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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행하는 감세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했지만, 미 장기 국채 금리는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미 국채 변동성 확대에 흔들리던 글로벌 증시도 진정세를 보였다. 회복세를 보이던 달러가 다시 약세 전환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370원대로 내려왔다.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0.044% 떨어진 4.551%에 마감했다. 대규모 감세법안인 미 하원을 통과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인식되며 금리 하락에 기여했다. 전날 20년물 국채 입찰 결과의 충격으로 주저 앉았던 미 증시들도 상승 흐름을 나타냈지만, 장 막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 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다우존스평균지수는 전일대비 1.35포인트(―0.00%) 하락한 41, 859.0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04%), 나스닥지수(+0.28%) 등도 보합세를 나타냈다.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진정세를 보였다. 전날 1% 넘게 떨어졌던 코스피는 이날 0.06% 내린 2,592.09에 거래를 마치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0.47% 오르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달러 가치 상승에 힘입어 3.2원 상승한 1384.5원에 출발했지만, 이내 내림세로 돌아선 뒤 오후엔 1371.8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375.6원에 마감하면서,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4일(1370.9원)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농수산물 출하량 증가와 국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23일 한국은행은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1% 하락한 120.2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생산자지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0.9% 올랐다. 품목별로 농산물(―5.8%)과 수산물(―0.7%)을 포함해 농림수산품이 1.5% 낮아졌다. 특히 양파(―15.8%)와 오이(―35.1%)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돼지고기(8.2%)와 달걀(11.4%)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공산품이 0.3% 하락한 가운데 석탄·석유제품(―2.6%)이나 화학제품(―0.7%) 등이 생산자 물가 하락에 기여했다. 반면, 서비스업(0.2%)은 음식점숙박(0.6%) 위주로 물가가 올라갔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4월에 농산물 출하량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탄이나 석유, 화학 제품의 가격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5월 들어 21일까지 평균 유가도 전월보다 6% 정도 하락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5월 생산자 물가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국은행이 “지분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사업 관련 출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분형 모기지 시범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 한은이 출자에 나설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한은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의 서면 질의에 “출자 검토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지분형 모기지는 개인이 주택을 매수할 때 정책금융기관과 집값을 나눠서 납부해 대출 부담을 더는 대신 공공기관과 해당 주택을 공동 소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춰주기 위해 지분형 모기지를 제안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기로 했다. 재원 마련이 사업 성공의 핵심 관건으로 꼽히면서 일각에서는 재원이 한은 출자로 마련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한은은 이를 공식 부인하며 “한은법 3조에 명시된 대로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중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통화신용 정책을 수행하고 있으며, 금융 안정에도 유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 의원은 “지분형 모기지 사업은 부동산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제도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누적된 부채와 대규모 감세 법안으로 재정 적자 위기가 불거지자 미국 국채 금리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대를 넘어섰고, 달러 가치도 하락세다. 투자자들이 미국 재정적자를 위험 신호로 보고 국채 매도세에 나선 것이다.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123% 오른 5.092%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4.6%대에 육박했다. 고관세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불거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 법안의 국회 통과를 압박하자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의 불안이 더 커진 탓이다. 경기 침체와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는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이는 국채 금리 상승(국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앞서 16일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재정 적자 위기를 지적하면서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강등시키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외환 애널리스트 조지 사라벨로스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이상 현재 수준의 가격(금리)으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자금을 공급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유럽 등에서도 재정 적자 위기가 커지면서 장기물 국채 금리 오름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최근 일본의 재정 상황이 “그리스보다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미 국채 대량 매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폭탄을 저지시켰던 투자자들이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으로서 각국 재정 적자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며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70원대까지 떨어졌다. 주간거래 기준 전일 대비 5.9원 내린 1381.3원에 마감했다.트럼프 대규모 감세에 ‘셀 USA’ 불안… 美 채권-증시 동반하락[美국채 금리 급등]관세 여파 경기침체 경고등 상황… 감세로 재정적자 폭 확대 가능성20년물 국채금리 5.04%까지 올라…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日-獨 등 주요국도 재정적자 우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메가 빌) 강행에 ‘셀(Sell) USA’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대규모 감세로 인해 위험 수위에 이른 미국의 재정 부실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 장기채와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과도한 부채 증가로 장기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부채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 등 다른 국가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흔들리는 美 재정에 셀 USA 우려 커져21일(현지 시간) 미국 국채 거래 시장에서 다시 한번 안전 자산으로서의 미 국채 지위가 흔들리며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하락)했다. 관세 인상 여파에 경기 침체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대규모 감세까지 겹칠 경우 재정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이날 미 재무부가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미국 국채 입찰을 진행했지만 수요 부진으로 낙찰 금리가 5.047%까지 올랐다. 이달 초 평균 금리가 4.6%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채권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상승해 4.6%에 육박했고,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5%를 돌파했다.