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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사상 첫 한미일 3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금융 측면의 불안에 대해 (한미일) 3국이 협력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최근 몇 년간 지정학적 긴장과 충돌이 갈수록 복잡화·일상화되며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는 것을 목도해 왔다”며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불안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오르고 달러 강세가 심화하는 등 최근 금융시장 급변동에 따른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은 인도태평양의 경제 성장과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3국이 계속 협력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공급망 확장, 중국의 과잉 생산 및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처, 이란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 역시 공급망 교란에 대해 “안정적인 무역·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이며 3국이 긴밀한 대화와 연대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최 부총리, 옐런 장관,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이 3국 재무장관 회의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8월 미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3국 재무·상무장관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고 이날 첫 회담이 개최됐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의 공습에 대한 반격 수위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와중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수일 내로 이란에 추가 경제 제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영토 공습 등 군사적 돌발행동을 벌이기 전에 국제사회의 외교·경제적 대응으로 이스라엘을 진정시켜 확전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이란은 보복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해 중동의 전운(戰雲)은 여전히 짙게 깔려 있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단체인 하마스, 헤즈볼라와 전투를 이어가며 피란민이 모여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습도 재개했다.● 미·EU 이란 제재… 이스라엘 달래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성명에서 “미국은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제조 프로그램 등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겠다”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이란 국방부를 지원하는 기관에 대한 제재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이란의 군사적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의 공급을 막아 타격을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성명에서 “이란의 악의적 행동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국과 파트너들도 곧 자체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EU는 같은 날 27개 회원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 제재 방식을 논의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일부 회원국들은 이란 제재의 확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특히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 민병대 등 친이란 무장세력으로 흘러들어가는 무기와 자금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미국과 EU가 이처럼 신속하게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건 이란 압박용이라기보단 ‘이스라엘 달래기’가 더 큰 목적으로 보인다. 영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에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 보복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란의 핵심 자금줄로 꼽히는 석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는 제재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국제유가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설전 이어가는 이스라엘과 이란 국제사회가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은 ‘험한 말’을 쏟아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북부 줄리스 군기지에서 이란이 발사했던 탄도미사일 잔해를 공개했다.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이란은 이스라엘 전역에 불의 고리(ring of fire)를 던졌다”며 “우리는 우리가 택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구체적 대응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이란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일종의 심리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시내각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우리의 대응을 계속해서 추측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란도 강경한 자세를 이어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15일 카타르 국왕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이익에 반하는 아주 사소한 조치라도 할 경우 고통스러운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리 바게리 카니 외교차관도 “다음 공격은 12일이란 간격이 없다”고 했다. 13일 이란의 공습은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지 12일 만에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16일 헤즈볼라 정예부대인 특수부대 라드완군을 공습했다. 군 측은 “로켓과 미사일을 관장하는 이스마일 유세프 바즈와 무함마드 샤후리 사령관 등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 지역으로 재진격했으며, 남부 라파 공습도 재개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미일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첫 3국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합의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재무장관 공동선언문에서 “최근 일본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공동선언문은 “우리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금융안정,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금융시장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또 기존 주요 20개국(G20)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최 부총리는 회의에서 “최근 몇 년간 지정학적 긴장과 충돌이 갈수록 복잡화·일상화되며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는 것을 목도해 왔다”며 “금융 측면의 불안에 대해 (한미일) 3국이 협력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불안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오르고 달러 강세가 심화하는 등 최근 금융시장 급변동에 따라 한미일이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 중동 정세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은 16일 역대 네 번째로 1400원을 넘어섰다. 