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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20∼30여 명이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을 넘어온 9일 낮 12시 반은 우리 정부가 북한 ‘오물 풍선’ 3차 살포에 대한 상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뒤 준비하던 시점이었다. 그 30분 후 정부는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공식 발표한 뒤 오후 5시부터 방송을 북한 지역으로 송출했다. 그런 만큼 북한군 다수가 동시에 이날 비무장지대(DMZ) 깊숙하게 들어와 MDL까지 넘어온 건 우리의 대북 확성기 동향을 밀착 감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 북측 감시초소(GP)에서 대북 확성기를 감시할 때 수풀이 시야를 방해할 수 있어 미리 방해 요소를 제거하려고 했을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선 북한이 확성기 포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시야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2015년 8월 북한군은 경기 연천에 설치된 우리 대북 확성기 주변을 포격한 바 있다. 이번에 북한군이 MDL을 침범한 지역은 연천과 강원 철원 일대였다.● 軍 “단순 침범”…‘국지도발 떠보기’ 관측도 일단 우리 군은 북한군이 의도치 않게 MDL을 침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DMZ 내 북측 지역에 수풀이 우거져 있어 북한군이 MDL 표시를 보지 못해 실수로 넘어왔다는 설명이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최근 격화된 남북 대치 국면으로 볼 때 단순 침범으로 단정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단순 침범으로 평가한 다른 정보도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도 “매년 5, 6월이면 DMZ 내에 수풀이 많이 자라 시야 확보가 어려워 북한군이 벌목이나 제초 작업을 한다”면서 “이런 작업을 하다가 넘어온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단순 추측이 아니라 대북 감청 정보 등 구체적인 정보를 종합해 평가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 MDL 침범에 앞서 북한은 오물 풍선 테러를 연이어 감행했고, 우리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날 실제 방송 송출을 불과 4시간 반 앞두고 북한은 MDL을 침범했다. 북한군은 4월부터 하루에 수백∼수천 명에 달하는 병력을 휴전선 일대에 투입해 지뢰도 매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이번 MDL 월선은 벌목과 제초 작업으로 가장한 북한의 의도적인 침범이자 도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이 지뢰 도발 등 국지 도발 감행에 앞서 우리 군 경계 태세를 떠보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은 이번 MDL 침범 11시간 후 “우리(북한)의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새로운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협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7월 북한군 10여 명은 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 경고사격에 별다른 대응 사격 없이 돌아갔다”면서 “이 사건 20여 일 후 DMZ에서 목함 지뢰 도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MDL 침범은 DMZ 내 도발의 전조일 수 있다”고 했다. 2015년 7월에도 당시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의 휴전선 침범에 대해 MDL 표시 확인 작업을 하던 중 넘어온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틀 지나서야 침범 사실 공개 이번에 북한군 대부분은 도끼와 곡괭이 등 작업 장비를 들었고, 소수 인원만 소총으로 무장했다고 군은 밝혔다. 2015년 7월 MDL 침범 당시엔 북한군 전원이 소총으로 무장한 바 있다. 다만 이렇게 무장을 최소화한 게 오히려 우리 군 경계를 느슨하게 하려는 계산된 행동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 당국이 북한군 침범 사실을 이틀이 지난 11일 공개한 배경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 오물 풍선 살포와 우리 확성기 방송 재개 대응 등으로 남북 무력 충돌 위험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해 군이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군은 전방 지역 10여 곳에 확성기 40여 개를 9, 10일 이틀에 걸쳐 모두 설치했다. 이와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단순 해프닝이어서 굳이 (북한군의 침범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면서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9일 경고사격이 있었다는 내용이 확산돼 기자들 문의가 이어져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은 긴장 조성과 염탐을 위해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왔다. 육상과 해상의 접적 지역에서 단순 월선을 가장해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떠본 뒤 기습 도발로 허를 찌른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2002년 6월 29일에 발생한 제2연평해전이다. 당시 북한 경비정의 연이은 서해 NLL 침범에도 군은 어선 단속 과정의 우발적 월선으로 속단했다. 북한 경비정이 아군 고속정을 선제 포격하는 기습도발 뒤에야 군은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 20여 일 전 북한군 10여 명이 강원 철원 인근 MDL을 침범했다가 아군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것도 ‘도발 예행연습’으로 볼 수 있다. 최전방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킨 뒤 우리 군의 대응을 도발 구실로 삼는 것도 전형적 수법이다. 2022년 10월 북한 상선이 백령도 인근 서해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 경고사격을 받고 되돌아갔다. 이후 북한군은 ‘남측이 해상완충구역을 침범했다’며 방사포 10발을 NLL 인근으로 쐈다. 의도적으로 NLL을 넘어와 우리 군의 대응을 유도한 뒤 적반하장 격으로 방사포를 발사해 더 큰 도발의 명분을 쌓은 것. 지난해 4월엔 북한 경비정 1척이 백령도 인근 서해 NLL을 침범하기도 했다.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 고속정의 10여 차례 경고방송을 무시한 채 남하하다가 기관포 경고사격을 받고서야 북상했다. 일각에선 가시거리가 90m에 그쳐 중국 어선을 쫓는 과정에서 단순 월선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조업 단속을 빌미로 우리 군의 NLL 경계태세를 떠보고, 차후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렸다. 이 밖에도 2014년 10월엔 북한군 20여 명이 MDL 북쪽 50m 지점까지 접근했다가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하자 대응사격을 하면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은 MDL과 서해 NLL에서 항시 ‘기만 전술’로 우리 군을 겨냥한 기습도발을 노리고 있다”며 “단순 월선으로 가장한 북한군의 사소한 동향도 예사로 넘겨선 안 된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최근 살포한 ‘오물 풍선’ 중 2개가 대통령실 코앞인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과 전쟁기념관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가 침범해 논란이 됐던 비행금지구역(P-73) 내에 이번엔 오물 풍선이 잇따라 떨어진 것. P-73은 대통령실 인접 건물을 중심으로 반경 약 3.7km에 설정돼 있다. 전날(9일) 오후 우리 군이 6년 만에 전격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반발해 북한은 같은 날 밤 4차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특히 대남 오물 풍선 중 일부는 대통령실 인근으로까지 날아 들었지만 군 당국은 일단 10일 확성기 방송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풍선 규모가 크게 늘지 않은 데다 북한 도발에 일일이 ‘핑퐁’ 대응하는 데 따른 부담감도 적지 않은 만큼 일단 숨을 고른 것으로 풀이된다.● 용산 비행금지구역 중심부 떨어져 10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이 8일 밤부터 3차 살포한 풍선 330여 개 중 1개가 다음날 용산어린이정원에 낙하했다. 풍선 내용물은 어린이정원과 여기에 맞닿은 국립중앙박물관 주차장에서 상당수 발견됐다고 한다. 이후 북한이 9일 밤 4차 살포한 풍선 310여 개 중 1개는 전쟁기념관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시설 모두 북한의 공중 위협 등으로부터 대통령실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인 P-73 중에서도 비교적 중심부에 있다. 전쟁기념관과 대통령실은 직선으로 불과 500m 거리다. 어린이정원은 대통령실 앞마당이나 다름없다. 