미 국채는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투자 위험이 낮은 ‘안전 자산’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미국의 부채 급증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의 여파로 미 국채에 대한 신뢰 및 선호도가 크게 흔들린 바 있다. 투자자들의 미 국채 매도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 여기에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대규모 감세 법안이 겹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진 것이다. 22일 미국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감세 법안을 통과시켰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향후 10년간 미국 부채가 3조30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차입 비용을 급격하고 무질서하게 상승시킬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미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 대비 1.61% 떨어졌으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1.91%)와 나스닥지수(―1.41%)도 1% 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때 99.56까지 떨어졌다.● 일·EU 채권 금리도 급등세일본이나 독일 등 주요국도 재정 적자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동반 급등세를 나타냈다.21일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3.185%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0년물 금리도 3.635%까지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소비세 감세 논의가 나오면서, 부족한 세수를 적자 국채로 메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장기물 국채 금리가 올랐다고 분석했다.독일의 30년물 장기 국채 금리도 3.133%까지 오르는 등 20∼21일에 걸쳐 3% 넘게 상승했다. 독일 정부는 3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 투입을 발표한 바 있다.다른 국가들도 재정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 각국은 팬데믹 당시 확대 재정 정책으로 부채를 키웠고, 최근에도 고금리 후유증에 따른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돈 풀기’로 돌아선 추세다.한국 역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단기 경기 부양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스페인 국제경제연구센터(CEPR)에서 발간한 ‘재정침체’ 논문을 소개하면서 “공공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경제성장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실사를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7%대 강세를 나타냈다. 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일 대비 7.11% 오른 110만 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 FDA가 19∼27일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시설 실사에 나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급등세를 나타냈다. 미 FDA의 국내 바이오 생산시설 실사는 이례적인 것으로,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품 승인 및 미국 시장 진출 전 단계로 해석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서명한 ‘핵심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미 FDA가 의약품과 식품을 생산하는 외국 제조시설에 대해 불시 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실사 관련 사항은 고객과 관련이 있는 내용인 만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도 “미 정부의 해외 불시 점검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돌자 거래소에서는 이에 대한 조회 공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관련 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성물산 주가도 11.7% 뛰었다.이날 코스피는 외국인들이 2000억 원 넘게 순매수한 가운데 전일 대비 0.91% 오른 2,625.5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1.13% 오른 채 마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외 운용 자산규모가 400조 원을 넘겼다고 21일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베트남·브라질·영국·인도·일본 등 16개 지역에서 총 403조 원을 운용 중이다. 이중 해외 운용자산만 181조 원에 달한다. 2003년 홍콩법인을 설립하면서 국내 운용사 최초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지 22년 만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주도로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글로벌 엑스(X)를 비롯한 캐나다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호라이즌스 ETFs 등을 인수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를 통해서 운용자산은 2022년 말 250조 원에서 2023년 말 305조 원, 2024년 말 378조 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ETF 관련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 세계에서 총 212조 원 규모의 ETF를 운용 중이다. 이는 글로벌 ETF 운용사 중에서 12위권에 해당한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34.4%로, 글로벌 ETF 운용사들의 연평균 성장률(17.8%)의 2배 수준이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내 가계 빚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주택거래 둔화로 증가 폭은 1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하락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대비 2조8000억 원이 늘었다. 한은이 해당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2년 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다만 지난해 4분기(10~12월)에 11조 6000억 원 늘어난 것에 비해서 증가 폭은 크게 축소됐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민간·공공 금융기관, 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대출과 카드 사용 금액을 합산한 값이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2분기(4∼6월) 이후 네 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올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이 9조7000억 원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11조7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2조 원 가까이 줄었다. 연말·연초에 주택 거래가 둔화한 영향이 컸다. 이번 통계에는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주택 거래 증가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민수 한은 통계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일시 해제에 따라 5∼6월 주택담보대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대기업의 사업부를 떼어내서 외부에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 딜이 급증하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핵심 자산을 팔아 핵심 사업에 집중하려는 대기업의 전략과 대기업 소속의 검증된 자산을 인수하려는 사모펀드(PEF)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최근 국내외 PEF의 카브아웃 M&A 거래 증가와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카브아웃 거래는 총 17건으로, 전년 대비(10건) 70% 증가했다. 2020년대 들어 매년 10건 안팎이었지만, 최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에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서면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SK그룹은 지난해부터 다수의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카브아웃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SK엔펄스의 반도체 소재 사업부인 파인세라믹 사업(현 솔믹스)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했고, SKC의 화학 소재 사업부인 PU원료사업부(현 피유코어)를 글랜우드PE에 팔았다. SK렌터카도 지난해 해외 PEF인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에 넘겼다. 