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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경험을 더 열심히 글로 써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여대 대학본부 5층 강의실. 배미경 씨(58)는 “편견을 갖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바꿔나가고 싶기 때문”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배 씨는 “눈물 때문에 글자가 잘 안 보인다”며 소감 발표를 위해 준비해 온 쪽지의 글을 모두 읽지 못하고 마이크를 다른 이에게 넘겼다. 배 씨는 이날 작가가 됐다. 부산여대 사회복지학부에 재학 중인 성인학습자(만학도) 동료 12명과 함께 ‘쉿! 내 안의 숨은 페이지들’이라는 자전적 수필집을 펴낸 것. 배 씨는 20년 동안 장애 아동을 키워온 경험을 ‘엄마를 빛나게 한 초록 거북이’라는 제목의 16쪽 분량의 글로 담았다. 임신 28주에 800g의 조산아로 세상에 나온 아들은 뇌성마비와 지적장애를 앓았다. 배 씨는 “장애인 엄마 주제에”, “천벌 받았네”라는 모진 말을 주변에서 들으면서도 아들을 e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는 활발한 고교생으로 키워냈다. 211쪽 분량의 책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웠던 중장년 여성의 삶이 기록됐다. 작가 13명 중 70대가 1명, 50대가 2명이고 나머지는 60대다. 20년 동안 골프장 캐디로 일한 이경희 씨(53)는 동료의 성추행 사건과 이를 문제 삼으려고 하자 발뺌하는 회사의 행태를 지적했다. “남자 친구가 만족하게 해주나”라고 70대 고객이 언어 폭력을 서슴지 않아 사과받길 바랐으나 회사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고 했다. 이 씨는 동생이 숨진 뒤 시작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2년 전 시작한 대학 공부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고 적었다. ‘꿈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쓴 손길연 씨(65)도 “대학 진학으로 한층 성숙하고 있다”고 했다. 결혼 후 중국집 등을 운영하며 바삐 산 탓에 그토록 원한 대학 공부를 환갑이 넘어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첫 과제를 받았을 때 ‘11포인트로 작성’이라는 뜻을 몰라 딸에게 물었다. 컴퓨터 글자 크기라고 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일 때 컴퓨터 수업이 많아 적응하기가 특히 어려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외에 시숙의 아이를 데려와 키우는 과정에 겪은 고충, 다단계 사기에 빠져 큰돈을 잃었다가 가족의 배려로 극복한 사연 등이 책에 담겼다. 이날 출판기념회 때 돌아가며 연단에 서서 소감을 밝혔는데 상당수가 울음을 터뜨렸다. 박양덕 씨(70)는 “고등학교 졸업 후 50년 만에 대학에 진학한 것만으로 기쁜데 작가라는 호칭까지 받게 돼 영광스럽다”며 “살아있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수필집은 사회복지학부 동아리 ‘SW(Social Welfare) 유니온’의 7개월 활동 성과다. 동아리는 한승협 사회복지학부장과 이정식 지도교수의 주도로 올 4월 발족했다. 동아리 소속 30여 명의 학생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모여 글쓰기와 동영상 편집 기술 등을 공부했다. 보고서와 논문 등을 작성해야 하는 대학생은 매끄러운 문장 작성은 필수라며 특히 글쓰기 역량 강화를 위해 힘을 썼다.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학생 가운데 13명은 내친김에 자전적 수필을 써 책으로 엮어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자신의 글을 수정해달라며 이 교수에게 58차례에 걸쳐 이메일을 보낸 학생도 있었다. 이정식 교수는 “아픈 기억으로 남은 삶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 많이 울었고, 그 자체만으로 치유가 됐다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많은 중년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한승협 학부장은 “대학 생활 중 작가가 된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며 “내년에도 학생들의 글쓰기 역량 강화를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에 금융 특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신설이 추진된다. 부산시교육청은 3일 오후 부산시 국제의전실에서 부산시와 한국거래소, BNK금융지주와 ‘부산 금융 인재 육성을 위한 자율형 사립고 설립 업무 협약’을 맺고 금융에 특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할 자사고 설립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우선 이 기관들은 학교 설립과 운영 등을 총괄할 학교법인 설립을 논의할 실무협의체를 꾸리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학교법인이 세워져야 자사고의 위치와 규모, 개교 시기 등을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스터플랜 수립과 설계, 공사 등을 거쳐 학교를 개교하려면 빨라도 4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협약을 통해 부산시와 시교육청은 학교 설립을 위한 행정적 지원에 힘쓰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와 BNK금융지주는 자사고 설립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함께 부담하기로 했다. 학교부지 매입과 학교법인 설립 등에 드는 초기 비용만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예탁결제원,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금융기관 6곳이 서부산권에 금융 관련 자사고 설립을 논의했으나 비용 마련의 어려움 탓에 사업이 무산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기관들을 비롯한 다른 금융기업이 자사고 설립에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금융 특화 자사고가 신설되면 이는 부산에서 유일한 전국 단위 모집의 자사고로 운영된다. 현재 부산의 자사고는 해운대고와 부일외고 등이다. 두 곳은 부산 거주 학생 위주로 모집하는 광역 단위 자사고로 운영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에 전국 단위 모집의 자사고가 문을 열면 각지의 뛰어난 인재들이 부산에 와서 공부하고 정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만화 그리기에 몰두해요.”부산 영산대학교 웹툰학과가 진행한 ‘밤샘 만화캠프’가 이목을 끌고 있다. 