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임우선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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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우선 기자입니다.

imsu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미국/북미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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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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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 최종 목표는 구조조정…기술로 정부 인력 대체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다.”(워싱턴포스트·WP)최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방식으로 연방정부 구조조정 및 국가 데이터 확보에 나선 가운데 그의 최종 목표가 기술로 정부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8일 WP는 “머스크는 ‘훨씬 작고 약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구체화 했다”며 “그의 팀은 수천 개에 달하는 공공 기능을 통제하고, 자동화하며, 대폭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머스크가 인수합병을 통해 얻은 기업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였 듯, 미국의 정부 조직 또한 그렇게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 데이터 확보해 기술로 구조조정최근 머스크가 이끄는 DOGE 직원들은 재무부, 노동부, 국방부, 교육부를 비롯한 여러 핵심 연방 기관에 배치돼 부처별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구조조정 대상을 분류 중이다.WP에 따르면 그가 이끄는 DOGE의 ‘정부 침투 전략’은 대부분의 부처에서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먼저 부처나 기관의 수장에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의 충성파를 앉히고, 민감한 기밀 정보를 포함한 내부 데이터를 확보한 뒤, 정부 예산을 통제하는 것이다. WP는 “그런 다음 합법적이든 아니든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이념에 일치하지 않는 일자리와 프로그램을 없애고 있다”고 분석했다.WP에 따르면 DOGE 직원들은 매우 빠르게 각 정부부처의 핵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려 한다. 이 과저에서 보안 프로토콜을 무시하고 정부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기도 한다.특히 WP는 DOGE 직원들이 기존 공무원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 활용’에 적극적이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이들은 방대한 양의 정부 기록과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도구에 입력해 원치 않는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있다”며 “인간의 어떤 작업을 AI나 머신러닝, 또는 로봇으로 대체할지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DOGE 직원들은 교육부의 재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 AI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폐지하겠다”고 수차례 언급한 부처다. 조달청에 파견된 DOGE 직원들 역시 간부들에게 “대부분의 작업을 자동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DOGE는 미국의 모든 정부 지출 내역이 담긴 재무부 시스템부터 수백 만 미국인의 의료 및 재무기록이 담긴 노동부 데이터 등 전방위적으로 정부의 주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 연방 정부 직원도 기업스타일로 해고머스크는 과거 트위터(현 X)를 인수했을 때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그는 트위터 인수 일주일 만에 대량 해고를 시작해 전체 직원의 75%를 잘랐다. 공격적 해고와 동시에 자발적 퇴사를 유도해 7500명 규모였던 트위터 직원을 인수 5개월 만에 1500명 수준으로 줄였다. 테슬라에서도 여러차례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또 그가 운영하는 모든 회사는 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그는 정부 구조조정에서도 전체 연방 직원 230만 명 중 1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근 일종의 ‘희망 퇴직’ 유도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약 5만 명만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자발적 퇴직 인원이 목표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부처별 대량 해고가 예상되는 상황이다.WP는 “부처별로 신속한 해고를 위해 성과가 나쁜 직원을 파악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백악관이 일부 부처와 기관의 자금을 최대 60%까지 삭감하는 예산안 준비에도 돌입했다”고 전했다.한편, 7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머스크 CEO에게 국방부와 교육부 등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지출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목표물을 골라 검토하도록 했다”며 “그들(DOGE)이 엄청난 양의 사기, 남용, 낭비 등 이런 모든 것들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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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연이은 매드맨 전략… “중동 ‘풀’ 때려 가자 ‘뱀’ 놀라게 해”

    “트럼프가 가자지구의 ‘뱀’들을 놀라게 하려고 중동의 ‘풀’을 일부러 때렸다.”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미국이 가자를 장악 및 소유하며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구상을 두고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5일 내놓은 반응이다.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打草驚蛇)를 인용한 문구로,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상대의 심리를 흔들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전략을 말한다.이번 구상은 그간 사실상 무관세로 교역을 해온 우방국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의 관세 부과라는 ‘폭탄’을 던진 후 두 나라가 자신이 원하는 불법 이민자 및 마약 단속에 나서자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 유예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매드맨(madman·미치광이) 전략’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 한 번의 매드맨 전략 구사라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루스소셜에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 의해 미국으로 넘겨질 것”이라며 거듭 가자 장악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소유로) 가자 주민이 새롭고 현대적인 주택을 갖춘 안전하고 아름다운 지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의 훌륭한 개발 팀과 협력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다만 이 구상이 국제법 위반 및 인종 청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은 5일 “반인륜 범죄이므로 대통령 탄핵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당사자에게 충격 주려는 의도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가자지구 구상이 “모두(아랍국과 국제기구 등)를 충격에 빠뜨려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는 자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며 이스라엘과 충돌했고, 국제사회의 원조도 착복했다. 이집트와 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면서도 정작 재정 지원과 난민 수용 등에 소극적이었다. 국제기구들 역시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문제가 해결책 없이 방치됐다는 지적이 속출했다.즉, 이번 구상은 가자지구의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아랍 주요국과 국제기구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과 경고가 될 수 있는 셈이다.이스라엘 매체 ‘N12’는 미국이 가자 주민을 아프리카의 모로코, 푼틀란드, 소말릴란드 등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는 독립을 선언한 서사하라와 심각한 영토 갈등을 빚고 있다. 소말리아의 북동부 자치주 푼틀란드, 1991년 소말리아에서 독립한 소말릴란드 또한 미국의 공식 인정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들이 미국의 지원과 가자 주민 수용이라는 ‘빅딜’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공화당도 ‘가자 미군 주둔’ 비판다만 그의 이런 구상에 집권 공화당조차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면 가자지구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고 했고 외교 수장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 구상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공화당 중진인 랜드 폴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5일 “해외 점령 전쟁을 벌여 미국의 자원을 낭비하고 미군의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가자지구에 미국 군대는 필요하지 않다. (미국의 개입으로) 이 지역이 안정될 것”이라며 파병설을 진화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또한 5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미군을 배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대통령은 미군을 투입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주민을 ‘영구 이주’시키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일시적 이주”라고 말을 바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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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트랜스젠더 女스포츠 출전금지”… ‘DEI 지우기’ 본격화

