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

김상운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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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학술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단행본 ‘국보를 캐는 사람들’(글항아리)을 냈고, 고고학 유튜브 채널 ‘발굴왕’을 제작했습니다.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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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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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전에 반전 거듭한 신라 선화공주 실존 논란, 진실은?[김상운 기자의 발굴왕]

    2009년 미륵사지 서쪽 서탑 해체 보수에서 발견된 사리봉영기 명문(“우리 백제 왕후는 좌평(佐平) 사택적덕의 딸로 재물을 희사해 가람을 세우고 기해년 정월 29일 사리를 받들어 맞이했다”)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선화공주는 허구의 인물이라는 주장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선화공주 실존론 논쟁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죠. 그후로 10년 동안의 고고 발견과 이에 덧붙여진 해석들은 새로운 차원의 논란을 야기하였습니다.●쌍릉 대왕묘의 주인은 누구인가?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은 전북 익산시 쌍릉(雙陵)의 대왕묘에서 1917년 출토된 유물 중 신라 토기와 여성 인골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시신이 여성인 데다 신라 토기가 나왔다는 점에서 선화공주가 묻혔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죠. 이는 대왕묘 주인이 백제 제30대 무왕(재위 600¤641)이라는 역사학계의 통설을 뒤집는 주장이었습니다. 전주박물관은 1917년 일제강점기 쌍릉 대왕묘에서 출토된 치아 4점을 분석한 결과 20¤40세 여성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무왕은 예순을 넘겨 사망했습니다. 기존 학계는 무왕이 익산으로 천도하려고 계획한 데다 대왕묘가 인근의 소왕묘보다 봉분이 더 크다는 이유 등으로 대왕묘는 무왕, 소왕묘는 왕비가 각각 묻힌 것으로 보았습니다. 치아 4점은 아래쪽 어금니 2점과 위쪽 송곳니 1점 등으로 서로 중복되지 않으면서 마모 정도가 균일해 한 사람의 치아로 분석됐습니다. 이주헌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치아 4점 모두 목관 안에서 발견됐고 7세기 백제에는 순장 풍속이 없었기 때문에 무덤에 묻힌 사람은 여성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이와 함께 박물관은 “석실 내 목관 앞에 놓여 있던 토기 1점을 찍은 1917년도 흑백사진을 분석한 결과 7세기 전반의 신라 토기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적갈색의 이 토기는 회백색의 편평한 백제 토기와 달리 바닥이 둥글고, 표면을 물레로 마무리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그때까지 백제 왕릉에서 신라 토기가 발견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었죠, 쌍릉 대왕묘에 묻힌 주인공이 무왕이 아니라면 과연 누굴까. 일각에서는 신라 토기가 발견된 것을 들어 선화공주가 묻혀있을 가능성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왕묘가 선화공주의 묘라면 익산 천도를 추진한 무왕은 정작 어디에 묻혔는지가 미스터리였습니다. 더구나 왕비가 왕보다 큰 규모의 봉분을 가진 묘에 묻혔다고 보는 것도 이상했죠.●반전의 드라마 의문이 쌓이는 가운데 지난해 7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100년 만에 익산 쌍릉이 재발굴된 가운데 대왕릉 석실에서 인골 상자가 발견된 겁니다. 야쓰이 세이치가 1917년 쌍릉을 발굴하면서 수습한 인골을 나무상자에 모아놓고 무덤 문을 닫아버린 것이죠. 그런데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조사결과 문제의 인골이 60대 전후의 남성(키 161¤170.1㎝)으로 밝혀졌습니다. 팔꿈치 뼈의 각도와 발목뼈 크기 등이 남성의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정강뼈에 대해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을 시도한 결과 사망 시점은 620¤659년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성별과 사망시점을 모두 고려할 때 백제 무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습니다. 국립전주박물관의 연구결과를 180도 뒤집는 내용이었죠. 그러나 연이어 이뤄진 쌍릉 소왕묘 발굴에서는 피장자를 추정할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왕묘의 피장자는 무왕일 가능성이 높지만, 선화공주의 실존은 고고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되지는 못했습니다. 선화공주 실존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인거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익산시민들의 반응입니다. 익산 서동축제의 주인공인 무왕이 대왕묘에 묻히지 않았을 거라는 국립전주박물관 연구결과에 크게 실망했던 익산시민들은 지난해 반전의 재발굴 결과를 크게 반겼다는 후문입니다. 익산시민들의 마음 속에 선화공주의 존재는 여전히 확고해 보입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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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택왕후는 누구야?…‘무왕-선화공주’ 러브스토리 진실은 [김상운 기자의 발굴왕]

    ●선화공주는 실존 인물일까?2009년 미륵사지 서쪽 서탑 해체보수 과정에서 발견된 사리봉영기. 여기 새겨진 명문은 백제사에 대한 해석을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우리 백제 왕후는 좌평(佐平·백제 귀족) 사택적덕의 딸로 재물을 희사해 가람을 세우고 기해년(639년) 정월 29일 사리를 받들어 맞이했다’는 내용은 백제 최대 사찰인 미륵사의 건립 연도와 발원 주체를 처음 확인시켜줬습니다. 그동안 고건축 전문가들은 왕흥사 창건기록(600년)을 근거로 미륵사 창건시기를 그와 인접한 600년대 초로 봤지만 실제는 이보다 약간 늦은 시기였던 겁니다.명문은 백제 무왕의 배필로 알려진 선화공주가 과연 실존 인물인가라는 의문도 제기했습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소년 시절 ‘마를 캐는 아이(薯童·서동)’로 어렵게 지낸 무왕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선화공주)이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서라벌로 향합니다. 선화에 반한 서동은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이겠다고 결심하고 꾀를 쓰죠. ‘선화공주는 남몰래 밤마다 서동을 만난다’는 가사의 ‘서동요(薯童謠)’를 아이들이 부르도록 한 것. 소문을 듣고 딸을 오해한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귀양 보냈고, 궁 밖에서 기다리던 서동은 그녀를 유혹했습니다. 신부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온 서동은 훗날 백제 30대 무왕(?~641)이 됩니다.학계 일각에서는 명문을 근거로 ‘선화공주의 발원으로 무왕이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삼국유사 기록은 잘못이며, 선화공주는 설화 속 가공의 인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선화공주 실존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미륵사가 ‘3탑 3금당’의 독특한 구조를 가진 사찰이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현재 흔적만 남아 있는 중앙 목탑 터에 선화공주의 사리봉영기가 따로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이와 관련해 조선시대와 달리 주자성리학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고대사회에서는 왕이 정비(正妃)를 여러 명 거느렸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백제사 연구자인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는 “고려 태조 왕건은 정비만 6명을 뒀다. 선화공주와 사택왕후 모두 무왕의 정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역사학계에서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사리봉영기는 함께 발견된 유물의 편년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의미가 큽니다. 김낙중 전북대 교수(고고학)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보고서’에서 “조성 연도가 확인된 미륵사지 석탑의 사리장엄구는 다른 백제 유물의 연대를 추정하거나 변천 과정을 살피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습니다.●익산 쌍릉서 발견된 실마리이와 관련해 선화공주가 실존했으며 무왕과 나란히 익산 쌍릉(雙陵)에 묻혀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물이 발견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출처가 알려지지 않은 금동 유물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익산 쌍릉의 하나인 소왕묘(왕비가 묻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왕릉)에서 출토된 ‘금동 밑동쇠’(金銅製座金具·목관 뚜껑과 측판에 붙는 널꾸미개를 고정시켜 주는 장신구)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일제강점기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과 당시 작성된 유물 목록을 확인한 결과였습니다.이병호 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은 이 밑동쇠와 딱 들어맞는 소왕묘 출토 ‘금동 널꾸미개’(金銅製棺裝飾·목관의 뚜껑과 측판을 연결해주는 장신구)를 찾아냈으며, 이것이 무왕이 묻힌 대왕묘의 널꾸미개에 비해 문양과 제작기법에서 시기적으로 더 앞선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왕비가 묻힌 소왕묘가 무왕의 대왕묘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뜻이죠.이는 무왕과 함께 쌍릉에 묻힌 왕비가 미륵사지 사리봉안기에 나오는 사택(沙宅)왕후가 아님을 방증합니다. 왕후가 왕보다 나중에 죽었는데 묘가 먼저 만들어질 순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사택왕후는 무왕보다 1년 뒤인 서기 642년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 과장은 “쌍릉 소왕묘는 사택왕후의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그렇다면 소왕묘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 학예관은 ‘백제 사비기 익산 개발시기와 그 배경’ 논문에서 소왕묘에서 나온 금동 밑동쇠가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인근의 백제 왕릉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은 부부묘 형태입니다. 고려사 지리지와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도 익산 쌍릉에 묻힌 인물이 무왕과 왕후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과장은 “7세기 전반에 죽은 인물로 무왕의 또 다른 왕비였던 선화공주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관련 문헌이나 유물에 적시된 무왕의 왕비는 선화공주와 사택왕후 이외에는 없습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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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 미륵사지 석탑 ‘1400년 판도라의 상자’ 열리던 그날 [김상운 기자의 발굴왕]

