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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처럼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하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대학병원 의사에서 헬스케어 기업인으로 변신한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지난달 16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제약사와 병원을 연결하는 ‘데이터 인에이블러(Data Enabler)’로서 인류에게 필요한 신약 개발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자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의료와 정보기술(IT) 융합을 총괄했던 황 대표는 헬스케어 기업 이지케어텍 부사장을 거쳐 2021년 카카오헬스케어 초대 대표로 합류했다.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의료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면서 황 대표는 그간 막혀 있던 의료 데이터 사업을 AI로 풀어 보기로 했다. 병원들이 보유한 각기 다른 양식의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한 뒤 제약사나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병원과 제약사를 연결하는 의료 데이터 플랫폼 ‘헤이콘(HAYCORN)’을 출시할 수 있었다. 황 대표는 “현재까지 연세의료원 등 상급종합병원 17곳과 협약을 맺어 약 2000만 명의 환자 임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플랫폼명도 ‘헤이콘’으로 확정했다”고 했다. 헤이콘은 만화 ‘곰돌이 푸’에 나오는 도토리를 말한다. 도토리는 거대한 참나무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씨앗이면서, 생태계 속 야생동물의 식량이 된다. 헤이콘이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과 풍부한 의료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데이터 연결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개인정보 보호 이슈였다. 황 대표는 병원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한 경험과 카카오의 기술력을 앞세워 데이터 연결을 꺼리는 병원들을 설득했다. 그는 “병원이 가진 데이터를 카카오 데이터베이스에 올리는 게 아니라, 개인식별정보를 자동으로 지워 주는 데이터 익명화 엔진을 AI 기술로 만들고 실제 99.7% 지워진다는 결과도 병원에서 검증했다”며 “환자 데이터를 올리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각 병원 안에 설치해 데이터가 병원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가 의뢰한 분석이 종료되면 데이터는 그대로 병원 안에 두고 신약 관련 분석 결과 값만 가지고 나오는 구조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데이터 유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제약사들은 원하는 연구 주제에 맞는 양질의 맞춤형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만성질환 등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를 위한 약물비서 서비스도 지난달 출시했다. ‘지금 혈압약을 먹고 있는데, 이 약을 같이 먹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면 AI 비서가 맞춤 설명을 해주는 서비스다. 황 대표는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의료 분야는 환자가 주체적으로 정보를 얻기 힘든 ‘일방적’ 서비스라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며 “그러나 AI 기술 발전으로 집부터 병원까지 이어주는 ‘커넥티드 헬스’ 서비스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졌다”고 말했다.성남=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 분야 최대 경쟁자인 구글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쓰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번 계약으로 오픈AI는 챗GPT 모델 훈련과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구글로부터 제공받고, 구글은 AI 인프라 시장의 ‘큰손’인 오픈AI를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번 깜짝 파트너십은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오픈AI의 컴퓨팅 자원 다변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구글 입장에선 이번 계약으로 자체 개발한 AI 칩 TPU(텐서프로세싱유닛)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캐나다 투자은행 스코샤뱅크는 이번 계약에 대해 “다소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오픈AI와 구글이 AI 시장 장악을 두고 한창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챗GPT를 출시하면서 AI 시장을 선점한 오픈AI는 전 세계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의 검색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스코샤뱅크는 “이번 계약은 양사가 막대한 컴퓨팅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쟁 관계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오픈AI와 구글의 계약 소식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전날보다 1.34% 상승했다. 반면 MS 주가는 0.39% 하락 마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 분야 최대 경쟁자인 구글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쓰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번 계약으로 오픈AI는 챗GPT 모델 훈련과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구글로부터 제공받고, 구글은 AI 인프라 시장 ‘큰손’인 오픈AI를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번 깜짝 파트너십은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오픈AI의 컴퓨팅 자원 다변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구글 입장에선 이번 계약으로 자체 개발한 AI 칩 TPU(텐서프로세싱유닛)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캐나다 투자은행 스코샤뱅크는 이번 계약에 대해 “다소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오픈AI와 구글이 AI 시장 장악을 두고 한창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챗GPT를 출시하면서 AI 시장을 선점한 오픈AI는 전 세계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의 검색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스코샤뱅크는 “이번 계약은 양사가 막대한 컴퓨팅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쟁 관계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오픈AI와 구글의 계약 소식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전날보다 1.34% 상승했다. 반면 MS 주가는 0.39% 하락 마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2, 4위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했다. 이용자 1000만 명대의 토종 OTT가 출범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공정위는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두 곳의 기업결합은 웨이브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 5명과 감사 1명이 CJ ENM 및 티빙의 임직원을 겸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가 물리적으로 합쳐지는 건 아니지만 웨이브가 사실상 티빙의 자회사가 되는 효과가 나게 된다. 양 사는 지난해 11월 이런 내용으로 합의를 맺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2023년부터 시작됐다. 2024년 기준 국내 OTT 이용자의 33.9%는 넷플릭스를 쓰고 있어 2위인 티빙(21.1%)과 격차가 컸다. 4위 웨이브의 점유율은 12.4%였다. 