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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시즌이 올 6월 공개된다. 30일 (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대단원인 시즌3을 6월 27일 공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시즌2를 출시한 지 6개월 만이다. 2021년 9월 시즌1이 첫선을 보인 뒤 시즌2가 출시되기까지는 3년 3개월이 걸렸다. 시즌3은 시즌2 제작 당시 연속으로 촬영됐으나 공개는 홍보 효과 극대화 등을 위해 시차를 두고 진행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3의 공개날짜를 공식 발표하면서 새로운 스틸컷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시즌3 스틸컷에는 반란에 실패하고 수갑에 묶인 채 누군가를 노려보는 기훈(이정재)의 모습이 담겼다. 이외 검은 가면을 손에 든 채 생각에 잠긴 프론트맨, 관을 둘러싸고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등장인물 등의 모습도 담겼다.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심었던 씨앗이 자라고 결실을 보는 모습을 보게 돼 매우 기쁘다. 또 한 번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지난해 12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지난해 4분기(9~12월) 시청 횟수 1억6570만 회를 기록했다.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2에 대해 넷플릭스는 “역대 가장 많이 시청된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꽃을 바라보는 듯한 자세로(花前態·화전태) 곱게 미소 짓고(媚弄·미롱), 물 위에 꽃이 떨어지듯(落花流水·낙화유수) 두 팔을 좌우로 한 번씩 뿌린 뒤 한 바퀴 돌아라(左右一拂一轉·좌우일불일전).”조선 왕실의 댄스 교본이라 할 수 있는 ‘정재무도홀기(呈才舞圖笏記)’가 알려주는 ‘춘앵전(春鶯囀)’ 추는 법이다. 춘앵전은 봄에 꾀꼬리가 지저귀는 것을 표현한 정재(궁중 연향에서 추는 춤)로 31가지 춤사위가 홀기에 아름답고 직관적으로 설명돼 있다. 홀기는 무용수가 춤을 어떻게 춰야 하는지를 한글과 한자로 적은 연습용 지침서다.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은 2022년부터 진행한 홀기 영인 작업의 마지막 발간물로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 흩어져 있던 홀기 20여 종을 한데 모아 최근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59집’을 출간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처용무’가 담긴 국립중앙도서관 ‘진찬정재홀기’, 국립고궁박물관 ‘무법’ 등이 영인된 건 처음이다. 홀기는 조선시대 궁중 무용을 오늘날 무대로 복원하기 위한 핵심 자료로 꼽힌다. 의궤가 행사의 절차나 주관자, 춤 종류 등을 개괄적으로 기록한 데 비해 홀기는 춤사위, 노랫말, 반주 등을 상세히 담았기 때문이다. ‘춤추며 나아가 선다’는 뜻의 ‘족도이진입(足蹈而進立)’ 등 동작을 표현한 단어가 약 200가지에 이른다. 홀기에는 춤의 대형과 실제 연향에 출연한 무용수의 이름도 담겨 있다. 북 주위를 돌며 추는 군무인 ‘무고’의 경우 여자 무용수 ‘홍매’를 비롯해 출연 무용수들의 소속과 이름이 둥그런 춤 대형을 그리며 적혀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부 맥이 끊겼던 궁중무용을 1980년대부터 복원할 수 있었던 건 홀기의 역할이 컸다. 춤이 지금처럼 동영상으로 남아 있지 않은데도 홀기에 담긴 생생한 표현이 복원의 바탕이 됐다. 하지만 그간 홀기는 어람용 고문서 등과 달리 보존도가 떨어지고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 관련 연구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신혜주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국립국악원 ‘정재무도홀기’는 1980년에 한 차례 영인됐으나 해상도가 낮아 주석을 읽기 어려웠다”며 “소장처별 자료들도 대부분 훼손 방지를 이유로 열람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영인은 가로 7cm, 세로 24cm의 자그마한 책에 깨알같이 쓰인 주석까지 읽을 수 있도록 고해상도로 진행됐다. 홀기 영인본 발간을 계기로 우리 춤에 대한 연구와 복원 속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그간 편찬 시기가 불분명했던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정재홀기’는 이번 영인 과정에서 헌종대 무신년(1848년) 자료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재옥 학예연구관은 “편찬 연대가 밝혀지지 않은 홀기들을 비교 연구하면 복원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며 “오늘날 여성 군무로 공연되는 ‘선유락’의 경우, 연대 불명 장서각 소장 홀기에선 남자 무용수인 무동들도 춘 것으로 나온다. ‘정재 악사는 남자, 춤은 여자’라는 인식을 넘어서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영인본 편찬에 참여한 김영운 전 국립국악원장은 “홀기의 내용과 맥락을 정확히 이해한 뒤에야 기존 해석을 보완하거나 현대적인 재해석을 가미할 수 있다”며 “같은 춤이 시대에 따라서 어떻게 변용됐고, 바뀌지 않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설 연휴를 맞아 고궁과 박물관 등에서 명절 분위기가 물씬한 행사가 펼쳐진다. 28∼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의 흥례문 광장에선 ‘을사년 설맞이 세화 나눔’ 행사가 개최된다. 세화는 한 해 동안 행운이 깃들길 기원하는 그림으로, 조선시대 왕은 새해를 맞아 신하들에게 세화를 하사했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수문장 교대 의식이 끝난 뒤 세화를 나눠줄 예정이다. 30일까지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 22곳도 무료로 개방된다.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도 이때는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준비한 특별전 ‘만사형통’과 함께 설맞이 한마당을 연다. 전시에선 뱀과 관련한 생활용품이나 의례용품 등 60여 점을 살펴볼 수 있다. 27, 28일 윷점 보기와 연 날리기 등을 체험할 수 있고, 광주시립광지원농악단의 지신밟기 공연도 펼쳐진다. 