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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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6-02-23~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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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3%
  • [Food&Dining]“펭수는 고단백 저칼로리 참치를 좋아해”

    동원F&B가 최근 ‘남극 출신 펭귄’인 펭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신제품 ‘펭수참치 15종’을 선보였다. 2030 밀레니얼 세대에게 참치의 건강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의도다. 인기 스타로 부상한 펭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참치. 동원참치와 가장 잘 맞는 광고 모델인 셈이다. 펭수가 좋아하는 참치는 가장 대표적인 고단백 저칼로리의 스태미나 식품 중 하나다. 참치는 전체 영양 성분의 27.4%가 단백질로, 생선 가운데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다. 돼지고기(19.7%), 쇠고기(18.1%), 닭고기(17.3%) 등 육류와 비교해도 단백질 함량이 더 많다. 참치는 단백질 외에도 칼슘, DHA, EPA, 오메가6, 비타민 등 인체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들어있는 건강식품이다. 또 참치에는 면역력을 증강시켜준다는 셀레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참치는 똑똑한 아이를 만들어주는 ‘브레인 푸드(Brain Food)’다. 참치와 같은 등 푸른 생선에 풍부히 들어있는 DHA는 뇌를 위한 최고의 영양소로 뇌기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참치캔을 포함한 수산물의 주기적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동원F&B는 2000년 이후 ‘바다에서 온 건강’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참치의 건강성을 부각시켰고 광고, 홍보 등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건강을 지향하는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참치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동원참치는 현재 매년 2억 캔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업계 최초로 총 누적 판매량 50억 캔을 돌파하며 국내 수산캔 시장에 신기원을 이뤄냈다. 2019년에는 누적 판매량 62억 캔을 돌파했으며, 이는 우리 국민(5100만 명 기준)이 1인당 121.6개를 섭취한 수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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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의 ‘웅대한 작전’ 시나리오[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지난해 10월 16일 북한 매체들은 일제히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가는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은 “동행한 일군(일꾼)들 모두는 (김정은의)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 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 안았다”고 전했다. 한국 언론들은 웅대한 작전이 무엇인지에 주목했지만, 알 수는 없었다. 북한이 언급한 웅대한 작전은 북-미회담 결렬에 따른 차후 전략이다.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김정은이 정치국 상무위원들에게 공개했다는 내용으로, 노동당 과장 이상급 간부를 의미하는 ‘중앙당 책임일군’에게만 학습 형식으로 공유됐다. 북한에서 최고 극비에 속하는 학습 내용을 지난해 단독으로 입수했다. 앞부분 몇 줄만 옮기면 이렇다. 중앙당 책임일군 학습요강(기관내 한함).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최근에 적들과의 여러 차례 회담을 진행하시고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들에게 말씀하시고 제시하신 차후 당의 정책 로선에 대하여. “나는 지난해와 올해에 있었던 적들과의 여러 차례 대결을 통해 우리가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처음 회담 전에 내가 예견했던 그대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내 의도를 실현하는 둘째 단계에 들어섰으며 그 실현은 곧 우리의 승리로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회담은 ‘적들과의 여러 차례 대결전’이라고 묘사된다. 간부들에게 기대를 주지 않기 위해 적이라고 묘사하긴 했겠지만, 표현대로라면 많은 사람들이 뭉클했던 판문점 도보회담은 김정은에겐 적과의 대결이었을 뿐이다.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도 대결전 승리를 위해 판문점 전투에 투입된 전사였다. ‘웅대한 작전’이라는 둘째 단계 시나리오를 요약하면 이렇다. 올해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전쟁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국제사회의 승인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선 일정으로 한반도에 관심을 돌릴 여력이 없는 미국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북한을 달래는 데 동의할 것이다. 미국이 끔쩍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을 압박해 달러가 다시 들어오게 만들고 한미 공조에도 틈을 벌린다. 이것이 김정은의 웅대한 구상이다. 중앙당 책임일군 학습요강은 입수된 지 좀 됐지만, 공개를 적잖게 고민했다. 그만큼 민감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학습 자료는 강사가 학습이 끝나는 즉시 기밀문서 취급실에 반환하며 참가자는 필기는 가능하나 이를 외부에 반출해선 안 된다. 그런데 중앙당 고위급을 대상으로 진행된 극비의 학습 내용이 한국 언론에 공개되면 북한 핵심부는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다. 또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려는 찰나에 결말을 미리 공개해 버리면 분노한 김정은이 정보 유출을 막으려고 온갖 방법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정보를 얻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를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결부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지뢰 매설 등의 대남 도발이 되풀이될 수 있다. 국민이 “전쟁 나는 것 아니냐”며 두려움에 휩싸이면 한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이를 막겠다고 개성공단 및 관광 재개를 발표하게끔 상황을 끌고 간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은 대북제재를 타개한 위대한 지도자가 되게 된다. 그런데 변수들이 생겼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알아서 관광을 재개한다고 하니 김정은은 좀 당황했을 듯싶다. 요새 북한은 대남 비난도 하지 않고 조용하다. 더 큰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향후 몇 달간 한국 관광객이 가지 않아도 북한은 할 말이 없게 된다. 드라마로 치면 예상치 못하게 촬영이 중단된 셈이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움츠러든 뒤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계획대로 공포 시리즈를 계속 제작할지, 아니면 결말이 공개된 시나리오를 폐기할지 알 수 없다. 어떻게 되든 놀라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살면서 북한이 세운 시나리오가 그들의 의도대로 마무리된 적을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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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北도 방역 비상… 일부 소식통 “신의주서 첫 확진” 주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이 중국을 거쳐 들어온 입국자를 한 달간 격리하고, 중국 등을 통해 코로나19 진단 키트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동계훈련 규모도 큰 폭으로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없다고 밝혔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16일 대북 소식통은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등을 통해 북한에 들어온 사람들을 신의주에 1개월간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진단·방역 체계가 취약하고 치료를 위한 의료설비, 장비, 인력마저 부족한 북한은 중국처럼 주거지역들을 아예 폐쇄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봉쇄식 관리’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12일부터 코로나19 의심 환자에 대한 격리기간을 기존 14일에서 30일로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 당국은 중국 주재 공관 등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 등에 나와 있는 관계자들에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알 수 있는 진단 키트들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외국 대사관이 몰려 있는 구역에 있는 평양우의병원 정도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19 여파와 경제난으로 올해 북한군의 동계훈련 규모는 큰 폭으로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시 중인 동계훈련의 참가 인원 및 규모를 줄이고 있다. 특히 이착륙, 원거리 비행에 기름이 많이 소모되는 공군 전투기 훈련이 큰 폭으로 줄면서 훈련에 참가한 북한의 공군 전력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감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정규군 창설 72주년이 되는 8일 건군절에 당초 대규모 열병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격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염병 방지를 위한 모든 대책을 총괄할 정도로 방역망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위생방역사업을 더 강하게, 더 광범위하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에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은…”이라며 확진 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0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 열차 운행을 중단해 국경을 봉쇄한 상태다. 하지만 복수의 북한 소식통은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변에 있는 강성무역회사 전용 부두를 관리하는 보위지도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강성무역회사는 북-중 무역을 위한 전용 부두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로, 북한 광물 밀수출(密輸出) 업체 중 가장 크다. 대북 소식통은 “확진자가 국경 폐쇄를 선언한 지난달 30일 이후 밀무역을 위해 몰래 중국에 다녀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대책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군법으로 다스리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어 감염자는 처형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당국은 신의주를 완전 봉쇄했으며, 신의주시 노동당위원장은 코로나19 예방대책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즉각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zsh7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신규진 기자}

