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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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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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8~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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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남녀 골퍼들 “日그린은 우리 땅”

    《 ‘일본 골프, 홈에서 굴욕.’ 1일 끝난 한일 프로골프 대항전 밀리언야드컵에서 한국이 우승하자 일본의 한 골프 전문 사이트는 이 같은 제목으로 일본의 패배를 전했다. 이날 한국 남녀 골퍼들의 맹활약은 일본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한국 남자 골퍼들은 2년 연속 대항전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니치이코 오픈에서는 전미정(30·진로저팬)이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 한국 남자 골프의 양대 산맥 최경주(42·SK텔레콤)와 양용은(40·KB금융그룹)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 투어 상금왕 배상문(26·캘러웨이)과 2010년 상금왕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같은 기간 미국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내셔널에 참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빈자리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10명의 한국 대표팀은 한일 프로골프 대항전 밀리언야드컵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일 일본 나가사키 현 패시지 긴카이 아일랜드GC(파71·706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싱글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홍순상(31·SK텔레콤)과 류현우(31)가 승점 2점을 추가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3일간 열린 대회에서 한국은 11승 2무 7패를 기록해 종합점수 12 대 8로 일본을 꺾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으로 통산 전적에서도 3승 1패로 앞섰다.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의 우승은 예정돼 있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포섬(공 1개를 두 선수가 번갈아 치는 방식)에서 한국은 4승 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30일 포볼(2인 1조로 각자 공을 쳐 좋은 점수를 팀 성적으로 삼는 방식)에서도 4승 1무를 기록하며 전날까지 중간 점수 8.5 대 1.5로 앞섰다. 이날 일대일로 맞붙는 싱글 스트로크 플레이 두 번째 경기에서 홍순상이 5언더파로 다니하라 히데토를 5타 차로 따돌렸고, 류현우가 5번째 경기에서 1언더파로 다카야마 다다히로를 2타 차로 누르면서 한국은 우승을 확정했다. 한국은 이날 3승 1무 6패를 기록했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리기엔 충분했다. 일본은 PGA에서 뛰는 이시카와 료를 팀에 합류시키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한국의 벽을 넘진 못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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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판왕, 야구역사 새판왕… 오승환 통산 최다 228세이브

    지난달 2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넥센의 경기. 삼성이 4-1로 앞선 8회초 2사 후 등판한 마무리 오승환은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개인 통산 227세이브째로 김용수(전 LG)가 보유하고 있던 역대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와 타이를 이루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의외의 해프닝은 9회초 넥센의 마지막 타자 유한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벌어졌다. 공을 잡은 중견수 정형식이 습관적으로 이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버린 것이다. 뒤늦게 사태를 알아차린 정형식은 공을 받은 관중에게 요청해 간신히 이 공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역사적인 공을 오승환 본인이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넥센전. 3-1로 앞선 9회초 등판한 오승환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6번째이자 개인 통산 228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김용수를 넘어 한국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오승환은 김용수가 609경기 동안 이뤘던 기록을 240경기나 단축하며 369경기 만에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번에는 역사적 기록을 세운 공을 얻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었다. 9회초 마지막 타자 유한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하면서 포수 진갑용이 손수 오승환에게 이 공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첫해이던 2005년 후반부터 마무리 투수가 된 오승환은 이듬해인 2006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인 47세이브를 달성하며 당대 최고 마무리로 올라섰다. 순항하던 오승환은 팔꿈치 부상이 재발한 2010년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 다시 47세이브를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오승환은 “세이브는 내 혼자 힘으로 한 게 아니다. 포수의 좋은 리드와 수비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블론 세이브를 하지 않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단한 기록이긴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미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는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가 보유하고 있는 608세이브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주니치의 이와세 히토키가 1일 현재 338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이날 넥센을 3-1로 꺾은 삼성은 올 시즌 처음으로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지난달 말까지 7위로 처져 있던 디펜딩 챔피언 삼성은 6월 들어 15승 1무 9패의 급상승세를 타더니 7월 첫날 1위에까지 등극했다. 두산은 롯데를 7-2로 꺾고 4연승을 달렸고, KIA는 한화에 2-1로 승리하며 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LG는 SK를 5-2로 눌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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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비 믿고 던질 뿐… 난 강심장 아니다” ‘돌부처’ 오승환 일문일답

    오승환은 표정이 다양한 선수가 아니다. 이길 때나 질 때나 한결같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희미한 웃음만 지었다. 그래서 별명도 ‘돌부처’다.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를 달성한 1일에도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을 뿐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오늘 팀이 이겨 1위가 됐다고 들었다. 내가 세이브 기록을 세우고 팀이 1위를 해 기분이 좋다.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았다. 기록은 의식하지 않았다. 올라가서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강심장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솔직히 강심장은 아니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포수 진갑용 선배의 리드를 따르고 수비수를 믿고 던지는 것뿐이다. 내가 나오면 수비수들이 더 신경을 쓴다. 그래서 안심하고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대기록을 달성하고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원래 모자를 벗고 진갑용 선배한테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려고 했다. 갑용 선배가 먼저 안아주듯 등을 두드려 주시더라. 중요한 경기가 끝나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준비를 하는데 마음먹은 대로 되진 않더라. 항상 어색하다.” ―앞으로 목표는…. “세이브는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블론 세이브를 안 하는 건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블론 세이브를 하지 않는 게 목표다. (스포츠통계회사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오승환이 기록한 블론 세이브는 16차례에 불과하다.) 2009년과 2010년엔 아파서 많이 나오지 못했다. 앞으로는 부상 당하지 않고 오래 뛰는 게 목표다. 어떤 기록을 남길진 모르겠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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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림야구… LG-KIA 까까머리 대결