올해도 SK엔펄스의 반도체 소재 사업부인 CMP패드 사업과 특수가스업체 SK스페셜티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이 외에도 태양광업체인 SK실트론과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수처리 사업 매각도 추진 중이다. LG화학도 비핵심 사업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3년에는 진단사업부를, 올해는 워터솔루션 사업을 글랜우드PE에 매각하기로 했다. 에스테틱사업부도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 태영그룹도 지난해 워크아웃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폐기물 처리 업체인 에코비트를 IMM PE·IMM인베스트먼트 등에 넘겼으며, 롯데그룹도 올해 롯데렌탈을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에 팔기로 했다. 자본연은 “국내 대기업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흐름”이라며 “미국의 상호관세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당분간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PEF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최소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부담할 수 있게 된 것도 카브아웃 거래 증가에 영향을 줬다. 국내 PEF 시장의 약정액은 2004년 말 기준 약 4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약 20년 만인 2023년 말에는 136조4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특히 한앤컴퍼니나 글랜우드PE 등이 조 단위 규모의 펀드를 앞세워 카브아웃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PEF발(發) M&A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기업들의 매각 가격 상향이나 홈플러스 사태 등에 따른 PEF에 대한 규제 강화는 M&A 거래 확대의 변수로 꼽힌다. M&A 업계 관계자는 “카브아웃 거래가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몇몇 기업들이 높은 매각 가격을 요구하면서 거래가 중단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기업의 사업부를 떼어내서 매각하는 커브 아웃(Carve-out)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은 비핵심 자산을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고, 사모펀드(PEF)는 대기업 소속의 검증된 자산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최근 국내외 PEF의 커브 아웃( M&A 거래 증가와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커브 아웃 거래는 총 17건으로 전년 대비(10건) 70%가량 늘어났다. 커브 아웃 거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건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경기가 둔화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 정리에 나섰고, 이에 매물이 늘어났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PEF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부담할 수 있게 된던 점도 커브 아웃 거래 증가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SK엔펄스는 재무건전성 개선 등을 이유로 비금속 광물을 제조하는 파인세라믹 사업을 한앤컴퍼니에 3303억 원에 매각했다. SKC도 화학제품을 만드는 PU원료 사업을 글랜우드PE에 4024억 원에 팔았다. 태영그룹도 워크아웃 과정에서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폐기물 처리업체인 에코비트를 IMM PE·IMM인베스트먼트 등에 2조600억 원에 넘겼다. 자본연은 “국내 대기업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흐름”이라며 “미국의 상호관세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당분간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실제 올해 들어서도 커브 아웃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SK엔펄스의 CMP패드 사업과 SK스페셜티를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했으며, LG화학도 수처리사업부를 글랜우드PE에 팔기로 결정했다. 이들 외에도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에 나섰으며, SK그룹은 SK실트론과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수처리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LG화학 역시 에스테틱사업부 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자금 확보에 나섰다. M&A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카브 아웃 등 M&A 거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인해 PEF의 인수금융 활용에 제약이 생길 경우 최근 확대되는 카브 아웃 거래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번 주 국내외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를 미리 알아보는 동아일보 경제부의 D’s 위클리 픽입니다. 미·중 관세 협상 타결로 모처럼 훈풍이 불어오던 글로벌 증시에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가 터졌습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 피치 등의 신용평가업체들이 미국 신용등급을 하락했을 때 국내외 증시가 흔들렸던 것을 감안하면 단기 하락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지난 2023년 11월에 무디스가 미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등급 하락이 예고된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무디스의 美 신용등급 강등 악재 되나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로 강등했습니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2011년 8월), 피치(2023년 8월)에 이어 무디스까지 미국을 최고 신용등급 지위를 박탈했습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항상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2011년 8월 S&P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S&P500지수는 하루 동안 6.7% 하락했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5.5%, 6.9% 떨어졌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한국 코스피는 3.8%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8%)도 내림세를 나타냈습니다.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던 2023년 8월에도 미국의 증시는 1~2% 내렸습니다. S&P의 신용등급 강등 때보다는 충격이 작았는데요. 아무래도 두 번째 신용등급 하락인 만큼 시장에 선 반영됐던 영향이 컸고, 당시 미국의 경제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보다 좋았던 것도 반영됐습니다. 이번 등급 하락의 경우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커진 데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터진 만큼 , ‘셀(Sell) USA’ 현상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단기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무디스가 2023년 11월에 미국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등급 하락을 예고한 만큼 충격은 훨씬 덜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미·중 경제 지표에 주목해야이번 주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 발표도 지켜봐야 합니다. 19일 중국의 4월 산업생산과 소매 판매, 실업률 등이 발표됩니다. 최근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 판매 등이 상승 흐름을 나타냈는데요, 지난달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 펼쳐진 가운데서도 상승세를 이어갔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22일에는 미국의 5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옵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나옵니다.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 지표인 만큼, 발표 직후 증시가 출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 주 한미 관세 협상이 본격화하는 만큼 협상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은 20일 올해 1분기(1~3월) 가계신용(잠정)을 발표합니다. 