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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대표적인 방산비리 사례로 지목된 통영함(사진)의 핵심장비 성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해군에 인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기나 장비의 전력화는 안보를 해치는 행위라는 군 안팎의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통영함의 선체고정형음파탐지기(HMS)와 수중무인탐사기(ROV)의 성능 불량 문제가 해결된 뒤 해군에 인도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최윤희 합참의장 주관으로 각 군 참모총장 등이 참석하는 합참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통영함은 지난해 10월 해군에 인도돼 실전배치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군이 1년여 시험평가를 한 결과 HMS와 ROV 등 구조에 필요한 핵심장비가 군 요구성능(ROC)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인수를 거부했다. 그래서 올 4월 세월호 참사 때 구조작전에도 투입되지 못했다. 통영함은 2012년 4월 진수식 이후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2년 넘게 정박 중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통영함 납품 비리의 전모가 명백히 밝혀지고, 성능이 완벽히 갖춰질 때까지 해군에 인도하지 않는 게 낫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합참은 지난달 말 합참회의를 열어 통영함의 조기 인도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방위사업청이 통영함을 내년 초 해군에 넘겨준 뒤 1, 2년 정도 보완을 거쳐 정상장비를 장착하는 방안을 합참에 강력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해군이 보유한 구조함 2척 중 1척이 연말에 퇴역하면 전력 공백이 우려되고, 통영함의 장기 정박에 따른 부두 사용료가 증가하는 점도 ‘선(先)인도 후(後)보완’의 이유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비리에 대해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한 직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합참이 통영함 안건의 회의 상정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한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방위산업 군납비리에 이적죄를 적용할 거냐”고 묻자 “일반적으로 방산비리라고 해서 이적죄로 바로 갈 순 없다”며 “(수사결과) 비리가 적발되면 그 부분에 관해선 제반 형사법에 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군 당국은 최근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의 애기봉 등탑 철거는 관할 사단장이 직접 결정한 사안이라고 30일 밝혔다. 군 관계자는 “애기봉 등탑은 지난해 11월 군 안전진단에서 D급 판정(보수해서 쓸 수 있는 정도)을 받고 내년 3월 김포시가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붕괴 위험 등 관광객의 안전을 고려해 사단장(김모 소장·현 해병대 부사령관)이 조기 철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철거 작업은 15일부터 이틀간 공병 부대를 동원해 진행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1971년 애기봉(해발 154m)에 국기 게양대 모양으로 설치된 높이 18m의 등탑은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종교단체의 점등식 장소로 이용됐다. 군사분계선과 1.8km, 북한 지역과 불과 3km 떨어져 있어 점등식 때마다 북측이 “대북 선전시설”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기봉 등탑 철거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등 최근 남북관계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등탑의 철거 내용을 사전 보고받지 못해 경위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애기봉 등탑 철거 사실을 언론 보도 이후 알았다”고 밝혔다. 김포시는 내년 3월부터 2017년까지 총 296억 원의 예산을 들여 애기봉 주변 4만9500m²에 6·25전쟁 영상관, 기념품점, 식당 등을 갖춘 평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54m 높이의 전망대도 설치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防産) 비리 척결을 강조한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의 거취를 놓고 군 안팎에서 나오는 관측이다. 우선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의 납품 비리와 전력증강 사업의 관리 부실이 정치 쟁점화되자 이 청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자진사퇴설, 청와대 경질설, 예비역 후임자 내정설 등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모른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29일 “현재까지 청와대로부터 이 청장의 거취 관련 언급이 전달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방사청의 대수술을 요구한 것은 이 청장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앞서 이 청장은 올해 7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통해 사의를 전달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반려했다. 연말까지 차기전투기(FX) 사업 등 수조 원대의 전력증강 사업을 마무리할 후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정통 재무관료 출신인 이 청장의 능력을 높이 산 측면도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청장이 또다시 먼저 사의를 표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도 사의를 반려한 지 석 달 만에 이 청장을 경질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칫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통영함 비리 등 방산 관련 문제점들은 이 청장 취임(2013년 4월)전부터 불거진 만큼 그를 경질해도 문책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 청장의 거취에 대해 본인은 물론이고 청와대도 결정을 내리기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언급한 대표적인 방위산업 비리는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의 납품 비리와 ‘군피아(군인+마피아)’ 관행, K계열 무기 관련 비리와 결함이 꼽힌다. 국방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전력증강 문제점과 방산 비리 의혹 47건(31개 사업) 중 25건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통영함 사건은 방산 비리의 ‘결정판’이다. 방위사업청 핵심 실무자들이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주요 장비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성능 미달인 원가 2억 원짜리 장비가 40억 원의 고가에 납품되는 등 혈세도 낭비됐다. 이를 눈치 채지 못한 방위사업청은 2011년 9월 통영함 진수식 때 관계자 20여 명을 유공자로 표창하기도 했다. 결국 해군이 성능 미달을 이유로 인수를 거부한 통영함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투입되지 못했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통영함 사업 관리가 아주 부실하게 됐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군피아’도 방산 비리의 주범이자 폐단으로 꼽힌다. 