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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은 28, 29일 한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방콕 최대 공연장인 임팩트 아레나와 임팩트 국제전시장에서 이틀간 열린 ‘케이콘(KCON) 2019 태국’에 4만50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고 CJ ENM은 29일 밝혔다. 케이콘은 한류를 알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시작해 프랑스 호주 멕시코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한류 팬과 소통해왔다. 올해는 일본 도쿄(5월), 뉴욕(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8월)에 이어 태국에서 네 번째 행사를 열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틀간 임팩트 아레나에서 열린 콘서트는 동남아 전역의 한류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입장 전 공연장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줄이 늘어섰고, 막이 오르자 관중들의 함성으로 공연장이 들썩였다. GOT7, 골든차일드, 김재환, 네이처, 더보이즈, 보이스토리, 에버글로우, X1, 원어스, ITZY, (여자)아이들, 에이티즈, 밴디트, 베리베리, 스트레이 키즈, 아이즈원, AB6IX, 청하 등 18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콘서트 외에도 뷰티, 푸드,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난해 태국 행사에서 10, 20대 여성 관객이 88%에 이른 점을 고려해 마련한 ‘케이콘 걸스’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자)아이들, 청하, ITZY 등 여성 아티스트들이 토크쇼, 메이크업 시연, 춤과 노래를 선보여 여성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한 ‘크리에이터스 존’도 눈길을 끌었다. 태국은 인터넷보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더 많은 모바일 강국이다. 구독자가 185만 명에 이르는 크리에이터 고퇴경, 케이팝 댄스를 선보이는 태국 크리에이터 Ob1jellopy 등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웠다. 행사 하루 전 진행된 수출상담회에는 동남아 지역의 기업 78개사가 참여해 400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첫해인 2012년 관객 수 1만 명으로 시작한 케이콘은 올해 29만여 명이 참여한 행사로 성장했다. 누적 관객 수는 110만 명을 넘는다. 케이콘을 총괄하는 신형관 CJ ENM 음악콘텐츠본부장은 “케이콘으로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알리는 동시에 한류와 연관된 기업의 세계 진출을 돕고 있다”며 “내년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케이콘을 열어 세계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그레타는 맨눈으로 이산화탄소를 알아차릴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이다. 그레타는 우리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오염층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그레타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속 어린아이이고, 우리는 임금님일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벌거벗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에 사는 16세 청소년이다. 지난해 그는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을 쥐고 자리를 지켰다. 거침없는 그레타의 행보에 전 세계 10대가 연대했다. ‘그레타 효과’라는 용어가 생겼고, 언론에 자주 소개되며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25일에는 ‘대안 노벨상’이라 불리는 ‘올해의 바른생활상’을 받았다. 엄마 말레나 에른만, 아빠 스반테 툰베리, 그리고 여동생 베아타 에른만. 그레타를 시작으로 이들은 가족 환경운동가가 됐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기간 진창에 빠져 지냈다. 시작은 그레타의 이상 행동. 그레타가 11세 무렵 식사를 거부하고 말문을 닫자 부모는 백방으로 정보를 찾아 뛰어다녔다. 의사들은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그레타가 환경 문제에 깊이 빠진 건 8세 때 만난 동영상 때문이었다. “태평양 남쪽에 멕시코보다 더 큰 크기의 쓰레기 더미가 섬을 이룬 채 떠다니는 장면이 영화에 나왔다. … 영화를 본 날 급식 메뉴는 햄버거였다. 그레타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 접시에 놓인 기름진 고깃덩어리는 그레타에게 더 이상 음식이 아니었다. 감정을 느끼고 의식과 영혼을 가진 어느 생명체의 짓이겨진 근육이었다.” 언니와 비슷한 나이에 이른 무렵 베아타도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사에 과격했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혼절하며 울었다. 집 밖에서는 천사였지만 가족들 앞에선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였다. 오페라 가수로 명성을 떨치던 엄마와 연극배우로 일하던 아버지는 모든 일상의 일을 중단하고 아이들의 치료에 매달린다. 이 책은 그레타 가족이 함께 썼다. 평온했던 툰베리 가정의 분투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얹었다. 아스퍼거증후군과 ADHD를 앓는 딸들을 돌보면서 엄마인 말레나는 완전히 탈진해 버린다. 절망 속에서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에 의지해 버틴 시간이 애처롭게 펼쳐진다. 말레나에 따르면 결국 두 아이는 △국민보건 제도와 검증된 치료법 △유익한 조언과 효능이 뛰어난 약품 △인내와 시간, 행운이 함께한 팀워크로 다시 일어선다. 지난한 재기 과정에서 얻은 의학 지식과 제도적 허점을 짚는 대목에 눈길이 머문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 가운데 82%가 놀림과 괴롭힘을 무릅쓰고 일반 학교에 다녀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신경정신과적인 병은 진단의 기준과 처방, 병에 대한 정보가 모두 남자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 ADHD가 있는 남자아이들이 대체로 아주 외향적인 데 비해서 여자아이들은 정반대다.” “(베아타의 증상과 비슷한) 미소포니아를 다루는 방식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가 ADHD를 취급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소녀’, ‘아스퍼거증후군’ 같은 비판 세력의 공격에 그레타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환경 관련 의제로 가득 차 있다. 의연하고 뜨거운 현재를 맞기까지의 성장담을 건너오면 자연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샘솟는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그레타는 맨눈으로 이산화탄소를 알아차릴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이다. 그레타는 우리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오염층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그레타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속 어린아이이고, 우리는 임금님일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벌거벗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에 사는 16세 청소년이다. 지난해 그는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을 쥐고 자리를 지켰다. 거침없는 그레타의 행보에 전 세계 10대가 연대했다. ‘그레타 효과’라는 용어가 생겼고, 언론에 자주 소개되며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25일에는 ‘대안 노벨상’이라 불리는 ‘올해의 바른생활상’을 받았다. 엄마 말레나 에른만, 아빠 스반테 툰베리, 그리고 여동생 베아타 에른만. 그레타를 시작으로 이들은 가족 환경운동가가 됐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기간 진창에 빠져 지냈다. 시작은 그레타의 이상 행동. 그레타가 11세 무렵 식사를 거부하고 말문을 닫자 부모는 백방으로 정보를 찾아 뛰어다녔다. 의사들은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그레타가 환경 문제에 깊이 빠진 건 8세 때 만난 동영상 때문이었다. “태평양 남쪽에 멕시코보다 더 큰 크기의 쓰레기 더미가 섬을 이룬 채 떠다니는 장면이 영화에 나왔다. … 영화를 본 날 급식 메뉴는 햄버거였다. 그레타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 접시에 놓인 기름진 고깃덩어리는 그레타에게 더 이상 음식이 아니었다. 감정을 느끼고 의식과 영혼을 가진 어느 생명체의 짓이겨진 근육이었다.” 언니와 비슷한 나이에 이른 무렵 베아타도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사에 과격했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혼절하며 울었다. 