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완

이채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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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정당팀 이채완 기자입니다.

chaewani@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정당43%
정치일반25%
검찰-법원판결10%
대통령8%
국회5%
선거5%
사법3%
지방뉴스1%
  • ‘해피머니’로까지 번진 티메프 사태… 적십자사 33억 물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사에 대해 경찰이 1일 수사에 착수했다. 대한적십자사도 헌혈자 기념품을 위해 이 상품권 33억 원어치를 구매했으나 이 중 대부분은 사용이 정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파는 금융업계로도 번져 결제대행업체(PG사) 등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당장 고객들의 취소 및 환불 금액을 PG사가 떠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된 오픈마켓 정산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사용 정지된 ‘해피머니’에 경찰 수사 착수 해피머니 상품권은 최근 티몬과 위메프 등에서 7% 이상의 높은 할인율로 판매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발발 이후 해피머니 가맹점 대부분이 해피머니를 활용한 결제를 차단하고 나서면서 상품권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해피머니아이엔씨 측은 환불을 진행해왔으나 지난달 30일 돌연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된 상품권과 해피캐시에 대한 환불을 중단했다.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날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류승선 해피머니아이엔씨 대표에 대한 고소장 6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고소인 6명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약 500만 원이지만 현재 해피머니 피해자들이 만든 소셜미디어 채팅방 접속자만 2000명이 넘어 고소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적십자사 역시 헌혈자 기념품으로 올해 해피머니 상품권 약 33억 원 규모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그간 헌혈한 뒤 받아 모아둔 해피머니 상품권이 휴지 조각이 됐다며 한탄하는 게시물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후 받은 나누미가 그려진 해피머니 상품권에 대해서는 다른 기념품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파고가 거세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티몬·위메프는 PG사에 상품권·여행 상품을 제외한 일반 물품 배송 관련 정보를 전달해 이날부터 결제 취소가 시작됐다. 문제는 티몬·위메프 기업회생절차로 이들의 자금줄이 묶인 상태에서 취소 및 환불로 인한 손실을 당장 PG사 등 금융권에서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티몬·위메프에서 구매 대금은 ‘소비자→카드사→PG사→티몬·위메프→판매자’의 과정을 거쳐 정산이 이뤄진다. 결제 취소의 경우 역순으로 진행된다.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지급한 취소대금을 PG사로부터 돌려받는다. PG사도 티몬·위메프에 대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현재 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만큼 PG사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이에 PG사는 “PG사마저 지급 불능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카드사도 손실을 나눠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공정위, 오픈마켓 지급 기한 단축 나서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긴 정산주기가 꼽히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8개 오픈마켓 실무자들과 판매대금 정산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티몬과 위메프는 그간 입점업체의 판매대금을 두 달 이상 갖고 있으면서 이를 쌈짓돈처럼 굴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실태 점검을 토대로 오픈마켓도 대금 지급 기간을 단축시키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하거나 플랫폼 ‘갑질’을 규율할 별도 법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납품업체 갑질을 막는 법이다. 이 법 적용 대상에 중개업자를 포함하고, 최장 60일로 정해진 정산주기를 줄이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PG 겸영 과정에서 발생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미 발표한 5600억 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필요시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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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구영배 자택 등 10곳 압수수색… 400억원대 횡령 혐의 영장에 적시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두 회사의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 자택과 티몬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1일 오전 85명의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해 구 대표의 서울 서초구 자택과 경영진 주거지 3곳, 티몬 본사와 위메프 사옥 등 관련 사무실 7곳 등 10곳을 압수수색해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특히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1조 원대 사기 혐의와 400억 원대 횡령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각각 100억 원, 300억 원 등 총 400억 원을 확보한 뒤 북미 이커머스 업체인 ‘위시’의 인수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혐의는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6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 전 자금 추적 단계에서 대부분 특정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 역시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판매 대금 일부가 ‘위시’ 인수 자금으로 쓰였지만 한 달 내 상환을 마쳤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현재 파악한 미정산 대금은 약 2100억 원이지만 6∼7월 거래분 등을 포함하면 1조 원대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흐름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금감원에서 넘겨받은 자료와 자금 흐름을 비교하면서 판매대금의 행방을 수사할 방침이다. 다만 압수수색이 다소 지연되면서 관계자들이 증거 인멸 시간을 번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오전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이틀 뒤 오후에야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1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 상황과 계획을 보고받고 “압수된 증거물을 신속히 분석하는 것과 함께 자금 흐름과 자산 추적을 정밀하게 진행하라”며 “대주주와 경영진의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 소비자와 판매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판매자 17명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 구 대표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 금액은 약 150억 원에 이른다. 6∼7월 대금까지 포함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조만간 경찰과 수사 범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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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메프’ 피해 판매자들, 구영배 큐텐 대표 등 4명 고소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해 판매대금을 정산 받지 못한 판매자들이 구영배 큐텐 대표 등 경영진을 전자상거래법 위반, 횡령·배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 판매자 17명은 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 구영배 대표와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 등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 17개 업체의 피해 금액은 1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자체 추산 중이다. 이날 강남서 앞에 모인 판매자들은 ‘하루 아침에 사업이 망했다’ ‘직원들과 계속 일하고 싶다’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경찰서에 모였다. 판매자 대표로 나선 정주희 씨는 “저희는 칫솔, 쌀, 의류, 완구, 휴지 등 일반 생활필수품을 힘들게 겨우겨우 판매하는 영세상인들”이라며 “판매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정산금을 본인들의 회사 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횡령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씨는 “회사의 경영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어떤 조치 없이 방치하고,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어떠한 고지도 하지 않고 유인한 후 운영을 중단한 것은 고의적 기망 의도에 해당하며 사기 행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씨에 따르면 현재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방에는 판매자 인증을 받은 피해자만 500~600명이 모였다고 한다. 정 씨는 “그중에는 200억 원 가량의 피해를 본 업체도 있다. 아직 6월과 7월 정산금은 추산되지 않았다”며 피해 금액이 더 커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들 중에선 생업 때문에 나서지 못한 판매자들도 포함돼 추후 고소장을 추가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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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다문화가정서 친딸에 몹쓸짓… 반년 지나 경찰 신고

