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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흑 ⊙의 침투는 깊었다. 백 84의 붙임이 흑의 약점을 정확히 찌른 수. 흑이 참고 1도 1로 젖히면 백 2로 끊는다. 흑 3, 5가 타개의 맥점이나 흑 7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공방이 이어진다. 그래서 흑은 85로 늘었는데 바둑이도 백 86의 초강수를 던진다. 흑을 밖으로 탈출시켜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흑이 안에서 살면 낭패지만 백은 살기등등한 수를 계속 뿌려댄다. 흑 93은 골락시의 실수. 참고 2도 흑 1이 급소였다. 백 2의 연결이 불가피할 때 흑 7까지 자세를 갖추면 타개가 가능해 보인다. 흑 93의 실수로 백이 절호의 기회를 잡은 상황인데 흑의 근거를 빼앗기 위해 당연한 수처럼 보이는 백 96이 어땠을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 번도 (다큐멘터리를) 안 보시지 않았습니까.” 지난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서 서울시 산하기관인 tbs 교통방송 이강택 사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KBS 재직 시절인 2006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에 대해 자유한국당 의원이 ‘차베스 미화’라고 비판하자 강하게 반발한 것. 그러면서 ‘차베스에 대한 비판도 넣었는데 다큐를 보지도 않고 미화라고 한다’고 역공했다. 하지만 당시 이 프로그램을 본 기자로서는 이 사장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었다. 혹시 기억이 잘못됐나 싶어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 찾아봤다. KBS 홈페이지나 유튜브 등에서 해당 프로그램 영상을 찾긴 힘들었다. 후배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7개로 쪼개진 풀영상을 구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기억’대로였다. 시민, 외국인, 역사학자, 정부 관계자 등이 전(前) 정권을 비판하고 차베스를 지지하는 내용의 인터뷰가 내내 이어졌다. 물론 이 사장이 말한 대로 차베스의 1인 지배 체제 등을 우려한 대목이 있다. 하지만 60분 가까운 전체 방영 시간 중 3분여에 그쳤을 뿐이다. 반 차베스 시위대의 모습도 담았지만 이들은 '개혁에 발목잡는' 세력으로 묘사됐다. 그는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차베스에 대해 “언제나 한길을 걸어온 사람이고, 매번 자신을 던졌다. 철저한 원칙, 끊임없는 탐구, 대중과의 친화력도 대단하고, 세계적으로 드문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덧붙여 “솔직히 우리나라 대통령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라는 소회도 털어놓았다. 프로그램의 제작 방식이 의도적이었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프로그램이 극찬한 차베스식의 개혁은 베네수엘라를 철저히 파괴했다. 2006년의 다큐는 당시에는 유효했을지 몰라도 지금 보면 부끄러울 수 있는 내용이나 이 사장은 여전히 확신에 넘쳤다. 이 사장은 이날 국감에서 “한 번도 안 들어보지 않았나”라는 말도 했다. tbs에서 주진우 김규리 이은미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순수 음악방송인데 야당 측이 한 번도 안 듣고 편향됐다고 비판한다는 역공이었다. 하지만 김어준 주진우 씨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서초동 집회에서 ‘조국 수호’를 외치며 공연하는 이은미 씨, 같은 집회에 참가한 김규리 씨 등 특정 입장의 인물만 콕 찍어 캐스팅되는 것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여기에 tbs 사장 임명권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tbs 감싸기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서울시 국감에서 그는 “tbs는 공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청취율을 보인다며 자랑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11건의 제재를 받아 방송 매체별 프로그램 심의 제재 건수에서 2위를 기록했다. 