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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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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칼럼31%
사회일반14%
국제정세14%
인사일반7%
유럽/EU7%
국제일반7%
미국/북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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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3%
  • 이란, 미사일 200발 공격… 이스라엘 “대가 치를 것”

    이란이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의 군사기지 3곳에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을 포함해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진실의 약속(True Promise) 2’ 작전을 단행했다. 올 4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진실의 약속 1’ 작전을 감행한 지 6개월 만이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2일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몇몇 유럽 국가는 중동에서 나가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군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라”고 명령해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우리 국민의 철수를 위해 현지에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주도한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지난달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 올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번 공격을 놓고 혁명수비대는 “미사일의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대부분 요격됐다고 맞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등에서 최소 4명이 부상당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선 1명이 숨졌다. 양측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 및 원자재 시장도 요동쳤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3.5% 오르는 등 급등 출발했다. 1일에도 장중 한때 5% 올랐다가 2.44% 상승 마감했다. 다만 2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소폭 하락 출발했다.‘저항의 축’ 붕괴위기에 이란 나서… 이스라엘 내부 “석유시설 보복”이란, 이스라엘에 미사일 200발 발사강경파, 하메네이 설득해 공격… 이스라엘, 다층 방어망으로 요격이란 “추가보복 안하면 공격 종료”… 이스라엘 “핵시설 등 파괴” 별러“이란이 강하게 보이는 방법은 이스라엘 직접 공격뿐이다.”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에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로 직접 공격을 가한 배후에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설득한 이란 내 강경파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영국 더타임스 등이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을 때부터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경제난 해결과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 등을 강조하는 유화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반대했지만 하메네이가 최종적으로 강경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은 최근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중동 내 친이란, 반(反)이스라엘·반미국 무장세력을 의미하는 ‘저항의 축’에서 핵심 격인 헤즈볼라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저항의 축 결집과 유지를 위해선 직접적이면서도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스라엘은 단거리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 중거리미사일 방어체계 ‘다윗의 돌팔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애로’로 구성된 ‘다층 방공망’을 가동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 중동에 배치된 미군 구축함 2척도 12기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방어를 도왔고, 영국도 이 작전에 동참했다. 다만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서부 헤르츨리야의 글릴로트 기지 인근에 최소 2발이 떨어졌다. 이곳은 모사드 본부로부터 1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양측 모두 ‘강 대 강’ 전략을 고수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파, 하메네이 자택서 “이 공격” 주장 NYT 등에 따르면 나스랄라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메네이 자택에서는 강경파와 유화파의 격론이 벌어졌다. 사이드 잘릴리 전 외교차관,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수뇌부 등 강경파는 “이스라엘 즉각 공격”을 주장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는 공격의 효과, 경제난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 온건파는 “네타냐후 총리가 광범위한 전쟁을 유발하기 위해 파놓은 함정에 말려드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격렬한 토론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부 온건파조차 “나스랄라와 같은 장소에서 숨진 아바스 닐포루샨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사망에 대응을 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고 주장하자 결국 하메네이의 마음도 돌아섰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4일 테헤란에서 예배도 직접 주관하기로 했다고 NYT는 전했다. 금요일인 이날은 이슬람의 안식일이다. 하메네이는 국가 안보에 관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금요 예배를 집도한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차관은 소셜미디어 X에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도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제한적 보복’이며 확전 의사는 없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등 보복” 하지만 이스라엘은 강경 대응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공격하면 누구라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건파로 꼽히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도 X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도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 공격, 주요 인사 표적 암살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스라엘군은 현지에서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2일 레바논 남부 오다이시 일대에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벌어져 최소 2명의 이스라엘군이 숨졌다. 이날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에 ‘쿠드스5’ 로켓을 발사하며 이란을 지원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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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軍, ‘블루라인’ 넘어 레바논 진격… 美 “이란, 미사일 공격 임박”

    이스라엘이 1일 오전(현지 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본토를 공격하는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은 건 2006년 헤즈볼라 공격으로 병사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납치돼 발발한 이른바 ‘34일 전쟁’ 뒤 18년 만이다. 그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사실상의 국경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지속되자 이를 막기 위해 2000년 유엔이 설정했던 경계선으로 ‘블루라인(Blue Line)’으로 불렸다. 블루라인이 또다시 무너지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1시 50분경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향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며 “이들은 이스라엘 북부 지역사회에 즉각적 위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상전이 제한적이며 신속하게 진행될 것임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반(反)이스라엘, 반미국 행보를 보여온 중동 내 무장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 곳곳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반이스라엘 성향 국가이며 친이란 무장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습이 발생했다. 한편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자제해 왔던 이란의 참전 가능성도 제기됐다. CNN은 1일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대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은 이란에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이, 지상전 이유로 헤즈볼라의 ‘갈릴리 정복’ 지목이날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 너머로 지상군을 투입해 이 지역에 마련된 헤즈볼라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다. 또 다른 헤즈볼라의 주요 거점지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 대한 공습도 이어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약 8건의 공습이 있었고, 건물 4채가 무너졌다. 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다우디야를 폭격해 10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국영통신 NNA가 전했다.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X를 통해 “레바논 남부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헤즈볼라는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 남부로 이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 근처의 레바논 마을을 군사기지로 탈바꿈하고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형태의 ‘갈릴리 정복’ 작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상전이 선제 대응 의도도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구체적인 지상군의 작전 기간과 성과 등은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바논 남부에 설치돼 있는 헤즈볼라의 땅굴, 무기고, 미사일 및 로켓 발사대 등을 공격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지상전이 제한적이며, 국지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피해 이주한 레바논 국경지역 거주 자국민들의 복귀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시리아 언론 “이 전투기-드론 공습”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저항의 축에 속하는 다른 무장단체들에 대한 공습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스라엘군이 점령 중인 골란 방향에서 전투기와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여러 지점을 공습했다”며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습으로 시리아 국영방송 진행자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중부 헤르즐리야 인근에 위치한 군사정보부대인 8200부대와 모사드 본부가 있는 글릴로트 기지를 향해 ‘파디-4’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도 이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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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MI5, 대학 소집해 “스파이 차단”… 美FBI, 中 기술절도 수사 확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위협에 대해 균형을 맞추고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올해 4월 2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모처에서는 일명 ‘MI5’로 불리는 영국 국내정보국 관계자들이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영국 주요 대학 부총장 24명을 앞에 앉혀놓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영국 올리버 다우든 부총리는 이같이 말했다. 브리핑에는 펄리시티 오즈월드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 켄 매캘럼 MI5 국장도 참석했다. 정보당국은 부총장들에게 “적대국이 영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려 영국 대학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하며 “앞으로 정부는 영국 대학에서 민감한 연구 결과를 훔치는 스파이를 막기 위해 심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이 모임 소식을 전하며 “특히 베이징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며 “각 부처 장관들은 중국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 美, 수사 강화하고 인재 확보에 1056조 원 투입‘첸런(千人·천인)계획’과 ‘치밍(啓明·계명)’ 등 중국의 해외 인재 포섭 정책에 각국이 경계를 강화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인재와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사건이 이어지자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비자 제도 손질에 나섰다. 일본은 해외 유출을 반드시 막아야 할 핵심 기술 리스트를 만들었다. 한국도 이 사례들을 참고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 중인 미국에서는 2020년 5월 중국행 전세기에 타려던 중국인 정모 연구원(당시 오하이오주립대 소속)이 연방수사국(FBI)에 긴급 체포됐다. 면역학 전문가인 그는 첸런계획 참여 사실을 숨기고 미국 연구기관에서 410만 달러(약 53억 원)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연구원은 2021년 5월 미국에서 징역 37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현재 중국 상하이교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FBI는 이 사건에 대해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이뤄진 연구비를 받아서 중국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지속적인 위협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산하 스탠퍼드중국경제제도센터(SCCEI)가 올해 7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0∼2021년 미국에서 경력을 쌓고 중국 등으로 이주한 중국계 과학자는 1만9955명이다. 이 중 행선지가 중국, 홍콩인 경우는 2010년 48%에서 2021년엔 67%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러자 미국은 중국의 인재, 기술 탈취를 겨냥한 수사를 확대했다. 2020년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FBI 국장은 “전국적으로 중국의 ‘(기술) 절도’에 대한 1000건 이상의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중국은 해외 인재를 흡수하며 국가 과학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주요 과학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수준을 100%라고 가정했을 때 중국은 2014년 69.7%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82.6%로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중국에 기술 수준을 역전당했다. 미국은 기술 유출을 막는 한편으로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한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등에 약 8000억 달러(약 1056조 원) 예산을 배정했다. 이 돈은 미국 내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에게 지원되고 있다.● 호주 EU도 대응… “한국도 모니터링 강화해야”미국 주도 안보협의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소속 국가인 호주와 일본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호주는 올해 4월 중요한 국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을 땐 유학생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미국이 앞서 비자 관리를 강화해 ‘의심스러운 해외 유학생’의 입국을 차단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일본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할 핵심 기술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이 기술들을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기존 생산량을 늘릴 때도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6월 한 중국인 연구원이 중국에 첨단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첨단기술 보호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중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와의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며 중국을 겨냥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EU는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생명공학 등 4가지 영역을 보호해야 할 첨단 기술로 지목했다. 한국도 앞선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나중에 산업 스파이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국가 핵심 기술 분야는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술 유출 범죄는 비록 붙잡혀 처벌되더라도 해당 기술만 확보할 수 있으면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벌어진다”며 “보안을 철저히 하고 유출을 스스로 막도록 관련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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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軍, ‘블루라인’ 넘어 레바논 진격…美 “이란, 미사일 공격 임박”