    경남의 한 다문화 가정에서 한국인 아버지가 네 살 친딸을 성폭행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은 올해 초 벌어졌지만 경찰 신고는 6개월여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다문화 가정에서 아버지가 딸 성폭행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9일 “네 살 여아가 아버지한테 성폭력을 당한 것 같다”는 신고가 경남 지역 경찰에 접수됐다. 해당 가정은 한국인 아버지가 외국인 어머니와 결혼해 자녀를 낳은 다문화 가정이었다. 남성은 자녀 4명 중 셋째 딸에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은 1, 2월 사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해외 출신이었던 점 등 때문에 신고가 뒤늦게 이뤄졌다. 아동 대상 친족 성범죄는 매년 평균 3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올 5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 및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14∼2022년 9년간 총 2813건의 친족 성범죄가 발생했다. 21일 국회입법조사처 발표에 따르면 미성년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79%는 13세 이하, 36%는 10세 이하였다. 현재 피해 아동과 어머니는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해 준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시작된 뒤 어머니가 주민센터에 연락해 임시 쉼터를 구해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인 아버지와는 분리된 상태라고 한다.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의 경우 정부의 ‘특별지원 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사이 지자체가 임시 거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의 정원이 다 차서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상태다.● 피해자 위한 특별지원 시설 태부족 2010년부터 운영된 ‘특별지원 보호시설’은 수도권에 1곳, 비수도권에 3곳 등 총 4곳에 불과하다. 자세한 위치는 가해자의 추적 및 보복 등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시설의 총 수용 인원은 66명에 그친다. 이 때문에 피해 아동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자체 측에서 시설 확충 요구가 없고 다른 보호시설에서 수용할 수 있어 시설을 확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정학대 피해자 등이 이용하는 일반 쉼터는 입소한 지 3개월이 지나면 다른 시설로 옮겨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친족 성범죄 사건은 피해 아동에 대한 안정적인 상담과 지원, 거처 마련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쉼터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명예교수는 “친족 성폭력은 인간에 대한 기본 신뢰감을 잃게 만드는 범죄”라며 “보호시설이 전국에 네 곳뿐이면 아이들이 타 지역으로도 갈 수 있는데 피해자를 더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친족 성범죄는 장기간에 걸친 전문가적인 케어가 필요한데 일반 쉼터는 주로 단기이고 프로그램도 열악한 편”이라며 “시설을 더 확충하고 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경남=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 20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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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 관심 떨어지고, 용돈 자주 요구하면 도박 중독 의심해야”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중독 문제를 막으려면 부모와 교사가 자녀와 학생의 일상 징후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최삼욱 진심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아이가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거나 물건을 사달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며 “도박 중독이 심해지면 고리대금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평소와 다르게 멍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면 연유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미선 한국도박문제치유원 상담사는 “엄마 가방과 아빠 노트북을 내다 팔거나, 부모가 자는 동안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400만 원가량을 이체해 도박을 한 중학생도 있었다”며 “이상 징후를 빨리 인지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녀를 나무라고 빚을 갚아주는 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최 원장은 “대화를 통해 금전적 피해, 중독 정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도박을 했을 경우 교사와 학부모들 간에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박이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상황도 유의해야 한다.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인 인증을 하려고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불법 사채를 쓰는 경우도 있다”며 “법적, 금전적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부모들이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 은행 등 관계 기관의 대책도 필요하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지금은 계좌 동결 절차가 복잡해 사이버도박 업체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며 “개인 계좌 동결과 대포 계좌 단속을 ‘투트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호연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금융당국이나 수사당국이 도박 의심 계좌를 발견하면 이를 신속히 동결한 뒤 수사, 조사를 통해 검증하는 식으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이수연 손준영 이채완 서지원 사회부 기자}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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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00원이면 도박사이트 개설” SNS 불법 프로그램 10대들 유혹

    중학생 김지환(가명·16) 군은 2022년 12월부터 바카라, 룰렛 등 도박 게임이 가능한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해 회원을 모집했다. 그는 베팅(판돈 걸기)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라인 메신저와도 연결시키고, 돈을 온라인 도박 머니로 바꾸는 환전 채널까지 만들었다. 김 군이 만든 사이트에서 초등학생과 여중생 2명을 포함한 10대 청소년 96명이 도박을 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올해 4월 김 군을 붙잡았다. 10대 청소년들이 도박을 하는 정도를 넘어 직접 도박 사이트를 만들고, 도박 프로그램까지 판매하고 있다. 중학생, 고등학생들은 사이트를 만들 코딩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유튜브 등 온라인에는 ‘도박 사이트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콘텐츠가 넘친다.● 10대에게도 “도박 사이트 만들어 드려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한 결과 1035명이 검거됐다. 이 중 12명은 도박 사이트를 직접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도박 사이트 제작법’ 등의 자료가 여럿 올라와 있다. 영상으로 도박 코딩 프로그램 무료 설치 등 상세한 제작 과정을 가르쳐 주는 식이다. 해당 영상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인데 덕분에 사이트를 잘 만들었다”는 댓글들이 달려 있다. 박성호(가명·19) 씨는 “나를 포함해 도박에 빠진 주변 친구들이 도박 자금을 벌려고 직접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팔았다”며 “도박 사이트를 만드는 데 건당 1만 원 정도가 들었고 파는 건 5만 원에 팔았다”고 취재팀에 설명했다. 그는 과거 도박에 빠졌다가 손을 씻은 뒤 돈을 벌 길이 막히자 도박 사이트 제작에 손을 댔다고 했다. 10대 청소년이 도박 사이트 제작을 의뢰해도 기꺼이 만들어 주겠다는 업체들도 많았다. SNS에 ‘도박 사이트 제작’이라고 내건 업체 6곳에 취재팀이 문의했더니 이들 모두 나이도 묻지 않은 채 “제작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이 온 한 제작업체는 “100만 원짜리 토토나 카지노 데모(시연) 사이트는 3시간 내로 만든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다른 제작업체는 도박 사이트 샘플 9개를 보여주며 “사이트 이름과 원하는 디자인만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보내온 샘플은 이미지, 화면 구성 등이 조금씩 달랐지만 ‘카지노’ ‘슬롯’ 등 도박의 종류는 비슷했다. 취재팀과 접촉한 한 제작자는 “더 이상 도박 사이트를 제작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쪽으로 연락해 봐라”며 디스코드 아이디(ID)를 알려줬다. 