    ※김상운 기자가 진행하는 대한민국 최초 고고학 유튜브 채널 <발굴왕>에서 흥미로운 고고학 이야기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370년 만에 드러난 보물들2009년 1월 14일 오전 미륵사지 서쪽 석탑 해체보수 현장. 두 번째 심주석을 크레인으로 들어올린 순간 배병선 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장과 연구원들은 저절로 ‘동작 그만’이 됐습니다. 살짝 벌어진 심주석 틈 사이로 1370년 동안 갇혀 있던 사리장엄구가 은은한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 심주석 윗면에는 먹으로 十자를 그린 선이 선명했고 테두리에서는 석회를 발라 밀봉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통상 심주석 아래 심초석(心礎石)에 들어 있는 사리장엄구가 심주석 윗면에서 발견된 것은 전혀 예상 밖이었죠.배 소장은 유물을 촬영한 사진을 들고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로 허겁지겁 올라갔습니다. 그날 열린 간부회의에서 미륵사지 유물의 가치와 복합 문화재(공예품이자 매장문화재)로서 성격을 감안해 연구소 내 건축실과 고고실, 미술실, 보존실이 총 망라된 유물수습팀이 즉시 구성됐습니다. 이에 따라 최맹식 당시 고고연구실장(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과 이난영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관(전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 이규식 보존과학연구실장(현 복원기술연구실장) 등 전문가 29명이 당일 오후 1시쯤 현장에 급파됐습니다. 현장 책임자는 고(古)건축을 전공한 배 소장이었지만, 유물 수습은 보존실 소속 함철희 연구원이 맡았습니다. 유물 수습은 보존처리와 직결된 전문 분야이기 때문입니다.이날 오후 3시 고유제를 치른 뒤 5시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가로 25㎝, 세로 25㎝, 깊이 26.5㎝의 구멍(사리공)에는 금동으로 만든 사리호가 온갖 구슬들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지금껏 발굴된 백제 금속유물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수습팀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유물을 꺼내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리공에는 사리호, 금으로 만든 사리봉영기, 은으로 만든 관식(冠飾), 청동합(靑銅盒), 금 구슬, 유리구슬, 유리판 등 9900여 점에 달하는 유물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습니다. 백제시대 당시 유물들을 사리공 안에 봉안한 순서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봉안된 순서 자체가 귀중한 학술자료인데다 이 순서와 정확히 반대로 유물을 하나씩 꺼내야 손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워낙 좁은 공간에 유물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굴절 거울을 동원해도 봉안된 순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리공의 3분의 2를 채운 구슬들 때문에 시야확보가 어려웠습니다. 현장에서 유물 배치도를 그리기가 힘들 정도로 구슬 숫자가 많아 이례적으로 3D 스캐닝을 동원했습니다.무엇보다 사리장엄구의 핵심인 사리호와 사리봉영기 중 무엇을 먼저 꺼낼지를 놓고 수습팀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배 소장은 고민 끝에 사리호부터 꺼내기로 결심했습니다. 본격적인 유물 수습에 착수한 건 조사가 진행된 지 2시간이 지난 오후 7시쯤이었습니다. 다음은 배 소장의 회고. “사리봉영기가 사리공 벽면에 걸쳐 있어서 밑이 살짝 뜬 상태였어요. 금판에 새긴 글자 위에 주칠(朱漆·붉은색 옻칠)이 떨어져 나갈까 봐 몹시 조심스러웠습니다. 사리호랑 직접 붙어 있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어요.”지름 1㎜의 미세한 금 구슬을 꺼낼 땐 땅에 떨어뜨릴 것을 우려해 핀셋 대신 양면 접착테이프를 붙인 막대기로 건져 올렸습니다. 사리호와 함께 봉안된 각종 섬유류는 대나무 칼로 조심스럽게 떼어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유물이 발견될 때마다 현장회의, 촬영, 실측, 수습 순으로 진행되다보니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외부 공기에 이미 노출된 유물들의 손상을 최소화하려면 신속한 수습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수습팀은 이틀에 걸쳐 밤을 꼬박 새우며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사리장엄구 발견부터 수습 완료까지 사흘 동안 배 소장은 현장에 차린 간이침대에서 6시간만 자고 버텼습니다.16일 유물 수습을 모두 마친 뒤 19일 현장에서 언론 공개회가 열렸습니다. 다음날 오전 유물들을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용기에 종류별로 보관한 뒤 대전의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이송했습니다. 특히 사리호와 사리봉영기는 솜이 담긴 오동나무 용기에 별도로 넣어 옮겼습니다. 사리호는 조사결과 총 3중의 구조였습니다. 마치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처럼 금동으로 만든 사리호 안에 금 사리호가, 그 안에 다시 유리 사리호가 들어있었습니다. 세 종류의 사리호가 사리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던 셈입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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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형의 3분의 2 ‘미륵사지 서석탑’ 복원에만 20년 걸려, 왜?[김상운 기자의 발굴왕]

