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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가 내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신입생 전원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전국에서 처음이다. 용인시는 중고교 신입생에게 교복구매비를 지급하는 용인시 교복지원 조례안이 17일 용인시의회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 27명(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각 13명, 국민의당 1명)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찬민 시장의 무상 교복사업에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고교 무상급식 확대 등을 조건으로 찬성했다. 용인시는 경기도에 보고한 뒤 다음 달 초 조례를 확정 공포할 예정이다. 용인시의 내년 중고교 진학자는 중학생 1만1000여 명, 고등학생 1만2000여 명 등 모두 2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지원금액은 시장이 매년 정하도록 했다. 내년도 지원금은 교육부가 산정한 학교 주관 구매 상한가(1인당 29만6130원)를 기준으로 약 68억 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교복구매비를 받으려면 신청서를 작성해 시청이나 읍면동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중고교 무상교복 지원은 정 시장이 앞서 7월 제안했다. 정 시장은 각계 의견을 수렴했고, 8월에는 전국 처음으로 중학교 신입생에게 무상교복을 지원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을 만나기도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서울시는 18일 자치권을 재확인하는 ‘서울특별시 자치헌장 조례’를 공포했다. 일부 자치구가 주민자치 기본조례를 제정한 적은 있지만 광역자치단체가 입법 조직 재정의 자치를 규정한 조례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다만 선언적인 성격이 짙어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다. 이날 공포된 자치헌장은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자치입법권의 의미를 강화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법률이라 할 수 있는 조례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법령의 범위 안에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제정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최소한 지방자치법의 해당 조항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이번 자치헌장 조례의 해당 규정은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장기전’을 통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시는 이날 “자치헌장을 바탕으로 법령에 저촉되지 않도록 조례를 만들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례 내용이 상위법인 법률과 충돌해 중앙정부와 갈등이 생기면 대법원에 판단을 맡기는데 지금까지 지자체 손을 들어준 판례가 많다는 것. 결국 이 같은 판례를 계속 쌓아 가면 지방자치법 개정 여론이 커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박대우 서울시 정책기획관은 “지방자치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지방분권에 대한 사회적 어젠다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자치조직권과 관련해선 중앙정부가 지자체 행정기구와 정원을 결정할 때 인건비 같은 최소한의 분야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는 지자체 조직 및 그 구성원 수까지 정한다. 한편 자치헌장에 ‘차별금지’ 조항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 당초 박원순 시장은 시민의 권리의 하나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넣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단체와 보수단체가 ‘동성애자의 권리까지 서울시가 보호해야 하느냐’며 비판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2015년에도 서울시 인권헌장의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보수단체와 종교단체의 반발에 부닥치자 인권헌장 채택을 무산시켰다. 노지현 기자isityou@donga.com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대선 주자들이 쏟아 놓은 말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13일 발언이다. 이날 충남 천안시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충남경제포럼 조찬 특강 강연자로 나선 안 지사는 다른 대선 주자들처럼 ‘새로운 대한민국’을 화두로 삼았지만 내용은 사뭇 달랐다. 안 지사는 “촛불 광장과 대한민국의 이 커다란 전환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문구의 의미는 ‘나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빼앗기지 않겠지만, 시민과 주권자로서의 의무도 절대로 방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여전히 이 국면에서 정치는 ‘나 대통령 시켜 주면 내가 해줄게’의 관점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는 국민의 권리를 강조하고, 국가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의 동전의 뒷면에는 국민의 의무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권리와 의무를 우리가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면 ‘똑똑한 대통령 하나 뽑아 팔자 고쳐 보자’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 곧, 또 실망감이 몰려올 것이다”라고 했다. 그즈음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했다. 이른바 촛불 민심을 광장민주주의로 찬양하던 때였다. 유력 정치인들이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를 들먹이며 국민 된 권리를 떠받들던 때였다. ‘이 위대한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 대개조를 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구애하던 때였다. 그런데 안 지사는 ‘눈치도 없이’ 국민의 의무를 같이 강조하고 나섰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제 정치적 리더십의 핵심은 ‘가만히 계세요. 내가 알아서 해 줄게요’가 아니다. ‘함께 합시다’이다. (국민이) 함께 해주지 않는 이상 어떠한 창의도, 혁신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지율 5%를 넘기 힘든 안 지사는 ‘발이 땅에서 30cm 정도 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의 대학 은사인 도올 김용옥은 “철학을 하는 나보다 더 추상적”이라고 했다. ‘가식적으로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후 안 지사의 발언은 달라졌다. “국민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속지 말라”고 했고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는 “대선 경선이 다가올수록 내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는 어법을 사용하겠다. 점점 선명해질 것”이라고 자신의 ‘변화’를 해명했다. 안 지사 측은 “언론은 ‘함께 합시다’라는 뜻에는 관심이 없다. 유력 주자를 공격해야 기사가 난다. 인지도를 높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안 지사에게 이상과 현실의 거리는 아직도 멀었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택시운전사가 “손님, 오늘 오전 청문회 보셨어요?”라고 묻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주 코미디예요. 코미디. 우병우(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기껏 불러다 놓고 지들(의원들)끼리 한 시간을 넘게 싸우더라고요. 허허.”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 얘기였다. 이른바 태블릿PC 진위를 놓고 위증(僞證)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인 것을 TV로 봤다는 운전사는 한심하다는 투였다. 이날로 다섯 차례 청문회까지 마쳤지만 기억나는 것은 증인들의 “모릅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와 의원들의 “국민이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제보를 받아 14일 3차 청문회에서 공개한 ‘최순실 녹취록’이 그나마 눈에 띄었을 뿐이다. 의원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자업자득이다. 이날 5차 청문회만 해도 18명의 증인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나온 증인은 단 2명이다. 최순실 정호성 같은 주요 증인은 수감을 이유로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국회모독죄 고발 운운하지만 전례를 볼 때 벌써부터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증도 마찬가지다. 법에 따르면 위증을 한 증인이나 참고인에 대해 국회가 고발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통해 위증임이 밝혀질 때까지 꽤 시일이 걸린다. 거짓말이 확정됐을 때는 그 사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수그러들었거나 국회의 고발 의지도 거의 사라진 다음이다. 국회 스스로 청문회의 ‘위엄’을 세우지 못해 온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의 한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은) 거짓말을 할 때 눈을 세 번 깜박거린다”며 ‘놀라운’ 관찰력을 뽐내기도 했다. 의원들은 증인들이 “모른다” “아니다”라고 했을 때 이를 뒤집을 능력이나 준비가 부족했다. 