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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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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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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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살만 왕세자의 오른팔, 아람코 새 회장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새 회장으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 야시르 루마이얀 사우디국부펀드(PIF) 총재(49·사진)를 2일(현지 시간) 임명했다. 칼리드 팔리흐 전 회장 아래에서 IPO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일종의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풀이했다. 루마이얀 신임 회장은 투자은행(IB) 근무 경력이 풍부한 금융 전문가다. 특히 각국 주요 에너지 업체 등에 대한 보수적 투자를 고수한 국부펀드의 과거 수장과 달리 미 차량공유 업체 우버, 전기차 업체 테슬라, 일본 소프트뱅크 등 해외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며 눈길을 끌었다. 사우디 안팎에서는 아람코 상장 시기를 대폭 앞당기겠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뜻이 새 회장의 발탁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팔리흐 전 회장은 사적인 자리에서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하면 예상만큼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언급해 무함마드 왕세자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금 사용, 고급 호텔 및 아람코 전용기 이용 문제 등으로 조사도 받았다. 사우디 왕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아람코는 세계 최대 비상장 기업이다. 1933년 설립 후 올해 4월 86년 만에 처음 실적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아람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무려 2238억 달러(약 271조 원)임이 밝혀졌다. 벌써부터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싱가포르, 홍콩 등 각국 증권거래소의 유치 경쟁 및 IPO 주간 업무를 따내기 위한 유명 IB의 경쟁이 뜨겁다. 사우디가 목표하는 대로 지분 5%만 팔아 1000억 달러(약 121조 원)만 모아도 역사상 최대 IPO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두고 사우디 정부는 2조 달러(약 2420조 원), IB 업계는 1조5000억 달러(약 1815조 원)로 평가해 상당한 간극이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아람코 상장을 통해 △탈석유 등 산업 다각화 △초대형 국제도시 개발 △첨단 산업 육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기 실적 공시 및 회계 감사, 지배구조 개선, 기후변화 대책, 노동자 보호, 배당 등 상장 후 뒤따를 의무 때문에 왕실 내부의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그는 2016년 WSJ 인터뷰에서 2018년 상장 계획을 밝혔지만 상장 시점, 장소, 공모가에 대한 왕실 및 정부 합의가 늦어지면서 일정이 지연됐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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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軍, 예멘 후티 반군 폭격…사망자 최대 100명 예상

    사우디아라비아군이 1일 새벽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예멘 남서부 다마르주(州)의 주도 다마르시 북부를 폭격해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로이터와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가 보도했다. 정확한 사망자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최소 60명에서 최대 1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와 후티 반군이 건물의 사용 용도를 놓고 각각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사우디 측은 이번에 폭격한 건물이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이었기 때문에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미사일과 무인기 관련 시설로 이 건물들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후티 반군은 185명의 전쟁 포로들을 수감한 수용시설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예멘지부도 해당 건물이 수용시설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란츠 라우헨슈타인 ICRC 예멘 지부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수용시설에 있던 사람들은 포로들로 우리도 방문한 적이 있는 이들이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사망자 파악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후티 반군 보건부는 최소 6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고, ICR는 최소 사망자가 1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공습은 최근 예멘에서 발생한 사우디군의 공습 중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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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공립초등학교서 여성 교사의 첫 남학생 교육 허용키로

    보수적 이슬람교 사상으로 남녀가 구분된 반에서 공부해야만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공립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여성 교사가 남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됐다. 2일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최근 공립 초등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성 교사의 남학생 교육을 결정했다. 특히 어린이의 성격이 형성되는 초등학교 시기에 여성 교사가 남학생에게도 다가가기 더 수월하고, 두려움을 덜 준다는 점이 이번 조치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2대 도시 제다 교육청의 수아드 알만수르 사우디 부국장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진학한 남자 어린이들이 겪는 간극을 메워주는 교육 프로젝트도 진행될 것”이라며 “여기에 필요한 연령대별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이를 여성 교사가 가르치는 게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공립 초등학교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은 자국 사립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 교사들이 남학생을 가르쳐 왔다는 것도 사우디 정부가 변화를 선택한 이유에 속한다. 현재 제다 등에서는 사립 초등학교 교사들이 공립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교육 방법 등을 전수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여성 교사들의 남학생 지도가 본격화하면 전국 1460개의 공립 초등학교에서 전체 남학생의 13.5%가 여성 교사로부터 교육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이세 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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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란 로켓발사대 폭발 사진 공개… 군사기밀 유출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기밀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9일 이란 우주센터 로켓 발사대에서 폭발 흔적이 관측된 것과 관련해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는 과정에서 발사장 모습이 담긴 사진을 첨부하며 불거진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다음 날인 30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이란에 있는 셈난 발사장1에서 진행된 위성발사체(SLV) 사피르 발사와 관련된 재앙적인 사고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란이 발사장1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데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와 함께 올린 사진이 문제였다. 