통화 긴축 정책에도 국내 가계들은 꾸준히 빚을 늘려왔습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 등의 영향으로 서울지역 주택 거래가 늘어난 만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빚이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3일에는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발표되는데요, 환율 상승·관세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아 생산자물가지수가 높아졌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전쟁 중인 러시아에도 순위가 뒤지면서 상위 30개국 중 23위에 그쳤다. 18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는 371억84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3.8% 감소했다. 이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실행한 ‘직접 투자’와 주식 등 ‘증권 투자’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상 국가별 수치를 비교했을 때, 경제 규모 30위권 국가 중 한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는 2022년 14위, 2023년 13위였으나 지난해 17위로 순위가 뒷걸음쳤다. 2023년만 해도 한국에 뒤졌던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이 지난해에는 한국보다 더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만 보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1억7800만 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분기(―4억5900만 달러)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외국인들이 투자를 유보하거나 철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 순위는 23위로 전 분기(19위)보다 네 계단, 전년 동기(14위)보다 무려 아홉 계단 추락했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아르헨티나(―1억8700만 달러)나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7억8600만 달러)보다도 못한 성적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우리 국민과 기업의 해외 투자 규모는 1208억38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5.7% 급증했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 현지 공장을 증·신설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 등 외국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여파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세계 경제대국 미국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등급 지위를 잃은 것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6일(현지 시간) 무디스는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떨어뜨리면서,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023년 피치에 이어 무디스마저 미국 신용등급을 내린 것이다. 무디스는 1917년 이래 미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해 왔다.미국이 ‘트리플 A’ 지위를 잃은 이유는 막대한 재정적자다. 무디스는 “미 정부와 의회의 무책임한 지출이 재정 적자를 키워 왔다. 미국 경제와 금융의 강점을 인정하지만 재정 지표 악화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미 ‘관세 폭탄’에 흔들리던 미 국채 시장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16일 신용등급 강등 직후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0.04%포인트 오르면서 4.49%까지 치솟았다. 신용등급 하향은 빚 갚을 능력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는 의미라 채권 수요 감소와 위험 프리미엄에 대한 요구로 금리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무디스가 강등을 시사해 왔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美 ‘Aaa→Aa1’ 신용 강등… ‘셀 USA’ 재현땐 세계 채권시장 혼란막대한 부채증가-이자부담 확대에… 무디스, 108년만에 美신용등급 손봐“신용위험 이미 반영, 충격 제한적” 속… 대출 등 여타 금리까지 상승 우려도트럼프, 파월 의장에 금리인하 압박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108년 만에 미국은 최고 신용등급을 모두 잃게 됐다. 미국의 금융 패권이 또다시 흔들리면서, 미중 관세 타결로 잠잠해진 ‘셀(Sell) USA’ 현상이 재현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美, 108년 만에 최고 신용등급 지위 박탈무디스는 16일(현지 시간)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할 때 최고 등급을 부여한 이후 줄곧 미국에 최고 등급을 고수해 왔다.하지만 막대한 부채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로 100년 넘게 이어지던 미국 금융시장의 절대적 위상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8월 미국 정부의 부채 급증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피치도 2023년 8월 신용등급 강등에 동참했다. 무디스 역시 같은 해 11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16일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미국은 3대 평가사 모두로부터 최고 등급을 박탈당하게 됐다. 세계적인 부채 급증으로 현재 글로벌 신평사 3곳 모두의 최고 등급을 유지하는 국가는 독일, 호주, 덴마크, 스위스 등 9개국으로 줄어든 상태다.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내렸을 때 금융시장은 극심한 충격에 빠져 S&P500이 하루 만에 6.7% 급락한 바 있다. 반면 2023년 8월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는 2011년만큼의 대폭락은 없었다. 이번에도 당장의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레고리 피터스 PGIM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11년 8월 미국의 첫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요 기관에서 꾸준히 대비해 왔고, 미국의 신용 위험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바이든 탓 돌리기 나서문제는 미국 경제가 부채 급증, 고물가, 관세 충격에 압박을 받아 왔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채 금리가 뛰면 덩달아 대출 등 여타 시장 금리까지 오를 수 있다. 이는 1분기(1∼3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의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 및 투자 심리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무디스 발표 직후 국채 시장 마감 전 약 15분 동안 연 4.44% 선에서 4.49%로 점프한 바 있다(국채 가격 하락). 미국 국채는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반이 되는 금리라 미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세계 채권시장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와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며 매도세가 이어지는 ‘셀 USA’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안을 발표한 직후 투자자들이 미 국채 매도에 나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미 가파르게 오른 바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유예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투자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의) 최근 무역 전쟁은 미국의 ‘특별한 지위’에 이미 손상을 입혔다”면서 “이번 등급 강등은 그 충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디스 발표 다음 날인 17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연준이 ‘조만간(sooner, rather than later)’ 금리를 낮춰야 하는 것에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며 “늘 늦는 것으로 유명한 파월은 이번에도 또 망칠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에 더해 신용등급 강등 책임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무디스에 돌리는 모양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바이든이 초래한 난장판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세계 최고의 투자자 중 한 명인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95)가 올해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영혼의 단짝 고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사후 2년 만이다. 버핏은 “90세가 넘어간 뒤 나이 듦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의 은퇴와 후계자에 대한 질문이 처음 나온 것은 2006년이다. 