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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고령화되면 근로 연령대의 기여금,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금 수령액이라는 ‘연금개혁의 삼각형’ 중 하나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급 개시 연령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어데어 터너 에너지전환위원회(ETC) 위원장이자 전 영국 연금위원장(사진)은 지난달 24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영국의 연금개혁 과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터너 위원장은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퇴직자의 비율이 노동자보다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어떤 식으로든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영국 정부는 2002년 12월 연금위원회를 설치했다. 총리실의 추천으로 당시 메릴린치 부회장이었던 터너 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재무부와 노동연금부가 각각 지니 드레이크 영국 노동조합회의 의장, 존 힐스 런던 정경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들은 2006년까지 활동하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냈다.연금위원회는 상황 분석에만 1년을 쏟아부었다. 인구통계, 기대수명, 출산율 변화뿐만 아니라 연금 수급액에 대한 예측, 사적 연금의 제공 비용 등을 분석한 자료가 500페이지에 달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고용주, 고령자 단체, 정당 등 사회 구성원들과 논의에 돌입했다. 사회적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런던, 에든버러, 벨파스트, 맨체스터 등 4개 지역에서 250명씩 총 1000명의 시민과 공청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터너 위원장은 “과거 영국 산업연맹 수장으로 있었을 때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연금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 정부가 다양한 배경과 성향의 인사를 임명한 이유”라고 회상했다. 4년여에 걸쳐 완성된 영국 연금위원회의 개혁안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 2007년 영국 정부는 공적연금의 수급연령을 높이고 기초연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닌 평균 임금소득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했다.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자동가입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도 2008년 이뤄졌다. 2012년부터 NEST를 통해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도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로 공적 협의를 이어간 덕분에 영국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연금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영국은 지금까지도 공적연금 수급 연령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이어 가고 있다.터너 위원장은 “최근 들어서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대립적인 정치와 단기적인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연금개혁과 같은 사회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괜찮다. 나는 상관없다. 그들이 그렇게 하게 둬라. 그건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것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미국의 상호 관세에 대해 유럽연합(EU)이 보복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괘념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러 반발에도 관세를 활용한 통상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를 확고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EU의 보복 관세 추진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우리는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들이 부과하는 게 무엇이든 간에 우리도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로부터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EU 위원회가 EU와 다른 기준으로 재배된 미국산 식품에 대해 엄격한 수입 제한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EU에서 허용되지 않는 살충제로 키운 대두 등이 첫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EU는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비례적인’ 보복을 천명한 바 있다. 영국 역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관철될 경우 2022년 폐지한 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각국이 저마다 보복 관세를 적용하면 한국 경제 역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반적인 관세 장벽이 높아져 글로벌 무역이 줄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내수 중심 국가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5.7%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주요국들이 맞대응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한국의 수출은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실질 GDP는 0.29%~0.67%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각국이 보호 무역주의로 흐르면 세계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한국 중간재에 대한 해외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편 관세에 이어 상호 관세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미국 내에서도 물가 상승과 수출 타격을 우려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세계 무역 질서를 깨는 행위로 국익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대중 반도체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반도체 업계도 고관세의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호 관세 조치가 완성되면 수많은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가 오를 것”이라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무역 규범과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더글러스 어윈 미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 관세는 말이 안 된다’는 제목의 WSJ 칼럼에서 “상호 관세는 공평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상호 관세는 다른 사람이 스스로 발에 총을 쏜다고 해서 자신도 스스로 발에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WP는 “상호주의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관세를 누가 내는지 기억해야 한다”며 “관세는 미국 수입업체가 내는 것이고,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물가의 전반적인 상승을 가져올 거라고 전망했다. NYT는 “이번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은 더 오르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아직 극복되지 않은 시점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며, 특히 선거 운동 중 ‘임기 첫날’에 물가를 잡겠다고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더 그렇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호 관세 운용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주목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한 관세 계획의 폭은 숨이 막힐 정도로 넓어 미 상무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에 엄청난 과제를 안겨 줄 것”이라며 “각각 수천 개의 관세 코드와 관세 일정을 가진 200여 개국에 대해 분석해야 하며 각국의 규정과 재정 정책, 보조금을 따져 보는 일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관세와 더불어 지나친 수출입 통제가 글로벌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는 이날 1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말부터 추가된 무역 규제로 중국 사업이 제약을 받고 있다”며 “올해 4억 달러(약 5800억 원)가량의 매출 역풍(headwind)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표 후 AMAT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5% 급락했다. AMAT에 이은 미국 2위 장비업체 램리서치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5% 떨어졌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막판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쏟아냈다. 