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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북한 노동당 7차 대회 도중 평양 철도국장과 정치부장이 체포돼 처형됐다. 대회 기간에 음주 금지령을 어기고, 밤에 몰래 술을 마시고 숙소에서 주정한 것이 걸렸다. 다음 날 김정은이 회의장에서 이들을 거론하며 격노했고 두 사람은 대회장에서 직위 해제와 출당을 당한 뒤 체포됐다. 참가자들은 이들이 처형될 것임을 예감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리 북한이라고 해도 술주정으로 처형시키긴 어려우니, 이들은 반동으로 둔갑했다. 사형 판결문엔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증기기관차는 전쟁 때 한몫 단단히 하니 전시 예비용으로 잘 보관 관리하라고 하셨는데, 이자들은 언제 이런 고물을 다시 쓰겠는가 하면서 수십 대를 파철(고철)로 팔아먹었다”고 적시됐다고 한다. 2009년 처형된 김용삼 철도상도 전시 예비용 증기기관차들을 못 쓰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 사유였다. 이쯤 되면 요새 남쪽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장혁 북한 철도상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일지 짐작이 갈 것이다. 고물 증기기관차를 운행이 가능하게 보관하는 일에 목숨이 걸려 있다. 김일성 시대엔 전기가 끊겨도 석탄으로 달릴 수 있는 증기기관차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때는 폭격을 받아도 터널 안에 숨으면 안전했다. 하지만 스마트 폭탄이나 벙커버스터가 활용되는 요즘, 북한이 전시에 철도를 활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철도 간부들도 그 정도 상식은 알고 있으니 증기기관차에 별로 관심을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철도 노동자들은 보관 중인 증기기관차에서 구리와 알루미늄으로 된 부품을 훔쳐 중국에 팔았다. 김 철도상은 이를 막지 못해 죽었고, 평양 철도국 간부들은 쓰지도 못할 증기기관차가 눈에 거슬리니 고철로 중국에 팔다가 걸려 죽었다. 북한 당국도 이제는 증기기관차가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증기기관차를 잘 보관하라는 김일성의 유훈이 존재하니 시대착오적인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 “이젠 그만 없애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유일하게 유훈을 수정할 수 있는 김정은은 아직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지금 북에 올라간 한국 조사단의 눈에는 낡은 노반과 레일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철도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인식 변화가 없다면 아무리 한국이 새 철도를 깔아줘도 제대로 사용하긴 어렵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북한 철도의 일면이다.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글에서 “북한 철도 발전은 1970년대 이후 멈춰 있는 게 아니라 1945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며 “경제 발전보다 정치적 목적을 우선시한 결과 철도 투자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옳은 말이다. 북한 지도부의 우선적 관심사에서 멀어진 철도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인력까지 다 망가졌다. 요즘은 신체나 가정환경 때문에 군에 가지 못하면 할 수 없이 가는 곳이 철도다. 주는 것도 없는데 군대와 같은 규율을 세운다고 들볶으니 기피 1순위다. 지방 철도 종사자에겐 텃밭 가꾸기가 주업이고, 철도 일은 부업이다. 위에서 아래까지 관점을 확 바꾸지 못하면 새 철길을 만들어도 계속 사고만 터질 것이다. 요즘 한국에선 북한 철도를 개량하느냐, 새로 깔아야 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 철도 실태를 제대로 안다면 답은 간단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머물러 있는 북한 철도는 새로 건설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그전까진 어차피 없어질 철도를 약간 보수해 쓰면 충분하다. 북한 신규 철도 건설비를 우리 기준으로 계산해 10조 원이 넘느니 마느니 하면서 떠들 필요도 없다. 요즘엔 철도 옆 북한군 주둔지 이전 토지보상비용까지 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인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린 장비나 기술 보조만 하면 된다. 북한이 새 철길을 만들겠다면 부지는 그들이 해결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하면 군 병력이라도 투입하는 성의 정도는 마땅히 보여야 한다. 이는 북한이 과거의 잘못된 철도관(鐵道觀)에서 벗어나려 하는지 판단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밥상을 같이 차릴 순 있지만 밥을 억지로 떠먹일 수는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016년 5월 북한 노동당 7차 대회 도중 평양 철도국장과 정치부장이 체포돼 처형됐다. 대회 기간 음주 금지령을 어기고, 밤에 몰래 술을 마시고 숙소에서 주정한 것이 걸렸다. 다음날 김정은이 회의장에서 이들을 거론하며 격노했고 두 사람은 대회장에서 직위 해제와 출당을 당한 뒤 체포됐다. 참가자들은 이들이 처형될 것임을 예감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리 북한이라고 해도 술주정으로 처형시키긴 어려우니, 이들은 반동으로 둔갑했다. 사형 판결문엔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증기기관차는 전쟁 때 한몫 단단히 하니 전시 예비용으로 잘 보관 관리하라고 하셨는데, 이 자들은 언제 이런 고물을 다시 쓰겠는가 하면서 수십 대를 파철(고철)로 팔아먹었다”고 적시됐다고 한다. 2009년 처형된 김용삼 철도상도 전시 예비용 증기기관차들을 못 쓰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 사유였다. 이쯤 되면 요새 남쪽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장혁 북한 철도상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일지 짐작이 갈 것이다. 고물 증기기관차를 운행이 가능하게 보관하는 일에 목숨이 걸려 있다. 김일성 시대엔 전기가 끊겨도 석탄으로 달릴 수 있는 증기기관차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때는 폭격을 받아도 터널 안에 숨으면 안전했다. 하지만 스마트 폭탄이나 벙커버스터가 활용되는 요즘 북한이 전시에 철도를 활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철도 간부들도 그 정도 상식은 알고 있으니 증기기관차에 별로 관심을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철도 노동자들은 보관 중인 증기기관차에서 구리와 알루미늄으로 된 부품을 훔쳐다 중국에 팔았다. 김 철도상은 이를 막지 못해 죽었고, 평양 철도국 간부들은 쓰지도 못할 증기기관차가 눈에 거슬리니 고철로 중국에 팔다가 걸려 죽었다. 북한 당국도 이제는 증기기관차가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증기기관차를 잘 보관하라는 김일성의 유훈이 존재하니 시대착오적인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 “이젠 그만 없애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유일하게 유훈을 수정할 수 있는 김정은은 아직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지금 북에 올라간 한국 조사단의 눈에는 낡은 노반과 레일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철도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인식 변화가 없다면 아무리 한국이 새 철도를 깔아줘도 제대로 사용하긴 어렵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북한 철도의 일면이다.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글에서 “북한 철도 발전은 1970년대 이후 멈춰있는 게 아니라 1945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며 “경제 발전보다 정치적 목적을 우선시한 결과 철도 투자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옳은 말이다. 북한 지도부의 우선적 관심사에서 멀어진 철도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인력까지 다 망가졌다. 요즘은 신체나 가정환경 때문에 군에 가지 못하면 할 수 없이 가는 곳이 철도다. 주는 것도 없는데 군대와 같은 규율을 세운다고 들볶으니 기피 1순위다. 지방 철도 종사자에겐 텃밭 가꾸기가 주업이고, 철도 일은 부업이다. 위에서 아래까지 관점을 확 바꾸지 못하면 새 철길을 만들어도 계속 사고만 터질 것이다. 요즘 한국에선 북한 철도를 개량하느냐 새로 깔아야 하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 철도 실태를 제대로 안다면 답은 간단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머물러 있는 북한 철도는 새로 건설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그전까진 어차피 없어질 철도를 약간 보수해 쓰면 충분하다. 북한 신규 철도 건설비를 우리 기준으로 계산해 10조 원이 넘느니 마느니 하면서 떠들 필요도 없다. 요즘엔 철도 옆 북한군 주둔지 이전 토지보상비용까지 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인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린 장비나 기술 보조만 하면 된다. 북한이 새 철길을 만들겠다면 부지는 그들이 해결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하면 군 병력이라도 투입하는 성의 정도는 마땅히 보여야 한다. 이는 북한이 과거의 잘못된 철도관(鐵道觀)에서 벗어나려 하는지 판단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밥상을 같이 차릴 수는 있지만 밥을 억지로 떠먹일 수는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시장경제의 진화를 보면 놀라운 일들이 정말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개인은행’의 진화다.