최근 방위사업청 국감 결과 무기구매를 담당했던 대령 4명이 전역 후 2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어기고 자신들의 업무와 같은 분야의 방산업체에 불법 취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민간업체에 취업한 퇴역 군인(대령급 이상) 243명 가운데 95명(39.1%)이 방산업체로 ‘직행’했다. 계급정년제로 조기 전역하는 장교들이 ‘검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방위사업청 민간인 비율을 현 49%에서 미국과 영국처럼 80% 수준으로 높이고, 전문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군이 ‘명품 무기’라고 자찬했던 K계열 무기 관련 비리와 결함도 심각하다. 최근 창원지검은 K-9 자주포와 K1A1 전차 등 우리 군 핵심무기의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업체 45곳과 관계자 53명을 기소했다. 국산무기 검증 부실은 결함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자석을 대면 격발신호가 작동하는 오류에도 불구하고 K-11 복합소총 양산을 강행한 사실이 최근 국감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또 K2(흑표) 차기 전차는 전자장비 시스템 충돌 문제로 5년간 44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적 포탄 대응파괴 장비를 장착하지 못했다. 다만 합동참모본부는 31일 K2 전차의 ‘가속 성능(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3km 전방에서 피하는 데 걸리는 시간)’ 기준을 8초에서 9초로 늦춰 2016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K2 전차는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의 ‘가속 성능’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국방부는 전력증강 업무 개선 및 방산 비리 근절을 위해 국방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클린 국방실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비리 연루 직원에 대한 형사 처벌 및 해임 등 징계 강화 방침도 밝혔지만 기존 대책과 별 차이가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잠수함사령부의 내년 2월 창설 계획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년 연기 이어 또 연기? 잠수함사령부 창설 작업은 노무현 정부가 ‘국방개혁 2020’ 추진 차원에서 당초 2012년을 목표로 추진한 사업이다. 예산 문제 등으로 3년이 늦춰져 2012년에야 첫 삽을 떴다. 2015년까지 경남 진해의 해군 잠수함 9전단 시설과 인력을 확대 개편해 북 잠수함 대응작전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는 취지였다. 천안함 폭침 도발 이후 한국군이 더이상 대북 잠수함 전력에 끌려갈 수 없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 하지만 부지 선정 절차가 늦어지고 설계 오류로 인해 공기(工期)가 지연되면서 이 사업은 3년째 답보 상태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예산 집행률도 3.9∼47.7%에 그친다. 이런 상태로는 내년 안으로 사령부 건물과 부대시설 완공이 힘들다. 그런 만큼 군이 요구한 내년도 예산도 온전히 투입하기 힘들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 북, 잠수함 전력 증강에 다걸기 천안함 도발은 북 잠수함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증명한 사례다.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130t급)은 단 한 발의 어뢰로 자신보다 10배나 큰 함정을 수장(水葬)시켜 한국군에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안겼다. 북한 잠수함이 대표적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북한은 잠수함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1960년대 말 옛 소련에서 도입한 로미오급(1800t) 20여 척을 비롯해 상어급(350t) 30여 척, 연어급(130t) 10여 척, 유고급(90t) 20여 척 등 총 70∼80여 척의 잠수함(정)을 운용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6월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의 마양도 기지를 방문해 로미오급 잠수함에 직접 올라 전투 훈련을 지휘하면서 “잠수함의 수중 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적 함선의 등허리를 무자비하게 분질러 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 함남 신포의 잠수함 전용 조선소에서는 상어급보다 2배가량 큰 신형 잠수함의 존재가 미국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미 정찰위성은 북한이 잠수함 탑재용 미사일 수직발사관을 개발 중인 정황도 포착한 바 있다. 한국군도 이에 맞설 잠수함 전력 증강에 나섰다. 현재 1200t급 잠수함 9척과 1800t급 잠수함 5척 등 14척을 운용 중이다. 2020년 이전까지 1800t급 4척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3000t급 중형 잠수함도 2020년대 중반까지 건조할 계획이다. 기존 잠수함보다 배수량이 훨씬 크고 잠항능력이 뛰어난 데다 1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잠대지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뿐만 아니라 잠재적 적국을 견제하는 전략무기로 평가받고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우리 군의 잠수함사령부 창설 사업이 설계 오류 등 공정 지연으로 3년째 표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 2월로 예정했던 창설 계획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수함사령부 창설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 북한이 보유한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의 공격에 맞설 대비 태세에 큰 구멍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동아일보가 28일 입수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18.1%(2012년), 47.7%(2013년), 3.9%(올해 9월 말)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부지 선정과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 승인이 늦어지면서 착공이 늦어진 데다 설계 오류에 따른 공정 지연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와 해군은 2012∼2015년 222억 원을 투입해 경남 창원시 진해에 사령부 건물과 정박시설을 보유한 잠수함사령부 창설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현재 해군 준장이 지휘하는 해군 9잠수함 전단의 시설과 인력을 확대해 소장이 지휘하는 사령부로 개편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달 말 군 당국은 내년 2월 1일부로 사령부를 창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진척 속도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다급해진 방위사업청은 다음 달 설계 변경 및 수정계약을 체결하고 장비와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사령부 공사 일정을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하지만 예결위 보고서는 “시설 공사의 특성상 공기(工期) 부족으로 올해 예산(시설공사비) 113억 원 가운데 상당 규모가 이월이 불가피하고 2015년 완공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군이 요청한 2015년 사업 예산안 97억2800만 원 중 약 10억 원을 사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해 반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잠수함사령부 창설은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의 하나로 2012년을 목표로 추진하다가 예산 문제로 2015년으로 연기됐었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 보듯이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 잠수함 위협에 맞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사업 추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나무에 홀려서 숲을 놓치면 대북정책은 백전백패(百戰百敗)한다. 