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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동부 억필드에 거주하는 맬컴 마케시 씨(83)는 농부로 일하다가 2006년에 은퇴했다. 은퇴 전엔 매일 소젖을 짜며 농사일을 했던 그지만 은퇴 후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여행을 즐긴다. 마케시 씨는 “일할 때는 저소득층에 속했지만 지금은 연금 덕분에 도리어 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마케시 씨는 한 달에 2400파운드(약 425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국가연금이 그중 65%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연금 17%, 퇴직연금은 10% 정도다. 나머지 8%는 세상을 떠난 마케시 씨의 아내가 고용주로부터 받았을 연금의 절반이다. 마케시 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국가연금에 조금씩이라도 항상 추가로 납입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한두 개 갖고 있다. 소득세를 피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연금부가 관리하는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2012년 디폴트 옵션을 의무화했다. NEST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옵션에 가입하고 있는데 연평균 수익률은 8∼9%에 이른다.● 60대에 창업 도전… 고령층 소비가 경제 뒷받침 한국에서 2025년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원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고령사회(노인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프랑스는 39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된 2018년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기록적인 고령화 속도와 달리 노년층의 은퇴 후에 대한 준비는 미진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소득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는 이유다. 준비 없는 초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두둑한 연금을 바탕으로 고령층이 활발한 소비와 경제 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정부가 잘 운용해온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재취업 시장도 탄탄한 덕이다. 덕분에 노인들은 선진국 경제의 ‘비밀 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 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연금 부자도 많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자사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산을 바탕으로 노인들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고금리 추세,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속에서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 소비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현재 77조1000억 달러(약 10경8109조6200억 원)의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2024년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가 약 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장피에르 퐁생 씨(78)는 법정 정년인 60세에 은퇴한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은퇴 땐 뒤늦은 재혼에서 얻은 딸이 고작 한 살이었고, 이듬해엔 아들까지 태어났다. 60대 초반에 ‘늦깎이 아빠’가 된 그는 과감하게 부동산 컨설팅 창업을 결심했다. 60대 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현직에서 잘 알던 지인들은 이미 퇴직해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아예 수입이 ‘0유로’인 달도 있었다. 전기료 등 고정 비용만 나가 적자를 볼 때도 허다했다. 퐁생 씨는 “그래도 든든한 연금보험금이 3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연금에 일반 퇴직연금과 고위 임원용 퇴직연금까지 3곳에 ‘연금 파이프라인’을 뚫어놨던 것. 3곳에서 들어오는 연금 수입은 현재 월평균 6000유로(약 882만 원)에 달한다. 그는 ‘3중 연금’ 덕에 어린 두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었다. 연금을 든든한 발판 삼아 사업도 키울 수 있다. 퐁생 씨의 지금 소득은 퇴직 전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제 두 아이는 훌쩍 자라 독립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계속 일할 계획이다. 퐁생 씨는 “일하는 게 재밌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금으로 크루즈 여행”, 여유 누리는 은퇴 부자들“내년 70세 생일을 맞아 아들 둘, 손자 넷을 데리고 한국-일본 크루즈 여행을 갈 겁니다. 경비는 모두 제가 냅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69)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혼자 사는 그는 현재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하지 않지만 본인의 연금만으로 손주까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하워드 씨가 은퇴 후에도 자녀, 손주를 챙길 수 있는 이유는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과 노령연금이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하워드 씨는 매달 4000호주달러(약 360만 원)의 퇴직연금과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집의 일부 공간을 렌트하며 월 600호주달러(약 54만 원) 정도 추가 수입도 거둔다. ‘슈퍼’(최고)라는 이름을 내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1992년부터 근로자 가입이 의무화됐는데 연간 수익률 8%대, 지난해엔 수익률 9%대를 기록했다. 맡겨두면 두둑한 연금자산을 누릴 수 있는 호주의 노인들은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해 쓰는 건 인생이 끝장난 사람이나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워드 씨도 “교사로 근무했을 때 월급의 10%는 퇴직연금에 넣었다”며 “지금은 월요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고 주민들에게 1시간 반 동안 미술을 가르치면서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중학교 교사 출신 시노미야 마사요 씨(70)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 등 월 63만 엔(약 585만 원)을 받고,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시노미야 씨는 “개인연금도 많이 적립했다. 