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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아들에게 관사를 특혜 제공한 사실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된 뒤에야 “김 전 총장 지시가 있었다”며 기존의 허위 진술을 번복하는 소명서(자수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직원들은 김 전 총장에 대한 선관위 자체 감사와 감사원 감사 초기에는 “남는 관사 1채를 인천에 배정한 것”이라며 김 전 총장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선관위는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전 사무총장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규정위반이 없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한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그런데 이후로도 2년 넘게 허위 진술을 유지하던 이들이 막상 수사선상에 오른 뒤에야 돌연 자수서를 내고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법조계에선 “선관위 셀프 감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란 지적이 나온다. ● 수사요청된 뒤에야 “사실은…”3일 감사원의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의 관사 업무 담당자였던 A 씨는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A4용지 2장 안팎의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가 기존에 했던 진술은 거짓이었고 사실은 상급자인 과장 지시를 받아 김 전 총장 아들을 위해 인천선관위의 관사를 한 채 늘려줬다는 자수서 성격의 내용이었다. 강화군에서 일하던 김 전 총장의 아들은 2020년 인천선관위에 특혜채용됐고 이후 선관위 내부 규정상 전보 대상이나 관사 제공 대상이 아닌데도 인천선관위로 자리를 옮겨 관사까지 제공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A 씨는 2020년 12월 중앙선관위에서 관사 업무 담당자를 지내면서 김 전 총장 아들을 위해 부당하게 인천선관위 몫의 관사 한 채를 늘려줬다는 의혹을 받는 실무진이었다. 그는 2022년 김 전 총장 아들 특혜 의혹에 대한 선관위의 자체 감사 당시에는 “경북선관위가 청사를 이전해 여유 관사가 있었다”며 부당한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상급자였던 B 과장도 같은 진술을 했다. 이 내용은 선관위가 당시 공개한 자체 감사 결과에 그대로 담겼고, 이후 김 전 총장은 감사원에서 아들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 “주변사람들이 과잉 충성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김 전 총장으로부터 관사 제공 관련 지시를 받지 못했다던 A 씨 등은 지난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돌연 소명서를 냈다. 그는 소명서에서 기존 진술은 거짓이라고 밝히면서 “(상급자인) 과장의 지시로 인천선관위에서 관사 배정과 관련된 연락을 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김 전 총장 아들에게 관사를 주기 위해서 중앙선관위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사실을 인정한 것. 이에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을 다시 불러 원점에서 조사했다. 이과정에서 김 전 총장이 2020년 12월 아들의 인천선관위 전입을 앞두고 중앙선관위의 담당 과장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관사를 추가로 배정해줄 방법을 문의했고, 실무진들이 ‘인천선관위의 기존 원룸형 관사를 투룸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담긴 보고서 등을 작성해 김 전 총장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총장이 “다른 지역 관사를 조정해 보고하겠다”는 실무진에게 “인천에 어떻게든 하나 해달라” “무조건 1채 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B 과장을 비롯한 선관위 직원들은 “경북선관위 이전으로 남는 관사가 생겨 배정한 것”이라는 기존 진술에 대해서는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를 받으면서 개발한 논리”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선관위의 자체 특별감사를 앞두고 특혜 채용 의혹 등에 관련된 직원들 사이에 ‘말맞추기’ 등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 “블라인드 채용”이라더니 메신저 기록 제시하자 진술 번복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선관위 직원들이 선관위 자체 감사를 앞두고 ‘말맞추기’ 등 증거 인멸에 나섰던 사례도 감사원 감사에서 적지 않게 확인됐다. 서울선관위 과장 C 씨는 2023년 5월 당시 서울선관위 상임위원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돼 선관위의 감사를 받게 되자 실무를 담당했던 계장에게 “면접 위원들에게 가족관계를 가린 정보를 제공했다고 하라”고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 C 씨는 선관위 자체 감사 과정에서 본인도 “블라인드 채용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당시 서울선관위가 면접위원들에게 인사기록카드의 가족관계란을 삭제하고 제공했다”는 이 내용은 중앙선관위가 같은해 공개한 자체감사 결과 보도자료에도 그대로 적혔다. 이후 C 씨는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인사기록카드 등 주요 증거가 든 서류함을 “갈아버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당시 서울선관위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들을 복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서울선관위 실무자들이 면접위원들의 평가 점수를 정리한 엑셀시트 초안과 이후 내정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조작한 최종 평가점수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이후 서울선관위의 관계자들은 감사원에서 ‘말맞추기’를 비롯한 증거인멸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 특혜채용 혐의로 수사요청 대상에 포함된 경남선관위의 D 과장도 선관위 자체 감사 직전에 동료에게 전화해 “내가 자녀의 채용 응시 사실을 서류전형 이후에 알았다고 진술하라”고 시켰다. D 과장 자녀 특혜 채용에 관여한 동료 직원들은 선관위의 자체 감찰 조사를 받은 뒤 “면접위원 변경 과정에서 D 과장이 자녀의 경력채용 응시 사실을 알았다고 하는게 좋겠다”며 구체적인 거짓진술 내용까지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위헌 선고를 내린 가운데 마 후보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엔 마 후보자가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마 후보자가 탄핵 심판에 참여할 경우 변론 갱신 절차(재판부가 바뀔 경우 기존 변론 녹음을 재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 탄핵 선고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신속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지연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국민의힘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하더니 정작 탄핵 심판엔 참여하지 말라고 하며 곡예를 부리고 있다”며 “탄핵 선고를 앞당기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도 “마 후보자가 탄핵 심판에 참여하면 변론 갱신 절차를 철저하게 밟도록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마 후보자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참여 여부를 놓고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헌재 ‘8인 체제’ 선고” 목소리 민주당은 28일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압박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적 술수를 앞세워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는 것은 헌법상 의무를 방기한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더 이상 미룬다면 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압박 수위를 높인 배경엔 전날 헌재 선고에도 마 후보자 임명 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행은 4일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의견을 들은 뒤 임명 시기 등에 대해 검토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헌재 선고 직후 최 권한대행에게 서둘러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최 권한대행은 임명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가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되는 만큼 최 대행이 일단 한 총리에 대한 선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총리가 복귀하면 또 어떤 이유로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룰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선 이날 “마 후보자가 임명돼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엔 참여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마 후보자는 즉각 임명돼야 한다”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됐기 때문에 나중에 임명된 재판관은 빠지는 게 맞다. 