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 겨울아시안게임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라며 “관련 부처와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고려 중이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우 의장은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한 호텔에서 시 주석과 42분간 단독 회동을 갖고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자 시 주석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페루 리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대해 즉답 없이 각각 ‘감사하다’고만 했다.우 의장은 이날 회동에서 “한중 FTA 투자 후속 협정에서도 성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며 “한중 교역을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첨단분야에서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한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희망한다”며 “중국의 개방과 포용 정책은 굳건하고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화답했다.시 주석의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압박 기조를 강화하며 한국의 동참 요구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중 디커플링이 가속화되는 것에 제동을 걸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 내 서열 3위이자 국회의장 격인 자오러지(趙樂際)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5일 우 의장을 만나 한중 양국이 함께 디커플링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이번 우 의장의 방중은 자오 위원장 초청으로 4박 5일간 이뤄졌다. 시 주석은 이날 회동에서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에 매력적 부분으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우 의장이 “한국에서는 중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면서 “문화 개방을 통해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 감정을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하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한한령(限韓令)’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만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우 의장은 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혼란과 관련해 “현재 정국은 불안정하지 않고 한국인의 저력으로 반드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시 주석도 “한국 국민들이 내정 문제를 잘 해결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시 주석은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송환 사업에 대해서도 “몇 년 전 안 의사 유해 발굴 협조를 지시했다”며 “한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시 주석이 사실상 올해 방한에 무게를 실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한국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3주 차를 맞아 정상외교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첫 통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까지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길에 오른 가운데 한국만 더딘 대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 부재로 인한 한미 외교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와 회담 분주한 해외 정상… 崔-트럼프 통화는 불투명 이시바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6일 오후 도쿄를 떠났다. 일본 정부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정상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 ‘미일 관계의 황금시대(Gold Age)를 구축한다’는 문구를 넣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언급한 ‘미국의 황금시대’를 미일 관계의 수식어로 활용해 미일동맹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이어 11일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를 만나는 등 정상외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소통 채널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미 측으로부터 확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전쟁 등 ‘트럼프 스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교류를 위한 해외 정상들의 움직임은 분주하지만 한국만 뒤처진 형국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 미 대선 이후 당선 통화를 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대행과의 소통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진 않다”면서 “외교 채널만으로 정상 간 전화 통화 추진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 출범 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10일 만에 첫 통화를 나눴지만 ‘대행의 대행’ 체제의 정치적 변동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미 측이 조심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對)미 투자를 고리로 트럼프 측과 소통하고 있는 민간 채널을 통한 고위급 접촉 성사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트럼프 측과 접점이 있는 기업들에 정상 간 통화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산업부에서 매주 대기업 간담회 때마다 대미 투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도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기존 대미 투자 및 신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도 난감해하는 기류”라고 전했다.● 외교장관 방미도 안갯속 이 가운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클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 밤 첫 통화를 갖고 한미 관계, 북한 문제, 한미일 협력을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공조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신 실장은 이달 하순∼말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왈츠 보좌관을 만나 NSC 간 소통을 되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16일 만에 이뤄진 안보실 고위급 간의 첫 접촉이다. 8년 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요청으로 정부 출범 다음 날인 21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첫 통화를 가졌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동일한 여건 속에 이번 안보실장 간 통화가 보름이나 늦어진 셈이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 조율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외교부는 다음 주초 조태열 장관 방미를 염두에 두고 회담 준비를 마쳤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일정 문제로 여의치 않자 14∼16일(현지 시간)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의 만남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3주차를 맞아 정상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첫 통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까지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길에 오른 가운데 한국만 더딘 대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리더십 부재로 인한 한미 외교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와 회담 분주한 해외정상… 崔-트럼프 통화는 불투명이시바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6일 오후 도쿄를 떠났다. 