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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최근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유감을 표명하고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2023년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에 따라 ‘표현의 자유’ 존중을 앞세워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가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4월 27일, 지난달 8일, 이달 2일 세 차례에 걸쳐 전단을 살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해 재난안전법, 항공안전법 등 실정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통일부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청은 2023년 헌재 결정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에선 전단 살포 자제 요청도 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통일부의 입장 발표에 대해 “대통령실과 긴밀한 소통이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북전단과 남북 확성기 중단 등을 추진해 접경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4일 취임사에서도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통일부가 최근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유감을 표명하고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2023년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에 따라 ‘표현의 자유’ 존중을 앞세워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통일부가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4월 27일, 지난달 8일, 이달 2일 세 차례에 걸쳐 전단을 살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해 재난 안전법, 항공 안전법 등 실정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통일부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청은 2023년 헌재 결정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에선 전단 살포 자제 요청도 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통일부의 입장 발표에 대해 “대통령실과 긴밀한 소통이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북전단과 남북 확성기 중단 등을 추진해 접경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4일 취임사에서도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통화를 하고 한미 관세 협의와 관련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을 방미 초청했으며 두 정상은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골프)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에 사의를 표명하고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앞으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이뤄진 이날 통화는 오후 10시부터 약 20분간 이어졌다. 두 정상은 한미 관세 협의에 대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실무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을 미국에 초청했다. 이에 두 정상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한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방문 계기 등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만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한미 정상의 첫 대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실은 “두 정상은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재임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골프 라운딩을 갖고 친분을 다진 바 있다.한미정상, 암살위험 공유 “어려움 이긴 강력한 리더십”[이재명 시대]李-트럼프 어제 첫 통화한미동맹 발전 긴밀 협력하기로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가진 첫 전화 통화에서 서로가 겪은 암살 위험과 정치적 어려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월 흉기에 목을 찔리는 습격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 총기 피습으로 오른쪽 귀가 관통되는 등 두 차례 암살 시도를 넘기고 재선에 성공했다. 첫 통화에서 정치 테러의 희생자라는 공감대를 강조한 것.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로가 겪은 암살 위험과 정치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며, 어려움을 이겨내며 강력한 리더십이 나온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트럼프 모자’를 선물 받은 일화를 소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지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적힌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을 표하며 “높은 명성을 가진 이 대통령을 곧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날 통화에선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라운딩을 하기로 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암살 위협이 있던 대선 유세 중에도 골프 라운딩을 즐길 정도로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이 성사되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한미 정상 간 골프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미중 갈등과 북-러 안보 협력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화는 당초 이 대통령의 취임 당일인 4일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일정 변경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백악관이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한 논평에서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강조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실용외교에 경계심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두 정상이 이날 통화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선 이달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24∼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이 처음 대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두 회담에 참석하기로 확정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통화를 하고 한미 관세 협의와 관련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을 방미 초청했으며 두 정상은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골프)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에 사의를 표명하고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앞으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이뤄진 이날 통화는 오후 10시부터 약 20분간 이어졌다.두 정상은 한미 관세 협의에 대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실무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을 미국에 초청했다. 이에 두 정상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한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방문 계기 등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만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한미 정상의 첫 대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특히 대통령실은 “두 정상은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재임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골프 라운딩을 갖고 친분을 다진 바 있다.