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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도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에서 값진 동메달을 합작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 대회에서 신설된 혼성단체전에서 한국이 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끝난 개인전 포함 한국 유도는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안바울은 한국 유도 첫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다.한국 유도 대표팀은 4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을 4–3으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 파리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혼성단체전은 남자 3체급(73㎏급, 90㎏급, 90㎏초과급)과 여자 3체급(57㎏급, 70㎏급, 70㎏초과급) 등 총 6명이 출전해 먼저 4승을 따내면 승리하는 경기다.첫 주자로 나선 이준환(남자 90㎏급)은 독일의 에두아르트 트리펠에게 한판패했다. 분위기는 두 번째 주자인 김하윤이 바꿨다. 전날 여자 무제한급 동메달을 딴 김하윤(여자 70㎏초과급)은 르네 루흐트를 허리후리기 절반에 이은 누르기 절반으로 한판승을 거두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이어 남자 무제한급 은메달리스트 김민종(남자 90㎏초과급)이 에릭 아브라모프를 허벅다리 절반에 이은 누르기 절반으로 한판승하며 점수를 뒤집었다.기세를 잡은 한국은 허미미(여자 57㎏급)가 누르기 한판승을 거두며 메달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그러나 안바울(남자 73㎏급)과 김지수(여자 70㎏급)가 나란히 패하면서 동점이 됐다. 혼성단체전은 3-3 동점이 될 경우 추첨을 통해 골든스코어 방식의 마지막 대결 체급을 고른다. 추첨 결과 남자 73㎏급이 선택됐다.방금 전 9분 38초의 혈투를 벌였던 안바울은 다시 독일의 이고르 완드케와 마주섰다. 완드케는 개인전 기준 66㎏급의 안바울보다 높은 73㎏급의 선수다. 자신보다 큰 체격을 상대로재대결을 펼친 안바울은 5분 25초 승부 끝에 반칙승을 거두며 스스로 메달을 확정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은메달리스트, 2021년 도쿄 동메랄리스트인 안바울은 한국 유도 최초의 3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대회 개인전 노 메달의 아쉬움을 풀었다.앞서 튀르키예와의 16강에서 4-1로 승리한 한국은 프랑스와의 8강에서 1-4로 패하면서 패자부활전으로 향했고 우즈베키스탄을 4-2로 꺾으며 동메달결정전으로 향했다. 패자부활전 당시 마지막 주자인 안바울이 연장전 포함 12분37초의 혈투 끝에 반칙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동메달결정전에 합류했다.한국의 경우 이번 대회 개인전 남녀 14체급 중 11체급에만 선수를 출전시켜 몇몇 체급에서는 빈자리가 생겼다. 개인전 남자 81㎏급의 이준환은 프랑스와의 8강 당시 남자 무제한급의 테디 리네르를 상대하기도 했다. 이준환은 리네르에게 한판패 했다.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오메가의 DNA 안에는 혁신이 있다. 우리는 스포츠를 보고 즐기는 모든 이들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말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부터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를 맡아온 오메가는 올림픽과의 동행 100년을 앞두고 있다. 역대 세 번째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도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초당 1만 장에서 4만 장의 디지털 이미지를 촬영하는 스캔 ‘O’ 비전 얼티밋, 인공지능(AI)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 차세대 그래픽 기술 ‘비오나르도’ 등을 도입했다. 컴퓨터 비전 기술의 경우 골격 추적 기능을 통해 체조 선수의 발 각도까지 감지해 데이터를 제공한다. 오메가는 이번 대회 32개 종목 329개의 경기를 계측한다. 장비만 약 350t 규모에, 타임키퍼 및 현장 전문가 550여 명을 보냈다. 애슐리만 CEO는 “오메가는 파리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의 기술과 신뢰성을 증명하고 싶다. 우리는 계속 발전하고 혁신할 것. 그 과정에서 세밀함, 정밀함, 공정함을 유지하는 것 또한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더 빠르고 더 세밀하게 계측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정말 많은 종목 단체들과 소통하며 기준을 정한다“고도 덧붙였다. 애슐리만 CEO는 이번 대회에 새로 도입된 브레이킹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 가능성에 대해 거론하기도 했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수영은 오메가의 계측 기술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이다. 올림픽 종목 중에 자신이 직접 시간 기록을 멈추는 종목은 수영과 스포츠 클라이밍뿐이다. 애슐리만 CEO도 “오메가는 수영과 아주 깊고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수영은 정말 어려운 종목이다. 수영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듯 오메가는 현재 수영의 전설로 꼽히는 마이클 펠프스(은퇴) 외에도 레옹 마르샹, 다비드 포포비치, 케일럽 드레슬 등 현역 선수 다수를 오메가 앰배서더(홍보대사)로 선정했다. 다른 종목에서도 높이뛰기의 아먼드 듀플란티스, 골프 로리 매킬로이 등 슈퍼스타들이 앰배서더를 맡고 있다. 파리 대회를 앞두고는 한국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21)를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한국 현역 선수가 오메가 앰배서더로 선정된 건 황선우가 처음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명성과 가치에 걸맞은 선수를 앰배서더로 선정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선수를 좋아한다. 처음으로 한국 선수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 우리는 앰배서더들에게 가족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삐약이’ 신유빈(20)이 한국 탁구 20년 만의 올림픽 단식 메달 도전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3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세계 5위 하야타 히나(24·일본)와의 파리 올림픽 탁구 동메달결정전에서 2-4(11-9, 11-13, 10-12, 7-11, 12-10, )로 역전패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여자 단식 동메달리스트 김경아 이후의 첫 단식 메달 도전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신유빈은 이날 1게임을 잡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야타는 백핸드에서 범실을 반복했다. 두 선수가 1게임씩 나눠 가진 가운데 3게임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신유빈은 10-7까지 앞섰지만 이후 하야타에게 5실점하면서 게임을 내줬다. 이날 신유빈의 최다 연속 실점이었다. 신유빈은 5게임을 다시 따내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결국 6게임을 하야타에게 내주며 물러섰다. 마지막 공격이 네트를 넘기지 못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패배의 아쉬움에도 신유빈은 하야타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의 포옹을 건넸다. 신유빈은 이날 패배까지 하야타에게 5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신유빈은 앞서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하야타에게 0-3으로 졌다. 단식 메달 사냥은 놓쳤지만 신유빈에게 아직 남은 메달 기회는 있다.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함께 동메달을 딴 신유빈이 5일 시작하는 여자 단체전에서 전지희, 이은혜와 시상대에 설 경우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현정화, 김택수 이후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된다. 두 선수는 남녀 단식. 