일본 정부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정상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 ‘미일 관계의 황금시대(Gold Age)를 구축한다’는 문구도 넣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언급한 ‘미국의 황금시대’를 미일 관계의 수식어로 활용해 미일동맹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이어 11일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를 만나는 등 정상외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소통 채널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미측으로부터 확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전쟁 등 ‘트럼프 스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교류를 위한 해외 정상들의 움직임은 분주하지만 한국만 뒤처진 형국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 미 대선 이후 당선 통화를 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대행과의 소통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진 않다”면서 “외교 채널만으로 정상 간 전화통화 추진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 출범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10일 만에 첫 통화를 나눴지만 ‘대행의 대행’ 체제의 정치적 변동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미 측이 조심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對)미 투자를 고리로 트럼프 측과 소통하고 있는 민간 채널을 통한 고위급 접촉 성사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트럼프 측과 접점이 있는 기업들에 정상 간 통화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산업부에서 매주 대기업 간담회 때마다 대미 투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도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기존 대미 투자 및 신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도 난감해하는 기류”라고 전했다.● 외교장관 방미도 안갯 속이 가운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클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 밤 첫 통화를 갖고 한미 관계, 북한 문제, 한미일 협력을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공조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신 실장은 이달 하순~말경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왈츠 보좌관을 만나 NSC간 소통을 되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16일 만에 이뤄진 안보실 고위급 간의 첫 접촉이다. 8년 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요청으로 정부 출범 다음날인 21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첫 통화를 가졌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동일한 여건 속에 이번 안보실장 간 통화가 보름이나 늦어진 셈이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 조율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외교부는 다음주 초 조 장관 방미를 염두에 두고 회담 준비를 마쳤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일정 문제로 여의치 않자 14~16일(현지시간)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의 만남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무역 전쟁 및 북핵 등 현안에 대한 전략을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나 만남 자체에만 매달리면 “미측 청구서만 잔뜩 받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정부가 북한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했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지만 시설 위치와 방문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대선 직전(지난해 9월)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지난달 29일) HEU 시설 두 곳을 이례적으로 노출하면서 대미 핵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3일 “정밀 분석 중이나 초기 판단은 해당 시설이 (평양 인근) 강선이 아니라 영변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설 내부에 우라늄을 농축시키는 원심분리기 등 장비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은 지난해 9월 공개한 핵시설과 유사했지만 전반적으로 시설이 노후된 점 등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부 소식통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제3의 핵시설’은 일단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 9월 최초 공개한 HEU 시설을 강선 핵시설로 판단한 바 있다. 북한이 지하에도 설치가 가능하고 규모가 작아 포착이 어려운 HEU 생산 설비를 넉 달 새 두 곳이나 공개한 건 향후 북-미 협상판에서 핵 동결 및 군축을 요구하기 위한 ‘몸값 올리기’ 차원으로 보인다. 다른 핵물질인 플루토늄 추출 공정의 경우 대규모 원자로 및 재처리 시설에서 이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련 활동이 한미 정찰자산에 노출돼 있다. 정부는 북한이 영변과 강선에서만 1만∼1만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매년 200∼240kg의 HEU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산술적으로 HEU 시설에서 매년 최대 10기의 핵탄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북한은 최근 영변과 강선의 우라늄 농축 활동도 가속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영변 핵시설에선 플루토늄 생산 활동도 지속되고 있다.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급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ELWR)가 계속 가동되고 있기 때문. 만약 이 시설들이 ‘풀가동’된다면 연간 26kg(핵탄두 최대 7기)의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언제든지 추출할 수 있도록 2021년 재가동한 영변 원자로를 폐연료봉 인출 및 재처리가 가능한 상태로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자로를 가동해 생산한 폐연료봉을 핵시설 내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인도태평양민주주의포럼(IPDF)은 4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공동대표인 신각수 전 주일대사의 사회로 이숙종 성균관대 특임교수와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민주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과 이란을 ‘불량 국가(Rogue states)’로 지칭한 데 대해 북한이 “저질적이고 비상식적인 망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를 콕 집어 비난 메시지를 낸 건 처음이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이른바 ‘대(對)조선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신경전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北, 美에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대외용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는 다른 나라들을 걸고들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담화문을 공개했다. 담화문에서 북한은 루비오 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중국 그리고 어느 정도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고, 이란과 북한 같은 불량 국가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한 점을 문제 삼았다. ‘불량 국가’는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의 앤서니 레이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인권 유린과 대량살상무기 추구 등으로 국제사회의 위협이 되는 국가들을 일컬어 처음 사용한 표현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북한을 불량 국가로 규정하며 ‘레짐체인지’(정권교체) 정책을 추진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외무성 대변인은 “루비오의 저질적이며 비상식적인 망언은 새로 취임한 미 행정부의 그릇된 대조선(대북) 시각을 가감 없이 보여줄 뿐”이라며 “결코 그가 바라는 것처럼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의 적대적 언행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확인해준 계기가 됐다”며 “상응하게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는 이날 주민들이 볼 수 있는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새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을 비판하면서 “한계를 모르는 군사력 강화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北 루비오 비난하며 트럼프 언급은 쏙 빼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수장인 루비오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원색적인 비난에 나선 건 향후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둔 ‘샅바싸움’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대화 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건설적 파트너로 인정한다고 전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 대비 외교안보 라인을 신속하게 구성한 만큼 앞으로 짧게는 한두달 안에 대북정책 윤곽도 빠르게 잡아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북정책에 대한 탐색 기간 동안 북한은 자신들의 대화 전제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를 계속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다만 북한은 이날 비판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고 대화 재개를 언급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만큼 북한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앞서 북한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에 대해 “저질적 인간”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해가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삼가는 방식으로 ‘톱다운식 담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고강도 도발 수순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이나 전술핵탄두를 활용한 7차 핵실험 등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 군 관계자는 “북한이 상부의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ICBM을 쏠 수 있는 상태”라며 “한미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7차 핵실험 준비 관련 동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일본이 2015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겠다는 약속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일본 정부가 제출한 후속조치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이번에도 반영되지 않은 것.