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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4개 수출기업들에 판매 은행들이 손해액의 평균 23%를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가 나왔다. 다만 은행들이 이 권고를 따를 법적 의무가 없어 실제 배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12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고 키코에 대한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책임을 인정해 손해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13일 권고했다. 은행별 배상금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KDB산업은행 28억 원 등 총 255억 원이다. 금감원은 “판매 은행들이 과도한 규모의 환 헤지를 권유하고 향후 예상되는 위험성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권고 이유를 밝혔다. 관건은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배상 권고를 수용하느냐다. 분조위의 조정안은 강제성이 없어 양측이 20일 내에 수락해야만 성립된다. 키코 피해 기업 측은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결과는 다소 아쉽지만 금융당국의 노력에 감사하다”며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따르길 바란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은행들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의사만 밝히고 있다. 금감원이 1년 넘게 밀어붙여 온 사안임을 감안하면 무작정 거부하기도 힘들지만 향후 기업들의 추가 분쟁조정이 이어질 경우 배상금액이 2000억 원대로 불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적인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배상 결정을 따르면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은행들의 고민이다. 다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감원의 제재를 앞두고 있는 일부 은행은 금융당국의 결정을 결국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장윤정 yunjung@donga.com·이건혁 기자}

채용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사진)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13일 후보군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후 만장일치로 조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날 면접에는 조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민정기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 5명이 참여했다. 조 회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회추위원장인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적 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고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했다”며 “조 회장 유고(법정구속) 시 직무대행 1순위는 비상임이사인 은행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됨에 따라 올해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이 201곳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불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소기업 512곳이 퇴출되거나 경영 정상화 절차를 밟았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재무구조가 취약한 3307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도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한 결과 대기업 9곳과 중소기업 201곳 등 총 210개 기업(C등급 59곳, D등급 151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조선, 해운 등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대기업은 부실기업이 줄어드는 양상이지만 중소기업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75곳, 2017년 174곳 등 수년 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은 올해 200곳을 넘어섰다. 특히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 중소기업이 145곳이나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중소기업 여신이 확대되면서 평가 대상 기업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있다”면서도 “경기 악화로 중소기업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매년 채권은행과 함께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 원 이상인 대기업, 500억 원 미만인 중소기업 중 이상 징후가 있는 기업을 추려 세부평가를 진행한다. 이 중 신용위험도 C등급과 D등급을 받은 기업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이나 법정관리(기업 회생 절차) 대상이 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기계·장비제조업(35곳), 부동산(19곳), 자동차부품(17곳), 금속가공(17곳) 등의 순이었다. 기계·장비제조업이 전년보다 15곳 늘었으며 조선(―7곳), 금속가공(―5곳), 철강(―5곳) 등의 업종은 감소했다.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3조3000억 원으로 이 중 은행권에서 빌린 돈이 2조4000억 원으로 대부분(72.7%)을 차지했다. 이번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반영했을 때 은행권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은 약 1735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중소기업들도 늘고 있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업생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한 신생기업은 92만 개로 전년보다 0.7% 증가한 반면 2017년 중 소멸한 기업은 69만8000개로 전년보다 11.5%가량 불어났다. 소멸기업은 도·소매업(25.4%), 숙박·음식점업(20.9%), 부동산업(19.5%) 등 영세 업종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대부분(92.2%)은 1인 기업 형태였다. 기업들이 장기간 살아남기도 벅찬 모습이다.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고 5년 생존율도 29.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100곳 중 35곳이 1년이 지나면 문을 닫고 5년이 지나면 29곳 정도만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산업별로 금융·보험업(52.6%), 사업서비스업(57.4%), 예술·스포츠·여가(59.4%) 부문 기업의 1년 생존율이 특히 낮았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점업의 1년 생존율 역시 61.5%로 평균에 미치지 못했고 5년 생존율은 19.1%에 불과했다. 성장률이 20%가 넘는 고성장 기업은 전년 대비 1.7% 늘어난 4600개였다. 