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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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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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베 비리 보도 막혀”… 日 기자의 양심선언

    2017년, NHK 오사카 법조팀장이었던 저자는 특종을 낚는다.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있던 사학법인이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국유지를 매입한, 이른바 ‘아베 사학 비리 스캔들’이다. 초대형 특종을 보도했지만 회사에는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기사를 손보면서 총리 부부 이름이 삭제됐다. 검찰이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들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한 직후에는 기자 업무에서 빠지라는 인사 통보까지 받는다. 현장 기자가 일본 공영방송의 적나라한 뒷모습을 고발한 책이다. 권력이 교묘하게 언론에 개입하는 과정이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담겼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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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국-소련의 핵 담판… ‘검은 토요일’의 기억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의 몸과 마음에 맹렬한 변화가 일어난다. 심박수 증가에 운동 기능 저하는 기본. 심하면 배변·배뇨 조절도 힘들어진다.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일촉즉발의 군사 위기 상황인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 국가 시스템이 스트레스에 맞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추적한다. 당시 세기의 핵 담판을 이끈 인물은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의 정치인 니키타 흐루쇼프였다. 두 사람은 단호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회자된다. 하지만 저자는 100명 이상의 관련자 인터뷰, 현장 답사, 군사 해제 기밀 자료를 토대로, 당시 두 수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감정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린다. “‘검은 토요일’로 알려진 날, 쿠바 주둔 소련군은 흐루쇼프의 허락 없이 미군 U-2정찰기를 추락시켰다. 소련군 핵무장 잠수함의 함장은 핵어뢰를 쏠 뻔까지 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런 소련 개자식들.’ 같은 소식에 잭이 냉정하게 반응한 반면 바비는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칠 듯 욕하고 주먹을 치켜들며 방에서 서성거리면서 분을 삭였다.” 냉전의 종식, 절정, 기원을 차례로 담은 저자의 ‘냉전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인 ‘1945’는 지난해 국내 출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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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년차 소방관, 화염보다 뜨거운 ‘늦깎이 문학열정’

    《“소방의 길을 걷는 내내 문학이 그리웠습니다. 20년 넘게 소방관으로 일한 지금은 두 길이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일하면서 부대낀 사람과 그들이 건넨 사연이 제 속에서 영글어 이야기로 꽃피웠다는 걸 알거든요.” 2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만난 박이선 전북군산소방서 현장안전점검관(50). 그의 손에는 다섯 번째 장편 ‘궁정동 사람들’(나남·1만4800원)이 들려 있었다. 1979년 10·26사태가 일어난 하루를 담담한 시선으로 훑은 작품이다. 》 그는 전북 남원시 지리산 산골에서 자랐다. 몰락한 선비였던 조부의 어깨 너머로 글을 깨치고 한학을 익혔다. 물놀이보다 책이 좋았지만, 인근에는 도서관도 서점도 없었다. 누군가 한두 권씩 보태둔 허름한 교실 문고를 읽어치우며 지적 허기를 달랬다. ‘문청’을 꿈꿨지만 방송통신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형편상 취업에 쓰임새가 있는 공부를 해야만 했다. 군대에 다녀온 직후 그의 눈에 소방공무원 시험 공고가 들어왔다. 하지만 화염 속을 드나들면서도 오래 문학열병을 앓았고, 2015년 끝내 꿈을 이뤘다. 단편 ‘하구’로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등단하거나 작품을 내지 않아도 작가처럼 읽고 쓰는 이들이 적지 않아요. 초년병 시절 저와 소방서 동료들도 그랬습니다. 문예집을 만들어 시, 소설, 수필을 싣고 돌려봤지요. 군산 월명산 이름을 딴 ‘월명소방’에 소설을 내면서 혼자 이야기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박 작가는 등단 전후로 ‘이네기’ ‘이어도 전쟁’ ‘여립아 여립아’ 등 역사 장편소설을 내리 써냈다. 최근 7년간 쓴 장편은 3권이다. 주요 관심사는 역사나 군사, 안보. 그는 “역사를 특히 좋아한다. 책과 전문가의 도움도 받지만 역시 최고의 스승은 기록이다. 광개토대왕릉비도 한자를 하나하나 연구해 전체 맥락을 살폈다”고 했다. ‘궁정동 사람들’을 구상한 건 201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아닌 박흥주 육군 대령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왼팔이자 엘리트 군인으로, 사건에 연루된 6명 가운데 가장 먼저 처형된 인물이다. 그는 “박 대령으로부터 보통 사람의 고민을 읽어냈다”고 했다. “집에는 어린 자녀와 병약한 아내가 있고, 사살 대상은 형제처럼 지내던 경호원들이고. 사건 30분 전에 그를 괴롭혔을 생각들을 떠올려봤습니다. 한참 상상하다 보니 이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직장에서는 소중한 것들을 제쳐두고 일 생각만 하게 되는데, 교육받은 대로 훈련받은 대로 행동한 건 아닐까 하고요. 소방관들도 긴급한 상황에서는 반사적으로 매뉴얼을 따르거든요.” 소설을 통해 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 ‘선택의 문제’다. 개인이 상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선택을 하고, 시대의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박 작가는 늦깎이 소설가인 만큼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쌓여 있다. 그는 “탄광 노동 소설은 거의 마무리됐고, 천재 음악가이자 소설가인 홍난파 선생의 이야기에도 마음이 간다. 발굴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따듯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캐내고 싶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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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인이라 설마 했는데… 최돈미 시인 번역에 감탄”

