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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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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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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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20년간 법인세 인하 - 부가세도 면제… 해외기업에 인센티브

    현대자동차가 중동지역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를 낙점하고 자동차 반조립제품(CKD) 공장을 짓는 것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의 영향이 컸다. 거기에 부품 조달과 수출에 유리한 입지도 매력적이었다. 사우디 제2의 도시인 제다에서 북쪽으로 120km 이동하면 나오는 KAEC는 제조업 육성과 물류허브를 추구하는 사우디의 개혁안 ‘비전 2030’의 핵심 원동력 중 하나다. KAEC는 2006년부터 초기 개발이 시작됐다. 사우디 정부는 이곳이 200만 인구를 수용하고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업·관광·물류 도시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100곳 이상의 기업이 이미 KAEC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현대차 CKD 공장 부지 인근에도 벌써 사우디의 전기차 브랜드인 ‘시어(CEER)’와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루시드의 생산시설이 들어섰다. KAEC는 중동 지역을 가로지르는 홍해 연안 중심에 위치해 수출과 수입에 탁월한 입지를 지녔다. KAEC가 품고 있는 킹 압둘라 항구를 통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들을 공급받고, 완성된 자동차 제품들을 다른 중동 지역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더구나 사우디는 경제특별구역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4월 KAEC, 리야드, 자잔, 라스 알카이르 등 4곳에 경제특구를 신설하고 투자 및 인센티브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법인세를 20년간 최대 5% 인하해주거나, 경제특구 내 거래 물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면제, 각종 행정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5년간은 ‘사우디제이션(Saudization·사우디 국민 채용)’이라는 규제 없이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KAEC를 자동차산업·정보통신기술(ICT)·제약·물류의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라스 알카이르는 조선업, 자잔은 식품가공업·물류, 리야드는 컴퓨터·제약·항공부품 위주로 키워 나갈 예정이다. 박동휘 현대차 아중동권역본부장은 “KAEC는 입주 업체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경제특구인 데다 부품 운송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며 “중동국가들의 개발 및 투자 유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보니, 이들 국가의 경제 개발계획에 부합하는 분야의 업체들에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제다=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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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중 쪼개진 이스라엘… “사법부 무력화 입법무효”

    이스라엘 대법원이 1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연정이 지난해 통과시킨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무효화했다.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이 법안은 제출 당시부터 현직 총리 최초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 본인을 구하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따른 국민적 반발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우려도 상당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잠시 봉합되는 듯했던 이스라엘의 내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번 판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와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이미 적지 않은 지도력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추가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전시 상황에서 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 대법관 15명 중 8명 “민주국가 훼손”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15인이 전원 참여한 가운데 찬성 8, 반대 7로 지난해 7월 의회가 가결한 ‘사법부에 관한 개정 기본법’을 무효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이 법이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기본 성격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행정부의 비합리적인 장관 임명을 심사하는 사법부의 권한을 없애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행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사법부의 견제 장치를 없앴을 뿐 아니라 총리가 자격 없는 측근을 요직에 임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이유로 논란이 많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말 세 번째 집권에 성공했다. 두 번째 임기 중의 부패 혐의로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는 그가 집권 직후부터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추진하자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해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조차 깼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거셌다. 맹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거듭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이스라엘 곳곳에서는 대규모 반대 집회가 벌어졌지만 결국 법안은 넉 달 후 의회를 통과했다. 야권의 반발로 같은 해 9월부터 대법원이 이 법안의 적합성을 심사했고 이날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둘러싼 후폭풍과 국론 분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7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무효화 결정에 반대할 정도로 사법부의 분열 또한 우려할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 네타냐후 총리보다 더 극우 성향으로 유명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반민주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등 야권 지도자는 “대법원이 국민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며 반겼다.● 설상가상 네타냐후, 전쟁에도 영향 네타냐후 총리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하마스와의 전쟁 상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정권은 하마스의 선제 공격을 사전 인지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1200여 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비판을 여전히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탄 입법을 재시도하면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 온 예비군이 반(反)네타냐후 시위를 재개하거나 복무 거부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 등이 진단했다. 예비군들은 지난해 법안에 반발해 복무 거부를 선언했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복귀한 상태다. CNN 또한 “네타냐후 총리가 논란이 되는 변화를 강행할 경우 헌정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평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향후 몇 주 안에 수천 명의 병력을 철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그간 계속됐던 대규모 공습과 지상군 위주의 교전 대신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해 민간인 희생을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이스라엘 지원 사격을 위해 지중해에 전개됐던 미 해군의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함대도 본국으로 귀환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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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사막에 韓 경전철… ‘무역한파’ 녹인 중동수출