지금껏 그랬듯이….”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군 고위 당국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도발과 화해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북한의 대남전술 실체를 현미경의 시각으로는 절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북한의 화전(和戰) 양면 전술은 갈수록 극단을 치닫고 있다. 최고 실세 3인방의 전격 방남 및 2차 고위급 접촉 합의 직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격전과 대북전단 사격 도발, 또다시 남북 군 당국 접촉에 이은 군사분계선(MDL) 총격 도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북한의 ‘기습 이벤트’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갈팡질팡한다. 정부는 원칙을 지키는 의연한 대처를 강조했지만 ‘현상’은 그 반대다. 북한의 잇단 돌출 행동에 허둥대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상대방(북한)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비공개로 남북 군 당국 접촉을 추진하다 북한의 뒤통수 치기식 폭로에 농락까지 당했다. 남북 간 협상 전술과 양태가 ‘아마추어(남)’와 ‘프로(북)’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앞둔 ‘기싸움’에서 남한이 ‘판정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대로 고위급 접촉을 해봐야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어 정부 입지만 좁아지고, 남남 갈등은 더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내홍(內訌)이 그 전조처럼 보인다. 북한의 ‘냉온탕식’ 파상공세에 휘둘려 그 이면의 노림수를 놓치는 우(愚)를 더는 반복해선 안 된다는 조언을 정부는 흘려들어선 안 된다. 북한이 최근 군사당국 접촉에서 집중 제기한 서해경비계선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남북 군 당국 접촉에서 ‘예민한 선과 수역’을 서로 넘지 말자고 제안했다. ‘예민한 선’은 그들이 NLL 남쪽에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경비계선을, ‘예민한 수역’은 서해경비계선과 NLL 사이의 수역을 의미한다. 서해 긴장 완화를 빌미로 NLL 무력화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2차 고위급 접촉은 ‘NLL 무력화‘를 노린 북한의 사전 정지 작업이고, 서해경비계선은 그 지렛대일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서해경비계선 관철은 2011년 사망한 김정일의 유업(遺業)이기도 하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은 서해경비계선을 내세워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NLL을 포기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에서 NLL까지 물러설 테니 그 사이를 공동어로구역이나 평화수역으로 하자”며 통 크게 양보하는 모양새까지 취했다. 하지만 남측이 거부하자 화해 무드를 깨고,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NLL 긴장 극대화에 ‘올인(다걸기)’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NLL 흔들기’는 더 대담하고 과격해졌다. 북한은 2012∼2013년 서해 NLL과 서북 도서 인근 북측 지역에 대대적인 포병전력과 진지 구축작업을 완료했다. 지난해 김정은은 목선을 타고 서북 도서 코앞인 장재도와 무도까지 내려와 “남측 함정이 영해를 침범하면 수장시키라”고 지시했다. 올해 3월과 4월, 7월에는 NLL 인근 해상을 향해 수백 발의 해안포와 방사포를 퍼붓고, NLL 남쪽에서 초계임무 중이던 아군 고속함을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 올해 서해경비계선을 넘어오는 한국 함정에 대한 경고통신도 지난해보다 250배 이상 폭증한 1000여 차례에 이른다. 최근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아군 함정의 경고사격에 맞사격으로 대응하는 등 해상 교전까지 불사하고 있다. 북한의 NLL 무력화 공세 저의는 불 보듯 뻔하다. NLL에서 한국 해군을 철수시켜 전략요충지인 서북 도서를 고립시키고 유사시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 수도권 서해 연안을 기습 공략하기 위해서다. 최단 시간 내에 서울과 수도권 점령이 최종 목표다. 이 때문에 NLL 양보는 ‘안보빗장’을 풀어헤치는 휴전선 포기와 같은 자해행위다. 북한이 핵개발처럼 수십 년간 NLL 무력화에 안달하는 저의를 간과해선 안 된다. 북한에 대화나 협상은 대남 혁명투쟁의 또 다른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다. 북한이 어떠한 유화공세를 취해도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윤상호 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사진)은 24일 미국 워싱턴 국방부(펜타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현재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핵탄두 소형화는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도록 작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와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언제쯤 결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맞다. 그들은 이미 ‘그렇다’고 밝혔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북한이 사실상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의 한국 배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그들은 그들이 가졌다고 말하는 것을 잠재적, 실재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고 믿는다)”고 말해 북한이 소형화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고 본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기자들이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그들이 가진 기술력과 개발해 온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특히 이 시점에 그들이 그런 기술력을 가졌는지 나는 모른다”고 발을 뺐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핵탄두를 소형화할 능력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ICBM에 탑재해 발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소형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을 뿐이지, 탑재할 능력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을 비롯한 한반도 안보상황과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등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이번엔 이명박 정부 때와 달리 구체적인 연기 시한을 명기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에서 합의됐던 전작권 전환은 이명박 정부에서 2015년 12월 1일로 연기됐다가 이번에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또 양국은 한미연합사령부 본부와 미 2사단 소속 화력여단을 서울 용산구와 한강 이북인 경기 동두천시에 남겨두기로 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조건(condition)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MOU)’에 공동 서명했다. 