현행 ‘8인 체제’ 선고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판관이 추가돼 증거 조사 등을 다시 하게 되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길게는 한두 달간 붕 떠버릴 위험이 있어 지도부가 고민이 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與 “李 선고 전 尹 탄핵 위한 꼼수” 비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일자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보다 앞당기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이제 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자고 말을 바꾸진 못하니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선고 전 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철저한 변론 갱신 절차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변론 갱신 절차를 단축하려 할 경우 윤 대통령 측이 “기존의 변론이 녹음된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절차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만일 변론 갱신 절차가 이뤄진다면 변론이 4월 말이나 5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절도나 상해 등 범죄사건을 일으킨 선관위 직원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구두 주의나 경고 등 솜방망이 처분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감사원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일반 공무원과 다른 규정을 적용 받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28일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결과 보고서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직원들이 일으킨 범죄사건 36건 중 13건(36%)에 대해 징계 의결을 하지 않고 구두로 주의·경고 처분을 내렸다. 실제로 경기도선관위의 한 직원은 2020년 7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 직원에게 구두 경고 처분만을 내렸다.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이 직원은 4개월 뒤에 또 절도를 저질러 법원에 벌금형에 해당하는 약식명령이 청구됐다. 그런데도 경기도선관위는 이 직원에 대해 “경기도선관위원장 표창을 받았다”며 견책 처분만 내렸다. 전남선관위 직원은 상해 혐의로 약식명령(주로 벌금)이 청구됐지만 선관위는 구두경고 처분을 내렸다. 광주선관위 직원은 교통사고 상해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안전운행 촉구 처분을 받았다. 대통령 훈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절도 등 범죄사건을 일으키면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받더라도 소속 기관이 여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감봉이나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선관위는 자체 규정을 두고 선관위 직원의 직무와 관계없는 범죄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2019년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이 규정을 개정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가 2023년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져 감사를 받게 된 뒤에야 규정을 개정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지난달 26일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1월 25일 때처럼 이번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북한판 토마호크’로 무력시위를 벌인 것. 미사일들은 각각 7961초와 7973초 동안 1587km 타원형 궤도로 비행한 후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은 전했다.북한이 쏜 순항미사일은 외형과 비행 제원을 고려할 때 ‘화살-1형’으로 군은 보고 있다. 1월 25일에 발사한 기종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개량형으로 추정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지상은 물론이고 수중의 잠수함 등에서 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의 실전 검증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고 했다.순항미사일은 음속 이하로 탄도미사일(음속의 5배 이상)보다 느리지만 초저고도로 비행 경로를 바꿔 탐지, 요격이 힘들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도 순항미사일이 수면 위를 낮게 비행한 뒤 표적 건물을 직격해 파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김 위원장은 “믿음직한 핵방패로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영구적으로 수호해 나가는 것은 공화국 핵무력 앞에 부여된 책임적인 사명과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발사훈련 참관 때는 핵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순항미사일이 핵투발 수단임을 노골적으로 위협한 것.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원칙 재확인과 대북제재 감시 강화 등에 정면 대응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했다.이달 중순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연습 ‘프리덤 실드(FS)’를 겨냥한 무력시위로도 풀이된다. 군은 “순항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 인지했고 당일 오전 8시경 발사 후 추적 감시했다”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절도나 상해 등 범죄사건을 일으킨 선관위 직원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구두 주의나 경고 등 솜방망이 처분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이에 대한 감사원 조사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일반 공무원과 다른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28일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결과 보고서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직원들이 일으킨 범죄사건 36건 중 13건(36%)에 대해 징계 의결을 하지 않고 구두로 주의·경고 처분을 내렸다. 실제로 경기도선관위의 한 직원은 2020년 7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 직원에게 구두 경고 처분만을 내렸다.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이 직원은 4개월 뒤에 또 절도를 저질러 법원에 벌금형에 해당하는 약식명령이 청구됐다. 그런데도 경기도선관위는 이 직원에 대해 “경기도선관위원장 표창을 받았다”며 견책 처분만 내렸다. 이 직원은 이후로 총 4차례 절도 혐의로 적발됐으며, 선관위는 경고와 견책에 이어 결국 1개월 정직과 강등 처분을 내렸다. 전남선관위 직원은 상해 혐의로 약식명령(주로 벌금)이 청구됐지만 선관위는 구두경고 처분을 내렸다. 광주선관위 직원은 교통사고 상해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안전운행 촉구 처분을 받았다. 대통령 훈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절도 등 범죄사건을 일으키면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받더라도 소속 기관이 곧바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감봉이나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선관위는 자체 규정을 두고 선관위 직원의 직무와 관계 없는 범죄에 대해서는 징계 요구하지 않았다.선관위는 2019년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이 규정을 개정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가 2023년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져 감사를 받게된 뒤에야 규정을 개정했다. 선관위는 감사 과정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대통령 훈령을 무조건 추정해 공무원의 처분 기준을 개정하는 건 헌법가치와 법의 정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7일 헌법재판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법률상 의무’를 최 권한대행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권한대행이 내릴 각종 ‘선택’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국면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은혁 임명 의무’는 생겼지만… 헌재는 국회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 “최 권한대행은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이 자격 요건을 갖추고, 선출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이들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즉각 부여하거나 최 권한대행이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각하했다. 헌재가 임명 의무를 부과할 순 있어도 임명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죄를 국회가 개정하지 않아도 강제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인 셈이다. 