서울역사박물관도 18세기 서울을 조명한 전시 ‘태평계태평’과 더불어 설맞이 한마당 행사를 개최한다. 30일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박물관 앞 광장에서 푸른뱀 키링 만들기, 가오리연 만들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이날 오후 1시엔 사물놀이 ‘판굿’과 사자놀이를 선보인다. 29,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선 국립무용단 ‘2025 축제’가 공연된다. 풍년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태평무, 북으로 장단을 주고받으며 흥겹게 추는 무고 등 ‘왕을 위한 축제’를 주제로 7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945년 5월 8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항복한 직후의 시간을 ‘슈툰데 눌(Stunde Null·제로 시간)’이라고 부른다. 기존 체제가 무너진 시기, 들끓는 복수심은 평화 대신 더 잔혹한 폭력을 가져왔다. 유럽 각지에서 여성 수백만 명이 성폭행을 당했다. 크로아티아인은 세르비아인을, 우크라이나인은 폴란드인을 죽이는 등 파편화된 차별과 학살이 난무했다.이 책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기원이 제2차 세계대전에 있다”며 반인도적 폭력의 근간이 만들어진 20세기 전후(戰後) 초기 유럽의 역사를 파헤친다. 언론인 출신 역사가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치밀한 논증과 풍부한 사례를 담아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국제작가협회(PEN 인터내셔널)가 주관하는 ‘헤셀 틸먼 상’을 수상했다.책은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진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과 옛 소비에트 연방, 북유럽까지 아우르면서 전쟁 직후의 야만적 상황을 다룬다. 1945년 유럽 전승기념일이 선포된 뒤에도 대륙 전역에선 폭력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에서 민족주의자들은 1950년대까지 소련군에 맞서 전투를 벌였다. 더 잔혹한 보복이 민간인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했다.특히 독일 민간인들은 유럽 전역에서 구타당하거나 살해당했다. 1945년 전쟁 직후 유고슬라비아에서 벌어진 블라이부르크 강제 송환 사건은 희생자 수만 명을 낳았다. 패전국들의 군인과 민간인이 유고슬라비아를 떠나 오스트리아로 피란했으나 영국군에 의해 강제로 송환됐다. 대부분 처형되거나 열악한 환경에 처한 채 숨졌다. 저자는 이 같은 복수 행위가 “도덕적 우위성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렀을지언정 누가 전후 권력의 지배권을 쥐고 있는지 입증해 주는” 공동체적 도구였다고 지적한다. 개인에게는 더 이상 역사적 사건의 수동적 방관자가 아니라는 환상을 심어주면서 잔혹한 복수의 메커니즘에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전쟁으로 인한 도덕적 수렁에서는 모든 민족과 정치 종파가 희생자인 동시에 범죄자였다”고 역설한 대목은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이 내다보이는 야경은 아름답지만, 화장실은 얼어붙을 듯 춥고 집 주변에선 하수구 냄새가 진동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옥탑방에 묵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남긴 에어비앤비 후기다. 또 다른 후기에선 “경사가 짐을 끌고 오르기 힘들 정도다. 맞은편 집에서 당신이 보일지도 모른다”며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K드라마 주인공이 낭만적인 삶을 살던’ 옥탑방을 기대했거나 화려한 ‘루프톱 하우스’를 예상했다가 낭패를 본 기색이 역력하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 문화가 세계에 확산되면서 낳은 독특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한류문화사전’(이하 사전)을 발간한 이유 중엔 이런 오해를 막자는 의도도 담겼다. 표제어 443개를 선정했는데 한국 문화에 관심 깊은 외국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한국인인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지만, 타인의 시선에선 흥미로운 문화는 뭐가 있을까. 사전에서 옥탑방은 ‘날씨에 민감하고 범죄 예방과 화재에 취약한 구조임에도 도시 속 낭만을 누리는 주거지로 묘사된다’고 설명했다. 집필자로 참여한 정헌목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류학전공 교수는 “드라마 등 콘텐츠에 등장하는 옥탑방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서울의 야경을 누리는 듯한 ‘기분’을 제공하지만, 실은 열악한 주거 환경이란 사실을 은폐한다”고 했다. 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아파트(apt.)’로 관심을 모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사전은 ‘한국의 근대화가 낳은 독특한 산물로서 한국인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편찬 자문에 참여한 네덜란드 유튜버 바르트 판 헤뉘흐턴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떠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배타적인 공간”이라고 평했다.‘온수 매트’도 표제어로 등장했다. 외국에선 ‘드라마에서 배우가 바닥에 깔고 눕는데, 굉장히 아늑해 보인다’며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표제어 선정에 참여한 한 외국인은 “한국 여행을 와서 온수 매트를 켜고 누웠을 때 온몸이 따듯해지는 느낌이 좋았다”며 “아마존에서 팔면 사고 싶다”고 했다. 사전은 ‘역사적으로 온수 매트는 한국의 온돌 난방에서 이동형으로 발전되어 개발된 취침용 매트로, 사실상 이동형 온돌’이라고 부연했다. 사전에 다수 등재된, 한국어에서 특히 발달한 맛에 관한 표현도 외국인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담백하다’는 개운하고 산뜻한 맛을 나타내는 형용사지만, 한국인은 매운탕이나 설렁탕도 지나치게 짜거나 기름지지 않으면 담백하다고 한다. 맛 표현이 사람에 대한 표현으로 확장하면 해석의 난도는 더 올라간다. 표제어 선정에 참여한 40대 외국인은 “싱거운 사람이란 대사가 드라마에 나오는데, 사람이 어떻게 싱거울 수 있냐”며 “한국어는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묘사하는 표현이 다양한데, 특히 성격을 음식처럼 말하는 게 특이하다”고 했다. ‘시원하다’ ‘말아먹다’ 역시 마찬가지다. ‘밥 한번 먹자’가 “가까운 관계임을 표현하는 형식적인 인사”란 점도 독특하다.