풍선 내용물이 발견된 박물관과 맞닿은 곳 기준으로 약 600m 떨어져 있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P-73 내로 들어올 당시엔 우리 군이 이 사실도 인지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번엔 군이 해당 풍선들을 조기 식별해 이동경로를 추적 감시한 뒤 수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경호처도 수도방위사령부와 공조해 대응 작전을 수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용산구에선 용산구청 옥상, 이태원역 인근 등에서 풍선 추락 신고가 잇달아 접수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서 직선거리로 약 1.2∼1.5km 떨어진 곳으로 역시 비행금지구역 내다. ● “우발적 충돌 막도록 상황 관리해야”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전략적, 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확성기 방송) 작전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남북이 단기간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고받아 군사적 긴장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우리 정부 내부에 있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수위를 넘는 도발에 나서면 그만큼 돌려주는 비례 대응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남북 간) 전방에서 우발적 충동 등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갈 필요성은 있다”고 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늘지 않았고 내용물도 거름 등을 빼는 등 수위 조절을 한 듯한 모습도 우리 정부가 이날 확성기 방송을 일단 자제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나선 만큼 국내 상황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정부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풍선을 살포할 때마다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서면 북한이 주도하는 유치한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된 일부 민간 단체들에 이달 초 비공식적으로 살포 연기 등을 언급하는 등 소통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살포 자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현 남북 상황을 감안해 달라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민간 단체와 소통은 늘려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북한이 최근 살포한 ‘오물 풍선’ 중 2개가 대통령실 코앞인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과 전쟁기념관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가 침범해 논란이 됐던 비행금지구역(P-73) 내에 이번엔 오물 풍선이 잇따라 떨어진 것. P-73은 대통령실 인접 건물을 중심으로 반경 약 3.7km에 설정돼 있다. 전날(9일) 오후 우리 군이 6년 만에 전격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반발해 북한은 같은 날 밤 4차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특히 대남 오물 풍선 중 일부는 대통령실 인근으로까지 날아 들었지만 군 당국은 일단 10일 확성기 방송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풍선 규모가 크게 늘지 않은 데다 북한 도발에 일일이 ‘핑퐁’ 대응하는데 따른 부담감도 적지 않은 만큼 일단 숨을 고른 것으로 풀이된다.● 용산 비행금지구역 중심부 떨어져10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이 8일 밤부터 3차 살포한 풍선 330여 개 중 1개가 다음날 용산어린이정원에 낙하했다. 풍선 내용물은 어린이정원과 여기에 맞닿은 국립중앙박물관 주차장에서 상당수 발견됐다고 한다. 이후 북한이 9일 밤 4차 살포한 풍선 310여 개 중 1개는 전쟁기념관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시설 모두 북한의 공중 위협 등으로부터 대통령실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인 P-73 중에서도 중심에 있다. 전쟁기념관과 대통령실은 직선으로 불과 500m 거리다. 어린이정원은 대통령실 앞마당이나 다름없다. 풍선 내용물이 발견된 박물관과 맞닿은 곳 기준으로 약 600m 떨어져 있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P-73 내로 들어올 당시엔 우리 군이 이 사실도 인지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 다만 이번엔 군이 해당 풍선들을 식별해 이동경로를 추적 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경호처도 수도방위사령부와 공조해 대응 작전을 수행했다.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용산구에선 용산구청 옥상, 이태원역 인근 등에서 풍선 추락 신고가 잇달아 접수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서 직선거리로 약 1.2~1.5km 떨어진 곳으로 역시 비행금지구역 내다. ● “우발적 충돌 막도록 상황 관리해야”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전략적, 작전적 상황 따라 융통성 있게 (확성기 방송) 작전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이를 두고 남북이 단기간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고 받아 군사적 긴장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우리 정부 내부에 있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수위를 넘는 도발에 나서면 그만큼 돌려주는 비례 대응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남북 간) 전방에서 우발적 충동 등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갈 필요성은 있다”고 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늘지 않았고 내용물도 거름 등을 빼는 등 수위 조절을 한 듯한 모습도 우리 정부가 이날 확성기 방송을 일단 자제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나선 만큼 국내 상황을 관리해야할 필요성도 정부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풍선을 살포할 때마다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서면 북한이 주도하는 유치한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고 했다.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된 일부 민간 단체들에 이달 초 비공식적으로 살포 연기 등을 언급하는 등 소통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살포 자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현 남북 상황을 감안해달라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민간 단체와 소통은 늘려갈 수 있다”고 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9일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지 4시간 만인 오후 5시, 휴전선 인근 접경 지역에서 북한 동포를 향한 방송이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실과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자유의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인사로 시작된 이날 방송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중단, 철거된 지 6년 만에 재개된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은 우리 군이 제작하는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고출력 확성기로 재송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BTS 노래-北 인권 실태 송출 이날 방송 초반부에선 앞서 4일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를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 전면 효력 정지시킨 사실도 알렸다. 당시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한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의 육성도 직접 들려줬다. 이어 방송은 한미일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 이사회에서 북핵 프로그램 등을 규탄한 소식을 알리는 등 북한의 실상을 고발했다. 방송에선 외부에서 유입된 드라마 등 영상물 시청을 북한 당국이 단속해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 등 인권 실태도 언급했다. 방송은 “삼성전자의 지능형 손전화기(스마트폰)가 전 세계 38개국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 등 한국의 발전상도 알렸다. 또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노래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봄날 등도 연이어 흘러나왔다. 북한군 내 MZ세대가 많고,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BTS가 알려져 있는 만큼 이렇게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2018년 철거 전 최전방 지역에 설치돼 있었던 고정식 방송 장비 24개와 이동식 장비 16개 가운데 상당수를 다시 설치했다. 그중 이동식보다 방송 출력이 강해 밤 기준 휴전선 이북 30km 넘는 지역까지 들리는 고정식 확성기 일부로 우선 방송을 시작했다. 실제 방송을 한 확성기는 5개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날 우선 2시간 동안 대북 확성기 위력을 본보기로 보여 준 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면 재가동 확성기 수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군 당국은 확성기 방송에 앞서 지난주에는 전방지역에서 확성기 점검 및 이동, 설치, 운용 절차 숙달 등으로 이어지는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비공개로 실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대북방송 재개 결정에 대비해 명령만 떨어지면 즉각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영상까지 공개했다. 이 훈련이 실시된 건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군, 북한의 확성기 조준 도발에 대비 이날 확성기 방송은 2시간만 이어졌지만 군은 방송을 재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 당국이 크게 동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확성기 방송을 듣고 귀순한 북한 병사도 속출했던 만큼 북한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면서 총상을 입은 북한군 오청성 씨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 등이 나온 확성기 방송으로 한국 가요를 즐겨 들으며 한국 사회를 동경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씨 외에도 북측 전방지역에서 근무하다 귀순한 북한군이 귀순 결심 계기 중 하나로 확성기 방송을 언급해 왔다. 