한편 미 재무부는 5일(현지 시간) 발표한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9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2016년 4월부터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7년여 만인 2023년 11월에 빠졌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1월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바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 통화를 조율 중이라고 대통령실이 5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지휘 아래 미국 측과 양국 정상의 통화 일정을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의 일정과 시차를 고려해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는 취임 첫날인 4일 밤 정상 통화를 추진했으나 미 측 일정상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워싱턴의 시차를 고려할 때 주말 이전에 통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대통령이 취임하면 대부분 첫날 미국 정상과의 통화가 이뤄져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밤 미 정상과 20여 분간 통화하며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다. 통상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호주, 러시아 등 주변국 정상과 통화하며 정상외교를 시작하는 점을 고려할 때 한미 정상의 통화 일정이 지연되면 연쇄적으로 주변국 정상들과의 소통도 순연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주 중후반부에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매우 많다”며 “당연히 (한미 정상 통화는) 곧 할 것이며 한국과 미국의 정부 관계자 중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약 1시간 15분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핵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첫날, 미국과 중국은 축하 메시지부터 기 싸움을 벌였다. 미국 백악관은 한국 대선에 대한 논평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고 반대한다”며 중국을 견제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을 향해 “간섭한 적 없다. 중한(한중) 관계를 이간질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남의 잔칫날 손님들끼리 다투는 이 볼썽사나운 광경은 앞으로 새 정부가 헤쳐 나가야 할 험난한 미래를 예고한다.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그 파고를 넘어 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실용외교를 펼칠 외교적 여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실용적 태도를 강조해 왔다. 한미동맹을 외교의 근간으로 삼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시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중국에도 대만에도 ‘셰셰(謝謝)’하고 잘 지내면 되는 것이라며 이른바 ‘진영 외교’를 경계했다. 취임 첫 브리핑에서는 일본에 대해서도 ‘국가 간 신뢰’를 언급하며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도 했다. 모두와 잘 지내겠다는 의지만큼 중요한 건 방법론이다. 국익을 위해 모두와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원칙에 반대할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 실용외교를 구현할 것이냐는 방안은 아직 구체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가만 지켜볼지 의문이다. 이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말 동맹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협력)’ 기조에 경고장을 날렸다. 관세나 안보 관련 청구서가 날아오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민주당 정부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균형외교’ 기조처럼 미중 사이에서 적당한 ‘헤징(위험 분산 관리)’으로 모면하기에는 전략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1한(사드 운용 제한)’을 둘러싼 혼란이 중국의 경제보복과 한미동맹 불협화음을 불러왔던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현재 미중 갈등은 훨씬 심각해졌다. 미중이 대놓고 상대국에 대한 압박 전선에 동참하라고 몰아붙이는 시대에 자칫 섣부른 줄타기는 독이 될 수 있다.그래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에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필요하다. 한국이 ‘노(No)’라고 하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되는 철칙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 원칙은 북한의 비핵화가 될 수도 있고, 영토 침해 혹은 첨단 기술 이전이나 군사주권에 대한 이익 침해가 될 수도 있다.실용외교의 준거가 국익 그 자체여도 안 된다. 국익은 시대 상황과 정책 결정자의 상황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다. 국내 정치와 여론에 따라 미중에 대한 접근이 수시로 바뀌고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선택을 정당화한다면 실용외교는 국제사회에서 원칙 없는 기회주의적인 외교라고 비판받을 위험이 크다. 실용외교가 무원칙을 포장하거나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는 도구로 비쳐선 안 될 것이다.신나리 정치부 기자 journari@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사무실로 왔는데 꼭 무덤 같다”며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 제공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으로 당선과 동시에 새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에서 업무에 필요한 사무용품까지 남겨 놓지 않는 등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직접 비판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첫 브리핑에서 이 같은 입성 소감을 밝히며 “마치 소개 작전 전쟁 지역 같아서 아무것도 없고 완전히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선에 대한) 결재 시스템도 없다. 손으로 써서 지장을 찍어야 하나. 인주도 없다. 급한 대로 시행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파견 왔던 직업공무원이 전원 소속 부처로 복귀한 것에 대해서도 “곧바로 원대 복귀해서 전원 제자리로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며 “곧바로 시행해 달라”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브리핑한 장소는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곳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도 “취임식 첫날 대통령실은 물리적인 업무 불능 상태”라며 “업무 및 인적 인수인계는커녕 사용 가능한 인터넷망과 종이, 연필조차 책상 위에 놓여 있지 않았다”고 대통령실 상황을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컴퓨터 본체 등을 시설팀이나 장비팀에 맡겨 버리면서 누가 쓰던 컴퓨터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서 문서도 만들고 출력도 하고 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의도적으로 자료를 없앤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업무 인수인계에 필요한 자료까지 싹 철수시킬 정도여서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의도적으로 증거들을 없애려고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청와대 캐비닛 속에서 박근혜 청와대 관련 기밀 문건들을 발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에 박근혜 정부 때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지침 방안,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후인 4월 중순경 당시 대통령실은 필요한 문서 파일과 기록들을 대통령기록물로 이관한 뒤 업무용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기 정부 인사들이 일할 수 있게 정비해서 내놓자는 취지에서 정리한 것”이라며 “지저분한 개인 파일들은 지우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치워 두고 오는 게 상식 아니냐. 의도적으로 일을 못하게 만들었다는 건 억측”이라고 지적했다. 수석비서관실 산하 사무실에는 집기와 사무용품들도 그대로 두고 나왔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 내의 PC는 새 대통령이 오면 그에 맞게 총무비서관실이 구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직적인 증거 인멸이나 파쇄 지시는 없었다”고 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대선 결과를 두고 충돌했다. 