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역사 왜곡을 시정하고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며 요구한 사항들을 10년 가까이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행을 겪은 지난해 사도광산 추도식에 이어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정성 결여가 재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단 과거사 논란으로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한일 관계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31일(현지시간)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1일 제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관련 후속조치 보고서를 공개했다.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일본 전역의 23개 근대산업시설로 군함도를 포함한 7곳은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9월 세계유산위원회가 유산 등재 후속조치에 대해 관련국과 대화하고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채택하면서 일본에 추가 조치에 대한 진전사항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2015년 등재 당시 우리 정부 반발 등으로 논란이 일자 일본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유산 현장이 아닌 도쿄에 만들었고, 전시물에 조선인 차별이나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함도의 조선인 강제노역을 부정하거나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일방적 증언 등이 담긴 전시물이 설치되기도 했다. 이를 철거해달라는 우리 정부 요구에도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일본은 또 우리 정부가 ‘다수의 조선인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아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는 전체 역사를 설명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일본은 2017·2019·2022년 이행경과 보고서에서도 ‘강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등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021년 일본에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외교부는 1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세계유산위원회의 거듭된 결정과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들이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면서 “정부는 일본이 국제사회에 스스로 약속한 바에 따라 관련 후속조치를 조속히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단 정부는 향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부분을 지속 문제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하지만 이 같은 약속 불이행에 대해 제재를 가하거나 이행을 강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유산위원회 규정상 등재 취소는 유산 자체가 훼손되거나 제대로 보전되지 않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권고 불이행에 따라 등재가 번복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또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아시오 광산과 구로베 댐에 대해서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내란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권한대행직 수행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모두 7개로 늘어났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그는 12월 31일 첫 번째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한 달 동안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7번째 거부권을 발동하며 노태우 전 대통령(7회)과 함께 1987년 민주화 이후 거부권 행사 수로 윤석열 대통령(25회)의 뒤를 잇게 됐다. 이에 앞서 한 전 권한대행은 6회, 노무현 정부 당시 고건 전 권한대행은 2회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최 권한대행은 앞서 내란 특검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와 법제처 등으로부터 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받아본 이후에도 이날 국무회의 직전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저울질했다. 1차 내란 특검법을 거부하면서 여야 합의를 당부한 뒤 여야 대표를 만나 합의된 특검법 도출을 강조했던 그는 17일 여야 합의가 결렬되고 야당이 주도해 특검법을 처리하자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삼권분립의 예외적인 제도인 특검 도입은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정부 내 검토 의견에도 (거부권 행사를) 결정했다는 얘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최 권한대행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부의 간곡한 요청을 이해해주고 국회에서 대승적 논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권한대행의 잇단 거부권 행사가 선거로 선출된 입법부의 역할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내란 특검법은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 폐기된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상당 부분 수정해 다시 발의한 것. 그간 논란이 됐던 특검 후보를 기존 여야가 아닌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변경했고 수사 대상도 기존 11개에서 외환 혐의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삭제해 6개로 줄였다. 최 권한대행도 이날 “이전에 정부로 이송돼 왔던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됐다”면서도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비상계엄 및 탄핵정국으로 임명이 지연된 재외공관장 1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주중국 대사와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내정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특임공관장은 이날 인사에서 제외됐다.이번에 신설된 공관인 주쿠바 대사에는 이호열 주멕시코 공사가, 주슬로베니아 대사엔 배일영 전 외교부 정보관리기획관이, 주조지아 대사엔 김현두 주필리핀 공사참사관이 임명됐다. 정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윤 대통령이 내정한 특임공관장의 경우 임명을 하지 않고 대사 대리체제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간에 그만두는 건 대통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판단한 바에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공관장 인사 ▽대사 △주라트비아 김종환 △주불가리아 김동배 △주세르비아 김형태 △주슬로베니아 배일영 △주엘살바도르 곽태일 △주우크라이나 박기창 △주이탈리아 김준구 △주조지아 김현두 △주케냐 강형식 △주쿠바 이호열 △주파나마 한병진 ▽총영사 △주토론토 김영재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시설을 전격 방문해 “핵 대응태세를 무한히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반부터 김 위원장에게 대화를 하자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호응하지 않고 일단 핵 무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 김 위원장이 당분간 대화에 응하지 않고 향후 조성될 북-미 협상판을 대비해 핵능력 과시 등으로 ‘몸값 높이기’를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2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하고 현행 핵물질 생산실태와 전망계획, 올해 핵무기연구소의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시설들의 위치나 방문 시점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에 김 위원장이 방문한 핵시설이 지난해 9월 그가 방문했던 평양 인근 강선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다.