 사람의 마음이다. “혓바늘이 나면 혀로 눌러보며 통증을 더 느끼려 한다”는 작가는 “아픔은 공평하게 느끼는 감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빠가 길리안바레 증후군으로 6개월 동안 신체 절반이 마비돼 누워 있을 때 겪은 공포와 불안은 ‘해부학’ 연작으로 풀어냈다. 바로크 시대의 회화처럼 극적인 분위기가 특징인 이 작품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을 통해 영국,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소장가가 구매하는 등 마니아층이 생겼다. 최근에는 돈키호테에서 영감을 얻은 연작 ‘카우보이 휘슬’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블랙 커튼’ 연작을 할 때는 공부도 많이 하고 그릴 때 심적 부담도 커서 모래주머니를 차고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었다”며 “사랑하는 공주에게 편지를 쓰는 아름다운 시부터 풍차와 싸우는 초현실주의, 산초와 대화하는 선문답 등 여러 형식이 자유롭게 섞인 그림을 그려 보고자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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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내달 4일 미술관 장터 개최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내달 4일 친환경 미술관 마켓 ‘MMCA 미술관 장터’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앞서 2019년, 2023년에도 열렸고 각각 하루 1만 명이 방문하는 미술관의 대표 행사가 됐다. 올해 행사는 서울관 야외마당에서 ‘더 예술적으로 더 지속가능하게’를 주제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반까지 열린다. 제철 농산물과 친환경 먹거리, 각종 수공예품과 디자인 제품, 예술 관련 서적, 굿즈와 커피 등이 판매된다. 이수지 그림책 작가의 ‘북토크’, 아티스트 듀오 김치앤칩스의 작품과 연계한 라이브 공연, 노르웨이 색소폰 연주자 벤디크 이스케의 공연도 열린다. 북토크 등 일부 행사는 28일 오후 2시부터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무료)을 받는다. 미술관 장터가 열리는 당일은 서울관 모든 전시가 무료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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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MMCA 미술관 장터’ 다음달 4일 개최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내달 4일 친환경 미술관 마켓 ‘MMCA 미술관 장터’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앞서 2019년, 2023년에도 열렸고 각각 하루 1만 명이 방문하는 미술관의 대표 행사가 됐다. 올해 행사는 서울관 야외마당에서 ‘더 예술적으로 더 지속가능하게’를 주제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반까지 열린다. 제출 농산물과 친환경 먹거리, 각종 수공예품과 디자인 제품, 예술 관련 서적, 굿즈와 커피 등이 판매된다. 이수지 그림책 작가의 ‘북토크’, 아티스트 듀오 김치앤칩스의 작품과 연계한 라이브 공연, 노르웨이 색소폰 연주자 벤딕 이스케의 공연도 열린다. 북토크 등 일부 행사는 28일 오후 2시부터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무료)을 받는다. 미술관 장터가 열리는 당일은 서울관 모든 전시가 무료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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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D-전광판 등으로 빚어낸 일상 속 감정

    사람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요즘엔 화질이 낮은 카메라나 고장 난 텔레비전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풍긴다.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해체하거나 저화질 전광판을 이용해 일상 속 감정을 표현한 김덕희의 신작이 14일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에서 공개됐다. 이번 개인전 ‘사과와 달’은 설치 작품인 움브라(2024년)와 전광판을 이용한 연작 ‘부분 일식’(2024년), 파라핀을 사용한 설치 작품 ‘밤이 밤에게’(2024년)를 선보인다. 전시의 메인 작품인 ‘움브라’는 LED 디스플레이 화면의 전구들을 하나하나 분리했다. 전구를 연결하던 전선들은 마치 머리카락처럼 늘어져 있고, 그 끝의 전구들은 별처럼 반짝인다. 작가의 일상을 담거나, 마음에 다가온 영상을 편집한 4개의 화면이 서로 섞여 들며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분 일식’은 화질이 낮아서 입자가 큰 전광판의 불빛이 아름답다고 느낀 데서 착안했다. 흑백 화면에는 밤하늘의 우주 같은 이미지가 그려져 있고, 그 사이로 일상 속 영상들이 희미하게 움직인다. 갤러리 관계자는 “뉴턴이 사과에서 달을 떠올린 것처럼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오가는 작품 속 메시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9월 14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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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엔 미술작품, 지하에선 티켓 판매… 불황에도 꾸준히 수익 내며 전시 가능”