학생들이 현역 웹툰 작가와 밤샘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마련된 프로그램이다.영산대는 지난달 26일 오후 4시부터 27일 오전 7시까지 해운대캠퍼스 웹툰실습실에서 밤샘 만화캠프를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 멘토로 포털사이트에서 웹툰 ‘시한부 기사가 되었다’를 연재 중인 최윤열 작가가 초청됐다. 먼저 참여 학생 30명은 3시간에 걸쳐 최 작가의 강의를 들었다. 이어 자신이 쓴 원고를 토대로 단편 웹툰 작품을 스케치하거나, 이야기의 뼈대 등을 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최 작가와 지도교수는 밤새도록 학생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완할 점을 지도했다. 이들은 다음 날 아침에 작업 결과물을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뒤 헤어졌다.최인수 영산대 웹툰학과 교수는 “정규 수업에선 학생이 연속해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 3시간 정도로 짧다”며 “학생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해 작업할 수 있게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웹툰학과는 올 9월부터 3차례 밤샘 밤화캠프를 열었다. 지난달 8일에는 웹툰 ‘죽지 않으려면’의 임진국 작가와 ‘안개무덤’의 김태영 작가가 초청됐다. 웹툰에 관심 있는 고교생과 학부모도 동참했다. 웹툰학과는 매월 1회 지역 시민이 참여하는 밤샘 만화캠프의 정례화를 검토 중이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인적이 드문 농가주택에 마약 생산 설비를 갖추고 알약 형태의 마약을 대량 생산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부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마약 제작자 20대 A 씨와 판매책 등 9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고 1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A 씨 등은 올 2월부터 10월까지 해외에 밀반입한 마약 원료인 ‘메스케치논’에 식용색소 등을 섞어 알약 형태의 마약 1만 정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메스케치논은 필로폰과 비슷한 환각 효과를 주는 마약으로 유엔은 지난해 통제물질로 지정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한 마약이 메스케치논의 유사체인 ‘알파-피아이에치’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마약 제조를 위해 인적이 드문 경기 파주시의 농가주택에 은신처를 마련했다. ‘혼합기’에서 메스케치온과 파란색 식용색소를 오랫동안 섞은 뒤 ‘타정기’를 통해 알약 형태의 마약을 만들어냈다. 알약 한쪽 면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 문양을 새겨넣었다. A 씨는 이런 방법으로 1만 정을 제작했고 6000정을 유통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A 씨는 메스케치온 알약을 비닐 포장한 뒤 야산에 묻고 판매책에게 위도와 경도 등의 위치를 알려줘 찾아가게 했다. 판매책은 텔레그램으로 구매자와 접촉해 주택과 화단이나 계량기함에 이를 숨겨두고 찾아가게 하는 수법으로 다시 메스케치온 알약을 유통했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가상자산으로 거래했다.A 씨는 원료를 구해 직접 마량을 대량 생산한 만큼 시중 판매 금액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고 메스케치온을 판매하며 이득을 남겼다. 시중 판매금액은 정당 20만~25만 원이었는데 A 씨는 3만, 4만 원에 팔았다.이와 함께 경찰은 합성대마 원료 물질에 전자담배 액상을 섞은 합성대마 액상 15L를 제조해 텔레그램 등에서 유통한 20대 B 씨도 검거했다. B 씨는 독일에서 국제우편으로 원료물질을 밀수한 뒤 서울의 주거지에서 마약을 제조했다.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된 구매자와 투약자 10명 외에 훨씬 더 많은 이들이 A 씨와 B 씨를 통해 마약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국립부산과학관이 개관 9주년을 맞아 ‘로봇댄스 시즌2’ 공연을 펼친다. 과학관은 26일부터 과학관 중앙홀에서 매일 세 차례에 걸쳐 로봇댄스 공연을 운영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공연 시간은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 오후 3시 30분 등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음악에 맞춰 생동감 있게 춤을 추는 로봇댄스는 2015년 12월 과학관 개관 때 도입돼 큰 인기를 끌어 왔다. 기술이 크게 업그레이드된 시즌2에서는 로봇들의 움직임이 더욱 정교해졌다. 기존에는 공연 전 사람이 무대에 로봇을 배치해야 했으나 시즌2에서는 로봇이 무대 뒤에서 스스로 등장한다. ‘자동 위치 제어 기능’이 새롭게 탑재돼 로봇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1곡 공연을 끝낸 로봇은 처음 위치로 되돌아가 다음 공연을 준비한다. 특히 로봇 머리 위에 장착된 QR코드 패널의 ‘아루코 마커(Aruco Marker)’를 통해 로봇이 자신이 이동해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케이팝과 동요 등 6곡이 준비됐다. 뉴진스의 ‘하입보이’와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해 ‘바나나차차’ ‘문어의 꿈’ 등 어린이와 성인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로봇들은 공연당 4곡에 맞춰 20분 동안 춤을 춘다. 과학관은 자막이 포함된 뮤직비디오가 로봇 공연 중 무대 뒤편에서 흘러나오도록 했다. 로봇이 춤을 출 때 관람객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게 한 것이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요즘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 보려 해도 막상 실무진들은 ‘어차피 갈 사람, 갈 정책’이라고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아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략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보겠다고 일 잘한다는 직원들을 영입하는데 정작 그렇게 온 책임자급들은 얼마 안 가서 자기 살길 찾겠다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연수를 떠나버린다”며 “남아 있는 실무진은 그저 보여주기 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넘어서면서 지방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책임질 일 만들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방 정부도 피하지 못한 조기 식물화 26일 동아일보가 만난 전국의 지방 공무원들은 최근 지자체장들의 임기 반환점이 돌면서 공직사회가 추진 동력을 잃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권력이 바뀔 때마다 전임 지자체장들의 업적 지우기가 반복되고, 당시 잘나갔던 공무원들을 징계하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법’이라는 인식마저 팽배해졌다고 한다. 20년 이상 서울시에서 근무한 한 공무원은 “시장이 한 번 바뀔 때마다 전임 시장의 핵심 사업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정책이 원점으로 회귀하면 일선에 나섰던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분위기 때문에 임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일손을 놓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출직 지자체장의 당선 무효로 권한 대행 체제로 전환돼 업무 추진력이 저하된 경우도 있다. 