‘식당 앞치마’도 외국인에겐 굉장히 낯설다. K드라마를 보며 밥 먹을 때 왜 앞치마를 하는지 궁금해한다고 한다. 식당 앞치마는 고기를 굽거나 국물을 끓이기에 음식이 옷에 튈 염려가 많은 한국만의 문화다. 사전은 “한국의 독특한 외식 문화를 볼 수 있는 일면”이라고 했다. 이번 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 편찬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판이다. 원고지 4600여 장 분량, 사진도 800장에 이른다. 민속학, 사회학 등 분야별 전문가 129명이 참여했다. 영어판 발간 등도 준비되고 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사전이 ‘한국 문화 바로 알기’의 길잡이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운영했던 ‘말 목장’의 흔적이 처음 확인됐다.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는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성벽 조사 결과 ‘살곶이 목장성’의 흔적을 찾았다”고 22일 밝혔다. 살곶이 목장성은 조선 왕실의 말과 수레 등을 관리하던 관청인 ‘사복시(司僕寺)’가 말을 기르고자 토성을 쌓아 운영한 시설이다. 연구소는 “옛 지도와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이곳의 실체가 드러난 건 처음”이라고 했다. 목장성 성벽은 말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막는 구조로 세워졌다. 이번에 확인된 성벽의 잔존 높이는 약 3m, 폭은 11m다. 흙으로 성벽을 쌓은 뒤 한 차례 이상 덧댔고, 성 안쪽으로 석축 벽을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비가 내리는 철이면 토성이 무너져 말이 도망하는 일이 발생해 한 면에 석성을 쌓았더니 말이 빠져나가는 일이 감소했다”는 기록과 일치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가유산청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항일 독립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기후위기 시대 동식물 유산 보존에 나선다. 국가유산청은 21일 신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그동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항일 독립 건축유산을 조사해 지정·등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종묘제례악 등 일제강점기 단절·변형된 무형유산과 애국선열의 이야기는 올해 8월 공연 ‘무형유산으로 만나는 평화누리’로 관객을 만난다. 4월 수리가 끝나는 종묘 정전을 포함해 궁능 문화유산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복원 사업도 계속된다. 황새, 산양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정기 조사도 최초로 실시한다. 전국 천연기념물 동물 종을 대상으로 개체수, 분포도 등을 조사하고 식물유산의 경우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상시 관리할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고자 동식물 유전자원 저장과 연구도 진행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제 ‘솔 푸드(soul food)’는 비빔냉면입니다. 한국 식재료가 어떻게 더 세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요.” 유명 셰프인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 씨(53·사진)가 어머니 이순자 씨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리 씨는 16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한국 이미지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꿈같다”며 “험난한 여정이었으나 나만의 길을 걸어왔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닮아 고집이 세다”며 활짝 웃은 리 씨는 1970년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다. 이번 수상은 어머니 덕이라며 “많은 한국인 부모들이 자식에게 의사나 변호사가 되라고 권하던 시절에 요리사가 되겠다던 나를 믿어줬다”면서 “어머니에게 들은 음식 이야기가 요리 소재로 활용되곤 한다. 어머니를 존경한다”고 했다. 이 씨도 “남편과 집에서 간소히 차린 밥을 먹고 있는데, 아들이 뚝딱뚝딱 음식을 더 만들어준 기억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자신을 ‘비빔 인간’이라고 정의한 리 씨는 “앞으로 한국에서 더 많은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다짐했다. “평생 한국인이 되고 싶었지만 미국인에 더 가까웠어요. 하지만 최근 한국을 새롭게 발견하며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마음속 이야기가 담긴 요리를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참 이상한 세상(strange world)이야.”(영화 ‘블루 벨벳’에서) 영화 ‘블루 벨벳’과 TV시리즈 ‘트윈 픽스’ 등을 통해 세상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불안을 스크린에 담아냈던 ‘미국 컬트영화의 거장’ 데이비드 린치 감독(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 고인의 유족은 16일(현지 시간) “예술가이자 한 인간인 린치가 떠났음을 알린다”며 “이제 그가 곁에 없기에 세상엔 큰 구멍이 났다”고 발표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체적 사인은 밝히지 않았으나, 애연가였던 린치 감독은 지난해 폐기종 진단을 받은 뒤 집 안에서 걷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1946년 몬태나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베이니아 미술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1970년 로스앤젤레스 미국영화연구소 산하 영화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인 영화의 길을 걸었다. 린치 감독은 생전 인터뷰에서 “몬태나의 깊은 숲과 필라델피아의 우울한 분위기가 내 영화의 자양분”이라고 회고했다. 