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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명→4명→6명.’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여당 내 이탈표가 가결 기준인 8표에 가까워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7일 국회에서 세 번째 재표결에 부쳐진 김건희 특검법이 또 부결됐지만 이탈표 수가 ‘특검법 반대 당론’에도 올해 2월과 10월 재표결 때보다 늘어났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8일 “비상계엄 사태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특검법 이탈표도 지금보다 늘어나 결국 통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국회는 전날 오후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무기명 재표결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재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부결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의결에 부쳐진 특검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300명) 중 과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2표가 모자라 부결된 것. 국민의힘 의원이 108명인 것을 고려하면 최소 6명이 ‘특검법 부결’ 당론에도 불과하고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첫 특검법 재표결 당시에는 출석 의원 281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9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여당 내 이탈표 없이 오히려 야권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10월 두 번째 특검법 재표결 때는 출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4명, 반대 104명, 기권 1명, 무효 1명으로 폐기됐다. 최소 4명이 이탈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이 늘어나는데 이탈표도 같이 늘어난 것이다.당내에서는 특검법 이탈표가 늘어난 것이 비상계엄 사태에서 보여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비상계엄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상태다. 계엄 사태 수습을 제대로 못 해 민심이 악화하면 김건희 특검법을 더는 당론으로 막을 명분이 없다”고 했다.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이 명태균 씨 관련 여론조사 의혹 등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어 “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여당 내 우려도 여전하다. 한 여당 수도권 의원은 “재·보궐선거, 총선 개입 의혹을 들여다본다는 이유로 당사를 압수수색할 것”이라며 “괜히 당이 휩쓸려 갈 수 있어 지금은 반대한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윤석열 대통령 조기 퇴진 추진”을 들고 나온 건 전날(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 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특히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조기 퇴진 추진’이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한 직무 정지 효과와 비슷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하진 않았지만 탄핵과 비슷한 정국 수습을 여당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한 대표가 밝힌 조기 퇴진 로드맵에는 시기와 방법 등의 구체성이 빠져 있다. 적법성 논란에 더해 야당이 책임총리제, 임기단축 개헌 등을 일체 거부하고 탄핵만 택한 상황에서 한 대표의 수습책이 현실화할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그룹에서 한 대표 주도로 추진하는 조기 퇴진 로드맵에 대한 공개 반발도 나와 당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공산도 있다. ● 친한계 “임기단축” 거론한 대표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발표한 대국민공동담화 핵심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추진이다. 한 대표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는 근거에 대해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판단”이라며 “윤 대통령도 (전날 대국민담회에서) 국민의 명령에 따라 임기를 포함해 국정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한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하면서도 조기 퇴진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 조기 퇴진 시기와 방법에 대해 “당내 논의를 거쳐서 구체적인 방안들을 조속히 말씀드릴 것”이라고만 했다. 한 대표는 대국민담화 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서범수 사무총장, 박정하 당대표비서실장, 장동혁 김종혁 최고위원,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정성국 조직부총장 등 친한계 인사들을 불러 모아 수습책 마련을 논의했다. 일단 친한계 내에는 빠른 임기단축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모여 있다. 한 친한계 지도부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의 계속된 탄핵 시도로 주말마다 광화문과 국회 앞이 마비될 텐데 결국 임기 단축 일정이 제시가 되면, 야당도 탄핵안을 계속해서 올릴 명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일정이 속도감 있게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은 “현 시점에서 대통령이 자리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럽고 싫다는 민심을 우리도 안다”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 체크하며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 내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언제 가결될지 모르는 탄핵소추안보다 한 대표가 주장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로드맵 시행이 국정 혼란도 줄이고 더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 “퇴진 시점, 이재명 선거법 선고 이후로 잡아야”한동훈 지도부가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불참하고 조기퇴진론을 띄운 것의 이면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놓여 있다. 탄핵소추안이 당장 가결되면 이 대표가 이미 징역(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재판 역시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어 이 대표의 대선 출마 길이 열린다고 본다.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범 재판 1심은 기소 뒤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해야 해 원칙상으론 내년 8월 이 대표의, 선거법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한다. 이에 따라 당장 조기대선 정국을 만들 탄핵소추안 처리 대신 탄핵소추안 가결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조기퇴진론으로 시간을 벌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내지 3심 결과가 조기 대선 전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조기 퇴진 시점을 6개월 이후로 잡아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기대선이 즉각 치러지면 민주당은 무조건 이 대표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더 있으면 다른 후보들이 뛰어들 수가 있다”고 말했다.한 대표가 선제적으로 조기퇴진을 강조한 이날 친윤계와 중진 의원들은 당내 상의가 먼저라는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것은 한 대표 1인이 아닌 의원총회 등으로 의견을 모으라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이 국정 안정화 방안을 당에 일임한 것은 당 최고위원회, 의원총회, 또 여러 원로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의미”라며 “대통령의 직무 배제, 질서 있는 조기퇴진 등의 방안 역시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국안정에 대한 건 의원총회가 제일 숙의 기구”라며 “의원들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당에 일임’ 조건을 수용한 것”이라며 “한 대표에게 권한을 준 것”이라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예고에 없던 최고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밝히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 중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사실상 찬성 의견을 밝혔다. 다만 이날 오후부터 밤까지 이어진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는 7일 오후로 예정된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것에 대해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의원들은 “적어도 내일(7일) 탄핵은 안 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무기명 투표인 탄핵소추안 표결 시 여당에서 8표가 나오면 가결된다. 조경태, 안철수 의원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의원총회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이어져 탄핵소추안 가결 여부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친윤도 친한도 의총서 “탄핵만은 안 된다”한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지금은 오직 대한민국과 국민만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며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했다. 다만 한 대표는 직접 ‘탄핵’이란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을 스스로 파문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일 것”이라며 “직무정지 필요성은 강조하면서 자진 하야나 총리에게 권한 이양, 검찰 수사 등 여러 방안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5일) “탄핵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한 대표가 하루 만에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위헌, 위법적인 정황이 실제로 확인되면서 더는 여당이 마냥 방어만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한 대표가 계속 탄핵에 반대하면 향후 중도층을 상대로 정치적 소구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있다. 이날 오전 시작해 밤까지 이어진 국민의힘 의총에선 의원 50여 명이 의견을 낸 가운데 “탄핵만은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재선 박수영 의원은 “(탄핵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종북세력과 성남조폭 둘이 움직여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도 “탄핵하면 쓰나미에 쓸려가는 쓰레기 처지가 된다. 