    LG 주장 이병규(등번호 9번)는 28일 KIA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머리를 빡빡 밀고 잠실구장에 나타났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동료 선수들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전날까지 팀은 속절없이 5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시즌 후 줄곧 상위권이던 성적도 6위로 곤두박질쳤다. 이 모습을 본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삭발 대열에 동참했다. 훈련을 일찍 끝낸 몇몇은 구장 인근 이발소로 가 머리를 밀었다. 시간이 모자란 선수들은 정성훈의 라커룸에 비치돼 있던 전동 트리머(일명 바리캉)로 손수 머리를 깎았다. 입단 11년 차인 한 선수는 “모든 선수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삭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LG 선수들이 이처럼 모두 빡빡머리가 되면서 경기 직전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풀 때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KIA 선수들 역시 까까머리 일색이었던 것이다. KIA 선수들은 22일 SK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단체로 삭발을 했다. “짧은 머리로 분위기를 일신해 보자”는 고참 포수 김상훈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이날 경기는 LG 대 KIA의 대결이었지만 헤어스타일로 보면 ‘서울고’와 ‘광주일고’의 대결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연패 탈출을 위한 LG 선수들의 결의는 높이 살 만했지만 결과는 뜻처럼 되지 않았다. 이진영과 정성훈, 마무리 투수 봉중근 등 부상으로 결장한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정신력으로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날까지 4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KIA 타선은 초반부터 LG 선발 우규민을 두들겼다. 1회와 2회에 각각 2점을 뽑는 등 5회까지 7점을 얻었다. 7-3으로 앞선 6회 1사 만루에서는 이적생 조영훈이 LG의 두 번째 투수 이성진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13으로 패하면서 6연패의 늪에 빠진 LG는 KIA에 6위 자리를 내주고 7위로 내려앉았다. 롯데는 선발 사도스키의 7이닝 2실점 호투와 강민호의 쐐기 2점 홈런을 앞세워 한화를 5-2로 꺾고 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은 SK에 6-0 영봉승을 거뒀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수확하며 다승 단독 선두에 올랐다. 두산은 연장 10회 접전 끝에 넥센을 6-4로 눌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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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발 8000m서 정체사태 ‘예고된 에베레스트 人災’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50m) 등정은 모든 산악인의 꿈이다. 하지만 좀처럼 품을 허락하지 않는 지구의 지붕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이젠 사고가 예견되는 ‘죽음의 지대’가 될 가능성이 커져 버렸다.”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67)의 말처럼 네팔 에베레스트에선 요즘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5월 19일에는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각국 등반대 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1996년 5월 14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사건 이후 최악의 인명 사고였다. 희생자 가운데는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등정에 나선 대전 충남고 OB산악회 소속의 송원빈 씨(44)도 있었다. ○ 에베레스트의 불편한 진실국내외 산악계는 이번 사고를 ‘예견된 인재(人災)’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등반대와 빈도가 잦아지는 히말라야 기상이변으로 인해 잠재된 사고라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당시 정상 등정에 성공했던 오영훈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OB산악회 대장(34)에게서 단독 입수한 사진을 보면 이날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는 셰르파를 포함해 수백 명이 몰렸다. 사고 며칠 전까지 기상 악화로 정상 부근에 대기하고 있던 팀들이 날씨가 좋아지자 한꺼번에 정상 정복에 나선 것이다. 오 대장은 “우리 팀은 18일 저녁에 출발해 19일 새벽에 정상을 밟았다. 같은 날 200명 정도가 함께 정상 정복에 나선 것 같다. 이 정도 인원은 전례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네팔 관광성이 10만 달러의 입산료만 내면 무제한적으로 입산을 허가해 준 게 가장 큰 사고 원인이다. 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고(故) 고상돈이 1977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자 세계에서 8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할 때만 해도 그해 입산 허가를 받은 팀은 한국밖에 없었다. 1980년대 들어 루트당 한 팀에만 허가를 내주더니 1990년 중반부터는 무제한으로 허가를 내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돈을 받고 등반을 도와주는 상업 등반대까지 난립하면서 에베레스트는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산이 되어 버렸다. 한 산악인은 “8000m 이상 루트는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든 난코스가 이어진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기다리는 동안 산소가 떨어지고 체력도 급격히 바닥나면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했다. 고 송원빈 대원도 해발 8600m 부근의 정체지역에서 산소 부족으로 정신을 잃은 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자연 훼손도 심각하다. 사람들의 배설물에다 산소통 등이 버려져 있고 사고를 당한 시신도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는 게 산악인들의 증언이다. ○ “에베레스트 입산 허가 제한해야”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 회장은 최근 이란 타브리즈에서 열린 아시아산악연맹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 회장은 회의에 참가한 8개 이사국 대표단과 함께 네팔등산협회 대표단에게 “한 시즌 입산 허가 원정대 수를 제한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네팔 측도 이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문제는 입산 허가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버는 네팔 정부가 태도를 바꿀지 여부다. 아시아산악연맹은 국제산악연맹과 공조해 네팔 정부에 시즌별 원정대 수 제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많은 사람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려고 할수록 사고의 잠재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등산은 집에서 출발해 집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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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ANK YOU,MOM!]장미란을 키운 이현자씨