이에 앞서 최 부총리와 스즈키 일본 재무장관은 16일 한일 재무장관회담을 갖고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에 따른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한미일 3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공급 과잉에 따른 공급망 공동 대응과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공급망 취약성과 핵심 부문의 경제적 강압과 과잉생산 등 다른 국가의 비시장 경제 관행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개발에 함께 대응해 각자의 독자 제재를 활용하고 조정할 것을 확인한다”고 했다.옐런 재무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회복력 있는 공급망 확대, 경제적 강압 대응, 제재 회피 방지와 같은 역내 및 전 세계의 주요 공동 목표에 대한 협력을 더욱 심화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즈키 재무상은 “북한문제 등 한미일 3국의 긴밀한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한미일 재무장관회의는 지난해 8월 미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재무·상무장관 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과거에는 한미, 한일 양국간 재무장관 회의를 중심으로 금융·외환 협력을 추진해 왔지만 정상들이 3국간 공조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사상 첫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게 된 것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을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사상 첫 한미일 3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금융 측면의 불안에 대해 (한미일) 3국이 협력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최근 몇 년간 지정학적 긴장과 충돌이 갈수록 복잡화·일상화되며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는 것을 목도해 왔다”며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불안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오르고 달러 강세가 심화하는 등 최근 금융시장 급변동에 따른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은 인도태평양의 경제 성장과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3국이 계속 협력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공급망 확장, 중국의 과잉 생산 및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처, 이란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 역시 공급망 교란에 대해 “안정적인 무역·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이며 3국이 긴밀한 대화와 연대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최 부총리, 옐런 장관,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이 3국 재무장관 회의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8월 미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3국 재무·상무장관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고 이날 첫 회담이 개최됐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편향된 배심원만 뽑히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재판에서 이길 겁니다.” 15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앞 공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아들 앤드루는 “애초에 기소되지 말았어야 할 사안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 트럼프’ 깃발을 들고 온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그 옆에선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라는 반대 구호도 들려왔다. 11월 5일 치러질 미 대선이 약 2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2016년 대선 당시 성추문을 막기 위해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장부를 조작해 입막음 용도의 돈을 지급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대선 경쟁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는 0.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중도층 표심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간 시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이 시작되며 미 대선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선거 개입”, 사법 위험 역활용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시작된 이날 재판은 7시간가량 이어졌다. 재판은 첫 단계인 12명의 배심원 선정부터 난항을 겪었다. 96명의 뉴욕 시민이 배심원 후보로 출석해 적격성 심사를 받았지만 첫 질문인 “평결에 공정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50명이 한꺼번에 “못 하겠다”고 답해 후보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 출두 전은 물론이고 재판을 마친 뒤에도 “사기 재판이자 정치적 마녀사냥이며 선거 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적(政敵) 제거 목적으로 자신을 기소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또 “재판 때문에 아들(배런)의 고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지지층의 동정심에 호소했다. 재판은 약 6∼8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그를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할 올 7월 15일 전에 유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그가 1주일에 나흘은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만큼 선거 유세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이미 대선 캠프의 조직 일부가 뉴욕으로 옮겨와 선거 전략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봤듯 재판 과정을 철저히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지지율, 트럼프 턱밑까지 추격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에는 영향을 줄 수 있어 재판 결과가 대선 판세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4∼8일 실시한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조사에서 중도층의 60%는 “그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재판을 시작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이 줄줄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도 악재다. 