디스코드는 최근 게임을 하는 청소년 등이 주로 쓰는 온라인 메신저의 일종이다. 디스코드를 통해 연락이 닿은 제작자는 “도박 게임 하나당 50만 원”이라며 “제작 경험이 있어 구현은 확실하다”고 했다. 도박 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코딩 프로그램을 8000원에 파는 업자도 있었다. 돈을 보내면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링크나 압축 파일을 보내준다. 실제 이 프로그램으로 도박 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텔레그램 등으로 거래… 상반기만 3만4000여 건 도박에 문외한인 동아일보 특별취재팀도 유튜브 몇 개를 참고하자 30분 만에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할 수 있었다. ‘가위바위보’ 등 비교적 단순한 도박 게임을 만들기로 하고, 유튜브에서 가르쳐 준 무료 코딩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원하는 메뉴와 디자인을 설정한 후 ‘돈줘’ ‘도박’ 등 특정 키워드를 넣자 판돈을 걸고 내기에도 참여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온라인 도박 머니 1만 원을 걸고 베팅을 해봤더니 불과 10초도 안 걸려 ‘졌다’ ‘이겼다’ 등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따라 앞서 베팅했던 온라인 머니를 잃거나 더 딸 수 있었다. 이런 도박 사이트들은 주로 텔레그램 등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과거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팔았던 박모 씨는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채팅을 통해 익명으로 거래하면 누가 사고팔았는지 정체를 모른다”고 했다. 박 씨는 도박 사이트 판매로 두 달간 200만 원을 벌었다. 올해 부산에서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판 혐의로 10대 청소년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불법 도박 사이트로 의심돼 폐쇄 등 조치가 이뤄진 건수는 3만3956건이다. 2021년 4만1685건, 2022년 5만3177건, 지난해 5만561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은 “도박 사이트는 서로 주소만 다르게 하면 몇 초 만에 복사할 수 있을 정도여서 공급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이수연 손준영 이채완 서지원 사회부 기자}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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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너무 몰려 숨 막혀” 압사 위험에 공연중단 사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실내 공연장에 인파가 몰려 압사 위험이 커지자 소방 당국이 긴급하게 공연을 중단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2022년 10월 29일 총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인파 밀집 장소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0시 40분경 소방 당국에는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의 음악 페스티벌 ‘보일러룸 서울 2024’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렸다는 신고가 여럿 접수됐다. 이에 소방차 11대, 소방 인력 42명이 출동했고, 관객 5명이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것을 발견해 현장에서 회복시킨 뒤 귀가 조치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1시경 공연을 강제 중단시켰다. 주최 측은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로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 진행이 제재됐다”며 “티켓을 구매한 분들께는 전액 환불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 공연은 전날 오후 9시경 시작해 원래 이날 오전 4시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객들은 좁은 공간에 인파가 몰렸으나 주최 측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백모 씨(32)는 “좁은 공연장에 수천 명이 몰리는데 (주최 측에서) 출입구를 통제하며 나가지 못하게 막아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지윤 씨(32)는 “건물을 빙빙 둘러 관객들이 장사진을 이룰 만큼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관객들은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을 촬영한 시민들의 영상에는 좁은 실내에 어깨가 다닥다닥 붙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찬 모습이 담겼다. 이 공연은 세계적인 인기 DJ 겸 음악 프로듀서인 페기 구의 출연이 예정되었던 만큼 인파가 밀려들 것도 예상 가능했다. 한 관객은 “공연장에 창문이나 환풍구도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숨이 막힌다고 호소했다”며 “주최 측이 안전을 등한시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가 관람을 포기하고 나가려 하자,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못 나가게 막아서 언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이 수용 가능 인원을 초과해 표를 판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연이 열린 에스팩토리 D동의 수용 인원은 2000명인데, 주최 측은 총 4000장의 표를 판매했다. 이에 대해 “2000명은 좌석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고 이번 공연은 입석(스탠딩)이라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려는 인원도 상당수 몰려 혼란이 가중됐다”며 “안전요원을 90명가량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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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너무 많아 숨막혀”…인파 몰린 성수동 공연장, 호흡곤란 신고

    “좁은 공연장에 수천 명이 몰리는데 (주최 측에서) 나가지도 못하게 하니 공포감을 느꼈어요.”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음악 공연에 참여한 직장인 백모 씨(32)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2000명 규모의 공연장에 3배가 넘는 인파가 몰리며 압사 사고 우려로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안전사고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서울 성동소방서에 따르면 소방은 28일 오전 0시 40분경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에스펙토리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보일러룸 서울 2024’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렸다”는 신고를 다수 접수하고 소방 11대, 인력 42명을 투입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5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전날 오후 9시경 시작한 공연은 이날 오전 4시까지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오전 1시경 중단됐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좁은 공간에 관객이 몰렸으나 주최 측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활약하며 큰 인기를 끄는 한국인 DJ 겸 음악 프로듀서인 페기 구의 출연이 예정되었던 만큼 인파 밀집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백 씨는 “공연장 자체가 창문이 있거나 환풍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숨막힘을 호소하고 있었다”며 “일부는 포기하고 나가려 했는데 경호 측에서 못 나가게 해 언쟁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이 공연장 수용 가능 인원을 고려하지 않고 표를 팔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직장인 김지윤 씨(32)는 “현장 줄이 건물을 빙 둘러 2겹으로 서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며 “이 공연장에서 재작년, 작년에도 동일 공연을 봤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티켓 판매처인 인터파크의 해당 공연 게시판에는 “최악의 운영”이라며 항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본격 ‘페스티벌 시즌’을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불과 2년 전 이태원 사고의 아픔이 있었던 만큼 주최 측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해당 페스티벌 주최 측은 관객 측에 “해당 장소의 인원제한 원칙을 준수했으나 지역 경찰 및 소방관계자들로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 진행이 제재됐다”며 “티켓을 구매한분들께는 전액 환불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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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친구 데려오면 2만8000원”… 교실에 도박 퍼뜨린 슈퍼전파자