    ‘리얼 뱅크시’전으로 지하 전시 공간의 문을 열었던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 서울’의 지상층 갤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라운드 서울은 22일 갤러리 개관전 ‘무브, 사운드, 이미지(move, sound, image)’를 열었다. 웨민쥔, 이강소, 이용백, 신상호, 김기라, 윌리엄 대럴 등 국내외 작가 17명의 작품 170여 점을 선보인다. ‘그라운드 서울’은 인사동 한가운데에 지하 4층, 지상 5층 총 9개 층에 전체면적 5000㎡인 대형 공간이다. 지하는 티켓을 판매하는 기획 전시로, 지상은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인데, 중국과 인도 현대미술 전문가로 알려진 윤재갑 큐레이터가 관장을 맡아 눈길을 끈다. 20일 만난 윤 관장은 “제가 큐레이터로서 진심으로 좋다고 여기는 작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 시장이 침체 분위기인 가운데 인사동에 큰 갤러리 공간을 열게 된 것에 대해 윤 관장은 “경복궁과 광화문 등 상징적인 문화유산이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 거리로 이어지는 곳이기에 한국 문화의 원형을 보여주기에는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아 갤러리에서 그림 판매가 저조하더라도, 지하층의 기획 전시에서 티켓 판매로 수익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과거 ‘아라아트센터’로 쓰였던 그라운드 서울 건물은 전시를 위해 설계돼 작품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여러 시설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미술품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티켓 판매 기획전은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언제든 승산이 있어 보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상층의 4개 층 중 주 전시장은 2, 3층으로 1년에 4회 정도 전시를 열 예정이다. 윤 관장은 “국내외 중요한 큐레이터를 초청해 기획 전시를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며 “4층은 젊은 작가 위주로 두 달에 한 번 정도 개인전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술 작품이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하려면 결국 미술관에 소장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최대한 충족시키려 한다”고 했다. 주목하는 작가로는 이강소와 신상호를 꼽았다. 그는 “이전까지 미술 시장에서 단색화가 주목받았지만 학술적인 뒷받침이 허약했다”며 “이강소 작가의 경우 단색화로 지칭되기를 거부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상호는 현대 도자 조각의 문을 연 작가로 평가했다. 이 밖에 윤 관장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작업하는 과정을 지켜본 작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라운드 서울 갤러리 개관전은 12월 8일까지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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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록버스터 전시와 갤러리 시너지 낼 것”

    ‘리얼 뱅크시’전으로 지하 전시 공간의 문을 열었던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 서울’의 지상층 갤러리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라운드 서울은 22일 갤러리 개관전 ‘move, sound, image’를 열었다. 유에민쥔, 이강소, 이용백, 신상호, 김기라, 윌리암 데럴 등 국내외 작가 17명의 작품 170여 점을 선보인다. ‘그라운드 서울’은 인사동 한 가운데에 지하 4층, 지상 5층 총 9개 층에 전체면적 5000㎡인 대형 공간이다. 이곳을 지하는 티켓을 판매하는 기획 전시로, 지상은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로 활용한다는 구상인데, 중국과 인도 현대미술 전문가로 알려진 윤재갑 큐레이터가 관장을 맡아 눈길을 끈다. 20일 만난 윤 관장은 “제가 큐레이터로서 진심으로 좋다고 여기는 작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 시장이 침체 분위기인 가운데 인사동에 큰 갤러리 공간을 열게 된 것에 대해 윤 관장은 “경복궁과 광화문 등 상징적인 문화유산이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 거리로 이어지는 곳이기에 한국 문화의 원형을 보여주기에는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아 갤러리에서 그림 판매가 저조하더라도, 지하층의 기획 전시에서 티켓 판매로 수익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과거 ‘아라아트센터’로 쓰였던 그라운드 서울 건물은 전시를 위해 설계돼 작품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여러 시설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미술품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티켓 판매 기획전은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언제든 승산이 있어 보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상층의 4개 층 중 주 전시장은 2, 3층으로 1년에 4회 정도 전시를 열 예정이다. 윤 관장은 “국내외 중요한 큐레이터를 초청해 기획 전시를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며 “4층은 젊은 작가를 위주로 두 달에 한 번 정도 개인전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술 작품이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하려면 결국 미술관에 소장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최대한 충족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또 주목하는 작가로 이강소와 신상호를 꼽았다. 그는 “이전까지 미술 시장에서 단색화가 주목받았지만, 학술적인 뒷받침이 허약했다”며 “이강소 작가의 경우 단색화로 지칭되기를 거부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상호는 현대 도자 조각의 문을 연 작가로 평가했다. 이밖에 윤 관장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작업하는 과정을 지켜본 작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라운드 서울 갤러리 개관전은 12월 8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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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서 서방 망명’ 라술로프, 부산영화제 심사 맡아