    이스라엘이 1일 오전(현지 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본토를 공격하는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은 건 2006년 헤즈볼라 공격으로 병사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납치돼 발발한 이른바 ‘34일 전쟁’ 뒤 18년 만이다.그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사실상의 국경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지속되자 이를 막기 위해 2000년 유엔이 설정했던 경계선으로 ‘블루라인(Blue Line)’으로 불렸다. 블루라인이 또다시 무너지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1시 50분경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향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며 “이들은 이스라엘 북부 지역사회에 즉각적 위협”이라고 밝혔다.이스라엘은 지상전이 제한적이며, 신속하게 진행될 것임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반(反)이스라엘, 반미국 행보를 보여온 중동 내 무장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 곳곳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반이스라엘 성향 국가이며 친이란 무장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습이 발생했다.한편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자제해왔던 이란의 참전 가능성도 제기됐다. CNN은 1일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 대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올 4월에도 탄도미사일 120여기를 포함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대거 이스라엘로 발사한바 있다.● 이, 지상전 이유로 헤즈볼라의 ‘갈릴리 정복’ 지목이날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 너머로 지상군을 투입해 이 지역에 마련된 헤즈볼라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다. 또 다른 헤즈볼라의 주요 거점지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 대한 공습도 이어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약 8건의 공습이 있었고, 건물 4채가 무너졌다. 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다우디야를 폭격해 10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국영통신 NNA가 전했다.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X를 통해 “레바논 남부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헤즈볼라는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 남부로 이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 근처의 레바논 마을을 군사기지로 탈바꿈하고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형태의 ‘갈릴리 정복’ 작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상전이 선제 대응 의도도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구체적인 지상군의 작전 기간과 성과 등은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바논 남부에 설치돼 있는 헤즈볼라의 지하 땅굴, 무기고, 미사일 및 로켓 발사대 등을 공격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지상전이 제한적이며, 국지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피해 이주한 레바논 국경지역 거주 자국민들의 복귀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 언론 “이 전투기-드론 공습”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저항의 축에 속하는 다른 무장단체들에 대한 공습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스라엘군이 점령 중인 골란 방향에서 전투기와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여러 지점을 공습했다”며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습으로 시리아 국영 방송 진행자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중부 헤르즐리야 인근에 위치한 군사정보부대인 8200부대와 모사드 본부가 있는 글릴롯 기지를 향해 ‘파디-4’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도 이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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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후티도 때렸다… 親이란 ‘저항의 축’ 전방위 폭격

    이스라엘이 30일(현지 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을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처음 공습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번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후티)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등을 공군력을 대거 동원해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물론 후티까지 연쇄 공격하면서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에 이어 최근 헤즈볼라까지 크게 약화시킨 이스라엘이 계속 다른 무장단체에 대한 공습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30일 새벽 베이루트 남서부 알콜라의 아파트 한 채가 이스라엘군의 무인기(드론) 공습을 당했다. 이 여파로 PFLP의 지휘관 3명 등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수십 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약 1800km를 날아가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 등의 주요 시설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최소 4명이 숨졌다. 이번 공습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이 공격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의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할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잃은 헤즈볼라는 나스랄라의 사촌인 하솀 사피엣딘을 새로운 최고 지도자로 선출할 전망이다. 헤즈볼라 서열 2위 나임 카셈 사무차장은 3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에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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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넘는’ 네타냐후, 레바논 이어 1800km 밖 후티 거점도 공습

