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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 원의 손실을 회피한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전현직 임원이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이진동)는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이 한화에 매각된다는 정보를 듣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전 대표 이모 씨(69·2008년 5월 사임) 등 전현직 임원 4명을 3000만~3억 원의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대표이사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회사 매각 사실을 들은 김모 부장(48)은 이를 이 씨 등에게 알리고,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이 씨는 주식 3만7000여 주를 매도해 2억58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전직 전무인 조모 씨(58)는 1억5600만 원을, 전직 상무인 김모 씨(57)는 2800만 원을 각각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현직 경영지원팀 상무인 정모 씨(48)는 스스로 회사 매각 정보를 취득한 뒤 주식을 매도해 4200만 원을 챙겼다. 검찰은 이 전 대표와 조 전 전무를 각각 벌금 3억 원과 2억 원에, 김 전 상무와 정 상무를 각각 3000만 원과 5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씨는 내부자지만 부당 이득이 적어 약식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챙긴 부당 이득은 전액 환수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태어난 지 50여 일밖에 안된 자신의 딸을 익사시킨 비정한 40대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양천구 신월동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생후 53일 된 딸의 머리를 물이 든 찜통에 넣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주부 김모 씨(40·여)를 긴급체포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가 결혼 13년 만에 낳은 딸을 죽인 건 양육 문제로 인한 남편 유모 씨(41)와의 잦은 다툼 때문이었다. 사건 발생 전날에도 김 씨 부부는 양육 문제로 언성을 높이다 이혼 이야기까지 꺼냈다. “이혼 후에 딸을 키우다 어려워지면 보육원에 보내겠다”는 남편의 말에 격분한 김 씨는 딸을 보육원에 보낼 바에 차라리 직접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오전 6시 30분경 남편이 출근하자 김 씨는 딸을 화장실로 데려가 익사시켰다. 물에 얼굴이 잠긴 딸의 울음소리에도 불구하고 돌아서 나온 김 씨는 오전 7시경 집에서 나왔다. 욕조 의자에 몸을 누인 채 머리가 물에 잠겨 끝내 숨진 아이는 오후 8시경 김 씨 시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발견되기까지 13시간가량 방치됐다. 화장실 문 앞에는 “OO(숨진 아이의 이름)는 내가 좋은 데로 데려갈게.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우리 가정은 이렇게 끝나네. 미안해”라고 적힌 김 씨의 메모가 발견됐다. 이날 오후 10시경 인천 소래포구 인근 한 광장에서 검거된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숨진 아이의 부검을 의뢰했다고 밝혔다.강홍구 windup@donga.com·유원모 기자}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70)이 검찰의 서면조사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23일 문 의원에게 답변서를 받아 분석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문 의원은 2004년 고등학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에게 처남을 한진그룹 관계사인 미국 회사인 브리지웨어하우스 아이엔씨에 컨설턴트로 채용하도록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측은 앞서 11일 문 의원이 직접 조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부탁했는지, 처남이 일하지도 않은 채 월급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서면조사서를 발송했다. 문 의원 측은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문 의원) 소환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것 없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보기만 해도 누구나 가슴이 답답해질 한 장의 사진. 이달 14일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12일 대전역 김 여사님 주차 신공’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게시됐습니다. 역을 찾는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만든 한 개 차로의 도로에 승용차가 불법 주차돼 다른 차량들의 통행을 떡하니 막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대전역 앞으로 추정되는 이 한 장의 사진에는 현장의 난감한 분위기가 그대로 담겼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차주에게 연락을 하려는 듯 전화를 거느라 바빴고 문제의 차량 뒤 시티투어 버스는 차를 피해 지나가 보려다 포기한 듯 반대 측 구석에 그대로 정차해 있었습니다. 눈앞의 상황이 기가 차다는 듯 팔짱을 끼거나 조수석 창문으로 차량 내부를 들여다보는 시민도 있었고 휴대전화로 차량을 촬영하는 이들의 모습도 담겼습니다. 시티투어 버스 뒤로는 또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을까요. 글쓴이가 전한 사연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차주는 경찰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차를 주차한 뒤 부산에 내려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험사에 차량 견인을 부탁하는 말도 남겼다고 했습니다. 