고인의 작품들은 초기작부터 ‘화려하면서도 불안한(florid and unnerving)’ 분위기가 물씬했다. 1977년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렬한 미장센으로 지금도 컬트영화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후 ‘엘리펀트 맨’, ‘블루 벨벳’ 등도 다소 거친 듯한 화면과 마음을 파고드는 음악 등이 어우러지며 수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린치 감독은 “영화는 선(善)과 어둠의 힘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린치 감독은 1990년 칸영화제에서 ‘광란의 사랑’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신인 배우였던 니컬러스 케이스는 이 작품에 출연하며 스타가 됐다. 2001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그해 NYT가 올해의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미 아카데미상은 4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인연이 없다가, 2019년 공로상을 받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해 12월 3일. 계엄군이 국회에 무력 진입을 시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무장한 계엄군들이 길거리에서 시민들과 대치하는 장면은 방송과 온라인으로 실시간 퍼지며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다만 이때 젊은 군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다소 엇갈렸다. 어떤 이는 “군인이니 명령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명령이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거스를 수도 있다”고 했다.이 책은 당시 계엄군처럼 권위와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인간 행동의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절차가 뇌에서 이뤄진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명령 앞에 놓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인지신경학적으로 분석했다. 벨기에 겐트대 실험심리학과 부교수인 저자는 현지에선 2016년 벨기에왕립아카데미 심리학상도 받은 유명 학자다. 이번 분석을 위해 뇌의 특정 영역이 언제 활성화하는지 보여주는 자기공명영상(MRI)과 뇌파검사(EEG) 등 기술도 활용했다고 한다. 저자는 정치철학자 해나 아렌트(1906∼1975)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평범한 인간은 누구나 명령 앞에서 잔혹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저자의 연구팀은 1960년대 스탠리 밀그램이 실험한 ‘전기 충격과 복종 명령’을 여러 차례 변주해 보여준다. 밀그램 실험과 달리 참가자들이 명령을 따르도록 유도하지 않았고, 행동의 결과가 실험과 무관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게 8년 동안 다른 사람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4만5000번이나 내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명령이 거부된 비율은 고작 2.97%에 그쳤다. 참가자들은 “충격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등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까지 했다.다만 책은 악의 평범성을 되풀이 검증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악인을 만드는 원인까지 파고든다. 사람들은 단순히 신경학적 기능 장애나 사악한 성격만으로 악인이 되지는 않았다. 감정을 조절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 강도를 EEG 장치로 확인한 결과 고통에 대한 공감이나 죄책감 같은 도덕적 감정은 복종 상태에서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처한 상황, 정치·사회적 맥락, 가정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이타성을 억제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저자는 실험실 연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과학적 측정에만 국한되지 않으려고 노력해 더 신뢰감을 준다. 과거 르완다나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의 가해자들을 상대로 학살에 동참한 동기 등을 인터뷰해 생생하고 깊이 있는 질적 연구를 뒷받침했다.책의 목적은 분명하다. 명령에 따라 악마가 된 이들을 결코 과학과 통계로 두둔하지 않는다. 복종 상황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면밀히 파악함으로써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파괴적 복종을 예방하려고 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집단학살의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이바지하는 무의식적 신경 활동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학제 간 접근을 통해 공감, 도덕적 용기, 독립적 사고를 촉진하는 개입 방안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초급 사관생도와 장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MRI 비교 실험은 그 가능성을 내비친다. 초급 사관생도는 ‘충격 버튼’을 누르지 않을 자유가 주어졌을지라도 쉽게 복종했다. 그러나 장교들은 주저했다. 저자는 “더 큰 책임을 느끼도록 훈련받아 주체 의식이 강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며 “그런 훈련을 민간 생활에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참 이상한 세상(strange world)이야.”