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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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5-23~2026-06-22
문화 일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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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연구 끝에 ‘다시 만난 하늘’…동서양 천문도 한눈에 본다

    “큰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하니 별이 수십 배 많아 보이고 경계가 매우 명료해졌다. (…) 은하수는 곧 무수한 작은 별들이라, 그 조밀함 때문에 마치 흰 강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18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8폭 병풍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의 제4~7폭에는 이런 설명이 적혀 있다. 당시 첨단 기술인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한 서양의 천문 지식이 담긴 것. 병풍 마지막 폭에는 맨눈으로 관측하기 힘든 태양의 흑점, 토성의 5개 위성 등도 세밀히 묘사돼 눈길을 끈다.신·구법천문도는 조선 전기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1~3폭에 ‘구법’으로, 서양식 ‘황도남북양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이하 황도총성도)’와 ‘일월오성도’를 나머지 폭에 ‘신법’으로 담아낸 국가지정유산 보물이다. 황도총성도는 청나라에서 활동한 독일 출신 선교사 이그나츠 쾨글러(1680-1746)가 1723년 작성한 이후 조선으로 전래됐다. 이를 국립민속박물관이 약 6년에 걸쳐 연구, 복원해 이달 17일부터 기획전 ‘다시 만난 하늘’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지연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동·서양식 천문도가 한 화면에 나란히 배치된 사례로는 동아시아 3국 중 유일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안료와 도상, 한자 모양 등을 분석한 결과 국내외 현존하는 여러 이본(異本) 중 가장 이른 1788년경 제작됐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이처럼 독특한 형태의 천문도를 만든 이유는 뭘까. 우선, 성리학을 따른 조선에서 천문도는 강력한 왕권을 상징했다. 고지도 전문가인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조선왕조는 개국 3년 만인 1395년에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작했다. 왕조의 기틀을 다진 주역인 문신 권근(1352~1409)이 이를 추진했다”며 “새 왕조의 우주론적인 정통성을 증명하고, 하늘의 때를 받들어 아래로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전통적인 구법 천문도가 서양의 근대 천문학에 기반한 신법 천문도로 대체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상황과 관련 깊다.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구법 천문도는 투영법과는 상관 없이 별자리의 위치와 형태를 어림으로 그려 넣었고 북극이 중심에 놓였기에 왜곡이 상당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개국과 함께 제작된 천문도로서 오랫동안 권위를 이어 갔다”고 했다. 조선 영조(재위 1724∼1776)가 값비싼 천체망원경을 수입하고서 왕권 하락을 이유로 부숴 버린 일화도 전해진다. 이에 신·구법천문도는 조선 후기 왕조와 지식인이 외래 문물을 절충적으로 취한 사회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법 천문도 속 별자리와 행성의 모양, 위성 유무 등을 황도총성도와 비교하고, 황도총성도의 모본인 이탈리아 ‘브루나치 천문도’와도 비교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당시 서양식 표기법이던 ‘황도좌표계’를 도입하되, 유럽 선교사들이 새로이 추가한 별들을 빼고 중국 전통 별자리 1464성만 남겨둔 것으로 확인된다”며 “별 색깔을 3가지로 분류한 것도 중국 전통에 따른다”고 말했다. 즉, 전통 지식을 존중하고 청나라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최신 지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 했던 것. 안 연구원은 “근대 천문학의 발견인 성운과 성단, 중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남반구의 별, 서양의 기하학적 도법 등이 전통 천문학과 함께 다채롭게 담겼다”고 했다. 당대 지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난다. 장 관장은 “18세기 후반 지도책인 ‘여지도(輿地圖)’(국가지정유산 보물)에는 전통적인 지도와 서양식 세계지도 ‘천하도지도’가 같이 수록됐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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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한권으로 ‘한국미술사’ 정리… 유홍준 “필생의 과업”

    “한국미술사 통사 집필은 필생의 과업이었습니다. (미술사를 연구한) 40여 년 세월을 갈무리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전날 그가 새로 낸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눌와)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는 각각 국내와 해외 독자를 대상으로 선사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리나라 예술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유 관장은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오늘날 K컬처의 뿌리에 대해 알려줄 입문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집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신간은 풍부한 도판을 곁들여 방대한 미술사를 읽기 쉽게 풀어냈다. ‘모두를 위한…’은 역사적 흐름에 따라, ‘외국인을 위한…’은 한국사에 낯선 해외 독자를 고려해 건축, 회화, 공예 등 장르를 나눠 한국 미술의 특징을 정리했다. 유 관장은 “특히 한중일 3국이 갖는 공통된 보편성과 시대별, 장르별 독자성을 선명히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유 관장은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후 한국 전통 미술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 힘써 왔다. 2004∼2008년 문화재청장을 지냈고, 올 7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부임했다. 유 관장은 “언스트 곰브리치가 쓴 ‘미술 이야기(The Story of Art)’, 호스트 잰슨의 ‘미술의 역사(History of Art)’ 같은 책이 우리도 필요하다고 봤다”며 “책상에 앉아 밑줄 치는 책이 아니라 소파에 기대앉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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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출간한 유홍준 관장 “한국미술사 통사 집필은 필생의 과업”