이 중 사업자 등록을 한 지 5년이 안 된 기업 수는 1160개로 전년보다 2.3% 감소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앞으로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은 실손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보험금의 청구 빈도에 따라 실손보험료를 할증·할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3800만 명이나 돼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그러나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와 가입자의 지나친 의료 서비스 이용 때문에 보험사 손실이 커지고 보험료 상승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11일 ‘공·사보험 협의체’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보험료 할인·할증제 도입, 보장 범위와 자기부담률 개편 등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해 2020년 실손의료보험의 구조개편 및 청구 간소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의체는 일단 의료 서비스 이용 빈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금 청구를 적게 할수록 내야 하는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보험료 청구 방식을 지금보다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내년도 실손보험료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인한 실손보험금 감소 효과를 가이드라인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나빠진 손해율을 감안해 내년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대폭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인한 실손보험의 반사이익을 제대로 산출해내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위은지 기자}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토지와 건물에 대한 정교한 실사 없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묻지 마 투자’로 부실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각 보험사에 해외 부동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현황 등을 낱낱이 점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해외 부동산 점검’을 내년 업무계획의 핵심 테마로 삼아 보험사 및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현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돈이 해외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 만큼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저금리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 운용이익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리고자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려왔다. 업계 ‘선두주자’ 격인 삼성생명은 2016년 독일의 초고층 빌딩 ‘코메르츠방크 타워’ 인수에 참여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영국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에 돈을 넣는 등 해외 부동산 투자를 지속해왔다. 한화생명도 해외투자 비중이 전체 운용자산(93조9760억 원)의 30%에 육박한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6조9095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곳에는 미래에셋생명이 4997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급격히 불어났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 10곳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2017년 말 기준 10조5000억 원에서 2019년 6월 말 15조4000억 원으로 47% 증가했다. 금감원은 투자 규모가 급증한 데 비해 금융회사들의 투자분석과 리스크관리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KB증권이 판매하고 보험사 등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 ‘JB호주NDIS펀드’의 부실 사태는 이 같은 금감원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 원래 이 펀드는 장애인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개발해 임대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호주 LBA캐피털은 투자금으로 임의로 다른 토지를 매입했다. 당초 약정과 다른 엉뚱한 곳에 돈이 나간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KB증권이 부랴부랴 투자금 회수 조치에 들어갔지만 최대 3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 투자처 선택은 물론이고 사후 관리가 녹록지 않다고 본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 현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법적 다툼이 발생할 시 즉각적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가 어렵다는 점도 큰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업계의 투자명세를 분석한 뒤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는 철저히 해야겠지만 규제로 해외 부동산 투자가 원천 봉쇄되면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을 낼 길이 막막해진다”고 했다. 이날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 내부통제 강화 워크숍’을 열고 증권사들에 해외 부동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자산운용사에도 부동산 등 대체투자 펀드에 대한 실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주요 2개국(G2) 시대’가 끝나고 두 나라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부추기는 ‘G 마이너스(―) 2’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세계 교역과 경제 성장이 동반 증가하던 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2019년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이어진 ‘세계 교역 증가율과 세계 경제 성장률의 증가세 동조화’가 깨진 원년(元年)”이라며 “향후 약 5년간 세계 교역 성장률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제시한 세계 경제의 올해 성장률과 교역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3.0%, 1.1%다. 지난해 이 수치는 나란히 3.6%였다. 2008∼2018년 동안 세계 교역 증가율과 성장률의 평균치도 모두 3.4%로 같았다. 하지만 올해 교역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07년과 2019년(전망치)의 수치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지난 12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은 5.6%에서 3.0%로 2.6%포인트만 줄었으나 교역 증가율은 8.1%에서 1.1%로 7.0%포인트 급감했다. 그 이유로 무역전쟁, 보호무역, 제조업 위주의 세계 분업체제 약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교역 의존도가 낮은 지식집약적 산업의 급성장 등이 꼽힌다. ○ ‘G2’에서 ‘G 마이너스(―)2’ 올해 7월 미국 경제전문가 아빈드 수브라마니안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조시 펠먼 JH컨설팅 이사는 국제전문 비영리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에 ‘협력의 공공재’를 수출하는 대신 양국 경제정책이 ‘파멸적 결과’를 가져오는 ‘G ―2’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며 이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막대한 돈을 풀었고 중국은 8%대 고성장을 바탕으로 각국의 수출 수요를 흡수했다. 반면 올해 양국은 첨예한 무역전쟁을 벌였을 뿐 아니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이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다. 