    사우디아라비아 내륙의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수도 리야드. 작년 12월 26일(현지 시간) 찾은 이 모래빛 도시에서 수많은 덤프트럭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공사 현장이 있다. 사우디 첫 도시철도로 770만 시민의 발이 돼 줄 ‘리야드 메트로’다. 2013년 착공한 이 경전철은 총 168㎞ 길이의 6개 노선으로 4월 동시 개통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삼성물산은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금융지구까지 길게 뻗은 노란색의 지상철도 4호선을 책임지고 있다. 사우디의 관문을 한국의 건설사가 맡은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1조 달러(약 130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시티’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서울 면적의 44배)에 미래도시를 짓는 사업으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네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직도시 ‘더 라인’의 철도용 지하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수출 한파 속에 한국 경제는 크게 위축됐지만 중동이 새로운 성장 돌파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에 대한 수출은 7.3% 늘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교역량이 줄면서 한국 수출이 3년 만에 7.4% 줄어들었고,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수출이 급감(―19.9%)한 것을 감안하면 큰 성과다. 특히 지난해 1∼11월 기준 사우디(11.3%), 아랍에미리트(UAE·8.7%), 카타르(57.9%) 등 중동 3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11.2%에 이른다. 정부가 지난해 말 중동 6개국 경제협력체인 걸프협력이사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관세 장벽이 낮아져 앞으로 한국 방산, 음식, 뷰티 등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중동이 한국의 실질적인 수출 대안 시장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970년대 석유파동 위기 때 중동의 건설과 산업 항만 공사를 수주했던 기업들은 이제 중동 국가들의 탈(脫)탄소 전환을 위한 미래도시 구축, 모빌리티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장은 “중동은 아직 인구 증가세가 가파르고 성장 역동성이 큰 지역”이라며 “향후 중동 시장이 점차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중동 수출, 건설서 車-전기부품 다변화… 사우디 수출 46% 급증 〈1〉 중동, 미래시장-투자 큰손으로對中수출 20%↓ 중동3국은 11%↑… 車수출, 작년 사우디에만 1.7조원중동국, 오일머니 앞세워 韓투자… UAE 韓투자액 4년새 800배로 중동이 과거의 석유 수입국을 넘어 한국의 미래 시장이자 한국에 대한 ‘큰손’ 투자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 주요국들과 달리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무슬림 인구는 2050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 명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수출 한파를 맞은 한국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주요 3국 대상 수출은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이 수출 다변화를 위한 핵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신(新)중동, 석유 수입국 넘어 미래 시장으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1년 전보다 7.4% 줄어든 6326억9000만 달러(약 821조9000억 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입은 12.1% 줄어든 6426억7000만 달러였다. 무역수지는 99억7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특히 한국에 대규모 흑자를 안겨줬던 대중(對中) 수출은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전년 대비 19.9% 줄어든 1248억4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시절이었던 2022년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신시장으로 중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11월까지 중동 3국(사우디, UAE, 카타르) 대상 수출액은 94억5688만 달러로 11.2% 성장했다. 2019∼2023년(11월) 약 5년간 추이를 살펴봐도 한국 전체 수출액이 6.04% 늘어나는 동안 중동 3국 대상 수출액은 25.7% 급증했다. 특히 카타르 대상 수출액은 전년 11월까지 57.9% 급증했다. 사우디도 같은 기간 11.3% 성장했고, 2022년엔 46.3% 급등하며 명실상부 신시장으로 떠올랐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수출국 다변화를 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중동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원유 수입국’ 혹은 ‘건설 신화’로만 알려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 중동 수출을 견인하는 것은 자동차다. 자동차는 대표 수출국인 사우디를 기준으로 작년 수출액 1위(12억9900만 달러)를 기록한 품목이다. 이 외에도 변압기 등 전기부품(2억5900만 달러), 불도저 등 건설 중장비(1억5000만 달러), 고무 타이어(1억4000만 달러)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일머니’ 앞세운 큰손, 한국 투자도 확대앞서 올해 3월 울산 울주군에선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 원이 투입된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이 열렸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를 뜻한다. 사우디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람코가 대대적으로 투자한 이 석유화학 생산 공장은 2026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중동 주요 국가들에서 오는 ‘오일머니’도 국내 산업계 곳곳에 투입되며 한국 산업계에 새 활력이 되고 있다. 산업부 외국인투자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동 3국의 국내 투자액은 일제히 급등했다. 사우디가 2019년 409만 달러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4억4900만 달러로 늘었고, UAE는 20만 달러에서 1억5973만 달러로 늘었다. 중동 국부펀드의 국내 기업 투자도 활발하다. 지난해 1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4억8200만 달러를 투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6월까지 넥슨 지분을 총 2조5000억 원어치 사들이기도 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장은 “중동의 많은 국가가 화석연료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외국 기업들과의 관계 확대, 투자 유치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이 중동을 새로운 미래 파트너로 주목받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리야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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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석탄’ 삼성물산, 사우디 사막에 친환경 발전소 건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중심도시 담맘.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 약 250㎞를 달리자 삼성물산이 건설하는 ‘타나집(Tanajib) 발전소’가 사막 한가운데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27일 찾은 현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근로자 2000여 명이 작업을 위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타나집 발전소는 하루 생산 2만4000t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와 전력 940㎿(메가와트) 및 스팀 1100t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로 구성된다. 완공되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가스 플랜트에 공업용수와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2년 전만 해도 황량한 사막 벌판이던 땅이 사우디 동부 개발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조면철 삼성물산 타나집 플랜트 현장소장은 “한국 기업은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도 기한을 지켜 사우디 정부는 물론 중동 전역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 10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한 이후 타나집 발전소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는 석유 고갈에 대비해 탈석유화 바람이 불고 있는 중동 지역 수요와도 맞아떨어졌다. 최근에는 사우디 투자부(MISA) 등과 ‘그린수소 암모니아’ 사업 수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과거에는 석유화학 플랜트나 초고층 빌딩 등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친환경에너지 등 신산업 영역으로의 진출이 늘고 있다”며 “특히 그린수소 암모니아 등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향후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주바일(사우디)=김기윤 pep@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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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건설 신공법으로 ‘사우디 메트로’ 공사단축…“추가 수주 기대”

