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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부가 1인당 마스크 구매량을 일주일에 2장으로 제한하는 ‘준(準)배급제’ 수준의 마스크 대책을 내놓은 것은 현재 생산량으로는 도저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게 불가능하다면 수요를 줄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대책에는 마스크 구매량에 제한을 둔 것뿐만 아니라 구입 방식 자체도 더 번거롭게 만든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노인과 영유아의 대리 구매를 금지한 것을 두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당장 6일부터 동네 약국에 유모차를 몰고 줄을 서는 풍경이 관찰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한창일 때 마스크 2장씩을 사기 위해 가족이 길거리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아이들 것까지 (그냥) 드리겠다고 하면 가족 수만큼 1인 2장씩 구매할 것”이라고 말해 구입 문턱을 일부러 높였음을 인정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5일 오전 9시 반 대책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브리핑 10분 전 발표 시점을 오후 3시로 미뤘다.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출생연도가 홀수면 홀수일에, 짝수면 짝수일에 마스크를 살 수 있는 ‘홀짝제’를 시행하려 했다. 하지만 마스크 대기 행렬을 줄일 수 없다는 판단에 급히 요일제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약국이나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 연일 긴 줄이 늘어서는 모습이 계속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나온 공급 확대 방안도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마스크에 들어가는 필수 원자재인 MB필터 설비를 각 업체에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부직포 생산 설비를 MB필터용 설비로 바꾸려면 두 달 넘게 걸린다”고 했다. 정부가 생산량의 80%를 일괄 수용하기로 하면서 생산을 중단하는 업체까지 생겼다. 서울 중구에 본사를 둔 이덴트는 “조달청에서 생산원가의 50% 정도만 인정해주겠다고 통보했다.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생산해야 하는 명분도 의욕도 상실한 상태”라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불법 유통 등을 단속하는 데 치중했을 뿐 공급량 확대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 시중에선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했는데 대통령을 포함한 책임자들은 “물량은 충분하다”는 말만 했다. 마스크 사용 지침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늘기 전만 해도 보건당국은 마스크를 하루에 한 번씩 바꿔야 하며 KF94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마스크 하나를 갖고 사흘 이상 써도 된다고 하고 면 마스크도 권장한다고 말을 바꿨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일회용 마스크는 말 그대로 ‘일회용’인데 이를 재사용하거나 며칠씩 사용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번 대책이 마스크를 미리 확보해 두자는 가수요를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 “1인당 두 장을 살 수 있다면 앞으로 마스크 못 살까 봐 미리 사야겠다는 부담은 덜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위은지 / 고도예 기자}

“의료진용(N95) 마스크는 하나도 없어요. 아예 구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중소병원 원장인 A 씨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외래진료 때는 N95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덴털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덴털 마스크는 치과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얇은 일회용 마스크다. A 씨의 병원에서는 의료진과 직원, 입원 환자에게 하루 약 150개의 마스크를 제공한다. 이날 현재 남아있는 마스크는 약 1000장. A 씨는 “덴털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100% 막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마저도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며 “기존 거래 업체에서 자꾸 공급량을 줄여 앞으로 더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초래된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조차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도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마스크가 부족해 힘들다”란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대구 경북대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23명이 입원하고 있다. 중환자만 18명이다. 환자들의 상태가 위중한 만큼 마스크 착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4일 오전 현재 이 병원에 남은 마스크는 외과용, 보건용 마스크를 통틀어 1만여 장이 전부다. 직원만 수천 명인 경북대병원에서 1인당 1장만 써도 하루면 동날 수밖에 없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마스크를 지급하고, 기부도 많다고 하던데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내일모레부터 썼던 마스크를 다시 써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달서구 계명대동산병원도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긴급 수급을 통해 마스크 8만 장을 마련했지만 병원 직원과 환자들이 일주일 정도 사용할 분량에 불과하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하루에 한 장만 지급하는 등 긴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00곳의 중소병원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1일 ‘KF94 보건용 마스크 공동구매’ 신청을 받았다. 하루 만에 전체 회원의 절반에 달하는 150곳이 공동구매를 신청했다. 그러나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언제 제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일단 공동구매를 신청한 병원들은 대부분 당장 쓸 마스크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새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경기 지역 B병원은 직원용과 환자용을 합쳐 하루에 1000장의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물량이 부족해 일회용 마스크를 3, 4일씩 쓰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궁여지책으로 마스크에 알코올을 뿌려서 닦거나 마스크 안에 거즈를 대는 식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자들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당뇨를 앓고 있는 이덕환 씨(57)는 전날 동네 우체국에서 3시간 동안 줄을 서 마스크를 5장 구입했다. 이 씨는 “많은 사람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증 환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사려면 판매처에서 줄을 서야 한다”며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우선순위를 정해 마스크를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생산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 먼저 마스크를 제공하고 남은 물량을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은지 wizi@donga.com·이미지·강동웅 기자}

“의료진용(N95) 마스크는 하나도 없어요. 아예 구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중소병원 원장인 A 씨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외래진료 때는 N95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덴털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덴털 마스크는 치과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얇은 일회용 마스크다. A 씨의 병원에서는 의료진과 직원, 입원환자에게 하루 약 150개의 마스크를 제공한다. 이날 현재 남아있는 마스크는 약 1000장. A 씨는 “덴털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100% 막아주는 것도 아닌데도 이마저도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며 “기존 거래 업체에서 자꾸 공급량을 줄여 앞으로 더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초래된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조차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도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마스크가 부족해 힘들다”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대구 경북대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23명이 입원하고 있다. 중환자만 18명이다. 환자들의 상태가 위중한 만큼 마스크 착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4일 오전 현재 이 병원에 남은 마스크는 외과용, 보건용 마스크를 통틀어 1만여 장이 전부다. 직원만 수천 명인 경북대병원에서 1인당 1장만 써도 하루면 동이 날 수밖에 없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마스크를 지급하고, 기부도 많다고 하던데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내일모레부터 썼던 마스크를 다시 써야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달서구 계명대동산병원도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긴급 수급을 통해 마스크 8만 장을 마련했지만 병원 직원과 환자들이 일주일정도 분량에 불과하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하루에 한 장만 지급하는 등 긴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00곳의 중소병원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1일 ‘KF94 보건용 마스크 공동구매’ 신청을 받았다. 