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땄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유빈(20)은 43분의 승부 끝에 패한 뒤 1분 넘게 빈 경기장을 바라봤다. 오광헌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54)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차례 고개를 끄덕인 신유빈은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극기를 든 팬들에게 손도 흔들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찾은 신유빈은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음도 비우고 머리도 비우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남은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 탁구의 에이스 ‘삐약이’ 신유빈이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만리장성’의 벽에 막혔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2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이 종목 준결승에서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멍(30·중국·4위)에게 0-4(7-11, 6-11, 7-11, 7-11)로 완패했다. 한국 여자 탁구 선수 첫 올림픽 단식 결승 진출의 꿈은 놓쳤지만 신유빈에겐 남은 목표가 있다. 3일 오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신유빈이 승리할 경우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현정화(동), 2004년 아테네 대회 김경아(동)에 이어 한국 여자 선수로는 세 번째 단식 메달리스트가 된다. 남자 선수를 포함해도 아테네 대회 때 금메달을 차지한 유승민 이후 20년 만의 단식 메달 도전이다. 혼합복식에서 임종훈(27)과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건 신유빈이 여자 단식에서도 동메달을 따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현정화, 김택수 이후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된다. 당시 두 선수는 남녀 단식, 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땄다. 신유빈은 5일부터 전지희(32), 이은혜(29)와 여자 단체전에도 출전한다. 신유빈은 “아직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더 냉정해져야 한다. 내가 하기에 따라 경기도 바뀐다고 생각한다”고 동메달 결정전 각오를 밝혔다. 이어서 “상대 약점을 잘 분석해서 준비한다면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천멍과의 준결승 경기에 대해서는 “상대가 실력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내 빈 곳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상대가 강하게 버티다 보니 내가 쉬운 상황에서 범실도 많이 했다”고 자평했다. 신유빈은 이날 2, 4게임 한때 리드를 잡기도 했지만 천멍의 백핸드 공격에 밀려 결국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올림픽 여자 단식 종목에서 중국의 성적은 압도적이다. 1988년 서울 대회 때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9번의 올림픽에서 중국은 여자 단식 금메달 9개를 싹쓸이했다. 이 중 7번은 중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맞붙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민종(24)이 한국 남자 유도 무제한급(100㎏초과급)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땄다. 파리 올림픽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도 스타 테디 리네르(35)와의 명승부 끝에 한판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57㎏급 허미미(22)에 이어 한국 유도 두 번째 은메달이다. 김민종은 이번 은메달로 역대 한국 남자 무제한급 최고 성적을 거뒀다. 기존 최고 성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조용철(현 대한유도회장)이 딴 동메달이다.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김민종은 3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프랑스의 리네르(세계 7위)에게 허리후리기 한판패했다. 경기 중반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한순간에 흐름이 넘어갔다. 2012년 런던 대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2연패의 주인공이자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11회 우승(개인전 기준)에 빛나는 리네르는 자신의 세 번째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네르는 올림픽 개회식 때 프랑스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마리조제 페레크(56) 성화 점화자로 나서기도 했다.프랑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김민종은 이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리네르에 대한 높은 관심에 이날 경기는 유도로는 이례적으로 ‘하이 디맨드 이벤트(High Demand Event)’로 분류되기도 했다. 리네르(키 203㎝·몸무게 140㎏)는 김민종 183㎝, 130㎏)보다 키가 20㎝ 더 크고, 몸무게도 10㎏나 더 나간다. 김민종은 앞서 준결승전에서 일본 유도 영웅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인 사이토 다쓰루(22·세계 6위)를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꺾었다. 3남 1녀 중 둘째인 김민종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어 유도계에선 ‘마장동 정육점 둘째아들’로 불린다. 어려서부터 풍족하게 고기를 먹고 자란 김민종은 무제한급 선수치고는 작은 축에 속하지만 벤치프레스 최대 중량(1회 기준) 190㎏, 스쾃 260㎏를 들 정도로 괴력의 소유자다. 2022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수들의 팔씨름 대회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을 꺾고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무제한급 선수로는 드물게 업어치기를 주특기로 삼고 있기도 하다. 순발력과 탄력이 뛰어나 상대 힘을 이용해 메치는 데 자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민종은 3년 전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도쿄 대회에서 김민종은 첫 경기(16강)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따낸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위대함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자신의 좌우명대로 김민종은 한 걸음씩 나아가 끝내 값진 은메달에 이르렀다. 한편 같은 날 열린 여자 무제한급(78㎏초과급)에서는 김하윤(24)이 동메달을 땄다. 김하윤은 튀르키예 대표 카이라 오즈데미르(36)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안다리걸기 절반에 이은 누르기 절반으로 한판승을 거뒀다. 이 체급에선 2000년 시드니 대회 김선영(동) 이후 24년 만에 메달이 나왔다. 3일 경기로 개인전 일정이 종료된 가운데 한국 유도는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삐약이’ 신유빈(20)이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4강에 올랐다. 한국 탁구 선수가 올림픽 단식 준결승에 오른 건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1일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히라노 미우(24·일본·13위)와 80분 동안 풀게임 접전을 벌인 끝에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 진땀승을 거뒀다. 신유빈은 시작과 동시에 세 게임를 내리 따내며 쉽게 경기를 풀어가는 듯했지만 이후 세 게임을 연거푸 내주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신유빈은 마지막 7번째 게임 때도 9-10 위기에 몰렸다. 1점만 더 주면 경기를 내주는 상황이었다. 