이런 상황에서 티빙-웨이브 합병이 마무리되면 K-OTT가 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양 사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를 단순히 합하면 1127만 명으로 넷플릭스(1450만 명)에 육박한다. 다만 공정위는 공룡 OTT 탄생으로 경쟁이 제한되고 구독 요금이 올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양 사가 통합하더라도 요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통합 이후에도 티빙이나 웨이브만 구독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위해 내년 말까진 현재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티빙, 웨이브를 모두 볼 수 있는 요금제를 새로 낼 땐 기존 가격,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라고도 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 합병이 최종 마무리되려면 양 사 주주 전원 합의가 필요해 넘어야 할 과제도 여전하다. 합병에 미온적이던 티빙 2대 주주인 KT 측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 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KT가 계속 반대 입장을 고수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집중해 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합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사진)은 5일(현지 시간) 네이버의 첫 해외 투자법인인 ‘네이버 벤처스’ 설립을 앞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언론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미중 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네이버가 승부수를 걸 수 있는 분야에 특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의장은 한국의 AI 경쟁력에 대해 “어떤 기술에서든 한국은 (미국·중국에 비해) 투자 규모도, 인력도 늘 부족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싸움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고 돌멩이를 잡기 전에 대규모언어모델(LLM)이나 클라우드 등 기본적인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AI의 등장이 네이버에 위기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의장은 “자주 하는 말이지만 (네이버 창업 이후) 지난 25년 내내 망할 것 같았다. 모바일, 인터넷, 블록체인 등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AI 역시 인터넷, 모바일과 동등한 수준의 ‘큰 파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3월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배경에 대해 “공격적으로, 확실하게 투자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고, 젊은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을 전폭 지원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만의 AI 승부처로 ‘데이터 경쟁력’을 꼽았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는 범용 AI 모델로 미국과 중국을 이기기는 쉽지 않지만,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상거래나 블로그, 카페 등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분야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의장은 “검색도 처음에는 알고리즘 싸움이었지만 결국 다 비슷해지고 데이터를 갖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AI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집중할 분야로는 AI 기술로 진화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꼽았다. 이 의장은 “네이버가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분야가) 상거래 쪽”이라며 “외부에서는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투자를 두고 네이버가 난데없이 중고거래 시장에 투자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상거래 데이터를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날 행사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첫 해외 투자법인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한다. 이달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김남선 전략투자 부문 대표 주도로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글로벌 테크 트렌드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인재 및 파트너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게 목표다. 첫 투자처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디오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를 선정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을 대학 캠퍼스 생활 전반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학 교육을 전면 개편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오픈AI의 이른바 ‘AI-네이티브 대학(A.I.-native universities)’ 전략이 성공하면 대학생들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AI 조교의 도움을 받아 학습을 받게 된다. 교수들은 수업별 맞춤형 AI 학습봇을 제공하게 된다. 취업지원센터는 면접 대비 AI 채팅봇을 운영하고, 학생들은 시험 전 AI 음성 모드를 켜고 구술 퀴즈를 받는 등 교육 전 과정에 AI를 통합하는 것이다. 리아 벨스키 오픈AI 교육 부문 부사장은 NYT 인터뷰에서 “AI가 고등 교육의 핵심 인프라가 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며 “대학이 학생들에게 학교 이메일 계정을 주는 것처럼 캠퍼스 내 모든 학생이 개인화된 AI 계정에 접속하고 그게 이후에 직장 생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오픈AI는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 기능 등을 강화한 ‘챗GPT 에듀’를 유료 판매 중이다. 미국 대학 중에는 듀크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이 학생들에게 챗GPT 이용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xAI 등 다른 미국 빅테크들도 대학생을 위한 무료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 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다만 NYT는 ‘대학의 AI화’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 및 작문 과제를 AI에 의존할 경우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여기에 AI가 생성하는 거짓 정보(환각)가 학습에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작지 않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K더마코스메틱’ 세계시장 휩쓴다요즘 서울 명동과 강남 대형 약국, 올리브영 매장은 ‘K더마코스메틱’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기미, 여드름, 재생 보습 등 기능성에 집중한 국내 제품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들의 필수 쇼핑 품목이 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합성생물학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더마코스메틱은 향후 뷰티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는 서울 중구 명동의 대형 올리브영 매장. 14개 계산대 앞 대기 줄마다 네온색 전광판이 번쩍였다. 택스 리펀드(면세 혜택)를 위해 실물 여권을 준비하라는 안내 문구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갈아 가며 전광판 위에 나타났다.