    “여성 스포츠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다. 남성(트랜스젠더)이 여성 스포츠 팀을 장악하거나 라커룸(탈의실)을 침범하게 하는 학교에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행정명령을 통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이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했다. 대선 때부터 수차례 강조했던 공약으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했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어린이부터 십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 선수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성 스포츠에 참여하려는 남성에 대한 미국 입국을 막고, 성별이 아닌 정체성(젠더)에 기반한 외국과의 스포츠 교류를 철회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는 참석자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여성과 소녀들이 안전하고 공정한 스포츠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DEI는 미국 학교,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성(性), 인종, 계층에 따른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진보 진영이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은 물론이고 능력에 따른 기회 부여를 막아 백인 및 남성을 역차별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남성의 신체 능력을 가진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성 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공정이 핵심 가치인 스포츠 정신을 근본적으로 위배했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군대 등 사실상 미국 사회의 전 영역에서 ‘DEI 지우기’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앞서 행정명령을 통해 정부 내에서 DEI를 증진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종료하라고도 지시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또한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가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국방부 및 육군 지침에 따라 사관생도들이 참여해 온 일부 (DEI 기반) 클럽을 해산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해산 대상에는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 생도들이 활동해 온 ‘한미 관계 세미나’를 비롯해 ‘일본 포럼 클럽’ ‘라틴 문화 클럽’ ‘여성 엔지니어 협회’ 등 인종이나 성에 기반한 12개 클럽이 속했다. 미국 주요 기업들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DEI 폐지’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그간 성소수자 우대 정책 등을 앞장서 추진했던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 구글은 같은 날 사내 메일을 통해 “더 이상 인력 구성의 다양성 개선을 위한 채용 목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메타, 아마존, 맥도널드, 월마트 등도 DEI 폐지 방침을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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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가자 장악 ‘매드맨 전략’…“중동 ‘풀’ 때려 가자 ‘뱀’ 놀라게 해”

    “트럼프가 가자지구의 ‘뱀’들을 놀라게 하려고 중동의 ‘풀’을 일부러 때렸다.”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미국이 가자를 장악 및 소유하며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을 두고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5일 내놓은 반응이다.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打草驚蛇)를 인용한 문구로,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상대의 심리를 흔들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전략을 말한다.이번 구상은 그간 사실상 무관세로 교역을 해온 우방국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 25%의 관세 부과라는 ‘폭탄’을 던진 후 두 나라가 자신이 원하는 불법 이민자 및 마약 단속에 나서자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 유예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매드맨(madman·미치광이) 전략’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 한 번의 매드맨 전략 구사라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루스소셜에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 의해 미국으로 넘겨질 것”이라며 거듭 가자 장악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소유로) 가자 주민이 새롭고 현대적인 주택을 갖춘 안전하고 아름다운 지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계의 훌륭한 개발 팀과 협력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다만 이 구상이 국제법 위반 및 인종 청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은 5일 “반인륜 범죄이므로 대통령 탄핵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당사자에 충격 주려는 의도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가자지구 구상이 “모두(아랍국과 국제기구 등)를 충격에 빠뜨려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는 자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며 이스라엘과 충돌했고, 국제사회의 원조도 착복했다. 이집트와 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면서도 정작 재정 지원과 난민 수용 등에 소극적이었다. 국제기구들 역시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문제가 해결책 없이 방치됐다는 지적이 속출했다.즉 이번 구상은 가자지구의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아랍 주요국과 국제기구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과 경고가 될 수 있는 셈이다.이스라엘 매체 ‘N12’는 미국이 가자 주민을 아프리카의 모로코, 푼틀란드, 소말릴란드 등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는 독립을 선언한 서사하라와 심각한 영토 갈등을 빚고 있다. 소말리아의 북동부 자치주 푼틀란드, 1991년 소말리아에서 독립한 소말릴란드 또한 미국의 공식 인정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들이 미국의 지원과 가자 주민 수용이라는 ‘빅딜’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공화당도 ‘가자 미군 주둔’ 비판다만 그의 이런 구상에 집권 공화당조차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면 가자지구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고 했고 외교 수장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 구상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공화당 중진인 랜드 폴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5일 “해외 점령 전쟁을 벌여 미국의 자원을 낭비하고 미군의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가자지구에 미국 군대는 필요하지 않다. (미국의 개입으로) 이 지역이 안정될 것”이라며 파병설을 진화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또한 5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미군을 배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대통령은 미군을 투입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주민을 ‘영구 이주’시키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일시적 이주”라고 말을 바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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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가자 구상’ 거센 역풍…일부 의원 “탄핵안 제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미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야당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텍사스)은 “대통령 탄핵”을 외쳤고 집권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티븐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백악관 참모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해당 발언을 굽히지 않고 있다.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린 의원은 5일(현지 시간) 하원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대통령의 가자 구상을 “‘인종 청소’ 겸 반인륜적 범죄”라고 비판하며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델라웨어) 또한 “공격적이고 미친 짓이며, 위험하고 어리석다”고 맹비난했다.공화당 주요 의원도 우려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은 “해외 점령 전쟁을 벌여 미국의 자원을 낭비하고 미군의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또한 “이 계획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국내외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 측은 진화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면 가자에 미군 투입도 고려하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 “미군을 투입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가자 재건에 미 납세자들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의미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주민을 ‘영구 이주’시키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일시적 이주”라고 말을 바꿨다.윗코프 특사 또한 같은 날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달러를 쓰거나 미군을 배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수습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대통령의 해결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중동 전체가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뉴욕타임스(NYT), CNN 등은 트럼프 측 참모들이 대통령이 한 ‘폭탄 발언’의 가장 폭발적인 요소들을 수습하려 애쓰고 있다고 논평했다. 특히 미 외교 수장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조차 이 구상을 사전에 알지 못해 방문지 과테말라에서 TV화면으로 접해야 했다고 전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취재진에게 거듭 자신의 구상을 옹호했다. 그는 “모두가 그것(내 아이디어)을 좋아한다(Everybody loves it)”고 했다. 이어 “나중에 뭔가를 할 것”이라며 거듭 가자지구에 개입할 뜻을 강조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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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쇼핑앱 테무-쉬인 겨눈 美, 중국발 국제택배 한때 차단

    한국의 우체국에 해당하는 미국 우편국(USPS)이 4일(현지 시간) 중국과 홍콩발 택배 배송 접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재개키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국 수입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서는 등 미중 간 ‘통상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택배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이다. 현재 미국 쇼핑앱 1, 2위 업체는 중국계인 ‘테무’와 ‘쉬인’이다. 택배 차단 발표가 난 이날 하루 동안 미 현지에서는 중국발 물품 중단에 따른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간 중국계 쇼핑앱을 통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해 왔던 미국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물가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진 것이다. 이날 차단 조치는 일단 하루 만에 해제됐지만 미중 통상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무(無)관세 혜택 누려온 ‘중국계 쇼핑앱’ 노려이날 우편국 발표는 4일 0시부터 미국이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역시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해 10∼15%의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서는 상황에서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허가 규정(de minimis)’을 종료시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소허가 규정은 가격이 800달러 미만인 품목에 대해선 특별한 세관 검사나 세금 징수 없이 외국에서 미국으로 물품을 반입할 수 있게 한 제도다. 1930년대부터 운용된 이 제도는 꾸준히 허용 금액을 높여 왔는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이 제도 적용을 종료시켰다. 중국 업체들이 최소허가 규정을 이용해 저가 물품을 대거 들여와 미국 시장을 잠식했고, 펜타닐(좀비 마약) 등 불법적이고 위험한 물품도 일부 유입시킨다고 판단한 것.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중국에서 들어오는 택배들은 내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관세도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허가 규정을 통해 미국으로 온 택배는 약 14억 건으로 2022년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 미 하원 공화당 의회 보고서는 이 중 절반이 중국발 택배라고 분석했다. 