당시 76세였던 버핏은 “내가 떠나더라도 버크셔해서웨이의 기업문화는 여전히 건강할 것”이라고 답했고 이후 19년을 더 이끌었다. 버핏은 “CEO로서 쓸모가 있는 한 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기간이 이렇게 길어진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버핏은 1965년 직물회사였던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해 이를 투자지주회사로 탈바꿈시킨 뒤 ‘가치투자’라는 전설을 만든 투자자로 꼽힌다. 버핏이 이룬 성과는 그의 공식 전기 제목인 ‘스노볼’(눈덩이)이 상징하는 것처럼 투자와 인생이라는 긴 언덕에서 작은 눈덩이를 굴려 거대한 눈바위를 만들어낸 ‘복리의 마법’ 덕분이다. 훌륭한 회사를 적정 가격에 사서 평생 들고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의 ‘바이블’로 자리 잡고 있다. ● “서른에 부자가 되지 못하면 뛰어내리겠다”던 소년버핏은 대공황의 위력이 계속되던 1930년 8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주식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6세 때 여섯 병짜리 콜라 팩을 25센트에 사와 병당 5센트에 파는 사업수완을 보였던 그는 13세 때는 “서른이 될 때까지 부자가 되지 못하면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할 정도로 돈에 관심이 많았다. 전설적인 주식투자자의 첫 투자는 성공적이진 않았다. 11세에 시티서비스 주식을 주당 38달러에 샀는데 28달러까지 떨어져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고, 40달러로 회복되자마자 팔았다. 이 주식은 몇 년 뒤 200달러가 넘게 올랐다. 유년기에 이미 지역 도서관의 투자 서적을 모두 다 읽었다던 버핏이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선 떨어졌다. 그 대신 진학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과 만나며 그의 투자 재능이 꽃을 피웠다. 다만 그레이엄과 함께 일하던 초기 버핏의 투자는 저렴한 주식을 매수한 뒤 금방 매도하는 방식이었다. 마치 피우다가 만 담배꽁초를 주워 한두 모금 더 피운 뒤 버리는 방식이었다. 오마하로 돌아온 버핏은 친구와 가족 7명의 돈을 모아 투자조합을 시작했고 1959년부터 1969년까지 운영하며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올렸다. 멍거와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버핏은 “멍거를 만난 뒤 ‘적당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보다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게 낫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버핏은 1962년 주당 7.51달러에 섬유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 매수를 시작했다. 1964년 버핏이 보유한 지분을 11.5달러에 매수하겠다던 버크셔해서웨이 경영진이 약속을 어기고 11.375달러로 말을 바꾸자 버핏은 공격적인 지분 매입에 나섰다. 주당 0.125달러 차이에 불과했고, 11.375달러에 팔았더라도 50%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버핏은 1965년 버크셔해서웨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이 계속 들어가는 데다 시장은 계속 줄어드는 섬유사업은 버핏의 투자철학과 맞지 않았다. 버핏은 싸다는 이유로 사양산업인 섬유회사를 인수한 것을 ‘인생 최악의 투자 결정’으로 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버크셔해서웨이는 투자 성공의 상징으로 남았다. 버크셔해서웨이를 투자로 지분을 소유하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 ‘투자지주회사’로 전환해 글로벌 식품, 철도, 정보기술(IT), 보험, 금융 등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 ‘가치’에 눈뜬 투자 ‘시즈캔디’와 ‘코카콜라’버크셔해서웨이 인수 후 1972년 버핏이 사들인 시즈캔디는 그의 투자 인생에서 중요한 거래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비상장기업인 시즈캔디를 순이익의 6배 수준인 2500만 달러에 인수했는데 비싸다고 생각했던 버핏을 멍거가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초콜릿 사탕을 파는 시즈캔디는 강력한 고객 충성도에 바탕을 둔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었다. 버핏은 “밸런타인데이에 애인에게 ‘시즈캔디 대신 그냥 싼 거 샀어’라고 선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시즈캔디가 가진 ‘경제적 해자’를 설명했다. 시즈캔디의 성공 경험은 코카콜라 투자로 이어진다. 버핏은 1988년 13억 달러에 코카콜라 지분 9%를 인수했다. 이는 현재 기준으로 약 270억 달러 규모다. 코카콜라는 63년 연속 배당을 늘려온 대표적인 ‘배당귀족’ 주식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투자 원금을 진작 배당으로 회수했다. 하루에 코카콜라를 다섯 캔씩 먹는 것으로 알려진 버핏은 “코카콜라는 소비자 독점력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치가 절대적으로 높은 브랜드”라고 극찬했다. 버핏은 “훌륭한 기업을 인수해서 영원히 보유하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며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코카콜라와 함께 버크셔의 오랜 투자 목록에 올라 있는 기업으로는 신용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가 꼽힌다. 오래 투자해야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 있고, 중개 수수료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애플에 투자한 것은 버핏의 투자 철학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버핏은 ‘능력범위’를 항상 강조했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가 이끌더라도 5년 뒤 모습을 그릴 수 없다면 투자 대상에서 배제해왔다. 그래서 아마존과 구글(알파벳)에 투자할 기회를 놓쳤다. 버핏은 빌 게이츠와 절친한 사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다만 MS, 아마존, 구글과 달리 애플은 버핏에게 있어 소비재 기업이었다. 버핏은 2020년에야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할 정도로 기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애플의 브랜드와 생태계를 찾는 소비자들의 행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버핏은 2016년 투자를 시작해 애플에 총 4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두 차례의 분할을 반영하면 주당 4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매입했다. 현재 애플의 주가는 200달러가 넘는다. 한때 애플은 버크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중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애플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을 줄이긴 했으나 현재까지도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고평가된 시장에서는 현금 확보를, 시장 하락기에는 기회를 포착하라는 그의 투자 철학도 유명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기업 주식을 사라는 취지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시장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시장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하라”는 자신의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파산 직전의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투자해 향후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반대로 지난해 현금을 쌓아두기 시작하고 인공지능(AI) 기업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해 시장에선 “버핏도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기술주 조정기에 현금 보유량을 높였던 버핏의 전략이 빛을 발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95세까지 투자를 계속해 온 버핏은 “탭댄스를 추면서 출근한다”고 할 정도로 일을 사랑했다. 그는 투자 성공의 비결로 끝없는 학습을 강조했는데, 매일 5∼6시간 동안 신문 5종과 보고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 그는 집에서도 기업 보고서를 읽다가 가구에 부딪힐 정도로 무언가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멍거는 “버핏이 애플에 투자한 것은 끊임없이 배운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핏은 검소한 삶으로도 유명했다. 1958년 3만1500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60년 넘게 살고 있다. 버핏은 서른이 되기 전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의 자산 중 90% 이상은 65세 이후 쌓은 자산이다. 그는 특별한 안목보다 일관된 원칙과 반복 가능한 시스템에서 성과를 내고자 했다. 