    “한국미술사 통사 집필은 필생의 과업이었습니다. (미술사를 연구한) 40여 년 세월을 갈무리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전날 그가 새로 낸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눌와)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는 각각 국내와 해외 독자를 대상으로 선사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리나라 예술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유 관장은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오늘날 K컬처의 뿌리에 대해 알려줄 입문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집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신간은 풍부한 도판을 곁들여 방대한 미술사를 읽기 쉽게 풀어냈다. ‘모두를 위한…’는 역사적 흐름에 따라, ‘외국인을 위한…’는 한국사에 낯선 해외 독자를 고려해 건축·회화·공예 등 장르를 나눠 한국 미술의 특징을 정리했다. 유 관장은 “특히 한중일 3국이 갖는 공통된 보편성과 시대별, 장르별 독자성을 선명히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했다.유 관장은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후 한국 전통 미술을 연구하고 알리는데 힘써 왔다. 2004~2008년 문화재청장을 지냈고, 올 7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부임했다. 유 관장은 “에른스트 곰브리치가 쓴 ‘미술 이야기(The Story of Art)’, 호스트 잰슨의 ‘미술의 역사(History of Art)’ 같은 책이 우리도 필요하다고 봤다”며 “책상에 앉아 밑줄 치는 책이 아니라 소파에 기대앉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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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기관 보관 지질유산 928점 국가 귀속

    개인이나 기관이 보관하고 있던 지질유산 928점이 보존과 관리를 위해 국가로 귀속됐다. 국가유산청은 “고 김항묵 전 부산대 교수가 수집했던 지질 표본 140점과 대전 한남대 자연사박물관의 잠자리 화석(사진), 경남 진주 익룡발자국 전시관의 익룡 발자국 화석 등을 국가로 귀속시켰다”고 22일 밝혔다. 지질유산은 화석이나 암석 등 소유자가 없는 매장유산으로, 지질 구조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다. 이번 귀속 대상에는 제주돌문화공원의 용암수형(鎔巖樹型·용암류에 둘러싸인 수목이 타고 줄기 형태가 구멍으로 남아 있는 것), 한국동굴연구소의 석화, 충남대 자연사박물관의 석송류 화석 등도 포함됐다. 유산청은 “추후 건립될 국립자연유산원에서 교육·전시 등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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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위와 교류의 흔적… ‘철의 왕국’ 가야를 만나다

    ‘철의 왕국.’ 1∼6세기 한반도 남부에서 철기 문화를 꽃피웠던 가야를 가리키는 별칭이다. 가야는 뛰어난 제철 기술을 무기로 백제나 신라와 맞서면서, 당시 철기 생산 능력이 없던 일본과는 바닷길로 활발히 교류했다. 그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가야 유물 1000여 점이 관람객을 만난다. 경남 국립김해박물관은 23일부터 특별전 ‘시간의 공존: 김해 대성동 고분군’을 열고 출토품들을 선보인다. 김해박물관과 수로왕릉 사이에 걸쳐 있는 대성동 고분군은 삼한시대 구야국에서 금관가야 시기에 이르는 지배계층의 무덤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이번 특별전은 1990년대부터 30여 년간 이곳에서 발굴된 철기류와 장신구, 순장 유물 등을 망라했다. 특히 권력자의 상징물이자 4세기 일본과 교류한 흔적인 ‘원통 모양 청동기 및 철기’ 70여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유물은 원통에 구슬이나 금속 막대를 넣어 손잡이에 끼운 뒤 소리를 내는 용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권위를 상징하는 ‘붉은 칠’이 남아 있는 유일한 유물(리움미술관 소장)이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이춘선 김해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 유물은 일본과 비교해도 대성동 고분군에서 훨씬 많은 양이 출토돼 제작의 원류가 가야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평소 잘 공개되지 않았던 ‘순장 인골’도 관객들을 만난다. 두개골부터 발가락뼈까지 온전히 남아 있는 한 인골은 슬개골, 치아 상태 등을 분석한 결과 ‘30대 남성 시종’으로 추정됐다. 함께 전시된 20대 여성의 두개골은 머리를 납작하게 눌러 변형한 ‘편두’ 풍습이 확인된다. 제사에 쓰인 뒤 무덤에 다량으로 봉헌됐던 복숭아의 씨앗과 기장 등도 볼 수 있다. 이 학예연구사는 “물고기 뼈나 동물 뼈에 비해 무덤에서 잘 나오지 않았던 과실류와 곡물류가 최근 동식물고고학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복숭아는 야생종이 아닌 재배종으로 확인돼 당대 식생활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했다. 지배자의 권위를 보여주는 화려한 장신구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색색의 유리구슬 2386점을 알알이 꿰어 만든 78호분 출토 목걸이(보물), ‘가야 왕의 무덤’인 29호분 출토 금동관 등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내년 2월 22일까지.김해=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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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선백자에 감탄한 이타미 준, 절제의 건축을 빚다