한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치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좋아서 탄핵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음 대통령이 좌파에 넘어갔을 때의 대한민국의 존망이 걱정된다”(임종득 의원), “과하지욕(跨下之辱·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인내해야 한다”(김대식 의원) 등의 의견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 거국 내각 구성 등 ‘질서 있는 퇴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인 김은혜 의원은 “윤 대통령은 사실상 탄핵당했다”며 “질서 있게 예측 가능한 스케줄을 만들어야 한다. 비상 내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고 발언했다. 이양수 의원은 “지도부와 4선 이상 중진 의원이 모여 사과와 반성, 탈당 발표, 임기 단축 등 대통령에 대한 요구안을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계에서도 탄핵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번 탄핵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민심을 설득할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게 중진 의원들이 대통령을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한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도 “탄핵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누군가가 가서 국민과 의원들이 납득할 만한 대통령의 답을 구해 와야 한다”고 말했다. ● 조경태, 안철수 탄핵 찬성 다만 한 대표가 우회적으로 탄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만큼 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들도 있다. 안 의원은 “내일 표결까지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조 의원도 이날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행위 자체가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라며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계엄령 해제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18명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해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 친한계 4명, 5일 윤 대통령에게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한 소장파 의원 5명 가운데도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예고에 없던 최고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밝히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 중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사실상 찬성 의견을 밝혔다. 다만 이날 오후부터 밤까지 이어진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는 7일 오후로 예정된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것에 대해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의원들은 “적어도 내일(7일) 탄핵은 안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무기명 투표인 탄핵소추안 표결 시 여당에서 8표가 나오면 가결된다. 조경태, 안철수 의원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의원총회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이어져 탄핵소추안 가결 여부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친윤도 친한도 의총서 “탄핵만은 안된다”한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지금은 오직 대한민국과 국민만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며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했다. 다만 한 대표는 직접 ‘탄핵’이라는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을 스스로 파문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일 것”이라며 “직무정지 필요성은 강조하면서 자진 하야나 총리에 권한 이양, 검찰 수사 등 여러 방안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5일) “탄핵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한 대표가 하루 만에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위헌, 위법적인 정황이 실제로 확인되면서 더는 여당이 마냥 방어만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한 대표가 계속해서 탄핵에 반대하면 향후 중도층을 상대로 정치적 소구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있다.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총에선 20명 안팎의 의원들이 의견을 낸 가운데 “탄핵만은 안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재선 박수영 의원은 “(탄핵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종북세력과 성남조폭 둘이 움직여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도 “탄핵하면 쓰나미에 쓸려가는 쓰레기 처지가 된다. 한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치면 국민에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좋아서 탄핵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음 대통령이 좌파에 넘어갔을 때의 대한민국의 존망이 걱정된다”(임종득 의원), “과하지욕(跨下之辱·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인내해야 한다”(김대식 의원) 등의 의견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임기단축 개헌, 거국내각 구성 등 ‘질서있는 퇴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양수 의원은 “지도부와 4선 이상 중진의원이 모여서 사과와 반성, 탈당 발표, 임기 단축 등 대통령에 대한 요구안을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친한계에서도 탄핵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번 탄핵 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민심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게 중진 의원들이 대통령을 설득해달라”고 말했다. 한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도 “탄핵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누군가가 가서 국민과 의원들이 납득할 만한 대통령의 답을 구해와야 한다”고 말했다. ● 조경태, 안철수 탄핵 찬성다만 한 대표가 우회적으로 탄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만큼 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들도 있다. 안 의원은 “내일 표결까지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조 의원도 이날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행위 자체가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라며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계엄령 해제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18명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해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 친한(친한동훈)계 4명, 5일 윤 대통령에게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한 5명의 소장파 의원 가운데도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11명은 입장문을 내 “윤 대통령은 책임총리가 이끄는 비상거국내각을 구성하고 2선으로 물러나라”며 “임기단축 개헌 등 향후 정치 일정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순실 사안은 측근들이 해먹은 내용다. 이번에는 그와 다르게 군을 동원해서 국민을 향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진입한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한 직후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당론으로 정해진 건 못 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대통령) 업무정지”라며 “대통령으로부터 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은 못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책임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 국민이 또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이 있고 이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사실상 탄핵 찬성 주장을 이어갔다.당 내에선 무기명 투표인 탄핵소추안 표결 시 여당에서 8표가 나오면 가결되는 만큼 7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오전 계엄령 해제에 찬성한 국민의힘 18명의 의원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해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 친한(친한동훈)계 4명, 5일 윤 대통령에게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한 5명의 소장파 의원, 이날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한 조경태 안철수 의원 중 중복되는 의원을 제외하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는 의원은 25명 정도로 꼽힌다.● 韓 “제 의견은 대통령 업무정지”한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윤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한 것이다.이후 한 대표는 용산 관저에서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왔다. 한 대표는 의총에서 “대통령에게 ‘3일 비상계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국민들에게) 입장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요청드렸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5일) “탄핵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한 대표가 하루 만에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위헌, 위법적인 정황이 실제로 확인되면서 당 차원에서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당 내에서도 이탈표 움직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계속해서 탄핵에 반대하면 향후 정치적 행보가 사실상 끝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당 관계자는 “탄핵에 찬성할지 말지를 두고 정치 생명을 연장하느냐 아니냐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 탄핵 찬성표 가능성 거론 의원 20여 명당 내에선 탄핵 표결이 진행될 경우 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상계엄 해제에는 18명의 의원이 찬성했다. 