(영화 ‘블루 벨벳’에서)영화 ‘블루 벨벳’과 TV시리즈 ‘트윈 픽스’ 등을 통해 세상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불안을 스크린에 담아냈던 ‘미국 컬트영화의 거장’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고인의 유족은 16일(현지 시간) “예술가이자 한 인간인 린치가 떠났음을 알린다”며 “이제 그가 곁에 없기에 세상엔 큰 구멍이 났다”고 발표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체적 사인은 밝히지 않았으나, 애연가였던 린치 감독은 지난해 폐기종 진단을 받은 뒤 집 안에서 걷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였다.1946년 몬태나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베이니아 미술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1970년 로스앤젤레스 미국영화연구소 산하 영화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인 영화의 길을 걸었다. 린치 감독은 생전 인터뷰에서 “몬태나의 깊은 숲과 필라델피아의 우울한 분위기가 내 영화의 자양분”이라고 회고했다.고인의 작품들은 초기작부터 ‘화려하면서도 불안한(florid and unnerving)’ 분위기가 물씬했다. 1977년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렬한 미쟝센으로 지금도 컬트영화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후 ‘엘리펀트 맨’, ‘블루 벨벳’ 등도 다소 거친 듯한 화면과 마음을 파고드는 음악 등이 어우러지며 수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린치 감독은 “영화는 선(善)과 어둠의 힘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적으로 가장 흥행한 작품은 TV 시리즈 ‘트윈 픽스’(1990∼1991). 가상의 시골 마을에서 축제 퀸으로 뽑힌 여성이 살해되면서 벌어진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로 1993년 국내에서도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린치 감독은 1990년 칸영화제에서 ‘광란의 사랑’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신인배우였던 니컬러스 케이스는 이 작품에 출연하며 스타가 됐다. 2001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멀론랜드 드라이브’는 그해 NYT가 올해의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미 아카데미상은 4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인연이 없다가, 2019년 공로상을 받았다. 고인은 스티븐 스필버그나 조지 루커스 같은 주류 감독들과 친분이 두터웠고,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백악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다. 마지막 장편영화는 ‘인랜드 엠파이어’(2006년)였으며, 2017년 ‘트윈 픽스’의 후속편인 ‘트윈 픽스: 더 리턴’을 연출했다. ‘데이비드 린치 재단’을 설립해 오랜 세월 초월 명상법을 설파하기도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가유산청과 우정사업본부는 환수된 문화유산 4종을 24일 기념우표로 발행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발행되는 이 우표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척암선생문집책판, 대한제국 고종황제 어새, 한말 의병 관련 문서 등 대한민국의 자주독립 역사와 관련된 문화유산으로 구성된다. 총 54만4000장이 발행되며, 가까운 우체국 또는 인터넷우체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공연계에서 지난해 불붙은 ‘대극장 연극 시대’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1000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에서 펼치는 대극장 연극이 흥행에 성공하며 스타 배우들의 출연이 잦아지고 관객층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이로 인해 관람료도 덩달아 올라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단 우려도 나온다. 국립극단은 올 11월 1200여 석 규모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창작극 ‘허난설헌’(가제)을 초연한다. 2013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약 1000석)에서 공연된 ‘아시아 온천’ 이후 국립극단이 수도권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건 12년 만이다.같은 달 원작 소설과 동명 영화로 친숙한 ‘라이프 오브 파이’도 서울 시내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알라딘’ ‘오페라의 유령’ 등 대형 뮤지컬들을 선보인 에스앤코가 제작한다. 지난해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햄릿’으로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았던 신시컴퍼니는 올해 7, 8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렛미인’을 9년 만에 공연한다. 주로 중·소극장 위주였던 연극이 무대를 대극장으로 옮기고 있는 건 지난해부터 ‘대극장 히트작’이 잇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7, 8월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연극 ‘맥베스’(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에 관객이 몰리면서 전체 연극 티켓 판매액(163억 원)이 전년 동 기간(111억 원)보다 47% 늘어났다. 여름은 통상적으로 공연계 비수기인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대극장 공연의 인기는 스타 배우의 무대 출연이 한몫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영화 같은 영상콘텐츠 제작 편수가 줄어들며 연극 출연을 검토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며 “제작사도 소극장 장기 공연보다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로 대극장 단기 공연을 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규모가 큰 공연은 명성 있는 국내외 연출가 섭외도 비교적 수월하다고 한다. LG아트센터가 5월 1300석 규모 LG시그니처홀에서 초연하는 기획제작 연극 ‘헤다 가블러’도 배우 이영애(사진)가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 연출 역시 제60회 동아연극상 3개 부문을 수상한 연극 ‘키리에’의 전인철 연출가가 맡는다. 대극장 연극은 유명 배우에다 스케일도 커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유리하다. 