    《이용대(24·삼성전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중계 카메라를 향해 ‘깜짝 윙크’를 날렸다. 헌신적으로 자신을 뒷바라지한 어머니 이애자 씨(50)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7월 27일 개막하는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뒤에도 음으로 양으로 이들을 도운 ‘엄마’들이 있다. 본보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이들을 키운 엄마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THANK YOU, MOM!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은 역도 선수 장미란(29·고양시청)을 키운 이현자 씨(54)다.》 딸은 일주일째 말을 하지 않았다. 밥상을 차려놔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식구들이 밥을 다 먹고 난 뒤 동생이 새로 상을 차려주면 그제야 겨우 숟가락을 들었다. “엄마가 억지로 역도를 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냉전의 이유였다.엄마도 처음엔 딸을 평범하게 키우고 싶었다. 여느 여자아이처럼 예쁜 옷을 입히고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역도를 시키려고 마음먹은 건 중학교 2학년이던 1997년 여름 방학 때였다. 딸은 아마추어 역도 선수 출신인 아빠의 힘과 뜀박질을 잘했던 엄마의 순발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덩치가 컸지만 학교 체력 테스트에서 달리기와 멀리뛰기를 했다 하면 1등이었다. ‘역도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확신했다. 싫다는 딸의 손을 억지로 끌다시피 역도부에 데려갔다. 그런데 역도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어디선가 “쟤는 남자보다 덩치가 크다”는 말이 들렸다.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한 딸은 곧바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공부를 잘했다면 딸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원하던 고교에 갈 성적이 되지 않자 엄마는 다시 딸을 강제로 역도부로 보냈다.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여자가 된 역사(力士) 장미란의 탄생이었다.○ 세계 챔피언을 키운 칭찬의 힘출생 당시 몸무게가 4.00kg으로 다소 큰 편이었지만 장미란은 어린 시절 그저 통통한 정도였다. 그림 그리기와 소꿉놀이를 좋아하는 보통 여자 아이였다.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서면서 먹성이 좋아지더니 살이 찌기 시작했다. 어머니 이 씨의 고민이 시작된 게 이 즈음부터다. “더 먹겠다”는 딸과 “그만 먹어라”는 엄마의 신경전이 매일같이 벌어졌다. 최근 강원 원주의 집에서 만난 이 씨는 “2년 넘게 체중 조절하라며 잔소리를 많이 했다. 딸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계모’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장미란이 역도를 시작하면서 더이상 ‘먹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쓰기 위해선 잘 먹어야 했다. 처음엔 싫다며 울고불고하기 일쑤였지만 장미란은 곧장 역도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바벨을 잡은 지 열흘가량 지났을 때 시험 삼아 출전한 강원도내 중학생 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당시 출전 선수는 장미란을 포함해 2명뿐이었다. 하지만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던 그에겐 인생 역전의 계기가 된 소중한 우승이었다.이후 장미란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역도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성인 무대를 제패했고,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엄마도 덩달아 신이 났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안다” “천부적으로 타고났다”는 칭찬 속에 장미란은 매년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 나갔다.○ 베풂과 배려를 가르치다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75kg 이상급)에서 세계기록(326kg)으로 금메달을 따며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하지만 최고 스타가 된 뒤에도 그는 여전히 겸손하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항상 베풀기 위해 노력한다.장미란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 수 있는 일화 한 토막. 고양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2009년 겨울. 역도 선수를 꿈꾸는 형제가 장미란을 만나기 위해 서울 태릉선수촌에 찾아왔다. 장미란은 이들의 고민을 듣고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더니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10여 분 후 장미란은 두 손에 역도화와 잠바를 들고 나타났다. 대화 도중에 형의 역도화 사이즈가 자신과 같다는 걸 들은 장미란이 숙소에 가서 이를 챙겨온 것이다. 그는 “내가 신으려고 사놓은 역도화인데 새 거야. 잠바는 몇 번 입은 건데 미안하다”며 형에게는 역도화를, 동생에겐 잠바를 선물했다.▼엄마는 딸의 재능을 들어올렸고, 딸은 세상을 들었다▼이 같은 나눔과 배려의 정신은 어릴 적 어머니 이 씨로부터 배운 것이다. 장미란이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에는 어려운 소년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시설이 있었다. 딸의 생일날이 되면 이 씨는 장미란에게 “생일잔치에는 엄마, 아빠 없는 애들만 초대해”라고 했다. 시설의 아이들이 오면 이 씨는 잔칫상을 차리고, 목욕을 시키고, 저녁까지 먹여서 보냈다. 이 씨는 또 유통기한이 임박한 우유를 싸게 대량으로 구입해 살림이 어려운 집에 보내곤 했다. 이때의 심부름은 장미란과 두 동생이 했다. 이 씨는 “우리도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지만 주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남에게 베풀면 이상하리만치 주위에서 생기는 게 많더라. 미란이도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고 했다.○ 고맙다, 사랑한다 딸장미란은 “엄마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행복하게 역도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어머니 이 씨는 장미란을 “그냥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딸”이란다. 장미란이 원주에 있는 집에 들를 때면 아직도 엄마와 함께 잠을 잘 정도로 모녀 관계는 각별하다. 모녀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서로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이 씨는 “가세가 기울었던 1990년대 말 몇 년간 곰탕집을 했다. 당시 다섯 식구가 식당에 딸린 단칸방에서 함께 생활했는데 그때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당시는 장미란이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고교생이던 장미란은 힘든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곰탕 그릇부터 날랐다. 두 동생과 함께 설거지와 청소도 도맡아 했다.식당은 오전 6시에 문을 열어 다음 날 오전 2시에나 닫았다. 집에는 목욕탕이 없어 장미란은 손님이 다 빠져나간 뒤에야 주방에서 몸을 씻었다. 샤워를 하다가 손님이 들어오면 급히 방으로 뛰어 들어온 날도 있었다. 그래도 장미란은 불평 한번 하지 않았다. 이 씨는 “다섯 식구가 사는 그 좁은 방에 피아노가 있었다. 가끔씩 미란이가 피아노를 쳐 줬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렸다”고 했다.장미란은 7월 27일 시작되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엄마는 마음으로 장미란과 함께한다. 이 씨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란이가 아프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 꺼칠해진 손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고생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하는 역사적인 인물이 되게 해 달라고 아침저녁으로 기도한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이 씨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힌 듯했다. “힘내, 우리 딸. 고맙고 사랑한다.”원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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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야구 퍼펙트 무산 잔혹사… 닿을듯 말듯 31년… ‘신기루’ 퍼펙트