군사 위성을 이용해 얻은 것으로 보이는 고화질 이미지로 발사장의 주요 시설을 표기하고 있었던 것. 특히 사진 왼쪽 상단에는 검은색으로 무엇인가를 지운 흔적이 있고, 사진 가운데 살짝 빛나는 부분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전직 관리들을 인용해 군사기밀 사진의 경우 왼쪽 상단에는 통상 기밀등급이 표기된다고 전했다. 또 가운데 빛나는 부분은 태블릿PC로 보고된 사진을 촬영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정보기관이나 군 당국이 진행하는 브리핑에서 해당 사진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하는 길에 기자들이 기밀 사진을 올린 것이냐고 질문하자 “우리는 사진을 가지고 있고, 나는 이를 공개했다. 나는 이렇게 해도 되는 절대적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사진이 군사 기밀 사진이라면 이란의 군사 활동을 모두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소련 미사일 기지 사진을 공개했다. 한편 모하마드자바드 아자리 자로미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자체 제작한 통신용 인공위성 ‘나히드-1’이 실험실에 있는 모습을 공개하며 미국 언론의 발사 실패 보도를 부인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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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란대통령과 만날 용의”… 핵합의 탈퇴후 첫 대화 의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동시에 “대화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대화 의사를 표명한 건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가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여건이 적절하게 조성되면 이란 대통령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정상회담이 수 주 내로 성사되길 희망한다”고 말한 직후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G7 정상회의에 깜짝 초대해 ‘미-이란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에 로하니 대통령은 27일 “이란은 항상 협의할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이 먼저 불법적이고 부당하며 불공정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 해제를 강조하면서도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중계된 연설에서도 “내 나라의 발전과 문제 해결을 위해 만나거나 찾아가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걸프해에서 미군 무인기 격추 등 군사충돌까지 이어졌던 양국 사이에 대화 동력이 생기자 일각에서는 9월 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때 미-이란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회담을 한다면 1979년 이란혁명 이래 40년 만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상회담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 모두 자국 내 보수파들의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이란의 경우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에 부정적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27일 발언이 전날보다 강경해진 것도 보수파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보다 큰 권한을 가진 국가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에 적대적인 핵심 지지층 보수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의 반발이 부담스럽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지역 영향력 확장’ 같은 핵개발 외 이슈에 부정적인 것도 변수다. 반면 이란은 이 같은 이슈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가 최근 이란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협상 안건에 포함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란은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세력이지만 이란에는 핵심 주적인 이스라엘도 걸림돌로 꼽힌다. 메흐란 캄라바 미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교수는 “양측 모두 협상을 원하지만 민감한 이슈가 많고 신뢰도 크게 손상돼 실제 대화까지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6일 폐막한 G7 정상회의에선 7개 정상이 합의한 공동성명서 발표가 없었다. 다만 의장국인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성명 형식으로 7개국 정상이 △이란 핵 갈등 조율 △공정하고 개방된 세계 무역 지지 △글로벌 경제 안정 노력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갈등 해소 필요성 △홍콩 자치 지지 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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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축구장 여성 응원’ 38년만에 허용

    이란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에 여성 관중의 입장이 38년 만에 허용된다. 25일 AFP와 이란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체육부의 잠시드 타기자데 차관은 “여성 팬들이 10월 아자디경기장(테헤란)에서 열리는 캄보디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막는 법적 제한은 없고 현재 (여성 팬 관람에) 필요한 시설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을 통해 신정 공화주의를 도입한 이란에서 여성들은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한다. 하지만 다른 공공장소와 대형 행사장에서 남성과 여성의 구별은 엄격하다. 특히 스포츠 경기는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남성과의 신체 접촉, 성희롱, 폭행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1981년 이후 여성의 출입을 철저히 제한해 왔다. 몰래 축구 경기를 관람하다 적발된 여성들은 벌금과 구금 등의 처벌을 받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인권단체들은 이란 정부에 여성의 축구경기 입장 허용을 꾸준히 압박해 왔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 당시 자국 국가대표팀 경기를 경기장에서 대형 화면으로 중계하는 응원 행사에 여성의 출입을 허용하는 한시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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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7에 이란 외교장관 깜짝 초대… 트럼프에 맞선 마크롱

