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8t 무게 차량이 시속 65km로 돌진해도 견디는 강력한 차량용 방호 울타리(가드레일)가 설치됐다.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500명의 어린이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이후 방호 울타리의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전국 스쿨존의 약 40%는 방호 울타리가 여전히 없어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호 울타리 설치한 스쿨존 61% 그쳐지난달 31일 부산 남구 우암초교 앞에 설치된 울타리는 8t 무게 차량이 시속 65km로 돌진해도 충격을 견디고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등급(SB2 등급)의 차량용 방호 울타리가 스쿨존에 설치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울타리는 초등학교 보행로 200m 구간을 따라 설치돼 아이들과 시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앞서 부산시와 손해보험협회는 이 주변 차량 통행을 고려해 새로운 방호 울타리 설치를 추진해 왔다. 기존에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가 있었으나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같은 차량 돌진 사고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3일 확인한 새 울타리는 매우 견고했다. 성인이 손으로 잡고 흔들거나 발로 걷어차도 꿈쩍하지 않았다. 서울 시청역 주변의 보행자용 울타리들이 대부분 쉽게 흔들리거나 덜컹거렸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한 주민은 “주변에 대형 부두와 컨테이너 터미널이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데 아이들 지나는 곳에 튼튼한 울타리가 설치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 스쿨존 10곳 중 4곳에는 방호 울타리가 없다. 경찰청의 ‘최근 3년간 스쿨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매년 평균 5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다쳤다. 2021년엔 563명, 2022년 529명, 2023년 523명이었다. 하루에 1.5명꼴로 사고가 발생한 것. 반면 아이들을 지켜줄 방호 울타리 설치율은 낮다. 경찰청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스쿨존 1만6490곳 중 방호 울타리가 설치된 곳은 61.4%(1만120곳)에 불과했다.● 아슬아슬 韓 스쿨존… 日은 가이드라인 따라 설치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올해 7월 31일부터 스쿨존에 방호 울타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용과 보행자용을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방호 울타리’로만 정의하고 있다. 보행자용은 사람이나 자전거가 도로 등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 용도로 강도가 약하다. 차량 충돌 사고로부터 보행자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 방호 울타리를 우선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도 없다. 이 때문에 스쿨존 방호 울타리 설치 지점을 검토할 때 주변 산업단지, 공장지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화물차 등의 통행량이 많고 그만큼 사고도 잦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팀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 시화공업단지에서 약 1.2km 떨어진 경기 시흥시 시흥초교 주변을 살펴봤다. 사고가 잦은 지역이고 스쿨존이었지만 학교 정문 오른편 약 20m 구간에 가드레일이 없었다. 드럼통을 가득 실은 화물트럭이 유턴을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인도에 바짝 붙어 지나갔다. 아이들이 있었다면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주민 송모 씨(33)는 “등교 시간에 특히 트럭들이 더 많이 지나다닌다. 이런 곳에 왜 가드레일이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서 약 1.3km 떨어진 호원초교 주변 역시 일부 구간에 가드레일이 없었다. 일본은 스쿨존 안전대책 정비 가이드라인에 따라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보도 폭이 2m 이상이면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했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 역시 사람이 주로 다니는 길의 폭이 1m 이상∼2m 미만이면 고강도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시흥=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의사, 의대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환자 조롱 글 30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부 의사들은 일명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두둔하며 모금 운동을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환자 조롱 게시글 3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사와 의대생이 신원 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메디스태프’에는 의료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과 환자를 비하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환자가)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국민들이 죽으라고 눕는 것”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 뉴스에 나와 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썼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 김 청장은 “특정인(환자)을 지칭한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쓴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법리 검토를 해서 수사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전부 삭제된 상태다. 의료계 일각에선 집단행동 불참 의사, 전공의, 의대생의 실명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개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돕겠다는 모금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송금을 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피부과 원장’으로 소개한 한 회원은 500만 원을 송금한 인터넷뱅킹 캡처 화면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송금을 독려했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련)도 22일 정 씨의 가족을 만나 변호사 선임 등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특별회비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향후 추가 특별회비 모금과 탄원서 제출 등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학련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구속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변호사비마저 없어 쩔쩔매는 전공의를 위해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의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한 3명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1일 사이 해외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복귀 전공의 명단 관련 접속 링크를 공유한 3명을 특정하고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가 특정 의사의 개인정보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게시했다는 점에서 스토킹처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이 3명에게도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서울대병원 암센터 병동에 불이 나 한때 환자 등 600여 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에 성공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23일 오후 3시 4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센터 2층에서 불이 나 의료진과 환자 등 640명이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2층 협진실에 있는 방열기(라디에이터) 전선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소방차 25대와 인원 89명을 출동시켰다. 