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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지난달 30일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3시간 앞두고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 연방정부의 일부 업무가 중단되거나 공무원 임금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는 면한 것이다. 하지만 ‘전쟁 피로감’을 호소하는 야당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빠진 데다 이들이 임시예산안 처리에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다음 협상 시한인 11월 17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이날 제안한 임시예산안은 향후 45일간 정부 지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되 자당 내 반대가 많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61억5000만 달러·약 8조3300억 원)을 제외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재난 지원 예산(160억 달러·약 21조6800억 원)을 포함시켰다. 공화당이 제1당인 하원에서는 찬성 335표, 반대 91표로 가결됐고, 집권 민주당이 제1당인 상원에서는 찬성 88표, 반대 9표로 가결됐다. 최근 미 고금리 장기화와 유가 급등으로 불안한 세계 경제 속에 셧다운이란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매카시 하원의장과 공화당 온건파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 임시예산안 처리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향후 45일 동안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싸고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은 내홍 조짐마저 보인다.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이번 주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퇴 압박이 커지자 매카시 하원의장도 “우크라이나보다 미국 국경 이민정책 문제가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우리는 동맹국이나 미국 국민,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미국의 지원을 믿어도 된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며 “반대편에 있는 제 친구들(공화당)이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미국 서점가 최대 화제는 단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전기였다. 아마존에서 예약 구매를 하려고 봤더니 발매 이전부터 이미 베스트셀러였다. X(옛 트위터)에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고 투자설명회나 언론 인터뷰, 각종 포럼에 자주 등장하는 머스크에 대해 우리가 또 모르는 게 있을까? 기우(杞憂)였다. 막장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시청자 항의가 몰릴 것 같다. 특히 배우자에 가까운 여자친구의 대리모 임신 중에 회사 여성 임원에게 정자를 기증했다는 부분은 쇼킹했다. 그런 머스크가 자신의 스타링크(위성 인터넷)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좌우할 만한 힘을 갖게 됐으니 미 정치권이 기겁할 만하다. 미 주류 언론은 저자인 저널리스트 월터 아이작슨이 머스크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며 질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기가 화제인 이유는 광기 어린 한 천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이다. 전기차부터 우주선, 뇌신경과학, 인공지능(AI)까지 혁신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인류가 지구 밖 행성에서 문명을 지속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 대해서도 곱씹게 만든다. 문득 우리에게도 비전이나 자극을 주는 기업인들이 있나 생각해 봤다. 비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영감이나 현실 진단도 듣기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미래 산업의 한복판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글로벌 기업인들도 많지만 정작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는 드물다. 매년 신년사도 비슷하다. 내년에도 분명히 ‘전례 없는 불확실성’ ‘위기를 극복하는 기술과 혁신’ 등이 들어가지 않을까. 구체적으로 무슨 기술에 신념이 있는 것인지, 한국 경제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지,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는지 등에 대한 시각은 알 수 없다. 좀 더 알고자 열심히 취재해도 실명 대신 ‘재계 관계자’로 해달라고 한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만 해도 직접 반도체에 대한 신념을 토로했고,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인터뷰에는 “경제를 관치, 정치, 여론의 족쇄에서 해방해야 한다”는 직언도 쏟아냈다. 하지만 요즘 기업인들은 정부나 시민단체, 여론의 눈치 속에 침묵하거나 누가 들어도 좋은 말만 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잘못 말 했다가 세무조사를 비롯한 각종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외부 발언에 대한 공포’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 품격이나 완벽한 언행을 기대하는 점도 많은 이들을 숨게 만든다. 그래서 유명세가 자산인 정치인이나 유튜버 등 목청 큰 사람의 주장만 또렷이 들린다. 미국도 선동형 인물들의 ‘말말말’에 대한 피로감이 적지 않지만 여전히 월가나 실리콘밸리에서 할 말은 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두고 대놓고 비판했던 일, 이봉 쉬나르 파타고니아 창업자가 환경 문제로 현직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소송을 건 일도 놀라웠다. 심지어 얼마전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미국 진영)가 중국 급소를 쥐고 있다” “내 정체성은 미국인” 등이라고 거침없이 발언했다. 경제가 어려우면 어렵다, 좋으면 좋다는 말도 자칫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쉽게 하기 어려운 한국 기업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불확실성의 한복판에서 늘 혜안에 목말라 있다. 광기 어려도 좋으니 눈이 번쩍 뜨일 비전을 듣고 싶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29일 오전 8시 30분. 미국 뉴욕시 라과디아 공항으로 향하는 편도 4차선 도로 한 쪽 배수구에서 분수처럼 물이 샘솟기 시작했다.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탓에 물은 순식간에 불어났고 도로는 거의 잠겼다. 기자가 탄 택시를 비롯해 차들은 갓길 쪽으로 이동해 한 줄로 기어가듯 할 수밖에 없었다. 운전사 라치앗 씨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인근의 차들이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30분이 지나서야 휴대전화에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홍수 위험이 있으니 가급적 이동하지 말라’는 당국의 재난 경고 메시지가 왔다. 이미 대부분의 직장인, 초중고 학생들이 출근과 등교를 시작한 후였다. 이날 뉴욕시에서만 최소 150여 개 학교가 침수 피해를 겪었다. 그 사이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등 뉴욕시 곳곳의 지하철역과 도로가 침수됐다. 라과디아 공항의 터미널 A는 물이 들어차 전면 폐쇄됐다. 같은 날 오후 11시경 가까스로 문을 열었지만 일부 승객이 맨발로 침수 구역을 지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일대에도 하루 동안 203mm가 내렸다. 9월 기준으로는 1948년 이후 7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 9월로 기록됐다. 이로 인해 항공기 수백 편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역시 127mm의 비가 내린 맨해튼 센트럴파크 내 동물원에서는 바다사자 한 마리가 우리 밖 침수 지역으로 탈출했다가 붙잡혔다. 177mm의 폭우가 집중된 브루클린에서는 반지하 아파트, 식당들이 대거 침수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 외식기업 QB호스피탈리티의 토니 박 사장은 “브루클린 매장은 새 건물인데도 물이 가득 들어와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이날 낮 12시에야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자녀가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고등학교로 지하철 통학을 한다는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기록적 홍수라면서 왜 학교를 열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배수 체계 개선에 시간이 걸린다면 경고 체계라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뉴욕시의 배수 체계로는 시간당 1.75인치(40.8mm)의 비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시간당 2인치 이상이 지속적으로 내려 하루 200mm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것이 곳곳에서 침수 피해를 키웠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같은 달 30일 “불행히도 폭우가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손가락 5개로 야무지게 플라스틱 블록을 잡아 색깔별로 상자에 분류하는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사람이 나타나 상자에서 블록을 꺼내자 침착하게 블록을 다시 상자로 집어넣는다. 블록 정리가 끝나자 스트레칭 타임이 이어진다. 왼발로 중심을 잡고 오른발을 접어 왼 무릎에 갖다 댄 채 두 손을 가슴 앞으로 합장한다. 