    핵합의 파기를 두고 미국과 갈등 중인 이란의 외교장관이 2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 깜짝 등장했다. 의장국인 프랑스가 G7 정상회의 참가국도 아닌 이란을 이례적으로 초빙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유지는 물론이고 프랑스를 ‘세계의 중재자’로 부각시키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비행기를 이용해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비아리츠를 전격 방문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영국과 독일 정부 당국자들과 핵합의 파기와 관련해 논의했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방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부터 전방위 외교전을 펼쳐 왔다. 그는 회의 첫날인 2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2시간가량 이란 핵합의 복귀를 설득했다. 미국이 지난해 5월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다시 제재를 부과하자 이란이 이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 제한 합의를 깼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 만찬 자리에서도 이란 핵 문제 논의를 주도했다. 이후 그는 “(나에게) G7 정상들을 대변하는 공식 권한은 없지만, 7개국 정상들이 이란과 어느 정도 화해 조치를 이어가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개최 전부터 중재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여 왔다.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으로 G8에서 탈퇴한 러시아의 재합류를 논의했다. 그는 23일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미리 만나 G7 회의장 방문을 준비했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동구권과도 활발한 채널을 유지해 왔다. G7의 전신인 G6 역시 프랑스의 제안으로 1975년 시작됐다. 마크롱이 G7을 계기로 중재자 역할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다자주의를 재건하면서 국제사회가 야만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일방주의에 맞선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에 다른 정상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5일 이란 핵 논의를 주도한 마크롱 대통령에게 “어려운 일인데 잘했다. 훌륭했다”라고 칭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란과) 긴장 완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지지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 CNN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G7 정상들이 이란에 화해 조치 메시지를 보내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란 외교장관과 미국 정부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았다. AP통신은 “마크롱의 역할은 축소됐고 ‘세계 1위의 권력자 대통령’인 트럼프의 위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 20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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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이란도 발사…미국發 ‘미사일 패권’ 힘겨루기 가속화

    러시아가 24일 핵추진잠수함을 이용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연달아 시험 발사했다. 이날 북한과 이란도 각각 신형 마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함에 따라 전 세계 군사강국 간 ‘미사일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가속화되는 모습니다. 타스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두 대의 핵추진 잠수함에서 동시에 미사일 발사 시험이 이뤄졌다. 북극해에 배치된 전략잠수함 ‘툴라’와 바렌츠해에 있던 ‘돌고루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네바’와 ‘불라바’가 각각 발사됐다. 두 미사일은 아르한겔스크주와 캄차카 반도의 훈련장에 있는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 시네바는 최대 1만1500㎞를 이동해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 불라바는 핵탄두 10개를 탑재할 수 있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보다 12.5배(150kt) 강한 위력을 뽐낸다. 러시아 국방부는 “탄도미사일들의 기술적 특성과 성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3일 미국의 신형 미사일 시험에 대해 보복 조치를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미국을 의식해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냉전 시절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을 막아주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2일 폐기되자 미국은 보름여 만인 18일 캘리포니아주 샌니컬러스섬에서 토마호크 개량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와 중국의 신형 미사일을 막아낼 차세대 요격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 중인 마하 5(초속 1.6㎞)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미-중-러 간 신형 미사일 개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다. 세 나라뿐만이 아니다. 중동의 미사일 강국인 이란도 23일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시험 성공을 자축하며 “국가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란은 최근 자체 개발한 장거리 대공방어미사일 시스템인 ‘바바르-373’의 시험 발사 모습을 공개하는 등 미사일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도 최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올해만 16차례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향후 미국이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유럽을 비롯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할 경우 전 세계의 핵군비 경쟁 긴장도는 물론 ‘냉전시대로의 회귀’가 빨라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진단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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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목표는 北의 무장해제… 김정은 잘 대응하고 있어”

    알리 라리자니 이란 국회의장이 이란을 방문 중인 박철민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 만나 ‘북한이 미국과의 갈등에 잘 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박 부의장은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20일(현지 시간) 이란 국영통신 IRNA에 따르면 라리자니 의장은 이날 박 부의장과의 회담에서 “북한 지도자가 미국과의 협상에 잘 대응했고, 북한은 미국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북한은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진전을 이뤄내며 경제 주권을 지켜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리자니 의장은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목표는 공정한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북한을 무장 해제시키고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북한은 오랜 기간 미국과 갈등을 겪어온 대표적인 반미 국가로, 현재 미국의 핵심적인 제재 대상 국가다. 두 나라는 탄도미사일과 핵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술 및 인력 교류를 진행해 왔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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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 키우기… 아랍의 경제위기 돌파 신성장동력