    “이스라엘이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이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이어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후티)까지 공격하자 아랍권 최대 언론 알자지라가 이같이 진단했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등을 잇달아 암살한 이스라엘이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을 의미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과의 확전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주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내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계속해서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스랄라의 암살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열흘 전 35%였던 지지율이 8%포인트 올랐다. ● 이 전투기, 1800km 날아가 후티 공습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시설 등을 집중 공격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800km 떨어진 예멘 남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공중급유기, 정찰기 등 수십 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켰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예멘에서는 최소 4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고, 더 정확한 타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의 ‘경제중심지’인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일대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7월 후티가 텔아비브 일대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1명이 숨지자 당시에도 호데이다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후티, 헤즈볼라의 배후에 있는 이란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랄라가 암살된 후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보복을 강조한 가운데 이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후티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에도 공습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남서부의 주택가 알콜라 지구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부서졌고 최소 4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날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PFLP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조직이다. 그런데도 이들 지휘관까지 사살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이 적을 (무제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행동한다고 알자지라는 진단했다. ● 네타냐후, 지지율 급등-의석 확대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 상승을 포함해 국내 여론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4석을 보유한 보수 성향 ‘새희망’당을 이끄는 기드온 사르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은 전체 의석 120석 중 68석을 차지하게 됐다. 사르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의 동료였다. 2020년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을 계기로 결별했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네타냐후 총리와 의견이 같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연정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당분간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책을 고수할 여건이 마련되면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매체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완전히 관심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헤즈볼라, 이란과의 전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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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헤즈볼라 전폭 지원” 이 “누구든 공격”… 전면전 위기 고조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으로 암살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히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오랜 앙숙이었던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이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동시 폭발 공격을 감행하고,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나스랄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무슬림들에게 “헤즈볼라를 갖고 있는 자원과 도움으로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를 선두로 하는 저항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을 선포하진 않았지만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 본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아야톨라(이슬람 시아파 최고성직자에 대한 호칭·신의 증거란 뜻) 정권에 말한다. 어느 누구든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헤즈볼라 무력화 작전에 대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란 역시 역내 최고의 ‘안보 자산’으로 꼽히는 헤즈볼라의 붕괴를 마냥 바라만 볼 수 없어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의 지역 영향력 줄이기 나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무력화를 통해 이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친이란 무장세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장 전략도 억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의 명칭을 ‘새 질서(New Order)’로 지은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는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 시리아 정부군 같은 저항의 축을 구성하는 조직 중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 이미 이스라엘은 주요 육군 부대를 레바논 국경 지대로 대거 이동시키는 등 헤즈볼라와의 대규모 지상전 준비에 들어갔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연쇄 폭발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붕괴됐고, 나스랄라를 포함한 최고위 지도자들도 대거 제거됐다”며 “이스라엘로서는 추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딜레마에 빠진 이란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에 사실상 개입을 피했다. 이란으로서는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를 통해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았던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24일 “이란은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싸우고 싶지 않다”며 개입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으로선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에서 핵심인 헤즈볼라에 대한 융단 폭격을 이어가고, 수장까지 암살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과 더불어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핵심 안보 자산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어떤 형태로든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이 후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들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로켓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이스라엘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란의 경제 상황과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 등을 감안할 때 어떤 대응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정밀 공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우려해 하메네이를 안전 장소로 이동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헤즈볼라 완전 무력화는 쉽지 않아한편 헤즈볼라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스라엘이 수뇌부를 대거 암살했지만 여전히 ‘완전 무력화’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5만 기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최대 10만여 명의 병력 동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아말 사아드 박사는 “헤즈볼라는 주요 간부 암살이라는 충격에 견디게 설계된 조직”이라며 “강한 회복력을 갖췄다”고 CNN에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헤즈볼라는 한 명을 죽여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상전으로) 레바논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지만 가자처럼 빠져나가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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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벙커속 헤즈볼라 수장 ‘벙커버스터 암살’

    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암살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 및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동 전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란이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개입할 가능성이 커 중동 지역 내 긴장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알리 카라키 헤즈볼라 남부 사령관 등 테러집단(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이 전날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18m 지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중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을 이용한 ‘정밀 공습’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간부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 활동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이번 작전명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를 “테러범”이라고 부르며 그의 제거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며칠간 상당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해 이스라엘 공격을 시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을 확인하며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그 굳건하고 명예로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전 세계 무슬림을 향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도 함께 숨졌다고 공개했다. 닐포루샨은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이란의 군사 작전을 담당해 왔던 인물이다. AP통신은 이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년간 수행한 표적 살인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ABC는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를 추가로 제거하는 소규모 지상전을 시작하거나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또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나스랄라의 시신이 29일 수습됐고, 온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또 나스랄라의 사망 원인은 폭발 충격에 따른 흉부 압박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벙커버스터 등 100여발, 2초간격 퍼부어… 지하 7층 깊이 초토화[헤즈볼라 수장 암살]이스라엘, 1년 동안 암살작전 준비… 네타냐후 유엔 참석은 ‘연막 전술’F-15I 8대 출격해 폭탄 집중 투하… 벙커버스터, 콘크리트 꿰뚫고 폭발소나기 공습으로 지하층 연쇄 파괴“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7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하이 레빈 준장은 28일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등 폭탄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전투기 8대에) 2000파운드(약 907kg)에 이르는 BLU-109가 최소 15발 탑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건물 한 층 높이(2.5∼3m)를 고려하면 해당 벙커는 지하 7층 정도 깊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뉜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했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위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비슷한 방식의 벙커버스터 투하 작전을 진행하며 효과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나스랄라 암살을 준비했고, 미국에 관련 계획도 전달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한다.미국의 반대에 당장 작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추적을 계속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것도 헤즈볼라를 방심하게 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연설 전에 작전을 승인했다”며 “나스랄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지켜보던 중 공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로이터통신은 “나스랄라는 오랫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이동도 제한적으로 해 그를 본 사람이 매우 적었다”며 “이번 암살은 헤즈볼라 내부에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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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헤즈볼라 전폭 지원”“ 이스라엘 “누구든 공격”…전면전 위기 고조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히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오랜 앙숙이었던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제기된다.최근 이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동시 폭발 공격을 감행하고,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나스랄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무슬림들에게 “헤즈볼라를 갖고 있는 자원과 도움으로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를 선두로 하는 저항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을 선포하진 않았지만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것이다.같은 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 본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아야톨라(이슬람 시아파 최고성직자에 대한 호칭·신의 증거란 뜻) 정권에 말한다. 어느 누구든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스라엘이 계속해서 헤즈볼라 궤멸 작전에 대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란 역시 역내 최고의 ‘안보 자산’으로 꼽히는 헤즈볼라의 붕괴를 마냥 바라만 볼 수 없어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의 지역 영향력 줄이기 나서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궤멸을 통해 이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친이란 무장세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장 전략도 억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의 명칭을 ‘새 질서(New Order)’로 지은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는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 시리아 정부군 같은 저항의 축을 구성하는 조직 중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이미 이스라엘은 주요 육군 부대를 레바논 국경 지대로 대거 이동시키는 등 헤즈볼라와의 대규모 지상전 준비에 들어갔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연쇄 폭발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붕괴됐고, 나스랄라를 포함한 최고위 지도자들도 대거 제거됐다”며 “이스라엘로서는 추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네타냐후 총리도 헤즈볼라에 대한 ‘맹공’으로 극우세력과 함께 구성한 연정을 유지하고,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 우방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레바논 공습 자제 요청을 네타냐후 총리가 무시하고 있는 이유다.● 딜레마에 빠진 이란이란은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에 사실상 개입을 피했다. 이란으로서는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를 통해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았던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24일 “이란은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싸우고 싶지 않다”며 개입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으로선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에서 핵심인 헤즈볼라에 대한 융단 폭격을 이어가고, 수장까지 암살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과 더불어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핵심 안보 자산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어떤 형태로든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이에 따라 이란이 후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들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로켓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이스라엘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란의 경제 상황과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 등을 감안할 때 어떤 대응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정밀 공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고려해 하메네이를 안전 장소로 이동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헤즈볼라 완전 궤멸은 쉽지 않아한편 헤즈볼라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스라엘이 수뇌부를 대거 제거했지만 여전히 ‘완전 궤멸’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5만 기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최대 10만여 명의 병력 동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아말 사아드 박사는 “헤즈볼라는 주요 간부 암살이라는 충격에 견디게 설계된 조직”이라며 “강한 회복력을 갖췄다”고 CNN에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헤즈볼라는 한 명을 죽여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상전으로) 레바논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지만 가자처럼 빠져나가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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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암살…전면전 촉발 위기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제거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는 올 7월 3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지 약 두 달 만의 일이다. 이로써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양축인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수장이 모두 암살됐다. 그 정점에 있는 이란은 “역내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라”며 사실상 다른 친이란 세력으로의 확전을 예고했다. 이란과 함께 저항의 축이 겨냥하는 미국까지 개입하는 전면전이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와 함께 최근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던 알리 카라키 헤즈볼라 남부 사령관 등 테러집단(헤즈볼라)의 다른 고위 지휘관들이 전날 공습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지하에 있던 헤즈볼라 본부에서 회의를 하던 중 ‘정밀공습’을 받았다. IDF는 “헤즈볼라 최고 간부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테러 활동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작전명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발표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의 죽음 뒤 첫 공식 발언에서 “역사적 전환점(historic turning point)”이라며 “그는 테러리스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며칠 간 상당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중동의 ‘맹주’ 이란을 향해 공격을 시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죽음을 확인하며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그 굳건하고 명예로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스랄라의 죽음은 친이란 세력으로의 확전을 촉발할 조짐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무슬림들을 향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이날 이란혁명수비대의 압바스 닐포루샨 부사령관도 전날 공습에서 나스랄라와 함께 숨졌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이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년간 표적으로 삼은 살인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건’이며, 중동전쟁을 상당히 확대시킨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헤즈볼라의 주요 후원자 이란과 미국까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짚었다.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지상전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IDF는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를 제거하는 소규모 작전을 시작했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미국 ABC방송이 29일 두 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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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서 가장 위험” 모사드… 영화 같은 첩보작전과 암살 공격[글로벌 포커스]

