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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민사8부(부장판사 홍기태)는 24일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받았다가 재심을 통해 36년 만에 무죄를 받은 김성배 전 준장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김 전 준장과 가족에게 8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1심 배상금액(4억1000만 원)이 적다고 판단해 배상액을 올린다”고 밝혔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4월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술을 마시다 “박정희 대통령이 노쇠했으니 물러나시게 하고 후계자는 이후락 형님이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사건.}
공기업을 그만둔 뒤 필리핀 이주를 결심한 김모 씨(47)는 2005년 12월 이주 정보를 찾다가 필리핀인이라는 한 사람을 소개받았다. 다음 해 1월 국가정보원 직원이 김 씨를 찾아와 “당신과 만난 사람이 간첩이니 한국으로 유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나랏일이면 돕겠다”고 약속했다.김 씨는 친분을 쌓은 뒤 2006년 7월 그와 함께 귀국했고 국정원은 숙소를 급습해 체포했다. 그는 바로 북한이 필리핀에 파견한 직파간첩 정경학이었다. 정경학 검거 공로를 인정받은 국정원 직원들은 포상금 7000만 원과 보국훈장 등을 받았다. 그러나 김 씨는 155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그러자 김 씨는 “정경학 검거로 국가가 얻은 이익은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할 경우 200억 원에 이르므로 그중 43억여 원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강성국)는 “국가가 간첩 체포를 통해 얻은 안보이익은 추상적 이익이므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해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낼 수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아동·청소년 선도가로 활동하던 유명 다도(茶道)인이 아동 성추행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실형과 함께 ‘어떤 아동·청소년과도 함께 숙박하면 안 된다’는 명령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영훈)는 수년 동안 상습적으로 아동을 성추행해 온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로 기소된 김모 씨(62)에게 징역 5년과 신상정보 공개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5년간 부착, 성폭력 치료강의 200시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위치추적장치 부착기간에 친족관계를 제외하고는 어떤 아동 청소년과도 숙박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김 씨는 ‘차(茶)’ 애호가이자 불우한 아동청소년을 선도하는 교회 장로로 방송에도 출연해 왔다.판결에 따르면 김 씨는 올 3월 경북 안동시에 살던 A 군(14) 부모에게 “안동보다는 서울이 교육 환경이 좋다. 남자답게 키워야 한다. 나와 함께 살면 성공할 것이다”고 설득해 A 군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그 뒤부터 수차례 함께 잠을 자며 A 군의 성기를 만지고 사정하게 하는 등 강제 추행했다. 또 A 군이 김 씨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고 손으로 만져 사정하게 했다. A 군이 반항하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빨리 안 해주면 화낸다”며 겁을 줬다. 삼형제를 모두 추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2004년 8월 김 씨는 친분이 있던 B 군(당시 10세) 부모에게 “중국 홍콩 여행을 데려가 견문을 넓혀 주겠다”며 데려와 집에서 B 군을 성추행했다. 김 씨는 중국 여행 당시 머물던 호텔 객실에서도 B 군을 성추행했다. 지난해 6월에는 B 군의 동생 C 군(당시 14세)도 일본 여행을 시켜주겠다며 불러 강제로 추행했다. 올 5월 김 씨는 전남 여수시 학동의 한 모텔에서 막내동생 D 군(13세)도 성추행했다. 정영훈 부장판사는 “김 씨는 사회적 평판을 이용해 아동 청소년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매우 오랜 기간 피해자를 추행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외부인의 학교 침입을 막으려고 현직 경찰관이나 퇴직교원 등을 학교에 배치하는 제도입니다. 미국 일본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어요. 이 제도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스쿨폴리스’ 제도입니다.” 18일 대전 유성구 원촌동 솔로몬 로(Law)파크 법 연수관 대강당에서는 전국 중학생 생활 법 퀴즈대회 ‘법 탐험 프로젝트, 최고로(最高LAW)!’ 최종 본선 대회가 열렸다. 법무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 등이 후원한 이 대회는 학생과 교사들이 학교생활에서 필요한 생활 법률 지식을 재미있는 퀴즈로 풀며 준법의식을 키우기 위해 마련했다. 올 9월부터 온라인 예선과 지역예선(5개 권역)을 거쳐 본선에 오른 개인전 참가자 101명과 단체전(교사 1명, 학생 2명이 한 팀) 13개 팀이 이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난이도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조차 “내가 중학생일 때도 이런 내용은 몰랐던 것 같다”며 참가 학생들을 격려할 정도로 수준급 문제들이 두루 출제됐다. 개인전 최종 우승은 권 장관이 낸 법률 용어 퀴즈 ‘중지 미수’에서 갈렸다. 권 장관은 “범죄를 시작했다가 스스로 중단해 범죄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 실제로 범죄가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며 중지 미수의 개념을 물었다. 이 문제에서 이영은 양(경남 창덕중 2년)이 정답을 맞혀 개인전 대상(법무부 장관상)을 차지했다. 이날 개인전 11명과 단체전 2팀(4명)이 입상했다. 금상(대한변협회장상)은 양원경 군(서울 장충중 1년)과 김가현 양(경기 죽전중 2년)이 수상했다. 단체전 최우수상(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은 이은경 교사가 이끈 서울 가원중 3학년 팀(고경찬 군과 전예지 양)이 받았다. 우수상(동아일보 사장상)은 김지원 교사가 인솔한 대구 신명여중 1학년 팀(박시언 양과 정수인 양)이 수상했다. 대전=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005년 12월 서울 유명 의대 병원 전공의로 근무하던 A 씨(당시 29세). 