    •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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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예방차원 격리된 北관료, 몰래 대중목욕탕 갔다가 총살”

    북한 북부 나선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조치로 격리됐던 관료가 몰래 공공시설에 갔다는 죄명으로 총살됐다고 북한 소식통들이 12일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0일 국경을 봉쇄하고, 그 이전에 중국에 다녀왔거나 중국인과 접촉한 사람은 무조건 보름 동안 격리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격리 기간에 지정 구역을 무단이탈하는 행위에 대해선 ‘군법으로 다스리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중국을 다녀왔다가 격리된 한 무역 관련 관료가 이달 초 몰래 대중 목욕탕을 방문했다가 발각돼 체포됐고 곧바로 총살형을 받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은 또 평안북도에서도 중국 방문 사실을 숨겼던 국가보위성 대령급 고위 간부가 최근 농장원으로 전격 강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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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에 원상 복귀한 장성택 집안[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설 연휴에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지 6년여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경희가 죽었다고 알고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장성택도 부활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성택이 부활할 일은 없다고 본다. 2013년 12월 13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판결문을 보면 장성택에겐 ‘반당반혁명 종파분자, 만고역적, 대역죄인’ 등의 죄명이 들씌워졌다. 이 중 하나만 해당돼도 북에선 살아날 사람이 없다. 판결문은 맨 마지막에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 집행되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12월 12일 이전에 장성택을 죽였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제 장성택이 살아 나타나면 김정은은 지금까지 잔악한 지도자로 욕은 욕대로 먹고, 또 세계와 북한 주민의 신뢰까지도 철저히 잃게 된다. 장성택 처형 이후 수많은 그의 심복들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김경희도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장성택 처형에서 김경희가 보인 태도에 대해선 그가 남편의 처형을 승낙했다는 주장과 강하게 반대했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김경희는 김씨 패밀리의 어른이자 장성택의 아내이다. 이런 그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아주 상식적인 문제다. 김경희와 장성택은 1990년대부터 사실상 별거 상태였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던 자식인 장금송마저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자살했다. 그나마 부부의 연을 이어주던 끈이 끊긴 것이다. 20대 중반의 어린 김정은이 권좌에 오르자 중국은 이를 북한을 변화시킬 절호의 기회로 봤다. 2012년 8월 중국은 김정은도 아닌 장성택을 베이징으로 불렀다. 이때 중국 지도자들은 그에게 “개혁개방으로 간다면 실질적 권력을 잡도록 적극 밀어주겠다”는 언질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비밀은 북에 전해졌다. 유출자로 지목된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은 장성택이 처형된 직후 체포돼 국가비밀 누설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권력은 둘이 나누지 못한다. 만약 어린 조카를 우습게 보고 야심을 키운 장성택이 중국이란 엄청난 힘을 등에 업고 북한을 장악하면 김씨 가문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백두혈통을 자처하는 김씨 가문 최고 어른 김경희는 패밀리와 허울뿐인 남편 중 누굴 택할까. 북한은 사실상 김씨 패밀리가 오너인 재벌과 비슷하다. 창업주 김일성, 2대 김정일, 그리고 3대 김정은까지 내려왔다. 한국 재벌 중에 대가 끊기지 않았는데도 재벌의 딸이 남편을 선택해 성이 다른 사위에게 기업이 넘어간 사례는 없다. 패밀리 기업의 특징이 바로 이렇게 핏줄이 최우선 순위라는 점이다. 한국에는 장성택 숙청 이후 장씨 핏줄 3대가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장성택 숙청 이후 그의 먼 친척들까지 보위부에 잡혀간 것은 사실이다. 이웃들은 그들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반전이 있었다. 장씨 집안은 사라진 지 일주일 만에 다시 평양에 나타났다. 장성택 조카들을 포함해 대다수가 거주지는 물론이고 직업까지 원상 복구됐다. 부관참시를 해도 모자랄 ‘만고역적, 대역죄인’인 장성택의 두 형은 지금도 ‘애국열사릉’에 애국자로 대접받으며 묻혀 있다. 물론 장성택의 혈육 중에 함께 권력의 단맛을 봤던 몇 명은 처형된 것도 사실이다. 장씨 집안의 복권은 몇 년 전에 정보를 들었고, 최근 내막을 잘 알 수 있는 소식통에 의해 교차 확인도 했다. 이들을 살려낸 것도 다름 아닌 김경희였다. 장성택의 제거로 힘이 빠진 그의 패밀리까지 멸족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경희는 장성택과 사이가 나빠지기 전엔 장씨 집안의 어른 역할도 같이하며 시댁 식구들을 엄청 챙겼다. 그래서 아기 때부터 돌봐주며 키웠던 시댁 조카들까지 죽일 만큼 모질진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김경희가 죽은 뒤에도 장씨 집안이 잘 살아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이 시점에 김경희는 왜 다시 등장했을까. 자신이 죽기 전에 김정은을 고모까지 죽인 파렴치범의 이미지에서 구해주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급격히 악화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체제 유지를 위한 공포의 악역을 자처하려는 것일까. 그 해답은 머잖아 자연히 알려지게 될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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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위성 재신임한 김정은, 공포통치 시작된다[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 직전 김정은은 정경택 국가보위상을 불러 보위성에 김정일 동상을 다시 세울 것을 지시했다. 동상 해체를 지시한 지 거의 3년 만이다. 동상 건립 자금도 대줄 형편이 못 돼 보위성은 올 초 모금을 시작했다. 김정일 동상이 보위성에 건립된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김정은 집권 이후 김정일 단독 동상을 구내에 제일 처음 세운 것이 국가보위성이다. 2012년 10월 동상 건립 행사에 김정은도 참석했다. 그런데 2017년 1월 이설주 외가 쪽 친척인 강기섭 민용항공총국장이 보위성에 끌려가 취조를 받던 중 사망하자 김정은이 대로했다. 그는 김원홍을 즉각 해임시켜 조사를 받게 하고 보위성 간부 3명을 처형했다. 그것으로도 화가 풀리지 않아 “국가보위성은 수령님들의 동상을 모실 자격이 없다”며 동상을 즉각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김원홍을 지난해 총살하고, 후임인 정경택 보위상에게 동상 건립을 다시 지시한 까닭은 명백하다. 한동안 불신했던 보위성에 다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다. 보위성에 대한 재신임은 공포통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김정은은 북-미 관계가 의도대로 풀리지 않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자인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수많은 사람이 굶어죽었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경제가 파탄나면 민심 이반은 필연적이다. 주민을 통제하려면 외부를 향해 시선을 돌리게 하거나, 내부적으로 공포통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외부 도발은 쉽지 않다. 미국의 행동이 예측 불허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제거했듯이 북한의 도발에 상응한 군사적 보복을 가한다면 김정은은 궁지에 몰린다. 주민을 향해 수십 년 동안 “미국이 무서워하는 위대한 장군”이라 세뇌시켰는데, 미국의 공격을 받고도 가만있으면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에 보복하려니 감당할 자신이 없다. 결국 김정은이 확실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내부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불안한 민심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방법밖에 없다. 그걸 위해 보위성이 필요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지켜본 북한인지라 앞으로 보위성이 무엇을 할지 예상하기 어렵진 않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조만간 미제 또는 한국에 의한 간첩단을 적발했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대적인 반간첩 투쟁과 내부 처형을 시작하는 것이다. 피바람이 분다는 뜻이다. 보위성은 지금쯤 필요한 순간에 간첩으로 둔갑시킬 희생양을 열심히 고르고 있을 터이다. 손쉬운 수법은 북-중 국경에서 외부와 통화하는 사람 몇 명을 몰래 색출해 점찍어둔 뒤 간첩단으로 둔갑시킬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부가 구상 중인 대북 개별관광이 시작됐을 때 한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간첩으로 체포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과거 보위성이 간첩을 잡았다고 연 기자회견들을 보면 시나리오가 너무 엉성해 실소가 나오는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2016년 7월 16일 노동신문에 주성하란 이름이 10번이나 오르내린 일도 있었다. 당시 북한은 북-중 국경에서 납치한 탈북자 고현철 씨를 간첩이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주성하 놈은 ‘동아일보’ 기자의 탈을 쓰고 미국과 괴뢰정보원의 막후조종을 받으며 우리 주민들에 대한 유인납치 만행을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나를 “남조선의 ‘북 인권’ 단체들을 배후조종하는 수잰 숄티의 ‘디펜스포럼’과 연결돼 미국과 남조선의 유인납치 단체들 사이에 자금을 중계해주고 연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숄티 대표를 만난 적도, 대화한 적도 없는데 너무 터무니없이 엮으니 어이가 없었다. 보위성은 발표 내용에 등장하는 다른 탈북민들에 대해선 ‘민족 반역자’라고 지칭하면서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렸지만, 나에 대해선 그런 수식어를 빼놓았다. 탈북한 사람이 동아일보 기자를 한다는 사실만은 주민에게 숨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보위성은 앞으로 간첩단 사건을 발표해도 내겐 막을 능력이 없다. 다만 ‘주성하의 지시를 받는 간첩’을 잡았다는 치졸한 시나리오는 없길 바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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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2인자 황병서의 비참한 말로[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2017년 10월 12일 평양 만경대혁명학원 창립 70주년 행사가 열렸다. 항일 빨치산 유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1947년에 설립된 이 학원은 지금도 북한 체제를 수호하다 죽은 사람들의 자식을 데려와 핵심 간부로 양성한다. 이날 학원을 찾은 김정은은 학원을 돌아보며 예술 공연도 관람한 뒤 운동장에 나왔다. 