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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이 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오태석 교수는 소형 확대경을 착용한 채 3시간 반 동안 생후 13개월 아이의 구개열 수술을 진행했다. 구개열은 입천장이 뚫려 코와 입이 통하는 선천성 태아 안면 기형이다. 오 교수는 “어리다 보니 작은 실수에도 신경과 근육이 손상될 수 있어 수술 내내 긴장했다”고 말했다. 구개열 수술처럼 태어날 때부터 기형적이거나 손상된 신체를 원형으로 복원하는 수술을 ‘재건성형’이라고 부른다. 고난도 수술이 많고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낮은 편이라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에서 주로 맡는다. 그런데 최근 재건 수술을 담당할 성형외과 전문의가 급감하면서 해당 분야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대한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317명이었으나 지난해는 273명으로 44명(약 14%) 줄었다. 강원·전북·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수련병원 전문의를 모두 합쳐도 총 21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전국에 280여 명이던 성형외과 전공의 중 95% 이상이 병원을 떠난 상태다. 그렇다 보니 일선에선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도 많다. 배태희 중앙대 광명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구개열 수술의 경우 환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관리를 받아야 한다”며 “수술 부위를 복원해야 하는 수요도 꾸준해 재건성형 수술을 할 수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계속 배출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개열 수술과 유방 재건 수술, 안면기형 수술 등 재건성형은 환자가 일상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눈매 교정 수술 등 일반적 미용성형과 비교할 때 의사들이 받는 수가는 높지 않은 편이다. 교수와 전임의(펠로) 등 복수의 의료진이 투입돼 서너 시간 걸리는 구개열 수술의 수가는 70만∼80만 원이다. 반면 국내 미용성형 일번지인 서울 강남구에선 비급여로 1시간 미만의 미용수술을 하고도 수백만 원을 벌 수 있다. 소득 격차가 심하다 보니 성형외과 전문의 대부분은 대형 병원에 남기보다 개원가로 빠져나간다. 인기과인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중 하나임에도 정작 대학병원에서 재건성형을 담당할 전문의가 줄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성형외과 전공의는 “병원 경영진은 재건성형 등의 수가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며 “수익성이 낮으니 공백이 생겨도 의료진 신규 채용을 주저하고 이 때문에 재건 수술을 배울 기회가 없어지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용성형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성형외과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처럼 필수의료 과목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 정책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올 5월 6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고난도 수술 281개 항목의 수술·처치료와 마취료 수가를 인상했지만 이때도 구개열 등 소아 중증 재건성형 항목 대부분은 제외됐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국 병원에 남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12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흉부외과는 심장, 폐 등에서 발생한 질환을 다루며 내과, 산부인과 등과 함께 필수의료 과목으로 꼽힌다. 전공의가 사라지면 전문의 배출도 중단되기 때문에 정부가 구상하는 ‘전문의 중심 대형병원’ 실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 “내년 신규 배출 흉부외과 전문의 6명” 29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공의 107명 중 75명이 사직 처리됐고, 20명은 사직서를 냈지만 처리가 보류된 상태다. 병원에 남은 전공의는 전국에서 12명뿐이다. 지역별로는 강원·충북·전북·제주 지역에 한 명도 없고 서울에 2명, 경기에 1명뿐이다. 전공의 중 레지던트 4년 차는 6명이어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에 신규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전국에서 6명이 된다. 레지던트 3년 차는 1명뿐이어서 충원되지 않는 경우 2026년에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1명만 배출된다. 매년 대학병원에서 은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30여 명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이 같은 전문의 공백은 향후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학회는 성명에서 “현재 같은 추세로는 연간 2만 건 넘는 심장·폐암 수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미래가 사라지는 초응급 상황으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회는 그동안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일대일 교육 등을 진행했고 덕분에 올해 전공의 지원자가 40명대로 올라갔다는 점에서 상실감이 큰 모습이다. 학회 관계자는 “앞으로는 상황이 더 열악해져 일부 선택된 환자들만 수술을 받는 상황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의료계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불가능” 정부는 다음 달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전국 상급종합병원 47곳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는 구조 개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공의 비중이 높았던 대형병원들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사단체에선 “전공의 명맥이 끊기는데 전문의를 무슨 수로 확충하겠다는 것이냐”며 정부 구상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흉부외과 교수는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운영한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의대 교수는 “의사 수련은 교수와 선배들로부터 도제식으로 배우는 과정”이라며 “전공의 한 세대가 통째로 없어지면 수 년 후 다음 세대가 들어와도 선배들로부터 제대로 배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개원가로 향하는 사직 전공의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31일 마감되지만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색이 없다. 5대 대형병원 관계자는 “5대 대형병원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의대 교수들이 ‘수련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라 마감일 직전 지원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이 낮을 것으로 보고 ‘수련 보이콧’이 현실화될 경우 “여러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발된 전공의를 수련하지 않을 경우 교수에 대해 민법상 손해배상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수련 보이콧 선언으로 지원자가 없는 것까지 문제 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직 전공의들은 개원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날 서울시의사회에서 주관한 ‘개원가 시스템 설명회’에는 사직 전공의들이 몰려 조기 마감됐다. 의사회에서는 이날 전공의들에게 전산 시스템, 노무, 세무 등 개원의에게 필요한 실무 교육을 5시간 동안 진행했다. 다만 개원가로 사직 전공의들이 몰리면서 봉직의(페이닥터) 급여는 월 1000만 원에서 절반가량으로 하락한 상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공황장애로 한때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20세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유동은 씨(사진)가 심장과 폐, 좌우 신장 등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29일 밝혔다. 유 씨는 지난달 1일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유 씨가 생전에 장기기증 뉴스를 보고 “장기기증 등록을 하러 가자”고 했던 말을 떠올렸고, 마지막 가는 길에도 누군가를 돕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해 기증에 동의했다. 