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돈이 유통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돈을 전달하는 곳은 은행이 아닌 ‘이관집’이라고 불리는 송금 전문 개인은행이다. 가령 내가 지방에 갔다가 갑자기 평양에 돈을 보낼 일이 생긴다면 은행을 찾지 말고 주변에 ‘이관집’이 어디냐고 수소문해야 한다. 이관집에는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직접 찾아갈 수도 있다. 전화로 하면 어디에서 보자고 연락이 온다. 직접 찾아가도 집에 절대 들여놓지 않는다. 대문 앞에서 현금을 확인한 뒤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고 집 안으로 사라진다. 조금 있다가 주인이 나타나 “이송이 끝났으니 그 돈을 어디 가서 찾으라”며 평양의 전화번호를 넘겨준다. 그러면 나는 그 돈을 받아야 할 평양 사람에게 그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러면 그 사람이 해당 전화번호로 연락해 돈을 찾는다. 빠르면 몇 시간 내로 송금 절차가 끝난다. 요즘 북한에서 공식 이관비는 1% 정도다. 100만 원을 보내면 1만 원을 수수료로 떼는 셈인데, 북한처럼 신용이 바닥인 사회에서 송금 수수료가 이 정도로 낮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1.5%로 뛰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이관집으로 보내면 사기당할 일이 거의 없다. 큰돈을 들고 며칠씩 오가는 기차를 탔다간 소매치기 당할 가능성이 높다. 돈을 갖고 이동할 수 있는 사람도 이관집을 통해 목적지로 먼저 돈을 부치기도 하는 이유다. 물론 북한 주민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고, 또 이용할 수 있는 조선중앙은행에도 송금 서비스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돈 찾으러 가면 “아직 돈이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데, ‘써비’라고 불리는 뇌물을 주지 않으면 제풀에 지치기 십상이다. 뇌물을 주며 은행을 이용할 바에는 이관집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이관집은 한국의 은행처럼 전산망을 통해 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고정 거래하는 평양의 상대 이관집에게 “얼마를 받았으니 얼마를 전해 달라”고 전화로 말하면 끝이다. 평양 이관집은 또 지방에 돈을 보내야 할 때 같은 방식을 쓴다. 이렇게 돈이 오가다 한쪽으로 너무 몰리면 자기들끼리 네트워크를 사용해 돈을 적절히 분배한다. 이관집은 장마당 경제의 발달과 함께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열차를 타고 출장을 다니는 사람이나 열차원, 자동차 운전사 등이 돈을 날라 주었다. 그러나 사람이 운반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지역 간 송금을 담당하는 이관집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이관집은 신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가족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평양에 사는 언니와 원산에 사는 동생이, 또는 개성에 사는 딸과 신의주에 있는 친정 부모가 서로 연계를 가지는 방식이다. 지방의 이관집 중에는 특정 지역 구간에 전문으로 특화돼 한꺼번에 거액을 보낼 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현재 북한에선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가 북한 화폐 못지않게 사용되기 때문에 외화를 다루지 않는 이관집은 거의 없다. 시장경제의 진화와 함께 이관집의 몸집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 수백만 달러씩 주무르는 이관집도 적지 않다. 이렇게 큰돈을 다루려면 권력과 공생이 필수다. 권력이 뒤를 봐주지 않는다면 ‘비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을 내건 각종 검열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북한의 이관집들을 보면 노동당, 사법기관 간부의 가족이 대다수이다. 간혹 무역 기관 일꾼이 이관집을 하기도 한다. 이관집이 없어진다면 북한 장마당은 당장 마비된다. 이관집은 시장경제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북한 당국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외화까지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며, 신용과 비밀을 보장해 주는 이관집과의 경쟁에서 국영은행이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몸집을 키운 이관집들은 대부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북한에서 월 이자는 5∼10%에 이른다. 돈을 빌려주면서 사람이나 부동산 담보를 받는 개념도 이관집이 처음 도입했다. 북한의 개인금융이 앞으로 얼마나 더 비대해질지, 국영은행이 개인금융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시장경제의 진화를 보면 놀라운 일들이 정말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개인은행’의 진화다.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돈이 유통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돈을 전달하는 곳은 은행이 아닌 ‘이관집’이라고 불리는 송금 전문 개인은행이다. 가령 내가 지방에 갔다가 갑자기 평양에 돈을 보낼 일이 생긴다면 은행을 찾지 말고 주변에 ‘이관집’이 어디냐고 수소문해야 한다. 이관집에는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직접 찾아갈 수도 있다. 전화로 하면 어디에서 보자고 연락이 온다. 직접 찾아가도 집에 절대 들여놓지 않는다. 대문 앞에서 현금을 확인한 뒤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고 집안으로 사라진다. 조금 있다가 주인이 나타나 “이송이 끝났으니 그 돈을 어디 가서 찾으라”며 평양의 전화번호를 넘겨준다. 그러면 나는 그 돈을 받아야 할 평양 사람에게 그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러면 그 사람이 해당 전화번호로 연락해 돈을 찾는다. 빠르면 몇 시간 내로 송금 절차가 끝난다. 요즘 북한에서 공식 이관비는 1% 정도다. 100만 원을 보내면 1만 원을 수수료로 떼는 셈인데, 북한처럼 신용이 바닥인 사회에서 송금 수수료가 이 정도로 낮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1.5%로 뛰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이관집으로 보내면 사기당할 일이 거의 없다. 큰돈을 들고 며칠씩 오가는 기차를 탔다간 소매치기 당할 가능성이 높다. 돈을 갖고 이동할 수 있는 사람도 이관집을 통해 목적지로 먼저 돈을 부치기도 하는 이유다. 물론 북한 주민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고, 또 이용할 수 있는 조선중앙은행에도 송금 서비스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돈 찾으러 가면 “아직 돈이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데, ‘써비’라고 불리는 뇌물을 주지 않으면 제풀에 지치기 십상이다. 뇌물을 주며 은행을 이용할 바에는 이관집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이관집은 한국의 은행처럼 전산망을 통해 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고정 거래하는 평양의 상대 이관집에게 “얼마를 받았으니 얼마를 전해 달라”고 전화로 말하면 끝이다. 평양 이관집은 또 지방에 돈을 보내야 할 때 같은 방식을 쓴다. 이렇게 돈이 오가다 한쪽으로 너무 돈이 몰리면 자기들끼리 네트워크를 사용해 돈을 적절히 분배한다. 이관집은 장마당 경제의 발달과 함께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열차를 타고 출장을 다니는 사람이나 열차원, 자동차 운전사 등이 돈을 날라주었다. 그러나 사람이 운반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지역 간 송금을 담당하는 이관집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이관집은 신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가족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평양에 사는 언니와 원산에 사는 동생이, 또는 개성에 사는 딸과 신의주에 있는 친정 부모가 서로 연계를 가지는 방식이다. 지방의 이관집들 중에는 특정 지역 구간을 전문으로 특화돼, 한꺼번에 거액을 이송할 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현재 북한에선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가 북한 화폐 못지않게 사용되기 때문에 외화를 다루지 않는 이관집들은 거의 없다. 시장경제의 진화와 함께 이관집들의 몸집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 수백만 달러씩 주무르는 이관집도 적지 않다. 이렇게 큰돈을 다루려면 권력과 공생이 필수다. 권력이 뒤를 봐주지 않는다면 ‘비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을 내건 각종 검열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북한의 이관집들을 보면 노동당, 사법기관 간부의 가족이 대다수이다. 간혹 무역 기관 일꾼도 이관집을 하기도 한다. 이관집이 없어진다면 북한 장마당은 당장 마비된다. 이관집은 시장경제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북한 당국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외화까지 신속·정확하게 전달하며, 신용과 비밀까지 보장해주는 이관집과의 경쟁에서 국영은행이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몸집을 키운 이관집들은 대부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북한에서 월 이자는 5~10%에 이른다. 돈을 빌려주면서 사람이나 부동산 담보를 받는 것도 이관집이 처음 개념을 도입했다. 북한의 개인금융이 앞으로 얼마나 더 비대해질지, 국영은행이 개인금융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해마다 6, 7월이면 황해도에서 ‘보리수송 전투’가 벌어진다. 이 보리는 유명한 대동강맥주의 주원료이고 황해남도 강령과 옹진에서 생산된다. 수송량이 많아 열차가 투입되곤 한다. 