입에서 ‘나마스테’(‘안녕하세요’란 뜻의 인도·네팔어)가 나올 법한 요가 동작이다. 24일(현지 시간) 공개된 테슬라의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처음 공개됐을 땐 걷기조차 힘들어 보였던 옵티머스가 1년 새 사람을 닮은 로봇으로 진화한 것이다. 한 발로 서는 균형 감각, 사람의 손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섬세함, 돌발 상황에도 과제를 완수하는 적응력까지 갖춰 세상을 놀라게 했다. ● 요가하고 생각하는 로봇영상으로 공개된 테슬라의 옵티머스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워 일각에선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왔다. 영상을 본 AI 전문가들은 “이미 AI 기술로 가능한 영역”이라며 일상 업무를 수행할 만큼 AI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사람의 관절 움직임을 빼닮은 몸동작은 카메라 센서로 사람의 행동을 모방해 자체 AI 신경망으로 팔다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미세하게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가 옵티머스의 요가하는 모습을 내세운 것도 AI를 통한 로봇공학 발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는 (수집한) 영상 이미지를 바탕으로 탑재된 신경망을 통해 스스로 훈련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팔과 다리를 스스로 계산해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짐 팬 엔비디아 AI 연구원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업계 선두주자)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은 단순한 집게 스타일 손만 가지고 있지만 테슬라 옵티머스는 양손잡이에 다섯 손가락이라 일상 작업에 훨씬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옵티머스가 사람의 방해에도 이미지 센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작업을 지속한 것은 테슬라 자율주행에 도입된 신경망과 같은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대형 언어모델(LLM)과 결합한 생각하는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올 7월 이전 버전보다 추론에 더욱 강한 로봇 RT-2를 선보였다. ‘멸종된 동물을 집어보라’는 명령을 받으면 카메라 센서로 자기 앞에 놓인 장난감들을 살펴본 뒤 공룡을 집어 드는 식이다. ‘못을 박고 싶은데 여기 물건 중 망치 대신 쓸 만한 게 있을까’라고 물으면 ‘바위’라며 돌덩이를 집기도 한다.● 머스크 “미래엔 로봇이 사람보다 많아져”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거나 집사, 가사도우미, 인간의 동반자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테슬라 ‘AI 데이’에서는 이 로봇의 가격이 향후 3∼5년 이내에 2만 달러(약 2700만 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옵티머스가 상용화되면 연봉 3000만 원으로 휴가 없이 일하는 ‘로봇 노동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미 클라우드 기업 박스의 에런 레비 CEO는 X에 “상업용 AI 로봇은 테슬라에 엄청나게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팬데믹 이후 인력 기근이 이어지는 미국에선 로봇만 근무하는 커피숍, 로봇이 운반하는 물류창고 등 로봇 활용이 높아지는 추세다. 뉴욕시에선 야간 순찰 로봇까지 등장했다.사람과 유사한 휴머노이드도 올해 양산이 시작된다. 미 로봇기업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최근 오리건주에 연간 최대 1만 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설을 마치고 곧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투자자 데이’에서 “미래 사회에선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비율이 일대일을 넘어설 것이다. 그런 미래에 어떤 경제가 펼쳐질지 지금은 알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챗GPT, 오늘 저녁 뭘 해먹을까?” 앞으로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각종 식료품 사진을 찍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보내 함께 식단을 상의할 수 있게 된다. 문자 기반인 챗GPT에 보고 듣고 말하는 기능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챗GPT가 냉장고 식료품을 분석해 메뉴를 제안하면 요리법을 물어볼 수도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25일(현지 시간) 챗GPT와 음성으로 대화하고 이미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새롭게 추가한다고 밝혔다. 약 2주 안에 월 20달러의 유료 회원이 먼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오픈AI는 “여행 중에 찍은 명소 사진을 놓고 챗GPT와 실시간 대화를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수학 문제를 사진 찍어 문제 풀이 실마리를 달라고 요청해 보라”고도 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주 구글과 아마존이 각각 자사 AI 서비스 ‘바드’와 ‘알렉사’에 대한 기술 업데이트를 발표한 직후 나온 것이다. 치열한 생성형 AI 서비스 경쟁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가 이날 공개한 실시간 대화 예시에 따르면 챗GPT는 잠 들기 전 듣고 싶은 이야기도 해준다. “래리라는 이름의 슈퍼두퍼(매우 멋진) 해바라기 고슴도치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들려줘”라고 말하면 그에 맞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 도중 “래리의 절친은 누구야”라고 물으면 역시 그에 맞춰 이야기를 바꾼다. 오픈AI는 문자를 말로 바꿔주는 ‘텍스트 음성 변화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전문 성우를 기용해 ‘주니퍼’ ‘엠버’ ‘스카이’ 같은 5개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사용자는 이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협력해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언어로 번역해 말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실상 눈, 귀, 입이 생긴 챗GPT가 딥페이크(사진 및 비디오를 합성해 인물의 발언이나 행동을 조작하는 기법)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오픈AI는 “실제 음성 몇 초만으로 사실적인 음성을 합성할 수 있는 기술 등은 악의적인 행위자가 공인을 사칭하거나 사기를 저지를 가능성과 같은 새로운 위험도 안고 있다”면서 “음성 인식 기능을 점진적으로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포럼에서 “(AI) 규제는 중요하며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면서 규제 부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격주간 잡지 뉴욕매거진은 올트먼 CEO를 미 정부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이끈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빗대 “우리 시대의 오펜하이머”라고 묘사했다. AI의 부작용 우려가 커지지만 AI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점에서 오펜하이머와 비견된다는 의미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손가락 5개로 야무지게 플라스틱 블록을 잡아 색깔별로 상자에 집어넣는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사람이 나타나 상자에서 블록을 꺼내자 침착하게 블록을 다시 상자로 집어넣는다. 블록 정리가 끝나자 스트레칭 타임이 이어진다. 왼발로 중심으로 잡고 오른발을 접어 왼 무릎에 갖다댄 채 두 손을 가슴 앞으로 합장한다. 입에서 ‘나마스테’(‘안녕하세요’란 뜻의 인도·네팔어)가 나올 법한 요가 동작이다. 24일(현지 시간) 공개된 테슬라의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처음 공개됐을 땐 걷기조차 힘들어 보였던 옵티머스가 1년 사이 사람을 닮은 로봇으로 진화한 것이다. 한 발로 서는 균형감각, 사람의 손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섬세함, 돌발 상황에도 과제를 완수하는 적응력까지 갖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로봇이 가사도우미로, 공장 근로자로 사람을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 요가하고 생각하는 로봇영상으로 공개된 테슬라 옵티머스의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워 일각에선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왔다. 영상을 본 AI 전문가들은 “이미 AI 기술로 가능한 영역”이라며 일상 업무를 수행할 만큼 AI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사람의 관절 움직임을 빼닮은 몸동작은 카메라 센서로 사람의 행동을 모방해 자체 AI 신경망으로 팔다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미세하게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가 옵티머스의 요가하는 모습을 내세운 것도 AI를 통한 로봇공학 발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테슬라는 “옵티머스는 (수집한) 영상 이미지를 바탕으로 탑재된 신경망을 통해 스스로 훈련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팔과 다리를 스스로 계산해 움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짐 팬 엔비디아 AI 연구원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업계 선두주자)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은 단순한 집게 스타일 손만 가지고 있지만 테슬라 옵티머스는 양손잡이에 다섯 손가락이라 일상 작업에 훨씬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옵티머스가 사람의 방해에도 이미지 센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작업을 지속한 것은 테슬라 자율주행에 도입된 신경망과 같은 구조라는 평가다. 