그런데 이런 행사에 늘 세트처럼 준비되는 체육 경기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은 옆에 있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에게 “왜 체육 경기를 조직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당시 68세였던 황병서는 우물쭈물하다가 33세 김정은이 재차 묻자 입냄새가 날까 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중앙당과 토론을 하고 그렇게 했다”고 대답했다. 이 대답에 김정은은 “중앙당이 너와 토론하는 상대냐”며 버럭 화를 내고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차에 올랐다고 북한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은 노동당은 혁명의 향도자, 승리의 기치라고 선전한다. 노동당의 두뇌인 중앙당은 철저히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누구와 토론이나 합의를 보는 곳이 아닌 것이다. 황병서는 당시 명목상 북한의 2인자였다. 그는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아경기 때 김정은의 전용기를 타고 특사 자격으로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대동하고 남쪽에 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도 김정은을 포함해 단 4명뿐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었고,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북한군 총정치국장,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었다. 이런 황병서조차도 마음대로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화를 낸 것은 비단 체육 경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군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는 황병서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였다가 폭발했다고 봐야 정확할 것이다. 다음 날 군 총정치국에 대한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시작됐다. 수장인 황병서를 비롯한 총정치국 간부 몇 명은 ‘혁명화’를 시작했다. 황병서에게 주어진 혁명화는 중앙당 잡부였다. 하루 종일 넓은 중앙당 청사 구내를 빗자루로 쓸고 정원의 화초를 다듬는 등 온갖 잡일을 다 했다. 가장 큰 굴욕은 출퇴근 시간에 중앙당 청사 정문에 서서 어제까지 부하였던 간부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해야 했던 일이었다. 중앙당이 어떤 곳인지 ‘촌수’를 까먹은 황병서에 대한 김정은의 확실한 교육이었다고 할 수 있다. 황병서가 혁명화를 시작하고 한 달쯤 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그가 “당에 대한 불순한 태도 때문에 처벌됐다”고 보고했다. 이후 황병서가 처형됐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난무했다. 하지만 황병서는 이듬해 2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북한에서 발표한 그의 직책은 노동당 1부부장이었다. 이를 기초로 통일부는 그가 조직지도부 1부부장에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이때 황병서가 선전선동부 1부부장으로 복권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살아나는 듯했던 황병서는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모습을 감추었다. 지난해 7월쯤 황병서의 운명이 완전히 끝났다는 정보가 북한에서 입수됐다. 떵떵거리며 살던 황병서의 집안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황병서의 셋째 사위다. 황병서의 배경을 등에 업고 가장 교만하게 놀던 사람 중 하나인 그가 사라진 것이다. 국토환경보호성 당위원회 간부처장으로 장인이 혁명화할 때도 무사했던 인물이다. 반년 가까이 황병서가 어떻게 됐는지 알기 위해 각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처형된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과 달리 황병서의 행방은 쉽게 파악되지 않았다. 교화소에 갇혔다는 정보, 평양 근교 노동자로 강등됐다는 정보 등이 혼재돼 있었다. 하지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은 황병서가 지난해 5, 6월경에 김원홍과 함께 처형됐다고 전해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황병서가 처형됐다고 보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처형 보도의 특성상 단언하진 않겠다. 여러 정보를 종합하면 황병서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김정은은 2인자였던 황병서나 김정은의 ‘저승사자’였던 김원홍은 내외부에 줄 충격 때문에 간부들도 모르게 조용히 없앤 것으로 보인다. 차수 왕별을 달고 김정은 앞에 무릎 꿇은 채 손으로 입을 막고 보고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준 황병서였지만, 토사구팽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음 순서는 누가 될지 궁금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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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하반기 대한민국 뒤흔든 ‘조국 파동’…2019년 국내 10대 뉴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논문 조작 의혹으로 시작된 이른바 ‘조국 파동’은 올 하반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그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재임 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어 조국발 국정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대책이 쏟아졌지만 집값은 떨어질 줄 몰랐고, 무역 갈등과 지소미아 종료 논란으로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탄핵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 몇몇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내년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국내 10대 뉴스>1.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부정 의혹 올 8월 9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명되면서 조 전 장관 가족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다.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와 사모펀드 투자 등으로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이례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대학가와 서울 광화문에선 조국 사퇴 요구 집회가, 서초동에선 검찰 개혁 촉구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지명 67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부인과 동생, 5촌 조카가 구속됐고, 조 전 장관도 기소될 예정이다. 2.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 범위와 제재 해제 등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양측의 이견으로 결렬됐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긴급 회동해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마저 결렬되면서 한반도는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 3. 정부 대책에도 집값 폭등 올해 내내 서울 집값이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서울 집값은 꺾일 줄 몰랐고, 그 상승세는 시간이 갈수록 가팔라졌다. 반년 만에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아파트값이 수억 원씩 뛰면서 ‘미친 집값’이라는 말까지도 터져 나왔다.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키고, 이달에는 15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강력 대책을 쏟아냈다.4. 유재수 감찰 무마 및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 2017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하고 영전을 이어가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수뢰 혐의로 올 12월 구속됐다. 감찰 중단을 요청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에 더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5.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은 일본은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통해 경제 보복에 나섰다.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을 막고,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우리 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며 반격을 가했다. 11월 이후 양국 관계는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만 배상문제의 해법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6. 화성 연쇄살인 진범 이춘재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정체가 33년 만에 드러났다. 올해 9월 경찰은 처제를 강간 살인해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56)의 유전자(DNA)가 화성 사건 피해자 유류품에서 나온 땀 세포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총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모 씨(52)는 지난달 재심을 청구했다.7. 헝가리 유람선 침몰로 한국인 26명 사망 실종 5월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대형 크루즈선과 충돌하며 침몰했다. 이 사고로 배에 탔던 한국인 관광객 33명 중 25명이 숨졌고, 한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현지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유람선에는 선원이 부족했고 우천 시 운항에 필요한 장치도 없었다. 유람선을 들이받은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 선장은 현재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이다.8.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올해 ‘로켓’을 탔다. 한국 영화 최초를 넘어 세계 영화의 마천루를 향해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잇달아 챙겼다. 내년 열리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의 수상 가능성도 기대된다. 사회적 메시지에 스릴, 유머를 섞은 봉준호식 블랙코미디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영화 역사의 미답지를 밟아가고 있다.9. ‘차붐’ 넘어선 손흥민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이 한국 축구역사를 새로 썼다. 11월 7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통산 123골로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세웠던 한국인 유럽 최다골(121골) 기록을 넘어섰다. 26일 현재 126골. 손흥민은 한 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 투표에서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인 22위에 올랐다. 10. 