경남 거제시는 이달 14일 박종우 전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거제시의 한 관계자는 “내년 4월에 이뤄지는 재선거에 이어 2026년 지방선거도 얼마 남지 않아 단기간 내 시장 3명이 바뀌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부터 박 전 시장이 추진하던 지역 경제 활성화 등 핵심 공약 사업들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추진력을 잃고 표류해왔다. 거제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 부활이 거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행정이 적극적으로 인구 유입 대책을 내놓고 발에 땀나듯 대형 조선소를 찾아가 대기업 차원의 지원책도 끌어내야 하는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임 위한 성과 압박도 사기 저하 요인 부산에서 근무하는 50대 공무원 김모 씨는 “2026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2년 앞둔 시점에서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강요하면서 압박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부산의 다른 공무원은 “시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이 2021년 취임 이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부산글로벌허브도시 등의 정책을 내세웠지만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실험하듯 추진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임기 반환점을 넘었는데도 보여줄 수 있는 성과는 없고 압박은 심해지니 공무원들의 의욕이나 사기도 저하된 상태”라고 말했다. 중앙정부보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경직된 공직 문화는 한창 일해야 할 저연차 지방 공무원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전북도에서 퇴사한 A 씨(30)는 “미래를 생각해 좀 더 경쟁력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변의 조언 등을 참고해 사표를 썼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역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더 열악한 상황이어서 공무원 충원도 쉽지 않은데 앞으로의 업무 추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경남=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너무 아름다워요.” 24일 오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대여받은 한복으로 멋을 낸 마누엘 알폰소 킴 씨(59)가 산비탈의 계단식 집과 감천항을 내려다보며 스페인어로 아름답다는 의미의 “보니토(Bonito)”를 연발했다. 과거 이곳이 한국전쟁을 겪은 피란민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이었다는 역사를 알게 된 그는 “멕시코로 이주한 할아버지가 어려움을 겪은 조국에 돈을 보내려고 애를 썼으나 자신도 어려운 상황이라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아쉬워했다. 킴 씨는 ‘애니깽’(에네켄·Henequen·용설란의 일종)의 후손이다. 1905년 인천 제물포에서 출발해 멕시코 메리다로 이주한 그의 할아버지는 에네켄 농장에서 일했다. 배를 타고 한국을 떠나온 1000명 넘는 이들이 뜨거운 이역만리 땅에서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에 시달렸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킴 씨는 21일 아들과 손녀 등 10명의 가족과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다음 달 5일까지 경주와 전주, 서울 등을 여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해운대 해변열차와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고 본 초고층 빌딩과 해안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킴 씨 딸의 남자친구인 카를로스 씨(37)는 “광안리 드론쇼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멕시코에는 드론을 활용한 이벤트가 없다. 한국의 발전된 과학기술이 놀랍다”고 했다. 현재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에는 애니깽 3∼5세대 후손 수천 명이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선조의 뿌리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매년 삼일절과 광복절에 모여 애국가와 아리랑을 부르며 한국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킴 씨의 아들 메이 알폰소 씨(33)는 “한국인의 후손이라는 점은 언제나 자부심의 원천”이라며 “케이팝과 전자산업 등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한국을 보며 내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늘 자랑스럽다”고 했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접근해 연인처럼 친밀감을 쌓고 투자를 유도해 80여 명에게 120억 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범죄단체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20명을 검거해 한국인 총책 20대 A 씨 등 1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 등은 올 1월부터 8월까지 SNS를 이용해 이성에게 호감을 산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인 ‘로맨스 스캠’으로 84명에게 122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두고 라오스에서 자금을 세탁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한국계 외국인 여성인 것처럼 SNS에 가짜 프로필을 게시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1주일 이상 채팅을 주고받았다. 