수브라마니안 연구원과 펠먼 이사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상품에 관세와 무역 제한을 가하고, 미국이 다자간 무역규칙과 제도를 훼손함에 따라 세계 무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수출이 타격받는 개발도상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3분기(7∼9월) 한국(0.4%), 독일(0.1%), 일본(0.4%), 영국(0.3%) 등 주요국 경제는 모두 0%대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과 독일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약 45%, 48%를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피해가 특히 더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양국의 무역전쟁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에 약 7000억 달러(약 834조2600억 원)의 피해를 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한 해 스위스 GDP와 맞먹는다. 미 CNBC는 양국 무역갈등이 경제 냉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 세계를 쪼개 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 부천에서 반도체 후(後)공정 장비업체를 운영하는 A 사장도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회사 문을 닫을 판”이라고 한숨부터 쉬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170억 원으로 잡았지만 11월 말까지 38%에 불과한 약 65억 원만 달성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둔화 여파 때문이다. A 사장은 “이미 납품한 장비대금 10억 원을 받지 못했고 올해 중국발 주문도 지난해보다 약 30억 원 줄었다”며 “무역전쟁이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도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내년 계획을 짜야 하는데 인원 감축부터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역전쟁의 전선 확대 A 사장의 한탄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의 ‘위기 소방수’가 아니라 ‘위기 진원지’가 된 ‘G ―2 시대’의 단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G ―2 시대의 특징은 무역전쟁의 전선 확대, 소모전에 가까운 지루한 무역협상, 이에 따른 패권 경쟁 격화 및 불확실성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구글, 애플 등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문제로 미국과 중국 못지않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남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철강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고, 일본과 인도에도 농산물 관세를 위협하고 있다. 7월부터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무역협상의 기간도 눈에 띄게 길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7월 서로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직후부터 1년 반 동안 협상을 지속했지만 여전히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부터 무역협정 타결을 시도했지만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의 힘도 빠지면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격렬히 비판하는 중국 또한 노골적으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뉴스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보호무역 국가”라며 중장기 발전전략 ‘제조 2025’가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공기업 동원 등 전형적인 보호무역 정책으로 점철됐다고 비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국제 경제를 지탱했던 자유무역과 교역의 가치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G ―2 시대를 맞은 한국 경제의 생존법으로 아시아권에서의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조언하며 “원천기술 확보, 산업 고도화 등도 중요하지만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만큼 FTA가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과거에는 중소기업에도 중국이 기회의 땅이었죠. 늘 중국 시장을 어떻게 개척할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중국에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합니다.” 경기도 부천의 한 반도체 후(後)공정 장비업체를 운영하는 A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회사 문을 닫을 판”이라고 한숨부터 쉬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170억 원으로 잡았지만 11월까지 38%에 불과한 약 65억 원만 달성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둔화 여파 때문이다. A 사장은 “이미 납품한 장비대금 10억 원을 받지 못했고 올해 중국 발 주문도 지난해보다 약 30억 원 줄었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도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내년 계획을 짜야 하는데 인원 감축부터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G2’에서 ‘G 마이너스(-) 2’ A 사장의 한탄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의 ‘위기 소방수’가 아니라 ‘위기 진원지’가 된 ‘G 마이너스(-) 2 시대’의 단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7월 미국 경제전문가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안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조시 펠먼 JH컨설팅 이사는 국제전문 비영리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에 ‘협력의 공공재’를 수출하는 대신 양국 경제 정책이 ‘파멸적 결과’를 가져오는 ‘G-2’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며 이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막대한 돈을 풀었고 중국은 8%대 고성장을 바탕으로 각국의 수출 수요를 흡수했다. 반면 올해 양국은 첨예한 무역전쟁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은 오히려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긴 요인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양국의 무역 전쟁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에 약 7000억 달러(약 834조2600억 원)의 피해를 줄 것으로 추정했다. 한 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수브라마니안 연구원과 펠먼 이사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상품에 관세와 무역 제한을 가하고, 미국이 다자간 무역규칙과 제도를 훼손함에 따라 세계 무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제품 및 노동력 수출이 어려워진 개도국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3분기(7~9월) 한국(0.4%), 독일(0.1%), 일본(0.1%), 영국(0.3%) 등 주요국 경제는 모두 0%대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과 독일은 각각 GDP의 약 45%, 48%를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피해가 특히 더 크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도 1992년 통계 집계 후 27년 최저치인 6.0%, 인도도 2013년 1분기 후 6년 반 최저치인 4.5% 성장에 그쳤다.