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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보수 성향 단체들은 2만여 명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진보 성향 단체들도 최근 서울 부산 등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휴일을 즐기러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소음과 교통 체증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후 1시경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는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부터 광화문광장에 이르는 500여 m 구간에서 ‘대통령 불법 탄핵 저지를 위한 광화문 국민혁명대회’ 등을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 2만3000명)이 모여 코리아나호텔 앞 세종대로 편도 5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대통령 탄핵을 막아야 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본집회가 끝난 뒤 세종대로를 따라 삼각지 방면으로 행진했다. 진보 성향 단체들도 최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도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민중행동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 등은 지난달 28일 서울, 부산, 광주 등 11개 지역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숭례문 앞 집회에는 경찰 추산 5000명, 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은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서 연막탄을 터뜨렸다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탄핵의 밤’ 행사를 연 진보 성향 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은 2022년 8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108차례에 걸쳐 집회를 열었다. 좌우 진영의 대규모 집회로 휴일마다 도심이 몸살을 겪는 가운데 모처럼 가을을 즐기러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교통 체증과 소음 때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3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퀴즈 대회에 참가한 어린아이들은 세종대로 집회 스피커에서 나오는 고성 때문에 귀를 틀어막기도 했다. 이 소음은 90dB(데시벨)을 초과했다. 집에서 돌리는 청소기 소음이 약 80dB, 지하철 소음이 90dB 정도다. 6세 아들과 행사장을 찾은 홍모 씨(44)는 “아들이 소음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속상하다”고 했다. 서울교통정보시스템(TOPIS)에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도심의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14.1km에 그쳤다. 주말 서울 도심 평균 통행 속도(시속 20∼25km 정도)와 비교했을 때 극심한 정체가 빚어진 것이다. 5, 6일 주말에도 진보 성향 단체들의 ‘이스라엘 규탄 집회 및 행진’과 노동 단체 집회가 예정돼 시민들의 불편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바다처럼 넓고 깊은 행복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제10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에서 대상인 해양수산부장관상(초등 저학년부)을 받은 인천 연송초 2학년 한예슬 양(8)은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 양은 문어의 다리를 미끄럼틀 삼아 즐겁게 타는 학생들의 모습을 그렸다. 대상인 교육부장관상(중고등부)을 받은 인천 계수중 3학년 원하람 양(15)은 “열심히 그림을 그려온 보람이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미대에 진학해 좋은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거북을 표현한 원 양은 “가족과 함께 바다 여행을 갔을 때 거북이를 보며 온 가족이 환하게 웃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렸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대상(교육부장관상 등)과 금상(해군참모총장상, 인천시장상, 인천시교육감상 등)을 받은 학생 17명과 가족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대회는 4월 16일∼6월 21일 전국 유치부 및 초중고교생 3500여 명이 온라인 예선에 참여했고, 7월 20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350명이 본선을 진행했다. 은상 동상 장려상을 포함한 전체 수상자는 1086명이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지난달 2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법정 304호. 한국의 한 대형병원 산하 연구소에서 일했던 중국인 남성 A 씨가 법정에 섰다. 그는 연구소의 첨단 의료 로봇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5∼2018년 해당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연구소 컴퓨터의 ‘캐드(CAD)’라는 폴더에서 파일들을 외부 저장 장치에 담아 반출했다. 캐드는 컴퓨터를 이용해 도면을 만드는 설계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A 씨가 빼낸 파일에는 이 연구소가 개발 중인 로봇 관련 자료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가 빼낸 기술로 ‘첸런(千人·천인)계획’과 유사한 중국 연구 지원 사업에 응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지난해 말 기소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을 만난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가 10년 넘게 준비해 온 기술을 A 씨 본인이 개발한 것처럼 (중국에 넘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이구이 10명, 서울대 등에서 첨단 기술 연구중국은 해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다 자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 연구원들을 ‘하이구이(海歸)’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바다를 건너 돌아오다’라는 뜻이다. A 씨 역시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뒤 연구 자료를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가려 한 하이구이에 해당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010년 이후 한국에서 일정 기간 연구한 뒤 중국에 복귀해 첸런계획에 참여한 하이구이 10명의 명단을 파악해 분석했다. 현재는 폐쇄된 과거 첸런계획 홈페이지의 데이터, 첸런계획 후보자 명단, 한국 연구기관 연구자 현황 등을 종합해 명단을 추려냈다. 분석 결과 하이구이들은 한국에 체류할 당시 서울대, KAIST,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과학연구원(IBS),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최정상급 이공계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AI), 나노 복합체, 나노 의학, 원자 단위 소재, 광섬유 레이저 등 다양했다. 대부분 각국이 경쟁 중인 첨단 기술 분야였다. 하이구이 10명 중에는 수년 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발표한 이들도 있었다. 중국인 링모 박사(39)는 서울대와 IBS를 거친 뒤 중국에 돌아가 2013년경 첸런계획에 선발됐고, 상하이교통대 석좌교수 및 같은 대학 산하 고급진단시약연구센터 부소장에 임명됐다. 