문제의 ‘김 여사’를 향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발생한 피해를 차주가 모두 보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평소 김 여사(운전에 서툰 일부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표현)에게 쌓아뒀던 울분을 이 자리에서 다 풀려는 듯 인신공격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한 누리꾼은 “저 아줌마랑 사는 남편이 제일 불쌍하다”며 열을 올렸고 “내가 남편이면 면허증 반납, 차 압수하겠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틀 뒤 본인을 대전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댓글 하나를 올리면서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됐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다는 이 경찰은 이때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현장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운전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차주가) 알아서 견인하라고 말하지 않았고 보험사에 연락해 견인 조치한다고 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김 여사 비난에 열을 올리던 누리꾼 모두는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솔직히 저 또한 그랬다고 고백합니다. 김 여사를 비난하던 여론은 평소 여성 운전자를 무시하는 일상 속 시선으로 과녁을 옮겼습니다. 애초 글 제목에 ‘김 여사’를 달았던 글쓴이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상식 이하의 운전을 하는 이들이 전부 여성일 거라고 지레짐작해온 걸까요.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고 소통을 강화한다는 소셜네트워킹의 사회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장 눈앞의 사진조차 믿지 못하게 하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제목에 붙은 세 음절 ‘김 여사’만으로 많은 누리꾼이 잘못된 확신을 갖는데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인들 어디 어려울까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던 나치의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이야기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직관의 힘은 위대합니다. 굳이 먼 과거로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그렇습니다. 이달 초 터키 해변 모래에 얼굴을 묻고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의 사진으로 전 세계는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전 세계는 난민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했고 결국 유럽연합(EU)이 난민 분산 수용안을 통과시키는 등 실천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사진이 잘못된 직관을 갖게 할 때 그 파급효과 또한 막강합니다. 대전역 김 여사 사진이 그랬듯 사진을 통해 불붙은 잘못된 직관 또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번져나갑니다. 글과 동영상 또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스마트폰으로 수십 개, 수백 개의 콘텐츠를 접하는 이라면 오늘 하루만큼은 눈앞의 콘텐츠를 다시 한 번 바라보는 일종의 ‘거리 두기’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어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애먼 뭇매를 맞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입니다.강홍구 사회부 기자 windup@donga.com}

22일 오후 ‘신림동 고시촌’으로 불리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9동)의 한 서점 벽면은 학원의 홍보 전단으로 도배돼 있었다. 추석 연휴를 맞아 공직적격성평가(PSAT), 변호사시험 관련 특강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를 이뤘던 사법시험 특강 전단은 단 한 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대학동의 한 사법시험 학원은 올해부터 과거 오프라인으로 실시하던 추석 특강을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줄어드는 사법시험 수강 수요에 맞춘 자구책이다. 같은 날 인근의 한 사법시험 학원의 3층 강의실.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에서는 학생 7명만 모의고사를 풀고 있었다. 7, 8년 전만 하더라도 수강인원이 넘쳐 한 과목에 2개 강의실을 화상으로 연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강의실의 10분의 1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 강의실 분위기는 적막했지만 학생들은 1차 시험과목인 민법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학원 관계자는 “내년을 마지막으로 1차 시험이 없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2차 시험 결과 발표를 이틀 앞두고도 1차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나흘 앞뒀지만 신림동 고시생에게 명절 연휴의 기쁨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취재진이 만난 고시생은 각자 “공부를 좀 더 하려고”, “친척을 만나 스트레스 받을까 봐”, “부모님께 죄송해서” 등의 이유로 명절 귀성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한 남상섭 씨(40)는 “고시생에게는 민족의 명절보다 국제법(1차 시험 선택과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모 씨(33)도 “과거에는 고시생끼리 식사도 했는데 올해는 혼자 목욕탕에 가서 마음을 다잡은 뒤 평소처럼 공부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사법시험 준비생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더 커 보였다. 사법시험 폐지에 맞춰 점차 합격자 수를 줄이면서 남은 응시자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3만여 명 수준이었던 신림동 사법시험 준비생은 현재 4000명 정도로 줄었다. 올해로 9년째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강재훈 씨(32)는 “올해 1차 시험에 낙방하고 처음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알아봤지만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결국 포기했다”며 “당장 내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9급 법원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와 서점가도 타격을 입은 건 마찬가지. 