명동 근처 약국에도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매장 중심과 계산대 주위에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약국 화장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기미 미백, 여드름, 재생 보습 등 각각의 기능을 설명하는 친절한 제품 설명도 붙어 있었다.메타, 구글 등 빅테크의 한국 법인 직원들은 출장차 한국을 찾은 본사 직원들에게 서울 강남의 대형 약국과 올리브영의 위치를 안내하는 일이 거의 매뉴얼처럼 굳어졌다고 했다. 미국 현지 가족과 친구들에게 부탁받은 세럼, 크림 등 화장품을 사겠다는 출장자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인들이 프랑스 파리 필수 코스였던 ‘몽주약국’에 들러 화장품을 사 왔던 것처럼 K뷰티 인기에 힘입은 K약국 화장품이 대세가 된 것이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는 “서울 시내 약국에서 늘 품절인 리쥬란 성분 크림을 겨우 구했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증 영상들이 올라올 정도다. 명동의 한 약국 관계자는 “피부 재생 효과가 있는 리쥬란 성분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많은데 인기 제품은 지난해 말부터 품절이라 서울 시내 약국에 전화를 돌려 재고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한국의 더마코스메틱 제품들이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 여행 시 구매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로 시장이 커지자 기존 화장품 제조사뿐 아니라 제약·바이오기업, 백화점 등 유통사, 패션업체들까지 일제히 더마코스메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더마코스메틱은 화장품(cosmetic)과 피부과학(dermatology)의 합성어다. 주로 의사, 제약사 등 의료 전문가가 연구개발(R&D)에 참여해 화장품의 안전성과 의약품의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을 뜻한다. 화장품에 치료의 개념을 접목해 여드름, 아토피 등 피부 질환 개선, 안티에이징 등 의약품 수준의 고기능성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성장세 가파른 세계 시장… K뷰티도 ‘K더마’로 진화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 규모는 2017년 5000억 원에서 2022년 4조5325억 원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357억7000만 달러(약 49조1500억 원)에서 2025년 479억 달러, 2032년 949억5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가파른 성장세는 △피부 질환 증가 △예방 중심 스킨케어 인식 확대 △첨단 기술 적용 △전문가 추천 신뢰도 △피부 시술 후 홈케어 수요 증가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K뷰티에서 한 단계 진화한 K더마는 의학적 신뢰와 한국 기술력이 결합된 브랜드로서 글로벌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실한 차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화장품 업계는 더마코스메틱 시장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이 한국의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약 2550억 원에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03년 피부과 전문의 안건영 박사가 설립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기업인 P&G 역시 2022년 전문의가 설립한 미국 프로바이오틱스 성분 기반 스킨케어 브랜드인 툴라스킨케어를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2014년 피부과 화장품인 차앤박화장품(CNP)을 운영하는 씨앤피코스메틱스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기미 치료제 도미나 크림을 대표 제품으로 보유한 태극제약을 사들였다. 이어 2020년 약국 화장품으로 유명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확보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뷰티 업계로 눈을 돌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의약품 연구개발역량을 내세워 더마코스메틱 독자 브랜드를 발 빠르게 론칭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로 확보한 기술력을 토대로 더마코스메틱을 미래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목표에서다.● 대미 화장품 수출 역대 최대… 뷰티 강국 佛 추월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미국이 주목한 차기 K뷰티 분야도 더마코스메틱이다.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화장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에스트라’가 최근 미국 뷰티 유통기업인 세포라와 독점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7억100만 달러로 샤넬과 디올 등 유명 명품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12억6300만 달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수출 규모로도 사상 최대치였다. 이가영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미국 이커머스 내 K뷰티 판매액 중 스킨케어 제품 비중은 무려 85%로 압도적”이라고 분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생산 실적은 전년(14조5102억 원)보다 20.9% 늘어난 17조5426억 원이었다. 전체 수출액은 20.3% 증가한 102억 달러로 집계되며 생산액과 수출액 모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고령 인구 증가도 더마코스메틱 시장 성장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0년 10억 명에서 2030년 14억 명, 2050년에는 21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고령층의 피부 노화 고민이 큰 만큼 의학적 효능이 입증된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업계에선 레티놀, 펩티드 등 노화 방지 성분을 앞세운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리서치는 지난해 567억1000만 달러였던 글로벌 안티에이징 화장품 시장 규모가 2034년 1014억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수십 년 의약품 R&D 역량으로 독자 성분 개발 업계는 더마코스메틱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능성과 실제 효능에 대한 특허 성분 확보 기술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정KPMG는 관련 보고서에서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진출한 주요 기업은 시장 주도를 위해 독자 성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매년 신원료 개발, 성분 특허 등 방법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기존에 없던 원료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수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성분의 기능성과 기준 등을 검증받고 있다”고 했다. 특허 성분 확보에 가장 유리한 기업은 의약품 개발 역량을 보유한 제약사들이다. 대웅제약은 ‘문제 피부에 제약을 걸다’라는 슬로건으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이지듀’를 만들었다. 병의원 전용 화장품에서 출발해 임상적 효능과 피부 개선 결과에 집중하는 효능주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이 세계 최초로 의약품화한 국내 1호 바이오신약 물질인 DW-EGF(고활성 상피세포 성장인자)를 내세운 제품군이 대표적이다. 이 성분은 당뇨병성 족부 궤양처럼 피부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의 재생 치료제로 쓰이는 만큼, 강력한 피부 재생 효능을 가진 물질로 평가된다. 이지듀 대표 제품인 ‘기미앰플’은 2022년 출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2000만 병 이상 판매됐다. 