집 밖에서는 천사였지만 가족들 앞에선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였다. 오페라 가수로 명성을 떨치던 엄마와 연극배우로 일하던 아버지는 모든 일상의 일을 중단하고 아이들의 치료에 매달린다. 이 책은 그레타 가족이 함께 썼다. 평온했던 툰베리 가정의 분투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얹었다. 아스퍼거증후군과 ADHD를 앓는 딸들을 돌보면서 엄마인 말레나는 완전히 탈진해 버린다. 절망 속에서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에 의지해 버틴 시간이 애처롭게 펼쳐진다. 말레나에 따르면 결국 두 아이는 △국민보건 제도와 검증된 치료법 △유익한 조언과 효능이 뛰어난 약품 △인내와 시간, 행운이 함께한 팀워크로 다시 일어선다. 지난한 재기 과정에서 얻은 의학 지식과 제도적 허점을 짚는 대목에 눈길이 머문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 가운데 82%가 놀림과 괴롭힘을 무릅쓰고 일반 학교에 다녀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신경정신과적인 병은 진단의 기준과 처방, 병에 대한 정보가 모두 남자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 ADHD가 있는 남자아이들이 대체로 아주 외향적인 데 비해서 여자아이들은 정반대다.” “(베아타의 증상과 비슷한) 미소포니아를 다루는 방식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가 ADHD를 취급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소녀’, ‘아스퍼거증후군’ 같은 비판 세력의 공격에 그레타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환경 관련 의제로 가득 차 있다. 의연하고 뜨거운 현재를 맞기까지의 성장담을 건너오면 자연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샘솟는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지난해 기업 로고를 바꾸고 조직 문화를 혁신했다고 들었는데, 미션 비전 목표를 모두 재설정하는 건가요?” 19일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에 자리한 교육·문화 기업 ‘비상교육’ 회의실. 인도네시아 출판사 대표인 레몬 아구스 씨가 강사에게 물었다. 김영신 비상교육 경영기획코어 총괄책임자가 ‘출판기업 경영 효율성 향상’을 주제로 두 시간 동안 강의했다. 이날 수업은 비상교육이 16∼20일에 진행한 ‘아시안 출판인 코칭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개발도상국의 출판 역량을 높이기 위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올해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아시아와 유럽이 각각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출판인에게 노하우를 전수한다. “신속하면서 정확한 결정을 내린 사례를 알려주세요.” “새로운 기업 문화를 내·외부적으로 어떻게 전파하나요?” 수업에 참여한 인도네시아(3명) 미얀마(1명) 말레이시아(1명) 필리핀(3명)의 출판인 8명은 질문을 쏟아냈다. 닷새간 진행한 프로그램은 ‘외국 판권의 구매와 출판’, ‘파트너와 장기적 관계 구축’ 등 실무 중심으로 구성됐다. 노중일 비상교육 GEO 컴퍼니 대표는 “수강생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미리 조사해 일정을 짰다. 짧은 기간에 고속 성장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인도네시아 출판사 대표인 로라 프린실루 씨는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많은 데다 70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해 교과서 시장이 굉장히 크다. 스마트러닝 등 한국에서 배운 내용을 업무에 바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출판사 이사인 린다 린가드 씨는 비상교육의 인쇄·출판 자회사 ‘테라북스’ 견학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코팅지 종류에 따른 종이 색의 변화를 정확히 보여주는 시스템에 놀랐다”고 말했다. WIPO 저작권관리국은 다음 달 유럽에서 두 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선진국의 출판 노하우를 꾸준히 전할 예정이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발로의 음악 전문 출판사 삼호뮤직. 한 남자가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자 장발이 휘날렸다. 김두영 삼호뮤직 사장(42)이다. 보수적인 음악 전문 출판계에서 삼호뮤직은 최근 유튜브, 디즈니, 마블, 게임 등을 출판에 접목하며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 2세 경영인인 김 사장이 있다. “이 책 기억나세요? 뮤지션의 정보를 추가로 담고 가사에 한국어 독음을 달아서 히트를 쳤죠.” 김 사장이 ‘특집 팝송 비바’라 적힌 손바닥만 한 책을 건네며 말했다. 책을 펼치자 누렇게 곰삭은 페이지가 뚝 떨어져 나갔다. 삼호뮤직은 1977년 김 사장의 부친인 김정태 회장이 창업했다. 대중음악으로 시작해 1990년대에 음악 교재 분야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 “집에는 늘 악보와 팝송 백과가 넘쳐났어요. 일찍부터 서구와 일본 팝에 눈떴죠. 초등학교 6학년 때 몰래 기타 학원을 다녔습니다.” 김 사장은 30년 차 아마추어 뮤지션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했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마음 맞는 동료들과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꾸렸다. 포지션은 베이스 기타. 공연도 하고 음반도 냈다. 회사에 대한 책임이 커지고 아이 셋을 둔 아빠가 되면서 뜸해졌지만 지금도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삼호뮤직에 입사한 건 2004년. 영업 사원으로 시작해 2009년 사장직에 올랐다. 아버지로부터 “나보다 회사를 더 잘 돌봐야 한다”는 말을 귀에 인이 박이도록 들은 그는 압박감을 느껴 이리저리 헤매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었고 실용음악 브랜드인 삼호ETM을 만들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비결이라면 ‘덕질’ 같아요. 입사 이후에도 좋아하는 해외 밴드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즐겨 봤어요. 유튜브에서 연주와 편곡 실력을 겸비한 뮤지션들을 알게 됐어요. 게시판에 ‘뮤지션을 따라 연습하고 싶은데 악보가 없나요?’라는 요청을 보고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란 걸 직감했습니다.” 유튜브 스타 ‘레이나’ ‘두피아노’ ‘제니 윤’의 악보집을 만들어 페이지마다 QR코드를 덧입혔다. 악보를 펴면 바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지금은 흔해졌지만 당시엔 새로운 형태의 악보집이었다. 유튜브 음악인들의 부상과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의 인기가 맞물려 대중음악을 담은 악보집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즈니 본사와 악보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다. 영화 ‘겨울왕국’에 푹 빠진 첫째 딸의 모습에 디즈니 영화 주제곡을 악보로 펴내면 어떨까 싶었다. 본사 문을 두드렸더니 “화보집과 어린이 책은 많이 펴냈지만 악보 출간 문의는 처음”이라며 반색했다. 결과는 대성공. 캐릭터 피아노 교재인 ‘미키마우스 계이름 공부’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음악놀이북’ 등으로 교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19년에는 마블과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고 게임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등의 OST 피아노 악보집을 펴냈다. 낱장 악보집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부친은 “나는 모르는 영역이다. 네가 다 해라”라며 칭찬 아닌 칭찬을 건넸다고 한다. “아버지는 길을 알면서도 모른 척 지켜보실 뿐이죠. 몸으로 부딪치느라 실수가 잦고 속도가 느리지만, 그만큼 뿌리가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연예기획사와 협업하고 새로운 교재를 개발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싶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동아일보 사회부 황성호 신동진 이호재 김동혁 장관석 기자가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검증’ 보도로 한국기자협회의 제348회 이달의 기자상(취재보도1부문)을 수상했다. 채널A 탐사보도팀 여현교 이은후 전혜정 이서현 기자도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으로 이달의 기자상(취재보도1부문)을 받았다. △한국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취재보도1부문) △KBS ‘밀정 2부작’(기획보도 방송부문) △KBS대전 ‘납 기준치 초과 수도계량기 대량 유통’, 전주MBC 보도국 ‘2000억 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속 진실’(이상 지역취재보도부문)도 수상했다. 시상식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이설 기자 snow@donga.com}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발로의 음악 전문 출판사 삼호뮤직. 