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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미국에서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SE)’, 일명 ‘광우병’이 발생한 것에 대해 “우리에게 위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BSE의 현황과 정부 조치를 국민들에게 자세히 보고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미국산 쇠고기 검역 대책을 보고받은 뒤 이같이 당부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조치 강화와 미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제출 요구 등의 대책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처음으로 참석 국무위원 전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회의였다. 인사 난맥 속에 지속됐던 ‘동거정부’가 취임 두 달여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위원들에게 “정곡을 찌르면 목숨을 지키기 어렵고, 정곡에서 벗어나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며 “앞으로 목숨이나 자리 중 하나는 거는 마음으로 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선 여름휴가가 화제로 떠올랐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통령이 휴가를 가셔야 장관들도 휴가를 가지 않겠습니까”라고 운을 떼자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당장 나가야 할 사람이 두 명 있다”며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과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목했다. 김 수석과 문 보좌관은 이번 주 휴가 중이지만 탈원전 정책 등 현안 때문에 이날 국무회의에 출석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발견된 ‘캐비닛 문건’에 이명박 정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문건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최근 안보실에서 발견된 문건에 롯데월드타워, STX 관련 문건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18일 청와대 안보실에서 발견된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문건은 물론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관련 문건들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확보한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관련 문건에는 공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롯데월드타워가 허가하는 과정과 관련한 내용이, STX 관련 문건에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연루된 STX의 유도탄 고속함 수주 등 방산비리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1987년 잠실 용지 매입 후 초고층건물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역대 정권에선 인근 성남 서울공항 공군기 이착륙 시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불허해왔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는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을 변경하면서 롯데월드타워 건축을 허가했다. 청와대가 안보실 문건을 공개하지 않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기로 한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방산비리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최근 9개 사정기관이 참여하는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체를 구성해 방산비리 근절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대통령님 먼저 드시지 마십시오.” 24일 ‘G(Game)-200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 행사가 열린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강원도 음식 맛보기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메밀전병을 맛보려 하자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문 대통령에게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멋쩍은 미소를 지은 문 대통령에게 황 씨는 메밀전병과 감자전, 곤드레차돌샐러드 등 강원도 음식을 설명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팀이 온다면 개마고원 감자를 좀 가져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황 씨의 말을 받아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마고원 감자와 강원도 감자가 만나는 한민족 축제의 장이 되면 좋겠다”며 “북한의 결단만 남았다. 북한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를린 구상’ 등에서 문 대통령이 수차례 촉구한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통한 남북교류 재개를 다시 한 번 촉구한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다짐하는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올림픽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또 다른 홍보대사인 ‘피겨 여왕’ 김연아로부터 홍보대사 직함이 찍힌 대형 명함을 받은 문 대통령은 직접 홍보 활동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태블릿PC를 통해 ‘2018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 하나 된 열정으로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응원 메시지를 적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배구 국가대표인 김연경 선수에게 해시태그(#)를 달아 보냈다. 김연경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을 지목해준 문 대통령께 감사를 표한 뒤 메시지 릴레이 주자로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축구해설가 이영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 터키에서 함께 활동했던 태국 배구선수 눗사라 똠꼼을 지목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김연아 등 참석자들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한 줄로 서서 어깨에 손을 올리는 ‘기차놀이’를 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창 동계올림픽은 치유의 올림픽이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오랫동안 힘들었던 국민들이 치유받고 희망을 갖게 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부터는 중앙정부가 힘을 모아서 평창 올림픽을 반드시 성공시켜 내겠다고 약속드린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르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반드시 성공시킬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통화를 하고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했고 지난달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은 “기업들, 특히 공기업들이 올림픽을 위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더 많은 후원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언급하면서 기업들의 후원을 직접 당부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코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 재정 상황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 이후 기업 후원금이 줄어들면서다. 