그중 2020년 대선 패배에 격분한 지지자들이 다음 해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이를 선동했다는 혐의가 특히 위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일부터는 당시 난입에 가담해 대선 결과의 인증 절차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프 피셔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이 결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여론조사 집계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최근 3주 누적 평균 지지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45.4%로, 트럼프 전 대통령(45.6%)을 0.2%포인트 차까지 따라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경선 초반인 올 1월 4.3%포인트 앞섰지만 석 달 만에 우세를 상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이 시작되면서 누구도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부족한 선거자금,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고물가입니다.” 미국 야당 공화당의 대표적인 선거 전략가로 꼽히는 존 피허리 EFB 파트너(사진)가 1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두 후보를 이같이 평가했다. EFB는 미 정치전략 컨설팅 업체다. 그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재판이 시작된 것을 두고 “대부분의 공화당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을 그를 제거하려는 당파적 노력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지지층은 그의 최대 강점”이라고 진단했다. 그 대신 “문제는 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송이 거듭될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리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캠페인 광고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선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홍보하고 대학 학자금 탕감으로 표심을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에 유가를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가 또 올라갈 것이라며 “1976년 대선 당시 고유가 등으로 현직 대통령 제럴드 포드가 야당 후보 지미 카터에게 패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이라는 ‘2개의 전쟁’ 또한 변수로 짚었다. 우크라이나가 패하면 마국에 반러시아 여론이 확산되며 집권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중동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되면 중동 전쟁 발발 후 줄곧 친이스라엘 정책을 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집권하면 미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제2 플라자 합의’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한국이 제2 플라자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통상정책을 관장할 가능성이 높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달러화 평가 절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트럼프 2기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는 일부 인사가 고평가된 달러가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주요 교역 상대국에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도록 압박하고, 이를 거부하면 해당 국가의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2기 때 라이트하이저가 권한을 갖게 되면 각국에 대한 관세 위협이 더 명백해질 것”이라며 그가 중국에도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1985년 당시 일본, 서독(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4개국에 통화 가치를 달러화 대비 50% 높이라고 압박해 관철시켰다. 이 플라자 합의는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인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플라자 합의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USTR 부대표를 지냈다. 당시 일본 측이 제시한 엔화 절상 폭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일본 측의 문건을 종이비행기로 접어 일본 협상단에 날릴 정도로 강경파였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겸 재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존 폴슨은 달러 하락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매파(강경파) 성향 참모와 비둘기파(온건파) 성향 참모 간 대립도 본격화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달러 절하를 주장했다. 반면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 등은 수입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플라자 합의1985년 9월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일본, 서독(현 독일),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이 진행한 환율조정 합의. 당시 막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4개국에 달러 대비 통화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해 관철시켰다. 이후 2년간 엔화 가치는 65.7% 올랐고, 이것이 일본 장기 불황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美, 삼성에 8.9조원 반도체 보조금… 인텔-TSMC 이어 3번째 규모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최대 64억 달러(약 8조864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1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포함해 미국에 총 400억 달러 이상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삼성에 대한 보조금은 인텔(85억 달러),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인텔과 TSMC가 각각 1000억 달러, 6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투자액 대비 보조금 규모는 삼성전자가 가장 크다.》삼성전자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받는 보조금 최대 64억 달러(약 8조8640억 원)는 미국 인텔(85억 달러)과 대만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하지만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로 따지면 삼성전자가 약 16%, TSMC가 10.2%, 인텔이 8.5%로 삼성전자가 가장 높다.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 규모를 17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이상으로 대폭 높인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메모리 분야 1위이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겸하는 삼성의 경쟁력이 발휘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이번 보조금 협상을 계기로 인공지능(AI) 분야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생산 기지를 확대하게 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TSMC와 인텔에 이어 삼성까지 투자를 유치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노릴 수 있게 됐다.