    “전철은 언제 개통하나요?”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 터미널3과 연결된 리야드 메트로 4호선 역사. 아직 개통 전인데도 많은 시민이 인근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공항에는 ‘메트로(METRO)’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됐다. 사우디 첫 도시철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열차들이 시운전에 나서며 더 커졌다고 했다. 최영훈 삼성물산 리야드 메트로 부사장은 “사우디 국민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커 도시철도 같은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이를 짓는 우리도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관문, 리야드 메트로 완공 임박 이르면 올해 4월부터 리야드를 찾는 수백만 명의 해외 방문객과 사우디 국민은 리야드 메트로를 타고 도심에 들어갈 수 있다. 리야드 메트로의 총 6개 노선 중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3공구의 4·5·6호선을 맡았다. 3공구 공사비만 1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우디 정부는 인구 770만 명인 리야드를 1500만 명 규모의 글로벌 도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리야드 메트로는 이를 실현시킬 핵심 인프라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맡은 노선은 미국 등의 건설사가 시공 중인 1·2·3호선보다 공사 기간을 단축했다.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교량 상판을 설치하는 ‘교량 상판 일괄 가설 공법(FSLM)’ 덕분이다. 최 부사장은 “앞으로 리야드 메트로 노선 확장 관련 추가 발주도 잇따를 것”이라며 “사우디에서는 엑스포,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메가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현존 세계 최고 높이 건축물인 ‘부르즈 칼리파’(828m)를 준공했다. 이는 발주사가 원하는 대로 건물을 잘 짓는 단순 도급사라는 인식이 강했던 한국 건설사에 대한 이미지가 ‘사업 파트너’로 바뀌는 전환점이 됐다.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스마트시티·교통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됐고, 특히 도시 개발 파트너로까지 도약했다. 사업 규모만 1조 달러(약 1300조 원)에 이르는 사우디 ‘네옴시티’의 초대형 프로젝트들에 대한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이유다. 삼성물산은 2022년 6월부터 현대건설과 네옴시티의 핵심 사업인 ‘더 라인’ 지하를 지나는 고속·화물 철도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네옴과 모듈러 관련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모듈러 공장 건설과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초대형 프로젝트 잇따르는 중동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11월 중동지역 해외 건설 수주 금액은 83억8530만 달러로, 전체(277억3739만 달러)의 30.2%를 차지했다. 태평양·북미(94억4891만 달러·34.1%)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프로젝트당 규모는 중동이 2억963만 달러로 태평양·북미(1억2769만 달러)보다 64% 크다. 그만큼 대형 프로젝트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사우디의 네옴시티처럼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로젝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은 높은 시공 능력과 함께 탄소중립 목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한국 건설사들의 전략과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중동 각국에서 대형 병원과 터널, 현수교, 발전소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2012년 1월 UAE 아부다비 기존 도로 하부에 연장 3.6km, 왕복 8차로 지하차도 및 접속도로를 건설해 지하 토목공사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4월에는 아부다비에 세계 최고 수준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병원(21층)을 지었다. 2018년에는 중동 최초로 원형 주탑이 적용된 카타르 루사일 현수교를, 2022년 10월에는 사우디 리야드 증권거래소 건물 타다울 타워(42층)를 준공했다. 사우디 외 중동 국가들도 앞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UAE는 최근 두바이에 49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지하철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이라크는 25억 달러 규모 메트로 프로젝트 등 전후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해외 건설정책지원센터장은 “앞으로 중동에서는 고위험 고수익 형태의 투자개발형 사업이 많아질 것”이라며 “현지와의 신뢰관계 구축, 리스크 분산 등에 정부가 도움을 준다면 기업들이 더 큰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리야드(사우디)=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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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홍해서 후티 반군에 첫 공격… “확전은 원치 않아” 딜레마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지지해 온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선박들을 홍해에서 공격해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을 사살하고 선박 3척을 침몰시켰다.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개전 이후 미국이 후티와 직접 교전한 것은 처음이다. 그간 후티는 홍해 일대를 지나는 서방 주요국의 민간 선박까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세력이라며 끊임없이 공격했다. 이로 인해 각국 주요 해운사가 속속 홍해 항로를 포기하고 일대의 안보 위협까지 고조되자 미국이 직접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또한 후티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전 6시 30분경 홍해를 지나던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항저우’의 긴급 구조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후티의 소형 선박 4척은 항저우호에 20m까지 접근해 소형 화기를 쏘며 위협했고 승선을 시도했다. 미국은 즉각 항공모함 ‘아이젠하워’, 구축함 ‘그레이블리’ 등에 있던 헬기를 출격시켰다. 중부사령부는 “후티 선박이 구두 경고를 한 미 헬기에 발포함에 따라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했다. 4척 중 3척은 침몰시켰고 나머지 한 척은 달아났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은 이 교전으로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이 죽고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후티는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 후 최소 23차례 홍해를 지나는 서구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 측은 “향후 48시간 동안 홍해 항로 운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대원과 선박을 잃었지만 후티의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이란의 정보수장 격인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수도 테헤란에서 무함마드 압둘살람 후티 대변인과 만났다. 두 사람이 후티에 대한 이란의 추가 지원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맞서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이 홍해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후티를 겨냥한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다만 미국의 딜레마는 점점 커지고 있다. 후티와의 추가 교전은 이란의 추가 개입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미 2개의 전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엄청난 상황에서 후티와의 대결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물밑에서 공들였던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평화협상 중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성도 존재한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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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가자에 석달간 폭탄 3만개 투하… 美, 이라크戰 사용량의 8배

    《‘두 개의 전쟁’ 올해에도 계속 세밑까지 유럽과 중동 전장(戰場)에서는 포성이 멎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은 각각 개전 3년차, 100일을 앞두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국제사회의 휴전 및 종전 촉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두 개의 전쟁’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세계 정치·경제에 상존하는 불안 요인이 됐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이후 보복 및 하마스 섬멸전에 나선 뒤 약 3개월 동안 가자지구에 폭탄 3만여 개를 투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측 보건당국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민간인 누적 사상자는 약 7만7000명에 이르고 있다. 로버트 페이프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가자’라는 단어가 독일 드레스덴 등 폭격을 받아 유명해진 도시들과 함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은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되고, 2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전 때 투하 폭탄의 8배 퍼부어”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지난해 12월 30일 가자지구 중부에 있는 누세이라트와 부레이즈에 있는 난민 캠프를 공습했다. 해당 지역은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상황이라 인명 피해도 컸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IDF의 폭격으로 24시간 동안 165명이 사망했고 25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전쟁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며 민간인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은 이스라엘에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아직 호응하고 있지 않다. IDF는 여전히 가자지구 남부 중심 도시인 칸유니스 일대에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칸유니스는 이스라엘 당국이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한다고 추정하는 지역이다. IDF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정보부대 본부 등 칸유니스에 있는 하마스의 시설 다수를 공습해 장악했다”고도 밝혔다. 