양국은 전작권 전환이 가능한 조건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라고 제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군이 갖춰야 할 대응능력에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뿐만 아니라 대북 선제타격 능력도 포함된다”며 “이 조건이 충족되면 한미 국방장관이 양국의 군 통수권자에게 전작권 전환을 건의해 최종 시기를 결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작권 전환의 ‘목표연도(특정 시한)’를 명기하지 않은 데 대해 군 관계자는 “‘시기’를 정해놓고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다 또다시 연기돼선 안 된다는 데 양측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전작권 전환 논의가 이뤄질 시기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설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가 갖춰지는 2020년대 중반으로 전망했다. 또한 양국은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한미연합사 본부를 현 용산기지에 남겨두기로 했다.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 2사단 소속 210화력여단은 동두천(캠프 케이시)에 그대로 남는다. 210화력여단은 개전 초기 북 장사정포 무력화를 책임지는 주한미군의 핵심전력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북한 미사일 공동 방어작전개념’을 최초로 승인했고, 북한에 대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인정 및 준수를 촉구했다.워싱턴=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의 대남(對南) 핵 미사일 공격이 임박하면 한국군이 단독으로 사거리 500km와 800km급 탄도미사일과 타우루스 공대지미사일로 대북 선제타격에 나서기로 했다. 미군은 이를 지원하는 작전을 벌인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북한 미사일 방어작전개념’(이하 작전개념)을 공동 승인했다. 이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탐지→요격→교란→타격의 4단계로 맞춰 군사적 수단의 운용 방법과 대응 개념을 처음으로 정리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 사이클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핵이나 생화학무기를 탑재한 북한 탄도미사일의 공격은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라며 “이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동 군사적 대응방안을 더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대북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핵심요소이다. 우선 ‘탐지’ 단계에서는 북한 기지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의 미사일 발사 상황 등 북 한 미사일의 각종 ‘표적 정보’를 한미 양국이 공유하고 처리 방향까지 작전개념에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미사일 탐지 임무에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DSP)과 정찰위성,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과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 양국의 정보 감시전력이 총동원된다. ‘요격(방어)’ 단계에서 한국은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미국은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한국 배치를 추진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가 각각 임무를 수행한다. 또한 ‘교란’과 ‘타격’ 단계에서 한국은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하는 ‘킬 체인(Kill Chain·북한의 핵 미사일 기지를 탐지 추적해 타격하는 시스템)’을, 미국은 정밀유도무기와 B-1, B-2 전략폭격기 등을 각각 투입한다.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 징후에 한국군이 선제 타격하는 것도 이 단계에 포함된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 이 작전개념에 따라 킬 체인과 KAMD 등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 전력을 구축하고 작전계획(OPLAN)으로 만들기로 했다. 한미일 3국 간 북한의 핵 미사일 정보도 계속 공유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방어 작계는 내년부터 양국이 공동 작업해 2020년대 중반에 완료한다는 목표”라며 “현 대북방어용 작계 5027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한미 양국의 대응 방안이 ‘전략적 차원(맞춤형 억제전략)’에서 ‘작전적 차원(북 미사일 방어작전 개념)’을 거쳐 ‘전술적 차원(군사작전 계획)’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워싱턴=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정성택 기자}

《 한국과 미국이 2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합의한 것은 북핵 위협과 한국군의 대응능력 등 ‘핵심조건(core condition)’이 아직은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국이 공동성명에 전작권 전환의 ‘조건’만 명시했을 뿐 ‘목표 연도’를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무기 연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서울 용산기지 내 한미연합사령부와 한강 북쪽의 미 2사단 핵심 부대를 남겨 두기로 결정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양국 간 합의의 의미와 전망을 문답 형식으로 점검해 본다. 》 Q: 美2사단 화력여단 왜 한강이북 잔류하나한국軍, 北장사정포 대응전력 아직 못갖춰유사시 서울과 수도권을 타격할 300여 문의 북한 장사정포 위협 대응용이다. 경기 동두천(캠프 케이시)에 주둔한 미 2사단의 210화력여단이 보유한 최대 사거리 80km의 다연장로켓포(MLRS) 40여 문(2개 대대)의 핵심 임무는 개전 초기 북한 장사정포의 무력화다. 북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력이다. 현재로선 한국군에 이 부대를 대체할 전력이 없다. 미국이 먼저 이 부대의 잔류를 한국에 제의했다. 한국은 내년부터 2020년경까지 전방지역에 최대 70∼80km 떨어진 표적을 10m 오차범위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차기 다연장로켓포 수백 문을 배치할 계획이다. Q: 美 “목표시한 못박지 말자” 요구한 까닭은美 “날짜보다 조건 중요”… 韓 “무기 연기 아니다”전작권 전환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시기(schedule)’에 쫓기지 않고, ‘조건(condition)’을 철저히 따져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날짜만 앞세운 기존 전작권 전환 방식을 포기한다는 것. 