    《‘레바논 삐삐 테러’ 배후 지목, 이스라엘 모사드의 세계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면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사드는 17, 18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모사드가 배후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가 사용한 무선호출기를 생산한 헝가리 기업 ‘BAC’가 모사드가 설립한 ‘유령회사’라고 보도했다. 모사드는 24일과 2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헤즈볼라의 로켓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꾸바이시와 드론부대 지휘관 무함마드 후세인 사루르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역할을 했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의 핵심으로 꼽히는 모사드가 어떻게 설립됐고 운영돼 왔는지, 또 그간 진행해 온 다양한 작전에 대해 알아봤다.》17∼18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테러는 피해 규모(사망자 37명, 부상자 약 3000명) 못지않게 수천 대의 통신기기에 소규모 폭탄을 설치한 뒤 이를 동시에 폭발시킨 ‘고난도 기술’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테러의 목표였던 레바논의 친이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물론이고 서방국들도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특히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배후일 것이라는 주장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과 모사드는 현재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핵심 ‘주적’ 중 하나인 헤즈볼라가 주로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를 대상으로 대규모 동시다발적 폭발이 발생한 것을 놓고 “배후는 이스라엘의 모사드다”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폭발물이 설치된 무선호출기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유럽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이 나올 만큼의 치밀함과 동시다발적 폭발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술력 역시 세계를 놀랜 이전의 모사드 공작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0년대 적국 시리아의 국방차관까지 올라 군사 기밀을 빼돌리다 발각돼 사형당한 ‘전설적 스파이’ 엘리 코헨(1924∼1965년)을 배출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책임자 중 하나였던 아돌프 아이히만 체포, 다수의 이란 핵개발 관계자 연쇄 암살 등으로 세계를 경악하게 한 모사드는 어떤 기관일까.● 암살, 도청 및 해킹 등 전문 작전조직 운영모사드는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듬해인 1949년 12월에 설립됐다. 히브리어로 모사드는 ‘정보 및 특수 임무 연구소(기관)’의 의미를 지닌다. 설립될 때부터 총리 직속 기관이었고 한동안 정부 내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조직이었다. 특히 이스라엘 초대 국가원수였던 다비드 벤구리온 총리는 정부 내에서 모사드란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정부의 치밀한 관리와 전폭적 지지 속에서 모사드는 ‘신베트’, ‘아만’과 함께 이스라엘 3대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정보와 군사 정보에 각각 중심을 둔 신베트, 아만과 달리 모사드는 철저히 해외 정보 및 공작에 집중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사드의 연간 예산은 약 27억3000만 달러(약 3조6000억 원), 고용 인원은 약 7000명으로 추정된다. 각 기관의 주요 정보가 따로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모사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 MI6,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모사드의 주요 작전 부서로는 ‘메차다(Metsada)’ ‘네비오트(Neviot)’ ‘차프리림(Tzafririm)’ ‘링(Ring)’ 테벨(Tevel)’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메차다이다. 폭파, 암살, 납치 같은 ‘위험한 작전’을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다. 메차다는 산하에 ‘키돈(Kidon·히브리어로 단검)’이란 암살 전문팀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인계와 돈을 이용한 포섭, 납치, 정보 파악 등에도 능통하단 평을 받고 있다. 모사드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보기관’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네비오트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도청과 해킹, 차프리림은 해외 유대인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한다. 또 링과 테벨은 각각 경제 분야 정보 파악과 다른 나라 정보기관과의 협력 업무를 담당한다. 텔아비브대 중동학 박사인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모사드를 국가안보의 핵심이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 기관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자금력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모사드의 역대 국장(최고책임자) 중(13명) 5년 임기를 못 채운 인사는 3명뿐일 만큼 모사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모사드 국장은 대부분 군대와 모사드에서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2021년 6월부터 모사드를 이끌고 있는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도 특수부대 출신이다. 그는 모사드에서는 침투작전과 요원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역시 특수부대 출신으로 2002∼2011년 모사드 국장이었던 메이어 다간(1945∼2016년)은 “적의 뇌를 삼키라”는 말을 요원들에게 자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적국에서 리조트 운영해 자국민 구출 작전 진행전문성을 바탕으로 모사드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작전은 많다. 설립 직후 모사드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전범 색출과 처벌 임무를 수행했다. 1960년 아르헨티나에 숨어 지내던 아이히만을 체포한 사건은 모사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로 꼽힌다. 나치 친위대 장교였던 아이히만은 유대인 약 600만 명이 살해당한 홀로코스트의 핵심 설계자 중 하나였다. 그는 나치 패망 뒤 여러 나라를 전전하다 아르헨티나에 정착했다. 요원 14명으로 구성된 모사드의 전담팀은 그를 끝까지 추적했으며, 결국 체포에 성공해 이스라엘로 데려왔다. 그리고 아이히만은 사형당했다. 모사드가 1981년부터 1985년까지 무려 5년에 걸쳐 에티오피아의 유대인 7000여 명을 수단으로 데려와 이스라엘로 비밀리에 이주시킨 ‘브라더스 작전’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슬람 국가인 수단은 당시 이스라엘에 적대적이어서 모사드 요원들이 철통 보안 속에 작전을 진행했다. 요원들은 스위스 여행사의 사업가로 위장해 수단 홍해 연안의 문 닫은 리조트 하나를 사들였다. 낮에는 호텔 직원으로 변장해 지역 주민을 고용하며 리조트를 운영했다. 특이한 건, 리조트가 인기를 끌며 외국 다이버들과 스포츠 낚시꾼들이 모여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리조트는 모사드 작전 기지로 돌변했다. 이들은 항공편이나 선박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탈출한 유대인 난민들을 리조트로 데려왔다. 여기서 이스라엘 해군 특공대가 보내온 배에 난민들을 태워 이스라엘로 보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요원 중 한 명이었고 훗날 ‘모사드 엑소더스’란 책을 쓴 가드 심론은 “밤마다 440km에 이르는 움푹 팬 도로를 이동하며 수백 명의 난민을 해변의 리조트로 데려갔다”고 회고했다. 5년이란 작전 기간 동안 수단 당국은 낌새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 모사드는 이란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작전을 대거 펼쳐 왔다. 모사드는 2011년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미사일 업무 담당자였던 하산 테라니 모가담 장군을 이란에서 암살했다. 또 꾸준히 이란의 핵과 미사일 관련 과학자와 군 관계자들을 제거했다. 특히 2018년 1월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창고에서 이란 핵 개발 관련 문서와 CD를 대거 탈취해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2015년 서방과 핵 합의를 체결했는데도 이런 자료를 숨기며 비밀리에 핵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사드는 2020년 11월 이란 핵 과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를 테헤란 근교에서 원격조종 기관총을 이용해 사살해 또 한번 주목받았다. 이 기관총은 첨단 정보기술(IT) 장비와 위성 등을 이용해 작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3, 24일 이스라엘이 융단 폭격을 가한 레바논에선 바코드나 QR코드가 찍힌 전단이 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 역시 모사드 소행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들이 베카 지역에 바코드가 있는 전단을 뿌리고 있으며 다른 곳에도 뿌릴 수 있다”면서 “바코드를 열거나(스캔하거나) 유통시키지 말고 즉시 파기해야 한다. 이 코드가 모든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폰의 개인 정보가 이스라엘로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 우방국 정보 제공-북한 무기 정보 파악도 관심 커 모사드는 우호 세력을 돕는 작전에도 참여한다. 특히 동맹국인 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모사드가 미국 정부에 미리 테러리스트 동향을 귀띔했다는 보도도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당시 모사드는 고위 전문가 2명을 테러 전달인 8월 미 워싱턴에 파견했다. 이들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에 “최대 200명으로 테러리스트 조직이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모사드는 2020년 1월 이란 IRGC 내 엘리트 부대로 해외작전과 특수전 등을 수행하는 ‘쿠드스군(아랍어로 예루살렘이란 뜻·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을 탈환하겠다는 의미)’의 당시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미국이 무인기(드론)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암살하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레이마니의 이동 경로와 현지 상황 등을 미국 측에 제공한 것이다. 쿠드스군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지원을 핵심 업무로 삼고 있어 이스라엘로서는 미국에 정보를 제공해 주적을 제거한다는 명분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모사드는 이스라엘과 공개적 접촉을 피하는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맺거나 비밀 관계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과거 이스라엘과 적대적이었지만 지금은 우호 관계인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등과 수교할 때 모사드의 첩보 활동과 비밀 접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편 모사드는 한국에도 요원들을 파견했고, 다양한 정보활동을 한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북한이 이란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관련 협력을 꾸준히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또 북한산 무기와 땅굴 설계 기술 등이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무장단체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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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핵교리 개정 선언… ‘우크라 돕는 서방국도 핵 공격’ 위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며 ‘핵 교리(핵무기 사용 원칙)’ 개정을 공식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모두 러시아를 공격한 나라로 간주하고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무기 지원을 억제하려는 취지로도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79억 달러(약 10조5000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2022년 2월 침공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건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 확대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종전 계획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핵 교리 개정을 밝힌 것을 두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보유국 지원받아 러 공격하면 공동 공격 간주”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새로운 위협과 위험이 생겨났다”며 “핵 교리 문서 개정판에서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참여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러시아연방에 대한 공동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개정된 핵 교리에 이 같은 공격이 있을 때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명문화돼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개정된 핵 교리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더욱 자세히 명시하고 있으며, 대규모 공습 때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중 및 우주 공격 자산의 대량 발사와 이것들이 우리 국경을 넘나든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받으면 그러한(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며 전략 및 전술 항공기, 순항 미사일, 무인기(드론), 초음속 및 기타 비행 차량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기존 핵 교리에 비해 핵무기 사용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존엔 “러시아 또는 동맹국의 영토를 표적으로 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받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대한 침략에 대응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개정된 핵 교리에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는 이미 전술 핵무기 일부를 벨라루스에 배치한 바 있다. 사무엘 샤랍 미국 랜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X’에 “주요 핵보유국이 선언적으로 핵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바이든과 정상회담서 ‘승리 계획’ 설득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세계 핵탄두의 88%를 통제하고 있는 핵무기 강국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겨냥해 핵 교리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며 위협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 실제 핵 교리 개정을 공식 선언한 이유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최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측의 무기 사용 제한 해제 요청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26일 정상회담에서 종전안을 담은 자신의 ‘승리 계획’을 제시하고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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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이 뿌린 전단지에 ‘QR코드’…헤즈볼라 공격 미끼였다