신유빈은 바로 10-10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간 뒤 12-11 상황에서 히라노의 스매시가 네트를 넘지 못하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신유빈은 경기가 끝난 뒤 두 주먹을 들어 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히라노도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냈다. 하라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신유빈에게 1-3 패배를 안겼던 선수다. 311일 만에 당시 빚을 갚은 신유빈은 히라노와의 맞대결에서도 2승 1패로 앞서 가게 됐다. 신유빈이 어린 시절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히라노 역시 일본에서 탁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다. 히라노는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 은메달 멤버이기도 하다. 신유빈은 이날 승리로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단식 4강에 오른 한국 탁구 선수가 됐다. 당시에는 유승민(42)과 김경아(47)가 각각 남녀 단식 4강에 올랐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유승민이 금, 김경아가 동메달을 차지한 뒤로는 올림픽 단식 메달을 딴 한국 선수도 없다. 신유빈은 자신의 첫 올림픽이던 3년 전 도쿄 대회 때는 단식 32강(3회전)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이 여자 단식에서도 메달을 차지하면 한국 선수로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당시 김택수(54), 현정화(55) 이후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 타이틀도 얻을 수 있다.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따면 한국 탁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같은 대회에서 올림픽 메달 3개를 받는 기록도 남기게 된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신유빈은 “혼합복식 동메달을 땄을 때도 눈물이 안 났는데 오늘은 마지막에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 안도감의 눈물이었다”면서 “엄마가 만들어 주신 주먹밥과 바나나를 잘 먹고 (경기에) 들어간 게 승리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유빈이 이번 올림픽에서 경기 도중 바나나를 먹는 모습은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임종훈(27)과 짝을 이룬 혼합 복식 8강에서 4-0 승리를 거둔 뒤 믹스트존을 떠나면서 국내 취재진에게 “안 힘드세요? 괜찮으세요?”라고 안부를 묻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다. 신유빈은 2일 천멍(30·중국·4위)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신유빈은 올해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8강에서 천멍에게 1-4로 패한 적이 있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인 건 이 한 경기뿐이다. 신유빈은 “어렵게 (4강까지) 오른 만큼 후회 없는 경기,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유빈이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최고의 수준에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며 “지금 분위기라면 천멍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신유빈보다 먼저 남자 단식 4강 진출에 도전했던 세계랭킹 13위 장우진(29)은 8강에서 우구 칼데라누(28·브라질·6위)에게 0-4(4-11, 7-11, 5-11, 6-11)로 완패했다. 장우진은 도쿄 올림픽 때도 칼데라누에게 16강에서 패했다. 장우진은 “내가 발전하는 속도보다 상대가 발전한 속도가 훨씬 빨랐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유도 대표팀 김민종(24)이 2일 파리 올림픽 남자 무제한급(100kg 초과)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유도(11개)는 한국이 양궁(27개), 태권도(12개) 다음으로 여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딴 종목이다. 그러나 2012년 런던 대회 김재범(남자 81kg급), 송대남(남자 90kg급) 이후 금맥이 끊겼다. 유도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수사불패(雖死不敗·비록 죽는 한이 있어도 지지는 않겠다)의 정신으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밝혔지만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김민종은 개인 첫 올림픽 무대였던 3년 전 도쿄 대회 때는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당시 김민종과 지금의 김민종은 ‘레벨’이 다른 선수다. 김민종은 올 5월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 남자 무제한급 선수가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한 건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63) 이후 39년 만이다. 김민종은 현재 이 체급 세계랭킹 1위다. 김민종이 이번 올림픽 정상을 밟으면 한국 유도 남자 무제한급 선수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다. 한국 유도는 올림픽 남자 7개 체급 가운데 무제한급에서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김민종과 금메달을 다툴 후보로는 개최국 프랑스의 ‘빅 테드’ 테디 리네르(35)가 꼽힌다. 리네르는 이번 올림픽 개회식 때 프랑스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마리조제 페레크(56)와 성화 점화자로 나서는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유도 종목에서는 이례적으로 남자 무제한급 경기를 ‘하이 디맨드 이벤트(High Demand Event)’로 분류했다. 취재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 대비해 경기장에 입장하는 취재진 수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김민종에게 리네르는 말 그대로 ‘넘어야 할 산’이다. 똑같이 무제한급 선수지만 김민종(183cm·130kg)과 비교해도 리네르(203cm·140kg)는 키가 20cm 더 크고 몸무게도 10kg이 더 나간다. 김민종과 리네르는 대진표 맞은편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두 선수 모두 결승전에 올라야 맞대결이 이뤄진다. 리네르의 선수 경력은 이미 ‘전설’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리네르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이 체급을 2연패했다. 2021년 도쿄 대회 개인전에선 동메달에 그쳤지만 혼성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리네르는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에서도 개인전 우승을 11번이나 했다. 김민종은 올해 파리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 끝에 안다리후리기로 절반을 내주며 리네르에게 패했다. 두 선수가 맞붙은 건 이때가 처음이자 현재까지 마지막이다. 김민종은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작전도 잘 통하고 생각보다 할 만했다”면서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올림픽에서는 그때 느낌을 살려서 리네르를 꼭 잡겠다”고 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다시 4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31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메달을 목에 건 이준환(22)은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눈시울을 훔쳤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준환은 “금메달을 목표로 이날만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 왔다. 지난 과정들이 떠올라서 울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성(新星)’ 이준환이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유도에 첫 메달을 안겼다. 이 체급 세계랭킹 3위 이준환은 세계 1위인 마티아스 카세(27·벨기에)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 포함 4분 48초 만에 발뒤축걸기 절반승을 따냈다. 