이날 문 대통령이 ‘치유의 올림픽’을 언급하며 국정 농단 사건으로 흠집 난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인식을 바꿔 달라고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기업 후원 요청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예산 부족 문제는 정부와 조직위가 책임지고 풀어갔으면 한다”며 “민간 기업과 공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힌 데 이어 5일에는 최 지사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공기업 후원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반 기업들에 대한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문 대통령이 이날 밝힌 대로 대형 공기업을 중심으로 지원 요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문병기 weappon@donga.com·강홍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7, 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을 주제로 기업인들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기업인들과 갖는 첫 공식 간담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기업인과의 대화에는 15대 그룹 중 농협을 제외한 민간 14개 그룹과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 우수 중견기업인 오뚜기 등이 참석한다”며 “깊이 있는 토론을 위해 2개 그룹으로 나눠 이틀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참석 대상 기업은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오뚜기다. 특히 중견기업인 오뚜기는 비정규직 비율이 낮다는 점을 주목한 청와대가 직접 초청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석자는 총수와 최고경영자(CEO) 중 기업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대표 참석자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새 정부 경제철학을 기업인과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 및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이틀에 나눠 기업인 간담회를 갖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하루에 7, 8명의 기업인을 초청해 내실 있는 토론을 갖겠다는 취지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적정 규모를 넘어서면 실질적인 대화가 어렵다”며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얘기를 듣고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 우수기업과 분발이 필요한 기업으로 나누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오뚜기가 첫날 간담회에 배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수 기업이 첫날에 참석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는 “첫째 날과 둘째 날로 기업을 나누는 기준에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기업인과의 대화에 이어 노동계와 중소·중견기업인 및 소상공인과의 간담회를 잇달아 열 예정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정부가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자력발전소 11기를 2030년까지 폐쇄하는 내용을 담은 탈(脫)원전로드맵을 마련 중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또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결정할 공론화위원회는 24일 공식 출범한다. 전체 원전(25기)의 절반에 가까운 11기의 원전 가동 중단 계획을 세우고 공론화위원회가 가동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사용 연한이 지난 원전이라도 수명을 연장해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적잖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공론화위원회 등 협의 절차를 거친 탈원전 정책 추진 방침을 내세우고도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일방적인 탈원전 로드맵이 마련되는 셈이어서 반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설계수명 끝나는 원전 11기 폐쇄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원전 제로 시대를 열기 위한 탈원전로드맵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함께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 10기 폐쇄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드맵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실과 경제수석실을 중심으로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 중이다. 다음 달 발표될 8차 전력수급계획의 전력공급 전망 초안에도 노후 원전 폐쇄 계획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 대상 노후 원전은 월성 1∼4호기와 고리 2∼4호기, 한빛 1, 2호기, 한울 1, 2호기 등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설계수명이 10년간 연장돼 2022년까지 가동하도록 돼 있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할 방침이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이 연장됐다. 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수급계획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월성 1호기도 중단될 수 있고, 2030년까지 (원전) 몇 개를 더 폐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속도를 올리는 것은 노후 원전을 폐쇄해도 전력 수급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만간 발표될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전력 수요가 줄면서 노후 원전을 폐쇄해도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늘지 않고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8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에 따르면 2030년 최대 전력수요는 101.9GW(기가와트)로 2015년 발표된 7차 계획 당시 전망치인 113.2GW보다 11.3GW 줄었다. 정부가 2030년까지 가동 중단을 계획한 원전 11기 발전량을 모두 합쳐도 9.2GW다. 결국 국내 전력수요량 감소 폭이 폐쇄되는 원전 발전량보다 많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7차 계획은 평균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3.5%로 설정하면서 전력수요 증가를 과도하게 잡았다”며 “원전을 추가로 짓기 위한 이른바 ‘원전 마피아’들의 시각이 반영돼 있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8차 계획은 성장률 전망치를 연평균 2.5%로 설정했다.○ “8차 계획 검증 후 계획 세워야” 목소리도 커져 원전 폐쇄가 원전 해체산업 기술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노후 원전 폐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노후 원전 폐쇄를 국내 기업에 맡겨 원천 기술을 개발하도록 한 뒤, 향후 확대될 해외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원전 해체에 필요한 96개 기술 가운데 아직 국내 기업들이 확보하지 못한 28개 기술을 2021년까지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민간에서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8차 전력수급계획에 맞춰 원전 가동 중단을 하는 것이 성급한 결정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월성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10기는 문 대통령 임기 이후에 설계수명 만료 시점이 도래하는데도 정책 결정을 지나치게 서둘러 차기 정부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학과 교수는 “8차 계획에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이전 계획보다 전력수요가 지나치게 줄어든 만큼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차 수급계획을 올해 말까지 확정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조급하게 향후 50년의 탈핵 로드맵 수립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설계수명 이상으로 원전을 연장 운영하는 것이 용인되는 점에서 정부 방침이 지나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447기 중 30∼39년 된 원전은 181기, 40년 이상 된 원전도 101기에 달했다. 