중국 현지 최대 직구 플랫폼인 티몰 글로벌, 더우인 글로벌에 입점한 지 6개월 만에 기미앰플 단일 품목으로 15만 개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왕훙(중국 인플루언서)들이 한국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고, 시술 후 피부 진정 및 재생을 위해 이지듀 제품을 사용하는 콘텐츠가 늘며 입소문을 탔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과학기술을 적용한 ‘정밀 스킨케어’가 대세가 되며 더마코스메틱 수요가 커지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중국 여성 중 36.1%가 민감성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환경 오염, 스트레스, 자외선 노출, 생활 패턴의 변화로 2030년에는 이 비중이 4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국 효자템’ 마데카솔-후시딘, 화장품으로 변신동국제약은 국내 대표 상처 연고인 마데카솔의 핵심 성분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다. 2015년 센텔리안24를 론칭하며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동국제약은 50년간 주력해온 식물성 원료의 R&D 역량을 바탕으로 마데카솔의 주원료인 센텔라아시아티카 추출물로 센텔리안24를 개발했다. 센텔리안24는 2015년 4월 론칭 이후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매출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일본과 미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에도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구축한 데 이어 최근엔 유럽 유통사 100여 곳과 만나 협업을 논의했다. 지난해 4월 중소형 가전업체인 위드닉스를 인수해 뷰티 디바이스 시장도 공략한 데 이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 리봄화장품을 인수해 생산 역량을 키웠다. 동화약품도 특허권을 보유한 후시딘 원료를 활용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효자 상품인 후시딘의 상처 치료 성분을 적용하고 마이크로바이옴 소재로 후시드크림을 만든 것이다. 이 성분 역시 후시딘 연고 성분과 유래가 동일한 푸시디움 콕시네움을 발전시켰다. 동아제약은 여드름 등 트러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여드름 흉터 치료제인 노스카나의 핵심 성분을 담은 트러블 전용 화장품을 출시했다. ‘약국 효자템’을 화장품 시장으로 확대한 것이다.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인 ‘파티온’의 노스카나인 트러블 세럼은 2022년 출시돼 지난해 누적 판매 100만 병을 돌파했다. 9년간의 연구를 통해 진정 성분인 헤파린 RX 콤플렉스를 독자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브랜드관을 열었고, 미국 최대 유통 플랫폼인 아마존에도 입점해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포도당 하이드로 에센스 라인’은 히알루론산, 판테놀, 18종의 아미노산이 특수 배합된 포도당 하이드로 콤플렉스 성분과 바이털 이온 시스템을 적용했다. 제품 사용 후 하루에 물 2L를 마신 피부보다 높은 수분 효과가 입증됐다면서 ‘피부에 맞는 포도당’이라는 홍보 전략을 펴고 있다. 일명 ‘바르는 리쥬란’으로 알려진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 기반 리쥬비넥스크림은 파마리서치가 만들어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이다. PDRN은 연어의 생식세포에서 인체와 유사한 유전자를 추출해 만든 물질로 손상된 조직의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통증을 조절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성형수술이나 피부 시술로 민감해진 피부를 빠르게 재생시키는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약국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부터 약국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품절 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 뷰티 ‘게임 체인저’ 된 합성생물학화장품 개발에도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피부기반기술개발사업단은 “소비자들의 효능 증거주의 요구에 따라 피부에서 발생하는 생리적·생화학적 연구가 활발해지는 등 과학화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노기술을 활용한 성분 전달력 향상,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통한 신소재 개발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뷰티업계에서는 체내 다양한 미생물 생태계를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피부 진단 등 최첨단 기술 접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세포 및 미생물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설계하는 합성생물학도 뷰티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다. 식물이나 동물이 아닌 합성생물학 기술을 기반으로 더 많은 화장품 성분들이 생산되고, 지금은 얻기 어려운 신소재도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과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상어 추출물을 인공 합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어 간에서 추출하는 스콸렌은 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 면역증강제로 쓰이며 보습, 노폐물 흡착에도 뛰어나 화장품 재료로도 사용된다. 미국의 합성생물학 기반 기업인 아미리스(Amyris)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을 유전자 조작 효모로 변환시켜 인공 스콸렌을 생산한다. 이 공정은 연간 200만 마리 이상의 상어를 구할 수 있는 수준의 동물 대체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이 생산한 인공 스콸렌은 자사 화장품 브랜드와 글로벌 뷰티 기업들에 납품되고 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SK AX가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데이터 네트워크인 ‘카테나X(Catena-X)’ 운영사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고 4일 밝혔다. 카테나X는 SAP, 지멘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10개 글로벌 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글로벌 자동차 ESG 데이터 연합체다.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는 카테나X 생태계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이 ESG 데이터 연계와 시스템 접속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기술·절차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SK AX는 이번 자격 획득을 통해 카테나X 생태계 참여 기업들을 총괄 지원하는 파트너로 활동하게 된다. SK AX 측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1·2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제품 생애주기 데이터를 관리하는 공급망 추적성(Traceability)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한때 먹통이 되면서 일부 이용자들이 사용에 불편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오류 발생 후 약 3시간 만에 결제 서비스를 정상화했다. 삼성전자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해킹이나 보안 문제가 아니며 일부 신용카드 회사와의 전용선 네트워크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경부터 삼성페이로 결제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삼성페이로 결제할 때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고 보안을 해제해야 하는데 그때 “삼성월렛을 사용할 수 없음” 등의 오류 문구가 뜨며 결제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즉각 복구에 나서 이날 오전 10시 22분 “문제가 해결돼 정상 사용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월요일 출근 시간대에 발생한 결제 오류로 인해 이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A 씨(33)는 “아침에 운동하고 편의점에서 아침 식사를 구매해 출근하려는데 삼성페이 결제가 되지 않아 아침을 굶었다”며 “스마트폰을 껐다가 켜보기도 했는데 해결되지 않더라. 뒤에 다른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어 난감했다”고 전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갑작스러운 결제 오류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오전에 병원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삼성페이로 결제하려다가 오류가 나서 당황했다”며 “가방에서 비상용 실물 카드를 찾아 겨우 결제했다”고 토로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SNS로 “갤럭시 (스마트폰) 쓰시는 분들은 오늘 실물 카드 꼭 챙기라”고 권유했다. 