미 측도 2012년(1차), 2015년(2차) 등 전작권 전환을 두 차례나 합의했던 시행착오를 고려해 한국 측에 ‘목표시한’을 못 박지 말자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군 당국은 ‘사실상 무기 연기’라는 지적은 강력 부인한다. 2020년대 중반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등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조건이 충족되면 논의 및 추진한다는 것이다. Q: ‘한국 군사력 조건 충족’ 어떻게 판단하나北 핵-미사일 대비한 전력증강 여부 매년 점검공동성명에 명시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은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주도하고, 북핵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재래식군사 위협 대비 능력을 의미한다. 이 조건의 충족 여부는 ‘한미 연합이행관리체제’라는 공동기구가 평가 및 점검하고 매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보고한다. 또 다른 조건인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의 북한 위협은 WMD와 재래식군사 위협은 물론이고 체제 불안정성까지 포함한다. ‘한미정보교류회의’가 매년 조건의 충족 여부를 평가해 SCM에 보고한다. 양국의 지속적인 전환조건 평가가 ‘충족’으로 결론나면 군 통수권자에게 전작권 전환을 건의한다. Q: 전작권 전환 핵심조건인 ‘킬체인-KAMD’ 언제 완성되나軍 “17조원 투입… 2020년대 중반 구축 완료”킬 체인과 KAMD는 북핵 대응의 필수전력이자 전작권 전환의 핵심조건이다. 북한의 핵 공격 시 전략폭격기나 핵잠수함 등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기 전까지 초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군은 그 시기를 2020년대 중반으로 예상한다. 요격 미사일이나 정밀 타격무기, 정찰위성 등 일부 전력의 국내 개발이나 해외 도입 과정이 지연될 개연성을 감안해 다소 늦춘 것이다. 두 전력을 갖추는 데 총 17조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올해 1조1771억 원을 투입했다. Q: ‘한미연합사 평택 이전 백지화’ 영향은서울시 “용산기지 10% 차지… 공원조성 차질 우려”전작권 전환 때까지 잔류할 한미연합사 규모는 전체 용산기지 중 돌려받기로 한 부지(기존 합의에 따라 남기로 한 드래곤힐호텔 등을 제외한 부지)의 10% 이하로 추정된다고 군은 밝혔다. 국방부는 국토해양부로부터 연합사가 잔류해도 2027년경 완료할 용산공원 조성에 거의 영향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용산기지와 미 2사단 이전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분담 문제 등이 양국의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기지의 10%를 차지하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잔류하면 용산공원 조성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동두천 일대의 부동산 시장은 큰 동요가 없다. 잔류 부대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Q: ‘사드 한국배치’ SCM 의제서 왜 빠졌나中-러 반발 등 고려… 별도 채널 통해 협의 가능성한미 양국은 이번 SCM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의 한국 배치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다만 북한 미사일 위협 방어 전력에 장기적으로 THAAD를 포함하는 문제는 장차 미국이 판단할 일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 반발과 국내 비판여론 등을 감안해 THAAD 문제를 이번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고조에 대응해 주한미군의 대응능력 강화를 천명한 만큼 조만간 별도 채널에서 협의해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워싱턴=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20일 방위사업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선 주요 무기도입 및 개발사업 과정의 부실 의혹을 놓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혈세(血稅)가 들어가는 주요 전력증강 사업이 허술한 관리와 전문성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예산을 낭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의원은 방위사업청 ‘폐지론’까지 주장했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의원들의 지적과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해명하면서 공방을 벌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방위사업청이 K-11 복합소총의 총체적 불량 사실을 알고도 양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K-11 복합소총은 기존 소총의 5.56mm 탄환과 20mm 공중폭발탄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무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해 2010년에 양산에 들어간 이후 잦은 결함과 폭발사고로 논란을 빚어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실시한 ‘K-11 복합소총 전자파 영향성 실험’에서 시중에서 구입한 자석을 갖다대자 20mm 공중폭발탄의 격발센서가 작동했다는 것. 자성이나 전자파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이를 숨긴 채 올해 7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양산 의결안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기품원의 반대 의견까지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성능에 이의를 제기한 기관을 배제하면서 사업을 강행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K-11 복합소총의 전자부품이 강력한 자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과거 두 차례의 폭발사고에서 지적된 내용”이라며 “지금은 소프트웨어 보완과 재설계로 보완을 마친 뒤 정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은 차기전투기(FX)로 선정된 F-35A의 엔진 불량 문제를 따졌다. 올해 6월 미국 에글린 기지에서 이륙 도중 화재가 발생한 F-35A의 엔진 결함 사실을 방위사업청이 통보받고도 FX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안 의원은 지적했다. 사건 이후 미국은 F-35A 기종의 비행을 한때 중단했고, 우리 정부는 9월 13일 미국으로부터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로부터 10여 일 뒤 군 당국은 F-35A 40대를 대당 1835억 원(무기 운용유지비 포함)에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F-35A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미국 측 말만 믿고 수조 원이 투입되는 FX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공군과 함께 수차례 확인한 결과 해당 결함부품의 일부 설계 변경과 운용절차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으로 판명이 됐다고 반박했다. 