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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지난해 모든 시도에서 소비가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소비가 뒷걸음질한 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울산은 6% 넘게 소비가 급감하고 광주는 실업률이 오르는 등 서울이 아닌 지방의 경기 한파가 특히 혹독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연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국에서 1년 전보다 2.2%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17개 시도 모두에서 소매판매가 마이너스(―)였다. 이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가계 지갑이 가장 굳게 닫힌 곳은 울산(―6.6%)이었다. 경기(―5.7%), 강원(―5.3%) 지역 상권도 침체되긴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경북, 전북, 대전, 경남, 광주 등에서도 소비가 전년 대비 2∼3%대 줄었다. 이들 8개 지역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소비가 쪼그라들었다. 서울의 소비는 1년 전보다 4.4% 감소했는데, 전년 대비 감소 폭은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과 지난해에 이어 역대 3번째다. 업태별로 보면 전문소매점(―3.4%), 승용차 연료소매점(―4.1%), 슈퍼마켓 잡화점(―5.9%) 등을 중심으로 판매가 줄었다. 누적된 고물가·고금리에 가계 여윳돈이 줄어든 데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지난해 말 소비 심리가 한층 더 얼어붙은 결과로 풀이된다. 서비스 업종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은 인천, 제주, 서울 등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1.4% 늘었다. 운수·창고, 금융·보험 분야에서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세종, 경남, 전북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업 생산이 1년 전보다 줄었다. 고용 한파 역시 서울이 아닌 지방에 집중됐다. 대구, 대전, 전남에선 고용률이 1%포인트대 안팎 떨어졌다. 전국 기준으로는 고용률이 0.1%포인트 올랐는데, 서울이 가장 큰 폭(0.6%포인트)으로 상승했다. 실업률은 광주, 전남, 제주 등 9개 시도에서 전년보다 올랐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지난해 모든 시도에서 소비가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6% 넘게 소비가 줄고 광주는 실업률이 오르는 등 서울이 아닌 지방의 경기 한파가 특히 혹독했다.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분기(10~12월)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 수준을 뜻하는 소매판매 지수는 전국에서 1년 전보다 2.2% 줄었다. 17개 시도 모두에서 소비가 쪼그라들었는데, 특히 울산은 1년 새 6.6% 줄어 하락폭이 가장 컸다. 경기(―5.7%), 강원(―5.3%)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경북, 전북, 대전, 경남, 광주 등에서도 소비가 전년 대비 2~3%대 줄었다. 이들 8개 지역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소비가 뒷걸음질했다. 서울의 소비는 1년 전보다 4.4% 감소했는데, 전년 대비 감소 폭은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과 지난해에 이어 역대 3번째다.업태별로 보면 전문소매점(―3.4%), 승용차 연료소매점(―4.1%), 슈퍼마켓 잡화점(―5.9%) 등에서 가계가 지갑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용 한파 역시 서울이 아닌 지방에 집중됐다. 대구, 대전, 전남에선 고용률이 1%포인트대 안팎 떨어졌다. 서울을 비롯해 세종, 광주 등 13개 시도에서는 고용률이 올라 취업시장이 1년 전보다 좋아졌다. 실업률 또한 광주, 전남, 제주 등 9개 시도에서 전년 대비 상승했다. 전국을 기준으로는 0.1%포인트 올랐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늘 인생의 ‘비 오는 날’을 대비해야 합니다. 항상 경차, 중고차를 탔지만 종신보험은 40년 넘게 유지했습니다.”(미국 뉴욕 거주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초고령사회 진입에 발맞춰 본보는 호주,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등 글로벌 7개국의 48명의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와 정부, 연금기관 담당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젊은 시절 꼬박꼬박 연금을 부으면 은퇴 이후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다층 연금 제도, 풍부한 노하우를 가졌다면 얼마든지 현역으로 시장을 누빌 수 있는 노동 시장 등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다양한 시스템을 엿본 동시에 영올드들의 진심 어린 조언도 들었다.선진국의 영올드들은 한국 은퇴자를 향해 자녀도 중요하지만 노후에도 미리미리 투자할 것을, 부동산에 묶이지 말고 자산 리모델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팁’을 전했다. 심리적으로 움츠러들지 말고 일자리든, 새로운 취미생활이든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선진국 영올드 “부동산 규모 줄이면 여유 생겨”젊을 때부터 허용되는 최대한의 금액을 연금에 납입했다는 키예단 씨는 한국의 은퇴자들이 자녀에 대한 투자에 치중하다가 여유 없는 노년을 맞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미국의 한국인 이민 가정들도 자녀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극도로 헌신하는 편”이라며 “그만큼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내지만 조금 더 자녀와 내 노후에 대한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요한 프라이스 씨(70)도 “현역 때 연금을 많이 부어놔서, 아내가 아픈데도 생활에 문제가 없다”며 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한국 은퇴자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꼬집었다. 