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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만에 물러가자 아프간 점령 세력 탈레반은 승리를 만끽하며 새 정부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20년간 전쟁만 해온 무장단체 탈레반이 경제 붕괴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아프간을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31일 “미군이 (수도) 카불 공항을 떠났고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선언했다. 탈레반 연계 조직인 무장단체 하카니 네트워크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48)의 동생 아나스 하카니(28)는 트위터에 “20년에 걸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아프간 점령이 끝났다”면서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고 썼다. 탈레반 대원들은 마지막 미군기가 어둠 속에 쫓기듯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승리를 자축했고, 불꽃놀이까지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달 30일 저녁 반(反)탈레반 저항세력의 거점인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을 공격했다고 아프간 현지매체 톨로뉴스가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미군 철수 종료에 맞춰 공격을 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저항군 측은 탈레반을 격퇴했다고 주장하면서 탈레반 7, 8명이 죽고 저항군 2명이 다쳤다고 했다. 은둔해 있던 탈레반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훈드자다(60)가 조만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새 정부 출범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훈드자다가 남부 칸다하르에서 시라주딘 하카니, 탈레반 군사위원장인 무하마드 야쿱(31)에게 내각 명단을 만들도록 지시했으며 조만간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탈레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최근 “새 내각 구성이 1, 2주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고, 부대변인 빌랄 카리미는 “아훈드자다가 곧 대중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이 조직의 주축인 파슈툰족뿐 아니라 타지크족 우즈베크족 등 소수민족과 과거 군벌 세력까지 참여하는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년 만에 다시 권력을 쥐게 된 탈레반이 해결할 우선 과제는 경제다. 그동안 아프간은 정부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80%를 차지했는데 모두 끊겼다. 대부분 미국에 있는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자산도 동결됐다. 해외 원조도 대부분 중단됐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과 동시에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식료품 등 물가는 급등한 상황이다. 당장 9월부터는 식량 부족이 예상된다. 탈레반은 경제 건설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31일 “위대한 이웃인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건설적이고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통치에 필요한 인적 자원도 부족하다. 과거 정부기관에서 일했던 이들 중 상당수가 탈레반의 보복을 겁내 출근하지 않고 숨어 지내고 있다. 탈레반 대원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총을 쏠 줄은 알지만 대부분 문맹이다. 당장 미군이 떠난 카불 공항을 운영할 기술 인력도 없다. 탈레반 측은 31일 “카불 공항 운영에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래도 낙후했던 의료 시스템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떠나 붕괴 직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도 예상된다. 탈레반은 수많은 파벌이 있고 2015년에도 전 최고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죽음을 지도부가 숨겨 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파벌 간 내분을 겪었다. 지난달 26일 카불 공항 앞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최소 170명의 사망자를 낸 반(反)탈레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억눌러야 하는 것도 탈레반으로서는 골칫거리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미국의 20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십억 원을 모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십 명을 전세기로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사는 토미 마커스(25·사진)는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며칠 만에 12만1000명으로부터 700만 달러(약 81억7000만 원)를 모아 전세기 한 대를 아프간 수도 카불로 보냈다. 이달 25일 이 전세기를 타고 탈레반으로부터 처형될 위험에 놓인 이들을 비롯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51명이 우간다로 피신했다. 구출 작전에는 ‘날아가기 작전(Operation Flyaway)’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군중(crowd)’과 ‘자금조달(funding)’을 합친 용어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을 활용해 일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마커스는 인스타그램에서 ‘쿠엔틴 쿼런티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로 팔로어가 83만 명이 넘는다. 자유주의적인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나 콘텐츠)’과 백신 접종 반대자들에 대한 농담으로 인기가 높다. 마커스 측은 또 다른 전세기를 통해서도 추가로 300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띄운 전세기를 타고) 대피한 이들은 여성과 어린이, 인도주의자와 아프간에서 공익을 위해 싸운 사람들”이라며 “‘기적’이라는 단어 말고는 (구출 작전의 성공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분열을 벗어나 각계각층 사람들이 이들을 구하려고 힘을 합쳤다”면서 후원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가 팔로어들과 함께 모금한 700만 달러는 인도주의 모금액으로는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A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이 작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각국 정부와 기업 등이 자국민과 직원을 구출하려 몰려드는 상황에서 실제로 구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마커스는 전세기와 구출 요원을 준비하는 데 글로벌 개발 회사인 사라야인터내셔널과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마커스 측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 시한(31일)이 지나면 남은 모금액을 워싱턴에 있는 국제여성미디어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내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12∼17세) 그리고 임신부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실시된다. 접종은 이르면 10월부터 이뤄진다. 신규 접종 대상자가 약 300만 명 늘어나게 돼 앞으로 정상적인 백신 수급이 더욱 중요해졌다. ○ “어린이, 임신부 접종해도 안전문제 없어”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위원회)는 25일 화이자 백신의 접종 연령을 확대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접종 연령을 ‘16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낮춘 점과 해외 사례를 고려한 결과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은 12세 이상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CNN 방송 등에 출연해 “델타 변이는 전염성이 매우 높고, 더 많은 어린이가 감염돼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것”이라며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임신부에게도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접종을 권고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도 임신부에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추진단은 “미국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백신을 접종한 임신부의 조산·유산·기형아 발생 비율이 그렇지 않은 임신부와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18∼49세 1차 접종을 9월 마무리하고 10월부터 12∼17세 및 임신부 접종을 시작할 방침이다. 12∼17세는 화이자를, 임신부는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또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6개월이 지난 뒤 부스터샷 접종을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부스터샷은 고위험군부터 맞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요양병원·시설의 입소자와 종사자,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하는 병원 종사자 등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접종 연령을 낮추고 미접종자들에 대한 추가 접종이 이뤄지면 접종률이 80%에 다가가게 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을 추월하며 높은 수준의 접종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더나 600만 회분, 계약서 확약 아냐”문제는 백신 수급이다. 추진단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접종 대상자로 정해진 12∼17세는 276만 명이고 임신부는 27만 명이다. 새로 백신 접종을 해야 하는 인원이 약 300만 명 추가된 것이다. 정 청장은 “4분기 중 9000만 회분의 백신이 들어올 예정이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도 공급량이 남아 있다”며 “최대한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더나 백신 공급은 여전히 불안하다. 