그저 “또 거짓말이야”라고 다그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는 그저 ‘씻김굿’ 같은 통과의례 정도로 보기도 한다. 그게 전부라면 국민이 너무 허전하지 않겠는가.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21일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보수신당’(가칭) 창당이 가시화되면서 조기 대선을 눈앞에 둔 정계 개편의 출발 신호가 울렸다. 4·13총선을 거치며 이뤄진 야권 1차 분열에 여권 2차 분열이 더해져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형식상 4당 체제지만 내용적으론 훨씬 더 복잡하다. 친문(친문재인), 친박(친박근혜), 비문(비문재인)·비박(비박근혜)의 제3지대 등으로 구분될 수도 있고, 보수의 분열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독자세력화, 패권 대 비(非)패권의 구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내년 대선까지 숱한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예고되는 이유다.○ 각개약진(各個躍進) 조만간 신당이 생기면 정치권은 1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 여당인 새누리당, 그리고 그 사이에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이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이 궤도 밖에 반기문 총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위성처럼 위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보수신당을 플랫폼으로 하는 ‘중도·보수 빅 텐트’를 치며 기존의 보수성향 지지층 재규합과 중도성향 지지층 흡수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틀을 벗어나 새 정당으로 뿌리내리기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친박이 잔류하는 새누리당은 당분간 위축된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듯하다.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고 뾰족한 대선 후보마저 없기 때문이다. 탈당할 유승민 의원,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물론이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등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인사도 신당 합류를 선언했거나 당을 떠날 확률이 높다. 원내 2당이지만 자칫 불임(不姙) 정당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같은 대선 주자들이 건재하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보수신당도 유 의원 같은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각축을 벌이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합집산(離合集散) 이런 다자 대결 구도는 대선 승리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지지율 높은 후보들이 있는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국민의당이나 보수신당이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문 전 대표에게 집권을 그냥 안겨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른바 ‘비문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명분이다. 그중 하나는 개헌이다. 촛불 민심은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이뤄내야 한다는 명분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이 같은 개헌 논의를 “정치적 계산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달리 얘기하면 개헌이 친문을 고립시키는 제3지대 형성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질서와 새 질서, 또는 패권 대 비(非)패권의 구도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 결정한다면 보수신당은 ‘박근혜 대통령 부역자’라는 오명을 확실히 떨쳐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문 전 대표(친문 진영)를 패권, 또는 기득권으로 몰아세우며 나머지 범야권이 ‘비패권지대’를 구성하는 시나리오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이러한 개혁의 뜻에 동참하는 정치세력을 모아 국민주권개혁회의를 구성하겠다. 내년 2, 3월이면 정치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친문, 친박, 반문 전선이 아니라 결국 민주당 후보와 누군지 모르지만 상대편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3지대가 어떻게 꾸려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신(新)질서라는 새로운 깃발 아래 보수신당, 국민의당, 민주당 비문 진영이 다 모이는 정당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친문 진영을 제외한 범야권 후보 단일화도 거론된다. 특히 반 총장이 보수신당이나 국민의당에 합류하거나 독자세력화를 이룬다면 개연성 있는 구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이나 안 전 대표, 혹은 보수신당 후보가 높은 지지율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제3지대는 구상에만 그칠 수도 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대선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해 범야권 연합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20일 하루 종일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행정부 수반인 황 권한대행과 서열 2위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머무른 5시간 동안 북한의 기습 도발 등 분초를 다투는 사태가 벌어지면 대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 서열인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면서 “상황을 각별히 잘 챙겨라”라고 국무총리실 간부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 휴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북한군 동향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전군의 감시 및 경계 태세를 확인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는 한 장관을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까지 모두 출석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보고하고 황 권한대행이 유선으로 일단 조치한 뒤 최대한 빨리 복귀할 계획이었다”라며 “하지만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평소보다는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모호한 지위에 놓인 황 권한대행으로서는 ‘협치’라는 명분을 위해 국회에 출석하기는 했지만 자칫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우려를 감수하고 국회에 출석했지만 의원들은 깊이 있게 국정을 논의하기보다는 황 권한대행 개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군기 잡기’에 주력했다. 황 권한대행은 “혹시 대통령 출마를 계획하고 있느냐”란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의원들이 ‘(황 권한대행이) 황제급 의전을 요구한다’, ‘이미 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 등 자극적인 질문을 하자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유감으로 생각한다”라고 일축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부득이한 부분에선 인사를 단행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나 판단한다”라고 밝혀 야당이 반대해도 인사권을 일부 행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법률로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라는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의 지적에는 “논의는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말해 개헌 논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19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열흘째를 맞는다. ‘심각’ 단계에까지 이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나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국내외 사회·경제적 위기의 파고는 높지만 정치권은 오히려 태평해 보인다. 국정 운영의 공동 책임을 지겠다는 야당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군기 잡기’에 몰두해 있고, 여당은 친박(친박근혜)과 비주류 진영의 자중지란으로 날을 새우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야권과의 파트너십 구축보다는 ‘홀로 서기’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요원해지면서 국정이 장기 표류할 우려는 커져 간다. 》 ○ 野, 국정 주도권 잡기에 올인 더불어민주당은 18일에도 ‘황 권한대행 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은 어설픈 대통령 흉내 내기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며 “대정부질문 불참, 과도한 대통령급 의전, 공공기관장 인사 강행까지 민생은 뒷전이고 막무가내 행보로 국민 분노만 자초한다”고 비판했다. 황 권한대행이 20, 21일로 예정된 대정부질문 참석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고, 마사회 이사장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지적한 것이다. 