최 권한대행도 기본적으로 헌재 결정 취지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최 권한대행은 기재부를 통해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선 임명 시기에 대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최 권한대행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늦추면서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한 총리가 복귀할 경우 공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선 19일 한 총리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됐으며 이르면 다음 달 초 선고가 나올 수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 마은혁 선고 참여 여부가 변수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합류 여부가 변수로 떠오른다. 지난달 1일 최 권한대행이 조한창 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면서 헌재는 ‘8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등을 심리해 왔다. 마 후보자의 합류 여부에 대해 헌재 측은 “재판관 평의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법조계는 탄핵심판 선고 전 임명되더라도 헌재가 마 후보자를 참여시키지 않고 현 ‘8인 체제’로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변론이 이미 25일 종결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이 직접 변론에 참여해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따라 마 후보자는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며 “막판에 헌재가 절차적 위험 부담을 안을 여지는 적다”고 밝혔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오늘 헌재의 결정은 마 후보자를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엔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마 후보자를 참여시키면 25일에 변론을 종결한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변론 재개 시 선고 늦어질 듯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헌재가 ‘9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겠다고 결정하면 변론 재개와 공판 갱신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헌재법 23조 2항은 ‘재판부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심판은 변론에 관여해야 결정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라며 “마 후보자가 결정에 참여하기 위해선 변론을 재개하고 공판절차 갱신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판절차 갱신’이란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던 법관이 내용 숙지 없이 판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녹음 재생 등으로 기존 재판을 복기하는 절차다. 대법원은 20일 재판 지연 해소책으로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해 녹취서 열람 등 간이 방식으로 공판 절차를 갱신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다만 형사소송규칙을 헌재가 얼마나 준용할지는 재판관 평의에 달려 있다. 개정 규칙에 따라 ‘간이 갱신’을 결정할 경우 윤 대통령 측이 격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尹 탄핵 선고와 대선 일정에도 영향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계속 임명하지 않거나, 헌재가 마 후보자 임명 후에도 ‘8인 체제’ 선고를 결정한다면 탄핵심판은 당초 예상대로 3월 중순에 선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마 후보자가 선고 전 임명되고, ‘9인 체제’ 선고를 위한 변론 재개가 이뤄진다면 선고는 최소 2주 이상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선고기일은 3월 말 4월 초로 미뤄질 수 있으며, 탄핵안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은 6월경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는 3월 26일로 예정됐다. 마 후보자가 합류하면 이 대표 항소심 선고 이후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직선거법 강행규정 ‘6·3·3’(1심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종료)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이 심리에 속도를 내거나 헌재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대선 전 이 대표 판결이 확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마 후보자가 임명되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더라도 윤 대통령과 여권에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진보 성향인 마 후보자가 선고에 참여한다면 탄핵안 인용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각하했다. 최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도 즉각 임명하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마 후보자 임명 여부와 시점 등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국면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27일 국회를 대표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 헌재는 “국회가 헌재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을 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아니한 부작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작위’는 법률상 의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국회의 선출권은 독자적인 권한이어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그의 권한인 동시에 헌법기관인 헌재가 구성돼 중립적인 지위에서 헌법재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우 의장이 국회 본회의 의결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도 “별도의 본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절차적 흠결을 인정하면서도 국회가 14일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 촉구 결의안을 가결해 흠결이 보정됐다는 취지의 별개 의견을 남겼다. 그러나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즉각 부여하거나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는 “헌재가 권한 침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기재부를 통해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안에선 서둘러 임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결국 최 권한대행의 선택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과 대선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마 후보자가 탄핵심판에 참여하면 선고가 2주 이상 늦어질 수 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판결 이후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가 임명돼 선고에 참여할 경우 탄핵소추안을 헌재가 인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여권의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던 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특혜 채용하고 이를 “친인척 채용은 선관위의 전통”이라며 묵인·방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최소 10명의 전현직 직원 자녀가 부정 채용됐고, 이에 따라 합격권이었던 다른 지원자들이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밝혔다.감사원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선관위의 291차례 경력 채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878건의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에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 및 인사자료 통보 등 조치하라고 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동료 직원의 자녀를 뽑기 위해 면접위원의 평가표를 조작하고, 내정자가 합격자 명단에서 빠지자 동료 직원들이 야근 중 몰래 엑셀시트로 면접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중앙선관위는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투서를 받고도 관련자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묵인했다. 선관위의 인사담당 직원들이 “선관위는 가족회사다”, “선거만 잘 치르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 과정에서 특혜 채용 관련자는 “과거 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헌법재판소는 이날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감사원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부패에 대한 성역을 인정한 것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고위직 자녀 채용 문제와 복무 기강 해이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께 사과드리며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선관위, 직원 자녀 점수 조작해 올리고… 1급 자리 나눠먹기도감사원, 선관위 특혜채용 무더기 확인“1992년부터 친인척 채용 전통”내정자 합격 시키려 면접 파일 조작… 경쟁자는 허위사실 유포 탈락시켜1급 상임위원 임기 멋대로 조절도“선거관리위원회는 1992년부터 믿을 만한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 감사원이 27일 내놓은 ‘선관위 인력 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조카의 채용을 청탁한 의혹을 받던 광주 동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채용공고도 내지 않고 가족을 특혜 채용한 것이 범죄가 아닌 정당한 관행이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선관위 고위직 간부들의 가족 채용 특혜 논란으로 시작된 감사원 조사에선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 관행이 만연했음이 드러났다. 