화재 직후 건물 전체에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자 내부에 있던 1∼3층 병동의 입원 환자들과 직원 등 640여 명이 대피했다. 직원들은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인 오후 3시 7분경 소화기로 불을 모두 껐다. 화재가 발생한 2층은 입원 환자들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위한 진료센터가 있는 곳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연기가 난 곳 주변의 다른 진료실은 냄새가 심해 다른 층으로 환자들을 이동시켜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24일부터 협진실을 제외한 나머지 진료실을 모두 정상 운영할 예정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누전 혹은 합선 등으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대병원 암센터 병동에 불이 나 한때 환자 등 600여 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에 성공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23일 오후 3시 4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센터 2층에서 불이나 의료진과 환자 등 640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2층 협진실에 있는 방열기(라디에이터) 전선에서 연기가 난다”라는 신고를 접수하고 소방차 25대와 인원 89명을 출동시켰다. 화재 직후 건물 전체에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자 내부에 있던 1~3층 병동의 입원 환자들과 직원 등 640여 명이 대피했다. 직원들은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인 오후 3시 7분경 소화기로 불을 모두 껐고 대피했던 환자와 의료진들도 다시 복귀했다.서울대병원 측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2층은 입원 환자들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위한 진료 센터가 있는 곳이다. 연기가 시작된 협진실은 화재 당시 비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불을 끈 뒤 진료를 재개했다. 연기가 난 곳 주변의 다른 진료실은 냄새가 심해 다른 층으로 환자들을 이동시켜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24일부터 협진실을 제외한 나머지 진료실을 모두 정상 운영할 예정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누전 혹은 합선 등으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의사, 의대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환자 조롱글 30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명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에 대해 의사들 일부가 그를 두둔하며 모금 운동을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23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환자 조롱 게시글 3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사와 의대생이 신원 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메디스태프’에는 의료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과 환자를 비하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환자가)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국민들이 죽으라고 눕는 것” 등의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한 회원은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썼다.이에 보건복지부는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 김 청장은 “특정인(환자)을 지칭한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쓴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법리 검토를 해서 수사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전부 삭제된 상태다.의료계 일각에선 파업 불참 의사, 전공의, 의대생의 실명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개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돕겠다는 모금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돈을 송금을 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피부과 원장’으로 소개한 한 회원은 500만 원을 송금한 인터넷 뱅킹 캡처 화면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앞자리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송금을 독려했다.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도 22일 정 씨의 가족을 만나 변호사 선임 등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특별회비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향후 추가 특별회비 모금과 탄원서 제출 등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학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구속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변호사비마저 없어 쩔쩔매는 전공의를 위해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의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한 3명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달 10일부터 올 21일 사이 해외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복귀 전공의 명단 관련 접속 링크를 공유한 3명을 특정하고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이 옷 완전 맘에 들어! 같이 사진 찍자.” 22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한일축제한마당’ 현장. 김서율 양(16)은 일본 전통의상 ‘유카타’를 입은 채 친구에게 말했다.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며 미대 진학의 꿈을 키워왔다는 김 양은 “만화에서만 보던 유카타를 실제로 입어 보니 들뜬다”면서 “가까운 두 나라가 교류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시작된 한일 최대 민간교류행사 한일축제한마당이 올해 20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8%가량 늘어난 6만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행사는 한일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의 주제가를 부른 일본 성악가 메라 요시카즈 씨와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 박완 씨가 합동 무대를 꾸몄다. 