    ▷영화 ‘퍼펙트게임’은 롯데 투수 최동원과 해태 선동열이 1987년에 펼친 15회 연장 혈투를 다룬 영화다. 제목과는 달리 두 투수는 퍼펙트게임을 해 본 적이 없다. 한국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둘이 못해 봤으니 31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이 안 나온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아니, 한 명이 있긴 하다. 롯데 투수 이용훈이다. 그는 지난해 9월 17일 한화와의 2군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유일의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바로 그 이용훈이 24일 LG전에서 또 한 번 대형 사고를 칠 뻔했다. 8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5개를 남기고 최동수에게 왼쪽 안타를 내주며 대기록을 날려 버렸다. 경기 후 그는 “퍼펙트게임은 천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훈의 말처럼 퍼펙트게임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투수 혼자 잘 던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포수는 물론이고 수비수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날 최동수를 상대할 때 포수 강민호는 커브 사인을 냈지만 이용훈은 슬라이더를 던졌다. 안타를 맞은 후 이용훈은 강민호를 향해 허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과거에도 퍼펙트게임에 근접했던 경우는 있었다. LG 주키치는 지난해 한화전에서 8회 2사까지 퍼펙트를 기록했고, 2007년 두산 리오스는 9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하다가 안타를 맞았다. 가장 아쉬웠던 퍼펙트 실패는 1997년의 정민철(한화 코치)이다. 그는 현역 시절인 1997년 5월 23일 OB(현 두산)전에서 8회 1사까지 퍼펙트를 기록했다. 23번째 타자 심정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지만 그 순간 포수 강인권이 공을 뒤로 빠뜨려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5명을 모두 범타 처리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그렇지만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의 하비 해딕스에 비하면 이 정도는 불운도 아니다. 그는 1959년 5월 27일 밀워키전에서 9이닝을 퍼펙트로 막았지만 팀이 득점에 실패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해딕스는 3이닝을 더 퍼펙트로 막았다. 하지만 연장 13회 야수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한 뒤 홈런을 맞아 패전 투수가 됐다. 당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의 기록을 퍼펙트게임(9이닝 무실점)으로 인정했다가 1991년 규칙을 개정하면서 취소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5일 현재까지 22번의 퍼펙트게임이 나왔다. 흥미롭게도 최근 퍼펙트게임이 잦다. 올해에만 필립 험버(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맷 케인(샌프란시스코)이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2009년 이후 5명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명의 투수가 2번 퍼펙트게임을 거둔 적은 없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15명이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 퍼펙트게임을 거둔 주인공은 1994년의 마키하라 히로미(요미우리)였다. 한국 프로야구는 퍼펙트게임은 물론이고 노히트노런도 가물가물하다. 2000년 5월 18일 한화 송진우가 해태를 상대로 기록한 노히트노런이 마지막이다. 공을 끝까지 보고 맞히는 능력까지 뛰어난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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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회 1사까진 퍼펙트였는데… LG 꽁꽁 묶은 롯데 이용훈

    LG로선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단 한 명의 선수라도 1루 베이스를 밟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24일 LG와 롯데의 잠실 경기. 롯데 선발 이용훈의 투구는 눈부셨다. 7회까지 21타자를 상대로 7개의 삼진을 잡으며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첫 1군 경기 퍼펙트게임이 나올지에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용훈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을 거둔 유일한 선수다. 그는 지난해 9월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2군과의 경기에서 111개의 공으로 27타자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7회까지 투구 수는 86개밖에 되지 않았다. 3-0으로 앞선 8회 선두 타자 정성훈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퍼펙트게임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타석에 들어선 LG 베테랑 최동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초구에 포수 강민호가 요구한 공은 커브. 그렇지만 이용훈은 슬라이더를 고집했다. 최동수는 초구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가볍게 잡아 당겨 좌익수 앞 안타로 연결했다. 대기록이 깨진 허탈함에 이용훈은 오지환과 윤요섭에게 각각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까지 했다. 그렇지만 계속된 2사 1, 2루에서 대타 이병규(등번호 9번)를 1루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직전 LG와의 2경기에서 모두 9회 이후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롯데는 이날 이용훈의 호투를 발판 삼아 LG를 7-1로 꺾고 최근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에 롯데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준 LG는 올 시즌 처음으로 5할 승률 아래(30승 2무 31패)로 떨어졌다. 두산은 대전에서 3개의 홈런을 몰아친 윤석민(3회 2점, 5회 1점, 연장 10회 1점)의 맹타에 힘입어 한화에 8-7로 이겼다. 부상에서 복귀한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3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5안타 4실점한 뒤 강판됐다. KIA는 광주에서 9회말 1사 만루에서 나온 SK 최윤석의 끝내기 실책을 틈타 2-1로 역전승했다. 넥센은 목동에서 4-5로 뒤진 연장 10회말 1사 1, 3루에서 정수성의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삼성에 6-5로 승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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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보약, 장원삼 시즌 8승 씽씽… 다승 공동선두

    요즘 한국 프로야구에 ‘삭발 열풍’이 거세다. 머리를 빡빡 민 선수가 하도 많아 고교야구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삼성 베테랑 포수 진갑용이 스타트를 끊었다.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이 개막 후 두 달 가까이 하위권에 머물자 5월 말 머리를 빡빡 깎고 나타났다. 6월 초에는 중심 타자 이승엽과 투수 배영수도 삭발 대열에 동참했다. 분위기를 일신한 삼성은 6월 들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다운 위용을 뽐내고 있다.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삼성은 2회초 박석민이 상대 선발 한현희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바로 이 한 점으로 충분했다. 선발 투수 장원삼은 7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8회 1사 2루에서는 마무리 오승환이 등판해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장원삼은 시즌 8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5월 26일까지 7위에 머물던 삼성은 베테랑들이 삭발 대열에 합류한 6월 들어 11승 1무 7패의 상승세를 보이며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2위 롯데와는 불과 1리 차다. 삭발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한화다. 지난해까지 주장이던 신경현과 올해 주장 한상훈, 중심타자 김태균과 최진행 등이 이달 중순 모두 머리를 빡빡 깎고 나타났다. 심지어 한대화 감독조차 머리를 짧게 잘랐다. 이날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박찬호(한화)와 김선우(두산)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둘은 모두 이날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박찬호는 5이닝 4실점으로 다소 부진했고, 김선우는 5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지만 승패와는 모두 관계가 없었다. 이날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삭발 군단의 일원인 최진행이었다. 최진행은 4-4 동점이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상대 마무리 프록터를 상대로 우전 끝내기 안타를 쳐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는 9회초까지 2-4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프록터의 제구 난조를 틈타 극적인 5-4 역전승을 일궜다. 삭발이 꼭 승리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다. 7위로 처져 있는 KIA는 주축 선수인 이범호와 최희섭 김상훈 서재응 등이 이날 모두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났지만 SK와의 경기에서 4-6으로 역전패하며 최근 3연패의 늪에 빠졌다. 롯데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LG에 6-5로 역전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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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 포인트]메달보다 원칙… 런던티켓 반납한 사격