간호사로 일하다가 은퇴 후 호주의 시니어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린 씨(78)는 “(호주에서는) 오히려 은퇴 후 전반적으로 재정 상황이 나아진다. 대부분이 은퇴자 마을에서 살기 위해 기존 부동산의 규모를 줄이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은퇴 이후에 지출을 줄이지 않았고 여행을 다니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뉴욕 맨해튼의 직장인 김모 씨는 “미국에서는 3:3:3:1 법칙이 있는데 부동산, 주식, 채권, 현금의 비중이 저 정도로 유지되는 게 이상적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전 재산이 부동산에 ‘몰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건강만 허락하면 계속 일하고파”은퇴자의 적극적인 자세 또한 중요하다고 선진국의 영올드들은 입을 모았다. 호주 이민자인 장모 씨(64)는 “메모리얼 파크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연봉은 10만 달러(약 9200만 원)를 받는다. 70세 넘어서까지 일하려고 한다”며 “일자리가 없는 허전한 존재가 되는 것보다는 신체 능력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취미 등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55세 이상을 위한 주택단지인 영국 헨리온템스 ‘로리엣 가든스(Laureate Gardens)’에 거주하는 캐런 그리브 씨(70)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시간을 죽이지는 않는다”며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또 치매 예방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한국 정부를 향한 당부도 적지 않았다. 메리 들라헌티 호주 연금기금협회 최고경영자(CEO)는 효율적인 퇴직연금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슈퍼애뉴에이션)’ 가입자는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경쟁 구조를 통해) 특정 펀드가 성과를 부풀리거나 장기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 개선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퇴출된다”고 말했다.한국도 고령층이 눈여겨볼 만한 세제 혜택 상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관련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신NISA 계좌로 인해 시니어 세대의 자산 증식과 일본 기업 주가 상승 등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과감한 세제 혜택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신NISA는 평생 비과세 투자 계좌로 ‘국민 노후자산을 두 배로 불리자’는 일본 정부의 목표 아래 지난해 도입됐다.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2030세대도 연금에서 주식 비율을 높이는 등 도전적인 투자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노동 기간이 짧은데, 50대 이상의 경우 적극적인 자세로 노동 시장에 오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인구가 고령화되면 근로 연령대의 기여금,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금 수령액이라는 ‘연금개혁의 삼각형’ 중 하나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급 개시 연령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어데어 터너 에너지전환위원회(ETC) 위원장이자 전 영국 연금위원장(사진)은 지난달 24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영국의 연금개혁 과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터너 위원장은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퇴직자의 비율이 노동자보다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어떤 식으로든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영국 정부는 2002년 12월 연금위원회를 설치했다. 총리실의 추천으로 당시 메릴린치 부회장이었던 터너 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재무부와 노동연금부가 각각 지니 드레이크 영국 노동조합회의 의장, 존 힐스 런던 정경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들은 2006년까지 활동하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냈다.연금위원회는 상황 분석에만 1년을 쏟아부었다. 인구통계, 기대수명, 출산율 변화뿐만 아니라 연금 수급액에 대한 예측, 사적 연금의 제공 비용 등을 분석한 자료가 500페이지에 달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고용주, 고령자 단체, 정당 등 사회 구성원들과 논의에 돌입했다. 사회적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런던, 에든버러, 벨파스트, 맨체스터 등 4개 지역에서 250명씩 총 1000명의 시민과 공청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터너 위원장은 “과거 영국 산업연맹 수장으로 있었을 때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연금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 정부가 다양한 배경과 성향의 인사를 임명한 이유”라고 회상했다. 4년여에 걸쳐 완성된 영국 연금위원회의 개혁안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 2007년 영국 정부는 공적연금의 수급연령을 높이고 기초연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닌 평균 임금소득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했다.