일본 창작 무용수 ‘다카후지 우콘’과 한국의 ‘이영아 무용단’이 양국의 전통 무용을 번갈아 선보이기도 했다. 한일축제 참석이 10번째라는 일본인 여행객 사토 가쓰오 씨(54)는 “많은 일본인과 한국인이 모여 화합하는 모습은 매번 봐도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아이돌 그룹 ‘아일릿’과 일본의 ‘아이비’ 등 양국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양국 기업 등이 마련한 약 50개의 체험 및 홍보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최근 유명 배달 기사가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배달 기사는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머리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사고 당시 머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일명 ‘반모 헬멧’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오토바이 배달 기사 상당수가 머리 전체를 보호하는 ‘전면 헬멧’ 대신 반모 헬멧을 쓴 채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현행법에는 헬멧 형태에 관한 규정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 기사 절반은 ‘반모’ 헬멧오토바이 헬멧은 형태와 보호 범위에 따라 하프(half)형, 제트형, 풀페이스(full face·전면)형 등으로 나뉜다. 턱을 포함해 얼굴 대부분을 보호해 주는 풀페이스형을 제외한 유형들은 일명 ‘반모 헬멧’으로 불린다. 제트형은 귀까지만 가리는 헬멧이다. 바가지처럼 생긴 하프형은 눈썹 윗부분만 가릴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시 충격 완화 효과가 거의 없다. 유명 배달 기사 역시 차량에 치일 당시 하프형 헬멧을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배달업 종사자는 48만5000여 명이다. 상당수 배달 기사들은 제대로 된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도로를 누비고 있었다. 취재팀은 18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역삼동, 관악구 신림동 일대 도로에서 배달 기사들의 헬멧 착용 상태를 사진으로 촬영하며 관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림동은 서울 내 배달 서비스 이용 횟수 1위, 역삼동은 3위 지역이다. 1인 가구 밀집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시경 신림역교차로에서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 8명이 정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전면 헬멧을 쓴 기사는 1명뿐이었다. 반모 헬멧을 쓰고 있던 한 기사는 땀이 많이 났는지 헬멧을 벗고 땀을 닦다가 신호가 바뀌자 급히 헬멧을 머리에 얹고 턱끈도 채우지 않은 채 출발했다. 오후 4시 반에는 역삼역교차로 배달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충돌할 뻔했다. 배달 기사는 반모 헬멧을 썼지만 턱끈은 채우지 않은 상태였다. 3시간 동안 취재팀이 지켜본 배달 기사 178명 중 95명(53%)은 반모 헬멧 차림이었다. 그 외 1명은 자전거용 헬멧을 썼고, 다른 1명은 아예 헬멧을 안 썼다. 나머지 81명(46%)만이 전면 헬멧을 쓰고 있었다. 취재팀이 만난 배달 기사들은 더위와 불편함 탓에 전면 헬멧 대신 반모 헬멧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력 10년 배달 기사인 이모 씨(58)는 “전면 헬멧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덥고 불편하다”며 “단속이 강화되다 보니 이를 피하려고 그나마 형식적으로나마 반모 헬멧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헬멧 턱끈을 안 채우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서 다쳤다고 했다.● 관련 규정 모호… “구체 기준 마련해야”오토바이를 탈 때 어떤 형태의 헬멧 등 보호장구를 갖춰야 하는지 관련 법 규정도 모호하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32조는 오토바이 헬멧이 ‘충분한 시야’를 확보해야 하고 ‘충격 흡수성과 내관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얼굴의 어느 부위까지 어떻게 가려야 하는지는 정해 놓지 않았다. 김상철 충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오토바이 사고로 온 환자들을 보면 전면 헬멧이 아닌 경우 헬멧이 머리에서 벗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전면 헬멧은 머리와 경추 보호 효과가 있는 등 헬멧에 따라 예방 효과가 다른 만큼 착용 의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사실상 반모 헬멧은 사고 상황에서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시속 몇 km 이상 도로에서는 어떤 헬멧을 써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정승우 유중문화재단 이사장 (법학과 99학번)이 모교인 고려대에 세종시 공동캠퍼스 건축기금 1억 원을 쾌척했다. 19일 고려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총장실에서 ‘정승우 유중문화재단 이사장, 세종시 공동캠퍼스 건축기금 기부약정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의 기부금은 세종시 공동캠퍼스 조성에 활용될 예정이다. 고려대는 인공지능사이버보안학과 등 첨단 분야 학과와 행정전문대학원까지 총 790명 규모 공동캠퍼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2021년에도 고려대 의료원에 미술품 21점, 2022년에는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미술품 13점을 기증한 바 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정부가 대한체육회장 등의 3연임 적격성을 심의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과 운영 절차가 불공정하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일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허용 방식은 공정하고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며 “대한체육회에 임원의 연임 허용에 관한 심의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회장 등 대한체육회 임원은 원칙적으로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는데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3연임 이상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2016년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돼 2021년 재선으로 연임한 이기흥 현 회장도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 열리는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올해 2월 이사회 때 “현재 규정으로는 내가 5번을 출마해도 문제가 없다. 3선을 하든 4선을 하든 그거 내가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스포츠공정위 심의 통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이라는 게 체육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스포츠공정위원은 15명인데 모두 이 회장이 임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정기 대의원 총회를 통해 스포츠공정위 구성 권한을 위임받았다. 이 회장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해도 곧바로 3연임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인단 투표에서 당선돼야 3연임할 수 있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문체부는 “회장 임기 연장 심의를 회장 본인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 위원에게 맡기는 건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이다. 