경기 시흥시에서 1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유 씨는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장래 미용 분야에서 일하기를 꿈꿨고, 친구들의 얼굴을 화장해 주기도 했다. 유 씨의 가족들은 “딸이 고교생 때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힘들어 했지만 가족과 친구의 응원으로 이겨냈다”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좋은 일을 하고 떠난 딸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국 병원에 남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12명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흉부외과는 심장, 폐 등에서 발생한 질환을 다루며 내과, 산부인과 등과 함께 필수의료 과목으로 꼽힌다. 전공의가 사라지면 전문의 배출도 중단되기 때문에 정부가 구상하는 ‘전문의 중심 대형병원’ 실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 “내년 신규 배출 흉부외과 전문의 6명”29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공의 107명 중 75명이 사직처리됐고, 20명은 사직서를 냈지만 처리가 보류된 상태다. 병원에 남은 전공의는 전국에서 12명 뿐이다. 지역별로는 강원·충북·전북·제주 지역에 한 명도 없고 서울에 2명, 경기에 1명 뿐이다.전공의 중 레지던트 4년차는 6명이어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에 신규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전국에서 6명이 된다. 레지던트 3년차는 1명 뿐이어서 충원되지 않는 경우 2026년에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1명만 배출된다. 매년 대학병원에서 은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30여 명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이 같은 전문의 공백은 향후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학회는 성명에서 “현재 같은 추세로는 연간 2만 건 넘는 심장·폐암 수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미래가 사라지는 초응급 상황으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회는 그 동안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1대 1 교육 등을 진행했고 덕분에 올해 전공의 지원자가 40명대로 올라갔다는 점에서 상실감이 큰 모습이다. 학회 관계자는 “앞으로는 상황이 더 열악해져 일부 선택된 환자들만 수술을 받는 상황이 자명하다”고 했다.● 의료계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불가능”정부는 다음 달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전국 상급종합병원 47곳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는 구조 개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공의 비중이 높았던 대형병원들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하지만 의사단체에선 “전공의 명맥이 끊기는데 전문의를 무슨 수로 확충하겠다는 것이냐”며 정부 구상이 실현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흉부외과 교수는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운영한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의대 교수는 “의사 수련은 교수와 선배들로부터 도제식으로 배우는 과정”이라며 “전공의 한 세대가 통째로 없어지면 수 년 후 다음 세대가 들어와도 선배들로부터 제대로 배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개원가로 향하는 사직 전공의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31일 마감되지만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색이 없다. 5대 대형병원 관계자는 “5대 대형병원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의대 교수들이 ‘수련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라 마감일 직전 지원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정부도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이 낮을 것으로 보고 ‘수련 보이콧’이 현실화될 경우 “여러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발된 전공의를 수련하지 않을 경우 교수에 대해 민법상 손해배상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수련 보이콧 선언으로 지원자가 없는 것까지 문제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사직 전공의들은 개원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날 서울시의사회에서 주관한 ‘개원가 시스템 설명회’에는 사직 전공의들이 몰려 조기 마감됐다. 의사회에서는 이날 전공의들에게 전산 시스템, 노무, 세무 등 개원의에게 필요한 실무 교육을 5시간 동안 진행했다. 다만 개원가로 전공의들이 몰리면서 봉직의(페이닥터) 급여는 월 1000만 원에서 절반 가량으로 하락한 상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사 국가시험(국시) 응시 예정자 10명 중 9명이 국시 응시 원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이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반기 모집에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다수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다음 달까지 ‘전문의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을 발표한다.● 내년 의사 국시 예정자 11%만 접수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시 실기시험 응시 예정자 3200여 명 중 364명(11.4%)이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전년도 불합격자와 외국 의대 졸업자를 제외한 국내 의대생은 약 5%인 159명만 원서를 냈다. 매년 3000명가량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내년엔 급감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신규 의사 배출에 차질이 생기면 대형 병원에서 수련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도 크게 줄고 연쇄적으로 전문의 배출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지 않도록 특례를 적용할 방침이지만 실제 하반기 수련에 지원할 전공의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확정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7645명이다. 의대 교수 절반은 하반기 전공의 수련 모집에서 전공의를 선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의대 교수 3039명 중 1525명(50.2%)은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공의 일괄 사직 및 하반기 모집 후 교수와 전공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도 2754명(90.6%)은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의 복귀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49.4%가 ‘2025년 3월 내’라고 응답했다. 41%는 ‘2025년에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 내달 전문의 중심 상급종합병원 발표 정부는 다음 달까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관련해서 최종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을 전공의 대신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중심으로 운용하며 중증·응급 질환 진료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또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환자는 진료협력병원으로 보내고 경증 환자는 의원급에서 담당하도록 진료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 상급종합병원 의사 10명 중 4명가량에 달하는 전공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인다. 미국 등 주요국 병원에서 전공의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이런 청사진을 구현하는 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라는 과제는 남아 있다. 한편 전공의 단체 대표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을 향해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임 회장은 공석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언급하는 것 외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100여 명의 직원과 300억 원의 예산은 어디에 허비하고 있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회장은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부디 자진 사퇴를 고려하시길 권한다”고 했다. 