김 위원장은 지난해 핵물질 생산부문 등에서 ‘경이적인 생산실적’을 쌓아올렸다면서 “지금의 기세를 더욱 고조시켜 무기급 핵물질 생산계획을 초과수행하고 나라의 핵방패를 강화하는데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고 했다.또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힘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적대세력들의 도전은 더욱 우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한 안전환경은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를 필수불가결로 제기한다”며 “우리 국가의 핵대응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미국과 향후 협상에 나서더라도 핵 군축이나 동결이 아닌 비핵화 협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한 메시지라는 해석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공개된 외신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연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사실상 북-미 정상 대화 재개를 공식화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 등으로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속도전에 나선 것.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 위협에 대해 “나는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언급하며 1기 때 북-미 대화를 통해 끌어낸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 중단) 조치를 북핵 문제 해결로 보는 인식을 드러냈다. 향후 북-미 대화의 초점이 비핵화보단 핵 동결이나 긴장 완화에 맞춰질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김정은 접촉하겠냐” 질문에 “하겠다”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폭스뉴스 앵커 숀 해너티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는 협상이 어렵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북한을 예시로 꺼내 들었다. 그는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가 북한을 최대 위협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그(김 위원장)를 접촉하겠냐(reach out)’는 질문에 바로 “하겠다(I will)”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해너티는 “인터뷰에 가장 좋은 부분(that‘s the best part of the interview)”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간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 과시 차원을 넘어 명확한 북-미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기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광신도(religious zealot)”라면서도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광신도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smart guy)”라고 비교하며 북한이 이란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은 대이란 정책이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기조의 복원이 될 것을 예고해왔다. 이란과 달리 김 위원장과 북한은 대화 상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규정하고 본인이 평화중재자(peacemaker)가 되겠다고 발언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다. 그는 취임 첫날인 20일 “(1기 때) 북한 문제는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도발 억제와 한반도 긴장 완화가 북-미 대화의 목표가 될 것임을 내비쳤다.● 김정은, ‘러브콜’에 일단 침묵 트럼프 대통령이 2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김 위원장과 북한을 연일 언급하고 나서면서 북-미 정상 대화 재개 시간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22∼23일 진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미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북한은 평양 일대에서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와 밀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이 당분간은 미국의 대북 정책 향방을 지켜보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지 4개월이 지나면서 다수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추가 파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김정은이 러시아로부터 경제 군사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추가 파병할 가능성이 크고, 한미 당국도 관련 징후를 추적 감시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이 한미 당국의 제안에 호응해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에선 한국이 배제된 북-미 간 물밑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류다. 특히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상 외교가 어려워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의 의중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규정한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 시간) “최우선 목표는 평화 증진(promotion of peace)과 분쟁 회피(avoidance of conflict)”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 우선순위가 긴장 완화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강조한 만큼 대북정책 우선순위가 비핵화 대신 도발 억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화’ 내건 트럼프 2기, CVID 대신 북-미 긴장 완화루비오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평화가 없으면 강하고, 번영하고, 잘사는 나라가 되기 어렵다”며 “글로벌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평화 증진과 분쟁 회피”라고 밝혔다. 앞서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평화중재자(peacemaker)가 될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트럼프 2기 행정부가 ‘평화’를 외교 우선순위로 내세운 것은 외교 분야에서도 중간선거가 열리는 2027년 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중동 안정 등 핵심 외교 의제와 관련해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표를 내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중국, 러시아에 이은 외교 과제로 꼽히는 북한 문제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비핵화 대신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집무실에서 “북한 문제는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의 도발 억제는 성공이라고 강조했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으로 규정한 가운데 트럼프 2기 대북정책 우선순위가 긴장 완화로 바뀌면 사실상 ‘북핵 용인’의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 핵심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 2019년 1,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을 당시부터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루비오 장관은 2019년 2차 북-미 회담 직후 “나는 그(트럼프 대통령이)가 (북한 비핵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앞으로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는 지적에 “더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며 CVID 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마이클 왈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올리브 나무(olive branch) 평화 제안을 승낙해야 하지만 매우 회의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2017년 “역사는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미 대북정책 확정 전 대북 로드맵 전달해야”루비오 장관은 이날 미국 주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쿼드 멤버인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취임 첫날부터 중국 견제 안보협의체를 가동하며 아시아 동맹국 단속에 나선 것. 정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전화 통화를 추진 중이다.외교안보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정상 공백’을 맞이한 우리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2기 대북 정책이 확정되기 전 우리의 대북 로드맵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워게임’으로 불렀던 3월 한미 연합훈련 정상 실시를 미 행정부에 관철시켜야 한다”고 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 내 추진하고 있는 방중을 한미 및 한미일 협력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방중 계기에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을 거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일본 방문 등이 조율될 경우 대북 억제를 목표로 한 한미일 회담을 추진해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핵 능력이 있다(he is a nuclear power).