최근 아시아 동맹국들이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3일(현지 시간) 한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백악관 고위 당국자 명의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공정 선거가 치러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은 4일 “한국과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두 나라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세, 희토류, 중국 유학생의 미국 비자 제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 각종 의제에서 대립해 왔다. 향후 미국이 한국의 새 정부에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어려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루비오 모두 ‘中 견제’ 강조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3일 한국 대선에 관한 성명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역내 안보를 강화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중국 견제 등에 동참하라는 의사를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또한 지난달 31일 “아시아 동맹국이 국방력을 강화해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 전선에 나서야 한다”며 동맹국의 안미경중 전략을 비판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현재 안보, 경제를 막론하고 중국 견제와 압박이 미국의 최우선 정책 순위에 있으니 한국의 대선 논평에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중국에 유화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신들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압박성 메시지를 내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조만간 통상, 방위비 분담금, 북한 대처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 이에 미국 측이 한국 새 정부에 ‘기선 제압’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중국 등) 다른 데 기웃거리지 말고 대미 협상에 일단 집중하고 빠른 합의를 하자고 재촉하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행보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중국 외교부의 린젠(林劍) 대변인은 4일 ‘이간질(挑撥·도발)’이란 표현을 쓰며 “중국은 줄곧 편 가르기, 대립에 반대해 왔다. 한국과의 관계는 공동 이익을 추구해야 하며 제3자를 겨냥하거나 제3자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올해 2월 루비오 장관이 “러시아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을 때도 “이간질한다”는 표현을 쓰며 반발했다. 한편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일 기자회견 중 한국 대선에 관한 질문을 받고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찾아보겠다”며 연단에 놓인 서류에서 관련 자료를 찾으려 했다. 서류를 잠시 뒤졌지만 관련 자료를 찾지 못한 그는 “현재로선 없다. 다시 알려주겠다”며 웃었다.● 韓, 나토 정상회의 참석 고민 여권,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이미 공식 초청장을 받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 만일 이 대통령이 헤이그로 간다면 한미 정상의 첫 대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는 참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정상회의가 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토 및 회원국들과의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세 등 민감한 의제를 꺼내 압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통상 협상에 관한 ‘최선의 제안(best offer)’도 요구한 상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협상을 진행 중인 주요 국가에 미 동부 시간 4일까지 제안서를 보내라고 압박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4일 “(백악관의) 서한을 이미 받았다”면서도 “한국의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4일 이후로 답변을 보내기로 한미가 합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제 삶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여정이었다. 정치란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3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마지막 유세에서 “노력한 만큼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까닭에 열두 살 소년공으로 사회에 처음 발을 디뎠던 그에겐 대학 진학과 사법시험 합격, 경기 성남시장을 거쳐 중앙 정치무대에 이르기까지 쉬운 길이 하나도 없었다.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셨던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완승을 거두며 대한민국 14번째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경기도지사 출신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무수저’ 소년공, 자살 시도 딛고 법대생으로 이 대통령은 1963년(호적상 1964년)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을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크레파스나 도화지 같은 준비물을 학교에 챙겨 간 적이 없었다. 1976년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족과 함께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 꼭대기 월셋집으로 온 가족이 올라왔다. 열두 살 소년은 진학 대신 목걸이 공장, 고무 부품 공장, 냉장고 공장 등을 6년간 전전했다. 아버지는 동네 쓰레기를 치웠고 어머니는 상대원시장 화장실에서 소변 10원, 대변 20원을 받고 청소했다. 자식 공부보다 번듯한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게 우선인 아버지 아래서 중고등학교 진학은 그림의 떡이었다. 여섯 번째로 취업한 스키 장갑과 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공장에서 프레스에 왼쪽 손목 관절이 눌리는 사고를 당했다. 밥벌이가 급했던 형편에 수술을 받긴 어려웠다. 이때 후유증으로 왼팔은 손목이 뒤틀린 채 굽었고 6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팔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에 다락에 연탄불을 피우고 수면제 스무 알을 먹었지만 멀쩡하게 눈을 뜨고 일어났다. 수면제를 찾는 소년을 보고 상황을 짐작한 약사가 수면제 대신 소화제 같은 것을 잔뜩 줬던 것이다.그래도 공장에서 맞지 않고, 점심시간에 자유롭게 공장 밖을 다닐 수 있는 고졸 출신 대리처럼 되고 싶었다. 공부를 결심한 뒤 3개월 만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직원이 2000명 넘는 오리엔트 공장으로 옮겨 소년공 생활을 하면서도 단과학원에 다녔다. 한 푼이 아쉬운 소년공들이 바글바글했던 공장에서 “공돌이 주제에 맞게 놀아!”라는 구박을 받았지만 공부를 놓지 않았다. 1981년 사립대학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특별장학생 제도가 도입되자 마음을 다잡고 대입을 준비했다. 3학년까지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고 매달 생활비 20만 원을 받는 중앙대 법대에 합격했다. 공장에서 받던 월급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어머니는 “재맹아, 내는 인자 죽어도 한이 없대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1986년 겨울 스물셋에 두 번째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아버지는 그해 3월 위암 재발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고 이 대통령이 합격 사실을 전한 며칠 뒤 세상을 떴다.● 인권변호사로서 시민운동에 참여 사법연수원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연과 학연, 집안을 자랑하는 연수생들이 많았고 몇몇은 연줄 없는 연수생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이 대통령은 운동권의 지하서클 조직인 비공개 기수 모임에서 활동했다. 당시 모임에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최원식 문병호 전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지명된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에 반대하는 연수원생 성명을 주도했다. 