구글은 대형 언어모델(LLM)과 결합한 생각하는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올 7월 이전 버전보다 추론에 더욱 강한 로봇 RT-2를 선보였다. ‘멸종된 동물을 집어보라’는 명령을 받으며 카메라 센서로 자기 앞에 놓인 장난감들을 살펴본 뒤, 공룡을 집어 드는 식이다. ‘못을 박고 싶은데 여기 물건 중 망치 대신 쓸만한 게 있을까’라고 물으면 ‘바위’라며 돌덩이를 집기도 한다.● 머스크 “미래엔 로봇이 사람보다 많아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거나 집사, 가사도우미, 인간의 동반자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테슬라 ‘AI 데이’에서는 이 로봇의 가격이 향후 3∼5년 이내에 2만 달러(2700만 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옵티머스가 상용화되면 연봉 3000만 원으로 휴가 없이 일하는 ‘로봇 노동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미 클라우드 기업 박스의 애런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X에 “상업용 AI 로봇은 테슬라에 엄청나게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팬데믹 이후 인력 기근이 이어지는 미국에선 로봇만 근무하는 커피숍, 로봇이 운반하는 물류창고 등 로봇 활용이 높아지는 추세다. 뉴욕시에선 야간 순찰 로봇까지 등장했다. 사람과 유사한 휴머노이드도 올해 양산이 시작된다. 미 로봇기업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최근 오레건주에 연간 최대 1만 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설을 마치고 곧 대량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투자자 데이’에서 “미래 사회에선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비율이 일 대 일을 넘어설 것이다. 그런 미래에 어떤 경제가 펼쳐질지 지금은 알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이른바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정책 기조를 보이자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긴축 장기화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40여 년 만의 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신호에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급등하고 증시는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세계 중앙은행 “더 높게 더 오래” 미 연준은 20일(현지 시간)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를 0.5%포인트 올려 내년에도 5%대 고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립금리(경제를 과열시키지 않는 금리 균형점)가 상승했을 수 있다”고 발언해 고금리 고착화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 날인 21일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하면서도 “충분히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긴축 장기화를 공식화했다. 이날 스웨덴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이 1.6%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앞서 14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은행(ECB) 총재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우리가 정점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없다”며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배제하지 않았다. 튀르키예, 대만 등도 긴축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장기화에 연대하는 배경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막바지에서 유가 상승을 비롯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을 비롯해 각국 경제가 고금리 상황을 버텨내고 있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압박을 덜 받게 되는 측면도 있다.● “긴축 장기화에 달러가 야수로 돌변” 내년 상반기(1∼6월)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공식화에 요동치는 모양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2분기(4∼6월) 전망에서 4분기(10∼12월)로 수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5%를 돌파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20일(―1.5%), 21일(―1.8%) 이틀 연속 떨어졌고, 인공지능(AI)으로 부활을 꿈꿨던 반도체 시장도 겨울이 더 길어질까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AI용 칩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21일 2.89% 하락했고, 최근 5일로 따지면 9.5% 급락했다. 일본과 중국이 ‘긴축 장기화’의 반대 지점에 있는 점도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이날 일본은행은 기록적 ‘엔저’ 현상에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엔저로 인해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5를 넘어서 6개월 사이 최고치를 넘은 상태다. 부동산 디폴트 위기 속 경기 둔화로 중국도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6월과 8월에 인하하며 ‘돈 풀기’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기록적 수준으로 낮아져 9월 LPR은 동결했지만 추가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일본 사이에 금리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시중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해 달러 가치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달러가 다시 야수로 돌변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 당국은 환율 개입에 나서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달러 가치 상승이 원자재 가격을 올리고 외채 부담을 증가시켜 경제적 충격을 줬던 2022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피는 전날 대비 0.27%(6.84포인트) 하락한 2,508.13에 거래를 마쳤다. 미 긴축 장기화 우려로 장 초반 한때 2,500 선을 밑돌았지만 이후 점차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대비 0.39%(3.33포인트) 내린 857.35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336.80으로 전날보다 2.90원(0.22%) 내렸다. 전날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던 국고채 장단기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876%로 전날보다 0.054%포인트 내렸고, 10년물 금리도 4.001%로 0.030%포인트 하락했다.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930%, 10년물 금리는 4.031%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이른바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정책 기조를 보이자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긴축 장기화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40여년만의 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신호에 국채 금리와 달러가치는 급등하고 증시는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 세계 중앙은행 “더 높게 더 오래” 미 연준은 20일(현지 시간)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데 이어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를 0.5%포인트 올려 내년에도 5%대 고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립금리(경제를 과열시키지 않는 금리 균형점)가 상승했을 수 있다”고 발언해 고금리의 고착화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날인 21일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하면서도 “충분히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긴축 장기화를 공식화 했다. 이날 스웨덴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이 1.6%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앞서 14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은행(ECB) 총재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우리가 정점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없다”며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배제하지 않았다. 튀르키예, 대만 등도 긴축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장기화에 연대하는 배경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막바지에서 유가 상승을 비롯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을 비롯해 각국 경제가 고금리 상황을 버텨내고 있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압박을 덜 받게 되는 측면도 있다. ● “긴축 장기화에 달러가 야수로 돌변”내년 상반기(1~6월)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공식화에 요동치는 모양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2분기(4~6월) 전망에서 4분기(10~12월)로 수정한 상태다.