그는 중매인의 소개로 B 씨(당시 28세)를 만나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 시작했다. 2006년 1월 A 씨의 예비 장인은 “부동산을 팔아 현금 5억 원을 주겠다. 겨울에 아파트를 살 때는 사위와 딸 이름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겠다”는 각서를 썼다. 같은 해 3월 상견례 자리에서는 “4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주겠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원한다면 딸에게 줄 유산 5억 원에서 추가로 비용을 내 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삐걱거렸다. A 씨와 그의 아버지는 상견례 직후 “예단비로 건네준 1억 원이 너무 적다. 1억 원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B 씨 가족은 파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B 씨가 파혼을 받아들이지 못하자 결국 1억 원을 추가로 빌려서 A 씨에게 줬다. A 씨 가족의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 씨 아버지는 아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새 차를 사줘야 한다며 2250만 원을 또 받아냈다. 신혼여행 경비 1000만 원도 B 씨 측에서 부담하게 했다. 이들은 2006년 6월 결혼식을 치렀으나 신혼여행지에서 여행경비와 쇼핑 문제로 다투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첫날밤 부부관계에도 실패했다. 현재까지도 단 한 차례의 부부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이 사이 B 씨 본가가 부동산 매매 잔금을 받지 못해 약속한 살림자금과 아파트는 주지 못했다. A 씨도 전공의 3년차 생활에 바빠 잠만 자고 다시 일하러 나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B 씨에게 생활비도 전혀 주지 않았다. A 씨는 또 결혼하기 이전부터 사귀어 오던 C 씨와의 만남을 결혼 후에도 이어갔다. 2006년 11월경 C 씨는 B 씨에게 ‘남편 단속 좀 잘해라’라는 문자메시지와 태아 사진까지 보냈다. 또 B 씨의 신혼집을 찾아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A 씨는 결혼 전부터 교제한 간호사 D 씨와의 관계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전화를 하며 친밀하게 지냈다. 하지만 A 씨는 적반하장으로 결혼 9개월 뒤인 2007년 4월 협의이혼을 요구했다. B 씨 가족의 화해 노력에도 2008년 9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까지 냈다. 1, 2, 3심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은 A 씨의 책임’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 도중이던 지난해 1월 A 씨 장인은 숨졌으나 A 씨는 “장인이 결혼 전 약속했던 현금 5억 원과 5억 원 상당 아파트를 사주기로 했으므로 나에게 상속분으로 그 절반인 5억 원을 지급하라”며 B 씨 가족을 상대로 별도의 약정금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박형남)는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키지 못한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B 씨 부친이 딸의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 경제적 뒷받침이 되길 바라며 각서를 써준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더라도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A 씨의 여러 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이 난 데다 B 씨가 심한 좌절감과 모욕감을 느꼈다”며 “혼인관계 파탄 후에도 지참금 소송을 낸 것은 부부로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 사람이 가져야 할 예의를 지키지 않은 행동으로 인륜과 사회상규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 “A 씨는 B 씨를 경제 상황을 풍족하게 하는 수단으로만 삼았다”고 질타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57) 측 변호인단은 16일 후보자를 사퇴시키기 위해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를 승낙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것을 중지하거나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였던 자나 후보자였던 자에게 이익이나 직의 제공 등을 받거나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한 자)에 대해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변호인단은 “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처벌범위가 자의로 확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법의 위헌성을 검토한 뒤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만약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재판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의무적으로 중지된다. 그러나 재판부가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이 경우 곽 교육감 측은 “법률이 직접 헌법에 위반된다”며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 한편 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였던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는 자신을 로스쿨 준비생이라고 밝힌 A 씨(24)가 재판을 녹음하다 방호원에게 적발돼 감치재판을 받고 2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재영)는 16일 고의로 생니를 뽑고 공무원시험 응시 등 거짓 사유를 내세워 군 입영을 연기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지난해 10월 기소된 가수 MC몽(본명 신동현·32)에게 1심과 같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고의 발치 부분인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해 MC몽에 대한 병역면제 처분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2급 지적장애인 허모 씨(36). 그는 지적장애 외에는 질환이 없다. 먹고 있는 약도 없다. 의사소통에도 지장이 없다. 