    “이 백자항아리는 눈길을 거부하는 딱딱한 하얀색이 아니라, 마치 빛을 빨아들이듯 탁하지 않은 유백색의 보얗고 부드러운 색감이다. (…) 조선 문화에 면면히 흐르는 뿌리 깊은 전통에 대한 보수성과 그에 대한 자신감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개인의 미의식에 대한 거부와 억제가 오히려 지금까지의 조선을 만들어 온 것 아닐까.” 재일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1935∼2011·유동룡)은 조선백자에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제주 ‘방주교회’와 ‘포도호텔’, 일본 ‘먹의 집’ 등으로 잘 알려진 그는 돌, 바람, 흙 등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건축가. 2003년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그의 건축 세계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 뿌리에는 자연스러움의 미학을 갖춘 우리 전통 예술이 있었다고 한다.이타미 준이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1960년대 후반부터 타계하기 몇 해 전까지 써 내려간 글을 통해 그의 삶과 세계관을 비춘 책이다. 검은 김이 올라간 국수를 보면서 ‘흑과 백만 있는 수묵화 같은 공간’을 꿈꾸고, 수제 벼루에서 ‘손으로 짓는 건축’의 가치를 되새기는 등 일상적 경험이 건축적 사유와 합일되는 글들로 구성됐다. 그의 딸이자 건축가인 유이화 씨가 글을 엮었다. 이타미 준은 일본에 살면서도 한국 국적과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평생에 걸쳐 한국 전통 예술을 탐구했다. 그 대상은 존재를 뽐내지 않는 종묘, 맑디맑고 은은한 분청 다완(粉靑 茶盌), 고요하게 빛나는 신라시대 불상 등을 아우른다. 이를 바라보는 이타미 준의 시선에선 통찰의 너비와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선과 영국, 일본의 가구를 비교하는 대목도 인상 깊다. “조선의 가구는 재료에 그다지 골머리를 썩이지 않은 듯 보인다. 재료가 풍부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만든 이가 그때그때 적당한 나무를 무심히 고른 느낌이다. (…) 애당초 작위적이지 않은 만큼, 온화하고 순수한 성자의 눈길처럼 은은하게 빛날 뿐이다.” 절제와 조화의 미학이 엿보이는 그만의 건축 세계가 어떻게 구축됐는지도 엿볼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 세운 ‘석채의 교회’에 돌을 주재료로 쓴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을 보자. “끝없이 광활하고 풍광이 어마어마한 곳이다. 사람의 손때가 묻은 인공적인 것은 겨울 한 철에 다 끝나버린다고 할까, 점과 선으로는 버틸 수 없다. 이 풍광에 대항하려면 반드시 덩어리여야 했다.” 책을 읽는 동안엔 마치 이타미 준이 지은 건물에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집을 짓듯 세심히 지은 문장과 맥락은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품격이 있다. 곳곳에는 직접 지은 시가 장식성을 더한다. “돌산 속 이름 없는 새 한 마리/숨겨진 돌의 길을/새와 그 생명은 알고 있었으니”(‘돌과 새’에서) 등 구절에서 건축과 자연의 본질에 끊임없이 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그의 일생이 오롯이 느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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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편은 추석음식 아닌 농사일꾼 격려한 특식”