정보부대 본부는 하마스의 정보작전을 총괄하는 곳으로, IDF 지상작전 직전 공군 병력은 일대에 50여 차례 폭격을 퍼부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날 “개전 이후 누적 사망자 수는 약 2만1600명, 부상자는 약 5만616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WSJ는 개전 이후 가자지구 주택 43만9000채의 약 70%와 건물 절반 이상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가정보국(DNI)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개전 후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 등은 총 2만9000개에 이른다. 이는 미군이 2004∼2010년 이라크에 투하했던 3678발의 약 8배에 육박한다. ● 카타르 중재, 협상 재개 움직임도 지난해 11월 말 한 차례 일시 휴전 및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진행했던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합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카타르와 이집트 등이 다시 중재에 나서 휴전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지난해 12월 29일 카타르가 이스라엘 측에 “하마스가 인질 협상 재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달해 왔다고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마스 측이 인질 40여 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과 한 달간 휴전한다는 게 합의안의 주된 내용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 30여 명을 풀어주면 최소 한 주간 교전을 멈추고 자국 교도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을 추가로 석방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에 응하지 않으며 협상은 불발됐다. 이집트도 최근 양측에 2주간 휴전을 시작으로 전쟁 전면 종식을 목표로 하는 ‘3단계 종전안’을 제안했으며, 이스라엘 당국이 이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공식적으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 섬멸을 천명한 상황이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친이란 무장세력 등이 이스라엘과 국지전을 이어가며 오히려 확전될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AFP통신은 “시리아 동부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이스라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습으로 친이란 세력 2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시리아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 무기 호송, 무기 보관시설로 의심되는 군사기지를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달 초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해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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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이집트 제안 ‘3단계 종전안’ 토대로 협상 검토”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에 인질 전원 석방 및 전면 휴전을 위한 ‘3단계 종전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전달받은 제안을 토대로 협상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지만, 크리스마스 당일까지도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는 등 공세의 고삐를 풀지 않는 모습이다. 25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평화 협상을 중재 중인 이집트가 양측에 2주간 휴전을 시작으로 전쟁 전면 종식을 목표로 하는 ‘3단계 종전안’을 제안했으며 “이스라엘 관리들이 종전안 초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진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이 초안을 토대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쟁 국면에서 양측 협상을 위한 종전안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1단계에선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성과 미성년자, 노인 남성 등 인질 40명을 석방하고 2주간 전투를 중단한다. 이스라엘은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 포로 120명을 풀어주게 된다. 지난달 말 일시 휴전 시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 2단계에선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이끄는 파타당,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하마스 등 다수 정파를 통합하는 ‘팔레스타인 국민 회담’을 열고 가자지구에 긴급 안보 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해당 정부는 향후 인도적 지원 및 재건, 선거 등도 감독하게 된다. 3단계는 전면 휴전 단계로,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팔레스타인 죄수를 맞교환하며 사실상 종전을 공식 선언한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하며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향이 허용된다. 다반 이스라엘군(IDF)의 공세 수위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3, 24일 IDF가 가자지구 중부의 난민 캠프 등 세 곳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4일 하루에만 IDF 공격으로 마가지 난민 캠프 등에서 적어도 7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전쟁은 큰 비용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도 언급하며 “(미국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 전했다”고 말했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베들레헴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애도 분위기로 뒤덮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크리스마스 미사에서 “우리 마음은 헛된 전쟁 논리에 의해 평화의 왕이 다시 한번 거부당하는 베들레헴에 있다”며 평화를 호소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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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이집트 제안 ‘3단계 종전안’ 토대로 협상 검토”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에 인질 전원 석방 및 전면 휴전을 위한 ‘3단계 종전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전달받은 제안을 토대로 협상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지만, 크리스마스 당일까지도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는 등 공세의 고삐를 풀지 않는 모습이다. 25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평화 협상을 중재 중인 이집트가 양측에 2주간 휴전을 시작으로 전쟁 전면 종식을 목표로 하는 ‘3단계 종전안’을 제안했으며 “이스라엘 관리들이 종전안 초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진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이 초안을 토대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전쟁 국면에서 양측 협상을 위한 종전안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1단계에선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성과 미성년자, 노인 남성 등 인질 40명을 석방하고 2주간 전투를 중단한다. 이스라엘은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 포로 120명을 풀어주게 된다. 지난달 말 일시 휴전 시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2단계에선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이끄는 파타당, 가자지구f를 통치해온 하마스 등 다수 정파를 통합하는 ‘팔레스타인 국민 회담’을 열고 가자지구에 긴급 안보 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해당 정부는 향후 인도적 지원 및 재건, 선거 등도 감독하게 된다. 3단계는 전면 휴전 단계로,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팔레스타인 죄수를 맞교환하며 사실상 종전을 공식 선언한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하며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향이 허용된다.다반 이스라엘군(IDF)의 공세 수위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3, 24일 IDF가 가자지구 중부의 난민 캠프 등 세 곳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4일 하루에만 IDF 공격으로 마가지 난민 캠프 등에서 적어도 7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전쟁은 큰 비용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도 언급하며 “(미국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 전했다”고 말했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베들레헴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애도 분위기로 뒤덮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크리스마스 미사에서 “우리 마음은 헛된 전쟁 논리에 의해 평화의 왕이 다시 한 번 거부당하는 베들레헴에 있다”며 평화를 호소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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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프라하 대학서 총기난사 39명 사상… “미치광이 되겠다” 계획범죄 정황 글 남겨