    ‘국가 내 국가’로 불리는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대규모 사상 피해를 보며 사실상 무력화되기까지 이스라엘의 ‘QR코드’ ‘바코드’ 공격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첨단 통신 기술로 헤즈볼라 대원과 주민 정보를 유출해 공격에 활용해 공습의 파급력을 높였다는 것이다.AF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24일(현지 시간) 레바논 동부에 살포된 이스라엘의 전단지를 폐기하라고 국민들에게 촉구했다. 전단지에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바코드가 포함돼 있으니 이를 스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들이 베카 지역에 바코드가 있는 전단지를 뿌리고 있으며 다른 곳에도 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코드를 열거나(스캔하거나) 유통시키지 말고 즉시 파기해야 한다. 이 코드가 모든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국민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이 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폰 내 정보가 이스라엘 측에 유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레바논 MTV 역시 헤즈볼라 성명을 전하며 이스라엘군이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아랍어 전단지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으로 포착된 이 전단에는 아랍어로 ‘베카 주민들에게 긴급 경고’라는 제목과 함께 “헤즈볼라 무기가 저장된 건물이 있다면 1000m 밖이나 인근 학교로 대피하라”고 적혀 있다. 전단 오른쪽 아래엔 “구역 지도를 보려면 QR코드를 스캔하세요”라고 안내됐고, 안내문 옆엔 QR코드가 있었다. 이스라엘의 융단폭격으로 공포에 질린 레바논 국민들이 공습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도록 유도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과의 전쟁 이후 하루 동안 최다 사망자를 낸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레바논과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주민들에게 대피 요청 경고 방송을 반복적으로 보냈다. 지아드 마카리 레바논 정보부 장관 사무실도 AFP에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레바논 남부의 라디오 방송사들은 이스라엘의 해킹을 당해 이 메시지를 방송한 것으로 전해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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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레바논 폭격 최소 558명 사망… 2006년 전쟁후 최악