특히 현재 스포츠공정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회장 특별보좌역을 지낸 인물”이라면서 “현재 상태로 심의 절차가 진행되면 ‘제척·기피·회피’라는 일반법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출신인 현 스포츠공정위원장은 회장 특보를 지내는 동안 대한체육회로부터 총 7000만 원이 넘는 수당을 받기도 했다. 전임 김정행 회장 시절 대한체육회 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이전엔 회장 특보 같은 자리가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5월 이사회 때 ‘인력 풀(pool) 부족’ 등을 이유로 체육회와 산하 경기단체 임원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제한 제도는 이들의 조직 사유화, 횡령 비리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돼 (2018년) 마련된 제도다. 체육단체 임원의 비리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제도 폐지를 검토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정관 개정을 승인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의 임기 연장 심의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 정관은 ‘재정 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해 평가한 결과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에 한해 임기 연장을 승인할 수 있다고 정해 놨다. 문체부는 “정량이 아닌 정성평가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또 심사 과정에 ‘허용’과 ‘불인정’을 구분하는 기준 점수가 없어 자의적 심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스포츠공정위원은 문체부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현재 위원도 모두 문체부 동의를 받았다”면서 “정관도 개정할 때마다 문체부 승인을 거친다. 문체부가 정관이 문제라고 판단했으면 진작에 바꾸라고 했어야 한다. 체육회는 물론이고 각 경기단체, 지역체육회 선거가 임박한 상황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규정을 바꾸면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한국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직 반도체 기업 임직원 등 30여 명을 추가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중 해외에 체류 중인 용의자들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반도체 기술이 유출될 경우 피해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건너간 韓 반도체 전문가 30여 명 수사 10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산업기술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및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 출신 임원 최진석 씨(66)와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 씨(60)를 5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 씨가 중국에 설립한 회사 ‘청두가오전 하이테크놀로지(CHJS)’에 근무했던 인력 30여 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다가 중국으로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최 씨의 회사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씨의 회사가 이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불법 인력 유출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청두가오전 공장은 경찰 수사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하지만 중국에선 청두가오전의 전현직 반도체 전문가들이 관련 특허를 계속 출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청두가오전 소속 연구원 20여 명이 2022년 5월부터 2년여간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지식산권국에 신청한 발명 출원 목록 180여 개를 확인한 결과, D램 특허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한 연구원은 올 6월 ‘반도체 구조물의 제조 방법 및 반도체 소자의 제조 방법’이라는 특허를 출원했다. D램 장치 소형화에 필요한 기술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통상 국내 엔지니어 1, 2명이 이직하는 수준의 기술 유출 사안과는 다르다”며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 출신이 직접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한국 기술로 반도체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경제 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中 건너간 인력들, 해고당하고 지원금도 못 받아 앞서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삼성전자 임원 퇴사 후 2020년 9월경 중국 청두시로부터 약 4600억 상당의 투자를 받아 청두가오전을 중국에 설립했다. 중국 중앙 정부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한국 반도체 인력의 중국 취업과 관련 기술 유출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오 씨를 비롯한 한국 인력을 영입해 삼성전자가 4조3000억 원가량을 들여 개발한 20나노급 D램 반도체 기술 관련 공정도 700여 개를 중국으로 빼돌려 사용했다. 최 씨는 2021년 12월경 중국에 반도체 D램 제조공장을 세운 뒤 2022년 4월경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통상 업계에선 원천 기술 없이 새로운 세대의 D램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청두가오전은 한국 기술자들을 ‘장기 휴직’ 처리하는 등 사실상 해고했다. 이직 당시 약속한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등 각종 지원금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이) 각종 복지 혜택을 내걸어 국내 연구자들을 현혹하지만 실상은 성과가 안 나와 금방 해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술의 중국 유출이 잇따르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부분의 기술 유출은 지인이나 동료 연구원 등 소위 ‘인맥’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원천 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함께 근무했던 동료나 협력사 등 사람을 통해 기술을 빼가는 경우는 기업 자체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강력한 처벌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우리은행 부정 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처남 김모 씨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횡령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를 받는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5일) 김 씨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체포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7일 우리은행 본점, 구로구 신도림금융센터, 강남구 선릉금융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당시 김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씨가 법인을 통해 매입한 부동산 계약서를 위조해 거래 금액을 부풀린 뒤 이를 이용해 우리은행으로부터 과도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내 명의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 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35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내준 사실을 적발했다. 