피해자들을 “오빠”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쌓은 뒤 가상자산과 금 선물 거래 등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이어 허위 투자 사이트에 가입시킨 뒤 피해자들이 수익금 인출을 요구하면 ‘수수료와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이후 돈이 입금되면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한 40대 남성 회사원은 20억 원을 뜯겼다. 경찰 관계자는 “SNS로 투자나 특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한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접근해 연인처럼 친밀감을 쌓고 투자를 유도해 80여 명에게 120억 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범죄단체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20명을 검거해 한국인 총책 20대 A 씨 등 12명을 구속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 등은 올 1월부터 8월까지 SNS를 이용해 이성에게 호감을 산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인 ‘로맨스 스캠’으로 84명에게 122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두고 라오스에서 자금을 세탁했다.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한국계 외국인 여성인 것처럼 SNS에 가짜 프로필을 게시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1주일 이상 채팅을 주고받았다. 피해자들을 “오빠”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쌓은 뒤 가상자산과 금 선물 거래 등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이어 허위 투자 사이트에 가입시킨 뒤 피해자들이 수익금 인출을 요구하면 ‘수수료와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이후 돈이 입금되면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한 40대 남성 회사원은 20억 원을 뜯겼다. 경찰 관계자는 “SNS로 투자나 특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한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지금 플라스틱 제품을 줄이자(Cut plastic products now)!” 25일 오전 8시 반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인근. 대형 크레인에 매달린 가로 30m, 세로 24m 초대형 깃발이 흔들리자 각국에서 온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 20여 명이 영어로 이같이 외쳤다. 깃발에는 커다란 눈동자가 그려져 있었는데 전 세계 190여 개국 6472명의 시민 상반신을 조합해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를 전 세계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플라스틱 생산-소비-재활용 규제 격론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각국은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각국의 입장 차로 올해 4월까지 열린 4차례 회의에서 결론을 못 내고 이날부터 부산에서 마지막 협상을 시작했다. 타결될 경우 1992년 유엔기후협약 이후 최대 국제 환경협약이 될 수 있어 177개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00여 명이 회의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하지만 자연 분해까지 최대 500년이 걸려 환경 오염의 주범이란 지적을 받는다. 연간 4억 t 이상 생산되지만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다. 특히 바다에 흘러가 태평양에만 한국 면적 15배의 ‘쓰레기 섬’이 생겼고 이는 다시 해양 생태계 피라미드에 따라 인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각국은 이런 현실을 감안해 플라스틱 생산량 제한, 소비량 제한, 재활용 비율 제고 등 3가지를 중심으로 협약 체결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각각의 구체적인 비율은 고사하고 아직 어디까지 규제 대상으로 할지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가장 큰 쟁점은 생산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머를 포함시킬지 여부다. 플라스틱 생산 기반이 없는 유럽연합(EU)과 폐기물 오염의 피해국인 아프리카 등은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플라스틱 최대 생산국인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반대하고 있다.● “큰 틀 합의 성사 가능성” 협상을 이끌고 있는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상 마지막 날인) 12월 1일 부산에서 합의에 이를 것으로 자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행사 전 각국에 협약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비공식 중재안을 만들어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폴리머 포함 여부에 대해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다소 느슨한 표현을 담았다. 그리고 각국은 이날 협상 시작 7시간여 만에 참여국 만장일치로 중재안을 토대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협상장 안팎에선 벌써부터 부산에서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추가 협상을 통해 도출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92년 유엔기후협약 이후 교토의정서(1997년)와 파리협약(2018년)을 통해 보완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나쁜 협상(배드 딜)보다 차라리 협상이 깨지는 것(노 딜)이 낫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지지하면서도 주요 쟁점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생산량이 세계 4위이고 1인당 소비량은 1위인 만큼 규제가 생기면 산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 측 대표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단 협약이 도출되는 것”이라며 “협약에 감축 목표 등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Cut Plastic Products Now(컷 플라스틱 프로덕츠 나우).”25일 오전 8시 반경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본관 앞. 