특히 싱크탱크인 피터슨연구소는 중국발 택배의 약 3분의 1을 테무와 쉬인의 것으로 추정했다. 테무와 쉬인은 미국 기업인 아마존(7위) 등과 비교했을 때 크게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평정했다. 아마존에선 미국산 골프 티(공을 올려 두는 받침)를 5개에 8달러에 팔지만, 테무에서는 같은 가격에 비슷한 제품 60개를 살 수 있을 만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처럼 테무와 쉬인 등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건 최소허가 규정을 이용해 중국에서 값싼 제품을 무관세로 직배송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등 미국 기업 이익-소비자는 타격하지만 이번 조치로 테무와 쉬인 등 중국계 쇼핑앱 업체들은 우편국을 통한 배송이 지연되거나 차단될 위기를 경험했다. NYT는 “앞으로의 주문은 물론이고 이미 주문한 고객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페덱스와 UPS 등 최소허가 규정 택배의 상당 부분을 처리해 온 민간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논란이 됐다. NYT는 “페덱스 등 관련 기업은 미국 세관 당국의 자원 부족으로 모든 택배를 검사할 수 없는 현실을 우려해 왔다”며 “최소허가 규정이 종료되면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발 택배 차단 같은 조치가 아마존 등 미국 기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WP는 “테무와 쉬인의 물품 가격이 30% 더 비싸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연간 약 220억 달러를 더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증시에서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주가가 2% 이상 하락했고, JD닷컴 역시 주가가 5% 이상 폭락했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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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우편국 “중국발 택배 접수 중단”…‘테무-쉬인’ 직구 막는다

    한국의 우체국에 해당하는 미국 우편국(USPS)이 중국과 홍콩발 택배 배송 접수를 일시 중단한다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이날부터 서로 상대국 수입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서는 등 미중 간 ‘통상 전쟁’이 격화되면서 우편국을 통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택배도 사실상 차단된 것이다. 현재 미국 쇼핑앱 1, 2위 업체는 중국계인 ‘테무’와 ‘쉬인’이다. 앞으로 중국과 홍콩발 택배 배생이 계속 중단되면 이 업체들의 타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간 중국계 쇼핑앱을 통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해 왔던 미국 소비자들의 불편 역시 커지고, 물가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無)세관 혜택 누려온 ‘중국계 쇼핑앱’들 직격탄 이날 우편국 발표는 4일 0시부터 미국이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역시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해 10~15%의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서는 상황에서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편국 대변인은 이번 택배 배송 중단이 무역 규정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허가 규정(de minimis)’을 종료시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최소허가 규정은 가격이 800달러 미만인 품목에 대해선 특별한 세관 검사나 세금 징수 없이 외국에서 미국으로 물품을 반입할 수 있게 한 제도다. 1930년대부터 운용된 이 제도는 꾸준히 허용 금액을 높여왔는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이 제도 적용을 종료시켰다. 중국 업체들이 최소허가 규정을 이용해 저가 물품을 대거 들여와 미국 시장을 잠식했고, 펜타닐(좀비 마약) 등 불법적이고 위험한 물품도 일부 유입시킨다고 판단한 것.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중국에서 들어오는 택배들은 내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관세도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허가 규정을 통해 미국으로 온 택배는 약 14억 건으로 2022년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 미 하원 공화당 의회 보고서는 이 중 절반이 중국발 택배라고 분석했다. 특히 싱크탱크인 피터슨연구소는 중국발 택배의 약 3분의 1을 테무와 쉬인의 것으로 추정했다. 테무와 쉬인은 미국 기업인 아마존(7위) 등과 비교했을 때 크게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평정했다. 아마존에선 미국산 골프 티(공을 올려두는 받침)를 5개에 8달러에 팔지만, 테무에서는 같은 가격에 비슷한 제품 60개를 살 수 있을 만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단 평가가 많았다. 이처럼 테무와 쉬인 등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건 최소허가 규정을 이용해 중국에서 값싼 제품을 무관세로 직배송했기 때문이다. ● 아마존 등 미국 기업 이익-소비자는 타격하지만 이번 조치로 테무와 쉬인 등 중국계 쇼핑앱 업체들은 우편국을 통한 배송이 지연되거나 차단되는 어려움을 맞게 됐다. NYT는 “앞으로의 주문은 물론이고 이미 주문한 고객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페덱스와 UPS 등 최소허가 규정 택배의 상당 부분을 처리해 온 민간 업체들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향후 이들이 어떻게 새 무역규정에 대응할지도 관건이다. NYT는 “페덱스 등 관련 기업은 미국 세관 당국의 자원 부족으로 모든 택배를 검사할 수 없는 현실을 우려해왔다”며 “최소허가 규정이 종료되면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치가 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WP는 “테무와 쉬인의 물품 가격이 30% 더 비싸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연간 약 220억 달러를 더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증시에서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주가가 2% 이상 하락했고, JD닷컴 역시 주가가 5% 이상 폭락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미국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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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發 관세전쟁…中-캐나다-멕시코 “보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미 동부 시간 4일 0시(한국 시간 4일 오후 2시)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간 ‘관세 무기화’를 공언해 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처음으로 미국의 1∼3위 교역국에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것이다.캐나다는 즉각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섰고,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겠다”고 맞서는 등 ‘글로벌 통상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피력했었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많아 향후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을 포함한 치명적 마약이 미국 시민을 죽이는 주요 위협이 됐다”며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게 대통령으로서 나의 의무”라고 관세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관세 정책을 바꾸려면 의회 승인 등이 필요하지만 IEEPA를 통해 대통령 권한으로 즉각 관세 인상을 실현한 것이다.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세 나라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경우 관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은 “3개국이 관세에 반발한다면 관세를 (더)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은 다른 상품과 달리 관세율을 10%로 낮춰 적용할 예정이다.세 나라는 강하게 반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6조 원)의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X를 통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2일 “미국을 WTO에 제소하고 상응하는 반격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멕시코와 캐나다를 북미 수출용 제품 생산의 거점기지로 삼아온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멕시코에는 자동차와 가전 등 5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했다. 캐나다에도 배터리 업체들이 다수 진출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품목의 생산처를 미국 본토로 옮기는 등의 경영 전략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美 3대 교역국부터 ‘관세폭격’… WSJ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트럼프 ‘국제경제비상권한’ 발동… 러 등 적국에 쓰던 조치 꺼내들어美언론 “북미시장 교란 위험” 비판과거 통상전쟁 교역-생산감소 불러불법이민 등 개선땐 철회 가능성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새 시대를 열었다. 세계 통상전쟁이 ‘스테로이드’를 맞았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글로벌 통상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3개국이 미국에 보복하면 관세율을 더 올리겠다고도 강조했다. FT는 각국 간의 통상전쟁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것처럼 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무기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세계 경제 재편에 시동을 거는 첫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방국까지 가리지 않고 때리는 전방위 통상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키우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IEEPA 발동해 관세 폭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번 관세 부과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외국과의 경제 거래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그간 북한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적국에 대한 경제제재 때 주로 쓰였다.하지만 1∼3위 교역국인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IEEPA’란 칼까지 직접 꺼내 들었다는 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단순한 ‘엄포용 카드’가 아닌 ‘실질적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을 맞대고 있고,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국으로 꼽혀 온 나라들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이 800달러 이하의 캐나다 물품을 수입할 때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최소 기준 면제’ 조항도 앞으로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별적 관세가 아닌, 모든 품목에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세 나라를 시작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도 속속 관세 폭탄을 투여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다음 타자로는 유럽연합(EU)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가 아주아주 나쁘다”며 유럽산 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다. 한국과 일본도 사정권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한국산 가전, 일본산 철강 등에도 관세 부과 의지를 밝혔다.