정부는 이번 주 도입 예정인 미국 모더나 백신 600만 회분의 도입이 문서로 확약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모더나 600만 회분 도입은) 정부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서 협의한 결과로 이후 e메일 정도로 문서를 받은 것이지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도 구체적인 도입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앞서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모더나 백신 도입 물량을 발표하면서 백신 도입이 계약서상 서면 명시된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급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e메일을 통해 문서로 효력이 있는 것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그동안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었던 12~17세 청소년과 임신부가 4분기(10~12월)부터 백신을 맞게 된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추가 접종(부스터샷)도 4분기에 시작된다. 접종 대상이 늘어난 만큼 안정적인 백신 수급이 더욱 중요해졌다. ● “12~17세와 임신부 백신 접종, 안전 문제 없어”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추진단)은 25일 열린 예방접종전문위원회(위원회)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이자 백신의 접종 연령을 ‘16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낮춘 점과 해외 사례를 고려해 해당 연령대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은 12세 이상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CNN 방송 등에 출연해 “델타 변이는 전염성이 매우 높고, 더 많은 어린이가 감염돼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것”이라며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임신부 백신 접종 역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추후 접종을 권고했다. 추진단은 “미국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백신을 접종한 임산부의 조산·유산·기형아 발생 비율이 백신을 맞지 않은 임산부와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임신부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추진단은 18~49세 1차 접종을 9월 마무리하고 10월부터 12~17세 및 임신부 접종을 시작할 방침이다. 현재 12~17세 청소년이 맞을 수 있도록 허가가 난 백신은 화이자 백신 뿐이다. 추진단은 12~17세에게 주로 화이자를 활용하고 임신부에게는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또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6개월이 지난 뒤 부스터샷 접종을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부스터샷은 고위험군부터 맞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요양병원·시설의 입소자와 종사자,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하는 병원 등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접종 연령을 낮추고 미접종자들에 대한 추가 접종이 이뤄지면 접종률이 80%에 다가가게 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을 추월하며 높은 수준의 접종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분기 백신 수급이 관건다만 원활한 백신 수급은 여전히 문제로 꼽힌다. 추진단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접종 대상자로 정해진 12~17세는 276만 명이고 임신부는 27만 명이다. 새로 백신 접종을 해야 하는 인원이 300만 명이 추가된 것이다. 정 청장은 “4분기 중 9000만 회분의 백신이 들어올 예정이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도 공급량이 남아 있다”며 “최대한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30일에도 이번 주 도입할 예정인 미국 모더나 백신 600만 회분의 도입 날짜를 밝히지 못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모더나 600만 회분 도입은) 정부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서 협의한 결과에 의해 모더나가 확정했던 내용”이라면서도 “구체적 일정은 도입할 때 안내하겠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CNN 등 여러 매체들은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최소 90명이 사망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미국 CBS뉴스는 아프간 보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최소 170명이 숨졌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 시한(8월 31일)을 닷새 남기고 우려했던 테러가 현실화하면서 현지 상황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추가 테러 가능성까지 제기돼 아프간 현지에 자국민들이 남아 있는 나라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테러 세력을 향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외신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경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애비게이트 바로 앞과 이 게이트에서 250m가량 떨어진 바론호텔 인근에서 잇따라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BBC에 따르면 애비게이트 앞에서는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범이 목격됐다. 호텔 주변은 폭탄을 실은 차량을 이용한 테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의 폭탄 테러 사이에는 총격도 잇따랐다. 이번 테러로 해병대원 10명을 포함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 20년 만에 다시 아프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측도 이번 테러로 최소 28명의 대원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극도의 혼란으로 피해 상황 파악이 쉽지 않아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의 소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탈레반은 아프간 내 미국인들의 탈출에 협조해왔고 IS와는 2015년부터 충돌을 빚어온 적대관계라고 전했다. 이번 테러가 탈레반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IS도 아랍권 언론인 아마끄 뉴스통신을 통해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 조력자들을 노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테러범을 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다음 타깃은 아프간을 벗어나려는 수백 명의 피란민을 태운 수송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에는 아직 1000명가량의 미국인이 남아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테러를 규탄하며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30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회의를 소집했다. “테러 현장, 최후의 날 같았다… 회오리속 비닐처럼 사람 날아가”참혹했던 카불공항 테러 순간탈출 대기 수천명 인파 속 폭발음… 사방에 시신 널리고 비명 가득날려간 희생자 배수로에도 쌓여… 폭발 직후 총격 소리에 혼비백산병원 영안실 꽉 차고 밤새 수술26일(현지 시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는 참상이 빚어졌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항 주변으로 연일 수천 명이 몰려들고 있던 가운데 이날 오후 6시경 공항 동문과 남문 사이에 있는 애비게이트 근처 인파 속에서 자살테러범의 폭탄이 고막을 찢는 폭음을 내며 터졌다. 잠시 뒤 애비게이트 폭발 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바론호텔 근처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강력한 폭발로 사람들이 날아갔고, 거리는 순식간에 비명과 절규로 가득 찼다.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회오리바람 속 비닐봉지처럼 사람들의 몸이 날렸다. 폭탄이 터진 곳에는 남녀노소의 몸이 흩어져 있었다”며 “마치 ‘최후의 날(doomsday)’ 같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게이트 앞에서 10시간 줄을 섰다는 아프간 남성은 “누군가가 내 발 밑에서 땅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고 폭발이 있던 당시의 위력을 전했다. 밀라드라는 이름의 남성은 “순식간에 사방에는 시신들이 즐비했고 완전히 공황상태가 됐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추가 테러를 우려한 사람들은 폭탄이 터진 반대 방향으로 우르르 뛰었다. 폭발이 있은 직후 총격도 있었지만 누가 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과 외신에 따르면 테러 현장의 참혹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피가 흐르는 길 위에는 희생자들의 가방과 물병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영상 속 희생자들의 흩어진 주검은 소지품들과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폭발로 날아간 희생자들의 시신은 공항 담과 좁은 길 사이 배수로에도 쌓였다. 아프간 축구 국가대표팀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의 시신이 한 소년의 시신과 함께 물에 잠긴 채 떠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모하마드 샤 씨는 피란하려는 친구와 함께 공항에 갔다가 테러를 목격했다. 샤 씨의 친구는 최근 결혼하려고 프랑스에서 입국했다가 아프간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공항 게이트 주변에 몰린 인파를 뚫고 가는 친구를 멀리서 보고 있던 중에 폭발음이 들렸다. 샤 씨는 “배수로가 시체로 가득했다”면서 “샌들을 보고서야 친구의 주검을 가려내 부모님께 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살아있는 이들은 가까스로 팔을 움직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사람들은 쓰러진 이의 생사를 확인하며 부상자를 구조하고 폭발로 훼손된 주검을 수레에 실었다. 