선관위 고위직뿐만 아니라 지역 선관위의 국과장급 직원들까지도 스스럼 없이 자녀의 채용을 동료에게 청탁했다는 것. 또 직원들은 선관위 동료 직원 자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경쟁 후보자를 부당하게 탈락시키면서까지 부정 채용에 가담했다. ● 자녀 채용 위해 짬짜미한 선관위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시군구에서 일하는 공무원 자녀를 선관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력 채용’이 부정 채용의 핵심 통로가 됐다. 경남선관위의 과장급 직원 B 씨는 의령군에서 일하던 자녀가 선관위 경력공채에 응시하자 인사 담당자인 동료에게 “맞게 냈는지 봐달라”며 자녀의 지원서를 건넸다. 인사 담당자는 면접 시험을 마친 뒤 B 씨 자녀를 비롯한 5명의 이름이 적힌 ‘내정자 리스트’를 부하 직원에게 전달했다. 리스트를 받은 직원은 이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면접시험 점수가 적혀 있는 엑셀 파일을 조작했다. B 씨는 자녀 채용을 도운 동료들에게 벌꿀 두 통을 건넸다. 직원 자녀들을 특혜 채용하기 위해 멀쩡한 합격자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충북선관위는 2018년 단양군의 공무원을 경력채용 대상으로 추천받고도 “만 37세라서 나이가 너무 많다”라면서 추천을 거절했다. 이 자리엔 충북선관위 고위 간부의 딸을 공고도 내지 않고 채용했다. 경북선관위의 한 계장급 직원은 2021년 경력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직 선관위 직원의 자녀가 응시 요건에 미달하자 “8급으로 임명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합격시켰다. 반대로 경쟁자에 대해선 “응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채용할 수가 없다”고 허위 정보를 퍼뜨려 불합격시켰다. 노골적인 부정 채용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선관위가 관련 투서를 접수하고도 지역 선관위의 경력채용 과정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인사 담당 직원은 2021년 9월 경남선관위 과장의 자녀가 특혜 채용됐다는 투서를 접수했지만 관련자를 조사도 하지 않고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의 인사 담당 직원들은 업무용 메신저로 “간부들이 호시탐탐 자녀를 데려오려고 노리고 있다” “법령을 어긴 것이지만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어쩔 수 없다” “상임위원이 경력공채에 자기 딸을 밀어넣으려 하는데 비밀로 해달라”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내부 규정 만들어 고위직 나누기도 선관위가 ‘1급 자리’인 시도선관위 상임위원 임기를 멋대로 조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각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는 법에 6년으로 정해져 있고 정년도 60세로 보장돼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줄였다. 또 상임위원들을 지명할 때 “59세에 퇴직한다”는 서약서도 받았다. 임기를 줄여 여러 명이 고위직을 맡을 수 있게 하려 한 것. 선관위는 또 교수나 법조인도 임명될 수 있는 시도선관위 상임위원에 대해선 ‘4급 이상 공무원 중 선거사무에 7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란 내부 규정을 만들어 사실상 내부 인사들만 채용될 수 있게 했다. 선관위가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도 하지 않고 2004년부터 1급 4자리를 만들어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고위직인 1급 자리를 여러 명이 ‘나눠 먹기’ 위해 이런 식으로 운영했다고 판단하고 법률 취지에 맞는 보직 운영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반론보도]〈“친인척 채용은 전통” 특혜 묵인한 선관위〉 관련본 신문은 지난 2월 28일자 종합면에 〈“친인척 채용은 전통” 특혜 묵인한 선관위〉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이에 대해 경북선관위의 계장급 직원은 “해당 직원은 해당 응시자의 채용 대상 직급을 조정한 사실이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선거관리위원회는 1992년부터 믿을만한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 감사원이 27일 내놓은 ‘선관위 인력 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조카의 채용을 청탁한 의혹을 받던 광주 동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채용공고도 내지 않고 가족을 특혜 채용한 것이 범죄가 아닌 정당한 관행이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해 선관위 고위직 간부들의 가족 채용 특혜 논란으로 시작된 감사원 조사에선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 관행이 만연했음이 드러났다. 선관위 고위직 뿐만이 아니라 지역 선관위의 국과장급 직원들까지도 스스럼 없이 자녀의 채용을 동료에게 청탁했다는 것. 또 직원들은 선관위 동료직원 자녀에 특혜를 주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경쟁 후보자를 부당하게 탈락시키면서까지 부정 채용에 가담했다. ● 자녀 채용 위해 짬짜미 힌 선관위보고서에 따르면 따르면 지역 시군구에서 일하는 공무원 자녀를 선관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력 채용’이 부정채용의 핵심 통로가 됐다. 경남선관위의 과장급 직원 B 씨는 의령군에서 일하던 자녀가 선관위 경력공채에 응시하자 인사 담당자인 동료에게 “맞게 냈는지 봐달라”며 자녀의 지원서를 건넸다. 인사 담당자는 면접 시험을 마친 뒤 B 씨 자녀를 비롯한 5명의 이름이 적힌 ‘내정자 리스트’를 부하 직원에게 전달했다. 리스트를 받은 직원은 이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면접시험 점수가 적혀 있는 엑셀파일을 조작했다. B 씨는 자녀 채용을 도운 동료들에게 벌꿀 두 통을 건넸다. 직원 자녀들을 특혜 채용하기 위해 멀쩡한 합격자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충북선관위는 2018년 단양군의 공무원을 경력채용 대상으로 추천받고도 “만 37세라서 나이가 너무 많다”면서 추천을 거절했다. 이 자리엔 충북선관위 고위 간부의 딸을 공고도 내지 않고 채용했다. 경북선관위의 한 계장급 직원은 2021년 경력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직 선관위 직원의 자녀가 응시요건에 미달하자 채용 대상 직급을 조정해 합격시켰다. 반대로 점수가 높은 경쟁자에 대해선 “응시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채용할 수가 없다”고 허위 정보를 퍼뜨려 불합격 시켰다.노골적인 부정 채용이 계속 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선관위가 관련 투서를 접수하고도 지역 선관위의 경력 채용 과정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인사담당 직원은 2021년 9월 경남선관위 과장의 자녀가 특혜채용됐다는 투서를 접수했지만 관련자를 조사도 하지 않고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의 인사 담당 직원들은 업무용 메신저로 “간부들이 호시탐탐 자녀를 데려오려고 노리고 있다”, “법령을 어긴 것이지만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어쩔 수 없다”, “상임위원이 경력공채에 자기 딸을 밀어넣으려 하는데 비밀로 해달라”는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내부 규정 만들어 고위직 나누기도선관위가 ‘1급 자리’인 시도선관위 상임위원 임기를 멋대로 조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각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는 법에 6년으로 정해져 있고 정년도 60세로 보장돼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줄였다. 또 상임위원들을 지명할 때 “59세에 퇴직한다”는 서약서도 받았다. 임기를 줄여 여러 명이 고위직을 맡을 수 있게 하려 한 것. 선관위는 또 교수나 법조인도 임명될 수 있는 시도선관위 상임위원에 대해선 ‘4급 이상 공무원 중 선거사무에 7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라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사실상 내부 인사들만 채용될 수 있게 했다. 선관위가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도 하지 않고 2004년부터 1급 4자리를 만들어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감사원은 선관위가 고위직인 1급 자리를 여러 명이 ‘나눠먹기’ 위해 식으로 운영했다고 판단하고 법률 취지에 맞는 보직 운영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던 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특혜 채용하고 이를 “친인척 채용은 선관위의 전통”이라며 묵인·방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최소 10명의 전현직 직원 자녀가 부정 채용됐고, 이에 따라 합격권이었던 다른 지원자들이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진행한 선관위의 291차례 경력채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878건의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에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 및 인사자료 통보 등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동료 직원의 자녀를 뽑기 위해 면접위원의 평가표를 조작하고, 직원 자녀가 합격자 명단에서 빠지자 동료 직원들이 야근 중 몰래 엑셀시트로 면접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중앙선관위는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투서를 받고도 관련자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묵인했다. 