● WSJ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관세 폭탄을 맞은 세 나라는 지체 없이 ‘보복’을 선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6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관세, 비관세 조치를 모두 동원한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미국 주류 언론의 반응도 차갑다. 관세 부과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통상전쟁(The Dumbest Trade War in History)”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북미 지역의 통합된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과거에도 통상전쟁은 교역 감소, 주요국 생산 급감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미국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해 주요 교역국과 관세 전쟁을 벌인 것은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중국을 관세 등을 통해 적극 압박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및 펜타닐 등 마약류의 미국 유입에 대한 책임을 이번 관세 부과 이유로 강조한 부분에도 주목한다. 향후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와 미국 내 거센 비난 등에 직면할 경우 이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걸 명분으로 이번 조치를 철회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불법 이민을 막지 않으면 최대 25%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멕시코가 국경 단속을 강화하자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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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보카도-메이플시럽까지 관세… “가격 뛰면 美 소비자 피해”

    4일(현지 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일(현지 시간) 발표와 캐나다 측의 “25% 보복관세” 발표 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양측의 ‘관세 폭탄’과 ‘보복’이 두 나라의 수입물가 상승을 자극해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식품 등 주요 상품의 물가가 대폭 상승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로 지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멕시코는 미국의 가장 큰 수입국이고, 그 다음은 중국과 캐나다”라며 “이들에 대한 관세 인상은 토마토, 티셔츠, 원유, 자동차 등 제품 전반에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이런 종류의 수입세 인상은 거의 항상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스마트폰 가격이 약 213달러(약 30만 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특히 소비자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식품 분야의 타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식료품인 아보카도와 방울토마토를 비롯해 수입 맥주 등은 최대 90% 이상 멕시코에서 생산된다.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메이플 시럽의 가격 상승 또한 예상된다. WSJ에 따르면 이 시럽을 대량 생산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과 캐나다 2곳뿐이며 캐나다 생산량의 60%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소비자들은 관세 발효 몇 주 내에 식료품 가격 등의 급격한 상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의 공급망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자동차 부문과 캐나다산 석유가 수입량의 60%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도 물가 상승 위험이 큰 분야로 꼽힌다. AP통신은 “25% 관세는 자동차 산업에 수류탄을 던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액시오스는 비영리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 자료를 인용해 이번 관세가 미국에 가구당 연평균 830달러(약 121만 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전했다. 캐나다의 물가 상승 위험 또한 크다. 캐나다는 미국산 오렌지주스, 위스키, 피넛버터, 맥주, 의류, 스포츠 장비 등의 주요 수입국이다.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면 소비자의 생활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 “국산 제품을 최대한 이용하고 휴가도 국내에서 보내라”고 당부했다. NYT에 따르면 오렌지주스(플로리다주), 위스키(테네시주), 피넛버터(켄터키주)는 모두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미권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등의 우려가 커지자 미국 노조 및 경제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부과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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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美 3대 교역국부터 ‘관세폭격’…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새 시대를 열었다. 세계 통상전쟁이 ‘스테로이드’를 맞았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글로벌 통상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3개국이 미국에 보복하면 관세율을 더 올리겠다고도 강조했다. FT는 각국 간의 통상전쟁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것처럼 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무기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세계 경제 재편에 시동을 거는 첫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방국까지 가리지 않고 때리는 전방위 통상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키우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IEEPA 발동해 관세 폭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번 관세 부과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외국과의 경제 거래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그간 북한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적국에 대한 경제 제재 때 주로 쓰였다.하지만 1~3위 교역국인 한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IEEPA’란 칼까지 직접 꺼내 들었다는 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단순한 ‘엄포용 카드’가 아닌 ‘실질적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을 맞대고 있고,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국으로 꼽혀온 나라들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이 800달러 이하의 캐나다 물품을 수입할 때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최소 기준 면제’ 조항도 앞으로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별적 관세가 아닌, 모든 품목에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세 나라를 시작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도 속속 관세 폭탄을 투여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다음 타자로는 유럽연합(EU)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가 아주아주 나쁘다”며 유럽산 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다.한국과 일본도 사정권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한국산 가전, 일본산 철강 등에도 관세 부과 의지를 밝혔다.● WSJ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관세 폭탄을 맞은 세 나라는 지체없이 ‘보복’을 선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6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관세, 비관세 조치를 모두 동원한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미국 주류 언론의 반응도 차갑다. 관세 부과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통상전쟁(The Dumbest Trade War in History)”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북미 지역의 통합된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과거에도 통상전쟁은 교역 감소, 주요국 생산 급감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미국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해 주요 교역국과 관세 전쟁을 벌인 것은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중국을 관세 등을 통해 적극 압박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및 펜타닐 등 마약류의 미국 유입에 대한 책임을 이번 관세 부과 이유로 강조한 부분에도 주목한다. 향후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와 미국 내 거센 비난 등에 직면할 경우 이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걸 명분으로 이번 조치를 철회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불법 이민을 막지 않으면 최대 25%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멕시코가 국경 단속을 강화하자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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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마토부터 스마트폰까지…관세 전쟁이 불러올 물가 상승 공포

    4일(현지 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일(현지 시간) 발표와 캐나다 측의 “25% 보복관세” 발표 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양측의 ‘관세 폭탄’과 ‘보복’이 두 나라의 수입물가 상승을 자극해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미국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식품 등 주요 상품의 물가가 대폭 상승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로 지목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멕시코는 미국의 가장 큰 수입국이고, 그 다음은 중국과 캐나다”라며 “이들에 대한 관세 인상은 토마토, 티셔츠, 원유, 자동차 등 제품 전반에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이런 종류의 수입세 인상은 거의 항상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스마트폰 가격이 약 213달러(약 30만 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특히 소비자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식품 분야의 타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식료품인 아보카도와 방울토마토를 비롯해 수입 맥주 등은 최대 90% 이상 멕시코에서 생산된다.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메이플 시럽의 가격 상승 또한 예상된다. WSJ에 따르면 이 시럽을 대량 생산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과 캐나다 2곳 뿐이며 캐나다 생산량의 60% 이상은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소비자들은 관세 발효 몇 주 내에 식료품 가격 등의 급격한 상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캐나다와 미국, 멕시코의 공급망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자동차 부문과 캐나다산 석유가 수입량의 60%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도 물가 상승 위험이 큰 분야로 꼽힌다. AP통신은 “25% 관세는 자동차 산업에 수류탄을 던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액시오스는 비영리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 자료를 인용해 이번 관세가 미국에 가구당 연평균 830달러(약 121만 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전했다.