    ‘아님께서 아님을 아니하시고 아님에 아니하고 아니하시니, 아님이 아니하온지라…’ (‘Lord No does not Lord No and none and not at Lord No thus Lord No does not…’) 김혜순 시인(64)의 여섯 번째 시집 ‘죽음의 자서전(사진)’에 실린 시 ‘아님’에는 아님이라는 단어가 길게 이어진다. 시인은 내심 번역자가 이 시를 어떻게 옮길까, 영어로 바꾸는 게 가능하긴 할까 싶었다. 김 시인은 “‘아님’을 ‘Lord No’라고 바꾸다니, 세상에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번역자인 최돈미 시인과 함께 해외에서 시 낭송회를 열곤 하는데, 이 시를 교차해서 낭송하면 감탄이 쏟아진다”고 했다. ‘아님’을 포함해 49편의 시가 실린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1만 원) 영역본이 이달 6일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을 수상했다. 시 부문을 둔 문학상으로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으로, 아시아 여성이나 한국인으로는 첫 수상이다. 캐나다에서 돌아온 김 시인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벅찬 소감을 전했다. “우리는 아시아인인 데다 여자니까 상을 줄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최돈미 시인과 그저 즐기다 오자는 마음으로 참석했죠. 아니나 다를까, 시상식장에 모인 1000여 명 가운데 동양인은 저희 둘뿐이었어요. 한데 덜컥 이름이 호명돼 정말 놀랐죠. 현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2015년 시인은 삼차신경통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당시 이중의 고통 속에 쓴 시 49편이 ‘죽음의 자서전’에 담겼다. 개인뿐 아니라 세월호, 전사자, 시위 대원 등 사회적 죽음을 두루 훑는다. ‘너는 전신을 기울여 매달려요//감당 못 하겠어요 몸을 비틀어/물의 손가락을 붙잡고//물의 머리칼로 짠 외투를 입어요/꿇어앉아 얼굴을 덮어요…’(‘물에 기대요’) 그는 “죽은 자의 죽음에 대한 시가 아니다. 죽음에 처한 산 자가 쓴 자서전이다. 죽음에 처한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경험을 시로 풀어냈는데, 이런 시적 감수성이 그들(해외)에게 닿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번 수상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에 근접한 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앞으로 노벨상을 염두에 두고 영문 시집을 펴낼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 “그런 말은 하지도 말라. 그건 소설가에게 소설을 쓰지 말라, 시인에게 시를 쓰지 말라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상금 6만5000캐나다달러(약 5750만 원)는 번역자와 시인이 6 대 4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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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가미에 걸린 삶… 사회 부조리 들추다