남편도 조그만 부동산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면에서 식사나 의료 등 힘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사회 담당 강사로 재취업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시노미야 씨는 은퇴 전보다 월급(현재 17만 엔·약 159만 원)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노후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담임 교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책임이 줄어든 데다 학부모들과 부딪칠 일이 없고, 휴일도 많아졌다”며 “여유가 생긴 덕분에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누구의 할머니, 아내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밖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재미있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웃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2025년을 앞두고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과 후년 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초고령사회 원년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9.2%로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기정사실화됐다. 고령사회가 된 2018년 이후 불과 7년 만의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초고령사회라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수출이 위협받는 가운데 내수라도 살려야 하는데 고령인구와 노인빈곤율의 급증은 소비 진작과 경제 선순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리우고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미국 등 선진국에서 부자 노인이 여전한 소비력을 보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면서 살다가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을 받아들고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의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수익률은 7.79%인 반면에 한국 퇴직연금의 10년간(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매월 50만 원씩 30년을 꾸준히 퇴직연금을 넣는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근로자는 7억2000만 원을 손에 쥐게 되지만 한국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퇴직금은 2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선진국 은퇴자가 연금 수익 등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는 반면에 한국은 ‘쥐꼬리 연금’, ‘은퇴 거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오는 이유다. 벌어둔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한국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9.41%, 금융투자 자산은 1% 미만이다. 자산은 많아도 이를 바탕으로 풍족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노인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일자리로 근로소득을 확보할 처지도 안 된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정부에서 노인형 일자리를 양산하지만 월 급여는 21만 원에 불과하다. 고령 취업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단순 노무(34.6%)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3.3%)의 합이 절반 이상이다. 한국의 고령층은 연금뿐 아니라 금융자산, 일자리 기회가 모두 부족한 ‘삼저(三低)’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모 씨(73)도 2010년 그간 운영해온 가게를 닫은 뒤 마땅한 벌이가 없어 생활이 막막해진 경우다. 국민연금에 최소 금액만 넣은 탓에 월 수령액이 4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에는 다행히 인근 학교에서 숙직 전담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면서 월 90만 원씩 챙겼지만, 지난해 실직하면서 이마저도 끊겼다. ●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내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내년 20%를 넘은 뒤 2050년에는 40.1%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노동생산성 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프랑스(65.8달러), 영국(60.1달러) 등의 국가가 한국을 크게 앞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2015∼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 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금 제도 개선으로 노인들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의무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회원국의 평균치(50.7%)를 크게 밑돌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은 “(개인들도) 퇴직금이나 주택 등의 자산을 활용해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연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용역과 상표권을 공짜로 내주며 총수 회사에 12억 원이 넘는 부당 이익을 제공한 셀트리온이 4억 원대의 과징금을 맞게 됐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셀트리온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35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서정진 그룹 회장 지분이 높은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서 회장에게 사익을 안겨준 점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08년 8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 독점 판매권을 주는 대신에 제품 보관료 등 일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도 셀트리온은 1년여 뒤 헬스케어가 매입한 의약품을 보관료 없이 보관해주며 보관용역을 공짜로 내줬다. 보관료 관련 규정은 2012년 8월 계약서에서 삭제됐다. 셀트리온은 또 자신이 독점적,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는 상표권을 헬스케어와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헬스케어와 스킨큐어는 서 회장이 지분 88.0%, 69.7%를 각각 가진 회사다. 셀트리온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두 회사에 제공한 부당 이익은 총 12억1000만 원이었다. 실제 지원 행위는 2009년부터 시작돼 30억 원대 규모인데, 셀트리온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6년 이후에 대해서만 지원 금액이 산정됐다. 공정위가 적용한 사익 편취 행위 금지 규정은 대기업집단에만 적용된다. 셀트리온 측은 “내부 준법경영 체제를 강화해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쿠팡이 고객의 멤버십 해지를 방해하고 눈속임으로 가격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이 밖에도 다른 불공정행위 혐의에 대해서도 당국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어 쿠팡의 제재 리스크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보냈다. 공정위는 쿠팡 측 의견을 청취한 후 내년 하반기(7∼12월) 중 제재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의 계약 해지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고객이 중도 해지를 신청하면 즉시 서비스가 중단되고 남은 이용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와우 멤버십은 소비자가 중도 해지를 신청해도 차액이 환불되지 않고, 월말까지 서비스가 유지됐다. 