여기에 전날 친한계 및 비윤계로 분류되는 초·재선 소장파 의원인 김재섭 김상욱 김소희 김예지 우재준 의원 등 5명이 “임기 단축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혀 탄핵 찬성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기에 4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해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친한계 의원들을 감안하면 더 많은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행위 자체가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라며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내일(7일) 탄핵안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이 퇴진 계획을 밝히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할 수 밖에 없음을 밝힌다”며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는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9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62표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됐다. 당시 탄핵에 찬성한 43명의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의원과 여타 의원들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19명이 추가로 찬성한 셈이다. 다만 여전히 “대통령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탄핵만은 반대”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친한계 내부에서도 “보수 정당이 두 번 탄핵되면 2, 30년 풀 한포기 안날 것을 안다.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친한계 일부에서 탄핵 반대표가 나올 경우 한 대표 리더십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의원들이 안 따라줘서 탄핵에 실패하거나 여전히 탄핵 반대가 당론으로 유지되면 한 대표가 그만둘 것”이라며 “야심차게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구질구질하게 더 있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5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과 관련해 “대통령의 이 사태(비상계엄선포)에 대한 인식은 저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과 큰 차이가 있었고 공감하기 어려웠다”라며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라고 비판했다.한 대표는 “대통령을 비롯해 위헌적 계엄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피해를 준 관련자들은 엄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일단 오늘 즉시 이번 사태에 직접 관여한 군 관계자들을 그 직에서 배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혹시 ‘이런 일이 또 있을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드려야 한다. 이런 위헌·위법한 계엄에 관여하면 즉시 처벌된다는 것을 보여 군을 안정시켜야 한다”라고 했다.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라며 “이번 사태는 자유민주주의 정당인 우리 당의 정신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해 대통령과 배치되는 입장을 밝힌 것. 단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탄핵에 대해서 한 대표는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라고 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가 곧장 더불어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어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보수가 궤멸 위기 상황에 빠져들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경험한 보수 정당에 또다시 탄핵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당내에선 “이번에도 탄핵이 되면 당이 20∼30년간 불모지가 될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6선), 권영세(5선) 김기현(5선) 나경원(5선) 의원 등은 4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나온 당내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1시간 반가량 윤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 탓이다. 폭거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로 여당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이날 비상 의원총회에서 일단 친한(친한동훈)계, 친윤(친윤석열)계 모두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여당 의원(108명) 중 8명만 이탈해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사태’에 분노하는 ‘샤이 탄핵 찬성파’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 관련 질문에 “그런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尹, “김용현 해임 아냐” 한 대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오전 8시에 이어진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탈당,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을 추진하고 실행한 책임자 해임 및 책임 추궁 등 3가지를 당 수습책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추 원내대표 및 당내 중진들과 함께 윤 대통령과 만나 수습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선 한 대표가 요구했던 ‘해임’을 시키지 않고 ‘자진 사임’의 형태로 정리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김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한 중진 의원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설명해 주더라”고 했다.● “탄핵 막아야 한다”지만… “가능성 열어 놔야” 언급도 앞서 열린 오전 비공개 의총에선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나라를 바칠 것이냐”는 취지였다. 친한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재선)은 “보수 정당이 두 번 탄핵되면 20∼30년 풀 한 포기 안 날 걸 안다”며 “임기는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5선)도 “우리도 뻔뻔해야 한다. 권력을 잃었을 때 민주당의 극악무도한 행태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계엄 요건이 안 맞으면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정치는 법률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개 석상에선 대통령의 자진 사퇴 요구와 탄핵 찬성 가능성을 열어 두는 목소리도 잇달아 나왔다.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친한계 김상욱 의원(초선)도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으로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대표가 탄핵소추안 표결 찬반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탄핵 반대’ 단일대오가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아 실제 표결에선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소추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돼 소신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날 의총에선 한 대표가 제시한 윤 대통령의 탈당 요구를 두고 친한계와 친윤 및 중진그룹 간 파열음이 일었다. 친한계 한지아 수석대변인(초선)은 “우리는 대통령을 지키고 싶은데 대통령이 지킬 수 없게 만들었다. 같이 가려면 손을 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친윤 윤재옥 의원(4선)은 “대통령 탈당은 통상 임기 말 선거 앞두고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멋진 대응보다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가 곧장 더불어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어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보수가 궤멸 위기 상황에 빠져들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경험한 보수 정당에서 또다시 탄핵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당내에선 “이번에도 탄핵이 되면 당이 20~30년간 불모지가 될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6선), 권영세(5선) 김기현(5선) 나경원(5선) 의원 등이 4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나온 당내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1시간 반가량 윤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 탓이다. 폭거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답하며 회동은 사실상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비상 의원총회에서 일단 친한(친한동훈)계, 친윤(친윤석열)계 모두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여당 의원(108명) 중 8명만 이탈해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사태’에 분노하는 ‘샤이 탄핵 찬성파’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尹, “김용현 해임 아냐”한 대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오전 8시에 이어진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탈당,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을 추진하고 실행한 책임자 해임 및 책임 추궁 3가지를 당 수습책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한 대표는 이날 오후 추 원내대표 및 당내 중진들과 함께 윤 대통령과 만나 수습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선 한 대표가 요구했던 ‘해임’을 시키지 않고 ‘자진 사임’의 형태로 정리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김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한 중진 의원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설명해 주더라”고 했다.● “탄핵 막아야 한다”지만…“가능성 열어 놔야” 언급도앞서 열린 오전 비공개 의총에선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나라를 바칠 것이냐”는 취지였다. 