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자동가입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도 2008년 이뤄졌다. 2012년부터 NEST를 통해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도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로 공적 협의를 이어간 덕분에 영국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연금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영국은 지금까지도 공적연금 수급 연령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이어 가고 있다.터너 위원장은 “최근 들어서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대립적인 정치와 단기적인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연금개혁과 같은 사회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정부가 올해 안에 최신형(H100급)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을 확보해 인공지능(AI) 전용 데이터센터인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조기에 개소하기로 했다. 중국발 딥시크 쇼크로 전 세계 AI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정부도 당초 2030년으로 계획했던 센터 설립 일정을 대폭 앞당기고 AI 인프라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AI 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를 열고 “AI 산업 패권 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기업 간 대결을 넘어 국가가 전면에 나서는 혁신 생태계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1∼6월)에는 GPU 8000장 상당의 슈퍼컴퓨터 6호기를 구축해 연구계를 중점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1장당 7500만 원에 달하는 H100급 GPU 1만 장이 연내 국내로 들어온다. 2023년 말 기준 민간 기업을 포함한 한국의 최신형 GPU 보유량은 2000장에 불과한 상황이다. GPU는 AI 학습과 연산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당초 정부는 2030년까지 GPU 1만 장과 AI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 1만8000장을 사들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중국발 딥시크 쇼크까지 전 세계를 강타하자 GPU 1만 장 확보 시기를 올해까지로 5년 앞당기기로 했다. NPU는 국내에서 AI 반도체가 개발된 후 국산으로 확보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최근 AI 컴퓨팅 인프라 역량이 국가 AI 생태계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술과 시장 상황의 빠른 변화로 첨단 반도체가 집적된 AI 컴퓨팅 인프라의 적정 투자 규모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향후 AI 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에서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며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이번에 확보하는 GPU는 연내 구축될 ‘국가 AI 컴퓨팅 센터’에 놓일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센터를 구축해 서비스를 조기에 개시할 방침이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의 완전한 개소 시점은 2027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인프라가 한데 모인 국가 AI 컴퓨팅 센터가 만들어지면 GPU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AI 관련 국내 대학, 연구소, 스타트업 등이 저렴한 가격으로 이를 이용해 AI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 연구소도 서비스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최신형 GPU 1만 장을 구매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7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KDB산업은행의 반도체 저리자금 대출 6000억 원, 공공과 민간이 함께 센터에 출자한 1000억 원 등을 재원으로 한다. 정부는 조만간 ‘범부처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도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방과 서울 강남구에 각각 주택을 1채씩 가진 A 씨는 5억 원이 안 되는 지방 아파트를 친척 B 씨에게 팔았다. 그 뒤 강남의 30억 원대 아파트는 또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신고한 양도소득세는 0원. 지방 아파트는 양도차익이 없었고 강남 아파트는 집값이 크게 뛰었지만 1주택자 혜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가 B 씨에게 양도한 주택을 몇 년 뒤 다시 돌려받으면서 둘 사이의 거래가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가장매매’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17일 국세청은 A 씨처럼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탈세한 혐의를 받는 15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강남 등에 세금 회피 시도가 집중되고 있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지능적인 탈세 혐의자들이 37명 포함됐다. C 씨는 세금 부담 없이 수십억 원대 토지를 팔기 위해 특수관계에 있는 부실기업 D사를 중간에 끼워 넣었다. C 씨가 D사에 저렴한 가격으로 토지를 팔면 D사는 제3자에게 제값 받고 해당 토지를 되판 것이다. D사가 토지를 판 대금은 C 씨에게 돌아갔다. C 씨는 양도세를 내지 않았고, D사는 토지를 판 직후 