하루 만에 전체 회원의 절반에 달하는 150곳이 공동구매를 신청했다. 그러나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언제 제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일단 공동구매를 신청한 병원들은 대부분 당장 쓸 마스크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새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경기지역 B 병원은 직원과 환자용을 합쳐 하루에 1000장의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물량이 부족해 일회용 마스크를 3, 4일씩 쓰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궁여지책으로 마스크에 알코올을 뿌려서 닦거나 마스크 안에 거즈를 대는 식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자들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이덕환 씨(57)는 전날 동네 우체국에서 3시간동안 줄을 서 마스크를 5장 구입했다. 이 씨는 “많은 사람들과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증 환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사려면 판매처에서 줄을 서야 한다”며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우선순위를 정해 마스크를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생산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 먼저 마스크를 제공하고 남은 물량을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국가적인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감염병 확진자에 대한 혐오는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44)의 말이다. 그가 이끄는 국가트라우마사업부는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심리적 회복과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차원의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만들어졌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지난해 강원도 산불과 헝가리 유람선 침몰 등 큰 재난 때마다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를 지원했다. 심 부장은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치료가 끝나 퇴원한 코로나19 확진자와 그 가족에게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 아산 진천 이천 격리시설에서 2주간을 보낸 우한 교민들에게도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31명이었던 지난달 18일과 1766명으로 급증한 같은 달 27일, 판이하게 달라진 상황 속에 심 부장을 두 차례 만났다. 장소는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초반과 지금 사람들의 심리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나. “처음에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자체를 잘 몰랐다. 그렇다 보니 혹시라도 내가 감염되면 어떡하나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높지 않다는 걸 알아도 전염됐을 때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확진자에 대한 ‘낙인 효과’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동선 공개로 인한 비난으로 힘들어한다. 초반에 확진된 환자 중에서 악성 댓글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동선 공개는 방역을 위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 그러나 확진자 개인으로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본인의 사생활 노출을 감수하는 것이다. 확진자의 동선을 놓고 비난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퇴원한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심리는 어떤가. “지난달 27일 기준 퇴원한 코로나19 확진자 18명에게 연락이 갔다. 보건소를 통해 확진자 연락처를 받아야만 심리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다. 대부분 확진자의 심리 상태는 괜찮지만 일부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에 있을 때는 차라리 치료에만 전념하면 됐지만, 퇴원한 이후에는 혹시라도 누가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것인데도 혹시나 본인이 또 병을 옮기지 않을까 비현실적인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손을 과하게 자주 씻거나 세탁을 자주 하기도 한다. 확진자 수가 자꾸 증가하니까 ‘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메르스 때도 심리지원을 했다. 그때와 지금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 “메르스 때는 사람들이 중동, 병원 그리고 낙타만 조심하면 된다는 거였다(웃음). 메르스는 병에 노출될 가능성은 낮아도 치명률이 높고,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우려로 병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코로나19는 치명률이 낮다. 하지만 진원지가 가까운 중국이다 보니 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불안감이 크다. 아산 진천 이천 등 격리시설에 14일간 머문 교민들에게 심리지원을 한 것도 처음이다. 이러한 방식의 격리시설 운영은 다른 재난 때도 없었다. 교민들은 대체로 중국을 빠져나왔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뉴스에 달리는 악성 댓글을 보고 속상해하기도 했다. 교민들에게 ‘격리수칙을 잘 지켜줘야 한다. 많은 국민이 감사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반응도 좋았다. 과거 감염병 격리시설은 ‘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이번에 교민들이 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나와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산 진천 이천 격리시설에서 심리지원은 어떻게 했나.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모을 수가 없으니 방송을 해야 했다. 하루에 2번, 5분 정도 격리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방송했다. 재난을 겪은 후 마음을 안정시키는 ‘안정화 기법’도 사용했다. 근육 이완이나 명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다. 마사지볼, 색연필, 컬러링북 등 ‘심리안정 용품’도 나눠줬는데 컬러링북이 호응이 좋았다. 교민들이 색연필을 깎기 위해 커터칼이나 연필깎이를 넣어 달라는 물품 요청을 많이 했다고 한다. 1, 2차 입국 교민들은 주로 유학생이나 회사원이었으며, 3차 입국자는 가족 단위였고 중국인도 많았다. 이천 시설에서는 방송을 한국어와 중국어로 해야 했다. 외교부에서 통역을 해주시는 분이 상주한 덕에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격리됐다고 생각하면 더 고립감도 크고 무서울 것 아니냐. 우리가 중국어로 방송을 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피드백이 왔다.” ―세월호 참사나 강원도 산불 같은 사회·자연 재난과 감염병 재난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보통 재난은 발생했을 당시에 가장 이슈가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슈가 사그라든다. 반면 감염병 재난은 시간이 갈수록 공포가 커진다. 그래서 국민의 심리적 피로도가 더 큰 듯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감염병 재난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보다는 비난 여론이 더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때는 다들 피해자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렇지만 감염병 확진자도 피해자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특정 집단이나 중국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희생양’을 찾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불안은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 나타나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불안해지면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 불안할수록 희생양을 찾아 비난하면서 선을 긋고, ‘나는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은 거다. 지금 특정 집단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평상시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확진자를 비난하는 것은 건강한 행동도 아니고 본인에게 도움도 되지 않는다. 혐오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해외에서 한국인에 대한 혐오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확진자와 의료진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내가 감염병에 걸리더라도 타인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오히려 불안감이 줄어든다.” ―좋은 말이지만 현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쉽지 않더라도 평소처럼 자신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에서라도 취미생활을 하고, 지인들과 대화할 때도 코로나19 말고 평상시에 나누던 대화 주제를 꺼내보면 어떨까. 영상을 보더라도 재밌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가짜뉴스나 과다한 정보는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현 상황이 압도적이라도 내가 어떤 행동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인식도 중요하다. 