    “2월 초하루… 모두가 둥근 반벽(半璧·반원 모양 옥기)을 만들어 송병(松餠·송편)이라 부른다.” 조선 후기인 1849년 발간된 우리나라 대표적인 세시풍속지 ‘동국세시기’는 송편을 음력 2월 1일 ‘머슴날’의 풍속으로 소개했다. 머슴날은 농가에서 머슴들의 수고를 위로하고자 떡을 짓고 술을 내놓는 날. 정조(재위 1776∼1800년) 대에 쓰인 ‘경도잡지’에도 송편은 머슴날 음식으로 기록돼 있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다음 달로 다가왔다. 이때 빚거나 사먹는 송편은 추석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 하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송편은 추석의 절식(節食)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최근 출간된 책 ‘다시 쓰는 한국 풍속’(어문학사)은 1930년대까지도 송편이 ‘모두의’ 명절 음식은 아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저자인 김용갑 전남대 문화유산연구소 박사(문화재학)와 전통문화 연구자 박혜경 씨는 “송편을 추석 풍속으로 여기는 인식은 20세기 들어 확산했고, 쌀 자급화와 도시화 등이 이뤄진 1970년대 이후 대중화됐다”고 썼다.1930년대 풍속을 조사해 기록한 ‘중추원 풍속조사서’에도 “(2월 1일) 도시와 시골의 각 가정에서 성대하게 송편을 빚는다”고 할 뿐, 추석날 송편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립문화재연구소(현 국립문화유산연구소)가 1930년대∼2000년대 초 국내 풍속을 조사한 ‘세시풍속’에 따르면 조사 대상 172개 시군 가운데 태백, 마산, 해남, 서귀포 등 최소 41개 지역에서 추석날 송편 문화는 드러나지 않는다. 한가위가 음력으로 8월 중순이라, 벼 수확을 앞두고 쌀이 가장 귀한 시기였던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김 박사는 “송편은 시루떡 등과 달리 ‘빚는 떡’이라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고 콩, 팥 등 소도 마련해야 했다”며 “각계각층으로 확산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일부 농촌에선 추석날 송편을 빚긴 했다. 머슴날처럼 농사에 애쓴 일꾼을 격려하고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김 박사는 “그런 지역은 추석 무렵에 벼 수확이 가능했거나, 일찍 수확되는 품종을 파종한 농가 등으로 보인다”며 “추석을 기념하는 의례가 풍년 기원과 함께 ‘농공감사제’의 성격을 띠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송편이 추석 음식으로 대중화된 건 1970년대부터로 풀이된다. “경제력이 높아지고 쌀을 자급할 수 있게 된 산업화, 도시화 이후”라고 저자들은 주장했다. 정부가 ‘통일벼’ 등을 개발하고 식량 증산을 추진해 1976년 쌀 자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대략 이쯤부터 송편은 더는 ‘부잣집 식탁’에나 오르는 귀한 음식이 아니게 됐다. 이 시기는 농촌 인구가 도시로 대이동하던 때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일부 농촌의 추석 음식이던 송편이 전국으로 확대됐을 수 있다. 김 박사는 “언론과 가정요리서 보급도 추석날 송편 빚는 문화의 확산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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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엔 송편? 조선땐 음력2월 ‘머슴날’ 음식이었다

    “2월 초하루…모두가 둥근 반벽(半璧·반원 모양 옥기)을 만들어 송병(松餠·송편)이라 부른다.”조선 후기인 1849년 발간된 우리나라 대표적인 세시풍속지 ‘동국세시기’는 송편을 음력 2월 1일 ‘머슴날’의 풍속으로 소개했다. 머슴날은 농가에서 머슴들의 수고를 위로하고자 떡을 짓고 술을 내놓는 날. 정조(재위 1776~1800년) 대에 쓰인 ‘경도잡지’에도 송편은 머슴날 음식으로 기록돼 있다.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다음 달로 다가왔다. 이 때 빚거나 사먹는 송편은 추석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 하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송편은 추석의 절식(節食)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최근 출간된 책 ‘다시 쓰는 한국 풍속’(어문학사)은 1930년대까지도 송편이 ‘모두의’ 명절 음식은 아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저자인 김용갑 전남대 문화유산연구소 박사(문화재학)와 전통문화 연구자 박혜경 씨는 “송편을 추석 풍속으로 여기는 인식은 20세기 들어 확산했고, 쌀 자급화와 도시화 등이 이뤄진 1970년대 이후 대중화됐다”고 썼다.1930년대 풍속을 조사해 기록한 ‘중추원 풍속조사서’에도 “(2월 1일) 도시와 시골의 각 가정에서 성대하게 송편을 빚는다”고 할 뿐, 추석날 송편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립문화재연구소(현 국립문화유산연구소)가 1930년대~2000년대 초 국내 풍속을 조사한 ‘세시풍속’에 따르면 조사 대상 172개 시·군 가운데 태백, 마산, 해남, 서귀포 등 최소 41개 지역에서 추석날 송편 문화는 드러나지 않는다.한가위가 음력으로 8월 중순이라, 벼 수확을 앞두고 쌀이 가장 귀한 시기였던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김 박사는 “송편은 시루떡 등과 달리 ‘빚는 떡’이라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고 콩, 팥 등 소도 마련해야 했다”며 “각계각층으로 확산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물론 일부 농촌에선 추석날 송편을 빚긴 했다. 머슴날처럼 농사에 애쓴 일꾼을 격려하고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김 박사는 “그런 지역은 추석 무렵에 벼 수확이 가능했거나, 일찍 수확되는 품종을 파종한 농가 등으로 보인다”며 “추석을 기념하는 의례가 풍년 기원과 함께 ‘농공감사제’의 성격을 띠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송편이 추석 음식으로 대중화된 건 1970년대부터로 풀이된다. “경제력이 높아지고 쌀을 자급할 수 있게 된 산업화, 도시화 이후”라고 저자들은 주장했다. 정부가 ‘통일벼’ 등을 개발하고 식량 증산을 추진해 1976년 쌀 자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대략 이쯤부터 송편은 더는 ‘부잣집 식탁’에나 오르는 귀한 음식이 아니게 됐다.이 시기는 농촌 인구가 도시로 대이동하던 때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일부 농촌의 추석 음식이던 송편이 전국으로 확대됐을 수 있다. 김 박사는 “언론과 가정요리서 보급도 추석날 송편 빚는 문화의 확산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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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생긴 유물… “허술한게 좋아요” MZ들 엄지 척