폐업해 거액의 양도차익을 포함한 법인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 밖에 부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사례 등도 다수 적발됐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부가가치세(VAT)가 “관세보다 더 징벌적”이라며 부가세를 관세 전쟁의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부가세 제도가 없는 미국이 한국, 유럽연합(EU), 일본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에 또 다른 관세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모든 OECD 회원국을 포함해 전 세계 175개국이 부가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부가세는 기업이나 소비자가 상품, 서비스를 구매할 때 매겨지는 일종의 소비세다. 미국은 부가세 대신 판매세(Sales tax)가 있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자동차를 사면 판매세나 부가세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소비세로 명칭)은 10%, EU는 국가별 품목별로 다르지만 평균 22% 수준이다. 미국 판매세는 주별로 다른데 평균 6.6%다. 부가세든 판매세든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인데 왜 트럼프 대통령은 ‘징벌적’이라며 비난하는 것일까. 세금을 걷는 시점과 방식에 차이가 있어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판매세는 소비자가 완성품을 살 때만 한 번 부과된다. 부가세는 모든 생산 및 유통 단계마다 적용된다. 특히 해외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통관 시점에 부가세가 적용된다. 다만 물건이 수출될 때는 부가세를 환급해 준다. 예를 들어 한국 현대차나 기아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면 부가세 10%가 환급된다. 미국에서 실제 차가 팔리면 소비자가 판매세를 낸다. 반면 미국 자동차 기업은 한국에 물건을 들여올 때 10% 부가세를 내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한다. 차가 팔리지 않아 환급받더라도 세금을 먼저 걷어 미국 기업의 자금 운용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강국 독일 자동차 부가세는 19%로 미국 평균 판매세(6.6%)보다 높아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동일 시장에서는 같은 세율이 적용돼 경쟁에 차별적 요소는 사실상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부가세 부과에 국적 간 차별이 없다. 수출 기업에 부가세를 환급해 주는 것도 수출국에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중 과세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의 숀 브레이 글로벌 프로젝트 담당 부사장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도 자국 수출업자에게 판매세를 면제하고 있고, 같은 시장에서 동일 세율이 적용돼 미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제조업 취업자 수가 7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며 같은 달 기준으로 12년 만에 가장 적었다. 경기 침체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청년들 사이 제조업 기피 현상이 심화하며 그나마 일손이 필요한 곳에서도 구인난이 이어지면서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에서 일하는 취업자 수는 43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5만6000명 줄어든 규모로, 1월 기준으로는 2013년(431만6000명) 이후 12년 만에 가장 적었다.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째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가 얼어붙는 등 경기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증가세를 보였던 수출마저 반도체가 이끌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반도체 산업은 공정의 대부분이 자동화된 탓에 취업유발계수(특정 산업에 10억 원을 투자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가 전체 제조업의 3분의 1 수준인 2.1에 그친다. 제조업 일자리에 대한 청년층의 선호가 점점 줄고 있는 점도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배경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6년 1월(467만3000명)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걷는 추세다. 제조업 산업현장에서 20, 30대 청년이 사라지다시피 하는 등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제조업 ‘빈 일자리’는 지난해 월평균 4만7859개로, 전체 빈 일자리(18만6406개) 4개 중 1개(25.7%)꼴이었다. 청년 근로자를 채용하지 못한 제조업 일자리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몫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에서 일하는 60대는 월평균 56만5000명으로, 20대(50만6000명)보다 6만 명 가까이 많았다. 2023년까지만 해도 20대 제조업 취업자(54만5000명)가 60대보다 3000명가량 더 많았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60대에 역전됐다. 한국산업은행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23년 43.1세로 2010년(38.6세)보다 4.5세 늘었다.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와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사이의 ‘미스매치(불일치)’가 지속되면서 청년들의 고용 사정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악화했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오른 16.4%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1년 2월(3.7%포인트)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오렌지 등 수입 과일이 처음으로 2조 원어치를 넘어섰다. 