중도 해지를 방해한 혐의로 네이버, 마켓컬리 등 다른 이커머스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할 때 소비자를 기만한 것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쿠팡은 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리는 과정에서 눈속임을 동원해 고객의 동의를 받아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상품 결제 버튼에 ‘와우 월 회비 변경 동의’ 문구를 작게 적어두고, 버튼을 누르면 결제와 동시에 멤버십 가격 인상을 승인한 걸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는 모두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은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체가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해 계약 해지를 방해하거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어기면 과징금, 과태료 등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 쿠팡의 제재 리스크는 산적해 있다. 올 6월 쿠팡은 검색 알고리즘과 후기를 조작해 자사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밀어준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16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검찰 고발도 이뤄져 현재는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도 줄줄이 쌓여 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에 ‘쿠팡 플레이’와 ‘쿠팡이츠 무료 배달’ 서비스를 끼워 팔았다는 의혹, 자회사 쿠팡이츠가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배달의민족 등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도록 입점업체에 강요했다는 의혹(최혜대우 요구) 등이다. 실적이 저조한 PB 상품을 할인하면서 하도급 업체에 판촉비를 전가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된 상태다. 이 사건들은 모두 공정위 조사 선상에 올라가 있다.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쿠팡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쇼핑 앱의 경우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상품을 주문해 혜택을 본 뒤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 중도 해지 허용으로 다른 고객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비발디파크 인근에서 스키 장비 등을 빌려주면서 가격을 짬짜미한 대여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2일 공정위는 비발디파크렌탈샵협의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비발디파크 스키장 주변에서 스키·스노보드 장비 및 의류를 빌려주고 강습을 해주는 업체 57곳으로 구성된 사업자단체다.공정위에 따르면 협의회는 2022~2023년 시즌과 2023~2024년 시즌 스키·스노보드 장비 및 의류 대여료와 강습료의 최저가격을 정하고 회원사(구성사업자)들이 모두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 이를 공지했다. 이후 인터넷 예매 사이트 등을 통해 최저가격보다 싸게 빌려주는 회원사가 있는지를 감시하고, 어긴 회원사에는 가격 수정을 요청했다. 이런 담합 행위로 정해진 2022~2023년 겨울 ‘스키 장비 4시간 대여료’의 최저 가격은 1만1000원이었지만, 2023~2024년 겨울엔 1만5000원으로 1년새 36%나 증가했다.이 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업자단체는 회원사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 다만 공정위는 협의회의 예산이 1억5000만 원으로 소액인 점과 법 위반 전력이 없는 점, 조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비발디파크 인근 지역 스키·스노보드 장비 대여 및 강습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들의 여가 활동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 및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에 관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국내에서는 기업 생산과 투자, 소비 지표가 일제히 악화되며 내수 침체가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경기 부진은 세수 결손을 키우면서 나라 살림의 부담도 계속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 심리가 악화돼 국내 증시는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2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48.76포인트(1.95%) 내린 2,455.91에 장을 마쳤다. 22일 2,500 선을 탈환한 지 일주일 만에 또다시 2,400대로 밀렸다. 최근 거의 매일같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 시장에서 70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전날(28일)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00%로 깜짝 인하했지만 전혀 ‘약발’이 듣지 않는 모양새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효과보다는 한은이 내년과 후년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출 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수출까지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진 것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내년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춰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달러화 강세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불안으로 내년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대표 수출 업종인 반도체 시장의 부진 전망이 날로 확산되는 것도 비관론을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연말 경기가 크게 꺾이면서 일각에선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2%를 달성하기 버거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수 지표도 계속 악화 일로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 산업 생산지수는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9월(―0.3%)에 이은 두 달 연속 감소세다.1%대 저성장 우려에 코스피 1.95% 급락… 세수 11.7조 줄어생산-소비-투자 동반 추락외국인 매도에 코스피 2400대로“올 2.2% 성장 버거울 수도” 우려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0.4% 감소하면서 전월(―0.5%)에 이어 두 달째 하락했다. 설비투자 또한 기계류(―5.4%) 등에서 줄어 전달보다 5.8% 감소했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3대 지표가 모두 감소한 것은 올 5월 이후 5개월 만이다.건설기성 역시 토목, 건축 등에서 공사 실적이 줄면서 전달보다 4.0% 감소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경기 부진의 여파로 세수 결손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다.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1∼10월 국세는 293조6000억 원 걷혀 1년 전보다 11조7000억 원 줄었다. 