허 씨는 지난해 4월 종신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동양생명 등 보험회사 4곳에 전화를 걸었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허 씨는 지난해 부당한 차별을 금지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소송 어느 과정에서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은 단 한 차례조차 법원 판단 기준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월 12만 원대 종신보험 가입도 어려워 허 씨는 국내 대형 보험회사 4곳에 전화를 걸어 일반인 종신보험에 가입하려고 문의했다. 일부 보험회사에 장애인 전용 보험이 마련돼 있지만 혜택이나 보호범위가 좁아 사실상 잘 활용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 허 씨는 통상 비장애인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보험회사 홈페이지에서 신상 정보를 입력한 뒤 보험 상품을 선택하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허 씨가 설계한 상품은 월 납입 보험액으로 12만 원대 일반인 종신보험이었다. 허 씨와 통화를 하던 전화상담원들은 처음에는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나 이후 모두 보험 가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에서는 건강진단까지 받아 일상생활이나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직원으로부터 “정신지체 장애 2급이고,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직업을 가진 점으로 보아 보험가입 기준상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어렵다”며 “장애인용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허 씨가 가입하려던 상품 약관에는 장애인의 가입을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결국 허 씨 등 2명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로 헌법에 위반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위반된다. 보험가입 청약에 대해 승낙하라”며 지난해 이 4개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 법원, 보험사 손 들어줘 이 사건에서 최근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문용선)는 “허 씨가 종신보험을 가입하려는 계약에 대한 ‘청약’단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허 씨 주장을 기각한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1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김정원)와 같은 결론이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청약’과 ‘승낙’이 필요한데 이 사건에서 계약 조건 등이 명시된 적법한 청약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보험회사가 계약에 승낙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 결과를 두고 ‘청약’의 존재 여부에 관한 형식적 판단에 그칠 빌미를 준 원고와 ‘지적 장애인 사건에서 적극적 판단에 나서지 않는’ 법원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고는 끝까지 청약서를 완성한 뒤 소송을 내는 것이 옳았고, 법원은 전화 상담 단계에서 가입을 사실상 거절당하게 되면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 힘든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애써 눈 감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재판부가 보험 가입 거절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에 들어갔더라도 장애인 권익을 향상시키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게 일선 판사들의 견해다. 먼저 재판부가 ‘가입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라’는 판결을 내렸을 경우. 법조계 관계자는 “이 경우 보험회사는 지적 장애인의 전화를 끝까지 받으며 청약을 받은 뒤, 보험 가입을 거절해도 위법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법원이 한발 나아가 ‘보험회사는 지적 장애인의 보험 청약에 승낙하라’고 판결하는 것은 법 조항의 한계 안에서 판결해야 하는 법원에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처칠로드 초등학교는 4학년 학생들에게 내준 심화형 수학 문제풀이 쪽지 상단에 학생 이름과 함께 사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 바로 아래엔 ‘이 사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학생 자신의 생각으로 풀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이라고 적혀 있다. 초등학교 4학년에게 수학 과제물을 내주면서 ‘내 생각으로 푼 것’ 을 증명하는 사인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2010년 1월 시차(時差)를 이용해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시험지를 미국 동부지역 고교생에게 전달해 준 학원 강사가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부정행위의 수혜자는 2400점 만점인 SAT 평소 성적이 2100점대였던 우수 학생들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사건이 공개된 뒤 나타났다. 일부 학부모는 과외 학원을 찾아가 ‘왜 비싼 학원비를 받고서 우리 애한테는 문제를 안 빼줘서 손해를 입히나’ 라고 따졌다.》위의 두 가지 사례는 ‘거짓말의 나라’ 대한민국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거짓 자체를 두려워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거짓으로라도 성과만 달성하면 ‘OK’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물론 미국에서도 거짓(hoax)과 마을(ville)이란 단어를 조합한 거짓공화국(Hoaxville)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거짓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같은 ‘거짓말 불감증’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부터라도 ‘명예로운 한국’을 위한 해법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결핍되면 선진사회에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프랜시스 후쿠야마). ○ 거짓말 불감증미 SAT 부정사건은 일부 부모에게 국한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자녀에게 부모가 대신 해준 숙제를 제출하게 한다거나 중고교생 자녀의 자원봉사 과제를 대신 해주고 ‘남는 시간에 수학문제 더 풀라’고 한다면? 