    장강명 작가(44)는 농반진반 스스로를 ‘월급사실주의자’로 정의 내린다. 월급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월급(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는 뜻이다.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등 당대 핫한 사회 이슈를 훑어왔던 작가의 눈에 일자리 문제가 포착됐다. 최근 펴낸 연작 소설집 ‘산 자들’(민음사·1만4000원)에는 밥그릇 앞에 필사적인 장삼이사들의 이야기 10편이 담겼다. 25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 사옥에서 만난 장 작가는 “2010년대 들어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소설)로 위로받고 싶은 경향이 움튼 것 같다. 일자리 문제만큼 시급하고 긴급한 문제가 없는데 이를 다룬 소설은 별로 없어 연작 소설집을 구상했다”고 했다. ―해고, 취업난, 자영업 과잉 등의 문제가 1부 ‘자르기’, 2부 ‘싸우기’, 3부 ‘버티기’에 골고루 담겼다.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자의 혹은 타의로 노동 현장의 부조리를 목격하지 않나. 커피숍에서 홀대받는 종업원의 모습 같은 기억들을 꺼내 이야기를 입혔다. 그런 장면들을 그저 슬프게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극이 벌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싶었다.” ―빵집이 망한 뒤 주인 할아버지는 경쟁 가게에 취업하려 하고(현수동 빵집 삼국지), 동료였던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공격한다(공장 밖에서). 갑을이 아닌 을을의 싸움 같다. “작품 주인공들은 올가미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인생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의미를 껴안아야 하는데, 사회 시스템은 결코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산 자들’이지만 ‘죽은 자들’만 못한 삶이다. 자본주의의 비극, 한국 경제구조, 자영업 과잉 등 여러 층위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한 줄짜리 해결책은 없다. 다만 하나만 바로잡으면 된다는 식의 단순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 방송국, 고용인 등 하나를 악마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3부의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에서 서로를 악마화하지 말고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살짝 담긴 했다.” ―1970년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 1980년대 ‘원미동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두 작품이 워낙 뛰어나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무엇보다 과거엔 시대의 적이 선명했지만 지금은 적이 모호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너와 나, 나와 나 자신…. 어쩌면 사람의 형상이 아니라 이론이나 제도, 시스템 같은 것들이 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일자리 문제로 고민한 경험이 있는지. “20대와, 30대 후반에 한 번씩 회사를 그만뒀다. 언론사를 그만둔 두 번째 퇴사 때에는 스트레스로 힘들었다.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가 정도는 달라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일자리를 잃고 계급에 변화가 생기면 사람들이 멸시하기 시작하고 존엄에 금이 간다. 그게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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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이 안 낳는 시대… 인류가 감당할 미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는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국경 불문 분야 불문,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인구 문제에 핏대를 세운다. 하지만 인구의 어떤 점이 왜 문제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 속 악당들은 “인구가 늘면 지구가 망한다”며 악행을 저지르고, 뉴스에서는 ‘고령화 문제 심각’ ‘출생률 감소 심각’이라고 보도하고. 판이한 주장이 판을 치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와 감소. 인류에게 어느 쪽이 재앙일까. 국제적인 여론 조사기관 최고 경영자와 캐나다 유명 저술가인 두 저자는 논문, 통계, 석학의 식견, 개인 인터뷰를 근거로 인구는 감소할 거라고 주장한다. 인구라는 개념의 탄생, 인류가 겪어온 규모의 변화, 미래 인구 시나리오, 인구 감소에 대한 대비책이 이어진다. 7만 년 전 수마트라섬 토바 화산이 폭발했다. 당시 인류에게 빙점 이하의 기온을 견디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폭발로 인해 수천 명으로 줄어든 인구는 1차 농업혁명을 거치며 500만∼1000만 명, 서기 1300년 동·서양의 문명이 부흥하면서 4억 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화려한 시절은 짧았다. 흑사병, 기근, 전쟁으로 1700년 세계 인구는 6억 명을 넘지 못했다. 1800년경 10억 명을 돌파한 것은 식생활 개선, 의학 발달, 농업·상업 혁명 덕분이었다. 20세기에 들어 기대 수명은 늘었지만 출생률 하락으로 인구 증가세는 더뎌졌다. 앞으로 인구 증감 시나리오는 어떨까. 책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70억∼80억 명 전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갖도록 사회화되는 순간, 그들은 가족을 더 작게 꾸리려고 합니다.” “2040년 80억 명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하락할 거예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출산율과 기대 수명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당면 과제인 고령화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일본 유럽은 물론 개발도상국과 중동 아프리카의 출생률도 줄고 있다. 도시화와 여권 강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감소 트랙에 올라선 인구가 방향을 틀기란 쉽지 않다. 출생률이 1.5 미만인 상태로 한 세대 이상 흐른 사회는 저출산이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상태로 정착하면서 그 흐름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가 낳은 노동력 감소, 경기 침체, 연금 수요 증가 등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구가 줄어들면 더 많은 일자리, 더 싼 주택을 안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이를 낳는 남녀 쌍의 수가 준다는 것은 주택 구매자의 수가 줄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저축할 돈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민자를 둘러싼 밀고 당기기를 서술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각 사회는 밀려오는 이민자를 달갑게 수용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민은 이민자와 원주민 모두에게 이익을 안긴다고 주장한다. “합법적 이민자가 고도의 숙련 노동력 부족을 메우고 기업가적 추진력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기존의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와 본토박이 간 경쟁은 거의 없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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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종호 “갑질이 판치는 사회… 소수자가 마음놓고 말할 수 있어야”

    문학평론가 유종호(84)는 한국 문단의 산증인이다. 1957년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이래 60년 넘게 왕성한 비평 활동을 해오고 있다. 여든 중반, 그의 촉수는 사회와 개인의 행복을 더듬는다. 최근 동시에 출간한 에세이 ‘그 이름 안티고네’(현대문학·1만5800원)와 시 비평집 ‘작은 것이 아름답다’(민음사·1만5000원)에서 그는 개인사, 사람, 사회를 구석구석 살핀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18일 만난 그는 “65세 이후 책을 15권 정도 냈다. 나이가 들수록 소설이나 시는 근력이 달린다고 하는데 비평은 오히려 보는 눈이 깊고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킨들’로 활자를 키워 독서를 즐긴단다. “몇 해 전까지 심사를 하느라 한국 작품을 읽었는데 요즘 국내 작품은 손이 잘 가질 않아요. 읽어야 할 세계의 책이 도처에 널려 있으니까요. 나이가 들수록 역사서를 찾게 됩니다. 꾸밈 속 진실이 담긴 소설도 좋지만, 진짜의 이야기가 주는 여운이 길더군요.” ‘그 이름…’에서는 노년에 대한 사유가 길게 이어진다. ‘(노년은) 묵묵히 자아를 위해 복무해왔던 육체가 반란을 도모하여 일제히 봉기하는 비상사태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그는 “읽을 기회가 있을까 하면서도 수시로 서점에서 책을 사 온다. 왜 그런가 자문해보니 습관을 연장해 삶이 계속되리라는 희망을 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일종의 자기기만이자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푸가인 셈”이라고 했다. 책에서는 사회 문제 전반을 다루지만 특히 소수자성에 주목한다. 그가 그리는 바람직한 사회는 소수자가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 하지만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노인 혐오, 군대 직장 가정 내 가혹 행위와 갑질이 연일 매스컴을 탄다. 그는 “누구나 공격적이고 타인을 희생시키고 싶은 경향을 지녔지만 우리 사회는 정도가 심하다”며 그 이유를 과거 사회 분위기에서 찾았다. “조선 시대 노비 인구는 40%가 넘었어요. 당시 사람을 천대하던 문화는 갑질의 원형으로 보입니다. 주자학에 기반해 적과의 동행을 터부시하는 정치 문화는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이어졌고요. 우리는 타협에서 야합의 뉘앙스를 떠올리는데 타협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에요.” 악습을 끊기 위한 노력으로는 ‘윤리적 사고’를 제시했다. 타인의 입장으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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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세이·비평집 동시 출간한 유종호 “우리 사회 ‘큰 어른 실종’ 이유는…”