    19일 오후 2시(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아메리칸대학(AUC) 구(舊) 캠퍼스. 한국의 광화문광장에 해당하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불과 약 300m 떨어진 곳이다. 아랍권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AUC는 2008년 카이로 외곽의 신(新) 캠퍼스로 옮겨 갔지만 이곳은 여전히 이집트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장소로 꼽힌다. 2013년부터 ‘이집트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스타트업 허브 그릭캠퍼스(GrEEK Campus)가 둥지를 틀면서부터다. 오가는 사람들의 복장부터 달라 보였다. 여성 대부분이 히잡을 쓰지 않았고 남성도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었다. 나이도 대부분 20, 30대로 보였다. 이들은 나무와 조형물이 잘 어우러진 커다란 정원, 곳곳에 마련된 탁자와 의자 주변에서 활발하게 대화를 나눴다. 흙먼지가 풀풀 휘날리는 카이로의 일반적 모습과는 달랐다. 마치 서구 대도시에 와 있는 듯했다.○ 북아프리카 최대 스타트업 허브 그릭캠퍼스는 유명 창업가 겸 벤처투자자 아흐메드 엘 알피가 조성한 창업 단지다. AUC 이전으로 생긴 빈 건물 5개(2만5000m²)에 스타트업, 벤처투자사, 세계 유명 기업 지사 등을 유치했다. 실리콘밸리처럼 창업가들끼리 협력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설립 후 6년이 흐른 지금은 이집트를 넘어 북아프리카 최대 스타트업 허브로 통한다. 그릭캠퍼스란 이름을 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그리스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 ‘그릭(Greek)’에서 ‘r’를 빼면 ‘괴짜(Geek·창업자들의 독특한 성향)’가 된다. 이들은 로고의 영문명을 ‘괴짜’로 강조하기 위한 ‘GrEEK’으로 쓴다. 과거 이곳엔 카이로 거주 그리스인들의 학교가 있었다. 지식 탐구와 토론을 강조하는 그리스 문화가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꼭 필요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집트인들은 서구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 문화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을 때에도 그 핵심은 현 이집트 2대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이집트를 약 300년간 통치하며 클레오파트라 여왕 등을 배출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도 그리스계다. 이집트의 인구는 약 1억 명. 유럽과 아라비아반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하더라도 사업이 유망하면 엄청난 고정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미래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를 꿈꾸는 이집트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카이로대 졸업생이라는 무스타파 씨(28)는 기자에게 “창업을 꿈꾸거나 첨단 기술에 관심 있는 이집트 대학생치고 그릭캠퍼스를 찾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IT 및 SW 스타트업 주목 현재 그릭캠퍼스 안에는 140여 개 스타트업이 있다. 대부분 정보기술(IT) 및 소프트웨어 업체다. 교육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나프함’의 모스타파 파라하트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언제든 옆방에 있는 다른 스타트업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해당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있다. 서로의 기술 및 시장 정보도 적극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나프함은 이집트, 튀니지, 시리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에서 약 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중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교육 소프트웨어 업체로 미국의 세계적 벤처 투자사 ‘500스타트업’, 일본 카메라회사 캐논, 인도네시아 투자자들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상업용 건물의 출입 체계 앱을 개발한 ‘패스앱’, 온라인 쇼핑용 검색 엔진 ‘야우타’ 등도 그릭캠퍼스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이다. 미 승차공유업체 ‘우버’, 사이버보안업체 ‘트렌드마이크로’, 물류업체 ‘아라맥스’ 같은 유명 기업들의 이집트 사무소도 이곳에 있다. 이들 세계적 대기업이 주도하는 강연과 회의도 자주 열린다. 특히 창업가, 투자자, 예비 창업가들의 교류를 위한 행사가 큰 인기다. 그릭캠퍼스 측은 향후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분야의 스타트업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벤처투자사 ‘체인지 메이커’의 자말 카이야트 파트너는 “많은 스타트업이 시장 조사, 법률 및 규제 대응, 마케팅 등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해외로 다녀온다. 이집트는 내수 시장이 크기 때문에 그릭캠퍼스 스타트업들은 이런 노력과 비용 없이도 안정적 성장기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과 경제 위기가 창업 열기 자극 이집트에는 창업을 꿈꾸는 20, 30대가 유독 많다. 지난해 세계은행 기준 청년 실업률이 약 32.6%에 달할 정도다. 최근 정부는 비대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위해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 채용을 계속 줄이고 있다. 중동 산유국과 달리 석유와 천연가스도 거의 생산되지 않아 세계 에너지 대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지 않다. 찬란한 고대 유적과 홍해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무기로 한때 국가 주요 산업이던 관광업도 예전 같지 않다. 특히 2011년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 2013년 군부 독재 반대 시위로 정국이 불안해진 후 관광업이 더 위축됐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20, 30대 대부분이 한 번쯤 창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회계학을 전공했지만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오마르 씨(28)는 “나를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이 정부와 기존 기업에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여긴다. 다만 스타트업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와 교육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아직은 그릭캠퍼스 내 스타트업 중 해외 유명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거나 높은 돈을 받고 유명 투자자에게 매각된 사례는 없다. 낡은 인프라, 관료주의, 약한 금융산업이 이집트가 창업 중심지로 도약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만큼, 이런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일달러로 스타트업 키운다 아랍권의 스타트업 열기는 이집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근 UAE, 카타르, 사우디 등은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로 얻은 ‘오일 머니’로 국가 주도의 스타트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 나라 모두 최고지도자가 탈(脫)석유 및 산업구조 다각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라는 국제도시를 보유한 UAE는 걸프만의 스타트업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UAE는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내놓은 국가경쟁력지수의 ‘벤처캐피털’ 부문에서 세계 5위에 올랐다. ‘중동의 우버’ 카림, ‘중동의 아마존’ 수크닷컴 등이 모두 UAE가 자랑하는 스타트업이다. 우버는 3월 카림을 31억 달러에 사들였다. 아마존은 2017년 6억 달러에 수크닷컴을 인수했다. 카타르는 수도 도하의 국제교육 특구 ‘에듀케이션시티’에 2004년 미 명문 공대 카네기멜런대(컴퓨터과학, 정보시스템, 경영학 등), 2003년 미 텍사스A&M대(기계공학, 전자·컴퓨터공학, 화학공학, 석유공학 등) 등을 유치했다. 2009년 8억 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 및 창업 기관인 ‘카타르 과학기술 파크(QSTP)’도 조성했다. 