● 美, 삼성전자에 64억 달러 보조금 지급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 시간)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삼성전자는 4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계기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 2기를 짓는 동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전용 공장 등 총 4개의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연내 완공되는 파운드리 공장에서는 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과 함께 차세대 2나노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2027년 양산에 돌입하는 두 번째 공장에선 2나노 로직(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 첨단 패키징 공장에는 AI 시대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은 물론이고 첨단 메모리 제품에 대한 패키징 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997년 건설된 오스틴 공장에서는 첨단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방위산업체를 위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4000만 달러를 별도로 투자해 테일러 일대의 인력 양성에도 나선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로 미국 텍사스 중부의 첨단 반도체 생태계 역할을 공고히 하게 됐고 최소 2만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됐다”며 “한미동맹이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 “원스톱 생산… TSMC 넘는 삼성의 강점” 앞서 미 상무부는 인텔과 TSMC에 각각 최대 85억 달러,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이 투자하는 금액은 각각 1000억 달러와 650억 달러다. 삼성은 이보다 적은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도 TSMC와 비슷한 보조금을 받게 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삼성의 입지를 감안한 것이다. 일례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100’은 SK하이닉스의 HBM을 받아 TSMC가 최종 생산한다. 최근 대만 강진은 반도체 공급망을 한 곳에 의존하는 것이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는 파운드리만 하지만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갖고 있어 미국에서 원스톱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TSMC보다 삼성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의 공장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보안을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앞세워 TSMC와 인텔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에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AI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들이 몰려 있는 만큼 이들로부터 파운드리 수주를 대거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파운드리 세계 점유율은 11.3%였다. 삼성전자는 국내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150곳을 유치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앞장서기로 했다. 삼성전자 측은 “한국에서의 투자는 전혀 차질이 없다. 인텔과 TSMC와 달리 미국 정부로부터 저금리 대출을 지원받지 않은 것도 투자 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란이 13일(현지 시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인기(드론) 등 30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습했다.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건 사상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예고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본격 확전되는 중대 기로에 섰다.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면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도 요동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300발 넘게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도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며 “대다수 미사일은 우리 방공체계에 의해 국경 밖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드론 170여 대와 순항미사일 30여 기, 탄도미사일 120여 기가 이스라엘 본토로 날아왔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 직후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통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범죄에 대응해 이스라엘 정권 영토의 특정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은 양국이 적대 관계로 돌아선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누구든 우리에게 해를 끼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바로 전투기를 동원해 이번 공습에 가담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군사시설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공습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14일 오전 자국민에게 내린 대피 명령을 해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면 1973년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51년 만의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집트·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맞붙은 4차 중동전쟁은 1차 석유 파동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가 극심한 장기 불황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심야 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습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이란의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반격에 미국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할 경우 중동 전역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이란의 사상 첫 직접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이 보복 대응을 예고하면서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는 ‘5차 중동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반격하면 “더 강한 대응으로 맞서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이스라엘이 섣불리 재보복을 했다가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경우 기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군사 강대국이다. ● 이 “전례 없는 대응” vs 이란 “더 큰 대응 할 것”이란군은 앞서 이스라엘 재벌 에얄 오페르가 소유한 조디액그룹 소속의 화물선 ‘MSC 에리즈’를 나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 선박 나포를 군사 공격의 ‘신호탄’으로 보고 군 경계 태세를 발동했다. 전국에 대국민 행동지침 및 휴교령도 내렸다. ‘진실의 약속’ 작전이라고 명명해 무인기(드론), 탄도·순항 미사일 300여 기를 동원한 이란의 공습은 이날 오후 11시경부터 약 5시간 동안 이어졌다. 