    그것은 겨울방학이 끝난 교문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학생들 사이에 조용히 퍼졌다. 교실에서 옆 교실로, 또 그 옆 교실로. 그것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 점점 늘었지만, 교사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팬데믹(대유행) 같았다. 올해 3월부터 서울의 A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사이에선 은밀한 유행이 돌았다. 쉬는 시간이면 교실 뒤에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던 것. 이들이 함께 접속한 건 한 온라인 도박 ‘바카라’ 사이트였다. 시작은 단 한 명이었다. 최승현(가명·18) 군은 방학 동안 바카라를 시작했다. “터치 몇 번, 클릭 몇 번이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한 유튜브 영상 때문이었다. 호기심에 시작한 도박은 점점 판돈이 커졌다. 종국에는 2400만 원을 쏟아부었다. 궁지에 몰린 최 군은 만회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이 도박 사이트는 친절하게 팁을 안내하고 있었다. ‘신규 회원을 추천해 가입시키면 온라인 머니 2만8000원을 드립니다!’ 이거다. 개학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던 최 군은 새 학기 바빠졌다. 교실마다 돌아다니며 친구들에게 도박 사이트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최 군의 솔깃한 유혹을 친구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최초의 ‘슈퍼 전파자’였다.● 학교 집어삼킨 ‘도박 다단계 유혹’ 이용자가 ‘다단계’처럼 지인들을 꼬드겨 가입시키게 만드는 도박 사이트의 계략은 적중했다. 최 군은 먼저 같은 반 친구 3명을 사이트에 가입시켰다. 그 뒤에는 다른 반 친구 4명도 추가로 가입시켰다. 인당 2만8000원, 7명이니 총 19만6000원의 사이버 머니가 입금됐다. 최 군은 이 돈으로 다시 베팅했다. 최 군이 끌어온 7명의 학생은 다시 다른 학생들을 끌어와 가입시킨 뒤 사이버 머니를 입금받았다. 최 군이 끌어온 신규 회원이 늘어날수록 학교는 점점 ‘도박 왕국’으로 변해 갔고, 학생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이 학교 권준우(가명·18) 군도 그중 한 명이었다. 권 군은 바카라에 손을 댔다가 불과 몇 달 새 560만 원을 잃었다. 그래도 손을 털지 못하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한 판에 적게는 수십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을 썼다. 총 3600만 원을 판돈으로 탕진한 학생도 있었다. “10초면 수십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70만 원을 베팅했다가 잃은 저소득층 학생도 있었다. 4월이 지나자 3학년 총 9개 반 중 5개 반 이상의 학생들이 도박에 빠져 있었다.● 수사로 드러난 ‘도박 왕국’ 학교 실태 “쟤들이 왜 맨날 모여 있지?” 의아하게 여기던 3학년 상담교사가 어느 날 현장을 덮쳤다. 학생들이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에는 도박 게임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건 학교가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 교사는 경찰에 신고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단체로 도박을 하고 있어요.”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SPO) 6명을 학교에 보냈다.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그 결과 3학년 전체 학생 233명 중 23명이 바카라, 스포츠토토 등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입시가 코앞인 고3 교실마다 도박 중독자가 2, 3명씩 있다는 사실에 학교는 경악했다. 경찰이 적발한 23명에게 도박 중독 평가를 실시한 결과 8명은 중독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1000만 원대의 판돈을 쓴 학생도 있었다. 경찰은 부모들에게 자녀의 도박 중독 상담 치료를 권했으나 “그냥 재미 삼아 한 것뿐일 거예요” “내 아이한테 도박 중독이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냐”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경찰이 소개해 준 도박 치료 상담센터가 “너무 멀다”며 치료를 거절하는 부모도 있었다. 그 센터는 학교에서 지하철로 불과 54분 거리에 있었다. ● “전 부처 차원의 대책 마련 시급”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박으로 붙잡힌 10대 청소년은 올해 1∼5월 사이 217명이다. 이미 지난해 전체(184명) 규모를 훌쩍 넘었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400∼5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검거된 217명 중 138명(64%)은 비수도권 학생들이었다. 10대는 오프라인 도박장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하다 보니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도박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검거 인원이 가장 많은 지역은 부산 30명, 서울 22명, 대구 21명 순이었다. 전남 무안군은 소도시인데도 불구하고 19명이 검거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검거된 10대 도박 사범 471명 중 92명(19.5%)은 재범 이상이었다. 올해 1∼5월 적발된 194명 중에서는 41명(21.1%)이 재범 이상이었다. 하지만 도박 중독 청소년을 감당할 수 있는 치료, 상담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총 45개 시군에서 청소년 도박 사범이 검거됐는데, 이 중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산하 상담센터가 있는 곳은 11곳(2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도박 문제를 스스로 통제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도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 부처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일부 학생이 일탈 성격으로 사이버 도박을 했다면, 지금은 상당히 많은 청소년들이 도박을 하는 시대가 됐다는 증거”라며 “체계적인 도박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이수연 손준영 이채완 서지원 사회부 기자}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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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사이버머니 1만원권 도박자금 빌린게 시작… 한달뒤 500만원 빚으로

    온라인 도박에 빠져 빚까지 지게 된 10대 중학생, 고등학생 등 청소년들은 빚 독촉과 폭력, 협박을 피해 학교를 옮기고 아르바이트로 내몰리는 등 일상이 무너졌다. 경남의 한 고등학교 2학년 최승민(가명·17) 군은 지난해 6월 친구를 따라 카드 게임형 온라인 도박 ‘바카라’에 우연히 손댔다. 최 군은 실력이 좋지 못해 승률이 절반에도 못 미쳤고 돈을 잃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김모 군(17)에게 “벌써 50만 원이나 잃었다”고 토로했다. 김 군은 다른 도박 사이트를 알려주며 “‘내가 돈을 빌려줄 테니 여기서 해봐라. 쉽게 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솔깃한 제안에 최 군은 김 군에게 도박 자금을 빌렸다. 처음 빌린 것은 실제 돈이 아니라 도박 사이트에서 통용되는 사이버 머니 ‘1만 원’권이었다. 일종의 가상화폐 같은 것. 이후 최 군은 계속 돈을 잃었고 그때마다 김 군은 계속 돈을 빌려줬다. 빌리는 돈이 3만 원, 5만 원, 10만 원씩 점차 불어나 한 번에 200만 원까지 빌리기도 했다. 한 달 뒤 도박 빚은 총 500만 원 이상으로 불어 있었다. 갚아야 할 금액이 커지자 최 군은 두려운 마음에 김 군에게 “이젠 돈을 빌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군은 “그러면 지금까지 빌려간 돈을 내놔라”라며 화를 내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김 군이 최 군의 교실로 찾아와 주먹을 휘둘렀다. 현금이 4만 원밖에 없던 최 군은 이를 김 군에게 준 뒤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김 군은 심지어 최 군의 부모도 협박했다. 5월에는 김 군이 최 군의 부모에게 “제 돈 받아내기 위해 뭔 짓이든 하겠다. 웃으면서 기다려주는 것도 이번까지다”라는 협박 문자를 보냈다. 최 군의 아버지는 김 군에게 20만 원을 줬다. 계속되는 협박과 독촉에 견디다 못한 최 군은 5월에 경남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지만 ‘도박에 빠졌던 애라더라’는 소문이 나버려 결국 자퇴했다. 최 군은 지난달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섭고 후회된다”며 “최근까지도 김 군의 협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김 군과 관련해 현재 내사 중이다. 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이수연 손준영 이채완 서지원 사회부 기자}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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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16세 도박 총판’이었다”… 검은 돈의 악마가 된 청소년들

    “나는 ‘16세 도박 총판’이었다”… 검은 돈의 악마가 된 청소년들《10대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에 빠지고 있다. 즐기는 정도를 넘어 도박 조직 ‘총판’으로 일하고 불법 사채까지 손댄다. 동아일보 사건팀은 3개월간 도박 청소년 37명을 취재했다. ‘온라인 도박, 교문을 넘다’ 3부작의 첫 번째는 10대에 ‘도박왕’이 된 김동현(가명·22)과 박성호(가명·19)의 이야기다.》“당신 아들 도박 빚, 학교에 알려줄까?” 동현(2019년 당시 17세)은 수화기 너머 40대 여성에게 쏘아붙였다. 오늘은 꼭 받아내야겠다. “아드님이 도박한다면서 나한테 돈을 빌렸다고요. 우리 학생부장이 알면 안 좋아할 텐데. 어머니가 갚으셔야죠.” 동현은 안다. 아주머니는 떨고 있다. 당신의 고등학생 자녀가 도박 빚이 있고 갚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들은 사색이 됐다. 판검사들도 똑같았다. 동현도 같은 10대였고 부모의 자식 사랑을 잘 알았다. 달랐던 것은 동현은 이미 ‘도박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다는 사실이다. 전화를 받은 여성의 아들은 동현의 같은 반 친구였다. 친구는 동현이 권한 온라인 도박 ‘바카라’에 빠져 500만 원을 빌렸고 이자가 붙어 3000만 원으로 불어 있었다. 도박 자금이 필요한 아이들은 동현을 찾아왔다. “이자는 하루 10%, 이틀 20%, 사흘 30%.” 살인적인 이자율에도 세상 물정 모르는 고등학생들은 망설임 없이 돈을 빌렸다. 도박 빚을 안 갚으면 동현은 그들의 부모에게 전화했다. 이날 통화가 끝난 뒤 동현의 휴대전화에는 ‘3000만 원이 입금됐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사이 카카오톡 메시지 수십 개가 쌓여 있었다. “나 10만 원만 빌려줘.” “다음 주에 갚을게.” 중3이 될 때까지만 해도 동현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 그는 대구 일대 중학교, 고등학교를 도박으로 주름잡고 있었다. “당신 아들 도박빚, 학교에 알릴까” 친구 엄마에게도 전화했다‘16세 도박 총판’ 김동현 씨1만원 무료 사이버머니가 늪의 시작학교 친구들 온라인 도박 가입 유혹‘하루 10%’ 고리로 도박자금 빌려줘동현이 도박에 발을 들인 건 2017년 중3(당시 15세) 때였다. 