이 체급에서는 2012년 런던 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재범(39) 이후 12년 만에 한국의 메달이 나왔다. 이준환은 동메달 결정전 승부에 대해 “카세는 내가 어릴 때부터 국제대회에서 활약해 온 선수다. 그만큼 몇 년 전부터 오랜 시간 대결을 준비해 왔다.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승리”라고 했다. 준결승에서 조지아의 타토 그리갈라슈빌리(25·세계 2위)에게 절반패한 것이 아쉬웠다. 이준환은 자신의 성인 무대 데뷔전이던 2022년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결승전에서 그리갈라슈빌리를 물리쳤지만 이후 2023,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만나 모두 패했다. 이준환은 “많이 연구했지만 내 수가 부족했던 것 같다. 더 많은 전략과 기술을 다듬어서 레벨업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경기 수원시 동네 유도장에서 유도를 시작한 이준환은 두 달 만에 나간 경기에서 우승하며 쌀 한 포대를 받았다. 의정부 경민고 시절에는 고교연맹전에서 81kg급은 물론이고 무제한급에서도 100kg이 넘는 상대들을 꺾고 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2022년 성인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서 2연속 우승하며 한국 유도의 미래로 주목받았다. 당시 국제유도연맹(IJF)은 이준환에 대해 “매우 빠르다. 자신의 이름이 소개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는 선수”라며 ‘한국의 번개’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땄다. 파리 올림픽 남자 무제한급(100kg 초과급)에 출전하는 선배 김민종(24)도 “준환이는 체급에 비해 힘이 좋은 데다 모든 기술이 주특기라고 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준환은 이날 경기로 가족 메달리스트 대열에도 합류했다. 이준환의 막내 이모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은메달을 딴 김은미(49)다. 여동생에 이어 아들도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키워낸 어머니 김원주 씨(53)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준환이는 어려서부터 마음고생 한 번 시킨 적 없는 아들이다. 그동안 고생했을 준환이에게 ‘넌 내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어머니 김 씨는 경기 안산시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이준환은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자신도, 막내 이모도 이루지 못한 금메달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이준환은 “올림픽으로 시야가 넓어졌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또 유도에 미쳐서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탁구 간판 신유빈(20)이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에 올랐다. 임종훈과 혼합복식 동메달을 수확한 신유빈은 여자 단식 시상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신유빈은 2004년 아테네 대회 김경아(동메달) 이후 20년 만의 여자 단식 메달에 도전한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세계 29위 미국 릴리 장(28)을 게임스코어 4-0(11-2, 11-8, 11-4, 15-13)으로 제압했다. 중국계 선수인 릴리 장은 이날 전까지 한 번도 맞대결해본 적 없는 상대였지만 신유빈은 이내 상대 플레이에 적응해가며 격차를 벌렸다. 1게임부터 11-2 큰 점수 차로 승리한 신유빈은 경기 내내 우세를 이어갔다. 4게임 상대에게 먼저 게임포인트 기회를 내주고도 듀스 접전을 이어가며 끝내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는 37분 만에 마무리됐다. 신유빈은 8강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세계 13위)를 만난다. 한국 시간으로 1일 오후 7시 경기가 열린다. 신유빈은 미우와 상대 전적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앞서 남자단식에서는 장우진(29)이 16강에서 일본의 토가미 슌스케를 4-0(11-7, 18-16, 12-10, 11-9)으로 꺾고 8강에 합류했다. 2,3게임 듀스 접전 속에서도 한 게임도 경기를 내주지 않았다.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왕추친이 32강에서 스웨덴의 트룰스 뫼르고드에게 패하는 이변이 일어나면서 어느 때보다 메달 획득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남자 단식 역시 2004년 아테네 유승민의 금메달 이후 메달이 없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유빈(20)이 31일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16강에 올랐다. 전날 임종훈과 혼합복식 동메달을 따냈던 신유빈은 여자 단식 메달을 위해 순조롭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신유빈은 이날 승리로 32강 탈락했던 지난 도쿄 대회보다 높은 고지에 올랐다.신유빈은 31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헝가리 게오르기나 포타(39)를 상대로 게임스코어 4-1(9-11, 11-9 11-4, 11-1, 11-9)으로 승리하며 16강에 올랐다. 1게임은 내줬지만 2게임을 바로 가져오며 분위기를 잡았다. 경기 도중 크게는 10점 차까지 앞서면서 상대에게는 최대 2점 리드만 허용했다. 이날 경기는 경기는 총 38분 진행됐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세계 71위 포타와 이번 대회 전까지 1차례(2024년 싱가포르 스매시 32강)에서 만나 승리한 바 있다. 32강전을 넘은 신유빈은 이날 이어서 16강 경기를 치른다. 16강에서는 세계 29위 미국의 릴리 장과 맞붙는다. 한국시간으로는 1일 오전 3시 경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남자 대표팀 에이스 장우진은 3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남자 단식 16강에 나선다. 앞서 여자 단식 전지희와 남자 단식 조대성은 첫 경기인 64강에서 탈락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유빈(20)-임종훈(27) 조가 한국 탁구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신유빈-임종훈 조는 30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의 두호이켐-웡춘팅 조에 게임 스코어 4-0(11-5, 11-7, 11-7, 14-12)으로 완승을 거두고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 메달을 딴 건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동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혼합복식은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신설된 종목이다. 탁구 대표팀 에이스 신유빈은 두 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 선수 출신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세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5세 때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탁구 신동’으로 불렸고 ‘삐약이’란 별명도 얻었다. 올림픽 첫 출전이던 3년 전 도쿄 대회 단식에선 32강, 여자 단체전에선 8강을 넘지 못했다. 도쿄 올림픽 이후엔 손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탁구를 그만둬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수술 뒤 재활의 시간을 보낸 신유빈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여자 복식)와 동메달 3개(여자 단식, 여자 단체, 혼합복식)를 차지하며 재기했다. ‘삐약이’ 신유빈은 이날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뒤 “지금 기쁜 마음은 제대로 표현이 안 된다. 실감도 나지 않는다.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게 정말 좋다. 앞으로 자신감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지난 3년간 부상도 있었고 계속 패하는 시기도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하며 잘 견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훈은 다음 달 19일 입대할 예정이었는데 이날 동메달을 따면서 병역 혜택을 얻었다. 