기 원내대변인은 이어 “(황 권한대행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일 군위안부 협정 등 대통령과 최순실이 주도한 현 정부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와 한일 군위안부 협정 과정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관여했다는 사실은 이날까지 드러난 게 없다. 민주당은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을 잠시 대행하는 ‘국무총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탄핵 정국 초기 거국중립내각과 국회 추천 총리를 얘기할 때는 외치·내치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갖는 총리라고 했다. 그런 총리를 거부한 민주당이 이제 와서 황 권한대행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지 9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촛불 민심에만 기댄다는 비판도 있다.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촛불의 ‘명령’은 버티기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의 퇴진과 구속수사, 황 권한대행 동반사퇴, 헌재의 빠른 인용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에 대해서도 친박 진영 지도부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 결국 국정 운영의 공동 책임을 진 다른 두 축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파상 공세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 못 차린 與, 밀리지 않겠다는 黃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은 당내 수습조차 못하고 있다.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 승리로 마치 폐족(廢族)의 위기를 벗고 당 주도권을 다 잡은 듯한 분위기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탈당인지, 분당인지,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날 “광인(狂人)들의 정당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주류와 비주류 진영의 갈등 심화로 집안 단속할 여력도 없는 여당이 국정 운영의 한 축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여권 내에서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야당 없이 정부와 ‘친박계 여당’만 합의한다고 국민이 인정해 주겠느냐”며 “뭘 해도 짬짜미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황 권한대행도 야당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황 권한대행은 여야정 협의체 참여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은 사드 배치 등 외교 사안은 상대국이 있는 만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교육부에서 23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국정과 관련된 일정들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29일경 황 권한대행 주재로 관계 장관들과 회의를 한 뒤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각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도 황 권한대행이 받을 예정이다. 민간인 참석 등을 배제하고 형식을 간소화해 짧게 진행할 방침이다. 황 권한대행은 20, 21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도 인사말만 하고 질의응답은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2일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올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부인으로 일관한다면 여야정 관계는 더욱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민동용 mindy@donga.com·장택동·신진우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면서 과도기적 국정 운영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야당들이 황 권한대행에 대한 견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13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하고 “황 권한대행은 국회 협의 없이는 일상적 국정 운영 이상을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국정 역사 교과서 같은 기존 ‘박근혜표’ 정책의 실행은 물론이고 장차관급 인사 등도 사실상 야권과 논의하라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여당 대표를 제외한 야 3당 대표와 황 권한대행의 회동을 제안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행여나 황 권한대행이 국정 전반의 운영에 선제적으로 나설 작정이라면 어림도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얌전히 국회의 뜻을 받들라”고 못을 박았다. 새누리당 내홍으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공동 책임을 지겠다는 야권이 황 권한대행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전날 국회가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에 참가할지와 20, 2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할지에 대해서는 이날도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국무총리실은 “정치권에서 여야정 협의체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의를 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민동용 mindy@donga.com·장택동 기자}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 컨트롤타워의 한 축은 국회여야 한다는 생각이 정치권에 퍼져 있다. 기존의 당정청 정책협의 체제에서 국회와 정부의 협의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다. 협의체 구성에 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공식 언급은 아직 없지만 홀로 국정을 운영할 동력이 부족해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계파 간 주도권 경쟁에 들어간 새누리당이 새 지도부 옹립에 애를 먹고 있어 협의체 구성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禹 “친박 지도부와는 대화 거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1일 일단 황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안정을 위해 ‘황교안 체제’를 묵인하지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헌법 질서를 지키면서 법치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촛불 민심을 국회가 바통 터치해야 한다”는 박 원내대표의 말처럼 조기 대선까지 국정 운영의 주체는 국회라는 생각이 명확하다. 탄핵안 통과에 촛불 민심의 힘이 컸지만 국정 수습은 국회에 맡겨 달라는 주문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에 이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콕 찍어서 “안 전 대표의 여야정 협의체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협의체에 시민사회도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우 원내대표는 “당은 당대로 알아서 하겠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다만 2야(野)의 파트너가 될 새 지도부를 새누리당이 쉽게 정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여당을 빼놓은 협의체를 정부가 응할 리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당 안 전 대표의 여야정 협의체 제안은 바람직한 구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새 지도부가)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라면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겠다. 그렇다면 국정 혼란이 오지 않겠는가”라며 친박 진영을 압박했다. 사실상 공백인 경제 컨트롤타워를 협의체 구성보다 먼저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됐다. 안 전 대표는 “경제부총리를 다음 주에 정하자”며 “민주당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공존하는 혼란상 해소를 위한 논의의 물꼬를 튼 셈이다. 우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회담을 하기로 했다. 12월 임시국회 일정 조율과 협의체 구성, 민생·경제·국방·외교안보 등의 현안 선정 등과 함께 경제부총리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野, 박근혜표 정책 뒤집자? 국회·정부의 국정 협의체가 이뤄져도 야권이 촛불 민심을 수용한다며 ‘박근혜표 정책 폐기’ 주장을 쏟아낸다면 황 권한대행 체제와 갈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들은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성과연봉제 등에 반대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롯데와 땅(부지) 문제도 해결 안 됐는데 5월 전 (사드) 배치는 무리”라고 사견임을 전제로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몇 개월 앞둔 ‘시한부 과도정부’ 체제에서 기존 정책 뒤집기를 무리하게 밀고 나간다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정 교과서 문제는 이념과 진영의 대립이 거세기 때문에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황 권한대행이 국정 교과서 집행을 고수하고, 이에 반발한 야권이 ‘황교안 탄핵’ 카드를 꺼낸다면 또 다른 국정 혼란이 초래될 위험성도 있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는 이날 “‘4·19’ 이후 이승만 대통령 장기 집권에서 쌓였던 모든 불만이 분출했고 혼란이 온 결과는 5·16쿠데타였다”고 과도한 정책 뒤집기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 기자}