    체코 수도 프라하 도심의 카를로바대(카렐대)에서 21일(현지 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용의자 다비트 코자크(24·사진) 또한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1348년 설립돼 675년 전통을 지닌 이 학교의 재학생이며 오래전부터 대규모 살상 계획을 가지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안긴다. 총기 사건이 비교적 적다고 여겨지던 유럽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총기 난사가 발생했다는 점, 체코가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기 여행지라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체코 관광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7년 연 41만 명의 한국 관광객이 체코를 찾았다. 범행 장소인 카를로바대 또한 프라하의 대표 명소인 카를교에서 불과 약 500m 떨어져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경찰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로 내국인 14명이 희생됐다”며 용의자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인 2명, 네덜란드인 1명 등 3명의 외국인이 있다고 공개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범행 당시 코자크가 건물 옥상에서 저격수처럼 희생자를 정밀하게 조준하는 모습, 그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총격을 가하는 장면 등이 돌고 있다. 피로 얼룩진 카를로바대 내부 모습 등도 포착됐다. 몇몇 학생은 총격을 피하려 학교 건물의 고층 외부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어야 했다. 코자크는 과거부터 일기나 소셜미디어에 “학교에서 총기 난사를 벌인 후 자살하고 싶다” “언제나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나는 언젠가 미치광이가 될 것”이라고 썼다. 2019년 역시 카를로바대를 공격해 9명을 살해한 다른 총기 난사범을 찬양하며 “연쇄 살인보다 대량 살인이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경찰은 이 같은 성향의 코자크가 해외의 총기 난사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코자크가 이번 범행에 앞서 3건의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다. 범행 당일 코자크의 고향 호스토운에서는 그의 부친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역시 코자크의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자크가 앞서 15일 프라하의 한 남성과 생후 2개월 딸을 살해한 정황도 포착됐다. 다만 그의 범행이 테러단체와 연계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당국은 밝혔다. 체코의 느슨한 총기 규제,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처 등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CNN에 따르면 전체 인구 약 1000만 명 중 30만 명 이상이 총기 허가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등록된 총기만 100만 정에 달한다. 총기 면허를 취득할 때 범죄 기록을 제출할 필요도 없다. 코자크 또한 면허를 지녔다. 경찰은 이날 코자크가 카를로바대 한 건물에서 강연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해당 건물의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정작 총격은 다른 건물에서 발생해 참사로 이어졌다. 페트르 파벨 대통령은 2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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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 잔해속 나를 죽었다 할때, 韓구조대가 살려줘”

    “모두가 잔해 더미 속 저를 보고 시체라 할 때, 한국 구조대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올 2월 튀르키예 강진 당시 입은 부상으로 10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은 베키르 도우 군(18·사진)은 수도 앙카라의 한 병원에서 퇴원을 이틀 앞둔 15일(현지 시간) 주튀르키예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거듭 감사를 표했다. 도우 군은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의 일곱 번째 구조자이자, 이후 치료를 받고 마지막으로 퇴원한 생존자다. 줄곧 간호해 온 그의 고모 역시 “한국 정부가 너무나도 고맙다”며 이원익 주튀르키예 한국대사를 보며 울먹였다. 도우 군은 ‘기적의 청년’으로도 불린다. 20일 대사관에 따르면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일대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올 2월 6일 그는 무너진 건물에 그대로 깔렸다. 한국 구조대는 그로부터 138시간이 흐른 뒤 그를 발견했다. 구조대가 도우 군의 몸을 건물 잔해 밖으로 꺼냈을 때 주민들은 “시체 한 구가 더 나온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차갑게 식었던 그의 몸에서 희미하게나마 맥박이 살아 있다고 확신한 구조대는 희망을 놓지 않고 그를 즉각 병원으로 이송했다. 수차례의 수술 끝에 그는 의식을 되찾았다. 도우 군은 “솔직히 지진 당시 기억이 전혀 나질 않지만 제가 살아난 건 기적이 맞는 것 같다. 모두 한국 덕분”이라며 밝게 웃었다. 당시 도우 군이 살던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의 안타키아 지역은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였다. 마을 구석까지 전 세계 구조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던 차에 한국 구조대가 유일하게 도착해 구호활동을 벌였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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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마스 지도부 “휴전 협상” “타협 안돼” 내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서 그간 무장 투쟁을 주도했던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도부와 카타르에 근거를 둔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 지도자는 이스라엘 측과 연이어 휴전 협상에 나섰을 뿐 아니라 경쟁 정파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측과도 전쟁 종료 후 가자지구 통치 구상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그러자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했던 가자지구 실권자 야히야 신와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니예, 후삼 바드란 등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는 최근 경쟁 정파이며 이스라엘에 좀 더 유화적이라는 평을 얻는 PA 지도자들과 만나 종전 후 통치 구상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바드란은 WSJ에 “우리는 ‘제로섬 게임’을 추구하는 게릴라가 아니다.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결사 항전하겠다는 그간 하마스의 입장과 완전히 대비된다. 하니예 또한 같은 날 가자지구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도 찾아 휴전 논의를 이어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PA는 당초 가자지구까지도 통치했지만 부패 등으로 민심을 잃고 하마스에 가자지구를 내줬다. 두 조직은 최근까지도 이스라엘 투쟁 노선 등을 놓고 충돌했다.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세로 가자지구에서 통제권을 점차 잃고 있는 하마스가 PA 집권세력 파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가자지구의 실권자 신와르는 정치국 지도부의 이런 행보를 뒤늦게 전달받고 “아직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으니 타협은 이르다”며 휴전 협상 중단을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모든 테러리스트는 항복하거나 죽는 것,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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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끝내자” VS “타협은 이르다”…하마스 지도부 내분 조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서 그간 무장 투쟁을 주도했던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도부와 카타르에 근거를 둔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 지도자는 이스라엘 측과 연이어 휴전 협상에 나섰을 뿐 아니라 경쟁 정파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측과도 전쟁 종료 후 가자지구 통치 구상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그러자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했던 가자지구 실권자 야히야 신와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니예, 후삼 바드란 등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는 최근 경쟁 정파이며 이스라엘에 좀 더 유화적이라는 평을 얻는 PA 지도자들과 만나 종전 후 통치 구상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바드란은 WSJ에 “우리는 ‘제로섬 게임’을 추구하는 게릴라가 아니다.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결사 항전하겠다는 그간 하마스의 입장과 완전히 대비된다. 하니예 또한 같은 날 가자지구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도 찾아 휴전 논의를 이어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PA는 당초 가자지구까지도 통치했지만 부패 등으로 민심을 잃고 하마스에 가자지구를 내줬다. 두 조직은 최근까지도 이스라엘 투쟁 노선 등을 놓고 충돌했다.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세로 가자지구에서 통제권을 점차 잃고 있는 하마스가 PA 집권세력 파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반면 가자지구의 실권자 신와르는 정치국 지도부의 이런 행보를 뒤늦게 전달받고 “아직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으니 타협은 이르다”며 휴전 협상 중단을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모든 테러리스트들은 항복하거나 죽는 것,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중심부 지하에서 신와르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지휘한 지휘본부를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이 시설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다른 땅굴들과 이어졌으며 하마스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돼 온 가자시티 내 대형 의료기관들과도 직통으로 연결돼 있다고 공개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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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軍, 자국 인질 3명 오인 사살… 네타냐후 사면초가