의협 관계자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우선 듣고 있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대생 10명 중 9명이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 응시 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도 신규 의사 공급이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시 실기시험 응시 예정자 3200여 명 중 364명(11.4%)이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전년도 불합격자와 외국 의대 졸업자를 제외한 국내 의대생은 약 5%인 159명만 원서를 냈다. 매년 3000명 가량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내년엔 급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병원에서 수련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크게 줄어 연쇄적으로 전문의 배출도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지 않도록 특례를 적용할 방침이지만 실제 지원할 전공의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의대 교수 절반은 하반기 전공의 수련 모집에서 전공의를 선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26일 발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의대 교수 3039명 중 1525명(50.2%)은 하반기 전공의 수련 모집에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공의 일괄 사직 및 하반기 모집 후 교수와 전공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도 2754명(90.6%)은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한 전공의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과거 근무했던 병원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정부는 다음 달까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의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운영 시스템 대신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운용하며 중증·응급 질환 진료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또 중등증 환자는 진료협력병원으로 보내고 경증환자는 의원급에서 담당하도록 진료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한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을 향해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해체가 아니라 중단이라는 대한의사협회. 취소가 아니라 철회라는 정부와 다를 게 무엇입니까’라고 적었다. 의협이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운영을 최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이어 “임 회장은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부디 자진사퇴를 고려하시길 권한다”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만3531명 중 7648명이 수련병원에서 사직 처리됐다고 보건복지부가 18일 밝혔다. 복지부는 22일부터 수련병원이 신청한 하반기 추가 수련 인원(7707명) 모집 절차에 착수한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 대부분은 올해 복귀에 미온적이라 당분간 의료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대 교수들은 “병원 경영진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제자들이 돌아올 길을 막았다”며 반발했다.● 전공의 56.5% 사직 처리 복지부는 18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전체 전공의 중 56.5%인 7648명이 사직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턴은 3068명 중 2950명(96.2%)이 사직 처리됐고, 레지던트는 1만463명 중 4698명(44.9%)이 사직 처리됐다. 전공의를 채용한 병원 151곳 중 110곳이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했다. 서울대병원이 806명 중 739명(91.7%)을 사직 처리하는 등 5대 대형병원의 경우 사직 처리 비율이 90% 안팎이었다. “사직 처리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압박과 하반기 전공의 충원을 통해 의료공백을 조금이라도 정상화하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의 경우 사직 처리 비율이 부산대병원 25.4%, 경북대병원 28.8%, 전남대병원 31.3% 등으로 낮은 편이었다. 사직 처리 후 결원을 모집하더라도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수련병원들은 올 9월부터 수련을 받을 전공의 총 7707명을 모집하겠다고 신청했다. 사직 처리된 인원보다 59명 더 많다. 복지부는 “사직자 외에 기존 결원까지 뽑겠다는 병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충원 규모 역시 병원마다 천차만별이었다. 부산대병원은 외과 전공의 1명만 충원하겠다고 밝힌 반면에 삼성서울병원은 사직자(505명)보다 많은 521명을 충원하겠다고 신청했다. 다만 김성근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영진이 신청한 모집 규모와 관계없이 교수들은 뽑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밝히는 등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 충원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방 사직 전공의 수도권 병원 지원 가능 사직 전공의 대다수는 정부가 정한 복귀 시한(15일)까지 복귀 여부를 밝히지 않고 버틴 경우다. 그런 만큼 하반기 모집에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전공의는 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근한 전공의 역시 17일 기준으로 8.5%에 불과해 의료공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하반기 전공의 복귀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련병원에서 1명이라도 더 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역 제한은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 의료 살리기’에 역행한다는 비판에도 사직한 지방 전공의들이 5대 대형병원에 지원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성모병원 등 8곳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이 1019명을 모집하겠다고 하는 등 5대 대형병원은 전공의 2883명을 충원할 방침이다. 김 정책관은 또 “9월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입영 연기 특례를 적용하지만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있어 입대해야 한다”며 “추가 유인책은 없다”고 압박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수련병원들이 미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해 사직 처리를 본격화하며 16일 기준으로 5대 대형병원 전공의 10명 중 4명꼴로 사직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병원들은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선 사직 처리 및 결원 보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전공의들은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병원장들의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반발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전국 수련병원 211곳에서 사직 처리된 레지던트는 1302명(12.4%)으로 전날보다 1216명, 11.6%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5대 대형병원의 경우 전체 레지던트 1922명 중 732명(38.1%)이 사직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까지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서울대병원도 17일 사직 규모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병원들이 사직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사직서 수리에 미온적이었던 지방 수련병원들도 사직 처리 및 결원 확정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인턴을 포함해 16일 기준으로 미복귀한 전공의 1만2599명 대부분은 수련병원을 떠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이날까지 병원들로부터 제출받은 결원 규모를 바탕으로 하반기 전공의 추가 채용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련병원들은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올 9월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들을 모집하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종 결원 현황은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는 여전히 소수에 그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출근한 전공의는 1157명(8.4%)으로 전날보다 2명 늘었다. 