그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복귀한 뒤 ‘네이처’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수십 편 게재했다. 중국인 왕모 교수(43)는 2009년 포스텍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 2013년경 첸런계획에 선발됐다. 이후 6년간 30편 이상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썼고 2018년 중국공산당 지역 우수당원에 선정됐다. 한 학계 관계자는 “하이구이들이 중국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한국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지식, 정보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은 중국에 무방비로 첨단 기술 정보를 계속 내어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학계에선 ‘기술 유출’ 경계심 확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학계에서도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KAIST에서 신소재공학 분야를 연구하는 B 교수는 최근 3, 4년 사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중국에서 온 중국인 유학생들이 연구실에서 각종 지식을 배운 뒤 돌연 귀국하는 사례가 잇따랐던 것. 부족한 연구 인력을 유학생으로 채우고 있었는데,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떠나 버리니 난감했다. 한 중국인 박사는 “남자 친구가 중국으로 돌아가서 나도 같이 귀국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만 남긴 뒤 사라졌다. B 교수는 “신소재공학 분야는 1, 2년 공부해선 핵심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 다행이지만, 기계나 전자 등의 분야는 설계도 등 연구 자료 유출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중국은 이런 과정을 거쳐 자국에 돌아온 하이구이들을 ‘애국자’로 치켜세우며 환대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19, 20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하이구이들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공산당 간부들은 하이구이들에게 “애국주의를 견지하고 조국에 봉사하며 야망을 키우라”, “유학생들은 조국의 부름에 응답해 귀국하여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바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9년부터 7년간 한국 고등과학원(KIAS)과 일본 도쿄대 등을 오간 뒤 2016년 쑨원대로 복귀한 하이구이 리모 교수(43)는 동아일보에 자신이 한국을 떠난 이유에 대해 “한국은 중국처럼 청년 인재들에게 좋은 대우와 정책 지원을 해주지 못했고, 연구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연구 출입국 등 관리 감독 필요”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천인계획 연구’ 논문을 쓴 구자억 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발전시킨 기술 대부분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하이구이 연구원들의 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연구 비자(E-3)를 받은 중국인은 249명이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E-3 비자 소지 중국인은 330∼340명 규모다. 이주형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는 “많은 국내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대량으로 받아들였다”며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연구 활동, 출입국, 취업에 대해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군 간부들이 사채업자에게 3급 비밀 ‘암구호’를 담보로 넘긴 사건에 군 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유사한 군사기밀 유출 사건 대부분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솜방망이 처벌’이 군 기강 해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이익 위해 군사 비밀 훔쳐도 ‘무죄’25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판결이 내려진 사건 중 대법원 판결문검색시스템과 법원도서관 등에서 확인이 가능한 15건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실형이 선고된 건 2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11건, 무죄가 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탄약을 제조 및 납품하는 방위산업체 직원 6명이 회사의 이익을 목적으로 국군의 탄약 사용량 관련 기밀을 빼돌린 사건은 무죄가 내려졌다. “국가 안보에 위기를 초래할 성격의 기밀이 아니고, 회사 내부에만 보고서를 올렸기 때문에 개인의 금전 목적이 아니다”라는 게 판단 이유였다.암구호를 유출했지만 집행유예에 그친 사례도 있었다. 2022년 2월 육군 하사 출신 민간인 A 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본인이 근무했던 부대에 전화해 암구호를 알아낸 뒤 이를 지인들에게 누설했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국내 잠수함 ‘장보고-III’ 등 민감한 군 무기 기술 정보를 빼돌린 사건들도 4건 모두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이 참작됐다.●유출사범 대부분 전현직 군인·방산업체 직원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대부분 전현직 군인이나 방산업체 직원이었다.취재팀이 분석한 15건의 사건 중 7건은 피고인이 전현직 군인, 6건이 방산업체 대표 및 직원들이었다. 나머지 2건은 전직 방위사업청 직원과 경찰이 범인이었다.전직 군인들은 주로 복무 당시 가지고 있던 자료를 빼돌리거나, 군 시절 알던 지인을 통해 정보를 유출했다.2016년 정보사령부 소속 장교는 2급 비밀문서를 자신의 군 경력을 자랑할 목적으로 외부에 유출했다.대학교수로 근무 중인 전직 해군 준장은 평소 알던 군 지인으로부터 북한의 군대 체계, 부대 전투력 등 기밀 정보를 빼돌려 개인 연구에 활용했다.방산업체 직원들의 경우엔 경쟁사를 따돌려야 한다는 실적 압박이 주된 범행 동기였다.국내 방산업체 B의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경쟁 업체는 해당 정보를 입수한 것 같은데 우리는 아직 모르고 있다“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에 관한 자료를 빼돌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해당 직원들 중 일부는 2013년 해군본부 대령의 사무실에 방문해, 대령이 사무실을 빠져나간 사이 몰래 문서의 사진을 찍어 회사 내부망에 올렸다. 이 직원들은 전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또 다른 방산업체 C는 소속 직원이 회사 대표의 지시를 받고 군 사무실에 들어가 기술용역 보고서를 몰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전문가들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기밀 유출 등 기강 해이를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최근 벌어진 암구호 사건 등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군 기강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유출사범에 대한 양형 수위를 높이는 한편, 방위사업청의 감사 기능을 강화해 전직 군인과 방산업체 직원들의 정보 유출을 적극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8t 무게 차량이 시속 65km로 돌진해도 견디는 강력한 차량용 방호 울타리(가드레일)가 설치됐다.