이에 따라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5%를 돌파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일 1.5%, 21일 1.8% 이틀 연속 떨어졌고, 인공지능(AI)으로 부활을 꿈꿨던 반도체 시장도 겨울이 더 길어질까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AI용 칩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21일 2.89% 하락했고, 최근 5일로 따지면 9.5% 급락했다. 일본과 중국이 ‘긴축 장기화’의 반대 지점에 있는 점도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이날 일본은행은 기록적 ‘엔저’ 현상에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엔저로 인해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5를 넘어서 6개월 사이 최고치를 넘은 상태다.부동산 디폴트 위기 속 경기 둔화로 중국도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6월과 8월에 인하하며 ‘돈풀기’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기록적 수준으로 낮아져 9월 LPR은 동결했지만 추가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일본 사이에 금리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시중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해 달러 가치는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달러가 다시 야수로 돌변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 당국은 환율 개입에 나서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달러 가치 상승이 원자재 가격을 올리고 외채 부담을 증가시켜 경제적 충격을 줬던 2022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피는 전날 대비 0.27%(6.84포인트) 하락한 2,508.13에 거래를 마쳤다. 미 긴축 장기화 우려로 장 초반 한때 2,500선을 밑돌았지만 이후 점차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대비 0.39%(3.33포인트) 내린 857.35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336.80으로 전날보다 2.90원(0.22%) 내렸다.이날 오전 기준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957%로 전날보다 0.002%포인트 올랐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4.053%로 0.022%포인트 상승했다. 전날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919%로 전날보다 0.011%포인트 내렸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히 미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와 유가 상승 등의 리스크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할 것임을 내비쳤다. 국내외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코스피도 급락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19, 20일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긴축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위원회는 이달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양적 긴축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지난달과 같은 최대 2.0%포인트다. FOMC 위원들의 연말 최종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6%(5.50∼5.75%)로 6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이는 11, 12월 두 차례 남은 FOMC 회의 중 최소 한 번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 미 연준은 내년 최종 금리 전망치를 5.1%(5.0∼5.25%)로 6월 전망치 4.6%에 비해 0.5%포인트 높게 잡아 5%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2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4.77포인트(1.75%) 내린 2,514.97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도 22.04포인트(2.50%) 내린 860.68에 장을 마쳤다. 강(强)달러가 예상되면서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6원 오른 1339.7원에 거래를 마쳤다.美연준, ‘더 높게 더 오래’ 고금리 시사… 한국경제 부담 더 커질듯 내년 최종 금리 5.1%로 제시… 6월 전망치보다 0.5%P 높여韓, 금리 인하기 부채 늘린 가계 고통고금리로 소비위축-금융 불안 우려추경호 “각별한 경계심 갖고 대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연준의 회의 다음 날인 21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와 원화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채권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정부도 강(强)달러 지속에 따른 국내 경제의 영향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美 5%대 고금리 내년 말까지 이어질 듯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 활동이 예상보다 강건하다”며 긴축 장기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은 이날 공개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긴축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내비쳤다. 연준은 연내 최종 금리 중간값은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5.6%(5.5∼5.75%)로 제시했지만 내년 최종 금리는 6월 전망치(4.6%)에 비해 0.5%포인트 높은 5.1%(5.0∼5.25%)로 내다봤다. 5%대 고금리가 최소 내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내년 금리 전망치를 높인 이유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계속 제약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최근의 유가 상승도 우려스러운 리스크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인하할 때가 오면 그때 알게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 내에서는 연준의 고금리가 장기화되는 것을 넘어 이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관계자들의 논평을 볼 때 금리가 끝없이 더 높은 수준에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연준의 긴축 장기화 시사에 이날 뉴욕증시는 나스닥지수가 1.5% 하락했고,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빚 부담 가중, 경기 회복 타격 미국이 긴축 장기화로 가닥을 잡으면서 한국 경제도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 금리 인하기에 부채를 크게 늘린 가계의 고통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6월 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1862조8000억 원에 달한다. 올 2분기(4∼6월)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7%로 스위스, 호주,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소비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3.4% 줄어 2020년 7월(―4.6%)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이는 등 이미 소비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기업들의 원리금 부담이 높아지는 데다,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수요가 줄면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다. 실제로 고금리 여파로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전달보다 81.9% 급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긴축 장기화 여파로 국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더뎌질 수 있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한은은 올 2월부터 금리 동결을 유지했는데, 미국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 격차가 2.2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게 된다. 올해 강달러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가운데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을 초래하고, 환율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엔 막대한 가계부채와 경기 침체 우려가 부담이다. 정부는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올해 말 100조 원에 달하는 금융권 예금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고금리 수신 경쟁 자제에 나섰다. 예금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함께 높일 수밖에 없어서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지사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일(현지시간)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상’을 공동 수상했다. 구 회장은 이날 미 뉴욕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 행사에서 “아버지 구평회 회장에 이어 같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무역협회는 한국과 미국 기업을 잇는 최초의 민간 기구로 앞으로도 동반 성장과 번영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故) 구평회 명예회장도 1997년 무역협회장으로서 동일한 상을 받은 바 있다. 