정부가 그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며 여러 차례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라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운태 전 육군참모차장(원광대 석좌교수)은 “과거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최신 인기 가요를 틀면 북한군이 어깨를 들썩이거나 발장단을 맞추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자산에 자주 포착됐다”며 “확성기 방송이 북한군의 사상과 감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라고 했다. 군 당국은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계기로 북한이 확성기를 조준해 사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북한 동향을 주시하며 대비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 지뢰로 도발한 것에 대한 상응 조치로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20일 확성기 부근에 2차례 포사격을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9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고 “북한이 대북방송을 빌미로 직접적으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8일 밤~9일 오전 대남 ‘오물 풍선’ 테러를 기습 재개하자 정부가 9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전격 재개했다. 이에 북한은 이날 밤 다시 오물 풍선을 한국으로 날려보낸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담화를 내고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할 것”이라며 오물풍선과 다른 방식의 추가 도발을 위협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북한의 오물 풍선 테러에 맞서 정부가 4일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를 효력 정지시키고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고, 이에 반발해 북한이 또 오물 풍선을 날리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은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전방 지역의 국지적 무력 충돌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군은 이날 고정식·이동식을 합쳐 사용 가능한 대북 확성기 40여 대 중 상당수를 전방에 설치했고, 그중 5대 이내 고정식 확성기로 이날 오후 5시부터 2시간가량 방송했다. 대북 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를 고출력 확성기로 재송출한 이날 방송에는 한국의 발전상과 북한 인권 실태, 방탄소년단(BTS) 노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군은 일단 이날 한시적으로 방송을 실시한 뒤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이후 오후 9시 40분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추정)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면 방송 횟수·시간을 늘리고 북한이 더 민감하게 여길 내용으로 수위도 높여나갈 방침을 우리 정부가 정했지만 북한은 방송 재개 당일 오물 풍선 살포로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어 김여정은 이날 밤 담화에서 “우리의 대응 행동(오물풍선 살포)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국경 지역에서 확성기 방송 도발이 끝끝내 시작된 것”이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의 전주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쉴 새 없이 (오물풍선의) 휴지를 주어 담아야 하는 곤혹은 대한민국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대북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방송까지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NSC 상임위 직후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관해 확성기 방송 실시를 빌미로 북한이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이날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33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띄운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현재까지 우리 지역에 낙하된 것은 80여 개”라고 전했다.앞서 정부와 군은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하면 대북 확성기를 즉각 설치하되 방송 재개는 북한 도발에 따른 우리 인명·재산 피해 수준이나 여론 등을 살피며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 정부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하기로 한 건 짧은 기간에 연쇄 도발을 이어온 북한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할 시점이라고 판단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확성기 방송을 한다고 하고 실제 아무 조치도 안 하면 (북한에) 추가 도발 여지를 줄 것이라 봤다”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9일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지 4시간 만인 오후 5시, 휴전선 인근 접경 지역에서 북한 동포를 향한 방송이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실과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자유의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인사로 시작된 이날 방송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중단, 철거된 지 6년 만에 재개된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은 우리 군이 제작하는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고출력 확성기로 재송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BTS 노래-北 인권 실태 송출이날 방송에선 초반부에는 앞서 4일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를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 전면 효력 정지시킨 사실도 알렸다. 당시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한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의 육성도 직접 들려줬다. 이어 방송은 한미일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 이사회에서 북핵 프로그램 등을 규탄한 소식을 알리는 등 북한의 실상을 고발했다. 방송에선 외부에서 유입된 드라마 등 영상물 시청을 북한 당국이 단속해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 등 인권 실태도 언급했다. 방송은 삼성전자의 지능형 손전화기(스마트폰)가 전 세계 38개국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 등 한국의 발전상도 알렸다. 또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노래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봄날 등도 연이어 흘러나왔다. 북한군 내 MZ세대가 많고,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BTS가 알려져 있는 만큼 이렇게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2018년 철거 전 최전방 지역에 설치돼 있었던 고정식 방송 장비 24대와 이동식 장비 16대 대부분을 다시 설치했다. 그중 이동식보다 방송 출력이 강해 밤 기준 휴전선 이북 30km 넘는 지역까지 들리는 고정식 확정기 일부로 우선 방송을 시작했다. 실제 방송을 한 확성기는 5개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날 우선 2시간 동안 대북 확성기 위력을 본보기로 보여 준 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면 재가동 확성기 수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군 당국은 확성기 방송에 앞서 지난주에는 전방지역에서 확성기 점검 및 이동, 설치, 운용 절차 숙달 등으로 이어지는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비공개로 실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대북방송 재개 결정에 대비해 명령만 떨어지면 즉각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영상까지 공개했다. 이 훈련이 실시된 건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군, 북한의 확성기 조준 도발에 대비이날 확성기 방송은 2시간만 이어졌지만 군은 방송을 재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 당국이 크게 동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확성기 방송을 듣고 귀순한 북한 병사도 속출했던 만큼 북한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면서 총상을 입은 북한군 오청성 씨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 등이 나온 확성기 방송으로 한국 가요를 즐겨 들으며 한국 사회를 동경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씨 외에도 북측 전방지역에서 근무하다 귀순한 북한군이 귀순 결심 계기 중 하나로 확성기 방송을 언급해 왔다. 