재택근무, 모임 취소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과 평소 하지 않던 화상통화를 해볼 수도 있다. 또 자기 안에 있는 이타성을 발휘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재난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더 큰 집단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구시의사회에서 ‘의사가 부족하니 와 달라’고 호소했을 때 많은 의료진이 가는 모습을 보고 힘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전염병의 특성상 개인이 고립되기 쉽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적 연결감을 갖고 서로를 도와야 한다. 외출을 줄이고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사회적 규범을 잘 지키는 것도 서로를 돕는 일이다.” ―감염병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언젠가 이 상황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유행이 지속되는 기간은 다를지라도 감염병은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은 뒤 확진세가 둔화되고 종식되어왔다. 이러한 상황을 인생에서 여러 번 겪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신종 감염병은 계속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회복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올 것에 대비해 ‘재난 대비 마음건강 지침’을 평소에 익혀두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 익혀두기 △타인과 마음을 열고 공감하는 대화하기 △도움을 주고받는 건강한 사회적 관계 만들기 등이다. 평소에 화재 훈련, 민방위 훈련을 하듯이 재난에 대비한 마음건강 훈련을 해둬야 다음 재난을 더 쉽게 이겨낼 수 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1976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 의학박사△2007년 국립서울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임△2014년 경기 안산시 통합재난심리지원단 유가족지원팀장△2015년 메르스 심리지원단장△2016∼2017년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정신건강 지원단장△2019년 강원산불 통합심리지원단장△2019년 헝가리유람선 침몰사고 통합심리지원단장△2020년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앞으로 2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결정적 시간이다. 대구경북만 막아서는 이미 전국으로 스며든 코로나19를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 환자와 접촉자 격리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제 온 국민의 ‘자발적 격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발적 격리란 시민들이 최대한 집에 머물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에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 접촉을 줄이자는 뜻이다. 1일 보건당국과 의료전문단체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대개 감염 후 3∼5일에 증상이 나타나고 이후 2, 3일이 지나면 폐렴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2주 정도 시간을 가지면 현재 코로나19 환자들의 회복이 이뤄지는 동시에 잠복기에 있는 이른바 ‘그림자 감염원’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 연기가 시작되는 2일을 기점으로 앞으로 2주간 최대한 많은 시민이 자발적 격리를 생활화해야 코로나19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급증세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전일 대비 줄어든 것도 국민 행동의 적기로 꼽힌다. 전파 속도를 늦추면 과부하가 걸린 의료시스템이 정상화하면서 코로나19 감소의 선순환 구조로 접어들 수 있다. 지금처럼 환자가 급증하면 의료시스템 자체가 무너져 전국 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의료계뿐만 아니라 교육계에서도 2일에서 9일로 연기된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을 일주일 더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재난의학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조언을 바탕으로 ‘결정적 2주’ 동안 지켜야 할 자발적 격리 수칙을 마련했다. 최대한 집에 머물면서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기본. 집에 머물 때는 상비약을 구비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전화 상담이 가능한 병원 명단을 파악해둬야 한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들은 시민들이 최대한 집에 머물 수 있도록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회의 등 어쩔 수없이 여러 명이 모여야 한다면 가급적 마주 앉기보다 ‘지그재그’가 낫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위은지·사지원 기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의료인이라는 마음으로 감염원을 차단해야 합니다.”(임영진 대한병원협회 회장) 의료전문단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 ‘2주간 자발적 격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 연기가 시작되는 2일부터 향후 2주간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혼자만의 시·공간’을 늘려 코로나19 전파를 막자는 이야기다. 가장 확실한 실천은 모두가 2주간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것이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일터로 나가야 하는 이도 많다. 그래서 동아일보와 전문가들은 집 ‘안’과 ‘밖’의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눠 2주간 함께할 행동 매뉴얼을 제안한다.○ 집에서는 그대로 머물고 감염병 예방의 첫걸음은 감염 가능성과의 접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집에 머물기’를 적극 권한다. 다만 집에 머문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여럿이 같이 사는 경우에는 모두가 집에 있는 게 아니라면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 먼저 외출했다 귀가하면 집에 있던 사람들과 접촉하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감염 매개체가 되기 쉬운 욕실 수건을 따로 쓰는 것도 생활화해야 한다. 각자 식기에 음식을 덜어 먹는 것도 필요하다. 집에 있다가 어딘가 아프다면 상황별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이틀 이내 몸살이나 발열 △1주일 이내의 기침이나 콧물 증상은 단순 감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서둘러 병원을 찾기보다는 집에서 3, 4일 푹 쉬면서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반면 진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다. 가령 △2일 이상 발열이 지속되거나 △호흡 곤란이 있거나 △의식 저하가 나타나거나 △경련이 생길 경우엔 서둘러 병원에 가야 한다. 코로나19 대책 중 하나로 한시적으로 전화를 통한 진료 상담 및 처방도 가능하다. 미리 전화 상담이 되는 병원을 알아두는 게 좋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평소 복용하는 약이 2주 치 이상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어린이용 해열제(아이용 시럽, 알약 등)를 비롯한 응급약이 갖춰져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집 안에만 있다 보면 활동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요가 동작을 통해 몸에 쌓인 피로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앉았다 일어나기 같은 가벼운 근육 운동도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같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리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 집에 머무는 동안 평소 여유가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하거나, 가족과 보내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긍정적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밖에서는 거리 두고 출근 등 불가피하게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도 많다. 외출할 때 기본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만약 외출 중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일단 귀가해야 한다. 지인 간 만남이나 종교 행사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은 최대한 미뤄야 한다. 쇼핑몰, 영화관 등 다중 밀집 장소도 피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 비말 감염 가능성을 좌우하는 ‘2m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행여나 코로나19 감염자와 마주치더라도 2m 이상의 거리를 두면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 사람들의 손이 많이 닿는 에스컬레이터나 문손잡이는 가급적 만지지 말아야 한다. 엘리베이터 버튼 등 불가피하게 만져야 하는 것이 있다면 옷소매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사무실, 학교, 강의실 등 밀폐된 공간은 자주 환기를 해줄수록 좋다. 음식을 먹을 때는 마스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여러 명이 식당에 간다면 서로 마주 보고 앉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지그재그로 앉고, 반찬도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것이 좋다. 이보다는 당분간 식사를 혼자 하는 편이 안전하다. 불가피한 외출을 줄이려면 기업들이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게 가장 실효성이 높다. 