    문학평론가 유종호(84)는 한국 문단의 산증인이다. 1957년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이래 60년 넘게 왕성한 비평 활동을 해오고 있다. 여든 중반, 그의 촉수는 사회와 개인의 행복을 더듬는다. 최근 동시에 출간한 에세이 ‘그 이름 안티고네’(현대문학·1만5800원)와 시 비평집 ‘작은 것이 아름답다’(민음사·1만5000원)에서 그는 개인사, 사람, 사회를 구석구석 살핀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18일 만난 그는 “65세 이후 책을 15권 정도 냈다. 나이가 들수록 소설이나 시는 근력이 달린다고 하는데 비평은 오히려 보는 눈이 깊고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킨들’로 활자를 키워 독서를 즐긴단다. “몇 해 전까지 심사를 하느라 한국 작품을 읽었는데 요즘 국내 작품은 손이 잘 가질 않아요. 읽어야할 세계의 책이 도처에 널려 있으니까요. 나이가 들수록 역사서를 찾게 됩니다. 꾸밈 속 진실이 담긴 소설도 좋지만, 진짜의 이야기가 주는 여운이 길더군요.” ‘그 이름…’에서는 노년에 대한 사유가 길게 이어진다. ‘(노년은) 묵묵히 자아를 위해 복무해왔던 육체가 반란을 도모하여 일제히 봉기하는 비상사태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그는 “읽을 기회가 있을까 하면서도 수시로 서점에서 책을 사 온다. 왜 그런가 자문해보니 습관을 연장해 삶이 계속되리라는 희망을 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일종의 자기기만이자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푸가인 셈”이라고 했다. 책에서는 사회 문제 전반을 다루지만 특히 소수자성에 주목한다. 그가 그리는 바람직한 사회는 소수자가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 하지만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노인혐오, 군대 직장 가정 내 가혹 행위와 갑질이 연일 매스컴을 탄다. 그는 “누구나 공격적이고 타인을 희생시키고 싶은 경향을 지녔지만 우리 사회는 정도가 심하다”며 그 이유를 과거 사회 분위기에서 찾았다. “조선 시대 노비 인구는 40%가 넘었어요. 당시 사람을 천대하던 문화는 갑질의 원형으로 보입니다. 주자학에 기반해 적과의 동행을 터부시하는 정치 문화는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이어졌고요. 우리는 타협에서 야합의 뉘앙스를 떠올리는데 타협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에요.” 악습을 끊기 위한 노력으로는 ‘윤리적 사고’를 제시했다. 타인의 입장으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큰 어른이 실종된 사회에 대해서는 “진영논리로 분리돼 어른이 설 자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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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작가 “요즘 핫한 매체가 유튜브라고요? 그 다음은 종이책이 될겁니다”

    “요즘 가장 뜨거운 매체는 유튜브라고들 하지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유튜브 다음은 종이책이 아닐까 합니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전시관. 청중 100여 명 앞에 선 한강 작가(49)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는 이날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해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종이책과 문학, 작가로서의 삶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지희 평론가가 작가와 나란히 앉아 질문자 역할을 했다. 한 작가는 종이책과 문학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튜브가 편리하지만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여러 권 쌓아둔 채 반복해서 읽고 필요한 부분만 뽑아낼 수 있는 종이책이 더 편리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펼치고, 귀퉁이를 접고, 밑줄을 긋고…. 종이책이 주는 특별한 물성이 있는데, 우리가 이런 부분을 점차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패션의 완성은 책’이라는 표현도 있던데, 나중에는 책을 사랑하는 취향으로 특별한 연대의식이 형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가 주목한 또 다른 책의 매력은 소통이다. 오감만을 선사하는 증강현실과 달리, 책을 읽으면 인간의 내면을 끝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것. 그는 “문학은 삶, 고통, 사람, 슬픔을 오래전부터 다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학이 영원히 새로운 것을 다루는 한 책은 계속해서 ‘새롭게 출현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뒤 그는 문단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강연 말미에 한 작가는 집필 활동, 독서 취향, 작가로서의 어려움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소년이 온다’와 ‘흰’에 이은 눈 연작 3부작의 마지막 편을 쓰고 있다”며 “눈 속에는 신기하게도 따뜻함과 소멸함이 공존한다. 그래서 시간을 생각하게 되고, 그런 사유가 작품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소설은 아주 좁은 글이에요.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진실을 잃고 상투성에 빠지죠. 아주 좁지만 분명 길이 있을 거라 믿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약해진다 싶으면 책을 읽습니다. 허기를 채울 정도로 몰아서 읽고 나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서울국제도서전은 20일 배우 정우성, 22일 철학자 김형석이 각각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과 ‘백년을 살아보니’를 주제로 강연한다. 도서전 입장료는 성인 6000원, 학생 3000원.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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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초엽 “과학기술로 인한 사회변화 담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공상과학(SF)에 대한 이미지가 지나치게 과학 중심으로 쏠린 것 같아요. SF 장르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추상적인 질문들을 다루고 싶습니다.” 1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 취재진 앞에 선 신인 작가가 당돌하게 말했다. 7편의 SF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1만4000원·사진)을 펴낸 김초엽(26)이다. 그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2관왕에 올랐다. 죽은 사람의 마음을 저장하는 마인드 도서관에서 엄마의 마인드를 찾는 딸의 이야기를 담은 ‘관내분실’로 대상을, 신기술로 인해 가족과 헤어진 과학자를 그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받았다. 책에는 이를 포함해 외계생명체와의 소통을 다룬 ‘스펙트럼’, 실패한 여성 우주인의 내면을 들여다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등이 실렸다. “과학 기술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그리는 게 SF라고 생각해요. 기술로 인한 소외와 편리,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개인의 변화 같은 것들을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7편의 작품은 과학을 소재 삼아 기발한 상상력으로 도약한다. SF 장르지만 이야기에 흐르는 정조가 차갑지는 않다. 소수자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듬어 인간미가 짙게 배어난다. 청각장애가 있는 그는 “페미니즘, 인권, 소수자성에 관심이 많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실패한 사람, 즉 소수자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고 했다. SF와 순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점도 독특하다. “어느 쪽으로 읽혀도 감사한 마음이지만, SF 장르가 주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외감이 대표적이에요. 광대한 우주와 유구한 시간 속에서 기존 인식을 깨는 건데, 해외에서는 이 지점을 SF 비평의 중요한 잣대로 여깁니다.” 각종 과학 기술을 다루지만 난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는 “기술을 설명하는 장면은 의식적으로 간략화하고 있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태도와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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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살련다