넋이 나간 듯 멍한 채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곧 도착한 구급차들이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를 실어 날랐다. 한 아프간인 생존자는 “땅바닥에 쓰러진 다섯 살 여자아이를 안아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내 품 안에서 죽었다”고 했다. 비정부 의료지원단체 대표인 로셀라 미치오는 알자지라에 “폭발력이 어마어마했다. 사지가 산산조각이 나고 뼈가 부러졌다. 파편에 맞은 부상자와 희생자들이 잇따랐다”고 했다. 카불의 병원 영안실에는 빈자리가 없었고, 수술이 밤새 이어졌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이들이 병원으로 몰렸다. 폭탄 테러가 벌어진 애비게이트는 피란하려는 외국인과 아프간인들의 신원 확인 절차가 이뤄지는 공항의 주요 출입구다. 프랑스24는 애비게이트가 “피란민이 모여드는 미팅(meeting) 포인트”라고 했다. 테러 발생 불과 몇 시간 전 위성사진과 동영상은 이 공항 게이트 근처 외벽과 주변 건물 사이의 넓지 않은 길에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론호텔 역시 미국인과 영국인 등 아프간을 떠나려는 이들이 모여 머물렀던 곳이다. 아프간인들은 “테러가 우려되니 공항 주변을 떠나라”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그러지 못했다. 탈레반은 전날 “아프간인은 공항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을 당초 계획한 이달 31일까지 끝내기로 했다고 CNN이 24일 보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자국민의 완전한 철수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줄곧 철군 시한 연장을 요구했지만 탈레반 측이 31일까지 무조건 모든 외국 군대가 떠나야 한다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연장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대통령이 철수 시한을 지키기로 했다. 미군이 더 오래 주둔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험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군 시한 변동은 없다. 이달 말까지 아프간을 떠나기를 원하는 모든 미국인을 대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은 외국군의 철수 및 민간인 대피 시한을 연장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커비 대변인의 발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의사, 학자 등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아프간을 떠나 서방 국가로 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프간인들이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3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수도 카불을 찾아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전격 회담했지만 철군 시한 연장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불 공항에는 5800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대규모 병력이 시한 내에 빠져나가려면 늦어도 25일부터는 이들도 현장에서 순차적으로 철수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28대의 군 수송기를 동원해 1만400명, 61대의 연합군 항공기로 5900명을 아프간에서 빼냈다. 이로써 탈레반의 카불 점령 하루 전인 14일부터 모두 5만8700명을 탈출시켰다. G7 유럽 국가들은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 이들 국가의 국민과 현지인 조력자들을 마지막 한 명까지 안전하게 빼내려면 미군의 주둔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 관계자 및 조력자들 일부는 여전히 카불에 발이 묶인 상태다. 영국의 경우 자국민 1800명과 영국 정착 자격이 있는 아프간인 2200여 명 등 모두 4000명, 독일은 5000여 명이 남아 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은 “영국은 탈레반이 영국민 피란을 위협할 경우 경제 제재, 원조 중단 등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능한 한 31일로 돼 있는 철군 시한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로리 브리스토 주아프간 영국대사는 최근 “카불 공항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서방국들이 시한을 넘겨 9월까지 계속 남아 있으면 탈레반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자유와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여성들이 스마트폰 안전 정보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응하고 있다. 탈레반의 폭력과 검문이 이어지자 아프간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정부가 무너진 아프간에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앱 ‘에테사브(Ehtesab)’를 사용하는 카불 주민이 늘었다. 현지어로 ‘책임’이라는 뜻의 이 앱은 총격이나 폭발, 도로 봉쇄, 정전 등 각종 안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지도 위에 표시된 핀을 누르면 “목격자들에 따르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북문에서 신원 미상의 인물이 총을 쏴 2명이 숨졌다고 한다”는 내용이 표시되는 식이다. 앱 사용자가 올린 소식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정보를 카불에 있는 약 20명의 에테사브 직원들이 확인해 올린다. 사건 발생 지역 인근에 있는 사용자에게는 스마트폰 알람을 보낸다. 주민들이 올린 정보가 모여 탈레반의 위협을 피할 수 있는 방어책이 되는 셈이다. 이 앱을 만든 이는 여성이고, 에테사브 직원 상당수도 여성이다. 에테사브 창업자 사라 와헤디(26·사진)는 여섯 살 때 탈레반을 피해 가족과 캐나다로 떠나 난민으로 살다 21세 때 다시 카불로 돌아왔다. 카불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당일 외국으로 도망친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실에서도 2년간 일했다. 투자를 받아 회사를 차려 2018년 3월 이 앱을 내놨다. 탈레반이 정부군에 잇달아 승리를 거두던 올해 초여름 탈레반을 피해 다시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피신했다. 와헤디는 2018년 5월 아프간에서 자살 폭탄테러를 목격했다. 거리에는 무장 괴한이 돌아다녔고 도시가 봉쇄됐으며 전기마저 끊겼지만 당국을 통해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경험을 계기로 이 앱을 만들었다고 한다. 와헤디는 기술 관련 미디어 ‘레스트 오브 월드’ 인터뷰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성이 철조망이 쳐진 콘크리트 벽을 넘을 수 있겠는가”라며 “여성은 안전과 피란처를 확보하는 일에서도 장벽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불의 에테사브 직원들은 집에 숨어 몰래 정보를 올리고 있다. 앱은 “○○에서 탈레반 대원들이 도로를 막고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하는 대신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검문소가 있다”고 에둘러 표현하면서 탈레반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지만 언제 탈레반이 집으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여성 직원들이 탈레반의 탄압을 받을 수 있어 사진 등의 개인정보를 앱과 소셜미디어에서 모두 삭제했다고 했다. 일부 직원은 탈레반의 탄압을 받는 하자라족이다. 와헤디는 자신만 카불을 빠져나왔다는 죄책감에 직원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도록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은 모두 25세 이하”라며 “전쟁 속에 자라 온 아프간의 청년세대는 낡은 집단의 통치 속에서 다시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게 됐고, 탈출할 방법도 없는 이 상황이 감옥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을 당초 계획한 이달 31일까지 끝내기로 했다고 CNN이 24일 보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자국민의 완전한 철수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줄곧 철군 시한 연장을 요구했지만 탈레반 측이 31일까지 무조건 모든 외국 군대가 떠나야 한다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연장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대통령이 철수 시한을 지키기로 했다. 미군이 더 오래 주둔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험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군 시한 변동은 없다. 이달 말까지 아프간을 떠나기를 원하는 모든 미국인을 대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은 외국군의 철수 및 민간인 대피 시한을 연장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커비 대변인의 발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아프간인들이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간인은 카불 공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23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수도 카불을 찾아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전격 회담했지만 철군 시한 연장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불 공항에는 5800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대규모 병력이 시한 내에 빠져나가려면 늦어도 25일부터는 이들도 현장에서 순차적으로 철수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28대의 군 수송기를 동원해 1만400명, 61대의 연합군 항공기로 5900명을 아프간에서 빼냈다. 이로써 탈레반의 카불 점령 하루 전인 14일부터 모두 5만8700명을 탈출시켰다. G7 유럽 국가들은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 이들 국가의 국민과 현지인 조력자들을 마지막 한 명까지 안전하게 빼내려면 미군의 주둔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 관계자 및 조력자들 일부는 여전히 카불에 발이 묶인 상태다. 