    이스라엘이 23∼24일(현지 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목표로 레바논 전역을 공격해 현지 보건부 추산 최소 558명이 숨지고, 1835명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아동과 여성이 각각 최소 50명과 94명 포함돼 있다. 또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2006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해 발발했던 이른바 ‘34일 전쟁’(약 1200명 사망) 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규모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계속 진행할 뜻을 드러낸 가운데 헤즈볼라 역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혀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어 사실상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섬멸 작전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레바논 공습에 ‘북부 화살(Northern Arrows) 작전’이란 명칭을 붙였다. 이날 레바논 전역을 650여 차례 공습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 1600여 개를 타격해 주거지에 숨겨진 순항 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드론)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 국민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거 발송하는 등 향후 공습 강도가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북부에서 힘의 균형, 안보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며 “이스라엘의 정책은 그들(헤즈볼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위협을 선제 제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24일 “헤즈볼라에 유예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공세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반격 의지를 강조하며 23일 밤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과 무인기(드론) 약 250발을 발사해 무기공장 등을 파괴했다. 헤즈볼라는 24일에도 “이스라엘 북부 군수 시설 등에 로켓 100발 이상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 NNA에 따르면 이스라엘 역시 24일 레바논 베이루트, 동부 바알베크 지역, 남부 제진과 마르제윤 지역 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루트에 표적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레바논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로켓 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꾸바이시가 사망했다고 전했다.이 “레바논 집 떠나라” 문자살포… 수만명 피란, 식료품 비축 ‘패닉’[이스라엘, 레바논 융단 폭격]558명 사망에도 브레이크 없어… 헤즈볼라 섬멸위해 공세 지속 뜻네타냐후, 정치생명 연장위해 폭주… 바이든 레임덕 등 중재 공백 상태이스라엘이 19일(현지 시간)부터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자 레바논 전역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2006년 ‘34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현지에선 ‘이미 전면전 상황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특히 집중됐던 남부 지역에선 주민 수만 명이 북쪽으로 피란을 떠나며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식료품과 연료 등을 비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주요 공습 지역에 거주하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안전을 위해 당장 집을 떠나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사태를 겪었고, 표적 공습으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관을 대거 잃은 헤즈볼라를 섬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고, 전쟁 장기화, 개인 비리 혐의 등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헤즈볼라 섬멸’에 더욱 매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권력 누수(레임덕)’에 직면해 현 상황을 중재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이은 공격으로 헤즈볼라 무력화한때 ‘가장 강력한 비(非)국가 무장단체’라는 평을 얻었던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 폭발 테러로 내부 교신망은 붕괴됐다. 또 20일 정예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의 이브라힘 아낄 사령관 등 수뇌부가 암살당해 지휘 체계도 무너졌다.23일 CNN은 “최근 한 주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군사력 차이가 드러났다”며 “헤즈볼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헤즈볼라가 지휘통제권, 장비, 사기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는 동안 이스라엘은 단 한 명의 지상군도 투입하지 않으면서 큰 성과를 이뤘다는 의미다.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헤즈볼라 공격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거의 유일한 성과라는 점도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이스라엘 여론도 헤즈볼라 격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라자르와 F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지난해 11월 지지율이 18%였지만, 이달 19일의 지지율은 23.4%로 크게 올랐다.하지만 이스라엘이 당장 지상군을 레바논에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해 지상군 투입은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란의 개입, 교전 장기화 등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다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것처럼 적당한 시기에 레바논에도 지상군을 보낼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온다.● 국제사회, ‘중재 공백 상태’에 빠져국제사회는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YT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임기 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헤즈볼라와의 전쟁까지 중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아랍의 중심국’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현재 중동과 국제사회는 사실상 ‘중재 공백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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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레바논 1600개 표적에 융단 폭격… 전면전 초읽기

    이스라엘이 23일(현지 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목표로 레바논 전역을 공격해 최소 558명이 숨지고, 1835명 이상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아동 50명과 여성 94명이 포함돼 있고,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2006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해 발발했던 이른바 ‘34일 전쟁’(약 1200명 사망) 이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규모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이스라엘 측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계속 진행할 뜻을 드러낸 가운데 헤즈볼라 역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혀,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어 사실상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섬멸 작전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레바논 공습에 ‘북부 화살(Northern Arrows) 작전’이란 명칭을 붙였다. 이날 레바논 전역을 650여 차례 공습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 1600여 개를 타격해 주거지에 숨겨진 순항 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드론)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 국민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거 발송하는 등 향후 공습 강도가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북부에서 힘의 균형, 안보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며 “이스라엘의 정책은 그들(헤즈볼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위협을 선제 제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레바논 지상 침공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헤즈볼라는 반격 의지를 강조하며 23일 밤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과 무인기(드론) 약 250발을 발사해 무기공장 등을 파괴했다. 헤즈볼라는 24일에도 “이스라엘 북부 군수 시설 등에 로켓 100발 이상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 NNA에 따르면 이스라엘 역시 이날 레바논 동부 바알베크 지역, 남부 제진과 마르제윤 지역 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레바논 전역이 사실상 전시 상태에 빠지면서 주요국들의 자국민 철수 움직임도 빨라졌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민 철수를 권고했으며, 독일 이란 카타르 등은 레바논편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거나 중단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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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조은아]‘주가 역대 최저치’ 유럽 차의 굴욕