친한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재선)은 “보수 정당이 두 번 탄핵되면 20~30년 풀 한 포기 안 날 걸 안다”며 “임기는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5선)도 “우리도 뻔뻔해야 한다. 권력을 잃었을 때 민주당의 극악무도한 행태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계엄 요건이 안 맞으면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정치는 법률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공개 석상에선 대통령의 자진 사퇴 요구와 탄핵 찬성 가능성을 열어 두는 목소리도 잇달아 나왔다.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친한계 김상욱 의원(초선)도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으로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 대표는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대표가 탄핵소추안 표결 찬반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탄핵 반대’ 단일대오가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아 실제 표결에선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소추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돼 소신 투표를 할 수 있다.이날 의총에선 한 대표가 제시한 윤 대통령의 탈당 요구를 두고 친한계와 친윤 및 중진그룹 간 파열음이 일었다. 친한계 한지아 수석대변인(초선)은 “우리는 대통령을 지키고 싶은데 대통령이 지킬 수 없게 만들었다. 같이 가려면 손을 놓아아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친윤 윤재옥 의원(4선)은 “대통령 탈당은 통상 임기 말 선거 앞두고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멋진 대응보다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것이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한 총리와 한 대표 등은 이날 오후 5시경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 대통령과 1시간 넘게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에 대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한 대표는 이날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해임 형식을 취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 탈당과 내각 총사퇴, 김 장관 해임 등 3가지를 비상계엄령 수습책으로 제시했다. 이날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대표의 대통령 탈당 요구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인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면담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는지 설명했다”고 했다.앞서 윤 대통령은 3일 국무위원들의 반대와 설득 시도에도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를 받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경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한 총리 등 국무위원들 대다수는 “경제나 안보, 외교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대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이 워낙 확고해 말릴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韓 만난 尹, 국방장관 해임 아닌 ‘사임’으로 정리… 90분 빈손 회동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가 곧장 더불어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어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보수가 궤멸 위기 상황에 빠져들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경험한 보수 정당에서 또다시 탄핵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당내에선 “이번에도 탄핵이 되면 당이 20~30년간 불모지가 될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6선), 권영세(5선) 김기현(5선) 나경원(5선) 의원 등이 4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나온 당내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1시간 반가량 윤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 탓이다. 폭거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답하며 회동은 사실상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비상 의원총회에서 일단 친한(친한동훈)계, 친윤(친윤석열)계 모두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여당 의원(108명) 중 8명만 이탈해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사태’에 분노하는 ‘샤이 탄핵 찬성파’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尹, “김용현 해임 아냐”한 대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오전 8시에 이어진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탈당,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을 추진하고 실행한 책임자 해임 및 책임 추궁 3가지를 당 수습책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한 대표는이날 오후 추 원내대표 및 당내 중진들과 함께 윤 대통령과 만나 수습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선 한 대표가 요구했던 ‘해임’을 시키지 않고 ‘자진 사임’의 형태로 정리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김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한 중진 의원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설명해 주더라”고 했다.● “탄핵 막아야 한다”지만…“가능성 열어 놔야” 언급도앞서 열린 오전 비공개 의총에선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나라를 바칠 것이냐”는 취지였다. 친한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재선)은 “보수 정당이 두 번 탄핵되면 20~30년 풀 한 포기 안 날 걸 안다”며 “임기는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5선)도 “우리도 뻔뻔해야 한다. 권력을 잃었을 때 민주당의 극악무도한 행태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계엄 요건이 안 맞으면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정치는 법률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공개 석상에선 대통령의 자진 사퇴 요구와 탄핵 찬성 가능성을 열어 두는 목소리도 잇달아 나왔다.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친한계 김상욱 의원(초선)도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으로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 대표는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대표가 탄핵소추안 표결 찬반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탄핵 반대’ 단일대오가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아 실제 표결에선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소추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돼 소신 투표를 할 수 있다.이날 의총에선 한 대표가 제시한 윤 대통령의 탈당 요구를 두고 친한계와 친윤 및 중진그룹 간 파열음이 일었다. 친한계 한지아 수석대변인(초선)은 “우리는 대통령을 지키고 싶은데 대통령이 지킬 수 없게 만들었다. 같이 가려면 손을 놓아아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친윤 윤재옥 의원(4선)은 “대통령 탈당은 통상 임기 말 선거 앞두고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멋진 대응보다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회가 3일 불법사채 처벌과 대부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했다. 법안에는 대부업체가 채권추심과정에서 성착취, 인신매매, 폭행, 협박 등을 할 경우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보고 원금과 이자를 무효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법정 이율 상한인 연 20%의 3배(60%) 이상인 초고금리의 경우도 시행령에서 정하는 범위에 따라 ‘반사회적 계약’으로 원금과 이자를 무효화하기로 했다. 초고금리 범위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법정 이율 20%를 넘는 이자에 대해서는 등록 대부 업체와의 계약도 무효화한다.이날 정무위에선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2001년 이후 23년간 금융기관당 5000만 원으로 묶여 있었다. 이들 법안은 이달 10일까지인 정기국회 기간 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성착취·폭행협박 등 불법 사채 무효화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심사해 통과시켰다. 이어 오후에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에서 통과한 법안을 회의 13분 만에 만장일치로 처리했다.개정안의 핵심내용은 ‘불법사채의 덫’에 의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반사회적인 대부계약의 경우 효력 자체를 무효화하고, 불법사채 근절을 위해 대부업체 등록 기준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개정안에 따르면 대부업체가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성적으로 채무자를 착취하거나 신체에 상해를 입히고 협박하는 행위가 전제된 반사회적 계약의 경우 대부계약 효력을 무효화해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게 한다. 앞서 여야는 ‘반사회적 이자율’을 20%, 60%, 80% 100% 중에 어디로 정할지를 두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지만 이날 60% 이상에서 추후 시행령으로 정해지는 범위에 해당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원리금 상환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여야는 불법인 미등록대부업자가 돈을 빌려줬을 경우에는 이자 약정 전체를 무효화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대부업체 설립 문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대부업 등록 자기자본금 요건도 강화됐다. 시도지사 등록 대상인 대부업자의 경우 자기자본금 요건을 현행 1000만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으로 상향됐다. 시행령에서 개인의 경우 1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금, 법인의 경우 3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금 요건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대부업을 금융위원회에 등록할 경우 3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금을 기준으로 정했다. 