● 무역전쟁의 전선 확대 ‘G-2’ 시대의 특징은 무역전쟁의 전선 확대, 소모전에 가까운 지난한 무역협상, 이에 따른 패권 경쟁 격화 및 불확실성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구글, 애플 등 미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문제로 미국과 중국 못지않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남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는 철강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고 일본과 인도에도 농산물 관세를 위협하고 있다. 7월부터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분쟁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무역협상의 기간도 눈에 띄게 길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7월 서로에게 보복관세를 부과한 직후부터 1년 반 동안 협상을 지속했지만 여전히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부터 무역협정 타결을 시도했지만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G-2’ 시대를 맞은 한국 경제의 생존법으로 아시아권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꼽았다. 그는 “원천기술 확보, 산업 고도화 등도 중요하지만 이는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만큼 FTA가 최선”이라고 진단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정부가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강소기업 55곳을 선정하는 등 소부장 분야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9일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를 통해 소부장 분야 강소기업 55개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소재, 부품, 장비 분야 기술 자립도를 높일 유망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1064개 기업이 신청해 서면 평가, 전문가 평가에 이어 대국민 공개 평가를 거쳐 선정됐다. 종류별로는 부품 22개, 소재 17개, 장비 16개사가 선정됐다. 기술 분야별로는 기가비스 등 전기·전자 16개, 넥스틴 등 반도체 10개, ㈜알피에스 등 기계금속 8개, 풍원정밀㈜ 등 디스플레이 8개, 부국산업㈜ 등 자동차 7개, ㈜아이티켐 등 기초화학 6개 기업이 선정됐다. 55개 기업 명단은 중기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정된 강소기업에는 빠른 기술 혁신과 사업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R&D, 벤처투자, 연구인력, 수출, 마케팅 등에 5년간 최대 182억 원이 지원된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8월 출범한 ‘해외 인수합병(M&A)·투자 공동지원 협의체’가 LG화학과 총 50억 달러(약 5조9500억 원) 규모의 산업-금융협력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농협은행은 LG화학에 향후 5년간(2020∼2024년) 총 50억 달러를 2차전지 관련 시설 투자 자금으로 공급한다.이새샘 iamsam@donga.com·장윤정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5% 안팎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현대해상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7개사가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대형사는 4∼5% 인상안을, 중소형사는 5∼6% 인상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들은 통상 보험료 인상을 위해 사전에 보험개발원을 통해 인상 수준의 적정성을 검증받는다. 보험개발원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인상 요인을 분석해 검증 결과를 2주 이내에 각 보험사에 회신한다. 제일 먼저 요율 검증을 신청한 KB손해보험은 이번 주 내로 인상안의 적정 여부를 통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는 이후 2, 3주간 내부 준비작업을 거쳐 인상요율을 적용한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의 원인으로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실제 지급된 보험금 비율)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주요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를 넘어섰다. 여기에 계약 유지를 위한 각종 사업비까지 감안하면 보험사들은 들어오는 보험료 대비 나가는 돈이 더 많아 보험을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손보사들의 1∼3분기 보험영업손실은 전년 동기(1조8054억 원)의 2배 수준인 3조7236억 원으로 불어났다. 다만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을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인 만큼 보험료 인상이 서민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의 투자자들은 은행의 불완전판매만 인정되면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손실액의 최소 20%는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DLF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안의 세부 결과를 각 은행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조정 결과는 향후 각 은행이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자별 배상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앞서 금감원은 6일 두 은행 관계자들과 만나 DLF 투자 피해자에 대한 배상 계획과 일정을 이미 논의했다. 금감원과 은행들은 현재까지 접수된 분쟁조정(276건) 이외 사례라도 불완전판매만 인정되면 같은 기준으로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복잡한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은행의 불완전판매 조사를 거쳐 금감원이 정한 최소 비율(20%)만큼은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5일 DLF로 손실을 본 6건의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를 두고 분조위를 열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에 투자 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투자자의 과실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불완전판매를 당했을 때 최소 20% 이상은 배상받아야 한다는 하한선을 제시했다. 한편 DLF 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는 9일 청와대에 DLF 분조위 재개최를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 비율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금융정의연대 측은 “분조위는 극단적인 사례 6건을 상대로 배상 비율을 발표했지만 은행의 책임을 불완전판매에 한정했다”며 “은행에 배상 책임을 더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하나·우리은행장 등 은행 경영진에게 내려질 제재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국 안팎에서는 이들이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특히 하나은행은 DLF 사태가 불거진 이후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불완전판매를 부인하는 111개 문항의 문답 자료까지 만들어 교육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자료에는 금감원이 증거를 제시할 때까지는 “그런 적 없다” 또는 “기억 없다”고 답변하도록 기재돼 있다. 