수출통제 장비 품목을 대거 추가하고,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된 제품 및 서비스 공급을 제한한 것이다. 장비업체들은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 및 업그레이드를 통한 수익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어 AMAT와 램리서치에 직격탄이 되는 규제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 같은 강경 기조는 이어지고, 관세 리스크마저 커지고 있어 반도체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관세 확대로 미국 내 반도체 제조사나 최종 수요처인 빅테크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이 이르면 4월 초부터 세계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국가별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통령 각서(memorandum)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상호 관세 고려 사항에 수출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 등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 무역 및 관세’에 대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공정성을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교역에서 미국에 대해 동맹국이 적국보다 더 나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상호 관세는 교역국이 자국 수출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교역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품에 대한 각국의 관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규제, 보조금, 환율, 임금 억제, 디지털 무역 장벽 등 미국 정부가 판단한 비관세 장벽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관세를 정할 것”이라며 “이는 모든 국가에 적용될 것이고 면제나 유예는 없다. 친구(동맹)와 적들이 미국을 이용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는 “상호 관세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검토는 4월 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다. 대통령에게 4월 2일부터 관세 부과를 시작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 직전 상호 관세를 발표했다. 회담 직후 모디 총리는 “미국과 상호 호혜적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산 무기와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애플을 거론하며 상호 관세에 예외는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집권 1기 때는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무관세인) 삼성전자와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이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애플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줬다”며 “하지만 이제 상호 관세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방식이기에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고, 이게 훨씬 더 단순하고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급해야 할 반도체지원법(칩스법)상 보조금에 대한 재협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조건을 재협상하려고 한다”며 “이는 일부 반도체 지원금 지급이 지연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보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이르면 4월 초부터 세계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국가별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통령 각서(memorandum)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상호 관세 고려 사항에 수출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 등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 무역 및 관세’에 대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공정성을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교역에서 미국에 대해 동맹국이 적국보다 더 나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상호 관세는 교역국이 자국 수출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교역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품에 대한 각국의 관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규제, 보조금, 환율, 임금 억제, 디지털 무역 장벽 등 미국 정부가 판단한 비관세 장벽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관세를 정할 것”이라며 “이는 모든 국가에 적용될 것이고 면제나 유예는 없다. 친구(동맹)와 적들이 미국을 이용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는 “상호 관세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검토는 4월 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다. 대통령에게 4월 2일부터 관세 부과를 시작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멕시코, 중국 등 대미(對美) 무역흑자 규모가 큰 나라들이 우선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며 유럽연합(EU), 브라질, 인도, 일본, 캐나다도 상호 관세 타격 위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 직전 상호 관세를 발표했다. 회담 직후 모디 총리는 “미국과 상호 호혜적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산 무기와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애플을 거론하며 상호 관세에 예외는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1기 때는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무관세인) 삼성전자와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이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애플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줬다”며 “하지만 이제 상호관세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방식이기에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고, 이게 훨씬 더 단순하고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급해야 할 반도체지원법(칩스법)상 보조금 재협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조건을 재협상하려고 한다”며 “이는 일부 반도체 지원금 지급이 지연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보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고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비관세 장벽을 세운 나라들에게 미국도 그만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 후 여러 미국 언론들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세계 무역 질서를 깨는 행위”라며 일제히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호 관세 조치가 완성되면 수많은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가 인상되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무역 규범과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움직임은 WTO의 