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happy)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취임 첫날부터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친밀한 관계)’를 여러 번 과시하며 노골적으로 정상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가능한 북한 호텔 개발 등까지 거론한 만큼 1기 때 추진했던 비핵화 협상 대신 군축이나 북한 도발 중단을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스몰딜’을 김 위원장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김정은, 엄청난 콘도 역량 보유”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그가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 대통령 전용책상인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 앉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도중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기 때) 당신에게 북한이 최대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는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무엇을 최대 위협이라고 생각하는지 얘기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왜냐면 우리에게 닥친 위협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우리에겐 지금 위협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미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이 많은 만큼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는 1기 때보다 뒤로 밀려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사람들은 (북한이) 엄청난 위협(tremendous threat)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핵 능력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잘 지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국방 분야를 이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핵 능력 보유국은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핵보유국(nuclear state)는 달리 불법적 또는 암묵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며 “그(김정은)는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역량(condo capabilities)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설득하며 제재 완화를 통한 미국 투자로 강원도 원산에 대형 리조트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제안을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능력과 함께 ‘콘도 역량’을 거론한 것을 두고 제재완화를 대가로 북한과 핵동결이나 군축협상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의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는 워싱턴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당장 그와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김 위원장을 끌어내려는 고도의 대북 압박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한미군과만 영상통화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부각한 것은 북-미 정상 대화를 재개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정권인수팀이 북-미 정상 관계 복원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김 위원장에게 직접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군인들과 함께한 무도회에서도 해외 주둔 미군부대 중 유일하게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복무 중인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첫마디로 “김정은은 잘 지내냐”며 “현재 한국 상황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어 “여러분은 매우 나쁜 의도(bad intentions)를 가진 누군가를 대하고 있다. 내가 비록 그와 매우 좋은 관계로 발전시켰지만 그(김 위원장)는 터프한 녀석(tough cookie)”이라고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향후 북-미 대화 양상을 예단할 순 없지만 중요한 건 트럼프가 김정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이끌 ‘외교안보 삼각편대’가 이른바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후보자,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부터 “북한 비핵화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 정상외교 공백이 불가피한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류 변화에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비오 후보자는 15일(현지 시간)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그것(핵무기)은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제재도 (핵)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서 “(제재는) 사실 그가 그것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못 막았다”고 했다. 그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는 환상”이라는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의 질문엔 “더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데 관심이 있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헤그세스 후보자는 14일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했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협상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 왈츠 내정자 역시 트럼프 1기 당시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며 “모든 군사적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핵심 외교안보 사령탑들이 ‘제재 무용론’과 CVID 폐기를 거론하며 비핵화 회의론을 분명히 한 것은 대북 정책이 트럼프 1기 때와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 것. 트럼프 1기 때는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최대 압박(maximun pressure)’ 정책을 편 뒤 CVID 등 ‘빅딜(big deal·일괄 타결)’ 방식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기존 북핵 접근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며 “향후 북-미 대화의 목표가 핵 군축으로 급변하는 상황은 우리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왈츠 내정자는 12일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하면서 동북아시아 정세 급변을 예고한 상태다. 러시아에 군인을 파견한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외상이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초청을 받은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아닌, 조현동 주미 대사가 기존 관례대로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취임식 이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조 장관이 방미해 루비오 후보자와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직접 통화해야 한다.” 안호영 전 주미 대사(69)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한대행은 국가원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전 대사는 2017년 트럼프 1기가 출범했을 당시 주미 대사를 지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아래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맞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20일 취임식을 갖고 4년 만에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에서 트럼프 2기 시작을 보게 됐다. 안 전 대사는 “2017년과 2025년의 세상은 달라졌다”며 “미국이 만들어 놓은 자유주의 국제질서(global liberal order)에 대한 도전이 훨씬 심각해졌다”고 했다. 글로벌 통상과 안보 질서의 대격변을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정상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엔 “(한미 관계) 관리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측근들이 조선업과 원자력 협력을 먼저 강조한 가운데 “한미 관계가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으로 갈 수 있는 분야가 너무 많다”는 것. 