선거법·검찰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논란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올해 4월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여야 간 사생결단식 충돌은 올해 내내 이어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4·15 총선은 새로운 지형에서 치러지게 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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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형된 ‘김정은의 저승사자’ 김원홍[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김정은 체제의 악명 높은 저승사자였던 74세의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이 올해 5, 6월 사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정은 체제가 막 첫걸음을 떼던 2012년 4월 국가보위부장으로 임명돼 2017년 1월 해임될 때까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비롯한 수많은 고위 간부 처형에 앞장섰다. 김원홍이 2003∼2010년 사이 북한군 보위사령관(한국 기무사령관과 비슷함)으로 있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의 손에 처형당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저승사자도 토사구팽의 운명은 피하지 못했다. 어쩌면 예고된 결말이기도 하다. 1973년 국가보위부 창설 이래 이 죽음의 부서 수장들은 모두 자살이나 처형,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김원홍의 몰락을 불러온 결정적 계기는 2017년 1월 말 강기섭 민용항공총국 총국장을 죽게 만든 사건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정은이 노동당 후보위원에 불과한 강기섭의 빈소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시신을 쓰다듬는 장면이 북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강기섭은 김정은의 처가 쪽 친척인데, 단순한 친척 이상의 역할을 했다. 김정은의 역점 사업이던 순안공항 신축 공사를 완성한 이가 강기섭이었다. 이때 건설 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고려항공총국 운송회사가 만들어졌다. 북한에는 택시 영업으로 돈을 버는 다양한 중앙기관 소속 운송회사가 많다. 2017년 당시 고려항공에는 소속 택시의 숫자도 가장 많았고 운행법에서 특혜도 많이 받았다. 이렇게 번 돈으로 강기섭은 공항 신축을 마무리했다. 나아가 김정은의 새 전용기까지 러시아에서 사왔다. 장성택을 비롯해 북한의 내로라하는 간부들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것이다. 강기섭이 잘나가자 김원홍은 뒷조사를 시작했다. 비리가 많으니 직접 조사하겠다고 김정은의 승낙도 받았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받은 혹독한 고문에 강기섭이 그만 쓰러졌고, 이송된 병원에서 의식도 차리지 못한 채 죽었다. 강기섭이 입을 열지 않고 죽다 보니 김원홍은 무고한 사람을 죽인 셈이 됐다. 김정은은 격노했다. 김원홍은 그때까지 칼잡이로서 결단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정은의 신임만 믿고 사람들을 무작정 잡아다 심한 고문을 일삼다 보니 원성이 자자했다. 사실 깨끗한 간부도 없거니와, 보위부 조사실에서 거꾸로 매달려 전기고문을 받다 보면 안 한 짓도 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분노에 찬 김정은은 용도 폐기 결정을 내렸고, 김원홍을 곧바로 해임했다. 보위성엔 집중 검열이 시작됐고, 그 결과 조직부 간부 3명이 처형됐다. 김원홍은 몇 달 조사를 받고 북한군 총정치국 보위사령부 담당 과장으로 좌천됐다가 2년 뒤 처형됐다. 요즘 김정은은 현직에서 바로 죽이지 않는다. 쩍하면 죽인다는 해외 여론을 의식해서다. 그 대신 언론의 주목에서 사라지길 기다렸다 처형한다. 김원홍은 미국에 핵 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다 처형됐다. 터무니없는 죄명이었다. 김원홍의 가족도 동반 몰락했다. ‘철’이란 외자 이름으로 알려진 김원홍의 아들은 한때 해외에서 김정남 다음으로 돈을 흥청망청 쓰던 인물이었다. 그는 통일전선부 산하의 해외출장소 책임자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근무하며 마약, 위조화폐 밀매 등 온갖 불법을 저질렀다. 현지 경찰에도 여러 차례 체포됐는데, 그때마다 보위성 해외 파견 요원들이 총동원돼 구출해냈다. 뇌물로 꺼내지 못하면 인질극까지 벌여 맞교환하기도 했다. 나중엔 현지 경찰이 “붙들어 봐야 또 풀려날 놈”이라며 체포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대다수 북한 고위간부나 그 자식들과 마찬가지로 김철도 마약중독자였는데, 중독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아버지가 해임돼 조사를 받을 때 김철은 심장발작을 일으켜 죽을 뻔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처형됐으니 마약중독자 아들의 결말도 뻔했다. 나는 이 칼럼을 통해 여러 차례 김원홍에게 비참한 말로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의 후임 정경택 국가보위상도 결코 다를 수 없다. 정경택은 군 총정치국 조직부장이던 2016년 2월 리영길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비판하는 노동당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에게 “가장 맵짜게 토론을 잘한 똑똑한 사람”이란 칭찬을 받았다. 이후 그는 보위성 당 사업을 지도하는 중앙당 8과 책임지도원으로 영전했다가 보위상까지 출세했다. 부디 정경택이 “나만은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임자들의 교훈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북한 체제에 예외란 없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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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강원도의 포악한 탐관오리들[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북한 뉴스를 다루다 보면 일반 상식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일을 경험할 때가 있다. 2005년 8월 북한 신의주지역 거주민에게서 현지 사업가의 비리 제보를 받은 일이 대표적이다. 노동당 원자력지도부 산하 강성무역회사 강모 사장(당시 47세)이 임금을 떼어먹고, 노인들을 구타하고, 첩을 4명이나 두고 있는데도 처벌받지 않고 잘산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참다못한 사람들이 중앙당에 신고했지만 강 사장에게 매수된 주요 간부들이 제보를 묵살하고, 신고자의 신원만 노출돼 피해를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 언론에 이런 내용이 실리면 북한 고위층도 비리 사실을 알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화교를 통해 기자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수고도 감수했다. 결국 이 내용은 동아일보에 기사화됐고, 강 사장은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강원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지막지한 약탈을 고발해 달라는 북한 주민의 제보였다. 대북 제재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김정은은 올해 “사법기관이 산림자원을 중국에 팔아 돈을 버는 장사꾼들을 단속 통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잣 도라지 더덕 오미자 등과 같은 산지 식물을 국영 무역기관이 관리하면서 수출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제보자에 따르면 강원도 간부들은 김정은의 지시를 앞세워 개인 상인에 대한 약탈 허가라도 받은 듯이 무지막지한 단속을 일삼고, 상인들의 물품을 빼앗아 개인적으로 착복하고 있다. 강원도당 위원회는 “비법(불법)적인 장사 활동을 타격하여 자금난을 극복하라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며 아예 도 검찰소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웠다. 북한에서 산이 많은 강원도는 잣이 유명하다. 이곳에서 잣을 구입해 중국으로 팔던 개인 상인들이 이번 조치로 특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함경북도 출신 상인들이 당한 피해액만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재산을 날리고 파탄 위기에 내몰린 이들도 생겼다. 잣과 누에고치를 비롯해 약 12만 달러어치를 몰수당한 함북 김책지역의 한 여성은 ‘빚단련(빚 재촉)’에 시달리다 견디지 못하고 아비산을 먹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잣 구매 자금은 대개 선불로 치러진다. 양강도 혜산에서는 대금을 주고도 잣을 받지 못하자 앙심을 품은 중국 상인이 살인 청부를 의뢰해 중태에 빠진 남성도 발견됐다. 중국인의 빚 독촉에 북한 상인이 여성과 아이들을 유괴해 중국에 팔아먹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문제가 잇따르고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도 나오고 있지 않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결부돼 있어서다. 강원도 잣 몰수 작업은 강원도 검찰소 7처장 한철민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십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몰수한 최상품 잣을 몰래 최고가인 6000달러에 팔아치운 뒤 몰수조서엔 품질이 나쁜 상품이어서 2000달러에 처분했다고 적고 차액을 빼돌리는 식이다. 그는 이 외에도 다른 산림 자원과 수산물 등을 당의 방침에 따라 취하는 조치라며 마구잡이로 몰수하거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며 사욕을 챙기고 있다. 한철민은 또 원산시내 젊은 미모의 여성 상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보호해 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성관계를 맺거나 협박을 통한 성폭행도 수시로 일삼는다고 한다. 북한에선 돈 많고 여자 많은 권력자들 대부분이 마약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철민도 예외는 아니어서 늘 차에 필로폰 10g 정도를 싣고 다닐 정도로 마약에 중독돼 있다. 한철민의 뒷배를 봐주는 인물이 있다. 박정남 강원도 도당위원장이다. 그는 6·25전쟁 당시 소년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한국의 도지사 격인 도당위원장까지 올랐다. 3년 전 국가보위성에서 그의 비리를 알고 제거하려 했다. 하지만 김원홍 보위상이 먼저 숙청되면서 그에 대한 처벌 문제는 유야무야됐다. 박정남 역시 필로폰 중독자다. 강원도는 김정은이 자주 방문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박정남 같은 탐관오리가 김정은의 뒤를 쫓는 모습을 지켜보는 북한 주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19세기 말 갑오농민전쟁은 고부군수 조병갑의 약탈을 참지 못한 백성들이 들고일어나면서 시작됐다. 현 상황을 내버려둔다면 김정은의 고향인 원산에서 경자년인 내년에 인민봉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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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리[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1997년 북한에서 사기당한 중국인 사업가 50여 명이 시위를 하려 관광객으로 위장하고 평양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고려호텔에 들어왔다. 고려호텔에서 노동당 중앙당사 정문은 400m 정도 떨어져 있다. 중앙당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 당국이 대책을 세워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이들이 호텔 앞에서 시위를 벌이려 할 때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북한 관광 가이드 두 명은 필사적으로 이들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침 지나가던 군용차 한 대가 이 광경을 봤다. 군관 두 명이 내리더니 차에 시동을 걸 때 사용하는 쇠막대기를 들고 고함을 지르며 시위대에 달려들어 마구 때렸다. 중국인들은 혼비백산해 호텔로 도망쳤다. 다음 날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은 “군인들의 폭행에 우리 공민 여러 명이 다쳤다”고 항의했다. 북한은 사과했다. 정작 김정일은 “군관들이 진짜 배짱이 좋다”며 특진시켜 주었고,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 22년이 지난 요즘에도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다. 