캐나다의 물가 상승 위험 또한 크다. 캐나다는 미국산 오렌지주스, 위스키, 피넛버터, 맥주, 의류, 스포츠 장비 등의 주요 수입국이다.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면 소비자의 생활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 “국산 제품을 최대한 이용하고 휴가도 국내에서 보내라”고 당부했다.한편 북미권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등의 우려가 커지자 미국 노조 및 경제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부과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철강노조(USW), 석유화학제조업협회(AFPM), 식품산업 단체인 소비자브랜드협회(CBA) 같은 단체들은 성명 등을 통해 “캐나다 같은 주요 동맹국을 공격하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라며 “이런 관세는 국경 양쪽의 산업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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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發 통상전쟁 시작…캐나다·멕시코 “보복 관세”·中 “WTO 제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자정(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1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단, 미국 내 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에 대해서는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그간 ‘관세 무기화’를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3대 교역국에 대해 첫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것으로,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 동맹 관계인 이웃 국가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을 던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북미 생산 거점이 집중된 곳이라 국내 기업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천명했다. 중국 또한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글로벌 무역 전쟁이 본격적으로 격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통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내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관세 정책을 변경하려면 의회의 승인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IEEPA를 통해 대통령 권한으로 즉각 관세 인상을 실현한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을 포함한 치명적 마약이 우리 시민을 죽이는 주요 위협이 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미국 국민을 보호해야 하며 대통령으로서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잘못 때문에 불법 이주민과 약물이 국경을 넘어 미국에 범람하고 있다는 맥락이다. 그간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맺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대부분 제품에 관세를 부과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저렴한 멕시코에 북미 수출용 생산 거점기지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10% 관세)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고 멕시코에 대해서는 에너지 제품을 포함해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산 모든 제품에 대해서도 10%의 보편 관세를 매긴다고 밝혔다. 특히 행정명령에는 “만약 이들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매겨 미국에 보복하는 경우 관세율을 올리거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열어뒀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관세에서 예외 되는 품목은 없을 것”이라며 “개별 기업이 특별히 면제를 받는 절차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미국의 3대 교역국으로 이들 국가에서의 수입은 미국 전체 수입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3년 기준으로 1조3000억 달러(약 1894조원) 이상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날 발표 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보복을 천명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일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300억 캐나다 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해서는 4일부터 즉각 관세를 부과하며, 나머지 1250억 캐나다 달러 상당 제품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적응 시간을 고려해 3주 내에 발효하기로 했다. 적용 품목은 술, 과일, 채소부터 의류, 신발과 같은 생활 물품 전반에 걸쳐 있어 북미 지역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 체감이 심화될 전망이다.이날 트뤼도 총리는 미국인들을 향해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여러분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잠재적으로 미국의 자동차 조립 공장과 기타 제조 시설들을 문 닫게 할 것”이라며 “식료품비와 주유비가 오르고 미국 안보에 필수적인 저렴한 제품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멕시코 역시 반격에 나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범죄 조직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그런 동맹이 있다면 바로 이런 범죄 조직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총기 상점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은 2일 상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을 WTO에 제소하고 상응한 반격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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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비용 ‘딥시크’의 역습… 美中 AI 전쟁 불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놓고 양국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두 나라가 치열한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오픈AI의 대표 모델인 ‘챗GPT’와 맞먹는 AI 모델을 오픈AI가 투자했던 비용의 약 5.6%만 들여 개발하면서 글로벌 기술업계 및 투자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그간 미국은 AI를 포함한 기술 분야 패권을 지키기 위해 고사양 AI용 반도체 등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그간의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저사양 AI용 반도체도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허용했던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 ‘H20’도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AI 경쟁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이 미국의 예상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딥시크는 미국의 대표적인 AI용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H800’ 반도체만으로 만든 자사의 AI 모델 ‘R1’이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밝혔다. 또 R1을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에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개발 비용을 축소 계산했거나 몰래 엔비디아의 신형 반도체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오픈AI 등의 개발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차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딥시크의 개발 비용은 미국 빅테크보다 크게 저렴하고 제품 성능도 구글, 메타, 앤스로픽 등의 AI 모델을 능가한다고 일각에선 평가한다. 이 같은 ‘딥시크 충격’은 27일 뉴욕 증시를 강타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17% 급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6000억 달러(약 840조 원)가 증발했다. AI 분야에서 역시 강세를 보여온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17.4%), TSMC(13.33%), 마이크론테크놀로지(11.71%) 주가도 급락해 이날에만 미 증시에서 약 1조 달러(약 1400조 원)가 사라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딥시크의 AI가 (미국 제품보다) 더 빠르고 훨씬 저렴해 보인다”며 “미국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 극도로 집중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설계 역량 혁신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中 딥시크, 5% 비용으로 챗GPT급 성능… “AI의 스푸트니크 순간”[中 AI ‘딥시크’ 쇼크]美中 불붙은 AI 패권 전쟁中, 엔비디아의 2022년 구형칩 활용… 추론 작업은 오픈AI 신형 모델 맞먹어NYT “실리콘밸리 가장 어두운 시간”… 美일각 “기술 도용 정황” 분쟁 예고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전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생 회사였다. 2023년 5월 설립된 딥시크는 이달 20일(현지 시간) ‘R1’이라는 AI 모델을 내놨지만 하루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못 받는 분위기였다.하지만 10일도 안 돼 상황이 급변했다. 저사양 AI용 반도체를 주로 활용한 딥시크가 미국 대표 AI 기업 오픈AI의 챗GPT 개발비의 약 5.6%에 불과한 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제품을 만든 게 확인된 것. 이 소식이 알려진 27일부터 엔비디아 등 뉴욕 증시의 AI용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 중 하나인 ‘모자익’을 개발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를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면서 미국의 우주 기술이 소련보다 뒤처졌음을 확인한 사건을 가리킨다. 딥시크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가 생각만큼 안 크고, 가성비가 훨씬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뉴욕타임스(NYT)도 “실리콘밸리의 가장 어두운 시간(darkest hour)”이라고 표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가장 어둡고 힘든 때’라며 이 문구를 썼다. 미국 AI 업계가 위기를 맞았다는 뜻이다.● 챗GPT 약 20분의 1 비용에 비슷한 성능‘R1’은 다양한 수학, 코드 및 추론 작업에서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기술 전문지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R1은 미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79.8%의 정확도로 o1(79.2%)을 앞섰다. 코딩 테스트에서도 65.9%의 정확도로 o1(63.4%)을 눌렀다.그러면서도 수천만 달러의 대규모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AI를 훈련하는 미국 빅테크와 달리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칩 ‘H800’으로 AI를 개발했다. 딥시크의 주장에 따르면 개발 비용 또한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로 1억 달러(약 1400억 원)가 들어간 챗GPT의 5.6%에 불과하다.중국의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에서도 ‘AI 굴기’가 한창이다. 중국 최대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인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9일 새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를 출시했다. 