지난해 초연된 전도연·박해수 주연의 ‘벚꽃동산’은 올 하반기 해외 순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극단도 ‘허난설헌’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지금이 한국 연극의 해외 진출에 적기라고 본다”며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한국 연극 역시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공연계가 올해 대극장 연극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지난해 점화된 ‘대극장 연극 시대’에 가속도가 붙었다. 중소극장 중심으로 열리던 연극이 1000석 이상 대극장 무대에 줄줄이 오르고 있는 것. 국립극단은 11월 1200여 석 규모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창작극 ‘허난설헌’(가제)을 초연한다. 2013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약 1000석)에서 공연된 ‘아시아 온천’ 이후 국립극단이 수도권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건 12년 만이다. 같은 달 원작 소설과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라이프 오브 파이’도 서울시내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알라딘’ ‘오페라의 유령’ 등 주로 대형 뮤지컬을 국내에 선보인 에스앤코가 제작한다.여기엔 최근 ‘대극장 히트작’이 잇달아 터지면서 확대된 관객층이 영향을 미쳤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7, 8월은 통상 공연계 비수기로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배우 황정민 주연의 연극 ‘맥베스’(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이 관객 발길을 모으면서 전체 연극 티켓판매액(163억 원)이 전년 동기간(111억 원)보다 47% 늘어났다. 지난해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햄릿’으로 연극계 ‘큰손’ 20, 30대를 넘어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은 신시컴퍼니는 올해 7, 8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렛미인’을 9년 만에 공연한다.이는 주로 영화, 드라마에서 활동하는 스타 배우가 무대로도 영역을 넓히는 추세와 직결된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 편수가 크게 줄면서 연극 출연을 검토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소극장 장기 공연보다 ‘티켓 파워’ 있는 인기 배우로 대극장 공연을 단기간 올리는 것이 경제적”이라며 “규모 큰 공연은 명성 있는 국내외 연출가를 섭외하기도 비교적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LG아트센터가 5월 1300석 규모 LG시그니처홀에서 초연하는 기획제작 연극 ‘헤다 가블러’에는 배우 이영애가 출연을 검토 중이다. 제60회 동아연극상 3개 부문을 수상한 연극 ‘키리에’의 전인철 연출가가 연출을 맡는다.대극장 공연은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으로도 유용하다.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배우, 굵직한 서사와 스케일을 앞세워 수요가 비교적 한정적인 국내 시장을 넘어설 수 있다. 지난해 LG시그니처홀에서 초연된 전도연·박해수 주연의 ‘벚꽃동산’은 올해 하반기 해외 순회공연을 준비 중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개발된 작품이다. 국립극단은 ‘허난설헌’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다.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한국 연극이 해외 무대로 나가기에 적기라고 판단했다. 세계적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확산한 지금,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수한 한국 연극이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원스’ 등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세 편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19일부터 관객을 만나는 뮤지컬 ‘원스’는 테마곡 ‘Falling Slowly’로 잘 알려진 동명 멜로 영화(2007년)가 원작이다. 2012년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작품으로 국내에선 2015년 이후 10년 만의 재공연이다. 거리의 기타리스트와 피아노를 좋아하는 여인의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출연진이 악기를 손수 연주하면서 연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뮤지컬 ‘시카고’ 등을 만든 신시컴퍼니가 제작했다. 5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2019년·사진)은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로 재탄생했다. 글을 배우지 못한 할머니들이 팔순의 나이에 한글을 깨치고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삶의 재미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실제 경북 칠곡군의 문해 학교에 다니는 할머니들이 쓴 시를 넘버로 재창작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의 공연 제작사 라이브가 만들었다. 다음 달 11∼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 배우 이병헌, 수애 주연의 멜로 영화 ‘그해 여름’(2006년)도 창작 뮤지컬로 초연된다. 1969년 여름, 농활을 떠난 법대생 ‘석영’이 비밀을 감춘 사서 ‘정인’을 만나면서 겪는 사랑과 갈등을 다룬다. 스윙, 올드팝 등 1930, 40년대 유행한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넘버들로 가득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됐다. 이달 21일부터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터파크 서경스퀘어.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국내 공연계는 다채로운 ‘공상과학(SF) 연극’이 전례 없이 풍성한 해였다. 