미국의 오이스터 크릭 원전, 스위스의 베츠나우 원전 등은 가동한 지 50년이 되는 2019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미국 오이스터 원전은 설계수명이 40년이었으나 미국 규제 당국이 20년 수명 연장 결정을 내렸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탈핵 논의는 1, 2년 걸리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2030년까지의 계획을 지금 급하게 세워봐야 다음 정부에서 뒤집힐 수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정책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5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마무리 발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증세(增稅)에 대해 거론했다. 전날 회의에서 증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은 “이제 (증세 방향을) 확정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증세론’과 ‘신중론’이 엇갈리던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직접 방향타를 잡고 속전속결식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추 대표 제안 하루 만에 호응한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대체로 어제 토론으로 (증세 방안의)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증세 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증세 방안에 단 하루 만에 맞장구를 친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날 “기획재정부에서 충분히 반영해 방안들을 마련해 달라”고 언급한 것은 증세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경제부처에 증세에 대한 태도를 바꿔 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증세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을 밝히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 일부 국무위원의 증세에 대한 이견을 직접 정리하고 나선 것이다. 김 부총리는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취임 후 한 달이 지난 이달 중순까지도 줄곧 “올해 소득세와 법인세의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 옆자리에 앉은 김 부총리는 회의 내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실제 당청 간 협의에 증세 논의의 한 축이 돼야 할 기재부는 이번 논의에서 뒤처진 형국이 됐다. 당장 다음 달 초 공개 예정이었던 관련 법안을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기재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솔직히 다들 논의를 한다고 하니 우리는 지켜보고 있던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오후 늦게 “2019년 이후 조세·재정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과 로드맵은 기재부가 주관하는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기재부가 향후 조세개혁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증세 추진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여론이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중산서민층 및 중소기업 증세는 5년 내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다수 국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핀셋 증세’이자 ‘조세 정의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속도전 나선 당청, 국회 통과 관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조세 저항 가능성이 있는 증세 논의의 물꼬를 여권에서 먼저 튼 것은 사실 이례적이다. 증세 방침에 방아쇠를 당긴 추 대표의 제안은 민주당이 13일부터 이미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3일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를 완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날이다. 이후 당청 간 치열한 논쟁을 거쳐 18일 추 대표가 당 정책위원회와 조율해 증세 범위와 방향의 얼개를 잡았다. 20일 발표된 최종 안은 청와대 측과의 조율을 통해 마련됐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의견 조율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이번 증세안 자체가 청와대와 여당의 깊은 교감으로 만들어진 사실상의 ‘합작품’인 셈이다. 청와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 주 내로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국무회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정부의 증세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가 증세를 추진하더라도 여소야대 국회라는 높은 문턱이 남아 있다. 다음 달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도 실제 통과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이에 청와대는 “증세는 각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오래 논의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본을 놓고 서로 교감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증세는 1, 2년 논의된 사안이 아니며 짜맞추지 않아도 (당청이) 공동으로 인식하는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뤄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문병기 / 세종=최혜령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은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실 문건 16건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사건 담당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 의견을 들어본 뒤 증거 채택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 문건들은 2014년 9월경 민정수석실에서 근무 중이던 파견 검사 이모 행정관과 다른 행정관들이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50)의 지시로 작성했다. 부부장 검사였던 이 행정관은 2014년 7월 검찰에서 의원면직 절차를 밟은 뒤 청와대에 들어갔고 2016년 재임용 형식으로 검찰로 돌아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최근 이 검사에게서 문건을 다른 행정관들과 함께 작성해 우 비서관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서 양재식 특검보(52)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들을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양 특검보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 지원 방안과 관련한 문건의 사본들과 검사가 작성한 청와대 담당 행정관의 진술 사본”이라며 “당시 청와대에서 삼성그룹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걸 입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건이) 청와대에서 발견됐다는 정도는 사실 확인이 돼야 할 것 같다”며 삼성 변호인 측에 관련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변호인 측은 “문건 내용을 전혀 검토하지 못한 상태라 즉답을 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을 더 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등에서 확보한 문건은 대부분 발표한 상황”이라며 “국가안보실 관련 문건이 남아 있는데, 외교·안보와 관련된 내용인 만큼 공개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hoho@donga.com·문병기 기자}