평양시내 여러 호텔에는 떼인 돈을 받겠다고 들어와 버티는 중국 상인들이 적잖다. 몇 년씩 버티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있는 만수대 언덕에 올라가 난동을 부리는 중국인도 있다. 이런 일이 김정은에게 보고되면 대외적 위신을 하락시켰다는 이유로 채무자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인도 입국이 금지돼 북한에 다시 올 수 없다. 이런 분쟁 처리는 중앙당 해외사업부가 담당한다. 북한 간부들은 이런 일을 처리하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다. 이는 북한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요즘 이런 분쟁 중재에서 중국인들의 환영을 받는 여인이 나타났다. 최선희 국무위원 겸 외무성 부상의 조카 최수경이다. 최선희의 오빠가 중앙통계국 국장인데, 그의 딸이다. 최수경은 대중 석탄 수출을 하는 무역기관에서 일했다. 대북 제재로 석탄 수출이 막히자 새로운 돈벌이를 위해 ‘해결사’로 변신한 셈이다. 그는 평양에서 버티는 중국인들을 만나 사연을 듣고 관련 내용을 최선희에게 전한다. 떼인 돈을 받아주면 총금액의 30∼50%를 수수료로 받는다. 중국인들은 최선희가 실세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최수경에게 적극 매달린다. 북한 관계자들도 최선희가 개입하면 어떻게 하든 돈을 갚아주려 한다. 최선희가 김정은에게 말하면 회사는 사라지고 자신은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이 해결되면 최수경은 수수료를 받고, 상당 금액을 최선희에게 건넨다. 이런 식으로 최선희가 챙긴 돈이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에서 최선희식 비리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권력을 가진 간부 거의 대부분이 권력을 이용해 뒷돈을 챙기기에 바쁘다. 다만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할 최선희가 대북 제재로 어려워진 북한 업체들에서 돈을 받는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김정은은 요즘 원산갈마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쓸 돈이 없어 고민인데, 최측근은 몰래 달러벌이에 열심인 모양새다. 최선희는 남쪽 신문에 이런 식으로 자신의 비리 사실이 폭로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사실 이 얘기를 쓸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의 전임 한성렬 부상도 뇌물죄로 처형됐었다. 하지만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최선희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행동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이 끝난 뒤 외무성은 회담 파탄의 책임을 통일전선부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리며 그들 때문에 김정은이 망신당한 것처럼 몰아갔다. 그 결과 올해 5월 김영철은 당 책벌을 받고 통전부장 자리에서 밀려났다. 김성혜 실장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고, 김혁철 전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박철 아태 부위원장은 출당·철직돼 가족과 함께 지방에 추방됐다. 외무성의 입김이 커지면서 남북 관계도 파탄 났다. 요즘 외무성도 매우 초조해진 듯한 느낌이다. 시간은 하염없이 가는데 성과가 없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최선희는 요즘 미국을 압박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지난 칼럼에서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의 실각 내막을 자세히 다룬 뒤 김정은은 북한 장성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켰다. 정보가 새나간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통전부의 복수를 해주는 듯한 이 칼럼이 나가면 통전부나 외무성 간부들의 스마트폰 사용도 금지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이 칼럼은 전혀 관련이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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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정은, 軍간부들에 스마트폰 사용 금지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관련 조직 간부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군 관련 기관의 비밀엄수가 되지 않는다”며 군사 관련 기관 간부들의 지능형손전화기(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북한군 총참모부 총정치국 인민무력성 인민보안성(경찰) 국가보위성(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 간부들은 27일부터 ‘비아(VIA)전화기’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비아전화기는 고위급 간부들에게 지급된 비밀유지용 2G폰으로, 전화와 문자만 가능하다. 그러나 간부들은 도청이 되는 비아전화기의 사용을 꺼려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써왔다. 소식통들은 “이번 조치는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실각된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77)이 필로폰 사건에 연루됐다는 북한 내부의 극비 사항이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등 군 관련 기관의 비밀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외부로 새나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했던 리 전 총참모장은 실각한 지 3년 뒤인 2015년 북한군 총참모부 작전국 1처 부처장으로 평양에 돌아왔고, 2017년 김일성군사대학 전술부학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는 14일자에 게재된 ‘마약에 빠져 파면된 북한군 총참모장’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리 전 총참모장이 필로폰 사건에 연루됐다는 북한 내부의 극비 사항을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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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에 빠져 파면된 북한군 총참모장[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리영호 북한군 총참모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 숙청된 첫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7월 15일 북한은 당 정치국회의를 열고 “리영호를 신병 관계로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놀라운 소식이었다. 리영호는 김정은의 군사 과외선생이자 고문이었다. 그는 김정은이 군권을 장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공로로 그는 북한군 차수로 승진했고, 실세 중의 실세가 됐다. 김정일 장례식 때 그는 김정은과 나란히 서서 운구차를 호위했다.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김정은 김영남 최영림 다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과 허수아비 총리인 최영림을 빼면 사실상 리영호가 김정은 다음의 실세임을 보여준 셈이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몰락에 수많은 억측이 쏟아졌지만 당시에는 정확한 이유와 생사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다. 나는 지난 7년 동안 여러 소식통을 통해 리영호의 숙청 이유를 취재했다. 그 결과 리영호가 북한에서 ‘얼음’이라 불리는 필로폰 복용 및 제조, 판매에 가담한 사실이 발각돼 몰락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2녀 1남 자식 중 둘째 딸이 화근이었다. 리영호는 강원도 근무 시절 눈여겨본 부하를 둘째 사위로 삼은 뒤 친아들 이상으로 챙겼다. 리영호 숙청 직전 친아들은 대대 정치지도원(대위)에 불과했지만 둘째 사위는 대좌(대령) 계급을 달고 많은 뇌물을 챙길 수 있는 핵심 보직을 꿰찼다. 또 평양 외곽을 방어하는 91훈련소(군단급) 부사령관으로 승진할 참이었다. 실세 장인을 등에 업은 사위는 상관인 군단장의 지시도 무시할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리영호의 둘째 딸은 허리가 늘 아팠는데, 그의 집에 어느 날 ‘유명 한의사’가 나타났다.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북한에는 지방을 떠돌며 환자를 치료하는 한의사가 많다. 이들 중에는 간부나 부유한 가정의 여인들을 노리는 사기꾼들도 있다. 둘째 딸에게 접근한 한의사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이고 필로폰을 이용해 치료를 시작했다. 통증을 잊게 된 둘째 딸은 그를 평양의 친정에 소개한다. 이후 리영호와 가족들은 물론 책임운전사까지 그에게 빠진다. 이들은 그가 필로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마약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얼마 뒤 리영호는 총참모부 산하에 ‘화학무기연구소’를 만들었다. 필로폰을 제조해 팔겠다는 의도였다. 떠돌이 한의사는 총참모부 산하 화학무기연구소 소장이라는 고위 군관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당시 북한에서는 벼락출세로 안하무인이 된 리영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뿌리 굵은 가문 출신’들이 적지 않았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노동당 조직지도부 등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리영호는 민간 출신인 최룡해가 자신을 견제하는 자리인 총정치국장이 된 데 불만이 컸다. 이에 최룡해는 보위사령부에 리영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책임운전사가 연구소에서 만든 필로폰을 판매업자에게 넘기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장성택과 최룡해 등은 리영호를 ‘현대판 김창봉’으로 몰았다. 김창봉은 항일 빨치산 출신으로 김일성의 큰 신임을 받고 민족보위상(국방장관)까지 오른 인물로, 1968년 1월 21일에 발생한 청와대 습격사건, 하루 뒤인 22일 벌어진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등을 주도했다. 하지만 자신의 위세를 믿고 권력을 남용하다 1969년 숙청됐다. 리영호는 해임 전 고급당학교에 적을 두고 몇 달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지방으로 쫓겨났다. 그의 아내가 남편의 죄를 속죄한다며 조사 기간 평양 창전거리살림집 건설 현장에 자원해 일하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둘째 딸은 남편과 강제 이혼을 해야만 했다. 둘째 사위는 고위급 전용병원인 남산병원에서 마약치료를 받고 제대한 뒤 황해남도 용연군 인민군농장 관리부위원장으로 좌천됐다. 리영호는 일부 언론 보도처럼 처형되지는 않았다. 3, 4년간의 혁명화 과정을 거친 뒤 총참모부 작전처로 복귀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그의 파면을 주도한 최룡해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라는, 형식적이지만 2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어 복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올해 77세인 리용호는 김정은의 신임을 다시 받아 지금 무대 뒤에서 군사고문으로 활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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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킹은 하지 맙시다[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성공적인 연애를 하려면 크게 두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들었다. 우선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상대에게 줘 호감을 사야 한다. 교제에 성공하면 그 다음은 신뢰를 쌓아야 한다.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상대에게 줘야 한다는 뜻이다. 호감을 얻는 데 성공하고도 신뢰를 쌓지 못해 깨진 커플들을 자주 본다. 