대부중개업자의 자기자본 요건도 신설됐다. 오프라인 중개업자의 경우 3000만 원, 온라인 중개업자는 1억 원이다.● 불법 사채 처벌 수위도 높여불법사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처벌 수위도 높였다. 미등록 불법 사금융에 대한 처벌 기준 형량을 현행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 원에서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5억으로 상향한다. 연 20%가 넘는 이자를 받아 법정 최고금리를 위반할 경우 현행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 원에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억 원으로 형량을 강화하도록 했다. 미등록대부업자의 명칭을 불법사금융업자로 변경해 불법성을 명확히 하고 금융소비자들이 정식 대부업체와 불법 업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이날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르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정기국회 기간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소속 한 위원은 “소관 상임위에서 합의돼서 처리된 법이고, 불법사채를 막자는 취지에는 여야가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사위 체계 자구 심사도 원만히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달 본회의를 통과한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라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규칙 개정안에 대해 “특검 추천의 정치 중립을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으로 하위 법인 국회 규칙으로 상위법 법률을 무너뜨리는 명백한 위헌, 위법”이라며 “거대 야당 폭거를 막고 법치주의 지키는 일이라면 모든 수단 강구해 강력 대응하겠다”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을 비롯해 조배숙, 주진우, 박준태 의원과 국민의힘 노수철 법률자문위원회 위원은 이날 오후 2시 30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야당은 지난 달 28일 본회의에서 상설특검 후보 추천 규칙 개정안(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81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으로 가결시킨 바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규칙 개정안은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상설특검 시 여당의 후보 추천권을 배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민의힘이 2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요구한 ‘채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여당은 채 상병 국정조사를 반대했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기간 내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처리를 공언하자 참여로 선회했다. 채 상병이 지난해 7월 순직한 지 1년 5개월 만이자 22대 국회 개원 후 첫 국정조사다. 그동안 야당 주로도 채 상병 특검법이 3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은 여야 협의를 거쳐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기간과 대상을 규정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의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도 “진실 규명을 방해하기 위한 참여가 아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을 국정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히며 국민에게 설명해 드리고, 국민이 이해할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취지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위원 18명 가운데 여당 몫 국정조사특위 위원 7명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 등 법사위 소속 의원 6명과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민주당 몫이 10명, 조국혁신당 몫이 1명이다. 여당이 국정조사 참여로 선회한 이유는 여당의 거부에도 야당이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추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조사 불참을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민주당의 단독 국정조사 운영이 또 다른 기형적인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추 원내대표가 야당의 기형적인 국조위 운영에 대한 우려 등 국정조사 수용 이유를 충분히 밝힌 만큼 별도 입장은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당이 대통령실과 충분한 조율을 거친 뒤 결정한 사안이라며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與 “국조 거부하면 특검 못 막아” 참여 선회… 대통령실 “별도 입장 없어” 與와 조율 시사[‘채 상병’ 국정조사]與 ‘채 상병’ 국조 수용민주당 “與 참여, 늦었지만 환영”“‘채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에 참여해 더불어민주당의 논리에 맞서 정부 여당의 논리를 펴야 한다. 국정조사가 일방적인 여론전의 장이 되지 않도록 막겠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2일 채 상병 국정조사를 수용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야당이 채 상병 사건을 두고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언급하며 정쟁 이슈로 몰아가는 것에 더는 말려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170석의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단독으로 실시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정조사에 참여해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수사 결과가)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 먼저 특검하자고 주장하겠다”며 반대한 상황에서 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한 것은 야당의 채 상병 특검 수용 압박을 희석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정조사와 특검은 다르다”며 “야당이 특검을 주장하는 이유는 인지수사를 통해 대통령실을 수사하고 윤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인데 국정조사를 받지 않으면 특검을 수용하라는 여론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대상을 한정할 수 있고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점도 국정조사를 수용한 배경으로 보인다.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채 상병 사건 관련 입법청문회 등을 진행했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실시해도 새로운 논란거리가 나올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도 깔렸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여당은 국정조사 수용으로 10일로 예상되는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대한 야당의 공세 방어와 당내 이탈표 방지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도 10일에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여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남 지역 중진 의원은 의총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분열하면) 국민들이 한심하게 본다”며 “전략적 모호성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무조건 원팀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국민의힘이 2일 의원총회를 열고 채 상병 국정조사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당은 그간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선회한 것. 야당이 숫적 우위로 국정조사 실시를 강행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정조사에 참여해 야당 공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10일 표결이 예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세를 꺾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조사 불참을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민주당의 단독 국정조사 운영이 또 다른 기형적인 형태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국회 차원의 노력에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중으로 (여당 몫)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명단을 국회의장실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위는 국회 의석 비율을 반영해 국민의힘 7명에 민주당 10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여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을 추가해 특위 명단을 꾸릴 방침이다.여당이 명단을 제출하면 여야는 본격적으로 국정조사 기간과 대상을 정하는 국정조사 실시 계획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게 된다. 채 상병 사건 관련 국정조사가 실시될 경우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이후 2년 만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를 채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사건이 입법청문회와 상임위 현안질의, 국정감사 질의 등을 거친 만큼 새로운 논란이 나올 가능성이 적어 국정조사를 수용해 이슈를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10일로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희석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보인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일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과세가 두 차례 연기된 데 이어 2025년 시행 계획도 2027년으로 미뤄진 것.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앞서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가상자산 과세를 2025년부터 시행하되 공제액을 5000만 원으로 상향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청년층이 다수인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세금을 다 뜯어간다. 