중앙선관위의 인사담당 직원들이 “선관위는 가족회사다”, “선거만 잘 치르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 과정에서 특혜 채용 관련자는 “과거 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감사원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부패에 대한 성역을 인정한 것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고위직 자녀 채용 문제와 복무 기강 해이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께 사과드리며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각하했다. 최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즉각 임명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마 후보자 임명 여부와 시점 등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국면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헌재는 27일 국회를 대표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 헌재는 “국회가 헌재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을 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아니한 부작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작위’는 법률상 의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국회의 선출권은 독자적인 권한이어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그의 권한인 동시에 헌법기관인 헌재가 구성돼 중립적인 지위에서 헌법재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라고 강조했다.헌재는 우 의장이 국회 본회의 의결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도 “별도의 본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절차적 흠결을 인정하면서도 국회가 14일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 촉구 결의안을 가결해 흠결이 보정됐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남겼다.그러나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즉각 부여하거나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는 “헌재가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기재부를 통해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안에선 서둘러 임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법조계에선 결국 최 권한대행의 선택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마 후보자가 탄핵심판에 참여하면 선고가 2주 이상 늦어질 수 있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생기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가 임명돼 선고에 참여할 경우 탄핵소추안을 헌재가 인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여권의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미국과) 탱고를 추려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무 책임자인 케빈 김 미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사진)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본인과 북한,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이로운 길은 외교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후로 “비핵화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 온 김 위원장을 향해 협상에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을 방문한 첫 미 행정부 인사다.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국장급 실무 책임자인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관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김 부차관보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한미 외교 공백 우려에 대해선 “방한을 통해 명확히 확인한 건 한미동맹이 매우 강력하다는 점”이라며 “경제 협력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진전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상급 고위급 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중요한 무대”라며 “대통령과 주요 지도부는 국익을 증진할 수 있는 관점에서 APEC 참석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케빈 김 “LNG 등 韓美 경제협력, 정치 상황 관계없이 계속될 것”방한 美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트럼프 목표는 ‘北완전한 비핵화’글로벌 안보환경 지난 4년간 변화방위비 분담, 그에 맞춰 달라질것”“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외교가 본인과 북한,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이로운 길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무를 맡을 케빈 김 미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는 26일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이 직접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한미·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를 강조한 가운데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대북 압박 등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23일부터 한국을 찾은 김 부차관보는 “경제협력과 관련된 논의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11월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관련해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지도부가 참석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로 미 국무부 인사가 한국을 찾은 건 김 부차관보가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여러 차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의사를 표명했다. 북-미 대화와 관련한 방향성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협상이었던)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는 전혀 다른 입장에 처해 있다. 우리의 과제는 김정은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필요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한미·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공동성명에도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란 표현이 포함됐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해 온 목표를 명확하게 반영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북한뿐이다. 정책 목표를 최대한 명확히 하고, 미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북한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체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유효한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한국 등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 차원의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년 동안 글로벌 안보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기여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 수준도 달라질 것이다. 행정부는 앞으로 각 동맹국이 어떻게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재협상이 필요하다면, 주한미군의 규모나 역할도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한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상의 의무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약속이다. 한반도에서의 군사 대비 태세와 전력이 충분히 유지되어 분쟁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임무이고, 우리가 추구할 목표다.” ―한국과 철강 등에 대한 관세 면제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나.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의 경제 관계를 보다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공급망 등 다양한 경제협력 이슈를 논의할 계획이다. 또한 조선업 등 양자 간 협력을 심화하는 데도 관심이 있다. 경제협력과 관련된 논의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다.” ―올해 한국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나.