최근 세계 유명 언론 및 문화 콘텐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미디어시티’도 조성하고 있다. 카타르 공보부 관계자는 “미디어시티에서 게임 및 영상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사우디도 최고권력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앞장서서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특히 IT와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관심이 많다. 자신이 직접 기획한 국가발전계획 ‘비전 2030’에서도 창업을 강조한다. 또 사우디국부펀드(PIF)는 우버 등 유명 스타트업에 투자한 경험도 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본 경험과 노하우는 부족하지만 아랍권 전체적으로 창업 열기가 뜨겁다. 정보기술과 인재 자본이 뛰어난 한국 기업 및 스타트업과의 협력 여지가 풍부하다”고 진단했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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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자유로운 여행과 여권 발급 허용

    사우디아라비아가 남성 보호자 동의 없이도 여성이 여행할 수 있고,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새로운 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20일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만 21세 이상의 사우디 여성은 본인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여권을 신청하고 해외여행을 나갈 수 있게 됐다. 그 직후 실제로 사우디 동부 지역에서만 여성 1000명 이상이 남성 가족의 동의 없이 해외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여성의 자유로운 여행과 여권 발급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출산 △결혼 △이혼 같은 가족관계 변경 사항도 여성이 등록하고, 관련 서류도 발급받을 수 있도록 처음 허용했다. 또 여성이 미성년자의 후견인이 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운전을 허용한 사우디는 지속적으로 여성들의 자유로운 사회활동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여성 인력 활용을 중요한 국가 발전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 여성의 인권 개선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도 여성이 △학교 △병원 △학대 방지 보호소 등에 가려면 남성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성 인권운동을 펼친 많은 인사가 사우디 당국에 체포돼 수감됐고, 이중 일부는 강압적인 조사와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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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환영 방송 안해”… 이스라엘 총리 부인 갑질 논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부인 사라 여사(61·사진)가 ‘갑질’과 ‘외교 결례’ 논란에 휩싸였다. 1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사라 여사는 전날 남편을 따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때 국영항공사 엘알의 비행기 기장이 자신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채 환영 메시지를 방송했다며 크게 화를 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종실로 가겠다고 했지만 보안요원들이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후 기장은 “사라 여사의 탑승을 환영한다”고 방송했다. 사라 여사가 젊은 시절 엘알의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터라 더 큰 비난이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공항에서는 현지 전통에 따른 환영 행사를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손님이 방문하면 소금이 살짝 뿌려진 둥근 빵을 내놓고, 방문자는 이를 먹는 것으로 감사의 뜻을 표시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빵을 먹고 사라 여사에게 건넸다. 하지만 사라 여사는 이를 먹지 않고 바닥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중동 전문매체인 미들이스트모니터(MEMO)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9월 총선에서 이 지역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사라 여사의 돌출 행동으로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커졌다. 사라 여사는 과거에도 갑질과 사치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2016년 관저 청소 담당 직원을 학대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4만2000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엔 2010~2013년 총리 관저 전속 요리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부 식당에서 공금으로 음식을 사들여 사치스러운 연회를 열었다가 1만50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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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해부대 활용, 美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 가장 적절한 대응”

    “한국이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번 조치는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해(호르무즈가 있는 바다)와는 거리를 두는 게 안전하며, 적극적으로 이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란계 미국인으로 걸프지역 외교문제 연구에서 권위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메흐란 캄라바 미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국제지역학연구소장(외교학과 교수·사진)은 아덴만으로 파견되는 청해부대 ‘강감찬호’가 필요시 호르무즈에서도 활동할 수 있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1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과 대화를 시작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이란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maximum pressure) 미국의 전략이 먹히고 있지 않다”며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에 군대를 파견하는 건 근시안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와 캘리포니아주립대를 거쳐 2007년부터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에서 활동 중인 캄라바 소장은 청소년기에 이란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란과 미국 사정에 동시에 정통한 학자로 꼽힌다. 또 ‘혼란스러운 바다 : 페르시아만의 불안’, ‘아랍국가 내부 연구’, ‘현대 중동 정치사’ 같은 책의 저자로도 학계에 알려져 있다. 특히 현대 중동 정치사는 미국 대학가에서 유명 중동학 교과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다음은 캄라바 소장과의 일문일답.―한국에게는 미국의 파병 요청이 적잖은 부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과의 비용 나누기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호르무즈에 군대를 파병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정책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여기에 동조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청해부대를 활용해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 대응하는 건 적절하다고 보나. “그렇다. 지금으로선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본다. 