임종훈은 “오늘 경기 시작 때부터 계속 (병역 혜택) 생각이 났다. 생각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다. 한 경기 한 경기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한 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임종훈은 남자 단체전에서 메달 추가를 노린다. 이어 열린 혼합복식 결승에선 세계 랭킹 1위 쑨잉사-왕추친 조(중국)가 북한의 김금용-리정식 조에 4-2(11-6, 7-11, 11-8, 11-5, 7-11, 11-8)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애국가 가사도 거의 다 외웠는데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따서 꼭 애국가를 부르겠다.” 한국 유도 대표 허미미(22)는 30일 파리 올림픽 여자 57kg급 은메달을 따낸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후 담담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 국적의 아버지와 일본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일본에서 다녔기 때문에 애국가를 배울 일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서 시상식 때 애국가를 울리겠다며 틈틈이 가사를 외웠다. 이 체급 세계랭킹 3위인 허미미는 이날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와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이번이 개인 첫 올림픽 출전인 허미미는 정규 경기 4분에 골든스코어(연장전)까지 총 6분 35초간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데구치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경기 3번째 지도를 받아 반칙패로 데구치에게 금메달을 내줘야 했다. 허미미의 은메달은 한국 유도가 파리 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었다. 한국 여자 유도 선수가 올림픽 은메달을 딴 것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당시 정보경(48kg급) 이후 8년 만이었다. 한국 여자 유도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조민선(66kg급) 이후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허미미는 “아직 멀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년 뒤) 다음 올림픽 때는 나이도 더 먹고 하니까 잠재력을 키워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웃었다. 이어 “제일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걸 보고 행복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6세 때 유도를 시작한 허미미는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도 ‘유도 천재’로 주목받던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일장기 대신 태극마크를 선택한 건 할머니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2021년 세상을 떠나기 전 “미미가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남겼다. 할머니의 유언을 따르기로 한 허미미는 한국 실업팀 경북체육회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임도 알게 됐다. 2022년 한국 성인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허미미는 지난해 자신의 생일(12월 19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도 버렸다. 개인 첫 올림픽을 마친 허미미가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도 할머니였다. 허미미는 “할머니가 계셨다면 ‘잘했다, 고생했다’고 말씀해 주셨을 것 같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음에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일본 사이타마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허미미는 한국에는 주거지가 따로 없어 대표팀 일정이 있을 때는 진천선수촌이나 호텔을 오가며 생활했다. 일본에는 잘 없는 새벽 체력 훈련 때문에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4학년인 허미미는 이렇게 숨가쁜 일정 속에서도 틈날 때마다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학업도 병행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할 일도 이미 정해졌다. 허미미는 “파리까지 같이 와준 훈련 파트너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를 사주러 가야겠다”며 웃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유도의 다음 단계를 위해선 바뀌어야 한다.” 30일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허미미(22)를 꺾고 우승한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의 말이다. 허미미가 골든스코어(연장전) 시작 2분 35초가 흐른 시점에 경기 세 번째 ‘지도(指導)’를 받으면서 이 경기는 데구치의 반칙승으로 갑작스레 막을 내렸다. 데구치는 준결승에서도 사라레오니 시지크(26·프랑스)가 지도 3개를 받으면서 반칙승을 거뒀다. 규정의 도움으로 연거푸 승리를 거둔 선수도 ‘지도 남발’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는 기본적으로 ‘사소한 반칙’을 저지른 선수가 받는 페널티다. 지도를 두 번 받았을 때는 승부에 아무 영향이 없지만 세 번 받으면 반칙패다. 데구치도 결승에서 지도를 두 번 받았다. 결승전을 진행한 마티외 바탈리 심판(프랑스)은 허미미가 매트에 주저앉은 상태로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업어치기를 시도하려다 실패하자 반대쪽으로 업어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위장 공격’ 반칙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었는데 상대를 속이려고 흉내만 냈다는 뜻이다. 김미정 한국 여자 유도 대표팀 감독은 “위장 공격은 절대 아니다. 미미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 공격했다”면서 아쉬움을 내비쳤다. 허미미는 “(주저앉으면서 업어치기 동작을 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위장 공격으로 보일지 몰랐다. 다음에는 그런 것까지 잘 생각하고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결승전이 주는 무게감을 고려해 반칙패가 선언되는 세 번째 지도를 선언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최고 우선 순위는 대회 준비이지만, 올림픽을 제대로 느껴 보고 싶었다.” 다음 달 1일(현지 시간) 시작하는 파리 올림픽 남자 골프에서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는 지난 주말 파리 나들이에 나섰다. 아내 메러디스, 3개월 된 아들 베넷과 함께 루브르박물관, 센강 등 파리의 명소들을 누볐다. 크레페, 초콜릿 크루아상 등 먹거리도 즐겼다. 올림픽 탁구 경기도 직접 관람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는 선수들과는 180도 다른 행보다. 30일 프랑스 파리 외곽의 르 골프 내셔널에서 열린 셰플러의 기자회견 역시 그의 파리 나들이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정말 재미있는 한 주였다”고 말문을 연 셰플러는 루브르박물관 관람에 대해 “멋진 경험이었다. 모나리자와 왕관의 보석을 봤다. 두 시간 동안 있었는데 많아야 박물관 10분의 1을 본 것 같다. 며칠은 그곳에 머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리를 느낀 셰플러는 이제 올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세계랭킹에 따라 남자 선수 중 가장 먼저 파리행 티켓을 따낸 셰플러는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이며, 금메달 후보 1순위다. 셰플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 1승(마스터스)을 포함해 올 시즌 최다인 6승을 쓸어담았다. 셰플러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최선을 다해 메달 경쟁을 하겠다. 