평양∼사리원∼해주∼개성을 연결하는 철도는 평소엔 기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침목도 빠진 곳이 너무 많아 시속 20km 이상 달리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언제 탈선해 목숨을 잃을지 몰라 기관사들이 온몸에 식은땀을 흘린다. 평양 이남 철도 수준은 일제가 용산∼신의주 철도(경의선)를 개통했던 1906년 이전으로 돌아가 있다. 사정이 이런데 이달 말에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을 한다니, 이는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긴 어렵다. 평양∼개성 철도는 아예 새로 깔아야 할 판이니 한반도 횡단 열차의 꿈은 언제 실현될지 요원하다. 그나마 북한에서 지금 쓸 만한 선로는 일제가 건설한 평양∼신의주, 평양∼나진 노선이다. 북한이 광복 후 70년 넘게 건설해 온 노선은 쓸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다. 철로는 평양∼나진 구간이 평양∼신의주 구간보다 더 좋다고 한다. 김정은이 하룻밤 새 함경북도에서 평양까지 옮겨 가는 일이 빈번한 것을 보니 이 구간은 시속 80km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평양∼나진 구간에서 일반 열차들은 평소 시속 40km를 넘기기 힘든데, 그 이유는 기관차 때문이다. 북한은 전기기관차를 자체로 생산하는데, 전동기 개수에 따라 4축, 6축, 8축 기관차로 나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기관차들은 전동기 한 개를 돌리며 다니기 일쑤였는데, 전동기가 고개를 넘다 고장 나면 수백 명씩 사망하는 대형 참사로 연결됐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전동기 4개 이상 가동하는 기관차는 거의 없다고 한다. 평양∼나진 노선에서 마의 구간은 평안남도와 함경남도를 나누는 북대봉산맥과 함경남도와 함경북도를 나누는 마천령산맥이다. 북대봉산맥을 넘어가기 전에 열차는 평남의 전역인 양덕역, 또는 함남의 전역인 거차역에서 멈춰 서서 하루 이틀 지체하곤 했다. 이를 북한 사람들은 거차대기 또는 양덕대기라고 한다. 이 산맥은 기관차 2대가 앞뒤에서 끌고 밀어야 통과하는데, 이를 북에선 ‘복기’ 운행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열차 우선 통과 순위는 여객열차보다 화력발전소로 향하는 석탄열차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양덕에 도착하면 빨리 영(嶺)을 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야 한다. 마천령에서도 일명 ‘여해진대기’를 거치다 보면 평양에서 나진까지 2, 3일 안에만 도착해도 만세를 외친다. 그런데 2015년 평양∼청진, 평양∼신의주, 평양∼원산 구간에 ‘써비열차’가 도입됐다. 북한에서 써비차란 돈벌이를 위해 운영되는 차를 말하는데, 공공영역인 철도에도 돈을 벌기 위한 열차가 도입된 것이다. 평양에서 청진까지 써비열차 운임 요금은 국정 가격의 100배 정도인 13만 원(한화 약 1만7000원)을 받았다. 일주일에 보통 한 대 편성되는 이 열차를 타면 평양에서 청진까지 하루 안에 도착했다. 평양∼신의주 구간은 써비열차가 매일 운행했다. 써비열차는 철도성이 전기기관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를 도입했기에 가능했다. 철도성은 기름값과 정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받는다고 했다. 차표 값이 국정 가격의 100배라 해도 최단 시간 내에 운행되니 주민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 재미를 본 철도성은 최근 철도관광회사를 만들어 중국에서 수입한 침대차를 평양∼청진 구간부터 운행할 계획을 중앙에 올렸는데 아직 승인은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 평양∼신의주 사이 침대열차 운임 요금이 35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평양∼청진 침대열차는 그 두 배는 될 것이다. 겉은 사회주의인데, 이제는 기차여행조차 지불한 달러 액수에 비례해 더 빠르거나 더 편안하게 되는 셈이다. 북한은 기관차뿐만 아니라 레일과 침목 문제도 심각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부터 중량레일 생산을 국책과제로 정했지만, 코크스 수입 제재 때문에 성공 못 하고 있다. 중량레일은 1m에 50kg 이상인 레일을 말하는데, 북한이 자랑하는 무연탄 기반의 ‘주체철’로는 절대 중량레일을 만들 수가 없다. 부식을 막기 위한 기름 등이 부족해 침목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문제인데, 남북회담에 나선 북한 철도 담당자들이 남쪽에 무엇부터 요구할지가 궁금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해마다 6,7월이면 황해도에서 ‘보리수송 전투’가 벌어진다. 이 보리는 유명한 대동강맥주의 주원료이고 황해남도 강령과 옹진에서 생산된다. 수송량이 많아 열차가 투입되곤 한다. 평양-사리원-해주-개성을 연결하는 철도는 평소엔 기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침목도 빠진 곳이 너무 많아 시속 20㎞ 이상 달리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언제 탈선해 목숨을 잃을지 몰라 기관사들이 온몸에 식은땀을 흘린다. 평양 이남 철도 수준은 일제가 용산-신의주 간 철도를 개통했던 1906년 이전으로 돌아가 있다. 사정이 이런데 이달 말에 남북 철도연결 착공식을 한다니, 이는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긴 어렵다. 개성-평양 구간 철도는 아예 새로 깔아야 할 판이니 한반도 횡단 열차의 꿈은 언제 실현될지 요원하다. 그나마 북한에서 지금 쓸만한 선로는 일제가 건설한 평양-신의주, 평양-나진 노선이다. 북한이 해방 후 70년 넘게 건설해온 노선은 쓸만한 것이 남아있지 않다. 철로는 평양-나진 구간이 평양-신의주 구간보다 더 좋다고 한다. 김정은이 하루 밤새 함경북도에서 평양까지 옮겨가는 일이 빈번한 것을 보니 이 구간은 시속 80㎞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평양-나진 구간에서 일반 열차들은 평소 시속 40㎞를 넘기기 힘든데, 그 이유는 기관차 때문이다. 북한은 전기기관차를 자체로 생산하는데, 전동기 개수에 따라 4축, 6축, 8축 기관차로 나눈다. 1990년대 말~2000년 초 기관차들은 전동기 한 개를 돌리며 다니기 일쑤였는데, 전동기가 고개를 넘다 고장 나면 수백 명씩 사망하는 대형 참사로 연결됐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전동기 4개 이상 가동하는 기관차는 거의 없다고 한다. 평양-나진 노선에서 마의 구간은 평안남도와 함경남도를 나누는 북대봉산맥과 함경남도와 함경북도를 나누는 마천령산맥이다. 북대봉산맥을 넘어가기 전에 열차는 평남의 전역인 양덕역, 또는 함남의 전역인 거차역에서 멈춰 서서 하루 이틀 지체하곤 했다. 이를 북한 사람들은 거차대기 또는 양덕대기라고 한다. 이 산맥은 기관차 2대가 앞뒤로 밀어야 통과하는데, 이를 북에선 ‘복기’ 운행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열차 우선 통과 순위는 여객열차보다 화력발전소로 향하는 석탄 열차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양덕에 도착하면 빨리 령을 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야 한다. 마천령에서도 일명 ‘여해진대기’를 거치다 보면 평양에서 나진까지 2~3일 안에만 도착해도 만세를 외친다. 그런데 2015년 평양-청진, 평양-신의주, 평양-원산 구간에 ‘써비열차’가 도입됐다. 북한에서 써비차란 돈벌이를 위해 운영되는 차를 말하는데, 공공영역인 철도에도 돈을 벌기 위한 열차가 도입된 것이다. 평양에서 청진까지 써비열차 차표 값은 국정 가격의 100배 정도인 13만 원(한화 약 1만7000원)을 받았다. 일주일에 보통 한 대 편성되는 이 열차를 타면 평양에서 청진까지 하루 안에 도착했다. 평양-신의주 구간은 써비열차가 매일 운행했다. 써비열차는 철도성이 전기기관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를 도입했기에 가능했다. 철도성은 기름값과 정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받는다고 했다. 차표 값이 국정 가격의 100배라 해도 최단 시간 내에 운행되니 주민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 재미를 본 철도성은 최근 철도관광회사를 만들어 중국에서 수입한 침대차를 평양-청진 구간부터 운행할 계획을 중앙에 올렸는데 아직 승인은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 평양-신의주 사이 침대열차값이 35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평양-청진 침대열차값은 그 두 배는 될 것이다. 겉은 사회주의인데, 이제는 기차 여행조차 지불한 달러 액수에 비례해 더 빠르거나 더 편안하게 되는 셈이다. 북한은 기관차뿐만 아니라 레일과 침목 문제도 심각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부터 중량레일 생산을 국책 과제로 정했지만, 코크스 수입 제재 때문에 성공 못하고 있다. 중량레일은 1m에 50㎏ 이상인 레일을 말하는데, 북한이 자랑하는 무연탄 기반의 ‘주체철’로는 절대 중량 레일을 만들 수가 없다. 부식을 막기 위한 기름 등이 부족해 침목도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문제인데, 남북 회담에 나선 북한 철도 담당자들이 남쪽에 무엇부터 요구할지가 궁금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많은 사람이 북한에 전기세가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전기사용료라고 불리는 전기세가 있는 것은 물론,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누진세까지 존재한다. 국정전기를 다 쓰고 나면 시민들이 ‘야매전기’라고 부르는 누진세 구간에 돌입하는데, 200kW까지는 kW당 북한돈 500원, 200kW를 초과하면 1000원을 내야 한다. 한국은 1단계는 300kW까지 93.3원, 300∼500kW 사이 2단계는 187.9원, 500kW 이상은 280.6원을 낸다. 3단계 요금이 1단계의 3배 정도인데, 북한은 3단계 요금이 1단계의 29배나 되는 것이다. 한국은 300kW를 사용하면 2만7790원을 낸다. 북한은 300kW에 북한돈 17만6700원을 낸다. 이를 북한의 달러 환율 8300원으로 계산하면 21.3달러 정도 되는데, 한국 환율 1130원을 대입할 경우 한화 2만4000원 정도 된다. 전기세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올해 7, 8월 한국전력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 조치로 가구당 평균 19.5%의 전기요금이 절약됐음을 고려하면, 올해 평양의 전기세는 경우에 따라 한국보다 더 비쌌다. 