한 남자가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자 장발이 휘날렸다. 김두영 삼호뮤직 사장(42)이다. 보수적인 음악 전문 출판계에서 삼호뮤직은 최근 유튜브, 디즈니, 마블, 게임 등을 출판에 접목하며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 2세 경영인인 김 대표가 있다. “이 책 기억나세요? 뮤지션의 정보를 추가로 담고 가사에 한국어 독음을 달아서 히트를 쳤죠.” 김 대표가 ‘특집 팝송 비바’라 적힌 손바닥만한 책을 건네며 말했다. 책을 펼치자 누렇게 곰삭은 페이지가 뚝 떨어져 나갔다. 삼호뮤직은 1977년 김 대표의 부친인 김정태 회장이 창업했다. 대중음악으로 시작해 1990년대에 음악 교재 분야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 “집에는 늘 악보와 팝송 백과가 넘쳐났어요. 일찍부터 서구와 일본 팝에 눈 떴죠. 초등학교 6학년 때 몰래 기타 학원을 다녔습니다.” 김 사장은 30년 차 아마추어 뮤지션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했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마음 맞는 동료들과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꾸렸다. 포지션은 베이스 기타. 공연도 하고 음반도 냈다. 회사에 대한 책임이 커지고 아이 셋을 둔 아빠가 되면서 뜸해졌지만, 지금도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삼호뮤직에 입사한 건 2004년. 영업 사원으로 시작해 2009년 사장직에 올랐다. 아버지로부터 “나보다 회사를 더 잘 돌봐야 한다”는 말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은 그는 압박감을 느껴 이리저리 헤매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었고 실용 음악 브랜드인 삼호ETM을 만들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비결이라면 ‘덕질’ 같아요. 입사 이후에도 좋아하는 해외 밴드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즐겨 봤어요. 유튜브에서 연주와 편곡 실력을 겸비한 뮤지션들을 알게 됐어요. 게시판에 ‘뮤지션을 따라 연습하고 싶은데 악보가 없나요?’라는 요청을 보고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란 걸 직감했습니다.” 유튜브 스타 ‘레이나’, ‘두피아노’, ‘제니 윤’의 악보집을 만들어 페이지마다 QR코드를 덧입혔다. 악보를 펴면 바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지금은 흔해졌지만 당시엔 새로운 형태의 악보집이었다. 유튜브 음악인들의 부상과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의 인기가 맞물려 대중음악을 담은 악보집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즈니 본사와 악보 라이센스 협약을 체결했다. 영화 ‘겨울왕국’에 푹 빠진 첫째 딸의 모습에 디즈니 영화 주제곡을 악보로 펴내면 어떨까 싶었다. 본사 문을 두드렸더니 “화보집과 어린이책은 많이 펴냈지만 악보 출간 문의는 처음”이라며 반색했다. 결과는 대성공. 캐릭터 피아노 교재인 ‘미키마우스 계이름 공부’,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음악놀이북’ 등으로 교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19년에는 마블과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고 게임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등의 OST 피아노 악보집을 펴냈다. 낱장 악보집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부친은 “나는 모르는 영역이다. 네가 다 해라”며 칭찬 아닌 칭찬을 건넸다고 한다. “아버지는 길을 알면서도 모른 척 지켜보실 뿐이죠. 몸으로 부딪히느라 실수가 잦고 속도가 느리지만, 그만큼 뿌리가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대중문화, 유튜브, 미디어 등과 손잡고 일해보고 싶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동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소국 알바니아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탈린식 독재체제가 들어섰다. 말 한마디, 글 한 자조차 구속받는 엄혹한 시절이 이어졌다. 제9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이스마일 카다레(83)는 바로 그곳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필사하며 문학에 탐닉했고, 20대 첫 장편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1963년)으로 세계 문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1990년 프랑스로 정치 망명해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세상은 아직도 문학을 원치 않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큰 비극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문학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경리문학상 수상 소감은…. “박경리 작가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있다는 사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의 좋은 친구인 아모스 오즈(5회 수상)가 수상한 상이라 더 기쁘다.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지붕 아래에 어울려 살아간다.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사랑받고 존중받는데, 문학 또한 그렇다. 문학은 보편적이고 시공을 초월한다. 한국 최초의 세계 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생각할수록 기쁨이 차오른다.” ―첫 장편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은 단상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다. 보통 작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어내야 하는데, 가끔은 선물 같은 현실을 만나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불운했던 알바니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과거 적으로 만난 군대의 장군이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하러 알바니아를 찾는다. 알바니아는 아직 과거의 고통과 죄의식에 익숙해지지 않은 때였다. 파고들수록 이 테마에 얽힌 문제가 더 깊고 복잡하게 느껴졌다. 단편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장편이 됐다.” ―“‘죽은…’이 가장 유명한 소설이지만 최고의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 25세 젊은 나이에 쓴 소설이라서 주목을 받았다. 나는 정치 환경이 극도로 부조리한 국가에서 태어났다. 문학과 재능이 있는 이들에겐 적대적인 환경이었다. 좋은 출발은 아니었지만, 알바니아와 내 문학 여정에서 이 작품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다.” ―‘꿈의 궁전’(1981년) 등을 통해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비판해 왔다. “그렇다. 하지만 부적절한 주제로 정권을 조롱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진지한 작가들은 그런 일을 바라지 않는다. 억압은 당연히 생각해볼 만한 주제였다.” ―‘꿈의 궁전’은 우화의 형식을 취했지만, 수도 티라나를 상세히 묘사해 정부가 알아챘다. “당시 상황을 최대한 상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해야 작품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그로 인해 더 큰 진실에 가닿았을 것이다. 소설로 인해 많은 골치 아픈 일을 겪었다. 그것은 나의 문학적 길에서 일종의 장애물이었다. 이 작품만큼 사회주의자, 비평가, 공산주의 독재 정권에 의해 철저히 조사된 소설도 없다.”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이 궁금하다. “이해하지 못하는 책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알바니아어로 번역된 셰익스피어가 대표적이다. ‘맥베스’를 본 이후 다른 책이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스의 호메로스는 좋아했지만 보통 수준이었다. 내 작품에 유머가 있다면 그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덕분이다.” ―전 세계 후배 작가들에게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은가. “너무 일찍 책을 출간하는 것은 재앙일 수도 있다. 작가로 영글기 전에 이름이 알려지면 부담감에 짓눌려 글을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술처럼 너무 어릴 때 문학 작품을 출판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나는 진짜 작가가 되기 전에 신문에 소개됐다. ‘편집부 메일’이라는 칼럼에서 그들은 내 시를 ‘문학이 받아들일 수 없는 언어로 쓰였다’고 혹평했다.” ―한국에도 당신의 팬층이 두껍다. “이웃 나라에서든 먼 나라에서든 내 작품이 번역돼 읽히는 것은 더없는 즐거움이다. 문학은 그런 것이고, 그 토대는 세계주의에 있다. 내 작품에 관심을 가져준 한국 독자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불법 성매매에 가담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습니다.” 