또 박 시장은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가짜뉴스에 대해 언급하면서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해당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5일 BBS 불교방송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tbs가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이냐’는 질문에 “모든 언론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tbs에는 서울시 세금이 한 해 350억 원 가까이 들어간다. 재정 구조는 공영방송에 버금간다. tbs 홈페이지에도 ‘수도권 공영방송’이라고 자임하고 있다. 시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자임하려면 ‘확신’을 가진 특정 성향의 인물들만이 자리를 꿰차서는 안 된다. 그들의 확신을 보여주고 싶다면 민간방송이나 유튜브로 가는 게 맞다. 4일 tbs 방송에서 ‘밥만 잘 먹더라’라는 가요를 소개하며 “박근혜 건강 상태를 취재할 때 생각난 노래”라고 한 주진우 씨의 멘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곳 말이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강민숙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둥지는 없다’(실천문학)를 최근 발간했다.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이의 출생신고를 같이 해야 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 실린 54편의 시를 통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의 아픔을 치유해간다. 그는 그 방편으로 길을 떠났다. 인도, 티베트, 히말라야, 아프리카, 그리고 사하라 사막과 산티아고 순례길…. 시인은 결국 인간에게 ‘둥지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부림을 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 생명들의 사명이라는 것을 시어(詩語)로 풀어놓았다. 신경림 시인은 추천사에서 “그에게 시는 어둠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버팀목이 됐다. 그래서 그의 시는 비참하고 절망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궁상스럽고 슬프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강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으로 숭의대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고 동국대와 명지대에서 문예창작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1년 등단해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등을 펴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약간 밀리고 있는 바둑이가 전보에서 백 ◎로 한껏 버틴 것은 당연한 승부호흡인데 역시 흑 69가 대세점임을 부인할 수 없다. 분명 주도권은 흑이 쥐고 있다. 흑 71은 상당히 적극적인 수법. 무난하게 둔다면 77의 곳에 늘어 귀를 확실히 안정시키는 것이다. 백 72, 74도 매우 좋다. 좌상 쪽에서 흘러나온 백을 안정시키면서 좌하 백 진을 키우는 수. 골락시는 좌하 견제에 나서지 않고 75, 77로 우하 쪽을 사실상 흑 점령지로 만들었다. 인공지능도 상대방의 의도대로 두지 않으려는 기 싸움이 대단하다. 흑의 계산은 이렇다. 백이 78로 좌하 쪽을 더욱 확장해도 실전처럼 흑 83으로 침투하면 된다는 것. 물론 백 78 때 참고도처럼 흑 1로 뛰어 아예 손 빼는 것도 있다. 백 10까지 복잡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흑 83으로는 A로 한 발 덜 들어가면 안전하다. 하지만 골락시는 무난함보다는 더 적극적인 국면 운영을 원하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상변에 깊숙이 침투한 백 ◎는 51의 곳에 끊는 수, 52로 벌리는 수, 54로 들여다보는 수 등이 있어 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흑이 가장 취약한 곳인 51을 보강하자 바둑이는 예상대로 백 52, 54로 쉽게 수습하고 있다. 흑 57로는 참고 1도 흑 1로 두고 싶지만 백 6까지 진행되면 실전보다 흑 모양이 허약하다. 그런데 백 58이 너무 실리를 밝힌 수라는 평을 들었다. 참고 2도를 보자. 백 1로 뒤로 물러서고 3으로 지키면 중앙 진출도 열려 있어 실전보다 훨씬 두텁다. 흑 59, 61이 매우 두터워 상변에서 흑에게 불만 없는 결과가 나왔다. 흑 63이 놓이자 좌변 백돌의 근거가 없어졌다. 