금메달을 따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셰플러는 세계 2위 잰더 쇼플리(31), 5위 윈덤 클라크(31), 6위 콜린 모리카와(27)와 함께 미국 대표팀으로 뛴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쇼플리는 2연패에 도전한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유도의 ‘신성(新星)’ 이준환(22)이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준환은 3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마티아스 카세(27·벨기에)를 절반승으로 제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남자 유도 대표팀의 첫 메달이다. 이 체급에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범 이후 12년 만에 값진 메달이 나왔다. 이준환은 이 체급 세계 3위다. 16강전에서 허벅다리 걸기 한판승, 8강전에서 어깨로메치기 한판승을 따낸 이준환은 준결승에서 이 체급 세계 2위 타토 그리갈라슈빌리(25·조지아)에게 골든스코어(연장전) 끝에 누우면서던지기 절반을 내주며 패했다. 최근 2년 연속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자신을 꺾은 그리갈라슈빌리를 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절치부심한 이준환은 카세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골든스코어에 돌입한 이준환은 연장 48초 만에 안뒤축걸기로 절반을 따내며 동메달을 따냈다. 승리를 확정한 이준환은 매트 위에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희태 남자 대표팀 감독과도 포옹한 채 눈시울을 훔쳤다. 이준환은 앞서 지난해 도쿄 그랜드슬램에서 카세를 꺾고 우승했다. 어려서부터 태권도, 수영, 권투등 여러 운동을 해왔던 이준환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동네 도장에서 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밖에서 얻어맞고 다니지나 말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유도를 권했다고 한다. 이준환은 유도를 시작한 지 두 달만에 나간 경기도 대회에서 우승하며 쌀 한 가마니를 타왔다. 의정부 경민고 시절 고교연맹전에서는 자신의 체급은 물론이고 무제한급에서도 100㎏이 넘는 상대들을 넘어뜨리며 2관왕을 차지했다. 2022년 시니어 무대에 입성한 이준환은 데뷔전인 조지아 트빌리시 그랜드슬램부터 몽골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까지 2연속 우승하며 유도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IJF는 이준환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매우 빠르다. 자신의 이름이 소개되기도 전에 한판승을 거둘 수 있는 선수”라며 이준환을 ‘한국의 번개’라 소개하기도 했다. 이준환은 이후로도 2023, 2024년 세계선수권에서 연속 동메달을 따는 등 꾸준히 시상대 위에 올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준우승을 했다. 같은 날 경기를 치른 여자 63㎏급 김지수(24)는 패자부활전에서 조르기 한판패 하며 탈락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김지수는 이번 대회 한 체급을 높여 도전했다. 도쿄 대회 16강에서 탈락했던 김지수는 파리에선 한 걸음 나아가 8강 고지를 밟았다.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지수는 초등 1학년 때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 김덕제 씨를 따라 유도를 시작했다. 일본 사회에서 적지 않은 차별을 경험했던 아버지는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며 집 창고를 훈련장으로 개조해 딸에게 유도를 가르쳤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올림픽 경기장인 일본 무도관에서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전국대회 개인, 단체전을 우승한 경험도 있다. 2017년부터 태극마크를 단 김지수는 고교 졸업 뒤 한국에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경북 상주)을 따라 소속팀도 경북체육회로 정했다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유빈(20)-임종훈(27) 조가 한국 탁구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임종훈은 입대를 20일 앞두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면서 병역 혜택을 누리게 됐다.신유빈-임종훈 조는 30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4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의 두호이켐-웡춘팅 조에 게임 스코어 4-0(11-5, 11-7, 11-7, 14-12)으로 완승을 거두고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 메달을 딴 건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동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혼합복식은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신설된 종목이다.탁구 대표팀 에이스 신유빈은 두 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 선수 출신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세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5세 때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탁구 신동’으로 불렸고 ‘삐약이’란 별명도 얻었다. 올림픽 첫 출전이던 3년 전 도쿄 대회 단식에선 32강, 여자 단체전에선 8강을 넘지 못했다.도쿄 올림픽 이후엔 손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탁구를 그만둬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수술 뒤 재활의 시간을 보낸 신유빈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여자 복식)와 동메달 3개(여자 단식, 여자 단체, 혼합복식)를 차지하며 재기했다. ‘삐약이’ 신유빈은 이날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뒤 “지금 기쁜 마음은 제대로 표현이 안 된다. 실감도 나지 않는다.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게 정말 좋다. 앞으로 자신감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지난 3년간 부상도 있었고 계속 패하는 시기도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하며 잘 견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임종훈은 다음 달 19일 입대할 예정이었는데 이날 동메달을 따면서 병역 혜택을 얻었다. 임종훈은 “오늘 경기 시작 때부터 계속 (병역 혜택) 생각이 났다. 생각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다. 한 경기 한 경기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한 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신유빈은 이번 대회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임종훈은 남자 단체전에서 메달 추가를 노린다.이어 열린 혼합복식 결승에선 세계 랭킹 1위 쑨잉사-왕추진 조(중국)가 북한의 김금용-리정식 조에 4-2(11-6, 7-11, 11-8, 11-5, 7-11, 11-8)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143명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반효진(대구체육고 2학년)이 한국의 여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올림픽 타이기록인 251.8점을 쏴 금메달을 땄다. 2007년 9월 20일생으로 이날 16세 10개월 18일이던 반효진은 여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연소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종전 기록은 이번 대회 양궁에 출전한 김제덕(20)이 2021년 도쿄 대회 혼성전 금메달을 땄을 때의 17세 3개월 12일이다. 반효진은 전날 이 종목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을 쏴 전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올림픽 기록이었다. 이날 결선에서 반효진은 경기 초반부터 황위팅(18·중국)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다. 두 선수는 251.8점으로 동점이 돼 슛오프에 들어갔는데 반효진이 10.4점, 황위팅이 10.3점을 쏴 0.1점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렸다. 