부자가 밴 플리트상을 수상한 것은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최태원 SK 회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켐프 미 조지아주 주지사는 “한국과 조지아주는 특별하다”며 “어제도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만났다”며 한국의 자동차 및 배터리 생산기지로서 조지아주가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밴 플리트상은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1957년 코리아 소사이어티를 창립한 고(故)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한 상으로 한미협력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꼽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동결을 밝혔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놨다. 특히 미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에 따라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를 올려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할 것임을 내비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19, 20일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 왔고 작년 초부터 금리를 총 5.25%포인트 올렸다”며 “긴축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위원회는 이달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양적긴축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6번 열린 FOMC 정례회에서 6월 회의에 이은 두 번째 금리 동결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국과 금리 격차를 최대 2.0%포인트로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며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가운데 “예상보다 강력한 미 경제활동이 연준이 더 할일을 해야하는 주요 이유”라며 긴축 장기화를 시사했다. ●“연내 추가 인상-내년 인하폭 축소”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단행할 것은 이미 유력하게 전망돼 왔다. 최근 유가 상승과 미국 자동차 파업, 정부 셧다운 우려 속에서 FOMC 위원들의 금리 정책 경로를 종합한 경제전망요약(SEP) 상 점도표와 파월 기자회견이 관심사였다. 이날 공개된 연준 SEP는 상당히 매파적인 동시에 미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담겨 있었다. 월가에서 ‘강세적-매파적(Bullish-Hawkish)’란 반응이 나온 이유다. 시장 예상대로 연내 최종금리 중간값은 5.6%(5.5~5.75%)로 직전 전망치(5.6%) 수준을 유지했다. 19명 FOMC 위원 중 과반수인 12명이 금리 인상에 점을 찍었다. 2024년 최종금리 전망치는 예상 밖이었다. 내년 최종금리를 5.1%(5.0~5.25%)로 6월 전망치 4.6%에 비해 0.5%포인트 높게 전망했다. 향후 2년 간 최종금리를 6월 전망치에 비해 0.5%포인트 높여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긴축 정책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2024년 금리 전망치를 높인 이유에 대해 “현재 실질금리가 플러스 상태이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제약적인 상태를 유지해야한다”며 “무엇보다 (미국) 경제활동이 우리 예상보다 더 강해졌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최근의 유가 상승도 우려스러운 리스크로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보도자료에서도 미 경제가 ‘견고한 속도(solid pace)’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혀 지난 FOMC에서 밝힌 ‘온건한 속도(moderate pace)‘보다 한층 미 회복세를 강조했다. 연준은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기존 전망치 1.0%에서 대폭 높였다. ●금리 인하는 언제?내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 파월 의장은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인하할) 때가 오면 그 때 알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제(물가)를 과열시키지 않는 ‘중립 금리’에 대해서는 “중립 금리가 더 높아진 것일 수 있다”고 말해 연준 내에서 긴축 장기화가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파월 기자회견 직후 11월 회의 인상 확률을 26.4%, 12월까지 인상확률을 45.1%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부최고투자책임자 알렉산드라 윌슨-엘리존도는 CNBC에 연준의 이날 발표가 예상보다 매파적이지만 이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상승 요소를 반영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다음 회의의 정책 방향에 대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준의 긴축 장기화 시사에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으로 마감했다. 특히 연준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5% 떨어진 1만3469.1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지수도 0.94% 하락한 4402.20에 장을 마쳤다. 채권 금리도 연준의 매파적 발표에 직격탄을 맞았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152%를 찍어 2006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3%를 넘어서며 2007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오안다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에드워드 모야는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해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월가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러시아는 이 세계가 지쳐가면서 아무런 반대 급부도 얻지 못한 채 우크라이나를 잔인하게 짓밟는 것을 용인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올라 19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를 용인한다면 어떤 국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시작된 유엔 총회 정상급 연설(고위급 주간 일반토의)은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중국의 인권 탄압 등을 두고 북-중-러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며 ‘신냉전’으로 갈라진 세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을 가리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을 이어가는 것을 규탄한다”며 취임 이후 3년 연속 유엔 총회에서 북한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쟁 이후 처음으로 유엔 총회 참석차 직접 뉴욕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에 대해 “점령지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받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 식량 부족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유의 올리브색 티셔츠를 입고 연단에 오른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10년마다 새로운 전쟁을 시작한다”며 이웃 나라인 카자흐스탄과 발트해 연안 국가도 위협의 대상이라고 했다.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도 뉴욕에서 회담을 연 뒤 공동성명을 통해 북-러 무기 거래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러 협력이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즉시, 완전히, 조건 없이 철수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면서 북-러 견제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하루 앞두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확산하며 미 국채금리가 2007년 이래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은 21일(현지시간) 공개될 FOMC 위원들의 최종금리 전망치가 담긴 경제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급발 인플레 상승 우려 FOMC 하루 전인 20일(현지시간)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366%로 장을 마쳐 2007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금리도 5.109%까지 올라 2006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미 국채 금리가 치솟는 것은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의 긴축 장기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감 때문이다. 21일 FOMC 회의에서 연준은 현 기준금리 5.25~5.5%로 동결을 결정할 것이 유력하지만 파월 의장이 유가 상승을 감안, ‘매파적’ 언어를 쏟아낼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캐나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4% 상승해 전달의 3.3%에 비해 크게 오른 점도 국채금리 급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시장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캐나다 CPI에 미국 국채 시장이 반응할 만큼 시장의 인플레이션 상승 공포감이 상당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티 애널리스트들은 “미 자동차 노조 파업 사례와 유가 상승은 FOMC 회의에 ‘매파적’ 그늘을 만들 것”이라며 “파월은 ‘더 높고 장기화된 긴축(the higher-for-longer policy)’를 포괄하는 표현을 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TD증권도 이날 메모에서 FOMC 회의 이후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해 향후 장기 미 국채 금리와 달러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93달러를 돌파했다가 차익실현 매물 확대로 전장보다 하락한 91.20달러 마쳤다. 