구독자가 19만 명인 유튜버 정배우는 지난달 한 유명 트랜스젠더 유튜버 A 씨의 성매매 전력을 폭로했다. 구독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정배우는 A 씨의 과거 성매매 업소 후기 글을 증거 자료로 제시하거나 A 씨가 영상 내용에 항의하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들려주는 등 ‘저격’ 영상들을 수차례 찍어냈다. 결국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했던 A 씨는 “잘못을 인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유튜버 수십 명이 정배우와 A 씨의 논란을 정리하는 영상을 빠르게 찍어 올렸다. 검색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이런 콘텐츠들을 매일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유명 유튜버를 대상으로 하거나 기존 언론 기사를 재가공해 만든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일부 누리꾼은 이들을 ‘기생튜버(기생+유튜버)’라고 부른다. 콘텐츠의 적절성 여부와 관계없이 기생튜버들은 ‘레드오션’이 된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정배우는 콘텐츠 말미에 “유튜버 인성, 피해 폭로, 이슈화되고 공론화시켜야 되는 사건 제보 바란다”는 문구를 덧붙인다. 17일에는 열성 팬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논란을 겪은 유튜버 양팡(구독자 208만 명)을 비판하는 등 이슈몰이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여러 번 올랐다. 인지도가 높아진 정배우와 유명 유튜버 간 갈등은 또 다른 기생튜버들의 타깃이 되며 관련 동영상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저격’ 영상이 주를 이루는 콘텐츠 특성상, 정배우는 지금까지 유명 유튜버 6명에게 고소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기도 한다. “남의 인생을 까내리면서 돈을 버느냐”는 비판이 많지만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때론 타깃이 된 유튜버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그의 대담한(?) 행동에 팬들의 응원 글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기생튜버들은 화제의 이슈나 인물을 검색 키워드에 끼워 넣어 조회수를 높인다. 지난달 먹방 유튜버 밴쯔(구독자 281만 명)가 과장 광고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자 ‘밴쯔 구독자 하락하는 이유’ ‘밴쯔 부활이 어려운 이유’ 등을 제목으로 한 동영상이 수십 건 올라왔다. ‘보람튜브 월 수익 40억은 진실일까?’ ‘대도서관 이렇게 무너지지는 말자’ ‘감스트 논란의 핵심’ 등 기생튜버의 콘텐츠는 유명 유튜버 영상 아래에 배치돼 ‘노이즈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누린다. 기존 자료에 설명을 덧붙인다는 점에서 각 분야 유튜버의 ‘지식 채널’과 유사하지만, 유명인이나 유튜버를 타깃으로 삼고 마구잡이로 자극적인 이슈를 편집해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부분 유명 유튜버의 콘텐츠를 캡처한 사진을 나열하고, 기사나 댓글을 참고해 음성번역기로 내용을 읽어주는 식이다. 신분 노출을 꺼려 선글라스나 가면을 쓰고 이슈를 설명하는 유튜버도 상당수다. 영상의 질보다는 이목을 끄는 자극적인 내용이 중요하다보니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단발적인 조회수 증가로 초기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까지 기생튜버로 활동했던 이모 씨(28)는 “실시간 검색어를 새로고침하면서 아이템을 찾고 관련 기사들을 ‘복붙(복사, 붙여넣기)’해 빠르게 영상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구독자 대비 영상 조회수가 높아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했다. 기생튜버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유통회사에서 일하는 김지윤 씨(29)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전하는 TV 프로그램처럼 유튜버들의 사건사고를 전하는 채널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출판인 강모 씨(36)는 “검색어 노출을 노리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졌다. 기존 콘텐츠를 재탕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은 거르는 편이다”라고 했다.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며 인기를 얻는 행태가 안타깝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을 소개해 부정확한 정보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크리에이터 업계 관계자도 “(기생튜버들을) 인지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인용 영상 관련 저작권 알고리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가짜뉴스나 선정적인 콘텐츠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불법 성매매에 가담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습니다.” 19만 명의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 정배우는 지난달 한 유명 트랜스젠더 유튜버 A 씨의 성매매 전력을 폭로했다. 구독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정배우는 A 씨의 과거 성매매 업소 후기 글을 증거자료로 제시하거나 A 씨가 영상 내용에 항의하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들려주는 등 ‘저격’ 영상들을 수차례 찍어냈다. 결국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했던 A 씨는 “잘못을 인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수십 명의 유튜버들은 정배우와 A 씨의 논란을 정리하는 영상을 빠르게 찍어 올렸다. 검색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이런 콘텐츠들을 매일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유명 유튜버를 대상으로 하거나 기존 언론 기사를 재가공해 만든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들을 ‘기생튜버(기생+유튜버)’라고 부른다. 콘텐츠의 적절성 여부와 관계없이 기생튜버들은 ‘레드오션’이 된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정배우는 콘텐츠 말미에 “유튜버 인성, 피해폭로, 이슈화되고 공론화 시켜야 되는 사건 제보 바란다”는 문구를 덧붙인다. 17일에는 열성 팬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논란을 겪은 유튜버 양팡(구독자 208만 명)을 비판하는 등 이슈몰이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여러 번 올랐다. 인지도가 높아진 정배우와 유명 유튜버 간 갈등은 또 다른 기생튜버들의 타깃이 되며 관련 동영상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저격’ 영상이 주를 이루는 콘텐츠 특성상, 정배우는 지금까지 유명 유튜버 6명에게 고소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진행상황을 브리핑하기도 한다. “남의 인생을 까 내리면서 돈을 버느냐”는 비판이 많지만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때론 타깃이 된 유튜버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그의 대담한(?) 행동에 팬들의 응원 글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기생튜버들은 화제의 이슈나 인물을 검색 키워드에 끼워 넣어 조회수를 높인다. 지난달 먹방 유튜버 밴쯔(구독자 281만 명)가 과장광고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자 ‘밴쯔 구독자 하락하는 이유’ ‘밴쯔 부활이 어려운 이유’ 등을 제목으로 한 동영상이 수십 건 올라왔다. ‘보람튜브 월 수익 40억은 진실일까?’ ‘대도서관 이렇게 무너지지는 말자’ ‘감스트 논란의 핵심’ 등 기생튜버의 콘텐츠는 유명 유튜버 영상 아래에 배치돼 ‘노이즈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누린다. 기존 자료에 설명을 덧붙인다는 점에서 각 분야 유튜버의 ‘지식 채널’과 유사하지만, 유명인이나 유튜버를 타깃으로 삼고 마구잡이로 자극적인 이슈를 편집해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부분 유명 유튜버의 콘텐츠를 캡처한 사진을 나열하고, 기사나 댓글을 참고해 음성번역기로 내용을 읽어주는 식이다. 신분 노출을 꺼려 선글라스나 가면을 쓰고 이슈를 설명하는 유튜버도 상당수다. 영상의 질보다는 이목을 끄는 자극적인 내용이 중요하다보니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단발적인 조회수 증가로 초기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까지 기생튜버로 활동했던 이모 씨(28)는 “실시간 검색어를 새로고침하면서 아이템을 찾고 관련 기사들을 ‘복붙(복사, 붙여넣기)’해 빠르게 영상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구독자 대비 영상 조회수가 높아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했다. 