“이제 탄핵안은 우리 손을 떠났다. 지금 이 순간부터 국회도 국정의 한 축으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9일 오후 4시 10분경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직후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렇게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탄핵안 처리 전까지 “탄핵 이후가 더 막막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집권 여당은 자중지란에 빠졌고, 야권은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민심에 기대 오락가락했다. 국정 공백이 뻔히 예견됐지만 야권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탄핵이라는 헌법 절차를 밟으면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은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박 대통령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말해 ‘반(反)헌법적’ 발언이라는 논란을 불렀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황교안 국무총리까지도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한민국호’의 임시 선장이 됐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의 방조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그가 기존 내각을 이끌고 정치·경제·외교안보 위기라는 삼각파도를 헤쳐 낼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선출 권력인 국회가 이제까지의 모습을 탈피해 국정 운영의 한 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도 일단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추 대표는 탄핵안 국회 통과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엇보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황 권한대행 퇴진 요구와 관련한 질문에도 “경제·민생·안전에 우선해 정치적 논쟁을 먼저 하는 것은 자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탄핵 이후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자는 기조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도 “내각 총사퇴 주장은 황 권한대행에게 민심과 달리 독주하거나 오버하지 말라는 경고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날도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며 정국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명확한 선언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는 촛불 민심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안 가결 직후 문 전 대표는 ‘퇴진’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대선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도 “대통령 퇴진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서 조속히 자진해서 대통령이 결단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가 당 대변인이 수위를 낮추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당장 10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도 문 전 대표, 이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추 대표 등은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여, 야, 정부가 함께 국정을 논의하는 국회·정부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는 했지만 당 주도권 전쟁 국면에 접어든 여당 내 파트너가 없어 ‘정치 진공’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길게는 240일 동안 국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정 운영을 담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권 주도의 국회와 황 권한대행 간의 협치가 중요하다”며 “국가적 긴급 상황 대비책 마련, 정치 일정의 예측 가능성 제고, 그리고 개헌 논의에 이르기까지 국회가 떠맡을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하루 앞둔 8일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기정사실화하며 황교안 국무총리도 사퇴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안이 가결돼도 박 대통령 즉각 퇴진 운동을 하겠다고 한 데 더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인사마저 물러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박 대통령의 국회 총리 추천 요구를 거절했고, 국민의당의 ‘선(先) 총리 추천, 후(後) 탄핵’ 제안도 묵살했다. 탄핵이라는 헌법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그 헌법이 정한 규정을 무시하려는 속내에는 조기 대선을 앞둔 정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의 뜻에는 내각 불신임이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힌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는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고 한 데 대한 부연설명 격이었다. 다만 추 대표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새 총리 논의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는 “지금 이 순간까지는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안이 가결 처리돼 황 총리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된 후 내각 총사퇴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를 의미한다. 추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전날 “(내각 총사퇴) 자체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입법 공백”이라며 “정치적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추 대표 측도 내각 총사퇴를 바로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민석 당 대표 특보단장은 “내각 총사퇴가 (탄핵 이후) 구체적 후속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탄핵안을 박근혜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이라고 규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황 총리 권한대행 체제는 국민 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황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황 총리가 물러나기 전 야당 중심의 국회가 추천한 경제부총리를 임명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고 한 헌법 71조에 따라 민주당이 추천한 경제부총리가 임명되고 황 총리가 사퇴하면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이 된다. 이 경제부총리가 법무부 장관 및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등을 새로 임명한다는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민주당의 경제, 사회복지 등 민생 정책을 친야(親野) 성향의 경제부총리 밑에서 입법화하고, 신임 권력 기관장이 대선을 관리하게 하겠다는 속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새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는 것은 아직 아이디어 차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은 국정 안정보다는 조기 대선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비주류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탄핵 절차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야권이 황 총리를 인정한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부정하는 발언을 한다면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야당에서 왜 이런 현실적이지 못한 목소리를 외치느냐”며 “짧은 시간 안에 그나마 준비된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는 얘기고 애초부터 개헌론을 봉쇄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헌재 결정으로 탄핵이 끝날 때까지는 헌법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며 “자기 입맛에만 맞게 선동적, 독단적, 불통의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이 수권 정당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탄핵 이후는 볼케이노(화산)다.” 7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이후 정국에 대한 우려를 이렇게 표현했다. 