지루한 습관을 통해 복리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워런 버핏과 한국의 인연 버핏은 2004년 대한제분 등 20여 개 기업에 자신의 자산 1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한국 증시와 첫 인연을 맺었다. 2007년에 버크셔해서웨이 본사에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 증권시장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추후 버핏이 대한제분 외에도 기아, 신영증권, 현대제철 등에 투자한 것이 알려졌다. 버핏이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국내 증시의 회복기로 다수의 우량한 기업들까지 저평가받고 있었다. 버핏은 국내 증시에 대해 ‘가치투자자의 천국’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2006년 3분기(7∼9월) 무렵 포스코 주식 4%를 매입하기도 했다. 버핏은 포스코에 대해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철강회사”라며 여러 차례 추켜세웠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첫 투자 이후 약 9년 뒤인 2015년 포스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밝혀지거나, 자금을 회수했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등락을 나타냈다. 2007년에 버핏이 기아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일 기아 주식이 6년 만에 상한가를 달성했다. 포스코의 경우 버크셔해서웨이가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에 신저가를 기록했는데, 당시 포스코에서는 “버크셔해서웨이 측은 ‘아직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 왔다”며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도 있었다. 버핏은 2007년에 버크셔해서웨이의 손자회사인 대구텍이라는 절삭 공구 전문업체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한국에 대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면서 “한국 주식시장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2011년에 두 번째 한국 방문에서는 “한국에 훌륭한 기업이 많다”며 “한국 기업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우리는 모두 워런 버핏의 제자들입니다. 투자자라면 가장 되고 싶은 존재고,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이자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버핏을 단순한 가치투자자로 여기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과거의 가치투자가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만 봤다면, 버핏은 프랜차이즈 밸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투자의 지평을 열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밸류’는 독점적이거나 독점에 준하는 시장 지배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치를 뜻한다. 코카콜라나 애플 등이 버핏이 투자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밸류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의장은 “버핏 투자의 핵심은 가장 싸고, 가장 잘 알고, 가장 자신 있는 기업에만 집중적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버핏이 빌 게이츠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이유가 해당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인 허남권 전 신영자산운용 사장도 “버핏은 투자의 정석을 몸소 실천해서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2세대 가치투자자로 분류되는 김민국 최준철 VIP자산운용 공동대표도 버핏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VIP자산운용 사무실에 버핏과 그의 단짝인 고 찰리 멍거의 초상화가 걸려 있을 정도다. 최 대표는 “버핏에게서 배운 두 가지는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을 보는 기준’과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하는 지혜’”라며 “금융위기 때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1960년대 ‘니프티피프티 버블’ 때는 시장에서 한발 나와 있었던 것 등 몸소 보여준 행동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VIP자산운용의 대표 투자 사례들도 버핏의 투자 방식을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VIP자산운용은 동서식품의 모회사 동서를 PER 4배에 매입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장기 보유해 15배의 이익을 얻었다. 또 메리츠금융지주에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투자 중이다. 메리츠금융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최 대표가 버핏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은 투자 방법만이 아니다. 최 대표는 “몇 시간에 걸쳐 주주총회에서 답변하는 버핏의 모습에서 주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를 대하는 태도도 배웠다”고 전했다. ‘워런 버핏 주주서한’ ‘워런 버핏 라이브’ ‘워런 버핏 바이블’ 등 버핏과 관련된 책을 다수 번역한 이건 투자전문 번역가는 “버핏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가치투자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투자를 잘하는 법과 인생을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법을 모두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이 번역가는 “버핏은 매년 주주서한과 주주총회를 통해 투자, 경영, 산업뿐 아니라 학습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유머를 곁들여 친절한 태도로 전달해 왔다”며 “버핏이 은퇴한 뒤 그가 해온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자영업에 대거 진출하는 것이 국내 경제의 중대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 방안’에 따르면 2023년 통계상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무급 가족 종사자 포함 기준) 비중은 23.2%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7위일 뿐 아니라 평균(16.6%)을 크게 넘어선다. 이렇듯 여타 선진국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원인으로는 고령 자영업자 증가가 지목된다. 실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한 영향으로 2015년 142만 명이었던 고령 자영업자의 수가 지난해 210만 명까지 늘었다.한은은 1차 베이비붐 세대에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들까지 은퇴에 나설 경우 자영업자 수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2032년 60세 이상의 고령 자영업자 수가 총 24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취업자 수의 9%에 달하는 수치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고령 은퇴자들의 자영업 진출이 국내 경제 성장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준비 부족과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다른 연령대의 자영업에 비해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2022년 진행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와 70대 고령 자영업자들의 1인당 연간 매출은 각각 3000만 원과 2000만 원으로 40대 연간 매출액(4600만 원)을 크게 밑돌고, 60대 신규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고령층의 자영업 진입을 줄이고 안정적인 임금 근로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다들 집값이 올라갔다고 부러워하지만 집 팔아 수익을 실현한 것도 아니고, 금융 비용만 늘어서 외식 한 번 못 하고 있습니다.” 2020년 초 4억 원 상당의 빚을 내 집을 산 직장인 기모 씨(41)는 최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5년간은 고정금리가 유지돼 원리금이 월 160만 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변동금리로 전환되면서 이자가 두 배가량 뛴 것. 기 씨는 “월 200만 원대 중반의 돈을 갚고 나면 정작 생활비로 쓸 여윳돈은 얼마 없다”며 하소연했다. 올해 들어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저금리 시기에 주택을 구매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한 사람)이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 상황이 악화되며 점차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 서울 지역 주담대 연체율 두 달 연속 최고치 경신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한국수출입은행 포함)의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5%로 집계됐다. 