대출 취급 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하고 대출금이 용도에 맞지 않게 쓰인 정황도 발견됐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이 대출에 직접 관여하거나 지시했는지, 혹은 알고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수 차례 입상한 유명 피아니스트 A 씨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A 씨에 대한 성매매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A 씨는 2020년 서울 강남구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여성 마사지사와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난달 27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A 씨는 국제 콩쿠르에서 수 차례 입상한 바 있다. A 씨 측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8개월 여아가 수도권 병원 응급실 11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태로 한 달째 누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28개월 여아가 열경련 증상을 보여 어머니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오후 8시 51분경 현장에 도착해 서울 및 경기 지역 병원 응급실 11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병원들은 ‘전문의 부재’ 또는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후 9시 18분경에야 40km가량 떨어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여아는 신고 1시간 5분가량 지난 오후 9시 45분경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선 약물 치료를 받고 경련이 멈췄지만 뇌에 손상을 입어 한 달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3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적절하게 응급 이송이 안 됐던 것인지 확인 중이다”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없었는지 등은 의학적으로 세밀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의료 역량의 한계 속에서 이런 사고들이 빈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광역지자체에 ‘조사명령서’를 보내고 여아를 받지 않은 병원을 조사해 응급의료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한편 최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5분경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신청사 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4m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구급대원이 오전 8시 41분경 도착해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약 11km 떨어진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에 사고 발생 후 1시간 12분 만에 도착했다. 이 환자는 이날 낮 12시 11분경 뇌출혈로 숨졌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8개월 여아가 수도권 병원 응급실 11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태로 한 달째 누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28개월 여아가 열경련 증상을 보여 함께 있던 어머니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오후 8시 51분경 현장에 도착해 서울 및 경기 지역 병원 응급실 11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병원들은 ‘전문의 부재’ 또는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후 9시 18분경에야 40km가량 떨어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여아는 신고 1시간 5분가량 지난 오후 9시 45분경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선 약물 치료를 받고 경련이 멈췄지만 뇌에 손상을 입어 한 달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3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적절하게 응급 이송이 안 됐던 것인지 확인 중에 있다”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없었는지 등은 의학적으로 세밀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의료 역량의 한계 속에서 이런 사고들이 빈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광역지자체에 ‘조사명령서’를 보내고 여아를 받지 않은 병원을 조사해 응급의료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법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다.한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5분경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신청사 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높이 4m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급대원이 오전 8시 41분경 도착해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약 11km 떨어진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에 사고 발생 후 1시간 12분 만에 도착했다. 이 환자는 이날 낮 12시 11분경 뇌출혈로 숨졌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우리나라에서 실종된 뒤 현재까지 생사가 파악되지 않는 성인이 총 68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년 전 실종된 딸을 찾지 못한 채 숨진 송혜희 씨 부친의 사연이 최근 알려지면서 국내 실종 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특히 성인은 실종돼도 유전자(DNA) 확인 절차의 법적, 제도적 미비점 때문에 행방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국내 실종자(성인 기준)는 총 6809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 중에는 실종된 지 20년이 넘은 사람도 1995명 있었다. 실종 기간이 10년에서 20년 사이인 사람은 1633명이었다. 취재팀이 실종 신고부터 이후 수사 과정 등을 살펴본 결과 성인의 경우에는 가족과의 DNA 확인 및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자신의 DNA를 수사기관에 등록해 놓고 변사자나 무연고자 등이 발견되면 대조, 확인해서 가족을 찾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실종자가 18세 미만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에 따라 DNA 확보 및 비교가 가능하다. 아동, 지체장애인, 치매 환자 등은 이 법에 따라 가족이 DNA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놓고 거의 실시간으로 비교, 확인할 수 있다. 폐쇄회로(CC)TV 확인 절차도 성인은 까다롭다.