    이란 정부의 탄압으로 최근 서방에 망명한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사진)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심사위원장에 선임됐다. 20일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아시아 영화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라술로프 감독 등 5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라술로프 감독은 여러 권위 있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지만, 이란에서는 반체제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작품이 상영 금지됐다. 그는 영화 ‘집념의 남자’로 2017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은 뒤 여권을 압수당했다. 이어 이란의 사형 제도를 다룬 영화 ‘사탄은 없다’로 2020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지만 이란 정부에 의해 영화제 참석을 금지당했다. 2022년에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 완성을 앞두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음모를 모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아 칸 영화제 기간 유럽으로 망명했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202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뉴 커런츠’는 아시아 영화계 신인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을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경쟁부문이다. 라술로프 감독과 함께 선임된 심사위원은 이명세 감독, 배우 저우둥위(중국), 카니 쿠스루티(인도), 바냐 칼루제르치치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네덜란드)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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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용적인 대안을 찾아서”… 더 깊어진 ‘예술의 바다’

    화가 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지는 그림 앞에 쌀 포대가 놓여 있다. 스피커에서는 시위 현장에서 부르는 듯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정치·사회적 불안과 직결됐던 인도네시아의 쌀값 폭등 문제를 다룬 예술 그룹 타링 파디의 작품 ‘메메디 사와/허수아비’가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 설치됐다. 이 작품을 마주 보는 벽면은 윤석남의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 시리즈로 가득하다. 조선시대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을 보고 채색화를 공부한 윤석남은 여성 독립운동가 63명의 초상을 그렸다. 윤석남과 타링 파디의 작품은 시대적 배경도 국가도 다르지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항의하는 모습을 뜨겁게 그린다. 해방을 꿈꾸면서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대안으로 제시한 2024 부산 비엔날레 ‘어둠에서 보기’가 17일 개막했다. 전시는 18세기 마다가스카르 연안을 오간 해적들 사이에서 형성됐던 자치 사회와 불교의 도량(度量)에서 영감을 얻었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 상황에 따라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해적 사회의 유연함, 공동체를 존중하는 불교의 포용성을 중심 주제로 32개국 62작가(팀)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 부산근현대역사관, 한성1918, 초량재 등 4개 장소에서 펼쳐지는데, 부산현대미술관이 가장 밀도가 높다. 송천 스님의 불화인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와 난파선을 연상케 하는 정유진의 ‘망망대해로’가 입구에 대규모로 설치돼 각각 불교와 해적이라는 전시 주제를 대표한다. 윤석남과 타링 파디의 작품이 마주 보듯, 서로 비교해 볼 작품이 함께 배치된 공간이 여럿 등장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신학철과 불교 및 서구 문화가 혼재된 캄보디아의 일상을 그린 티안리 추의 회화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일본 작가 요코 데라우치와 태국 작가 프랏차야 핀통의 설치 작품도 그렇다. 한국 작가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의 비엔날레에서 보기 힘들었던 동남아시아 작가들이 대거 조명된 것도 특징이다. 정치, 사회 문제를 적극 끌어들여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 많다. 냉전 이후 제3세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국제회의인 ‘반둥 회의’를 주제로 한 전시를 독일에서 선보인 바 있는 베라 메이, 필리프 피로트 두 예술 감독은 이번 전시에서도 식민주의와 냉전 체제의 잔재를 벗어날 대안을 모색해 간다. 두 감독은 “‘빛’을 중심으로 사고했던 유럽 계몽주의를 벗어나 깊은 어둠 속에서 포용적인 대안을 찾고자 했다”고 밝혔다. 10월 20일까지.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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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약에, 주머니 속에 집을 넣어 갈 수 있다면?