특히 동선이 긴 출장이나 연수는 가급적 취소하고, 회의나 미팅도 온라인을 활용하는 게 좋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사지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40대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엘리베이터 동승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28일 서울 강동구에 따르면 18일 오전 8시경 암사동 프라이어팰리스 아파트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인 명성교회 A 목사(52)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던 성동구 직원 B 씨(41·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목사와 B 씨는 1평 남짓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1분 동안 함께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A 목사와 B 씨는 둘 다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지만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을 찾지 못했다. 당시 B 씨는 마스크를 낀 자녀 2명과 함께 있었다. 자녀 2명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A 목사는 등록 교인 8만 명인 명성교회 부목사로 25일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16일 신도 2000여 명과 함께 예배에 참석하기도 했다. A 목사와 접촉한 215명 중 142명을 보건당국이 1차로 검사한 결과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다. A 목사의 동선을 역학 조사하던 중 아파트 CCTV 영상을 확보해 B 씨와 접촉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27일 이 사실을 B 씨에게 알렸고, B 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B 씨는 명성교회 신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엘리베이터 버튼 등을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 목사가 B 씨 쪽으로 기침을 했거나, A 목사가 비말이 묻은 손으로 먼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고 B 씨가 그 버튼을 누른 뒤 본인의 눈이나 코, 입 등을 만졌을 경우 전파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마스크를 끼지 않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감염된 사례도 확인됐다. 서울 송파구에선 배달원 C 씨(40)가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22일 지인이 운영하는 문정동 아이스크림 매장에 들러 마스크를 벗고 지인과 2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고도예 yea@donga.com·위은지 기자}

의료진 부족 문제 등으로 하늘을 날지 못했던 경기도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가 29일 운항을 재개한다.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닥터헬기 의료진 탑승 준비는 이미 마쳤다”며 “29일 오전 닥터헬기가 아주대병원 지상 헬기장에 들어온다. 점검을 마친 뒤 내일이라도 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아주대병원은 닥터헬기 운항을 재개하는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경기도에 제출했다. 경기도 닥터헬기는 국내 7번째다. 지난해 8월 아주대병원에서 출범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31일 독도 인근에서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보건복지부는 사고 헬기와 같은 기종인 경기도 닥터헬기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했다. 지난달 중순 복지부는 헬기 상태에 이상이 없다며 운항을 재개하라고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에 통보했다. 이국종 전 권역외상센터장은 인력 부족으로 의료진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운항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아주대병원은 의사 5명, 간호사 8명 등 닥터헬기 탑승이 가능한 외상센터 의료진을 올해 추가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아주대병원 측은 인력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외상센터와 협의를 통해 닥터헬기 운항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위은지 기자wiz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 지역 의료진이 ‘전신방호복이 아닌 가운 사용을 권장한다’는 정부 지침에 반발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25일 “최근 보호구 소요량이 증가하고 의료기관의 건의가 있어서 격리 공간에서 검체를 채취할 때 전신방호복이 아닌 가운 사용을 권장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발송했다. 현재 선별진료소 의료진은 온몸을 완벽하게 가리는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다. 중대본 지침이 시행되면 수술용 가운에 마스크, 고글, 장갑을 착용하게 된다. 중대본은 “가운이 레벨D 방호복보다 차단율이 낮을 순 있지만 같은 방호도구이고, 코로나19는 호흡기로 전파되므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의료진들은 “직접 검체 채취를 안 해봐서 저런 발상이 나온 것” “대구 진료소의 위험한 상황을 모르는 소리”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 자원한 의사 박모 씨는 “검체 채취를 하면 코와 입을 면봉으로 찌르는데 이때 환자가 괴로워하면서 무조건 기침을 한다. 그때 침이 다 튀어서 의사들도 솔직히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인턴을 안 해봐서 상대적으로 실무에 약한 공중보건의들이 빈약한 방호 도구까지 쓰는 게 걱정”이라며 “정부가 중국에 방호복 10만 개를 보내놓고 우리에게는 가운을 쓰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은 성명서를 내고 “피검사자가 뱉은 기침·가래 방울이 폐쇄된 공간에 상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의료진의 인권과 안전 문제”라고 비판했다. 반발이 확산되자 여준성 보건복지부 정책보좌관은 27일 페이스북에 “정부는 레벨D 방호복 7만2500개를 대구경북에 지원했다. 현재 재고량도 충분하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방호복 물자가 부족해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레벨D 방호복은 대부분 독일산이라 공급이 적다. 증상이 심한 사람의 검체를 채취하거나 착용 후 2, 3시간이 지나면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에 소모량도 많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눈, 코, 입과 호흡기만 잘 막아주면 된다. 방호복은 너무 더워서 안 입게 해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술용 가운은 목이 노출돼서 목 부분에 유증상자의 침이 튀면 찝찝할 수 있다”며 “직접 노출된 피부는 다른 보호구로 가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강동웅·위은지 기자}

대구경북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자 대형병원들이 병상 확보에 나서고 있다. 병상이 부족해 대구경북 환자의 절반가량이 입원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 주요 병원들은 음압격리병상을 확진자 치료에 쓸 수 있도록 개방하거나,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27일 오전 5시경 경북 김천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70대 여성 환자를 넘겨받아 음압병상에서 치료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당연한 사회적 책임이라 생각하고 방역당국의 이송 요청을 수용했다. 환자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6개의 음압병상을 갖추고 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병원 내 감염’ 악몽을 겪은 삼성서울병원도 코로나19 확진환자를 받기로 했다. 이날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의료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확진자를 국가지정병원만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이어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도 환자 수용을 요청해 깊은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며 “만반의 준비로 원내 감염이나 의료진 감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엔 음압병상이 17개 있다. 서울대병원은 구내 직원식당에 음압병상 12개를 들여놓기 위해 개조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 병원은 현재 국가지정격리병상 7개에서 확진환자들을 치료 중이다. 서울성모병원도 일주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음압병상 18개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하기로 했다. 의료진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의료진 파견을 준비하는 병원들도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간호사 10명을 다음 달 파견하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대구 출신이다. 강원대병원도 진료지원단을 구성해 대구에 파견할 예정이다. 파견 예상 인원은 심장내과, 응급의학과, 비뇨기과에서 전문의와 전공의 6명, 간호사 4명, 행정직 3명 등이다. 전날 권영진 대구시장의 코로나19 환자 이송 요청에 소극적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중증환자에 한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해입니다. 중증환자용 음압병실은 얼마든지 수용하겠습니다. 다만 요청하신 경증환자 대규모 집단 수용은 곤란하니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앞서 이 지사는 전날 “경기도에 대구 확진자 수용 요청, 정말 어렵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이 지사는 27일 SNS에 “경기도에는 이미 대구경북 지역 중증 코로나 환자가 음압병실에 여러 명 와 있고 앞으로도 음압병실 여력이 되는 한 중증환자는 계속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장이 요청한 것은 경기도의료원이나 성남의료원을 통째로 비워 수백 명의 경증환자를 수용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다수의 경증 감염환자를 원격지로 집단 이동하는 것은 의료적인 측면에서 부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대구의 경증 일반 환자들을 경기도로 전원시키고 그 병원에 코로나 환자들을 수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위은지 wizi@donga.com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수원=이경진 기자}