그래서 백 A로 밀어 보강하는 수를 예상했으나 백 68로 좌하 귀를 지키며 대단한 배짱을 부린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응수타진이 불러온 파문이 거세다. 일단 백 34는 필수. 이 수가 있어야 뒷일을 도모할 수 있다. 이때 흑은 눈 딱 감고 35로 기어나온다. 귀에서 가일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물론 참고 1도 백 1로 막으면 흑 4로 받아야 하지만 흑 2로 미리 붙여 놓는 수가 제몫을 한다. 백 5가 최소한의 벌림인데 흑 10까지 움직이는 것이 강력하다. 백 42로 늘어 참은 것도 어쩔 수 없다. 기세상 참고 2도 백 1로 젖히고 싶지만 흑 6, 8로 싸우면 백이 양분된다. 흑은 49까지 좌변에서 큰 이득을 봤다. 그 대신 백은 두터움을 바탕으로 백 50으로 상변에 깊숙이 뛰어든다. 백 A로 끊는 것은 흑 B로 슬쩍 비켜나면 헛손질에 가깝다. 상변에서 백이 과연 좌변의 손해를 벌충할 수 있을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흑 ●와 백 20, 22는 맞보는 곳. 흑 23이 인공지능(AI)이 유행시킨 수. 과거에는 뒷문이 열려 있어 흑 23처럼 지키는 것이 좋지 않다고 보고 A에 두는 경우가 많았다. 백 24 역시 유명한 AI 정석이다. 당초 참고 1도 흑 1로 젖혀 반발하는 수가 많이 나왔지만 백 14까지 흑의 운신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흑 25로 참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 30은 응수타진. 실리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흑 31로 단수하는 것이 당연한데, 바둑이가 백 32로 뻗어 한 번 더 응수를 물은 것이 이 바둑의 흐름을 확 바꿔 버렸다. 백 32로는 참고 2도처럼 두는 것이 무난한 진행. 하지만 백 32의 도발에 흑은 33으로 반발했다. 그렇다면 백은 32를 활용해 이득을 봐야 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이의 결승 상대는 중국의 골락시. 4강에서 릴라제로를 이겼다. 예선에서 바둑이는 골락시에게 석패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바둑이가 현재 골락시를 번기 승부에서 이기긴 힘들다고 전망하면서도 실력 면에서 예상외로 근접하게 따라붙었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백 6에 흑 7로 붙이면 보통 참고 1도 백 5까지 진행되는데 이후 ‘가’와 ‘나’ 어느 곳을 끊든 복잡한 진행이 이어진다. 백 8로 물러선 것은 뜻밖의 수. 단순하게 국면을 이끌자는 의도겠지만 약간 뒷북치는 느낌이다. 이렇게 물러설 작정이었다면 백 6으로 그냥 8로 뻗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흑 9로는 참고 2도 1, 3처럼 젖히고 뻗는 것이 더 좋아 보이지만 백 10까지 외려 흑이 당한 모습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 귀 정석에서 흑을 든 레인즈는 길을 잃었다. 참고 1도(실전 25∼46)를 보자. 백 2의 신수에 대해 흑 3으로 둔 것이 실수였다. 이후 백 22로 하변 흑이 잡혀 초반부터 백이 우세해졌다. 흑은 참고 1도 흑 3 대신 참고 2도 흑 1로 먼저 끊었어야 이후 진행이 편했다. 흑 17까지는 흑에 꽤 유리한 변화. 이 밖에도 여러 변화가 있지만 실전처럼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바둑이는 이후 완벽한 진행을 보여줬다. 좌변 백을 내주고 좌상 귀를 차지한 것이 유연했고, 상변에서 백 166의 강수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4강전에서 레인즈에게 2-0의 완승을 거둔 바둑이는 결승에서 중국의 골락시와 대결한다. 55=35, 66=38, 162=159. 192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71은 앞서 봤던 대로 안 되는 수. 인간이라면 돌 던질 곳을 찾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인공지능이 그럴 리는 없고, 나름 안간힘을 쓰는 것인데 지금은 백약이 무효다. 우변에 흑 돌이 제법 있어 축이 유리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흑 83으로 참고 1도 흑 1로 둬도 백 22까지 축이 교묘하게 성립한다. 흑 83은 억지로 버틴 수인데 백 84, 86에 응수가 두절됐다. 백 92로 하변에서 흑 석 점을 따내자 레인즈는 돌을 던졌다. 계속 둔다면 참고 2도 흑 1, 3으로 두는 정도인데 백 4까지 흑이 손해를 잔뜩 본 형태이기 때문에 계속 둘 의미가 없다. 