하루 종일 접속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에는 “돈 벌 수 있다”는 도박 광고 콘텐츠가 넘쳤다. 몇몇 친구는 “바카라로 10만 원 땄다”고 자랑했다. “나도 만 원만 넣어볼까.”그게 시작이었다. 친구가 알려준 온라인 도박 ‘바카라’ 사이트에 가입했다. 신규 회원이라며 무료로 ‘1만 원’ 사이버 머니가 지급됐다. 동현의 실력이 제법 좋았는지 며칠 새 사이버 머니 지갑에는 200만 원이 쌓였다. 돈의 맛은 황홀했다. 그날부터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동현은 구석에서 친구들과 휴대전화를 쥐고 도박을 했다. 판돈은 수백만 원으로 커졌지만 그래도 이때까지는 ‘베터(bettor·도박 고객)’에 불과했다.● 도박 고객에서 홍보 총판으로2018년(당시 16세). 동현이 고1에 올라가자 ‘잘나가는 형들’이 다가왔다. “꼬맹아.” 이미 온라인 도박에 깊게 손댔던 형들은 동현에게 사이트 홍보를 담당하는 ‘총판’ 자리를 제안했다. “수입이 꽤 쏠쏠할 거야.” 그들은 젊은 나이에 BMW를 몰았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는 건가. 망설임 없이 ‘총판’ 직함을 달았다.동현이 처음 잠재적 고객으로 겨눈 건 같은 학교 친구들이었다. “한 판이 10초면 돼.”, “너도 돈 벌 수 있어.” 동현의 유혹에 친구들이 사이트에 가입해 돈을 쓰면 동현은 판돈의 1%를 수수료로 챙겼다. 친구들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탕진했다. 그사이 동현의 돈벌이는 점점 늘었다. 다른 학교 총판을 관리하는 ‘총판들의 총책’이 됐다. 아래 총판들이 신규 회원을 물어오면 동현은 한 사람당 100만 원을 인센티브로 챙겨줬다.● 불법 사채를 시작하다동현은 고1 가을쯤 새 사업에 눈을 떴다. 친구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고리(高利)의 이자를 받았다. 불법 사채. 그전까지 벌어온 돈이 ‘종잣돈’이 됐다. ‘하루 이자 10%’라는 말도 안 되는 이자율에도 고등학생들은 해맑게 돈을 빌려갔다. 영악한 동현은 그때마다 친구들 얼굴 사진, 학생증 사본, 부모들 연락처를 받아뒀다. 돈을 갚지 않으면 ‘도박 빚 안 갚은 놈’이라고 낙인찍어 얼굴 사진을 온라인 여기저기 뿌렸다. 부모에게 전화해 빚 독촉도 했다. 그래도 못 갚을 땐 수족으로 부렸다. 추심팀. 즉, 다른 학생들의 빚을 받아오라고 시켰다. 일을 잘해오면 받은 돈에서 얼마를 떼어줬고 그럴수록 추심팀원들은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빚을 받아왔다.“돌이켜보면 그때쯤부터 죄의식이란 게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내 손으로 험한 일 안 해도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동현이 뿌린 도박의 씨앗은 착실히 학교에 뿌리내렸다.● 갑자기 온 몰락… 남은 건 빚 1억몰락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2019년 고2에 올라갈 무렵 동현은 대구의 한 상가에 홀덤펍으로 위장한 불법 도박장을 차렸다. 동현보다 나이가 많은 20대 대학생 누나들을 면접 봐 딜러로 고용했다. ‘어른의 세계’에 진출한 듯했다. 하지만 어느 날 동네 건달 무리가 찾아왔다. “너 누구 허락 받고 장사하냐.” 그들은 다 때려 부쉈다. 6개월 만에 도박장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고 번 돈은 모두 잃었다. 만회하려고 손을 댄 도박으로 1억 원이 넘는 빚까지 졌다.동현과 함께 도박을 하던 무리 중 한 명은 작년에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현재 스물두 살 동현은 도박 중독 치료를 받으며 지낸다. 요즘도 여전히 그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좋은 건이 있는데, 같이 해볼래?”도박 사이트 만들어 파는 박성호 씨중 3때 도박 총판 月 2000만원 벌어아버지에 들킨 뒤 도박사이트 제작과거로 돌아가도 또 도박할 것 같아눈을 뜨니 숙취 탓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요즘 성호(가명·19)의 일상은 매일 잠, 일, 친구, 술, 잠의 반복이다. 주섬주섬 차키를 챙겨 집을 나섰다. 잠시 학교 앞을 지날 때 운동장에 친구들 모습이 보였다. 체육 시간인가 보네. ● “너도 해볼래?” 3년 전인 2021년. 평범한 중3 학생이었던 성호(당시 16세)에게 “너도 해볼래?” 물으며 다가온 것은 동네 고등학생 형들이었다. “뭔데요?” “그냥 게임. 돈 버는 게임.” 성호가 온라인 도박에 흥미를 보이자 형들은 얼마 뒤 다른 제안을 했다. “적당히 기프티콘 뿌리면서 회원들 관리만 해. 돈이 쏟아질 거야.”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 ‘회원 관리’를 해보겠냐는 권유였다. 해보지 뭐. 딱히 다른 일도 없는데. 성호는 도박 사이트 ‘총판’이 됐다. 신규 회원을 끌어와 가입시키고 유지, 관리하는 게 일이었다. 끌어온 친구들이 도박을 하는 걸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돈을 잃어 도박을 그만두려는 친구들에게는 “한 번만 더 해봐” 기프티콘을 뿌리며 판을 못 떠나게 붙잡았다. 성호가 친구들을 회원으로 끌어올 때마다 형들은 인센티브를 줬다. 말 그대로 다단계였다. ● 늪에 빠져든 친구들 성호가 학교를 돌며 “너도 해봐”, “내가 챙겨줄게” 하며 친구들을 끌어모을 때마다 학생들은 조금씩 변해갔다. 온라인 도박에 빠지는 이들이 늘어갔다. 학교를 마치면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도 찾아갔다. 그러는 동안 성호의 은행 계좌에 어느 날에는 600만 원, 어느 날에는 4800만 원씩 거금이 입금됐다. 성호는 회상한다. “그때 매달 평균치로 치면 한 2000만 원씩 벌었던 것 같아요. 총 2억에서 3억 원 정도 되려나. 중학생이 만진 돈이라는 게 상상이 되세요?” 당시 성호의 주변에는 총판 일을 하는 친구들이 열댓 명 있었다. 이들은 도박 사이트로 번 돈을 ‘저금할 수 없는 돈’이라고 불렀다. 은행 계좌에 넣어두면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 잘 몰랐던 성호는 번 돈을 계좌에 넣어놨다가 2021년 12월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로 신고, 정지됐다. 60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은행에 직접 가야 묶인 계좌를 풀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의심을 사고 결국에는 경찰로 가게 될 텐데. 6000만 원 그냥 잊자. 성호는 그 대신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에 ‘대포통장을 구한다’는 광고를 올려 300만 원씩 주고 통장을 사들였다. 그렇게 불린 통장만 수십 개.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명품 매장에 뛰어갔다. 시계도 사고 옷, 모자, 신발……. 교복 차림의 친구들과는 다른 계급이 된 것만 같았다.● 도박을 못 하면 도박 사이트를 만들자 꼬리가 길면 밟힌다. 성호가 고2이던 지난해 아버지가 알았다. 휴대전화 단도리를 잘했어야 했는데. 가족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성호의 휴대전화에 ‘650만 원이 입금됐다’는 문자가 날아들었고 아버지가 이를 봤다. 장난기 많던 아버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딱 한마디 말했다. “그 일, 그만둬라.” 화수분처럼 벌던 돈이 끊기자 성호는 금단 현상을 겪듯 안절부절못했다. 돈을 벌 다른 방도를 찾아야 했다. 올해 고3에 올라간 성호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서 파는 새 일을 시작했다. 건당 1만 원 정도 들이면 만들고, 파는 건 5만 원씩. 제법 잘돼서 벌이가 쏠쏠하다.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아무 문제가 없잖아. 내가 뭐 징역을 간 것도 아니고. 난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아마 도박을 할 것 같아요.” 성호는 올해 5월 학교를 자퇴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팀원: 이수연 손준영 이채완 서지원 사회부 기자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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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폭 피해 10명중 4명 “자해 충동 등 경험”

    지난해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 동급생으로부터 오랜 시간 괴롭힘을 당하다 끝내 세상을 등졌다. 유가족은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유가족은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의 죽음을 학교폭력이 아닌 가정 문제로 몰아간다”고 호소했다.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이 자살이나 자해 충동을 경험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가해 학생 측 학부모에게 이른바 ‘쌍방 신고’를 당했다고 답한 비율도 40%를 넘었다. 전담지원센터를 늘리는 등 피해 학생과 가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인 푸른나무재단은 이런 내용이 담긴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초중고교생 859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5%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39.9%는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자살·자해 충동 응답 비율은 2021년 26.8%, 지난해 38.8% 등 매년 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개입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출동했던 사례 25건 중 자살·자해 사건이 19건으로 76%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학교폭력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피해 학생의 절반 이상(52.2%)은 ‘피해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는데, 전년(34.5%)보다 17.7%포인트 상승했다. 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 피해가 해결되지 않고 쌓이면서 학생들을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가 ‘맞불 신고’를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었다. 피해 학생 보호자 3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40.6%는 “가해 학생 측으로부터 쌍방 신고를 당했다”고 답했다. 