저조한 기업 실적 탓에 법인세(58조2000억 원)가 17조9000억 원 급감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주식 거래 대금이 줄고 세율이 내려가면서 증권거래세는 1조2000억 원 줄었고, 개별소비세도 1000억 원 줄었다. 다만 이 기간 소득세(94조1000억 원)는 2000억 원 증가했다. 부가가치세 역시 6조1000억 원 늘었다.1년간 예상 세수 가운데 실제로 걷힌 세금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79.9%였다. 역대 최대 세수 결손이 났던 지난해(10월 진도율 76.2%)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느린 속도다.11, 12월 지난해만큼만 세금이 걷히면 1년간 총 국세 수입은 332조5000억 원이 된다. 정부가 당초 짠 예산보다 34조8000억 원 부족하다. 정부는 9월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결손 규모를 29조6000억 원으로 내다봤는데, 고친 전망보다도 실적이 더 저조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월별로 보면 1, 2, 7월 석 달 빼고는 모두 지난해 대비 국세 수입이 줄었다.다만 기재부는 연말까지 세수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10월 부가세 신고를 보니 11, 12월엔 부가세 수입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건전재정’을 강조해 온 정부도 임기 후반부에는 보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 것으로 관측된다. 완화 속도가 빨라진 통화정책에 맞춰 재정정책까지 ‘쌍끌이’로 경기 부양을 이끌어야 할 만큼 경기 전망이 악화된 데다 정부가 방점을 찍은 ‘양극화 타개’를 위해서도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양극화 타개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기 회복세의 온기가 내수로 번지지 않는 상황이라, 소비를 살리고 소상공인의 각종 부담을 덜어줄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후반의 핵심 국정과제로 양극화 타개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보다 재정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양극화 타개 발표 이후) 재정 운영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한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은 재정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내수와 민생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나 민생 활력을 위해 앞으로 재정은 좀 더 확실하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내수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폭탄 예고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을 더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올 3분기(7~9월) 가계소득 증가세가 9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소비 증가세를 웃돌았다. 소득은 크게 늘고 소비는 제자리걸음 한 결과다. 쪼그라들던 가계소득이 본격적인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대로라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배 지표는 2개 분기째 악화됐다.28일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동향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5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4.4% 늘었다. 지난해 1분기(1~3월) 4.7% 증가한 이후 가장 큰 오름 폭이다.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실질소득은 1년 새 2.3% 올랐다. 가구 실질소득은 1분기(―1.6%) 마이너스를 보이다가 2분기(4~6월) 0.8% 늘었고 최근에는 증가 폭이 더 커졌다.가계소득 중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332만9000원으로 3.3% 뛰었고 다른 항목에서도 소득이 늘었다. 사업소득은 98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0.3% 늘었는데 물가 상승분을 빼면 1.7% 오히려 줄었다. 내수 부진 여파에 실질 사업소득은 2개 분기 연속 줄고 있다.반면 가구 지출은 397만5000원으로 1년 새 2.7% 느는 데 그쳤다. 2분기(4.3%)보다 오름폭이 작아졌다. 세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소비지출만 보더라도 1년 새 3.5% 늘어 2분기(4.6%)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2%대 안팎으로 낮아졌지만 누적된 고물가 피로감에 소비가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소매판매액은 3분기까지 10개 분기째 전년 대비 줄며 역대 가장 긴 내리막을 걷고 있다.소득분위별로 보면 양극화가 여전했다.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1분위)의 근로소득은 25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3.4% 뒷걸음질했다. 이들의 전체 소득은 5.4% 늘어난 118만2000원이었는데, 이중 절반을 공적이전 소득(57만1000원)이 차지했다. 공적이전 소득은 정부에서 받는 각종 수당, 연금 등을 말한다.반면 상위 20%인 고소득층(5분위)의 근로소득은 802만4000원으로 5.0% 늘었다. 전체 소득은 1154만3000원으로 6.5% 뛰었다.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69배로, 1년 전(5.55배)보다 0.14배 포인트 상승했다. 그만큼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의미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햄버거, 치킨 등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갑질’을 무더기로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이 확인되면 이를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식 업종의 필수품목 관련 불공정행위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고, 심의를 거쳐 위법 여부가 확인되면 엄중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사업은 약 35만 소상공인의 생계와 직결된 분야다. 앞으로도 제도 보완과 시장 감시 등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현재 햄버거, 치킨, 피자 등 생활 밀접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갑질을 조사 중이다. 이 중 피자 프랜차이즈 파파존스에 대해서는 최근 제재를 완료했고, 남은 12건은 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자신이 지정한 곳에서만 사도록 강제하는 품목이다. 한 위원장은 또 “최근 이중가격제 도입 논의가 있는데 상생협의체 합의안의 시행 경과를 좀 더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중가격제란 음식점들이 배달 음식을 매장에서보다 더 비싸게 받는 것을 말한다. 대형 치킨 브랜드 등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배달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한 위원장은 “이중가격제는 최혜 대우 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에 대해선 조사하고 있고 신속하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인의 ‘흑자 인생’이 시작되는 시기가 1년 만에 다시 28세로 늦어졌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본격적인 밥벌이가 시작되는 나이도 미뤄진 것이다. 