초반 좌하귀 정석에서 우세를 확립한 뒤 무난하게 판을 정리한 백의 완승국이라 할 수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김초혜 작가 개인전이 31일부터 11월7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열린다. ‘연꽃(Flower_lotus)’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선 진흙 속에서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꽃을 청색과 녹색이라는 두 개의 푸른 색조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2015년 ‘Blooming Moon’ 시리즈에서 시작된 ‘꽃’의 모티브는 자연을 대변하는 오브제인 동시에 한 사람의 삶을 상징하고 아름답게 꽃피는 한 생(生)을 의미한다. 꽃과 같은 삶의 모습을 생기 넘치는 색채와 금박, 콜라주 기법을 통해 표현하던 그는 2017년 ‘Another Flower’ 시리즈부터 아크릴을 비롯한 혼합재료를 사용하는 비(非)구상의 세계로 영역을 넓혔다. 김 작가는 “어지러운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의 꽃 ‘연꽃’을 순백의 화면에 푸르고 깨끗하게 담아내 ‘한 송이 연꽃 같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소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그동안 10여 회의 개인전을 통해 선보인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화풍의 변천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이 초반 승기를 잡은 뒤 시종일관 우세를 놓치지 않고 있다. 흑 49, 51은 끝내기 수단. 그러나 여기에도 덫이 숨어 있다. 백 54와 참고 1도 백 1을 똑같은 수 줄이기로 여겼다간 큰일 난다. 흑 4 때 백 5로 둬야 하는데, 이것이 자충이 된다. 흑 12까지 백이 거꾸로 잡힌다.(백 9=6) 레인즈는 흑 55, 57로 좌하 귀를 건드려 보지만 수가 전혀 나지 않는다. 다만 흑은 좌하 귀 돌의 수를 늘려 놓은 것이다. 백이 참고 2도 1로 치중해도 흑은 2, 4로 수를 늘려 수상전에서 이길 수 있다. 레인즈는 흑 59부터 63까지 끝내기를 하는가 싶더니 흑 67, 69로 팻감을 없애고 있다. 형세가 크게 불리할 때 등장하는 버그다. 62=59.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28은 급소. 흑 29로 물러섰지만 백 30으로 뚫고 나온 수가 날카롭다. 만약 흑이 참고 1도 1로 받으면 백 12까지 외길 수순으로 축이 성립한다. 이렇다면 흑 27은 실수였다. 상변을 좀 더 확실하게 보강하거나 다른 곳으로 손을 돌려야 했다. 흑 31은 참고 1도 축을 염두에 둔 축머리의 의미가 있다. 백 32로 흑의 의도를 차단할 때 흑은 33, 35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여기서 백이 36으로 참았는데, 참고 2도 백 1, 3으로 반발하면 흑 6까지 백도 부담스러운 모양이 된다. 흑의 도발에 대해 바둑이가 조심스럽게 방어하며 계속 우위를 지키고 있다. 백 48까지 하변마저 말끔하게 정리되면서 이제 골인 지점을 거의 눈앞에 둔 상황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 둘 때 상대 의중대로 둬주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인공지능에게도 그런 것이 있을까. 백 ◎는 참고도 흑 1부터 백 6까지를 노린 것. 잡혔던 백 다섯 점이 흑 석 점을 잡고 멋지게 부활한다. 흑도 참고도를 나쁘다고 판단한 것일까. 흑 13으로 ‘차렷’ 하는 수를 뒀다. 그러자 백은 14로 쑥 빠져 상변 흑 진이 사라지고 말았다. 참고도는 흑에게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프로기사들의 중론. 흑 5로 한 점 때려낸 것이 두텁고 흑 11까지 정리하면 백을 많이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백 다섯 점에 연연하다가 흐름을 놓친 셈이다. 흑 15에 대해 백이 16, 18로 우변에 전개한 것은 상변이 별 볼 일 없어졌기 때문. 흑 23은 실용적인 굳힘. 하변, 우변 백이 모두 강하기 때문에 흑 A로 굳히면 백이 나중에 B 등에 붙여 괴롭히는 수단이 남는다. 백 24는 우세를 확신한 바둑이가 좌하 뒷맛을 없앤 것.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102 때 손 빼고 흑 103으로 상변에서 바싹 다가서는 것은 당연한 승부 호흡. 백 104 때 흑이 106의 곳으로 손 따라 받으면 백이 105의 곳에 느는 자세가 너무 좋다. 그래서 흑 105로 끼어 붙인 것은 좋은 수. 이어 흑 109로 끊는 수가 레인즈의 노림. 만약 참고 1도 백 1로 두면 흑 2, 4로 잡혔던 흑이 살아간다. 그래서 백 110은 불가피했고, 흑은 111로 중앙 백 다섯 점을 잡았다. 하지만 이 백 다섯 점을 별 탈 없이 소화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참고 2도 백 1 같은 맥이 있다. 