공습이 끝난 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정부가 이번 공격에 맞서 전례 없는 대응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가 헤즈볼라의 군사 구조물 표적을 공격했다”며 보복 공격에 나섰음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반격과 향후 미국의 개입에 강하게 경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 국영TV에 “이스라엘의 보복 시 우리 대응은 오늘(13일) 밤의 군사 행동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며 “미국이 추후 공격에 가담한다면 미국 기지와 인력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공격은 계획하고 있지 않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바게리 참모총장도 “이번 작전은 종료됐으며 계속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 美, 이스라엘 지지 동시에 확전 방지 안간힘 미국은 13일 이란의 공격 징후가 포착되자마자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국가안보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엔 이례적으로 다시 회의를 열었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양국은 수십년간 앙숙이면서도 서로 직접 공격을 하진 않았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이 통제에서 벗어난 강경 대응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미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14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란에 보복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 NYT는 두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이 안건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다만 제러미 보언 영국 BBC 방송 국제 에디터는 “이스라엘 극우들이 이란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것으로 끝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당대 최고의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이자 영화배우로 화려하게 살았으나 전 부인 살해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받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O J 심프슨이 10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심프슨 측 유가족은 11일 소셜미디어에 “아버지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심프슨은 약 2개월 전에 전립샘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47년 샌프란시스코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구루병으로 다섯 살 때까지 다리에 보조기를 착용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역 갱단과 어울리던 비행청소년이었으나 탁월한 달리기 재능이 눈에 띄며 미식축구에 입문해 삶의 전기를 맞았다. 뉴욕타임스(NYT)는 “NFL 각종 기록을 세우며 미식축구를 전국구 인기 종목으로 이끈 슈퍼스타”라고 평했다. 1985년 NFL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역경을 이겨낸(rags-to-riches) 흑인 스포츠 스타는 할리우드에서도 사랑받았다. 주요 방송사 스포츠캐스터로 활동하고 영화 ‘총알 탄 사나이’(1990년) 등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차분한 훈남 이미지로 인기를 끌며 당시 흑인에겐 좁은 문이었던 대기업 광고도 여럿 찍었다. 하지만 1994년 벌어진 사건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심프슨은 고교 시절 여자친구와 첫 결혼에 실패하고 1985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18세 웨이트리스 니콜과 재혼했다. 하지만 1992년 배우자 학대 등으로 이혼한 뒤, 1994년 6월 13일 니콜과 그의 애인이 심프슨 자택 인근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심프슨이 친구의 차에 타고 도주극을 벌이던 모습이 TV로 생중계되며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심프슨은 이후 ‘세기의 재판’으로 또 한번 미국을 흔들어 놓았다. 피 묻은 장갑 등 여러 증거가 그를 향했지만, ‘드림 팀’이라 불린 초호화 변호인단은 미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인종차별을 무기로 무죄를 주장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여진이 남아 있던 상황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심프슨은 결국 경찰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심프슨 재판은 미 형사 사법체계에 대한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당시 배심원단 12명 가운데 흑인이 9명인 점도 심프슨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 NYT는 “정황은 물론 과학적 증거도 충분했지만 배심원들은 감정에 휩쓸려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했다. 이후 민사재판에선 심프슨이 유족들에게 배상금 3350만 달러를 지급하도록 하는 모순적인 판결도 나왔다. 심프슨은 이후 무장강도·납치 사건에도 가담해 33년 형을 받기도 했으나, 9년만 복역한 뒤 2017년 가석방됐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은 집회가 금지된 관저가 아니기 때문에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뒤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를 허용하는 판결이 확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집회 금지 통고를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12일 확정했다. 앞서 촛불행동은 2022년 5월 28일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출발해 녹사평역, 삼각지 교차로를 지나 용산역 광장까지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대통령의 주거 공간인 관저 100m 이내의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근거로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불복한 촛불해동은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집회 예정일 하루 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후 열린 본안 소송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을 주거 공간인 관저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1·2심은 경찰의 금지 통고가 위법하다며 경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집회 장소는 집시법에서 집회를 금지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경찰은 지난해 집시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통령실과 관저를 둘러싼 이태원로, 서빙고로 등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경찰은 “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라 집회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당대 최고의 프로미식축구(NFL) 선수이자 영화배우로 화려하게 살았으나 전 부인 살해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받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O. J. 심슨이 10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심슨 측 유가족은 11일 소셜미디어에 “아버지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심슨은 약 2개월 전에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1947년 샌프란시스코 빈민가에서 태어난 심슨은 구루병으로 5살까지 다리에 보조기를 착용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역 갱단과 어울리던 비행청소년이었으나 탁월한 달리기 재능이 눈에 띄며 미식축구에 입문해 삶의 전기를 맞았다. 