기생튜버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유통회사에서 일하는 김지윤 씨(29)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전하는 TV프로그램처럼 유튜버들의 사건사고를 전하는 채널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출판인 강모 씨(36)는 “검색어 노출을 노리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졌다. 기존 콘텐츠를 재탕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은 거르는 편이다”고 했다.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며 인기를 얻는 행태가 안타깝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을 소개해 부정확한 정보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크리에이터 업계 관계자도 “(기생튜버들을) 인지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인용 영상 관련 저작권 알고리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가짜뉴스나 선정적인 콘텐츠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더위는 꺾인 지 오래. 콧속으로 들어차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아름다운 계절이 왔다. 가을을 열어젖히기 마침맞은 국내외 소설을 출판사 문학 담당 편집자에게 물었다. 》○ 서효인 민음사 한국문학편집부 문학팀장 벌써 가을이고, 이는 올해도 다 가버렸다는 말과 같다. 연말 특유의 흥청거림 때문에 정신없이 지나가 버리기 일쑤인 겨울보다 되레 가을이 지난 삶을 얼추 정리하기에 더 낫다. 그런 계절의 소설로 ‘스토너’를 소개한다. 주인공 스토너는 운명에 분연히 맞서는 사람이 아니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다 바치지 못한다. 기민하고 재바르지 않다. 그는 그저 타인의 악함이나 자신의 실수로 만들어진 결과에 맞춰 산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같다. 꼭, 당신과 나의 삶 같기도 하다. 죽음 앞에 선 스토너는 유언 대신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네 인생에)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 이러한 질문이야말로 가을과 제법 어울린다. 아파트와 자동차, 통장 잔액…. 그런 것들에 기대어 우리는 사는 걸까. 소설은 답보다는 질문을 거듭하는 장르라서, 따로 해설은 없다. 다만 조금 정리는 될 것이다. 내가 사는 공간과 시간에 대해, 거기에 발붙인 우리의 인생에 대해. 그것을 소설의 총체성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 전성이 창비 한국문학팀장첫 책을 출간한 2010년 이후, 최진영은 우리 소설에서 가장 터프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외되고 상처받은 인물들에게 자신의 몫을 만들어주는 그의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거침이 없다. 아픔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어떤 방식으로건 끝내 돌파해내는 그의 소설은 늘 무언가 대단한 작품을 읽고야 말았다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해가 지는…’은 새로운 매력까지 선사한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살아남은 자들은 안식처를 찾아 길 위에 오른다. 시·청력을 잃은 동생을 지키며 걷는 한 여성, 일가친척과 함께 집을 떠나온 또 다른 여성. 두 사람의 교감과 사랑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동력이다.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공간을 앞에 둔 표현이라기엔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두 사람에게도 그리고 읽는 이에게도 아름다운 세계가 끝내 다가든다. 저무는 계절, 오늘도 잘 견뎌야 할 때라면 누군가와 ‘해가 지는 곳으로’ 걸어 봐도 좋겠다.○ 이상술 문학동네 국내1팀장 소설에 압도당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최은미의 소설,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어제는 봄’이다. 그는 “나는 여전히 그날 저녁의 공기를 결 하나까지도 떠올릴 수 있다”고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공기의 결 하나하나를 낱낱이 그리면서 우리를 그 속으로 밀어 넣는다. 목련나무가 몽우리를 하얗게 올리고 개나리와 벚꽃이 피고 조팝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10년 동안 한 소설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붙들려 있는, 자책과 분노와, 차마 발설할 수 없는 ‘죄’에 붙들려 있는 정수진과 함께 서 있게 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일지 몰라도 실은 연옥과 같은 가족의 굴레에 갇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에 간담이 서늘해지고, 기어이 한 발짝을 내뻗기 위해 짜내는 안간힘에 같이 몸을 움찔거리게 된다.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 조각을 그가 어떻게든 써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 끝이 어떻게 되건 기어이 봄은 지나가 이렇게 가을이 되고, 되풀이해 닥쳐올 다음 봄날의 우리는 그와 함께 아마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게 된다. ○ 이민희 문학과지성사 편집자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무슨 결실이라도 맺어야 할 것만 같은 계절, 가을이다. 실은 얼마 안 남은 한 해를 제대로 살아야겠다며 느지막이 마음을 다잡는 때에 더 가깝다. 이래도 되나, 이래선 안 되겠다 싶으면 주섬주섬 책을 집어 들게 된다. ‘깊이에의 강요’는 안팎의 질책으로 심신이 노곤할 때 떠올리게 되는 책이다. 표제작에는 “작품에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무심한 말을 듣고 고뇌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젊은 화가가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평론가는 화가의 죽음 뒤 말을 바꿔 그림에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깊이에의 강요”가 내비친다고 평한다. 그러니까 그냥 한번 던져본 말이었단 소리다. 겨우 이것밖에 못 하냐, 결혼은 언제 하느냐…. 우리를 흔드는 남의 말은 사실 ‘그냥 한번 던져본 것’일 경우가 많다. 새겨들어야 할 말도 있겠지만 일일이 신경 쓰는 건 정작 나에게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무릇 귀는 열어두고 입은 다물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가끔 귀를 닫을 때도 있어야 한다고 소심하게 주장해본다. 작은 배타심은 때로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한다. 정리=이설 기자 snow@donga.com}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기지 관사인 바다마을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바다마을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KB국민은행, 국방부와 함께 마련했다. 해군 가족을 위한 도서관으로는 2015년 개관한 진해 ‘오션빌 작은도서관’에 이어 두 번째. 19일 개관식에는 김 대표와 해군진해기지 이수열 사령관, KB국민은행 경남지역그룹 이상기 대표 등이 참석했다. 160m²의 작은도서관은 열람실, 어린이방, 원목제작 서가, 대출안내 데스크 등을 갖췄다. 장서는 3500여 권. 23일과 27일에는 각각 경북 예천군 ‘예성작은도서관’과 전북 전주시 ‘인후비전작은도서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작은도서관…’은 지금까지 전국에 학교마을도서관 260곳, 작은도서관 76곳을 세웠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올해 17번째를 맞는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19’가 10월 5일 오후 1∼9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다. 매년 100만 명이 몰리는 이 축제는 국내 대표 가을 축제로 자리 잡았다. 흔히 불꽃놀이만 떠올리기 쉽지만 축제와 함께하는 문화 전시 및 행사도 알차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10월 1∼5일 디자인위크 아트기획전인 불꽃 아틀리에가 진행된다. 축제 엠블럼을 형상화한 조형물에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설치 전시한다. 불꽃이 터지는 환희의 순간을 작품에 담았다. 전체 작품을 3개의 존으로 나눠 구성했다. 키네틱 아트, 그래픽, 일러스트를 선보이는 ‘ENJOY 존’, 애니메이션, 무빙그래픽 등 다양한 영상을 선보이는 ‘FUN 존’, 아티스트와 홍익대, 국민대 학생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Experience 존’ 등이다. 참여 작가는 서울대 미대 김경선 교수, 홍익대 크리스 로 교수를 비롯해 빠키, 김영나, 슬기와 민, 이푸로니, 박연주, 이재민, 조규형, 채병록, 전지훈, 잭 사흐, 보 얀, 유야렝, 제부, 토미 리 등이다. 부대 행사로는 3∼5일 오후 4시 잭 샤흐, 빠키, 보 얀이 관객에게 참여 계기, 출품작의 의미, 일상 등을 소개하며 소통하는 ‘아티스트 톡’이 있다. 