한국 사격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이기도 한 반효진은 여고생 소총 명사수 계보를 이어갔다. 여갑순이 서울체고 3학년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유성여고 3학년이던 강초현이 여자 소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진(32) 이우석(27) 김제덕으로 구성된 남자 양궁 대표팀은 30일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성공하며 전날 10연패를 이룬 여자 양궁 대표팀과 대회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결승에서 대회 개최국 프랑스를 세트 점수 5-1로 물리쳤다.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단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22)는 30일 여자 유도 57kg급 결승에서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에게 반칙패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3년차 사격 소녀 “‘어디까지 성장할래’라는 말 나오게 하겠다”[PARiS 2024]17세 반효진, 10m 공기소총 金中선수에 1.3점 앞서다 동점 허용… 마지막 슛오프 10.4 대 10.3 승리“하늘이 준 기회, 너무 벅차올라… 떡볶이 마라탕 치킨 다 먹고싶어”29일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셔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선 반효진(17)과 중국 황위팅(18)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8명의 결선 진출자 중 10대 명사수 2명만 남은 대결을 두고 현지 중계진 사이에선 “사격이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극찬이 나왔다. 마지막 두 발을 남기고 승기를 잡은 건 반효진이었다. 0.1점 차로 승부가 갈리곤 하는 이 종목에서 1.3점이나 앞서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그리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반효진은 23번째 격발에 9.9점을, 24번째엔 9.6점을 기록했다. 이 두 발을 두고 반효진은 “그렇게 크게 (과녁 밖으로) 빠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황위팅은 10.3점과 10.5점을 쐈다. 두 선수는 동점이 됐다.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결정짓는 슛오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쫓기는 쪽은 반효진일 것 같았다. 하지만 ‘강철 멘털’ 반효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반효진은 “당황하긴 했다. 그래도 슛오프에 가게 된 건 하늘이 제게 주신 금메달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한 발을 더 소중히 쐈다”고 했다. 먼저 방아쇠를 당긴 건 황위팅이었다. 10.3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반효진의 한 발. 탁∼ 소리와 함께 과녁 한중간이 뚫렸다. 10.4점. 0.1점 차 승리였다. 경기 내내 신중하던 반효진의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 한 발로 반효진은 한국의 여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여름올림픽 역대 최연소 금메달(만 16세 10개월 18일), 사격 선수 최연소 메달 등 여러 기록을 새로 남겼다. 활짝 웃다가 잠시 눈물을 보인 반효진은 “함께 출전한 선수들, 코치님들까지 너무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제가 금메달을 따서 잠시 벅차올랐다. 언니들도 울면서 뛰어오더라. 엄청 눈물이 났다”고 했다. 반효진은 또 “영상 통화로 얼마 전에 태어난 조카 얼굴도 보고, 언니와 엄마 아빠도 봤다. 빨리 한국 돌아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 떡볶이와 마라탕, 치킨까지 다 먹고 싶다”며 여고생다운 모습을 보였다. 반효진은 제대로 총을 잡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21년 같은 학교 사격부 친구 전보민(대구체육고)을 따라 처음 사격에 입문했다. 이전까진 놀이공원이나 오락실 같은 곳에서도 총 한번 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한 달 조금 지나 출전한 대구시장배 대회에서 1위를 하며 ‘사격 천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사격 대표팀의 ‘비밀병기’로 평가받았다. 특유의 낙천적이고 천진난만한 성격 덕분에 ‘대형 사고’를 칠 수도 있다는 게 대표팀의 판단이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그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때도 “육회비빔밥을 먹고 싶다”더니 곧바로 선발전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이전까지 국제대회에선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올림픽 전에 출전한 국제사격연맹(ISSF) 바쿠 월드컵에서 42위를 했다가 다음 대회인 뮌헨 월드컵에선 2위를 하는 식이었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27일 최대한과 짝을 이뤄 출전한 혼성전에서 22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날 열린 공기소총 10m 본선에선 60발 합계 634.5점으로 올림픽 본선 기록을 세우며 전체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바로 이튿날 그 여세를 몰아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처음 나선 올림픽 무대에서 올림픽 기록과 올림픽 타이기록까지 세운 반효진은 “사격을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돼서 최대한 겸손해지려 한다. 경기를 나갈 때마다 ‘하나라도 더 배우자’고 생각한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도 똑같았다. 앞으로도 ‘쟤는 어디까지 성장할 생각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내 딸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나를 자랑스러워하기를 바랄 뿐이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27)의 이야기다. 2021년 자국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성화 최종 점화자로 나서기도 했던 오사카는 지난해 7월 딸 샤이를 출산했다. 임신 전후로 지난해 1년간 휴식을 취했던 오사카는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위해 다시 라켓을 잡았다. 엄마 선수로 돌아오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출산 과정에서 골반기저근이 많이 손상됐다.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출산 후 보름이 지난 뒤부터는 주변의 만류에도 조금씩 훈련하기 시작했다. 오사카는 “엄마는 모든 걸 해야 하고, 모든 걸 알아야 한다. 나는 왜 엄마들이 목소리가 크고 강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사카의 파리 올림픽은 개막 후 하루 만에 끝났다. 27일(현지 시간) 테니스 여자 단식 1라운드에서 독일의 안젤리크 케르버(36)에게 0-2(5-7, 3-6)로 져 탈락했다. 엄마 오사카는 “다시 이기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라는 말로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파리 올림픽은 출전 남녀 선수 비율에서 사상 최초로 양성평등이 이뤄진 대회다. 100년 전인 1924년 파리 올림픽 당시 4.4%였던 여자 선수 비율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50%에 이르렀다. 선수촌에서도 처음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넘어 한계에 도전하는 ‘슈퍼 맘’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자메이카의 육상 스타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38)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슈퍼 맘 스타 중 한 명이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육상 여자 100m를 2연패한 프레이저프라이스는 2017년 아들 자이온을 낳았다. 