또 대학입시 자기소개서를 대행업체에 맡기기 위해 지갑을 여는 부모라면? 대학가에 퍼진 시험부정 행위와 기말과제 베껴내기는 기성 질서의 부조리를 비웃는 젊은층도 허위의 문화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나미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은 “이런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 잔재를 털어내는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거짓의 생명력은 그것의 ‘단기적 만족’이 크다는 데 있다. 발각되지만 않는다면 이보다 편한 게 없다는 것이다. 자기 평가보다는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따지는 성향이 한국인의 심리를 파고들면서 ‘엄격한 평가자로서의 자기’를 잃어버린 게 거짓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진실을 아는 자신의 평가 대신에 제한된 정보를 지닌 주변인의 평판이 압도적으로 중시되면서 ‘거짓’으로 치장하려는 동기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이런 진단과 함께 “겉으로 드러나는 금전적 성취나 지위보다는 스스로 평가한 자부심의 크기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실 고백의 용기거짓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진실 고백이 쉬워져야 하며, 이런 용기를 높게 평가하는 문화적 바탕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런 결심을 높이 평가해주는 토양은 미미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프랭크 케슬러 교사는 학생들의 과제물을 채점하면서 두 학생의 리포트가 아주 비슷한 사실을 발견했다. 케슬러 교사는 두 학생을 불러 어떻게 리포트가 이처럼 비슷한지 추궁했고,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공교롭게도 두 학생이 동시에 베낀 사실을 확인했다. 교사에게 불려간 두 학생 중 한 학생은 인터넷에서 베낀 사실을 인정했지만 다른 학생은 끝까지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였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에선 잘못을 인정한 학생에겐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끝까지 표절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퇴교 조치를 내렸다. 표절이 나쁘다는 것은 똑같았지만 거짓말을 한 데 대해선 용납하지 않는 미국 학교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뉴햄프셔의 명문 사립인 세인트폴 고교의 강의실 출입문에는 ‘명예 코드’가 붙어 있다. 거기엔 “시험부정이나 표절을 하는 동료를 보면 반드시 학교 당국에 신고하라. 그것이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부정행위를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춘기 청소년에게 시쳇말로 ‘고자질’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미국 사회가 미래의 리더에게 어느 정도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지를 가늠케 한다. 이 학교 교사는 “명예를 바탕으로 한 우리 학교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 어린 학생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요구 못할 바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예로운 한국을 위하여전문가들은 부모의 역할이 더 명예로운 사회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자녀들에게 “거짓말로 인한 잘못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 지금 당장 더 혼나는 ‘손해’를 감내하라. 그게 훗날 달라진 너를 만든다”는 가르침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나미 원장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녀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시작해야 할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말했다.부모의 역할과 함께 타인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직무를 맡은 선생님과 지식인도 적잖은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황 교수는 정부건 기업이건 훈장이나 표창을 주는 기준을 새롭게 만들면 명예의 기준을 새로 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취에 대해서만 훈장을 줄 게 아니라 명예를 위한 행위를 인정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놓고 법조계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그 자체로 보장되어야 할 헌법적 가치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의도된 거짓이나 음모론 확산으로 한국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되어야 할 ‘신뢰’를 해쳤다면 고강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법정 거짓말에 집유이하 선고가 82%… 위증사범 솜방망이 처벌 ▼위증-증거인멸 10년새 2배 “법정 형량 상향조정해야”“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盟誓)합니다.”엄숙한 법정에서 증인 선서가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법정에 서는 증인은 누구나 선서를 해야 한다. 형법 제152조에 따라 선서를 한 증인이 거짓 진술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법정에서도 거짓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거짓말 경연장’ 된 법정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해 기소되는 위증사범은 해마다 늘고 있다. 위증과 증거인멸죄로 1심에 접수된 사건은 10년 전 836건에서 2009년 1983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625건이 접수돼 10년 새 갑절 가까이로 늘었다. 검사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형사법정이 이 정도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의 한 판사는 “민사법정은 ‘거짓말 경연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라고 자조했다.