김미정 재단 상담본부장은 “최근 학교폭력 현장은 갈등 및 법적 분쟁의 온상이 되어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피해 학생을 위한 통합지원 보호 기관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피해 가정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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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김범수, SM 시세조종 의혹 영장심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경영쇄신위원장)가 22일 사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굳게 입을 닫고 법정으로 향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경까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오후 1시 44분경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시세조종 혐의 인정하나”, “어떻게 소명할 예정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섰다. 영장심사에는 수사를 맡은 장대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7기)가 파워포인트(PPT) 200여 쪽 분량의 자료를 준비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조목조목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1000쪽에 달하는 의견서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심사를 마치고 오후 6시 1분경 호송차량을 타고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를 위해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로 이동했다. 그는 법원에서 나와 차량에 타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에스엠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것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더 높게 올리려 했고,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사전에 계획을 보고받고 승인도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김 위원장 측은 주식을 매입하는 것만 알았을 뿐 구체적인 방식까지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앞서 18일 김 위원장은 카카오 임시그룹협의회에 참석해 임원들에게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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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 시세조종 혐의’ 카카오 김범수 구속…“증거인멸·도주 우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경영쇄신위원장·사진)가 23일 구속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카카오가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이날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위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연 뒤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라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하이브와 에스엠 경영권 인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쟁자인 하이브를 방해하려 에스엠 주식을 단기간에 대량 매입할 것을 보고받거나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하이브가 에스엠 주가가 급등한 이유를 조사해 달라며 금융감독원에 요청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김 위원장이 구속되며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간 이어져 온 검찰 수사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창업주가 구속된 카카오의 경영은 향후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檢 PPT 200여 장-의견서 1000쪽 준비전날(22일) 오후 1시 44분경 서울남부지법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시세 조종 혐의를 인정하나’, ‘어떻게 소명할 예정인가’ 등 언론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10여 초 만에 법정으로 들어갔다.오후 6시까지 약 4시간 10여 분간 이어진 영장심사에서 장대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7기)는 파워포인트(PPT) 자료 200여 장을 준비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에 앞서 1000쪽 분량의 의견서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김 위원장은 오후 6시경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해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대기했다. 법원은 심사 시작 약 11시간 만인 23일 오전 1시 10분경 영장을 발부했고, 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김 위원장은 곧바로 구속됐다.법조계에선 지난해 2월 시작된 카카오 주가 조작 관련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에스엠 주식을 단기간에 대량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주식 대량 매입 계획을 미리 보고받고 승인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는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국내 대표적인 정보기술(IT) 플랫폼인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 중 창업주가 구속된 것은 카카오가 처음이다.카카오는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김 위원장 본인이 혐의를 적극 부인해 왔고 최근에는 임원들을 모아 본인의 결백을 주장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기업 창업주인 만큼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카카오와 공모해 에스엠 주식의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가 22일 보석으로 풀려난 것과도 모순된다”고 주장했다.카카오는 김 위원장의 결정이 필요한 신사업 투자 및 경영 쇄신 등의 작업도 차질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회사 안팎에선 지난해 12월부터 고강도 쇄신을 주도해온 김 위원장의 부재 탓에 계열사별 개선안 마련과 자회사 매각 작업도 멈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신사업 발굴, 지배구조 개편 등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VX ,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에스엠엔터 등 자회사 매각 여부를 검토 중이다.인공지능(AI) 신사업 분야에서도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선보일 예정이던 카카오의 한국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 코GPT는 1년 넘게 공개가 미뤄지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 등에 도입하며 속도를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향후 김 위원장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 벌금형이 내려지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한 카카오 임원은 “카카오의 혁신이 위축될까 우려스럽다”며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여 조직 문화가 보수적으로 변하면 제2의 카카오톡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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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김범수 구속영장…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58·경영쇄신위원장·사진)에 대해 신병 확보에 나섰다. 에스엠 인수 경쟁자였던 하이브가 금융감독원에 에스엠 주가가 갑자기 급등한 이유를 조사해 달라고 진정을 낸 지 1년 5개월 만이다.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17일 김 위원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을 불러 조사한 지 8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에스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 원 위로 올리기 위해 주식을 단기간 대량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인수전에서 결국 하이브가 물러섰고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검찰은 9일 김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20시간 넘는 고강도 조사를 벌이며 김 위원장이 인위적으로 에스엠 주가를 높일 것을 지시하거나 승인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에서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가 없다”며 “구속영장 청구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영장 심문 과정에서 이를 성실히 소명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구속 영장 실질심사는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檢 “김범수, SM 시세조종 승인” 金측 “불법적 지시 안해”카카오 김범수 구속영장 청구檢 “하이브 인수 막으려 주가 올려”金측 “정상적 수요따른 장내 매수”檢, 다른 계열사도 횡령의혹 등 수사법조계에선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7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58·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혐의가 인정될 경우 시장질서 교란으로 인한 중대범죄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쟁사인 하이브의 인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실제 인수를 저지했다는 혐의의 중대성을 감안해 전격적으로 영장이 청구됐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긴급 임원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 승인”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와 관련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높이는 방식(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의 보고를 받고 승인을 했다고 판단하고 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카카오와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에스엠 창업주이자 전 총괄프로듀서였던 이수만 씨가 이사진과의 분쟁에서 밀려 경영 일선에서 떠나게 되자, 이 씨의 지분을 인수하려고 두 회사가 경쟁했다. 