그 대신 안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최 권한대행 체제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계승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한미 관계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현재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2017년 초 상황이 어렵긴 어려웠다. 하지만 한미 관계의 결과만 놓고 보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우리는 탄핵 정국이었는데 왜 한미 관계가 나름대로 계속 진전을 해 나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이럴 때일수록 한미 관계를 잘 관리해야 된다는 그런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이었다. 그리고 황 권한대행이 아주 의연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2017년 1월 중순 황 권한대행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대사’를 불러 회의를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니까 취임 축하 전화를 했고 그 이후엔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를 했다. 미국 쪽에서 보면 2월 초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3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4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한하며 한미 관계가 나름대로 진전을 이뤘다. 최상목 권한대행도 앞으로 그렇게 하면 된다. 권한대행도 국가원수다.” ―최 권한대행이 참고할 만한 사례인 것 같다.“최 권한대행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축하 전화도 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통화를 하면 된다. 빨리 최 권한대행이 미국으로 가야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성급한 것 같다. 지금 다른 나라 국가원수들도 못 가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서 대접을 받기가 어렵다. 그럴 바에는 안 가는 게 낫다. 다만 2017년엔 (1∼5월) 4개월 중에도 장관들 간 굉장히 자주 한미 교류를 했다. 이번에도 장관들은 얼마든지 가도 된다. 가령 당시 유일호 전 기재부 장관, 주영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당시 미국에 오겠다고 해서 미국 장관들과 만남을 주선했다. 또 지난번처럼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도 장관들을 보내주면 더 좋을 것이다.” ―대통령 부재로 정상외교가 늦어지면서 생긴 차질은 없었나.“정상외교 성사는 (모든 국가가) 다들 급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에 미국을 방문했으니 굉장히 일찍 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정상회담을 가능한 대로 서둘러서 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고 5월 10일 취임해서 6월 28일 미국을 방문했다. (역대 한국 정상 중 취임 후) 그렇게 빨리 방미한 사례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결국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한미 관계를) 잘 관리했고 이번이라고 관리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지금도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좌절할 게 아니고 뚫고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외교 정책은 1기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가.“2017년과 2025년의 세상은 달라졌다. 미국이 만들어 놓은 자유주의 국제질서(global liberal order)에 대한 도전이 훨씬 심각해졌다. 트럼프 당선인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가령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한번 뒤집어 보자는 것 아니겠나. 일대일로 추진을 위한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글로벌 발전 구상(GDI), 글로벌 안보 구상(GSI), 글로벌 문명 구상(GCI)이 나온 게 2021년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욕은 2016년에 비해 훨씬 구체화됐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뿐만 아니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나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당연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동맹의 중요성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기에 (한국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중국 견제 역할을 강화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중국의 군사력 확대로 인해 우리 자체적인 (중국 견제) 수요도 있다. 지금 이어도를 통과하는 중국 군함이 엄청나게 늘었다. 중국은 또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협상에 굉장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지금은 중국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헤집고 다닌다. 공급과잉 문제나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직구 시장 잠식,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 시판 등 경제적 압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미국의 압력이라고 생각할 것 없이 우리의 이익을 면밀히 검토해서 중국에 대응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에 조선업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대미 외교에 당연히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 혼자의 생각이 아니고 미국에 그런 공감대가 분명히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장관을 보내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구상이 담긴 ‘프로젝트 2025’에도 조선업 협력 얘기가 나온다. 중국 해군을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 만큼 조선업에 뛰어난 동맹 중 한국과 일본과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의회에선 조선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등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법안도 통과시켰다. 한미 관계는 (모두가 승자가 되는) ‘포지티브 섬’으로 갈 수 있는 분야가 너무 많다.” ―한미 양국이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도 체결했는데….“전 세계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붐이 조성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규 원전 수요가 300∼400기라고 얘기하는데 그 원천 기술은 미국이 가지고 있고 원전을 지어본 나라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밖에 없다. 이번에 맺어진 MOU는 바이든 정부와 맺었지만 여기엔 민주당, 공화당이 없다. 공화당에서도 지금 원자력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한미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될 분야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1기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했다.“트럼프 당선인 주변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뭔가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지 않나. 그러면 ‘놀라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잘 대응해라’고 조언을 하고 싶다. 나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초 제안(initial offer)은 최종 제안(final offer)이 아니다. 그 양반 사업하던 분인 거 알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FTA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저도 현장에서 굉장히 놀랐지만 잘 정리했다.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 트럼프 당선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건 우리만이 아니다. 국내적으로 잘 대비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전술핵 재배치를 트럼프가 과연 용인할 수 있을까.“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핵 공동 기획과 공동 실행은 대단히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다. 우리는 ‘킬체인(선제타격)’ 등 한국형 3축 체계에 계획을 잘 세워 놨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 전략사령부를 만들었다. 이를 완성하게 되면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 NCG를 발전시키는 게 정답이지, 전술핵에 매달리는 게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NCG를 승계하겠다고 만드는 게 제일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는 ‘한미일 삼각 협력’에도 변화가 생길까.“변화가 생겨서는 안 된다. 요즘 워싱턴에서 나오는 한미일에 관한 이야기들을 굉장히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데 나쁘지는 않다. 