위증사범은 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지난해 접수된 위증죄 사건의 1심 선고 결과를 보면 집행유예 이하(재산형, 선고유예 포함) 선고율이 82%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위증죄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법정 진술을 바탕으로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중심주의 재판이 정착하려면 거짓 증언 차단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실제로 공판중심주의가 강조되면서 법원이 위증죄를 엄하게 처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정 때문에…, 또 의리 때문에…’법정에서 거짓이 판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인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한국적 정서를 꼽는다. 신에 대한 선서나 서약위반을 중대한 범죄로 보는 기독교적 전통이 있는 영미권 국가와 달리 한국인은 선서를 하고도 지인을 위해 거리낌 없이 거짓 증언을 한다는 것이다. 인천지검은 지난달 20일 레미콘 기사인 직장 동료끼리 다투다 전치 8주의 중상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동료를 감싸주려 법정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권모 씨 등 8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폭행 혐의로 기소된 동료 전모 씨의 부탁에 단체로 “전 씨가 동료를 때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허위 증언을 했다.상대적으로 가벼운 위증죄 처벌 규정도 위증죄가 만연하는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일본은 위증죄를 저지른 경우 3개월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1년 이상 징역이다. 고소사건이 많아 위증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사사건을 형사사건화하는 등 고소·고발을 남발하다 보니 위증을 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위증을 막으려면법조계에서는 법정에서 거짓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증죄에 대한 법정형량을 상향 조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벌에 앞서 위증을 예방할 수 있는 사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동운 서울대 법대 교수는 “느슨하게 진행되는 재판에서는 피고인이나 증인이 입을 맞춰 위증할 여지가 크다”며 “집중 심리제를 통해 위증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증인신문 방식을 개선해 유도신문 때문에 증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증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교육감 측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57)가 “후보 단일화 대가로 5억 원을 주기로 합의하며 내가 보증을 섰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교수는 “지난해 5월 19일 인사동 찻집에서 박명기 교수 측 협상대리인 양모 씨 등과 만났다. 당시 우리 쪽에서 후보 단일화 대가로 5억 원을 박 교수에게 주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가 “합의사항에 대해 이모 씨(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에게 ‘곽 교육감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하자 그 배경을 김 부장판사가 캐물었다.“왜 곽 교육감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했지요?”(김 부장판사)“곽 교육감이 강경했어요. 후보 단일화가 절실했던 선대본부장으로서의 공명심에서 그렇게 했습니다.”(최 교수)단일화 대가로 5억 원을 주기로 합의했다는 곽 교육감 측 선대본부장 최 교수의 진술이 나오자 검찰은 ‘5억 원의 최종 책임자가 곽 교육감’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조서를 공개했다. 법정 내 스크린에는 최 교수의 검찰 진술 조서가 그대로 드러났다.“박 교수가 후보에서 사퇴하면 그 대가로 돈을 줘야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검사)“당연히 곽 교육감입니다.”(최 교수)박태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의 질문에 최 교수는 “그 부분이 상당히 괴로웠다”며 “합의 내용을 이행해야 할 사람이 곽 교육감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내 대형 로펌(법무법인) 시장 구도가 김앤장이 독보적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광장이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률 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로펌 시장이 김앤장 독주 시대를 끝내고 김앤장과 광장의 ‘양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8일 국제 법률시장 정보 제공업체인 영국 리걸리즈가 발표한 ‘리걸500’ 분석 결과 한국 로펌 가운데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14개 전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개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던 광장은 올해 분쟁해결 분야를 제외한 13개 영역에서 최고등급을 얻어 1위 김앤장을 바짝 추격했다. 조사 결과 태평양은 3개 영역(분쟁해결, 노동, 프로젝트·에너지)에서 1등급을 받았다. 세종(자본시장, 노동)과 율촌(공정거래, 조세)은 2개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 리걸500은 100여 개국 주요 로펌들의 분야별 경쟁력을 평가해 등급을 나눈다. 로펌별 자료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로펌을 평가한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은욱 전 사장을 청부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출석한 이윤재 피죤 회장(77)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임성철 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 사장의 해임 분쟁이 언론에 보도돼 매출이 급감하고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벌어져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 지시로 조직폭력배에게 폭행을 사주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피죤 본부장(47)도 법정에서 “혐의를 다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간암 투병 중인 이 회장은 이날 환자복과 청색 외투를 입고 출석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이 회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김 본부장이 너무 안됐다. 