영국의 경우 자국민 1800명과 영국 정착 자격이 있는 아프간인 2200여 명 등 모두 4000여 명, 독일은 5000여 명이 남아 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은 “영국은 탈레반이 영국민 피란을 위협할 경우 경제 제재, 원조 중단 등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능한 한 31일로 돼 있는 철군 시한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로리 브리스토 주아프간 영국대사는 최근 “카불 공항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서방국들이 시한을 넘겨 9월까지 계속 남아 있으면 탈레반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자유와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여성들이 스마트폰 안전 정보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응하고 있다. 탈레반의 폭력과 검문이 이어지자 아프간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정부가 무너진 아프간에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앱 ‘에테사브(Ehtesab)’를 사용하는 카불 주민이 늘었다. 현지어로 ‘책임’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의 이 앱은 총격이나 폭발, 도로 봉쇄, 정전 등 각종 안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지도 위에 표시된 핀을 누르면 “목격자들에 따르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북문에서 신원 미상의 인물이 총을 쏴 2명이 숨졌다고 한다”는 내용이 표시되는 식이다. 앱 사용자가 올린 소식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정보를 카불에 있는 약 20명의 에테사브 직원들이 확인해 올린다. 사건 발생 지역 인근에 있는 사용자에게는 스마트폰 알람을 보낸다. 주민들이 올린 정보가 모여 탈레반의 위협을 피할 수 있는 방어책이 되는 셈이다. 이 앱을 만든 이는 여성이고, 에테사브 직원 상당수도 여성이다. 에테사브 창업자 사라 와헤디(26)는 여섯 살 때 탈레반을 피해 가족과 캐나다로 떠나 난민으로 살다 21세 때 다시 카불로 돌아왔다. 카불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당일 외국으로 도망친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실에서도 2년간 일했다. 투자를 받아 회사를 차려 2018년 3월 이 앱을 내놨다. 탈레반이 정부군에 잇달아 승리를 거두던 올해 초여름 탈레반을 피해 다시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피신했다. 와헤디는 2018년 5월 아프간에서 자살 폭탄테러를 목격했다. 거리에는 무장 괴한이 돌아다녔고 도시가 봉쇄됐으며 전기마저 끊겼지만 당국을 통해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경험을 계기로 이 앱을 만들었다고 한다. 와헤디는 기술 관련 미디어 ‘레스트 오브 월드’ 인터뷰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성이 철조망이 쳐진 콘크리트 벽을 넘을 수 있겠는가”라며 “여성은 안전과 피란처를 확보하는 일에서도 장벽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불의 에테사브 직원들은 집에 숨어 몰래 정보를 올리고 있다. 앱은 “○○에서 탈레반 대원들이 도로를 막고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하는 대신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검문소가 있다”고 에둘러 표현하면서 탈레반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지만 언제 탈레반이 집으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여성 직원들이 탈레반의 탄압을 받을 수 있어 사진 등의 개인정보를 앱과 소셜미디어에서 모두 삭제했다고 했다. 일부 직원은 탈레반의 탄압을 받는 하자라족이다. 와헤디는 자신만 카불을 빠져나왔다는 죄책감 속에 직원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도록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은 모두 25세 이하”라며 “전쟁 속에 자라 온 아프간의 청년세대는 낡은 집단의 통치 속에서 다시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게 됐고, 탈출할 방법도 없는 이 상황이 감옥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임보미기자 bom@donga.com}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 정국 혼란 속에 물가가 급등하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등 경제 파탄 위기에 몰리고 있다. 무장세력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아프간 정치인들을 만나 새 정부 구성 논의에 착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 “물가가 오르고 현금이 바닥나면서 아프간 경제가 파탄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경제는 화폐(아프가니) 가치가 폭락하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달러 부족도 당장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미국에 예치된 아프간 정부 자금은 동결됐다. 경제의 20% 이상을 의존하는 해외 원조 자금도 끊겼다.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보내는 돈도 연간 8억 달러(약 9400억 원)에 이르는데 송금업체들마저 문을 닫아 주민들의 고통이 크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니스캐넌센터의 에드 돌런 연구원은 “주민들은 아프가니를 달러로 바꾸려 하겠지만 어려울 것이다.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지면서 물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카불의 유엔 세계식량계획 관계자는 20일 “가뭄에 전쟁까지 겹쳐 밀 가격이 5년 평균보다 24% 높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도 19일 보고서에서 “밀, 쌀, 설탕 등 식품 가격이 지난해 초 대비 50% 이상 올랐다”고 했다. 초(超)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통신은 최근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앞으로 2주 안에 차기 정부 형태를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탈레반 측 관계자를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아프간 현지 매체 톨로뉴스에 따르면 탈레반 정치국원들이 22일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고등평의회(HCNR) 위원장 등과 만났다. 압둘라 위원장은 22일 “안보와 정치 발전, 포괄적인 정부 구성에 관해 탈레반과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일부 정치인은 “포괄적인 정부가 구성되지 않는다면 (다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논의 과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탈레반은 카불 입성 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과거 집권기(1996∼2001년)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토후국)를 사용하고 있다. 탈레반은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을 향해 22일 병력을 출발시켜 이곳에 집결한 저항세력을 압박했다. 탈레반은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탈레반 수백 명이 판지시르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저항 세력은 판지시르와 파르완, 바글란주 일부 지역에 집결해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하면 감염 예방 효과가 2차 접종만 했을 때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스라엘 보건부가 밝혔다.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마치고 5개월이 지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3차 접종한 결과 10일 뒤부터 감염에 대한 보호 효과가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코로나19 중증과 입원 예방 효과는 2차 접종만 했을 때보다 5, 6배가량 높았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2일 세계 최초로 면역 취약층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지난달 30일에는 60세 이상 접종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40세 이상과 임신부, 교사 등에게도 접종하고 있다. 최근까지 전체 인구 930만 명 가운데 약 150만 명이 부스터샷 접종을 마쳤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백신 접종 뒤 (코로나19에 걸려) 중증으로 악화한 이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이거나 기저 질환이 있던 경우”라며 특히 고령자 등에게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사용을 전면 승인했다. FDA 전면 승인을 받은 첫 코로나19 백신이다. 그동안 이 백신은 긴급 승인 상태에서 접종이 이뤄졌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는 이번 전면 승인이 “그간 백신을 신뢰하지 못해 접종을 미뤄 온 이들을 설득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6월 미국 카이저패밀리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백신 미접종자의 31%는 FDA의 전면 승인이 나면 백신을 맞겠다고 답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하면 감염 예방 효과가 2차 접종만 했을 때 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스라엘 보건부가 밝혔다.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마치고 5개월이 지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3차 접종한 결과 10일 뒤부터 감염에 대한 보호 효과가 이와 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코로나19 중증과 입원 예방 효과는 2차 접종만 했을 때보다 5, 6배가량 높았다. 구체적인 전체 연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최근 이스라엘 의료관리기구 마카비가 부스터샷을 맞은 60세 이상 14만9144명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37명이었다면서, 이는 2차 접종자와 비교할 때 감염률이 6분의 1 수준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2일 세계 최초로 면역 취약층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지난달 30일에는 60세 이상 접종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40세 이상과 임신부, 교사 등에게도 접종하고 있다. 최근까지 전체 인구 930만 명 가운데 약 150만 명이 부스터샷 접종을 마쳤다. 