    넓은 미간과 콩알만큼 작은 눈, 기나긴 중안부 아래 작게 자리 잡은 입. ‘하찮은’ 생김새 덕에 최근 대세인 이모티콘 캐릭터 ‘듀…가나디’를 연상케 하는 우리 문화유산이 요즘 MZ세대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백제 왕궁지였던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6∼7세기 그릇받침. 표면 곳곳에 금이 가고 투박하게 생긴 데다 구체적 용도도 밝혀지지 않아, 흔히 떠올리는 ‘멋진 유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그릇받침은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스타 대접을 받는다. 이달 초 국가유산진흥원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자, 2주 만에 댓글이 2만7000개를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진흥원 게시물은 ‘좋아요’가 많아야 수백 개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독보적인 수준이다. 댓글도 MZ스럽다. ‘듀…가나디’와 닮았다는 뜻으로 “백제의 듀물”, “듀…상님” 등으로 부르며 호응한다. 최근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보면, 이처럼 어딘지 ‘엉뚱하고 못생긴’ 유물들이 사랑받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화려하거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뚜렷한 문화유산들이 주로 주목받았던 분위기와는 결이 달라졌다. 올 3월까지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순회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도 MZ세대 발길이 이어졌던 전시다. 약 1600년 전 신라와 가야에서 조물조물 빚은 작고 우스꽝스러운 토우들이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했다. 전시를 기획했던 노형신 학예연구사는 “이전 세대들과 달리 조형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보다 ‘허술하고 친근함’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 선호가 반영된 현상 같다”고 전했다.박물관 등도 최근엔 이런 흐름을 적극 활용해 “문화유산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허물 계기로 삼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순회전인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에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작업을 선보이는 ‘이나피스퀘어’와 협업해 전시장 곳곳을 귀여운 그림으로 꾸몄다. 국가유산청도 최근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투각인면문옹형토기’로 설정했다. 경북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출토된 6세기경 신라 토기로, 보기만 해도 웃음 나는 얼굴이 투각(透刻)으로 표현돼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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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의 ‘듀..가나디’네…못생기고 엉뚱한 유물, MZ를 사로잡다

    넓은 미간과 콩알만큼 작은 눈, 기나긴 중안부 아래 작게 자리 잡은 입. ‘하찮은’ 생김새 덕에 최근 대세인 이모티콘 캐릭터 ‘듀..가나디’를 연상케 하는 우리 문화유산이 요즘 MZ세대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백제 왕궁지였던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6~7세기 그릇받침. 표면 곳곳에 금이 가고 투박하게 생긴 데다 구체적 용도도 밝혀지지 않아, 흔히 떠올리는 ‘멋진 유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그릇받침은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스타 대접을 받는다. 이달 초 국가유산진흥원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자, 2주 만에 ‘좋아요’ 수가 2만7000개를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진흥원 게시물은 ‘좋아요’가 많아야 수백 개 정도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독보적인 수준이다. 댓글도 MZ스럽다. ‘듀..가나디’와 닮았다는 뜻으로 “백제의 듀물”, “듀..상님” 등으로 부르며 호응한다.최근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보면, 이처럼 어딘지 ‘엉뚱하고 못생긴’ 유물들이 사랑받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화려하거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뚜렷한 문화유산들이 주로 주목받았던 분위기와는 결이 달라졌다. 올 3월까지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순회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도 MZ세대 발길이 이어졌던 전시다. 약 1600년 전 신라와 가야에서 조물조물 빚은 작고 우스꽝스러운 토우들이 젊은층의 취향을 저격했다. 전시를 기획했던 노형신 학예연구사는 “이전 세대들과 달리 조형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보다 ‘허술하고 친근함’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 선호가 반영된 현상 같다”고 전했다.박물관 등도 최근엔 이런 흐름을 적극 활용해 “문화유산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허물 계기로 삼고 있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에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작업을 선보이는 ‘이나피스퀘어’와 협업해 전시장 곳곳을 귀여운 그림으로 꾸몄다. 국가유산청도 최근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투각인면문옹형토기’로 설정했다. 경북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출토된 6세기경 신라 토기로, 보기만 해도 웃음 나는 얼굴이 투각(透刻)으로 표현돼 있다.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완성도 높고 화려한 지배층 관련 유물이 관심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정형화된 미의식에서 벗어난 매력에 젊은 층이 재치 있는 해석을 더하면서 즐기는 추세”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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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기록물-전통 조리서 2종, 유네스코 아태 기록유산 등재 신청