    “1997년 서도호 작가(사진)가 ‘한옥을 천으로 떠서 미국에 가져가고 싶다’고 했을 때 ‘그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그때도 지금도 서도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가입니다.” 아트선재에서 21년 만에 서도호의 두 번째 개인전을 선보이는 김선정 예술감독이 말했다. 김 감독은 당시 일본 시세이도 갤러리 그룹전 ‘아시아 산보’의 큐레이팅을 맡으면서 대학원생이자 젊은 작가였던 서도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때만 해도 의구심을 가졌던 작가의 구상은 2년 뒤 대표작 ‘서울집/L.A.집’을 비롯한 연작으로 태어났다. 김 감독은 “큐레이터는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실무를 맡아야 하기에 예술가의 제안에도 현실적 제약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면서 “주변에서 의심할 때도 작가가 포기하지 않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서도호의 머릿속 상상들을 펼쳐낸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가 17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전관에서 개막했다.● 천으로 만든 집, 그 뒤의 생각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서도호는 2000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 그룹전을 시작으로 휘트니미술관, 영국 헤이워드갤러리 등에서 활발히 조명돼 왔다. 내년에는 영국 테이트 모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어릴 적부터 살았던 한옥을 비롯한 ‘집’을 천으로 제작한 설치 작품이다. 그런데 이번 개인전은 이러한 대표작은 배제했다. 가장 익숙한 데다 ‘인증사진’을 찍기에도 좋아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작품임을 감안하면 과감한 선택이다. 대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작가의 생각을 담은 기록과 스케치, 모형이 전시장을 채웠다. 덕분에 작품의 배경에 깔린 생각과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서도호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제 작품 대부분은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는 사변적 사유로 전개된다”며 “2003년경부터 그런 아이디어를 스케치북에 시각화했고 그것들이 하나둘씩 모여 이번 전시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영국 리버풀의 두 건물 사이에 처박힌 한옥,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정원을 화물칸에 싣고 미국을 횡단하는 트럭, 미국 대학 건물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가정집 등의 모형이 등장한다.● 완벽한 집은 어디에 있을까 전시장 2층에 있는 ‘스페이스1’에서는 이런 사변적 사유의 과정을 담은 ‘스페큘레이션스’ 연작을 볼 수 있다. 관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더그라운드(1층)의 ‘완벽한 집: 다리 프로젝트’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살았던 작가가 2010∼2012년에 두 도시의 중간 지점에 ‘완벽한 집’을 상상하며 여러 가능성을 전문가와 협업해 상상해 보았는데, 이번엔 뉴욕 서울 런던 사이 북극에 만들어질 완벽한 집에 관한 여러 가설들을 전시했다. 북극의 척박한 기후부터 이동 수단, 국경까지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할 방법을 고민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런 어려운 과정들은 ‘완벽한 집’은 불가능하다는 체념을 극복하려는 희망과 긍정적 태도를 심어준다. 마지막 ‘스페이스2’(3층)에서는 재개발로 사라지는 공동주택단지를 느리게 기록한 영상 작품 ‘동인아파트’(2022년)와 ‘로빈 후드 가든, 울모어 스트리트, 런던 E14 0HG’(2018년)를 통해 상상의 고삐를 쥐는 현실을 조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11월 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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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무심코 지나친 일상, 시인의 눈길 닿으면

    강릉 바다 근처에서 적산가옥을 보다 ‘적산’의 뜻이 궁금해 사전을 찾아본 저자는 놀란다. 적산의 ‘적’은 붉을 적도 쌓을 적도 아닌, 적(敵), 산(産). 적의 재산이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적’이라는 적대적인 단어에 담긴 투박함, 무거움, 역사, 증오가 다가오며 적산가옥은 낯설게 느껴진다. “감정도 이해도 기분도 없이 발가벗겨 보여주는 말의 뜻” 때문에 이따금 사전을 찾아보다 진심으로 상처를 받는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말을 다루는 시인인 저자는 이렇게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순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글로 풀어낸다. 누구에게나 매일 주어지는 ‘새벽’, 마음을 보내는 ‘편지’, 혹은 ‘불면’과 ‘숙면’ 등의 단어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상 깊은 것은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나 반려 고양이인 ‘당주’, 젊은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의 일화 등 시인의 개인적 이야기들이다. 당주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며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다가도, 동물들이 말을 해서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엉뚱한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고양이가 “나는 왜 맨날 싸구려 사료를 먹어야 하지?”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을 하라”라고 한다거나 산책을 못 한 개가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투덜대며 인간과의 불화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다. 오랜 기간 아팠던 아버지에 대해서는 짧은 단어 몇 개로 말하고 넘어가 버리고 만다. 작가는 “아버지의 투병기로 장편소설 세 권은 쓸 수 있다”면서도 “지독한 시간을 보낸 사람은 ‘축약하는 버릇’으로 자신을 보호”한다고 말한다. 어느 날 거울로 보이는 자신의 흰머리 한 가닥을 보고는 “삶이 내게 준 한 가닥 스크래치!”라고 외마디 내지르는 저자만의 유쾌함은 인생에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아픔을 버텨내는 힘이다. 책 속 글들은 ‘다락방에서 생각하기’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먼저 연재가 됐다. 세상과 떨어진 채 아늑한 장소에 있다고 상상하며 써 내려간 글들로, 바쁘고 혼란한 일상에 잠시 멈추고 마음을 돌볼 계기를 마련해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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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광복절에 기미가요-기모노 내보냈다 사과