역대 최대로 이상기후로 국산 과일 작황이 부진해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오렌지, 블루베리 등 12대 신선과일 수입액은 14억4700만 달러(약 2조899억 원)로 집계됐다. 1년 전(12억500만 달러)보다 20.1% 증가한 규모로 사상 최대다. 직전 최대치(2018년·13억3200만 달러)보다도 8.6% 많다. 농산물 시장이 점점 개방되며 쭉 늘어왔던 과일 수입액은 2019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엘니뇨로 주요 산지에서 과일 작황이 부진해진 데다 코로나19 여파에 선박 운임이 폭등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신선과일 수입액이 다시 증가세를 보인 건 국내에서 과일 생산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봄철 저온과 여름철 폭염 등 이상기후로 사과, 배 등 과일 생산이 감소하며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늦더위에 배와 귤 생산량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국내 과일 재배 면적이 줄고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과일 수입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경연은 ‘농업전망 2025’ 보고서에서 올해 신선과일과 건조·냉동 과일 등 전체 과일 수입량이 1년 전보다 6.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부가가치세(VAT)가 “관세보다 더 징벌적”이라며 부가세를 관세 전쟁의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부가세 제도가 없는 미국이 한국, 유럽연합(EU), 일본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에 또 다른 관세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모든 OECD 회원국을 포함해 전 세계 175개국이 부가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부가세는 기업이나 소비자가 상품, 서비스를 구매할 때 매겨지는 일종의 소비세다. 미국은 부가세 대신 판매세(Sales tax)가 있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자동차를 사면 판매세나 부가세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소비세로 명칭)은 10%, EU는 국가별 품목별로 다르지만 평균 22% 수준이다. 미국 판매세는 주별로 다른데 평균 6.6%다.부가세든 판매세든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인데 왜 트럼프 대통령은 ‘징벌적’이라며 비난하는 것일까. 소비세를 걷는 시점과 방식에 차이가 있어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판매세는 소비자가 완성품을 살 때만 한 번 부과된다. 부가세는 모든 생산 및 유통 단계마다 적용된다. 특히 해외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통관 시점에 부가세가 적용된다. 다만 물건이 수출될 때는 부가세를 환급해 준다.예를 들어 한국 현대차나 기아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면 부가세 10%가 환급된다. 미국에서 실제 차가 팔리면 소비자가 판매세를 낸다. 반면 미국 자동차 기업은 한국에 물건을 들여올 때 10% 부가세를 내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한다. 차가 팔리지 않아 환급받더라도 세금을 먼저 걷어 미국 기업의 자금 운용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강국 독일 자동차 부가세는 19%로 미국 평균 판매세(6.6%)보다 높아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하지만 동일 시장에서는 같은 세율이 적용돼 경쟁에 차별적 요소는 사실상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부가세 부과에 국적 간 차별이 없다. 수출 기업에 부가세를 환급해 주는 것도 수출국에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중 과세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의 숀 브레이 글로벌 프로젝트 담당 부사장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도 자국 수출업자에게 판매세를 면제하고 있고, 같은 시장에서 동일 세율이 적용돼 미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스템 가구 입찰에서 사다리 타기 등으로 낙찰자를 정한 가구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11년 가까이 이 같은 짬짜미를 벌여 아파트 분양가격을 밀어올렸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을 포함해 전국에서 수백 개 아파트 단지가 피해를 봤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개 가구 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83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업별 과징금 부과 액수는 동성사(44억6900만 원), 스페이스맥스(38억2200만 원), 영일산업(33억2400만 원), 쟈마트(15억9300만 원), 한샘(15억7900만 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공정위는 이 중 동성사, 스페이스맥스, 쟈마트, 한샘 등 4개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16개 건설사가 발주한 총 190건의 시스템 가구(드레스룸, 팬트리 가구 등)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입찰 가격을 짜고 정했다. 저가 경쟁을 피하려는 목적에서다.담합은 서로 낙찰 순번을 정한 뒤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다리 타기나 제비뽑기 등으로 정해진 낙찰 예정자는 들러리 사업자에게 입찰가격을 정해 알려줬다. 들러리 사업자는 해당 금액을 기초로 투찰하고 일종의 ‘수고비’를 받았다. 