    ●20년 세월 걸린 대역사2016년 4월에 둘러본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 서쪽 석탑(국보 제11호)의 해체보수 현장은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 했습니다(미륵사지 석탑은 지난해 6월 해체보수를 마침). 가설덧집 아래 사람보다 큰 석재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크레인으로 돌을 들어올리는 작업이 한창이었죠. 기단 위에 선 인부들은 쉴 새 없이 목봉(木棒)을 내리치며 흙을 다지고 있었습니다. 백제인들은 표면이 울퉁불퉁한 돌 사이에 흙을 깔아 돌의 하중을 분산하는 공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6층(백제시대 원형은 9층으로 추정) 중 기단부만 복원이 진행돼 석탑의 속살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죠.미륵사지 서쪽 석탑 해체보수는 1999년 문화재위원회의 해체보수 결정 이래 20년 동안 진행됐습니다. 앞서 1998년 구조안전진단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석탑 파손부위에 덧댄 콘크리트가 노후화 돼 안정성이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죠. 3년 전 해체보수 현장에서 살펴본 석탑의 내부 구조는 독특했습니다. 사람 키 높이의 석벽들 가운데로 十자형 복도가 동서남북으로 뻗어있었습니다. 이 시대 석탑은 중국 요나라 시대의 거대 목탑들처럼 사람들이 탑 안으로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유형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석탑들 가운데 미륵사지 석탑이 유일합니다. 미륵사지 석탑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동시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탑이기도 합니다.●복원 철학의 문제미륵사지 석탑은 문화재 복원에 대한 사회적, 학문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문화재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원형을 무시한 동쪽 석탑의 날림 복원(1992년)이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서쪽 석탑만큼은 제대로 복원해야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익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서쪽 석탑도 동쪽 석탑처럼 잔존 층수(6층)가 아닌 백제시대 당시 원래 층수(9층)로 복원해달라는 요구가 나왔습니다. 원형을 훼손하더라도 온전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학계는 6층까지만 보수 정비하겠다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원래 계획을 지지했습니다.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설계도나 관련 기록이 전무한 상태에서 원형을 확인할 길이 없는 7~9층을 상상으로 복원하는 것은 역사적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더구나 2015년 7월 유네스코가 미륵사지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때 내건 조건도 원형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수정비 방식이었습니다.문화재 복원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오랜 유럽에서는 설사 원형 고증이 이뤄진 문화재라도 인위적인 복원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과 이탈리아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유적 등은 새로운 건축 부재를 덧댈 때 색상이나 질감을 일부러 다르게 해서 원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관람객의 눈을 속이지 않고 문화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복원 철학에 따른 것이죠.고건축 전문가로 경주 감은사지 석탑과 다보탑, 석가탑 복원에 모두 참여한 배병선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장도 사리장엄 수습 못지않게 석탑의 해체복원 방식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는 2004~13년까지 10년 동안 미륵사지 해체보수를 맡으며 백제시대 원 부재를 최대한 활용해야한다는 핵심 원칙을 세웠습니다. 아무리 깨진 돌이라도 그냥 버리지 않고 새로운 석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보강해 최대한 재활용했습니다. 화강암 원석을 다듬을 때에도 전통 방식대로 일일이 정으로 쪼는 방식을 택했죠. 배 소장은 “현대기술을 총 동원해 복제를 시도해도 옛 부재랑 똑같을 수는 없다. 옛 조상들의 정성을 현대인들이 완벽하게 재연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체보수 과정에서 원 부재와 신 부재의 비율을 6대 4정도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런 원칙이 없었다면 복원은 훨씬 빨리 진행될 수 있었겠지만, 문화재 고유의 원형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미륵사지 서쪽 석탑은 해체에만 3년이 소요됐습니다. 해체 결정 당시 국내에 고건축 복원 전문가들이 드물어 복원 방식을 정하는데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위원들은 일단 해체를 해본 뒤 구체적인 복원 방식을 정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특히 2009년 사리장엄이 발견된 직후 해체복원 작업이 약 1년 동안 중단됐습니다. 이때 학계 일각에서 1층은 해체하지 말고 2층부터 해체 보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탑의 무게를 지탱해야하는 1층 내부구조를 바로잡지 않고선 제대로 된 보수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배 소장의 판단이었습니다.※김상운 기자가 진행하는 대한민국 최초 고고학 유튜브 채널 <발굴왕>에서 흥미로운 고고학 이야기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상운 동아일보 기자 sukim@donga.com}

    •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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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례식만 27개월? 공주 정지산 ‘무령왕비 빈소’의 비밀 [김상운 기자의 발굴왕]