반면 고령층의 노동소득은 크게 뛰어 ‘적자 인생’으로 돌아서는 시기가 미뤄졌다. 26일 통계청이 낸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인은 28세에 처음으로 흑자(128만 원)를 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27세까지는 벌이(노동소득)가 없거나 적다가, 28세 이후에야 쓰는 것보다 많은 돈을 벌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생애주기 흑자가 시작되는 연령은 2017∼2020년 28세였다가 2021년 27세로 앞당겨졌다. 1년 만에 다시 흑자 인생이 미뤄진 건 임금 수준이 높은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15∼29세 청년들이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올 5월 11.5개월까지로 늘어났다. 반면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흑자가 유지되는 나이는 2021년 59세에서 2022년 60세로 미뤄졌다. 60세까지는 노동소득을 통해 소비가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61세부터는 노동소득보다 소비가 많아지면서 적자로 재진입했다. 적자 재진입 나이는 2013년만 해도 56세였는데 월급 받는 고령층이 늘면서 점점 늦춰지는 추세다. 국민 1인당 생애주기로 살펴보면 27세까지 적자였다가 28∼60세에는 흑자를 보고, 61세 이후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구조였다. 살면서 적자가 가장 클 때는 17세로, ―4078만 원이었다. 이 연령대에 1인당 소비(4113만 원)가 가장 크기 때문인데, 대부분이 학원비 등 교육비 지출인 것으로 보인다. 흑자가 가장 클 때는 43세로, 소비보다 소득이 1753만 원 많았다. 43세에 1인당 노동소득이 4290만 원으로 정점을 찍으면서 최대 흑자를 봤다. 2021년에는 최대 적자는 3758만 원(17세), 최대 흑자는 1823만 원(46세)이었다. 1년 새 적자 폭은 커지고 흑자 폭은 줄었다. 생애주기별로 발생한 적자는 자산소득(자산 재배분), 부모와 자식 간에 주고받는 용돈과 생활비(가구 내 이전), 정부 현금 지원이나 연금(공공이전) 등을 통해 메워진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적자 가운데 연금 등 공공이전으로 충당하는 몫이 총 98조2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자산 재배분(48조3000억 원)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65세 이상의 경우 연금이 늘고 보유한 집값이 오르면서 마련된 돈으로 소비생활을 했다. 이 연령대에서 노동소득이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계열사와 비계열사간 음원 유통 수수료를 다르게 부과하며 소속회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가적인 조사에 나섰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음원 유통 계약 자료를 확보했다. 스타쉽엔터는 아이돌 그룹 아이브, 몬스타엑스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로 카카오엔터가 지분 58.17%를 보유한 종속회사다.이번 조사는 경쟁 엔터테인먼트 회사 빅플래닛메이드(BPM)의 신고로 시작됐다. BPM은 앞서 1월 카카오엔터 측이 자사가 운영하는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계열사와 비계열사 간 유통 수수료를 차별 부과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공정위가 이와 관련해 6월 카카오엔터를 현장조사한 데 이어 스타쉽엔터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선 것이다.카카오엔터가 일반 업체에는 20% 안팎의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관계사에는 5~6% 수준의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게 BPM 측의 주장이다.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에게 용역을 제공하거나 거래 대가를 부당하게 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차별적 수수료 부과는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인의 ‘흑자 인생’이 시작되는 시기가 1년 만에 다시 28세로 늦어졌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본격적인 밥벌이가 시작되는 나이도 미뤄진 것이다. 반면 고령층의 노동소득은 크게 뛰어 ‘적자 인생’으로 돌아서는 시기가 미뤄졌다.26일 통계청이 낸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인은 28세에 처음으로 흑자(128만 원)를 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27세까지는 벌이(노동소득)가 없거나 적다가, 28세 이후에야 쓰는 것보다 많은 돈을 벌기 시작한다는 의미다.생애주기 흑자가 시작되는 연령은 2017~2020년 28세였다가 2021년 27세로 앞당겨진 바 있다. 1년 만에 다시 흑자 인생이 미뤄진 건 임금 수준이 높은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15~29세 청년들이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올 5월 11.5개월까지로 늘어났다.반면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흑자가 유지되는 나이는 2021년 59세에서 2022년 60세로 미뤄졌다. 60세까지는 노동소득을 통해 소비가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61세부터는 노동소득보다 소비가 많아지면서 적자로 재진입했다. 적자 재진입 나이는 2013년만 해도 56세였는데 월급 받는 노인이 늘면서 점점 늦춰지는 추세다.국민 1인당 생애주기로 살펴보면 27세까지 적자였다가 28~60세까진 흑자를 보고, 61세 이후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구조였다. 살면서 적자가 가장 클 때는 17세로, 4078만 원 마이너스였다. 이 연령대에 1인당 소비(4113만 원)가 가장 크기 때문인데, 대부분이 학원비 등 교육비 지출인 것으로 보인다. 흑자가 가장 클 때는 43세로, 소비보다 소득이 1753만 원 많았다. 43세에 1인당 노동소득이 4290만 원으로 정점을 찍으면서 최대 흑자를 봤다.2021년에는 최대 적자는 3758만 원(17살), 최대 흑자는 1823만 원(46살)이었다. 1년 새 적자 폭은 커지고 흑자 폭은 줄었다.생애주기별로 발생한 적자는 자산소득(자산 재배분), 부모와 자식 간에 주고받는 용돈과 생활비(가구 내 이전), 정부 현금지원이나 연금(공공이전) 등을 통해 메워진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적자 가운데 연금 등 공공이전으로 충당하는 몫이 총 98조2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자산재배분(48조3000억 원)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65세 이상의 경우 연금이 늘고 보유한 집값이 오르면서 소비생활을 이어갔다. 이 연령대에서 노동소득이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공항 라운지, 렌터카 이용 등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회사가 자의적으로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카드사 등의 불공정 약관이 대거 적발됐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용카드사, 리스·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쓰는 약관 1215개를 심사해 7개 유형 45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금융위원회에 문제가 된 약관의 시정을 요청했다. 가장 많이 적발된 불공정 약관은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서비스 내용을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제휴사나 카드사 사정에 따라’라는 포괄적인 사유로 고객에게 갑자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공항 라운지, 렌터카, 스마트폰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 등 부가서비스는 3년 이상 제공된 후에야 예외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데 ‘1년 이상 제공 시’로 기한을 줄인 약관도 적발됐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채권자가 만기 전 대출금을 회수하는 ‘기한이익 상실’과 관련된 약관에서도 불공정한 내용이 있었다. 