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500명의 어린이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이후 방호 울타리의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전국 스쿨존의 약 40%는 방호 울타리가 여전히 없어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호 울타리 설치한 스쿨존 61% 그쳐지난달 31일 부산 남구 우암초교 앞에 설치된 울타리는 8t 무게 차량이 시속 65km로 돌진해도 충격을 견디고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등급(SB2 등급)의 차량용 방호 울타리가 스쿨존에 설치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울타리는 초등학교 보행로 200m 구간을 따라 설치돼 아이들과 시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앞서 부산시와 손해보험협회는 이 주변 차량 통행을 고려해 새로운 방호 울타리 설치를 추진해 왔다. 기존에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가 있었으나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같은 차량 돌진 사고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3일 확인한 새 울타리는 매우 견고했다. 성인이 손으로 잡고 흔들거나 발로 걷어차도 꿈쩍하지 않았다. 서울 시청역 주변의 보행자용 울타리들이 대부분 쉽게 흔들리거나 덜컹거렸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한 주민은 “주변에 대형 부두와 컨테이너 터미널이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데 아이들 지나는 곳에 튼튼한 울타리가 설치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 스쿨존 10곳 중 4곳에는 방호 울타리가 없다. 경찰청의 ‘최근 3년간 스쿨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매년 평균 5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다쳤다. 2021년엔 563명, 2022년 529명, 2023년 523명이었다. 하루에 1.5명꼴로 사고가 발생한 것. 반면 아이들을 지켜줄 방호 울타리 설치율은 낮다. 경찰청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스쿨존 1만6490곳 중 방호 울타리가 설치된 곳은 61.4%(1만120곳)에 불과했다.● 아슬아슬 韓 스쿨존… 日은 가이드라인 따라 설치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올해 7월 31일부터 스쿨존에 방호 울타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용과 보행자용을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방호 울타리’로만 정의하고 있다. 보행자용은 사람이나 자전거가 도로 등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 용도로 강도가 약하다. 차량 충돌 사고로부터 보행자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 방호 울타리를 우선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도 없다. 이 때문에 스쿨존 방호 울타리 설치 지점을 검토할 때 주변 산업단지, 공장지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화물차 등의 통행량이 많고 그만큼 사고도 잦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팀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 시화공업단지에서 약 1.2km 떨어진 경기 시흥시 시흥초교 주변을 살펴봤다. 사고가 잦은 지역이고 스쿨존이었지만 학교 정문 오른편 약 20m 구간에 가드레일이 없었다. 드럼통을 가득 실은 화물트럭이 유턴을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인도에 바짝 붙어 지나갔다. 아이들이 있었다면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주민 송모 씨(33)는 “등교 시간에 특히 트럭들이 더 많이 지나다닌다. 이런 곳에 왜 가드레일이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서 약 1.3km 떨어진 호원초교 주변 역시 일부 구간에 가드레일이 없었다. 일본은 스쿨존 안전대책 정비 가이드라인에 따라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보도 폭이 2m 이상이면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했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 역시 사람이 주로 다니는 길의 폭이 1m 이상∼2m 미만이면 고강도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시흥=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의사, 의대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환자 조롱 글 30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부 의사들은 일명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두둔하며 모금 운동을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환자 조롱 게시글 3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사와 의대생이 신원 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메디스태프’에는 의료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과 환자를 비하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환자가)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국민들이 죽으라고 눕는 것”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 뉴스에 나와 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썼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 김 청장은 “특정인(환자)을 지칭한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쓴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법리 검토를 해서 수사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전부 삭제된 상태다. 의료계 일각에선 집단행동 불참 의사, 전공의, 의대생의 실명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개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돕겠다는 모금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송금을 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피부과 원장’으로 소개한 한 회원은 500만 원을 송금한 인터넷뱅킹 캡처 화면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송금을 독려했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련)도 22일 정 씨의 가족을 만나 변호사 선임 등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특별회비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향후 추가 특별회비 모금과 탄원서 제출 등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학련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구속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변호사비마저 없어 쩔쩔매는 전공의를 위해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의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한 3명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1일 사이 해외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복귀 전공의 명단 관련 접속 링크를 공유한 3명을 특정하고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가 특정 의사의 개인정보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게시했다는 점에서 스토킹처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이 3명에게도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서울대병원 암센터 병동에 불이 나 한때 환자 등 600여 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에 성공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23일 오후 3시 4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센터 2층에서 불이 나 의료진과 환자 등 640명이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2층 협진실에 있는 방열기(라디에이터) 전선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소방차 25대와 인원 89명을 출동시켰다. 