    ※김상운 기자가 진행하는 대한민국 최초 고고학 유튜브 채널 <발굴왕>에서 흥미로운 고고학 이야기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정지산 유적 ‘빈전설’을 둘러싼 논란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정지산 유적을 빈전으로 해석한 논문을 발굴 이듬해인 1997년 전국역사학대회에서 발표했습니다. 학계는 전례 없이 파격적인 해석에 찬반으로 엇갈려 논란을 벌였습니다. 공주 공산성을 오랫동안 발굴한 이남석 공주대 교수는 정지산 유적이 백제시대 제사 유적은 분명하지만 빈전으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몽촌토성을 발굴한 박순발 충남대 교수와 김길식 용인대 교수는 빈전설을 지지했습니다. 그해 KBS에서 정지산 유적을 백제 무령왕비의 빈전으로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비슷한 시기 오다 후지오(小田富士雄) 후쿠오카대 교수와 니시타니 타다시(西谷正) 규슈대 교수 등 일본학계 일각에서도 빈전설을 지지했습니다. 일본학계는 정지산 유적에서 기와건물터와 함께 발굴된 대벽(大壁)건물터가 일본의 그것과 닮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대벽건물은 사각형으로 도랑을 판 뒤 그 위에 나무기둥을 촘촘히 박아 벽체를 세운 것입니다. 고대 대벽건물은 주로 귀족들의 저택으로 이용됐는데 백제, 왜와 더불어 가야 유적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교수는 “정지산 유적의 대벽건물터는 시신이 안치된 기와건물터와 품(品)자형 배치를 이루고 있어 다분히 기획성이 엿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고고학계는 정지산 발굴조사가 빈례에 대한 역사기록을 유물과 유적을 통해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합니다. 빈례에 대해서는 중국사서와 더불어 광개토왕릉비에도 관련 기록이 남아있습니다.●백제 3년상 고고 자료로 실증삼국시대 유적을 통틀어 정지산 유적을 제외하고 빈전으로 확인된 곳은 아직 없습니다. 궁궐 안 빈전에서 5~7일만 장례를 행한 중국과 달리 고대 한반도는 3년상의 장의 풍습을 지켜왔습니다. 3년상은 바다 건너 일본 열도에까지 전해졌습니다. 일본서기에는 일본 조메이(舒明) 천황이 죽은 뒤 ‘백제대빈(百濟大殯·백제의 3년상)’을 따랐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백제와 일본의 왕실이 상장의례를 공유한 것은 양국 문화의 깊은 연관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지산 유적 발굴은 대벽건물터가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전파된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고 말합니다.이 교수는 역사기록에는 나오지 않지만 무령왕의 빈전도 정지산에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538년 백제의 사비(부여) 천도 이후에는 정지산에서 이 시기의 유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백제 패망까지 약 120년 동안 정지산은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신성한 지역으로 보존되었을 겁니다. 건물 주변을 몇 겹으로 에워싼 나무울타리(목책)는 이런 정황을 보여줍니다.고대 중국의 경우 황제가 숨을 거두면 황궁 내 전각에 빈전(殯殿)을 설치하고 시신을 5~7일가량 모셨습니다. 조선시대 때에도 왕궁에 빈청(賓廳)과 빈전을 설치했죠. 일본은 궁 남쪽 뜰 혹은 궁궐 외곽에 빈전을 두었습니다. 정지산 유적 발굴은 고대 통치철학을 오롯이 담고 있는 국가의례가 동아시아 각국에서 어떤 변화를 거쳐 수용됐는지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오영 서울대 교수는 무령왕이 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상장의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무령왕릉을 조성했다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중국의 상장의례가 백제를 거쳐 일본 열도로 전파되면서 거친 토착화의 과정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동아시아에서 빈례의 보편성만큼이나 정지산 유적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토기들이 발견돼 눈길을 끕니다. 조사결과 경북 고령군에 위치했던 대가야를 비롯해 영산강 유역, 전북 고창지역, 일본 스에키 지역의 토기들이 각각 확인됐습니다. 인근의 여러 고대 국가에서 파견한 조문단이 백제 왕실이 주최한 빈례에 참석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와 관련해 전북 부안군 죽막동 바닷가에 있는 삼국시대 제사유적을 참고할 만 합니다. 이 유적에서는 백제와 가야, 왜, 중국 등 동아시아 각국의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동아시아 해상교역을 위해 죽막동 앞바다를 거친 각국 선원들이 이곳에서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 것으로 보입니다.●빙고 유적의 비밀정지산에 중요한 유적이 묻혀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발굴 초창기 성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합니다. 1996년 2월초 정지산 북쪽 끝부터 흙을 파내려가다 그달 말 3호 대벽건물터 바깥에서 ‘呂’자 형태의 시설이 발견됐습니다. 춘천 중도의 주거지 유적과 비슷한 형태여서 내심 기대가 컸지만 땅을 파내려가자 전투식량 봉지와 캔, 유리가 나왔습니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이 구축한 전투 진지였습니다. 공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지산 유적의 전망은 백제 당시뿐만 아니라 이방의 군인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을 겁니다.백제 유적이 처음 확인된 시점은 한달이 지난 그해 3월 초였습니다. 백제시대 주거지가 먼저 나왔고 이어 3월 중순쯤 주거지 주변을 두른 목책이 확인됐습니다. 경사면을 오르는 형국으로 발굴이 진행됐는데, 그해 늦여름부터 정상부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근래에 들어선 무덤을 먼저 이장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죠. 6월쯤 대벽건물터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발굴현장에 구경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멀리 일본학자들이 소식을 전해 듣고 현장을 찾아왔습니다. 일본학자들은 열도에서 확인되는 고대 대벽건물터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느라 부산을 떨었습니다. 일본 스에키 토기가 정지산에서 출토된 것도 그들에게는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7월 초부터 기와건물터에 대한 발굴이 시작됐고, 8월에 저장구덩이와 빙고(氷庫) 추정 건물터에 대한 발굴이 이뤄졌습니다. 일본 고고학자들은 정지산 유적에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한 빙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아 발굴조사 보고서에는 빙고라는 표현이 빠졌습니다.이 시기(1996년 7~8월) 유적 동쪽 경사면의 23호 주거지 상층부에서 사격자(斜格子)무늬 벽돌 2점이 나와 다시 한번 정지산 유적의 높은 위상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사격자무늬는 대각선의 빗금을 교차시켜 마치 전통한옥의 창살 같은 모양을 낸 것으로, 무령왕릉 벽돌에도 이 무늬가 새겨져있습니다. 사격자무늬 벽돌은 아마도 유적 정상부의 전각건물 바닥에 깔려있었으나, 건물이 폐기된 이후 빗물 등에 휩쓸려 경사면까지 내려왔을 겁니다.젊은 고고학자의 혈기는 때로는 무모하기까지 했습니다. 정지산 정상까지만 발굴허가를 받았는데도 이 교수는 그 너머 경사면 아래까지 삽을 꽂았습니다. 분명 연결된 유구가 더 있으리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죠. 어차피 정지산 유적은 도로공사가 속행되면 송두리째 사라질 운명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당국의 발굴허가 구역을 넘어서면 학예직 공무원 신분이던 그에게 상당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교수는 “유적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어서 젊은 혈기에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결국 그의 예상대로 경사면 아래에서도 백제시대 대벽건물터 네 곳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그의 발굴 운(?)은 대학 교수로 옮기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재직할 땐 어린아이 인골이 묻혀있는 신라시대 우물을 발견했습니다. 신라에 불교가 들어와 공인되기 전 인신공양의 흔적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그는 주저함 없이 “고고학자로서 내 인생 최고의 발굴은 역시 정지산 유적”이라고 말했습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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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 맞춤형’ 담배로 인도네시아 입맛 사로잡았다