문제는 사직 처리된 전공의 중 얼마나 하반기 수련에 참여할 것인지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사직서 수리 일자가 6월 이후로 정해지면서 올 2월 병원을 이탈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병원에 돌아갈 이유가 사라진 만큼 하반기 수련을 재개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9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수련에서 전공의들이 충원되지 않으면 의료 공백 역시 해결되기 어렵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수련병원들의 사직서 수리 움직임과 관련해 “불합리한 정책과 위헌적 행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거대 권력에 굴복한 병원장들에게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며 “퇴직금 지급 지연, 타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 단체도 “사직서 수리를 강행할 경우 필수의료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암에 걸릴까 두려운 마음에 꼭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금연캠프에 참여했습니다.” 11일 경기 안양시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에서 만난 문근식 씨(62)는 “금연캠프 4일 차인 흡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40여 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는 문 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폐 질환으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던 그는 지인으로부터 ‘금연캠프에 참여하면 성공률이 높다’는 말을 듣고 참여를 결심했다. 문 씨는 “매일 상담사와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니 심리적으로 안정된다”며 “과거 금연을 시도했을 때 하루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4일째인데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가 크지 않다”고 했다. 또 “이번 기회에 꼭 금연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증 흡연자 참여하는 ‘금연캠프’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운영 중인 ‘금연캠프’는 중증·고도 흡연자 금연을 위해 4박 5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매일 1갑씩 20년 이상 흡연을 이어왔거나, 흡연 관련 질병을 진단받은 후에도 흡연을 지속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참여자는 전국 지역금연지원센터 17곳에 입소해 전문 치료와 상담을 받으며 집중 금연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다. 11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경기남부센터에는 참여자 17명이 둘러앉아 센터장인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었다. 백 교수는 흡연이 뇌신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캠프 참여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한 참여자는 “금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백 교수는 “(금연 시에는) 불안하고 우울한 것이 보편적”이라며 “호르몬 조절을 위해 나가서 운동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센터장 외에도 금연캠프에는 의료진 3명과 금연상담사 3명, 간호사 1명이 배치돼 참여자들을 수시로 관찰한다. 참여자들은 캠프 입소식 때부터 ‘금연출정선언’을 통해 금연 결심을 알린 뒤 매일 일산화탄소 검사를 통해 흡연 여부를 확인한다. 캠프 측에선 금연을 돕는 니코틴 패치·금연껌 등 니코틴 보조제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금연 약물 치료도 진행한다. 참여자들은 특히 캠프에서 제공되는 상담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캠프 내에선 흡연 패턴과 연령대 등 특성에 맞춰 개별 상담과 집단 상담이 진행된다. 50여 년간 담배를 피우다 금연을 결심했다는 박권 씨(70)는 “개별 심리 상태에 맞게 일대일 심리 상담을 여러 번 하는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4주 성공률 97.4%, 반년 성공률 70.3% 장우성 씨(40)는 지난해 7월 장애인 역도 선수인 아버지와 함께 금연캠프에 참여해 금연에 성공했다. 장 씨의 아버지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도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역도 선수다. 흡연으로 인해 호흡이 가빠지며 역도 실력이 퇴보하는 걸 느낀 아버지는 장 씨에게 금연캠프 동반 참가를 권유했다. 장 씨의 아버지는 캠프에서 이뤄진 건강검진과 다양한 강연 등을 통해 금연의 중요성을 깨닫고 금연에 성공했다. 퇴소 후에는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다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장 씨는 “아버지가 체육관 동료들에게도 금연캠프를 추천했다. 아버지의 조언에 지금까지 여섯 분이 금연캠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올 2월 금연캠프에 참여한 주홍식 씨(57)는 금연캠프 내 건강검진 과정에서 당뇨 전 단계를 진단받기도 했다. 주 씨는 “현재 계속 금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 음식을 자제하려 하고 있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금연을 시도하니 더 성공률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찾은 캠프에서도 참가자 17명 중 5명이 당뇨 전 단계를 새로 진단받았다. 양소이 간호사는 “환자들이 기저질환을 최소 하나씩은 갖고 있지만 담배로 인한 것으로는 인식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저질환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본인이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복지부 금연캠프의 금연 성공률은 6개월 기준으로 평균 44.2%다. 경기남부센터의 경우 4주 성공률은 97.4%, 6개월 성공률은 70.3%에 달한다. 상담사들은 캠프가 끝난 후에도 캠프 참여자들에게 2주∼한 달 주기로 전화 상담을 통해 금연 여부 등을 확인한다. 2023년 기준 누적으로 총 6822명이 금연캠프에 참여했다. 안양=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수련병원들이 미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해 사직 처리를 본격화하며 16일 기준으로 5대 대형병원 전공의 10명 중 4명꼴로 사직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병원들은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선 사직 처리 및 결원 보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전공의들은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병원장들의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반발했다.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전국 수련병원 211곳에서 사직 처리된 레지던트는 1302명(12.4%)으로 전날보다 1216명, 11.6%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5대 대형병원의 경우 전체 레지던트 1922명 중 732명(36.7%)이 사직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16일까지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서울대병원도 17일 사직 규모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병원들이 사직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사직서 수리에 미온적이었던 지방 수련병원들도 사직 처리 및 결원 확정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인턴을 포함해 16일 기준으로 미복귀한 전공의 1만2599명 대부분은 수련병원을 떠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이날까지 병원들로부터 제출받은 결원 규모를 바탕으로 하반기 전공의 추가 채용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련병원들은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올 9월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들을 모집하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종 결원 현황은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는 여전히 소수에 그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출근한 전공의는 1157명(8.4%)으로 전날보다 2명 늘었다.