화재 직후 건물 전체에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자 내부에 있던 1∼3층 병동의 입원 환자들과 직원 등 640여 명이 대피했다. 직원들은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인 오후 3시 7분경 소화기로 불을 모두 껐다. 화재가 발생한 2층은 입원 환자들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위한 진료센터가 있는 곳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연기가 난 곳 주변의 다른 진료실은 냄새가 심해 다른 층으로 환자들을 이동시켜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24일부터 협진실을 제외한 나머지 진료실을 모두 정상 운영할 예정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누전 혹은 합선 등으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대병원 암센터 병동에 불이 나 한때 환자 등 600여 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에 성공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23일 오후 3시 4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센터 2층에서 불이나 의료진과 환자 등 640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2층 협진실에 있는 방열기(라디에이터) 전선에서 연기가 난다”라는 신고를 접수하고 소방차 25대와 인원 89명을 출동시켰다. 화재 직후 건물 전체에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자 내부에 있던 1~3층 병동의 입원 환자들과 직원 등 640여 명이 대피했다. 직원들은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인 오후 3시 7분경 소화기로 불을 모두 껐고 대피했던 환자와 의료진들도 다시 복귀했다.서울대병원 측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2층은 입원 환자들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위한 진료 센터가 있는 곳이다. 연기가 시작된 협진실은 화재 당시 비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불을 끈 뒤 진료를 재개했다. 연기가 난 곳 주변의 다른 진료실은 냄새가 심해 다른 층으로 환자들을 이동시켜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24일부터 협진실을 제외한 나머지 진료실을 모두 정상 운영할 예정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누전 혹은 합선 등으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의사, 의대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환자 조롱글 30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명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에 대해 의사들 일부가 그를 두둔하며 모금 운동을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23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환자 조롱 게시글 3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사와 의대생이 신원 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메디스태프’에는 의료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과 환자를 비하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환자가)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국민들이 죽으라고 눕는 것” 등의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한 회원은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썼다.이에 보건복지부는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 김 청장은 “특정인(환자)을 지칭한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쓴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법리 검토를 해서 수사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전부 삭제된 상태다.의료계 일각에선 파업 불참 의사, 전공의, 의대생의 실명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개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돕겠다는 모금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돈을 송금을 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피부과 원장’으로 소개한 한 회원은 500만 원을 송금한 인터넷 뱅킹 캡처 화면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앞자리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송금을 독려했다.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도 22일 정 씨의 가족을 만나 변호사 선임 등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특별회비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향후 추가 특별회비 모금과 탄원서 제출 등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학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구속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변호사비마저 없어 쩔쩔매는 전공의를 위해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의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한 3명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달 10일부터 올 21일 사이 해외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복귀 전공의 명단 관련 접속 링크를 공유한 3명을 특정하고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이 옷 완전 맘에 들어! 같이 사진 찍자.” 22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한일축제한마당’ 현장. 김서율 양(16)은 일본 전통의상 ‘유카타’를 입은 채 친구에게 말했다.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며 미대 진학의 꿈을 키워왔다는 김 양은 “만화에서만 보던 유카타를 실제로 입어 보니 들뜬다”면서 “가까운 두 나라가 교류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시작된 한일 최대 민간교류행사 한일축제한마당이 올해 20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8%가량 늘어난 6만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행사는 한일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의 주제가를 부른 일본 성악가 메라 요시카즈 씨와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 박완 씨가 합동 무대를 꾸몄다. 