뉴욕타임스(NYT)는 “NFL 각종 기록을 세우며 미식축구를 전국구 인기종목으로 이끈 슈퍼스타”라고 평했다. 1985년 NFL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역경을 이겨낸(rags-to-riches) 흑인 스포츠 스타는 헐리우드에서도 사랑받았다. 주요 방송사 스포츠캐스터에 영화 ‘총알 탄 사나이’(1990년) 등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차분한 훈남 이미지로 인기를 끌며 당시 흑인에겐 좁은 문이었던 대기업 광고도 여럿 찍었다.하지만 1994년 벌어진 사건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심슨은 고교 시절 여자친구와 첫 결혼을 실패하고 1985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18세 웨이트리스 니콜과 재혼했다. 하지만 1992년 배우자 학대 등으로 이혼한 뒤, 1994년 6월 13일 니콜과 그의 애인이 심슨 자택 인근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심슨이 친구의 차에 타고 도주극을 벌이던 모습이 TV로 생중계되며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심슨은 이후 ‘세기의 재판’으로 또 한번 미국을 흔들어 놓았다. 피 묻은 장갑 등 여러 증거가 그를 향했지만, “드림 팀”이라 불린 초호화 변호인단은 미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인종차별을 무기로 무죄를 주장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여진이 남아 있던 상황을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심슨은 결국 경찰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심슨 재판은 미 형사 사법체계에 대한 논란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배심원단 12명 가운데 흑인이 9명인 점도 심슨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 NYT는 “정황은 물론 과학적 증거도 충분했지만 배심원들은 감정에 휩쓸려 무죄평결을 내렸다”고 했다. 이후 민사재판에선 심슨이 유족들에게 배상금 3350만달러를 지급하도록 하는 모순적인 판결도 나왔다.심슨 사건은 결국 영구 미제로 남았다. 심슨은 2007년 자서전 ‘만약 내가 했다면(If I Did It)’에서 “칼을 잡었던 건 기억하지만, 그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 재차 논란을 일으켰다. 심슨은 이후 무장강도·납치 사건에도 가담해 33년 형을 받기도 했으나, 9년만 복역한 뒤 2017년 가석방됐다. 워싱턴포스트(WP)은 “미국에 인종과 사법제도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킨 문제적 인물”이라며 “그는 세상에 버림받았으나(pariah), 한번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항공기, 선박, 군대에 대한 어떤 공격이든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조약이 발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필리핀 선박에 대한 물대포 발사 등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3국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과 일본, 필리핀이 3국 정상회의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마르코스 대통령은 “오늘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3국 합의의 정점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며 “복잡한 도전에 직면하려면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 3국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했다.미-일-필 3국 정상회의 출범으로 미국은 중국을 봉쇄를 더욱 촘촘히 할 이른바 ‘격자형(lattice)’ 안보 구조에 새로운 다자 안보협력체를 구축하게 됐다.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쿼드(QUAD)와 미국, 영국, 일본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 한미일 3국 협력에 이어 미-일-필 3국 협력이 새로 포함되면서 태평양과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를 잇는 대(對)중국 봉쇄선을 따라 다자협력체를 완성하게 된 것.미-일-필 정상은 정상회담 후 공개한 ‘공동비전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해안경비대와 해양 민병대 선박이 위험하고 강압적인 활동을 펴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이어 “우리는 합동 훈련과 연습을 포함한 3국 국방 협력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3국은 내년 해상보안 당국간 3국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해상협력 촉진을 위한 3국간 해양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3국은 또 필리핀의 수빅만, 클라크, 마닐라, 바탕가스를 연결하는 항만, 철도, 청정에너지, 반도체 공급망 등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회랑’을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PGI를 통해 필리핀에 대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것. 수빅만과 클라크 등은 미군기지가 위치했던 곳으로 남중국해 방어의 요충지로 꼽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제 미국은 더이상 혼자가 아니다. 일본이 여러분과 함께 한다.”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은 미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미일 상호 지휘통제구조 개선 등 대대적인 동맹 업그레이드에 합의한 일본이 중국 견제를 고리로 글로벌 이슈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기시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이 여러 세대에 걸쳐 구축해온 국제질서는 우리와 매우 다른 가치와 원칙을 가진 국가들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위협을 지목했다.중국에 대해선 “현재 중국의 대외 정책과 군사적 행동은 일본의 평화와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의 평화와 안정에 전례 없는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또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의 경제적 의존을 악용하는 이른바 ‘부채의 덫’ 외교와 경제적 강압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을 통한 군사적 긴장 고조는 물론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사이버 공격 등을 조목조목 공개 비판한 것이다.기시다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도 “동아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핵무기 확산이라는 절박한 위험에 처해 있다”며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탄도 미사일을 수출는 등 북한의 도발은 지역을 넘어선 위협”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미국은 계속해서 중추적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필수 불가결하다”며 “하지만 세계가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는 이 시점에 일부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 회의가 팽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국제 질서를 지켜온 나라로서 외로움과 피로감을 느끼는 미국인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전 세계가 미국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국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낼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우주선에 일본이 미국의 동승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영어와 일본어로 “일본은 가장 가까운 친구, 도모다치(友達·친구)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내 고립주의 부상을 피로감에 따른 ‘자기 회의(self doubt)’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일본이 군사·외교적 역할 확대에 나선 이유로 강조한 셈이다.