이 청장은 “제작사(록히드 마틴)의 개선 방안과 미국 정부의 공식 서한을 통해 해결 방안에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군 검찰이 수사 중인 해군 구조함 통영함 납품 비리 의혹에 대한 성토와 비난도 쏟아졌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은 “통영함 비리에 연루된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군내 고위직 등 ‘꽃보직’에 기용되거나 전역 직후 민간기업에 취직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통영함 비리의 주범은 부실한 사업관리와 허술한 검증으로 일관한 방위사업청”이라며 “이럴 바엔 방위사업청을 없애야 한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도 “몇몇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가격과 성능을 멋대로 조작하는 군납 비리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이 청장은 “통영함은 사업관리가 아주 부실한 사업으로, 사전에 (비리를) 거르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청렴 교육을 하고 획득제도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軍)피아’ 논란 차단을 위해 방위사업청 직원의 방산업체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답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최근 잇단 군사분계선(MDL) 도발 행위와 관련해 ‘정상적인 순찰 활동’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방해하면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20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보내 이같이 주장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측은 서해 군 통신선으로 보낸 전통문에서 자신들의 정상적인 MDL 일대 순찰활동에 대해 남측이 경고방송과 사격을 실시했다고 비난하면서 앞으로도 순찰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도발’을 지속하면 예상할 수 없는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우리 군 당국은 답신 전통문에서 “북측의 MDL 침범 등 도발적 행위에 대해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며 “마치 남측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왜곡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이 MDL 일대에서 이러한 도발적 행위를 지속하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의 태도에서 뭔가 다른 속셈이 감지된다. 남북 군사접촉을 끈질기게 제안해 기어이 관철했지만 별다른 합의 없이 접촉이 끝나자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태도는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와 함께 군(軍) 차원의 대북 심리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한이 과도하게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뿐 아니라 군 차원의 대북 심리전 중단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위급 접촉의 주요 의제로 올리려는 의도라는 것. 군의 대북 심리전은 △‘자유의 소리’라는 FM 라디오 방송 △인터넷 심리전으로 나뉜다. 2004년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선전활동 중단에 합의했으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단행된 5·24조치에 따라 재개됐다. 군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대형 확성기를 설치했지만 실제 방송은 하지 않는 상태다.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군의 대북 심리전을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전날에 이어 17일에도 남북 군사당국자 간 접촉의 전말을 밝힌 북한 ‘공개보도문’의 왜곡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접촉을 공개하자는 요구를 남측이 거부했다’는 북측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사전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비공개에 동의하고도 발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이 7일에 이어 8일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긴급 단독 접촉’을 거듭 제안해 와 이를 검토한 뒤 10일 군 당국자 간 비공개 접촉을 제의한 것”이라며 “북측도 이를 수용해 접촉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15일 판문점에서 남북 군사접촉 시작과 함께 북측이 공개를 요구했지만 남측이 거절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통상 남북 간 회담을 시작하면 회담 절차에 따라 공개냐 비공개냐를 물어보는 게 관례다. 그런 차원에서 북측이 묻자 비공개로 하자고 답했을 뿐이라는 것. 이미 양측 간 비공개 합의를 한 마당에 북측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10일 자신들의 요구에 계속 불응할 경우 모든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하자 남측이 1시간여 만에 부랴부랴 제의를 수용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 등 유관부처와 협의해 비공개 접촉을 제의하는 대북 전통문을 준비했다가 북측의 추가 통지문을 받고 답신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남측이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보낸 것이 남북 대화를 우롱하고 모독하는 것이라는 북측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접촉 전날(14일) 북측은 김영철 정찰총국장, 남측은 류 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참석자 명단을 교환했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남북 군사당국 간 접촉에서 북측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우리 측이 두 사안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북측은 ‘우리도 할 말이 많다’는 취지를 언급했지만 유감이나 사과 의사를 전혀 표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윤완준 기자}

북한이 올해 들어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에 선포한 ‘서해 해상경비계선’을 넘어온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해 경고통신을 1000여 차례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네 차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50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자신들이 설정한 서해 해상경비계선을 넘어온 아군 함정에 대해 국제상선통신망으로 총 1000여 차례 경고통신을 실시했다. 하루에 적게는 서너 차례, 많게는 10여 차례 NLL로 접근하는 아군 함정을 향해 경고방송을 하면서 위협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 북측 경고통신의 주 내용은 ‘귀 함정은 우리 영해에 침범했다. 