당시 하이브는 이 씨와, 카카오는 에스엠 이사진과 손을 잡았다. 하이브는 에스엠 주가가 계속 올라 공개 매수 희망 가격마저 넘어서자 인수를 포기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주가 급등 현상을 조사해 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고, 금감원은 기소 의견으로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공판에서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고위 임원이 참여한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시세 조종을 승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 17일과 27, 28일 등 총 4일간 2400억 원을 투입해 총 553회에 걸쳐 에스엠 주식을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인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주가를 올렸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서엔 배 전 대표 등에게 적용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공모 혐의는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SM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다.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라고 반박했다. 또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승인을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인수 방법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 예정이다.● 카카오 다른 계열사들도 수사 중 카카오 앞에 산적한 사법 리크스는 더 있다. 현재 카카오는 바람픽처스 인수 관련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카카오는 회사 여력의 상당 부분을 한동안 재판 대응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에스엠 시세 조종 사건으로 향후 김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거나,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 벌금형이 내려지면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하는 대주주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 계열사 매각이나 인수합병, 쇄신 작업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법리스크 여파로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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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사태 취약지역’ 2만9000곳→11만곳으로 확대

    정부가 산사태 관리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산사태 취약지역’을 대폭 늘린다. 17일 산림청은 현재 약 2만9000곳인 산사태 취약지역을 2027년까지 11만 곳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산사태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을 미리 지정해 정부가 예방 조치를 하는 곳을 말한다.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이후 처음으로 도입돼 2019년 2만6238곳, 2021년 2만6923곳, 2023년 2만8988곳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산사태 피해의 대부분은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일어났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달 폭우 및 산사태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일대도 3년 전 산림청 조사에서는 산사태 위험이 없다고 판단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동아일보 17일자 A1, 12면 참조). 2018년부터 5년간 발생한 산사태 총 피해 건수 9668건 중 93%가 취약지역 밖에서 일어났다. 이에 산림청은 산사태 취약지역을 3년 안에 3배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앞으로 산사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지정·관리와 산사태 예방사업을 더욱 강화해 국민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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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김범수 조사 8일만에 구속영장… “SM 시세 조종 승인”

    법조계에선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7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58·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혐의가 인정될 경우 시장질서 교란으로 인한 중대범죄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쟁사인 하이브의 인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실제 인수를 저지했다는 혐의의 중대성을 감안해 전격적으로 영장이 청구됐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긴급 임원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 승인”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와 관련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높이는 방식(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의 보고를 받고 승인을 했다고 판단하고 영장을 청구했다.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카카오와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에스엠 창업주이자 전 총괄프로듀서였던 이수만 씨가 이사진과의 분쟁에서 밀려 경영 일선을 떠나게 되자, 이 씨의 지분을 인수하려고 두 회사가 경쟁했다. 당시 하이브는 이 씨와, 카카오는 에스엠 이사진과 손을 잡았다.하이브는 에스엠 주가가 계속 올라 공개 매수 희망 가격마저 넘어서자 인수를 포기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주가 급등 현상을 조사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고, 금감원은 기소 의견으로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했다.검찰은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공판에서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고위 임원이 참여한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시세 조종을 승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 17일과 27, 28일 등 총 4일간 2400억 원을 투입해 총 553회에 걸쳐 에스엠 주식을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인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주가를 올렸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서엔 배 전 대표 등에게 적용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공모 혐의는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SM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다.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라고 반박했다. 또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승인을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인수 방법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 예정이다.● 카카오 다른 계열사들도 수사 중카카오 앞에 산적한 사법 리크스는 더 있다. 현재 카카오는 바람픽처스 인수 관련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카카오는 회사 여력의 상당 부분을 한동안 재판 대응에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다.에스엠 시세 조종 사건으로 향후 김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거나,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 벌금형이 내려지면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하는 대주주다.카카오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 계열사 매각이나 인수합병, 쇄신 작업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사업이나 프로젝트는 원점 재검토되거나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법리스크 여파로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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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청, 산사태 취약지역 2027년까지 11만 개소로 늘린다