    KBS가 광복절인 15일 새벽 일본 국가와 전통 복식이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사진)을 방송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사과했다. KBS1의 공연예술 녹화중계 프로그램인 ‘KBS 중계석’은 15일 0시부터 약 80분 동안 6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상연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녹화본을 방영했다. 이 작품은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와 일본인 여자의 사랑을 그리는데, 결혼식 장면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되고 배우들은 기모노를 입고 나온다. 해당 방송이 광복절 새벽에 방영되자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비판글이 올라와 1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고, KBS 시청자 상담실 게시판엔 항의글 4000여 건이 게시됐다. KBS는 같은 날 오전 11시경 입장문을 내 “‘나비부인’은 ‘오페라 페스티벌’ 시리즈 일환으로 7월 말 방송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려 광복절 새벽에 방송하게 됐다”면서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켜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16일 0시 20분 방송 예정이던 ‘나비부인 2부’는 취소됐다. 이와 별도로 15일 오전 ‘KBS 뉴스 930’ 프로그램은 일기예보 중 태극기 그래픽을 좌우가 뒤집힌 상태로 송출해 논란을 빚었고, 이후 오류를 수정하고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광복절 0시에 ‘기미가요’를 튼 KBS는 친일 정권에 순국선열을 조롱하는 ‘공물’을 바쳤다”며 “광복절과 독립 정신, 대한민국과 국민을 향한 의도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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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가 황수연 개인展 ‘파스텔, 총알…’ 21일 개막

    조각가 황수연의 개인전 ‘파스텔, 총알, 아름다운 손가락들’이 21일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에서 개막한다. 황수연은 종이, 호일, 모래와 같은 재료를 오랫동안 탐구하고 그 특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작품을 해왔다. 이번에는 연필심인 흑연을 종이 위에 수없이 칠해 금속처럼 만든 연작 ‘작고 날카로운’을 선보인다. 작가는 “흉악 범죄에 관한 팟캐스트에서 피해자들의 신체가 ‘절단되고’, ‘구부러진다’는 등의 묘사를 들으며 분노를 느꼈다”며 “예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연약해 보이지만 날카로워 무기가 될 수 있는 조각으로 일종의 호신용 토템(신성한 상징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시 거처처럼 만들어진 컨테이너 공간 속에 날카로운 종이 연작을 전시했다. 전시에 맞춰 출간된 책 ‘이름’에서는 종이 작품들의 뒷면도 볼 수 있다. 다음 달 2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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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혜인 개인전 ‘숨길’, 30일부터 갤러리 도올에서

    ‘먹는다는 것은 자연을 몸으로 받아들여 생명의 동력을 얻는 거룩한 행위다.’땅에서 나는 먹거리를 소재로 생명성을 탐구하는 작가 최혜인는 이렇게 말한다. 최혜인의 개인전 ‘숨길 The Path of Breath’이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2일(추석 당일 17일 휴관)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 도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생명의 필수 조건인 ‘숨’과 함께 숨이 지나는 길인 ‘숨길’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자연의 숨길이라고 볼 수 있는 절기를 통해 그물망처럼 얽혀 공생하는 생명과 그 변화를 다양한 재료로 표현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 대지의 생명수가 내리는 곡우, 해가 가장 긴 하지, 그리고 달이 가장 긴 동지 등 대자연의 들숨과 날숨이 만들어 낸 절기에 맞춰 그 숨의 길가에 자리한 곡식과 채소들의 풍경이 화폭 위에서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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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근 ‘유동’ 등 韓 미술품 10점 크리스티 경매

    경매사 크리스티는 다음 달 뉴욕 경매에서 박수근의 작품과 백자 청화 등 한국 미술품 10점을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경매에 앞서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크리스티 코리아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프리뷰를 열고 주요 출품작인 박수근의 ‘유동(遊童)’과 조선시대 ‘백자청화시명산수문호’를 먼저 공개한다. ‘유동’은 1960년 작으로 6·25전쟁 이후의 힘들었던 시기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백하고 따듯하게 표현했으며, 박수근 특유의 시골 담벼락 같은 화강암 재질과 색감이 특징이다. 추정가는 25만∼35만 달러(약 3억4000만∼4억8000만 원). ‘백자청화시명산수문호’는 조선시대 18세기 도자기로 높이는 35.5cm다. 측면 네 곳에 소상팔경(중국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만나는 곳의 풍경) 중 네 장면이 원형으로 그려졌고, 그 사이 시문이 적혀 있다. 