문제는 사직 처리된 전공의 중 얼마나 하반기 수련에 참여할 것인지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사직서 수리 일자가 6월 이후로 정해지면서 올 2월 병원을 이탈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병원에 돌아갈 이유가 사라진 만큼 하반기 수련을 재개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9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수련에서 전공의들이 충원되지 않으면 의료 공백 역시 해결될 수 없다.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수련병원의 사직서 수리 움직임과 관련해 “불합리한 정책과 위헌적 행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거대 권력에 굴복한 병원장들에게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며 “퇴직금 지급 지연, 타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 단체도 “사직서 수리를 강행할 경우 필수의료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제시한 사직 시한인 15일까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부분이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자 대형 병원들이 이들에 대한 일괄 사직 처리 절차에 착수했다. 서울대병원은 16일 오후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사직 합의서를 보내 “응답이 없으면 사직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16일 보건복지부는 15일 낮 12시 기준으로 전공의 1만3756명 중 1155명(8.4%)이 출근했다고 밝혔다. 레지던트 기준으로는 1만506명 중 1046명(10%)만 출근했다. 이날은 정부가 제시한 ‘복귀 마지노선’이었지만 전날 대비 복귀 전공의는 44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사직 의사를 밝힌 레지던트는 86명(0.8%)으로 전날보다 25명 늘었다. 여전히 89.2%의 전공의가 복귀도 사직도 택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에 5대 대형 병원은 내부적으로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일괄 사직 처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16일 전공의들에게 발송한 사직 합의서에서 “사직서 수리 시점은 7월 15일로 하되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은 2월 29일자로 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사직서를 낸 2월을 사직 시점으로 해야 한다는 전공의와 명령이 철회된 6월 이후를 사직 시점으로 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를 절충한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전공의들에게 “16일까지 복귀 또는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17일 오전 사직 처리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반면 충남대병원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등 일부 병원은 ‘전공의들이 의사를 밝힐 시간을 더 주겠다’며 사직 처리 방침을 보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사직 처리를 안 할 경우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며 병원을 압박하고 있어 의료계에선 이들 병원도 조만간 사직 처리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고, 충남대병원이 이달 말 현금이 떨어져 다음 달 직원 급여 및 약품 대금 지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히는 등 대형 병원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정부가 제시한 사직 시한인 15일까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부분이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자 대형병원들이 이들에 대한 일괄 사직 처리 절차에 착수했다. 서울대병원은 16일 오후 복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사직 합의서를 보내 “응답이 없으면 사직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16일 보건복지부는 15일 낮 12시 기준으로 전공의 1만 3756명 중 1155명(8.4%)이 출근했다고 밝혔다. 레지던트 기준으로는 1만506명 중 1046명(10%)만 출근했다. 이날은 정부가 제시한 ‘복귀 마지노선’이었지만 전날 대비 복귀 전공의는 44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사직 의사를 밝힌 레지던트는 86명(0.8%)으로 전날보다 25명 늘었다. 여전히 89.2%의 전공의가 복귀도 사직도 택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것이다.이에 5대 대형병원은 내부적으로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일괄 사직 처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16일 전공의들에게 발송한 사직 합의서에서 “사직서 수리 시점은 7월 15일로 하되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은 2월 29일자로 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사직서를 낸 2월을 사직시점으로 해야 한다는 전공의와 명령이 철회된 6월을 사직시점으로 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를 절충한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전공의들에게 “16일까지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밝히지 않을 경우 17일 오전 사직 처리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반면 충남대병원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등 일부 병원은 ‘전공의들이 의사를 밝힐 시간을 더 주겠다’며 사직 처리 방침을 보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사직 처리를 안할 경우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며 병원을 압박하고 있어 의료계에선 이들 병원도 조만간 사직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17일 결원 규모가 확정되면 22일부터 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착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원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의료공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이 같은 우려가 나오자 “(전공의들을) 계속 설득하고 복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한편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고, 충남대병원이 “이달 말 현금이 떨어져 다음 달 직원 급여 및 약품 대금 지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히는 등 대형병원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15일까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부분이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대 대형병원의 경우 시한을 앞두고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가 병원마다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고 한다. 수련병원은 복귀와 사직 중 어떤 의사도 밝히지 않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정부 방침대로 일괄 사직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5대 대형병원 “복귀 전공의 10명 미만”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에서 이날까지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병원별로 10명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병원의 전공의는 총 2745명이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답변 기한인 15일 낮 12시까지 복귀 및 사직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각각 한 자릿수”라고 했고,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도 “복귀 전공의는 한 자릿수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답변이 저조하자 당초 이날 낮 12시였던 회신 기한을 밤 12시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7명만, 고려대 안암병원은 1명만 복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날 오후 열린 수련병원장 온라인 회의에선 약 180곳에서 이탈 전공의 중 99%가 회신을 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복귀·사직 여부를 파악해 17일까지 하반기(7∼12월) 충원 인원을 보건복지부에 알려야 한다. 