전체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중 1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대출 비율로, 2019년 12월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월 0.09%로 최저치를 찍은 뒤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0.34%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2월에도 추가 상승하면서 영끌족들의 대출 상환 부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초저금리 시기였던 2019년 하반기나 2020년 초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전환)을 이용한 영끌족들이 금리 재산정 기한(5년)이 도래하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평균 4.22%로, 2020년 1분기 평균 2.50% 대비 1.72%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빚 부담이 커지자 연체율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 경매 넘어가는 아파트 물건도 늘어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 내 아파트 중에서도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 결정등기 신청은 올해 1∼4월 1815건으로 집계됐다. 2년 전(1424건)과 비교하면 27.5% 늘어난 수치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할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인해 대출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 침체와 경기 하락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가계의 부동산 빚 부담을 줄이고,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한은에서 신속하게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를 회복시키고, 가계 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한은에서 하루빨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의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췄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6년 이후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것은 39년 만에 처음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을 앞다퉈 하향 조정하면서 1%대 저성장이 우리의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 경제 퇴보할 것이란 경고” 12일 OECD가 최근 업데이트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8%로 전망된다. 올해 잠재성장률 전망치(2.02%)보다도 0.04%포인트 낮은 수치다. 잠재 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완전히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의미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체력’이 그만큼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퇴보할 것이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기관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잇달아 1%대로 하향 조정한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국회 예정처는 최근 ‘2025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KDI 역시 이달 8일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8%, 내년 1.6%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제시한 2024∼2026년 전망치(2.0%)보다 악화된 수치다. 기초체력 약화로 인한 저성장과 역성장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1분기(1∼3월) 한국 경제성장률은 ―0.2%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주요 19개국 중 가장 낮았다. KDI는 이날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써오던 ‘경기 하방 위험’ 또는 ‘경기 하방압력 확대’ 등의 표현을 ‘경기 둔화’로 더 강화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KDI는 향후 경제 효율성이 최근 10년 평균 수준을 유지할 경우(기준 시나리오) 205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1%로 추락할 것이라고 봤다. 지금과 같은 경제 운용 방식을 유지한다면 15년 후엔 구조적으로 역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앞서 2022년 11월에는 0.5%로 전망됐지만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0.6%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잠재성장률 하락세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다. 2017년부터 2026년까지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 예상 낙폭은 1.02%포인트(3.00→1.98%)로 같은 기간 OECD 평균 하락 폭(0.19%포인트)보다 5배 컸다. 한국보다 하락 폭이 가팔랐던 국가들은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체코나 에스토니아 등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이었다. 선진국에 속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중소국이나 신흥국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추세의 원인으로는 저출생·고령화가 첫손에 꼽힌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9년 정점(3763만 명)을 찍은 뒤 감소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노동·자본 투입이 급감하며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생산성을 끌어올릴 기술 혁신마저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본 외에 기술·효율성·혁신 등을 통해 얼마나 더 생산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수치인 총요소생산성은 1990년대 2.3%에서 2010년대 0.7%로 하락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 제고와 더불어 젊은 인재들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지원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 3월 국내 경상수지 흑자가 9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3년 5월 이후 2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91억4000만 달러(약 12조8463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2월(71억8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이 약 20억 달러 늘었다. 1분기(1∼3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192억6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164억8000만 달러)보다 27억8000만 달러 불어났다. 항목별로는 3월 상품수지 흑자가 84억9000만 달러에 달했다. 수출(593억1000만 달러)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이 1개월 만에 반등한 데다 컴퓨터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출 증가율이 커졌다. 자동차, 의약품 등 일부 비IT 품목의 수출도 증가했다.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주변기기(31.7%), 의약품(17.6%), 반도체(11.6%), 승용차(2.0%), 기계류·정밀기기(1.4%) 등이 늘었고 석유제품(―28.2%)과 철강제품(―4.9%)은 줄었다.수입(508억2000만 달러)도 에너지 가격 하락 여파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불었다. 석탄(―34.6%), 석유제품(―15.1%), 원유(―9.0%) 등 원자재 수입이 7.5% 줄었지만 반도체제조장비(85.1%), 반도체(10.6%)를 비롯한 자본재 수입이 14.1%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승용차(8.8%)나 비내구소비재(3.8%) 등의 소비재 수입도 7.1% 늘었다.1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한은 예측치를 웃돌았지만 한은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연간 전망치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의 영향이 생각보다 강하고, 관세 정책이 광범위하게 시행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관세가 유예되고 의약품, 반도체의 개별 부과가 확정되지 않는 등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경상수지 전망을 얼마나 낮춰야 할지 진행 상황을 좀 더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올 들어 테슬라 주가가 30% 넘게 폭락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사랑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주식을 포함해서 테슬라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까지 총 6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주가 하락으로 저점 매수세가 몰리면서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늘어났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까지 올 들어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순매수액은 28억5414만 달러(약 3조9830억 원)로 집계됐다. 