    정부가 산사태 관리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산사태 취약지역’을 대폭 늘린다. 산림청은 현재 약 2만9000개인 산사태 취약지역을 2027년까지 11만 개로 늘린다고 17일 밝혔다.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산사태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을 미리 지정해 정부가 예방 조치를 하는 곳을 말한다.산림청은 산사태 취약지정을 지정·고시하고 현장 점검이나 보수 공사 등 예방 조치를 벌이고 있다.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이후 처음으로 도입돼 2019년 2만6238개소, 2021년 2만6923개소, 2023년 2만8988개소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산사태 피해의 대다수가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일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이달 폭우 및 산사태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일대도 3년 전 산림청 조사에서는 산사태 위험이 없다고 판단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발생한 산사태 총 피해건수 9668건 중 93%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일어났다. 이에 산림청은 산사태 취약지역을 3년 안에 3배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앞으로 산사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지정·관리와 산사태 예방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현지점검을 철저히 해 국민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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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산사태 사망 지방리, 3년전 산림청 점검땐 ‘위험지역 아니다’ 평가

    10일 폭우로 1명이 숨진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주민들은 여전히 사고 당시의 참상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지방리 이장 송미숙 씨는 “비만 내리면 또 사고가 날까 너무 두렵다”고 16일 기자에게 말했다. 당시 폭우로 무너진 산이 주택을 덮쳐 60대 여성이 매몰돼 숨졌다. 송 씨는 “사고 지점은 원래도 비가 내리면 주민들이 산사태를 걱정하던 곳”이라며 “최근에는 외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난개발까지 일삼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평소 산사태를 걱정해왔고 결국 우려대로 사망 사고까지 벌어졌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 지역은 정부가 지정, 관리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있었다.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산사태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을 별도로 지정해 현장 점검이나 보수 공사 등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다. 산림청은 3년 전 지방리 일대를 점검했을 때 ‘동네 야산’ 정도로 간주하고 “산사태 위험 대상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본보에 “사고가 발생한 곳은 200m 높이의 동네 야산 수준이라 강원이나 경북처럼 산사태 위험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매년 벌어지는 산사태 인명 피해의 대부분은 정부가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 상부에 초점을 둬 만들었지만 실제로 산사태 피해는 인위적 개발이 벌어졌던 산 하부에 집중됐다”며 “도로, 건물, 태양광발전단지 등 공사가 있었던 산 주변 지역까지 감안해 위험 등급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사태 93%가 취약지역 밖… “위험지도 새로 그려야”5년간 산사태 9668건 중 8977건산림청 “국토 63% 산림, 관리 한계”“난개발 조사 등 대책 시급” 목소리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주민들이 전한 10일 산사태 당시 현장은 참혹했다. 쏟아진 폭우가 산에 스며들어 지반이 약해졌고 결국 산이 무너졌다. 밀려온 토사는 사람이 사는 주택을 덮쳤다. 길이 3m가량 될 법한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뒹굴었다. 한 주민은 “지방리 일대 산림이 마구잡이로 개발돼 여기저기 산을 깎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산사태 걱정에 불안한 여름을 보내는 중”이라고 16일 동아일보 취재팀에 말했다. 최근 5년간 벌어진 산사태 피해의 93%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 정부의 산사태 관리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산사태 93%,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 산림청은 산사태로 인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고시한다. 지정 절차를 보면 우선 해당 지역에 대한 기초 조사를 하고, 관할 지방청 및 지방자치단체가 현장 실태조사를 거친다. 산사태 위험등급, 지형, 사람이 사는 인가 규모, 공공시설, 낙석 및 붕괴 여부, 지반, 심어진 나무 종류, 토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 제도는 2011년 16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참사 이후 마련됐다. 산림청은 매년 관리 대상을 넓혀 지난해 기준 총 2만8988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산사태 예방 사업 우선 시행, 연 2회 이상 현지 점검, 대피소 지정, 거주민 대상 산사태 예방 교육 등의 혜택이나 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산사태 피해와 사상자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발생한 산사태 총 피해건수 9668건 중 93%(8977건)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일어났다. 특히 지난해엔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인명 피해가 집중됐다. 지난해 산사태로 5명이 숨졌던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2명이 숨진 예천군 감천면 벌방1리도 취약지역이 아니었다. 총 2명이 숨진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각각 2명이 사망한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와 서동리 모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당국에서 관리하는 전국 산림 47만여 개를 모두 취약지역으로 지정해서 관리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산면처럼 마을 주민들은 이미 산사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는데도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고, 결국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들을 감안하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사태 취약지역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최근 이상기후와 잦아지는 폭우 및 극한 호우, 산림 난개발 등으로 산사태 위험성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진산면 역시 사고 당일 오전 3시간 동안 약 170mm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산림청 측은 “한국은 전체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폭우가 지속되면 대부분의 지역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곳을 관리하기엔 인력, 예산 등의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산사태는 비가 왔다고 한두 시간 내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서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얼마든 인명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 취약지역 선정이 지반, 토양 등 산사태가 발생하는 자연적 요소에만 집중되다 보니 공사 등으로 인한 산 하부의 변화는 간과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실제로 산이 무너진 곳과 산사태 취약 지역이 다르다. 새로운 위험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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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시간 상시 교대근무’ 공군 군사경찰…인권위 “휴식시간 늘려야”

    24시간 상시 교대 근무를 하는 공군 군사경찰(헌병) 병사의 휴식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의견이 나왔다. 15일 인권위는 공군참모총장에게 이러한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공군 군사경찰 병사들의 위로 휴가 일수를 점차 늘리고 이와 별개로 인력도 늘려 휴식 시간을 추가로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공군 군사경찰을 자녀로 둔 진정인들은 인권위에 “병사들이 주말과 공휴일도 없이 24시간 상시 밤낮이 매일 바뀐 상태로 근무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실제로 병사들은 복무기간 동안 평일과 공휴일 구분 없이 24시간 교대 체계로 근무하며, 근무시간이 매일 바뀌는 탓에 수면시간도 불규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군 측은 업무 특성상 24시간 상시 교대는 불가피하며, 군사경찰 병사들에게는 6주마다 1일의 위로휴가를 추가로 부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공군 측의 해명을 받아들여 현행 근무 체계를 인권침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공군이 제공한 위로휴가 일수는 군사경찰의 현실적인 인력상황을 고려해 기준을 정했다고 판단했다. 대신 인권위는 군사경찰 임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휴식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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