올해도 여전히 인공지능(AI)이나 기후위기 등이 사회적 화두로 주목받고 있어 SF 연극의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무대라는 물리적 제약이 많은 공연예술에서 SF란 장르가 어떻게 소화되고 있는지 화제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관객 몰입을 돕는 기술 구현SF 연극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공연과 최신 기술의 마리아주(mariage·결합)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지난해 국립극단 ‘전기 없는 마을’에서 이용한 현대미술 기법인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이 대표적이다. 프로젝션 매핑은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해 현실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걸 일컫는다. 가로로 길고 폭이 좁은 무대 벽면에 투사된 영상이 꿈을 꾸는 듯한 느낌도 자아냈다. 일부 장면에선 라이다 센서(LiDAR sensor·레이저 거리 감지 기술)로 배우 움직임을 실시간 계산한 뒤 마치 게임 속 클론처럼 구현했다. 국립극단이 이런 기술을 쓴 건 작품의 설정인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형상화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가상의 거대한 시뮬레이션이란 가설이다. 김연민 연출가는 “기술의 원리나 시청각적 효과가 작품 세계관이나 메시지와 연결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VR) 콘텐츠에서 상용화된 입체(3D) 오디오 기술도 도입됐다. 연극 ‘땅 밑에’는 공연장 천장부터 객석 밑까지 스피커 40여 대를 반구 형태로 배치했다. 관객에게 지급된 헤드폰엔 헤드트래커(Head Tracker)를 부착해 음향이 관객의 움직임에 맞춰 바뀌도록 했다. 정혜수 사운드 아티스트는 “가상의 세계관에 대한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라며 “연극은 이야기 진행 방식이나 극장 특성 등을 고려해 소리 위치와 움직임을 계산하는 세심한 설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부족한 기술이 상상력 자극하기도 SF 연극이지만 의도적으로 아날로그를 강조하는 사례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공연됐던 ‘로켓 캔디’는 오히려 장치를 최소화한 무대에서 심리극에 초점을 맞춰 전개됐다. 인간이 달을 개척하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2045년이 배경인 작품에서 무대에 등장하는 괴물은 출연진이 몸과 손을 겹쳐 표현했다. 같은 달 공연된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은 입체 공간 음향을 사용하되 따뜻함이 강조된 아날로그적 소리를 들려줬다. 별 군락이 우주로 확장되는 이미지를 흩뿌리는 듯한 신시사이저 연주로 표현했다. 우주를 시각화한 별다른 영상물도 사용하지 않았다.이러한 시도는 정형화된 기술을 벗어남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더 확장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로켓 캔디’의 강훈구 연출가는 “기술의 부각은 미래를 표현하는 일차원적 방식에 그친다”며 “SF는 결국 개개인 인식의 문제다. 무대에서 ‘보아뱀’을 보여줄 수 없다면, 모자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의 사운드 디자이너 목소도 “SF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 예상치 못한 소리를 들었을 때 더 신선함을 느끼고 작품의 메시지를 곱씹게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SF 연극에서 기술은 작품의 주제에 맞는 적절한 ‘연출’이 중요하다. KAIST 음악오디오컴퓨팅 연구실의 최재란, 이세인 연구원은 “기술에만 집중한 연출은 공연을 지루하게 만든다”며 “기술이 너무 완벽하게 작동하면 존재감이 전달되지 않는다. 관객에게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키는 연출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국내 공연계는 다채로운 ‘공상과학(SF) 연극’이 전례 없이 풍성했던 해였다. 올해도 여전히 인공지능(AI)이나 기후위기 등이 사회적 화두가 주목받고 있어 SF 연극의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무대라는 물리적 제약이 많은 공연 예술에서 SF란 장르가 어떻게 소화되고 있는지 화제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관객 몰입을 돕는 기술 구현SF 연극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공연과 최신 기술의 마리아주(mariage·결합)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지난해 국립극단 ‘전기 없는 마을’에서 이용한 현대미술 기법인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이 대표적이다.프로젝션 매핑은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해 현실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걸 일컫는다. 가로로 길고 폭이 좁은 무대 벽면에 투사된 영상이 꿈을 꾸는 듯한 느낌도 자아냈다. 일부 장면에선 라이다 센서(LiDAR sensor·레이저 거리 감지 기술)로 배우 움직임을 실시간 계산한 뒤 마치 게임 속 클론처럼 구현했다.국립극단이 이런 기술을 쓴 건 작품의 설정인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형상화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가상의 거대한 시뮬레이션이란 가설이다. 김연민 연출가는 “기술의 원리나 시청각적 효과가 작품 세계관이나 메시지와 연결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가상현실(VR) 콘텐츠에서 상용화된 입체(3D) 오디오 기술도 도입됐다. 연극 ‘땅 밑에’는 공연장 천장부터 객석 밑까지 스피커 40여 대를 반구 형태로 배치했다. 관객에게 지급된 헤드폰엔 헤드트래커(Head Tracker)를 부착해 음향이 관객의 움직임에 맞춰 바뀌도록 했다. 정혜수 사운드 아티스트는 “가상의 세계관에 대한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라며 “연극은 이야기 진행 방식이나 극장 특성 등을 고려해 소리 위치와 움직임을 계산하는 세심한 설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부족한 기술이 상상력 자극하기도SF 연극이지만 의도적으로 아날로그를 강조하는 사례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공연됐던 ‘로켓 캔디’는 오히려 장치를 최소화한 무대에서 심리극에 초점을 맞춰 전개됐다. 