추정가는 35만∼40만 달러(약 4억8000만∼5억4000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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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간송미술관 개관 특별展, 내달 3일부터 미인도 등 전시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 기념 국보·보물 특별전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의 온라인 예매를 16일 오전 10시부터 인터파크에서 시작한다. 9월 3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와 월하정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국보·보물급 지정문화유산 40건 97점, 간송 유품 26건 60점 등 총 66건 157점이 전시된다. 16일 시작되는 예매는 9월 3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관람분에 한한다. 향후 5차에 걸쳐 2∼3주 기간 단위의 예매가 진행된다. 관람료는 성인 1만 원, 어린이 및 청소년(8∼19세) 5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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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리서 본 파도, 다가가니 사람의 물결

    멀리서 보면 캔버스 위에 파도가 덮친 듯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가까이 가서 보면 세밀하게 붓을 움직여 만든 사람들의 형상이 보인다. 어린 시절을 미국 알래스카주 해안에서 보내고, 학비를 벌기 위해 500t급 선박 항해사 면허를 따 선원으로 일했던 작가 카일리 매닝(41)은 자신이 나고 자란 바다와 그에 얽힌 기억을 그림으로 남긴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 ‘황해’가 9일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에서 개막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바닷가에서 자랐고, 가족들이 서핑을 즐기며, 어업에 종사하면서 학비를 댔기 때문에 바다는 나에게 아주 친밀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오고 가며 남는 본질적인 것을 작품에서 다루고자 하는데, 서해의 조수 간만의 차가 9m에 달한다는 사실이 인상 깊어 전시 제목을 ‘황해’라고 정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최근 작품 20여 점을 볼 수 있다. 특히 얇은 실크에 그려 전시장 한가운데 매단 대형 회화 3점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부모님이 예술 교사여서 어릴 때부터 미술 작품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한국인 관객과도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눈을 감고 실크 천 사이를 오고 가며 자연스럽게 감각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크 회화들은 폭이 5.5m인데, 그 사이를 잘라 그림의 한가운데를 관객이 걸어서 지나갈 수 있다. 그는 “그림의 높이가 7m인데 나무가 태양으로 뻗어 나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싶었다”며 “그림을 매다는 구조물은 미술관 천장의 아치형 벽과 어울리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이즈는 매우 커서 시끄러운 것 같지만 얇은 실크 천으로 돼 있기에 하늘거리고 고요한 느낌도 난다”며 “서로 다른 감각이 어우러지도록 연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구체적인 상황을 생각하지만 그것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하려고 노력한다”며 “보는 관객이 자유롭게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림 속 인물들이 편안한 자세에 있는 것처럼 보이려 표현한다는 설명은 덧붙였다. 작가는 “내가 현실에서 보는 여러 사람은 훨씬 더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며 “여러 인물이 한 가족처럼 바다에 함께 머무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1월 10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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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군화가 천경자, 베트남戰서 그린 ‘꽃과 병사와 포성’ 첫 공개

    전투 헬기와 탱크, 총성이 오가는 전장이지만 야자수 나무가 울창한 숲과 꽃이 캔버스를 가득 채운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었던 1972년 정부는 화가 10명을 선발해 베트남으로 보내 전장을 기록하도록 했다. 그중 한 명이자 유일한 여성 작가였던 천경자(1924∼2015·사진)가 남긴 그림 ‘꽃과 병사와 포성’(1972년)이다. 국방부가 소장하고 있었던 이 작품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에서 8일 개막한 전시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을 통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정부 의뢰로 베트남전 기록화 그려 ‘꽃과 병사와 포성’은 폭 185cm, 높이 284cm로 천경자 작품 중에서 손꼽히는 대작이다. 독특한 것은 다소 낭만적으로 보이는 그림의 내용이다. 전시장에서 함께 볼 수 있는 ‘헬기 수송작전’ ‘매복작전’ 등의 스케치는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캔버스 회화는 풍경의 존재감이 더 크다. 한희진 학예연구사는 “작가가 전쟁 현장보다 ‘꽃’이라는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더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천경자가 베트남전쟁 현장에 갈 수 있었던 것은 문화공보부가 1972년 6월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이마동을 단장으로 김기창 등 10명에게 전쟁 기록화를 의뢰했기 때문이었다. 화가들은 약 20일간 베트남에 머물며 스케치했고 돌아온 뒤 전쟁을 기록한 작품을 남겼다. 천경자는 ‘꽃과 병사와 포성’과 ‘목적’ 등 두 점을 그려 200만 원을 받았다. 덕분에 당시 좋지 않았던 경제 사정이 나아져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이 전시된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전은 천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여성 동양화가 23인의 작품 세계를 함께 조명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작품과 작가의 삶에 녹아 있는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 짚는다. 천경자가 1950년대에 옷감집을 구경하는 자신을 그린 ‘옷감집 나들이’도 이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개인 소장가가 갖고 있던 작품으로 여러 옷감을 구경하는 작가의 옆모습이 보이고, 옆 검은 우산을 쓴 인물은 함께 나들이를 갔던 작가의 어머니라고 한다. 11월 17일까지.