제가 판단을 잘못했다”고 대답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회장은 김 본부장을 통해 조직폭력배에게 3억 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하고 폭력배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 박모 씨를 출석시켜 한 차례 재판을 연 뒤 22일 결심 공판을 진행키로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59)이 “허위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한겨레신문사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한겨레신문이 미국 측에 쌀 시장 개방 추가협상을 약속했다는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본인 명예와 더불어 정부, 외교부의 자긍심이 훼손당했다”며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겨레신문은 9월 15일자 신문에서 위키리크스 문서를 근거로 △김종훈 ‘쌀 개방 추가협상’ 미국에 약속했었다 △ 2015년 쌀시장 개방 때 미국, 특혜요구 가능성 커 △ 김종훈 본부장의 쌀 개방 ‘밀약’ 진상 밝혀야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동시에 처벌하는 법) 시행 이후 처음 구속된 의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상급심 재판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법에 따라 의사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7부(부장판사 정효채)는 7일 의약품 유통업체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모 씨(38)에게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 원을 선고했다. 또 11억여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기소된 유통업체 S사 전 대표 조모 씨(56)에게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S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S의료재단 이사장 조모 씨(57)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추징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의료재단 설립자 이모 씨(55)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9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의약계에서 과거부터 존재한 리베이트는 건전한 거래 질서를 해쳐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에게 전용 회선을 제공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노정남 대신증권 대표에 대한 공판이 형사합의27부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방청석 왼쪽 첫째 줄에서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두 남성이 재판 과정을 빼곡하게 적고 있었다. 그들이 적고 있는 메모지에는 국내 최상위권 유력 로펌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해당 로고는 노 사장을 변호하고 있는 로펌 로고가 아니었다. 그는 또 몸 한편에는 아이폰을 두고 있었다. 이 남성은 법원 경비의 눈치를 살피더니 아이폰을 꺼냈다. 활성화 상태가 된 아이폰 화면에는 녹음 중일 때 드러나는 전화기 상단 빨간색 줄과 커다란 마이크가 또렷하게 보였다. 재판이 끝나자 이 남성은 녹음 정지 기능 버튼을 누른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방에 아이폰을 넣었다. 기자가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는 기자의 시선은 피한 채 재빨리 법정 밖으로 나갔다.12개 증권사 대표가 검찰 칼끝에 걸려든 주식워런트증권(ELW) 비리 사건. 벌금형 이상이 확정될 경우 관련 업무에 종사할 수 없게 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한 회사 사건을 맡은 로펌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특히 형사재판부 4곳에서 진행 중인 재판 가운데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노 대표 사건이 이번 사건의 시금석 역할을 하는 만큼 로펌 관계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변호를 맡은 대형 로펌 관계자가 법정에서는 녹음이나 녹화가 금지돼 있다는 규정까지 무시하고 법관과 법정 경위의 눈을 피해 몰래 녹음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법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자행되는 법정 녹음은 법정에서 진술하는 증인이나 피고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현행 형사소송법 56조의 2도 법정 녹음을 하고 싶으면 재판장에게 녹음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밀 유지가 필수적인 간통 사건이나 개인 간 내밀하고 민감한 이야기들이 터져 나온 순간을 몰래 녹음했을 경우에는 인권 침해 소지마저 생긴다. 녹음 파일이 자칫 유출될 경우 불필요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도 우려된다. 하지만 국내 법정에서는 몰래 재판 과정을 녹음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법에 따라 권리를 논하는 법조계 인사라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변호를 하는 것이 옳다.장관석 사회부 기자 jks@donga.com}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이 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구형을 받았다. ELW 부당거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증권사 사장 12명 중 처음 열린 결심공판에서 실형 구형이 나오자 증권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노 사장이 28일 선고공판에서 벌금형 이상의 형만 확정돼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장직을 잃게 된다. 