인간이 달을 개척하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2045년이 배경인 작품에서 무대에 등장하는 괴물은 출연진이 몸과 손을 겹쳐 표현했다. 같은 달 공연된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은 입체 공간 음향을 사용하되 따뜻함이 강조된 아날로그적 소리를 들려줬다. 별 군락이 우주로 확장되는 이미지를 흩뿌리는 듯한 신시사이저 연주로 표현했다. 우주를 시각화한 별다른 영상물도 사용하지 않았다.이러한 시도는 정형화된 기술을 벗어남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더 확장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로켓 캔디’의 강훈구 연출가는 “기술의 부각은 미래를 표현하는 일차원적 방식에 그친다”며 “SF는 결국 개개인 인식의 문제다. 무대에서 ‘보아뱀’을 보여줄 수 없다면, 모자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의 목소 사운드 디자이너 목소도 “SF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 예상치 못한 소리를 들었을 때 더 신선함을 느끼고 작품의 메시지를 곱씹게 된다”고 했다.때문에 SF 연극에서 기술은 작품의 주제에 맞는 적절한 ‘연출’이 중요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음악오디오컴퓨팅 연구실의 최재란, 이세인 연구원은 “기술에만 집중한 연출은 공연을 지루하게 만든다”며 “기술이 너무 완벽하게 작동하면 존재감이 전달되지 않는다. 관객에게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키는 연출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과 함께 올해 전국 25개소 조선왕릉에서 총 54회에 걸쳐 제향을 봉행한다고 10일 밝혔다.조선왕릉 제향은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에게 지내는 제사다. 조선시대부터 600여 년간 이어져 왔다. 광복 후 10여 년 동안 일시적으로 중단했으나 1957년 태조(재위 1392∼1398)의 무덤인 건원릉을 시작으로 재개됐다.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최근에는 왕과 왕비의 기일에 봉행하는 제향인 ‘기신제’를 해마다 봉행 중이다. 14일과 16일에는 각각 경기 파주 삼릉 내 공릉과 고양 서삼릉 권역 내 예릉에서 제향이 거행된다. 제향은 오전 11시 30분(하절기 오전 11시)에 시작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내에서 유일하게 ‘탑 위의 탑’ 형식을 갖춘 고려 후기 유물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이 국보가 됐다. 국가유산청은 9일 “충남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을 국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1984년 보물로 지정된 지 41년 만이다. 마곡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등재된 사찰 중 하나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이기도 하다. 마곡사 오층석탑은 탑 위에 탑을 쌓은 독특한 양식으로 유명하다. 5층짜리 석탑 최상단에 1.8m 길이의 금동보탑이 올려져 있는 형태다. 금동보탑은 ‘풍마동(風磨銅)’이라고 불리는데, 바람에 닳았을 때 더욱 빛난다는 뜻이다. 중국 원나라 등에서 유행했던 라마식 불탑 양식을 재현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런 양식은 우리나라 석탑에서는 유일한 것으로, 당시 불교 문화가 국제적으로 교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며 “제작 기법이 정교하고 기술적 예술적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마곡사 오층석탑이 가진 학술·예술적 가치도 국보로 지정된 배경으로 꼽힌다. 석탑의 맨 아래 지대석(址臺石)에는 게의 눈 같은 형상의 곡선 모양을 일컫는 ‘해목형 안상(蟹目形 眼象)’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석탑 중에는 처음 발견된 사례다. 또 2중으로 조성된 석탑 기단 역시 고려 시대 성행했던 백제계 양식으로 가치가 크다. 이 석탑이 언제 조성됐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고려 후기 충청과 호남 지역에서 성행했던 백제계 석탑 양식을 보이고 있는 데다 2층 탑신에 조각된 사방불의 머리 위 장식이 고려 후기 불상에서만 등장한다는 점 등으로 미뤄 14세기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내에서 유일하게 ‘탑 위의 탑’ 형식을 갖춘 고려 후기 유물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이 국보가 됐다.국가유산청은 9일 “충남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을 국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1984년 보물로 지정된 지 41년 만이다. 마곡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등재된 사찰 중 하나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이기도 하다.마곡사 오층석탑은 탑 위에 탑을 쌓은 독특한 양식으로 유명하다. 5층짜리 석탑 최상단에 1.8m 길이의 금동보탑이 올려져 있는 형태다. 금동보탑은 ‘풍마동(風磨銅)’이라고 불리는데, 바람에 닳았을 때 더욱 빛난다는 뜻이다. 중국 원나라 등에서 유행했던 라마식 불탑 양식을 재현하고 있다.국가유산청은 “이런 양식은 우리나라 석탑에서는 유일한 것으로, 당시 불교문화가 국제적으로 교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며 “제작 기법이 정교하고 기술적·예술적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고 설명했다.마곡사 오층석탑이 가진 학술·예술적 가치도 국보로 지정된 배경으로 꼽힌다. 석탑의 맨 아래 지대석(址臺石)에는 게의 눈 같은 형상의 곡선 모양을 일컫는 ‘해목형 안상(蟹目形 眼象)’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석탑 중에는 처음 발견된 사례다. 또 2중으로 조성된 석탑 기단 역시 고려시대 성행했던 백제계 양식으로 가치가 크다.이 석탑이 언제 조성됐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고려 후기 충청과 호남 지역에서 성행했던 백제계 석탑 양식을 보이고 있는 데다, 2층 탑신에 조각된 사방불의 머리 위 장식이 고려 후기 불상에서만 등장한다는 점 등을 미뤄 14세기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