브렌트유 11월 인분 가격도 장중 95달러 선을 넘었다 전장대비 소폭 떨어진 94.34달러에 장을 마쳤다. 마이크 워스 쉐브론 최고경영자(CEO)가 언론 인터뷰에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등 100달러 돌파 경고음이 확대되는 추세다. ●연준 연말 금리 인상?21일 FOMC 회의 관전 포인트는 ‘경제전망요약(SEP)’이다. FOMC 위원들이 각각 올해와 내년 말 최종금리 전망에 ‘점’을 찍는 점도표가 공개된다. 각 점들의 ‘중간 값’은 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지난 SEP에서 연준은 올해 말 최종금리 중간 값을 5.50~5.75%로 내다봤다. 이는 현 기준금리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의미한다. 21일 FOMC 위원들이 기존 전망치를 유지할지, 내년에 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를 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없다는데 절반 이상의 가능성으로 베팅하고 있다. 반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시카고경영대학원의 미 경제학자 40명 공동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며 유가 상승 속에 연준의 할 일이 남았다고 답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계 여러 나라 정상들이 테슬라 공장 유치를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청하고 있다. 그가 올해 말까지 테슬라 제8공장을 어디 세울지 결정하겠다고 밝히자 파격 조건 등을 내걸며 구애에 나섰다. 머스크는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건너편 튀르케비센터(터키하우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났다.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찾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면담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약 45분간 이뤄진 면담에서 머스크에게 테슬라 공장을 튀르키예에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스페이스X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튀르키예 도입 및 인공지능(AI) 분야 협력도 논의했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올 6월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뉴욕에서 머스크를 만나 테슬라 공장 유치를 위한 관세 인하 같은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 코발트 공급을 명분으로 테슬라 공장 유치에 나섰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전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세계 코발트 70%를 공급하는 콩고민주공화국과 합작 사업을 논의 중이다. 다만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오보”라고 부인했다. 한편 머스크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전 연인인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세 살배기 아들 엑스 애시 에이 트웰브(일명 X)를 안고 있었다. 머스크는 지난주 공개된 그라임스와의 셋째 테크노 메카니쿠스를 포함해 총 10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계 여러 나라 정상들이 테슬라 공장 유치를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청하고 있다. 그가 올해 말까지 테슬라 제8공장을 어디 세울지 결정하겠다고 밝히자 파격 조건 등을 내걸며 구애에 나섰다.머스크는 17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 건너편 튀르케비센터(터키하우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에 대통령을 만났다.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찾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면담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튀르키예 대통령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약 45분간 이뤄진 면담에서 머스크에게 테슬라 공장을 튀르키예에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또 스페이스X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튀르키예 도입 및 인공지능(AI) 분야 협력도 논의했다.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올 6월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뉴욕에서 머스크를 만나 테슬라 공장 유치를 위한 관세 인하 같은 파격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 코발트 공급을 명분으로 테슬라 공장 유치에 나섰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전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세계 코발트 70%를 공급하는 콩고민주공화국과 합작사업을 논의 중이다. 다만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오보”라고 부인했다.한편 머스크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전 연인인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세 살배기 아들 X Æ A-12(엑스 애시 에이 트웰브·일명 X)를 안고 있었다. 머스크는 지난주 공개된 그라임스와의 셋째 테크노 메카니쿠스를 포함해 총 10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제78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출국해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지난해 9월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 유엔 총회 참석이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비롯한 국제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 제재 결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총회 연설에서 강조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도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 결의를 더 적극적으로 준수할 필요가 있다”며 “대(對)중국 메시지 수위를 발표 직전까지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발, 기후 대응, 디지털 전환 등 세 분야의 격차 문제를 언급하고 기여 의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도시가 결정되는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양자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자세다. 각국 정상들도 19일부터 열리는 유엔 총회 일반 토의 참석차 뉴욕으로 모이고 있다. 유엔 총회는 ‘외교가 슈퍼볼’(미국 미식축구리그 NFL 결승전)로 불리는 외교 행사다. 토의 첫날인 19일 첫 연설은 관례대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맡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첫날 두 번째 연설 예정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윤 대통령의 연설 이튿날인 21일 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모스크바에서 중-러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23일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총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면 연설도 19일로 예정돼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유엔 총회를 찾아 적극적인 추가 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안보리 회의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대면할 가능성이 높다.뉴욕=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이 단 돈 몇천 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른바 ‘좀비 마약’ 펜타닐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가정 어린이집에서 한 살 배기가 펜타닐로 의심되는 마약에 노출돼 숨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어린이집 원장과 이웃 등 2명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됐다.17일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브롱크스 형사법원은 어린이집 원장 그레이 멘데스(36)에게 살인 및 불법 약물 소지 등 12개 혐의를 적용해 보석 없는 구금을 명했다. 그의 남편 사촌이자 어린이집 지하에 세들어 사는 칼리스토 에이스베도 브리토(41)도 기소됐다. 경찰은 멘데스 남편도 수배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15일 오후 2시 45분 이 어린이집에서 1세 남아, 2세 남아, 8개월 여아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1세 니콜라스 도미니치 군은 끝내 숨졌다. 