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 경찰이 CCTV 기록을 확인하려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반면 미성년자 실종 사건에서는 영장 없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한 실종 사건에서 피해자가 성인이라는 이유로 수사가 지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4월 경기 파주시 한 호텔에서 여성 2명이 살해된 사건에서도 관련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CCTV 영상을 확보하는 데만 13시간이 걸렸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 탓에 변사자 중 신원이 확인돼 가족에게 인도된 경우는 최근 3년간 438건에 불과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DNA 정보가 등록됐다면 10분도 안 걸려 변사자나 무연고자의 가족을 찾을 수 있다”며 “관련 법이 없으니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성인 실종자 빨리 찾을 ‘DNA 활용法’ 절실”생사 알길 없는 실종 성인 6800명범죄 의심돼도 단순 가출 치부 많아… 21년째 아들 찾는데 DNA 검사 퇴짜경찰 “개인정보 유출 소송-징계 부담”… 美-獨선 DNA정보로 실종자 수사“시신이라도 찾게 해달라.”2003년 실종된 어머니를 20년 넘게 찾고 있는 문상진(가명·64) 씨는 동아일보 취재팀에게 “혹시 경찰이 발견한 변사자 중 어머니가 있는지 알고 싶어 DNA를 등록하려고 여러 번 부탁했지만 경찰은 받아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문 씨의 어머니는 당시 광주 자택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탄 뒤 연락이 끊겼다. 40대 초반이었던 문 씨는 이제 환갑을 넘겼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엄마 뼛가루를 만져보는 상상을 했다”며 “내가 저승에 가야 우리 엄마를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련 법 부재-처벌 부담에 경찰은 거부문 씨가 자신의 DNA를 이용해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현행법상 경찰이 이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실종자가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일 경우 그 가족들의 DNA를 이용한 수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DNA 채취 및 보관이 법으로 허락된 성인은 실종 아동 가족과 범죄 피의자뿐이다.21년째 행방불명인 아들을 찾고 있는 박홍림(가명·69) 씨는 20여 년 동안 전국 경찰서를 전전하며 DNA 채취 및 대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박 씨의 아들은 2003년 3월 경기 양주시 자택에서 나간 뒤 실종됐다. 당시 24세였다. 아들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지난해 부인까지 세상을 떠났다. 박 씨는 “아들이 죽었으면 시신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20년 넘게 하늘에 빌었다”고 했다.관련 법 부재 외에도 경찰은 소송이나 처벌, 징계 등의 부담 탓에 DNA를 이용한 수사를 꺼리고 있다. 실종자 가족의 DNA를 제출받은 뒤 관리에 문제가 생겨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민사소송을 당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실종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공무원은 법이 허용하는 권한 안에서만 일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종자 가족들이 요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식적으로는 ‘불가하다’고 통보해 돌려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체 정보를 임의대로 처리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며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경찰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은 DNA 정보로 실종자 찾아해외에는 성인 실종자 관련 DNA 정보를 보관해 수사에 이용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은 1993년 ‘DNA 데이터베이스 및 정보은행법’(일명 ‘DNA법’)을 마련해 실종자 가족이 요청하면 DNA 정보를 제출받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뒤 무연고자 등의 정보와 비교해 신속하게 소재를 파악한다. 독일과 영국도 관련 법이 있고 이에 근거한 ‘실종자 데이터 뱅크’를 운영 중이다. 신원미상의 시신이 발견되면 실종자 가족 DNA 데이터베이스와 자동으로 비교해 일치하면 유가족에게 즉시 통보한다.우리나라에서는 성인 실종자와 가족의 DNA를 수사에 활용하기 위한 DNA법이 20,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여야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고 폐기됐다. 임시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선진국 수사기관은 전부 DNA 정보를 적극 활용해 실종자 수색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속히 관련 법안을 마련해 성인 실종자 가족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성인 실종자 수사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범죄 관련성이 있는 사건조차 단순 가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인 실종자 전체를 경찰이 ‘가출인’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모든 사건을 자발적 가출로 간주하고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실종 발생 초기 48시간을 놓칠 경우 수년 동안 찾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연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가출자가 아니라 실종자로 보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미성년자 성착취 용의자였던 30대 남성이 경찰의 자택 방문 직전 아파트 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1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경 경기 파주시 와동동의 한 아파트 베란다 8층 난간에서 30대 남성 A 씨가 떨어져 숨졌다. 사건 당일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를 받던 A 씨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에 찾아갔다. A 씨는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성관계 당시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A 씨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한 뒤 현관문을 두드리고 벨을 눌러도 안에서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한 명이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가보니 A 씨가 8층 난간에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본 경찰이 추락 상황을 우려해 즉시 119에 신고했지만 A 씨는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은 A 씨가 스스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A 씨의 정확한 인적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재지 방문은 수사에 꼭 필요했다”면서 “소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용의자와 물리적 충돌은 물론이고 대면 접촉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미성년자 성착취 용의자였던 30대 남성이 경찰의 자택 방문 직전 아파트 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1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 11시경 경기 파주시 와동동의 한 아파트 베란다 8층 난간에서 30대 남성 A 씨가 떨어져 숨졌다. 