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APEC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APEC은 정상급 고위급 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지도부가 미국의 국익을 증진할 수 있는 관점에서 APEC 참석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특히 이번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 유족들이 일본 기업 대신 정부 산하 재단으로부터 배상을 받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일본 기업을 상대로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던 피해자 15명 중 14명이 ‘제3자 변제’를 수용해 배상금을 받게 됐다.정 할아버지 유족들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채권을 가진 국내 회사에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라”는 추심금 청구 소송을 내 최근 1심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당사자다. 유족이 이날 배상금을 수령하면서 이 소송도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 2018년 대법원서 승소한 15명 중 14명 배상금 수령26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은 이날 오전 유족 측에 배상금을 지급했다. 배상금은 원금 8000만 원에 이자 등 2억5000여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족들은 지난해 재단에 배상금을 수령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할아버지는 해방 직전인 1944년 일본 히로시마의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 공장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 귀국선을 타고 고향으로 돌아온 정 할아버지 등은 2000년 법원에 “위험하고 혹독한 노동에 강제로 종사했고, 히로시마에 투파된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미쓰비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정 할아버지가 사망한 뒤 소송을 이어받은 유족들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하지만 미쓰비시가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아 유족들은 돈을 받을 수 없었다. 유족들은 결국 미쓰비시에 지급해야 할 돈이 있는 국내의 한 회사를 상대로 “그 돈을 배상금으로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정부는 2023년 3월 일본 기업 대신 국내의 재단이 기부금을 받아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이 매각될 경우 한일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걸 고려한 조치였다. ● 추심금 소송도 취하 절차로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정부는 2018년 일본 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 15명에 대해 배상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이중 11명이 배상금을 받겠다고 밝혔다. 정 할아버지 유족을 비롯한 4명은 “일본의 사과를 받겠다”며 배상금 수령을 거부했다. 하지만 지난해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고 이춘식 할아버지가 마음을 돌려 제3자 변제를 수용했고, 이날 정 할아버지 유족도 배상금을 지급받은 것이다. 15명 가운데선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승소 확정된 고 박해옥 할머니 유족이 배상금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 할아버지 유족들이 국내 한 회사를 상대로 “미쓰비시중공업에 줘야 할 돈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라”며 냈던 추심금 청구 소송도 취하 절차를 밟게 된다. 앞서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이달 18일 이 회사가 미쓰비시 측에 IT 서비스 수수료로 줘야 하는 8360여 만 원을 유족에 지급하라는 유족 측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강제징용 피해자가 국내에서 소송을 통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배상금으로 받는 첫 사례가 될 예정이었다.재단은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 15명에 대한 배상금 지급이 마무리되는 대로 2019년 이후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절차를 본격적으로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재단은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피해자 52명에 대해서는 생존 피해자 8명에 대해서 먼저 배상금을 지급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거대 야당은 ‘선동 탄핵’, ‘방탄 탄핵’, ‘이적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변론 최후진술을 통해 “지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라며 이같이 밝혔다. 야당의 정부 정책 발목 잡기와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일방 삭감 등으로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하고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한 것이다.윤 대통령은 또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끝내 밝히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의 전모에 대한 설명과 진솔한 사과, 승복의 메시지에 대한 기대를 윤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외면한 것이다.● ‘거대 야당’ 44회 언급하며 책임 돌려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5분부터 1시간 9분 동안 최후진술을 통해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계엄 선포를 하고 계엄을 선포한 후에 병력을 이동시키도록 했겠냐”며 ‘평화적 계몽령’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윤 대통령은 이날 A4용지 77쪽짜리 최후진술서에서 거대 야당을 44회, 간첩을 25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190석에 달하는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다”며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은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비상계엄 이유로 북한의 선거 개입 가능성 등 부정선거 음모론도 재차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했다. 또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들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했다.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의 핵심으로 꼽히는 국회 군 병력 투입과 국무회의 등 비상계엄 발동의 절차적 정당성도 강변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투입된 군 병력이 총 570명에 불과한데, 불법적으로 대통령 한 사람 체포하겠다고 대통령 관저에 3000∼4000명이 넘는 경찰력을 동원했다. 대통령과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무회의가 아니라 간담회 정도였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날 상황이 간담회 할 상황이냐”며 “왜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가 찰 때까지 기다렸겠느냐”고 했다.● ‘임기 단축 개헌’ 등 직무 복귀 의지 드러내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기각돼 대통령으로 직무에 복귀할 경우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집중하겠다며 직무 복귀에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단축 개헌론을 염두에 둔 듯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대폭 위임할 생각”이라고 했다.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9차례 ‘호소’라는 단어를 쓰며 탄핵에 반대하는 자신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도 재차 내놨다. 윤 대통령은 “우리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비상계엄의 목적이 망국적 위기 상황을 알리고 헌법 제정 권력인 주권자들께서 나서 주시기를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 부분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를 일으킨 지지자들을 향해선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이라면서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與 “진솔하게 변론” 野 “남 탓과 변명으로 일관”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 고뇌에 찬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진솔하게 변론했다”며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고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최후진술마저도 남 탓과 변명, 망상으로 일관했다. 내란에 대한 참회나 국민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는 없었다”며 “헌재는 하루속히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국민의힘이 전날(24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강행 처리한 상법 개정안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에 혼선을 초래할 확률이 상당히 높고 법률 비용만 폭등할 확률이 있다”며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일방 통과돼 정말 유감”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히 위협하는 반기업적 법안으로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가 충실해야 할 의무를 지는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법안이다. 