또 제부와 보 얀이 작품에 페인팅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라이브 페인팅 시간도 마련된다. 이 밖에 대형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나오는 미션을 수행하거나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기념품,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본행사인 불꽃쇼에서는 오후 7시 20분부터 8시 40분까지 총 10만여 발의 불꽃이 가을 하늘을 수놓을 예정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스마일 카다레는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세계적인 작가다. 장편소설 20여 권, 단편소설집, 에세이, 시집을 펴냈다. 1990년 혹독한 독재를 겪은 알바니아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했지만,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 알바니아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데뷔작인 ‘죽은 군대의 장군’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 장군의 눈으로 알바니아의 현실을 그려냈다. 알바니아에서 비밀리에 프랑스로 내보낸 원고를 20년 후 엮어 펴낸 ‘아가멤논의 딸’(2003년)에서는 독재정권이 개인에게 가하는 억압과 그 속에서 몰락하는 개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유년 시절과 공산당 집권 초기의 시절을 그린 ‘돌의 연대기’(1971년)와 ‘광기의 풍토’(2005년), 알바니아 고원지대 주민들이 부조리한 관습법으로 인해 겪는 비극을 다룬 ‘부서진 사월’(1980년)은 알바니아의 정서를 진하게 담아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알바니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3·사진)가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 원주시,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제9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18일 선정됐다. 박경리문학상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고 이듬해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상이 됐다. 상금은 1억 원. 시상식은 다음 달 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아시아나항공, 마로니에북스, 연세대, 미림씨스콘, 스펙스가 후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고머(GOMER)는 ‘내 응급실에서 꺼져(Get Out of My Emergency Room)’라는 뜻이야.” ‘하우스 오브 갓’(세종서적)은 의학 소설의 시조새 격이다. 1978년 미국의 현직 의사가 썼다. 동료와 환자들로부터 비난받을까 봐 두려워 가명을 내세웠다. 착한 의사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크게 아프지 않으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를 ‘고머’라 부르고, 환자를 다른 과나 병동으로 넘기는 ‘터프’와 차트를 차에 광내듯 꾸미는 ‘버프(buff)’를 일삼는 냉혈한들이 병원을 활보한다. 소설은 30년째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의사들이 성경보다 더 많이 읽은 책으로도 꼽힌다. 최근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출간됐다. e메일로 만난 저자 사무엘 셈(75)은 롱런 비결에 대해 “유머와 섹스가 담긴 세계 최초의 의학 소설이다. 또 소설 속 의사들은 ‘잠 좀 자게 이 할망구 환자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투덜거릴 정도로 솔직하다”고 자평했다 배경은 1970년대 종합병원 ‘하우스 오브 갓’, 주인공은 인턴 로이 G 바슈. 로이는 의사와 환자는 물론이고 원무과, 간호과, 사회복지과 직원들에게 수시로 혹사당한다. 로이가 겪는 부조리, 좌절, 성장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셈은 “자전적 소설이다. 실제 병원 생활은 이보다 더 혹독하다”고 했다. “부조리한 일에 저항하는 마음으로 인턴 시절 쓴 이야기예요. 인턴 시절 환자를 인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대하도록 교육받았어요. 의료 시스템에서 배운 지식과 마음속 요구(상식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이 컸습니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은 레지던트 ‘팻맨’이다. ‘고머는 죽지 않는다’, ‘환자는 언제든 자신이 겪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의사에게 안겨줄 수 있다’, ‘의술을 베푼다는 것은 가능한 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등 ‘하우스 오브 갓의 13법칙’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별종이다. 셈은 13법칙에 대해 “환자를 치료할 때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치거나 상사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가능성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인간의 치유력은 놀라울 만큼 강력하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소설 출간을 계기로 병원 시스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졌다. 의사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측면도 크다. 의사인 남궁인 작가는 “의학이 환자의 병을 오히려 악화시키거나 병원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회의감은 현재에도 진행 중인 이슈다. … 50년 전인데도 주인공 로이 바슈가 상관에게 편하게 소리를 지르는 대목도 인상적”이라고 짚었다. “의사들은 강한 자아, 고립된 자아를 지닌 사람들로 알려져 있지요. 착취당한다면 연대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함께하면 힘이 생기죠. 의술은 오직 우리 의료진이 한다는 걸 명심했으면 합니다. 분명히 의사가 없으면 치료도 없습니다.” 의사, 소설가, 극작가, 사회운동가로 일한 지 40여 년. 그의 관심은 언제나 “의료계에서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곧 선보일 신작에서는 돈과 전자의무기록에 점령당한 의료계를 파헤친다. ‘하우스…’의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속편 격이다. 한국의 동료 의료진에게 “고립은 치명적이다. 연결돼 있으면 치유된다”는 조언을 건넸다. “모두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고통을 주변으로 전파하지 마세요. 환자를 돌보는 건 커다란 재능입니다. 당신이 환자를 돌보는 순간은 환자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일 거예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회사원 조세형 씨(40)는 지난 2년간 책을 431권 펴냈다. 법령집 시리즈가 430권, 에세이가 1권이다. 출판사는 모두 ‘부크크’. 원고를 올리면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책을 찍어내는 ‘자가 출판’ 플랫폼이다. 88권이 팔린 책(‘국제선박항만 보안법’)도 있지만, 절반은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 조 씨는 자동차 관리법을 공부하려다 마땅한 책이 없어 직접 책을 출간했다. 그는 “대부분 법령집은 광범위한 분야를 하나로 묶어서 두껍고 가격도 비쌌다. 필요한 부분만 따로 떼 내 책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시리즈로 이어졌다”고 했다. 최근 원고만 올리면 편집부터 디자인까지 뚝딱 책으로 만들어주는 자가 출판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201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선보인 교보문고 ‘퍼플’을 비롯해 2014년 문을 연 부크크, 최근 시장에 진출한 ‘북팟’ 등이다. 아직 전체 규모는 작지만, 자가 출판 시장은 해마다 성장률이 가파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2012년에 비하면 올해 매출 규모는 10배 정도 성장했다”고 했다. 홈페이지에서 원고를 업로드하고 판형, 종이 재질, 디자인을 선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5∼10분. 제작 비용은 무료, 권당 책 가격은 1만 원 내외다. 기존 출판 시스템과 달리 주문이 들어오면 책을 제작한다. 책이 팔리면 저자는 10∼35%를 인세로 받는다. 한건희 부크크 대표는 “자가 출판을 통하면 재고 및 인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최소 단위 없이 1권이라도 제작이 가능해 출판 서적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고 했다. 각 플랫폼에 올라오는 원고는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일단은 에세이나 소설, 팬픽과 작은 시장을 노린 실용서와 교재가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경찰행정법을 다룬 ‘곧경감’이나 ‘헤어디자이너의 인턴 일기’, 레몬나무 키우는 법을 담은 ‘레몬나무 키우기’ 등 수요가 작아 기존 출판사에선 펴내기 힘들었던 책도 인기다. 겨루, 어비북스, 쿰라이프게임즈 등 작은 출판사도 플랫폼의 단골 고객. 