대학동에서 20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62·여)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체 책의 70% 정도가 사법시험 관련 서적이었지만 지금은 10%도 안 된다”며 “사시생이 줄면서 매출도 30∼40%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폐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존치를 주장하는 준비생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권민식 대표(36)는 “학력, 빈부, 나이에 관계없이 5만 원만 있으면 누구나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면서 “평균 등록금 1500여만 원에 달하는 로스쿨에 비해 공정한 시험”이라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했다. 2017년 2차 시험만 치러지고 사법시험은 전면 폐지된다.유원모 onemore@donga.com·강홍구 기자}
서울대가 여성, 외국인, 장애인 등 학내 소수집단에 대한 이해증진을 위해 다양성위원회를 신설한다. 서울대 기획처는 학내 인적 구성과 운영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양성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하는 학칙 일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5월 여교수회의 제안으로 시작된 다양성위원회 신설 논의는 학내 의견 수렴 및 법학연구소 자문, 기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총장 자문기구인 다양성위원회에는 교무처장, 학생처장, 기획처장, 평의원회 의장, 교수협의회장, 여교수회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외 전임교원, 외부 인사 등에서 최대 9명까지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 외국인 위원 1명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다양성 위원회는 △인적구성 및 운영에서 다양성·공정성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 연구 및 건의 △다양성 관련 현황과 개선실적에 대한 연례보고서 발간 △학내 다양성 현안 및 정책에 대한 의견수렴 △다양성 증진을 위한 교육 및 홍보 등의 역할을 맡는다. 대학 관계자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이뤄지는 창조적 학문생태계와 건강한 대학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물류회사 범한판토스의 여직원이 여의도 고층빌딩에서 투신해 숨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1일 오전 10시 50분경 여의도 KTB투자증권 건물에서 범한판토스 직원 신모 씨(39·여)가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신 씨는 이날 출근 뒤 19층 높이의 건물 옥상에서 투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신 씨의 휴대전화는 15층 회사 사무실 책상에서 발견됐다. 회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신 씨는 신경쇠약으로 약을 복용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 및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14일 열렸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 때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장난감 권총 시범 격발을 요구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이 공식 사과했다. 유 의원은 17일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에서 “사실관계를 밝히는 과정에서 (강 청장에게 장난감 권총 격발을) 시연해 보라고 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지 못한 판단이었다”며 “13만 경찰과 강 청장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올해 5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구의 한 경찰지구대를 찾아가 출동을 요구한 이른바 ‘수사 지휘’ 논란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이 지역에 바바리맨이 자주 돌아다닌다고 하니 인상착의를 확인했느냐고 묻고 폐쇄회로(CC)TV,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인하도록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경찰청 국감에서는 지난달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와 12일 서울 용산에서 발생한 늑장 대응 사망 사건 등과 관련해 경찰의 현장 매뉴얼 대응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서울의 치안을 책임지는 청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형사 구함.’ 경찰이 조직 내 형사 기피 현상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업무 강도는 높고 대우는 시원찮은 탓으로 보인다. 민생 치안의 최전선에서 뛰어야 할 형사가 되기 싫어하는 풍조가 심화되면서 인사 철이 되면 팀원을 구하러 강력팀장이 발 벗고 나서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최근 경찰 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을 통해 생긴 형사에 대한 관심이 현실과는 다른,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이야기’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올 정도다. 서울 A경찰서의 경우 2, 7월 인사 때마다 형사과 근무 60여 명 중 절반 가까이가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다고 희망했다. 업무 공백이 우려될 정도였다. 오겠다는 직원은 거의 없던 터라 해당 경찰서는 특별한 사유를 대는 직원을 제외하고는 부서 이동을 받아주지 않았다. 전입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B경찰서는 7월 인사에서 전출자만큼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형사과 보직공모 마감을 연장해야 했다. 형사 기피 현상이 일반화하면서 기본 규모인 ‘4분의 1’(팀장 1명에 팀원 4명으로 구성된 팀을 의미하는 경찰 속어)도 못 채워 3분의 1로 운영되는 팀이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형사과의 강력계장, 팀장은 인사 철마다 발 벗고 형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의 한 강력계장은 “삼고초려? 