기시다 총리는 일본이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의 리더십을 믿으며 미국 경제를 믿는다”며 “일본은 미국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 1위 국가”라고 했다.34분간 이어진 기시다 총리의 의회 연설에 참석한 미 의원들은 수 차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일본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은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9년 만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을 두고 “동맹국(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핵·미사일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자칫 한미일 3국 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덜어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는 물론 한반도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를 지지했다는 의미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1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첫 3국 정상회의를 갖고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공동 순찰 확대, 미-일-필리핀 3국 합동 해상훈련 등도 발표한다. ● 美, 한반도에서 日 역할 확대 지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인권과 인도주의적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언제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북-일 간 의미 있는 관계 수립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발언을 이어 받아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정상회담 추진) 계획이 의미하는 바의 잠재력을 말했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일 정상회담 지지 방침을 밝힌 것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서면 자신의 재선 가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현재 남북 및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있는 만큼 핵심 동맹인 일본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관리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드러낸 셈이다. ● 바이든 “美日동맹은 전 세계 등대” 미일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공동개발·생산 등을 위한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DICAS) 설치 △양국 군의 지휘·통제 체제 업그레이드 △미-일-영국 정기 합동훈련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을 위한 미-일-호주 미사일 방어체제 네트워크 구축 등에 합의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중국을 겨냥해 “무력과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중국에 관한 도전에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을 도와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일 동맹은 전 세계의 ‘등대(beacon)’”라며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국빈만찬 건배사에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흔들리지 않는 미일 동맹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 상하원에서 합동연설도 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2015년 연설 이후 현직 일본 총리로는 9년 만이다. 미국 일본 필리핀 정상은 11일 사상 최초로 3국 정상회의를 열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주요 기반시설 구축 프로젝트인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회랑’ 신설에 합의한다. 루손은 새 미군기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필리핀 북부 섬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원치 않는다”며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등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재무장관 경쟁자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인 폴슨은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미국은 중국과 좋은 경제적, 정치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중국을 향해 높은 무역장벽을 쌓는 것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는 공정성과 상호주의가 중요하다”면서도 현재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가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에 대해선 “뭉툭한 수단(blunt tool)”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경제 관행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폴슨의 발언을 두고 트럼프 측근 그룹 내부에서 중국에 대한 ‘매파’(강경파)와 월가 인사들을 포함한 ‘비둘기파’(온건파)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책사’로 불리며 또 다른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 폐지, 보편적 기본관세 10%를 포함해 60% 안팎의 고율관세 부과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지 기고에서도 “보편적 기본관세 공약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적극 옹호했다. 폴슨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막대한 수익을 낸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이다. 44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으로 자금난에 빠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며 강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떠올랐다. 6일에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해 5000만 달러를 모아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초에 “어쩌면 우리는 그를 재무부에 앉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을 두고 “동맹국(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핵·미사일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자칫 한미일 3국 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덜어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는 물론 한반도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를 지지했다는 의미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1일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첫 3국 정상회의를 갖고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공동 순찰 확대, 미-일-필리핀 3국 합동 해상훈련 등도 발표한다. ● 美, 한반도에서 日 역할 확대 지지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인권과 