일본 창작 무용수 ‘다카후지 우콘’과 한국의 ‘이영아 무용단’이 양국의 전통 무용을 번갈아 선보이기도 했다. 한일축제 참석이 10번째라는 일본인 여행객 사토 가쓰오 씨(54)는 “많은 일본인과 한국인이 모여 화합하는 모습은 매번 봐도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아이돌 그룹 ‘아일릿’과 일본의 ‘아이비’ 등 양국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양국 기업 등이 마련한 약 50개의 체험 및 홍보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최근 유명 배달 기사가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배달 기사는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머리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사고 당시 머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일명 ‘반모 헬멧’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오토바이 배달 기사 상당수가 머리 전체를 보호하는 ‘전면 헬멧’ 대신 반모 헬멧을 쓴 채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현행법에는 헬멧 형태에 관한 규정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 기사 절반은 ‘반모’ 헬멧오토바이 헬멧은 형태와 보호 범위에 따라 하프(half)형, 제트형, 풀페이스(full face·전면)형 등으로 나뉜다. 턱을 포함해 얼굴 대부분을 보호해 주는 풀페이스형을 제외한 유형들은 일명 ‘반모 헬멧’으로 불린다. 제트형은 귀까지만 가리는 헬멧이다. 바가지처럼 생긴 하프형은 눈썹 윗부분만 가릴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시 충격 완화 효과가 거의 없다. 유명 배달 기사 역시 차량에 치일 당시 하프형 헬멧을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배달업 종사자는 48만5000여 명이다. 상당수 배달 기사들은 제대로 된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도로를 누비고 있었다. 취재팀은 18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역삼동, 관악구 신림동 일대 도로에서 배달 기사들의 헬멧 착용 상태를 사진으로 촬영하며 관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림동은 서울 내 배달 서비스 이용 횟수 1위, 역삼동은 3위 지역이다. 1인 가구 밀집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시경 신림역교차로에서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 8명이 정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전면 헬멧을 쓴 기사는 1명뿐이었다. 반모 헬멧을 쓰고 있던 한 기사는 땀이 많이 났는지 헬멧을 벗고 땀을 닦다가 신호가 바뀌자 급히 헬멧을 머리에 얹고 턱끈도 채우지 않은 채 출발했다. 오후 4시 반에는 역삼역교차로 배달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충돌할 뻔했다. 배달 기사는 반모 헬멧을 썼지만 턱끈은 채우지 않은 상태였다. 3시간 동안 취재팀이 지켜본 배달 기사 178명 중 95명(53%)은 반모 헬멧 차림이었다. 그 외 1명은 자전거용 헬멧을 썼고, 다른 1명은 아예 헬멧을 안 썼다. 나머지 81명(46%)만이 전면 헬멧을 쓰고 있었다. 취재팀이 만난 배달 기사들은 더위와 불편함 탓에 전면 헬멧 대신 반모 헬멧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력 10년 배달 기사인 이모 씨(58)는 “전면 헬멧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덥고 불편하다”며 “단속이 강화되다 보니 이를 피하려고 그나마 형식적으로나마 반모 헬멧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헬멧 턱끈을 안 채우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서 다쳤다고 했다.● 관련 규정 모호… “구체 기준 마련해야”오토바이를 탈 때 어떤 형태의 헬멧 등 보호장구를 갖춰야 하는지 관련 법 규정도 모호하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32조는 오토바이 헬멧이 ‘충분한 시야’를 확보해야 하고 ‘충격 흡수성과 내관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얼굴의 어느 부위까지 어떻게 가려야 하는지는 정해 놓지 않았다. 김상철 충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오토바이 사고로 온 환자들을 보면 전면 헬멧이 아닌 경우 헬멧이 머리에서 벗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전면 헬멧은 머리와 경추 보호 효과가 있는 등 헬멧에 따라 예방 효과가 다른 만큼 착용 의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사실상 반모 헬멧은 사고 상황에서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시속 몇 km 이상 도로에서는 어떤 헬멧을 써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정승우 유중문화재단 이사장 (법학과 99학번)이 모교인 고려대에 세종시 공동캠퍼스 건축기금 1억 원을 쾌척했다. 19일 고려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총장실에서 ‘정승우 유중문화재단 이사장, 세종시 공동캠퍼스 건축기금 기부약정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의 기부금은 세종시 공동캠퍼스 조성에 활용될 예정이다. 고려대는 인공지능사이버보안학과 등 첨단 분야 학과와 행정전문대학원까지 총 790명 규모 공동캠퍼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2021년에도 고려대 의료원에 미술품 21점, 2022년에는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미술품 13점을 기증한 바 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정부가 대한체육회장 등의 3연임 적격성을 심의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과 운영 절차가 불공정하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일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허용 방식은 공정하고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며 “대한체육회에 임원의 연임 허용에 관한 심의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회장 등 대한체육회 임원은 원칙적으로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는데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3연임 이상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2016년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돼 2021년 재선으로 연임한 이기흥 현 회장도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 열리는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올해 2월 이사회 때 “현재 규정으로는 내가 5번을 출마해도 문제가 없다. 3선을 하든 4선을 하든 그거 내가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스포츠공정위 심의 통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이라는 게 체육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스포츠공정위원은 15명인데 모두 이 회장이 임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정기 대의원 총회를 통해 스포츠공정위 구성 권한을 위임받았다. 이 회장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해도 곧바로 3연임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인단 투표에서 당선돼야 3연임할 수 있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문체부는 “회장 임기 연장 심의를 회장 본인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 위원에게 맡기는 건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이다. 