가결되면 가결되는 대로, 부결되면 부결되는 대로 거대한 정치적 ‘폭발’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나라가 격랑에 휩싸일지 모르는데도 방향타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가늠조차 할 생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일각에서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박 대통령 즉각 사임을 계속 요구하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권은 ‘찬탄’(탄핵 찬성) 세력 대 ‘반탄’(탄핵 반대) 세력 간의 당내 주도권 싸움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탄핵안 처리가 ‘최순실 정국’의 일단락이 아니라 또 다른 정치적 미궁으로 빠져드는 초대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文, “박 대통령 형사처벌해야” 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은 ‘탄핵 처리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날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 처리해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남아 있다”며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또 다른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권의 에너지 상당 부분을 촛불 민심에 기대야 할지 모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노력으로 만약 헌재가 탄핵을 인용(認容)한다면 곧바로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나마 헌재 심판 절차를 기다리겠다고 정치권이 합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문 앞 촛불집회에서 탄핵안 부결 시 정계 은퇴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의 ‘문재인 죽이기’가 시작된 것 같다. 문재인이 그리 무서운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을 파괴하고 많은 권력형 범죄를 저지르고 그러면서도 검찰 수사를 거부하는 범죄자 박 대통령이 하루라도 더 재직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반헌법적인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하루빨리 박 대통령을 탄핵하고, 퇴진시키고, 형사처벌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국민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사처벌’ 얘기는 처음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상임대표도 퇴진 요구를 멈추지 않겠다는 생각이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이미 “인간이길 포기한 대통령”이라며 “법정 최고형으로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치권 일각에서는 결국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킨 뒤부터 다른 일은 손댈 여지도 없이 조기 대선 국면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한 여당은 물론이고 집권 기회가 커진 야권 내부의 대선 주자 진영 간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촛불집회로 표출된 민심은 ‘박근혜 아웃(out)’이지만 숨겨진 민심은 ‘정치 아웃’”이라며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경선도 대선도) 다 빨리 해서 끝내 버리자는 걸 텐데, 힘센 사람이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 개혁 욕구 흡수할 리더십 있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탄핵 이후’ 상황이 1960년 4·19혁명이나 1987년 6·29선언 뒤끝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각종 정치·사회·경제적 개혁 내지 변화 욕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며 일시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선 주자들도 이런 ‘개혁 욕구’를 직접 이끌거나 동참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뿌리 깊은 적폐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찰, 재벌 개혁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를 질타하며 전선을 더 넓히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최근 발표한 청와대·검찰·재벌 개혁 방안을 공론화해 나갈 계획이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사회 대개조 요구’를 시민들과 함께 구체화하는 행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이후 들어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나 조기 대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큰 여야가 이런 개혁 이슈나 특히 개헌 논의를 제도적 틀 안으로 끌어들여 제대로 논의할 역량이 있는지 회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런 리더십을 보여줄 만한 정치인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발등의 불인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시간이 약’이라는 태도가 전부라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권한대행 체제나 정치권, 어느 한쪽이 주도하기보다는 협치(協治)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 되겠지만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학)는 “여야와 황 총리가 공석인 법무부 장관 임명이나 안보·경제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책임지는 협의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경제정책 분야만이라도 여야가 합의해 ‘경제 컨트롤 타워’를 세워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시급한 거시정책 대응과 위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촛불 민심이 어디로 어떻게 폭발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여야 모두 입을 모은다. 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9일) 이후가 더 막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표결을 이틀 앞둔 7일 정치권은 탄핵안이 가결되느냐 부결되느냐의 머릿수 싸움에만 몰두했을 뿐 ‘탄핵 그 후’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선 침묵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 사이에선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심판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탄핵 가결 후 국정 리더십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잠정 합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9일까지는 탄핵안 국회 통과에 집중해야지 ‘이후 로드맵’ 얘기로 초점을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권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재의 인용 결정이나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목표로 또다시 ‘촛불 민심’에 기댈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선 탄핵안 처리 결과를 토대로 당내 주도권 싸움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탄핵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분출될 ‘개혁 욕구’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논의할 역량이 부족해 갈등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국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2.4%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수출 부진과 내수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성장률 조정의 이유였다. KDI는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 혼란으로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투자가 지연돼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2%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치권이 혼란에 빠진 탓에 우리 경제의 위기 대응 능력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KDI가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제적인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주문했지만 이를 실천하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신임 경제부총리 청문회가 무산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는 한 달 넘게 공백 상태이고 신규 정책 추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치권은 탄핵 이후 미래를 결정할 몇 달의 ‘골든타임’을 허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야는 ‘탄핵 열차’에서 ‘대선 열차’로 갈아탈 채비만 하고 있다.민동용 mindy@donga.com /세종=손영일 기자}