25일 오전 경북 경산시에 비상이 걸렸다.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61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 환자는 이틀마다 혈액 투석을 받아야 했지만 의심 증세가 있어 4일째 병원에 가지 못했다. 급히 병상을 수소문했지만 대구경북 지역에는 확진 환자를 받아줄 병원이 없었다. 그는 18시간을 버틴 끝에 다음 날 오전 4시에야 서울의 한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산시 관계자는 “만성질환에 폐렴까지 악화돼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26일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284명이 늘었다. 총 1261명이다. 그러나 전국의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198개)은 사실상 포화 상태다. 민간 비지정 음압격리병상(879개)을 감안해도 환자가 더 많다. 정부는 병상을 추가로 1만 개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경증환자를 자가 격리 등의 형태로 병원 밖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병실 이원화’ 정책 필요 최근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증환자는 국가지정 음압병상이나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는 공공의료원 등에서 치료한다는 것.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이원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증환자들은 병실을 찾아 헤매는 반면,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확진 전 의심환자들이 차지하는 등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8시 기준 국가기준 음압병상 가동률은 77.6%.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전원지원상황실이 병원들에 환자 이송이 가능한지 문의하면 다수 병상이 ‘사용 불가’로 나온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뿐 아니라 다른 질환 환자들도 병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중증도 판단, 입원 배정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확진 환자가 대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추가인력 확충 등 병상 가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명확한 병실 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령자나 중증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가지정 음압격리 병상이 있는 의료기관이나 상급종합병원에 감염병과 호흡기 전문가 등이 집중돼 있어 중증환자들을 지체 없이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가 격리’ 기준도 보완해야 모든 코로나19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것도 무리다. 지나치게 많은 의료진과 시설이 코로나19 환자에 몰릴 경우 다른 질환 환자를 돌볼 여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회복기의 환자들은 자가 격리시켜 경과를 살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상시 유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조기 퇴원할 경우 접촉자처럼 14일 동안 자가 격리를 시키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환자를 입원시키기에는 자원에 한계가 있다”며 “경증 환자는 집에서 머물며 약물을 복용하게 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됐다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일선 병원에선 접촉자가 다녀간 의료기관을 폐쇄하고 의료진을 자가 격리하는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병원 내 감염이 심각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악몽 때문에 의료진 격리 기준에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응급 혹은 중증환자를 놓쳐서 발생하는 피해를 따져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할 때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병원 내 감염이 절대 다수였던 메르스보다는 약 76만 명을 전염시킨 신종플루와 비슷하다”며 “전국으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을 대비해 병상과 의료진 운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위은지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적어도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중앙임상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를 고려할 때 앞으로 당분간은 환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산지수는 한 감염자가 총 몇 명에게 병을 옮기는지 나타내는 수다. 재생산지수가 2라면 확진자 1명이 평균 2명에게 병을 옮긴다는 의미. 이를 통해 유행 양상을 예측할 수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재생산지수는 약 2.2다. 오 교수에 따르면 재생산지수가 2.2인 경우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 뒤부터 확진자가 늘기 시작해 두 달째에 유행의 정점을 찍는다. 앞서 중앙임상위는 우리나라의 재생산지수를 2로 추산한 바 있다. 중국 수치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최소 한 달간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의 빠른 전파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한 달 정도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며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감염력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라며 “잠복기도 굉장히 짧고 증상 초기에도 전염력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집단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해외 전문가들도 코로나19 환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마크 립시치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 세계 성인 인구의 4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미국 내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성인의 25∼40%가 증상을 보였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자까지 고려하면 (인플루엔자보다) 더 높게 수치를 잡는 게 타당하다”며 “궁극적으로 코로나19는 쉽게 억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은 높지만 경증환자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폐렴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환자가 폐렴이 있어도 증상을 심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였다면 인공호흡 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폐렴 증상이 심해도 코로나19 환자는 코 줄로 산소를 넣으며 안정시키면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중국 내 코로나19 환자 중증도와 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가벼운 폐렴을 앓는 경증 환자나 폐 염증(침윤)이 50% 이상 나타난 중증 환자 중 사망에 이른 경우는 없었다. 호흡 곤란, 패혈증 등을 동반한 심각 환자 중에서만 사망자가 나왔다. 오 위원장은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으면 사망률이 높다”며 “젊고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의 0.1% 정도”라고 설명했다. 립시치 교수도 “유행 독감 수준은 아니지만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치유가 된다”며 “다만 65세 이상은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300명에 육박하면서 이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확산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에 대비해 일상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수칙을 Q&A로 정리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수칙을 꼽는다면…. “어떤 감염병이든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하다. 비누를 잘 묻혀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꼼꼼히 씻어야 한다.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것은 금물이다. 마스크 착용, 소매로 가리는 기침 예절도 기본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고쳐야 할 습관은…. “일단 눈, 코, 입을 만지게 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침을 묻혀 종이를 넘기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본인이 손으로 입과 혀를 만지게 되어 위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침이 묻은 종이를 만지는 것도 위험하다. 특히 바닥에 침을 뱉는 등 누군가에게 비말을 묻힐 수 있는 습관은 하지 않아야 한다.” ―사태 장기화땐 언제까지 외출을 자제해야 하나. “야외나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가는 것까지 자제할 필요는 없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교회, 공연장, 예식장 등은 가급적 안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임신부,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이런 장소를 피해야 한다.” ―단체행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취소해야 하는 건지. “정부는 26일 집단행사 지침 개정판을 내놨다. 