사건 당일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를 받던 A 씨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에 찾아갔다. A 씨는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성관계 당시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경찰은 A 씨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한 뒤 현관문을 두드리고 벨을 눌러도 안에서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한 명이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가보니 A 씨가 8층 난간에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본 경찰이 추락 상황을 우려해 즉시 119에 신고했지만 A 씨는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은 A 씨가 스스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A 씨의 정확한 인적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재지 방문은 수사에 꼭 필요했다”면서 “소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용의자와 물리적 충돌은 물론 대면 접촉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한복판 4차선 도로에서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차량이 통째로 빨려 들어가고 운전자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서울에서만 최근 10년간 218개의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싱크홀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지반 조사 및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리던 SUV 갑자기 땅속으로 2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7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대교 방면 한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가 땅속으로 빠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 남성 윤모 씨(82)가 중상을 입었고 동승한 여성 안모 씨(79)는 심정지 상태에 빠져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안 씨는 현재 호흡을 회복했지만 의식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 사이로 알려진 이들은 안 씨의 무릎 관절 소염제를 받으러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하던 길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확인한 싱크홀은 가로 6m, 세로 4m 크기에 깊이는 성인의 키를 훌쩍 넘기는 2.5m 규모였다. 중형 승용차 한 대는 가볍게 집어삼킬 만한 구멍이었다. 당시 주변의 한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사고 순간이 담겨 있었다. 도로를 달리던 흰색 티볼리 차량이 갑자기 왼쪽으로 뒤뚱하며 기울면서 순식간에 땅속으로 사라졌다. 주변을 달리던 차량들이 놀란 듯 급히 진로를 바꾸거나 멈춰 서는 모습도 있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연세대 학생 조모 씨(25)는 “반대편 차선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가 땅속에 떨어져 있었다”며 “매일 오가던 길이라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조 씨는 “지하 시설이 있는 곳도 아닌데 싱크홀이 생겼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올해 벌써 서울에만 7건 발생 소방당국과 서대문구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 노후 상수도관일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싱크홀 아래 오래돼서 사용하지 않는 상수도관이 주저앉으며 땅이 꺼졌을 수 있다. 사고 지점에서 약 170m 떨어진 곳의 사천 빗물펌프장 관로 연결 공사가 영향을 끼쳤는지도 확인 중이다. 공사로 인해 땅 밑에 빈 곳이 생기고, 이곳으로 주변의 흙과 빗물이 쏠리면서 일대 지반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서 이전까지 구 차원의 지반 상태 점검 등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싱크홀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2016년 57건이었던 싱크홀은 2017년 23건, 2019년 13건 등 다소 줄어들다 2022년 20건, 지난해 22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7건 발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기상 이변 등의 영향으로 매월 1, 2건의 지반 침하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6∼8월에는 연간 강수량의 약 70%에 달하는 954mm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주로 낡은 하수관로로 인한 지반 침하(110건·51%)가 원인이었다.● 전문가 “지반 조사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 싱크홀은 단순 땅 꺼짐을 넘어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25일에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깊이 2.5m 싱크홀이 발생해 지나가던 30대 남성이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2022년 8월에는 강원 양양군 그랑베이 낙산 건설 현장에서 무려 폭 12m, 깊이 5m의 싱크홀이 발생해 근처에 있던 편의점이 붕괴됐다. 적극적인 선제 조사를 통해 싱크홀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반이 미리 다져졌는지 확인하고 빈 공간을 미리 메우기만 해도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지하 조사 등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서울 한복판 4차선 도로에서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차량이 통째로 빨려 들어가고 운전자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서울에서만 최근 10년간 218개의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싱크홀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지반 조사 및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리던 SUV 갑자기 땅 속으로 빨려들어가2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7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대교 방면 한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가 땅속으로 빠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 남성(82)이 중상을 입었고 동승자 여성(76)은 심정지 상태에 빠져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여성은 나중에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확인한 싱크홀은 가로 6m, 세로 4m 크기에 깊이는 성인의 키를 훌쩍 넘기는 2.5m 규모였다. 중형 승용차 한 대는 가볍게 집어삼킬 수 있을 만한 구멍이었다. 당시 주면의 한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사고 순간이 담겨 있었다. 도로를 달리던 흰색 티볼리 차량이 갑자기 왼쪽으로 뒤뚱하며 기울면서 순식간에 땅 속으로 사라졌다. 주변을 달리던 차량들이 놀란 듯 급히 진료를 바꾸거나 멈춰서는 모습도 있었다. 한 목격자는 “일을 하다가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나와보니 차 한 대가 도로 밑에 빠져 있었다”며 “차 안에 사람이 보였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나던 연세대 학생 조모 씨(25)는 “반대편 차선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가 땅 속에 떨어져 있었다”며 “매일 오가던 길이라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조 씨는 “지하 시설이 있는 곳도 아닌데 싱크홀이 생겼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올해 벌써 서울에만 7건 발생문제는 이 같은 싱크홀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2016년 57건이었던 싱크홀은 2017년 23건, 2019년 2019년 13건 등 다소 줄어들다 2022년 20건, 지난해 22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7건 발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기상 이변 등의 영향으로 매월 1, 2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특히 지난해에는 6~8월의 강수량이 954mm로 연간 강수량(1400mm)의 약 70%가 집중되면서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서울 지역 싱크홀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218건 중 38%인 83건이 여름철 우기(7~8월)에 집중됐다. 