한국은행 추산 2016년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46만 원으로, 남한의 2016년 1인당 GNI 3212만 원의 22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전기세가 얼마나 높은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평양 시민들은 고액 전기세를 내도 좋으니 전기만 계속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은 평양 가정에 에어컨 장만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했다. 당국도 올해 개인주택 에어컨 사용 금지령을 전격 해제했다. 북한에선 원래 김정은이 하사한 이른바 ‘선물주택’ 외엔 개인 집에 에어컨을 놓는 것이 허가되지 않았다. 은하수악단이나 국립연극단 등 예술인 아파트나 평양시 중심부 봉화역 옆의 ‘선물아파트’ 등이 대표적인데, 이런 아파트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선물주택은 kW당 35원인 ‘국정전기’를 한 달에 300kW까지 공급해 주기 때문에 전기세 걱정이 크게 없다. 다른 일반 주택은 국정전기를 월 50kW까지만 쓸 수 있다. 그 이상 사용하면 전기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북한은 누진제를 지난해 말 전격 도입하면서 제대로 고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평소처럼 생각하고 겨울에 전기담요를 켜놓고 살던 가정들이 봄에 수십만 원, 심지어 100만 원 가까운 ‘전기세 폭탄’을 맞은 사례가 속출했다. 한국 같으면 촛불시위라도 일어날 상황이지만, 저기는 평양이니까 억울해도 방법이 없다. 전기세가 끔찍하게 높아졌지만, 올해 평양에선 에어컨이 없어서 팔지 못했다. 중국에서 밀수한 수백 위안 정도의 싸구려 에어컨도 500달러 이상에 팔렸다. 평양이 에어컨 사용을 허가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올해 전기 사정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격인 북한 보위성은 지난해 중국에서 각각 20만 kW 능력의 화력 발전설비 2대를 밀수해 들여갔다고 한다. 서해를 통해 배로 들여갔는데, 제재를 피하려고 군사작전 같은 극비 운송이 이뤄졌다고 전해진다. 1대는 올해 초 평양화력발전소에 설치했는데, 여기에서 현재 19만 kW가 생산된다고 한다. 기존 북한의 실제 전력생산량이 130만 kW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발전설비 1대를 설치해 15% 정도의 전력 증산이 이뤄진 셈이다. 나머지 1대 설치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평양에 공급되지만, 연쇄적으로 지방의 전력 사정까지 많이 좋아졌다. 북한은 평양시내 ‘숫자식 적산전력계’ 설치도 올해 완료했다. 적산전력계 설치는 10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많은 시민이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데다 공짜도 아니고 30달러씩 내야 설치해 주기 때문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 올해는 각종 불이익을 준다는 역대 최강의 ‘협박’이 이뤄지면서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황당한 사실은 서울보다 더 비싼 전기세를 받고 있고, 그 밖에도 각종 명목의 사용료가 존재하는 북한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외부에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4월 1일은 ‘세금 제도 폐지의 날’이라는 북한 기념일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많은 사람이 북한에 전기세가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전기사용료라고 불리는 전기세가 있는 것은 물론,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누진세까지 존재한다. 국정전기를 다 쓰고 나면 시민들이 ‘야매전기’라고 부르는 누진세 구간에 돌입하는데, 200kW까지는 1kW 당 북한돈 500원, 200kW를 초과하면 1000원을 내야 한다. 한국은 1단계는 300kW까지 93.3원, 300~500kW 사이 2단계는 187.9원, 500kW 이상은 280.6원을 낸다. 3단계 요금이 1단계의 3배 정도인데, 북한은 3단계 요금이 1단계의 29배나 되는 것이다. 한국은 300kW를 사용하면 2만7790원을 낸다. 북한은 300kW에 북한돈 17만6700원을 낸다. 이를 북한의 달러 환율 8300원으로 계산하면 21.3달러 정도 되는데, 한국 환율 1130원을 대입할 경우 한화 2만4000원 정도 된다. 전기세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올해 7~8월 한국전력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 조치로 가구당 평균 19.5%의 전기세가 절약됐음을 고려하면, 올해 평양의 전기세는 경우에 따라 한국보다 더 비쌌다. 한국은행 추산 2016년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46만 원으로, 남한의 2016년 1인당 GNI 3212만 원의 22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전기세가 얼마나 높은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평양 시민들은 고액 전기세를 내도 좋으니 전기만 계속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은 평양 가정에 에어컨 장만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했다. 당국도 올해 개인 주택 에어컨 사용 금지령을 전격 해제했다. 북한에선 원래 김정은이 하사한 이른바 ‘선물주택’ 외엔 개인 집에 에어컨을 놓는 것이 허가되지 않았다. 은하수악단이나 국립연극단 등 예술인 아파트나 평양 시 중심부 봉화역 옆의 선물 아파트 등이 대표적인데, 이런 아파트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선물주택은 1kW당 35원인 ‘국정전기’를 한 달에 300kW까지 공급해주기 때문에 전기세 걱정이 크게 없다. 다른 일반 주택은 국정전기를 월 50kW까지만 쓸 수 있다. 그 이상 사용하면 전기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북한은 누진제를 지난해 말 전격 도입하면서 제대로 고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평소처럼 생각하고 겨울에 전기담요를 켜놓고 살던 가정들이 봄에 수십 만 원, 심지어 100만 원 가까운 ‘전기세 폭탄’을 맞은 사례가 속출했다. 한국 같으면 촛불시위라도 일어날 상황이지만, 저기는 평양이니까 억울해도 방법이 없다. 전기세가 끔찍하게 높아졌지만, 올해 평양에선 에어컨이 없어서 팔지 못했다. 중국에서 밀수한 수백 위안 정도의 싸구려 에어컨도 500달러 이상에 팔렸다. 평양이 에어컨 사용을 허가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올해 전기 사정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격인 북한 보위성은 지난해 중국에서 각각 20만kW 능력의 화력 발전설비 2대를 밀수해 들여갔다고 한다. 서해를 통해 배로 들여갔는데, 제재를 피하려고 군사작전 같은 극비 운송이 이뤄졌다고 전해진다. 1대는 올해 초 평양화력발전소에 설치 완료했는데, 여기에서 현재 19만kW가 생산된다고 한다. 기존 북한의 실제 전력생산량이 130만kW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발전설비 1대를 설치해 15% 정도의 전력 증산이 이뤄진 셈이다. 나머지 1대 설치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평양에 공급되지만, 연쇄적으로 지방의 전력 사정까지 많이 좋아졌다. 북한은 평양 시내 ‘숫자식 적산전력계’ 설치도 올해 완료했다. 적산전력계 설치는 10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많은 시민이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데다 공짜도 아니고 30달러씩 내야 설치해 주기 때문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 올해는 각종 불이익을 준다는 역대 최강의 ‘협박’이 이뤄지면서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황당한 사실은 서울보다 더 비싼 전기세를 받고 있고, 그밖에도 각종 명목의 사용료가 존재하는 북한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외부에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4월 1일은 ‘세금 제도 폐지의 날’이라는 북한 기념일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에서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올해 평양 여성들은 인도 영화 ‘바후발리’의 남주인공 프라바스에게 푹 빠져버렸다. 남자들은 영화의 여주인공인 타만타 바티아와 아누슈카 셰티에게 열광한다. 올해는 한류가 아니라 인도 열풍이 평양을 강타한 해였다. 바후발리는 올해 1월 1일부터 평양 시내 ‘정보봉사소’들에서 일제히 판매됐다. CD 2장에 북한 돈 1만5000원(약 1.8달러). 고가임에도 처음 발매한 수만 장이 순식간에 다 팔려 다음 날 구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10월인 지금까지 평양 사람들은 유치원에 다니는 애들까지도 그 영화를 보고 또 본다. 영화를 직접 보니 남녀 주인공이 미남, 미녀인 점도 이유가 됐겠지만 북한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영화의 화려한 영상미와 액션, 촬영기술 등이 열풍의 근원이라 생각된다. 평양에 가면 이 영화에 노래가 열몇 개 나오고, 춤 동작은 어떻고 하며 전부 외우고 있는 젊은이도 많다. 휴일에 모란봉에 가면 인도식 춤을 추는 남녀도 꽤 볼 수 있다. 영화는 형제끼리 왕위를 찬탈하는 과정을 그렸는데, 김정남 암살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 영화 내용을 놓고 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5월부터 일요일마다 두 개 부씩 방영된 중국 드라마 ‘붉은 수수밭’(60부)도 인기가 많았다. 북-중 관계가 경색됐을 때는 중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처벌 대상이었는데, 김정은 방중 이후인 4월 ‘모안영’이란 영화가 방영된 것을 계기로 중국 드라마가 조금씩 방영된다. 몇 달 전 ‘불순물’인 중국 드라마를 봤다고 평양에서 추방된 사람들은 너무 억울할 듯싶다. 그럼에도 ‘불순’ 녹화물이나 출판물에 대한 통제가 훨씬 강화돼 지금도 여전히 걸리면 무조건 노동교화형이고, 평양은 가족이 지방으로 추방된다. 그래서 평양 사람들은 이젠 한국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는다. 