다만 이번 삼성페이 사용 장애가 전체 이용자에게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와만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에 특정 이용자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장애 발생 직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관련법상 1개월 이내에 장애 원인과 대응 조치 등을 상세하게 보고받을 예정”이라며 “보고 내용을 검토한 뒤 현장 조사에 나갈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삼성페이는 세계 최초로 마그네틱보안전송(MST)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동시에 지원하는 온·오프라인 핀테크 결제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삼성페이를 모바일 신분증 등의 기능을 포함한 삼성월렛에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3월 기준 약 1700만 명의 국내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 형성을 방해하는 억제제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준곤 최태수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윌리엄 고더드 3세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잘못 접힘 및 자가 응집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펩타이드 응집 억제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대표적인 치매 유형이다. 이 병은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된 덩어리를 형성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분석해 잘못 접힌 구조로 자가조립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펩타이드 억제제를 설계했다. 제대로 응집을 막기 위해선 자물쇠의 홈과 열쇠의 돌기처럼 서로 모양이 잘 맞아야 한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기존의 펩타이드 응집 억제제는 비정형 구조를 갖고 있어 서로 결합하는 힘이 약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정형 단백질 상태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안정적으로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 ‘반평행 베타 평판’ 구조 형성을 유도했다. 이를 활용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병원성 섬유 응집체 형성을 줄일 뿐 아니라 세포 독성이 완화된 펩타이드 응집 억제제 설계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이번 기술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독일화학회지’에 지난달 22일 게재됐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국내 금융 보안 프로그램의 설치 의무화가 오히려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김용대·윤인수 교수 공동 연구팀은 고려대 김승주 교수팀, 성균관대 김형식 교수팀, 보안 전문기업 티오리와 공동으로 한국 금융 보안 소프트웨어를 분석해 설계상 구조적 결함과 취약성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 주요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사용 중인 7종의 주요 보안 프로그램(KSA)을 분석해 총 19건의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다. 주요 취약점은 △키보드 입력 탈취 △중간자 공격(MITM) △공인인증서 유출 △원격 코드 실행(RCE) △사용자 식별 및 추적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 금융 보안 소프트웨어들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웹 브라우저는 외부 웹사이트가 시스템 내부 파일 등 민감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 보안 소프트웨어들은 이 같은 웹 브라우저의 보안 구조를 우회해 민감한 시스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연구팀은 “금융·공공서비스 이용 시 이 같은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팀이 전국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7.4%가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해 KSA를 설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김용대 교수는 “보안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공격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며 “비표준 보안 소프트웨어들을 강제로 설치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웹 표준과 브라우저 보안 모델을 따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국내 금융 보안 프로그램의 설치 의무화가 오히려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김용대·윤인수 교수 공동 연구팀은 고려대 김승주 교수팀, 성균관대 김형식 교수팀, 보안 전문기업 티오리와 공동으로 한국 금융 보안 소프트웨어를 분석해 설계상 구조적 결함과 취약성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 주요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사용 중인 7종의 주요 보안 프로그램(KSA)을 분석해 총 19건의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다. 주요 취약점은 △키보드 입력 탈취 △중간자 공격(MITM) △공인인증서 유출 △원격 코드 실행(RCE) △사용자 식별 및 추적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 금융 보안 소프트웨어들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웹 브라우저는 외부 웹사이트가 시스템 내부 파일 등 민감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 보안 소프트웨어들은 이 같은 웹 브라우저의 보안 구조를 우회해 민감한 시스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연구팀은 “금융·공공서비스 이용 시 이같은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팀이 전국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7.4%가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해 KSA를 설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김용대 교수는 “보안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공격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며 “비표준 보안 소프트웨어들을 강제로 설치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웹 표준과 브라우저 보안 모델을 따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전 세계 각국의 과학기술 인재 유치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한국도 ‘브레인 리쇼어링(국내 복귀)’에 뛰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본의 리쇼어링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로 했고, KAIST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도 이달 말 미국 보스턴과 실리콘밸리를 직접 찾아가 박사후연구원(포닥) 유치전에 나선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과기정통부는 해외 체류 중인 박사후연구원의 국내 복귀를 위해 총 3년간 연 1억5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리쇼어링 트랙’ 예산을 당국에 신청했다. 해외 체류 중인 박사후연구원이 지원 대상이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가 참고한 일본의 ‘귀국발전연구’ 프로그램은 해외 연구기관에 있는 뛰어난 연구 실적을 갖춘 일본인 연구자가 귀국 후 바로 연구를 개시할 수 있도록 3년간 과제당 5000만 엔(약 4억8000만 원) 이하 규모로 지원한다. 