사법연수원 성적은 상위 30% 안팎으로 좋았지만 판사나 검사 대신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연수원 시절 노무현 변호사의 강연을 듣고 판검사가 아니어도 먹고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 인권변호사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연수원 2년 차에 인권변호사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 실습을 했다.그 후 1989년 성남시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성남공단의 노동 사건과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건, 경원대와 한국외국어대 등 구속된 학생들의 변호는 물론 시국사건 양심수들의 사건도 무료로 맡았다. 일주일에 2번은 이천노동상담소를 찾아 노동운동을 지원하고 노동법률 상담을 했다.변호사로서 이름을 알린 건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으로서 2000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을 제기했을 때다. 그와 함께 활동했던 인사는 “김대중 정부였고 유죄 판결을 받은 김병량 당시 시장도 원래 우리가 밀던 분”이라며 “그럼에도 부당한 일에 반대하는 이 대통령을 보면서 패기 넘치는 변호사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2002년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최철호 전 KBS PD와 김병량 당시 시장의 통화 내용을 폭로했고 이른바 ‘검사 사칭’으로 벌금 150만 원 형을 받았다. 성남 구시가지 대형병원들이 문을 닫으며 의료 공백이 심각해진 2004년 성남 공공의료원 설립을 목표로 시민 2만 명의 뜻을 모아 주민 발의 조례를 만든 것도 정계에 투신하는 계기가 됐다. 어렵게 만든 조례는 시의회에서 47초 만에 날치기 부결됐다. 이 대통령은 “방청하던 시민들과 항의하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수배됐다”며 “성남시의료원은 제가 정치를 결심한 이유”라고 했다.● ‘사이다’ 발언으로 대선 주자 반열 올라 2006년 성남시장 후보와 2008년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후보로 도전해 고배를 마셨지만 2010년 제19대 성남시장으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전임 시장이 진 빚 5200억 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해 이목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이후 3년 6개월간 예산 삭감, 긴축 재정 등을 통해 모든 빚을 갚아 모라토리엄을 졸업했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기도 했다.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무상 교복, 공공산후조리 지원, 청년 배당 등 보편적 복지 사업은 그의 브랜드가 됐다.‘변방의 장수’였던 이 대통령이 중앙 정치무대의 주목을 받은 건 2016년 지방자치단체 예산권을 둘러싼 박근혜 정부와의 갈등으로 11일간 단식 농성을 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10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이 대통령은 제도권 정치인 중 처음으로 박 대통령 하야를 공개 주장했다.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2017년 대선 경선에 출마해 3위에 그쳤지만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됐고 경기도정을 이끄는 동안 기본소득을 비롯한 ‘기본 시리즈’를 내세우며 권토중래에 나섰다. ‘친형 강제 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지만 2020년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2021년 10월 대선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이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2022년 3월 본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그는 휴지기를 갖는 대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같은 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잡았다. 지난해 1월 총선을 앞두고는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고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 각종 혐의로 기소돼 5개 재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계엄 해제를 주도했다. 비상계엄 소식을 들은 이 대통령은 국회로 가는 길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국회로 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경선 득표율인 89.77%의 득표로 민주당 경선에서 압승했다. 대선 유세 과정에선 “개인 이재명의 승리가 아니라 내란 종식과 민생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승리, 상식의 승리, 정의의 승리, 민주주의의 승리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과 ‘빛의 혁명 완수’를 내세우며 21대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6·3 대선으로 당선되는 신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장기간 멈춰 있던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당선 직후 가장 먼저 예상되는 외교 행보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통화다. 외교부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등과의 정상 통화 일정을 위해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 당일에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했고, 중국·일본과는 11일, 러시아 정상과는 12일에 통화를 마친 바 있다. 특사 파견도 신속히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약 일주일 만에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른바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에 특사단을 파견했다. 다만, 15일부터 캐나다 앨버타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등 이달 중 예정된 다자외교 무대 기회를 활용해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 수 있어 특사 파견은 유동적일 수 있다. 앞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G7 정상회의에 호주와 한국을 비회원국 정상으로 초청할 뜻을 밝힌 만큼 외교부는 신임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등의 참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무 차원의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한국이 올해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만큼 신임 대통령 명의로 회원국 정상들에게 공식 초청장도 발송될 계획이다. 외교부는 “대통령 명의로 초청장을 보낼 예정이며, 새 정부 출범 즉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은 과거의 도덕적이고 설교적인 외교 정책에 관심이 없다. 동맹과의 파트너십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양측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들의 역할 확대 요구를 공식화하면서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외교안보 전략을 재정립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은 인도태평양의 세력 균형을 무력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며 동맹국에 “자기 방어 능력을 키우라”고 압박했다. 