일본도 비슷한 방식의 접근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군사활동을 펼치면 이란과 걸프의 아랍국가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예산되나. “이란의 경우 한국을 비난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것 같지는 않다. 이란과 지역 패권을 놓고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우디와 외교·안보적으로 매우 밀접한) 바레인은 크게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아랍국가들 중에도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큰 위협 내지 부작용은 없다는 뜻인가.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다만, 군사 활동이 호르무즈에서 늘어나면 그만큼 긴장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전쟁이나 갈등의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얘기다.”―미국의 동맹국인 UAE가 이란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등 이란에 대한 압박 조치가 성공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걸프지역 국가들은 이란과 공존해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이란을 영원히 소외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미국의 제재로 이란에선 의약품이나 생활필수품 가격이 올라가는 등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외교적으로 이란을 최대한 압박한다는 전략은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나. “양측 모두 협상을 원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제재가 기본적인 물품에까지 미치고 있는 등 이란이 미국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얼마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현 시점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열리는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앞으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억류 같은 이란의 강경한 조치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나. “이란은 호르무즈에서 항해하는 선박들을 괴롭히며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와 관련된 오래된 시각을 바꿔야 한다. 호르무즈는 더 이상 이란의 유일한 압박 도구가 아니다. 이제 이란은 장거리 미사일로 사우디 본토 깊숙이도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 그만큼 갈등이 고조되면 호르무즈가 아니라 중동 전체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페르시아해에서 군사활동이 늘어나고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것이다.” ―중동의 강국이며 적대관계인 사우디와 이란 간 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이란은 오래 전부터 사우디와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 만큼 적극적이진 않다. 미국과 유럽도 두 나라 간 중재에 적극적이지 않다.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이 사우디를 대상으로 막대한 무기 판매를 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 이란과 UAE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나라들이 이란과 사우디 간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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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상반기 실적만 57조 ‘타의 추종 불허’…순이익 세계 1위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저유가 속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블룸버그와 가디언에 따르면 아람코는 올해 상반기(1~6월) 469억 달러(약 57조22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530억 달러(약 64조6600억 원)였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1.5%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에 유가가 배럴당 평균 69달러에서 66달러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저유가로 순이익은 줄었지만, 아람코는 애플, 아마존은 물론이고 다른 석유기업들을 앞섰다. 칼리드 알 다바그 아람코 수석부회장은 “저유가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아람코의 반기 실적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람코는 올해 4월 채권 발행을 앞두고 연간 재무제표를 처음 공개했다. 이를 통해 아람코의 지난해 순이익은 1111억 달러(약 135조5420억 원)로 상장기업 중 가장 수익을 많이 낸 애플(506억 달러·약 61조7320억 원)의 2배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람코는 조만간 첫 투자설명회를 열기로 하는 등 지난해 8월 중단했던 기업공개(IPO) 및 상장 준비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사우디 정부와 아람코 측은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 주식의 5%를 팔아 약 1000억 달러(약 122조 원)를 마련한 뒤 탈(脫)석유화와 산업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아람코는 최근 인도 석유업체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의 주식 20%를 150억 달러(약 18조3000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정유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알려졌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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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베끼기?…정치·외교 안보문제로 ‘경제보복’ 난무하는 중동 국가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같은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최근 지역 내 비(非)산유국과 정치나 외교안보 관련 갈등이 터지면 ‘경제지원 줄이기’ 같은 보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반발해 ‘백색국가 제외’ 같은 경제보복 조치를 취한 것과 같은 이치다. 12일 이집트 언론 알아흐람에 따르면 사우디를 중심으로 UAE와 쿠웨이트는 올해 요르단에 25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10억 달러만 전달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거의 없고,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난민들을 대거 수용한 요르단은 중동 산유국들과 국제기구 등의 지원이 없으면 국가 운영이 어렵다. 사우디가 당초 계획보다 소극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세기의 협상’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안에 요르단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팔레스타인계인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보다 경제지원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표 이·팔 평화협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우디와 UAE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매우 적극적인 친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지역 패권 경쟁 국가인 이란 경제를 위해 이스라엘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요르단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자 아킬레스건인 경제지원을 가지고 사우디와 UAE가 압박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결국 요르단은 지난달 ‘카타르 단교사태(2017년 6월)’ 뒤 격하시켰던 카타르와의 외교관계를 정상화시키며 대규모 경제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카타르는 현재 사우디와 UAE로부터 단교를 당한 상태다. 