대개는 이 단계에서 다른 인연을 찾는다.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해 집착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 경우 상대방을 쫓아다니는 스토킹 단계에 이르고, 이는 대개 결말이 좋지 않다. 최근의 남북관계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 아쉽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판문점 회담과 평양 방문을 통해 김정은의 호감을 얻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백두산에서 두 사람이 함께 손을 번쩍 쳐들며 지은 표정들에선 진심도 느껴졌다. 하지만 이후 단계에서 양쪽은 크게 틀어진 듯하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많은 약속들이 오갔을 것으로 확신한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그리고 평양에서 두 사람이 비공개로 보낸 많은 시간과 당시 김정은의 얼굴에 드러났던 밝은 표정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들을 보면 그 약속이 실행으로 이어지고, 신뢰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한 것 같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제안에 크게 환영하며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의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들만 오갔을 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동의가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입장만 거듭했다. 김정은이 지난주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하자 화들짝 놀란 우리 정부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북한에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며 “북한의 관광산업 육성 정책 등도 충분히 고려하면서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이마저 거절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김정은이 제안했을 때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움직였더라면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신년사를 통해 북한 주민과 전 세계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상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자 김정은은 지금 무안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눈에 1년 넘게 미국만 쳐다보며 남북관계 진전에 손을 놓고 있는 남쪽은 ‘미국의 마마보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올봄부터 문 대통령과 더는 교제하려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마음을 바꾸지 않고 있다. 연애를 잘하려면 눈치도 있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이 떠날 조짐이 보이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이 떠나려 하자 ‘남북 평화경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올림픽 공동 개최’ 같은 뜬금없는 메시지만 남발했다. 상대가 나를 마마보이로 생각하고 멀리하려 할 때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제일 시급하다. 그렇게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외면한 채 “결혼해주면 신혼집은 어디에 잡고, 애는 몇 명을 낳고, 결혼 10주년엔 하와이로 가족 여행 가자”는 식으로 희망사항만 쏟아낸다면 상대의 상처는 깊어질 뿐이다. 현실에선 이쯤 되면 스토커로 간주돼 상대의 마음이 완전히 닫힐 수도 있다. 이런 스토킹은 당장 멈춰야 한다. 희망사항만 남발하며 북한에 매달릴 시간에 미국을 찾아가 설득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대통령이 이제라도 북한의 심중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내고, 조언을 받는 일도 시급해 보인다. 문 대통령에게 누가 대북정책을 조언하는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작년 청와대가 대통령이 여름휴가 동안 평양 번화가를 찍은 사진집을 읽었다고 홍보할 때 크게 실망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읽은 사람이나, 추천한 사람이나 대북 인식이 사진집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큰일이다. 아직 임기가 반이나 남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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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의 냉대에 담긴 메시지[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남북관계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별일을 다 봤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이 북한에 들어가 연락 두절된 이번 사건은 정말 황당했다. 21세기엔 달나라에 간다 해도 연락이 두절되는 일은 없을 텐데, 서울에서 불과 몇 시간 떨어진 평양에서 스타들로 구성된 국가대표팀 실종 사건이 벌어졌고, 우린 속수무책이었다. 언론들은 ‘북한 당국’이 냉대를 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당국이 아니라 정확하게 김정은이 지시한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김정은의 허락 없이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고 한국 대표팀의 통신을 차단하며 생중계 불허, 기자단과 응원단 입국 금지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그랬다가는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살아남기 어려운 사회가 북한이라는 것쯤은 우린 당연한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굳이 이런 속 좁은 행동을 한 것일까. 북한 축구의 객관적 전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인민들에게 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13일 전국적으로 체육절 70주년 행사를 열고 김 씨 일가의 영도로 북한 체육이 세계 강국으로 우뚝 섰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런데 불과 이틀 뒤 대표적인 스포츠 종목인 축구에서, 그것도 김일성의 이름이 붙은 경기장에서 남쪽에 패한다면 큰 망신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관중 경기는 북한 내부 사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해도, 한국의 생중계와 취재진 입국까지 봉쇄한 이유는 뭘까. 나는 김정은이 이번에 일부러 찬바람을 쌩쌩 일으켜 한국 사회, 더 구체적으론 문재인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꿈 깨”쯤 되겠다. 최근 몇 달간의 북한 언론을 분석해보면 김정은의 불만이 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계속 활용하고 있는 데 화가 난 것이다. 떡 줄 생각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닌데 문 대통령은 북한과 함께해야 할 거창한 꿈을 매달 빠짐없이 발표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문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경제전쟁을 극복할 카드로 ‘남북 평화경제’를 꺼내들었다. 이튿날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며 조롱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 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제안했다. DMZ를 남북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DMZ 지뢰 제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초엔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북한의 대외용 인터넷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8일 “세치 혓바닥 장난으로 세상을 기만하지 말라”고 맹비난했다. 김정은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 핵을 들고 비장한 각오로 흥정하러 나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만 강조하며 북한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말밖에 하지 않았다. 북한이 하나하나씩 약속받고 싶은 것들은 따로 있는데, 재선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도무지 진도를 나가려 하지 않고 있다. 대북 제재로 피 마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정은으로선 미국을 어떻게 다시 회담장으로 끌어올지 그것만 생각하기에도 골치가 아플 것이다. 이런 답답한 상황인데 김정은이 볼 땐 힘이 없어 운전석에서 밀어내려는 문 대통령까지 북한에 숟가락을 얹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뜬금없는 제안을 계속 내놓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 법하다. 지금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을 것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조차 미국 눈치 보느라 못 열면서 누구 맘대로 우리 땅에 국제평화지대를 만들겠다고 하나. 핵 폐기를 왜 남쪽이 공언하며 평화경제를 운운하나. 임기는 빠르게 가는데 작년 판문점과 평양에서 속삭였던 달콤한 약속들 가운데 뭘 지켰나. 내가 11월에 부산에 갈 가능성이 있다고?” 이런 와중에 하필 한국 축구대표팀이 평양에 가게 되면서 무관중 경기가 열리게 된 셈이다. ‘시어미 역정에 개 옆구리 찬다’는 속담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손흥민이 엉뚱하게 옆구리를 차여서 나도 괜스레 화가 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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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군 민족과 김일성 민족[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남쪽에 와서 새로 익힌 공휴일 중 하나가 개천절이었다. 북에 있을 때 노동신문을 통해 가끔 남북이 단군릉에서 개천절 공동 기념행사를 열었다는 뉴스를 보기는 했지만 이날이 휴일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노동신문도 직책이 높은 간부들에게나 보급되기 때문에 한국에 온 탈북민 중에는 개천절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적잖다. 지금도 북한 달력에는 개천절이 따로 표시돼 있지 않다. 만약 김일성이 100일만 더 살았다면 개천절은 남북이 함께 쉬는 공휴일이 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김일성이 생전 말년에 단군 복원에 엄청난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1993년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사람들은 단군을 환웅과 웅녀 사이에 태어난 신화 속 인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1993년 10월 노동신문에 평양 중심에서 약 40km 떨어진 평안남도 강동군 문흥리 대박산에서 단군과 그의 부인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대서특필됐다. 단군을 실존 인물로 재탄생시킨 것은 전적으로 김일성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일성은 1992년 9월 단군 전설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듬해 1월에는 강동에 있는 단군릉이란 묘비가 세워진 무덤을 파보라는, 보다 구체적인 과제를 주었다. 북한 매체들은 이런 상황들을 두고 김일성의 ‘천리혜안의 예지’였다고 주장한다. 또 파라는 곳을 팠더니 86점의 남녀 유골이 발견됐으며, 뼈를 측정한 결과 5011년(±267년) 전 사람이었는데 시기로 볼 때 단군이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을 나는 전혀 믿지 않는다. 