재계는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인수합병(M&A) 등에 대해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서도 “정치권 전체를 수사하는 만능 수사법”이라고 반발했다. 여당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대 정당에 대한 표적 수사를 위해 27번째 특검법을 낸 민주당의 목표는 오직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라고 주장했다. 명 씨의 불법 허위 여론조사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이 특검법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최 대행은 상법 개정안은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들어본 뒤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명태균 특검법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경제부처와 소관부처인 법무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법안의 부작용이나 대안 등에 대해서도 두루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변론 최후진술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투입했다”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국가비상사태인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불법 체류자와 마약 카르텔, 그리고 에너지 부족 등 미국이 당면한 위기에 맞서, 미국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즉시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발동하고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해 군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교를 통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한 것.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국가비상사태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국가비상사태는 국가안보 위협은 물론 경제위기와 재해 등의 상황에서 폭넓게 발동될 수 있는 반면 비상계엄은 전시와 사변, 사회질서의 중대한 교란 발생 시로 발동 조건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군 시설을 불법 이민자 구금시설로 전환하기 위해 군을 투입한 만큼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한 뒤 단전 조치 등을 취한 비상계엄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이날 변론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판결’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2020년 대선 뒤집기 혐의 등으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면책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탄핵심판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거대 야당은 ‘선동 탄핵’, ‘방탄 탄핵’, ‘이적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변론 최후진술을 통해 “지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야당의 정부 정책 발목 잡기와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일방 삭감 등으로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하고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한 것이다.윤 대통령은 또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도 끝내 밝히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의 전모에 대한 설명과 진솔한 사과, 승복의 메시지에 대한 기대를 윤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외면한 것이다.● ‘거대 야당’ 44회 언급하며 책임 돌려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5분부터 1시간 9분 동안 최후진술을 통해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계엄 선포를 하고 계엄을 선포한 후에 병력을 이동시키로록 했겠냐”며 ‘평화적 계몽령’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윤 대통령은 이날 A4용지 77족짜리 최후진술서에서 거대 야당을 44회, 간첩을 25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190석에 달하는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있다”며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은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비상계엄 이유로 북한의 선거 개입 가능성 등 부정선거 음모론도 재차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했다. 또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들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했다.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의 핵심으로 꼽히는 국회 군 병력 투입과 국무회의 등 비상계엄 발동의 절차적 정당성도 강변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 계엄에 투입된 군 병력이 총 570명에 불과한데, 불법적으로 대통령 한 사람 체포하겠다고 대통령 관저에 3000~4000명이 넘는 경찰력을 동원했다. 대통령과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무회의가 아니라 간담회 정도였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날 상황이 간담회 할 상황이냐”며 “왜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가 찰 때까지 기다렸겠느냐”고 했다.● ‘임기 단축 개헌’ 등 직무 복귀 의지 드러내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기각돼 대통령으로 직무에 복귀할 경우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집중하겠다며 직무 복귀에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단축 개헌론을 염두에 둔 듯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대폭 위임할 생각”이라고 했다.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9차례 ‘호소’라는 단어를 쓰며 탄핵에 반대하는 자신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도 재차 내놨다. 윤 대통령은 “우리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비상계엄의 목적이 망국적 위기 상황을 알리고 헌법제정권력인 주권자들께서 나서 주시기를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 부분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서부지법 폭력 난입사태를 일으킨 지지자들을 향해선 “저의 구속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이라면서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與 “진솔하게 변론” 野 “남탓과 변명으로 일관”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 고뇌에 찬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진솔하게 변론했다”며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고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최후 진술마저도 남탓과 변명, 망상으로 일관했다. 내란에 대한 참회나 국민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는 없었다”며 “헌재는 하루 속히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국민의힘이 전날(24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강행 처리한 상법 개정안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에 혼선을 초래할 확률이 상당히 높고 법률 비용만 폭등할 확률이 있다”며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일방통과돼 정말 유감”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의 경영활동 심각히 위협하는 반기업적 법안으로 기업현장에 큰 혼란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상법 개정안은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가 충실해야 할 의무를 지는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법안이다. 재계는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인수합병(M&A) 등에 대해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도 “정치권 전체를 수사하는 만능 수사법”이라고 반발했다. 유상범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대 정당에 대한 표적 수사를 위해 27번째 특검법을 낸 민주당의 목표는 오직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라고 주장했다. 