국내 4대 과기원(KAIST, UNIST, DGIST, GIST)도 이달 말 하버드대가 있는 보스턴과 실리콘밸리 등을 합동 방문한다. ‘인공지능(AI) 국가대표 양성사업’에서 연구를 수행할 박사후연구원 400명을 확보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현장 채용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특급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기술 석학을 유치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는 해외 석학 유치 프로그램인 ‘브레인풀 플러스(BP+)’를 통해 1인당 인건비·체재비·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매년 6억 원씩 최대 10년간 지원하고 있지만 지난해 단 1명(강성훈 KAIST 신소재공학과 부교수)을 영입하는 데 그쳤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이처럼 유치 실적이 초라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연구생들을 채용해 연구실을 운영하는 석학들이 정부의 예산 집행 일정에 맞춰 몇 달 내 연구실을 정리하고 들어오기 쉽지 않은 데다 자녀 교육 등 가족 정착 문제도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BP+ 석학 영입 실적은 12명에 불과하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5명 유치를 목표로 지난달 30일까지 지원자를 받았다. 정부는 올해 4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요구한 인재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해외 대학 학사 졸업생의 경우 취업 경력이 없으면 입국해 면접 등 구직 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 부분을 개선해 달라는 게 인재 확보가 절실한 기업들의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테크만큼 고연봉을 주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S급 인재뿐만 아니라 해외 학사 졸업생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게 기업의 현실적 요구다. 해외 인재의 경우 의료 시스템을 제외하면 한국에 거주할 매력을 못 느낀다는 것도 기업 인사 담당 임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애로사항이다. 미국의 한 테크기업 수석급 연구원은 “주거 등 서울의 초기 정착 비용이 높아 기업이 제시하는 임금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자녀들이 한국의 교육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제학교 입학 특례 정도의 강력한 혜택이 필요하다”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KT는 단말기 교체 없이 유심과 이심만으로 간편하게 개통 가능한 온라인 요금제를 내놨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멤버십 혜택도 다양화하고 있다.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고객의 ‘생활 만족도’를 중심으로 설계된 상품을 내놔 MZ세대는 물론 실속형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KT의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 ‘요고’는 무약정으로 약정 부담 없이 개통이 가능하다. 타 통신사 고객도 기존 폰에 유심만 바꾸면 가입할 수 있다. 특히 5월 운영 중인 ‘요고 신규 가입 프로모션’은 효과적인 통신비 절감 혜택으로 고객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요고40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최대 24만 원 상당의 네이버 포인트 혜택이 제공된다. 6개월 동안 매달 2만5000원(총 15만 원), 이후 18개월간 매달 5000원씩 자동으로 포인트가 지급된다. 이를 감안하면 실질 월 통신 요금이 월 1만 원대로 줄어들게 된다.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적용되며 개통 2개월 후부터 매달 10일경 개통 번호로 전송된다. 요고34 이상 신규 고객은 최소 4만 원에서 최대 7만 원까지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받아 요금제를 1개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연령대별 특성에 맞춘 혜택도 강화했다. 만 34세 이하를 위한 ‘Y혜택’은 네이버페이, 다이소, 캐릭터 굿즈 등 실용성과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면서 출시 10개월 만에 90만 건 이상 이용됐다. 생일 고객에게 영화 티켓, 꽃다발, 음료 세트 등을 제공하고 연극과 전시,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최대 60% 할인해 준다. 올해 들어 14만 건의 할인 예매와 4500장의 무료 초대가 이뤄졌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카카오 사회 공헌 플랫폼 ‘카카오 같이가치’의 약 18년간 누적 기부금이 900억 원을 넘어섰다. 소상공인의 톡채널 운영 등 디지털 전환 지원에는 26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카카오 사회공헌 리포트 2025’에 따르면 카카오 같이가치는 2007년부터 올 4월까지 누적 기부금 929억 원, 기부 참여 6650만 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카카오의 디지털 전환 활동의 하나인 ‘프로젝트 단골’을 통해선 지난해 말까지 총 6만6000여 명의 소상공인에게 약 263억 원 규모의 톡채널 메시지 지원금이 지급됐다. 카카오는 전국 227곳의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지원하고 2800여 명의 상인에게 디지털 전환 교육을 제공했다. 카카오는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도 운영 중이다. 100곳의 노인복지관에서 약 3000명의 고령층에게 교육을 실시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인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을 통해서는 총 25만5000여 명에게 교육을 제공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그룹 상생 슬로건 ‘더 가깝게, 카카오’를 바탕으로 한 상생 캠페인도 지속 전개하고 있다. 이번 리포트는 △디지털 전환과 상생 △임팩트 커머스 플랫폼 △사회혁신가 및 기술 인재 양성 △지역협력 공헌사업 △디지털 리터러시 △사회공헌 플랫폼 △지구를 위한 노력 7개 분야로 구성됐다. ‘숫자로 보는 카카오의 사회공헌’ 페이지에서는 분야별 대표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수혜자 수, 지원 규모, 참여 인원 등 주요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모두에게 필요한 일상과 미래를 더 가깝게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LG화학이 성장호르몬제 치료 이후 키 성장 정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자체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AI 기반 모델은 신장, 체중, 성장호르몬제 처방 용량 등 첫 진료 측정값만 입력하면 치료 1년 차 성장치를 평균 1.95cm 오차로 예측한다. 연구결과를 발표한 심영석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저신장증 환아들의 성장호르몬제 치료 효과를 예상하기 위한 진료 현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LG화학의 유트로핀 장기안전성 연구(LG Growth Study)로 누적된 대규모의 치료 데이터를 활용해 키 성장 예측 AI 모델을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이번 AI 모델을 추가 안정화한 뒤 의료 현장에 적용해 국내 저신장증 치료 환경 개선에 기여할 계획이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전 세계 각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가 모바일 기기에서 앱을 내려받을 때 이용자 연령을 확인하고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제 입법을 완료했다. SNS의 중독적 알고리즘 설계 등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7일(현지 시간) “부모들이 자녀가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 더 많은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앱스토어 책임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애플 등의 강한 로비에도 텍사스 주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된 이 법은 애플과 구글 등 앱스토어 운영사에 기기 소유자의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용자가 18세 미만 미성년자일 경우 계정을 부모 계정과 연결하고, 앱 다운로드 시 부모가 승인해야 가능하도록 했다. 