앞서 금감원은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제재 대상으로 명시한 검사 의견서를 전달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내년 3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워킹맘’ 이모 씨(37)는 처음으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퇴근 시간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덕분에 근근이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오후 1시 전후인 초등학교 1학년의 하교 시간은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유치원 시절이 그나마 나았죠. 하교는 빨라지는데 무작정 학원 뺑뺑이를 돌릴 수도 없고, 도우미 비용도 부담되고 도대체 답이 안 나오네요.”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워킹맘 10명 중 9명 이상이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고비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고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8일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의 95%는 퇴사를 고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직장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시기를 물었더니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50.5%(1, 2순위 응답 합계)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를 꼽았다. 출산(42%)이나 자녀가 어린이집에 갔을 때(38.9%)보다 높은 수치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워킹맘도 가장 많은 39.8%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퇴사 고민이 많았던 시기로 들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부모가 챙겨야 할 숙제나 준비물, 학부모 모임 등이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퇴사 위기의 워킹맘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은 가족이었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의 대처 방법으로 34.3%가 ‘부모의 도움’을, 20.1%는 형제자매 등 ‘부모 외 가족의 도움’을 꼽았다. 사교육기관(7.4%)이나 방과 후 돌봄 교실(7.0%), 육아·가사도우미(6.8%)를 활용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가정과 직장을 챙기느라 시간이 모자라다 보니 워킹맘이 본인을 위해 쓰는 여유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평균 1시간 51분에 불과했다. 전업맘(3시간 50분)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거나(31.0%), 가족과 저녁을 함께할 수 있고(20.6%), 야근·휴일 근무가 줄었다(16.1%)는 것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내년 3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워킹맘’ 이모 씨(37)는 처음으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퇴근 시간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덕분에 근근이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오후 1시 전후인 초등학교 1학년의 하교 시간은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유치원 시절이 그나마 나았죠. 하교는 빨라지는데 무작정 학원 뺑뺑이를 돌릴 수도 없고, 도우미 비용도 부담되고 도대체 답이 안 나오네요.”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워킹맘 10명 중 9명 이상이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고비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고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8일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의 95%는 퇴사를 고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직장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시기를 물었더니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50.5%(1·2순위 응답합계)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를 꼽았다. 출산(42%)이나 자녀가 어린이집에 갔을 때(38.9%)보다 높은 수치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워킹맘도 가장 많은 39.8%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퇴사 고민이 많았던 시기로 들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부모가 챙겨야 할 숙제나 준비물, 학부모 모임 등이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퇴사 위기의 워킹맘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은 가족이었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의 대처방법으로 34.3%가 ‘부모의 도움’을, 20.1%는 형제자매 등 ‘부모 외 가족의 도움’을 꼽았다. 사교육기관(7.4%)이나 방과 후 돌봄 교실(7.0%), 육아·가사도우미(6.8%)를 활용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가정과 직장을 챙기느라 시간이 모자라다 보니 워킹맘이 본인을 위해 쓰는 여유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평균 1시간 51분에 불과했다. 전업맘(3시간 50분)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주52시간 근무제의 도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거나(31.0%),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할 수 있고(20.6%), 야근·휴일 근무가 줄었다(16.1%)는 것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을 뽑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조용병 현 회장 등 후보군 5명을 선정했다. 면접을 거쳐 13일 최종후보를 결정한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 이사회에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조 회장의 법적 리스크를 고려해 달라고 했다. 회추위는 4일 조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민정기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그동안 후보 선임 절차와 진행 과정을 비공개로 해왔다. 외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명분이었다. 회추위는 이날 공개한 쇼트리스트(후보군)에 포함된 5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뒤 13일 최종후보 1명을 선정할 방침이다. 그동안 회추위의 비공개 및 속도전 방침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 왔던 금감원은 4일 회추위에 사외이사를 만나 자체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 회장의 재판 결과가 그룹의 경영안정성 및 신인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이런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 의사결정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며 “이러한 의견 전달은 금융당국의 당연한 소임”이라고 했다. 