또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중국의 해로운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식 외교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 등 아시아 지역 내 미군 재편과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은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동참 요구가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발등의 불’이 된 주한미군 감축헤그세스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아시아 패권국(hegemonic power)을 추구한다”며 “우리는 동맹국에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역할 분담을 촉구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요구할 동맹국 역할 분담이 주한미군 재조정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및 한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8월 내놓을 최상위 국방정책 지침인 국가방위전략(NDS)에 해외 주둔 미군은 중국 견제 강화에 집중하는 대신에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증액해 북한과 러시아 등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재 북한 억제에 집중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고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를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아시아 안보 전문가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한반도에서 (미군) 군사 태세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4500명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미 국방부가 심각하게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감축한 사례를 설명하며 “동맹국에서 (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시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한반도보다 대만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요한 건 주한미군 감축 규모 숫자가 아니라 재조정 가능성이 확실해지고 있다는 흐름”이라며 “한미동맹만 믿고 대비하지 않으면 동맹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국방비 지출을 높이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미국의 힘을 휘두르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토에 이어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도록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GDP 대비 2.6%를 국방비로 사용했다.● 중국 경제 압박 동참 요구할 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에 한국 등 동맹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국방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우리의 국방 결정권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품 수입 축소 등 이른바 ‘전략적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나선 가운데 한국 등 동맹국에도 중국과의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대선 직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나서야 할 차기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관세는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전방위 견제에 동참하라는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6·3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4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치른 직후 곧장 대통령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당선 다음 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집무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신속하게 청와대를 보수해 최대한 빨리 옮긴다는 계획이고, 김 후보는 그대로 용산 대통령실을 계속 쓰겠다는 방침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용산 대통령실 대신 정부서울청사에서 집무를 시작하고, 세종시 대통령 집무실 건립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관저를 두고 이재명 후보는 한남동 관저 및 안가와 삼청동 총리공관 등을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 이재명 “청와대 보수해 사용” 이재명 후보 측은 당선 다음 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집무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일단은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하다 청와대 보수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청와대로 옮기겠다는 것.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0일 유튜브 방송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에 둘 것이냐는 질문에 “(용산 대통령실을) 조심해서 쓰다가 최대한 빨리 청와대를 보수해서 가야 한다”며 “청와대가 상징성과 문화적 가치가 있고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최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4월 18일 민주당 경선 TV토론에서도 “(당선되면) 일단 용산 대통령실을 쓰면서 청와대를 신속 보수해 다시 들어가는 게 좋겠다”며 집권 후 용산 대통령실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 측 관계자는 “이르면 취임 100일 이내에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여민관 등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집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 이전을 내놨던 만큼 장기적으로는 세종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갈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1일 세종 유세에서 “헌법을 바꾸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대통령실도 옮겨오고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종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당선 시 곧바로 사저 대신 한남동 관저나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옮겨갈 계획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했지만 사흘 뒤인 13일 관저에 입주했다. 하지만 당선 확정 직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합참의장 보고를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 관계자는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출퇴근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라며 “문 전 대통령 때 관저로 이사할 때까지 보안 문제가 있었던 만큼 곧바로 공적 시설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한남동 관저 외에 인근 안전가옥을 비롯해 삼청동 총리공관 등을 후보군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도 “청와대 내 관저로 이동하기 전까지 안가 중 한 곳을 사용하는 방안도 유력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문수 “용산 그대로 사용” 이준석 “정부서울청사에서” 김 후보는 당선 시 용산 대통령실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4월 24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갈 데가 용산 아니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 우리집밖에 없다”며 “청와대는 개방돼 있어 갈 수 없다. (용산에) 안 들어가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남동 관저도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도 장기적으로는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조기 완공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준석 후보는 당선 시 일단 정부서울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하면서 세종시 대통령 집무실 건립도 곧장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준석 후보는 4월 19일 페이스북에 “용산에 위치한 현 집무실은 소통이 부족하고 폐쇄적이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도 소규모의 대통령 서울 집무실을 마련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대통령 관저는 세종시에 두겠다고 밝혔다. 