이 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지난해부터 인스타그램 등 SNS 앱이 이용자 연령 확인 등 자체적 청소년 보호 조치에 나섰다면 이번엔 법으로 앱스토어 자체에 연령확인 의무를 부여해 책임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앱스토어 규제는 메타 등 개별 SNS 사업자들이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텍사스주의 움직임은 다른 주 입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내 20여개 주에서 텍사스와 유사한 SNS 규제법이 논의되고 있다.앱스토어 사업자인 애플과 구글은 반발하고 있다. 애플 측은 “온라인에서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목표를 지지하지만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위협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구글 측도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극단적인 연령 확인 제도 중 하나”라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공격은 단 하나의 틈만 찾으면 되지만, 방어는 모든 문과 창문을 지켜야 합니다.”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AI 시대의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안보’ 세미나에 참석한 사이버 안보 분야 권위자 앤 뉴버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교수가 한 말이다. 뉴버거 교수는 “정부가 주로 방어를 주도하기 때문에 기술 도입이 늦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버거 교수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사이버·신기술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냈다. 2019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산하 사이버보안국 초대 국장을 거쳐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에서 NSC 부보좌관에 임명됐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 고위 당국자 등의 통신 기록을 표적으로 한 대규모 통신사 해킹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습을 주도했다. 뉴버거 교수는 최근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건 등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선 민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이 미국의 주요 통신사를 공격한 정황을 민간 사이버 보안 기업이 최초 감지해 정부에 알렸다”며 “백악관이 주요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업계 협력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NSA는 정보기관과 민간 기업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며 “정부와 민간의 협력, 또 민간 내부의 협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뉴버거 교수는 SK텔레콤 해킹 사태의 배후를 중국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SK텔레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많은 통신사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휘강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역시 “해커그룹에 의해 장기간 조직적으로 시도되는 사이버 공격은 기업의 힘만으로 막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사이버 위협 정보를 국가와 민간이 공유하고 함께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구글 클라우드 산하 보안 조직인 맨디언트는 한국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취약점 공격 발생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2배가량 높은 6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맨디언트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주 관찰되는 공격자 그룹으로 중국에 기반을 둔 것으로 추정되는 ‘UNC 3886’, ‘UNC 5221’ 등을 소개하면서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정부와 통신 영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글로벌 인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 이공계 석학들의 60% 이상은 최근 해외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각국이 과학자 우대 정책을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해외 인재들을 흡수하는 동안 한국은 무방비 상태로 인재를 빼앗기는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동아일보가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한림원 회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1.5%에 해당하는 123명이 최근 5년 이내에 해외 국가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바 있다고 답했다. 제안을 받은 응답자 중 42%(52명)는 제안을 수락해 해외에서 연구 중이거나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안을 받지 않은 77명도 83%(64명)는 제안이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과학계 석학들의 두뇌 유출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영입을 제안한 국가를 보면 응답자 중 82.9%가 중국에서 제안을 받았으며 미국이 26.8%, 싱가포르가 10.6%로 뒤를 이었다(복수 응답). 영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요인으로는 54세 이하의 젊은 과학자들은 ‘영입 기관이 제안한 고용 조건’을, 55세 이상은 ‘국내 석학 활용 제도 부재’를 1순위로 꼽았다. 정년 이후에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적 지원이 없다는 뜻이다.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과학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며 최근 글로벌 각국의 인재 영입 방식은 ‘연구자 맞춤형’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한국 과학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갈증을 느끼는지를 파악해 그 부분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특히 중국의 경우 한국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젊은 교수들에게는 파격적인 연봉과 연구비를 제안하고, 정년을 앞둔 석학들에게는 장기적인 연구 환경을 제안하는 등 ‘맞춤형 접근’을 한다”고 말했다.은퇴후에도 연구지원 한다더니… 화학과 교수를 교무처 배정[과학기술 인재 엑소더스] 〈상〉 한국 떠나는 이공계 석학들이름만 ‘명예교수’, 연구실도 없어… 임차료-연구원 월급 직접 충당해야“3년간 200억 보장 제안 받아봐… 혹하는 감정 함께 좌절감 밀려와”석학 1명 유출, 작은 연구소 떠나는 격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로 일하던 A 씨(68)는 최근 정년을 채우고 2023년부터 ‘명예특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대학 측이 은퇴 후에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자리다. 그런데 명칭만 그럴듯하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우선 연구 공간과 재원 문제 때문에 본래 전공이던 화학과가 아닌 교무처 소속으로 바뀌었다. 연구실도 제공되지 않았고 학생 선발도 불가능해 교수가 개인적으로 확보한 연구비 내에서 임차료와 박사후연구원의 인건비를 충당해야 한다. A 씨는 “이름만 명예교수지 아무 지원도 없다”며 “6∼7년 전 중국에서 영입 제안이 왔을 때 갔어야 했다는 후회가 지금도 든다”고 털어놨다.