기존에는 ‘방역조치를 충분히 하면 집단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집회 등의 행사를 연기 또는 취소하라’고 지침을 강화했다. 특히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지방자치단체에 방역 대응 방안을 보고하라고 했다.” ―개학이 1주일 미뤄졌다. 더 연기될 수도 있나.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최근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특수학교에 최대 8주 이상 휴업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냈다. 만에 하나 8주 이상 개학이 미뤄지면 수업일수와 대학 입시일정 등을 모두 바꾸는 휴업 장기화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일선 학교에 긴급 돌봄을 신청할 수 있다. 개학이 미뤄져도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보건복지부가 8일까지 문을 닫기로 한 전국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로 긴급보육이 이뤄진다. 직장인이라면 가족돌봄휴가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연차와는 별도로 연간 최대 10일까지 쓸 수 있는 휴가다.” ―장기화에 대비해 면역력을 높이라는 말이 많은데 좋은 음식이 있을까. “코로나19에 딱 맞춰 효과가 증명된 음식은 없다.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제철 과일, 채소 등을 먹으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면역력이 높으면 설령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더라도 빠른 기간 내에 완치될 수 있다.” ―따뜻한 물을 마시면 예방에 도움이 되나.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가 고온다습할 때 감염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다만 과학적으로 따뜻한 물을 마신다고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생긴다고 입증된 바는 없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호흡기가 건조하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하기 때문에 감기나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려면 물을 자주 마시라고 권한다. 같은 맥락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자가 격리 대상자가 되면 어떻게 하나. “자가 격리 대상자는 보건당국에서 알려주는 생활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독방을 쓰고 가족과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 불가피할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식기, 수건 등 생활용품도 따로 써야 한다.” ―SNS에 확진자가 다녀간 마트 영수증을 산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영수증을 내면 생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던데…. “사실이 아니다. 보건소에서 주는 자가 격리 통지서를 제출하고 실제로 접촉자임이 확인되어야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가짜 영수증으로 휴가, 지원금 등의 이득을 취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고온다습한 여름이 되면 코로나19도 잠잠해지나. “장담할 수는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이미 싱가포르처럼 덥고 습한 나라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감염땐 물에 빠진 것처럼 코가 막힌다고 하던데…. “항간에 도는 자가진단법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초기 증상과 감기를 잘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보통 발열, 기침 증상이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오한, 근육통, 두통 등 사람마다 증상에 차이가 있다.”사지원 4g1@donga.com·위은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300명에 육박하면서 이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확산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에 대비해 일상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수칙을 Q&A로 정리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수칙을 꼽는다면. “어떤 감염병이든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하다. 비누를 잘 묻혀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꼼꼼히 씻어야 한다.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것은 금물이다. 마스크 착용, 소매로 가리는 기침 예절도 기본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고쳐야 할 습관은. “일단 눈, 코, 입을 만지게 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침을 묻혀 종이를 넘기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본인이 손으로 입과 혀를 만지게 되어 위험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침이 묻은 종이를 만지는 것도 위험하다. 특히 바닥에 침을 뱉는 등 누군가에게 비말을 묻힐 수 있는 습관은 하지 않아야 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언제까지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지. “야외나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가는 것까지 자제할 필요는 없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교회, 공연장, 예식장 등은 가급적 안가는 것이 좋다. 특히 임신부,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이런 장소를 피해야 한다.” ―단체행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취소해야 하는 건지. “정부는 26일 집단행사 지침 개정판을 내놨다. 기존에는 ‘방역조치를 충분히 하면 집단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집회 등의 행사를 연기 또는 취소하라’고 지침을 강화했다. 특히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지방자치단체에 방역 대응 방안을 보고하라고 했다.” ―학생들의 개학이 1주일 미뤄졌다. 개학이 더 연기될 수도 있나.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최근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특수학교에 최대 8주 이상 휴업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냈다. 만에 하나 8주 이상 개학이 미뤄지면 수업일수와 대학 입시일정 등을 모두 바꾸는 휴업 장기화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일선 학교에 긴급 돌봄을 신청할 수 있다. 개학이 미뤄져도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보건복지부가 8일까지 문을 닫기로 한 전국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로 긴급보육이 이뤄진다. 직장인이라면 가족돌봄휴가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연차와는 별도로 연간 최대 10일까지 쓸 수 있는 휴가다.“ ―장기화에 대비해 면역력을 높이라는 말이 많은데 좋은 음식이 있을까. ”코로나19에 딱 맞춰 효과가 증명된 음식은 없다.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제철 과일, 채소 등을 먹으면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면역력이 높으면 설령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더라도 빠른 기간 내에 완치될 수 있다.“ ㅡ따뜻한 물을 마시면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되나.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가 고온다습할 때 감염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다만 과학적으로 따뜻한 물을 마신다고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생긴다고 입증된 바는 없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호흡기가 건조하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하기 때문에 감기나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려면 물을 자주 마시라고 권한다. 같은 맥락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 대상자가 되면 어떻게 하나. ”자가 격리 대상자는 보건당국에서 알려주는 생활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독방을 따로 쓰고 가족과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 불가피할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식기, 수건 등 생활용품도 따로 써야 한다.“ ―SNS에 확진자가 다녀간 마트 영수증을 산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영수증을 내면 생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던데. ”사실이 아니다. 보건소에서 주는 자가격리 통지서를 제출하고 실제로 접촉자임이 확인되어야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가짜 영수증으로 휴가, 지원금 등의 이득을 취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고온다습한 여름이 되면 코로나19도 잠잠해지나. ”장담할 수는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이미 싱가포르처럼 덥고 습한 나라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감염되면 물에 빠진 것처럼 코가 막힌다는 말도 있던데. ”항간에 도는 자가진단법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초기 증상과 감기를 잘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보통 발열, 기침 증상이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오한, 근육통, 두통 등 사람마다 증상에 차이가 있다.