현재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는 차기 대통령이 곧바로 사용하기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청사 내 대통령 집무실은 2층과 5층 두 곳에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로 참모진 보고를 받았던 5층 집무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용하지 않은 채 잠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대통령 당선인이 즉각 대통령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집기들은 비워둔 상태이며 최소한의 인수인계 인원과 업무 인계서를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또한 별도의 보수관리는 하지 않았지만 사용이 가능한 상태라고 한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중국이 가하는 위협은 실재하고 임박(imminent)했을 수 있다”며 “(미국의) 동맹국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통해 미국이 가장 중요한 장소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서 “필요하다면 (동맹국에) 미국의 힘을 휘두르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을 포함한 아시아 주둔 미군을 재편하고 한국 등 동맹국의 역할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6·3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주한미군 규모 감축 및 역할 재조정이 한미관계에 ‘발등의 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이 아시아 패권국(hegemonic power)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시아 동맹국은 유럽 국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낸다고 했다”며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강력한 위협(중국)에 직면한 아시아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줄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GDP 대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선 “우리는 동맹국에 전력을 증강해 역할을 다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미국이 가장 중요한 장소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역할을 강조하면서 조만간 주한미군 역할 조정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 재편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이날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주한미군 2만8500명 중 일부를 중국과의 대응, 특히 중국 본토와 대만 간 잠재적 충돌 상황에 대비해 재배치할 수 있다는 암시”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을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동맹국의 국방비를 증액해 북한과 러시아 등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도록 하는 방향의 국방전략지침(NDS)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차기 정부 출범 직후 한미 통상협상과 함께 미국의 주한미군 재조정과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1일 “주한미군 숫자를 몇 명 감축하느냐란 문제를 넘어 새 대통령이 미국의 대중국 억제 정책에 얼마나 호응하는지가 동맹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 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 학생에 대한 비자 심사 시 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 도입을 위해 전 세계 외교 공관에 이미 예약된 인터뷰 외의 신규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할 것도 지시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전 세계 외교 공관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서명한 전문(電文)을 보내 “추가 지침이 발표될 때까지 F, M, J 비자 면접 인원을 추가하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 F비자는 학위 과정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 M비자는 직업이나 기술 교육생, J비자는 교환학생, 인턴, 방문 연구자 등에게 발급된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모든 주권국은 누가 (자국에) 오려고 하는지, 왜 오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알권리가 있다”며 SNS 검증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의 반유대주의와 급진 좌파 사상을 척결하겠다며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유학생에 대한 ‘사상 검증’도 미리 실시하겠다는 의도다. 미국 유학생이 많은 한국에서도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 미 대사관은 유학 비자 발급과 관련해 28일부터 이미 예정된 인터뷰는 진행하지만 신규 인터뷰는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유학 비자 신청서는 제출할 수 있지만 인터뷰 진행 시기는 알 수 없게 된 것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 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 학생에 대한 비자 심사 시 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 도입을 위해 전 세계 외교 공관에 이미 예약된 인터뷰 외의 신규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할 것도 지시했다.27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전 세계 외교 공관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서명한 전문(電文)을 보내 “추가 지침이 발표될 때까지 F, M, J 비자 면접 인원을 추가하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 F비자는 학위 과정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 M비자는 직업이나 기술 교육생, J비자는 교환학생, 인턴, 방문 연구자 등에게 발급된다.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모든 주권국은 누가 (자국에) 오려고 하는지, 왜 오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알권리가 있다”며 SNS 검증의 정당성을 강조했다.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의 반유대주의와 급진좌파 사상을 척결하겠다며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유학생에 대한 ‘사상 검증’도 미리 실시하겠다는 의도다. 미국 유학생이 많은 한국에서도 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주한 미대사관은 유학 비자 발급과 관련해 28일부터 이미 예정된 인터뷰는 진행하지만 신규 인터뷰는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유학 비자 신청서는 접수할 수 있지만 인터뷰 진행 시기는 알 수 없게 된 것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여 명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병력 2만8500명 중 16%를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복수의 국방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서 수천 명의 미군 철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감축 방안은 고위 당국자들이 검토하고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로,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동아일보의 질의에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X에 “우리는 늘 병력 배치를 평가한다(evaluate force posture)”고 덧붙여 주한미군 철수 논의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했지만 행정부 내부와 의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 재편과 맞물려 주한미군 재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美, 中견제-대북협상 다목적 포석… 차기 정부 ‘對美 3중고’ 위기[주한미군 감축론 재부상]WSJ “주한미군 4500명 이전 검토”트럼프 후보때 “주한미군 재조정”… 北억제→中견제로 역할 확장 예고김정은에 협상 카드로 제시 가능성… 우크라戰 향배따라 결정 이뤄질듯6·3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4500명 주한미군 철수 검토설이 나오면서 차기 한국 정부가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 이어 주한미군 이슈까지 ‘대미(對美) 삼중고’를 겪을 위기에 놓였다. 미 국방부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하루 만에 ‘주한미군 감축(reduce)’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여전히 주둔 현황을 평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온 가운데 주한미군 재조정이 ‘트럼프 청구서’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견제 군사 전략, 대북 협상용 다목적 카드숀 파넬 국방부 수석 대변인 겸 선임 보좌관은 23일 “미국은 한국 방위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차기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주둔 미군 전력 태세(force posture)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와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여러 차례 언급해온 만큼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야 하느냐”며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properly) 대우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엔 대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군사 전략 재편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집중 논의돼 왔다.