알리바바 측은 “큐원의 성능이 비교 모델을 뛰어넘었다”고 주장했다. 중국계 소셜미디어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22일 ‘두바오 1.5 프로’를 내놨다.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미국산 첨단 AI용 반도체를 구하기 어렵게 된 중국 기업이 알고리즘, 아키텍처 등에서 더 독창적이고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딥시크,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문샷 같은 중국 IT 기업이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며 비용 효율과 역량을 높여왔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라 미국의 첨단 칩 수출 제한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혁신이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美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미국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오픈소스’를 지향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I 개발 악용 우려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기술 공유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기업들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AI 모델의 개발 과정을 적극 공개하는데 이런 차이가 중국을 AI 연구 및 개발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오픈AI의 투자자이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는 진정한 혁신을 보여준다. 중국의 AI 개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딥시크의 가성비를 “인정한다”고 했다.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AI 업계 일각에서는 딥시크의 미국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CNBC는 딥시크가 중국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반도체를 다량 보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픈AI도 “딥시크가 우리의 AI 기술을 도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혀 양국 간 또 다른 무역분쟁의 우려를 낳고 있다.미 백악관은 딥시크가 국가 안보에 줄 영향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 해군은 군인들에게 딥시크를 다운로드하거나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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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보험금, 생전 연금-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활용 추진”

    ‘영올드’의 부상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도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일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유동화(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을 마치고 유동화 여력이 되는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360만 건 정도”라며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적고 부동산과 종신보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도 주택연금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이 완료됐으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3억 원이고 50%를 연금으로 받기로 할 경우 1억5000만 원을 연금으로 다달이 수령하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사망 시 유족이 받는 식이다. 정부는 또 세제 혜택이 풍부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연금 계좌에 ‘의료 저축 계좌’의 기능도 부여한다.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으로 돈을 인출할 때 납입한도를 복원해주기로 했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들을 위해 미리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이 대상으로 보험성 자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법령 개정을 거쳐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추가하면서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의 세부사항을 계획해 놓을 수 있다. 정모 씨(41)는 3년 전 이혼한 뒤 올해 여덟 살 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최근 은행 상담을 거쳐 3억 원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매년 2000만 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딸의 졸업 이후 한꺼번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정 씨는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안심”이라고 전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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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올드 잡자” 금융사가 유산 정리에 반려동물 관리 서비스도

    ‘귀여운 애완동물도 천수(타고난 수명)를 누리게 해드립니다.’ 지난해 말 방문한 아시아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도쿄 본사에서 받아든 ‘오히토리사마신탁’(1인 가구 신탁) 금융상품 안내서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본 최초로 신탁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양한 고령층 대상 금융 서비스에 더해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상품까지 내놓았다. 금융회사가 노인이 숨질 경우 부고를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유품 정리, 장례까지 책임져 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노트북을 수거해 데이터를 삭제해 주고, 반려동물을 정해진 사람에게 인도해 주는 일까지 도맡는다. 다니구치 요시미쓰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특별이사는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 업체에 맡기려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담보할 수 없다. 은행의 ‘신뢰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며 “해당 상품은 고객 수요가 많아 꾸준히 가입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급부상하면서 고령자들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최첨단 기술, ‘에이징 테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 앞다퉈 신탁 비즈니스로…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아오조라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화에 따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언 신탁과 유산 정리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언서 작성과 보관, 유언 집행까지 은행이 도맡아 해주고 유산 분할 협의서 작성, 상속 재산의 인도까지 아우른다. 평생 일군 재산을 ‘내 뜻대로’ 정확하게 상속되길 원하는 똑똑한 영올드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세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최근 신탁 비즈니스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치매가 발생하면 운용 자금을 병원, 간병,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주는 치매 신탁(후견 지원 신탁), 사망 시 장례비를 준비해 두는 상조 신탁, 손주 등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 행사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상속하거나 증여해 주는 이벤트형 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신탁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영올드를 겨냥한 각종 테크놀로지, 일명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사나’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마트 변기 커버를 개발했다. 변기 커버에 센서를 달아 심박수, 혈중 산소 수치, 심박수 변화도, 화장실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해 클라우드에 자료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자와 케어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국 ‘마이티헬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이와 건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과 영양 계획을 제안해 주고 나섰다.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수 저하, 폐경 관리 등에 대한 전문 강좌도 제공한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손보저팬보험이 만든 요양 사업자 ‘손보케어’는 2019년 ‘퓨처 케어 랩 인 저팬’을 설립하면서 요양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게 돌봄용 입욕 장치. 휠체어에 탄 채로 오르고 내릴 필요 없이 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 2021년 9월 개발해 200여 대를 보급했다. 손보저팬보험 관계자는 “낙상 위험 등을 사전에 감지해 주는 수면 측정기도 1만9000여 대를 도입하는 등 요양 산업에 혁신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리빙’ 시장도 확대 고령 친화적인 주거공간과 돌봄 서비스 등을 결합한 시니어 리빙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시니어 리빙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운동 시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호주의 ‘BUPA(부파)’ 은퇴자 마을에서 만난 린 씨(78)는 “집을 팔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5060세대가 곧 고령층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하우징 수요층이 세분화되며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10년이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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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딥시크, 5% 비용으로 챗GPT급 성능…“AI의 스푸트니크 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전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생 회사였다. 2023년 5월 설립된 딥시크는 이달 20일(현지 시간) ‘R1’이라는 AI 모델을 내놨지만 하루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못 받는 분위기였다.하지만 10일도 안 돼 상황이 급변했다. 저사양 AI용 반도체를 주로 활용한 딥시크가 미국 대표 AI 기업 오픈AI의 챗GPT 개발비의 약 5.6%에 불과한 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제품을 만든 게 확인된 것. 이 소식이 알려진 27일부터 엔비디아 등 뉴욕 증시의 AI용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 중 하나인 ‘모자익’을 개발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마크 앤드레슨은 딥시크를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면서 미국의 우주 기술이 소련보다 뒤처졌음을 확인한 사건을 가리킨다. 딥시크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가 생각만큼 안 크고, 가성비가 훨씬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뉴욕타임스(NYT)도 “실리콘밸리의 가장 어두운 시간(darkest hour)”이라고 표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가장 어둡고 힘든 때’라며 이 문구를 썼다. 미국 AI 업계가 위기를 맞았다는 뜻이다.