현재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조 회장은 채용비리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이달 18일 검찰 구형이 이뤄지면 다음 달 중순경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4일 ‘의견 전달’은 조 회장의 1심 결과가 나온 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라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하지만 회추위는 13일 최종후보를 선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속도를 늦추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금감원과 신한 간의 갈등도 예상했지만 현재로선 확전으로 이어지는 기류는 아니다. 금감원은 관치금융 비판을 의식한 듯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 의견은 아니라며 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떻게 하라’가 아니라 원론적인 의견만 신중하게 전달했다”라며 “후보 선정 등은 전적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적 결정사항이니 이사회가 심사숙고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대한민국은 이러다가 망한다. 나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사진)이 4일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기반이 와해되고 있는데, 그 기저에는 강성 노조가 주도하는 고비용 임금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산은 본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정년 연장을 하면 제조업은 다 망한다. 호봉제 때문에 생산직 노조에 계신 나이 드신 분들의 월급이 높아져 어린 사람들과 연봉이 3배 차이인데, 사실 생산력은 3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고(高)경력 직원들의 임금을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제조업이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라며 “생산직이 (연간) 1억 원 이상 받는 곳 많은데, 그러면서 임금 투쟁한다. 과연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이 회장의 ‘작심 발언’은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느낀 소회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조도 기업의 제3자가 아니라 (기업을) 같이 살려야 하는 당사자”라며 “(노조가 기업을) 살리는 작업보다는 ‘월급만 올리자’로 가고 있어 내일의 결과가 뻔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정해지자 정치권과 노조가 ‘현대중공업그룹에 특혜를 주는 동시에 노동자를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한 사례를 거론하며 “기업을 살리려고 하는 일이 어떻게 노동자를 죽이는 일이 되느냐”고도 했다. 이 회장은 “양보, 타협하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들병원’ 대출 특혜 논란과 관련해 이 회장은 “2012년, 2017년 대선 기간에 대출이 나왔다는 교묘한 스토리텔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데, 당시 산은 회장이던 강만수 회장한테 여쭤보라고 하고 싶다”며 “하등의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대한민국은 이러다가 망한다. 나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4일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기반이 와해되고 있는데 그 기저에는 강성 노조가 주도하는 고비용 임금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산은 본청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정년연장을 하면 제조업은 다 망한다. 호봉제 때문에 생산직 노조에 계신 나이 드신 분들의 월급이 높아져 어린 사람들과 연봉 3배 차이인데, 사실 생산력은 3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고(高)경력 직원들의 임금을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제조업이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라며 “생산직이 (연간) 1억 원 이상 받는 곳 많은데, 그러면서 임금 투쟁한다. 과연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이 회장의 ‘작심 발언’은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느낀 소회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조도 기업의 제3자가 아니라 (기업을) 같이 살려야하는 당사자”라며 “(노조가 기업을) 살리는 작업보다는 ‘월급만 올리자’로 가고 있어 내일의 결과가 뻔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정해지자 정치권과 노조가 ‘현대중공업그룹에 특혜를 주는 동시에 노동자를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한 사례를 거론하며 “기업을 살리려고 하는 일이 어떻게 노동자를 죽이는 일이 되느냐”고도 했다. 이 회장은 “양보, 타협하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는 장이 필요하다”라며 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창립한지 15년~20년 밖에 안 된 기업들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이끌고 가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50년, 60년 된 기업들이 이끌어 가고 있다”며 새로운 혁신기업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손해보험사들의 경영난이 심상치 않다. 자동차보험 부문 손실이 커지면서 1년 만에 당기순이익의 4분의 1이 증발했다. 손보사들 사이에선 “이런 보릿고개는 역사상 처음”이라는 한숨도 나온다. 실적 개선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1∼3분기 손해보험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19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7166억 원)나 줄어들었다. 투자수익이 소폭 증가한 반면 보험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1∼3분기 보험영업손실은 전년 동기(1조8054억 원)의 2배 수준인 3조7236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보험 종류별로 보면 실손보험 등 장기보험 영업손실(3조3471억 원)이 전년 동기보다 48.1% 늘었다. 판매 경쟁에 따른 사업비 지출과 실손보험금 지급 확대 등에 따른 것이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도 올해 상반기 기준 129.1%에 달했다. 자동차보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보험 영업손실(8240억 원)은 전년 동기(2044억 원) 대비 4배 수준으로 커졌다. 정비요금 인상, 한방 치료비 증가와 취업가능 연한 상향 조정으로 인한 보험금 원가 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금리가 높았을 때 사뒀던 우량채권 등 금융자산을 매각하면서 투자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14.5%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막대한 영업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조한선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 상시감시팀장은 “단기 실적 방어를 위한 보유자산 매각은 투자수익률 악화 등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손해보험사의 앞으로 수익개선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손보사들은 인력을 감축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롯데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전화영업(TM) 조직의 40%에 달하는 인원에 대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NH손해보험도 최근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화손보, KB손보도 앞서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있다. 