최혜국 지위 패러다임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 교수는 ‘상호 관세는 말이 안된다’는 제목의 WSJ 칼럼에서 “다른 나라가 우리가 내야 할 관세를 결정하게 하는 게 어떻게 미국 국익에 이롭냐”며 “상호 관세는 공평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끔찍한 생각이며, 미국의 관세 정책을 다른 국가보고 정하라고 아웃소싱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워싱턴포스트(WP)도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상호 관세는 다른 사람이 스스로 발에 총을 쏜다고 해서 자신도 스스로 발에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WP는 “상호주의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관세를 누가 내는지 기억해야 한다”며 “관세는 미국 수입업체가 내는 것이고,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꼬집었다. WP는 “미국이 내딛고 있는 무역전쟁에서 다른 전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국가들이 무역 전쟁에서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전반적인 미국 물가의 상승과 인플레이션 심화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이번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은 더욱 상승하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아직 극복되지 않은 시점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며 특히 선거 운동 기간 중 ‘임기 첫날’에 물가를 잡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조치가 실제로 기능하기까지 현실적 장벽이 엄청나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한 관세 계획의 폭은 숨 막힐 정도로 넓어서 상무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에 엄청난 과제를 안겨줄 것”이라며 “각각 수천 개의 관세 코드와 관세 일정을 가진 200여 개 국가에 대해 분석과 계산을 해야 하며, 각 국가의 규정과 재정 정책 및 보조금을 따져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전했다.한편,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위협용’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관세 공격은 짖는 소리일 뿐 물지는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늘 발표는 세계를 굴복시킬 명령이었지만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거의 없다”며 “적용 시기도 제시하지 않은 모호한 문구의 메모”라고 평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오후 2시(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각국이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미국도 해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성을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모두(모든 국가)에게 공평하다”고 말했다.이날 발표는 오후 4시부터로 예정돼 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전에 발표됐다. AP통신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관세는 당장 발효되진 않지만 몇 주 내에 부과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가장 ‘심각한’ 문제부터 먼저 조사할 예정이고, 여기에는 무역 흑자가 가장 크고 관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포함된다”고 전했다.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부가가치세를 상호 관세 계산에 포함해야 하는 무역 장벽으로 명시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미국 제품이 외국 시장에 수출되는데 장벽으로 작용하는 부담스러운 규제, 정부 보조금, 환율 정책과 같은 비관세 무역 장벽을 상쇄하는 것 역시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오늘이 바로 그 중요한 날(TODAY IS THE BIG ONE): 상호 관세!!!”라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고 적었다. 이어 두 시간 뒤 또 다시 “오늘 오후 1시, 오벌 오피스에서 상호 관세에 대한 기자 회견”이라고 적어 자신의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홍보했지만 실제 발표는 1시간 늦은 오후 2시에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인도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상호관세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란 해석이 나왔다. 전날 모디 총리는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선물’을 준비한 상태로 미국을 방문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모디 총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지난 몇 주간 인도는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고급 미국산 오토바이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관세를 인하했고, (미국 내 인도계) 불법 이민자들을 비행기로 데려가는데 동의했으며,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늘리기 위해 애썼다”고 전했다. 이어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는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정의 토대를 마련하고 방위 분야 및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사실상 관세율이 0%에 가까운 만큼 이번 상호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상호관세 정책이 규제와 환율, 정부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도 고려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져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압박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제기돼 왔다.인도 역시 미국의 우방국이지만, 미국의 대인도 무역적자가 456억 달러(약 66조1000억 원)에 달하는 것이 이번 상호 관세 조치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무역기구 통계를 기준으로 미국은 해외 수입품에 대해 평균 2.2%의 관세를 매기는 반면, 인도는 12%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서로를 ‘친구’라 부르며 따뜻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높은 관세 및 인도가 라틴 아메리카를 빼면 미국 내 불법 이주민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점을 문제 삼아왔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양자회담 직후인 5시 10분에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 ‘상호 관세’에 대해 발표한다고 12일 백악관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11일이나 12일 중 상호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늦춰 인도와의 양자회담 직전으로 일정을 바꿨다. 일각에선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인도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상호 관세 발표 시기를 조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율이 0%에 가까운 만큼 사실상 상호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은 있다. 또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12일 이번에 발표될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자동차와 의약품은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혔다. ● 美와 정상회담 앞둔 인도 ‘상호 관세’ 핵심 타깃 중 하나 이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상호 관세 발표 일정을 설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의 의미를 “간단히 말해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트럼프발(發) 상호 관세’의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을 나라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노무라와 모건스탠리 등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는 미국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대표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대인도 무역적자는 456억 달러(약 66조1000억 원)에 달한다. 