임시 조치일 뿐인 가압류, 가처분 결정 사실을 기한이익 상실 사유로 정한 것이다. 상실 사유가 발생했을 때 사전 통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문제가 됐다. 이 밖에 고객이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서면으로만 이의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부당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투자 분야에서의 불공정 약관도 신속하게 시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분양권을 산 사람이 판매자의 양도세를 사실상 대신 내주는 ‘손피거래’가 앞으로는 어려워진다. 손피거래에 따른 세금 부담이 크게 늘면서다. 25일 국세청은 손피거래 시 양도세 계산법에 대한 정부 해석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손피거래란 ‘손에 쥐는 프리미엄 거래’의 약칭으로, 구매자(매수자)가 판매자(매도자)가 내야 할 양도세만큼 웃돈을 얹어주는 매매 계약이다. 위법은 아니지만 이번 해석 변경으로 세금 부담이 수배로 늘게 됐다. 분양권을 12억 원에 취득해 17억 원에 매매하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판매자가 양도차익(5억 원)에 대해 3억2800만 원(세율 66%)의 양도세를 내면 된다. 하지만 손피거래는 판매자가 제 몫의 세금만큼 웃돈을 받는 구조라 매매가(양도가액)는 20억2800만 원으로 뛴다. 문제는 이 매매가에 대해 또다시 양도세 5억4500만 원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판매자가 5억4500만 원을 추가로 받아 세금을 내더라도 이를 매매가에 포함하지 않았다. 최초 1회에 한해서만 세액을 양도가액에 합산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2차 발생한 세액이 최초 매매가에 합쳐져 그에 따른 양도세가 또 생긴다. 매매가는 22억4500만 원이 되고 양도세는 6억8800만 원이 되는 것이다. 국세청은 “예기치 못한 세금 문제를 방지하려면 매매 거래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앞으로 돈이나 제품 협찬을 받아 블로그 등에 상품 후기를 쓰려면 제목이나 게시물 맨 앞에 이를 알려야 한다. 경제적 대가를 미래에 조건부로 받더라도 광고 사실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광고주가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행 지침은 인플루언서 등이 경제적 대가를 받아 후기를 쓸 때 게시물 첫 부분이나 끝부분에 광고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게시물 끝에 이를 알리는 경우 게시물이 길면 소비자들이 광고 사실을 알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이에 공정위는 게시물의 제목 또는 첫 부분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뒷광고 사실을 숨기는 ‘꼼수’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도 담겼다. 게시물 제목에 광고 문구를 넣을 땐 생략되지 않도록 제목 길이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게시물 첫 부분에 넣을 때도 글자 크기나 색깔을 본문과 다르게 해야 한다.경제적 대가를 사전에 받지 않고 미래에, 또는 조건부로 받더라도 광고 표시를 해야 한다. 구매 링크 등을 통한 매출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거나, 후기 작성 후 구매 대금을 환급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마케팅 방식이다.광고 사실을 알릴 땐 ‘소정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음’과 같은 모호한 표현은 써선 안 된다. 광고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새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기만적 광고에 해당해 광고주가 매출액 2%까지 과징금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게시물을 올린 인플루언서가 사업자로 등록돼 있으면 해당 인플루언서도 제재를 받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내년 초부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중개수수료가 현행 9.8%에서 2∼7.8%로 떨어진다. 다만 배달비는 지금보다 최대 500원 비싸진다. 14일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이런 내용의 최종 상생안을 발표했다. 상생협의체는 배달앱과 자영업자 간 대화로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7월 꾸려진 기구인데 115일간 협의 끝에 극적 타결에 이르렀다. 최종 상생안에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최고 수수료율을 7.8%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거래액(각 배달앱에서 발생한 매출액) 기준 상위 35% 가게에는 7.8%의 수수료율을 부과한다. 거래액 하위 20% 가게는 2.0%, 이들을 제외한 중간 가게는 6.8%를 수수료로 내게 된다. 매출이 적은 가게들은 수수료율이 최대 7.8%포인트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자영업자들이 내는 배달비는 현행 1900∼2900원에서 최대 500원가량 비싸진다. 배달비 역시 매출에 따라 차등 적용돼 하위 20%는 지금처럼 최대 2900원만 내면 된다. 바뀐 수수료율은 내년 초부터 3년간 적용된다. 소비자가 받는 영수증에는 가게에서 지불하는 중개수수료, 배달비 등도 상세하게 기재된다. 다만 타결된 안이 4개 자영업자 단체 중 두 곳의 동의만 받아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이 안에 반대해 중도 퇴장했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플랫폼 입장에선 수익과 직결된 문제라 더 이상 양보를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상생안이 자영업자 단체 절반의 지지밖에 이끌어내지 못한 만큼 야당을 중심으로 수수료 상한제 등 법적 규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올 들어 9월까지 나라 살림이 91조5000억 원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세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적자 폭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커 내수 침체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9월 총수입은 439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조1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각종 나라 사업에 쓰이는 돈인 국세수입은 255조3000억 원으로, 11조3000억 원 감소했다. 경기 악화에 법인세가 17조4000억 원 감소하는 등 세수에 비상이 걸린 게 영향을 미쳤다. 세외수입과 국민연금 등 각종 기금 수입은 각각 1조6000억 원, 12조8000억 원 늘었다. 총지출은 1년 전보다 24조8000억 원 늘어난 492조3000억 원이었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75.0%로 세금이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난해(73.2%)보다 돈 쓰는 속도는 빨라졌다. 기금지출 등을 뺀 예산 지출의 진도율(76.8%) 역시 지난해(72.5%)보다 높다. 