대형 크레인이 지상 60m 높이까지 끌어올린 가로 30m 세로 24m 크기의 초대형 깃발이 바람에 천천히 나부꼈다. 깃발 아래 20여 명의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쳐댔다. “플라스틱 제품을 없애자”는 뜻이다.초대형 깃발에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쪽을 응시하는 성인의 오른쪽 눈을 형상화한 그림이 새겨졌다. 전 세계 190여 개국 시민 6472명의 상반신 초상화를 조합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깃발 소재로 친환경 섬유인 재활용 폴리에스터가 쓰였다. 바람이 강하지 않아 완전히 펴진 깃발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그린피스는 스위스 예술가 단 아허와 협업해 이런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에 참석하는 각국 협상단에 ‘전 세계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We Are Watching)’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배우 윌리엄 샤트너와 제임스 크롬웰과 같은 유명인들도 퍼포먼스 취지에 공감하며 자신의 사진을 제공했다.깃발 게양을 끝낸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INC-5를 통해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긴급한 조처가 없으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50년까지 세 배 증가한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오염이 심화하고 인류의 건강은 더욱 위협받을 것”이라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이 이번 회의를 통해 마련돼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활동가는 “전 세계 시민이 벡스코에 모인 각국 협상단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협상단은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산업계가 아닌 전 세계 시민을 위한 협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INC-5에서는 175개국 정부를 대표하는 협상단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 종식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플라스틱 협약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협약 중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리협정을 통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각국의 의무가 제정됐다.지구의 플라스틱을 감축하기 위한 규칙을 만들자는 논의는 2022년 2월 유엔환경총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각국 정부 협상단은 2022년 11월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첫 INC 회의를 시작했고, 프랑스 파리와 케냐 나이로비, 캐나다 오타와 등에서 4회에 걸친 회의를 이어왔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 당시 플라스틱 감축 협약을 올 연말까지 제정하기로 한 만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INC-5가 마지막 회의다.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관리 방안만 담긴 ‘느슨한 협약’이 아니라 생산 자체를 줄이는 ‘강력한 협약’이 이번 협의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국내외 환경단체 16곳으로 구성된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회원 1000여 명은 회의가 열리는 벡스코 근처의 올림픽공원에서 ‘Stop Plactic(스톱 플라스틱)! 1123 부산플라스틱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손팻말을 들고 회의가 열리는 벡스코 일대를 행진하며 플라스틱 감축을 바라는 전 세계 시민의 열망을 협상단에 전달하고자 했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환경공단은 19일 일본 교토시환경보전활동추진협회(KEAA)와 양국 환경교육 협력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20일 밝혔다. 일본 교토의 미야코 에코로지센터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안종일 환경공단 이사장과 니카와 다쓰로 KEAA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에코로지센터는 1997년 12월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를 기념해 설립됐다. 이 총회에서 온실가스의 실질적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환경공단과 KEAA는 협약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환경교육 추진과 전문역량 강화를 위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두 기관은 환경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등을 함께 제작하기로 했다. 또 환경교육 포럼과 세미나도 협력해 연다. 안 이사장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두 기관이 실질적인 협력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는 19일 부산 연제구 자경위 중회의실에서 ‘2024년 부산자치경찰 치안 리빙랩’ 최종 성과보고회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치안 리빙랩은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시민을 참여시키기 위해 2022년 도입됐다.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 가운데 우수한 것을 실제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자경위는 올해 시민이 제안한 3개 정책을 치안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그 성과를 이날 발표한다. 