오고초려를 해도 쉽지 않다”며 “야간근무를 최소화하고 승진시험 공부를 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마련해주겠다는 각서를 써주고 간신히 팀원을 구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의 형사과장은 인사 철마다 사유서 쓰는 게 일이다. 신임 경찰관, 수사경과가 없는 경찰관 중에서 되는 대로 지원자를 받다 보니 경무과에 그 이유를 소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경험이 없거나 적은 형사가 갈수록 늘어나는 점도 경찰 조직의 고민이다. 인사 철이 다가오면 형사과에서 신참을 끌어가는 건 아닌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는 게 지구대 간부의 주요 업무가 됐을 정도다. 형사 기피의 기본적인 원인은 높은 업무 강도다.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을 주로 다루는 데다 밤샘근무도 잦아 점점 더 형사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문화가 특수성 강한 경찰 업무영역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이러다 형사 파트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반면 4교대로 근무하고 있어 휴식이나 승진 공부에 유리한 지구대 근무 선호 경찰은 갈수록 늘고 있다. 현장에서는 수당 체계 차별화 등의 대안이 제시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사 업무 특성상 사기 진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당을 올리고 인사고과에서도 가점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사정(勞使政) 4자 대표가 합의한 노동시장 개혁안을 수용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15일 본위원회를 열고 노사정 대타협을 선언한다. 한국노총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집행위원 투표를 통해 찬성 30표, 반대 10표(기권 8표·4명 불참)로 노동시장 개혁안을 수용했다. 중집은 한국노총의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 52명이 참석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본위원회를 열고 노사정 대타협을 선포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한국노총 중집은 금속노련, 공공연맹 등 강경파의 반발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이들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의 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한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정부가 일방 시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합의했다”며 “핵심 쟁점은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만큼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호소했다. 갈등은 오후 3시 20분경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단상으로 뛰어나오며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다 저지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최고조에 달했다. 옆에 있던 금속노련 간부가 분신을 막기 위해 소화기를 뿌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화기 분말로 가득해진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지도부는 정회를 선포한 뒤 오후 4시 반 회의를 재개했고, 오후 6시 40분경 투표를 통해 합의안을 의결했다. 노사정 대타협이 극적으로 이뤄지면서 노동시장 개혁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부 여당은 16일 노동 개혁 5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올해 안에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빠졌기 때문에 진정한 대타협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와 경영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기권 장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년의 절실함을 노사정 모두가 공감한 것이 큰 의미”라고 밝혔고, 경총 관계자도 “첫발을 내디딘 만큼 노동시장 유연성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노사정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나라를 살리는 앞길을 연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유성열 ryu@donga.com·강홍구·이샘물 기자}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70)의 취업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11일 문 의원 측에 서면조사서를 발송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문 의원은 2004년 고등학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에게 처남을 미국 회사인 브리지웨어하우스 아이엔씨에 컨설턴트로 채용하도록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면조사서를 보낸 배경에 대해 “정기 국회 회기 중인데다 소환조사 전 쟁점 정리가 필요한 사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면조사서에는 문 의원이 직접 조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부탁했는지, 처남이 일하지도 않은 채 월급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문 의원의 부인과 처남, 브리지웨어하우스 대표, 한진그룹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하는 한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외제 오토바이를 이용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수억 원대의 보험금을 타낸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1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62차례에 걸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사에 수리비를 부풀려 청구해 7억9000여만 원의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권모 씨(42) 등 5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에서 오토바이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권 씨는 아내와 동생, 처남 등 가족은 물론 친구와 동업자까지 범행에 동원했다. 