테슬라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상장지수펀드(ETF)의 순매수액도 19억1601만 달러(약 2조6738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외 순매수 1, 2위가 모두 테슬라 관련 주식으로 순매수 규모는 6조600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같은 기간 테슬라 관련 주식 순매수 규모(15억3734만 달러)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보유 금액도 6일 기준 188억4143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억1381만 달러)보다 70억 달러 넘게 늘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국내 금융기관은 8452억 원 규모의 테슬라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0.32% 상승한 276.22달러에 마감했지만 지난해 말(403.84달러)과 비교하면 31% 하락한 수준이다. 최고점(479.86달러)보다는 42% 넘게 빠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와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친(親)트럼프 행보가 겹쳐 테슬라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공무원 대규모 감축에 나선 것도 미국 내 반(反)테슬라 정서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의 실적도 급감했다. 올 1분기(1∼3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가량 빠진 33만7000대에 그쳐 글로벌 1위 전기차 판매량 자리를 중국의 BYD(87만5000대)에 내줬다.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줄었고, 순이익도 71% 감소했다.머스크 CEO가 주가 하락에 대해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테슬라 업무 복귀를 선언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성장과 함께, 떨어진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가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환 손실 위험까지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하장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주가가 400달러를 넘은 것은 미 대선 때 정치 테마주로 엮였던 영향이 있는 만큼 단기에 고점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전기차 관련 매출이 살아나기 전까지는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환율 5개월만에 1400원 아래로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내 1400원 선을 넘기는 등 롤러코스터급 행보를 보인 끝에 전 거래일보다 7.3원 내린 13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1월 29일(1394.7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연휴 시작 전인 2일 대비 25.3원(1.81%) 내린 1380.0원에 개장한 이후 장중 한때 1379.7원까지 내려갔다. 12·3 비상계엄과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로 추락하던 원화 가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통상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도 원화 강세를 키웠다. 연휴로 서울 외환시장이 휴장한 사이 대만 달러가 기록적으로 오르며 미국 달러 약세를 의미하는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이 흘러나온 영향도 컸다. 미국이 관세 협상 의제로 환율을 내걸며 아시아 주요 교역국의 통화 절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외환시장이 요동쳤다.美 환율 인하 요구 우려에… 하루에 22.8원 등락 ‘롤러코스터’[널뛰는 환율]원달러 1398원, 5개월새 최저‘제2 플라자합의’ 루머 퍼지면서… 대만달러 2거래일새 9% 뛰기도‘사실 무근’ 해명에 환율 다시 급등… “관세 협상 진전땐 1300원대 안착”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외환시장이 이달 들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미중 간 관세 협상 개시를 기점으로 그간 관세전쟁 여파로 짓눌려 있던 아시아권 통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미국이 아시아 주요국 통화 절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미국이 주요국과 관세 협상을 끝내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환율에 대해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역전현상”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연휴 직전 거래일인 2일 종가 대비 25.3원 떨어진 1380.0원에 개장했다. 미중 관세 협상이 개시될 예정이라는 소식과 함께 연휴 기간 대만달러 강세 여파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 영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주간 거래 변동 폭만 22.8원이었다.연휴 기간 달러 대비 대만달러의 가치는 무려 9% 넘게 뛰었다. 대만달러 가치 급등은 미국이 대만과의 협상에서 통화 절상을 요구했다는 루머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미국이 아시아 교역국의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이른바 ‘제2의 플라자합의’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아시아 통화는 동반 강세를 보였다. 엔-달러 환율도 143엔대로 내려왔고, 위안화-달러 환율도 역외 시장에서 7.18위안대까지 하락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로이터통신은 1997년 아시아 통화 가치 폭락 사태와 반대로 폭등하고 있다며 “아시아 외환 위기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미 관세 협의에 따라) 미국에서 거둔 무역 흑자를 미 국채에 투자해 오던 방식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다만 대만 정부가 여러 차례 미국의 통화 절상 압박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면서 7일 원화를 비롯해 아시아권 통화 급등은 진정세를 보였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이날 30대만달러대를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오후 저가 매수세 유입 등을 통해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미중 관세 협상 진전되면 환율 1300원대 안착대만 정부는 통화 절상 압박을 부인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아시아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인위적인 ‘환율 조정’,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마러라고 합의는 미국이 관세와 안보를 무기 삼아 달러화 약세에 대한 다자간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전략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븐 미런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작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1985년 미국과 일본 등이 맺은 ‘플라자 협의’의 현대판 버전이다.미중 관세 협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원화 등 아시아권 통화 강세를 이끌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무역 갈등 위기론이 퍼지면서 수출 중심의 아시아 국가 통화들이 약세를 나타냈는데,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될 경우 그간 아시아 통화를 위축시켰던 변수가 해소되는 만큼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9월 말까지 1300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중국이 협상 끝에 위안화 절상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아시아 통화 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남겨둔 만큼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5일(현지 시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고, 최근 상황을 보다시피 굉장히 변동성이 크다”며 “미국이 환율에 대해 어떤 걸 요구하고 있고 앞으로 움직일지, 정확하게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미중 관세 협상이 진전되면 원-달러 환율이 생각보다 이르게 1300원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저성장을 비롯해 각국의 협상 등 환율 변수는 많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