우선 최근 절도 등의 범죄 발생이 빈발하는 무인점포의 환경 개선 방안에 대해서 검토했다. 키오스크와 출입구, 매장 내부에 각종 슬로건을 부착하는 등 인테리어를 개선해 무인점포의 범죄 발생을 줄이고자 했다. 또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자의 안전한 PM 사용을 유도하는 교육용 동영상을 제작했다. 초등학생이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안전하차구역’을 조성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도 분석했다. 자경위 관계자는 “중고물품 거래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기 피해를 막는 ‘중고거래 안전지대’가 부산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는 2022년 치안 리빙랩 공모에서 시민이 제안한 정책”이라며 “시민의 의사가 반영된 치안 정책을 발굴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허탈하네요.” 9일 오후 9시경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앞 상가. 횟집을 운영 중인 40대 김모 씨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광안리 상공을 화려한 불꽃으로 수놓았던 제19회 부산불꽃축제가 끝난 뒤 민락수변공원을 가득 채웠던 관람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불꽃축제 관람을 마친 이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대중교통으로 귀가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며 수변공원 앞 상가를 벗어났다. 생선회와 분식 등을 파는 음식점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1만 명 가까이 다녀갔지만 상가는 ‘텅텅’14일 수영구에 따르면 이날 수변공원에서 30분 이상 체류한 인파는 9330명으로 집계됐다. 제18회 불꽃축제가 열렸던 지난해 11월 4일의 수변공원 방문객 수는 1만3607명이었다. 모처럼 많은 인파가 몰린 대목임에도 일대 상권에는 활기가 돌지 않는 분위기였다. 음식점 주인들은 “찾는 손님이 적을뿐더러 준비한 포장용 음식들도 많이 팔리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특히 푸드트럭을 문제 삼는 이들이 많았다. 한 상인은 “수변공원과 맞붙은 1차선 일방통행로 옆에서 통닭구이와 와플 등을 파는 푸드트럭 여러 대가 영업했다. 상대적으로 수변공원에서 먼 식당의 포장 음식 손님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일대 상권은 1년 넘게 고전하고 있다. 수영구가 지난해 7월 2만884m²(약 6317평)의 수변공원 전역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한 뒤부터다. 수변공원은 2000년대부터 주말 밤이면 근처 상가에서 구입한 음식을 술과 함께 즐기려는 청춘남녀가 몰려들었으나 음주 시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된다고 하자 방문객이 급감한 것. 수영구가 침체한 수변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일대에 대규모 빛 조형물을 설치해 ‘제1회 민락루체페스타’를 열고 있지만 방문객 증가세는 더딘 것으로 평가됐다. 손정범 민락수변공원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빛 조형물을 보기 위한 목적 하나로 이곳을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며 “운동을 위해 기존에도 자주 찾던 이들이 잠시 멈춰 사진을 찍고 금세 자리를 뜨니 상가로 유입되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술 마셔도 적발 0건, 상인들 “규제 풀라” 반발이날 금주구역인 수변공원 곳곳에서 술을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50대 중년 남녀 10여 명은 수변공원 계단에 둘러앉아 방어회를 가운데 놓고 흥겹게 대화를 나눴다. 한 남성은 “김 여사, 물 한 잔 더 하이소”라며 생수병에 든 술을 권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외국인 남녀 5명은 금주구역 지정 사실을 모르는지 포장 음식 옆에 소주병과 맥주 캔을 두고 대수롭잖게 술을 즐겼다. 음주 단속요원은 없었다. 수영구 관계자는 “전담 단속원 2명이 모든 구역을 단속할 수 없다”며 “생수병 안에 술이 들었는지를 확인하는 과도한 단속은 불쾌감을 줄 수 있어 지양 중”이라고 했다. 이날을 비롯해 현재까지 수영구가 수변공원의 음주를 적발해 부과한 과태료는 1건도 없다. 전문가들은 수변공원의 금주구역 지정이 ‘풍선효과’를 낳는 만큼 정책 수정 등을 위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협회장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수영구가 기존 정책을 계속 고수한다면 상가는 물론 근처 아파트단지의 활기도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어떻게 정책을 수정할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관광객이 수변공원에 몰려들어 상인은 이득을 봤으나 인근 주민은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며 “어떻게 하면 관광객과 상인, 주민 등이 한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지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경찰학을 공부하며 사설탐정 자격을 취득한 만학도(성인학습자) 대학생들이 20대 동료 학생의 고충을 해결하는 것에 도움을 주겠다며 ‘교내 탐정’을 자처하고 나섰다. 부경대는 미래융합대학 경찰범죄심리학 전공 학생으로 꾸려진 ‘대학생 공익탐정단’이 최근 발대식을 하고 공식 활동에 나섰다고 12일 밝혔다. 공익탐정단은 탐정사 자격을 취득한 만학도 대학생 8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범죄학을 비롯해 범죄심리학, 경찰수사론, 과학수사실습 등의 전공 수업을 들으며 민간 조사 전문가가 되기 위한 전문성을 쌓고 있다. 이들은 부경대 학생이 요청하는 각종 조사를 무료로 진행한다. 학생 사이의 갈등이나 가정불화 등에 대한 고민 상담을 벌이고 필요할 때 각종 수사 기법을 동원해 조사에 나선다. 공익탐정단의 지도교수를 맡은 함혜현 부경대 경찰범죄심리학 교수는 “범죄 피해를 겪은 학생이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공익탐정단을 찾아 어떻게 대처하면 될지 먼저 조언을 구할 수 있다”며 “공익탐정단은 피해 학생이 거주하는 원룸 등을 찾아 지문 채취를 하며 초기 증거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탐정단은 교내 범죄를 막기 위한 순찰도 수시로 나설 예정이다. 공익탐정단은 최근 ‘화장실의 작은 구멍의 정체를 밝혀 달라’는 여학생의 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공익탐정단장을 맡은 백운용 씨는 “교내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상당수가 졸업 후 탐정사무소 개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샤워 공간이 생기면 좋겠어요.”