그 대신 북한은 인도 영화나 중국 드라마의 사례처럼 선택적으로 높게 세웠던 문화적 방화벽을 차츰 낮추고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점은 TV에서 새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방영하기 전에 일단 국영 ‘목란비데오사’에서 제작한 CD부터 시중에 판매된다는 것이다. 새 중국 드라마의 경우 8개 부가 담긴 DVD가 북한 돈 8000원(약 1달러)에 팔린다. 또 휴대전화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넣어주고 사진 인쇄, 일반 인쇄, ‘왁찐’(백신) 봉사 등을 하는 정보봉사소에서 돈을 받고 휴대전화에 드라마를 넣어준다. 드라마 1부 또는 중국 소설 1권당 보통 북한 돈 800원이다. 인증 번호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파일을 주고받을 순 없다. 판매 이익금은 당국과 정보봉사소가 7 대 3의 비율로 나누어 가진다. 즉, 드라마 1개 부를 팔면 봉사소가 240원을 갖고, 나머지 560원은 상부에 바친다. 정보봉사소는 평양에 약 100개가 있는데 소속이 노동당 39호실이다. 39호실은 김정은 비자금 관리를 비롯해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쉽게 말하면 노동당이 외국 드라마 장사를 시작한 셈이다. 불순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권한도 노동당에 있다. 바후발리도 몰래 보다가 잡히면 불순 영화를 봤다는 죄명으로 교화소에 갔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당이 판매한 이상 더 이상 불순 영화가 아니다. 8월 20일부터 평양에서 ‘산과의사’라는 중국 소설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아닌 게 아니라 중국에 산과의사라는 의학 드라마도 있었다. 그럼 다음 수순은 뻔하다. 평양에서 곧 그 드라마 CD도 판매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TV로 방영될 것이다. 산과의사는 중국의 어느 성급 대학부속병원 산과의사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드라마 주인공들이 삼성 휴대전화를 무척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삼성 로고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궁금하다. 노동당이 대북 제재로 말라가는 돈줄을 보충할 기막힌 방법을 찾아낸 것인데 기를 쓰고 통제하던 외부 드라마를 들여다가 돈을 버는 아이디어는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 중국만 해도 매년 수백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니 이걸 들여다가 자막을 입혀 팔면 마를 줄 모르는 돈줄이 될 것이다. 이왕 재미를 본 김에 한국 역사물 드라마나 영화 장사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중국 드라마보다 10배 비싸게 불러도 엄청나게 잘 팔릴 것 같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54)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밝혔던 ‘미국 내 일자리 100만 개 창출’ 약속을 19일 공식 철회했다. 마 회장은 지난해 1월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중소기업들이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제공해 향후 5년 동안 미국에서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마 회장은 19일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당시 약속은 중-미 파트너십과 합리적인 무역관계라는 전제조건을 기반으로 했다”며 “그런 전제조건은 오늘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 우리의 약속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중 관세 전쟁으로 양국 관계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무역은 무기가 아니며, 전쟁을 시작하는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 (무역은) 평화를 위한 운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직후부터 미국의 송금중개 업체인 ‘머니그램’ 인수를 추진했지만 1년 만인 올해 1월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알라바바는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12억 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했지만, 이 거래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손을 떼야 했다. 마 회장은 전날인 18일 열린 알리바바 투자자 연례회의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고, 매우 지저분해질 것”이라며 “20일이나 20개월이 아니라 아마도 20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여부와 상관없이 미-중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한 것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지난달 22일 칼럼에서 북한 평양 시민 수만 명을 무더위 속에서 집단체조 훈련에 내모는 것을 비판했다. 칼럼이 나간 지 3일 뒤인 25일 오후 10시 김정은이 극비리에 몰래 집단체조 시연회에 나타났다. 워낙 비공개로 다녀가 집단체조 참가자들도 그날 왜 오전 3시까지 훈련해야 했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그가 다녀간 뒤 집단체조 내용이 대폭 수정됐다. 이번 공연엔 예전과 달리 ‘중국장’이라고 불리는 한 개 장이 특별히 추가됐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서비스였을 것이다. 8월 25일만 해도 김정은은 시 주석의 9월 9일 방북을 확신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하며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자 시 주석의 방중은 무산됐다. 결국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9일 공연을 대신 봤다. 김정은은 매우 아쉬울 것 같다. 김정은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세 차례나 중국을 찾아가자 북한 엘리트층에선 ‘굴욕적’이란 여론이 돌았다. 그래서 김정은은 이번엔 시 주석을 어떻게든 데려와야 체면이 선다고 타산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북-미 싱가포르 회담 이후 5년 전 중단된 집단체조 공연을 다시 시작하라고 지시한 것은 올해 중에 한미중 정상을 모두 평양에 불러올 수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에서 이들 정상에게 집단체조만큼 확실히 자신 있게 보여줄 상품은 없다. 공연이란 장르를 통해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의 정신까지 쏙 빼놓을 수 있다. 싱가포르 회담 뒤 김정은은 미국 중간선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 시민 수만 명의 떠나갈 듯한 환호 앞에 세울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비록 지난 몇 달 새 일이 좀 꼬였지만 만약 그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고 하면 시각적 메시지를 너무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며 트위터를 통해 얼마나 두고두고 자랑할 것인가. 김정은은 외교 성과뿐만 아니라 확실한 내부 선전 소재도 만들 수 있다. 지금 북한은 초급 당 비서 이상 당 간부들과 2급 이상 행정기관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간부학습반 강연회에서 이런 선전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푸틴이나 시진핑과 만나서도 강력한 악력으로 상대의 손을 잡아당긴 뒤 그 사진을 내돌리며 자신이 세다고 시위하는 ‘악수 외교’의 선수다. 하지만 이번엔 (김정은) 원수님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존경의 뜻을 표했다.” “원수님을 얼마나 흠모했던지 절대 비밀인 대통령 전용차 내부까지 다 보여주고 타보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초대국의 대통령도 이렇게 존경하는 분이 우리 원수님이다.” “트럼프는 원수님보다 두 배 넘는 거리를 달려왔다. 너무 떨려 방에 박혀 회담 준비에만 몰두했지만 원수님은 하루 늦게 도착하고도 여유 있게 시내 관광까지 했다.” 중앙당 강사들은 슬쩍 “동무들한테만 해주는 말인데…”라며 강연 자료에도 없는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회담 때 트럼프가 원수님에게 핵무기가 몇 개 있냐고 물었다. 원수님이 수령님 대에 수백 개, 장군님 대에 수백 개, 내가 만든 것까지 하면 1000개 정도 있다고 대답하자 그는 너무 놀라 입을 딱 벌리고 핵 폐기가 아니라 서로 공존하는 방향으로 회담 의제를 돌렸다.” 북한은 공식 강연에서 차마 낯 뜨거워 하기 힘든 얘기는 추가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린다. “트럼프는 비록 군수독점 재벌의 대변인에 불과하지만 오래전부터 원수님을 매우 존경했고, 꼭 만나보고 싶어 했다. 원수님을 가장 흠모하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됐다.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에 능통한 원수님은 트럼프와 40분 넘게 영어로 단독 회담을 했다.” 싱가포르에서 몇 시간 만나고 이 정도니, 미중 정상이 평양에 가면 어떤 위대한 김정은을 만들어 낼까. 전 세계 강대국 지도자들이 앞다퉈 장군님을 흠모해 달려온다고 선전할 게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도 당연히 좋은 선전 소재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평양에 가지 말랄 수도 없고, 북한 보고 사기 치지 말랄 수도 없고…. 씁쓸하다. 북한은 저렇게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까지 때는데…. 그 대신 우리는 실리라도 확실히 챙겼으면 좋겠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 기념식에는 수백 명의 외국인이 방북해 북적였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가 7일부터 이틀간 소개한 방북 인사를 포함한 대표단은 거의 100개에 이른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 중 한 명은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70·사진). 