이들은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을 오토바이로 따라가 부딪히거나 권 씨의 정비업체 앞에 오토바이를 주차해 놓고 차를 몰고 가다 일부러 충돌하는 수법 등을 썼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사고를 낸 후 보험사로부터 미수선 수리비를 현금으로 받았다. 미수선 수리비는 피해 차량을 수리하기 전에 보험사가 미리 지급하는 예상 수리비다. 외제 오토바이는 부품비와 수리비가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보험사가 청구 금액을 대부분 그대로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외제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보험 수리비를 계속 청구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회사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서 이들의 범행은 덜미를 잡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수선 수리비 제도를 악용한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연봉 6000만 원 비정규직 노조원 광고판 무단 점거로 연봉 2000만 원 영세한 회사 도산한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건물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 내용이다. 현수막의 주인은 이 건물 옥상에 설치된 10m 높이의 광고판을 운영하는 광고업체 ‘명보애드넷’. 평소에는 환하게 빛을 내며 광고를 내보내는 전광판이지만 현재는 완전히 꺼져 있다. 6월 11일부터 지금까지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소속 비정규직인 최정명(45) 한규협 씨(41)가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광고판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공 농성의 발단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아차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가 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불복 의사를 밝히며 항소했다. 사안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근로자들은 고공 농성을 선택했다. 고공 농성은 노사 갈등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다. 지난달 경남 창원시에서는 화물연대 동양파일분회 조합원 2명이 계약 만료된 조합원 7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20m 높이의 송신탑에 올랐다. 15일간의 고공 농성 끝에 5명이 복직하고 2명이 운송 재계약을 하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최 씨 등과 기아차 측의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0일 최 씨 등은 장기간 결근, 회사 복귀 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소속사인 기아차 하청업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3일 고공 농성 후 처음으로 정규직화 문제를 위한 특별 교섭이 진행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회사 측은 고공 농성 중단을 각각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농성이 길어지자 엉뚱하게도 광고판 관리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 명보애드넷의 연간 매출은 약 58억 원(2014년 기준). 인권위 건물에 있는 광고판은 매출의 10% 이상(연간 6억9000만 원)을 차지한다. 급기야 농성 중인 근로자들과 광고업체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명보애드넷은 6월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후 고공 농성이 마무리되면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다. 현수막을 내건 이유도 마찬가지. 회사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 측을 면담한 결과 근로자의 실질 연봉(수당 포함)은 5000만∼6000만 원대로 알려졌다”며 “평균 연봉 2000만 원대의 작은 회사가 이들의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편 노조 측은 수당을 제외할 경우 하청 업체 근로자의 월급은 200만 원대라고 밝혔다. 명보 측은 노조 관계자의 건물 출입을 막고 있다. 노조 측은 “한 달 동안 현수막을 걸지 않는 등 광고업체가 광고를 재개할 수 있도록 충분히 협조했지만 업체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그동안 중간자 역할을 해 왔던 인권위가 다음 달 3일까지 사무실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업체의 거부로 그동안 인권위가 해오던 농성 근로자 도시락 배달 문제 등이 당장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고공 농성 100일째인 18일을 앞두고 금속노조, 참여연대 등이 릴레이 기자회견을 하고 근로자들이 광고판에 대형 현수막을 걸겠다고 예고해 충돌이 예상된다.권오혁 hyuk@donga.com·강홍구 기자}

“광복 70주년은 다른 의미로 원폭 피해의 고통이 70년이나 됐다는 뜻입니다.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죠.” 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평화박물관에서 만난 한정순 씨(56·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한국원폭2세환우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한 씨의 부모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있다가 피폭됐다. 2세대인 한 씨는 대퇴부 무혈성 괴사증으로 4차례나 수술을 받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아들도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이날 박물관에는 한 씨 등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피해자들이 모였다. 마침 이날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는 한국 내 원폭 피해자에게도 일본 정부가 치료비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대하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열린 만남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마냥 밝지 않았다. 