낙찰받은 사업자가 들러리 사업자에게 공사 물량의 일부를 외주 주거나 공사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주는 등 이익을 나눠준 것이다. 담합이 발생한 190건의 입찰 관련 매출액은 3324억 원으로,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은 이 중 167건에서 낙찰을 받았다. 일정 기간 발주처의 공사를 모두 가져가는 조건의 입찰(연간 단가 입찰)도 있어 담합 피해를 본 아파트 단지는 수백 개에 이른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한샘 측은 “지난해 4월 공정위의 특판가구 담합건 과징금 부과 이후 윤리경영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후 담합 행위를 완전히 근절했다”고 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아파트에 들어가는 드레스룸 등 시스템 가구 입찰에서 11년 가까이 짬짜미해 온 한샘 등 가구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쟁 당국은 이들의 담합이 가격 경쟁을 해치고 아파트 분양가를 밀어 올린 요인 중 하나라고 봤다.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개 가구 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83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업별 과징금 부과 액수는 동성사(44억6900만 원), 스페이스맥스(38억2200만 원), 영일산업(33억2400만 원), 쟈마트(15억9300만 원), 한샘(15억7900만 원) 등 순으로 많았다. 이중 동성사, 스페이스맥스, 쟈마트, 한샘 등 4개 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16개 건설사가 발주한 총 190건의 시스템 가구(드레스룸, 팬트리 가구 등)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입찰 가격을 짜고 정했다. 저가 경쟁을 피하려는 목적에서다. 담합은 사다리 타기, 제비뽑기 등으로 미리 낙찰받을 순번을 정한 뒤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이렇게 뽑힌 낙찰 예정자는 들러리 사업자에게 입찰가격을 정해서 알려줬다. 들러리 사업자는 해당 금액을 기초로 투찰하고 일종의 ‘수고비’를 받았다. 낙찰받은 사업자가 들러리 사업자에게 공사 물량의 일부를 외주 주거나 공사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주는 등 이익을 나눠준 것이다. 담합이 발생한 190건 입찰의 관련 매출액은 3324억 원으로,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은 이 중 167건에서 낙찰을 받았다. 평균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100%에 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0년 넘게 관행처럼 이뤄진 담합을 적발한 것”이라며 “국민 보금자리인 아파트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위법행위를 시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일하는 20대의 평균 월급이 전 연령대 중 가장 적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훈풍을 견인하고 있는 60대는 물론이고 70대 고령층보다도 임금이 더디게 올랐다. 그 결과 60대와의 임금 격차도 17만 원대로 1년 새 더 벌어졌다. 20대가 손에 쥔 월급 오름 폭은 전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이들의 소득은 사실상 뒷걸음쳤다. 대기업, 공공기관 등 청년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가 사라진 결과로 풀이된다. 제조업처럼 임금이 높은 산업에선 장년층 고용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내수 한파로 영세 사장님들 사이에서 ‘쪼개기 근로’가 급증한 것도 20대 월급 오름 폭을 끌어내렸다. 청년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라 전체의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대 임금상승률 1.6%… 전 연령 꼴찌12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대 취업자가 받은 평균 임금(6∼8월 3개월 평균 기준)은 234만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는 230만3000원을 벌었는데, 이보다 1.6%(3만7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2014년(1.5%)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로, 지난해 물가가 2.3% 뛴 것을 감안하면 20대의 지갑이 1년 전보다 더 얇아진 셈이다. 연령별로 비교해 봐도 20대 임금상승률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임금상승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60대(5.8%)였고 이어 40대(5.6%), 10대(5.3%), 30대(3.9%) 등의 순이었다. 70대와 80대 이상의 임금도 1년 전보다 각각 2.2%, 2.6% 올라 20대보다 월급이 많이 올랐다.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20대가 고용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00인 이상 기업 일자리는 6년 만에 가장 적은 폭(5만8000명)으로 늘었다. 주요 기업이 대규모 공개채용(공채)을 없애고 경력직 위주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탓으로 풀이된다. 20대의 대기업 신입 취업 기회가 ‘좁은 문’이 된 셈이다. 전통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에서도 60대 취업자가 20대보다 많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에서 일하는 20대 수는 월평균 50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명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반면 이 기간 6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3000명 늘어난 56만5000명으로, 20대보다 6만 명 가까이 많았다.