최종 복귀 인원은 16, 17일경 취합될 예정이지만 의료계에선 복귀 전공의가 많아야 수백 명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기준으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전체의 8.1%인 1111명이다. 결국 전체 전공의 1만3756명 중 1만2000여 명은 사직 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의사 부족이 심각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전공의 복귀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복귀할 경우 수련 규정을 고쳐 9월부터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등 유화책을 내놨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 “일방적 사직 처리 사태 악화시킬 것” 수련병원들은 정부 방침대로 미복귀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답변을 안 한 전공의들까지 일괄 사직 처리할 경우 의대 교수 등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병원은 복지부에 “사직 처리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국 40개 의대와 78개 수련병원 교수 대표는 성명을 내고 “복귀·사직 여부에 대한 응답 없이 일방적으로 사직 처리하는 건 현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사직 시점 역시 전공의 의견을 존중해 2월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공의들은 처음 사직서를 낸 2월을, 정부는 명령이 철회된 6월을 사직 시점으로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병원 자체 조사에서 사직 전공의 96.3%가 미복귀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부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수 전공의는 내년도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연내에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달 말까지 9월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를 모집하더라도 지원하는 전공의는 소수일 가능성이 높고, 일부 과에선 추가 모집을 아예 안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의료공백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4년 차 레지던트는 “전문의 취득이 코앞이긴 하지만 1년은 늦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동기들도 다들 뭉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대 교수와 개원의 등이 참여하는 범의료계 협의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정기회의를 잠정 중단하며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 단일대오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전국 수련병원들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게 “15일까지 미복귀 시 사직처리할 것”이라고 속속 통보 중인 가운데 전공의 대부분은 “버틸테니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특위는 13일 예정됐던 정기회의를 취소했다. 정기회의를 불과 3번 연 후 내린 결정인데 다음 정기회의일인 20일에도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의협 관계자는 “20일 회의 개최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20일 구성된 올특위는 의사단체 전체를 아우르며 대정부 협상 또는 투쟁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의협 산하에 설치됐다. 임현택 의협 회장이 참여하지 않는 대신 시도의사회장, 의대 교수단체 대표, 전공의 대표, 의대생 대표 등이 참여해 의료계 전체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전공의 대표와 의대생 단체가 잇달아 불참 의사를 밝혔다. 또 3차례 회의에서 휴진 등 향후 투쟁 방향을 두고 위원 간 의견도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올특위 내부에선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이 불참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회의를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13일 회의를 중지하기로 했다. 올특위가 좌초될 경우 임 회장이 강조했던 ‘대정부 투쟁 단일대오’ 구상은 무산된다. 또 지난주 의대생 단체가 임 회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을 계기로 의협 내부에선 임 회장에 대한 탄핵 움직임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 처리 기한(15일)이 다가오면서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에게 복귀나 사직 중에서 택할 것을 통보 중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의대 수련병원들은 사직 시점 역시 정부 방침대로 6월 4일 또는 7월 15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미미하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복귀율은 8%에 불과하다. 전공의들은 “끝까지 버틴다”며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사직 전공의는 “주변에 돌아갈지 고민하는 전공의는 거의 없다. 사직 처리되면 해외 의사 시험을 보거나 일반의로 취업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고려대의료원이 이날부터 자율적 진료 축소를 시작한 가운데 현장에서 실제로 진료나 수술을 취소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의대 교수와 개원의 등이 참여하는 범의료계 협의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회의 3번 만에 정기회의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3일로 예정됐던 회의는 열리지 않게 됐다. 회의가 취소된 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이 불참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회의를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회의체 내부에서 의대 교수와 개원의 사이 의견도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특위는 최근 정기 회의가 예정됐던 13일 회의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음 정기 회의일인 20일에도 재개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20일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아니고 일정 논의 중”이라고 했다.지난달 20일 구성된 올특위는 정부와의 협상 또는 투쟁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의협 산하에 설치됐다.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가 내부 반발에 철회한 임현택 의협 회장이 참여하지 않는 대신 시도의사회장, 의대 교수단체 대표, 전공의 대표, 의대생 대표 등이 참여하며 의료계 전체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그런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특위 출범 직후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학생들이 철저히 배제된 협의체를 만들었다”며 불참을 결정했다. 올특위는 고육지책으로 의대생과 전공의 회의 참관을 허용했으나 참관 인원은 한 자리 수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특위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여기에 3차례 회의를 하는 동안 향후 투쟁 방향을 두고 의대 교수와 시도의사회 의견도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대학병원 무기한 휴진 중단 여부를 놓고 “더 이상의 휴진은 큰 의미가 없다”는 개원의 의견과 “그래도 뭔가 해야 한다”는 교수단체의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올특위가 중단될 경우 임 회장이 강조해 왔던 ‘대정부 투쟁 단일대오’ 구상은 무산된다. 