주로 낡은 하수관로로 인한 지반침하가 110건(51%)가 원인이었다.서대문구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는 이전까지 구청 차원의 지반 상태 점검 등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서 관리하는 도로라는 이유로 3월부터 구청이 진행한 지하 공동탐사 대상에서 빠졌다. 구청 관계자는 “해당 도로는 시에서 관리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구청에서 임의로 위험성 조사 등을 할 수가 없다”며 “구에서 따로 해당 도로에 싱크홀 관련 조치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 전문가 “지반 조사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싱크홀은 단순 땅꺼짐을 넘어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25일에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깊이 2.5m 싱크홀이 발생해 지나가던 30대 남성이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2022년 8월에는 강원 양양군 그랑베이 낙산 건설 현장에서 무려 폭 12m, 깊이 5m의 싱크홀이 발생해 근처에 있던 편의점이 붕괴됐다. 2019년 12월 22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 현장에서 깊이 3m 싱크홀로 50대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다. 전문가들은 싱크홀은 충분히 사전 조사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서울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대부분이 빗물이나 낡은 상하수도에서 새어나오는 물로 인해 발생한다. 물로 인해 생긴 빈 공간을 미리 조사해 메우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 인근 등에는 선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마약 조직 말단에서 마약을 은닉, 배달하는 일에 20대 젊은이들이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드로퍼(Dropper·마약류 운반책)’라고 불리는데 최근 돈이 필요한 젊은층이 주로 몰리고 있다. 마약 조직은 이들의 신분증 등을 미리 받아둔 뒤 나중에 탈퇴하려 하면 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식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27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 등에서 ‘드로퍼’ ‘드라퍼’ 등을 검색하자 관련 홍보 글들과 텔레그램 채널 주소들이 나열됐다. 이를 통해 채널에 접속하자 ‘드라퍼 구인 월 2000 보장 가능. 신분 개빡세게 오픈(공개) 가능한 자 구인’ 등의 설명이 적힌 채널이 여럿 나왔다. 취재팀이 ‘드로퍼를 하고 싶다’며 한 채널을 통해 말을 걸자 채널 운영자는 얼굴 사진, 주민등록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신상 서류를 ‘담보’로 요구했다. 이들은 지원자가 나중에 ‘드로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할 경우 신상 정보를 공개한다고 협박해 일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상반기(1∼6월) 경찰에 검거된 마약류 공급 사범은 27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나 늘었다. 신분증 저당 잡힌 마약운반 청년들… “신상 공개” 협박에 발 못빼마약운반 늪에 빠진 20대“고수익 알바” 거짓 홍보로 유혹… 주민등록초본-가족 신상도 요구“가족피해 우려, 그만두지도 못해”… 마약배달 처벌 강화돼 징역 5∼7년드로퍼에 가담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관련 텔레그램 채널 등에 접근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검색사이트 구글이나 X(옛 트위터) 등을 조금만 검색해 봐도 관련 글들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고수익 알바’ 등을 찾다가 우연히 이런 글들을 본 뒤 마약 조직에 발을 들이게 되는 셈이다. ‘일당 100만 원 이상 보장’, ‘최소 수익 월 2000만∼3000만 원’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을 내건 경우가 많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일자리를 문의하고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지원자 가장해 접근하자 “민증 보내라” 취재팀은 마약 조직이 드로퍼를 고용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지원자를 가장해 접촉을 시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주민등록증은 물론이고 등초본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신상 서류를 요구했다. 수 초 만에 답장을 보내온 한 마약 판매책 채널은 “보증금 300만 원과 얼굴 사진을 달라”며 주민등록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부모 이름과 전화번호, 그 외 가족 전화번호, 주거래 통장 계좌번호 등을 요구했다. 서류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기록된 주문 내역을 캡처해 보내라는 경우도 있었다. 지원자에게 자녀가 있는 경우 다니는 학교 등 자녀 신상 정보까지 요구한다. 취재팀이 복수의 관련 텔레그램 채널을 관찰해 보니 드로퍼 지원자들은 대부분 20대였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20대 드로퍼 경험자들이 일을 그만두려 할 때마다 조직은 “네 신상 정보를 공개하겠다” “집 주소를 안다. 사람을 보내겠다”고 협박하며 계속 일을 시킨다. 드로퍼들은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까 봐 혹은 본인이나 가족이 위해를 당할까 봐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취재팀이 살펴본 한 텔레그램 채널에는 탈퇴를 시도한 남성 드로퍼의 사진과 함께 “이 ×× 잡아서 알몸 동영상 재밌는 콘텐츠 준비 중이니 기대해 주세요”라는 운영자의 협박 글이 올라왔다. 마약 채널 운영자들은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개월 단위로 대화방을 삭제하는 일명 ‘방폭’도 하고 있다. 운영자들은 통상 3, 4개 채널을 상시 운영하는데 각 채널마다 20명가량의 신상이 공개돼 있었다.● 경찰, 공급책 집중 단속…적발 시 징역형 경찰에 따르면 드로퍼 같은 마약 공급 사범은 증가 추세다. 올 상반기(1∼6월) 경찰에 검거된 마약 공급 사범은 2725명으로 지난해 동기(2089명)보다 30.4%(636명) 늘었다. 당초 제조나 밀수 사범을 중심으로 단속 활동을 해온 경찰은 이달부터 유통 사범을 집중 단속 중이다. 전문가들은 ‘큰돈’의 유혹에 별생각 없이 가담했다가는 형사처벌 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3월 인천지법은 ‘마약 딜러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드로퍼가 된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마약 전문 박진실 변호사는 “처벌을 받게 된 드로퍼 의뢰인들은 다들 ‘형이 셀 줄 몰랐다. 제대로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하곤 한다”며 “예전보다 판매책들이 드로퍼들에게 보내주는 양이 많아 징역 5∼7년까지 받기도 한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선은 상선의 정보를 전혀 모르게 설계된 점조직에서 드로퍼 등 최하선은 수사 꼬리 자르기용으로 이용되기도 쉽다”고 했다. 투약과 돈벌이를 모두 하려는 목적으로 드로퍼가 되는 이들도 있는 만큼 투약 사범부터 드로퍼의 길로 빠지지 않게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돈은 없는데 마약을 사고 싶은 20대들, 큰돈을 벌려는 젊은이들이 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 천기홍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는 “투약 사범에 대해서는 치료나 재활을 통한 재범 방지 노력을 정책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