● 챗GPT 약 20분의 1 비용에 비슷한 성능‘R1’은 다양한 수학, 코드 및 추론 작업에서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기술 전문지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R1은 미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79.8%의 정확도로 o1(79.2%)을 앞섰다. 코딩 테스트에서도 65.9%의 정확도로 o1(63.4%)을 눌렀다. 그러면서도 수천만 달러의 대규모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AI를 훈련하는 미국 빅테크와 달리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칩 ‘H800’으로 AI를 개발했다. 딥시크의 주장에 따르면 개발 비용 또한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로 1억 달러(약 1400억 원)가 들어간 챗GPT의 5.6%에 불과하다. 중국의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에서도 ‘AI 굴기’가 한창이다. 중국 최대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인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9일 새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를 출시했다. 알리바바 측은 “큐원의 성능이 비교 모델을 뛰어넘었다”고 주장했다. 중국계 소셜미디어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22일 ‘두바오 1.5 프로’를 내놨다.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미국산 첨단 AI용 반도체를 구하기 어렵게 된 중국 기업이 알고리즘, 아키텍처 등에서 더 독창적이고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딥시크,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문샷 같은 중국 IT 기업이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며 비용 효율과 역량을 높여왔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라 미국의 첨단 칩 수출 제한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혁신이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美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미국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오픈소스’를 지향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I 개발 악용 우려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기술 공유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기업들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AI 모델의 개발 과정을 적극 공개하는데 이런 차이가 중국을 AI 연구 및 개발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오픈AI의 투자자이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는 진정한 혁신을 보여준다. 중국의 AI 개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딥시크의 가성비를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AI 업계 일각에서는 딥시크의 미국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CNBC는 딥시크가 중국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반도체를 다량 보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픈AI도 “딥시크가 우리의 AI 기술을 도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혀 양국 간 또 다른 무역분쟁의 우려를 낳고 있다. 미 백악관은 딥시크가 국가 안보에 줄 영향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 해군은 군인들에게 딥시크를 다운로드하거나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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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스 “미군 아껴서 배치해야”… 해외주둔 조정 공식화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원(미군)을 배치하는 방식에 있어 아끼면서(sparing)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며 “미군을 모든 곳에 보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해외 주둔 미군 운용 방식의 조정을 처음 공식화한 것으로 향후 주한미군 규모나 역할 변화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전의 많은 이들(전직 대통령)과 달리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원을 아껴서 배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나라를 위해 군복을 입고 자신의 목숨을 내걸 의지가 있는 남녀를 모든 곳에 보내서는 안 된다”며 “어딘가 보낸다면 싸워서 신속하게 이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필요한 도구를 줘 힘을 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전력과 임무가 적절한지 검토하는 ‘글로벌 전력 태세 평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신속한 군사력 강화와 (그에 대한) 억제력을 수립해야 하는 시급함을 고려해 인도 태평양에서 전력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직후 군에 보낸 메시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명확한 미션은 힘을 통해 평화를 쟁취하라는 것”이라며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인도 태평양에서 중국공산당의 공격성을 억제하고, 전쟁을 책임 있게 끝내며, 핵심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중심 역할이 북한 도발 억제에서 중국 견제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25일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5일 해상(수중) 대 지상 전략 순항 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무기체계 시험을 참관했다”고 26일 보도했다. 군 안팎에선 이 미사일이 북한이 지난해 1, 2월 발사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미사일은 핵 타격 전력이지만 순항미사일인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처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대상은 아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수위를 조절한 도발로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美국방 “中 군사위협 대처해야” 주한미군 역할 조정 가능성 촉각[美 해외미군 운용 조정 공식화]美국방 “전쟁 치르고 싶지 않아… 우리군 재건, 억제력 재구축할것”트럼프 1기땐 주한미군 감축 검토북미대화 재개 추진도 영향 미칠듯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해외주둔 미군 운용 방식의 조정을 처음 공식화하면서 2만8500명이 배치된 주한미군의 규모 및 역할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때도 주한미군 감축 등을 검토한 만큼, 미국이 북한의 핵군축과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스몰딜’을 추진하면서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 의지가 강하기에 주한미군 규모를 줄이기보다 기능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1기 때도 주한미군 감축 검토25일(현지 시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취임식 직후 전군에 이메일을 보내 “전사의 정신(warrior ethos)을 되살리고, 우리 군을 재건하며, 억제력을 재구축하겠다”며 “우리는 전쟁을 치르고 싶지 않고 억제하고 싶으며 전쟁을 책임 있게 끝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되 대외 분쟁에 과도하게 개입해 국력을 소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런 기조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언에서도 읽힌다. 그는 취임 첫날 직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외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평화를 증진하고 분쟁을 피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평화가 없으면 강하고, 번영하고, 잘사는 나라가 되기 어렵다. 이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이 같은 기조와 맞물려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한 사실이 주목된다. 2020년 6월 리처드 그리넬 당시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로 신임을 얻고 있는 그는 2기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특별임무대사로 중용됐다.루비오 장관도 트럼프 1기 당시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2020년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갈등을 벌이자 그는 “한국과 서유럽에 주둔한 미군 재검토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에 발탁된 마이클 왈츠도 2018년 6월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북한을 비핵화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주한미군 감축이 가능하다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의사를 밝히며 북-미 정상외교 재개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한미군 조정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북한과 핵 협상이 적당한 수준에서 타결된다면 주한미군의 기능을 북한 견제에서 중국 견제로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헤그세스 장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하며 스몰딜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 견제 강화가 주한미군 감축 제동 걸 수도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분명한 대중 견제 강화 움직임이 주한미군 감축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주한미군 규모를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되 일부 기능을 중국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뜻이다.헤그세스 장관은 25일 이메일에서 “우리 본토를 방어해 억제력을 재확립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 증가에 대처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때도 반복해서 중국에 대한 억제 의지를 피력했다.‘주한미군 역할 조정론’을 주장해 온 엘브리지 콜비 신임 미 국방부 정책차관도 지난해 3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해 7월 헤리티지재단 행사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군을 세계 전반에 넓게 배치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항하려면 결정적 순간에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정책차관은 국방부 내 서열 3, 4위로 미군 해외 배치 정책 수립에 관여한다.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성비위 의혹과 알코올 남용, 왜곡된 여성관, 전문성 결여 등 자질 부족 논란에 시달린 끝에 24일 가까스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이날 상원 임명동의안 표결에선 47명의 민주당 의원 전원을 비롯해 공화당 의원 3명도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찬성과 반대가 각각 50표로 동률을 이뤘지만, 상원의장을 겸하는 J D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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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임우선]숫자로 만들어진 트럼프의 비즈니스적 세계관