    《“중국을 대체할 6억4000만 명의 거대한 아세안(ASEAN) 시장을 잡아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일본 수출 규제 등을 겪으며 특정국에 편중된 무역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흥 시장인 아세안이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주변 4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신(新)남방 정책’을 발표했고 올 11월에는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키로 하는 등 아세안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 10개국 중 가장 많은 인구(2억6058만 명)를 거느린 인도네시아 시장은 국내 산업계가 부쩍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세계 4위의 인구대국답게 인도네시아 담배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인도네시아 담배시장(216억 달러)에서 활약하고 있는 KT&G 현지 사업장을 찾아가 봤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쪽 파수루안시 KT&G 담배 생산공장. 이 나라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에서 약 50km 떨어진 항구도시에 17만 m² 규모의 거대한 공장시설이 들어서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담배 생산공장이었던 트리삭티 공장을 KT&G가 2011년 인수해 리모델링한 곳이다. ‘ESSE’ 로고가 새겨진 잔디밭을 지나 연구개발(R&D)센터에 들어서자 첨단 분석기기와 더불어 약 30종의 잎담배 샘플을 모아 놓은 캐비닛이 눈에 들어왔다. 클로브(clove) 혹은 정향(丁香)으로 불리는 말린 꽃봉오리 샘플들도 종류별로 비치돼 있다. 정향은 은단과 비슷한 향을 풍기는 독특한 향신료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즐겨 피우는 크레텍(Kretek) 담배의 주재료다. 이곳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잎담배와 정향을 적절히 혼합해 최상의 맛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현지인들의 음식문화를 고려해 망고와 꿀, 애플민트 향을 첨가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제품 필터에 혀를 대보니 향긋한 과일 향과 함께 설탕을 바른 듯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KT&G가 이처럼 다양한 단맛을 첨가한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인도네시아 시장이 유일하다.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 덕분에 올 4월 출시한 ‘에쎄 체인지 주시’는 판매 5개월 만에 4억 개비가 넘게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대형 편의점인 알파마트에서 에쎄 시장점유율은 13.3%(올 7월 기준)로 전체 브랜드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KT&G는 올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15% 늘어난 1226억 원의 매출액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오 KT&G 인도네시아 제조법인장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R&D센터를 구축함으로써 현지인들의 취향을 제품 개발에 신속히 반영할 수 있게 됐다”며 “본국에서 축적한 궐련 담배 노하우와 인도네시아 특유의 크레텍 담배 기술을 적절히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KT&G는 인도네시아 로컬기업으로 현지 1위 브랜드인 삼포르나(Sampoerna)에서 연구개발 인력을 영입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KT&G에 합류해 잎담배 블렌딩(여러 종류의 담뱃잎을 특정 비율로 혼합하는 기술)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올로안 산투리 씨(51)는 “외국계 기업으로 인도네시아 문화를 존중하고 현지인들과 융화하려는 자세가 인상적”이라며 “캡슐 향처럼 KT&G가 갖고 있는 강점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극대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R&D센터에서 차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1차(primary) 생산시설은 잎담배 블렌딩과 가습, 향 첨가(가향) 등 거의 모든 공정을 기계로 진행하고 있었다. 마치 반도체 공장처럼 방진모를 착용한 뒤 온몸의 먼지를 떨어내는 클린룸을 통과했다. 공장 2층에 자리 잡은 관제실에 들어서자 전체 공정의 작업 상황은 물론이고 담뱃잎의 습도,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보여주는 모니터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KT&G가 이곳에 자동화 설비를 들여오면서 관제실도 새로 설치했다고 한다.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2차(secondary) 생산시설도 각초(잎담배를 잘게 자른 것)에 필터를 부착한 뒤 종이로 포장하는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정년퇴직한 뒤 최근 재취업돼 인도네시아 직원들에게 정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60대 한국인 고참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해결과 더불어 퇴직자들의 경륜을 활용하는 일거양득의 조치인 셈이다. KT&G는 현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본사에 위탁교육을 보내는 한편 교육전담 매니저를 두고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2022년까지 연간 100억 개비 생산을 목표로 향후 3년 동안 생산설비를 두 배로 늘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권민석 KT&G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장은 “성과에 따른 보상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10년 내 인도네시아 담배시장 1위로 올라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자카르타·수라바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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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일부 각료들,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정에 이견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 정책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자칫 소득주도성장 포기로 외부에 비쳐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이날 확대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 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보완 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가고 있다. 추진 과정에서 논란과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수해온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후 비공개 토론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언론 등 외부에 소득주도성장 포기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3대 축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시그널을 외부에 줘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어 발언에 나선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김 위원장의 주장을 두둔했다. 여권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정이 공정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김 위원장이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최근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 핵심 정책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처리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다른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 등의 우려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청와대에 있었다면 김 위원장의 발언에 무게가 꽤 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장 실장이 교체된 데다 요즘 경기도 안 좋다 보니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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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합의 하루만에 ‘제각각 셈법’… 총선 겨냥 치열한 수싸움 시작

    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을 검토하고 다음 달 선거제 개편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2020년 총선을 향한 정치권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일단 시작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야3당의 단식도 중단됐다. 하지만 선거제 이슈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물론이고 의원 정수 확대 여부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의견 차가 여전한 만큼, 논의부터 시작하자는 ‘개문발차(開門發車)’식 합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야는 합의 하루 만에 핵심 쟁점을 놓고 동상이몽식 발언을 내놓고 있다. 선거제 논의 자체를 뒤엎자는 건 아니지만, 당 의석수를 좌우할 선거제 시스템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 2016년 총선 득표를 기준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의석은 123석에서 110석으로, 자유한국당은 122석에서 105석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부 가미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도농 복합형 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당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 정개특위 간사인 정유섭 의원은 페이스북에 “손학규, 이정미 대표의 단식 중단을 위해 불가피하게 양보하고 (선거제 문제를 앞으로) 검토하자는 단계까지 합의한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같은 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 여야 합의는 의원 정수 확대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합의문은 누가 읽어봐도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전제로, 그것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개혁이 관철될 때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의원 정수 확대나 비례대표·지역구 의석 비율 등도 선거제와 맞물려 합의가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현행 소선거구제 지역구에서 적은 표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킬 수 있는 이른바 ‘석패율(惜敗率)제’도 또 다른 변수가 될 듯하다. 선거구제 합의 시기를 놓고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6일 “특위 차원의 안을 연내에 만들겠다”고 밝히자,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이달 내 합의안 도출은 졸속 합의”라고 했다. 그럼에도 선거제 개편이라는 이슈를 공론화하고,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정치적 동력을 확보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여권 관계자는 “향후 각종 개혁입법 처리를 앞두고 평화당, 정의당과 선거제 문제로 더 이상 각을 세우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선거제 개편 논의는 굴러가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는 17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유치원 3법 등 사립유치원 개혁법안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및 표결을 각각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확대를 놓고서는 여야 간 의견 차가 커 해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여전하다.김상운 sukim@donga.com·박성진 기자}

    •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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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까지 선거제 개편” 여야 험난한 첫발

    여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내년 1월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원론적 합의인 데다 당별로 원하는 선거제가 다르지만 정치권이 선거제 개편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벌여온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만나 선거제 개편 합의문을 발표했다. 여야는 17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선거제 개편 법안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비례대표 확대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 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을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선거제 개정과 함께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로 찾아온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을 기본으로 여야가 합의를 본다면 대통령으로서 함께 의지를 실어 지지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인 데다 권력구조에 대해선 여야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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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봉 14% 인상 오보’ 파동으로 본 국회의원 보수 산정 실태와 외국사례 비교