다뜯어민주당”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지도부가 과세 유예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몹시 당혹스럽다”며 “자본소득 과세가 상황 논리에 따라 이렇게 쉽사리 폐기되고 유예돼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내에선 “감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여당은 환영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청년을 위해 좋은 일”이라며 “국민을 이겨 먹는 정치 없다”라고 했다.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에 투자자 환호…“투기 더 조장” 우려도민주 “추가적인 제도 정비 필요”… 청년층 반발에 내년 과세서 선회진성준 “유예 이해안돼” 당내 비판“과세 인프라 정비 시간벌어” 평가속… “여론 눈치, 조세 신뢰 훼손” 비판도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정부 방안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4년간 줄다리기를 이어오던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으로 2년 더 미뤄졌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환호하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선 반복된 유예로 인해 조세 신뢰가 하락하고 국내 증시로부터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모든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는데 왜 유독 자본소득만은 신성불가침이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청년층 반발에 과세 유예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이유에 대해 “(과세를 하려면)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을 양도 또는 대여 시 발생하는 소득이 연 25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지방세 포함 22%를 과세’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득세법상 해당 조항은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차례 유예됐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를 2027년으로 또다시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로 최종 결정한 것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조세 강경파’로 분류되는 진 정책위의장이 공식적으로 “가상자산 과세를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되 공제액을 5000만 원으로 상향하자”고 주장해 왔지만, 당 내부적으론 “야당이 굳이 ‘증세’를 얘기해 역풍을 맞을 이유가 있냐”는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을뿐더러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소득을 파악할 수 없어 과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진 정책위의장은 “날이 갈수록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돼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되고 심지어 대물림까지 되고 있는 현실을 정녕 몰라서 이러는 것이냐”라며 “1%에 해당하는 최상위 부자들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라고 당 지도부 결정을 비판했다.● “투기 더욱 조장” 우려도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과세 유예 소식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직장인 박모 씨(33)는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 중이라 청년층의 자산 형성이 쉽지 않은데, 과세가 유예되면서 기회가 더 생길 것 같다”고 했다.정부 주장대로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선 과세 인프라 정비가 우선이라는 견해도 있다. 해외 거래소를 통한 매매가 많아 차익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유예를 통해 시간을 벌고 해외 거래 자료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해외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에 대해선 과세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7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간 암호화 자산 거래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체계가 시행된다.반면 과세 유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위반될뿐더러 반복되는 유예 결정은 세무 당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 계속된 과세 유예가 2030 투자자 등 여론의 눈치를 본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현재 세금이 부과되는 해외 주식 투자와 과세 형평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최근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과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과세 유예 결정이 투기를 더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1월 ‘트럼프 랠리’를 타고 비트코인 가격은 40% 가까이 상승했다.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가상자산 과세 기준을 마련해 세금을 걷고 있다. 미국은 가상자산 양도에 따른 차익을 부동산, 주식 등을 팔아 발생하는 소득과 동일하다고 보고 ‘자본이득세’로 과세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0월 보고서에서 “한국은 과세 인프라 구축 미비를 이유로 가상자산 소득을 전부 과세하지 않는데, 국제 현황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野, 김건희 겨냥 ‘상설특검 與추천권 배제’ 개정안 처리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상설특검에서 여당 추천권을 배제하도록 한 규칙 개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다음 달 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함께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감사원장을 탄핵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조국혁신당 등과 함께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을 재석 281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7명으로 이뤄지는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여당 추천 몫 2명을 비교섭단체로 돌리는 내용이 담겼다. 김 여사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이 가동될 경우 야당이 원하는 특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상설특검을 통해 ‘삼부토건 주가 조작·세관 마약수사 외압·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의혹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이 수사 대상인 ‘김건희 특검법’이 다음 달 10일 재표결에서 부결될 경우 ‘명태균 국정농단 게이트’ 의혹도 상설특검을 통해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상설특검법상 대통령은 추천받은 뒤 특검을 3일 이내 임명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임명을 미루는 지연 전략을 쓸 경우 법 위반에 따른 탄핵 사유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최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보고한 뒤 4일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 원장은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의혹 감사와 관련한 감사위원회 회의록 공개 요구를 거부했다”며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전방위적 감사 역시 탄핵 사유가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및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특검을 끊임없이 정략적으로 악용하겠다는 자백”이라며 “위헌적, 위법적인 무리한 꼼수”라고 했다.野, 거부권 못쓰는 상설특검 압박 “尹 임명 미루면 탄핵 사유”김건희 특검법에 상설특검 ‘쌍끌이’대통령-가족 연루 특검 與추천 배제삼부토건 의혹 등 수사 대상 명시상설특검 규칙 개정, 거부권 행사 못해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야당이 추천한 특검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민주당은 다음 달 10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당력을 집중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설특검을 활용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보완 수사하는 ‘쌍끌이 전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상설특검 임명을 거부하거나 미룰 경우 현행법 위반으로 탄핵 압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거부권 불가한 상설특검으로 ‘김건희 수사’ 우회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된 ‘상설특검 후보 추천 규칙 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7명으로 구성되는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국회가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추천 몫 2명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그 다음으로 소속 의원 수가 많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추천하게 됐다. 진보당은 개혁신당과 소속 의원 수는 3명으로 같지만 선수(選數)가 앞선다.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은 국회 운영 규칙이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이 예정된 다음 달 10일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이 2주가량 늦춰진 만큼, 수사요구안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민주당은 지난달 제출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될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국정농단 게이트’ 의혹도 상설특검 수사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다만 상설특검의 경우 수사 기간이 최대 90일이고 수사 인력도 파견 검사 5명, 파견 공무원 30명 이내다.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서 규정한 수사 기간이 최대 150일, 파견 검사와 공무원이 각각 30명, 60명인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매우 작다. 이를 두고 야권 내에서도 “혐의가 아주 단순한 사건이 아니면 상설특검으로는 실체를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그럼에도 민주당이 상설특검 카드를 꺼낸 데는 상설특검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추진 사유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윤 대통령이 추천한 특검 후보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법률 위반으로 명백한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 특별검사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추천된 후보자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돼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상설특검을 임명하지 않고 지연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이럴 경우 추후 명백한 탄핵소추안의 사유가 될 것”이라고 했다.