“탈원전, 신고리 5, 6호기 중단, 공론조사 등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임명됐으니 제대로 설명됐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서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에 이어, 전력 수급계획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월성 1호기도 중단될 수도 있고, 2030년까지 몇 개 더 폐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가동에 들어간 신고리 3호기 설계 수명이 60년이다”며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 2호기 모두 수명이 60년이라 이것만으로도 원전은 2079년까지 가동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60여 년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공약이 아니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도록 정책 방향이 잡혀 있다”며 “석탄에너지를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더 늘려야 하지만, 전기요금이 크게 높아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신고리 5, 6호기는 원래 전면 중단한다는 것이 제 공약이다. 부산경남 지역 사회 요구도 그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 공사가 승인됐고 건설이 강행돼 이미 공정이 28%에 달한다. 또 지역 일자리 타격 등 반대 의견도 있어 우리 공약이었지만 밀어붙이지 않고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합리적 선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론조사를 통해 가부 결정이 나오면 받아들여져야 하며, 앞으로도 사회적 갈등 해결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를 현재의 2배 수준(최대 150만 원, 통상임금의 80%)으로 높이고 배우자의 출산휴가도 5일에서 10일로 늘리기로 발표했다. 인구절벽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초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인데 재원 부담에 대한 우려도 일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년고용 문제와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국 저출산의 해법”이라며 “모든 국가적 노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저출산 극복 방안과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방안, 민생안정 방안 등에 대한 주무 부처 장차관들의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특히 저출산 문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독박육아란 말이 나올 정도”라며 “성평등 의식은 높아지는데 아빠들 육아휴직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육아 부담을 부모 모두가 아닌 여성 혼자 짊어지는 현상을 ‘독박육아’라고 표현한 것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증세(增稅) 논란에 대해 “증세를 하더라도 초(超)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다.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다. 일반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덧붙였다. ‘부자 증세’라는 일각의 비판에 선을 긋고 이번 증세가 5대 그룹 계열사와 고액자산가 등 일부 고소득자에만 국한되는 ‘핀셋’ 증세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가 재정전략과 부처별 재정전략을 다시 점검해 달라”며 “기획재정부가 (증세에 대한 토론과 방향을) 충분히 반영해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제시한 임기 내 국정과제를 위한 재원 조달 계획에 증세 방안을 반영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증세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증세의 방향과 범위에 대해 “이제 확정해야 할 시기”라며 “어제 토론으로 방향이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의 방안에 공감을 표시하며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는 추 대표가 제안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2000억 원 초과 대기업과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올리면 각각 126개 기업과 1만9571명(2015년 기준 근로소득자 6680명에 자영업자 등 포함)이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증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청와대는 다음 주까지 증세안을 확정해 8월 초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급적 다음 주에 논의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다음 주초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세법 개정안에 어떻게 담아낼지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정부와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세율을 올리는 증세(增稅)에 나설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대기업 및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 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아무리 비과세·감면을 줄여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에 손대지 않으면 세입(歲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과세표준) 2000억 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한해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3단계(10%, 20%, 22%)로 짜여진 현행 법인세에 최고구간을 추가로 신설하자는 뜻이다. 추 대표는 이 안이 현실화되면 2조9300억 원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늘어날 세수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 자영업자 지원금으로 활용하자는 게 추 대표의 생각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과표 2000억 원 초과 기업은 지난해 전체 법인세 신고 기업의 0.02%(126곳)다. 삼성전자(2016년 순이익 22조7261억 원), 현대자동차(7조1482억 원), SK하이닉스(2조9605억 원), 롯데케미칼(1조8372억 원), LG화학(1조2810억 원) 등 5대 그룹 주요 관계사들이 들어간다. 추 대표는 또 “소득 재분배를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인 (과표) 5억 원 초과 고소득자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해당되는 대상은 2015년 기준 6680명이다. 