인도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평균 세율은 미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세계무역기구 통계를 기준으로 미국은 해외 수입품에 대해 평균 2.2%의 관세를 매기는 반면에 인도는 12%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도 인도의 관세에 대해 문제 인식을 드러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인도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모디 총리가 백악관 회동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모디 총리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부터 전투 차량, 제트엔진 구입 확대를 약속할 것”이라며 “미 농산물 수입과 핵 에너지 투자, 전자, 의료 및 수술 장비, 화학 제품을 포함한 최소 12개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불법 이민자 차단과 관련해서도 협조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美, ‘상호 관세’ 관련 각국과 물밑 접촉 시사 상호 관세가 일부 품목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존슨 하원의장은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호 관세에서 자동차와 제약 산업은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다르게 취급할 몇 가지 범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두 분야가 그중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확실하진 않다. 확인은 백악관에 직접 하라”고 말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상호 관세에서 자동차와 제약을 포함한 네 가지 품목의 예외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2일 “상호 관세는 아직 작업 중”이라며 “모두가 이를 논의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과의 대화는 오늘 아침, 아주 일찍 시작됐다”고 언급해 각국과의 물밑 접촉이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로선 미국과 진행 중인 논의가 없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격하게 올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통상전쟁의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당시에는 저물가-저금리였지만 이번 2기 행정부에선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가 정권 교체에 영향까지 준 상황이다. 세계 각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시작돼 인플레이션이 부활하면 내부 반발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 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플레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로 당선됐다”며 “인플레의 부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높은 인플레는 (인플레를 유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의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美 인플레에 연준 금리 ‘얼음’ 전망 12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 올랐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2.9%)를 웃돈 것으로, CPI가 3%대를 나타낸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5%에 달했는데, 이 역시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에너지 가격(전월 대비 1.1% 상승)과 식료품 가격(0.4%) 상승이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 특히 A급 달걀 가격은 전월 대비 15.2% 오르면서 대형 할인점에서 품절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달걀 가격 상승이 식료품 가격 전체 상승분의 3분의 2를 차지하기도 했다. 좀처럼 재고 부족 문제를 겪지 않는 코스트코 등 대형 할인점에서도 품절 사태가 빚어져 1인당 구매 개수 제한 조치를 시작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했던 인플레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문제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3% 올라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로이터통신은 “기업들이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뜨거운 CPI 발표 직전에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바이든 인플레이션 업(Biden Inflation Up)”이라며 이번 인플레 지표는 전임 행정부 탓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세처럼 금리도 내려야 한다”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1월 미국의 깜짝 물가에 미 연준이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물가 목표에 근접했지만 도달하진 못했다”며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1월 CPI 수치를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sobering)”고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3월 금리 동결 확률이 97.5%까지 치솟았다. 매슈 루체티 도이체방크 수석경제학자는 WSJ에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관세 부과로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면 연준의 대책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 韓,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미 인플레 강세로 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어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까지 더해지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이 2월에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한 뒤 장기간 금리 동결 혹은 인상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조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장하는 등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 상승으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한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잡고,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율적인 재정 정책으로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11일(현지 시간)이나 12일 중 하겠다고 했던 ‘상호 관세’ 발표를 13일로 미뤘다. 12일 미국 백악관은 “13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에 상호 관세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가장 높은 관세를 매기는 나라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두 나라 간 양자회담 직전에 상호 관세를 발표함으로써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이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상호 관세 일정에 대해 이 같이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에 대해 “간단히 말해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노무라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은행들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는 미국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대표적 나라로, 인도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평균 세율은 미국이 인도 상품에 부과하는 것보다 10% 이상 높다. 이 때문에 인도는 상호 관세 적용 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로 꼽혀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과거 인도의 관세율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 대한 미국 상원 인준 심리에서도 인도가 여러 차례 언급됐다. 