● 청장년 임금 격차 17만 원… 늙어가는 고용시장얼어붙는 소비에 영세 업체 등에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초단시간 고용이 늘어나는 것 역시 20대 월급 상승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주휴수당과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 수는 지난해 174만2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20대의 임금이 사실상 뒷걸음치면서 60대 취업자와의 월급 격차도 더 벌어졌다. 지난해 60대 취업자는 월평균 251만6000원을 벌어 20대보다 17만6000원 더 많이 받았다. 고령층 월급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쭉 20대보다 20만∼30만 원 적었고,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과 2019년엔 1만 원 미만 차이로 20대를 반짝 앞질렀다. 이후 2023년부터는 60대 임금이 20대보다 7만 원 넘게 많아지면서 청년층-장년층 월급 간에 본격적인 역전 현상이 일어난 바 있다. 취업 시장에 한파가 불면서 일하지도, 일을 구하지도 않고 ‘그냥 쉰’ 청년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그냥 쉰 20대는 3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명(4.7%)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0대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생산과 소비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 혁신, 생산 혁신을 통해 특정 분야에 ‘좋은 일자리’가 쏠리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한도가 있는데도 유료 멤버십 포인트가 ‘끝없이 적립된다’고 광고한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네이버는 실제로는 가입자가 선택한 팀의 경기만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이용권을 ‘스포츠 무제한 시청’이라고 광고하면서도 제한 사항을 기재조차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11일 네이버의 인터넷 광고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부당 광고를 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문제가 된 건 네이버가 2022년 6월 약 3주간 인터넷을 통해 자사 ‘플러스멤버십’ 2주년 행사를 광고하면서 멤버십 혜택이 실제보다 큰 것처럼 부풀린 행위다. 네이버 플러스멤버십은 네이버의 유료 구독 서비스다. 매달 4900원을 내면 네이버에서 쇼핑할 때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 주고 웹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 역시 준다. 당시 네이버는 멤버십의 포인트 적립 혜택에 대해 ‘적립은 끝이 없음’, ‘최대 5%까지 적용되는 멤버십 적립 혜택’이라고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품당 2만 원까지만 적립해 줘 한도가 있었다. 같은 상품을 여러 개 살 땐 중복 적립도 되지 않았다. 결제금액의 5%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혜택 역시 누적 결제금액 20만 원까지만 적용되고, 이를 넘으면 2%만 적립됐다. 네이버는 이런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어 뒀다. ‘더 알아보기’ 등의 문구를 1, 2회 클릭해야 볼 수 있는 또 다른 광고 페이지에 적립 한도를 적어둔 것이다. 이 같은 광고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웹툰 등 디지털콘텐츠 이용 혜택과 관련해서도 거짓·과장 광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는 멤버십 가입자들에게 주어지는 콘텐츠 이용 혜택을 광고하며 ‘이렇게 많은 디지털 콘텐츠’라는 문구를 썼다. 바로 아래에는 웹툰, 스포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스포티비 나우(SPOTV NOW)’ 무제한 시청 등 5개 서비스를 나열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5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월별로 이 중 하나만 이용할 수 있었다. 네이버는 이 같은 제한 사항도 별도의 페이지에 적어 소비자가 알기 어렵게 했다. 특히 스포티비는 ‘무제한 시청’이라는 광고 문구와 달리 가입자가 선택한 한국인 선수 5명의 소속팀 경기만 무제한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공정위는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 광고 기간이 22일로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 광고 기간 멤버십에 가입하면 2개월 무료 혜택을 준 만큼 소비자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전하는 과정에서 더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까지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한국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해당 품목들은 한국 기업들의 주력 수출 품목인 데다 공통적으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정부는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비슷한 입장에 처한 국가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 달러(약 50조 원), 반도체는 106억 달러(약 15조 원), 의약품은 15억 달러(약 2조 원)에 이른다. 자동차(미국 수출 의존도 49.1%)와 의약품(15.8%)은 전 세계 국가 중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으며, 반도체(7.5%)는 미국이 한국에 5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의 북미 수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북미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1∼9월 북미 매출이 전년 대비 19.5% 늘어난 313조 원에 달했다. 