퇴각하지 않을 경우 초래될 모든 사태의 책임은 귀측에 있다’는 내용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우리 군은 ‘NLL은 명백한 해상군사분계선’이라고 반박하면서 NLL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치열한 통신전(通信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NLL 인근에서 남북 함정의 ‘함포 교전’이 벌어지기 직전에도 북한 경비정은 NLL로 접근하는 우리 해군 고속함을 향해 5, 6차례 경고통신을 실시한 뒤 거침없이 NLL을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실세 3인방의 방문과 2차 고위급 접촉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서해 NLL 무력화 전술이 더 노골화되고 대담해지는 증거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측이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 천안함 폭침 도발을 주도한 김영철 정찰총국장(대장)을 앞세워 ‘서해 해상경비계선’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것도 NLL 무력화 및 향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일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전술이 갈수록 대담하고 집요해지고 있다.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이 15일 남북 군사당국자 간 접촉에서 ‘서해 경비계선’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것도 NLL 무력화를 노린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16일 군사 접촉 과정을 공개한 조선중앙통신의 ‘공개보도’에서도 NLL의 정당성을 부인하며 서해에서의 우발적 군사 충돌 위협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북한은 NLL 남쪽에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 경비계선’을 내세워 올 들어 1000여 차례 우리 해군 함정에 경고통신을 하는 한편 ‘함포 교전’까지 불사하고 있어 군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서해 경비계선 내세워 NLL 무력화에 ‘다걸기’ 북한이 서해 경비계선을 처음 언급한 것은 2004년 12월. 당시 구체적인 좌표나 위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2007년 12월 제7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은 NLL 남쪽 해상을 가로지르는 서해 경비계선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서해 경비계선과 NLL 간 거리는 좁은 곳은 1.5마일(약 2.8km), 먼 곳은 8마일(약 14.8km)이다. 북한은 노무현 정부 때 NLL과 서해 경비계선 사이 해상을 공동어로구역 및 서해평화협력지대로 설정하자고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NLL 무력화 기도라며 거부했다. 대신 NLL 기준 등거리 등면적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북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NLL 무력화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서해 경비계선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아군 함정이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하면 별 저항 없이 퇴각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 북측 태도가 돌변했다. 아군 함정이 NLL로 접근할 때마다 경고통신을 쏟아내고,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아군 함정과 해상 사격전까지 벌인 것. 올해 3월과 4월, 7월 NLL 인근 해상을 향해 100∼500발의 해안포와 방사포를 퍼붓고, 5월에는 NLL 남쪽에서 초계임무 중이던 아군 고속함을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서해 경비계선이 정당한 것처럼 만들려는 의도에서 우리 군을 위협하고 반응을 떠보려고 한다”라고 분석했다.○ NLL 무력화는 핵개발처럼 절대불변의 대남전략 북한은 NLL 무력화를 핵개발과 같은 절대불변의 대남전략으로 치밀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남북 관계와 NLL 무력화는 전혀 별개인 것처럼 다루겠다는 것. 2차 고위급 접촉에 앞서 별도의 군사당국자 간 접촉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의도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NLL 인근 장재도와 무도를 잇달아 찾아 ‘영해를 침범하는 남측 함정을 수장시킬 것’을 지시하고, 서북도서 인근 북측 지역에 포병전력과 진지를 대대적으로 증강 배치한 의도에 대해 군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NLL을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남측과의 무력충돌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 3월부터 북한이 서해 포병부대의 사격절차 훈련을 강화하고, NLL 남쪽을 포함한 인근 해상에 포 사격을 감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군은 NLL 경계 활동을 강화하고 북측이 서해 경비계선을 빌미로 도발하면 교전규칙에 따라 육해공 합동전력으로 강력히 응징할 방침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의 NLL 무력화 전술은 김정은의 총애를 받는 김영철이 주도하고 있다”며 “그가 남북 군사 접촉에 북측 대표로 나와 서해 경비계선을 직접 거론한 의도를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3년 8개월 만에 판문점에서 가진 5시간여 동안의 군 당국 간 공식접촉에서 남북은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북한은 자신들이 설정한 ‘서해 해상경비계선’의 인정과 대북 전단(삐라) 살포 및 비방 중상 금지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남측이 이를 거부했다. 남측은 모두 발언에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도를 넘은 인신공격성 비방에 대해서도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분위기는 긴장감이 넘쳤지만 말꼬리를 잡는 식의 감정대립 양상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남측이 30일로 제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의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천안함 폭침 주범에 책임 묻는 팽팽한 기싸움 이날 군사당국 접촉에 북측이 김영철 군 정찰총국장을 내보내면서부터 불꽃 튀는 설전이 예고됐다. 우리 군 당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지목했던 그가 대표로 나온 만큼 북측 책임을 따질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천안함 책임 시인 및 사과 요구에 대해 김영철은 여전히 발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북측은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5·24조치’의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측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5·24조치 해제를 위해선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 북측은 또 이날 접촉에서 서해 해상경비계선 내 남측 함정의 진입 금지를 요구했다. ‘서해 해상경비계선’은 북한이 2004년 12월부터 주장해온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으로 웅도 아래쪽 어장을 비롯한 북방한계선(NLL) 남측 지역이 포함된다. 군 관계자는 “남측의 NLL 불변 주장에 김영철 북측 단장 등 북측 대표단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지는 등 딱딱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 민간단체의 대남 전단 살포 중단도 거듭 요구했다. 2004년 남북 간 심리전 중단 합의의 정면 위반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아울러 북측은 언론을 포함한 비방 중상 금지도 요구했다.○ 북, 2차 고위급 접촉 ‘간 보기’ 북측이 이번 접촉을 제의한 목적은 2차 고위급 접촉에 앞선 대남기류 파악이라는 분석이 많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회담에서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배경은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한 남측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차원이 크다”고 말했다. 북측의 핵심 요구사항을 남측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남측이 수용불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북측이 어떤 식으로든 추가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측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2차 고위급 접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북측이 2차 고위급 접촉 합의를 파기하는 사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군사회담과 고위급 접촉을 연계하고 2차 고위급 접촉이 열릴 때까지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며 회담 협상력을 높여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김정안 기자}