정부가 그간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며 여러 차례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라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여운태 전 육군참모차장(원광대 석좌교수)은 “과거 대북확성기 방송으로 최신 인기 가요를 틀면 북한군이 어깨를 들썩이거나 발장단을 맞추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자산에 자주 포착됐다”며 “확성기 방송이 북한군의 사상과 감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라고 했다.군 당국은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계기로 북한이 확성기를 조준해 사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북한 동향을 주시하며 대비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 지뢰로 도발을 했고, 뒤이어 20일 서부전선 확성기 부근에 2차례 포사격도 한 바 있다.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9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고 “북한이 대북방송을 빌미로 직접적으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 20만 장을 북한에 살포한 6일 우리 군 당국은 정찰 자산을 동원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할 가능성이 큰 ‘부양 원점’을 중심으로 집중 감시에 나섰다. 북한이 앞서 2일 대북전단 살포 시 오물 풍선으로 “100배 대응”에 나서겠다고 위협한 만큼, 군은 수일 내 대규모 오물 풍선 살포나 다른 형태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풍향을 보며 오물 풍선 3차 살포 디데이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군 내부에서는 북풍이 불기 시작하는 9일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번 주말 북한 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는 만큼, 풍향 외 기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등으로 해안포 집중 사격에 나서는 등 다른 방식으로 기습 도발을 해올 가능성도 군은 주시하고 있다.● 확성기 방송에 “오물 풍선 저급” 포함 앞서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며 대북전단 살포 시 오물 풍선을 다시 날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일단 북한은 언제든 오물 풍선 테러에 나설 준비는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풍선 수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동향이 파악됐다”며 “명령만 있으면 수 시간 안에 대량 제작이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또 “(최근 날린) 오물 풍선보다 더 많이 장기간에 걸쳐 살포하거나 다른 내용물을 매달아 날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각종 기구 3500여 개를 이용해 휴지쓰레기 15t을 한국 국경 부근과 수도권 지역에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오물 풍선 3차 살포를 감행하면 대북 확성기를 전방에 즉각 설치한다는 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물 풍선 도발 수위에 따라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 등 법적 절차 마무리→확성기 설치→방송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대응책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날리면 바로 2단계 확성기 설치 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것. 4일 9·19 합의 효력을 정지시킨 만큼 법적으론 언제든 확성기 방송 재개가 가능하다.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3차 살포로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발생해 여론이 악화하면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3단계 조치를 2단계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실시할 수도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설치 이후 시간을 두고 실제 방송 재개 여부를 결정할지, 설치와 동시에 방송을 할지는 북한 행태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담을 콘텐츠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방송에는 오물을 실어 보내는 북한의 비정상적이고 저급한 행태를 북한 주민에게 상세하게 알리는 동시에 이런 테러 행위를 민간이 아닌 김정은 정권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비중 있게 포함됐다고 한다.● 北, 서해상 포사격 도발 관측도 군 당국은 북한이 오물 풍선이 아닌 다른 형태의 도발을 감행하거나 오물 풍선 살포와 다른 도발을 동시에 감행하는 ‘복합 도발’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서해에서 포격 등으로 해상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앞서 1월 9·19 합의에 명시된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 내로 사흘에 걸쳐 400발의 포격을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당시 도발로 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은 이번에 9·19 합의 효력 정지가 이뤄지기 전부터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 정부가 오물 풍선 맞대응 카드로 확성기 방송을 거론한 만큼 확성기 방송 재개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이미 무력화된 해상에서의 추가 도발로 우리 정부 반응을 떠보려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 일각에선 북한이 비닐 속에 대남 전단이나 오물을 넣어 강과 바다로 보내는 방식으로 오물 살포 공간을 공중에서 해상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 테러에 나서면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를 즉각 설치한다는 방침을 우리 군이 세운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군은 오물 풍선 재살포의 피해 규모 등에 따라서는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즉시 방송 재개’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새벽 탈북민단체는 대북 전단 20만 장을 실은 풍선 10개를 북한에 살포했다. 북한은 앞서 대남 오물 풍선 세례를 퍼붓다가 돌연 2일 밤 ‘잠정 중단’ 담화를 내고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 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군은 대북 전단을 빌미로 북한이 오물 풍선 테러 등 대규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북한 도발 시나리오에 따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대응 태세를 집중 점검했다. 정부는 앞서 북한의 오물 풍선 테러에 대응해 4일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시켰다.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북한이 대규모 보복 조치에 나서고, 우리 군의 맞대응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 수위가 벼랑 끝까지 고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0시∼오전 1시 사이에 김정은의 망언을 규탄하는 대북 전단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군도 이 풍선들을 포착했고 일부가 북한 상공으로 날아간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며 강제 제지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지난 오물 풍선 테러 때 3500개를 날려 보냈다고 밝힌 만큼 군은 조만간 오물 풍선이 집중 살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시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오물 풍선 테러를 겨냥해 “서해상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민단체, 1달러 2000장-나훈아 노래 담은 USB 보내“예보 보면 오늘은 평양까지 보낼수도”정부 “살포 자제 공식 요청은 어려워”6일 오전 1시 경기 포천의 한 야산. 대형 비닐 봉투를 매단 풍선 10개가 하늘 위로 떠올랐다. 비닐 봉투에는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이라고 주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규탄하는 대북전단 20만 장이 담겼다. 1달러짜리 지폐 2000장과 가수 나훈아와 임영웅의 트로트 음악, 드라마 ‘겨울연가’ 영상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도 들어있었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앞서 예고한 대로 이날 북한에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동아일보에 “5일 밤 12시부터 6일 오전 1시 사이 포천에서 대북전단 20만 장을 10개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이 사과하지 않는 한 사랑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의 편지, 자유의 편지인 대북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북전단 살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도 했다. 