    읍참마속(泣斬馬謖). 올림픽 메달 기대주 이대명(24·경기도청)을 국가대표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한 한국 사격계의 심경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대한사격연맹은 올해 런던 올림픽에 13명의 선수를 파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올림픽 쿼터는 14장을 땄지만 1장은 국제사격연맹에 반납한다.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이대명을 데려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3관왕 이대명은 한국 남자 권총의 간판 진종오(33·KT)의 후계자로 손꼽히는 선수다. 6차까지 치러진 대표 선발전에서 이대명은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등 두 종목에서 각각 3위를 했다. 국제사격연맹은 세부 종목당 한 국가에서 2명씩만 출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종목 모두 1, 2위에 오른 진종오와 최영래(30·경기도청)가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다. 최영래를 둘 중 한 종목에만 출전시키고 메달 가능성이 높은 이대명에게 나머지 한 종목 출전권을 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도 사격연맹 측에 “경쟁력이 있는 남자 권총에 한 명을 더 데려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맹은 고심 끝에 이 제안을 거절했다. 연맹 관계자는 “대표 선발전 기록으로만 선수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당장 메달이 급하다고 원칙을 깰 순 없었다”고 했다. 이대명이 아니라 진종오가 탈락했다 해도 구제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진종오는 이런 말을 했다. “선발전 내내 너무 긴장해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올해는 어떻게든 통과했지만 다음 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 치열하고 살벌한 사격의 대표 선발 방식이 런던 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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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랑 권총소녀’ 김장미, 꿈을 향해 정조준

    #본인의 장점? ‘잘 웃고, 잘 먹고, 쾌활하다.’ #본인의 단점? ‘한번 입을 열면 너무 시끄럽다.’ 20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자료에 나와 있는 김장미(20·부산광역시청)의 프로필 일부다. 한국 사격계가 꼭꼭 감춰왔던 김장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필 그대로 발랄, 유쾌, 명랑한 사격 소녀였다. 김장미는 올 초 한국 사격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신데렐라다. 성인무대 첫 출전이었던 올해 1월 아시아선수권 10m 공기권총에서 깜짝 우승을 거두더니 4월 런던 프레올림픽 25m 권총에서는 세계 신기록(796.9점)까지 세웠다. 런던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김장미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한 우유업체로부터 CF 제의까지 받았다. 갑작스러운 관심은 약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사격계는 그때부터 ‘김장미 지키기’에 돌입했다. 단칼에 CF를 거절하게 한 건 물론이고 일체의 언론 인터뷰도 불허했다. 이날 미디어데이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김장미를 공개한 유일한 행사였다. 김장미는 “저보고 ‘강심장’이라고 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전 나이가 어리잖아요. 잘하면 좋고 못해도 그만이죠. 아마 올림픽에도 다 저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만 출전하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김장미는 운동 신경을 타고났다. 어릴 땐 육상 선수로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중고교 시절에는 합기도로 대회에 나가 메달도 여러 개 땄다. 또 중학교 2학년 때까진 소총 선수로 금메달을 땄는데, 이듬해엔 권총으로 전향해 소년체전에서 우승했다. 그는 “오른쪽 어금니 뻐드렁니 때문에 소총 자세가 불편해 권총으로 바꿨어요. 그런데 권총을 해 보니 복장도 편하고 총도 짧고 편해서 좋아요”라고 했다. 그동안 한국 여자 사격의 올림픽 메달은 여갑순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 따낸 금메달과 강초현의 2000년 시드니 대회 은메달로 모두 소총이었다. 올해 런던에서는 ‘명랑 권총 소녀’ 김장미가 첫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진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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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 포인트]‘9구단 월요경기’ 선수도 팬도 피해자

    프로야구 9개 구단 단장(NC 포함)은 이달 초 실행위원회를 열어 내년 경기운영 방식을 확정했다. 월요일 경기 없이 팀당 128경기(총 576경기)를 치르는 안이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월요일에 경기를 하면 경기 수(팀당 136경기, 총 612경기)는 늘지만 특정 팀이 휴일 없이 14연전을 치르는 데다 팀 이동거리도 길어져 비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름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바꿔야 했다. 19일 9개 구단 사장이 모인 임시 이사회에서 10구단 유보와 함께 월요일 경기 및 중립경기 실행을 재검토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10구단에 찬성했던 한 구단 사장은 “10구단으로 안 가는 대신 월요일 경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9구단 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9구단 체제에서는 팀당 최대 4일까지 쉬는 문제가 발생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경기를 적게 하면 수익이 줄어든다. 결국 KBO는 보름 전에 버렸던 ‘팀당 136경기 카드’를 다시 주워 와야 했다. KBO는 이 방식을 택할 경우 1군 등록 선수를 늘리거나 연장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팀당 128경기든 136경기든 둘 다 차악(次惡)일 수밖에 없다. 일단 선수가 피해를 본다. 팀당 128경기를 하면 현행(133경기)보다 경기 수가 줄어 통산 기록 달성에 불리하다. 반면 월요경기를 실시하면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주전 선수는 휴식 없이 2주 내내 출전하는 경우도 생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야구팬들이다. 팀당 128경기를 하면 좋아하는 팀을 볼 기회가 줄어든다. 월요경기를 해서 경기 수가 늘어난다 해도 지방 팬들은 소외당할 가능성이 높다. 월요경기는 각 팀의 이동거리 증가를 막기 위해 중립경기로 치를 계획인데 중립경기는 흥행을 위해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선수와 팬이 피해자가 되는 기형적 구조의 원인은 홀수인 9구단 체제다. 이런 상황을 만든 건 9구단은 허용하고 10구단은 불허한 KBO 이사회다. 자신의 이익만 앞세운 구단들 탓에 정작 프로야구의 근본인 선수와 팬이 멍들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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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부당한 10구단… ‘아홉수’에 걸린 야구