청와대는 여당과 공식 협의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 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주요 대기업 및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더 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 60조5000억 원 등을 활용해 증세 없이 공약 이행 재원 178조 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세금 인상 반발을 1, 2년 피하려다 역풍을 맞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지율이 높은 정부 초기에 정면 돌파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법인세 인상 등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도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 문병기 기자}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법인세 및 소득세 증세에 대한 여당 대표의 공식 건의가 있었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증세 논의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증세 방안이 시간의 문제였을 뿐 사실상 예견된 조치였다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도 “그동안 작은 정부가 좋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지만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증세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증세 건의에) 일부 국무위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면서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이되, 법인세는 일단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고 그래도 세원이 부족하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놨었다. 법인세 인상을 후순위로 미뤄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법인세 증세를 거론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이날 오전 법인세 증세를 언급한데 이어 추 대표가 청와대에 이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만큼 사전에 당정 간 조율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대표의 제안은 개인 의견이 아닌 여당의 조율된 의견”이라며 “사전에 청와대와 논의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점을 여당이 제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청와대는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민주당, 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경제정책을 일자리를 만들어 가계소득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또 “과거에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재분배 중심의 복지정책에 재정의 우선순위를 둬왔지만, 새 정부는 사람의 가치와 국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올해 회의는 예년과 달리 소통과 토론에 역점을 두고 국정 비전과 재정정책방향 등에 대한 공감대 제고, 실천방안 마련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문병기 기자}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합의를 목표로 잡고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비핵화 합의의 목표 시점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신(新)냉전 기류 속에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북핵 협상의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를 목표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과속 우려를 감안해 ‘조속한 전환’으로 한발 물러섰다.○ 격론 끝에 나온 2020년 비핵화 합의 목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북한과의 ‘완전한 핵 폐기’ 합의 도출 시점을 2020년으로 잡았다. 올해 안에 포괄적인 비핵화 협상 방안을 포함한 로드맵을 완성해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란 구상도 밝혔다. 2020년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협상의 ‘입구’인 핵 동결을 완료하고 핵 폐기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시점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계적 북핵 협상 구상을 밝히며 핵 동결을 비핵화 협상의 ‘입구’, 완전한 비핵화를 ‘출구’로 제시했다. 비핵화 합의 목표 시점을 명시하는 것을 두고 국정기획위 내부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이견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핵화 합의 목표 시점을 못 박는 것이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목표 시점을 공개하기로 결정할 것은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목표 시점 제시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합의를 이끌어낼 힘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현실적으로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먼저 속내를 내비친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3년 안에는 핵 동결 절차를 밟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조급하다는 걸 북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절충된 전작권 전환 목표 국정기획위는 국방개혁 분야에선 대통령 직속으로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방개혁 2.0’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내놨던 ‘국방개혁 2020’을 업그레이드해 국방부 문민화와 육군 중심의 군 구조 개편 등 강도 높은 국방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임기 내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목표는 한미 정상 간 합의와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체제 구축 시기를 고려해 ‘조속한 전환’으로 수정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정기획위의 보고를 받고 이를 직접 고쳤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위원인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전작권 전환의 시기를 못 박지 않되 전제조건에 얽매여 한없이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 있다”며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빨리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한국군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구비를 전작권 전환의 ‘주요 조건’으로 설정했다.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조건에 따른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것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전작권을 조속히 전환하겠다는 배경에는 국방부에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빨리 갖추라는 압박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병력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 한편 100대 국정과제에는 병력을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한편 이와 연계해 병사 복무 기간을 현재 21개월(육군 기준)에서 18개월로 줄이는 계획도 제시됐다. 이 과제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힌 내용들이다. 하지만 병력 자원 확보의 어려움과 부사관·여군 증원에 따른 예산 문제 등 현실적 난관이 적지 않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간의 국정 운영 로드맵을 담은 100대 국정과제를 19일 발표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내걸고 복지 확충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96조 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 정부는 촛불혁명 정신을 이을 것”이라며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다. 이날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선 ‘적폐 청산’이 1호 과제, ‘반부패 개혁’이 2호 과제로 제시됐다. 