최근 최창민 전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장도 올특위 위원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측에서는 올특위가 좌초 위기에 놓인 것에 대해 난감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칫 의협이 배제된 상황에서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화가 진행될 경우 법정단체라는 위상도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일단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올특위에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12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던 고려대 의대 교수들이 휴진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고 대신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료 재조정’을 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전면 휴진이 현실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데다 환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고려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휴진을 예고한 12일을 앞두고 막판 내부 논의 끝에 11일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박평재 공동 비대위원장은 “휴진이란 단어를 쓰지 말자는 논의가 내부에서 있었다”며 “일방적으로 외래진료를 중단하는 건 지양하되 누적된 피로도를 감안해 중증 환자의 진료에 집중하는 진료 재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고려대 의대 교수들은 12일부터 자율적으로 중증 환자 진료에 보다 집중하는 방식의 진료 재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경증 환자의 경우 1, 2차 병원으로 회송하되 중증 기저 질환이 있는 경증 환자의 진료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점진적으로 중증 환자 1인당 진료 시간을 늘린다는 방침도 세웠다.서울아산병원에 이어 고려대 교수들까지 휴진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주요 대학병원 중 무기한 휴진을 이어가는 곳은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정도만 남게 됐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진행 중인데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한반도 여름 장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상 변수들이 모두 합쳐져 나타난 결과다.” 기상청은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경신하며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기록적 폭우가 전북, 충남 지역 등을 강타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정체전선(장마전선)과 서쪽에서 발생한 저기압, 남쪽에서 불어와 고온다습한 하층제트기류까지 모두 결합하며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9일) 밤 서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에 유입됐다. 저기압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 밤 한반도 북쪽에 건조한 공기가 강하게 자리 잡은 탓에 장마전선은 북상하지 못했고, 그 대신 저기압과 결합하며 커진 비구름대가 남부 지방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많은 비를 뿌렸다. 여기에 ‘야행성 폭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하층제트기류까지 가세했다. 하층제트기류는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뜨겁고 습한 바람이다. 낮에는 지표면의 뜨거운 공기가 진입을 가로막아 힘을 못 쓰다 밤에 난류가 약화되면 상륙해 폭우를 쏟아낸다. 시간당 강수량이 100mm를 넘은 전북 군산시 어청도(146mm)와 익산시(125.5mm), 충남 서천군(111.5mm)과 부여군(106.0mm) 등이 모두 서해에 몰려 있는 것도 하층제트기류의 상륙 지점이기 때문이다. 장마전선과 하층제트기류가 한반도 장마 공식의 상수였다면 올해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저기압은 새 변수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서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수증기가 공급될 수 있는 유입원이 늘었다”며 “저기압의 영향력이 갈수록 세지는 걸 보면 내년에는 더 강한 비가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청도에 내린 시간당 강수량 146mm는 관측 사상 최고치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시간당 50mm의 비가 내리면 앞이 잘 보이지 않고 100mm 이상이 내리면 약한 구조물이 파손될 수 있다”며 “어청도에 내린 비는 재앙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2021년 7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 시간당 200mm의 비가 쏟아졌는데 바로 옆 사람 손도 안 보일 정도였다”고 했다. 한편 인접 지역에서 ‘극과 극’ 날씨를 보이는 것 역시 이번 장마의 특징이다. 10일 어청도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약 80km 떨어진 전북 부안군에는 시간당 3mm가량의 약한 비가 왔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얇고 동서로 긴 띠 형태를 보이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9일 밤∼10일 새벽 전북 등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기상청은 호우 예비 특보까지 발령하고 “많은 곳은 120mm 이상 비가 올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서울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린 관악구의 누적 강수량은 12mm에 불과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래서 예보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부터 10일 오전 7시까지 서울에 내린 비는 관악구 12mm, 강남구 11mm, 서초구 10.5mm, 금천구 8.5mm를 기록했다. 은평구 등 아예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은 구도 있었다. 경기 지역 역시 가장 비가 많이 온 안성시 서운면에 37mm가 내렸고 파주시 광탄면, 김포시 대곶면 등에는 전혀 비가 오지 않았다. 기상청은 전날 오전 예보를 통해 “9일 밤∼10일 새벽 서울 등 수도권에 많게는 120mm 이상의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수시 예보 브리핑을 통해 최대 150mm 이상으로 예상 강수량을 수정했다. 오후 6시에는 서울에 호우 특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호우 특보는 강수량이 3시간 기준 60mm 이상 또는 12시간 기준 110mm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한편 기상청은 9일 오후 전북에 대해서도 수도권과 동일하게 ‘최대 12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익산시의 경우 밤사이 최대 강수량이 300mm에 육박하며 피해가 속출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경기 가평군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최모 씨(53·여)는 “폭우 예보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이 많은데 최근 예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구름대가 예측보다 남하하는 바람에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해명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전북과 충남, 경북 지역에 역대급 ‘야행성 폭우’가 내리면서 시간당 강수량이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폭우”였다.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도 이어졌다. 도심에 내렸다면 자칫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만큼 지금이라도 기상 이변이 일상화된 한반도 상황에 맞는 재난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는 이날 오전 1시 전후 시간당 146mm의 폭우가 내렸다. 지난해 기상청에서 ‘극한호우’로 규정한 시간당 50mm의 3배에 달하는 강수량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간당 140mm 넘는 비가 내린 건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145mm) 사례가 유일하다”며 “관측자료가 확인되는 범위에서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라고 말했다. 군산시 내흥동에서도 오전 1시 42분부터 1시간 동안 131.7mm의 비가 내렸다. 어청도와 내흥동 모두 군산 연 강수량(1246mm)의 10% 넘는 비가 1시간 만에 내린 것이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충남 서천군과 부여군 등에서도 시간당 강수량이 100mm를 넘었다. 시간당 100mm 넘는 비가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들 지역에서 시간당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비는 모두 낮에 소강 상태를 보이다 밤에 쏟아진 ‘야행성 폭우’였다. 