    《 힘차게 도약해야 할 한국 프로야구가 흔들리고 있다. 프로야구의 미래를 좌우할 제10구단 창단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구본능 총재와 9개 구단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10구단 창단 안이 언제 다시 상정될지는 알 수 없다. 사실상 ‘무기한 표류’인 셈이다. 내년부터 9구단 NC가 1군에 참여하기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는 당분간 불안정한 홀수 구단 체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 표결은 안 했지만 사실상 부결 며칠 전까지만 해도 10구단 창단 승인은 낙관적으로 보였다. 롯데 삼성 한화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야구팬의 여론이나 전체적인 이사회의 흐름은 찬성 쪽이었기 때문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해 표결을 하더라도 승인에 필요한 7표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사회 개최 2, 3일 전부터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반대 측 구단들이 찬성 측 구단에 대해 대대적인 설득작업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찬성 의사를 밝혔던 몇몇 구단도 표결에 거부감을 보였다. 표결을 할 경우 편 가르기로 비칠 수 있고 향후 10구단 창단작업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 될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다수 이사가 표결에 부담을 느끼면서 KBO는 결국 표결을 강행하지 못했다. 명목상 당분간 유보였지만 실제로는 부결인 셈이다. 이사회는 “아마추어 야구의 전반적인 여건이 성숙된 뒤 10구단을 창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고교 20개팀, 중학교 30개팀 창단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퇴행은 불가피 내년부터 9구단 체제가 되면서 한국 프로야구는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홀수 구단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월요일 경기와 중립지역 경기 편성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파행적인 리그 운영은 불가피하다. 5월 실행위원회에서 결정한 내년 시즌 팀당 경기는 128경기다. 올해 133경기에 비해 5경기가 줄어 기록적인 면에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짝이 맞지 않아 4일을 쉬는 구단도 나온다. 만약 월요일 경기를 편성해 팀당 136경기를 치른다고 해도 문제다. 이 경우 13일을 연속해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 우천 등으로 경기 일정이 밀리면 하루에 2경기(더블헤더)도 해야 한다.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홀수 구단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구단 관계자는 “우리 실정에서 8개 구단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구단 수의 축소는 곧 리그의 퇴보를 의미한다. “그럴 바엔 9구단은 왜 만들었느냐”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선수협 “올스타전, WBC 보이콧” 제10구단 창단이 불발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10구단 유치 활동을 벌여온 경기 수원시와 전북도는 이사회의 결정에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예고한 바와 같이 올스타전과 내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를 거부하고 선수노조를 설립해 구단 이기주의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야구팬이 준 사랑을 특권인 양 생각하며 (구단들이) 프로야구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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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라 아이스하키, 핀란드 누빈다

    겨울올림픽의 최고 인기 종목은 남자 아이스하키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아이스하키의 입장권 판매 수는 65만56장으로 대회 전체 관중의 절반에 가까운 46.8%를 차지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한국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실력이 워낙 처져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보장받지 못해 출전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자칫 남의 잔치가 될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은 세계랭킹 28위인 한국이 2015년 연맹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세계랭킹 18위 이내에 진입해야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3년 안에 국제대회 성적을 통해 10계단을 뛰어올라야 한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위해 한라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세계랭킹 2위인 핀란드에 한국 선수들이 주축이 된 아이스하키 팀을 창단하기로 한 것이다. 한라는 2018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 유로 한라(가칭)를 창단해 핀란드 2부 리그인 메스티스 리그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전 단계로 올해는 한라 소속 국가대표 선수 10명을 메스티스 리그 산하 HC 케스키 우시마와 키에코 반타 등 두 팀에 파견한다. 지난 시즌 영국 리그에서 뛰었던 박우상을 비롯해 김기성 김윤환 조민호 신상우 이돈구 김상욱 김우영 박성제 성우제 등이 2012∼2013시즌부터 메스티스 리그에 진출한다. 핀란드의 SM리가는 북미리그, 러시아리그와 함께 세계 3대 톱 리그에 속한다. 메스티스 리그는 SM리가의 하부 리그로 12개 팀이 있다. 유로 한라와는 별개로 안양 한라는 한국 일본 중국이 참가하는 아시아리그에 그대로 출전한다. 10명이 빠져나간 자리는 신인 선수들이나 베테랑 선수들이 채우기로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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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구단 창단 오늘 결정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좌우할 ‘제10구단 창단’ 여부가 19일 결정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제10구단 창단 여부를 논의한다. 10구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가운데 일부 구단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어 격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KBO는 만장일치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표결로 안건을 통과시키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를 하루 앞둔 18일 프로야구선수협회와 야구 원로모임인 ‘일구회’는 일제히 10구단 창단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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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신고선수… 나의 무기는 ‘사생결단’

    #‘땀’이었다 대졸 신고 선수 출신 KIA 한성구(24)가 선동열 감독의 눈길을 받게 된 이유는. 올해 초 KIA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선 감독은 새벽 운동을 갔다가 한성구와 마주쳤다. 선 감독은 한성구가 술을 마셨다고 생각했다. 한성구가 “러닝하고 있었다”라고 했지만 못 미더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직접 확인까지 했다. 그는 얼굴 가득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 감독은 “그 후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훈련을 했다. 야구에 대한 절박함이 보였다.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 싶은 선수”라고 했다. 그러곤 14일 넥센전에 한성구를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그는 7번 지명타자로 메이저리거 출신 김병현을 상대로 3타점 2루타를 치는 등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하룻밤 사이 그는 무명에서 팀의 기대주로 거듭났다. #‘눈빛’이었다 전 소속팀(LG)에서 방출되고 현역으로 군대까지 다녀온 서건창(23)이 넥센에 입단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11월 전남 강진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린 입단 테스트엔 20여 명이 참가했다. 당시 2군 감독이던 박흥식 타격코치는 서건창에 대해 “플레이를 떠나 그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도 ‘눈빛이 강한 아이’로 서건창을 기억한다. 그는 유일하게 테스트에 합격해 신고 선수로 입단했다. 올 시즌 그는 잘나가는 넥센의 주전 2루수다. 15일 현재 타율 0.298에 16타점, 8도루를 기록 중이다. 신인왕에 도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성적이다. 올해 프로야구에 ‘신고 선수 돌풍’이 거세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기존 팀에서 방출당한 뒤 신고 선수로 입단해 맹활약을 펼치는 반란의 주인공이 적지 않다. 올해 상위권을 달리는 LG에는 3명의 신고 선수 출신이 1군 무대를 밟았다. 지금은 모두 2군에 내려가 있지만 이천웅은 데뷔 3경기 만에 홈런을 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민재와 최영진은 안타로 손맛을 봤다. 2008년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포수 최재훈은 백업 포수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KIA 이준호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고 있다. 모두 절실함과 성실함을 갖췄다. 이들 신고 선수의 활약은 팀 분위기 전환에도 긍정적이다. 누구든 열심히 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타성에 젖은 기존 선수에게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 2000년대 말 ‘화수분 야구’로 유명했던 두산에서는 김현수와 이종욱 손시헌 등이 신고 선수를 거쳐 스타가 됐다. 올해는 과연 어떤 선수가 신고 선수 신화를 쓸까.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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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명 한성구 ‘핵잠수함’ 무너뜨리다… 김병현 상대 3타점 맹타