부처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적폐 청산과 반부패 개혁, 과거사 문제를 내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 올해 안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고 2019년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넘기는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등 권력기관 개혁 로드맵도 공개했다. 핵심은 복지 확충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이다. 국정기획위는 100대 국정과제를 실행하는 데 5년간 총 17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복지 확충에 77조 원, 공공 일자리 창출 등 일자리 지원에 19조 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96조 원을 투입해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소득 주도 성장’으로 경제구조를 탈바꿈하겠다는 취지다. ‘혁신 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는 핵심 경제정책으로 창업 활성화를 통한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제시했다. 하지만 경제 분야 26개 과제 가운데 절반 이상인 17개가 일자리와 공정경제, 민생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민소득을 높여 성장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이지만 성장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형 성장 전략에 대한 새 정부의 거부감이 산업 육성정책 부재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현재에 맞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정부가 발굴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캐비닛 문건’ 논란이 뜨겁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인수인계 문건 몇 장 넘겨받은 것이 전부라고 했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1600여 건의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됐으니 놀라울 만하다. 내용은 또 어떤가.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에는 삼성 합병, 문화계 블랙리스트, 세월호 사건 등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의 불씨를 댕긴 사건들이 포함돼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하면서 “국정 농단 사건의 공소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청와대로서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감 떨어진’ 격이다. 야당에선 청와대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 공세를 펴고 있다. 청와대가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이 담겨 있는 문건”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문건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을 만한 ‘양념’을 더하기는 했지만 법적으로 허용된 테두리 안에서 문건을 활용하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문건 발견 사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가 비공개로 검찰에 문건을 넘겼다는 것이 드러나면 오히려 정치적 오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 것도 아예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청와대 캐비닛 문건 파동이 대통령기록물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또 하나의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기록물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공공기록물관리법에 이어 2007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하면서다. 이전까지 역대 정권은 대통령기록물을 사저로 옮기거나 파기했다. 1997년 외환위기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대통령기록물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제정된 뒤로는 매번 ‘백지 인수인계’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선 “인수인계 받은 것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위기대응 매뉴얼’ 한 권 정도다. 청와대는 정말 깨끗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인계받은 것은 10쪽짜리 현황 보고서와 회의실 예약 명세가 전부”라고 한 것과 비교하면 주어만 바뀌었을 뿐이다. 자료 파기도, 백지 인수인계도 그 배경엔 후임 정권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애초에 지정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도록 하는 등 봉인된 기록물을 웬만해선 확인할 수 없도록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규정한 것도 후임 정권에서 기록물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미국은 봉인된 지정기록물이라도 현직 대통령이 공무수행에 필요한 유일한 기록물이면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사실상 기록물을 못 보도록 막아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 청와대 안팎에선 이참에 법을 바꿔 정권 인수인계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과 국가적 자산인 대통령기록물을 창고에 봉인해 낭비하는 문제는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캐비닛 문건 공개는 새 정권이 전임 정권의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정권 차원의 인수인계는 ‘신뢰’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 ‘백지 인수인계’의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칠 좋은 기회를 이번 파동으로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 문병기 정치부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첫 한국형 헬기 ‘수리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수사 의뢰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사진)의 사표를 18일 수리했다. 장 청장을 비롯한 외청장들은 정권 교체와 함께 일괄 사표를 제출했으나 문 대통령은 후임 인선을 고려해 이를 선별적으로 수리해왔다. 아직 신임 방사청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 청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방산 비리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 청장이 더 이상 방사청장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장 청장 사표 수리에 따라 후속 청장 인사는 이르면 19일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이번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에서도 대량 발견됐다고 청와대가 18일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실과 상황실에서 어제 문건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민정수석실에서 수거해 현재 분석 중이며 아직 분류 작업이 끝나지 않아 정확하게 몇 건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정상황실에서 추가로 발견된 문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 사무실을 썼던 기획비서관실 관련 문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실에서 발견된 수백 건의 문건은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 청와대의 문서를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해 이관하고 그 외 문서들은 폐기하는 것이 관행이다. 더욱이 안보실이 핵심 기밀문서들을 다루는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 문건이 추가로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청와대의 반응이다. 