공화당 인사들도 그렇고 민주당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큰 외교 성과 중 하나로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이야기하는데 이건 ‘바이든 (정책만) 빼고 모두(all but Biden)’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위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한미일 협력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대통령이 미국에 가면 두 번째로 받아내야 될 게 한미일 협력이다. 지난해 3국 정상이 만나서 한미일 사무국을 만들기로 했는데 (3국 협력에) 대단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안호영 전 주미 대사(69)△1956년 부산 출생△1977년 11회 외무고시 합격△2008∼2010년 G20 대사△2011∼2012년 EU대표부 대사△2012∼2013년 외교통상부 1차관△2013∼2017년 주미 대사△2018∼2022년 북한대학원대 총장△2022년∼현재 경남대 석좌교수황형준 정치부 차장 constant2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며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 다수 발견됐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여 살인 사건이 없었고 정상적인 자연사라고 우길 수 없는 것”이라며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뒤인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페이스북에는 “새해 초 윤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한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설명과 함께 A4용지 4장 6789자 분량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글에서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는 없다”며 “선거 조작으로 언제든 국회 의석을 계획한 대로 차지할 수 있다든가 행정권을 접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투개표 부정과 여론조사 조작을 연결시키는 부정선거 시스템은, 이를 시도하고 추진하려는 정치세력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이라고 한 ‘국제 연대’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적대적인 영향력 공세를 하는 국가” “권위주의 독재 국가” “전체주의 국가” “인민민주주의 독재”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데 비춰 볼 때 사실상 중국을 배후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계엄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은) 전쟁 이외의 다양한 국가위기 상황을 계엄령 발동 상황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 의혹 등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며 “좀 아이러니하지만, 탄핵소추가 되고 보니 이제서야 제가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비상계엄 발동 이유를 ‘의회 독재’라고 주장한 윤 대통령이 다시 한번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막강한 국회 권력과 국회 독재로 입법과 예산 봉쇄를 통해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을 철저히 틀어막고 국정 마비를 시킨다. 반국가적인 국익 포기 강요와 국정 마비, 헌정질서 붕괴를 밀어붙인다”며 “이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합참 계엄과 계엄 매뉴얼에 의하면, 전국 비상계엄은 최소 6∼7개 사단 병력 이상, 수만 명의 병력 사용이 전제돼 있다”며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과거 여러 차례 선거소송 재검표에서 정규 투표지가 아닌 가짜 투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반박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행사”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며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 다수 발견됐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여 살인 사건이 없었고 정상적인 자연사라고 우길 수 없는 것”라며 또 다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윤 대통령이 체포된 뒤인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페이스북에는 “새해 초 윤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한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설명과 함께 A4용지 4장 8000여자 분량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글에서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 없다”며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 다수 발견됐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여 살인 사건이 없었고 정상적인 자연사라고 우길 수 없는 것”고도 말했다.윤 대통령은 또 “투개표 부정과 여론조사 조작을 연결시키는 부정선거 시스템은, 이를 시도하고 추진하려는 정치세력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이라고 한 ‘국제 연대’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적대적인 영향력 공세를 하는 국가” “권위주의 독재 국가” “전체주의 국가” “인민민주주의 독재”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데 비춰볼 때 사실상 중국을 배후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윤 대통령은 계엄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은) 전쟁 이외의 다양한 국가위기 상황을 계엄령 발동 상황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 의혹 등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에 포함된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지금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며 “좀 아이러니하지만, 탄핵소추가 되고 보니 이제서야 제가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비상계엄 발동 이유를 ‘의회독재’라고 주장한 윤 대통령이 다시 한번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막강한 국회 권력과 국회 독재로 입법과 예산 봉쇄를 통해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을 철저히 틀어막고 국정 마비를 시킨다. 반국가적인 국익 포기 강요와 국정 마비, 헌정질서 붕괴를 밀어붙인다”며 “이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맹비난했다.윤 대통령은 또 “합참 계엄과 계엄 매뉴얼에 의하면, 전국 비상계엄은 최소 6~7개 사단 병력 이상, 수만 명의 병력 사용이 전제돼 있다”며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고 주장한데 대해 “과거 여러 차례 선거소송 재검표에서 정규 투표지가 아닌 가짜 투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반박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14일 “직무는 중지됐다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마약 갱단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건 오히려 윤석열”이라고 받아쳤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언론에 배포한 2000여 자 분량의 ‘대국민 호소문’에서 15일이 체포영장 집행 ‘디데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공성전 채비를 끝냈다. 언제든 성벽을 허물고 한남동 관저에 고립돼 있는 윤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처지를 외딴 성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쓸쓸한 심정을 뜻하는 고성낙일(孤城落日)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특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받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왜 윤 대통령만 우리의 사법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느냐”고 했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야당의 유력 정치인은 이런 사법체계를 교묘히 이용해 재판을 한없이 지연시키고 있다”며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1년이 넘도록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경호처 간부와 오찬 자리에서 자신의 체포를 막기 위해 총이 안 되면 칼이라도 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무슨 남미 마약 갱 두목이냐”라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윤 대통령은)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하며 소위 ‘석열산성’을 쌓고, 물리력을 동원해 농성하고 있다. 마치 마약갱단 같은 행위”라며 “공권력이 윤 대통령을 마약갱단처럼 다루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마약갱단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윤석열이 제 발로 구치소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 비서실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 비서실장의 입장문은 허황되고 얕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14일 “직무는 중지됐다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마약 갱단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건 오히려 윤석열”이라고 받아쳤다.정 실장은 이날 새벽 언론에 배포한 2000여자 분량의 ‘대국민 호소문’에서 15일이 체포영장 집행 ‘디데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공성전 채비를 끝냈다. 