한국 학계에서도 북한의 유골 연도 측정 방법의 과학적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나는 다른 여러 이유로 북한의 주장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수령님이 지시한 곳을 팠는데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직언할 간 큰 역사학자가 북에는 없다. 게다가 김정일까지 여기에 개입했다고 한다. 그는 당연히 “고령의 수령님 기대를 실망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커 북측 발표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단군을 발굴하지 못했다고 하면 처벌을 면하기 어렵고, 발굴했다고 하면 인생이 바뀔 포상을 받을 판인데 어용학자들이 무슨 짓인들 못했을까. 단군 유골을 발견했다는 보고에 김일성은 무척 흥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일성은 사망하기 전까지 1년 반 동안 단군릉 복원과 관련해 무려 40여 차례에 걸쳐 지시를 쏟아냈다. 1993년 9월에는 현장에 직접 나가 단군릉 복원 장소를 낙점해 주기도 했다. 사망 이틀 전인 1994년 7월 6일에도 김일성은 단군릉 설계 수정안에 직접 사인했다. 그 결과 복원 단군릉은 1994년 10월 11일에 1.8km² 크기의 방대한 면적에 가로 50m, 높이 22m로 준공된다. 북한은 이후 평양이 우리 민족의 발상지라며 민족사적 정통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대동강 유역은 인류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심지로서 이 지역에서 발전한 ‘대동강 문화’는 세계 5대 문명의 하나로 당당히 꼽히고 있다”는 황당한 논리까지 만들어냈다. 이처럼 김일성이 말년에 단군신화에 보인 관심과 이후 북측이 ‘대동강 문화’까지 주창하고 나선 것을 봐선 김일성이 조금만 더 살아 있었다면 개천절을 북한의 공휴일로 지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은 타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정일은 단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김정일은 단군릉 복원식이 열린 지 불과 닷새 뒤 “우리 민족의 건국 시조는 단군이지만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북한의 족보는 ‘김일성 민족’ ‘태양 민족’ ‘김정일 민족’으로 정리됐으며 1996년 ‘주체’ 연호까지 도입하게 된다. 김정일은 단군보다는 김일성을 활용하는 것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훨씬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단군릉 복원 뒤 북한엔 대기근이 닥쳐와 여러 해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다. 단군의 아버지라는 환웅 신의 진노 때문이라면 지나친 해석일까. 1994개의 무거운 대리석을 쌓아 만든 단군 묘는 일부러 허물지만 않으면 최소 수천 년은 그 자리에 ‘썰렁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먼 훗날 후손들이 김일성이 만든 그 웅장한 피라미드에 어떤 설명을 붙일지 궁금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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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초코파이에 향긋한 쑥 입혔더니… 입소문 타고 매출 쑥쑥

    광주의 고속철도(KTX)역인 ‘광주송정역’이 현대적 느낌의 외관과는 달리 무려 106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13년 현재의 위치에 송정리역이 만들어진 뒤 역사 앞에는 일일시장이 생겨났다. 송정역시장이다. 한 세기 넘게 자리를 지켜온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시장 이름은 현재 ‘1913 송정역시장’으로 바뀌었다. 198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빈티지한 느낌의 각종 상가들을 구경하며 2분 정도 걷다 보면 ‘쑥’s 초코파이’라는 간판을 건 아기자기한 가게가 왼편에 눈에 띈다. 정화숙 대표(35)가 2016년 3월에 문을 연 초코파이 매장이다. 40m²(약 12평) 남짓한 가게에선 초코파이 6종과 다쿠아즈 4종, 머랭 쿠키 4종을 팔고 있다. 이 가운데 쑥으로 만든 개당 2000원짜리 초코파이가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달콤한 초코파이에 여수 거문도의 명품 특산물인 해풍쑥의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낸다. 정 대표가 처음부터 쑥으로 만든 초코파이를 메뉴로 내놓은 것은 아니다. 매장을 열 때 정 대표는 자기 이름의 마지막 글자 ‘숙’과 당시 공동 창업했던 임봉순 대표의 이름 마지막 글자의 영문 이니셜인 ‘S’를 넣어 ‘쑥’s’라는 간판을 달았다. 그러자 매장을 찾은 손님들 중에서 “쑥 초코파이는 왜 안 파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참에 진짜 쑥 초코파이를 만들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만들었는데, 쑥 특유의 향과 초코파이의 달콤함이 의외로 잘 어울렸어요. 쑥 초코파이는 시행착오 없이 거의 단번에 탄생시킨 메뉴죠. 제 이름이 준 선물이라는 운명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독특한 느낌의 쑥 초코파이는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올랐다. KTX를 타기 전 정 대표의 가게를 찾아 선물용으로 쑥 초코파이를 사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배우 성병숙 씨도 이 가게의 단골이라고 한다. 가게는 3년 만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봄가을엔 월 매출이 2000만 원을 넘고, 겨울과 여름에도 1500만 원어치 정도가 팔렸다. 함께 창업했던 임 대표는 지난해 여수 꿈뜨락몰에 쑥’s 2호점을 만들어 독립해 나갔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란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꿈뜨락몰이 뜨면서 2호점 매출도 단기간에 1호점과 비슷해졌다고 한다. 정 대표는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초코파이 600여 개를 직접 손으로 만든다. 수줍은 미소를 담은 얼굴과 달리 그의 손은 거칠고 메말랐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굽고, 초콜릿을 입히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분주히 움직였던 결과다. “저희 초코파이는 다른 파이보다 촉촉하고 덜 달다는 평을 많이 들어요. 초코파이를 만들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촉촉한 식감입니다. 더 촉촉해지도록 붓질하는 공정을 하나 더 넣었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빵, 순수한 초코파이를 만들겠다는 저의 철학대로 우리 밀과 우유, 버터를 사용하고 무항생제, 무바이러스를 담보하는 포프리 계란만 사용합니다.” 정 대표는 광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는 스물세 살 때부터 7년 동안 건설회사 사무직으로 일했다. 비전이 보이지 않아 회사를 그만둔 뒤 제빵학원을 다니다가 초코파이를 만드는 매력에 푹 빠졌다. 1년 동안 전국의 플리마켓을 돌면서 초코파이를 팔다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년창업, 전통시장을 살리다’라는 지원사업에 응모해 초기 매장 설립에 필요한 지원을 받았다. “초기에 사람들이 저의 초코파이를 전주 초코파이랑 비교할 때 속이 상했습니다. 광주는 비록 초코파이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앞으로 제 가게를 광주를 대표하는 초코파이 가게로 키우고 싶습니다.” 앞으로 할 일도 많다. 정 대표는 초코파이를 만들고 포장하는 작은 공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또 지금은 판매 홍보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 홈페이지도 개설해 전국에 쑥 초코파이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정 대표는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과 함께 초코파이를 만든다. 촉촉한 소녀의 감성이 그의 초코파이에 은은하게 녹아 있었다.▼ 나만의 메뉴’로 차별화 성공… 생산공정 시스템화 아쉬워 ▼지역상권육성사회적협동조합 최동규 이사장○ 칭찬해요①체계적인 창업 준비=창업 전 1년간 제과제빵 학원을 통한 자격증 취득,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창업교육, 컨설팅, 점포 체험 등과 같은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거쳤다. ②나만의 상품=기존의 수제 초코파이의 달고 딱딱한 맛 대신 여성의 섬세함과 특별한 비법을 더해 촉촉하고 덜 단 초코파이를 만들어냈다. ③건강한 친환경 재료=나와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청정의 섬 거문도의 해풍과 해무를 맞고 자란 친환경 해풍쑥, 우유, 버터, 우리밀 등 최고의 재료만을 사용하고 있다. ④다양한 지원 방안 활용=정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와 대기업(현대카드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지원을 적절히 활용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 아쉬워요 ①보다 다양한 홍보 강화=SNS 등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 ②세밀한 상품패키지 전략=시그니처 메뉴인 쑥 초코파이를 연령별(어린이, 어른, 할아버지, 여성, 남성 등)로 만들어야 한다. 당도 조절을 통해 입맛에 맞게 세분된 패키지 상품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쑥’S 초코파이만의 디자인을 활용한 패키지 개발도 필요하다. ③제조 방법의 시스템화=제조 비용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제조 공장을 통한 생산의 시스템화를 검토해야 한다. 단계별 사업영역의 확대도 필요하다. 여수 꿈뜨락몰과 함께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여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 신사업 아이디어 있다면… 창업사관학교로 ▼20주간 창업이론-점포경영 교육… 우수 수료땐 최대 2000만원 지원인천-전주-창원서 내달까지 접수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에게 창업 이론교육과 점포경영체험교육, 창업멘토링, 사업화보조금 등을 패키지 형식으로 지원하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원 대상은 신청일 기준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예비창업자로서 최근 3년간 공단에서 발굴한 신사업 아이디어나 해당 수준의 아이디어로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음식점업(561)과 자동차판매업(451), 주점업(5621) 등 일부 업종은 제외된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선발된 교육생은 4주간의 창업이론 교육과 16주의 점포경영체험 교육, 점포경영 체험기간 중 전문가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을 수료한 뒤 사업화지원 대상자로 선발되면 초기 창업을 위한 창업비용(매장 모델링, 시제품 제작, 브랜드 개발, 홍보 마케팅 등)을 1인당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해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현재 인천, 전북(전주), 경남(창원)에 신사업창업사관학교 3곳을 신설하여 교육생을 모집 중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지원 신청이 가능하며 신청 마감은 다음 달 16일까지다.광주=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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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 인도적 지원 시대의 종말[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이웃집이 아무리 가난하고 불쌍해 보여도 돕고자 할 때 방법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자네 사정을 잘 아니 받아” 하며 무턱대고 돈 봉투를 내밀었다가 이웃의 자존심에 상처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까지 추진하던 대북 식량지원이 이런 예에 해당한다. 