    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수색 작전 중 자국 민간인 인질 3명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해 사살했다. 사망자들이 ‘항복’을 뜻하는 백기까지 들었음에도 교전 수칙을 위반하고 총격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하루 뒤 가자지구의 가톨릭 교회 인근에서도 모녀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이스라엘군에 사살되는 등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에 나서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질에 대한 오인 사살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략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민간인을 보호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약속이 실패로 돌아간 만큼 휴전을 압박하는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백기 든 인질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 이스라엘군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성 요탐 하임(28), 사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는 15일 밤 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의 셰자이야 지역 건물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나타났다. 이 중 한 명은 나뭇가지에 흰색 옷을 걸치고 흔들며 히브리어로 “도와달라”고 외쳤다. 자신들이 하마스 대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 3명을 유인 작전에 나선 하마스 대원으로 간주해 발포했다. 2명은 즉사했고, 나머지 1명은 총상을 입은 채 건물로 피신했지만 이후 총격이 계속되자 결국 숨졌다. 3명은 모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10월 7일 납치된 이스라엘 민간인이다. 하임은 헤비메탈 밴드에 소속된 드럼 연주자, 탈랄카는 내년 여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샴리즈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려던 학생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오인 사살을 인정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성명을 통해 “나를 포함한 군 전체가 책임이 있다”고 사과했다. 다만 다니엘 하가리 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셰자이야 일대는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많은 테러범을 마주치는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하마스 대원이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이스라엘군을 습격하는 일이 잦아 경계 수위가 높았고 그 과정에서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16일에도 가자지구의 가톨릭교회인 ‘성가족교회’ 인근에서 여성 2명이 이스라엘군 저격수에게 사살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내 기독교인은 전쟁 발발 후 대부분 이곳으로 대피했다.● 휴전 여론에 네타냐후 “시간 못 되돌려” 거듭된 민간인 희생으로 인질의 무사 귀환과 휴전을 촉구하는 국내외 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6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가족을 포함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인질을 빨리 집으로 데려오라”며 시위를 벌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 또한 같은 날 영국 선데이타임스 공동 기고문에 “휴전으로 가는 길을 닦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가슴이 무너진다”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지상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휴전 요구를 일축했다. 인질 석방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이견 또한 상당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선(先) 공격 중단, 후(後) 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거부하고 있다. 또 인질 130여 명 중 일부는 하마스가 아닌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억류하고 있어 하마스 또한 통제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은 15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나 인질 석방 등을 논의했다. 양측이 별다른 합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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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軍, 백기 흔드는 인질 3명 사살…네타냐후 ‘사면초가’

    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수색 작전 중 자국 민간인 인질 3명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해 사살했다. 사망자들이 ‘항복’을 뜻하는 백기까지 들었음에도 교전 수칙을 위반하고 총격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하루 뒤 가자지구의 가톨릭 교회 인근에서도 모녀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이스라엘군에 사살되는 등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이에 이스라엘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에 나서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질에 대한 오인 사살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략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민간인을 보호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약속이 실패로 돌아간 만큼 휴전을 압박하는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백기 든 인질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이스라엘군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성 요탐 하임(28), 사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는 15일 밤 가자지구 내 최대도시인 가자시티의 셰자이야 지역 건물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나타났다. 이 중 한 명은 나뭇가지에 흰색 옷을 걸치고 흔들며 히브리어로 “도와 달라”고 외쳤다. 자신들이 하마스 대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 3명을 유인 작전에 나선 하마스 대원으로 간주해 발포했다. 2명은 즉사했고, 나머지 1명은 총상을 입은 채 건물로 피신했지만 이후 총격이 계속되자 결국 숨졌다. 3명은 모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10월 7일 납치된 이스라엘 민간인이다. 하임은 헤비메탈 밴드에 소속된 드럼 연주자, 탈랄카는 내년 여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샴리즈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려던 학생이었다.이스라엘군은 오인 사살을 인정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성명을 통해 “나를 포함한 군 전체가 책임이 있다”고 사과했다. 다만 다니엘 하가리 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셰자이야 일대는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많은 테러범을 마주치는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하마스 대원이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이스라엘군을 습격하는 일이 잦아 경계수위가 높았고 그 과정에서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16일에도 가자지구의 가톨릭교회인 ‘성가족교회’ 인근에서 여성 2명이 이스라엘군 저격수에 사살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내 기독교인은 전쟁 발발 후 대부분 이 곳으로 대피했다.● 휴전 여론에 네탸나후 “시간 못 되돌려”거듭된 민간인 희생으로 인질의 무사귀환과 휴전을 촉구하는 국내외 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6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가족을 포함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인질을 빨리 집으로 데려오라”며 시위를 벌였다.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 또한 같은 날 영국 선데이타임스 공동 기고문에 “휴전으로 가는 길을 닦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가세했다.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가슴이 무너진다”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지상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휴전 요구를 일축했다. 인질 석방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이견 또한 상당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선(先) 공격 중단, 후(後) 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거부하고 있다. 또 인질 130여 명 중 일부는 하마스가 아닌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억류하고 있어 하마스 또한 통제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은 15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나 인질 석방 등을 논의했다. 