이스라엘은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21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일주일 평균)가 7200명을 넘는 등 확산세가 대유행이 심각하던 올해 1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백신 접종 뒤 (코로나19에 걸려) 중증으로 악화한 이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이거나 기저 질환이 있던 경우”라며 특히 고령자 등에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아프가니스탄 전 정부를 지지하는 무장 세력이 탈레반이 점령한 일부 지역을 처음으로 재탈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반(反)탈레반 무장 세력이 20일 북부 3개 지역에서 탈레반을 공격해 몰아냈다”고 전했다. 반탈레반 측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160여 km 떨어진 바글란주의 안다랍 지역 등을 탈환했고, 탈레반 조직원 30명을 사살하고 20명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방송 역시 “탈레반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이 바글란주에서 군사적 역전을 확인했다”고 21일 전했다. WP는 “이번 재탈환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병사와 주민들이 탈레반 기(旗)를 찢고, 아프간 국기를 게양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탈레반은 병력을 보내 반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탈환은 민중봉기 성격이 짙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투는 탈레반의 가택 수색 과정에서 (격분한 지역 주민들에 의해) 시작됐다”고 전했다. 전투에 참가한 한 전 아프간 정부군 병사는 “탈레반은 장갑차를 갖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돌을 던져 쫓아냈다”고 했다. 민병대 ‘북부동맹’을 중심으로 한 항전 세력도 거점인 카불 북부 판지시르주 계곡에 집결해 전의를 다지고 있다. 북부동맹은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과 함께 탈레반을 몰아냈다. 북부동맹을 이끌었던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판지시르에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최근 항전 의지를 공표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스스로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도 17일 북부동맹에 합류했다. 탈레반은 정면 대결을 피하는 모양새다. 최근 단숨에 아프간을 장악한 만큼 숨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이 항전 세력과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 드미트리 쥐르노프는 21일 “탈레반 고위급 관계자가 판지시르에 있는 이들에게 정치적 신호를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탈레반이 평화적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과 반탈레반 세력 간 내전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저항이 얼마 못 가 진압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탈레반은 미군이 지원한 아프간 정부군 무기를 고스란히 입수했다. 이에 비해 반탈레반 세력은 장비와 병력 모두 열세다. NYT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카불에서 자국민을 빼내려고 탈레반의 협조를 구하는 상황이어서 반탈레반 측은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인간 사냥’을 시작했다. 탈레반은 미리 작성해 둔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아프간 전역에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협력자, 아프간 정부 군경, 비판적 언론인 등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색출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20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을 위해 일했던 사람도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뒤에서는 “자수하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면서 보복에 혈안이 돼 있다.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에서 6년 넘게 일해 탈레반에 체포될 위험에 놓인 아지지 씨는 18일 “최근 이틀 사이 탈레반에 살해된 통역사를 적어도 5명 알고 있다”면서 “내 차례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탈레반은 나를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아지지 씨는 국제난민프로젝트(IRAP)가 이날 미 국무부에 대신 제출한 ‘전시(戰時) 미국 지지자를 위한 긴급 보호 청원’에서 이같이 밝혔다. 탈레반은 18일 점령지의 60대 지방경찰청장을 잔혹하게 처형하기도 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중서부 헤라트 인근 바기스 지역의 하지 물라 아차크자이 지방경찰청장이 이날 처형됐다. 19일 탈레반 네트워크를 통해 유포된 영상에는 아차크자이가 손목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무릎을 꿇고 있다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탈레반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가족도 살해됐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자사 소속 현지인 기자를 잡으려고 집에 들이닥친 탈레반이 기자의 가족 한 명을 죽였다고 19일 보도했다. DW는 “탈레반이 아무 거리낌 없이 ‘표적 살인’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레반의 보복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등은 19일 유엔 기밀 문건을 인용해 탈레반이 카불 등 아프간 주요 도시를 점령하기 전부터 조사를 시작해 서방 국가 협력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유엔에 위험 지역 정보 등을 제공하는 노르웨이 국제분석센터(RHIPTO)가 작성한 이 문건에 따르면 탈레반은 현재 카불 등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을 색출하고 있다. 탈레반은 자수하지 않으면 “가족을 살해하거나 체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문건은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서 대테러 분야에서 일했던 이들에게 ‘아는 것을 다 털어놓으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면서 “그러지 않으면 가족이 대신 체포되고 너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협력자 색출을 위해 끄나풀도 곳곳에 심고 있다. 유엔 문건은 탈레반이 정보원을 신속히 모집하고 있고, 모스크(이슬람 사원) 및 브로커와 접촉해 블랙리스트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유엔 문건을 담당한 RHIPTO 소속 크리스티안 넬레만 박사는 BBC에 “탈레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처형될 위험에 놓였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가 사실상 ‘데스 노트’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보복 표적이 된 이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카불 공항이지만 탈레반이 사실상 봉쇄했고, 가는 길도 무장 탈레반 대원들의 검문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다. 뉴질랜드군 통역사로 일한 노우로즈 알리 씨는 “검문소는 어디에나 있고, 순찰대가 계속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닌다”며 “외국군과 하루를 일했든 10년을 일했든 탈레반은 가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외국군 기지에서 목격됐다는 것뿐”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아프간 독립기념일인 19일을 기점으로 반(反)탈레반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현지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카불 등 여러 도시에서 시위와 행진이 이어졌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아프간 만세” “‘폭력이 탈레반이 말한 평화냐” 등을 외쳤다. 19일은 1919년 아프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본격화하고 있다. 델타 변이 등 전파력이 높은 각종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백신 접종 선진국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이 뚜렷한 탓이다. 하지만 대다수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이 여전히 백신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들이 부스터샷까지 계획하고 나서면서 백신 양극화가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담당 이사는 18일 “부스터샷은 이미 여러 벌의 ‘추가 구명조끼(extra lifejackets)’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여분의 구명조끼를 나눠주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을 단 하나의 구명조끼 없이 익사하게 내버려둘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선진국의 백신 독식을 질타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7일까지 세계 인구의 31.7%가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다. 뒤집어 말하면 세계인 10명 중 약 7명은 아직 백신을 한 번도 맞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진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코로나19 종식은 더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부 국가가 부스터샷으로 집단 면역을 달성해도 저개발국의 백신 접종이 더디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고 전염병 대유행 또한 국경을 넘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 부스터샷 속속 시작 부스터샷(booster shot)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백신의 예방 효과를 다시 늘리기 위해 접종 완료 후 추가로 맞는 모든 백신을 의미한다. 