특히 현재 스포츠공정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회장 특별보좌역을 지낸 인물”이라면서 “현재 상태로 심의 절차가 진행되면 ‘제척·기피·회피’라는 일반법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출신인 현 스포츠공정위원장은 회장 특보를 지내는 동안 대한체육회로부터 총 7000만 원이 넘는 수당을 받기도 했다. 전임 김정행 회장 시절 대한체육회 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이전엔 회장 특보 같은 자리가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5월 이사회 때 ‘인력 풀(pool) 부족’ 등을 이유로 체육회와 산하 경기단체 임원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제한 제도는 이들의 조직 사유화, 횡령 비리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돼 (2018년) 마련된 제도다. 체육단체 임원의 비리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제도 폐지를 검토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정관 개정을 승인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의 임기 연장 심의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 정관은 ‘재정 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해 평가한 결과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에 한해 임기 연장을 승인할 수 있다고 정해 놨다. 문체부는 “정량이 아닌 정성평가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또 심사 과정에 ‘허용’과 ‘불인정’을 구분하는 기준 점수가 없어 자의적 심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스포츠공정위원은 문체부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현재 위원도 모두 문체부 동의를 받았다”면서 “정관도 개정할 때마다 문체부 승인을 거친다. 문체부가 정관이 문제라고 판단했으면 진작에 바꾸라고 했어야 한다. 체육회는 물론이고 각 경기단체, 지역체육회 선거가 임박한 상황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규정을 바꾸면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한국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직 반도체 기업 임직원 등 30여 명을 추가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중 해외에 체류 중인 용의자들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반도체 기술이 유출될 경우 피해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건너간 韓 반도체 전문가 30여 명 수사 10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산업기술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및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 출신 임원 최진석 씨(66)와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 씨(60)를 5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 씨가 중국에 설립한 회사 ‘청두가오전 하이테크놀로지(CHJS)’에 근무했던 인력 30여 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다가 중국으로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최 씨의 회사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씨의 회사가 이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불법 인력 유출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청두가오전 공장은 경찰 수사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하지만 중국에선 청두가오전의 전현직 반도체 전문가들이 관련 특허를 계속 출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청두가오전 소속 연구원 20여 명이 2022년 5월부터 2년여간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지식산권국에 신청한 발명 출원 목록 180여 개를 확인한 결과, D램 특허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한 연구원은 올 6월 ‘반도체 구조물의 제조 방법 및 반도체 소자의 제조 방법’이라는 특허를 출원했다. D램 장치 소형화에 필요한 기술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통상 국내 엔지니어 1, 2명이 이직하는 수준의 기술 유출 사안과는 다르다”며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 출신이 직접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한국 기술로 반도체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경제 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中 건너간 인력들, 해고당하고 지원금도 못 받아 앞서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삼성전자 임원 퇴사 후 2020년 9월경 중국 청두시로부터 약 4600억 상당의 투자를 받아 청두가오전을 중국에 설립했다. 중국 중앙 정부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한국 반도체 인력의 중국 취업과 관련 기술 유출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오 씨를 비롯한 한국 인력을 영입해 삼성전자가 4조3000억 원가량을 들여 개발한 20나노급 D램 반도체 기술 관련 공정도 700여 개를 중국으로 빼돌려 사용했다. 최 씨는 2021년 12월경 중국에 반도체 D램 제조공장을 세운 뒤 2022년 4월경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통상 업계에선 원천 기술 없이 새로운 세대의 D램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청두가오전은 한국 기술자들을 ‘장기 휴직’ 처리하는 등 사실상 해고했다. 이직 당시 약속한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등 각종 지원금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이) 각종 복지 혜택을 내걸어 국내 연구자들을 현혹하지만 실상은 성과가 안 나와 금방 해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술의 중국 유출이 잇따르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부분의 기술 유출은 지인이나 동료 연구원 등 소위 ‘인맥’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원천 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함께 근무했던 동료나 협력사 등 사람을 통해 기술을 빼가는 경우는 기업 자체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강력한 처벌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우리은행 부정 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처남 김모 씨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횡령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를 받는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5일) 김 씨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체포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7일 우리은행 본점, 구로구 신도림금융센터, 강남구 선릉금융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당시 김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씨가 법인을 통해 매입한 부동산 계약서를 위조해 거래 금액을 부풀린 뒤 이를 이용해 우리은행으로부터 과도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내 명의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 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35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내준 사실을 적발했다. 