그리고 4년 뒤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이어가고 있다. ‘마미 로켓’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지난해 아들의 학교 운동회 엄마 달리기에서 1등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성이 당신의 능력을 떨어뜨리거나 재능을 숨기지 않는다”는 게 프레이저프라이스의 목소리다. 5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프레이저프라이스는 파리에서 여자 100m, 400m 계주에 출전한다. 개최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도 여왕’ 클라리스 아그베그네누(32)도 엄마의 이름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다. 2022년 6월 딸 아테나를 낳은 아그베그네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국제유도연맹(IJF)의 도움을 얻어 경기장 내 워밍업 룸에서 딸에게 모유를 먹였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자신의 여섯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 올림픽 2관왕(여자 63kg급, 혼성단체전)인 아그베그네누는 파리 대회에서 다시 한 번 두 종목 석권에 도전한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는 사격에서 각각 은메달을 딴 공기소총 10m 혼성 금지현(24), 여자 공기권총 10m 김예지(32)가 ‘슈퍼 맘’이다. 지난해 5월 딸 정서아 양을 출산한 금지현은 “후배들에게 출산으로 선수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다음에는 그런 부분까지 잘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평소 생글생글 웃는 표정의 허미미는 차분한 얼굴로 믹스드존(공동 취재 구역)에 들어왔다. 특유의 미소는 잃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급 결승에서 허미미는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와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 끝에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했다. 연장 2분 35초 들어 위장공격 판정을 받으면서 승부가 갈렸다. 특히 연장 들어 허미미가 상대를 몰아붙이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심판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김미정 감독은 경기 뒤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어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위장공격으로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미가 원래 앉으면서 공격을 하는 스타일인데 상대 선수가 딱히 공격을 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우리만 받는게 조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미미는 “경기 영상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반칙패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허미미의 첫 올림픽 도전은 빛났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 처음으로 나선 허미미는 준결승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32)를 골든스코어(연장전) 끝에 위고쳐누르기 절반으로 제압했다. 8강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이긴 적 없던 ‘천적’ 몽골의 르하그바토고 엔흐릴렌(26)을 꺾기도 했다. 허미미는 “올림픽 때문에 열심히 준비했는데 메달 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허미미의 활약으로 한국 유도는 파리 대회 첫 메달을 신고했다. 여자 대표팀으로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보경(은메달) 이후 8년 만의 메달이다. 우승에 대비해 애국가 가사도 공부했던 허미미는 “가사도 거의 다 외웠는데 못 부르게 돼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 때는 꼭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에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 특히 우리를 보고 유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음 올림픽까지 응원해달라”고 덧붙였다.특히 자신에게 태극마크를 권했던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오늘까지 열심히 했다고 말하고 싶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따 전화해서 메달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경기를 마친 허미미는 내일부터 대표팀 선수들의 응원군으로 활약할 계획이다. 30일에는 남자 대표팀의 ‘신성’ 81㎏급 이준환이 출격한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일장기 대신 태극마크를 선택한 허미미(22)가 금메달 문턱에서 무너졌다. 대신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유도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허미미는 30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여자 57㎏급 결승에서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와 6분35초 동안 골든스코어(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반칙패를 당했다. 유도에서는 한 선수가 '지도'(옐로 카드) 3개를 받으면 반칙패로 승부가 끝난다.데구치는 허미미가 올해 5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물리쳤던 상대다. 당시에는 데구치가 지도 3개를 받아 허미미가 반칙승을 거뒀는데 이번에는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캐나다인 아버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구치도 허미미처럼 일본에서 유도를 배운 선수다.허미미는 이날 8강에서 그 전까지 맞대결 전적 3전 전패였던 르하그바토고 엔흐릴렌(26·몽골)을 물리치며 준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준결승에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챔피언 하파엘라 실바(32·브라질)를 골든스코어(연장전) 끝에 꺾고 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한국 여자 유도 선수가 올림픽 결승에 오른 것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정보경(48kg급) 이후 8년 만이었다.한국 국적의 아버지와 일본 국적의 어머니를 둔 허미미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6세 때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운동을 시작했다.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에서 우승하며 ‘유도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고 2019년에는 한국 전국청소년유도선수권대회에 재일교포 선수로 출전해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유도 종주국' 일본에서도 주목 받는 유망주였던 허미미는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미미가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남긴 유언에 따라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허미미는 “우리 할머니는 유도 경기 때마다 응원 와준 늘 친절한 분이셨다”고 말했다.허미미는 실업팀 경북체육회 입단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허미미는 지난해 자신의 생일(12월 19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일본 고교 랭킹 1위에 올랐던 친동생 허미오(20)도 경북체육회 소속 유도 선수로 뛰고 있다.2022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허미미는 한국에는 거주지가 따로 없어 대표팀 일정이 있을 때는 진천선수촌과 호텔을 오가며 생활했다. 허미미는 “(체력 훈련 때문에) 진천선수촌에서 매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는 게 처음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허미미는 틈틈이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학업도 병행했다.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