특히 안보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무기 도입과 관련한 보고를 도맡았던 만큼 사드 배치 결정 배경의 이면이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안보실 문건은 대부분 기밀문서로 지정돼 있어 청와대는 비공개로 문서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청산을 위한 반(反)부패관계기관협의회(반부패협의회) 부활을 지시하면서 본격적인 사정 드라이브가 예고된 가운데 청산 대상 적폐 리스트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이날 감사원 등 9개 사정기관의 국장급 실무자가 참석하는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회 첫 회의를 했다. 박형철 대통령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당초 예정된 20분을 넘겨 80여 분간 진행됐다. 앞으로 매달 한 차례씩 열릴 이 회의는 지금까지 진행됐던 검찰의 수사 결과와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등을 놓고 방산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해 반부패협의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19일 문 대통령이 초청한 여야 대표 오찬회동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보다”며 “작성불명의 서류뭉치로 생방송을 하며 국민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훈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방산비리와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하면서 취임 두 달여 만에 ‘적폐청산’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는 별도로 설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적폐청산 개념은 유지하되,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를 담당하는 등 부처별로 담당 분야의 적폐를 조사해 검찰 수사나 감사 의뢰 등 후속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반부패 제도화를 위한 카드로 주요 권력기관장 등이 모두 참여하는 ‘매머드급’ 기관인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반부패협의회) 부활을 꺼내들었다. ○ 적폐청산특위 설치 않기로 가닥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부정부패 척결과 방산비리 근절은 새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이라며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해 국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설치된 반부패협의회는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 대통령이 신설을 주도했던 기구다. ‘부패 청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한 노무현 정부에서 반부패협의회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가정보원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굵직한 현안들을 결정하는 핵심 조직이었다.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국정원장 등이 배석하는 사실상 사정기관 최고 협의체였다. 이에 따라 반부패협의회가 적폐청산의 사실상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와 사정기관들이 조사한 결과 나온 부정부패 사건들을 보고받고 반부패협의회가 이를 방지할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적폐청산특위를 통해 청와대가 직접 부정부패 척결을 주도하지 않는 대신 적폐의 뿌리를 뽑는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반부패협의회는 방산비리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국방개혁과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을 구상하는 협의체 역할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정원장의 참여를 놓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부패협의회가 직접 조사에 나서는 것은 아닌 만큼 적폐청산특위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며 “반부패협의회는 적폐 관행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면서도 “적폐청산특위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중복조사 우려와 함께 청와대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반발과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 드라이브 예고 반부패협의회의 첫 과제로 방산비리를 꼽은 것도 이 기구가 적폐청산의 컨트롤타워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방산비리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른바 이명박 정부의 ‘4자방(4대강 비리·자원외교·방산비리)’과 박근혜 정부 ‘적폐’의 공통분모에 해당한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반부패협의회 부활로 전(前) 정부가 남긴 적폐의 뿌리를 뽑아내 촛불시위로 탄생한 정권의 정통성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반부패협의회는 국가청렴도지수와 반부패지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그런데 다음(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되면서 부정부패가 극심해졌다”고 직접 전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반부패협의회 구성을 위해 조만간 훈령 개정 작업 등 후속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원래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한 최우선 약속이었던 만큼 정부 출범 초기 강력한 의지 천명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주재의 반부패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는 것은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17일 청와대는 정무기획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한 총 1361건 중 자체 조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까지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건 254건을 추렸다. 14일 1차 자료 공개에 이어 두 번째다. 청와대는 “적법하지 않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당사자들은 반발했다. 청와대는 메모의 내용, 문건 제목 등을 공개한 14일과 달리 이날은 새롭게 발견한 1361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작성 주체, 시점이 불분명한 1차 자료와 달리 이번 문건들은 작성 주체와 시점이 대부분 명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을 지냈던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부는 재임 시절 내가 작성한 게 맞다.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라며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립적으로 적어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들은 반발했다.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는 각 수석들이 업무 내용들 보고하고, 토의를 하고 그런 과정이다”고 말했다. 수석비서관회의 회의록을 작성했던 최재영 전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도 “회의록인데 그게 위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14일 공개 자료보다) 이번 건이 훨씬 더 세다”고 말했다. 자료의 분량은 물론 내용도 14일 1차로 공개한 자료보다 훨씬 더 많고 파급력이 강력하다는 얘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서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등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자료와 관련된 추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메모 등이 없기 때문”이라며 “자료의 키워드만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와 문건, 언론 보도 요약본 등이 뒤섞여 있던 1차 자료와 달리 이날 공개분은 상당수가 대통령기록물인 완벽한 문건 형태의 자료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비서관회의 문건은 회의당 두 장 정도로, 민감한 내용이 많다.