40여 년 동안 17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드파르디외는 수많은 연기상을 휩쓸었던 왕년의 전설적 배우다. 그런 그가 무슨 인연으로 평양에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드파르디외의 팬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드파르디외는 2013년에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정부의 부자 증세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로 국적을 바꾼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말 22세 여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라 북한에 망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일본의 대표적 친북파 인사인 프로레슬러 출신 안토니오 이노키 참의원 의원(75)도 평양을 방문했다.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에 있는 이슬람 국가인 모리타니의 무함마드 압델 아지즈 대통령은 이번에 평양에 간 유일한 외국 정상이다. 아지즈 대통령은 10년 전인 2008년 8월 대통령궁 보위부대 사령관으로 재직 중에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한국 대북 특사의 방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표적 ‘대북 매파’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가 4일(현지 시간) “대북제재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북한을 압박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9월 의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서로 악수를 하고 미소를 보였다고 해서 국제사회가 탄도미사일 개발을 용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리 이사국들은 오늘 조찬 모임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는 걸 확실히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헤일리 대사는 “불행히도 제재가 북한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말과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9월 한 달간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는다. 헤일리 대사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 보고서의 공개를 반대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러시아와 중국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국제사회를 거스르고 있다.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미 상무부는 북한에 미국산 방탄차량을 들여보낸 중국 기업과 홍콩 기업 한 곳씩과 중국인 한 명을 수출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2016년 3월 공개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2015년 10월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벤츠 차량이 유럽에서 만들어져 미국에서 방탄장치를 탑재한 뒤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수출 제재 명단에 오른 기업과 개인들은 미국과 수출입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주성하 기자}

북한의 가장 유명한 종합편의시설 창광원에서 머리를 깎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회주의 방법’은 새벽 5시 이전에 창광원 매표소에 가서 줄 서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운행 전부터 창광원 매표소 앞엔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오전 7시가 넘으면 표를 살 수 없다. 이렇게 표를 사면 북한돈 800원(한화 약 100원)에 머리를 깎을 수 있다. 여성의 미용 요금은 스타일에 따라 북한돈 수천∼수만 원 사이다. 이는 사회주의 국정 가격이다. 두 번째 ‘자본주의 방법’은 아무 때나 창광원에 가서 접수원에게 담배 한 갑을 주고 들어간 뒤 이발사에게 북한돈 1만 원 정도 직접 주는 것이다. 그러면 더위와 추위, 어둠 속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줄 서도 표를 못 사는 일도 없다. 창광원 이발사들은 북한 최고 수준이다. 독립해 미용실을 차리면 창광원 커리어만 내세워도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800원짜리 머리를 깎는 비밀은 따로 있다. 창광원 이발표는 한 사람당 봉사시간을 40분으로 환산한다. 하루에 8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12명만 깎으면 국가 과제가 끝난다. 그런데 실제로 이들이 손님 한 명의 머리를 깎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정도. 길어야 15분이다. 국가 과제를 마치는 데 많아야 3시간만 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5시간이 1만 원 이상 내는 고객을 받는 ‘자본주의’ 시간이다. 자본주의 시간에는 돈을 더 많이 주거나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이 우선이다. 단골은 이발사가 접수원에게 말해 놓기 때문에 통과세인 담배를 주지 않아도 되고, 휴대전화로 예약도 받는다. 창광원은 물론 다른 고급 종합편의시설도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 평양에는 국영 이발소가 아닌 봉사소 간판을 내건 고급 독립 미용실이 많다. 남성 이발 가격이 대개 2∼5달러(북한돈 약 1만7000∼4만2000원)로 창광원보다 더 비싸지만 부분 안마와 미안(얼굴 케어)까지 해준다. 여성 미용 요금은 천차만별이다. 동네 평범한 미용실에선 1만∼2만 원 정도 받는다. 하지만 50달러 이상(북한돈 40만 원 이상) 받는 고급 미용실도 많다. 최근 평양에는 1회에 200달러를 받는 미용실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런 미용실은 최상의 미용 재료를 쓰고, 머리 스타일도 매우 다양하며, 미안과 안마도 최고 수준이다. 몇 년 전 나도 북한 정보원에게서 뜻밖의 ‘사례’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 제호까지 언급하며 남쪽 최신 헤어 잡지 몇 개를 보내 달라는 것이다. 나에겐 낯선 제호라 검색해 보니 그 분야에선 상당히 유명한 잡지였다. 왜 필요하냐고 묻자 “친척이 모 지방 도시에서 미용실을 하는데, 고객에게 몰래 남쪽 잡지를 보여주며 이 모양대로 해준다고 하면 돈을 3배로 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평양의 최고급 미용실에는 모름지기 고객에게 몰래 보여주는 세계 여러 선진국의 헤어 잡지가 다 있으리라 추정된다. 요즘 북한에선 이발사나 미용사는 굶을 걱정이 없다고 한다. 먹고살 만하니 꾸미는 데 신경을 쓴다는 의미다. 유명 미용실에서 경력을 쌓고 개인 미용실을 차린 뒤 머리 잘한다는 소문을 만들거나, 홍보를 잘하고 사은품을 듬뿍 주는 등 영업을 잘하면 고객이 많아진다. 물론 자기 명의의 미용실을 열 순 없고 국가 기관 소속으로 등록한 뒤 월마다 입금한다. 공식적으론 기관 소속의 전문 미용사이지만, 실제론 사장이다. 이렇게 해서 월 2000달러 이상 벌면 상위 1%미만의 ‘미용사 갑부’가 될 수 있다. 이발과 미용을 사례로 들었지만, 요즘 북한의 대다수 서비스업은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많은 서비스업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들이는 시간 비율이 절묘하게도 거의 3 대 5 비율을 유지한다. 기관 소속인 경우, 입금액과 자기가 갖는 돈의 비율도 대개 이 정도 비율을 유지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엔 사회주의에 바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자신이 갖는 몫이 커져왔고, 지금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넘어섰다. 지금은 5 대 3 비율이지만, 6 대 2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본다. 7 대 1까지 넘는다면 매우 어리둥절해질 것 같다. 진짜 자본주의에 사는 나도 소득의 2할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데 말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올해 건립 200년을 맞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 역사박물관에서 2일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해 2000만 점이 넘는 과학, 역사, 문화 관련 유산 대부분이 소실됐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화재는 일요일인 2일 관람 시간이 지나고 문을 닫은 상태인 오후 7시 30분경 시작됐다. 대응이 늦어 상당수 전시물들이 화염 속에서 재로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물이 노후한 데다 내부에 목재와 종이 문서가 많아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 “하룻밤 새 잿더미로 사라진 이 박물관의 소장품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조형물, ‘루지아’로 불렸던 약 1만2000년 전의 25세 추정 아메리카인 여성 두개골, 공룡 화석, 1784년에 발견된 우주 운석 등이 이번 화재로 소실됐거나 크게 훼손됐을 것으로 보인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황급히 건물 밖으로 유물을 꺼내오는 모습이 TV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현지 방송사인 ‘TV글로부’ 보도에 따르면 불이 난 직후 20개 소방서에서 소방관 80여 명이 출동했지만 불 끌 물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콜로네우 로베르투 로바다이 리우데자네이루 소방서장은 “건물 소화전 2기의 물탱크가 모두 비어 있어 사용이 불가능했다. 근처 호수에서 급수차로 물을 길어 와야 했다”고 말했다. 브라질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포르투갈의 왕 동 주앙 6세가 1818년에 건립한 이 박물관은 남미 최대의 자연사박물관이다. 