흑 2로 버티면 백 7까지 상변을 깔끔하게 제압할 수 있다. 백 7은 꼭 기억해야 하는 수. 하지만 백의 선택은 의외의 곳인 112였다. 무슨 뜻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눌러 막았을 때 흑 83, 87이 생명줄 같은 맥. 백 88로 잡을 때 흑 89로 뚫고 나와 중앙 흑과 연결할 수 있다. 백 94까지 백은 좌상 귀를 품에 넣었고 흑은 좌변 백 일단을 완전히 제압했다. 흑 95로 우하 귀는 흑의 차지가 됐다. 100수 가까이 귀가 비어 있었다는 건 그만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말해 주고 있다. 백 96의 3·3 침입은 이젠 가장 보편적인 수가 됐다. 현재 국면에선 참고 1도 백 1, 3으로 우하를 정리하고 백 5로 하변의 뒷맛을 정리하는 것도 깔끔하다. 흑 97로는 참고 2도 1로 막는 것도 가능하다. 흑은 귀의 실리를, 백은 12, 14로 상변을 차지하게 된다. 흑 99 때 좌하 귀에서처럼 A로 붙이는 정석이 나올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의 거북등 빵따냄이 시원해 보이지만 실속은 하변 흑을 잡은 백이 챙겼다. 여기에 백 A로 치중하면 좌하 흑이 살 수 없는 것도 보너스다. 아직 좌변 백돌이 약해 당장 결행할 수는 없지만 흑에겐 큰 부담이다. 백은 아직 좌하는 작다고 보고 72로 좌상 귀를 선착한다. 이때 흑 73이 임기응변의 수. 과거에는 ‘말도 안 된다’며 비난받았겠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둘 수 있는 수’로 바뀌었다. 백 78을 본 흑은 중앙의 거북등 빵따냄을 등에 업고 79로 바짝 다가선다. 백도 고민되는 상황. 참고 1도 백 1로 막는 것이 보통인데 흑 6, 8의 맥이 있어 바꿔치기가 일어난다. 백 80은 약간 비튼 수인데 흑은 참고 2도처럼 둘 수도 있다. 백 82로 흑이 답답해 보이는데 흑의 타개책은 무엇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레인즈는 흑 61, 63의 강공을 택했다. 흑 63으로는 참고 1도 흑 1로 끊어 패를 할 수도 있다. 흑 3이 절대팻감. 흑 9까지 바꿔치기인데 이곳 변화는 흑도 불만이 없다(흑 5=●). 하지만 흑이 강공으로 나가는 바람에 바둑은 험악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백 64의 코붙임은 맥점. 이때 흑은 68의 곳에 둬 참는 것도 한 방법인데 역시 흑은 65, 67로 끊어 계속 ‘닥공’(닥치고 공격)에 나선다. 이러면 백 ◎는 거의 잡힌 꼴. 백은 70으로 흑 석 점을 잡고, 흑은 71로 백 ◎ 두 점을 빵따내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났다. 여기서 백 70으로 참고 2도 백 1, 3으로 두는 것은 과욕. 흑 4로 끊는 묘수가 기다리고 있다. 실전의 바꿔치기는 누가 좋은 걸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 수상전의 귀추가 주목된다. 흑 33은 이대로 흑 여섯 점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참고 1도처럼 둬 여섯 점을 포기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었다. 물론 백이 유리한 결과지만 흑으로서도 가볍게 털고 가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백 38, 40은 좋은 수법. 나중에 하변 수상전이 벌어질 때, 40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 백 42는 온건한 진행. 좌우 동형의 급소는 중앙이라는 격언처럼 참고 2도 백 1에 두는 것도 좋은 수. 흑 2 때 백 3으로 잡는 것이 포인트. 수상전에서 지게 되지만 백 7이면 백 모양이 훤해진다. 흑은 45로 이어 수상전을 계속 해본다. 최소한 패라도 나야 하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두면 매우 복잡해진다. 물론 그동안 연구가 많이 돼 자주 쓰는 정석이 생겼지만 그게 정답이라고는 볼 수 없다. 바둑이와 레인즈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백 22, 24는 그나마 가장 많이 쓰이는 모양. 하지면 여전히 연구가 더 필요하다. 흑 25에 백 26으로 이은 것은 생소하다. 보통 참고 1도 백 1로 잇는 수를 많이 둔다. 흑 14까지 귀의 백은 흑이 취하고 백은 두터움을 얻는 바꿔치기가 예상된다. 이때 흑 27은 어땠을까. 참고 1도와는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참고 2도 흑 1로 끊는 것이 강력해 보인다. 이어 9로 나오는 수가 있어 흑이 순풍을 탈 수 있었다. 백 32까지 수상전이 됐는데 자체 수상전은 흑이 불리하다. 흑이 초반부터 위기에 빠졌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