● 李 삼부토건 차트 보여주며 “딱 주가조작, 상설특검 추진”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언급하면서 상설특검 추진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으로 직접 삼부토건의 주식 차트를 보여주며 “(삼부토건 주가가) 1020원대에서 5500원까지 5.5배가 올랐다”며 “주식을 조금만 해 본 사람이라면 주가조작인 게 딱 드러난다”고 주장했다.야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브로커인 이종호 씨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단체 메시지를 보낸 이후 윤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을 만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삼부토건 주가가 급상승했다며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주가조작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것은 절대 용서하면 안 된다”며 “삼부토건의 경우 실제 돈을 투자한 사람이 누구인지 엄밀하게 조사하면 다 나올 것이다. 상설특검을 추진한다고 하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회에서 법정 심사 기한을 넘긴 정부 예산안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야당의 권한을 더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감액만 해서라도 내년도 예산안을 시한 내 통과시킬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예산마저 정쟁 도구로 삼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 예산 늑장처리 막으려 만든 법안 폐지 통과국회법 개정안은 이날 재석 272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1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국회가 내년도 예산심사 기한(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하도록 한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제도는 매년 반복되는 예산안 늑장 처리를 막기 위해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일환으로 도입됐다. 민주당은 “정부가 자동 부의 제도를 믿고 야당과의 예산 협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제한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법안 표결에 앞서 “자동부의제 도입 이후 사실상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형해화됐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산안의 헌법상 처리 기한을 무시하는 ‘국가예산 발목잡기법’”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을 끼워넣기 위해 약 680조 원에 달하는 국가예산을 볼모로 잡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통과된 법이 공포되기까지는 정부 이송 이후 최대 15일이 걸리는 만큼 거부권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선 자동부의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12월 2일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려면 이달 30일까지 예결위가 심사를 마쳐야 한다. 헌법상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 없는 만큼 민주당은 원하는 예산 증액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삭감 등 감액만 반영한 자체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 與, 농업 4법-동행명령 강화법도 “거부권 건의” 이날 본회의에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1호’ 법안인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들도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여당은 본회의에 앞서 주요 쟁점 법안에 ‘반대’ 당론을 정하고 반대표를 던졌으나 통과를 막지 못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기준 가격을 밑돌 경우 정부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게 하는 내용으로, 이날 재석 254명 중 찬성 173명, 반대 80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농수산물 유통·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이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 시행했다가 실패해 농업인을 비롯해 국민과 국가에 악영향을 줘 폐기한 정책들”이라며 반대했다. 농업 4법을 ‘농망 4법’이라며 반대했던 송미령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거부권 건의 방침을 밝혔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 일부개정안도 재석 269명 중 찬성 171명, 반대 96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이 발의한 증감법 개정안은 국회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 의결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은 “국회가 동행명령장을 남발하는 등 무소불위 절대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증감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677조4000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 감액 심사를 마친 가운데, 동아일보 분석 결과 43조2303억 원 규모의 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이른바 ‘소(小)소위’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예산의 약 6.38% 규모다. 감액 심사가 완료돼야 그에 맞춰 증액 심사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소위 심사 전체 보류 예산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관계자, 국회 예결위 직원 등 5명으로 이뤄진 소소위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아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란 비판을 받아 왔다. 법적 근거도 없는 협의체로 “여야가 ‘쪽지 예산’ ‘카톡 예산’을 끼워 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치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소소위 협상에 참여했던 한 국회 관계자는 “소소위에 5명이 문을 딱 잠그고 들어가서 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깜깜이 심사 규모 최소 43조 원여야는 25일 17개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를 거친 내년도 예산안 감액 심사를 마치고 증액 심사에 들어갔다. 동아일보가 27일 예산소위원회 회의록과 심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여야 쟁점 예산들은 사실상 전부 보류돼 국민의힘 구자근, 더불어민주당 허영 두 간사 간 협의에 맡겨졌다. 민주당 소속 박정 예결위원장은 “보류 사업을 포함해 감액 심사에 관해 소위원회에서 다루지 못한 기타 사항에 대해선 두 분 간사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보류 예산으론 정부 예비비(4조8000억 원)와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예산(4조8141억 원), 연구개발(R&D) 관련 예산(1조4473억 원),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505억 원),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사업(416억 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1563억 원),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1500억 원) 등이다. 민주당이 “사용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예산은 삭감한다”고 주장하며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검찰 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보류됐다. 탄핵소추로 이진숙 위원장의 업무가 정지된 방송통신위원회 예산도 대부분 보류됐다.● 정부 예비비·R&D 등 졸속 심사 지적 국회에서 보류된 쟁점 예산들은 관례적으로 간사 간 협의와 간사와 예결위원장, 기재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소소위, 원내대표 간 담판 등 비공개 조율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이 모든 단계가 법적 근거가 따로 없어 속기록이나 회의록 등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예산이 주고받아지며 여야 실세 의원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깜깜이 졸속 심사’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제 감사원 감사 결과 2021년부터 4년 동안 국회 예산 처리 과정에서 ‘쪽지 예산’ 때문에 국고보조금 2520억 원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도 밝혀졌다. 국회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법정시한을 맞추려다 보니 졸속 심사가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결위원은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통과시키는 등 힘으로 밀어붙인 예산을 붙들고 있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며 “시한은 맞춰야겠으니 간사와 지도부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예산 심사를 한시적으로 꾸려지는 특별위원회가 아닌 상설위원회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한 여당 관계자는 “1년 내내 특활비를 깎네 마네 하면서 싸울 것”이라며 “예산의 우선순위나 편성 방향을 논의하기엔 지금의 정치가 너무 후진적”이라고 했다.소소위여야 15명으로 구성된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합의하지 못한 예산 항목들을 결정.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이 소규모로 참여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협의체. 속기록도 남기지 않아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 지적을 받는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677조4000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 감액 심사를 마친 가운데, 동아일보 분석 결과 43조2303억 원 규모의 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이른바 ‘소(小)소위’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예산의 약 6.38% 규모다. 