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영만요트경기장 화장실. 해운대 해변을 따라 송정해수욕장까지 왕복 15km를 달리고 와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김민훈 씨(37)가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어 대충 얼굴을 씻은 뒤 양변기 칸에서 속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5개월 동안 달리며 10kg을 감량했을 정도로 러닝에 푹 빠진 그는 달리기 동호인 사이에서 화제인 ‘러너스테이션 조성’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씨는 “러너스테이션에 운동 후 씻을 수 있는 샤워 시설이 갖춰진다면 전국의 많은 러너가 찾아올 것”이라며 “부산의 러너들이 대중교통이 아닌 차를 몰고 훈련 거점을 찾는 만큼 이곳처럼 주차시설이 충분히 확보된 곳에 지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14만 m²의 넓은 부지에 조성된 수영만요트경기장은 400대 넘는 차량을 무료로 댈 수 있어 밤낮으로 러너들이 찾는다. 하지만 내년부터 재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 이용할 수 없게 된다.● 60억 원 들여 러너스테이션 2곳 조성 러너스테이션은 러너들에게 훈련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달리기 훈련 거점에 물품 보관함과 탈의실 등을 설치한 곳이다. 올 5월부터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운영 중인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약 60억 원을 들여 2곳의 ‘리버·오션 러너스테이션’을 설치한다.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9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2026년까지 2237억 원을 투입해 ‘생활체육 천국 도시 부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이 마음껏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체육시설을 확충하는 내용 등이 핵심으로 담겼는데, 여기에 러너스테이션 조성 계획이 포함됐다. 현재 러너스테이션 입지 등을 결정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시는 수영강이 인접한 부산도시철도 2호선 민락역에 ‘리버 러너스테이션’, 바다가 가까운 도시철도 1호선 다대포역에 ‘오션 러너스테이션’을 설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다. 두 곳 모두 부산시가 활용할 수 있는 도시철도 역사 내 유휴공간이 넉넉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시는 설계비와 공사비 등 26억 원을 들여 역사 내 132m²(약 40평) 공간에 러너스테이션을 짓고, 연간 4억 원을 들여 러너들을 위한 기초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탈의실 등의 시설을 두는 것 외에도 다양한 러닝 코스가 안내된 대형 멀티미디어 시설도 설치한다. 부산의 신발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러닝화를 대여하는 부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시는 부산시민공원이나 부산항친수공원 등에도 러너스테이션을 조성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샤워 시설 검토… 동네 목욕탕과 협업도 추진 러너스테이션 내 샤워 시설을 갖추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의 경우 샤워 시설이 없어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공시설에 샤워장을 설치하면 운동하지 않은 노숙자 등이 찾을 수 있다”며 “달린 거리를 인증한 이들에게만 샤워장을 개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목욕탕을 달리기 문화 확산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목욕탕이란 뜻의 ‘센토(錢湯)’와 달리기를 뜻하는 ‘런(Run)’의 합성어인 ‘센토런’이 유행 중이다. 목욕탕이 러너의 짐을 맡아주고 달린 뒤 목욕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 시는 목욕탕에 예산을 지원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 러너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침체한 동네 목욕탕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정용각 부산외국어대 사회체육학과 명예교수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부산시의 정책 추진이 시설 조성에만 집중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시민에게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 지도자를 어떻게 배출할지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문수 동의대 경기지도학과 교수는 “공청회를 열어 러너스테이션의 입지와 운영 방향 등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시는 부산육상연맹 등과 함께 올해 말까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러너스테이션 조성 방안을 결정한다. 내년 초 실시설계와 입찰을 거쳐 12월까지 1곳의 러너스테이션 문을 연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에어부산은 취항 1주년을 맞은 부산∼일본 마쓰야마 노선의 평균 탑승률이 80%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에어부산은 국내 항공사 중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이 노선을 취항해 현재 단독 운항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금까지 해당 노선을 이용한 탑승객이 약 5만5000명인 것으로 집계했다. 마쓰야마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일본 남쪽의 소도시로 알려져 있다. 온천과 골프, 쇼핑 등을 즐길 수 있다. 에어부산은 주 3회 운항했던 이 노선을 9월부터 주 5회로 증편했다. 또 겨울철 운항이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는 주 6회로 운항횟수를 늘렸다. 