인도 언론들은 “양자 대화를 앞두고 인도는 미국산 피칸과 같은 특정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30개 이상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미국산 방산 및 에너지 제품 구매를 늘려 상호 관세 타격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한편, 이날 미국 공화당 하원 의장인 마이크 존슨은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호 관세에서 자동차와 제약 산업은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다르게 취급할 몇 가지 범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두 분야가 그 중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확실친 않다”며 “확인은 백악관에 직접하라”고 말했다.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상호 관세에 대해 네 가지 예외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수입 자동차 및 제약 산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상호 관세는 아직 작업 중”이라며 “모두가 이를 논의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과의 대화는 오늘 아침, 아주 일찍 시작됐다”고 말해 다른 국가들과의 물밑 접촉이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미국과 진행 중인 논의가 없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고 필수 직책에만 신규 채용을 허락하는 ‘인력 최적화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11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감축 인원 4명당 최대 1명꼴로만 신규 채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연방정부 구조조정이란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연방정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날 처음으로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나타나 30분간 기자회견을 했다. 머스크는 그간 반복되는 월권 및 위법 논란에 휩싸여 왔지만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사실상 회견을 주도해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고 실세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해충돌 우려를 중심으로 한 자신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매일 항문 조사(proctology test)를 받는 것 같다”고 표현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시사했다.● 아들 목말 태운 채 대통령 옆 30분 회견 이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검은색 모자를 쓴 채 기자들로 가득 찬 오벌오피스에 들어섰다. 특히 자신의 5세 아들 ‘X’(본명 X Æ A-Xii·엑스 애시 에이트웰브)를 데리고 나타나 목말을 태우고 브리핑을 하는 등 여유를 과시했다. X는 회견 내내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주위를 오가며 옹알거렸고, 외신들은 “X가 코딱지를 파서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대통령이 주요 법안과 정책 등에 서명하는 책상)’에 묻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머스크는 책상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서서 그가 서명한 행정명령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 속에 사는 게 아니라 관료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며 “이 관료제는 선출된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이어 “미국은 2조 달러의 적자를 가지고 있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가가 파산할 것”이라며 “연방 지출을 줄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자신에 대한 이해충돌 우려 및 비판에 대해 “투명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중이 잠재적 이해충돌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의 정부기관 폐지와 대규모 공무원 해고에 따라 머스크의 회사들에 대한 연방정부의 조사나 규제가 중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강한 ‘머스크 파워’에 법치주의 위기 우려 이번 행정명령에는 ‘연방 기관 책임자들이 DOGE와 협력하고 협의해 직원 규모를 줄이고 필수 직책에만 채용을 제한할 것’을 명시했다. 머스크에게 더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 또 기관별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신규 채용은 기관을 떠난 직원 4명당 최대 1명꼴로만 허용했다. 단, 국가안보, 공공안전, 법 집행 및 이민법 집행 분야는 채용 제한에 예외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는 능력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우리는 그가 이 일(연방정부 구조조정)을 하기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현재 연방 직원 수는 군인과 우편국을 제외하고도 240만 명이 넘는다”며 “기관도 400개가 넘어 연방지출과 부채의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머스크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회 절차와 법규를 무시한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은 미국 내에서 거센 비판과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이와 관련해 수십 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연방 판사들은 출생 시민권 종식, 재무부 시스템 접근, 연방 직원 사직 유도 등 여러 행정명령에 대해 중단 명령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도 트럼프 행정부의 의학 연구 자금 삭감 및 성소수자 관련 정부 웹페이지 삭제 등 조치에 대해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판사들이 우리가 부패를 찾는 일을 막으려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들은 활동가이거나 매우 정치적인 판사들”이라고 반발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J D 밴스 부통령을 당신의 후계자로 보십니까? 2028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서요.”(미국 폭스뉴스 브렛 베이어 앵커) “아니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차기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밴스 부통령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노(No)’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가 밴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부터 ‘밴스 부통령이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앵커인 베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에 대해 “매우 유능하고 지금까지 환상적으로 일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에겐 매우 유능한 사람이 많고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에 베이어는 재차 “하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시작될 때쯤이면 밴스가 지지를 구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이 대통령 임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막이라고 말한다”며 자신을 칭찬하는 동문서답 격 답을 내놨다. 미국 언론과 누리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부통령 무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에게 배신당했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펜스 전 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인증을 차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펜스 전 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전 부통령을 배신자로 여겨 왔다. 밴스 부통령도 지난달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21년 1·6의사당 난입 때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사면되면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이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원래 밴스 부통령은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당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를 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혐오자’에 가까웠다. 