연초 정부는 ‘신속 집행’을 강조하며 연간 예산의 3분의 1을 1∼3월에 쓴 바 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2조9000억 원 적자였다. 4대 보장성 기금의 흑자(38조6000억 원)를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1조5000억 원 적자였다. 1년 전보다 20조9000억 원 불어난 규모로, 이는 9월 기준으로는 2020년(108조4000억 원)과 2022년(91조8000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세수 부족이 이어지면서 적자 규모는 연말까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내다본 한 해 전망치(91조6000억 원)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결손 상황 등을 고려하면 연말로 갈수록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정 실탄이 부족한 만큼 정부가 강조한 ‘양극화 타개’ 드라이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서 양극화를 해소할 정책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며, 재정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내년 초부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중개수수료가 현행 9.8%에서 2~7.8%로 떨어진다. 배달비는 지금보다 최대 500원 비싸지지만, 수수료 부담은 최대 7.8%포인트 낮아지는 것이다.14일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이런 내용의 최종 상생안을 발표했다. 상생협의체는 배달앱과 자영업자 간 대화로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7월 꾸려진 기구인데, 100일이 넘는 갈등 끝에 이날 극적 타결에 이르렀다.최종 상생안에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최고 수수료율을 7.8%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거래액(각 배달앱에서 발생한 매출액) 기준 상위 35% 가게에는 7.8%의 수수료율을 부과한다. 거래액 하위 20% 가게에는 2.0%의 수수료율을 매기기로 했다. 이들을 제외한 중간 가게는 6.8%를 수수료로 내게 된다.자영업자들이 내는 배달비는 현행 1900~2900원에서 최대 500원가량 비싸진다. 배달비 역시 매출에 따라 차등 적용돼 하위 20%는 지금처럼 최대 2900원만 부담하면 된다.배민과 쿠팡이츠는 내부 전산 작업 등을 마무리하는 대로 내년 초부터 이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조만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바뀐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기간은 앞으로 3년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상생안은 4개 자영업자 단체 중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두 곳의 동의만 받아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이 안에 반대해 중도 퇴장했다. 이들은 그간 배달 수수료율 상한선을 5%까지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아 왔다. 정부 관계자는 “입점업체 측 두 군데를 제외하면 공익위원을 포함해 전원이 동의했다. 현재로선 최선의 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표결 절차 없이 상생방안이 확정됐다”고 밝혔다.상생협의체가 극적인 타결에 이르면서 정부가 ‘배달수수료 상한제’ 등 법적 규제 카드를 꺼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생안이 자영업자 단체 절반의 지지밖에 이끌어내지 못한 만큼 야당을 중심으로 법적 규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생안 타결과 별도로 배달앱 관련 최혜대우, 무료배달 의혹 조사는 계속 이어간다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넉 달 만에 10만 명대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이 고용 둔화로까지 이어지면서 내수와 밀접한 도소매업 등에서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도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용시장 위축의 피해는 일용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일자리 사정이 나빠져 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이 다시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소매 취업자 3년 3개월 만 최대폭 감소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84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3000명 느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을 밑돈 것은 올 6월(9만6000명) 이후 넉 달 만이다. 7∼9월에는 10만 명대 증가세를 보이며 반짝 늘었는데 다시 꺾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취업자 수가 큰 폭(34만6000명)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하지만, 그보다는 침체된 내수로 관련 일자리가 쪼그라든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고용이 줄어든 업종은 대부분 내수와 밀접한 분야다.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4만8000명 줄어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9월까지 석 달 연속 최대 감소세를 새로 쓴 데 이어 지난달에도 9만3000명 줄었다. 제조업 일자리도 4개월째 뒷걸음질 중이다.내수와 관련된 다른 경제 지표도 악화일로다.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올 3분기(7∼9월)에 1년 전보다 1.9%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0.2%)부터 10개 분기째 줄고 있는데,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긴 내리막이다. 서비스 소비를 나타내는 서비스업생산도 3분기 1.0% 느는 데 그쳤다. 2021년 1분기(0.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다.● 내수 침체, 자영업 경기 강타 고용 둔화의 직격탄은 특히 취약계층이 맞고 있다. 지난달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꼽히는 일용근로자는 1년 전보다 10만 명 줄었다. 상용직, 임시직 근로자가 10만 명 안팎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7000명 줄어 올 3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직원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은 4만4000명 늘었는데, 인건비 부담에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내수 침체는 자영업 경기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폐업 자영업자에게 지급되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9월 기준 1조 원을 넘겼다. 지난해에는 연말에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는데 올해는 공제금이 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자영업자들이 제때 갚지 못한 빚은 6월까지 2조6000억 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대다.고용이 위축되면 소득이 줄어든 취약계층들이 소비를 더욱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2분기(4∼6월)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7.5% 줄어든 바 있다. 연초 고물가 여파로 뒷걸음쳤던 가구 실질소득이 2분기 소폭(0.8%) 늘었지만 저소득층은 이 같은 회복세에서 비켜나 있는 것이다. 반면 이 기간 소득 상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큰 폭(8.3%)으로 뛰며 양극화가 뚜렷했다. 