에어부산은 취항 1주년을 기념해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부산∼마쓰야마 왕복 항공권을 구매하면 바로 쓸 수 있는 2만 원 할인쿠폰을 20일까지 350명에게 제공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그동안 김해공항에서 왕복할 수 있는 일본 소도시 직항편이 적었다”며 “계절 수요에 맞춰 도야마와 미야자키 등을 오가는 부정기편을 운항해 노선을 다각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8일 새벽 제주 앞바다에서 고등어를 잡던 129t급 대형 어선이 침몰해 선원 2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해경은 어선이 어획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1분경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4km 해상에서 부산 선적 135금성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배에는 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 등 27명이 조업 중이었다. 해경에 따르면 135금성호는 잡은 어획물을 운반선에 옮겨주기 위해 대기하다가 뱅그르르 돌며 전복됐다. 현장 선원들은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더니 불과 20∼30초 만에 전복됐다”고 말했다. 135금성호는 오전 5시 13분경 완전히 침몰해 약 90m 수심 아래로 가라앉았다. 135금성호 승조원 중 한국인 6명, 인도네시아인 9명 등 15명은 현장에서 구조됐으나 이 중 주모 씨(57)와 한모 씨(54) 등 한국인 2명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나머지 13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12명은 선체 안이나 바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사고 해역 수온(22도)을 감안하면 ‘골든타임’은 24시간 정도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용자원 및 인력을 총동원해 인명 수색 및 구조에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제주 비양도 해역에서 침몰한 135금성호의 선사가 있는 부산 중구 동광동의 5층 건물의 1층 출입문은 8일 오후 굳게 닫혀 있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건물 3층 창문으로 선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모습이 언뜻 보였지만 1시간 넘게 건물 밖으로 나오거나 들어가는 이는 없었다. 실종자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도 찾지 않았다. 카메라를 든 취재진이 건물 앞에 대기하자 주변 상인들은 “여기가 제주도에서 침몰한 배를 운영하는 회사인가 보다”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선사는 실종자 가족에게 연락해 사고 경위와 현장 상황을 설명하며 분주하게 사고에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대책을 추진 중인지 물으니 선사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과 연락해야 해서 응대할 겨를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건물 밖으로 나와 기자들은 만난 선사 대표의 지인 A 씨는 “큰 사고가 나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선사를 찾았다”며 “대표와 책임자급 직원 대부분이 오전 일찍 제주 사고 현장으로 갔고, 사무실에는 급한 전화를 받으며 비상 대기하는 직원만 남았다”고 말했다. 사고 어선에 한국인 선원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 A 씨는 “연근해어업을 하는 국내 대형선망수협 소속 회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직원에 대한 처우가 특히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며 “인력 부족에 시달리지 않았기에 다른 선사에 비해 외국인 선원 고용 비율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대형선망수협과 해경 등에 따르면 침몰한 금성호는 보름달이 밝게 뜨는 ‘월명기’(음력 14일부터 19일) 직후인 지난달 23일(음력 9월 21일) 낮 부산에서 출항해 제주해역에서 고등어잡이 조업을 해왔다. 대형선망수협 어선들은 25일을 조업하고 월명기에는 조업을 쉰다. 등선의 집어기를 켜 고등어를 유인하는데 달이 밝아 물고기가 어선으로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어잡이 어선은 본선 1대와 등선 2대, 운반선 3대 등이 1개 선단을 이뤄 조업한다. 등선이 불을 밝혀 고등어를 유인하면 본선이 그물을 내려 잡는다. 운반선은 어획한 물고기를 항구로 옮긴다. 1개 선단에는 70명 안팎이 근무한다. 부산의 대형선망수협에는 18개 선단이 국내 연근해에서 조업 중이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제주 사고 해역 근처에 조업 중인 다른 선단에 실종자 수색에 힘을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금성호는 이날 오전 4시 33분경 제주시 비양도 북서쪽 24㎞ 해상에서 침몰했다. 당시 선박에는 한국인 16명과 외국인 11명 등 27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구조된 15명 중 한국인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실종된 선원은 총 12명으로 한국인 10명과 인도네시아인 2명이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대 여자농구부가 ‘2024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대학농구 U리그’에서 전 경기 승리를 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부산대는 4일 오후 부산대 경암체육관에서 열린 대학농구 U리그 결승전에서 단국대를 62―50으로 꺾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고 7일 밝혔다. 올해 리그전에서 전국 6개 대학 농구부와 실력을 겨룬 부산대는 12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모두 이기는 기록을 세웠다. 부산대는 예산 1위로 4강에 올라 수원대를 꺾고 결승에 진출해 단국대와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결승 전반에는 22―24로 단국대에 뒤졌으나 후반에 고은채와 황채연 선수를 중심으로 빠른 공격을 성공시키며 점수를 쌓아 통합 우승을 하게 됐다. 농구 리그의 전 경기 승리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록이다. 비결에 대해 농구부 지도를 맡고 있는 김규정 부산대 나노과학기술대 교수는 “선수에게 강압적이거나 강도 높은 훈련을 시행하지 않는다”며 “코치진은 선수 스스로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창단한 부산대 농구부는 총 10명으로 꾸려졌다. 체육교육과 소속인 선수들은 낮에는 강의를 듣고 매일 오후 5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체육관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대 여자농구부는 2017년 종별선수권대회 우승, 2019년 대학리그 통합 우승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