이는 남은 사장 11명의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증권사 사장들이 무더기로 현직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자본시장의 중추인 증권사 대표와 고위임원이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수수료 수익을 챙기고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대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일반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검찰이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내린 무리한 기소”라며 노 사장 등이 무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스캘퍼 등이 ELW시장 참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고 스캘퍼가 빠르게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편의 제공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6월 스캘퍼의 ELW 매매주문이 일반투자자들보다 빠르게 처리되도록 스캘퍼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전현직 증권사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과 부당혜택을 받은 스캘퍼 등을 기소했다. 대신을 비롯해 대우, 삼성, HMC투자, 유진투자, LIG투자, 한맥투자, KTB투자, 이트레이드, 우리투자,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12개사의 전현직 대표들이 4개 재판부로 나뉘어 재판을 받고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주식워런트증권(ELW) ::코스피200 등의 기초자산을 만기에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Call) 팔 수 있는(Put) 권리를 나타내는 증권. 특정 지수나 종목의 가격보다 적은 금액을 투자해 고수익을 낼 수 있고 손실을 보더라도 투자금액만 포기하면 된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번복해 위증 혐의로 기소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3일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2명과 3분가량 다소 어색한 '노상 해후'를 했다. 법정에서 말을 뒤바꾼 한 전 대표로 인해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진 담당 검사들과 한 전 대표가 비좁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상황이 벌이진 것이다. 3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5층 형사법정에서 40분가량 진행된 첫 재판에서 설전을 나눈 이들은 법정 밖 통로를 이용해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수사검사 2명보다 2m가량 뒤에서 변호인과 걸어 나오던 한 전 대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검사를 바라보자 먼저 다가가 말을 꺼냈다. 한 전 대표는 "○검사님 인사발령 났던데 축하…"라며 먼저 어색함을 깼다. 검사는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시켰다.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검사와 한 전 대표 및 변호인은 함께 같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9명이 탑승한 엘리베이터는 다소 비좁았다. 수사검사 바로 뒤에 서 있던 한 전 대표는 또 다시 검사에게 "○검사님은 어디…"라며 인사 발령을 물었다. 그러자 검사는 한 전 대표를 바라보며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와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1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검사들은 서둘러 발걸음을 뗐다. 앞서 검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한 전 대표는 검정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비교적 혈색이 좋은 상태로 출석했다. 돋보기를 꺼내 재판기록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한 전 총리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 선고 결과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다 재판장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 변호인은 한 전 총리 항소심 사건 선고 이후로 이 사건 재판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장관석기자 jks@donga.com}

줄기세포 논문 조작 문제로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과대학 석좌교수(59·사진)에게 내려진 파면 처분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곽종훈)는 3일 황 전 교수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소송에서 “논문 조작 경위나 실체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채 내려진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로 위법하다”며 1심을 깨고 황 전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황 전 교수가 허위로 줄기세포주가 수립된 것처럼 주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연구진 등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점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다 논문의 일부 데이터를 조작해 학자로서 성실 의무를 어긴 점 △서울대 교직원 전체의 품위를 손상하고 국민의 불신을 야기한 점 등에서 징계 사유는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논문 주요 데이터가 조작된 근본적인 원인이 공동연구를 수행하던 미즈메디 연구원들의 자의적인 검사 결과 조작에서 비롯됐다”며 “황 전 교수가 연구 총괄책임자라는 이유로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 처분이 내려져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황 전 교수가 과학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준 것에 깊이 반성하고 있어 사직서를 제출한 데다 동물복제 연구에 정열을 쏟아 탁월한 업적을 남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황 전 교수는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2006년 4월 파면됐다. 황 박사는 그해 11월 파면 처분 취소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1심에서는 패소했다. 