국내 이공계 석학들의 두뇌 유출은 이처럼 국내에서 연구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과학자에 대한 낮은 처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들을 ‘한국 탈출’이라는 막다른 선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본보가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공동으로 회원 200명을 설문한 결과 80%가량은 “한국의 두뇌 유출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수십억 연구비 보장, 자녀 학비 지원 등 파격 제안27일 과학계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석학을 겨냥한 해외 기관들의 파격적인 영입 제안은 상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사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한 달에 3∼4번은 중국에서 영입 제안이 온다”며 “연봉은 8억 원 수준이고, 연구비도 수십억 원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한림원 회원인 한 과학자는 “3년간 200억 원을 보장한다는 제안까지 받아봤다”며 “응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 털어놨다.국내 출연연 실장급 연구원은 “최근 중국에서 아마존급 연봉을 주겠다고 제안이 왔을 때 자녀 교육 문제 등 가족 이슈가 없었다면 솔직히 갔을 것”이라며 “이런 연봉을 제시받으면 혹하는 감정과 함께 좌절감이 몰려온다”고 했다. 해외 이주를 망설이는 석학들에게 자녀 국제학교 등록금이나 주거 비용 등 추가 지원을 제시하는 경우도 잦다.오락가락하는 정부의 R&D 예산과 불필요한 행정 규제도 젊은 과학자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국립대 화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40대 교수 B 씨는 얼마 전 유럽 대학으로 이직했다. B 씨의 사정을 아는 한 교수는 “연구비를 따기 위해 써야 하는 제안서, 또 성과 보고서 등을 작성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드는 것을 항상 답답해했다”며 “이런 번거로운 절차들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석학 1명 유출은 ‘작은 연구소’ 통째로 떠나는 셈”한림원 회원들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두뇌 유출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국가의 일관성 없는 R&D 투자’(57.0%), ‘보상 체계의 한계’(52.5%), ‘낮은 연구 환경 및 지원’(40.0%) 등을 꼽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년 후 석학 활용 제도의 미비’(82.5%)를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연구 역량과 노하우, 학계 네트워크를 쌓은 국내 석학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국내 과학계에는 뼈아픈 타격이다. 특정 분야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진을 구성하고, 학계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 연구를 해 나가는 전 과정을 통째로 빼앗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윤영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일부 교수들의 경우 함께 연구하던 제자들을 데리고 가기도 하는데, 인재를 영입하는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며 “석학 한 명을 영입해서 작은 연구소를 단기간에 구축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타국으로 옮겨간 국내 과학자가 이뤄낸 과학 성과는 오롯이 그 나라의 것이 된다. 정진호 과기한림원장은 “중국 내 영입기관의 조건을 보면 연구비를 대규모로 지원해 주는 대신 연구에 따른 특허 등 성과물은 그 기관에 귀속된다는 내용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국내 과학기술 분야 석학들은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불확실성을 줄여 과학기술인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비 걱정 없이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혁신적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인센티브 등 처우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동아일보는 최근 국내 석학 5명과 간담회를 열고 한국 과학기술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을 들었다. 대담에는 김윤영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석좌교수, 오우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장, 조길원 포스텍 유니버시티 교수,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윤효재 고려대 화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시급한 개선 과제로 안정적 R&D 예산 확보를 첫손에 꼽았다. 조길원 교수는 “지난해 R&D 예산 삭감은 과학자들에게 너무 큰 절망을 안겨줬다”며 “이제는 정부와 쓴 연구비 계약서마저 믿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우택 소장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연구비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차기 정부가 과학자들을 국내에 잡아두고 싶다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미국 중국만큼 고연봉을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국내에서 연구를 이어나가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 석학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김근수 교수는 “현실적으로 연봉을 크게 높일 수 없다면 안정적으로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과학자에 대한 철저한 예우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영 석좌교수는 “은퇴를 앞둔 시점에 정말 좋은 논문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축적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일종의 무형문화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양원(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이 선정하는 최고 과학자 직책인 원사로 뽑히면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소속 기관에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다.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과학자들의 요구는 더욱 절박하다. 45세 이하 젊은 과학자들이 소속된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 회원들은 “과학기술인을 계약직 연구노동자가 아닌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해 연금형 장기 보상 등 실질적 복지 체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YKAST 소속 윤효재 교수는 “차기 정부가 과학기술에 운명을 걸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쳐 더는 세계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국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YKAST 간사인 권순경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단기 연구비 지원만이 아니라 초중등교육-대학-연구소-산업계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육성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유정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시류에 휩쓸려 너무 많은 관심과 예산이 인공지능(AI) 등 특정 분야로만 쏠릴 경우 기초과학 분야가 소외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기술 인재 현황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정부와 민간에 산재돼 있는 국내 과학기술 인재의 연구 이력과 현황 등을 한데 모아 기업들이 인재 영입에 활용할 수 있도록 ‘K링크트인’(가칭) 구축을 추진 중이다. ‘K링크트인’ 아이디어는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이 과기부가 주최한 인재 대책 간담회에서 “기업도 인재 확보에 활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 인재 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제안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