    “제가 무슨 구도자처럼 비칠까 봐 걱정입니다.” 시 ‘가재미’로 잘 알려진 문태준 시인(49)이 10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을 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마음의숲·1만4800원)다. 첫 번째 산문집 ‘느림보 마음’(2009년)에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 책에서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만난 문장과 경험을 소개한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6일 만난 그는 불교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스님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마음을 닦기 시작한 건 2012년 인도에 다녀온 이후라고 했다. “새벽같이 기도를 하고 엄격하게 음식을 가려 먹고…. 신성(神聖)이 깃든 현지인 힌두교 가이드의 생활 방식에 불에 덴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내 집 마련의 꿈과 아이들에 대한 기대 같은 바깥의 열망에 사로잡힌 제 삶이 거칠게 느껴졌습니다.” 비탈길에서 질주하듯 살아선 안 되겠다 싶어 불교 수행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맑은 문장을 자주 곱씹고 자주 걸었다. 핵심은 나의 내면에 타인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그는 인생은 관계 위에 쌓은 모래 만다라 같다며 타인과 말 마음 감정을 정성껏 주고받되, 그 속에서 싹튼 시기 질투 증오 같은 불순물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했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그저 오고가는 바람을 바라보지요. 나무처럼 마음을 드나드는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조해야 합니다. 그러면 솟구치는 화와 뾰족한 말, 경박한 뒷담화 같은 것들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서로를 물고 뜯는 공인들의 말과 태도는 가시덤불처럼 느껴진다. 설득이 아닌 상처를 주기 위해 던지는 비수 같다. 문 시인은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류는 하나의 내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서로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관계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가치가 경시되고 있고, 특히 정치인의 말은 소시민들이 소화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쉰을 바라보면서 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시는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중견에 가까워지면서 사람 속에 있는, 세상과 가까운 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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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 작가 김초엽 “SF소설은 기술이 아닌 ‘사람’ 이야기”

    “한국에서는 공상과학(SF)에 대한 이미지가 지나치게 과학 중심으로 쏠린 것 같아요. SF 장르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추상적인 질문들을 다루고 싶습니다.” 1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 취재진 앞에 선 신인 작가가 당돌하게 말했다. 7편의 SF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1만4000원)을 펴낸 김초엽(26)이다. 그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2관왕에 올랐다. 죽은 사람의 마음을 저장하는 마인드 도서관에서 엄마의 마인드를 찾는 딸의 이야기를 담은 ‘관내분실’로 대상을, 신기술로 인해 가족과 헤어진 과학자를 그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받았다. 책에는 이를 포함해 외계생명체와의 소통을 다룬 ‘스펙트럼’, 실패한 여성 우주인의 내면을 들여다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등이 실렸다. “과학 기술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그리는 게 SF라고 생각해요. 기술로 인한 소외와 편리,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개인의 변화 같은 것들을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7편의 작품은 과학을 소재 삼아 기발한 상상력으로 도약한다. SF 장르지만 이야기에 흐르는 정조가 차갑지는 않다. 소수자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듬어 인간미가 짙게 배어난다. 청각 장애를 지닌 그는 “페미니즘, 인권, 소수자성에 관심이 많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실패한 사람, 즉 소수자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고 했다. SF와 순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점도 독특하다. “어느 쪽으로 읽혀도 감사한 마음이지만, SF 장르가 주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외감이 대표적이에요. 광대한 우주와 유구한 시간 속에서 기존 인식을 깨는 건데, 해외에서는 이 지점을 SF 비평의 중요한 잣대로 여깁니다.” 각종 과학 기술을 다루지만 난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는 “기술을 설명하는 장면은 의식적으로 간략화하고 있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태도와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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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태준 시인 “소시민이 소화 불가능한 정치인의 ‘물고 뜯는 말’ 걱정”