최근에는 여행서, 학원 교재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라고 한다. 책의 마케팅과 홍보는 필자가 직접 해야 한다. 퍼플은 주요 온라인 서점 7곳에, 부크크는 자체 온라인 서점과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 책을 유통한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책을 판매할 수 없다. 자가 출판으로 팬픽을 여러 권 출간한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자가 출판은 개인에게 매력적인 출판 통로”라고 말했다. “인지도 없는 개인이 출판사 문을 두드려 계약을 맺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죠. 자가 출판은 막막한 출간의 기회를 쉽게 열어줍니다. 책이 다소 엉성하고 내용도 날것에 가깝지만 출판사의 개입 없이 오롯이 나를 드러낼 수 있어요.” 막 활기를 띠기 시작한 자가 출판은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조상현 북팟 상무는 “독서 인구가 줄고 있지만 콘텐츠의 힘은 강해지고 있다. 개인의 표현 욕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1인 출판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세형 씨는 “자가 출판을 통해 창작 욕구를 고급스럽게 해소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자기만족이 아닌 독자가 필요한 부분을 담아낸 책이 많아져야 자가 출판 시장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 남자에겐 장난감 가게가 참새 방앗간이다. 아이도 없는데 틈만 나면 장난감 가게를 어슬렁거린다. 인기 아이템은 뭔지, 아이들은 장난감으로 어떻게 노는지 유심히 지켜본다. 유튜브 채널 ‘토이푸딩’을 이끄는 김세진 대표(40)다. 토이푸딩은 단일 채널로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6일 기준 구독자 수는 2567만6500여 명, 누적 조회수는 148억 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 기준으로 세계에서 35번째로 누적 조회수가 높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독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토이푸딩은 장난감과 손만 나온다. 주인공은 인형 ‘베이비돌리(BABYDOLI)’. 카메라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기 인형을 돌보는 베이비돌리의 모습을 가만히 비춘다. 인형이 인형 놀이를 하는 역할극인데 어른이 봐도 꽤 재미있다. 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아이들 속도에 맞춰 장난감 움직임이 느리다. 정서에 좋은 배경음악을 깔고 효과음을 극대화해 오감 만족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최근 책 ‘나의 첫 유튜브 프로젝트’(다산북스)를 펴냈다.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담은 실용 가이드에 가깝다. 유튜브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과정과 몸으로 겪은 조언을 아우른다. “예기치 않게 채널이 커지다 보니 많은 분이 노하우를 물어오세요. 개별적으로 알려드리기엔 어려워 책을 펴내면 어떨까 했습니다. 잘 만든 콘텐츠에 전략을 더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4년. 10년간 이끌던 소셜커머스 업체를 접은 뒤 유튜브를 자주 보던 때였다. 한때 PD를 꿈꿨을 만큼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희귀 장난감 수집가였던 그는 ‘장난감 채널’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창고에 흰색 시트지를 바르고 휴대전화로 촬영을 시작했죠. 사업에 실패했던 때라 4∼5시간 자면서 하루 3개씩 영상을 올렸습니다. 유치원을 마칠 시간에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방학에는 동영상 개수를 늘리며 노출에도 신경을 썼어요.” 채널이 커지자 전략의 중요성을 직감했다. ‘여아’와 ‘글로벌’을 성장 전략으로 정했다. 남아 장난감은 유행 주기가 짧고, 해외에선 여아 시장이 더 컸다. 채널 충성도를 위해 베이비돌리를 제작했다.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장난감 구입 비용은 월 1000여만 원.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구입한다. 직원 20여 명이 팀별로 모여 상황을 짜고, 스토리보드를 만든 뒤 촬영을 한다. 토이푸딩 스토리작가 김진화 씨(38)는 “5시간 정도 촬영해 5∼10분으로 편집한다. 장난감 각도와 손동작까지 세심히 살피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간다”고 했다. 월 수익은 얼마나 될까. 그는 누적 조회수(148억 뷰)에 비춰 짐작해 달라고 했다. 5년간 매출이 100억 원은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광고수익 말고도 최근 진출한 중국 쪽 플랫폼의 수익도 상당하다. 하지만 비용 지출도 늘었다. 직원 20여 명 인건비에 연구개발비 및 신규 사업 발굴에 대한 지출도 상당하다. 그는 “감사한 일이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이라며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순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큽니다. 하루라도 쉬면 어느 순간 순위에서 사라질까 봐 새벽에도 사이트를 들여다봐요. 한국 구글에서 상위 팀들을 모아 분기별로 자리를 마련하는데,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어요. 모든 일이 어렵지만 유튜브도 경쟁의 측면에서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유튜브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요즘, 새로운 부의 추월차선으로 각광받는다. 부정적 시선도 있다. 손쉽게, 운 좋게, 자극적인 콘텐츠로 성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키즈채널은 특히 아이들에게 유해한 게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김 대표는 “자극적인 영상은 일시적이다. 뚝배기 같아야 오래 간다”고 했다. “유튜브를 허용할지 말지가 아니라 활용 방법을 고민할 시점인 것 같아요. 저희는 교육 전문가가 사회성과 언어발달을 고려해 영상을 구성합니다. 따라 해도 좋을 역할 놀이와 단순한 단어(과일, 숫자, 음식 등)가 등장해 언어를 배우는 식이지요. 물론 너무 오래 봐선 안 되겠죠.” 유튜브는 변화무쌍하다. 새로운 강자들이 쉼 없이 등장한다. 최근엔 ‘코코멜론’이 키즈튜브(어린이 유튜브)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비장의 무기는 3차원(3D). 토이푸딩도 현재 운영하는 2차원(2D) 만화를 3D로 바꿀 계획이다. 주 시청 연령층도 높이려 한다. 그는 “세계 아이들이 베이비돌리로 즐거움을 얻고, 학습하고, 또 오프라인에서 베이비돌리로 놀이하는 장면을 그려본다”고 했다. 경쟁이 무시무시한 유튜브 세계에서 선두에 서 있는 김 대표. 그는 유튜브로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성공한 건 실감이 안 나고요. 얻은 건 팀원들, 잃은 건 건강과 자유.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조회수 추이를 살펴야 하니까요. 직업으로서 유튜버요?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면 도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 남자에겐 장난감 가게가 참새 방앗간이다. 아이도 없는데 틈만 나면 장난감 가게를 어슬렁거린다. 인기 아이템은 뭔지, 어떤 신상이 들어왔는지, 아이들은 장난감을 갖고 어떻게 노는지 관찰한다. 식당에서 동영상을 보는 아이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영상 내용과 보는 방식을 가자미눈으로 살핀다. 유튜브 채널 ‘토이푸딩’의 김세진 대표(40) 얘기다. 토이푸딩은 단일 채널로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6일 기준 구독자수는 2567만 6500여 명, 누적 조회수는 148억 만 뷰. 2017년 SM엔터테인먼트와 가수 싸이에 이어 세 번째로 1000만 구독자의 상징인 다이아버튼을 받았다. 2000만 명은 처음으로 돌파했다. 소셜블레이드 기준 세계에서 35번째로 누적 조회수가 높다. 토이푸딩에는 장난감과 손만 나온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다. 주인공은 인형 ‘베이비 돌리(BABYDOLI)’. 카메라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요리 하고 아기 인형을 돌보는 베이비돌리의 모습을 가만히 비춘다. 인형이 인형 놀이를 하는 역할극인데 어른이 보기에도 꽤 재미있다. 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느리다. 정서에 좋은 배경음악을 깔고 효과음을 극대화해 오감 만족에 공을 들였다.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화면에 음악이 좋아 어른 시청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최근 ‘나의 첫 유튜브 프로젝트’(다산북스·1만6000원)를 펴냈다. 채널을 키우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담은 실용 가이드에 가깝다. 책은 유튜브의 전반적인 과정을 아우르지만 몸으로 겪은 조언도 풍부하게 담겼다. 인기 키워드를 선점하는 방법과 검색 결과 상위에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지표를 알려준다. “예기치 않게 채널이 커지다보니 많은 분들이 노하우를 물어오셨어요. 개별적으로 알려드리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워 책을 펴내면 어떨까 했습니다. 