이미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최근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손보사들도 요율 검증 신청을 검토하는 등 자동차보험료 인상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통상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에 앞서 자체적으로 산정한 보험료 인상률이 적정한지 보험개발원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누가 스타트를 끊을지 눈치만 보고 있지만 결국 다들 보험료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료를 조금 올린다고 해서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보사들은 올해도 두 차례 보험료를 인상했으나 손해율 상승을 막지 못했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험회사의 2018년 진료비 지출이 전년 대비 11.7% 늘어났는데 특히 한방 의료기관에 지급한 진료비는 36.8%나 증가했다”며 “한의원의 추나 요법에 대한 세부 인정기준을 정비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연말에 은행들에서 가계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올해분 가계대출 총량을 거의 다 소진해 대출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1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04조2991억 원이다. 지난해 말 대출 잔액(570조3635억 원)보다 5.95% 늘었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관리 목표로 제시한 ‘5%대 증가율’을 거의 다 채운 셈이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9.46%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6.88%, 우리은행은 6.53%, 하나은행은 6.12%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은 2.09%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설정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와 실제 증가치 자료를 월별로 당국에 제출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에 시행하는 신(新)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 규제도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춰 놔야 하는 이유다. 신예대율 규제는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낮춘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회장 선임 절차를 개시한 가운데 금융감독 당국이 재판을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에 따른 법률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외부 영향을 일절 차단한 채 독립적으로 후보를 선정하겠다”며 전면 비공개로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신한금융 회추위에 감독 당국의 우려 표시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첫 회의를 가진 신한금융 회추위는 차기 회장 선임 과정 전체를 공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채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를 비롯한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추위는 이달 초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추린 뒤 면접을 통해 이달 중순경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조용병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현직 최고경영자(CEO)와 위성호 전 행장 등 다수의 후보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 들어 9월까지 당기순이익 2조8960억 원을 거둬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신한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조 회장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신임이 두텁기 때문이다. 회추위는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한 후 그간 논의 과정 등을 외부에 발표할 방침이다. “후보들의 줄 대기와 각종 외압을 차단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회추위의 뜻이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금융감독원에 쏠리고 있다. 연초 금감원은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의 연임을 추진하던 하나금융 이사회를 만나 “함 행장이 채용비리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법률적 리스크를 연임 여부 결정에 참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함 행장은 연임을 포기했다. 현재 신한금융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조용병 회장 역시 채용비리 관련 재판 중이다. 다음 달 중순경 1심 결과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말을 아끼며 “일단 지켜볼 것”이라던 금감원은 이번에도 어떤 식으로든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입장을 전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인 만큼 최종 결정은 이사회가 내리지만 법률적 리스크를 알리는 것이 당국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1일 “하나은행 때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와 관련한 리스크가 있을 때 이를 항상 이사회에 전달해왔다”며 “감독 당국이 해오던 당연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회추위가 모든 활동을 비공개로 ‘깜깜이 선임’에 나선 것도 당국에 개입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신한금융 회추위가 논의를 개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감독 당국은 차기 회장 인사와 관련해 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올 초 하나은행장 선임 당시 ‘관치금융’으로 비난의 포화를 맞았던 만큼 회장 선임과 관련해 또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2010년 ‘신한 사태’ 이후 회추위 주요 일정과 논의 과정을 외부에 공개해왔던 전례를 깬 이번 비공개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장에 불투명하게 비치면서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9일 신한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하는지 보는 것이 당국의 의무”라고 언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 회추위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절차를 너무 서두르고 있다”라고 유감을 내비치며 “필요하다 싶은 때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한국 식당을 예약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한테 정보 제공 동의를 일일이 받으면 누가 그 사이트에서 예약을 합니까?” 2011년 창업한 레드테이블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식도락 관광상품을 판매한다. 2015년 정부 선정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유망 기업 300곳 안에 꼽혔고 올해 5월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음식 관광 빅데이터센터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데이터3법’이 19일 본회의 통과가 무산되자 레드테이블 도해용 대표는 “이렇게는 도저히 해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27일 데이터3법 중 하나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나머지 2법은 국회 소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엔 통과시킨다”더니 또 좌절 위기 도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레스토랑에 연결해주면서 고객 정보와 주문 내용, 매장별 결제 정보 등을 확보했다. 