본인을 ‘트럼프 절대 반대자(Never Trump guy)’로 묘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라고 칭한 적도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0일 “밴스 부통령이 2022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가까운 동맹으로 부상했지만 과거 ‘반(反)트럼프 발언’은 여전히 그를 따라다닌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이 자신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고, 다른 공화당 ‘대선 잠룡’들을 자극하기 위해 ‘후계자 지명’에 선을 그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의 백악관 담당 기자인 제프 메이슨은 CNN에 출연해 “후계자 지명은 퇴임, 레임덕 혹은 자신보다 더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밴스 측에 충격을 주고, 다른 공화당 도전자들에게는 ‘나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시니어를 위한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또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처럼 고령자의 금융 피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18년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제303조에 고령자 대상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관계 당국에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민사상·행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13년 일본증권업협회(JSDA)에서 “금융회사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할 때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고령소비자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투자 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와 판매가 보다 더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령자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피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에 초점을 둔 개정안들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금융소비자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과 노인복지법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금융피해의 정의를 명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 의심 사안을 법 집행기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에 사기·횡령·배임 등을 추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적 착취 등 노인학대 의심사례 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J D 밴스 부통령을 당신의 후계자로 보십니까? 2028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서요.”(미국 폭스뉴스 브렛 베이어 앵커)“아니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차기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밴스 부통령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노(No)’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가 밴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부터 ‘밴스 부통령이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앵커인 베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에 대해 “매우 유능하고 지금까지 환상적으로 일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에겐 매우 유능한 사람이 많고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이같이 답했다.이에 베이어는 재차 “하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시작될 때쯤이면 밴스가 지지를 구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이 대통령 임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막이라고 말한다”며 자신을 칭찬하는 동문서답 격 답을 내놨다.미국 언론과 누리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부통령 무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에게 배신당했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펜스 전 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인증을 차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펜스 전 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전 부통령을 배신자로 여겨 왔다. 밴스 부통령도 지난달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21년 1·6의사당 난입 때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사면되면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밴스 부통령이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원래 밴스 부통령은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당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를 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혐오자’에 가까웠다. 본인을 ‘트럼프 절대 반대자(Never Trump guy)’로 묘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라고 칭한 적도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0일 “밴스 부통령이 2022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가까운 동맹으로 부상했지만 과거 ‘반(反)트럼프 발언’은 여전히 그를 따라다닌다”고 전했다.밴스 부통령이 자신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고, 다른 공화당 ‘대선 잠룡’들을 자극하기 위해 ‘후계자 지명’에 선을 그엇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의 백악관 담당 기자인 제프 메이슨은 CNN에 출연해 “후계자 지명은 퇴임, 레임덕 혹은 자신보다 더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밴스 측에 충격을 주고, 다른 공화당 도전자들에게는 ‘나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10일(현지 시간) 발표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또 “11일이나 12일 중에 매우 상세한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그 효력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 관람을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내일 철강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모든 국가가 대상이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루미늄도 마찬가지이며 (트럼프 1기 때 관세율인) 10%가 아닌 25%”라고 덧붙였다. 상호 관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130%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에 아무것도 부과하지 않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모든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와 비슷한 관세가 있는 곳들이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율이 0%에 가까운 한국 등에는 상호 관세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중국은 베이징 시간 기준 10일 0시 1분을 기점으로 일부 미국산 수입 품목에 대한 10∼15%의 보복 관세를 발효했다. 4일 미국이 중국에 10%의 보편 관세를 추가 부과한 것에 따른 조치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미국의 3대 교역국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겨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다양한 업종과 다른 주요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10일)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화요일(11일)이나 수요일(12일)에는 ‘상호 관세’의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이후에도 관세 부과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8일경 반도체, 석유, 가스 