잘 만든 콘텐츠에 전략을 더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아요. 채널마다 상황이 다르니 참고삼아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4년. 창업해 10년 간 이끌던 소셜커머스 업체를 접은 때였다. 그 시절 자주 유튜브를 했다. 해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유튜브에 익숙했고 한때 PD를 꿈꿨을 만큼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게다가 그는 희귀 장난감 수집가. 장난감 채널이라는 다섯 글자가 마음을 잡아끌었다. “당시 국내 키즈 채널은 전무했어요. 창고에 흰색 시트지를 바르고 휴대폰으로 촬영을 시작했죠. 사업에 실패했던 때라 4,5시간씩 자면서 하루 3개씩 영상을 올렸습니다. 방과 후에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방학에는 동영상 개수를 늘리며 노출에도 신경을 썼어요. 좋아하는 것(장난감)과 잘하는 것(사진 찍기)가 유튜브를 만나 재밌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을 오래된 순으로 정렬하면 지금과 사뭇 다른 영상이 뜬다. 자동차와 로봇 같은 남아 장난감이 더 많다. 채널이 커지자 전략의 중요성을 직감했다. ‘여아’와 ‘글로벌’을 성장 전략으로 정했다. 남아 장난감은 유행 주기가 짧고, 해외 전체에선 여아 시장이 더 컸다. 채널 충성도를 위해 베이비돌리라는 인형을 제작했다.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한국의 양배추 인형과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한 멜짱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뽀로로 타요 등 업체에서 개별 채널을 개설한 뒤로는 베이비돌리만 등장시키려 해요. 앞으로 나나베어와 베이비킹 호랑이 등 캐릭터를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보유한 장난감은 10여 평 방에 꽉 들어찰 만큼 많다. 장난감 구입비용은 월 1000여 만 원.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구입한다. 촬영은 전쟁터 같다. 직원 20여 명이 팀별로 모여 이야기를 짜고, 스토리 보드를 만든 뒤, 촬영을 한다. 토이푸딩 스토리작가 김진화씨(38)는 “5시간 정도 촬영해 5분~10분으로 편집을 한다. 장난감 각도와 손동작까지 세심히 살피다보면 하루가 훌쩍 간다”고 했다. 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소셜블레이드는 1000회 광고 노출 당 가격을 0.25~4달러로 계산한다. 시청 국가와 시청 지속 시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그는 누적 조회수(148억 만 뷰)에 비춰 짐작해달라고 귀띔했다. 지난 5년 간 벌어들인 매출이 100억은 훌쩍 넘는 셈. 유튜브 광고수익분 아니라 중국 쪽 플랫폼의 수익도 상당하다. 수입원 종류가 다양해졌지만 비용 지출도 늘었다. 직원 20여 명의 인건비에 연구 개발비 및 신규사업 발굴에대한 지출도 상당하다. 그는 “단기간에 성공했지만 그 굴레가 상당하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이라며 뜸 들이다 말을 이었다. “순위가 뜨니까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큽니다. 하루라도 내려놓으면 어느 순간 순위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새벽이든 언제든 수시로 사이트를 들여다봅니다. 구글에서 상위 팀들을 모아 분기별로 자리를 마련하는데, 비슷한 고민들이 많습니다. 모든 일이 어렵지만 유튜브도 경쟁의 측면에서 쉽지만은 않아요. 물론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유튜브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요즘 새로운 부의 추월차선으로 각광받는다. 부정적 시선도 있다. 손쉽게, 운 좋게, 자극적인 콘텐츠로 성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키즈 채널은 특히 아이들에게 유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김 대표는 “자극적인 영상은 일시적이고 오래 가는 건 뚝배기 같은 영상”이라고 했다. “유튜브가 성인들에겐 포털이지만 아이들에겐 하나의 문화가 됐어요. 음성 검색으로 접근이 쉬워졌죠. 이젠 허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고민할 시점인 것 같아요. 최대한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교육 전문가가 영상을 구성해요. 따라 해도 좋을 역할 놀이와 단어(과일, 숫자, 음식 등)를 나열해 언어를 배우도록 하는 식입니다.” 유튜브는 변화무쌍하다. 새로운 강자들이 쉼없이 등장한다. 한숨이라도 돌릴라치면 순위가 뒤바뀐다. 최근엔 ‘코코멜론’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비장의 무기는 3D. 토이푸딩도 현재 운영하는 2D 만화를 3D로 바꿀 계획이다. 주 시청 연령층도 높이려 한다. 그는 “전세계 아이들이 베이비돌리로 즐거움을 얻고, 학습하고, 또 오프라인에서 베이비돌리로 놀이하는 장면을 그려본다”고 했다. 사회적 영향력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우선 장난감 기부와 재능 기부부터 시작했다. 최근 경찰청의 어린이 안전 교육 영상을 무료로 제작하기로 했다. 향후 유튜브 컨설팅을 계획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은 무료로 도와주려 한다. 무시무시한 경쟁의 세계에서 선두에 서 있는 김 대표는 유튜브로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성공한 건 실감이 안 나고요. 얻은 건 팀원들, 잃은 건 건강과 자유. 24시간 모니터링 하면서 조회수 추이를 살펴야 하니까요. 직업으로서 유튜버요?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컨텐츠를 생산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면 도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친구의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를 읽고선 유경은 긴 생각에 잠긴다. 그는 스스로 괜찮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다소 냉소적이지만 지적이고 온화한 성격에 책임감도 남달랐다. 한데 40년 지기 희진의 눈에 비친 과거의 자신은 형편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세 번째 공주였다. … 그 상황에서 왜 비련의 여주인공을 흉내 내며 제풀에 도망을 치는 것일까. … 회피야말로 가장 비겁한 악이다. 애매함과 유보와 방관은 전 세계 소통에 폐를 끼친다.” 소설가 은희경(60)은 숙명여대 기숙사에서 보낸 시절을 흑역사로 기억한다. 스무 살 은희경은 미숙하고 소심해서 “쉴드를 쳐주기 힘들 만큼 엉망”이었다. 한 번은 짚어야 할 이야기인데 아무리 애써도 의미가 잡히지 않았다. 가슴앓이로 어느 날 울음이 터졌고, 그 순간 빛줄기가 스쳤다. 답은 현재와 과거의 관계에 있었다. 신작 장편 ‘빛의 과거’를 펴낸 그를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이야기가 그래서 왜?’라는 고민과 씨름하다가 몇 년 전 여성주의 물결에서 답을 찾았다. 과거의 내가 제대로 싸우지 않아서 현재로 문제가 이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소설은 기성세대의 반성문”이라고 했다. “자기변명이나 미화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과거를 바라보면 현재의 좌표를 제대로 읽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희진의 서늘한 시선을 빌려 유경이 과거를 다시금 되짚길 바랐습니다.” 유경과 희진 외에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학생운동에 적극적인 최성옥, 남을 교정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곽주아, 혼자 있길 즐기는 책벌레 오현수, 허영심 강한 연애박사 양애란, 예쁜데 걸걸한 송선미 등이다. 긴급조치 9호 시절이었던 시대상을 세밀하게 복원하기 위해 건축물을 쌓듯 정교하게 캐릭터를 직조했다. “인물마다 사회와 부딪히는 접점을 만들어 시절을 드러냈어요. 오현수는 집단의 틀에 침범당하는 개인성, 최성옥은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 김희진은 여성에 대한 편견에 각각 맞서죠. 현재로 이어지는 당대의 문제들을 인물을 통해 제시했습니다.” 청춘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썼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젊은 독자들이 기성세대의 비애를 들여다봐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는 “세상이 각박해지니 상대를 쉽게 속단하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기성세대가 어떤 꿈을 꾸고 좌절해 왔는지를 그렸다. 문학으로 화해의 장을 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요즘 20년 만에 이사 간 아파트 독서실에서 글을 쓴다. 10대, 20대가 주로 머무르는 공간이지만 나이는 의식하지 않는다. 나이뿐 아니라 그 어떤 틀에도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 그는 “카페에선 손님, 외국에선 이방인, 길에선 걷는 사람이다. 다양한 나로서 살아야 계속 쓸 수 있다”고 했다. “읽고 쓰는 인생이 아니었다면 이기적이고 소심한 스무 살 무렵의 은희경으로 남았을 거예요. 소설 덕분에 타인과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죠. 새벽에 책장에 햇빛이 비쳐 드는 걸 보면, 깨치고 표현하면서 산 지난 세월이 형편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