양측이 별다른 합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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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2년만에 ‘유엔 헌장 99조’ 발동 휴전 촉구… 구테흐스 사무총장, 또 이스라엘 겨냥 압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줄곧 팔레스타인에 온정적 태도를 취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6일 1971년 이후 52년 만에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휴전을 촉구하도록 요청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구테흐스 총장이 줄곧 하마스만 두둔한다며 그의 행보가 오히려 “세계 평화에 위험”이라고 반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구호 체계 및 공공질서가 심각한 붕괴 위험에 직면했다. 전염병, 집단 이주 사태 등으로 현재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유엔 헌장 99조는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사안에 대해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권한이 사무총장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현직 총장이 이 조항을 발동한 것은 1971년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총장이 동원 가능한 가장 강력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이번 결정은 하마스의 살해, 강간, 납치 행위 등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도 “구테흐스 총장이 도덕적 타락에 빠졌다. 이스라엘에도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올 10월 전쟁 발발 직후 “하마스의 (선제) 공격이 아무 이유 없는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이 전쟁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난달 6일에는 “가자지구가 어린이의 무덤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중도좌파 성향인 포르투갈 사회당 소속으로 10년간 총리를 지낸 구테흐스 총장은 2017년 유엔 수장으로 취임했다. 총장 취임 전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을 지내 ‘난민 전문가’로도 꼽힌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거점도시 칸유니스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섬멸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 선제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지도부 예히야 신와르의 칸유니스 자택 또한 포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신와르를 잡는 건 시간 문제”라고 자신했다. 신와르는 현재 칸유니스 지하 터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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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테흐스, 52년만에 ‘유엔 헌장 99조’ 발동 휴전 촉구…이스라엘 “세계 평화에 위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줄곧 팔레스타인에 온정적 태도를 취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6일 1971년 이후 52년 만에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휴전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구테흐스 총장이 줄곧 하마스만 두둔한다며 그의 행보가 오히려 “세계 평화에 위험”이라고 반발했다.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안보리 의장에 보낸 서한에서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구호 체계 및 공공질서가 심각한 붕괴 위험에 직면했다. 전염병, 집단 이주 사태 등으로 현재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휴전을 촉구했다.유엔 헌장 99조는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사안에 대해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권한이 사무총장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현직 총장이 이 조항을 발동한 것은 1971년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총장이 동원 가능한 가장 강력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이번 결정은 하마스의 살해, 강간, 납치 행위 등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도 “구테흐스 총장이 도덕적 타락에 빠졌다. 이스라엘에도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구테흐스 총장은 올 10월 전쟁 발발 직후 “하마스의 (선제) 공격이 아무 이유 없는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이 전쟁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난달 6일에는 “가자지구가 어린이의 무덤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 그의 행보가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제기구 수장에 걸맞지 않는다는 비판 또한 나온다. 이스라엘 또한 거듭 그의 사임을 촉구했다.중도좌파 성향인 포르투갈 사회당 소속으로 10년간 총리를 지낸 구테흐스 총장은 2017년 유엔 수장으로 취임했다. 총장 취임 전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을 지내 ‘난민 전문가’로도 꼽힌다. 난민,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중시해 온 그의 성향이 선제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에게 온정적이지 않은 행보로 귀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거점도시 칸유니스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섬멸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 선제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지도부 예히야 신와르의 칸유니스 자택 또한 포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신와르를 잡는 건 시간 문제”라고 자신했다. 신와르는 현재 칸유니스 지하 터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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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20여년만에 이스라엘인 일부 입국금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폭행한 일부 이스라엘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입국을 5일 금지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줄곧 밀접한 관계를 맺은 미국이 ‘중동 맹방’ 이스라엘 국민의 입국을 막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이는 빌 클린턴 행정부(1993∼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전격적인 비자 금지는 최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면서 민간인 희생 우려가 커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을 선제 공격한 하마스와의 교전은 지지하지만 이 외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강도 높은 제재를 취했다는 의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력 행동, 팔레스타인 주민의 필수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는 일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비자 제한 정책을 오늘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 또한 “입국 금지 대상자가 미 비자를 이미 소지했더라도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폭력에 직접 가담한 이스라엘인은 물론이고 그 직계 가족 또한 미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됐다. 최소 수십 명의 이스라엘인이 미국 땅을 밟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곳곳에 국제법상 금지된 유대인 정착촌을 속속 건설하며 논란을 빚었다. 올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이에 분노한 일부 극우 유대인이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한 것 또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극우 성향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두 번째 집권기였던 1996∼1999년 당시 클린턴 미 대통령과 내내 대립했다. 집권 첫해인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슬로 평화협정’을 중재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반(反)팔레스타인 성향이 강한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을 원치 않았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6년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정적인 시몬 페레스 전 총리의 승리를 도왔음을 퇴임 후 인정했다. 네타냐후 총리 또한 클린턴 전 대통령을 ‘극단적인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이라고 비판했다. 두 정상의 이런 대립이 비자 금지로 이어진 셈이다. 미국의 제재에도 아랑곳 않고 이스라엘군은 5일 가자 남부의 거점 도시 칸유니스에서 하마스와 시가전을 벌였다. 일부 탱크는 주거지 인근으로 진입했다. 이에 따른 민간인 희생 우려로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할 수도 없고 완전히 거리를 두기도 어려운 미국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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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수면 50cm 높아지면 ‘제2도시’ 사라져”… 기후위기에 떠는 이집트[글로벌 현장을 가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지중해에 면한 이집트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를 찾았다. 해변 곳곳에 대형 방파제와 콘크리트블록 등이 가득했다. 곳곳에서 대형 중장비를 동원해 새로운 제방을 쌓는 작업도 한창이었다. 