부스터샷 논의는 올해 초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베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2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CBS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퇴치되지 않는 한 앞으로 추가 접종이 필요할 것”이라며 일찌감치 부스터샷을 예고했다. 면역 취약층은 1, 2차 접종만으로는 백신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한 데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역시 기존 백신의 보호막을 피해 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변이 바이러스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부스터샷 접종이 본격화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2일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이후 접종 대상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부스터샷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60세 이상 면역력 취약계층이 대상이었는데 지난달 30일 ‘2회 차 접종 5개월이 지난 60세 이상’으로 넓혔다. 이달 13일부터는 50세 이상 접종을 시작했고, 19일부터는 40세 이상 성인과 교사로도 확대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6일 기준 이스라엘의 부스터샷 접종자는 약 105만 명으로 전체 인구 930만 명의 약 11%에 달한다. 코로나19 백신 1회 접종률이 아직 한 자릿수인 나라가 적지 않은데 부스터샷 접종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접종 속도가 빠른 이유로 14일부터 적용된 ‘24시간 주 7일’ 체제가 꼽힌다. 이스라엘은 병원이 열리지 않는 밤과 새벽 시간에도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이동 차량을 전국 곳곳에 속속 설치하면서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감염국인 미국도 부스터샷을 결정했다. 18일 미국 보건복지부 등은 “다음 달 20일부터 모든 미국인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부스터샷의 1차 대상자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 2회 접종을 마친 지 8개월이 지난 18세 이상 성인 1억5500만 명이다. 접종에는 대상자가 1, 2차에 맞은 백신과 같은 종류의 백신이 쓰인다. 독일은 다음 달 1일부터 면역 취약층, 고령층, 요양시설 거주자, 아스트라제네카 및 얀센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시작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만 쓰인다. 프랑스 역시 다음 달 15일부터 올해 1, 2월 백신 접종자 중 면역 취약층과 고령층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맞게 한다. 종류는 미정이나 화이자가 유력하다. 영국은 다음 달 6일부터 면역 취약층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접종한다. 영국은 교차 접종이 면역 반응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에 접종했던 자국산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화이자를 부스터샷 백신으로 선택했다.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접종할지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이르면 10월, 늦어도 내년에 부스터샷을 진행한다. 백신 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은 19일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의료진 등이 2차 접종을 마치고 8개월 후에 부스터샷을 맞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월 접종을 끝낸 의료 종사자는 10월에 접종 후 8개월이 된다. 후생노동성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필요하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연내 부스터샷 가능성을 거론했다. 20일 마이니치신문은 정부가 내년 2월 말까지로 예정된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 기간을 연장해 3차 접종 또한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화이자, 모더나와 각각 1억2000만 회분, 5000만 회분의 부스터샷용 백신 추가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터키 등 중국산 백신의 낮은 효능에 고민하는 일부 국가 역시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맞는 3, 4차 접종을 시작했다. 터키 보건부는 최근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1, 2차 접종한 사람들에게 추가 백신 접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터키는 올 1월부터 접종한 시노백 백신의 코로나19 예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최근 시노백 백신 접종자가 화이자 백신을 2회 추가로 맞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터키의 3, 4차 접종은 시노백 백신의 낮은 효과 때문이어서 부스터샷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높은 예방 효과는 입증여러 연구 결과에서 부스터샷의 효능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60세 이상 부스터샷 접종자의 코로나19 예방 효능은 86%에 달했다.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화이자 부스터샷을 맞은 60세 이상 14만9144명 중 코로나19 감염자는 37명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2회 접종 완료자 67만5630명 중에서는 1064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당국은 “두 집단 모두 올해 1, 2월 2차 접종을 했고 접종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도 비슷하다”며 신규 감염자 비율에서 부스터샷의 예방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진단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최근 미국 보건당국에 제출한 부스터샷 초기 임상시험 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 완료자가 2회 접종 후 8, 9개월이 지난 후 3차 접종을 했을 때 면역 재활성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알베르트 부를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백신을 3회 접종한 결과 2회 접종보다 훨씬 많은 항체가 만들어졌다”며 부스터샷이 델타와 베타 변이 바이러스에 모두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우우르 샤힌 독일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도 “우리 백신의 3차 접종이 변이 바이러스에 높은 수준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고 했다. 평소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는 장기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11일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 보건연구기관 유니버시티헬스네트워크(UHN)는 미국 모더나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한 장기이식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2차 접종 2개월 후 60명에게는 3차 접종을 하고 나머지 60명에게는 위약만 투여했다. 그 결과 3차 접종자의 55%는 상당한 수준으로 항체가 형성됐는데 위약이 투여된 환자는 그 비율이 18%에 그쳤다. 특히 부스터샷 접종자는 중증 질환 예방을 돕는 T세포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백신 양극화·가격 인상 불가피세계 백신 양극화 속에서 일부 선진국이 백신을 독식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 등 소수 제약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에이즈보건재단(AHF)을 비롯한 미국 시민단체는 17일 뉴욕 맨해튼의 화이자 본부 앞에서 화이자, 모더나 등 주요 백신 제조사들이 전염병 대유행 국면에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누워서 죽은 척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염병으로 특정 회사가 폭리를 취하면 안 된다며 “백신 가격을 낮추고 특허와 기술을 공유해 백신 생산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화이자와 모더나는 최근 2023년까지 유럽연합(EU)에 공급하는 백신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이자가 기존 회당 15.5유로(약 2만1300원)였던 백신 가격을 19.5유로(약 2만6700원)로 25.8% 올렸고, 모더나 역시 22.6달러(약 2만6600원)에서 25.5달러(약 3만 원)로 12.8% 높였다고 보도했다. 두 제약사는 자사 백신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얀센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EU와 공급가를 재협상해 가격을 대폭 올렸다. 최근 영국 정부 또한 화이자에 내년 부스터샷을 위한 백신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 원)어치를 주문했다. 이번 주문의 백신 가격 역시 이전 계약보다 약 20% 높다. 특히 영국은 EU가 최근 화이자 등과 향후 2년간 쓰일 9억 회분의 백신 계약을 맺으면서 같은 양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조건까지 넣었다는 소식에 조바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이 소수 제약사에 매달리면서 백신 가격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제약사 또한 부스터샷 판매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추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화이자는 올해 이미 백신 판매로만 330억 달러(약 38조8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구촌의 ‘백신 빈익빈 부익부’도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브루스 에일워드 WHO 선임고문은 18일 “전 세계의 코로나19 백신은 충분하지만 올바른 순서를 통해 제대로 된 장소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수십억 명이 초기 투약을 받지 못했고 저소득 국가에서는 인구의 5% 미만만 접종했다”며 백신 양극화를 우려했다. 델타 변이가 기존 변이보다 돌파 감염을 더 잘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대체로 증상이 경미한 만큼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위해서라도 전 세계가 부스터샷이 아닌 미접종자의 접종에 합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또한 “백신 불균형 해소를 위해 부스터샷 접종을 미뤄 달라. 