약물 중독 증세를 보인 다른 아기 두 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1명은 위독하다고 한다.현지 경찰은 브리토의 셋방 복도 벽장에서 펜타닐 1kg을 발견했다. 또 어린이집 주변에서 펜타닐과 코카인 등을 섞어 마약을 만드는 장비 ‘킬로 프레스’도 찾아냈다. 뉴욕포스트는 “펜타닐을 잘게 부술 때 일부 가루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 영유아 호흡기로 들어간 것 같다”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9일(현지 시간)부터 열리는 ‘외교가(街) 슈퍼볼’ 제78회 유엔 총회 고위급 주간 일반 토의 참석을 위해 세계 정상들이 속속 미국 뉴욕으로 모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기존 세계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정상들의 유엔 연설과 정상회담 등이 이어진다.19일 일반 토의 첫날 첫 번째 연설은 관례대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맡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첫날 두 번째로 연설한다. 이번 유엔 총회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면 연설도 첫날 오전 예정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둘째 날인 2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 연설한다. 중국은 한정 국가부주석이 21일 오후 연설한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모스크바에서 중러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23일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후 처음으로 유엔 총회를 찾아 미국과 서방을 향해 적극적인 추가 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하고 미 상원을 찾아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안보리 회의에서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대면할 가능성이 높다.다만 프랑스와 영국 국가수반이 불참을 선언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일치된 서방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간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프랑스 방문으로 참석하지 않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총리 취임 후 첫 유엔 총회임에도 불참을 통보해 “영국 정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거부권이 있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정상이 모두 불참해 미국만 상임이사국 확대를 비롯한 안보리 개혁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임이사국 진입을 노리는 기시다 총리나 룰라 대통령이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친러시아 행보로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미국 중재로 사우디아리바아와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은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는 반면 경제학자들은 금리 인상을 내다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이 경제학 석학 4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90%가 “연준이 최소 한 번 이상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17일(현지시간) FT가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 만이 현 기준금리인 5.25~5.5%가 최종금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48%는 최종 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5.5~5.75%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35%는 5.75~6.0%을, 8%는 6%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40%가 넘는 응답자가 연준이 최소 두차례 이상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는 금리가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고 보는 시장 투자자들의 예측과 상반된 분위기다. 시장은 다음주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고 이어 11월 FOMC 회의에서도 동결을 이어갈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리 선물 거래로 연준 정책경로를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17일 자정 현재 11월 동결 가능성이 73%까지 올라온 상태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유가급등이 인플레이션에 강한 적신호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티안 바우마이스터 노트르담대 교수는 FT에 “(사우디 공급 축소로) 유가가 더 올라 미래 인플레 기대치를 높이고, 기업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면 물가 둔화가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 설문조사 응답자의 약 60%가 내년 3분기(7~9월)가 돼야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18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7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과학·기술 등 3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6∼8월 3개월간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2023년 제37회 인촌상 수상자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습니다. ▽교육=이대봉 서울예술학원 이사장·참빛그룹 회장 ▽언론·문화=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과학·기술=최순원 미국 MIT 물리학과 교수 인촌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도연)는 올해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 대해 5월 1일부터 후보자를 접수해 8월 말까지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3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인문·사회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동아일보와 경성방직을 설립하고 중앙학교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를 통해 인재를 양성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87년부터 인촌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시상식은 10월 11일 열릴 예정입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억 원과 메달을 각각 수여합니다.제37회 인촌상영광의 수상자들실력-인성 두루 갖춘 인재 육성…“세계적 예술인 배출이 나의 사명” 교육 이대봉 이사장 “사회를 발전시키면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무엇보다도 교육의 힘을 강조했던 인촌 김성수 선생의 깊은 뜻이 담긴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예고에서 만난 이대봉 서울예술학원 이사장(82·참빛그룹 회장)은 인촌상 수상 소감을 말한 뒤 한동안 교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습실부터 학생들의 공연 기회를 넓히기 위해 본관 옆에 지은 서울아트센터까지, 어느 하나 이 이사장의 애정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2010년 서울예술학원을 인수하기 전까지 이 이사장은 약 40년을 기업인으로 살았다.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시작으로 물류, 에너지,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베트남까지 진출해 성공한 기업인으로 평가받았다.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36년 전 학교폭력으로 셋째 아들 대웅 군을 떠나보내면서다. 서울예고 2학년으로 촉망받는 성악도였던 아들은 선배들에게 맞아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가해자에 대한 울분을 삭이고 또 삭이면서, 대신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1988년 만든 ‘이대웅음악장학회’가 시작이었다. 아들과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을 지원하기 위해 성악 콩쿠르를 개최하고, 유학비도 지원하고 있다. 음악도뿐 아니라 그룹이 진출한 중국의 독립운동가 자손, 베트남 소수민족 학생 등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올해까지 36년간 5만1000여 명에게 약 221억 원을 지원했다. 2010년엔 부실 운영으로 흔들리던 서울예술학원(서울예고, 예원학교) 재단을 인수했다. 아들은 떠났지만 아들이 사랑했던 학교가 더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학생들의 교육 환경부터 개선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학교들을 직접 둘러본 뒤 일반 예고에선 기대하기 힘들었던 연습실을 만들었다. 이 이사장은 “예술교육을 열심히 뒷받침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예술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떠나보낸 뒤 이 이사장은 “폭력과 예술은 공존할 수 없다”는 소신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신입생들은 입학 후 가장 먼저 학폭 예방 교육을 받는다. 밤늦게까지 연습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에게 이 이사장은 늘 운동을 강조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듭니다. 거기서 좋은 예술도 나온다고 믿습니다.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갖춘 예술인을 키워내고 싶습니다.”