바닥 경제에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자 정부도 임기 후반 주요 국정 목표를 ‘양극화 타개’로 잡고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극화를 해소할 정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와 관련된 것도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자영업자 대책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채무조정 제도인 ‘새출발기금’의 요건을 완화하는 등 금융지원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충격이 한국 경제에 큰 폭풍우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할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더욱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거대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자영업 경기 등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일자리 사정도 크게 악화됐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물가가 뛰고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가 다시 찾아올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1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4% 내린 2,417.08에 거래를 마쳤다. 11일 이후 사흘 연속 1% 넘는 급락세를 보이면서 1월 17일(2,435.90) 기록했던 연저점을 경신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만 6000억 원 이상을 팔아치우면서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사흘간 순매도 금액만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이날도 4% 이상 급락해 주당 5만 원 선이 위협받게 됐다. 코스닥지수도 2.94% 급락한 689.65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1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환율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410.6원까지 튀어 올랐다. 오후 3시 반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는 전일 대비 3.1원 오른 140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좀처럼 살아나질 않는 내수에 고용시장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명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만 해도 취업자 수는 달마다 평균 32만 명 넘게 늘곤 했는데, 지난달에는 4분의 1 토막이 났다. 내수 부진으로 도소매업 취업자가 3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 판매는 2년 반째 줄면서 역대 가장 긴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 경제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자칫 실물 경제 위축으로까지 번지면 내년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이 빠르게 현실화하면 내년 한국 경제가 2% 성장도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외국인 이달 1.5조 매도, 내국인도 ‘탈출’… 시총 2000조 무너져[한국경제 덮친 ‘트럼프 스톰’]한국 증시 ‘끝 모를 내리막’투자자들 “아직도 국장하나” 자조… 외국인 매도, 환율 급등 부채질반도체-2차전지 편중 한계 드러나… 증권가 “구조적 침체 빠질 우려”한국 증시가 ‘트럼프 스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끝없이 내리막을 그리고 있다. 코스피 2,500 선이 붕괴되더니 이제 2,400 선도 위태로울 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승리 전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도 국내 증시를 더욱 외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높은 대외 의존도와 반도체·2차전지 편중 등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증시가 구조적인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주도 산업 다변화, 규제 완화 및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국내 증시 탈출하는 투자자들1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4% 하락한 2,417.08에 장을 마쳐 연저점을 새로 썼다.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20.87포인트(2.94%) 내린 689.65에 거래를 마치며 700 선을 하회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970조 원대로 쪼그라들며 8월 5일 ‘블랙 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000조 원 아래로 내려갔다. 국내 증시에서는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한국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자극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6000억 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하는 등 이달 들어 13일까지 코스피에서 1조5000억 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국내 주식에 대한 실망감에 시장을 떠나는 분위기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피가 이 정도로 빠지면 기관투자가의 반발 매수 또는 개인들의 저점 매수가 들어와야 하는데, 거래 대금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최근 해외 주식 또는 가상자산 쪽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 부진도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이날도 삼성전자는 4.53% 하락한 5만600원에 마감하며 전날 기록한 52주 신저가를 하루 만에 새로 썼다. 삼성전자는 지금보다 1.4%만 더 하락하면 4년 6개월 만에 4만 원대로 내려앉게 된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증시가 대체로 강한 상승세를 보임에도 한국 증시만 ‘나 홀로’ 하락세를 보이자 상당수 투자자들은 투자를 후회하며 자조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 씨(32)는 “주변에 국내 주식에 물려 있다고 말하면 ‘아직도 국장(국내 증시)에 투자하느냐’며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 노출”그동안 국내 증시에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식화, 미국 중앙은행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등 호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영향은 당일 ‘반짝 효과’에 그쳤을 뿐 대세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문제가 정부의 일회성 부양책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번 트럼프 쇼크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한다. 미국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대외 의존도가 유난히 높고 반도체 산업에 편중된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장기적으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악화나 수출 둔화에 의한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내수라도 충분히 받쳐줘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소비심리마저 크게 침체된 상황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역동성이 저하됐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대미, 대중 수출이 크게 위축될 수 있어 구조적 침체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