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불법 아닌가’ 하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 문건들의 실효성이다.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은 키워드만 봐도 삼성, 세월호, 블랙리스트, 위안부 합의 등 박근혜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민감한 주요 이슈가 총망라됐다. 다만 비서실장 주재 회의록인 만큼 위법사항이 입증되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청와대 인사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연관된 자료도 있다”고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내용을 세세히 밝히지 않은 것은 여론전에 나서지 않더라도 검찰의 후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다. 한편 청와대는 다른 사무실에서도 추가 문건을 발견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더 발견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인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대신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됐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반부패협의회)’를 부활시킨다. 문 대통령은 17일 “방산 비리 척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며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해 국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직접 거론한 것은 취임 두 달여 만에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방산 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취임 후 통합을 강조하며 적폐청산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권력형 비리 의혹이 일고 있는 방산 비리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착수를 계기로 전(前) 정권의 부정부패 등에 대한 적폐청산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 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수리온 헬기 납품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장 비리 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방산 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반부패협의회 복원을 민정수석실에 지시했다.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 주요 사정기관들이 모두 참여하는 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게 된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 대통령의 공약인 적폐청산특위를 신설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반부패협의회가 방산 비리 근절을 시작으로 적폐청산을 총괄하는 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와 사정기관들이 분야별 적폐청산을 담당하되 반부패협의회가 결과를 보고받고 제도화에 나서는 방식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반부패협의회 부활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위한 본격적인 사정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반부패협의회에 대해 “반부패 컨트롤타워를 복원해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고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강조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부터 임기 5년간의 재정개혁 방안과 세제개편 방안을 포함한 경제정책 방향을 연달아 발표하며 ‘경제위크(주간)’에 돌입한다. 취임 100일을 한 달여 앞두고 경제·민생 정책 드라이브에 나선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 처리의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사람 중심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경제개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이번 주부터 2주간은 새 정부의 ‘경제위크’라고 할 수 있다”며 “지난 50년간의 경제 틀을 바꾸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청사진을 담은 굵직한 발표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개혁 방안과 경제정책 운용 방향은 역대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축이었던 경제성장률을 대신해 소득양극화 축소 방안 등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의 재정개혁은 단순히 재정을 아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추락하는 경제로 인한 피해를 보듬을 수 있는 재정지출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반등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감세’ 등 왜곡된 재정구조를 개혁해 소득 주도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마련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재정개혁안에는 대기업 감세 축소 등을 통한 실효세율 인상과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등과 함께 세원 확대를 통해 마련된 재정을 일자리, 교육, 보건·복지 등에 사용하는 재정지출 확대 방안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경제정책 드라이브를 예고한 것은 취임 두 달 동안 새 정부의 경제정책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국정자문기획위원회 활동을 통해 100대 국정과제 도출을 완료한 데다 이를 담당할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가 윤곽을 갖추면서 청와대도 본격적인 정책 레이스에 돌입할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이번 주 7월 임시국회 본회의(18일)에서 정부조직법과 추경예산안을 처리하고,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들어간다. 인사 난맥과 추경 등을 둘러싼 혼란스러웠던 정국이 수습되고 문재인 정부 초기 기틀을 다지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다. 다만 여야 간 막판 힘겨루기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여야가 추경안 처리를 위해 주말인 16일에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소집한 가운데 공무원 1만2000명 증원에 드는 예산 80억 원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이라며 ‘80억 원 사수’로 맞서고 있지만 추경안 처리에 협조적인 국민의당마저 이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공무원 일자리 증원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공무원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문제와 국민안전처에서 독립하는 해양경찰청을 해양수산부 산하로 편입하는 방안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1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1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19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진행된다. 특히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를 구성한 한국당이 이 후보자에 대해 공세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