사우디와 UAE는 요르단이 카타르와 완전히 단교하지 않는데도 불만이 컸고, 이 역시 경제 지원을 줄인 이유로 꼽힌다. 사우디와 UAE는 모로코가 2026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뛸 때도 이 나라가 카타르 견제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을 이유로 지원을 거부한 바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자국 총영사관에서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극한 외교대립을 벌인 터키에 대해서도 강경한 경제보복을 구사하고 있다.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아랍에미리트(UAE) 싱크탱크 ‘메미레이트 정책센터’의 비공개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가 대터키 투자와 교역을 축소하고, 자국민 관광객도 줄이려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터키 내 △총기사고 △여권분실 현황 △반사우디 감정 등을 적극 알리고 있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1~6월) 사우디인들의 터키 방문은 전년동기 대비 15% 이상 줄었다. 중동의 소국이지만 천연가스 부국인 카타르에선 이집트인 취업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집트가 사우디, UAE와 함께 단교에 나서자 자국에 거주하며 일반 사무직이나 노동자로 근무하는 이집트인들에 대한 거주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근무자들의 송금이 절실한 가난한 나라 이집트에 대한 보복인 것. 카타르에서 3년간 거주하다 지난해 돌아온 한 이집트인은 “카타르 정부 관계자들이 노골적으로 ‘의사나 엔지니어 같은 전문직이 아니면 이집트인은 비자 받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중동에서는 향후 산유국들의 경제보복을 이용한 비산유국 압박이 더욱 많아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산유국과 비산유국 간 경제력 차이가 크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강경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쓰는 리더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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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 親정부군 내분… 정부군-남부 분리세력 충돌

    예멘 친정부군 진영에서 정부군과 남부 거점도시 아덴을 중심으로 자치정부 설립을 주장해 온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충돌했다. 양측은 2015년부터 ‘공통의 적’ 시아파 후티 반군과 맞서왔지만 각각 통일국가와 남부 자치정부 설립을 두고 견해차가 커져 내분을 맞았다. 10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7∼10일 나흘간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 세력 간 교전이 일어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교전은 멈췄지만, 분리주의 세력은 정부군이 관할했던 아덴의 주요 군 기지, 중심 거주지 크레이터 등을 장악했다. 정확한 인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망자도 상당히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의 충돌은 시간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의 통일 국가를 지향하는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정부군)과 달리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1990년 남북 예멘 통일 때부터 남부 소외를 이유로 자치정부 수립을 주장해왔다. 또 정부군은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미 UAE는 지난달부터 예멘에서 군대를 철수하기 시작해 사우디와의 공조가 무너지고 있다. UAE는 활발해진 이란의 군사 활동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철수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사우디의 잦은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사우디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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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 친정부군 내전…통일국가-남부 자치정부 설립 두고 이견

    예멘 친정부군 진영에서 정부군과 남부 거점도시 아덴을 중심으로 자치정부 설립을 주장해 온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충돌했다. 양측은 2015년부터 ‘공통의 적’ 시아파 후티 반군과 맞서왔지만 각각 통일국가와 남부 자치정부 설립을 두고 이견이 커져 내분을 맞이했다. 10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7~10일 4일간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 세력 간 교전이 일어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교전은 멈췄지만, 분리주의 세력은 정부군이 관할했던 아덴의 주요 군 기지, 중심 거주지 크레이터 등을 장악했다. 양 측의 충돌은 시간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의 통일 국가를 지향하는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정부군)과 달리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1990년 남북 예멘 통일 때부터 남부 소외를 이유로 자치정부 수립을 주장해왔다. 또 정부군은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미 UAE는 지난달부터 예멘에서 군대를 철수하기 시작해 사우디와의 공조가 무너지고 있다. UAE는 활발해진 이란의 군사 활동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철수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사우디의 잦은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사우디와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예멘은 중세부터 극심한 종파 및 이념 갈등에 시달려왔다. 북부 산악지대는 시아파, 남부 평야지대는 수니파가 주류를 이뤘고 남북의 경제 격차도 심했다. 근대에도 수도 사나를 중심으로 한 북예멘은 1918년까지 오스만튀르크가, 석해균 선장으로 더 유명한 항구도시 아덴이 있는 남예멘은 1967년까지 영국이 지배했다. 이후 북예멘은 잠시 왕정을 거쳤다 공화제를 채택했고, 남예멘에는 공산정권이 들어섰다. 1978년 북예멘의 수장이 된 군인 출신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은 1990년 예멘 통일을 주도하며 33년간 장기 집권했지만 부패 및 노골적 남예멘 차별로 민심을 잃었다. 그는 2011년 중동 전역을 휩쓴 아랍의 봄으로 실각했고 당시 부통령이던 하디가 새 대통령이 됐다. 하디 정권도 시아파 및 남부 차별을 지속하자 발끈한 후티 반군은 시아파 맹주 이란을 끌어들였다. 이란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후티는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하디를 몰아냈다. 그러자 2015년 3월 사우디가 UAE, 바레인 등 주변 수니파 국가를 규합해 후티 공습에 나섰다. 후티와 정부군의 내전이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으로 번진 셈이다. 이 와중에 알카에다 아라비아지부,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가 창궐하고,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 세력의 대립도 심각해 ‘세계 최대 화약고’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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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조 달러” vs “1조5000억 달러”… 아람코 IPO, 문제는 공모가