주앙 6세의 아들 동 페드루 1세가 브라질의 첫 왕으로 즉위해 독립을 선언하며 이 박물관에 높은 가치의 소장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우리나라 박물관학에 있어 매우 슬픈 날이다. 200년에 걸친 연구와 지식의 유산을 잃었다”며 애통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과학과 교육 관련 예산을 삭감한 정부가 이번 화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왕립 기관으로 출발한 이 박물관은 1946년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 부속으로 운영권이 변경됐다. 경제난에 처한 테메르 정부가 과학 부문 지원을 끊은 탓에 소장품 관리와 시설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두란치 박물관 부관장은 “화재 발생 위험이 상존하는 건물이었는데도 정부는 시급한 설비 보수를 위한 비용 보조 요청조차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6월 열린 개관 200년 행사에 참석한 정부 관료는 한 명도 없었다. 소장품 보호 예산을 얻기 위해 정부와 오랜 세월 투쟁해 왔지만, 그렇게 애써 지켰던 모든 유산이 사라졌다”며 분노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시정부가 국립 박물관 설비 보수를 도외시한 채 최근 미래를 주제로 삼은 새 미술관 개관을 위한 예산 책정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정신 나간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브라질의 유명 칼럼니스트 베르나르드 멜루 프랑쿠 씨는 현지 일간지 칼럼에서 “지난 일요일의 비극은 브라질의 국가적 자살이었으며, 과거와 미래 세대에 대한 심각한 범죄 행위였다”고 밝혔다.손택균 sohn@donga.com·주성하 기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타이거 우즈보다 골프를 더 많이 쳤지만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일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16년 12월 한 공개 연설에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이렇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4년 10월에도 “미국이 직면한 어려움을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로 하루를 보냈다는 것이 믿어지는가”라며 트위터로 비난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임기의 25%를 골프장에서 보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웹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20일 취임 후 590일을 근무했는데 이중 골프장에 있었던 날은 153일(25.9%)이라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머문 기간은 196일(33.2%)로 나타났다. 매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90일을 골프장에서 보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첫 1년 동안 1번 밖에 골프장에 가지 않았다”고 비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골프를 친 날이 전임자 3명과 비교해서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은 외부 일정을 보낸 장소다. 그는 1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에도 마라라고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워싱턴에서 30분 거리인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도 자주 찾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애리조나)의 장례식이 열린 1일에도 버지니아주 골프장을 방문했다. 여름휴가는 2년 연속으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곳에서 17일간의 ‘일하는 휴가(working vacation)’를 가졌다. 백악관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설 수리 문제로 외부에서 근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악관은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골프가 비난을 받자 “골프를 하면서 면담을 하는 등 업무의 연장”이라고 변명했다가 빈축을 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골프 사랑’을 비판하며 비교대상으로 인용한 세계적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는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골프 친구. 트럼프 대통령은 2일에도 트위터에 “타이거 우즈는 백악관과 나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데 ‘훌륭한 기품(great class)’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는 타이거 우즈가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노던트러스트 최종 라운드 종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트럼프)을 옹호한 데 대한 보은성 트윗으로 풀이된다. 당시 우즈는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 일부 선수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이다. 여러분은 그 직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누가 그 자리에 있건, 성격이나 정치를 좋아하든 말든, 우리는 모두 그 직무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우즈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나는 많은 해를 도널드(트럼프 대통령)와 알고 지냈다. 우리는 함께 골프를 하고 저녁도 먹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고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도 분명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올여름 한반도의 기록적 폭염이 가장 끔찍했을 사람들은 아마 북한 주민이 아닐까 싶다. 수치로는 남쪽이 더 더웠지만, 한국은 에어컨이 많아 대다수 사람이 직장과 집에서 헉헉대며 살지 않아도 됐다. 북한엔 에어컨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한 줌도 안 되고 선풍기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전기가 부족하다. 이 와중에 북한은 9월 9일을 맞아 집단체조를 한다며 평양 시민과 학생 수만 명을 불러내 야외 훈련을 시키고 있다. 밖에 10분 서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폭염에 확확 단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꼼짝 못 하고 강제로 몇 시간씩 훈련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나도 예전에 평양에서 겪었던 일이지만, 이 무더위에 그런 훈련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남쪽의 은행처럼 들어가 몸을 식힐 데도 없으니 노인들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평양에서 누구나 몸을 식힐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지하철이다. 지하 100m 이상 파고 들어간 지하철은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평양 시민에게 여름에는 무더위를 식혀주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몸을 덥혀 주는 곳이 바로 이 지하철이다. ‘소(小)보수날’로 지정된 매월 첫 일요일을 빼고는 항상 운행된다. 게다가 싸기까지 하다. 평양 지하철은 2012년부터 지하철 카드라는 것을 도입했는데, 카드 가격은 쌀 1kg을 살 수 있는 5000원이고 별도로 승차 요금을 충전한다. 하지만 운임이 5원에 불과해 1000원만 충전하면 200번을 탈 수 있다. 평양 지하철은 2개 노선이며, 총길이 34km에 정차역은 16개이다. 아마 요즘도 평양 지하철역마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들어와 머무는 사람들이 가득할 것이다. 다만 그런 사진은 공개되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외국인이 참관할 수 있는 역은 승리역이나 영광역, 개선역 정도로 제한돼 있고, 이런 역은 통제가 된다. 북한 사람은 지하철에서 동영상과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사진 찍다 걸리게 되면 사진기나 휴대전화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 직장에 통보되고 보안 기관에 불려가는 등 각종 시끄러운 일을 당하게 된다. 아무리 외국인이 우대되고 자국민이 천시되는 북한이라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평양 사람들조차 불평이 크다. 근래엔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지하철엔 통신망이 없어 전화를 할 수 없고 대다수가 미리 내려받은 도서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지하철에 들어가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은 개장 시간인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쯤까지이다. 평양 지하철은 입장 마감이 오후 9시 30분인데 2년 전쯤 30분이 더 연장됐다. 9시 30분 정각에 평양 지하철을 관리하는 지하철도운영국 군인들이 입구를 막는다. 여단 규모의 이 부대는 평양에서 근무하니 권력자의 자식들이 모이는 ‘꿀보직’이며, 여군의 비율이 높아 ‘임신 사건’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부대이기도 하다. 평양 지하철은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는 미군의 신조를 떠올릴 만한 독특한 관습이 있다. ‘누구도 지하에 남겨두지 않는 것(No one left underground)’이다. 종점에서 막차는 오후 9시 30분에 들어온 사람이 플랫폼에 올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해 9시 45분에 떠난다. 