많은 사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의 부스터샷 접종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부분”이라고 선진국에 연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력 없는 그의 말이 ‘대답 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했던 막대한 양의 무기까지 손에 넣었다. 이 중엔 다목적 전술헬기, 탱크, 드론 등 현대식 군사 장비까지 포함돼 있어 앞으로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20년 동안 830억 달러(약 97조 원)를 들여 조직하고 훈련시킨 아프간 정부군이 순식간에 붕괴되면서 미국이 공급한 화력을 탈레반이 장악했다”며 “미국의 아프간 군사 투자 최종 수혜자가 탈레반이 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항복해 막대한 군비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기가 탈레반에 고스란히 넘어갔다는 얘기다. 군사 전문 ‘오릭스 블로그’는 탈레반이 올해 6월 이후 이달 14일까지 아프간 정부군의 헬기 16대(미제 다목적 헬기 블랙호크 UH-60A 4대, 경공격헬기 MD-530F 2대 등)와 드론 6대, 탱크 12대, 장갑차 51대, 대공포 8문, 포 61문, 트럭과 차량 1980대를 노획했다고 밝혔다. 목록은 사진 등으로 드러난 것만 집계한 것으로,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15일 이후 손에 넣은 것은 포함돼 있지 않다. 아프간 정부군이 보유 중이던 항공기 211대(지난달 기준)는 거의 전부가 탈레반에 넘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영상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간 북서부 헤라트의 공군 기지에서 정부군 헬기를 탈취하는 장면, 남부 칸다하르의 아프간 공군 격납고에서 블랙호크 헬기를 확보한 모습 등이 담겨 있다. 탈레반이 북부 도시 쿤두즈에서 중화기와 포가 장착된 차량을 노획하는 영상도 있다. 최근 탈레반은 원래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AK-47 소총 대신 M4 카빈이나 M16 소총 등 미국제 화기를 든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로이터 통신은 “미제 총기는 탄약 수급이 용이해 탈레반이 오랫동안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탈레반이 무기를 대량 확보했다고 17일 인정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프간 군에 제공했던) 국방물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상당량이 탈레반의 손에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미군은 넘어간 무기의 정확한 수량과 상태 등을 확인 중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월츠 하원의원은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상황은 9·11테러 전보다 나쁘다”고 했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 저우천밍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이 무기들은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 세력이 팽창하는 연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탈레반은 헬기를 비롯한 현대식 무기 조종사나 정비 기술 인력 등 운용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영국 텔레그래프는 “탈레반은 우호적인 파키스탄의 도움을 받아 장비를 운용하거나, 가족을 위협해 전 아프간 정부군 조종사를 동원할 수도 있다”고 했다. 탈레반이 미군의 ‘휴대용 신원확인장비(HIIDE)’까지 손에 넣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인터넷 언론 인터셉트는 18일 전·현직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탈레반이 파키스탄 정보국의 도움을 받아 장비에서 데이터를 빼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군은 이 장비로 지문, 홍채 등을 스캔해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뿐 아니라 현지 미군 협력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도 사용해 왔다. 장비 자체에도 데이터가 저장될 수 있는 탓에 탈레반이 이 장비를 미군 협력자를 색출해 내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국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탈레반이 빼가지 못하게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94억 달러(약 11조 원)의 외환을 보유 중이고, 미국 내에도 수십억 달러가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했던 막대한 양의 무기까지 손에 넣었다. 이 중엔 다목적 전술헬기, 탱크, 드론 등 현대식 군사 장비까지 포함돼 있어 앞으로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20년 동안 830억 달러(약 97조 원)를 들여 조직하고 훈련시킨 아프간 정부군이 순식간에 붕괴되면서 미국이 공급한 화력을 탈레반이 장악했다”며 “미국의 아프간 군사 투자 최종 수혜자가 탈레반이 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항복해 막대한 군비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기가 탈레반에 고스란히 넘어갔다는 얘기다. 군사 전문 ‘오릭스 블로그’는 탈레반이 올해 6월 이후 이달 14일까지 아프간 정부군의 헬기 16대(미제 다목적 공격헬기 블랙호크 UH-60A 4대, 경공격헬기 MD-530F 2대 등)와 드론 6대, 탱크 12대, 장갑차 51대, 대공포 8문, 포 61문, 트럭과 차량 1980대를 노획했다고 밝혔다. 목록은 사진 등으로 드러난 것만 집계한 것으로,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15일 이후 손에 넣은 것은 포함돼 있지 않다. 아프간 정부군이 보유 중이던 항공기 211대(지난달 기준)는 거의 전부가 탈레반에 넘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영상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간 북서부 헤라트의 공군 기지에서 정부군 헬기를 탈취하는 장면, 남부 칸다하르의 아프간 공군 격납고에서 블랙호크 헬기를 확보한 모습 등이 담겨 있다. 탈레반이 북부 도시 쿤두즈에서 중화기와 포가 장착된 차량을 노획하는 영상도 있다. 최근 탈레반은 원래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AK-47 소총 대신 M4 카빈이나 M16 소총 등 미국제 화기를 든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로이터 통신은 “미제 총기는 탄약 수급이 용이해 탈레반이 오랫동안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탈레반이 무기를 대량 확보했다고 17일 인정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프간 군에 제공했던) 국방물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상당량이 탈레반의 손에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미군은 넘어간 무기의 정확한 수량과 상태 등을 확인 중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월츠 하원의원은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상황은 9·11테러 전보다 나쁘다”고 했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 저우천밍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이 무기들은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 세력이 팽창하는 연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탈레반은 헬기를 비롯한 현대식 무기 조종사나 정비 기술 인력 등 운용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영국 텔레그래프는 “탈레반은 우호적인 파키스탄의 도움을 받아 장비를 운용하거나, 가족을 위협해 전 아프간 정부군 조종사를 동원할 수도 있다”고 했다. 탈레반이 미군의 ‘휴대용 신원확인장비(HIIDE)’까지 손에 넣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인터넷 언론 인터셉트는 18일 전·현직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탈레반이 파키스탄 정보국의 도움을 받아 장비에서 데이터를 빼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군은 이 장비로 지문, 홍채 등을 스캔해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뿐 아니라 현지 미군 협력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도 사용해 왔다. 장비 자체에도 데이터가 저장될 수 있는 탓에 탈레반이 이 장비를 미군 협력자를 색출해 내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국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탈레반이 빼가지 못하게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94억 달러(약 11조 원)의 외환을 보유 중이고, 미국 내에도 수십억 달러가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1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여성 인권 시계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하루 만에 20년 전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의 암흑시대로 되돌아갔다. 이날 카불의 여성들은 탈레반에 구타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외출을 삼가며 거리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 대신 집 안에 숨어, 교육을 받고 공직에 나가며 사업을 벌였던 삶의 기록들을 처형의 공포 속에 몰래 불태웠다. 카불의 한 여대생은 “탈레반은 이제 내 삶을 마음대로 할 것”이라며 “노예가 될 것 같다”고 영국 가디언에 토로했다. 아프간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이날 “카불에서 평소 흔하던 여성들의 모임이 사라졌다”며 “공공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희미해졌다”고 전했다. 신체 일부라도 노출된 여성이 등장한 광고는 철거됐다.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이 검문소를 통제하며 순찰했고 상점과 관공서, 사무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거리에는 음악이 끊겼고 TV에서는 탤런트 선발 프로그램과 해외 연속극, 뉴스 대신 종교 프로그램만 이어졌다. 