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게 되면 이후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가결이 되면 내년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고, 부결이 되면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대략 4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결① 헌법 절차에 따라 조기 대선? 국회가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키고 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에 송달되면 박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은 정지된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로 돌입한다. 헌재는 현재 재판관 9명(소장 포함)이 7명 이하로 줄어들어 탄핵심판 결정(6명 이상의 찬성)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내년 3월 초순까지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내년 3월 초순에 결정이 난다면 대선은 헌법이 규정한 60일 이내인 내년 5월 초순에 치러진다. 헌재 결정이 내년 1월 말에 나올 경우 대선은 3월 말에 치러진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발(發) 정계 개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대 반(反)탄핵으로 갈린 여당 의원들이 그 이후에도 한배를 타고 갈 확률은 매우 낮다는 판단에서다. 이럴 경우 제3지대 또는 제4지대 정치세력이 활성화될 수 있다. 매개 고리는 개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조기 대선 전 개헌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 가결② 헌재 결정 전 대통령 즉각 하야? 탄핵안이 가결 처리돼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돼도 정치권과 ‘촛불민심’이 박 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5일 저녁 국회 정문 앞 ‘단독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안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초헌법적 압력이 거세져 박 대통령이 사임을 결정한다면 그 시기는 이달 말 내지는 늦어도 내년 1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조기 대선은 내년 3월 초에 치러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즉각 하야 압박에 대해 박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재 과정을 보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6일 성명을 내고 “문 전 대표의 주장은 지극히 반(反)헌법적 발상”이라며 “탄핵은 헌법질서를 허무는 혁명 수단이 아니다. 선동정치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군중의 함성에 올라타서 헌법을 파괴하지 말라”고 했다.○ 부결① 대통령 임기 끝까지 유지? 탄핵안이 부결되면 정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 의사를 철회한다면 후폭풍은 예측하기 힘들다. 탄핵이 부결되면 법적으로 박 대통령의 임기는 보장된다. 그러나 야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촛불민심은 더욱 격앙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이 다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면 평화시위는 폭력적인 양상을 띨 우려가 높고 박 대통령 지지층과의 충돌 같은 불상사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야권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문 전 대표 등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던 야권 대선주자들이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촛불이 국회로 향한다면 사실상의 정치 실종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부결② 대통령 4월 말 무조건 사임? 탄핵안은 부결됐지만 박 대통령이 퇴진하겠다는 뜻을 고수한다면 여야는 총리 추천과 거국중립내각(사실상 과도내각) 구성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야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촛불민심이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할 수 있지만 야당들이나 대선주자들이 동참하기에는 정치적 동력이 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소되기 전의 새누리당 요구대로 내년 4월 말 퇴진, 6월 말 대선이 성사될 확률이 높다.○ ‘식물 총리’로 대선 관리? 야권은 탄핵안이 가결된 뒤 황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헌법 71조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를 정치적으로 바꾸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조기 대선 체제로 돌입하면 ‘식물’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속내도 작용한다. 문 전 대표도 5일 “정치권에서 (다른) 총리를 추진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필요는 더 이상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나흘 남긴 5일 더불어민주당은 딜레마에 처했다. 9일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올 것으로 민주당은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 이후 정국 수습책을 논의하지도 못하고 있다. ‘탄핵이 이미 통과된 줄 안다’는 오만함으로 비쳐 자칫 ‘다 된 밥에 재 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민주당이 조기 대선만을 목표로 다른 변수는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禹 “상황은 유동적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와 의원총회에서 거듭 “9일 탄핵 가능성은 50 대 50이다”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비박(비박근혜)계가 넘어왔다고 탄핵이 될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에 현혹되지 마시라. 그들의 입장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며 “거기에 우리 운명을 맡길 순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민은 더 이상 정치권에 기댈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청와대로 향할 것”이라며 “그때 정치는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부결 책임에서 면탈되지는 않는다”고도 말했다. 광장정치가 정당정치를 삼켜 무정부 상태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민주당 지도부도 휩쓸려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탄핵 외길을 걷게 된 야권은 24시간 탄핵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9일 본회의 전까지 100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의원들의 ‘탄핵버스터(탄핵+필리버스터)’, 국회 경내에서의 촛불집회, 심야농성 등을 계속하기로 했다. 국민의당도 국회 경내 잔디밭에 9일 오전까지 ‘탄핵 가결’을 위한 텐트를 300개(재석 의원 수) 친다는 목표로 ‘텐트 농성’에 들어갔다.○ ‘그날 이후’ 로드맵 어떡하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현재로선 탄핵에 집중하고 있다”며 “탄핵 이후 로드맵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부결되면 당내에선 국회를 스스로 해산하자는 각오로 임하자는 의원들의 의견도 있다”며 “그런 것까지 포함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탄핵에 대한 강한 의지는 천명했지만 제1 야당이 탄핵 가·부결 상황에 뒤따르는 ‘플랜B’는 없음을 사실상 고백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탄핵 전후 민주당이 할 일에 대한 의견이 적잖게 나왔다고 한다. 설훈 의원은 “탄핵 가결은 낙관적이다. 박 대통령이 손을 들면 (대통령) 선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좀 그렇지만 당 기획팀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기 대선 준비를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도부는 동의하지만 탄핵 의총에서 대선 프로그램을 논의한다는 게 알려지면 좋지 않다”고 제동을 걸었다. 또 탄핵안이 통과됐을 때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주문도 나왔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모든 것은 탄핵안이 처리되는 9일 이후 논의하자. 그 전에 하면 오만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어차피 탄핵 이후는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되고 그때 ‘황교안 체제’는 큰 변수가 아니다”며 “촛불 민심도 ‘헌법재판소 결정 빨리 하라’란 압박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 기자}

조기 대선이 가능한 경우는 ‘대통령의 하야(퇴진)’, ‘탄핵’, ‘개헌’ 3가지다. 그러나 1일 여권이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면서 탄핵과 개헌을 통한 조기 대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헌법 68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그 자격을 상실했을 때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여야에서는 박 대통령의 퇴진과 맞물리는 조기 대선의 구체적인 시점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돌았다. 조기 대선과 관련해 막연한 셈법만 구상하던 여야 대선 주자 진영에서 치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릴 때가 온 것이다.○ 4월 말 퇴진 6월 말 대선 새누리당이 이날 당론으로 정한 ‘4월 말 퇴진’을 박 대통령이 다음 주 초 수용한다면 차기 대선은 6월 말에 치러질 확률이 높다. 야권은 여전히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고집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 4월 말 퇴진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4월 말 퇴진은 궤멸 직전의 여권이 차기 대선을 위해 전열을 정비할 시간의 최대치로 보인다. 