명 씨의 불법 허위 여론조사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이 특검법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최 대행은 상법 개정안은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들어본 뒤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명태균 특검법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경제부처와 소관부처인 법무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법안의 부작용이나 대안 등에 대해서도 두루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계엄이라는 본인 판단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를 하고, 계엄 책임을 다 안고 갈 테니 용서해 주기 바란다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사회 갈등이 더 증폭되지 않도록 헌법재판소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헌재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24일,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최후 진술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대국민 담화와 헌재 변론에서 진솔한 사과 대신 부하들에게 책임을 넘기며 강성 지지층을 향한 옥중 메시지로 분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최후 진술은 탄핵 인용 여부와 무관하게 비상계엄에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국에 국정 불안을 초래하고 민생을 악화시킨 비상계엄의 전모에 대해 솔직하게 밝히고 사과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는 것. 또 헌재 탄핵 심판 선고 이후 갈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국민 통합의 의무를 진 대통령직에 걸맞은 승복 메시지와, 강성 지지층을 향한 통합의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尹, 가장 책임감 없는 모습 보여”전문가들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모습에 걸맞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10번의 헌재 변론기일 중 7차례에 걸쳐 직접 출석한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과 야당 책임론을 들며 계엄 실체 자체를 부정해 왔다. 비상계엄 이후 일체의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위헌적 포고령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책임을 미뤘고,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등 군 병력의 국회 진입 장면이 생중계됐음에도 “일시적·평화적 계엄”이라고 강변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해선 “(국회에서)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게 ‘의원’을 빼내라고 한 걸로 둔갑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면서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관저 농성 과정과 체포 이후 변호인 및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접견을 통해 잇따라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여론 분열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지난달 1일엔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애국시민’이라고 부르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고, 10일엔 “당이 자유 수호 주권 회복 의식과 운동을 진정성 있게 뒷받침해 주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않겠냐”고 했다. 비상계엄 옹호를 ‘자유 수호 운동’이라고 강변하며 여당이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따라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가장 무거운 책임을 가진 자리인데도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책임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지금 부정선거 의혹 및 일종의 입법독재론에 따른 불가피한 계엄이라는 논리를 폈지만 설득력이 높은 주장도 아니었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도 “‘인원’이라고 하는 말을 한평생 써본 적 없다고 했다가 ‘인원’이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쓰는 등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음모론을 펼치고 선전 선동했던 것이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보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다운 승복과 통합 메시지 내야”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그간의 태도와 달리 최종진술에선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담화에서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비상계엄 자체에 대해선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초유의 혼란과 경제적 피해를 끼친 만큼 계엄 전모에 대한 솔직한 설명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 전 교수는 “대통령은 선출된 최고 권력이기 때문에 무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계엄 전모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국민들의 고통과 사회 불안을 초래한 것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를 하면 그게 자연스럽게 통합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자신을 지지하는 시민들에게도 견해가 다르더라도 나라가 어려우니 힘을 모아서 극복해 나가자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아 윤 대통령 집무실에 놓였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s stop here)”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이 잘 지속돼야 하고, 모든 걸 내가 책임질 테니 비상계엄에 동원된 장군들이나 인원들, 자신의 명령을 따른 이들에 대해 국민들이 너무 밉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나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계속 강조했던 헌정질서에 대한 존중, 법치주의의 가치가 마지막 변론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최후 진술을 통해 대통령다운 승복의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조 교수는 “정치적 지지자들을 상대로 ‘탄핵이 인용되면 뭉쳐라’ 이런 뉘앙스의 발언은 하지 않는 게 리더로서의 마지막 소임이자 품격일 것”이라고 했다. 박명호 교수는 “국가원수로서 통합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언급하고 더 나아가 승복한다는 언급까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진솔한 설명과 사과 기대” 시민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이 헌재 최후 진술에서 분열된 여론을 통합시키려는 노력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직장인 정명준 씨(47)는 “윤 대통령이 수사당국의 체포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절차에 불응하면서 여론의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생각한다”며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나와도 순응을 하고, 분열된 국론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대학에 다니는 이모 씨(27)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대통령뿐 아니라 경찰이나 각 부처 주요 책임자들이 직무 정지되지 않았느냐”며 “민생과 치안 문제가 산적한 지금, 국정 기능을 무력화한 데 대한 진솔한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정환 씨(35) 또한 “‘계몽령’ ‘평화적 계엄’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체포 지시 없었다’며 버티는 모습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느껴졌다”며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 국민들을 생각해 진솔한 설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와 직원이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열차를 몰거나 안전 점검을 하고도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사 A 씨는 2023년 8월 15일 오후 2시 25분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단속된 지 6시간 뒤 열차를 몰았다. 그가 열차를 운행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325%였다. B 씨는 지난해 1월 17일 오전 8시 54분경 경찰에 음주운전으로 단속됐는데 30분 이후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93%인 만취상태에서 승강장 안전문을 점검했다. 코레일은 202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직원 186명 중 37명을 징계하지 않았고, 44명에게는 표창까지 줬다. 코레일 직원 243명이 허위로 병가를 내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경마장에 간 사실도 드러났다. 한 직원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차례 병가를 내고 필리핀을 다녀왔고, 또 다른 직원은 2022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3차례 병가를 내고 경마장에 갔다. 감사원은 허위 병가를 낸 직원들을 징계하고, 기관사 등 철도 종사자에 대한 음주측정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기관 주의’ 조치를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