공적 194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진주농림고를 자퇴한 뒤, 부산과 서울에서 부두 하역, 탄피 수집, 물류 사업 등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설립해 계열사 17곳을 가진 참빛그룹으로 키웠다. 2010년 서울예술학원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사재 약 550억 원을 출연했다. 5월엔 서울예고에 1084석 규모의 공연장(도암홀)을 갖춘 서울아트센터를 개관했다. 학교 인수 후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발레리나 박세은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하며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서울예고를 국내 최고 예술 명문고로 키웠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매입 등 앞장… “문화 지키는 작은 씨앗 뿌릴 것” 언론·문화 김종규 이사장 “인촌 선생은 일제강점기 언론·교육·출판을 비롯해 우리의 문화를 지켜낸 수호자입니다. 선생의 뜻을 잇는 상을 여든이 넘은 제게 주신 까닭은 여생 동안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더욱 매진하라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의미겠지요.”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84)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인촌 선생이 뿌린 문화의 씨앗이 지금까지 이어져 숲을 이뤘듯 나 역시 문화를 지키는 작은 씨앗들을 뿌릴 것”이라고 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탠 회원들의 기금으로 문화유산을 지키는 특수법인이다. 김 이사장은 2007년 문화유산국민신탁 설립 당시 설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2009년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돈 받고 할 수는 없다”며 무보수로 일한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12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매입하는 등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해 왔다. 김 이사장은 “국가 예산으로 모든 문화유산을 지킬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들이 보탠 돈이 우리 문화를 지켜 국격(國格)을 높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박물관·출판·미술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발로 뛰며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을 늘려 왔다. 2009년 취임 당시 약 300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1만6000여 명에 이른다. 김 이사장은 “내가 바꾼 것은 단 하나, 월 1만 원 넘는 돈은 후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뿐”이라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문화유산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돈보다 더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월 최고 후원금 액수를 1만 원으로 낮추자 회원 가입을 주저했던 이들이 선뜻 가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고려 현종 때 판각한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13’(국보)을 비롯해 10만 점이 넘는 고문헌 등 문화유산을 수집했으며, 1990년 국내 처음으로 출판·인쇄 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설립해 이를 지켜왔다. 삼성출판사에서 이사 및 회장(1964∼2005년)으로 일하면서도 돈을 모으는 족족 거금을 들여 고문헌을 사들였다. 주변에선 “새 책을 팔아 왜 헌 책을 사느냐”며 만류했지만 그는 뜻을 꺾지 않았다. “책을 팔아 돈을 벌었으니, 이를 사회에 환원하려면 역시 책과 문화로 해야겠지요.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우리가 힘이 없을 때 지키지 못했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공적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지키고 가꾸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헌신했다. “국력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국격(國格)은 문화유산이 말해 주는 것으로 하루아침엔 안 된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문화유산 지킴이로 헌신해 왔다. 1990년 국내 최초 출판·인쇄 박물관인 삼성(三省)출판박물관 설립을 주도했다. 박물관은 초조대장경 등 국보를 비롯한 문화재 10만여 점을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12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대한제국공사관 매입에 나서, 1910년 일제가 강제 매각한 지 102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양자과학 분야 석학 주목… “순수과학자로서 실용부문 기여하고 싶어” 과학·기술 최순원 교수 “아직 주니어(교수)인데 영예로운 상을 주셔서 영광입니다. 상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고 저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해 많은 기여를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최순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 교수(36)는 “과학자로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큰 상을 받아 부담도 되지만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받고 2021년 MIT 교수로 부임한 최 교수는 양자과학 분야 석학으로 주목받는 세계적 인재로 꼽힌다. 양자시뮬레이션, 양자계측, 양자정보이론, 양자인공지능, 양자계산 및 알고리즘 개발 등 양자과학 전 분야에 걸친 연구 논문을 유력 학술지에 게재해 왔다.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 편수가 약 18편에 이른다. 최 교수는 특히 이론 물리학자로서 실험과 이론의 가교 역할을 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사 과정 중인 2017년 ‘시간 결정(Time Crystals)’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 네이처지 표지를 장식한 공동 연구도 이론과 실험의 융합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시간 결정은 공간 속의 ‘결정체’가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것처럼 시간에 따라 물질의 원자구조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변화하는 물질을 말한다. 최 교수는 “움직임은 에너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안정화해 동기화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다 안정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곧바로 연구제안서를 썼고, 동료였던 최준희 현 스탠퍼드대 교수가 실험으로 이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제안서 작성에서 첫 실험 데이터가 나오기까지 48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 교수는 올해 초 양자 시뮬레이터의 오류 검증 방식을 개발해 관련 논문이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각각 실렸다. 양자 시뮬레이터는 특정 물질의 양자역학적 현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장비다. 최 교수는 시뮬레이터에서 양자현상을 고안할 때 오류를 검증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교수는 “100년 전 트랜지스터 연구자에게 컴퓨터가 어디에 쓰일지 물었다면 ‘회계장부 작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정도로 답했을 것”이라며 “이미 양자과학은 컴퓨팅, 암호, 신약 등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있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미래를 바꿀 것이다. 순수 과학자로서 새롭게 자연을 이해하고 실용 부문에도 기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공적 최순원 교수는 양자시뮬레이션, 양자계측, 양자인공지능, 양자계산 및 알고리즘 개발 등 양자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최첨단 연구 결과를 낸 세계적인 석학이다. 다이아몬드 인공 원자를 활용해 양자시뮬레이션으로 시간 결정(Time Crystals)을 구현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양자 시뮬레이션이나 계산을 위해 중요한 ‘결맞음’이 깨지는 에러율을 효율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 최신 이론 개발과 동시에 이를 실험으로 구현하는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최 교수는 올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37회 인촌상 심사위원 ▽교육 △위원장 김경성 전 서울교대 총장 △위원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신종호 서울대 교수 ▽언론·문화 △위원장 김영석 연세대 명예교수 △위원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문학평론가, 최맹호 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한규섭 서울대 교수 ▽인문·사회 △위원장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 △위원 구범진 서울대 교수, 김영민 서울대 교수,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과학·기술 △위원장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 △위원 이긍원 고려대 교수, 천진우 연세대 교수,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