여야 원로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국민이 다음 대통령을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는 명분도 얻으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4∼6개월은 걸린다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추산에 비춰 보더라도 4월 말은 가장 빠른 시점인 셈이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되고 야당이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몰려 여당과 퇴진 로드맵 협상을 벌인다면 이보다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월 말 퇴진 3월 말 대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에게 제시했다는 시점은 1월 말 퇴진이었다. 이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시한인 1월 30일과 관련이 있다. 야권이 헌재를 탐문해 보니 박 소장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면 자신의 임기 중에 결정을 내릴 의지가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2일 탄핵안 처리는 무산됐지만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5일이나 본회의가 예정된 9일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1월 말까지 헌재가 심사할 기간이 대략 50일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통과에서 헌재 결정까지 걸린 63일보다 13일이나 짧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중순 귀국 의사를 밝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반 총장이 귀국한 지 석 달도 안 되는 3월 말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말 퇴진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가장 유리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거 자체가 여론조사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 3월 초 퇴진 5월 초 대선 5일 또는 9일 야권이 탄핵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부결될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탄핵 부결의 책임을 국회에 묻는 여론이 급격히 커져 여야가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탄핵안을 재발의해 처리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가 3월 초 퇴진 5월 초 대선이다. 이 시나리오는 3월 13일 퇴임 예정인 이정미 헌법재판관과 관련이 있다. 여야가 9일로 막을 내리는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면 빨라도 이달 중순은 넘어야 탄핵안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헌재가 박 소장의 임기 내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는 시간이 촉박해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면 헌법재판관이 9명에서 7명으로 줄기 전인 3월 13일 전까지는 탄핵 결정이 이뤄진다고 상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2월 말 퇴진 4월 말 대선 여권 일각에선 상징성이 있는 날을 택해 박 대통령이 퇴임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주장도 나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사임 날짜는 탄핵(의 헌재 결정)보다는 빨라야 한다”며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날(내년 2월 25일)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럴 경우 대선은 4월 30일 이전에 치르게 된다. 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를 꺼리니 야권이 반대하지 않는 총리를 국회가 추천해 청문회까지 마치는 시간 등을 감안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치권 원로들 사이에서는 내년 8월 15일 광복절에 신임 대통령 취임식을 해서 새로운 정부의 탄생에 의미를 부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임기 단축의 의미가 작아 여론의 호응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만약 9일 탄핵안이 가결 처리된다면 헌재의 결정이 언제 날지가 향후 정치 일정을 결정하게 된다. 헌재가 정치 상황과 민심의 향배를 보면서 결정 시기를 잡을 것으로 보이지만 극단적인 경우 심리를 훈시 규정인 180일 이상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여권이 퇴진 시점을 제시한 이상 개헌을 통한 대통령의 임기 단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민동용 mindy@donga.com·송찬욱 기자}

30일 야권에서는 조기 대선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는 얘기가 퍼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가 다가오고 있고, 국회에서 부결된다고 해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한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헌법재판소가 내년 3월, 늦어도 4월 이전에 탄핵 결정을 내린다면 대선은 6월 이전, 늦어도 8월에 치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9일 국회가 탄핵안을 처리한 뒤에는 내부적으로라도 대선 경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시계’와 함께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여야 대선 주자들은 복잡한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줄어든 검증 및 선거운동 기간을 고려하면 여론조사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일단 조기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본다. 이를 의식한 듯 문 전 대표 측은 조기 대선이란 말 자체를 입에 올리기를 꺼린다. 문 전 대표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동문서답’을 한 것도 이에 대한 부담감의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진영은 대선 경선 룰과 시점을 조심스럽게 신경 쓰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한 대선 주자 측은 이날 “국회에서 탄핵안이 처리되면 한편으로는 촛불 민심의 대통령 퇴진 운동에 동참하면서도 당이 경선 룰 준비 등 경선 스케줄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 이후까지 기다린다면 문 전 대표만 유리하다는 속내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마이너 주자들을 위해)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측은 조기 대선을 줄곧 주장해 왔다. 조기 대선으로 국민의당 밖 ‘제4지대’가 활성화될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안 전 대표와 결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야권은 문 전 대표 대 비문(비문재인)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조기 대선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정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더욱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인물난에 허덕인다. 이정현 대표가 ‘모두 합쳐 9%’라고 지적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벼락치기 대선을 정치권이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경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탄핵안 국회 통과 후 헌재의 심판기간 180일을 채운 뒤 60일이 지난 내년 8월에 대선을 치르는 게 최선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의 버팀목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 총장이 전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에 귀국한다”고 한 것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반 총장의 측근인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이 최근 입국해 정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을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탄핵을 계기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진영이 분당 수순에 들어가면 반 총장이 어디를 택할지도 조기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민동용 mindy@donga.com·송찬욱 기자}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대통령 유고(有故) 상황을 현역 의원으로서 겪어 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 당했을 때 국회 최다선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73)은 신문기자였고, 최고령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76)은 대학교수였다. 이 말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및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혹은 국회가 정해준 일정에 따라 퇴진한다면 현 국회에는 미증유(未曾有)의 일이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의원들은 어쩔 줄 몰라 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얘기도 된다. 우리나라 헌법기관 가운데 대통령과 국회의원만 국민이 직접 뽑았다. 대통령이라는 ‘선출권력’이 궐위됐을 때 헌법 71조는 권한대행 체제를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직을 물러났을 때 ‘최순실 게이트’의 방조자로 낙인찍힌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하 국무위원들을 국민이 얼마나 신뢰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 처리되면 국정 운영을 전임할 황 권한대행 내각이 국가의 정치 경제 외교·안보에 닥친 위기의 삼각파도를 뚫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회의원들은 경험이 없고 권한대행 내각은 믿을 수 없다. 