언제든 성벽을 허물고 한남동 관저에 고립돼 있는 윤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처지를 외딴 섬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쓸쓸한 심정을 뜻하는 고성낙일(孤城落日)에 비유하기도 했다.그는 “윤 대통령에게 특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 실장은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받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왜 윤 대통령만 우리의 사법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느냐”고 했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야당의 유력 정치인은 이런 사법체계를 교묘히 이용해 재판을 한없이 지연시키고 있다”며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1년이 넘도록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경호처 간부와 오찬 자리에서 자신의 체포를 막기 위해 총이 안 되면 칼이라도 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무슨 남미 마약 갱 두목이냐”라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윤 대통령은)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하며 수위 ‘석열산성’을 쌓고, 물리력을 동원해 농성하고 있다. 마치 마약갱단 같은 행위”라며 “공권력이 윤 대통령을 마약갱단처럼 다루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마약갱단 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윤석열이 제 발로 구치소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 비서실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 비서실장의 입장문은 허황되고 얕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며 이들의 얼굴을 공개했다.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을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해 신원과 진술을 자세히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12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과의 실시간 공조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북한군들은 부상을 당한 채 생포됐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생포된 북한군 2명이 다친 상태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이송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신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군 생포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러시아군과 북한군은 보통 부상한 동료를 처형해 증거를 없애는 방식으로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은폐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에 따르면 북한군 포로 2명은 현재 수용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 병사는 양손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고, 다른 병사는 턱을 다쳐 붕대를 턱 부분에 두른 채 군복을 입고 앉아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북한군 2명은 9일 우크라이나 특수작전부대 제84전술그룹 소속 군인들과 낙하산병들에게 잡혔다. 손을 다친 군인은 2005년생으로 2021년부터 북한군에서 소총수로 복무했다. 이 군인은 러시아식 군인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투바공화국 출신으로 적혀 있었다. RBC우크라이나는 “이 군인이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아니라 훈련을 위해 이동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도 이 군인이 “러시아에 도착한 뒤에야 파병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턱을 다친 군인은 말하는 게 어려워 서면으로 답했는데 1999년생으로 2016년부터 북한군에서 저격수 겸 정찰병으로 복무했다고 밝혔다.“북한군, 4∼5일 물도 못먹다 붙잡혀… ‘병력 상당수 손실’ 진술”[우크라 북한군 생포]젤렌스키, 생포 북한군 2명 공개“인간 지뢰탐지기-총알받이 역할… 동료 죽어도 진군, 생포 직전 자폭도”1만1000명 중 3800명 사상 추정… 일각 “북한군 전투경험 쌓는건 위협”“(본대에서) 낙오돼 4∼5일간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 하다 붙잡혔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 중 1명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중에 북한군 병력이 상당수 손실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세로 2021년부터 소총수로 군복무를 시작했다는 이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고작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에 투입됐다고 진술했다.북한군은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사상자는 3800명에 이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주장했다. 외신들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지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지뢰탐지기’로 활용되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현대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채 투입돼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피해를 본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지역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 동료 죽어도 진격”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북한군 2명을 생포할 당시 이들은 각각 턱과 하반신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 포로에 대한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옮겨져 구금됐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국정원 협조를 받아 한국어 통역가를 통해 SBU 측과 대화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개입 정황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BC우크라이나는 “수사는 공격적인 전쟁의 계획, 준비, 개시 및 수행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형법 제437조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의 절차 관련 지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신병 처리 방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러시아 전장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 올레흐 씨(30)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해 12월 북한군 400∼500명이 우크라이나군 주둔지를 공격한 사실을 전하며, 당시 다친 북한군 1명을 생포했지만 심한 부상으로 곧 사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군인들은 포로로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실제 전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병력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올레흐 씨는 “러시아군은 피해를 입으면 후퇴하는 반면, 북한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최전선의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사실상 소모전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북한군과 교전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쿠르스크 지역 마크흐노우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제33분리공격대대 ‘빅 캐츠’의 레오파드 중령은 9일 영국 더타임스에 “북한군이 인간 지뢰 탐지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3∼4m 간격으로 떨어져 한 줄로 지뢰 매설 지역을 걸어가고, 지뢰가 폭발해 사상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시신을 수습한 뒤 뒷줄에 있던 병사가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지뢰밭을 통과한다는 것. 레오파드 중령은 “우리 대대가 가이드 중 한 명을 붙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를 거부하며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 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전투력 상승, 시간문제”쿠르스크 전투 초반에 북한군의 피해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군의 전투력이 상승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북한군에 전투 경험이 축적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CBA 이니셔티브 센터의 글리브 볼로스키이 군사분석가는 “북한군이 전투 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북한군이 이미 갖춘) 규율과 훈련을 결합하면 상당한 군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시 카밀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도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 장비, 기술, 경험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