    국가유산청이 세월호 참사 기록물인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전통 조리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 신청했다. ‘단원고 4·16 아카이브’는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의 생전 일상이 담긴 자료와 국민 추모 활동,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회복 노력에 관한 기록물을 아우르는 자료다. 수학여행을 앞둔 기대감이 드러나는 2014년 4월 달력, 세월호 인양 후 발견된 수학여행 일정표 등이 포함됐다. 16세기 쓰인 ‘수운잡방’은 현전하는 민간 조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1670년경 쓰인 ‘음식디미방’은 양반가 여성이 쓴 가장 오래되고,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한글 조리서로 평가된다. 두 기록물의 등재 여부는 내년 상반기(1∼6월) 사전 심사와 등재 권고 절차를 거쳐 6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지역위원회 총회(MOWCAP)에서 최종 결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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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이사들, ‘이사회 교체’ 개정방송법에 헌법소원

    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회를 3개월 이내에 새로 구성하도록 한 개정 방송법에 대해 KBS 현직 이사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언론계에 따르면 KBS 이사 6명은 12일 개정 방송법 부칙 제2조 1항과 2항에 대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내고,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시행된 개정 방송법이 KBS 이사의 3년 임기를 단축시켜 “직업 수행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방송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방송법의 부칙 2조 1항은 ‘KBS 이사회는 3개월 이내 이 법의 개정 규정에 따라 구성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부칙 2조 2항은 ‘이 법 시행 당시의 KBS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는 이 법의 개정 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정했다. 이사들이 낸 헌법소원은 헌재법 68조 1항에 따른다. 이 조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부칙 2조 1, 2항의 효력은 임시로 멈춘다. 개정된 방송법은 KBS 이사회 정원을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하고, 국회와 방송사 임직원, KBS 시청자위원회, 방송 관련 학회 등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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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데헌 OST, 美빌보드 앨범차트도 1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앨범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14일(현지 시간) 미 빌보드 차트 예고 기사에 따르면 케데헌 OST는 팝스타 사브리나 카펜터의 ‘맨스 베스트 프렌드(Man’s Best Friend)’를 제치고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케데헌 OST 앨범은 발매 첫 주 해당 차트에 8위로 입성한 뒤 통산 7주간 비연속으로 2위를 기록해 오다가 이번 주 처음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수록곡 ‘골든(Golden)’은 현재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선 6주째 1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빌보드 핫100에서는 4주간 비연속 1위에 오르고 있다. 이로써 ‘케데헌’ OST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 1위를 동시에 차지하는 기록도 세웠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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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 기록 세계기록유산 아태목록 등재 신청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세월호 참사 기록물과 우리나라 전통 조리서의 등재를 신청했다고 국가유산청이 15일 밝혔다.두 기록물의 등재 신청서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에 12일 제출됐다. 등재 여부는 내년 상반기(1~6월) 사전 심사와 등재 권고 절차를 거쳐 6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지역위원회 총회(MOWCAP)에서 최종 결정된다.‘단원고 4·16 아카이브’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의 생전 일상이 담긴 자료와 국민의 추모 활동,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회복 노력에 관한 기록물을 아우르는 자료다. 수학여행을 앞둔 기대감이 드러나는 2014년 4월 달력, 세월호 인양 후 발견된 수학여행 일정표 등이 포함됐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은 우리 전통 조리 지식을 정리한 자료다. 1670년경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디미방’은 양반가 여성이 쓴 가장 오래되고 온전한 형태의 한글 조리서로 평가된다. ‘수운잡방’은 경북 안동의 유학자 김유(1491∼1555) 등이 집필한 조리서로, 현전하는 민간에서 쓰인 조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2021년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지정됐다.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단위에서 시행되는 기록유산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 기록물로는 ‘조선왕조 궁중현판’(2018년), ‘삼국유사’(2022년), ‘태안유류피해극복기록물’(2022년) 등이 등재돼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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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다, 빛을 품다