“ ―가짜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도는 글보다는 보건당국의 공식 발표를 참고하는 게 좋다. 질병관리본부,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두 팩트체크를 위한 Q&A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사지원기자4g1@donga.com위은지 기자wiz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엔 업자들끼리 마스크 확보 경쟁이 붙었어요. 하지만 요즘엔 다들 평범한 시민들이 연락해선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고 합니다.” 수도권에서 보건용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뒤 직접 마스크를 구입하겠다는 일반 가정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가 국내에서 마스크 구매를 ‘하늘의 별따기’로 만들고 있다. 마트나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시민들이 직접 생산 공장을 찾거나 온라인 불법매매에도 뛰어들고 있다. 현장 의료진마저 마스크 부족으로 애가 타는 실정이다.○ 가정 너머 병원까지… 마스크 부족으로 시름 공장까지 연락한 시민들은 마음이 급하다. A 씨에 따르면 24일 한 주부는 어린이용 마스크를 개당 4000원에 주문했다. 이 마스크 생산단가는 개당 300원이다. A 씨는 “가격이 너무 치솟았지만, 이것도 못 구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이마트 왕십리점. 개점 전부터 시민 50여 명이 줄을 섰다. 직원이 “마스크 재고가 없다”고 알려도 소용없었다. 오전 10시 문을 열자 시민들은 무작정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마스크 진열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양인선 씨(75·여)는 “허리디스크 때문에 복대까지 차고 나왔는데 한 개도 못 구했다”고 했다. 오후 3시경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인근 약국 6곳도 마찬가지. A약국을 운영하는 이은경 씨(58·여)는 “마지막 마스크가 들어온 게 일주일 전이다. 개당 500원이던 마스크를 2000원을 불러도 구하질 못한다”고 토로했다. 병원들도 난리가 났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지난달 일회용 수술용 마스크를 구입한 뒤 한 달가량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지역 거점병원이지만, 현재 남은 마스크는 보건용을 합쳐도 약 5만 개. 의료진이 쓰는 방역용 마스크(N95)는 재고가 1000여 개뿐이다. 병원 관계자는 “사나흘이면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산 고신대복음병원도 재고가 빠듯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은 매일 오전 물류팀이 마스크 수급 상황을 보고한다. 대구 경북대병원은 의료진이 아닌 행정 직원에겐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6일 0시부터 시행되는 긴급수급조정조치에 수술용 마스크를 포함시켜 의료현장에서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건강 우려로 돈벌이… 사기 피해도 속출 마스크 품귀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이도 늘었다. 보건당국이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을 시작한 5일 이후 마스크 거래를 위한 소셜미디어 단체대화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일 전후 20여 개였던 대화방이 현재 100개를 훌쩍 넘겼다. 한 업자는 “단속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거래 방식이 더욱 교묘해졌다”고 귀띔했다. 단속 이전 판매자들은 글과 함께 자신의 연락처를 남겼다. 요즘은 일대일 대화만 가능한 또 다른 대화방 주소를 남긴다. 재빨리 거래한 뒤 곧바로 방을 ‘폭파’해버린다. 한 판매자는 메신저 대화에서 “오늘(25일) 오전 개당 5000원에 500장을 팔았다”며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 위주로 받고 있다”고 했다. 돈을 받은 뒤 잠적하는 사기꾼도 많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관호 군(15)은 “소셜 미디어 글을 보고 용돈을 털어 18만 원을 입금했는데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대구대 학생 이모 씨(24·여)는 “대구에 확진자가 늘자 불안해 모바일 중고거래로 40개를 구매하려 10만 원을 부쳤는데 잠적했다”며 분개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디지털 공간에서 마스크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피해 방지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한성희 chef@donga.com·김소민·위은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어 최전선에 있는 병원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우선 공급하느라 원내 행정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지난달 말 일회용 수술용 마스크(덴털 마스크) 약 20만 개를 구입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추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대구지역 확진환자가 폭증한 데다 중국이 마스크 수출을 차단한 데 따른 것. 25일에야 대구시의사회로부터 KF94 보건용 마스크 2만 개를 겨우 지원받았다. 이 병원은 코로나19 지역 거점병원이다. 현재 남은 마스크 재고는 이날 받은 KF94 마스크까지 합쳐 약 5만 개. 병원은 의료진에 제공하는 마스크를 하루 8000개에서 4000여 개로 확 줄였다. 그나마 확진자나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필수로 쓰는 N95(방역용) 마스크는 재고가 1000개에 불과하다. 병원 관계자는 “대구시가 오늘 700 여개를 추가 공급해준 것이지만 하루 사용량이 300개나 돼 사나흘이면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고신대복음병원도 덴털 마스크 재고가 7만 개밖에 남지 않았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 2000명에게 하루 7000개씩 나눠 줘도 열흘밖에 버티지 못한다. 병원 관계자는 “오늘 긴급회의를 열어 외래환자들에게는 마스크를 주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 경북대병원은 의료진이 아닌 행정직원들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행정직원들은 스스로 마스크를 구입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병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매일 오전마다 물류팀이 마스크 수급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빠듯하기는 마찬가지. 병원 관계자는 “직원과 외래환자, 보호자까지 원내 하루 유동인구가 2만 명이다. 이번 주도 마스크 물량이 부족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생산·판매신고제를 수술용 마스크까지 뒤늦게 확대하기로 했다. 25일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6일 0시부터 시행되는 긴급수급조정조치에 수술용 마스크를 포함시켜 의료현장에서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사지원기자 4g1@donga.com}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2명이 추가로 숨졌다.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9일 첫 발생 후 5일 만에 8명으로 늘었다. 이날까지 발생한 환자는 833명(누적 기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환자는 22명이다.○ 중국보다 낮지만 ‘부정적’ 신호 이날 현재 국내 코로나19 치사율은 0.96%다. 감염병의 경우 확진 환자가 늘어나면 사망자도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아직 국내 치사율은 중국 전체에 미치지 못한다.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24일 0시 기준으로 중국 내 전체 환자는 7만7150명, 사망자는 2592명이다. 치사율은 3.35%. 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한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하면 치사율은 0.75%(1만2863명 중 97명 사망)로 떨어진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武漢)시를 포함한 후베이성에 사망자가 집중된 탓이다. 후베이성 내 사망자는 2495명으로 중국 전체 사망자의 96%를 차지한다. 후베이성 치사율은 3.88%다. 후베이성 다음으로 많은 환자가 나온 광둥(廣東)성의 치사율은 0.44%(1354명 중 6명 사망)에 불과하다. 그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허난(河南)성의 치사율은 1.49%(1271명 중 19명 사망)다. 다른 지방도 1% 안팎을 보이고 있다. 확진 환자 40여 명 가운데 12명이 사망한 이란의 경우 치사율이 20%를 넘어선다. 질본 관계자는 “후베이성을 제외한 나머지 중국 지역 치사율보다 높다고 해서 우리 상황이 더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망자가 환자가 급증한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탓이다. 질본 관계자는 “치사율은 유동적인 숫자라 상황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다. 사태가 종료돼야 정확한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치사율이 높아지는 것 자체를 부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 의료체계가 환자 급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이 더해지긴 했지만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메르스 등 기존 감염병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초반에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정체불명’ 바이러스, 무조건 조심해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치사율은 약 10%,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약 30%였다. 그에 비하면 코로나19는 높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노약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건강 취약계층의 경우 감염 후 경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선규 질본 국제협력과장은 “중국 측 사망자도 대부분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건강 취약계층들이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신종 바이러스라 특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연히 발병부터 경과, 치료법 등도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질본은 사망자들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지만 일부 환자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21일 경북 경주시 자택에서 사망한 443번 환자(41)는 사망 전까지 회사에 출근했다. 약간의 기침 증상은 있었지만 비교적 건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병은 고혈압이 전부였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으로 인한 사망이라면 이렇게까지 급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분석이 필요하다. 김태형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만으로 정말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검을 하는 등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시신은 감염병 위험 때문에 화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이미지 image@donga.com·위은지 기자}