다른 탈북민 단체들도 풍향, 풍속 등을 살피며 조만간 북한에 대북전단 등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 “당일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도 “예보를 보면 7일에는 평양이나 강원도 쪽으로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북한의 실상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건 (북한 지역에 불이 꺼진) 야밤의 한반도 위성사진”이라며 대북전단과 한반도의 야간 모습 등이 찍힌 위성사진을 풍선에 매달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도 “대북전단 10만 장과 초코파이, 라디오 방송이 담긴 USB메모리 등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으로 보내는 ‘쌀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는 박정오 사단법인 큰샘 대표 역시 7일 인천 강화 지역에서 북한으로 쌀 500kg이 담긴 페트병을 띄워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일단 정부는 대북전단 등을 살포하는 탈북민 단체들에 대해 “자제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유관 기관 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황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제69회 현충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국군 의장대가 도열하고 군악대 연주 속에 참석자들을 일일이 영접한 윤 대통령은 “정부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게 최고의 예우로 보답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는 제복 근무자들의 노고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찬에는 6·25전쟁 학도병 등 참전유공자, 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전 참전용사, 6·25 유해 발굴 유족, 순직 군인·경찰·소방공무원 유족 등 160여 명이 초청됐다. 오찬 테이블에는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참석자 성명을 자수로 새겨넣은 냅킨이 개인별로 배치됐다.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박동군·박차생 참전용사, 고 전병섭 하사의 조카 전춘자 씨 등도 함께했다. 장남인 전병섭 하사를 비롯한 3형제가 6·25전쟁에 참전했으나, 전춘자 씨의 아버지인 차남 전병철 일등중사만 전쟁에서 돌아와 2014년 별세했다. 2021년 뒤늦게 전병섭 하사의 유해가 수습됐고 신원 확인 등을 거쳐 5일 삼남 전병화 이등상사의 묘역에 함께 안장하는 ‘호국의 형제’ 안장식이 거행됐다. 2016년 5월 강풍 피해 현장을 수습하다가 부상당해 치료 중 순직한 허승민 소방위의 배우자 박현숙 씨와 딸 소윤 양은 헤드테이블에 자리했다. 2015년 3월 응급 환자 구조 헬기를 타고 전남 신안군 가거도로 출동했다가 추락 사고를 당한 장용훈 경장의 유족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장 경장의 아들인 우진 군과 파인애플주스로 따로 건배를 나눴다. 우진 군은 “대통령님과의 식사가 기뻤다. 다음에 또 초대해 달라”고 했다. 허 소방위와 장 경장은 동아일보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윤 대통령에게 ‘영웅 제복’을 받았던 손희원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회장은 “멋진 제복을 입고 거리를 걸을 때 국민들이 알아보고 다가와서 인사를 해줘 가슴 벅찬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순직한 권의준 육군 소령의 딸인 소프라노 권소라 씨는 국민의례에서 애국가를 선도하고, 노래 ‘그대 내 친구여’ ‘아름다운 나라’를 부르며 기념공연을 펼쳤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문경=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 20만 장을 북한에 살포한 6일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할 가능성이 큰 ‘부양 원점’을 중심으로 정찰 자산을 동원해 집중 감시했다. 북한이 앞서 2일 대북전단 살포 시 오물풍선으로 “100배 대응”에 나서겠다고 위협한 만큼, 군은 수일 내 대규모 오물풍선 살포나 다른 형태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풍향을 보며 오물 풍선 3차 살포 디데이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군 내부에서는 북풍이 부는 9일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번 주말 북한 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는 만큼, 풍향 외 기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등으로 해안포 집중 사격에 나서는 등 다른 방식으로 기습 도발을 해올 가능성도 군은 주시하고 있다. ● 확성기 방송에 “오물풍선 저급” 포함앞서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며 대북전단 살포 시 오물풍선을 다시 날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일단 북한은 언제든 오물풍선 테러에 나설 준비는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풍선 수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동향이 파악됐다”며 “필요하면 수 시간 안에 대량 제작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또 “(최근 날린) 오물 풍선보다 대규모로 살포하거나 다른 내용물을 매달아 날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휴지쓰레기 15t을 각종 기구 3500여개로 한국 국경 부근과 수도권 지역에 살포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보다 많은 풍선을 더 장기간에 걸쳐 살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앞서선 거름이나 쓰레기 등을 풍선에 매달았지만 향후 다른 오염 물질들까지 매달아 날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오물풍선 3차 살포를 감행하면 대북 확성기를 전방에 즉각 설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오물풍선 도발 수위에 따라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등 법적 절차 마무리→확성기 설치→실제 방송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대응책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4일 9·19 합의 효력을 정지시킨 만큼 언제라도 확성기 방송 재개가 가능하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날리면 바로 2단계인 확성기 설치 카드를 꺼내들겠다는 것.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3차 살포로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발생해 여론이 악화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3단계 조치를 2단계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실시할 수도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설치 이후 시간을 두고 실제 방송을 재개할지, 설치와 동시에 방송을 할지는 전적으로 북한 행태에 달렸다”고 강조했다.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담을 콘텐츠도 마련해놓은 상태다. 방송에는 오물을 실어 보내는 북한의 비정상적이고 저급한 행태를 북한 주민에게 상세하게 알리는 동시에 이런 테러 행위가 민간이 아닌 김정은 정권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도 비중 있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北, 서해상 포사격 도발 관측도군 당국은 북한이 오물풍선이 아닌 다른 형태의 도발을 감행하거나 오물풍선과 동시 도발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서해에서 해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앞서 1월 9·19 합의에 명시된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 내로 사흘에 걸쳐 포 사격 400발을 집중적으로 퍼부은 바 있다. 당시 북한군의 도발로 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은 이번에 9·19 합의 효력 정지가 이뤄지기 전부터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 만큼 일단 해상 도발부터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일각에선 북한이 비닐 속에 대남전단이나 오물을 넣어 강과 바다로 보내는 방식으로 낮은 단계 도발부터 해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6일 오전 1시 경기 포천의 한 야산. 대형 비닐 봉투를 매단 풍선 10개가 하늘 위로 떠올랐다. 비닐 봉투에는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이라고 주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발언을 규탄하는 대북 전단 20만 장이 담겼다. 1달러 짜리 지폐 2000장과 가수 나훈아와 임영웅의 트로트 음악, 드라마 겨울연가 영상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 등도 들어있었다.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앞서 예고한 대로 이날 북한에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동아일보에 “5일 자정부터 6일 오전 1시 사이 포천에서 대북전단 20만 장을 10개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이 사과하지 않는 한 사랑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의 편지, 자유의 편지인 대북 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북 전단 살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도 했다.다른 탈북민 단체들도 풍향, 풍속 등을 살피며 조만간 북한에 대북 전단 등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당일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도 “예보를 보면 7일에는 평양이나 강원도 쪽으로 날려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북한의 실상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건 (북한 지역에 불이 꺼진) 야밤의 한반도 위성사진”이라며 대북전단과 한반도의 야간 모습 등이 찍힌 위성사진을 풍선에 매달아 보낼 것이라고 했다.