    유럽 증시는 이달 들어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 추락으로 연일 시끄러웠다. 유럽 6대 자동차 기업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셰, 스텔란티스, 르노, 폭스바겐 주가가 모두 역대 최저치거나 그에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지에선 이번 하락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자동차 업계의 어두운 미래를 반영한다는 전망이 우세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폭스바겐 위기, ‘비극의 서막’ 특히 유럽 판매 1위인 독일 폭스바겐의 87년 역사상 첫 자국 공장 폐쇄는 ‘비극의 서막’이었다는 평가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스텔란티스도 이탈리아 미라피오리 공장에서 피아트 모델 생산을 한 달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유럽 대형 자동차 기업의 현지 공장 3곳 중 1곳이 활용도가 떨어져 운영 위기에 처했다. 이런 위기를 바라보는 유럽의 속내는 매우 심란하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유럽 자동차 산업은 고통스럽게 각성해야 한다”며 현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뼈저리게 반성할 것을 주문했다. 유럽이 이렇게 화들짝 놀라는 건 자동차 산업의 몰락은 유럽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자동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1380만 명. 유럽연합(EU) 전체 고용의 6.1%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은 국가 연간 경제 생산에서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7∼8%에 이른다. 위기를 초래한 대표적 원인으로는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가 꼽힌다.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산보다 20%가량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유럽 판매를 늘려 왔다. 올 6월 기준 중국 기업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대인 11%였다. 이 때문에 EU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 가격에 대한 관세를 올리고 있다. 유럽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자국 자동차 기업에 세제 혜택 지원도 늘리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한 중국 차에 맞서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을 겨냥한 관세 공격과 세제 지원은 급한 불만 끄려는 근시안적 접근이다. 유럽차 몰락의 본질은 기업들의 ‘전략 실패’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유럽은 그간 고가 프리미엄 모델 개발과 판매에만 집중했다. 그사이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를 대중화했고,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에 매진했다. 르몽드는 “중국 기업들은 차량을 약 18개월 만에 개발할 수 있는 반면, 유럽은 그보다 갑절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며 벌어진 격차에 한탄했다. 기업만 책임질 일도 아니다. 정부도 산업 전략을 잘못 짰다. 전기차 부품인 배터리나 반도체 기술 개발이나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형성에 소홀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이어지며 공급망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유럽은 더욱 원자재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中 ‘저가 공세’만 문제 아냐 정부와 기업의 전략 실패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해묵은 고질적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크다. 폭스바겐의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4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관료주의가 치열한 경쟁에 적합한 제품 및 기술 개발을 방해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회사가 문서화 작업이나 불필요한 규정 준수 등에 너무 얽매였다고 했다. 유럽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는 한국 역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비대해진 조직이 소통 부족으로 의사 결정이 느려졌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전략을 빠르고 유연하게 수정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자동차 산업이 국가 수출의 11%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설마 하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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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즈볼라 “삐삐 폭발은 대학살, 강력 보복”… 이, 레바논 대공습

    “전례 없는 ‘대학살’이다. 모든 레드라인(저지선)을 넘었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19일(현지 시간) 영상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그는 17, 18일 레바논과 시리아 일대에서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삐삐),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폭발로 이날 기준 최소 37명이 숨지고 3000여 명이 다친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붉은 배경을 뒤로한 채 1시간가량 연설한 그는 이번 공격이 “‘전쟁 범죄’ 또는 선전 포고로 간주될 수 있다”며 보복을 거듭 강조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 또한 전투기 등을 출격시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일대에 52회 이상의 공습을 가했다. 이로 인해 100여 대의 로켓 발사대가 파괴됐다. 양측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면서 지난해 10월 전쟁에 돌입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전 중동전쟁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나스랄라 연설 뒤 레바논 대공습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9일 오후 9시경부터 한 시간가량 레바논 남부 일대에 52회 이상 공습을 가했다. 거의 1분 단위로 공습을 퍼부은 셈이다. 로켓 발사대 100여 대 외에 헤즈볼라의 무기고, 주요 건물 등도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레바논 소식통은 이번 공습이 중동전쟁 발발 후 가장 큰 공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례없는 삐삐 폭발 테러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사실상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라 이번 공습의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본다. 이스라엘의 대공습 시기는 나스랄라가 연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뒤였다고 영국 가디언이 짚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보복 천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 대공습에 나선 셈이다. 헤즈볼라 또한 대전차 미사일, 무인기(드론) 등을 통해 같은 날 이스라엘 북부의 군사시설을 17차례 이상 공격했다. 양측 공격으로 인한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지 않은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헤즈볼라를 두둔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나스랄라에게 서신을 보내 “잔인하고 범죄적인 정권(이스라엘)의 완전한 파괴”를 다짐했다. 이번 폭발의 정확한 경위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만 통신기업 골드아폴로가 제조한 ‘삐삐’를 이스라엘이 설립한 유령회사로 추정되는 헝가리 ‘BAC’가 관여해 폭발을 자행했다는 것까지만 알려진 가운데 이 불똥이 불가리아, 노르웨이로도 번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불가리아 당국은 19일 자국 컨설팅기업 ‘노르타글로벌’이 삐삐 폭탄의 유통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린슨 호세가 노르웨이에 거주하며 현지 미디어 그룹에도 재직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ABC뉴스는 미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최소 15년 전부터 준비됐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임기 내 가자 휴전 불가능”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일촉즉발로 치닫자 당초 “임기 내 휴전협상 타결”을 목표로 했던 바이든 행정부는 사실상 이를 포기한 분위기다. 이스라엘 방문을 앞뒀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문을 전격 취소한 것 또한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당초 22일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과 만나 중동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스틴 장관은 18일 갈란트 장관에게 방문 취소를 통보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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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즈볼라 수장의 ‘보복’ 천명에도…역대급 공습 퍼부은 이스라엘

    “전례 없는 ‘대학살(massacre)’이다. 모든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을 넘었다.”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19일(현지 시간) 영상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그는 17, 18일 레바논과 시리아 일대에서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삐삐),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폭발로 이날 기준 최소 37명이 숨지고 3000여 명이 다친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붉은 배경을 뒤로한 채 1시간가량 연설한 그는 이번 공격이 “‘전쟁 범죄’ 또는 선전 포고로 간주될 수 있다”며 보복을 거듭 강조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 또한 전투기 등을 출격시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일대에 52회 이상의 공습을 가했다. 이로 인해 100대의 로켓 발사대가 파괴됐다. 양측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면서 지난해 10월 전쟁에 돌입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전 중동전쟁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나스랄라 연설 뒤 레바논 대공습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9일 오후 9시경부터 한 시간가량 레바논 남부 일대에 52회 이상 공습을 가했다. 거의 1분 단위로 공습을 퍼부은 셈이다. 로켓 발사대 약 100개 외에 헤즈볼라의 무기고, 주요 건물 등도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소식통 3명은 이번 공습이 중동전쟁 발발 후 가장 큰 공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례없는 삐삐 폭발 테러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사실상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라 이번 공습의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본다.이스라엘의 대공습 시기는 나스랄라가 연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뒤였다고 가디언이 짚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보복 천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 대공습에 나선 셈이다.헤즈볼라 또한 대전차 미사일, 무인기(드론) 등을 통해 같은 날 이스라엘 북부의 군사 시설을 17번 이상 공격했다. 양측 공격으로 인한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지 않은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헤즈볼라를 두둔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나스랄라에게 서신을 보내 “잔인하고 범죄적인 정권(이스라엘)의 완전한 파괴”를 다짐했다.이번 폭발의 정확한 경위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만 통신기업 골드아폴로가 제조한 ‘삐삐’를 이스라엘이 설립한 유령회사로 추정되는 헝가리 ‘BAC’가 관여해폭발을 자행했다는 것까지만 알려진 가운데 이 불똥이 불가리아, 노르웨이로도 번졌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불가리아 당국은 19일 자국 컨설팅기업 ‘노르타글로벌’이 삐삐 폭탄 의 유통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린슨 호세가 노르웨이에 거주하며 현지 미디어 그룹에도 재직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ABC뉴스는 미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최소 15년 전부터 준비됐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임기 내 가자 휴전 불가능”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일촉즉발로 치닫자 당초 “임기 내 휴전협상 타결”을 목표로 했던 바이든 행정부는 사실상 이를 포기한 분위기다. 이스라엘 방문을 앞뒀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문을 전격 취소한 것 또한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미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당초 22일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과 만나 중동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스틴 장관은 18일 갈란트 장관에게 방문 취소를 통보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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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삐삐 폭탄’ 이어 휴대용 무전기도 폭발… 최소 25명 사망