원폭 피해자의 고통이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원폭 피해자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원자폭탄피해자 및 피해자 자녀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다. 피해자와 자녀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의료·생활 지원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법안은 2005년 첫 발의 이후 번번이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새로 발의됐으나 아직 해당 상임위(보건복지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새로운 특별법 신설이 까다로운 데다 다른 전쟁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재 원폭 피해자들이 받는 금전적 지원은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원호수당(재해수당)과 의료비, 국내 정부가 지급하는 진료보조비 등이다. 고령으로 피해자가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어 특별법 제정을 더 늦춰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원정부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장(77)은 “원폭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 차원에서도 하루빨리 (특별법)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1945년 당시 4만 명으로 추정된 국내 원폭 피해자는 70년이 지난 현재 2545명(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록 인원 기준)으로 줄었다. 협회 회원의 평균 연령은 82.5세다. 피폭 후유증의 대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2, 3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지원정책도 절실하다. 2005년 당시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원폭 피해자 2세대는 7698명. 이는 피해를 등록한 1세대를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라 실제 2세대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원폭2세환우회에 가입한 1300여 명을 제외하고는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정부 차원의 피해 2세대 지원은 전무하다. 한편 이번 최고재판소 판결을 놓고 일본 언론들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9일 사설에서 “법 아래 평등이라는 점에 비춰 보면 당연한 판단”이라며 “피폭자들의 고령화가 진행 중인 만큼 이번 판결을 마지막으로 임시변통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판결 직후 홈페이지에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신속한 의료비 심사 지급 절차가 진행되도록 오사카(大阪) 부(府)와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송 당사자가 아닌 재외피폭자에게도 의료비 지급을 위한 세칙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일본에서 원자폭탄 피해를 본 피해자가 한국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일본 정부가 의료비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를 일본인과 외국인으로 구별하지 않고 의료비 전액 지원을 인정한 일본 최고재판소의 첫 판결로, 일본이 1957년 피폭자 지원을 시작한 이후 58년 만에 외국인 차별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최고재판소 제3부(재판장 오카베 기요코)는 8일 한국에 살고 있는 히로시마(廣島) 원폭 피해자 이홍현 씨(69)와 피폭자 유족 2명이 오사카 부(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조선소에서 일하던 강제징용 노동자였으며 이 씨는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어머니 배 속에서 피폭을 당했다. 가족은 그해 12월 한국에 돌아와 경북 김천에 정착했고 이듬해 1월 이 씨가 태어났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코피를 자주 흘렸고 고혈압과 만성심부전증 등에 시달렸다. 이 씨의 부모도 기관지염 등을 앓다가 어머니는 1993년, 아버지는 1996년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이 씨는 2008년 일본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지원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지출한 의료비 2700만 원을 보전해 달라는 소송을 일본 법원에 냈다. 일본의 ‘원자폭탄 피폭자에 대한 원호에 관한 법률(피폭자원호법)’은 피해자의 의료비를 국가 부담으로 규정했지만, 해외 거주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일본은 해외 거주 피해자가 해외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일본과 의료 체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연간 30만 엔(약 300만 원, 2014년 기준)까지만 지원했다. 외국에 거주하는 피폭자는 올 3월 말 기준으로 4280명이며 한국 거주자는 8월 말 기준으로 2500여 명이다. 한국 원폭 피해자는 1945년 당시 4만 명으로 추정됐지만 고령과 치료비 부족에 따른 사망으로 급격히 줄었다. 