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도 “대북전단 10만 장과 초코파이, 라디오방송이 담긴 USB 등을 준비 중”이라며 “이달 8~9일 쯤에는 바람 방향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으로 보내는 ‘쌀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는 박정오 사단법인 큰샘 대표 역시 7일 인천 강화 지역에서 북한으로 쌀 500kg이 담긴 페트병을 띄워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페트병 한 개에 쌀 1kg와 1달러를 담고 영화 건국전쟁과 파묘, 찬송가 파일 등이 담긴 USB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일단 정부는 대북전단 등을 살포하는 탈북민 단체들에 대해 “자제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황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 공군의 B-1B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5일 한반도로 날아와 정밀유도장치가 달린 실제 폭탄을 투하하는 실무장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가 한국에서 폭격 훈련을 한 것은 2017년 7월 이후 7년 만이다. 북한의 대규모 ‘오물 풍선’ 테러 등이 이어지자 정부는 4일 9·19 남북군사합의를 전면 효력 정지했다. 효력 정지 하루 만에 미국의 핵심 확장억제(핵우산) 전력인 B-1B까지 이날 전개한 건 북한이 도발하면 한미 연합전력으로 보복 응징하겠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우리 군은 9·19 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5km 이내와 서북도서에서 사격훈련 재개도 예고했다. 이날 군에 따르면 B-1B 1대가 괌 기지에서 한반도로 날아와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전투기, F-15K 전투기 등과 연합 공중훈련을 진행했다. B-1B는 우리 공군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500파운드(약 227kg)급 GBU-38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투하해 지상 모의 표적을 파괴하는 훈련도 했다. JDAM은 재래식 폭탄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관성항법장치(INS) 등 유도 키트를 장착한 정밀유도무기다. 공중 투하 후 최대 28km 밖의 지상 표적을 수m 오차로 타격할 수 있다. B-1B는 GBU-38 JDAM을 최대 48발까지 실을 수 있다. 음속의 1.2배 속도(시속 1530km)로 초음속 비행도 가능하다. 이날 F-15K 2대도 GBU-38 JDAM 투하 훈련에 동참했다.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점검한 것이다. 군은 “이번 훈련에선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와 B-1B가 동시 실사격으로 모의 표적들을 타격했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5일 경기 수원 제10전투비행단(수원기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지휘비행에 나섰다. 7일 공식 퇴역이 예정된 F-4 팬텀 전투기를 타고 이날 우리 공군 주요 전투비행부대의 대비태세를 점검한 것. 이 총장은 지휘비행을 마친 뒤 “팬텀은 모두 퇴역하겠지만 공군은 팬텀에 깃들어 있던 국민의 안보 의지와 염원을 영원히 간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군은 이날 이 총장이 탑승한 F-4E가 수원기지를 이륙해 동서해와 내륙지역을 오가며 지휘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F-15K 조종사다. 이에 이번 F-4E 비행 때 전방석에는 F-4E 비행시간만 1300시간에 달하는 박종헌 소령이 탑승했다. 이 총장은 후방석에 탑승해 전술조치 능력 등을 점검했다. 이날 이 총장이 탑승한 F-4E는 가상 적기 역할을 했고, 공군 청주기지 등 주요 기지에선 F-35A, F-15K, KF-16, FA-50, F-5 등이 출격해 적기를 식별하고 요격하는 훈련에 나섰다. 특히 이 총장이 탑승한 F-4E가 정글 무늬로 도색돼 눈길을 끌었다. 최근 우리 공군은 팬텀의 공식 퇴역을 앞두고 그동안 기여한 팬텀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남아 있는 팬텀 중 2대의 도색을 우리 공군 팬텀의 초창기 모습인 정글 무늬 및 연회색 도색으로 복원한 바 있다. 이날 1시간에 걸친 지휘비행을 마치고 수원기지에 착륙한 이 총장은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오물 풍선 등 적(북한)의 도발 수위와 빈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대응할 수 있는 태세와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969년 처음 국내에 도입된 팬텀 전투기는 7일 수원기지에서 열리는 퇴역식을 끝으로 55년에 걸친 한반도 영공 수호 역사를 마무리한다. 팬텀의 공식 퇴역식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주관한다. ‘하늘의 도깨비’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팬텀 전투기는 1969년 미국의 특별군사원조 형식으로 F-4D 6대가 도입된 것을 시작으로 F-4E, RF-4C(정찰기) 등 총 187대가 운용됐다. F-4D와 RF-4C는 앞서 2010년과 2014년에 각각 퇴역했고, 7일 퇴역식엔 마지막 남은 F-4E 3대가 참가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 공군의 B-1B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5일 한반도로 날아와 실제 폭탄을 투하하는 실무장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가 한국에서 폭격 훈련을 한 것은 2017년 7월 이후 7년 만이다.북한의 대규모 ‘오물풍선’ 테러 등이 이어지자 정부는 4일 9·19 남북군사합의를 전면 효력 정지했다. 효력 정지 하루 만에 미국의 핵심 확장억제(핵우산) 전력인 B-1B까지 이날 전개한 건 북한이 도발하면 한미 연합전력으로 보복 응징하겠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우리 군은 9·19 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5km 이내와 서북도서에서 사격훈련 재개도 예고했다. 이날 군에 따르면 B-1B 1대가 괌 기지에서 한반도로 날아와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전투기, F-15K 전투기 등과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했다. B-1B는 우리 공군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500파운드(약 227kg)급 GBU-38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투하해 지상 모의 표적을 파괴하는 훈련도 했다. JDAM은 재래식 폭탄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관성항법장치(INS) 등 유도키트를 장착한 정밀유도무기다. 공중 투하 후 최대 28km 밖의 지상 표적을 수m 오차로 타격할수 있다. B-1B는 GBU-38 JDAM을 최대 48발까지 실을 수 있다. 음속의 1.2배 속도(시속 1530km)로 초음속 비행도 가능하다.이날 F-15K 2대도 GBU-38 JDAM 투하 훈련에 동참했다.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에 대한 정밀타격 능력을 점검한 것이다. 군은 “이번 훈련에선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와 B-1B가 동시 실사격으로 모의 표적들을 타격했다”고 강조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우리는 분단 국가잖아요. 이분들이 병역을 이행하지 않으면 당장 나라가 위험해지는 거죠. 가장 좋을 나이에 군대에 가서 희생하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경남 창원 성산구에서 안경점 ‘안경이야기’를 운영하는 김경호 씨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라사랑 가게’로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그의 가게 출입문에는 ‘여러분의 병역이행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나라사랑 가게’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 가게에서 현역병 등이 물품을 구매하면 30%를 할인해준다. 김 씨는 “우리 집안은 아버지부터, 나, 아들까지 3대가 모두 현역으로 복무해 2016년 병무청이 선정한 병역명문가가 됐다”며 “병역 이행의 가치를 잘 알기에 주변 자영업자들에게도 ‘나라사랑 가게’로 참여해 병역 이행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나라사랑 가게’ 사업은 병무청이 병역을 성실히 이행하거나 이행 중인 사람들에게 ‘상품(서비스) 가격 할인’ 등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 병역 이행의 자긍심을 고취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8월 중순 시작한 사업이다. 병역 이행자들을 예우하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에 참여 중인 업체는 지난달 말 기준 1136개. 4월 말까지만 해도 705개였는데 매달 참여 업체가 급증하는 추세다. ‘나라사랑 가게’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현역병(상근예비역 포함)과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대체복무자, 해당연도 동원훈련 이수자, 모범 예비군, 병역명문가 소속 병역 이행자다. ‘나라사랑 가게’ 참여 업체는 안경점을 비롯해 병원, 미용실, 카페, 전자제품 유통점, 식당, 테마파크, 휴양림 등으로 다양하다. 할인율은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만큼 5%에서 50%에 달한다. ‘나라사랑 가게’에 참여하는 업체는 병무청 홈페이지에서도 일일이 찾아서 들어가야 하는 페이지에 그 목록이 게재되는 것 외에 어떤 혜택도 없다. 순수하게 선의로 참여하는 셈이다. 