● 중남미 등 풍경 담은 ‘기행 회화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에서는 천경자 컬렉션 상설전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가 6일 개막했다. 이곳에서는 1998년 천경자 화백이 서울시에 기증한 작품을 2002년부터 선보여 왔다. ‘천경자의 혼’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에 이어 10년 만에 재단장한 전시로 회화, 드로잉 등 30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천경자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남긴 ‘기행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채색화와 여인상으로 구성한 ‘환상과 정한의 세계’, 기행 회화를 담은 ‘꿈과 바람의 여로’, 해외 문학과 공연 등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 ‘예술과 낭만’, 작가가 저술한 수필집을 정리한 ‘자유로운 여자’ 등 4개 부문으로 이뤄졌다. 중남미를 여행하며 잉카문명의 발상지인 쿠스코를 방문해서 라마를 그린 ‘구스코’(1979년), 1989년 카리브해 연안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났을 때 그린 ‘자마이카의 고약한 여인’(1989년) 등 이국적인 지역을 방문한 작품부터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배경인 ‘폭풍의 언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저자 마거릿 미첼 생가에 직접 가서 그린 문학적 작품들도 볼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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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선시대에도 사교육 열풍-입시 비리 있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겨우 말을 가리면 글을 가르치며, 사모하는 것은 과거 급제요 바라는 것은 부귀입니다. 학문하는 도리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떼 지어 웃고 헐뜯습니다.” 조기교육, 선행학습 등 현대 사회의 사교육 세태를 떠올리게 하는 이 글은 16세기 조선 시대 인종에게 과도한 교육열을 고발한 내용이다. 교육은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지기에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실에서는 부와 명예, 권력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의 존재감이 더 클 때가 있다. 500년 전인 조선 시대에도 ‘입시 지옥’의 천태만상이 펼쳐졌다. 조선왕조실록 같은 공식 기록부터 퇴계 이황의 편지, 다산 정약용 문집 등 여러 사료를 토대로 한 책은 조선 시대 교육관과 과거 제도부터 설명한다. 조선 시대는 신분제 사회였지만 양반이라도 과거에 급제해 벼슬을 얻지 못하면 존중은 물론이고 먹고살 길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를 위해 1000권 이상의 책을 암기하고, 글 실력과 필체까지 가다듬어야 했으니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20∼30년이 걸렸다. 이런 바탕에서 사교육 열풍이 불었고, 교육 과정 또한 부정행위 및 입시 비리로 문란해지기 일쑤였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들의 학업 성취도를 묻고 공부를 재촉하는 편지를 보냈고, 제자들에겐 진정한 학문의 길을 걸으라 설교했던 이황도 아들에겐 어떻게든 과거에 급제하라 성화를 부렸다. 사도세자를 미치게 만든 영조처럼 욕심 때문에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도 있었다. 이들은 ‘싹을 뽑는 사람’이라는 뜻의 ‘알묘’라 불렸다. 조선 중기를 넘어 당쟁이 치열해졌을 땐 당파마다 세력을 불리기 위한 입시 비리가 만연했다. 숙종 때는 시험장에서 남인 유력자의 아들을 찾는 시험관에게 서인 아무개가 손을 들어 급제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숙종 때는 성균관 안과 밖을 연결하는 40m 대나무 관이 발견됐다. 문제지와 답안지를 남몰래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증거가 없어 미제 사건으로 남기도 했다. 이런 권력형 입시 비리는 조선 말기까지 이어졌다. 아니 불공정한 입시경쟁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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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혁명 혼란 속 탄생한 왕의 초상화[김민의 영감 한 스푼]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목이 잘린 채 등장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를 콩코르드 광장 단두대에서 처형한 프랑스 혁명. 200여 년 전인 1789년 일어난 일임에도 그 반응엔 여전히 온도 차가 남아 있는 급진적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왕과 왕비가 멀쩡히 살아 있었던 18세기 다른 국가에선 어땠을까요? 화가 난 시민들이 왕을 죽였다는 흉흉한 소식이 유럽으로 퍼지며 불안과 혼란을 조성했던 1800년, 스페인의 궁정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왕과 왕비 가족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이 그림에 대해 프라도 미술관 큐레이터 구드룬 마우레르와 나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풍자로 오해받은 그림 “로또 당첨된 졸부의 초상 같다.” 고야가 그린 ‘카를로스 4세 가족’에 관해 가장 유명한 한 줄 평입니다. 프랑스 시인 테오필 고티에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이 평을 인용했는데, 대부분이 고티에처럼 19세기 프랑스의 문화 예술인입니다. 마우레르는 이런 평가가 “지극히 프랑스 관점의 단편적 감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때 고야는 그가 젊은 시절부터 꿈꿨던 직책인 최고 궁정 화가가 됩니다. 이 직책을 받은 것은 벨라스케스 이후로 고야가 처음이었죠. 그만큼 최고의 실력을 갖췄음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말하자면 고야가 궁정 화가가 된 뒤 ‘고용주’인 왕과 그의 가족을 그린 첫 그림입니다. 그들을 풍자할 이유가 희박하죠. 또 연구에 따르면 초상화 속 가운데 서 있는 왕비는 실제로는 자녀 20여 명을 출산하며 건강이 나빠져 치아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림에서는 건강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죠. 그림을 직접 보면 첫인상에 ‘풍자는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인물들이 실제 크기로 그려진 데다 기울어진 태양 빛에 반사되는 각종 장신구가 반짝이도록 묘사된, 크고 아름다운 그림이기 때문입니다.