    “행정부와 달리 국회의원들한테는 차량을 정부에서 지급을 안 해요. (국회의원) 보수체계를 바꾸면 (행정부와) 비슷하게라도 해 주나요?”(야당 국회의원 A) “연봉제로 바뀌면 국회의장과 부의장, 위원장, 국회의원 연봉 간에 차등이 발생한단 말이에요. 다들 헌법기관으로서 선출된 공직자들인데 누구는 연봉이 많고 누구는 연봉이 적은 건 맞지 않고….”(여당 국회의원 B) 올해 3월 2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소위 회의록에 담긴 내용이다. 국회의원 보수 중 비과세 혜택을 없애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어깃장을 놓았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날 소위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의견을 반영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의장 의견’으로 제시한 국회의원 보수 개편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 전 의장은 국회의원 보수 중 비과세 대상인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폐지하고, 국회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의원 보수를 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활동비를 폐지하면 국회의원 세후 보수가 15% 정도 감액된다. 비슷한 내용을 담아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함께 상정됐다. 그러나 소위 여야 의원들은 행정부와의 처우 비교나 의장단, 상임위원장 연봉과의 형평성만 따지다가 회의를 끝냈다. 20대 국회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되는 듯했던 국회의원 보수 개편은 이렇게 흐지부지됐다. 두 여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한 여당 국회의원은 “‘셀프 인상’이다 뭐다 해서 국민 여론이 들끓을 때만 의원 보수 개편안이 반짝 논의될 뿐 여론이 식으면 국회 논의 자체가 진척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보수 어떻게 정해지나 최근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세비 인상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연봉을 1억4000만 원에서 1억6000만 원으로 2000만 원(약 14%)가량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청원에 순식간에 19만 명이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연봉 14% 인상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다. 국회 사무처는 “세비가 14% 인상됐다는 보도는 사무실 운영경비와 차량 유지비, 유류비 등 의원 개인 보수와 상관없는 각종 지원 비용을 합산한 데 따른 오해”라고 밝혔다.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수는 크게 수당과 활동비로 나뉘어 있다. 수당은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정액 급식비로 구성된다. 활동비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로 돼 있다. 이 중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인상된 것은 일반수당과 관리업무수당,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등 4개 항목이다. 나머지 3개 항목은 동결됐다. 금액으로는 의원 수당이 행정부 공무원들의 내년도 보수 인상률(1.8%)을 반영해 연 1억290만 원에서 1억472만 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전년과 같은 금액으로 동결된 활동비(4704만 원)를 합친 의원 총 보수는 지난해보다 1.2% 오른 1억5176만 원으로 정해졌다. 잘못된 보도로 인한 해프닝이었던 셈이지만 국민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연봉 인상률을 정하는 ‘셀프 인상’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의원 보수 산정 절차를 살펴보면 먼저 기획재정부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그대로 적용한 수당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면 국회 운영위 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거나, 스스로 삭감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직접 자신들의 수당을 증액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기재부에서 증액이 돼서 올라온 예산안을 추인하면서 인상이 확정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보수를 결정하는 외부위원회를 별도로 두자는 의견이 나온다. 매년 되풀이되는 ‘셀프 인상’ 논란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자는 것. 올 3월 정 전 의장이 제안한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는 비슷한 구조지만, 의장 직속기구여서 엄밀하게는 외부위원회로 보기 힘들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의원들이 문제가 생기면 세비 동결한다고 한번쯤 생색을 냈다가 다음번에는 슬그머니 올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를 의회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 의회는 어떻게 영국은 2011년 의회와 독립한 외부기구로 독립의회기준처(IPSA)를 설치해 국회의원 수당 산정은 물론 사용 내역까지 사후 감독하고 있다. 이 기구는 사법·감사 분야 전문가 3명과 전직 하원의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5년 내 의원을 지낸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영국도 이전에는 우리나라처럼 의회가 직접 보수를 결정했지만, 2009년 의원들의 활동비 부정 사용이 도마에 오르면서 제도가 바뀌었다. 당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지난 2세기 이래 영국 의회 최대의 부정 사건”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심각했다. IPSA는 주로 공공기관의 평균 임금 인상률과 연동해 의원 보수를 조정하고 있다. 영국 의원 보수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1.3%, 1.4%씩 올랐다. IPSA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의원들의 각종 수당을 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이나 지역구 중 한 곳에 집을 얻을 수 있는데 호텔에서 머물 경우 런던 지역은 1박에 175파운드로 제한돼 있다. 의원들의 택시비는 오후 10시까지 근무했을 경우에만 지원한다. 지역구별로 의원들의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 숙박비 등이 IPSA 홈페이지에 두 달마다 공개된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의회가 보수를 결정하는데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0년째 동결돼 있다.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노동자 임금 인상률에 따라 자동 인상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국민의 세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수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 의원 보수는 17만4000달러(약 1억9640만 원)로 동일하다. 다만 상원 임시의장(19만3400달러)과 하원의장 및 여야 당 대표(22만3500달러)는 일반 의원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다.○ 국회의원 특권 ‘적당히’ 내려놓기 국회의원 보수와 더불어 ‘특권 내려놓기’에 대해서도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여야 모두 선거철이나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지만, 국민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2016년 국회의장 직속으로 출범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개혁안으로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 구성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 의무화 △면책특권 남용 방지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 투명화 △해외출장 의전 축소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개혁안 추진 성과는 미흡하다. 폭로와 막말로 인한 회기 내 면책특권 남용 방지 법제화는 “헌법에 관련 규정이 있어 폐지가 불가하다”는 의원들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해외출장 시 공항 귀빈 대기실 사용과 재외공관 의전은 간소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특권으로 남아 있다.김상운 sukim@donga.com·최고야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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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실무 차관에 靑참모 대거 투입… “이제 성과 낼때”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15명 안팎의 대규모 차관급 인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집권 3년 차를 앞둔 국정 쇄신 차원이다. 연일 ‘정책성과’와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대대적인 차관급 인사를 통해 느슨해진 공직사회를 다잡고 정책 이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1기 청와대에서 국정철학을 공유한 참모진을 각 부처의 정책을 주도하는 차관급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청와대가 주도한 개혁정책의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3년 차 앞두고 대규모 인적쇄신 여권 고위 관계자는 “큰 규모의 차관 인사안이 마련됐다. 경기 침체로 민심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차관급 인사에 나선 데 이어 1년 반 만에 대규모 차관급 인사에 나서는 셈이다. 차관 인사 대상 부처는 경제 부처와 일부 사회 부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1차관에는 이호승 대통령일자리기획비서관이, 2차관에는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고형권 1차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형욱 전 차장이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에는 차영환 대통령경제정책비서관이 거론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는 기재부 출신 관료들이 하마평에 오른 가운데 주현 대통령중소기업비서관도 하마평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으로는 문미옥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특히 KTX 사고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자진 사퇴한 가운데 국토부 차관 교체와 함께 코레일 사장이 조기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관급 교체 주기는 평균적으로 1년 3개월 정도”라며 “정부 출범 후 1년 반 정도가 지난 만큼 교체 시점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정장악력 높이고 정책 속도 끌어올리기 문 대통령이 경제 투 톱 교체에 이어 대규모 차관급 인사에 나선 것은 이제 그동안 내놨던 경제·사회정책의 본격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관료들이 대거 부처로 돌아가면서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정책 이행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부처가 대대적인 쇄신 대상에 오른 것은 내년 민생지표를 반등시키지 못하면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포용국가 3개년계획 발표를 기점으로 내년 사회정책을 강화하고 생활적폐 청산의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도 차관급 인적쇄신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관들에게 “현장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질타하며 생활적폐 청산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대적인 차관급 인사에 따라 청와대 개편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참모진이 각 부처 차관으로 이동하면서 청와대 내에도 적지 않은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김수현 정책실장으로 교체된 가운데 정책실을 시작으로 2기 청와대 구성을 위한 인적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문병기 weappon@donga.com·김상운·송충현 기자}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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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法 촉구하며 ‘나경원 집안’ 거론한 與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며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의 가업(家業)을 겨냥하고 나섰다. 나 원내대표 집안에서 유치원과 중고교를 아우르는 사학재단을 경영한다는 사실을 부각하며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유치원 특위 소속 의원들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3법을 이달 중에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치원 3법을 대표발의한 박용진 의원은 “한국당은 시간을 끌 만큼 끌었다. 그 정도 했으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서도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 본인이 유치원을 운영하는 사학재단과 개인적 인연이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제1야당 원내대표가 개인적 이해를 우선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 법안 통과에 협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의 부친은 나채성 홍신학원 이사장이다. 나 이사장은 서울 강서구 소재 홍신유치원을 비롯해 화곡중, 화곡고, 화곡보건경영고 등을 경영하고 있다. 홍신유치원은 학생 180명 정원의 사립유치원으로 현재 나 원내대표의 동생이 원장을 맡고 있다. 1984년 설립된 이 유치원은 나 원내대표의 모친이 22년 동안 원장을 지냈다. 나 원내대표도 10여 년간 홍신학원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민주당 유치원 특위는 이달까지 법안 통과가 안 되면 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지정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앞서 홍영표 원내대표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패스트 트랙 지정을 언급한 바 있다. 유치원 특위 위원인 신경민 의원은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하면 330일 후엔 심사 없이 본회의 표결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돼서) 이 법 시행을 1년간 늦춘다는 것은 국회로서 체면이 안 서는 일”이라며 “패스트 트랙으로 가는 건 최후의 비상수단”이라고 설명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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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복지부동 심각” 여권서도 적폐청산 부작용 우려