    ‘난 10달러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심지어 5달러도 아니에요. 2달러만 주세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약 석 달 동안 거의 매일,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 이런 내용의 문자가 왔다. 발신자의 이름은 도널드 트럼프. 대선 취재를 위해 트럼프 캠프에 연락처를 등록했더니 생긴 일이었다. 요청 액수는 매일 달랐다. 12달러, 9달러, 14달러…. 어떤 날은 ‘당신이 내게 5달러를 줘야 할 5가지 이유’와 같은 논리적인(?) 메시지가 왔다. 기부가 일상인 미국이라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매일 ‘돈을 달라’는 집요한 메시지를 보내는 건 ‘컬처 쇼크’였다. 카멀라 해리스 캠프에서는 받지 못한 문자였다.아메리카 퍼스트? 머니 퍼스트! 그에게는 취임식도 ‘비즈니스’였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공식 행사만 정부 자금으로 치르고, 부대행사 격인 무도회 등은 당선인 주관의 취임 위원회에서 기부금을 확보해 준비한다. 이번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00만 달러 기부자에게 자신과의 만찬 참석권 등 각종 ‘특전’을 제시해 역대 최고 금액인 1억7000만 달러를 모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기부금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돈을 향한 그의 열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가상화폐인 일명 ‘트럼프 코인’과 ‘멜라니아 코인’을 발행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조차 ‘이건 아니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해충돌 논란이 뜨겁지만, 어쨌든 그는 문자 그대로 하루아침에 수백억 달러의 시장을 갖게 됐고 첫날 거래 수수료로만 5800만 달러를 벌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틱톡 금지법’에 따라 미국에서의 사업을 접어야 할 운명에 처한 중국계 플랫폼 틱톡에도 그는 ‘딜’을 시도했다. ‘지분 절반을 미국에 주면 사업을 허가해 주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명할 때 ‘거래 중심적(transactional)’이란 말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그는 큰돈이 있지만 작은 돈벌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는 모자, 달력, 심지어 성경책도 판다.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는 제목의 이 성경은 59.99달러지만 사인이 들어간 한정판은 1000달러다.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벌 수 있는 건 다 벌자’는 의지가 느껴지는 행보다.비즈니스 마인드로 협상 전략 짜야 온 세상을 숫자로 보는 ‘비즈니스적 세계관’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은 외교와 통상 정책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취임도 하기 전부터 파나마에 ‘옛날에 우리가 지어준 파나마 운하에서 미국 배들에 돈을 뜯어갈 거면 다시 파나마 운하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캐나다에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관세가 없다’고 했고, 그린란드에는 ‘돈 줄 테니 그린란드를 팔라’라고 했다. 모든 결정에 ‘돈’이 중심인 그에게 품위, 염치, 예의, 존중 따윈 ‘0원짜리’ 가치일지 모른다. 그런 그는 한국에 어떤 거래를 요구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행정부에 “4월 1일까지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을 조사하고,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국 역시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만큼 봄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청구서’가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비록 한국 정치는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엉망일지라도 외교와 통상 분야만큼은 ‘숫자’가 정해지기 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사전 정보를 확보하고 선제적 대응을 했으면 한다. 남은 시간은 60일. 정해지고 난 뒤엔 늦다. 오직 ‘기브 앤드 테이크’ 마인드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외교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상대하려면 한국 역시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우리가 ‘기브한’ 것과 ‘기브할’ 것을 앞세워 치밀하게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다.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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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스 부통령 “미군 아껴서 배치해야”…주한미군 주둔 규모 변화에 촉각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군을 모든 곳에 보내서는 안 된다”며 미군의 해외 배치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현재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 규모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밴스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전의 많은 이들(전직 대통령)과 달리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원(미군)을 아껴서(sparingly) 배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 나라를 위해 군복을 입고 자신의 목숨을 내걸 의지가 있는 남녀를 모든 곳에 보내서는 안 된다”며 “어딘가 보낸다면 싸워서 신속하게 이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필요한 도구를 줘 힘을 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해외 주둔 미군의 운용을 둘러싼 변화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안보 의제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등에서도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견제 의지가 강력한 만큼, 해외 주둔 미군을 축소하더라도 주한미군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했던 만큼 병력을 줄이고 북·중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앞서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전력과 임무가 적절한지 검토하는 ‘글로벌 전력 태세 평가’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군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명확한 미션은 힘을 통해 평화를 쟁취하라는 것”이라며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공산당의 공격성을 억제하고, 전쟁을 책임 있게 끝내며, 핵심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을 두고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유지하되, 그 역할 중심을 북한 견제에서 중국 견제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한편, 미국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은 성비위 의혹과 알콜 남용 문제, 왜곡된 여성관과 전문성 결여 등 자질 부족 논란에 시달려 왔지만 밴스 부통령 덕에 가까스로 인준을 받는데 성공했다. 전날 상원에서 실시된 임명동의안 표결에서는 공화당 의원마저 3명이 반대해 찬성과 반대가 각각 50표로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상원의장으로서 마지막 한 표를 쥐고 있던 밴스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져 국방장관이 됐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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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에 찬물 끼얹은 머스크 “AI 프로젝트 돈 없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퍼스트 버디(first buddy)’로 통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발표한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를 공개 비판했다. 주요 외신들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AI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두 사람 사이의 첫 공개적 균열”이라고 주목했다.● 머스크, 트럼프가 강조한 프로젝트 직접 저격 22일 머스크는 자신의 X를 통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한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실현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X에 “사실 그들은 돈이 없다”고 적으며 스타게이트를 설립하기로 한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파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큰 AI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는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머스크는 추가 게시물에선 “소프트뱅크는 채 100억 달러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은 것”이라고 꼬집었다.이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머스크의 글에 답글을 달아 “틀렸다. 당신도 (틀린 것을) 확실히 알고 있지 않느냐”며 “이미 (데이터센터가 지어지고 있는) 첫 번째 부지에 와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또 “국가에 최선인 게 항상 당신 회사에 최선은 아니다”라며 “(정부효율부 수장으로서) 당신의 새 역할에서는 (당신이 아닌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머스크와 올트먼의 논쟁이 벌어지자 두 사람의 오랜 악연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었지만 오픈AI가 영리 사업을 추구하며 위험한 방식으로 AI를 개발한다고 반발했다. 결국 2018년 오픈AI와 갈라섰고, 머스크는 xAI라는 자신의 AI 회사를 따로 세웠다. 이후 머스크는 올트먼을 ‘사기꾼 샘(Swindlly Sam)’으로, 올트먼은 머스크를 ‘괴롭힘쟁이(bully)’라고 불렀다. 머스크는 현재도 오픈AI에 소송을 걸어 영리법인 전환을 막기 위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올트먼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앞으로도 온갖 나쁜 짓을 하겠지만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남용해서 다른 경쟁 사업자를 괴롭히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은 정말 AI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불편’ 뉴욕 증시 ‘날개’ 머스크의 ‘스타게이트 저격’ 발언에 대해 백악관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캐럴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CEO들의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일은 두 사람 사이의 초기 단절을 나타낸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 문제에서 불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트먼과 오랜 시간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올트먼과 전화 통화를 했고 ,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열광적 반응을 보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및 미국에 대한 신뢰 강화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뉴욕 증시는 스타게이트 효과에 힘입어 S&P500 지수가 장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37.13포인트(0.61%) 오른 6,086.37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30.92포인트(0.30%) 오른 44,156.7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52.56포인트(1.28%) 오른 20,009.34에 마감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는 4.43% 상승했고, 오픈AI의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4.13% 올랐다. 스타게이트 참여사인 오라클은 6.75%,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회사 ARM은 15.93% 폭등했다. CNBC는 이날 구글이 또 하나의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에 10억 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를 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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