인도주의적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언제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북-일 간 의미 있는 관계 수립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발언을 이어 받아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정상회담 추진) 계획이 의미하는 바의 잠재력을 말했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일 정상회담 지지 방침을 밝힌 것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서면 자신의 재선 가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현재 남북 및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있는 만큼 핵심 동맹인 일본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관리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드러낸 셈이다. ● 바이든 “美日동맹은 전 세계 등대”미일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공동개발·생산 등을 위한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DICAS) 설치 △양국 군의 지휘·통제 체제 업그레이드 △미-일-영국 정기 합동훈련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을 위한 미-일-호주 미사일 방어체제 네트워크 구축 등에 합의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중국을 겨냥해 “무력과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중국에 관한 도전에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을 도와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일 동맹은 전 세계의 ‘등대(beacon)’”라며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국빈만찬 건배사에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흔들리지 않는 미일 동맹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 상하원에서 합동연설도 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2015년 연설 이후 현직 일본 총리로는 9년 만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이 사상 최초로 정상회의를 갖고 남중국해 공동 순찰 확대, 합동 군사훈련 등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3국의 반도체 공급망, 청정에너지 협력을 위한 통신망 항만, 철도 등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원치 않는다”며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등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재무장관 경쟁자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인 폴슨은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미국은 중국과 좋은 경제적, 정치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중국을 향해 높은 무역장벽을 쌓는 것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는 공정성과 상호주의가 중요하다”면서도 현재 미국의 대(對)중국 제가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에 대해선 “뭉툭한 수단(blunt tool)”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경제 관행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폴슨의 발언을 두고 트럼프 측근 그룹 내부에서 중국에 대한 ‘매파’(강경파)와 월가 인사들을 포함한 ‘비둘기파’(온건파)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책사’로 불리며 또 다른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 폐지, 보편적 기본관세 10%를 포함해 60% 안팎의 고율관세 부과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지 기고에서도 “보편적 기본관세 공약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적극 옹호했다. 폴슨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막대한 수익을 낸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이다. 44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으로 자금난에 빠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며 강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떠올랐다. 6일에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해 5000만 달러를 모아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초 “어쩌면 우리는 그를 재무부에 앉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동맹국들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 지지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대한 믿음이 있고, 일본 총리에 대한 믿음이 있다”며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도 대화에 열려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며 “언제든지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인권과 인도주의적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북핵·미사일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 성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납북자 문제와 북핵·미사일 문제 거론 불가를 내걸고 있다.기시다 총리도 “북일간 의미 있는 관계 수립이 일본과 북한 모두에 이익이 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며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현안을 직접 고위급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간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주일미군 지휘구조 현대화 등 대대적인 미일 안보동맹 업그레이드에 합의했다.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통합에 속도를 내 일본이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것.특히 기시다 총리는 중국을 겨냥해 “무력과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 용납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동맹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그러한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규칙에 기반한 자유롭게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단호히 수호하고 강화할 것임을 확인했다”며 “글로벌 파트너로서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과 관련된 도전에 함께 협력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등에서 미중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과 함께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1일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첫 3국 정상회의를 갖고 호주를 포함한 남중국해 공동 순찰 등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곡과 일본, 호주는 처음으로 미사일 및 방어체계(air missile and defense architecture)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또 미국은 일본, 영국과 함께 3국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제 미일 동맹은 전 세계의 등대(beacon)가 됐다”며 “미일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