충북 청주 청주필한방병원 염선규 원장은 지난해 8월 사업이 시작되자마자 참여 신청을 해 비급여 진료비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염 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군의관으로 전방부대에서 근무해 장병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안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이들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라사랑 가게’ 사업이 시작되자마자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 원장은 이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부터 이미 병역명문가를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병역 이행자들을 예우해왔다. 병무청은 앞으로 전국에 가맹점을 둔 편의점, 치킨 프랜차이즈 등 생활 밀착형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이들 가맹점의 ‘나라사랑 가게’ 참여를 이끌어 병역 이행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나라사랑 가게’ 사업의 목표는 병역을 이행한 모든 이들이 일상 속에서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나라사랑 가게’가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로 가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라사랑 가게’ 참여 업체는 병무청 홈페이지(병역이행안내-나라사랑 가게-나라사랑 가게 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 의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이날 오후 3시부터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이 전면 정지됐다. 9·19합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해병대는 이달 중 서북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 등으로 해상사격 훈련 실시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해병대는 이른 시일 내 훈련 규모와 일정 등을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이 승인하면 9·19합의의 효력 전면 정지 이후 6년 만에 서북도서 일대에서 우리 군의 첫 해상사격 훈련이 이뤄지게 된다. 최전방 육군 부대도 휴전선인 군사분계선(MDL) 5km 이내에서의 실탄 사격과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할 방침이다. 군은 “9·19합의로 제약받아온 MDL과 서북도서 일대에서 우리 군의 모든 군사활동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서해 K-9 자주포 사격 금지 ‘족쇄’ 완전 해제앞서 1월 초 북한이 9·19합의를 위반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포 사격을 하자 해병대는 서북도서의 K-9 자주포로 해상 완충구역에 대응 사격훈련을 했다. 사전 계획된 훈련이 아닌 북한 도발에 대한 맞대응 조치였다. 이를 계기로 해병대는 해상 완충구역이 사실상 무효화됐다고 판단하고, 서북도서 포 전력의 해상사격 계획을 검토해 왔다고 한다. 9·19합의 효력 정지로 6년 만에 해상사격 훈련이 실시되는 것과 관련해 군 소식통은 “훈련 시기는 꽃게잡이 조업이 끝나는 이달 하순이 유력시된다”며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지만 이달 중 실시한다는 방침은 굳어졌다”고 했다. 해병대는 이른 시일 내 합참에 서북도서의 해상사격 계획을 정식 보고하고, 승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K-9 자주포는 북한 바로 코앞에 배치된 서북도서 해병대 전력의 핵심 주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19합의가 체결되면서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는 사격훈련을 하지 못했다. 합의에 해상완충구역에서 해상사격 및 함정훈련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해병대는 지난해까지 서북도서의 K-9 자주포를 화물선이나 바지선에 실어서 경기 파주시 무건리 사격장까지 이동시켜 사격 훈련을 한 뒤 복귀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병력은 여객선이나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무건리 사격장은 직선거리로 각각 약 200km, 약 110km 떨어져 있다.비궁(유도로켓)이나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의 경우 직선거리로 460km가 넘는 해병대 포항 사격장까지 옮겨야 했다. 이들은 북한의 백령도 침투를 저지하는 무기다. 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연간 20억 원 넘는 예산까지 추가로 들어갔다.군 관계자는 “K-9 자주포 등 서북도서의 해병대 포 전력은 북한의 허리와 옆구리를 겨눈 가장 날카로운 비수임에도 9·19합의로 족쇄가 채워졌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9·19합의 효력 정지로 NLL과 서북도서에서 적의 기습 도발 시 즉각적이고 강력한 응징 능력을 5년 9개월 만에 원상회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9·19합의 전부 효력 정지에 대해 “그동안 제약받아온 MDL 일대의 군사 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확성기 방송, 상황 따라 언제든 재개 준비”군은 9·19합의 효력 정지를 빌미로 북한이 다양한 추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1월처럼 북한이 서해 NLL 일대로 포사격 도발에 나설 경우 군은 서북도서 포병 전력으로 즉각 대응 포격에 나설 방침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상황에 따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DL 5km 내에서 사격 등 그간 합의에 묶여 제약됐던 군사 활동이 전반적으로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시 북한이 ‘조준 격파’를 경고하며 최전방에서 이를 시현하는 포격 도발에 나설 가능성 등에도 이미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북한 오물 풍선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국정상황실 등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는 이날 회의를 열고 북한 오물 풍선 살포에 따른 피해 보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기금을 조성해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최근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선 철로 철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철로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연결돼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실제 철로가 놓였다. 앞서 경의선·동해선 육상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봉쇄 조치에 나선 북한이 이번에 철로까지 철거하기로 한 건 남북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겠단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한 바 있다. 정부는 조만간 북한이 개성공단을 지나는 경의선 철로 철거에까지 나선 뒤 이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동해선 북측 철로 구간에 침목을 제거하는 동향이 있다”고 밝혔다. 침목은 선로 하부에 설치하는 구조물로 일정 간격으로 놓여 레일을 지지하고 철도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이처럼 철로 핵심 자재를 뜯어내는 움직임이 향후 더 이상 남북을 잇는 철도 운행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는 상징적인 조치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동아일보 질의에 “최근 동해선 선로에 대한 일부 철거 정황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지난달 일부 전방 부대에 비상경계 근무 명령을 하달한 정황도 포착됐다. 다른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같이 밝히면서 “일부 북한 전방 부대의 경계 시간이 늘거나 인원이 증가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일부 감시초소(GP)들에 무기를 최근 추가로 투입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안을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오후 3시부터 9·19 합의는 전면 효력이 정지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북한은 최근 며칠 사이에 오물을 실은 풍선을 잇달아 우리나라에 날려 보내는 등 지극히 비상식적인 도발을 해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9·19 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서북 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와 천무(다연장로켓) 등 해병대 포병 전력이 이달 중 해상 사격 훈련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北, 육로 이어 철도 완전 단절… 경의선도 철거 나설듯 [남북 강대강 긴장고조]동해선 침목 철거김정은 ‘관계단절 조치’ 마무리 수순철도연결 차관 안갚은채 무단 훼손 북한이 지난달 철도인 동해선 일부 구간에 대한 철거 작업에 전격 착수함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남북을 연결하는 모든 길을 단절해 온 북한의 단계적 조치가 이제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말 각각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향하는 경의선·동해선 육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올해 3월부턴 이 길에 설치된 가로등까지 철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전쟁 중인 교전국’으로 규정하며 대남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또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경의선 우리 쪽(북측) 구간을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 지역의 북남(남북)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관계 단절을 선포했다.