완벽한 조화와 그렇지 않은 배경 그러나 단순히 왕족을 아름답게 그렸다고 이 작품이 프라도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마우레르는 “가족의 중심에 선 왕비가 구심점으로서 왕족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면서도 “배경의 그림들은 왕비가 이루는 중심점과 한 박자 어긋나게 배치되어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배경이 어긋나며 묘하게 불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이 그림을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림의 왼쪽 캔버스 뒤에 서 있는 인물이 고야인데, 이는 ‘시녀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입니다. 그런데 ‘시녀들’에서는 마르가리타 공주를 가운데에 두고 다른 인물부터 뒷배경까지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안정적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안정적인 ‘시녀들’의 구도를 고야는 과감히 버렸습니다. ‘카를로스 4세’에서는 인물 그룹의 구도는 안정적이지만 엇박자를 내는 배경의 그림, 햇빛이 만들어낸 그림자와 캔버스의 기울어진 선이 무언가 아스라이 사라질 것 같은, 황혼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우레르는 더 나아가 ‘가족들이 서 있는 공간의 옆 벽이 없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림 속 왕족들은 커다란 그림 두 점이 있는 벽 앞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이러한 모든 표현이 “왕족은 완벽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그렇지 않음을 묘사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영원한 군주 아닌 ‘지금’을 그리다 안정적이었던 왕족을 둘러싼 불안한 환경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프랑스 혁명이었습니다. 마우레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프랑스 왕을 시민들이 죽였다는 소식은 허리케인과도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벨라스케스의 시대처럼 왕을 그릴 수는 없었죠. 왕과 왕비도 영원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 의해 폐위될 수 있는 존재임을 세계가 깨달았으니까요. 고야 역시 이 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고야의 예술 세계를 보면 궁정 화가로서 공식적인 시각은 지키되 언제나 그 이면에 있는 다른 의미도 마음속 깊은 곳에 지켜 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식 초상화는 의뢰인의 마음에 쏙 들도록 그리면서,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혁명을 지지했던 스페인의 지식인, 계몽주의자들과도 가까이 지냈고 함께 책을 읽기도 했죠. 그 결과 왕족이 바라보는 세상과 도도한 시대의 흐름,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마우레르는 이것을 “영원한 군주가 아닌 ‘지금’을 그린 것, 그림 속에 근대적 개념인 ‘시간’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림 속 얼굴을 돌린 여자는 왕의 아들과 결혼하기로 예정된 마리아 안토니아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릴 시점엔 아직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고개를 돌린 모습으로 표현했죠. 어딘지 알 수 없는 그림 속 배경은 왕의 가족이 몇 시간 뒤면 어디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증폭시킵니다. 즉, 고야는 이 그림이 지금에만 유효하다는 일시적인 감정을 시각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완곡하지만 더 복잡하고 단단하게 남긴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 유럽의 분위기. 아름다운 환상 같은 왕족의 초상화에서 한번 감상해 보세요.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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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초상을, 초상이 당신을 ‘응시’

    검은 기둥과 조약돌 모양의 벤치가 진지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리움미술관 로비 한쪽 벽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있다. 이 스크린에서 2021년부터 영상 작품을 전시하는 ‘월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 공간을 위해 미술관 의뢰로 제작한 작품이 지난달 18일 공개됐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듀오 폴린 부드리, 레나테 로렌츠의 작품 ‘초상’이다. 영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미술관 내부 인테리어에 맞춰 검은 인조 가죽 커튼이 드리워진 공간을 무대로 한다. 여기에 작가들과 가깝게 교류해 온 안무가, 미술가, 음악가 등 8명이 한 명씩 차례로 등장해 카메라를 말없이 응시한다. 멈춰 있는 그림이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초상으로, 큰 화면에서 사람들의 얼굴 표정, 몸짓 등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관객은 스크린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이들과 ‘아이 컨택’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입고 있는 옷을 벗어 던지거나, 밝은 전구를 온몸에 두르고, 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각자의 개성을 표현한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제스처나 옷차림이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걸 말해줄 때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두 작가는 “섣부른 말로 누군가를 규정하려는 움직임에 저항하는 가능성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두 작가는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스위스관 대표 작가로 참여했는데, 이때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거꾸로 재생한 장면을 큰 화면에 담아 주목을 받았다. 리움미술관 관계자는 “두 작가는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을 제작해 왔고, 이런 배경에서 다양한 관객이 오고 가는 미술관 로비에 어울리는 작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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