    “제가 무슨 구도자처럼 비쳐질까봐 걱정입니다.” 시 ‘가재미’로 잘 알려진 문태준 시인(49)이 10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을 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마음의숲·1만4800원)다. 첫 번째 산문집 ‘느림보 마음’(2009년)에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 책에서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만난 문장과 경험을 소개한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6일 만난 그는 불교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스님들이 영향을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마음을 닦기 시작한 건 2012년 인도에 다녀온 이후라고 했다. “새벽같이 기도를 하고 엄격하게 음식을 가려 먹고…. 신성(神聖)이 깃든 현지인 힌두교 가이드의 생활 방식에 불에 덴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내 집 마련의 꿈과 아이들에 대한 기대 같은 바깥의 열망에 사로잡힌 제 삶이 거칠게 느껴졌습니다.” 비탈길에서 질주하듯 살아선 안 되겠다 싶어 불교 수행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맑은 문장을 자주 곱씹고 자주 걸었다. 핵심은 나의 내면에 타인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그는 인생은 관계 위에 쌓은 모래 만다라 같다며 타인과 말 마음 감정을 정성껏 주고받되, 그 속에서 싹튼 시기 질투 증오 같은 불순물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했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그저 오고가는 바람을 바라보지요. 나무처럼 마음을 드나드는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조해야 합니다. 그러면 솟구치는 화와 뾰족한 말, 경박한 뒷담화 같은 것들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서로를 물고 뜯는 공인들의 말과 태도는 가시덤불처럼 느껴진다. 설득이 아닌 상처를 주기 위해 던지는 비수 같다. 문 시인은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류는 하나의 내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서로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관계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가치가 경시되고 있고, 특히 정치인의 말은 소시민들이 소화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쉰을 바라보면서 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시는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중견에 가까워지면서 사람 속에 있는, 세상과 가까운 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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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伊 제피렐리 감독 별세

    이탈리아 영화감독 겸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사진)가 15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BBC 등에 따르면 제피렐리는 폐렴을 앓다 로마의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이탈리아 플로렌스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고인은 성우, 조감독 등을 거쳐 1967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턴이 주연한 영화 ‘말괄량이 길들이기’로 데뷔했다. 이듬해 ‘로미오와 줄리엣’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올리비아 허시와 레너드 위팅을 스타로 만들었다. ‘햄릿’(1990년), ‘제인 에어’(1996년) 등도 흥행했다. 오페라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이탈리아 라스칼라에서 모차르트와 로시니, 도니체티, 베르디의 작품을 연출했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오페라에 출연하기도 했다. 1983년 소프라노 테레사 스트라타스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출연한 영화 버전의 ‘라 트라비아타’를 연출해 오스카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방대한 서사와 화려한 연출이 주특기인 고인은 21일 베로나 아레나에 오르는 ‘라 트라비아타’를 위해 최근까지도 바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의 기사 작위를 받았다. 1994∼2001년에는 중도 우파 성향의 ‘포르차 이탈리아’ 소속 상원 의원을 지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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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물음표에서 느낌표로… 과학은 어떻게 진화했나

    백과사전 포스에 제목도 딱딱하다. 하지만 단언컨대 20페이지 정도만 극복하면 푹 빠져들 것이다. 끝인상은 첫인상과 달리 흥미롭고 말랑말랑하다. 지적 호기심도 적당히 채워준다. 현대인은 과학의 눈부신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학을 잘 모른다. 실험실 이미지나 세기의 발명을 떠올리는 정도다. 이 책은 과학을 이해하려면 과학사, 즉 과학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분야 13인의 전문가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이 의문을 품고 고민하고 진보하는 과정을 짚어나간다. 책은 1부 ‘기원을 찾아서’와 2부 ‘과학을 하다’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고대 및 중세시대 지역별 과학 발전사를 시간순으로 다룬다. 피상적으로 알던 과학 지식을 깊게 파고든다. 교과서에서 살짝 건드린 부분에 역사, 인물, 이야기를 덧입혀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구바빌론 시대의 작은 점토판에는 2개의 대각선이 그어진 정사각형이 새겨져 있었는데, 사각형 위에는 ‘루트2’와 근사한 숫자인 1:245110이 쓰여 있다”거나 “(송나라 때) 개인의 질병, 전염병, 자연재해는 지식과 도덕성과 행동의 문제라고 봤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2부에서는 현대로 넘어온다. ‘실험 문화’ ‘자연을 탐험하기’ ‘생명의 의미’ ‘우주 지도를 그리기’ ‘이론의 전망’ ‘과학의 소통’ 등 6개 주제를 조명한다. ‘과학은 탐구의 여정’ ‘실험은 실험실에서’ 같은 흔한 명제의 이면을 다룬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16세기 중반∼18세기 후반) 여행자들은 타지의 사람, 관행, 풍경을 조사하고 도시화된 국가의 중심지와 제도에 연결시키고자 했다. … 동시에 실험실이라는 개념이 과학의 상징으로, 그리고 실험이 과학의 관행으로 빠르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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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번째 시집 펴낸 최문자 시인 “불시에 남편 잃고 비로소 슬픔을 배워”