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펴낸 ‘잠정 국가방어 전략지침’에는 “미군은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북한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 혹은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감축안이 현실화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재개 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한 후 한미 연합훈련을 ‘워게임(War game·전쟁 게임)’이라고 규정하며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는 워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관세, 방위비에 주한미군까지 3중고 가능성 WSJ는 주한미군 감축 구상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이 명확해질 때까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할지 명확해져야 주한미군 병력 수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 안팎에선 미 측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세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포함해 북한 정책, 중국 정책, 인도태평양 전략을 짜면서 일종의 구상과 아이디어로 제안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감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마냥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스톱 쇼핑’으로 일괄 패키지 협상 가능성을 공언한 만큼 차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관세 협상은 물론이고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와 주한미군 감축 이슈까지 3가지 현안이 동시에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관세 부과율이 서로의 협상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6·3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500명의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기 한국 정부가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 이어 주한미군 이슈까지 ‘대미(對美) 삼중고’를 겪을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한미군 감축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비공식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감축 규모와 이전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만큼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견제 군사전략, 대북 협상용 다목적 카드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조하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야 하느냐”며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properly) 대우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엔 대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군사전략 재편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집중 논의되기 시작했다.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펴낸 ‘잠정 국가방어 전략지침’에는 “미군은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북한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방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투입된 주한미군 일부를 괌 등으로 이동시켜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유연하게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한미·한일 안보조약과 주둔협정의 제약을 받는 것과 달리 미국 영토인 괌에 배치된 미군은 유사 시 한반도는 물론 중국과 대만 해협, 남중국해 등에 언제든 투입될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군에서도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다. 존 케인 미 합참의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일본과 한국 내 미군 주둔 현황을 평가해 국방장관과 대통령에게 권고할 것”이라고 했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 혹은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주한미군 감축안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재개 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비공식 정책 검토 일환”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 후 한미연합훈련을 ‘워게임(War game·전쟁 게임)’이라고 규정하며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는 워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관세, 방위비에 주한미군까지 3중고 가능성WSJ는 주한미군 감축 구상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이 명확해질 때까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 지원할지 명확해져야 주한미군 병력 수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 안팎에선 미측이 방위비분담금과 관세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포함해서 북한 정책, 중국 정책, 인도태평양 전략을 짜면서 일종의 구상과 아이디어로 제안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감축 철회를 마냥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스톱 쇼핑’으로 일괄 패키지 협상 가능성을 공언한 만큼 차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관세 협상은 물론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와 주한미군 감축 이슈까지 3가지 현안이 동시에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대비책을 적극 검토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분담금 증액, 관세 부과율이 서로의 협상 레버리지로 작용해 한국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여 명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병력 2만8500명 중 16%를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WSJ는 복수의 국방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서 수천 명의 미군 철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감축 방안은 고위 당국자들이 검토하고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로,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이에 대해 션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동아일보의 질의에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X에 “우리는 늘 병력 배치를 평가한다(evaluate force posture)”고 덧붙여 주한미군 철수 논의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했지만 행정부 내부와 의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 재편과 맞물려 주한미군 재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3월 미 육군에 내린 지침에서 “미국 본토를 방어하고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육군의 전진 배치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북한의 두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진수식에서 좌초되는 일이 발생했다. 건조한 구축함을 물에 띄우는 과정에서 배가 물로 미끄러져 들어가도록 하는 ‘진수썰매(진수대)’가 빠져 최신식 구축함이 뒤집히는 사고가 난 것. 