직장인 김모 씨(30)는 평소 서울 강남에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출근한다. 하지만 24일 그는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탔다. 주말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 지하철을 타는 게 겁이 나서다. 그는 “택시를 타는 동안에도 마스크를 내내 벗지 않고 창문도 열어놓았다”며 “교통비는 많이 쓰지만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감염병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4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감염병 스트레스의 대표적 증상은 △불안과 공포 △불면증 △지나친 의심에 따른 주변인 경계 △외부활동 감소와 무기력 등이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9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달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상에 ‘아무 변화가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0.2%(첫째 주)와 15.3%(둘째 주)에 불과했다. 2015년 유행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9.3%에 달했다. 코로나19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불안’(60.4%)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나타나면서 질병 방역뿐 아니라 이른바 ‘심리 방역’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심리 방역은 감염병을 둘러싸고 국민 사이에 퍼지는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심리 방역의 핵심으로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집단 효능감 △보건당국과 지역사회, 이웃에 대한 신뢰 △합리적 위험 인식 △정부, 언론, 국민의 효과적인 소통 △감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꼽았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는 지역사회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감염병 전파 양상이 달라 주민들의 불안 요소도 다양하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민영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국가적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때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감염병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각자가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직장인 김모 씨(30)는 평소 서울 강남에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출근한다. 하지만 24일 그는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탔다. 주말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 지하철에 타는 게 겁이 나서다. 그는 “택시를 타는 동안에도 마스크를 내내 벗지 않고 창문도 열어놓았다”며 “교통비는 많이 쓰지만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감염병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4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감염병 스트레스의 대표적 증상은 △불안과 공포 △불면증 △지나친 의심에 따른 주변인 경계 △외부활동 감소와 무기력 등이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9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달 첫째와 둘째 주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상에 ‘아무 변화가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0.2%(첫째 주)와 15.3%(둘째 주)에 불과했다. 2015년 유행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코로나19의 치명력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9.3%에 달했다. 코로나19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불안’(60.4%)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나타나면서 질병 방역뿐 아니라 이른바 ‘심리 방역’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심리 방역은 감염병을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퍼지는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심리 방역의 핵심으로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집단효능감 △보건당국과 지역사회, 이웃에 대한 신뢰 △합리적 위험인식 △정부, 언론, 국민의 효과적인 소통 △감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꼽았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는 지역사회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감염병 전파 양상이 달라 주민들의 불안요소도 다양하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민영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국가적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때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감염병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각자가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인력과 시설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환자를 조기에 걸러내야 하지만 진단검사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확진 환자 4명이 발생한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은 검사 인력이 7명뿐이다. 이들은 밀려드는 검사 수요에 3교대로 24시간 내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본래 하루 100건 정도 검사가 가능하지만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돼 하루 40∼60건만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 환자 5명이 나온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도 12명이 4교대로 24시간 검사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일단 부족한 인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전으로 가면 쓰러지는 직원이 나올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확진 환자들의 동선을 확인하고 접촉자를 관리하는 역학조사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21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질본 소속 역학조사관 수는 77명. 이 중 휴직자, 검역소·질본 상황실 근무 인원을 제외하면 42명이 전국 방역 현장에 파견돼 있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역학조사관은 53명이다. 이 중 확진 환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시 소속 역학조사관은 단 2명이다. 정은경 본부장도 21일 “중앙과 지방에서 역학조사를 예전처럼 모든 동선을 조사하고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전국의 국가지정격리병상 가동률도 이미 50%에 육박했다. 현재 국가지정격리병상(총 198병상)의 47.8%(21일 오전 9시 기준)가 가동 중이다. 대구경북은 가동률이 100%다. 이 밖에 서울(64.5%) 전북(62.5%) 경기(53.8%) 경남(50%)도 국가지정 음압병상의 절반 이상이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진입한 상황에서 정부 방역전략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한 탁상우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역학조사관들이 환자의 동선 파악과 접촉자 관리에만 집중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이제는 현장 정보를 바탕으로 감염병 전파 방식을 파악해 예방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확진 환자의 접촉자를 격리하는 ‘봉쇄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한국역학회장)는 “환자를 빨리 찾아내 치료하는 ‘완화 전략’으로 전환할 때”라며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경증 환자는 자택에서 증상을 지켜보고 음압병실은 중증환자 치료 위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