    “적폐 청산 이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심각해졌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5일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이 주재한 부처 장관 정책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행해온 적폐 청산 부작용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를 받다 투신자살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과 관련해 야당이 무리한 적폐 청산의 결과라고 비판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11일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적폐 청산 후유증으로 나타난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을 언급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면 적폐로 몰릴 것을 두려워한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면서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적폐 청산을 한다고 공무원들을 무조건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 대부분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다른 부처 관계자도 “채찍과 더불어 당근도 필요하다. 승진이나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회의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처럼 기업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대표 정책이 하나씩은 있었다. 그런데 현 정부에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 대표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위기 국면이다. 각 부처가 중심을 잡고 잘 대처해 달라. 어찌 보면 최근 (지지율 하락) 현상은 기존의 높은 지지율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책 추진 속도를 더 높이겠다. 앞으로 각 부처에서 잘 안 풀리는 정책이 있으면 정책보좌관들이 내게 바로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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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당이 막아버린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 입법

    원격의료와 데이터 규제완화 등 문재인 정부가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주요 규제혁신 법안들이 정작 여당 내부 이견과 여야 갈등으로 인한 국회의 늑장 심사에 발목을 잡혀 결국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원격의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반대로 법안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일부 민주당 의원은 “도서벽지 4곳에 대한 원격의료 규제완화는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별로 없고, 의료계 갈등만 키울 것”이라며 법 개정을 막고 있다.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우선 허용, 사후 규제’를 하도록 한 행정규제기본법도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 현장 방문에 나서며 공들였던 데이터 규제완화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도 여야는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 의견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아 7일 국회 본회의 상정조차 안 됐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한 강화를 놓고 의견 조율이 안 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보통신망법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모법 역할을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먼저 개정돼야 한다”는 반대에 가로막혔다. 김상운 sukim@donga.com·박효목 기자}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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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 2회 적발땐 면허 취소… 신축 아파트 어린이집 국공립으로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일명 ‘윤창호법’) 등 민생법안 190건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꺼번에 처리됐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로 인해 밀린 법안들이 사실상 정기국회 마지막 날 국회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가해자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과 음주운전 적발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번 법 개정은 앞서 올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술을 마신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윤창호 씨 사망사건이 계기가 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면허정지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면허취소 기준이 0.1%에서 0.08%로 각각 강화됐다. 기존 법률에서는 음주운전 3회 적발 시 면허가 취소됐지만 개정안에서는 2회 적발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공포 후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500가구 이상 신축 공동주택에 설치해야 하는 어린이집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설치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에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성을 상대로 한 각종 폭력과 범죄를 막기 위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성폭력방지법은 ‘강남역 살인사건’ 등으로 사회적 화두가 된 여성폭력 문제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법안은 성폭력과 성희롱,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폭력, 디지털 성폭력 등에 대해 국가가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하고 방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성폭력범죄처벌법 등 기존 법체계에는 없는 ‘2차 피해’도 명문화했다. 수사, 재판, 보호, 진료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사후 피해와 집단따돌림, 부당 인사조치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에는 핀테크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금융혁신지원특별법’도 포함됐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정부, 여당이 규제혁신 샌드박스 법안 중 하나로 공을 들여온 법안이다. 이 법에 따라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최대 2년 동안 각종 금융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 밖에 6·25전쟁 참전용사의 퇴직금 신청 기간을 연장한 퇴직군인 퇴직급여 특별법도 이날 처리됐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규제혁신 현장 방문에 나서며 공을 들였던 ‘데이터 규제 완화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은 이날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여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한 강화 등에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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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지도부 “광주 안된다면 대안 찾아볼것”

    문재인 대통령이 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꼽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좌초되자 여당 지도부가 다른 지역으로 대안을 찾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6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 광주형 일자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몇 차례 합의에 도달했다가 안됐는데 정말 유감스럽다”고 운을 뗐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현대자동차와 광주시, 지역 노동계, 경제계, 시민단체가 참여한 노사민정협의회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민정협의회는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여 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전날 현대차에 보냈다. 홍 원내대표는 “광주에 저희가 기대를 걸고 설득을 해보겠지만 다른 대안을 분명하게 찾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 군산이나 경남 거제 등 지역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 광주형 일자리모델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도 지난달 27일 전북 익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거의 매듭 단계이고 다음으로 ‘군산형 일자리’를 준비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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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원 불기소’ 뒤늦게 문제삼은 이해찬