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지역에서 온 손님들이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지 등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술특허도 다 따 놨다. 하지만 가명 처리된 정보조차 활용할 수 없는 법 때문에 이런 마케팅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그 사이 2017년 한국에 지사를 연 중국 경쟁사 시트립은 무섭게 성장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뭘 먹는지, 어디서 자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상품들을 추천하고 타깃 광고도 제한 없이 하고 있다. 일부 진전이 있는 개인정보보호법과 함께 데이터3법으로 불리는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어 업계가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동시에 통과돼야 한다는 게 업계와 학계의 이야기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명시하고 있지 않은 ‘가명 정보’ 개념을 도입해 데이터 활용의 기반을 만드는 법이다. 이를 금융 분야와 통계 작성, 연구 등을 목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신용정보법 개정안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핀테크 기업인 핀크 관계자는 “금융 혁신이나 빅데이터 산업을 위해 신용정보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 업계가 애달픈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의 앱에서 여러 은행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송금할 수 있게 한 ‘오픈뱅킹’도 이 법이 통과돼야 활성화된다.○ “일단 통과한 후 처벌 등 조건 논의를”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에서 유일하게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를 반대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국민들의 개인정보 문제이니만큼 제대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서 가야 한다”며 “병원이나 약국이 취득한 개인의 의료정보를 돈 받고 파는 행위를 금지하고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개인정보 관리를 책임지도록 명시하는 등 개인의 정보주권과 인권을 지킬 보호 장치를 추가하는 보완책을 정무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통해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모든 연구에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일본도 2015년 관련법을 개정해 제3자에게 익명 가공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소비자 정보를 수집해 익명화한 뒤 판매하는 ‘데이터 브로커’ 시장이 형성됐을 정도다. 현행 데이터3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오랜 논의를 거쳐 여기까지 온 만큼 더 이상 법안 도입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합의가 된 부분까지는 일단 통과를 시키고 처벌 규정과 비식별화 조건 등 세부 조건에 대해서는 내년 새 국회에서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곽도영 now@donga.com·장윤정 기자}

“은행이 휴대전화 사업을 한다고?” 얼마 전 은행에서 알뜰폰 서비스를 한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던 직장인 김모 씨(41). 그는 현재 진지하게 KB국민은행의 알뜰폰인 ‘리브모바일’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이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고, 전용 유심칩만 꽂으면 간편하게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애플과 같은 정보기술(IT) 회사가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아마존 같은 유통플랫폼이 대출 상품을 내놓는 시대다. 국내 은행들도 전통적인 금융산업의 테두리를 넘어 이종(異種)산업과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휴대전화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은행 지점에서 농·축산물도 판매한다. 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은 금융과 통신의 결합으로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행법상 은행은 고유 업무와 연관성 없는 사업을 부수업무로 영위할 수 없지만 국민은행은 당국의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돼 가상이동통신망서비스(MVNO·일명 알뜰폰) 사업자로 10월 말 시장에 등장했다. 리브모바일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요금제다. 국민은행과 거래한 실적 등에 따라 각종 할인이 붙는데 할인액이 월 최대 3만∼4만 원에 이른다. 이쯤 되면 휴대전화 사업에서 이윤이 남을까 싶을 정도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통신 사업으로 이득을 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알뜰폰을 미끼로 은행의 충성 고객을 늘리고 더 확실히 붙들겠다는 얘기다. KEB하나은행도 ‘금융+통신’ 결합에 가세했다. 알뜰폰 사업자인 SK텔링크와 함께 알뜰폰 고객이 하나은행으로 급여나 연금 등을 자동이체하면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유통업체들과의 ‘맞손’도 한창이다. NH농협은행은 지점과 카페를 결합한 ‘카페 인 브랜치’에 이어, 14일에는 강원영업부에 은행과 편의점 마트를 결합한 특화점포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 2호점을 개설했다. 고객이 예·적금 가입 등 은행 볼일을 보러 왔다가 식재료를 구매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장을 보러 왔다가 은행에 들를 수도 있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차를 타고 환전을 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환전 서비스’를 연내에 내놓기 위해 신세계 면세점과 손을 잡았다. 금융당국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이 서비스는 고객이 모바일로 환전을 신청한 뒤 자동차로 환전소를 방문해 해당 외화를 수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 주차장 안에 ‘드라이빙 스루 존’을 만들어 면세점 방문 고객들에게 사전 신청한 외화를 빠르게 전달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은행들의 도전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시대에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롭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혁신금융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정하며 금융회사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이체·결제 등이 가능한 ‘오픈뱅킹’이 12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은행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객들이 핀테크로 옮겨가면 기존 금융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사업자와의 제휴,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별화 등을 통해 고객을 묶어두려는(록인·Lock-in)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