감액 심사가 완료돼야 그에 맞춰 증액 심사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소위 심사 전체 보류 예산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관계자, 국회 예결위 직원 등 5명으로 이뤄진 소소위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아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란 비판을 받아 왔다.법적 근거도 없는 협의체로 “여야가 ‘쪽지 예산’ ‘카톡 예산’을 끼워 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치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소소위 협상에 참여했던 한 국회 관계자는 “소소위에 5명이 문을 딱 잠그고 들어가서 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깜깜이 심사 규모 최소 43조 원여야는 25일 17개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를 거친 내년도 예산안 감액 심사를 마치고 증액 심사에 들어갔다. 동아일보가 27일 예산소위원회 회의록과 심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여야 쟁점 예산들은 사실상 전부 보류돼 국민의힘 구자근, 더불어민주당 허영 두 간사 간 협의에 맡겨졌다. 민주당 소속 박정 예결위원장은 “보류 사업을 포함해 감액 심사에 관해 소위원회에서 다루지 못한 기타 사항에 대해선 두 분 간사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대표적인 보류 예산으론 정부 예비비(4조8000억 원)와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예산(4조8141억 원), 연구개발(R&D) 관련 예산(1조4473억 원),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505억 원), 용산어린이정원 조성사업(416억 원),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1563억 원),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1500억 원) 등이다.민주당이 “사용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예산은 삭감한다”고 주장하며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검찰 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보류됐다. 탄핵소추로 이진숙 위원장의 업무가 정지된 방송통신위원회 예산도 대부분 보류됐다.● 정부 예비비·R&D 등 졸속 심사 지적국회에서 보류된 쟁점 예산들은 관례적으로 간사 간 협의와 간사와 예결위원장, 기재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소소위, 원내대표 간 담판 등 비공개 조율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이 모든 단계가 법적 근거가 따로 없어 속기록이나 회의록 등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예산이 주고받아지며 여야 실세 의원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깜깜이 졸속 심사’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제 감사원 감사 결과 2021년부터 4년 동안 국회 예산 처리 과정에서 ‘쪽지 예산’ 때문에 국고보조금 2520억 원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도 밝혀졌다.국회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법정시한을 맞추려다 보니 졸속 심사가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결위원은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통과시키는 등 힘으로 밀어붙인 예산을 붙들고 있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며 “시한은 맞춰야겠으니 간사와 지도부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예산 심사를 한시적으로 꾸려지는 특별위원회가 아닌 상설위원회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한 여당 관계자는 “1년 내내 특활비를 깎네 마네 하면서 싸울 것”이라며 “예산의 우선순위나 편성 방향을 논의하기엔 지금의 정치가 너무 후진적”이라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김건희 특검법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지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건 올해 1월과 10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범죄를 자백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10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재표결하기로 합의했다.● 정부 “위헌 요소”… 野 “이승만 전철 밟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헌법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은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의결했다.민주당은 즉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이승만을 그리도 칭송하더니, 결국 이승만의 비참한 전철을 밟을 생각이냐”고 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 횟수(25번)가 이승만 전 대통령(45번)에 이어 역대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은 정말 비겁한 법꾸라지”라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끝까지 관철하겠다. 상설특검도 병행해서 열릴 때까지 두드리겠다”고 했다.● 다음 달 10일 특검 재표결… 2일엔 검사 탄핵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다음 달 10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그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경우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그 시점을 2주가량 미룬 것이다. 전날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로 ‘사법 리스크’의 한 고비를 넘긴 민주당이 여당 내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모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당원게시판 문제로 내부 분열 중이지만, 아직 이탈표로까지 이어질 분위기는 아니지 않으냐”며 “여당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의 불가피성을 느끼도록 2주 동안 국민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해 보겠다는 의원들도 있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200표를 얻어 통과되려면 야권 의원 전원(192명)이 찬성한다는 전제 아래 여당 내 이탈표가 8표 필요하다. 민주당은 검찰을 향해서도 재차 날을 세웠다. 김 부대표는 “검찰 수사권 회수를 넘어 기소권도 민주적 통제하에 둬야 할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것 같다”며 “검찰은 ‘묻지마 기소’에 대해 사과하고 항소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보고해 4일 표결에 부치기로 여당과 합의했다. 민주당이 이 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2부장에 대한 탄핵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지도부는 “검사들에 대한 위헌적, 남용적 탄핵 시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며 “수사 결과 자체를 겨냥해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삼권분립 및 법치주의 원리에 위배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을 기소했다고 탄핵을 한다는 것은 너무 후진적”이라며 “민주당이 이 나라 시스템을 어디까지 망칠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여당 “특검 통과 시 당 두 동강” 여권 내에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단일대오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싸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연일 충돌하고 있지만, 양쪽 모두 김건희 특검법에서 이탈표가 나와선 안 된다는 데에는 일단 의견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 실제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데다 한 대표 입장에서도 “표 단속에 실패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친한계 핵심 인사는 “단일대오로 특검법 통과를 막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했다. 친윤계 핵심 의원도 “(특검법이 통과되면) 서로 책임을 물어 당이 두 동강 날 것이다. 어느 쪽에도 득 될 것이 없다”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국민의힘은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에서 무죄가 나오자 “아쉽지만 존중한다”는 반응을 냈다. 이 대표의 법정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했던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이재명식 거짓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했지만 예상 밖의 결론이 나오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도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정면 충돌이 격화된 가운데, 여당 내에선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기대 반사이익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계파 전쟁을 벌이다 집권 여당의 역할에 실패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수사와 재판에만 목매는 검사정치는 이제 그만하라”며 “정치인의 진퇴는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지 판사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15일 선고 이후 당이 정신적으로 해이해졌다. 이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당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후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 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위증교사 1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15일 징역형 유죄판결을 존중했듯이 오늘 판결도 존중한다. 민주당은 15일의 징역형 유죄판결도 존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유죄 선고 당시에는 선고 직후 환영 입장을 냈지만 이번엔 선고 결과가 나온 지 1시간 뒤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고 19자짜리 짤막한 입장만을 밝혔다. 선고 전까지만 해도 여당은 이 대표의 유죄를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위증교사, 무고 이런 사건들은 사법 방해의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제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사법 처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당 내부에선 “더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기대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한 영남 지역 초선 의원은 “판결에 따라 이러면 낫고, 저러면 불리하다는 식으로 따질 때가 아니다”며 “여당도 민생을 챙기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