그럼 국민은 조기 대선으로 당선된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날 때까지 난파선 승객처럼 맴돌아야 할까. 황 총리를 대신할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거부하고,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준도 물 건너보낸 것을 우려하던 기자에게 한 야당 의원은 “단지 몇 개월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짧은 기간에 국회가 추천한 책임총리나 새 경제부총리가 할 수 있는 큰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국회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뢰받지 못하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흔들리는 국정 운영을 맡기고 조기 대선에만 몰두하는 것이 국회 역할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 당장 2일이나 9일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킨 뒤 헌재 결정이 예상되는 2∼6개월 동안 국회가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조기 대선 이후 새 정권이 지금의 적폐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뭘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정치인은 국민의 손을 잡고 반 발짝만 앞서 나가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의 야권은 ‘최순실 정국’에서 국민과 함께 반 발짝 뒤에서 따라왔다. 야권 지도자들도 늘 “촛불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을 4%에 머물게 하는 분노의 민심을 감히 어떻게 끌고 나갈 수 있느냐는 뜻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언제까지 뒤만 따를 수는 없다. 내년 상반기 대선을 치른 다음 날 오전 새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해야 한다. 그에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크고 작은 ‘최순실’들이 그의 주변에서 암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쉽지 않다. 또 ‘5년의 반복’이 시작되는 것이 싫다면 이제 정치가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민동용 정치부 기자 mindy@donga.com}
전 국회의장들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 등 각계 원로 17명은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적어도 2017년 4월까지 하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수한 전 의장 등 전직 국회의장 8명, 이홍구 전 국무총리, 신경식 전 의원을 비롯한 전직 의원 5명, 송월주 스님 등 종교계 및 학계 인사 3명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3시간여 동안 토론한 끝에 박 대통령 하야 등 5가지 제언을 결의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당면한 국가 위기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대선, 정치 일정, 시국 수습을 감안해 적어도 내년 4월까지는 하야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국무총리 추천 △새 총리에게 국정 전반 위임 △국회 개헌 추진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여야 정치력 발휘를 박 대통령과 국회에 촉구했다. 원로들의 이 같은 요구에 청와대와 야권은 이날 “경청하겠다”는 뜻만 짧게 밝혔다. 탄핵안 처리가 임박한 이상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야 3당은 30일 탄핵소추안 발의에 이어 다음 달 2일이나 9일 처리하겠다는 목표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주는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후보 추천 및 선정, ‘최순실 등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가동,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 검찰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시한 종료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일정이 숨 가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박 대통령은 이번 주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메시지를 밝히면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이후 세 번째가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의 탄핵안 발의 전에 메시지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

야 3당은 이르면 다음 달 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을 제물 삼는 일정들이 이번 주에 줄을 잇는다. 그러나 정치권은 ‘탄핵, 그날 이후’ 어떤 리더십으로 국가를 끌고 갈지 방향 제시도 못 하고 탄핵 가결정족수(200명 이상) 채우기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탄핵 시계’ 더 빨라질까 늦어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9일까지 탄핵안 처리를 제시했던 야권 ‘탄핵 시계’가 다음 달 2일로 빨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한 한 하루라도 빨리 의결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25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탄핵은 오래 끌면 안 된다”며 “의결정족수가 될 것 같으면 (다음 달) 2일 처리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만 야권의 ‘탄핵 가결정족수 몰아치기’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점이 변수다.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황영철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탄핵에 동조하는 (새누리당) 의원이 60명이 넘었다고 들었다”는 발언에 “야당과 (찬성 인원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황 의원은 “누구로부터 어떤 말을 들었는지 모르는데 (탄핵 찬성) 명단은 절대 제출할 수 없다”며 다만 “탄핵이 통과될 수 있다는 확신은 만들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야당이 이미 정권을 잡은 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의회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며 “혹자는 탄핵과 개헌이 같이 갈 수 없다고 한다. 일단 탄핵부터 해 놓고 그 이후에 개헌을 논하자고 하는데, 탄핵 다음 국면은 대선이다. ‘선탄핵 후개헌’은 허구다”라고 주장했다. 야권이 탄핵안 처리를 앞당기려는 데에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퇴임 시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수석부대표는 “박 소장이 퇴임하는 내년 1월 30일 이전에 헌재가 최종 판단을 하려면 일주일이 급하다”고 했다. 정치권의 박 대통령 옥죄기도 이번 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9일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후보 2명을 추천한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2일까지 이 중 1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국회 ‘최순실 등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30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기관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된다. 사실상 청와대에 ‘등을 돌린’ 교육부가 28일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다면 내용을 놓고 진보 대 보수의 격론도 일 수 있다. ○ ‘그날 이전’도 ‘이후’도 막막 정치권에서는 ‘그날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각 진영의 셈법만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다. 당장 다음 달 2일이든 9일이든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 처리되고 헌재로 넘겨지면 대한민국은 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한다. 야권 일각에서 격렬히 반대하지만 민주당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도 괜찮다”고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탄핵 전 국회 추천 총리 논의는 이미 백지화된 셈이다. 위기에 직면한 경제도 사실상 방치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해 야 3당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황 권한대행이 새 경제부총리를 임명할 수 있는지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대한민국호’는 국민의 신뢰도가 매우 낮은 황 권한대행이라는 선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라는 조타수가 몰고 나가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청와대도 일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의 표명을 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지만 어떤 결정도 못 내리고 있다. 탄핵 후 로드맵도 없다. 여야는 개헌 논의를 놓고 진영마다 찬반만 주고받고 있을 뿐이다.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