원고 이 씨는 이날 자료를 내고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의료비 지급을 미룬 일본 정부와 오사카 부는 앞으로 생명의 중요함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판결 직후 “원고 이외의 해외 피폭자에 대해서도 의료비 지급을 전면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판결은 히로시마나 후쿠오카 등에서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원폭피해자를 돕는 시민모임’의 이치바 준코(市場淳子)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폭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의료비 지원인데 여기까지 40년이 걸렸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성낙구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은 “그동안 몸이 아파도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했던 피해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 협회 회원 등 120여 명은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강홍구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이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70)의 인사 청탁 의혹과 관련 검찰에 다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6일 오후 3시경 조 회장을 재소환해 7시간가량 조사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 측은 “1차 소환 당시 고령의 조 회장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고 또 해외 출장이 있다며 (출장을) 다녀와서 조사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며 “요청을 받아들여 재소환 일정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회장은 1일 오전 9시경 검찰에 출석해 이튿날 오전 3시경까지 18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인 조 회장은 3일 출국, 이튿날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 휴전재단(IOTF) 집행위원으로 선임됐다. 조 회장은 2004년 경복고 4년 선배인 문 의원의 부탁으로 문 의원의 처남 김모 씨를 미국에 있는 한진그룹 관계사 브리지웨어하우스 아이엔시에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인사 청탁 의혹을 전반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저는 퇴임해서 잘 모릅니다. 현직에게 물어보세요.” 서울 양천구 W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 폭발이 일어난 1일. 피의자 이모 군(15)이 지난 학기까지 다녔던 서울 서초구 S중학교의 전임 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례했다는 생각에 현직 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퇴임했다던 전임 교장은 사고 발생 전날까지 이 학교의 교장이었다. 6월 이 군이 화장실에서 방화를 시도했을 때는 물론이고 1년 6개월여의 재학 기간 내내 S중을 책임진 교장이었다. 현직 교장이야말로 취임 날 사고가 나 이 군의 상태를 알 리 없었다. 전임 교장의 책임감 없는 대응이 아쉬웠다. 아쉬운 상황이 반복됐다. 1일 부탄가스통이 폭발한 W중에 취재진이 몰리자 학교 관계자는 “(이 군은)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이 군은 2013년 W중에 입학해 1년여를 다녔다. 2일 S중의 한 교사는 이 군의 학교생활을 묻는 기자에게 “이 학교 학부모 절반이 판사, 변호사인 걸 모르냐”며 엉뚱하게도 ‘학부모의 힘’을 과시했다. 이 군이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말해주려는 사람은 학교 어디에도 없었다. 이 군의 생활을 전혀 알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한 건 그들은 이 군을 떠안기 싫은 폭탄 정도로 여긴다는 점이었다. S중은 학업중지 숙려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 군을 상담했지만 끝내 이 군에게 대안학교 전학을 권했다. 마지막까지 이 군을 보듬는 대신 포기한 셈이다. 사실 W중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 군은 당시 누나의 전학 때문에 학교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버젓이 “(이 군은) 정신이상자”라고 말하던 W중 교사의 발언을 감안하면 학교생활이 매끄럽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군이)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냈다”는 S중 관계자의 말은 공허하다 못해 쓴웃음을 짓게 한다. 생활지도 강화를 위해 교원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되풀이되지만 눈앞의 현실은 이렇게 참담하다. 오죽하면 학생과의 스킨십 강화가 아닌 교사 자신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3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결국 ‘도주 우려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 군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이 군이 이달부터 다니기로 했다는 대안학교가 이 군을 위한 대안이 아니라, 이 군을 껴안기 싫었던 학교를 위한 대안은 아니었을까? 부디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강홍구·사회부 windup@donga.com}

중학생이 왜 빈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터뜨렸을까. 서울 양천구 중학교 부탄가스 폭발 사고의 피의자 이모 군(15)이 6월에도 자신이 다니던 서울 서초구 중학교에서 방화를 시도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구 향한 불만이나 과대망상 경찰에 따르면 이 군은 지난해 3월 양천구 W중학교에서 서초구 S중학교로 전학했다. 이 군은 “전학 간 학교 친구들이 소심한 성격의 나와 잘 어울려주지 않아 불만이었다”고 진술했다. 이 군은 애초 S중학교에서 부탄가스통을 터뜨릴 계획이었지만 폐쇄회로(CC)TV가 많고 경비원이 배치돼 있다는 이유로 전에 다녔던 W중학교로 범행 대상을 바꿨다고 진술했다. 테러에 대한 과대망상이 범행으로 연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군은 범행 전 유튜브 등을 통해 미국에서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 등의 해외 테러 영상을 찾아본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쇠망치, 커터칼을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 검거 당시 이 군의 가방에서는 라이터, 생수통에 담긴 휘발유 500mL, 막대형 폭죽 2통(20개) 등이 발견됐다. 범행 전후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 올리고 도주 중에도 언론사와 인터뷰한 점은 일종의 영웅심리를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중 관계자는 “이 군이 ‘누군가를 찌르고 싶다, 불을 지르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부모를 설득해 이 군에게 (정신 관련) 병원 치료를 받게 했다”고 설명했다. 6월 S중 화장실에 불을 질렀을 당시에도 이 군은 “학교 친구를 해치겠다”는 등의 폭력적 발언이 문제가 돼 등교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이었다.