등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또 다음 달 초에는 25%의 관세 부과 직전 30일의 유예 기간을 줬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될지 여부도 결정된다. 4월 1일에는 미 정부의 글로벌 무역적자 현황 보고서 제출이 예정돼 있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릴레이 관세 공습’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의 격화 및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기 때보다 더 빠르고 거세진 철강·알루미늄 관세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 예고는 트럼프 1기 행정부(2017년 1월∼2021년 1월) 때의 행보와 닮아 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 우선주의 정책’ 아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가장 먼저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제조업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제품 중 하나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에 생산 시설이 몰려 있다는 특징이 있다. 2018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업체들이) 우리 공장과 일자리를 파괴했다”며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1기 때보다 한층 강화된 조치란 평가가 나온다. 당시에는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었지만 이번에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예외 없이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1기 때는 백악관 내부에서도 ‘철강 관세가 자동차 업계 등의 생산비용을 높여 결국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금은 백악관을 포함한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전쟁 확전’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딱히 없다.● 계속되는 관세 폭탄 예고… 커지는 인플레 우려 이런 가운데 이르면 다음 주 중 반도체, 의약품, 구리, 석유 및 가스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2월 18일경부터 반도체, 석유, 가스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연방하원 공화당 콘퍼런스에서도 “관세를 통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컴퓨터 칩, 반도체, 의약품 등 필수 상품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밝혀 관세 부과 및 인상 정책이 계속 추진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4월 1일로 마감 시한이 정해진 미국 정부의 이른바 ‘무역 적자 보고서’에도 전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 우선 통상 정책’ 각서에 서명했다. 또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미 무역대표부(USTR) 등 주요 부처가 함께 미국의 무역 적자 상황 및 대응책을 파악해 이날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선 한국과 일본 등 대(對)미 수출을 통해 큰 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조치가 4월 1일을 계기로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미국에선 관세를 통한 생산시설 이전 유도 및 일자리 창출 효과 이상으로 제품 비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성장을 위협하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심화시킨 인플레이션을 없애겠다는 그의 선거 공약을 훼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통상정책)는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이 세계적으로 펼쳐지면 나선형(반복된다는 뜻) 통상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다.”(워싱턴포스트·WP) 최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방식으로 연방정부 구조조정 및 국가 데이터 확보에 나선 가운데 그의 최종 목표가 기술로 정부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8일 WP는 “머스크는 ‘훨씬 작고 약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구체화했다”며 “그의 팀은 수천 개에 달하는 공공 기능을 통제하고, 자동화하며, 대폭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머스크가 인수합병을 통해 얻은 기업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였듯, 미국의 정부 조직 또한 그렇게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 데이터 확보해 기술로 구조조정 최근 머스크가 이끄는 DOGE 직원들은 재무부, 노동부, 국방부, 교육부를 비롯한 여러 핵심 연방 기관에 배치돼 부처별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구조조정 대상을 분류 중이다. WP에 따르면 그가 이끄는 DOGE의 ‘정부 침투 전략’은 대부분의 부처에서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먼저 부처나 기관의 수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성파를 앉히고, 민감한 기밀 정보를 포함한 내부 데이터를 확보한 뒤, 정부 예산을 통제하는 것이다. WP는 “그런 다음 합법적이든 아니든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이념에 일치하지 않는 일자리와 프로그램을 없애고 있다”고 분석했다. WP에 따르면 DOGE 직원들은 매우 빠르게 각 정부 부처의 핵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보안 프로토콜을 무시하고 정부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기도 한다. 특히 WP는 DOGE 직원들이 기존 공무원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 활용’에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이들은 방대한 양의 정부 기록과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도구에 입력해 원치 않는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있다”며 “인간의 어떤 작업을 AI나 머신러닝, 또는 로봇으로 대체할지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DOGE 직원들은 교육부의 재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 AI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폐지하겠다”고 수차례 언급한 부처다. 조달청에 파견된 DOGE 직원들 역시 간부들에게 “대부분의 작업을 자동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DOGE는 미국의 모든 정부 지출 내역이 담긴 재무부 시스템부터 수백만 미국인의 의료 및 재무 기록이 담긴 노동부 데이터 등 전방위적으로 정부의 주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 연방정부 직원도 기업 스타일로 해고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현 X)를 인수했을 때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그는 트위터 인수 일주일 만에 대량 해고를 시작해 전체 직원의 75%를 잘랐다. 공격적 해고와 동시에 자발적 퇴사를 유도해 7500명 규모였던 트위터 직원을 인수 5개월 만에 1500명 수준으로 줄였다. 테슬라에서도 여러 차례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또 그가 운영하는 모든 회사는 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정부 구조조정에서도 전체 연방정부 직원 230만 명 중 1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근 일종의 ‘희망 퇴직’ 유도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약 5만 명만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자발적 퇴직 인원이 목표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부처별 대량 해고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WP는 “부처별로 신속한 해고를 위해 성과가 나쁜 직원을 파악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백악관이 일부 부처와 기관의 자금을 최대 60%까지 삭감하는 예산안 준비에도 돌입했다”고 전했다. 한편, 7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머스크 CEO에게 국방부와 교육부 등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지출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목표물을 골라 검토하도록 했다”며 “그들(DOGE)이 엄청난 양의 사기, 남용, 낭비 등 이런 모든 것들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