파면 처분이 취소됐지만 황 전 교수의 복직은 적어도 형사 확정 판결 이후 4년간은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 전 교수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을 숨기고 지원금을 받거나 연구비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황 전 교수는 당연 퇴직처리된다. 이 경우 국가공무원법 33조 4호(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에 따라 황 전 교수는 집행유예 기간 2년이 끝난 뒤 추가로 2년이 지나서야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다. 한편 이날 황 전 교수는 판결 선고를 하루 앞둔 2일 강원도의 암자에 들어가 절에서 기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교수의 변호인은 “선고 소식을 들은 황 박사가 통곡을 했다”고 전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종식 채널A 기자 bell@donga.com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3일 부산저축은행그룹 핵심 로비스트 윤여성 씨(56)에게서 금품을 받고 ‘구명로비’를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0·사진)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7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은 씨는 공무원의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훼손해 실형에 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은 씨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부산저축은행 검사 강도를 완화하도록 금감원장에게 부탁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3차례에 걸쳐 7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핵심 근거는 검찰이 자금 공여자로 지목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검찰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9억여 원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준 적이 없다”고 말을 뒤집는 등 진술의 일관성이 없고 여러 객관적 상황과도 맞지 않는 점이 많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하지만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9억여 원 존재’ 등 검찰이 유죄의 증거나 정황으로 제출한 여러 사실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열릴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과 한 전 총리 간 법정 공방의 쟁점이 될 여지를 남겼다.검찰이 지난해 4월 한 전 총리의 9억여 원 수수 혐의 사건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한만호 전 대표가 2007년 한 전 총리에게 세 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달러 등을 합쳐 9억여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재판에서 한 전 총리의 유·무죄를 가리는 핵심 쟁점은 한 전 대표가 검찰에서 했던 자금 공여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모아졌다.이날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 전 대표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지난해 12월 열린 재판에서는 “검찰에서 거짓말을 했다”며 검찰 진술을 정반대로 뒤집었다는 점을 들어 기본적으로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고 검찰 진술을 뒤집은 법정증언도 인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검찰에서 했던 자금 공여 진술 역시 믿을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재판부는 일반적인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행태에 비춰볼 때 한 전 총리의 자택이나 자택 주변 도로에서 돈을 건넸다는 한 전 대표의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균 30초당 1대씩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에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기 위해 차량 안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피고인이 편안하다고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또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자가 억대의 정치자금을 재정담당자나 믿을 만한 보좌직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받는 것이 흔한 경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이 그의 사업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진 정황이 있다고 재판부가 본 것도 한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전 대표가 검찰에서 진술할 당시 한 전 총리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었고 정치적 폭로를 이용해 사업상 이익을 얻으려 도모한 듯한 모습이 엿보였다고 판단한 것이다.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발행한 1억 원 상당의 수표가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사용된 사실에 대해서도 “1억 원 수표를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수표가 한 전 총리에게서 그 동생에게 전달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의심스러운 9억 원의 존재 인정재판부가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가 조성한 9억여 원과 관계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결과라기보다는 9억여 원이 한 전 총리에게 확실히 전달됐다는 검찰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한신건영에서 9억여 원이 조성됐고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의 측근인 김문숙 씨에게서 2억 원을 돌려받은 사실 등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비춰보면 9억여 원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