그리고 환승역인 전우역이나 전승역에 와서는 다른 노선에서 내린 사람들을 기다리느라 20분 이상 정차한다. 그래서 막차를 타면 집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막차를 타면 단 8개 역을 가는 데 1시간 이상 걸리지만, 그래도 걸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막차가 지나는 중간 역에선 10시가 넘어도 전철을 탈 수는 있다. 그 대신 9시 30분 이후엔 군인들에게 담배 한 갑 정도는 찔러줘야 한다. 평양 지하철은 전쟁이 나면 평양 시민을 위한 ‘전시 대피호’로 사용하려고 땅속 깊이 뚫었다. 대피호로 쓰인 적은 없지만, 다행히 지금과 같은 무더위 속에선 시민을 위한 ‘폭염 대피소’로 제격이다. 북한 당국이 요즘 같을 때는 전철 운행 시간이 지나도 역사 안에서 무더위를 식힐 수 있게 개방 시간을 늘려주면 찬사를 받을 것이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은 시민과 아이들에게 더위를 먹게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같은 살인 더위에 집단체조 훈련이 웬 말인가.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올여름 한반도의 기록적 폭염이 가장 끔찍했을 사람들은 아마 북한 주민이 아닐까 싶다. 수치로는 남쪽이 더 더웠지만, 대신 한국은 에어컨이 많아 대다수 사람이 직장과 집에서 헉헉대며 살지 않아도 됐다. 북한엔 에어컨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한 줌도 안 되고 선풍기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전기가 부족하다. 이 와중에 북한은 9월 9일을 맞아 집단체조를 한다며 평양 시민과 학생 수만 명을 불러내 야외 훈련을 시키고 있다. 밖에 10분 서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폭염에 확확 단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꼼짝 못하고 강제로 몇 시간씩 훈련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나도 예전에 평양에서 겪었던 일이지만, 이 무더위에 그런 훈련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남쪽의 은행처럼 들어가 몸을 식힐 데도 없으니 노인들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평양에서 누구나 몸을 식힐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지하철이다. 지하 100m 이상 파고 들어간 지하철은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평양 시민에게 있어 여름에는 무더위를 식혀주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몸을 덥혀 주는 곳이 바로 이 지하철이다. ‘소(小)보수날’로 지정된 매월 첫 일요일을 빼고는 항상 운행된다. 게다가 싸기까지 하다. 평양 지하철은 2012년부터 지하철 카드라는 것을 도입했는데, 카드 가격은 쌀 1㎏을 살 수 있는 5000원이고 별도로 승차 요금을 충전한다. 하지만 운임이 5원에 불과해 1000원만 충전하면 200번을 탈 수 있다. 평양 지하철은 2개 노선이며, 총길이 34㎞에 정차역은 16개이다. 아마 요즘도 평양 지하철역마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들어와 머무는 사람들이 가득할 것이다. 다만 그런 사진은 공개되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외국인이 참관할 수 있는 역은 승리역이나 영광역, 개선역 정도로 제한됐고, 이런 역은 통제가 된다. 북한 사람은 지하철에서 동영상과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사진 찍다 걸리게 되면 사진기나 휴대전화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 직장에 통보되고 보안 기관에 불려 가는 등 각종 시끄러운 일을 당하게 된다. 아무리 외국인이 우대되고 자국민이 천시되는 북한이라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평양 사람들조차 불평이 크다. 근래에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은 늘었다. 하지만 지하철에선 통신망이 없어 전화할 수 없고 대다수가 미리 내려받은 도서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지하철에 들어가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은 개장 시간인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쯤까지이다. 평양 지하철은 입장 마감이 9시 30분인데 2년 전쯤 30분이 더 연장됐다. 9시 30분 정각에 평양 지하철을 관리하는 지하철도운영국 군인들이 입구를 막는다. 여단 규모의 이 부대는 평양에서 근무하니 권력자의 자식들이 모이는 ‘꿀보직’이며, 여군의 비율이 높아 ‘임신사건’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부대이기도 하다. 평양 지하철은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는 미군의 신조를 떠올릴 만한 독특한 관습이 있다. ‘누구도 지하에 남겨두지 않는 것(No one left underground)’이다. 종점에서 막차는 9시 30분에 들어온 사람이 플랫폼에 올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해 9시 45분에 떠난다. 그리고 환승역인 전우역이나 전승역에 와서는 다른 노선에서 내린 사람들을 기다리느라 20분 이상 정차한다. 그래서 막차를 타면 집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막차를 타면 단 8개 역을 가는데 1시간 이상 걸리지만, 그래도 걸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막차가 지나는 중간 역에선 10시가 넘어도 전철을 탈 수는 있다. 대신 9시 30분 이후엔 군인들에게 담배 한 갑 정도는 찔러줘야 한다. 평양 지하철은 전쟁이 나면 평양 시민을 위한 ‘전시 대피호’로 사용하려고 땅속 깊이 뚫었다. 대피호로 쓰인 적은 없지만, 다행히 지금과 같은 무더위 속에선 시민을 위한 ‘폭염 대피소’로 제격이다. 북한 당국이 요즘 같을 때는 전철 운행 시간이 지나도 역사 안에서 무더위를 식힐 수 있게 개방 시간을 늘려주면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은 시민과 아이들에게 더위를 먹게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같은 살인 더위에 집단체조 훈련이 웬 말인가.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할리우드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33·사진)이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여배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2017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세전 수입을 조사한 결과 조핸슨이 4050만 달러(약 455억 원)로 1위를 차지했다. 직전 조사에서 수입 상위 10위 안에 들지 못했던 조핸슨은 올해 마블 슈퍼히어로 10주년 기념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으며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블랙 위도 연기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그녀에게 탄탄한 수입을 보장할 것이라고 포브스는 전했다. 여배우 수입 2위는 앤젤리나 졸리(43)로 2800만 달러(약 315억 원)를 벌었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시트콤인 ‘프렌즈’ 이후 특별한 히트작이 없는 제니퍼 애니스턴(49)은 여러 건의 광고 출연으로 1950만 달러(약 219억 원)를 벌어 3위를 차지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리용호 북한 외무상(사진)이 이란을 방문 중이던 9일(현지 시간) “우리는 미국과 협상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핵화에 동의했지만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핵 지식을 보존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란 매체들이 9일 전했다. 북한 최고위층이 “핵 지식은 보존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9일 테헤란에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의 주요 목표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려면 미국이 자신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를 거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북한이 향후 핵 폐기에 있어 하드웨어에 포함되는 핵무기와 관련 생산 설비 등은 폐기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핵 인력과 자료는 보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경우 언제든 다시 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 능력은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또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서 불가역적(Irreversible)의 의미를 담고 있는 ‘I’는 빼고 ‘CVD’까지만 동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이 이란에 대한 미 정부의 독자적인 제재 조치가 시작된 첫날인 7일 이란을 방문해 이런 발언을 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문은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리 외무상은 남북 경협에 대해선 좋은 관계에 방점을 뒀다. 그는 “우리의 새로운 정책인 경제개발을 위해 안보를 확보해야 하고 이 안보의 한 요소가 남조선과 좋은 관계다”라며 “이를 위해 계속 협상을 하겠다. 남북 사이에 곧 도로와 철도가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9일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하여 일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터무니없이 우리를 걸고 들면서 국제적인 대조선 제재·압박 소동에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 등 대북 강경파들과 분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