이집트 관개·수자원부에 따르면 알렉산드리아의 해수면은 1993년까지 매년 평균 1.8mm씩 상승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에는 연간 3.2mm씩 높아지는 등 해수면 상승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해수면 상승에 매우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알렉산드리아에서 나고 자랐으며 10년 넘게 해변 카페를 운영해 왔다는 모셴 마헤르 씨(32)는 “어린 시절 뛰놀던 동네 해변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피부로 느끼는 해수면 침식 위험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카페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마 자식들은 새로운 해변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생존 위협받는 주민들 인구 610만 명의 알렉산드리아는 수도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져 있다. 기원전 4세기 세계를 제패한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만들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부관인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세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아예 이곳을 수도로 삼았다. 이후 2000년 넘게 수많은 외국 군대의 침략, 화재, 지진 등에서도 살아남았지만 21세기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라는 새 위협에 직면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해수면은 최대 68c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 해수면이 50cm만 상승해도 알렉산드리아 일대의 해변 및 저지대는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유엔은 전망했다. 방파제에서 만난 현지 어부, 낚시꾼들도 이에 관한 질문을 받자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20년 이상 물고기잡이를 했다는 마흐무드 씨는 “당장은 나라에서 방파제를 쌓아 임시 대처를 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변에서 공예품을 팔던 남성도 “매년 파도가 강해지고 있다. 바람이나 파도가 조금이라도 심한 날에는 비교적 지대가 높은 이곳에도 바닷물이 가득 차 판매용 천막을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방파제 공사용 레미콘 차량, 굴착기 등이 더 많이 돌아다니느라 먼지가 자욱해 장사도 어렵다”고 불만을 표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폭우와 강풍이 몰아쳐 일대 주민이 숨지고 가옥이 붕괴되는 일도 잦았다. 해변 인근 10층짜리 노후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가게 점원 압델 씨는 “정부는 위험 지역을 떠나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이주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돈을 모으면 안전한 새 건물이 있는 곳으로 이사 가고 싶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더 위협적이다. 이집트 내 고질적인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압델 씨의 말처럼 부유층은 침식 우려가 적은 곳으로 이주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떠나고 싶어도 그럴 돈이 없다. 특히 빈곤층 비율이 높고 노후 주택이 많은 알렉산드리아 서쪽의 ‘엘막스’ 일대는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곳으로 꼽힌다. 상당수 엘막스 주민은 현재 강 위의 배를 임시주택 삼아 생활한다. 기존에 살던 집은 언제 침수되거나 무너질지 모르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돈 또한 없으니 강 위로 몰려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엘막스 주민이 처한 곤경은 해수면 상승 위기에 대한 조기 경고 신호”라며 향후 대규모 범람으로 최소 수천 명이 이 일대에서 이주를 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명 기후 과학자 무함마드 엘레이 또한 “정부가 10년 안에 엘막스 주민을 모두 이주시켜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일대에는 해변과 인접한 마리우트 호수도 있다. 이 호수 주변은 해수면보다도 최대 3m 낮은 저지대다.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으면 가장 먼저 침수될 수밖에 없다. 인근 공장에서 수십 년간 이 호수에 폐수를 몰래 버린 탓에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알렉산드리아 등 나일강 하류 경작지는 이집트 최대 곡창지대로 꼽힌다. 해수면 상승 및 역류로 토양 염류화가 가속화하면서 이 일대 농작물 생산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농업 전문 비영리 국제 프로젝트 ‘SALAD’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알렉산드리아를 포함한 나일강 하류 경작지에서는 염류 영향을 받은 토양의 비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연구 또한 토양 염류화로 갈수록 이 일대의 작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의 염분 농도 증가는 이미 상당한 식량난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서민층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농업시장정보시스템(AMI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집트의 식량 자급도는 49.7%에 불과하다. 이 와중에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 등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주식인 빵값이 급등해 민심 이반이 상당하다. 기후변화는 국가 간 양극화도 부추기고 있다. 선진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9000억 원)의 구제금융까지 받은 이집트에선 기후변화 대처를 논하는 것조차 일종의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COP28도 해안도시 미래 논의 해수면 상승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국제 환경 전문 비영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은 이번 회의에서 전 세계 196개 도시가 해수면 상승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를 애니메이션 모델로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지금보다 3도 오르면 알렉산드리아의 유명 모스크인 ‘아부알압바스’를 비롯해 두바이의 고층빌딩 부르즈칼리파 등의 하층부는 모두 물에 잠긴다. 또 일본 후쿠오카, 영국 글래스고, 쿠바 아바나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도심 침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클라이밋센트럴의 수석과학자 겸 최고경영자(CEO) 벤저민 스트라우스는 3일 미국 CNN 인터뷰에서 “COP28에서 내려진 결정들은 전 세계 해안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각국 지도자가 속히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들 도시와 문화유산의 생존 여부는 얼마나 빨리 탄소 오염을 줄여 온난화 속도를 늦추느냐에 달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COP28에서는 기후변화 피해를 입은 저개발국을 위한 ‘기후 손실·피해 기금’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산업화를 주도한 선진국이 초래한 기후위기의 피해가 개발도상국에 집중된 만큼 주요 선진국의 관련 기부금을 저개발국의 기후위기 해소에 쓰자는 취지다.―알렉산드리아에서 김기윤 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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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넥팅 가자… 죽음의 공포속 20만명에 ‘인터넷 생명줄’ 기부[사람, 세계]

    “인터넷 연결은 신의 축복입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을 구할 수 있었어요.” 이집트 작가 겸 언론인 미르나 엘 헬바위(31·사진)가 최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에 올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에게서 받은 감사 메시지다. 가자지구 한 가족이 그가 기부한 전자 유심(USIM) ‘e심’으로 인터넷에 연결해 이스라엘군의 남부 공습 소식을 접한 뒤 살고 있던 건물을 빠져나와 목숨을 구했다는 것. 그 건물은 직후 공격받아 파괴됐다. 헬바위는 이스라엘군이 진입을 본격화하던 올 10월 27일 가자지구의 인터넷 통신망이 끊겼다는 보도를 접했다. 공습으로 기지국이 파괴되며 통신 두절과 복구가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가자지구에 스페이스X 스타링크를 통해 위성 인터넷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곧 취소했다. 당시 헬바위는 ‘통신이 끊기면 전황이나 가족끼리 생사 확인도 어려울 텐데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해외 로밍 서비스가 가능한 e심 기부를 추진했다고 3일 미국 CNN 방송에 밝혔다. 77만 명의 팔로어를 둔 그가 인스타그램에 이 같은 고민을 띄우자 한 팔로어가 해법을 제안한 것이다. 얼마 뒤 e심을 구매한 헬바위는 e심을 작동시키는 QR코드를 가자지구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보냈다. 마침 이를 받은 그 친구는 이후 통신이 다시 끊겼을 때 성공적으로 e심을 작동시켜 헬바위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헬바위는 10월 29일 인스타그램에 e심을 가자지구에 기부하자는 ‘#커넥팅가자(#ConnectingGaza)’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130만 달러(약 17억 원) 상당의 e심이 여러 경로로 전달돼 가자지구 주민 약 20만 명이 혜택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헬바위는 “인터넷에 접속할 권리는 음식과 물만큼이나 중요한 인권”이라며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에서 하마스와 대규모 교전을 벌였다. 남부 도시 칸유니스 인근에선 이스라엘군 탱크 수십 대가 목격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테러 기반시설을 모두 제거할 때까지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전쟁으로 하마스 대원 5000여 명 등 팔레스타인인 1만5000여 명이 숨졌다는 보도에 “대략 수치가 맞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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