통일부는 16일 국회에서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식량지원 준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실 ‘잠정 중단’이란 말도 어불성설이나 마찬가지다. 상대가 받을 생각이 없는데, 주겠다는 쪽에서 일방적으로 잠정 중단이니 영구 중단이니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나는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처음 공개했던 5월부터 이를 반대했다. 북한의 식량난이 과장됐고, 북한이 손도 내밀지 않았고, 억지로 줘봐야 남북관계 개선의 레버리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자존심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을 만나는 등 대북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비즐리 사무총장은 “북한 주민의 배급량이 심각하게 적어 긴급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나는 비즐리 사무총장의 말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 대신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고 싶었다. “1인당 배급량 300g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배급받는 사람이 전체 북한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파악됩니까. 10년 넘게 극심한 식량위기라는 북한의 쌀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시장 조사도 못 한 이 보고서는 신뢰할 수 있나요.” 아마도 비즐리 사무총장은 이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과만 본다면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할수록 WFP는 더 많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실제로 WFP는 우리 정부로부터 대북 식량지원사업 관리비용 명목으로 1177만 달러(약 140억 원)를 받아냈다. 대북 휴민트가 세계 최고인 우리가 북한의 식량 사정을 파악하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의 정보력 대신, 신뢰하기 어려운 WFP의 말을 선택했다. 결과는 창피할 정도로 참담했다. 우리의 식량지원 제안에 돌아온 것은 북한의 조롱과 욕설이었다. 우리는 이번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원하려면 받을 사람의 의사와 감정부터 파악해야 한다. 북한도 공짜 쌀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측은 굶어 죽어도 자존심이 먼저다. 북한과 친해지려면 그 자존심부터 헤아려야 한다. 나는 이번 대북 식량지원 실패가 20여 년 동안 한국을 지배해왔던 ‘인도적 대북지원’의 패러다임에 종말을 찍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남쪽 사람들은 “우리는 잘사니 도와줘야 하고, 가난한 북한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못살긴 해도, 당연히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상대가 달라졌다. 젊고 자신감에 찬 김정은은 집권 후 남쪽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한 자신감으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을 움직이며 장기적 생존을 위한 새판 짜기에 몰두하는 중이다. 쌀 5만 t으론 김정은을 움직이기엔 어림도 없는 상황인 데다 그가 “거지 취급하느냐”며 화를 낼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좋은 봄이 다시 올 것이란 희망을 안고 있는 수백 개의 대북지원 단체들도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쌀과 의약품, 생필품 등을 모금해 가면 북한이 환대하던 시절은 이제 옛날이야기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 북한 사람들은 북-미 수교를 맺고 세계적 기업들을 유치해 농기계와 비료, 의약품, 생필품을 북에서 직접 생산하는 시대를 꿈꾸고 있다. 그 꿈이 무너지고 다시 ‘고난의 행군’ 시대로 돌아가 온 나라가 굶주림으로 쓰러지지 않는 한 남쪽의 지원 물자를 애타게 기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리의 대북 정책도 북한의 부푼 기대에 편승해야 한다. 제공자와 수혜자로 나뉘는 일방적인 지원의 시대를 벗어나 이제부터는 상생과 공동 번영을 말해야 한다. 핵을 폐기하면 어떻게 남북이 함께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를 같이 말하고, 응원하고, 한발 더 나아가 체감할 수 있게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안갯속에 가려진 미래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지금 북한이 남쪽에서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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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문화교류협회, 20년 동안 탈북민 대학생에 장학금 수여

    사단법인 남북문화교류협회(이사장 김구회)가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동문회관에서 탈북민 대학생 장학금 수여식을 가졌다. 이날 각 대학의 추천을 받은 20명의 탈북 대학생들은 2000만 원 상당의 장학금과 추석선물세트, 의류 등을 전달 받았다.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거위의 꿈’과 ‘친구여’를 열창해 큰 울림을 주었던 가수 인순이 씨가 이날 행사에 참석해 탈북 대학생들을 격려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남북문화교류협회는 지난 2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추석을 맞아 탈북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 숫자가 1000명 남짓했던 2000년부터 탈북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안정적인 대학생활을 지원한 것이다. 그동안 지원받은 탈북민 대학생들은 650여 명에 달하며 장학금도 2억 원을 넘는다. 김구회 이사장은 이날 “장학금을 수상한 탈북민 대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통일의 중요한 자산이 될 탈북 인재 양성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이사장은 탈북민 대학생 지원 이외에도 군 장병 위문 방문, 연세대 한국청소년연맹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 각종 단체에 대한 기부 및 나눔행사 등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제15회 연세를 빛낸 행정인상’을 받았다. 남북문화교류협회는 1991년에 평화적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남북 분단 장기화로 인한 이질성 해소와 화해와 협력을 통한 동질성 회복을 목적으로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지금까지 약 150회 이상 통일 관련 정책 강연을 진행했다. 올해 3월에는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강사로 나와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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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남쪽에선 뭘 줄 겁니까?”[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지난달 말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를 찾았다.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올해 4월부터 6·25전쟁 전사자 남북공동유해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DMZ 통문 앞에서 국군의 방탄모와 방탄조끼를 받아 입었다. 플라스틱 재질의 방탄모가 북한군 철갑모보다 훨씬 무거워 놀랐다. 땡볕과 혹한 속에 무거운 방탄모와 방탄조끼, 총과 탄약 등을 장착하고 전방을 지키는 군인들의 노고가 묵직하게 몸으로 전해졌다. 덩굴식물로 무성하게 덮여 있는 발굴 현장에 도착했을 때 6·25전쟁 당시 국군이 매우 불리한 지형 조건에서 전투를 치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지의 남쪽 면은 가파른 데 반해 북쪽 면은 높은 산과 연결된 완만한 경사지였다. 중공군은 미끄럼틀을 타듯 내려왔겠지만 한국군은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며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전쟁 당시 이 고지를 놓고 뺏고 빼앗기는 격전이 네 차례 펼쳐졌다. 그 과정에서 국군 약 250명, 미군과 프랑스군 100여 명, 중공군 3000여 명이 전사했다. 이곳에서 3km 남짓 떨어진 백마고지에서도 국군 3396명, 중공군 1만4000여 명이 전투 중 사망했다. 현재 상주인구가 4만5000명에 불과한 철원 평야를 두고 수많은 생명이 죽고 다친 셈이다. 산중턱을 깎아 만든 폭 12m의 비포장도로를 따라 군사분계선(MDL)이 눈앞에 보이는 지점까지 다가갔다. 지난해 11월 도로 연결 작업 중 남북 군인이 악수를 하는 감격적인 사진이 찍혔던 그 장소였다. 한국은 가파르게 경사진 언덕배기에도 중장비를 동원해 불과 몇 달 만에 넓은 도로를 만들었다. 반면 북한은 지형 여건이 좋은데도 중장비를 거의 동원하지 못하고 삽과 곡괭이로 협소한 도로만 닦았다. 남북의 현격한 경제력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7월 “화살머리고지의 유해 발굴을 마치면 남북 협의를 통해 DMZ 전역으로 유해 발굴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을 둘러보면서 대통령의 바람이 임기 중에는 이뤄지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남북공동유해발굴이란 말이 무색하게 악수 장면을 연출한 뒤 북한군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쪽 도로엔 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을 뿐 발굴 작업의 징후는 볼 수 없었다. 게다가 북한이 유해 발굴 지역 확대에 응할 뚜렷한 동기도 없다. 1990년대 함경남도 장진호반에서 미군이 유해 발굴 작업을 했을 때 북한 사람들은 왜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뼈를 찾으려 애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발굴 작업의 이해 당사자이자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중국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사자 수를 고려할 때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견될 유해는 국군이나 유엔군보다 중공군의 것일 가능성이 10배 이상 많다. 하지만 중국은 전쟁이 끝나자 북한에 전사자 합장묘를 만든 뒤 유해 발굴에 노력을 기울인 적이 한 번도 없다. 유해 발굴 사업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산가족 상봉과 비슷하다. 우리는 인도주의 측면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하지만 북한의 계산은 다르다. 남쪽에 연고를 둔 이산가족은 출신 성분이 나쁜 계층으로 분류돼 있다. 남쪽 가족과 만나게 해주고, 달러와 값진 물건을 받는 특혜를 굳이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는 것은 식량 지원 등과 같은 대가를 얻을 수 있어서였다. 결국 북한군이 참전하지도 않은 화살머리고지 전투의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에 북한이 응한 것은 대가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해 발굴에 응했는데도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은 기대했던 대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지금 북한은 남쪽의 단독 유해 발굴을 묵인하는 것만으로도 남쪽에 큰 배려를 베푼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실상을 무시하고 문 대통령이 DMZ 전역으로 유해 발굴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일방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매우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렇게 묻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럼 남쪽에선 뭘 줄 겁니까?”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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