    몸놀림이 둔한 포수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재능은 평범해 보였고 몸은 뚱뚱했다. 그나마 가능성을 인정받은 건 방망이 솜씨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지명 받지 못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렇지만 그는 야구가 절실했다. 살을 빼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다. 110kg이 훌쩍 넘던 몸무게를 몇 개월 만에 25kg이나 감량했다. 살을 뺀 뒤 그는 KIA에 테스트를 자청했다. 결과는 합격. 그렇게 지난해 KIA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가 올해 정식 계약 선수가 됐다. 연봉은 2400만 원. 하지만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그의 집념은 놀라웠다. 선동열 KIA 감독은 그를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녀석”이라고 표현한다. 선 감독은 “올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오전 5시에 아침 운동을 나갔는데 한 선수가 인사를 꾸벅 하더라. 새벽까지 술을 먹을 줄 알았는데 러닝을 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새벽 운동을 나갔다가 그 녀석을 여러 번 봤다”고 했다. 바로 그였다.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2개나 낀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넥센)을 무너뜨린 것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KIA전. 무명인 한성구는 이날 7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직전까지 4경기에 대타나 대수비로 나와 11타수 6안타를 친 그를 선 감독이 깜짝 발탁한 것이다. 2회 첫 타석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병현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스윙을 했다. 그의 방망이는 1-0으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3회에 터졌다. 2사 만루 상황에서 김병현의 2구째 직구를 밀어 쳐 우익수 키를 넘기는 3타점 2루타를 쳐낸 것. 5회 3번째 타석에서는 볼넷까지 골랐다. KIA는 이날 4타수 3안타 3타점을 친 한성구의 맹타에 힘입어 넥센을 9-6으로 꺾고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김병현은 5이닝 7안타와 5개의 4사구로 5실점하며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SK는 잠실경기에서 에이스 김광현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발판 삼아 LG를 2-0으로 꺾었다. 김광현은 3차례 등판에서 3번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삼성은 한화를 12-1로 대파했고 두산은 롯데에 8-7로 승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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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구단 창단 급물살… KBO “내주 최종결정”