    ‘나는 자주 들켰다/나쁜 폐와 슬픈 아가미를/숨긴다는 건 뭔가요/스푼으로 나를 사라지도록 젓는 것/나는 풀어지지만 나는 줄어들지 않아 … 때대로 잘린 단면은 내가 부서진 곳이다’(‘그림자’)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만난 시인이 가만히 시를 읽어 내려갔다. 최근 여덟 번째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민음사·사진)를 펴낸 최문자 시인(76). 40년 가까이 대학교수, 총장, 세 아이의 엄마로 질주하는 틈틈이 시를 써온 그는 2014년 불시에 남편을 잃고서야 “비로소 슬픔을 배웠다”고 했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감정을 모른 척하며 ‘급 고독’한 채로 견뎌왔어요. 지난 몇 년간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에 붙들려 가만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다가 깨달았지요. 슬픔을 잘 처리하지 않으면 독이 돼 나를 부러뜨린다는 걸요.” ‘용서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보려고/몇 번이나 집을 걸어 나갔다/저수지 옆길을 돌아 발자국이 끝나면/이렇게 걸어서 곧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하고 더 오래 걸었다’(‘죄책감’) 지난 일곱 권의 시집에는 인생 고비마다 시인이 온몸으로 부대낀 희비극이 녹아 있다. 육아와 논문에 치여 이명이 윙윙대던 시절에 쓴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동년배에 비해 홀로 뒤처진다는 분노를 담은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사회생활의 고난을 노래한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등이다. 우울, 결기, 독기를 노래해왔다. 이번 시에는 죄책감이 곳곳에 녹아 있다. “육아와 일에 치여 뒷전 신세였던 남편에게 먼저 고백할까 하다가도 왜 내가 먼저 해야 하느냐는 생각에 전하지 못한 말들이 가슴을 후벼 팠어요.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먼저 고백해야 한다는 것을,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시인은 시를 둘러싼 문단의 논쟁에 대한 생각도 건넸다. 그는 “서정시를 주로 쓰지만 이른바 난해시도 응원한다. 개운하게 읽혀야만 시의 자격을 갖는 건 아니다. 에너지와 방향을 선물해주는 전위적인 시를 배척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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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말 6초… 소설의 ‘여름사냥’

    소설은 여름에 강세를 보인다는 게 통설이다. 올해 ‘5말 6초’에도 어김없이 여름을 겨냥한 ‘빅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조남주의 ‘사하맨션’(민음사), 정유정의 ‘진이, 지니’(은행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1·2’(열린책들), 조정래의 ‘천년의 질문’(해냄)이 연달아 선을 보였다. 하지만 초반 반응은 다소 주춤한 편이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집계한 6월 둘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작품은 ‘죽음 1·2’(2, 3위)가 유일하다. ‘진이, 지니’는 14위에 올랐으며, 오디오 북으로 독자와 먼저 만난 뒤 최근 출간한 ‘천년의 질문’은 서서히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이들의 전작들이 출간 즉시 10위권에 입성한 뒤 상당 기간 순위를 유지한 과거에 비하면 왠지 어색한 풍경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직은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전작의 리커버 북이 나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출판계 관계자는 “출간 1, 2주에는 대기 독자가, 그 이후는 작품성과 입소문이 판매량을 좌우한다. 중간 마케팅이 극적으로 성공하지 않는 이상 초반 분위기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여름 소설시장은 순수문학보다는 장르물이 주도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종합 10위에 오른 테드 창의 ‘숨’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신흥 강자로 꼽히는 ‘사일런트 페이션트’(알렉스 마이클리디스) 등의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365일 최강자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에다 장강명 작가도 SF소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을 곧 선보인다. 사실 여름은 출판계로선 10여 년 전부터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방학과 휴가철 독서 인구를 겨냥해 대형 신작을 선보이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준 열린책들 편집주간은 “어수선한 연초와 명절이 낀 가을을 제외하면 여름이 남는다. 특정 시기에 주력 작품을 출간하면 일하기 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작가들의 집필 주기가 비슷하다 보니 같은 작가가 재차 맞붙기도 한다. 올해에는 3년 만에 정유정 조정래 베르베르 등이 격전을 펼치는데, 서로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설이 계절을 탄다는 공식은 옛말이란 의견도 상당하다. 출판계 불황이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게다가 20대에서 40대로 독자 연령대가 높아지며 ‘방학 특수’도 사라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40대 독자 비중은 2010년 22.7%에서 2019년 상반기 32.9%로 늘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출판 시장 분위기를 띄우기가 갈수록 힘들다. 게다가 인문 에세이가 강세를 보이며 소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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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때 뭐 읽지…‘빅 타이틀’ 쏟아지는 올해 여름 소설 시장은?