○ 반사회적 방법으로 존재감 과시 학교에서 이 군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의 방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6월 방화 이후 학교에서는 교내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을 뿐 이미 학교 화장실에 불을 지르는 등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저지른 이 군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 가라’는 요구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범행 당일 이 군이 아무 제지 없이 W중을 출입한 사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 군은 사복을 입었고 경비원이 교문에 근무 중이었지만 오후 1시경 학교에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고 손쉽게 빠져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범행에 대해 “친사회적 방법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자 불을 지르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등의 반사회적 방법으로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이 군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김민 기자}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70)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사진)을 소환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1일 조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변호인과 함께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은 2004년 경복고 4년 선배인 문 의원의 부탁으로 문 의원의 처남 김모 씨를 미국 회사인 브리지웨어하우스 아이엔시에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사 대표 김모 회장(미국 국적)을 출국 정지시키고 조사 중이다. 1988년부터 이 회사를 경영한 김 회장은 조 회장과 경복고 42회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진그룹은 브리지웨어하우스에 대해 “그룹사인 한진해운과 일부 업무를 함께 했던 업체일 뿐”이라며 조 회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검찰은 이미 김 회장을 불러 조사했지만 조 회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다시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조 회장에 이어 의혹의 핵심인 문 의원도 곧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8월 22일 문 의원의 부인 김모 씨(69)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10시간 넘게 조사하는 등 문 의원을 제외한 이번 의혹의 관련자 대부분을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조 회장을 상대로 문 의원의 취업 청탁이 있었는지와 문 의원의 처남 김 씨에게 급여가 지급된 이유와 과정 등 의혹의 전반적인 내용을 조사했다. 문 의원의 처남 김 씨는 이 회사에서 실제 근무하지 않고도 2012년까지 8년 동안 급여로 74만7000달러(약 8억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취업 청탁 의혹을 받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이 학교에서 전학 간 학생이 저지른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용의자는 도주하면서도 범행 전후의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어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후 1시 50분경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중학교 4층 3학년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해당 학급의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받고 있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교실 창문, 출입문 등이 복도 쪽으로 튕겨 나갈 정도로 충격이 강했다. 가방과 책상에 넣어 둔 학생들의 돈 일부도 없어졌다. 범행을 저지른 이모 군(15)은 폭발 3시간 뒤 유튜브에 범행 전후를 각각 찍은 동영상 2개를 본인 이름으로 올렸다. ‘OO중 테러2’라는 이름이 붙은 47초 분량의 첫 번째 동영상에는 이 군이 텅 빈 교실 책상 사이 통로에 불을 붙인 뒤 빠져나오는 장면이 찍혀 있다. 같은 이름의 3분 44초짜리 두 번째 동영상에는 학교 담장 밖에서 촬영한 것으로 “엄청나게 큰 폭발음과 함께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등 현장을 중계하는 듯한 목소리도 담겨 있다. 영상 속에서 이 군은 “이럴 줄 알았으면 부탄가스를 하나 더 가져올 걸 그랬다”, “제가 테러한 곳은 3학년 7반” 등 본인의 범행임을 알리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이 군은 양천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이 학교에 다니다 2학년이 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다른 지역 중학교로 전학 갔다. 이어 올해 또 대안학교로 학교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과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이모 군(14)은 “매주 축구도 같이하고 전교 임원 선거에도 나올 정도로 활발했는데 중학교 들어가서는 뭐든 혼자 하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이 군이 범행 직후 친구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떠돌기도 했다. 해당 대화에 따르면 이 군은 “전학 가고 거기서 스트레스 엄청 받아서 망상증, 우울증이 생겨 테러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고 쫓겨나서 대신 OO에서 한 거”라고 썼다. 이 군은 교사에게 자신이 범행했다고 털어놓은 뒤 잠적했지만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 반경 서울 송파구 한 공원에서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이 군을 체포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 군은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강홍구 windup@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