북한은 경의선·동해선 육로에 대한 봉쇄 조치에 먼저 착수한 뒤 지난달부터 휴전선인 군사분계선(MDL) 인근 동해선 철로 철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DMZ 인근 이북 철로에 설치된 콘크리트 재질의 침목을 하나둘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경의선과 동해선에는 각각 2003년과 2006년 휴전선을 관통하는 철로가 놓였다. 실제 2007년 5월 북측 금강산역에서 남측 제진역까지 27km 구간에 대한 동해선 철도 시범 운행도 이뤄졌다. 이후 동해선은 실제 운행이 되지 못했다. 경의선의 경우 2007년부터 200여 회에 걸쳐 화물열차는 운행됐으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현지에서 피격 사망하면서 그해 말부터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이렇게 방치된 두 철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살아날 것처럼 보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부산∼두만강으로 이어지는 동해선을 시베리아 철도와 연계하고자 했다. 유라시아와의 북방외교를 강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본 것. 동해선 중 유일하게 단절된 구간인 강릉∼제진 철도 사업도 추진됐다.2018년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에도 “쌍방은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반영됐다. 그해 12월 남북 공동조사단은 동해선 북측 구간인 금강산∼두만강 노선 800km에 대한 점검까지 마쳤다. 하지만 남북 철도 사업은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사실상 중단됐다.정부는 동해선 단절에 나선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경의선 철로까지 철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의 허리를 잇는 두 철로를 자르는 상징적 조치에 나선 뒤 이를 보란듯 공식 선언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이달 하순 개최를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종료된 직후 해상국경선 설정, 남북기본합의서 폐기 등 헌법 개정 세부 내용이 확정될 최고인민회의를 연달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 위원장이 지시한 남북 단절 조치의 일환으로 진행된 동해선·경의선 철로, 육로에 대한 조치 결과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경의선·동해선 철로 및 도로 연결 사업은 과거 한국 정부 차관으로 이뤄졌고 북한은 이후 사실상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향후 북한이 철로 훼손 등을 공식화할 경우 비용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북측 구간 철도와 도로, 역사 건설에 필요한 자재, 장비 등 1억3290만 달러 규모의 현물 차관을 지원한 바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부가 북한의 대규모 ‘오물 풍선’ 연쇄 테러 등을 겨냥한 대응 조치로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 4일 국무회의 상정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9·19 합의는 체결 5년 8개월 만에 전면 무효화된다. 군은 효력정지 후속 조치로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인근 포 사격 및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 전투기의 공대지 실사격 훈련 재개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안에 전방부대 2, 3곳에 대북 확성기 설치도 완료할 계획이다. 북한이 오물 풍선 도발 등에 나서면 이 확성기로 즉시 방송 재개에 나설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3일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합의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조치는 우리 법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른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이라며 “그동안 9·19 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면 추가 상응 조치까지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9·19 합의의 핵심은 남북이 지상·해상·육상에서 실사격 및 야외 기동훈련 등 금지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9·19 합의로 중단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회복한다”며 사실상 합의 전면 파기를 기습 선언했다. 우리 정부가 효력을 전면 정지시키면 군도 MDL 인근과 동·서해 완충수역에서 제약 없이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 군은 세부 훈련 계획과 재개 시기 검토에 들어갔다. 군 소식통은 “대통령실이 3일 밝힌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휴전선 일대 군사훈련 재개 등이 포함될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훈련 규모와 강도를 높여 갈 것”이라고 했다.9·19 남북군사합의남북이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지상·해상·공중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등을 하기로 한 합의. 북한은 지난해 11월 사실상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일 간 ‘초계기 갈등’이 일어난 지 5년 반 만인 1일 양국이 국방수장 회담을 열어 도출한 재발 방지 합의문의 핵심은 소통 강화였다. 2018년 12월 20일 동해상에서 일어난 우리 해군 함정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해상초계기 P-1 간 갈등이 소통 문제로 서로에게 공격 의도가 있다고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양국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함정·항공기 간 안전거리 유지” 합의 대한민국 해군-일본 해상자위대 간 합의문엔 “소통을 위해 CUES(큐스·해상 조우 시 신호 규칙)의 ‘무선통신계획’ 항목상 주파수를 기본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호출 및 응답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큐스는 각국 해군 함정 및 항공기가 해상에서 우연히 만날 경우 안전을 확보하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에서 2014년 합의한 국제 규칙이다. WPNS에는 한미일, 중국 등 25개국이 가입해 있다. 큐스엔 해상 조우 시 사용 가능한 무선통신 주파수 10여 개가 우선순위 없이 나열돼 있다. 초계기 갈등 당시 해군과 해상자위대는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통신을 시도했지만 서로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면서 양측 모두 응답을 듣지 못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주파수 우선순위를 정한 만큼 비슷한 상황에서 소통에 실패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양국 해군(해상자위대) 본부 사이에 구축된 기존 채널을 활용해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이 통신 훈련을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합의문 중 눈길을 끈 건 ‘큐스의 함정·항공기 간 안전거리 유지 항목과 지휘관이 피해야 할 행위 관련 항목을 준수한다’는 부분이었다. 큐스에 규정된 ‘지휘관이 피해야 할 행위’ 중 대표적인 것이 ‘사격 통제 레이더 등의 조준 행위’다. 초계기 갈등 당시 우리 측은 일본 초계기가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고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일본은 우리 측이 사격용 레이더로 초계기를 조준했다고 주장해 왔다. 합의문에 한일 양쪽 입장이 담긴 셈. 한일은 지난해 6월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연 양자 회담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팽팽한 양측 입장을 그대로 두고 갈등을 봉합했는데, 합의문에 큐스 세부 규정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이를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왔다.●“日, 자위대함의 욱일기 게양 요구”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회담 직후 한국 취재진을 만나 “(합의문 도출을 계기로) 한일 신뢰 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일 모두 내부에선 불만이 감지됐다. 해상자위대의 한 간부는 NHK에 “(한일 국방당국 간) 교류가 재개돼도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현장 자위대원에게 앙금이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한일은 회담 직후 공동 발표문을 내고 국방 차관급 회의를 연례화하는 등 국방 당국 간 교류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우리 군 관계자도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합의한 것으로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해 봉합한 갈등이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정부가 회담 준비 과정에서 한국에 해상자위대함의 자위함기 게양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의 요미우리신문 보도도 나왔다. 자위함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旭日)’ 모양을 사용한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측이 강경하게 반대해 합의문에 이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상대국이 있는 협의 내용을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1일 한일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싱가포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