대피가 어려운 밤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피해도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충남 논산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엘리베이터가 침수돼 남성 1명이 사망하는 등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또 6개 시도에서 4526명이 대피했고 장항선과 호남선 등 철도 운행이 10일 오후까지 중단됐다. 비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11일에도 많게는 충북 40mm, 경북 6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대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던 전북 지역에도 최대 60mm의 비가 예보됐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후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각종 인프라 시설이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 등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벽 물폭탄에 저수지 둑 붕괴 “깨어보니 이웃집 사라져” [야행성 폭우의 습격]중부-남부 기습폭우 잇단 인명피해산사태로 매몰… 급물살에 휩쓸려오피스텔 승강기 침수돼 사망도… 철도 일부구간 한때 운행 중단10일 새벽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는 범곡저수지 둑이 무너져 물이 농경지와 마을로 밀려들었다. 이 일대에는 10여 가구가 살고 있었다. 오전 5시 27분경 이 마을 농막 컨테이너에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구조대는 도로 일대가 물바다로 변해 2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는 컨테이너에 홀로 살던 71세 남성이 실종된 것을 확인하고 수색에 나섰다. 실종자가 살던 컨테이너는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흙바닥에 처박힌 채였고, 실종자의 차량은 침수된 채 발견됐다. 한 주민은 “폭우 소리에 깨서 나와 보니 이웃집(컨테이너)이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 중부 남부 집중 폭우에 사망-실종 잇달아 중부와 남부를 집중적으로 때린 기록적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건물과 마을이 침수되면서 인명, 재산 피해가 늘고 있다. 이날 충남에서는 폭우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오전 2시 52분경 논산시 내동의 한 오피스텔 지하 2층 승강기에서는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하에 물이 차오르는데 승강기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긴급 배수 작업을 벌였지만 남성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오전 3시 37분경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주택을 덮쳐 70대 남성이 매몰돼 숨졌다. 이 지역은 오전 2시 16분부터 한 시간 동안 111.5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주민 신모 씨는 “앞집 아주머니가 흙범벅이 돼서 남편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49분경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져 매몰된 60대 여성이 숨졌다. 충북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5시 4분경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에서는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하천으로 떨어졌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거센 물살 탓에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남성은 오전 7시 38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 북구 조야동에서는 오전 8시 8분경 한 농로의 배수용 원형 통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밭에 나왔다가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빨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동구 내남동에서는 76세 남성이 광주천 징검다리를 건너던 중 벗겨진 신발을 주우려다 빠져 숨졌다. 이날 새벽 한 시간 동안 146mm의 폭우가 쏟아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의 김성래 이장(70)은 “하늘에서 물을 가져다 퍼붓는 것 같았다. 70년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 15가구가 침수됐는데 물살이 너무 강해 대피할 엄두조차 못 냈다”며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 산비탈을 타고 내려온 물줄기까지 더해져 거리가 마치 강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고립된 주민들 구조, 금강휴게소 물에 잠겨 불어난 물에 주민들이 고립되거나 시설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도 이어졌다. 대전 서구 용촌동에서는 주택 27채가 물에 잠겨 주민 36명이 한때 고립됐다. 대전소방본부는 오전 10시경 주민 전원을 보트에 태워 구조했다. 대전 중구 유등천을 가로지르는 왕복 8차선 유등교는 다리 중간이 내려앉아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충남 논산시 벌곡면의 한 마을도 침수돼 주민 3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오전 4시 11분경 장선천이 넘쳐 주민 18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소방 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충북 영동천과 소옥천, 금강(양강교) 등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고,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가 강물에 침수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동안 KTX 40개 열차와 일반열차 16개가 20분∼1시간 40분가량 지연됐다. 수서발 고속철도(SRT)는 이날 오후 4시까지 19개 열차가 1∼3시간가량 지연됐다. 산림청은 오전 3시 40분부로 대구, 대전, 세종, 충북, 충남, 경북, 전북 지역에 산사태 경보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을 발령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서천=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옥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9일 밤~10일 새벽 전북 등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반면에 서울 등 수도권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기상청은 호우 예비 특보까지 발령하고 “많은 곳은 120mm 이상 비가 올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서울에서 가장 많이 비가 내린 관악구의 누적 강수량은 12mm에 불과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래서 예보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10일 기상청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부터 10일 오전 7시까지 서울에 내린 비는 관악구 12mm, 강남구 11mm, 서초구 10.5mm, 금천구 8.5mm를 기록했다. 은평구 등 아예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은 구도 있었다. 경기 지역 역시 가장 비가 많이 온 안성시 서운면에 37mm가 내렸고 파주시 광탄면, 김포시 대곶면 등에는 전혀 비가 오지 않았다.기상청은 전날 오전 예보를 통해 “9일 밤~10일 새벽 서울 등 수도권에 많게는 120mm 이상의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수시 예보 브리핑을 통해 최대 150mm 이상으로 예상 강수량을 수정했다. 오후 6시에는 서울에 호우 특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호우 특보는 강수량이 3시간 기준 60mm 이상 또는 12시간 기준 110mm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한편 기상청은 9일 오후 전북에 대해서도 수도권과 동일하게 ‘최대 12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익산시의 경우 밤사이 최대 강수량이 300mm에 육박하며 피해가 속출했다.시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경기 가평군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최모 씨(53‧여)는 “폭우 예보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이 많은데 최근 예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구름대가 예측보다 남하하는 바람에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해명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