    물빛 흐르는 청자에 검은 학이 날갯짓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학이 1000년을 살면 청학(靑鶴·푸른 학)이 되고, 2000년이 지나면 현학(玄鶴·검은 학)이 된다”고 믿었다. 하늘에 현학이 나타나는 날, 태평성세가 온다고도 했다. 이러한 소망이 담긴 12∼13세기 고려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이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특별전 ‘검은빛의 서사’에서 2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매병이 일반에 공개되는 건 처음으로, 간송미술관 소장작(국보)과는 다른 작품이다. 이번 특별전은 그간 고미술에서 흰색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검은색’의 다양한 의미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죽음과 두려움의 색을 넘어 현묘(玄妙)함과 권위, 생명의 근원을 상징했던 검은색과 관련된 회화와 의복, 도자 등 120여 점을 전시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는 옛 문헌을 토대로 검은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天地玄黃)는 구절로 시작하는 17세기 ‘천자문’, 18세기 조선 문신인 연암(燕巖) 박지원(1737∼1805)의 시와 산문을 엮은 ‘연암집’ 등이 각 도입부에 전시됐다. 연암은 까마귀를 가리켜 “홀연 유금(乳金) 빛이 번지기도 하고 다시 석록(石綠) 빛을 반짝이기도 한다”면서 검정이 수많은 색을 품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선 문무백관이 입던 예복 ‘흑단령(黑團領)’은 당대 검은색이 권력을 상징했음을 보여 준다. 검은 옷, 흑칠한 가구 등은 왕실과 사대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오혜연 학예연구사는 “당시 직물, 나무 등을 까맣게 염색하는 데엔 품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서민들은 흰색에 비해 값비싼 검은 옷을 구하기 힘들었을뿐더러 절제와 검소를 중시하는 유교 사상이 이를 억제했다”고 설명했다.검은 바탕에 금선으로 그려진 ‘아미타설법도’는 1824년 화승 체균(體均) 등이 아미타불(중생을 구원하는 부처)을 그린 불화. 대구 파계사 소장품을 대여했다. 오 연구사는 “국내에서 확인된 흑지선묘불화(黑紙線描佛畵) 10여 점 중 하나”라며 “그림 주위에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빛나는 금선이 신성성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했다. 전시 후반부 오묘한 빛을 내는 흑자(黑磁·검은 도자류) 20여 개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공간도 눈길을 끈다. 흑자는 유약에 담긴 산화철, 산화티타늄 함유량에 따라 은은한 노란빛이나 푸른빛 등을 띠게 된다. 고려시대부터 일상에서 저장을 위해 쓰는 용기였다. 유지원 학예연구사는 “비교적 일률적으로 색을 낼 수 있었던 백자와 달리, 흑자는 색깔을 통일하기가 어려웠기에 더 다채로운 빛깔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전시장 곳곳에선 근현대 작가들이 검은색을 테마로 창작한 회화와 조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한자에 담긴 이미지를 3차원으로 형상화한 최만린(1935∼2020)의 ‘천지현황’ 시리즈, 김기린(1936∼2021)의 그림 ‘안과 밖’ 등이다. 11월 29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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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학이 날면 태평성세”…주목 못받던 ‘검은빛의 서사’ 펼쳐진다

    물빛 흐르는 청자에 검은 학이 날갯짓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학이 1000년을 살면 청학(靑鶴·푸른 학)이 되고, 2000년이 지나면 현학(玄鶴·검은 학)이 된다”고 믿었다. 하늘에 현학이 나타나는 날, 태평성세가 온다고도 했다. 이러한 소망이 담긴 12~13세기 고려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이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특별전 ‘검은빛의 서사’에서 2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매병이 일반에 공개되는 건 처음으로, 간송미술관 소장작(국보)과는 다른 작품이다.이번 특별전은 그간 고미술에서 흰색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검은색’의 다양한 의미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죽음과 두려움의 색을 넘어 현묘(玄妙)함과 권위, 생명의 근원을 상징했던 검은색과 관련된 회화와 의복, 도자 등 120여 점을 전시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는 옛 문헌을 토대로 검은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天地玄黃)는 구절로 시작하는 17세기 ‘천자문’, 18세기 조선 문신인 연암(燕巖) 박지원(1737~1805)의 시와 산문을 엮은 ‘연암집’ 등이 각 도입부에 전시됐다. 연암은 까마귀를 가리켜 “홀연 유금(乳金) 빛이 번지기도 하고 다시 석록(石綠) 빛을 반짝이기도 한다”면서 검정이 수많은 색을 품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기도 했다.조선 문무백관이 입던 예복 ‘흑단령(黑團領)’은 당대 검은 색이 권력을 상징했음을 보여준다. 검은 옷, 흑칠한 가구 등은 왕실과 사대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오혜연 학예연구사는 “당시 직물, 나무 등을 까맣게 염색하는 데엔 품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서민들은 흰색에 비해 값비싼 검은 옷을 구하기 힘들었을뿐더러, 절제와 검소를 중시하는 유교 사상이 이를 억제했다”고 설명했다.검은 바탕에 금선으로 그려진 ‘아미타설법도’는 1824년 화승 체균(體均) 등이 아미타불(중생을 구원하는 부처)을 그린 불화. 대구 파계사 소장품을 대여했다. 오 연구사는 “국내에서 확인된 흑지선묘불화(黑紙線描佛畵) 10여 점 중 하나”라며 “그림 주위에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빛나는 금선이 신성성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했다. 전시 후반부 오묘한 빛을 내는 흑자(黑磁·검은 도자류) 20여 개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공간도 눈길을 끈다. 흑자는 유약에 담긴 산화철, 산화티타늄 함유량에 따라 은은한 노란빛이나 푸른빛 등을 띠게 된다. 고려시대부터 일상에서 저장을 위해 쓰는 용기였다. 유지원 학예연구사는 “비교적 일률적으로 색을 낼 수 있었던 백자와 달리, 흑자는 색깔을 통일하기가 어려웠기에 더 다채로운 빛깔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전시장 곳곳에선 근현대 작가들이 검은색을 테마로 창작한 회화와 조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한자에 담긴 이미지를 3차원으로 형상화한 최만린(1935~2020)의 ‘천지현황’ 시리즈, 김기린(1936~2021)의 그림 ‘안과 밖’ 등이다. 11월 29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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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약과의 전쟁’에서 지는 이유