    이란의 지원을 받는 친(親)이란,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근거지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 폭발’에 이어 ‘휴대용 무전기 폭발’이 대규모로 발생해 최소 25명이 숨지고 600명이 다쳤다. 레바논에서 ‘통신장치 폭발 테러’로 인한 피해와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스라엘은 “전쟁의 새로운 단계를 시작한다”며 사실상 확전을 선언한 뒤 레바논 남부에 공습을 가했다. 또 가자지구에 배치돼 있던 일부 부대를 레바논과의 국경 지역인 북부로 이동시켰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동시다발적 무선호출기 폭발이 발생한 다음 날인 이날 오후 5시경부터 무전기 폭발이 이어져 최소 25명이 숨지고 6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남부 베까 등 헤즈볼라의 거점 지역에서 주로 무전기 폭발이 발생했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초기에 베이루트 남부 교외와 레바논 남부에서 각각 15∼20건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일부 폭발은 17일 무선호출기 폭발로 숨진 사망자 12명의 장례식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통신부는 이날 폭발한 무전기가 일본 회사인 ‘아이콤’이 제작한 IC-V82 모델로 이미 단종됐다고 밝혔다. 또 당국의 공식적인 판매 허가나 보안 심사도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made in Japan(일본에서 생산)’ 라벨을 확인했다고 전했지만 아이콤 측은 가짜로 보인다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전날 무선호출기 폭발 사태 뒤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선언했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북부 전선(헤즈볼라와의 충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쟁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N은 “이스라엘이 중동을 더 큰 갈등으로 몰아넣은 역할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스라엘군은 18일 레바논 치히네, 타이베, 블리다, 마이스엘자발, 아이타룬, 크파르켈라 등 6곳의 헤즈볼라 시설과 키암 지역 무기저장 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육군 사단을 북쪽으로 재배치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 우려가 커지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레바논에서 발생한 폭발 사태와 관련된 긴급회의를 20일 열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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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의 ‘체납금 횡재’ 맞은 아일랜드의 딜레마[조은아의 유로노믹스]

    애플이 유럽연합(EU)의 과징금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10일(현지 시간) 최종적으로 패소한 뒤 아일랜드 정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의 명령에 따라 애플은 체납된 세금 130억 유로(약 19조 원)를 아일랜드 정부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정부로선 역대 최대 규모의 ‘체납금 횡재’를 맞게 됐다.언뜻 보면 이번 소송의 최대 수혜자는 EU가 아닌 ‘세수 대박’이 터진 아일랜드 정부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아일랜드 정부는 어마어마한 세금을 걷기에 앞서 속내가 매우 복잡하다. 오죽하면 아일랜드 정부가 오히려 세금을 받지 않기 위해 변호사 비용으로만 1000만 유로(약 147억 원)를 썼을까. ● 웃을 수 없는 아일랜드사건의 시작은 EU 집행위원회가 2016년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불공정 조세 혜택을 받았다”며 체납 세금 130억 유로 납부를 명령하면서부터다.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지나치게 낮은 법인세를 적용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애플과 아일랜드는 2019년 ‘EU가 애플에 부과한 과징금 130억 유로는 부당하다’며 ECJ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낮은 법인세 부과는 정당하단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ECJ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체납 세금이 정당하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애초 EU 집행위의 주장대로 ‘아일랜드 정부가 불공정하게 낮은 법인세를 적용했다’고 본 셈이다.아일랜드 정부는 이번 판결로 ‘법인세(12.5%)가 낮아 투자 매력이 높은 국가’란 평판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덤 크래그스 RPC 로펌의 파트너는 “이번 판결은 아일랜드가 다국적 기업에 조세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논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회계법인 PKF 리틀존의 파르한 아짐 책임자는 “아일랜드에 유럽 사무소를 설립해 이익을 얻은 다국적 기업은 (불공정한 법인세와 관련해) 추가적인 조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잭 챔버스 아일랜드 재무부 장관은 애플 패소의 파장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그는 애플 소송에 대해 “수십 년 전에 시행된 규칙과 관련된 문제”라며 외국인 투자 유치 매력도가 높은 아일랜드의 이미지가 손상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챔버스 장관은 “애플이 다른 국가들로부터 금액(체납금) 일부가 자국 소유란 주장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아일랜드 내부에서는 횡재 세수를 주택, 에너지, 수자원 등 투자가 필요한 인프라에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아일랜드 정부는 미래 연금, 기후, 인프라 문제 해결을 위해 1000억 유로(약 147조 원) 이상을 저축하기 위해 국가 재산 기금을 설립한 바 있다. 그만큼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사회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하지만 파스칼 도노호 공공지출 장관은 “모퉁이를 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며 “돈을 내일로 남겨두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규모 체납금 납부를 명령한 이번 판결로 추가적인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현금 넘쳐 경제 과열 위험아일랜드 정부는 애플처럼 자국에 투자한 글로벌 기업들의 법인세 수입으로 부유해졌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와중에 아일랜드 정부는 올해 86억 유로(약 13조 원)의 흑자와 함께 작년 예상보다 5배나 빠른 경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FT는 이달 초 보도했다. 아일랜드의 두드러진 경제성장은 법인세 수입은 물론 다른 강점들이 발휘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아일랜드는 EU 회원국 중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인 덕에 다국적 기업이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교육수준이 높은 노동력을 보유했다는 평을 받는다. 경제학자인 에마 하워드 더블린기술대 박사는 “아일랜드는 모든 연령대에서 EU 회원국 평균보다 3차 교육을 받은 근로자 비율이 높다”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졸업자 비율도 EU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BBC에 설명했다.다만 아일랜드는 현금이 넘치며 오히려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 FT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독립 감시기관인 재정자문 위원회는 ‘아일랜드의 현금 증가가 경제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일각에선 아일랜드의 우수한 경제성적표가 왜곡돼 있다고 주장한다. 지나치게 많은 법인세 수입이 아일랜드 경제의 체질이 우수한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는 얘기다. 스테판 게를라흐 전 아일랜드 중앙은행 부총재는 BBC에 “아일랜드가 많은 경제활동을 창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로 인한 인출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어떤 의미에선 모두 인위적”이라고 분석했다. 아일랜드 재정자문 위원회도 202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소득(GNI)를 척도로 계산하면 아일랜드의 생산성이 유럽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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