    소설은 여름에 강세를 보인다는 게 통설이다. 올해 ‘5말6초’에도 어김없이 여름을 겨냥한 ‘빅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조남주의 ‘사하맨션’(민음사), 정유정의 ‘진이, 지니’(은행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1·2’(열린책들), 조정래의 ‘천 년의 질문’(해냄)이 연달아 선을 보였다. 하지만 초반 반응은 다소 주춤한 편이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집계한 6월 둘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작품은 ‘죽음 1·2’(2, 3위)가 유일하다. ‘진이, 지니’는 14위에 올랐으며, 오디오 북으로 독자와 먼저 만난 뒤 최근 출간한 ‘천년의 질문’은 서서히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이들의 전작들이 출간 즉시 10위권에 입성한 뒤 상당 기간 순위를 유지한 과거에 비하면 왠지 어색한 풍경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직은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전작의 리커버 북이 나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출판계 관계자는 “출간 1~2주에는 대기 독자가, 그 이후는 작품성과 입소문이 판매량을 좌우한다. 중간 마케팅이 극적으로 성공하지 않는 이상 초반 분위기를 뒤집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여름 소설시장은 순수문학보다는 장르물이 주도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종합 10위에 오른 테드 창의 ‘숨’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신흥 강자로 꼽히는 ‘사일런트 페이션트’(알렉스 마이클리디스) 등의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365일 최강자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에다, 장강명 작가도 SF소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를 곧 선보인다. 사실 여름은 출판계로선 10여 년 전부터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방학과 휴가철 독서 인구를 겨냥해 대형 신작을 선보이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준 열린책들 편집주간은 “어수선한 연초와 명절이 낀 가을을 제외하면 여름이 남는다. 특정 시기에 주력 작품을 출간하면 일하기 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작가들의 집필 주기가 비슷하다보니 같은 작가가 재차 맞붙기도 한다. 올해에는 3년 만에 정유정 조정래 베르나르 등이 격전을 펼치는데, 서로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설이 계절을 탄다는 공식은 옛말이란 의견도 상당하다. 출판계 불황이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1년 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게다가 20대에서 40대로 독자 연령대가 높아지며 ‘방학 특수’도 사라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40대 독자 비중은 2010년 22.7%에서 2019년 상반기 32.9%로 늘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출판 시장 분위기를 띄우기가 갈수록 힘들다. 게다가 인문 에세이가 강세를 보이며 소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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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조정래 “이 작품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응답”

    “오늘날 모범 국가는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복지국가예요. 앞으로 평화적인 혁명을 통해 (우리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등을 펴낸 소설가 조정래(77)가 신작 장편 ‘천년의 질문 1∼3’(해냄·각 1만4800원)으로 돌아왔다. 2016년 ‘풀꽃도 꽃이다’ 이후 3년 만이다. 40여 년간 매섭게 당대 문제를 포착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양극화와 부패 문제를 꼬집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976년 무렵부터 국가 경제 구조에 의문을 품어왔다. 당시 축적 논리에 밀려 분배 문제가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했고, 그 여파로 양극화가 심각해졌다. 손자 세대만큼은 정상 국가에서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을 담았다”고 했다. 소설은 무자비한 자본과 권력 앞에 갈팡거리는 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경제적으로 곤궁하지만 의협심 강한 시사주간지 기자 장우진, 대필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시간강사 고석민의 고뇌를 중심으로 재벌 그룹의 비자금을 둘러싼 추격전이 펼쳐진다. 국회의원, 재벌가 사위, 기업 비자금 담당 임원의 어두운 연결고리에서는 현실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들과 겹쳐진다. 그는 “이 작품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응답”이라고 했다.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에게 국가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가가 권력으로 바뀌는 순간 부패하고 타락하고 횡포하게 됩니다. 그것을 막는 것은 권력을 쥐여준 국민의 의무예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곧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겁니다.” 작가에게 국가라는 주제는 20년간 머릿속에서 숙성했다. 책, 미디어, 직접 취재를 거친 뒤에야 집필을 시작했다. 그간 쌓인 취재 수첩만 130여 권. 언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기자는 사회의 등불이자 산소여야 한다. 기자가 주인공이라면 작가가 소망하는 바를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여겼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아 불안합니다. 또 경제 상황이 나쁜데, 이건 한 정권 책임만이 아니라 국제사회 문제가 얽혀서 민생이 심각하지요. 한데 국회는 파렴치하고 치졸한 말싸움으로 세월을 허비합니다. 여야가 똑같이 책임을 느끼고 난국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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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국제도서전 19일 개막… 올 주제는 ‘출현’

    제25회 서울국제도서전이 19∼23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 주제는 ‘출현(Arrival)’. 종이책뿐 아니라 오디오북, 전자북, 유튜브 등으로 확장하는 출판계 지형을 확인할 수 있다. 41개국 431개사(국내 313, 해외 118개사)가 참여한다.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미’와 ‘유익’에 충실하면서도 출판계 변화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다양한 저자 강연과 체험 행사를 선보이며 세계 출판계의 핵심 이슈도 다룰 것”이라고 했다. 우선 매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강연이 눈에 띈다. 19일에는 한강 작가가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강단에 선다. 20일 배우 정우성, 22일 철학자 김형석이 각각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과 ‘백년을 살아보니’를 주제로 강연한다. 도서전에서 처음 공개하는 10권의 책으로는 소설가 김세희의 ‘항구의 사랑’(민음사), 인문학자 김상근의 ‘나의 로망, 로마’(시공사), 소설가 장강명의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아작), 배우 정우성의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원더박스), 방송인 손미나의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한빛비즈) 등이 있다. 저자 강연과 사인회도 진행한다. 성인 6000원, 학생 3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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