    1970년대 미국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높였고 경찰력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마약 관련 폭력은 줄긴커녕 오히려 확대됐다고 한다. 시장이 음지화되면서 마약 가격은 더 올라갔다. 갱단들은 시장 우위,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질렀다. 책은 마약에 대한 단속, 처벌 중심의 접근법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풍부한 사례로 보여준다. 현대인의 집중력 위기를 짚은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 등을 통해 각종 사회문제를 파고든 영국 저널리스트가 썼다. 마약 중독자, 멕시코 마약상, 중독을 연구하는 학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담아냈다. 저자는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근절하려면 “형벌이 아닌 공공보건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포르투갈은 2000년대 들어 마약 사용 및 소지를 범죄가 아닌 ‘행정 위반’으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의사와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사회복귀 프로그램 등을 권고받는다. 그 결과 마약 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치료 시설에 가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마약 문제에 대한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가설 중 상당수가 잘못됐다”는 저자의 주장과 논증은 책의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과학적 근거보다는 과거 사례를 서사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공공보건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도 아쉽게 느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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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 오백나한도 보물 지정 예고 “고려 불화 중 조성 시기 명확히 알 수 있어”

    13세기 외침 극복을 기리며 제작된 ‘고려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고려 오백나한도’는 몽고의 고려 침입 시기인 1235년 만들어진 오백나한도 500폭 중 한 폭이다. 화폭에는 너른 바위에 걸터앉은 존자가 용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하단의 화기(畫記)에는 제작 배경과 발원자, 시주자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남아 있는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고려 불화 중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이밖에도 16세기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고려 말 문신이자 문장가인 한수(韓修·1333~1384)가 쓴 ‘유항선생시집’, 1908년 제작된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휴대용 앙부일구’ 등 3건도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지정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최종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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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담근 ‘장’ 하나, 열 반찬 안부럽다

    옛 어른들은 여름철 뚝 떨어진 입맛을 ‘즙장(汁醬)’으로 잡았다고 한다. 된장에 오이나 가지 등 제철 채소를 절인 속성장(速成醬)으로, 은근한 새콤함이 밥맛을 돋웠다. 겨울에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차가운 ‘청육장(淸肉醬)’을 즐겼다. 청국장에 쇠고기를 넉넉히 넣어 끓인 뒤 색색깔 고명을 얹은 별미다.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아름지기 사옥에서 선보인 기획전 ‘장, 식탁으로 이어진 풍경’은 계절마다, 지역·집안마다 다채로운 전통 장의 세계를 조명한 흥미로운 전시다. 친숙한 간장이나 된장부터 대구장, 두부장 등 비교적 낯선 장까지 아우르며 전통 장의 다양한 쓰임과 의미, 오늘날 식탁에 올랐을 때의 멋을 소개한다. 우리 식문화는 고유의 환경 조건 등으로 인해 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전시 기획에 참여한 정혜경 호서대 명예교수는 “장은 고조선부터 이어져 온 소중한 유산이자 K푸드의 본질”이라며 “경작한 농산물보다는 산에서 나는 임산물을 주로 채취해 먹은 선조들은 풍미와 단백질을 보완하고자 콩으로 만든 장을 즐겼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런 장들과 어울리는 상차림도 선보였다. 꿀을 넣어 만든 ‘약고추장’은 골동반(骨董飯·비빔밥)에 곁들였다. “천 리 길을 들고 가도 상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긴 ‘천리장’은 꼬치 요리인 화양적(華陽炙)과 내놓았다. 이정연 큐레이터는 “19세기 생활백과사전인 ‘규합총서’ 등 고문헌을 토대로 현대인 입맛에도 맞을 상차림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렵긴 했겠으나, 음식들을 모형으로 보여준 건 아쉬웠다. 현대 공예작가 15명과 협업한 이번 전시는 음식에 어울리는 식기와 담음새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11월 15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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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년대 사라진 경복궁 ‘용향로 뚜껑’ 복원 추진

    조선의 법궁(法宮)인 경복궁에 있는 ‘용향로(龍香爐)’ 한 쌍의 용머리 뚜껑을 60여 년 만에 복원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최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경복궁 근정전 양옆에 놓인 향로 뚜껑들의 복원 계획을 보고했다.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용으로 형상화한 ‘용향로’는 발톱이 조각된 다리 3개와 무늬가 새겨진 몸통 위에 용머리 뚜껑이 놓인 형태다. 고종 대에 경복궁을 재건하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뚜껑들은 1960년대 전후에 사라졌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발간하는 학술지 ‘고궁문화’ 제13호는 “1959∼1961년 왼쪽 향로 뚜껑이, 1961∼1964년 오른쪽 향로 뚜껑이 사라졌다”며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관리 소홀로 빚어진 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복원된 향로 뚜껑은 이르면 내년 1월경 배치될 예정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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