북한이 15일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 중단은 물론이고 한국의 언론 등을 포함해 대북 비방 중상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또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서해 해상경비계선’ 내 남측 함정의 진입을 금지하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비공개로 열린 군사당국자 간 접촉에서 이같이 요구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회담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10분까지 비공개로 진행됐다”며 “(우리는) 북측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준수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특성상 전단 날리기와 언론은 통제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군 당국간 만남은 7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우리 해군 함정 간 함포 교전이 벌어진 뒤 북측이 비공개로 긴급 접촉을 하자고 제의해 열린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2011년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 이후 3년 8개월 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차기 회담 일정 등 별도의 합의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남측에서는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김기웅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문상균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준장)이 참석했다. 북측에선 김영철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을 단장으로 이선권 국방위 정책국장과 곽철희 국방위 정책부국장이 참석했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2차 고위급 접촉 일정과 관련해 “13일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30일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고위급 접촉을 하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측은 답변을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김정안 기자}
국방부가 모든 여군을 대상으로 성범죄 피해 실태를 파악하는 대대적인 성(性)군기 실태 조사에 착수한다. 군 당국이 특정 기간을 정해 전체 여군을 상대로 성범죄 피해 사례를 조사하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15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까지 육해공군(해병대 포함)의 모든 여군(장교와 부사관)을 대상으로 성범죄 피해 사례를 조사할 방침이다. 6월 말 현재 여군 규모는 육군 6000여 명 등 총 9228명이다. 여군에 대한 성폭행이나 성추행, 성적 비하 발언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최근 육군 17사단장의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성군기 해이 사태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본 군 당국이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단급 이상 부대에 배치된 여성고충상담관의 개별 면담과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성군기 위반 사례를 적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아는 바 없다” “확인해줄 수 없다” “BH(청와대)에 물어보라…”.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남북 군사접촉)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국방부와 통일부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부 당국자는 아예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기도 했다. 이날 남북 군사접촉은 정부의 비공개 방침에 따라 일체의 내용이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채 진행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오전 회담 시간과 장소를 공개한 뒤에도 두 부처는 “아무것도 얘기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측 요구로 회담 비공개에 합의한 데다 민감한 시기의 만남이라 양측 모두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 접촉이 끝난 뒤 오후 4시가 지나서야 국방부는 회담 참석자와 협의 의제 등을 발표하고 후속 브리핑을 예고했다. 이를 놓고 정부 당국의 ‘북한 눈치 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많다. 4일 북한 실세 3인방의 인천 방문 직후 국방부와 통일부는 “북측이 비공개를 원한다”는 이유만 앞세워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북한이 연천지역에서 대북 전단(삐라)을 향해 고사총을 사격한 다음 날(11일) 국방부는 대북 경고 전통문을 보내고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다가 북한 매체가 이를 확인하자 뒤늦게 시인했다. 통일부도 13일 오전 북측에 2차 고위급 접촉 일정을 통보하고도 쉬쉬하다 15일 그 내용이 보도되자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가 늦게 발표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비난이 이어지자 통일부는 “정말 몰랐다”며 무능함까지 드러냈다. 두 부처의 이 같은 행태는 남북대화의 투명성을 강조해 온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가 임기 중반이 가깝도록 남북관계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스스로 원칙을 허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남북대화를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남북관계는 상대가 있는 문제라는 점, 그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불과 몇 분 안 되는 브리핑에서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을 열여덟 번이나 한 뒤였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김정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