    “10구단으로 가는 대세는 분명해졌다.” 한국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로 확대 재편된다. 내년부터 9구단 NC의 1군 리그 참여가 확정된 가운데 올해 제10구단 창단이 결정되면 2014년부터 10개 구단이 1군 리그를 치르게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구본능 총재와 9개 구단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이르면 다음 주 임시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KBO는 이날 전격적인 표결 강행을 통해 제10구단 창단 승인을 이끌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몇몇 구단이 절차상 문제를 들어 반대하면서 10구단 창단을 논의하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만 대세는 10구단 창단 쪽으로 흐르고 있다. 당초 10구단에 반대하던 4개 구단(롯데 두산 한화 삼성) 가운데 두산이 찬성 쪽으로 돌아서면서 10구단 창단 승인에 필요한 7표를 채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이 “10구단을 창단하려면 올해 8월 20일 드래프트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에 가까운 시일 내에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합의가 중요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엔 표결로 처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표결 통과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시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이 승인되면 10구단 탄생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양 총장은 “이사회 논의와는 별개로 10구단 작업은 상당히 진척돼 있다. 경기 수원과 전북도가 10구단 유치 활동을 벌여왔다. 몇 개 기업이 야구단 창단 의지를 밝혀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KBO 고위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이 야구단 창단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보 기업 가운데 재계 2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68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700만 관중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뜨거운 야구 열기에 탄력을 받은 한국 프로야구는 9구단에 이어 10구단 체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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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툭 터놓고 톡]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요즘 한국 프로야구가 뜨겁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크게 늘었다. 6일에는 역대 최소인 190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그라운드 이면의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도 뜨겁다. 바로 ‘제10구단 창단’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제9구단 NC가 창단해 내년부터 9개 구단이 1군 리그를 치르게 된 가운데 10구단 창단 여부를 놓고 기존 8개 구단의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왔다. 12일 이사회는 표결을 통해 10구단 창단 여부를 공식적으로 결정한다. 당초 반대하던 한 구단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10구단 창단이 급물살을 탈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찬성 측은 물론이고 반대 측의 논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에 10구단은 필수조건일까 아니면 시기상조일까. 》■ SK KIA LG 넥센 “이래서 찬성한다”“10구단 창단을 유예하고 9구단에서 멈추자는 건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하자고, 고지가 저기라고 같이 나왔는데 베이스캠프에서 주저앉은 꼴이다. 위험할 순 있지만 다 같이 목표로 했던 것 아닌가. 그러면 가야 한다.”10구단 창단에 찬성하는 4개 구단 사이에도 적지 않은 이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장석 넥센 사장의 말처럼 지난해 제9구단 NC의 출범은 10구단 창단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 “10구단 출범은 순리다”지난해 NC가 경남 창원을 연고로 창단하려 할 때 반대표를 던진 구단은 부산을 연고지로 한 롯데가 유일했다. 하지만 10구단 얘기가 나오자 각종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구단이 늘었다. “만약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를 하려 했다면 9구단 출범 때 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신영철 SK 사장은 “지난해 제9구단 창단을 결정할 때 현재 우리 야구 시장 규모라면 8개 구단으로 족하지 않으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독점해 왔던 한국 프로야구 판에 새로운 자극을 줌으로써 활기를 불어넣어 보자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전체 파이를 키워 10구단까지 가자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고 했다. 이어 “반대 구단들의 논리도 공감할 부분은 있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앞장서서 프로야구 판을 견인해 갈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을 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장석 사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야구는 활황이다. 9개에서 10개 구단으로 가는 건 순리다. 10개 팀이 되면 단기적으로 경기 수준 등이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경기 수가 늘고 더 많은 선수가 유니폼을 입으면 전체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홀수 구단 체제로 가면 공멸할 수도 있다”홀수 구단 체제인 9구단 체제로 갈 경우 리그 운영이 파행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도 있다. 당장 NC가 1군에 참여하는 내년부터 팀당 경기 수가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든다. 또 최대 4일까지 경기를 치르지 않는 팀도 생긴다. 이삼웅 KIA 사장은 “짝수 구단 체제로 가지 않으면 모처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가 공멸의 길을 밟을 수도 있다. ‘짝수 구단으로 가야 한다’는 큰 틀에서 10구단 창단에 조건부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장석 사장은 “경기 수의 축소는 리그의 퇴보를 의미한다. 야구는 기록경기인데 경기가 줄면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없다. 이는 선수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 수를 늘려야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 나아가 국제 경쟁력까지 좋아진다”고 했다. 전진우 LG 사장은 “야구는 이미 스포츠를 넘어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10구단 창단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야구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10구단 창단은 야구 판 전체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찬성 의견을 밝혔다. ○ “막무가내식 창단은 지양해야 한다”이 4개 구단은 원론적으로 10구단 창단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무조건 10구단이 생겨야 한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신 사장은 “야구인들 가운데는 ‘10구단 반대론자=야구의 적’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 야구는 많은 돈이 드는 비즈니스다.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10구단이 제대로 창단하려면 각 구단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 자기가 맡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구체적 대안이나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입으로만 10구단을 부르짖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삼웅 사장도 “10구단 창단을 현행 프로야구계의 다양한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교 야구 활성화나 지역 연고제 등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롯데 두산 한화 삼성 “이래서 반대한다”“내가 욕먹는 건 상관없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프로야구가 망가지는 걸 지켜볼 수는 없다.”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반대의 중심에 선 장병수 롯데 사장의 주장은 한결같다. 야구팬의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장 사장은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처럼 흔들림이 없다. 그가 독불장군처럼 비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10구단 반대’ 논리를 펴는 이유는 뭘까.○ “중견기업, 프로야구단 운영 감당 못 한다”장 사장의 ‘10구단 시기상조론’은 결국 ‘돈’ 문제다.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가장 팬층이 두껍다는 롯데도 지난해 모기업에서 120억 원을 지원받았다. 매년 250억 원 이상 지원받는 구단도 있다. 지금 같은 구조에서 신생 구단이 꼴찌에서 벗어나려면 5년의 시간과 1000억 원 이상의 돈이 든다. 신생 구단을 맡는 기업은 자금 압박을 이겨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 거기에 1군 무대에서 하위권을 전전하다 보면 팬들도 떠난다. 이러다 10구단이 망할 경우 프로야구 전체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인구 대비 프로야구 구단 수가 많다는 것도 10구단 반대론의 단골 메뉴다. 인구가 약 3억 명인 미국은 프로야구 구단이 30개, 약 1억2000만 명인 일본은 12개다. 인구 1000만 명당 1개 구단꼴이다. 하지만 인구 약 5000만 명의 대한민국은 이미 9개 구단 체제다. 팬 확보가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 “야구 저변 확대부터 준비하라”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은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작업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야구의 젖줄인 고교야구의 저변은 나날이 악화되는데 프로야구단 수만 늘리면 수준이 떨어질 게 뻔하다는 주장이다. 정승진 한화 사장은 ‘프로 구단 수가 늘면 중고교 야구팀 수도 늘어난다’는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프로야구 구단의 3군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선수 수급 구조를 가다듬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고교야구 수준은 갈수록 떨어져 프로 구단에서의 재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프로 3군 육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3군이 활성화되면 코치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장 사장은 기존의 8개 구단이 이미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롯데는 2007년 경남 김해에 상동 2군 전용 야구장을 건립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했지만 쓸 만한 선수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70명 정도의 2, 3군 선수를 육성하고 있지만 매년 1군에서 뛸 만한 선수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가 이 정도인데 10구단이 제대로 선수 수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김승영 사장 역시 지역 연고 부활 등 고교야구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10구단 창단과 지역 연고 부활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10구단 창단의 전제 조건은 결국 선수 수급이기 때문이다. 현행 전면 드래프트제는 사실상 지역 내 유망주를 방치하게 만든다. 사명감을 갖고 유망주들을 키우기 어렵다. 유망주의 해외 유출도 막을 길이 없다.”○ “10구단 하더라도 결국 한두 구단은 망한다”10구단 반대론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이어야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건 편향된 시각이다”라거나 “제9구단 NC의 1군 진입을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승인해 놓고 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라는 견해가 나온다.그런데도 장 사장의 ‘10구단 필패론(必敗論)’은 굳건하다. “짝수 구단 체제로 가야 하기 때문에 10구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허약한 논리다. 현재 팀 수가 홀수냐 짝수냐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10구단을 창단한다 해도 (어차피 몇 해 뒤 어떤 구단이 망하면) 8구단 또는 9구단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0구단 때문에 프로야구가 다시 퇴보하길 바라는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 20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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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툭 터놓고 톡]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오늘 표결

    프로야구계의 ‘뜨거운 감자’이던 제10구단 창단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르면 올해 안에 10구단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구본능 KBO 총재와 9개 구단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 여부를 전격적으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10구단 창단 여부는 당초 이날 이사회의 정식 안건이 아니었다. 10구단에 찬성하는 구단과 반대하는 구단의 수가 비슷해 표결을 거쳐도 통과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보 취재 결과 찬성하는 구단은 5개 구단(SK KIA LG 넥센 NC)이고 반대하는 구단은 4개 구단(롯데 두산 한화 삼성)이다. 구 총재가 찬성표를 던진다 해도 10구단 창단 의결에 필요한 7표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10구단 창단에 대한 뜨거운 여론을 등에 업고 반대 구단 하나가 찬성 쪽으로 돌아서면서 10구단 창단 건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계 원로는 “12일 이사회에서 KBO가 그동안 마련해 놓은 제10구단 창단 마스터플랜을 이사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유치 희망 기업과 도시 등도 공개될 수 있다. 표결 통과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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