대출 취급 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하고 대출금이 용도에 맞지 않게 쓰인 정황도 발견됐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이 대출에 직접 관여하거나 지시했는지, 혹은 알고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수 차례 입상한 유명 피아니스트 A 씨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A 씨에 대한 성매매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A 씨는 2020년 서울 강남구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여성 마사지사와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난달 27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A 씨는 국제 콩쿠르에서 수 차례 입상한 바 있다. A 씨 측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8개월 여아가 수도권 병원 응급실 11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태로 한 달째 누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28개월 여아가 열경련 증상을 보여 어머니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오후 8시 51분경 현장에 도착해 서울 및 경기 지역 병원 응급실 11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병원들은 ‘전문의 부재’ 또는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후 9시 18분경에야 40km가량 떨어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여아는 신고 1시간 5분가량 지난 오후 9시 45분경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선 약물 치료를 받고 경련이 멈췄지만 뇌에 손상을 입어 한 달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3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적절하게 응급 이송이 안 됐던 것인지 확인 중이다”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없었는지 등은 의학적으로 세밀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의료 역량의 한계 속에서 이런 사고들이 빈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광역지자체에 ‘조사명령서’를 보내고 여아를 받지 않은 병원을 조사해 응급의료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한편 최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5분경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신청사 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4m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구급대원이 오전 8시 41분경 도착해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약 11km 떨어진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에 사고 발생 후 1시간 12분 만에 도착했다. 이 환자는 이날 낮 12시 11분경 뇌출혈로 숨졌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8개월 여아가 수도권 병원 응급실 11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태로 한 달째 누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28개월 여아가 열경련 증상을 보여 함께 있던 어머니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오후 8시 51분경 현장에 도착해 서울 및 경기 지역 병원 응급실 11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병원들은 ‘전문의 부재’ 또는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후 9시 18분경에야 40km가량 떨어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여아는 신고 1시간 5분가량 지난 오후 9시 45분경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선 약물 치료를 받고 경련이 멈췄지만 뇌에 손상을 입어 한 달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3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적절하게 응급 이송이 안 됐던 것인지 확인 중에 있다”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없었는지 등은 의학적으로 세밀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의료 역량의 한계 속에서 이런 사고들이 빈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광역지자체에 ‘조사명령서’를 보내고 여아를 받지 않은 병원을 조사해 응급의료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법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다.한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5분경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신청사 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높이 4m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급대원이 오전 8시 41분경 도착해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약 11km 떨어진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에 사고 발생 후 1시간 12분 만에 도착했다. 이 환자는 이날 낮 12시 11분경 뇌출혈로 숨졌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우리나라에서 실종된 뒤 현재까지 생사가 파악되지 않는 성인이 총 68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년 전 실종된 딸을 찾지 못한 채 숨진 송혜희 씨 부친의 사연이 최근 알려지면서 국내 실종 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특히 성인은 실종돼도 유전자(DNA) 확인 절차의 법적, 제도적 미비점 때문에 행방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국내 실종자(성인 기준)는 총 6809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 중에는 실종된 지 20년이 넘은 사람도 1995명 있었다. 실종 기간이 10년에서 20년 사이인 사람은 1633명이었다. 취재팀이 실종 신고부터 이후 수사 과정 등을 살펴본 결과 성인의 경우에는 가족과의 DNA 확인 및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자신의 DNA를 수사기관에 등록해 놓고 변사자나 무연고자 등이 발견되면 대조, 확인해서 가족을 찾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실종자가 18세 미만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에 따라 DNA 확보 및 비교가 가능하다. 아동, 지체장애인, 치매 환자 등은 이 법에 따라 가족이 DNA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놓고 거의 실시간으로 비교, 확인할 수 있다. 