군 현대화를 과시하려던 김 위원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범죄적 행위”라며 관련 책임자들의 무더기 처벌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의 격노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그대로 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北 자랑하던 신형 구축함, 김정은 면전에서 좌초22일 노동신문은 1면에 “구축함 진수 과정에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진수 과정에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하여 대차 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배꼬리)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돼 좌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고 함수(뱃머리)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하는 엄중한 사고”라고 보도했다. 육상에서 구축함을 건조한 후 슬라이딩 방식으로 배를 물에 띄우다가 배 뒷부분을 지탱하던 진수썰매가 먼저 빠졌다는 것. 이에 구축함의 꼬리 부분이 땅에 닿았고 바닥에 구멍이 생기는 등 선체가 부서졌다는 것이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청진항의 대형 함정 진수 동향을 사전에 감시하고 있었으며, 측면 진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사고 구축함이 함수 쪽은 육지에, 함미 쪽은 바다에 빠진 채 선체가 누워 있는 상태다. 북한 당국은 선체를 위장막으로 가려둔 것으로 추정된다.사고 구축함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수식을 개최한 5000t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함의 ‘쌍둥이함’으로 보인다. 당시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하고 대규모 인원들이 동원됐던 최현함 진수식 행사는 조선중앙TV에서 1시간 넘게 보도됐다. ‘북한판 이지스구축함’으로 불리는 5000t급 구축함에 대해 북한은 “대공, 대함, 대잠, 대탄도 미사일 능력은 물론이고 공격 수단들, 즉 초음속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육상 타격 작전 능력을 최대로 강화할 수 있는 무장 체계들이 탑재돼 있다”고 과시해왔다.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함수와 함미 쪽 레일이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수 과정에서 배가 파손되는 건 굉장히 드문 사고”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해군력 현대화를 계속 강조해왔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수식 날짜를 맞추려다 보니 안전 절차 등이 부실하게 준비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대규모 문책 예고 사고 전 과정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의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며 격노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직접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등을 일일이 거명하며 처벌을 예고했다. 북한은 2023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때도 실패 사실을 공개했지만 분노나 책임자 처벌까지 공식화한 적은 없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간부들의 비위가 적발됐을 때 ‘특대형 범죄’ 등을 언급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교화’에서 공개처형까지 다양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처벌 수위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분노 메시지를 공개한 것을 두고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공포 정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다음 달 소집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전까지 긴급 복원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선박 기능이 불능한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의 두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진수식에서 좌초되는 일이 발생했다. 건조한 구축함을 물에 띄우는 과정에서 배가 물로 미끄러져 들어가도록 하는 ‘진수썰매’가 빠져 최신식 구축함이 뒤집히는 사고가 난 것. 군 현대화를 과시하려던 김 위원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범죄적 행위”라며 관련 책임자들의 무더기 처벌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의 격노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그대로 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北 자랑하던 신형 구축함, 김정은 면전에서 좌초22일 노동신문은 1면에 “구축함 진수 과정에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진수 과정에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하여 대차 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배꼬리)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돼 좌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고 함수(뱃머리)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하는 엄중한 사고”라고 보도했다. 육상에서 구축함을 건조한 후, 슬라이딩 방식으로 배를 물에 띄우다가 배 뒷부분을 지탱하던 진수썰매가 먼저 빠졌다는 것. 이에 구축함의 꼬리 부분이 땅에 닿았고 바닥에 구멍이 생기는 등 선체가 부서졌다는 것이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청진항의 대형 함정 진수 동향을 사전에 감시하고 있었으며, 측면 진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사고 구축함은 함수 쪽은 육지에, 함미 쪽은 바다에 빠진 채 선체가 누워있는 상태다. 북한 당국은 선체를 위장막으로 가려둔 것으로 추정된다.사고 구축함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수식을 개최한 5000t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의 ‘쌍둥이함’으로 보인다. 당시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하고 대규모 인원들이 동원됐던 최현호 진수식 행사는 조선중앙TV에서 1시간 넘게 보도됐다. ‘북한판 이지스구축함’으로 불리는 5000t급 구축함에 대해 북한은 “대공, 대함, 대잠, 대탄도 미사일 능력은 물론 공격 수단들 즉 초음속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육상 타격 작전 능력을 최대로 강화할 수 있는 무장 체계들이 탑재돼 있다”고 과시해왔다.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함수와 함미쪽 레일이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수 과정에서 배가 파손되는 건 굉장히 드문 사고”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해군력 현대화를 계속 강조해왔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수식 날짜를 맞추려다 보니 안전 절차 등이 부실하게 준비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대규모 문책 예고사고 전 과정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의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며 격노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직접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등을 일일이 거명하며 처벌을 예고했다.북한은 2023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때도 실패 사실을 공개했지만 분노나 책임자 처벌까지 공식화한 적은 없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간부들의 비위가 적발됐을 때 ‘특대형 범죄’ 등을 언급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교화’에서 공개처형까지 다양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처벌 수위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분노 메시지를 공개한 것을 두고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공포 정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다음달 소집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전까지 긴급 복원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선박 기능이 불능한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