    검찰이 올해 초 불기소 처분한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의 사과 선물 비용 대납 의혹을 여당 지도부가 뒤늦게 문제 삼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이 수사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했다. 이는 경찰 자체가 문제가 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2013년 설과 추석에 사과를 지인들에게 선물하면서 경북 청송군에 선물 값을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경찰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청송군이 지역 특산물을 홍보할 목적으로 김 의원에게 “구매력 있는 외지인들의 명단을 달라”고 요청해 사과 선물을 보낸 것으로 판단해 올 1월 불기소 처분을 했다. 이 대표는 경찰과 검찰을 각각 담당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통해 김 의원 사건을 따지라고 주문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다시 (김 의원 사건)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당 지도부의 이 같은 문제 제기에 한국당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회 행안위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검경이 수사해 사법부가 최종 판결한 사안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그 자체로 적폐”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권력에 취해 사법부의 판단은 안중에도 없고 권력기관들을 동원해 무죄 판결난 야당 의원을 탄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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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상운]적폐청산과 어느 공무원의 순직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필을 꿈꾸다’ 특별전을 둘러봤다. 중국 산둥박물관에서 17세기 중국 청나라 명필의 서예작품을 빌려와 조선시대 작품과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전시다. 전시장 끝에는 고 김재원 전 한글박물관장을 추모하는 ‘결어(結語) 패널’이 걸려 있었다. 김 전 관장은 지난해 12월 이번 전시를 준비하러 중국 출장을 갔다가 급성 호흡정지로 숨졌다. 패널에는 누군가가 접착테이프로 붙여놓은 꽃 한 송이가 매달려 있었다. 지난해 사드 갈등 이후 중국 박물관과의 전시 교류는 거의 끊긴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특별전에는 우리나라의 국보에 해당하는 중국 1급 문화재 등 작품 30점이 전시됐다. 국립한글박물관보다 훨씬 덩치가 큰 국립중앙박물관조차 이달 개최한 ‘대(大)고려전’에 중국 송나라 유물 대여를 추진했지만 중국 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한글박물관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김 전 관장의 공이 컸다. 한글박물관 직원들에 따르면 김 전 관장은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출장 서류를 검토하는 틈틈이 논어(論語) 베껴 쓰기를 연습했다고 한다. 중국 고전 인용을 즐기는 현지 관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중국 국가문물국(우리나라의 문화재청에 해당) 부국장, 산둥박물관장과의 만찬에서 김 전 관장은 논어 한 구절을 한자로 쓰고 중국어로 암송해 좌중의 분위기를 띄웠다고 한다. 한글박물관 관계자는 “김 전 관장이 순직한 직후 중국 측이 성심으로 사후 절차를 도왔다. 1급 유물이 대여전시 목록에 포함된 것은 김 전 관장의 노력에 대한 보답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관장은 귀국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관료 출신인 그는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김종 전 문체부 차관 밑에서 체육정책실장으로 일했다는 이유로 본부 실장(1급)에서 산하 기관인 한글박물관장(2급)으로 강등을 당했다. 문체부 관계자들은 “문제가 된 일은 김 전 차관 측 인사들이 주도했고, 김 전 관장은 특별히 관여한 바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지만 김 전 관장은 묵묵히 새로운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패스한 정통 관료였지만, 한글박물관에 부임한 후에는 박물관이 소장한 국문학 논문과 전문서 60여 권을 석 달 만에 독파했다. 한글박물관장으로서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국정농단 사건이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적폐가 맞다. 그러나 결정 권한이 없는 실무자까지 전방위로 조사해 징계나 인사 불이익을 주는 일이 옳은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 끝까지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던 김 전 관장의 명복을 빈다.  김상운 정치부 기자 sukim@donga.com}

    •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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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예산안 원안 상정 강행… 野 강력반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일 야당들의 반대에도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일단 상정했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선거제도 개편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반발하면서 그동안 예산심사와 본회의 일정을 놓고 각을 세운 여야 대립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시작하면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은 어제(2일)였지만, 어제가 일요일인 점을 감안하면 법정처리 시한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오늘(3일) (본회의를) 했어야 한다”며 “교섭단체 대표들에게 (본회의 일정을) 합의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 시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께 법정시한 내 처리를 못한 데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문 의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시한이 끝나며 1일 0시를 기해 자동 부의돼 있던 정부 예산안 원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원안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문 의장은 “예산안과 관련해 여야 간 합의를 독려하려는 것”이라고 예산안 원안 상정 이유를 설명했다. 여야 합의로 수정 예산안을 만들 때까지 예산안 본회의 상정을 미루자고 주장해 온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은 이날 문 의장의 개회 강행에 반발해 본회의에 불참했다. 이 때문에 본회의장에는 민주당 의원 100여 명과 정의당, 민중당 및 일부 무소속 의원들만 참석했다. 참석 의원들은 예산안 원안이 상정된 뒤, 정부 측 제안 설명을 듣고 13분 만에 산회했다. 야당은 장외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예산안 상정을 늦추기로 한) 교섭단체 합의를 무시하고 정부안을 일방상정하면 그나마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예결위 ‘소소위원회’에 많은 장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문 의장과 여야 5당 대표는 이날 오찬 회동을 했지만 예산안 처리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30년간 정치를 했는데 선거구제를 연계시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현실적으로 오늘까지 예산안이 통과 안 됐다고 큰 난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협치는 주고받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결위 ‘소소위’는 이날까지 감액 심사 회의를 이어갔으나 보류된 안건들에 대한 감액 심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감액 심사가 끝나야 삭감액 한도 내에서 증액 심사를 할 수 있는데 아직 증액 심사는 시작도 못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러다가 예산안 본회의 처리 목표 시점인 9일도 넘기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김상운 sukim@donga.com·최고야 기자}

    •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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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지도부 손에 넘어간 예산 합의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2일)을 넘긴 국회는 주말 내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3당 간사가 참여하는 ‘소(小)소위’를 가동해 예산안 감액 심사를 벌였다. 그러나 남북협력기금과 일자리 예산, 4조 원 세수 결손 등 쟁점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으로 공을 넘겼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가 끝나는 7일 이전에 여야 합의로 수정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들은 2일 국회에 모여 전날에 이어 예산소위에서 보류된 예산안 246건에 대해 심사를 진행했다. 여야는 앞서 지난달 30일 종료된 예산소위에서 정부가 제출한 470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약 1조300억 원가량을 감액한 바 있다. 여야는 예결위 간사단 협상에서 남북협력기금과 일자리 예산 등에 대해 큰 견해차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여당 간사인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간사 협의에서 최대한 정리하고 재(再)보류된 사안들은 여야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들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은 3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에 따라 자동 부의된 예산안과 더불어 종합부동산세법 등 부수법안을 원안대로 상정할 예정이다. 일단 예산안 원안을 상정해 놓은 뒤, 여야가 수정안을 만들 때까지 기다려 다시 본회의를 열겠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할 권한이 있다. 비록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국회법을 지키려 노력했다는 명분이라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속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소소위 형식으로 예산안 심사가 이뤄지는 것은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올해도 법정시한 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올해도 ‘깜깜이 심사’ ‘밀실 심사’ ‘졸속 부실 심사’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이례적으로 조세소위를 열어 이미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종부세법 등 예산부수법안을 논의했다. 예전 같으면 원내지도부에 일임할 사안이지만, 마지막까지 상임위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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