폐쇄회로(CC)TV 확인 절차도 성인은 까다롭다.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 경찰이 CCTV 기록을 확인하려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반면 미성년자 실종 사건에서는 영장 없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한 실종 사건에서 피해자가 성인이라는 이유로 수사가 지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4월 경기 파주시 한 호텔에서 여성 2명이 살해된 사건에서도 관련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CCTV 영상을 확보하는 데만 13시간이 걸렸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 탓에 변사자 중 신원이 확인돼 가족에게 인도된 경우는 최근 3년간 438건에 불과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DNA 정보가 등록됐다면 10분도 안 걸려 변사자나 무연고자의 가족을 찾을 수 있다”며 “관련 법이 없으니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성인 실종자 빨리 찾을 ‘DNA 활용法’ 절실”생사 알길 없는 실종 성인 6800명범죄 의심돼도 단순 가출 치부 많아… 21년째 아들 찾는데 DNA 검사 퇴짜경찰 “개인정보 유출 소송-징계 부담”… 美-獨선 DNA정보로 실종자 수사“시신이라도 찾게 해달라.”2003년 실종된 어머니를 20년 넘게 찾고 있는 문상진(가명·64) 씨는 동아일보 취재팀에게 “혹시 경찰이 발견한 변사자 중 어머니가 있는지 알고 싶어 DNA를 등록하려고 여러 번 부탁했지만 경찰은 받아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문 씨의 어머니는 당시 광주 자택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탄 뒤 연락이 끊겼다. 40대 초반이었던 문 씨는 이제 환갑을 넘겼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엄마 뼛가루를 만져보는 상상을 했다”며 “내가 저승에 가야 우리 엄마를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련 법 부재-처벌 부담에 경찰은 거부문 씨가 자신의 DNA를 이용해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현행법상 경찰이 이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실종자가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일 경우 그 가족들의 DNA를 이용한 수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DNA 채취 및 보관이 법으로 허락된 성인은 실종 아동 가족과 범죄 피의자뿐이다.21년째 행방불명인 아들을 찾고 있는 박홍림(가명·69) 씨는 20여 년 동안 전국 경찰서를 전전하며 DNA 채취 및 대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박 씨의 아들은 2003년 3월 경기 양주시 자택에서 나간 뒤 실종됐다. 당시 24세였다. 아들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지난해 부인까지 세상을 떠났다. 박 씨는 “아들이 죽었으면 시신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20년 넘게 하늘에 빌었다”고 했다.관련 법 부재 외에도 경찰은 소송이나 처벌, 징계 등의 부담 탓에 DNA를 이용한 수사를 꺼리고 있다. 실종자 가족의 DNA를 제출받은 뒤 관리에 문제가 생겨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민사소송을 당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실종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공무원은 법이 허용하는 권한 안에서만 일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종자 가족들이 요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식적으로는 ‘불가하다’고 통보해 돌려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체 정보를 임의대로 처리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며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경찰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은 DNA 정보로 실종자 찾아해외에는 성인 실종자 관련 DNA 정보를 보관해 수사에 이용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은 1993년 ‘DNA 데이터베이스 및 정보은행법’(일명 ‘DNA법’)을 마련해 실종자 가족이 요청하면 DNA 정보를 제출받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뒤 무연고자 등의 정보와 비교해 신속하게 소재를 파악한다. 독일과 영국도 관련 법이 있고 이에 근거한 ‘실종자 데이터 뱅크’를 운영 중이다. 신원미상의 시신이 발견되면 실종자 가족 DNA 데이터베이스와 자동으로 비교해 일치하면 유가족에게 즉시 통보한다.우리나라에서는 성인 실종자와 가족의 DNA를 수사에 활용하기 위한 DNA법이 20,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여야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고 폐기됐다. 임시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선진국 수사기관은 전부 DNA 정보를 적극 활용해 실종자 수색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속히 관련 법안을 마련해 성인 실종자 가족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성인 실종자 수사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범죄 관련성이 있는 사건조차 단순 가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인 실종자 전체를 경찰이 ‘가출인’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모든 사건을 자발적 가출로 간주하고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실종 발생 초기 48시간을 놓칠 경우 수년 동안 찾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연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가출자가 아니라 실종자로 보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미성년자 성착취 용의자였던 30대 남성이 경찰의 자택 방문 직전 아파트 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1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경 경기 파주시 와동동의 한 아파트 베란다 8층 난간에서 30대 남성 A 씨가 떨어져 숨졌다. 사건 당일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를 받던 A 씨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에 찾아갔다. A 씨는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성관계 당시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A 씨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한 뒤 현관문을 두드리고 벨을 눌러도 안에서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한 명이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가보니 A 씨가 8층 난간에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본 경찰이 추락 상황을 우려해 즉시 119에 신고했지만 A 씨는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은 A 씨가 스스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A 씨의 정확한 인적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재지 방문은 수사에 꼭 필요했다”면서 “소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용의자와 물리적 충돌은 물론이고 대면 접촉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