    세계 최대 비상장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다 백지화한 지 1년 만에 IPO 논의를 재개했다고 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람코가 최근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과 IPO 논의를 재개했고, 조만간 이사회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933년 설립된 아람코는 사우디 왕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를 국유화한 1980년 이후 실적 정보를 일종의 국가 기밀처럼 취급하며 꽁꽁 싸맸다. 아람코가 올해 4월 100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설립 86년 만에 처음 공개한 실적 보고서는 상상을 초월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아람코의 지난해 매출은 3559억 달러(약 427조800억 원), 순이익은 1111억 달러(약 133조3200억 원)였다. 엄청난 이익에 놀란 각국 투자자가 아람코 채권을 사겠다며 몰려들어 응찰 금액만 1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아람코의 IPO 때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공모가다. 현재 아람코의 기업 가치에 대한 사우디 정부와 IB업계의 시각차가 상당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사진)는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2조 달러(약 2400조 원)라고 주장한다. 반면 IB업계 관계자들은 5000억 달러(약 600조 원)가 적은 1조5000억 달러(약 1800조 원)로 제시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6년 처음 아람코의 IPO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2조 달러’ 주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IPO 이후 아람코 지분의 약 5%를 팔아 1000억 달러(약 120조 원)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을 석유 의존도 줄이기 및 산업 다각화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감안할 때 그가 좀처럼 공모가격 하향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한 중동 소식통은 “만약 금융시장에서 아람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면 사우디 정부는 IPO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IB업계에서 주장하듯 1조50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가 이뤄져도 아람코는 상장 즉시 단숨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총 1위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업 가치는 약 1조 달러(약 1200조 원),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9000억 달러(약 1080조 원) 정도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왕실이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왕실 및 행정부의 재정 정보 공개를 꺼려 다시 IPO를 백지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IPO 업무가 중단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당시 알자지라 방송 등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지나친 정보 공개를 우려해 아람코의 IPO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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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년 독재’ 무가베 前짐바브웨 대통령 싱가포르서 입원

    짐바브웨를 37년간 철권 통치해 ‘최장수 독재자’로 불린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95·사진)이 올해 4월부터 싱가포르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6일 미 CNN과 블룸버그 등이 보도했다.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은 이날 무가베 전 대통령의 입원 소식을 전하며 “예전에는 무가베 전 대통령이 한 달 정도만 입원하면 됐지만 이번에는 의료진이 더 오랜 기간 지켜보려 한다”고 했다. 또 “그(무가베)의 건강 상태는 나이를 고려할 때 매우 안정적이고, 치료에도 잘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무가베 전 대통령이 백내장을 앓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병명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1980∼2017년 짐바브웨를 통치했던 무가베 전 대통령은 평소 북한의 세습 통치를 부러워했다. “신만이 나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그는 2017년 11월 부인인 그레이스 여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다 이에 반발하는 국민 및 군부 압력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불기소 면책권을 보장받았고, 약 1000만 달러(약 122억 원)의 위로금까지 군부의 묵인 아래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 사정 속에서도 생일 때마다 호화 파티를 열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부인은 해외에서 명품 쇼핑을 즐겨 ‘구치(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그레이스’로 불렸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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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 중단, 관광객·교역 줄이기…터키에 경제 보복 나선 사우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역 라이벌 터키를 압박하기 위해 투자 중단, 자국민 관광객과 교역 줄이기 같은 경제 보복을 구상 중이라고 5일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 등이 보도 했다. 터키가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집요하게 압박한 것에 대한 대응이자, 터키가 아랍권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EE에 따르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싱크탱크인 ‘메미레이트 정책센터’는 사우디의 터키 압박 전략을 담고 있는 비공개 정보보고서를 작성해 UAE 정부 고위층에게 전달했다. UAE는 외교안보, 경제 전략 등을 공유하는 사우디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다. 특히 사우디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터키 내부 반정부 세력을 자극하려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와 왕세자를 비방하는 활동을 너무 했다”고 지적했다. 터키가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카슈끄지 살해 사건 당시 사우디 왕세자 개입 의혹을 강조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미 사우디는 터키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시행 중이다. 최근 섬유·화학제품을 실은 터키 화물 트럭 80대의 사우디 입국이 거부됐다. 사우디 제다에서는 터키산 채소와 과일을 실은 300개의 화물 컨테이너가 묶여있다. 터키 방문 사우디 관광객은 올 상반기(1~6월) 23만4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27만6000명) 15.1% 줄었다. 중동 외교가에선 터키와 사우디 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터키는 사우디의 주적 이란과도 협력관계로 사우디가 반정부 세력으로 지정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에도 우호적이다. 또 사우디가 2017년 6월 단교 조치를 취한 카타르는 터키 군을 유치해 안보 역량을 키우고 있다. 터키 군이 아랍권에 공식적으로 주둔하게 된 것은 오스만 제국 시절 이후 처음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터키는 카타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아랍권 영향력 확장에 나설 것”이라며 “이 지역 패권국가로 인정받길 원하는 사우디와 계속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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