각 업계에서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1분기(1∼3월) 준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장까지 합쳐 미국 내에서 연간 최대 100만 대를 생산하면 국내 생산분을 대체할 수 있다. 다만 국내산 강판을 쓰면 새로 부과되는 철강 관세로 인해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관세 부과로 국내 철강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동차뿐 아니라 건설, 조선 등 전방 산업에 부정적인 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미국 수출길에 장애물이 생기면서 더욱 암울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도 비상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확대 덕에 지난해 미국 수출이 전년 대비 116.2% 늘었는데 이런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만 있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짓는 중이라 메모리 반도체는 모두 미국 밖에서 조달해야 한다. 바이오 업계 역시 고객사 중 미국 기업이 많아 앞으로 미국 생산기지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업계와 소통하면서 피해를 입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또 “관세 조치 발효일인 3월 12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한국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는 방향으로 대미 협의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교·안보 라인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대미 소통도 지원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어 “일본, 유럽연합(EU) 등 우리와 유사한 상황인 국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그간 유지돼 온 철강 쿼터 폐지에 따른 대미 수출 경쟁력 분석 등 대응 전략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시니어를 위한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또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처럼 고령자의 금융 피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18년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제303조에 고령자 대상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관계 당국에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민사상·행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13년 일본증권업협회(JSDA)에서 “금융회사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할 때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고령소비자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투자 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와 판매가 보다 더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령자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피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에 초점을 둔 개정안들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금융소비자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과 노인복지법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금융피해의 정의를 명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 의심 사안을 법 집행기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에 사기·횡령·배임 등을 추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적 착취 등 노인학대 의심사례 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두 달 연속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KDI는 10일 내놓은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 내수에 악재가 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전쟁’ 본격화로 수출 여건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지난달에도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KDI가 두 달째 같은 전망을 이어 가면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심리 위축으로 소비 부진 역시 지속되고 있다”며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고용 증가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소비 동향을 보여 주는 소매판매는 승용차, 가전제품, 의복 등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했다. 비상계엄 직후 얼어붙은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 또한 지난달까지 낮은 수준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全)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소폭(1.4%) 느는 데 그쳤다. 제조업 등에서 생산이 늘었는데도 계속되는 건설업 부진(―8.3%)이 전체 생산을 끌어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통상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KDI는 짚었다. 반도체를 빼면 수출이 이미 둔화하고 있는데 통상환경 악화로 수출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0.3% 감소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