카불의 여성 정치인은 가택 연금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 여성 정치인은 16일 탈레반 조직원들이 집에 들이닥쳐 경호원을 무장해제하고 집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지키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남편과 머무는 호텔 방에 들이닥친 탈레반 대원들에게 폭행당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탈레반이 점령지에서 여성들에게 외출 시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르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탈레반이 한 점령지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대원들과 강제로 결혼시킬 12∼45세 미혼 여성 및 남편을 잃은 여성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고 프랑스24는 전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 집권기의 억압과 폭력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다. 탈레반은 당시 거리에서 여성이 신체 일부를 노출하면 마구 폭행하거나 채찍질을 했다. 여학생은 중학교부터 다니지 못하게 했다. 1999년 아프간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초등학교에도 9000명에 불과했다. 영국 가디언은 15일 아프간 명문 카불대에 재학 중인 한 여대생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진군하자 고교 졸업증명서를 숨겼다. 그는 “24년간 인생에서 이뤘던 모든 것들을 불태워야 했다”며 “몇 년간 따려고 노력했던 학위도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공무원은 탈레반 대원들이 아파트 입구에 모인 것을 보고 문을 잠근 뒤 정부에서 일한 것을 드러내는 자료를 전부 불태웠다. BBC에 따르면 탈레반이 장악하기 전 아프간에서는 여학생 350만 명이 학교를 다녔고 대학생 중 3분의 1이 여성이었다. 여성 22%가 직업이 있었고 공직자의 20%가 여성이었다. 그러나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이 모든 숫자가 다시금 ‘0’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카불의 분위기는 급속히 극도로 보수화되고 있다. 카불의 한 여대생은 “15일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여자를 태웠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한 택시운전사들이 우리를 거부했다”고 했다. 이어 “길거리의 남자들은 우리의 공포를 비웃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부르카를 다시 써라’ ‘오늘이 길거리에 나갈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며 조롱했다”고 전했다. 이 여대생은 “그들이 탈레반의 편에서 힘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인권운동을 벌였던 이들은 죽음을 예감한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시장인 자리파 가파리 씨(29)는 “탈레반이 찾아와 나를 죽일 테지만, 어디로 가겠나”라고 했다고 영국 아이뉴스가 15일 전했다. 가파리 씨는 2018년 마이단 와르다크주에서 시장이 됐다. 탈레반은 과거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여성 인사들을 살해하겠다고 되풀이해 밝힌 바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15일 “여성도 히잡(스카프의 일종)만 쓴다면 교육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했다. 탈레반은 또 “모두에게 사면령을 선포했으니 신뢰를 갖고 일상을 시작하라”며 “탈레반은 여성이 희생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샤리아법에 따라 그들은 정부 구성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이 그대로 지켜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탈레반 통제 지역에서 사춘기가 지난 여학생이 학교에 다니도록 허용하는 사례는 극소수였다. 탈레반이 장악한 농촌지역 두 곳에서만 여학생 6000명이 학교에서 쫓겨났다.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던 카불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은 16일 오후 11시경 운영을 재개했다고 미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공항 관제 업무를 미국이 맡고 있으며, 공항에 머무는 사람들의 안전이 유지되는 한 되도록 많은 사람을 아프간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 공군(U.S.AIR FORCE)’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C-17 수송기가 이륙 중인 가운데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체 외벽에 매달렸다. ‘혹시라도 비행기가 멈추고 사람을 더 태우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수백 명이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 앞쪽과 옆쪽에서 나란히 달렸다. 미군 아파치 헬기는 이들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활주로로 급강하했다. 15, 16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속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모습은 탈레반이 점령한 수도를 탈출하려는 이들이 끝없이 밀려들며 지옥도를 방불케 했다. 고함과 비명, 총성이 가득한 어둑한 공항을 아이를 둘러멘 어머니와 아내를 감싸 안은 남편이 뛰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절망과 슬픔과 공포의 현장”이라고 했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아프간을 탈출했거나 시도하고 있는 사람이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륙한 비행기에서 물체 2개가 떨어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주민들이 건물 옥상에 놓인 시신을 수습하는 영상도 트위터를 통해 올라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6일 “아프간 피란민 3명이 미 군용기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했다. 앞서 이륙하는 미군 수송기에 매달린 사람들이 추락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날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엔 종일 총성이 들렸다고 CNN은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트위터에는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당시 미군이 사이공을 떠날 때 벌어진 ‘필사의 탈출’ 모습과 꼭 같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공항과 달리 시민들이 빠져나간 카불 도심은 유령도시가 됐다고 BBC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대사관 직원을 대피시키는 가운데 혼란 속에서 5명이 사망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16일 전했다. 미 관리는 “미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을 철수시킬 예정이던 군용기에 억지로 타려는 사람들을 막는 과정에서 미군이 공중에 발포했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이들이 총에 맞았는지, 군중에게 깔려 죽었는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은 “적어도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우즈베키스탄 국방부는 16일 국경을 넘은 아프간 군용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아프간 군용기가 불법적으로 영공을 침범했다고 했다. 탑승 인원과 생존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의 점령을 피해 군용기를 몰고 타국으로 탈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방 각국이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 공관을 폐쇄하고 인력을 철수시키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공관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러시아는 일찍부터 탈레반과 공식 교섭한 나라 중 하나다. 2018년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평화협상을 처음으로 주선하기도 했다. 탈레반이 이슬람국가(IS)보다는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미르 카불로프 아프간 문제 담당 러시아 대통령 특별대표는 최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 더 위험한 지하드(성전) 단체를 소탕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최근 중앙아시아를 넘보지 않겠다고 러시아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아프간에서 여전히 상당한 수의 대원을 유지하고 있는 IS는 미군 철수 뒤 아프간을 거점으로 중앙아시아로 세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러시아는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에 IS나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가 흘러드는 것을 탈레반을 통해 억제하고자 한다. 러시아는 탈레반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이 떠난 아프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아르카디 두브노프는 “아프간 상황으로 잠재적 위험에 놓인 중앙아시아 국가에 러시아는 자신들만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소련은 아프간 공산정권과 무장 게릴라 무자헤딘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1979년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무자헤딘에 패해 1989년 철수한 바 있다. 중국은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것과 관련해 아프간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자국이 아프간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아프간 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는데 우리는 아프간 인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며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관은 정상 운영 중이며 대사 등 외교관들도 자리를 지키며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 톈진(天津)에서 탈레반 2인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면담을 가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