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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들어가는 시스템 가구 입찰에서 사다리 타기 등으로 낙찰자를 정한 가구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11년 가까이 이 같은 짬짜미를 벌여 아파트 분양가격을 밀어올렸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을 포함해 전국에서 수백 개 아파트 단지가 피해를 봤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개 가구 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83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업별 과징금 부과 액수는 동성사(44억6900만 원), 스페이스맥스(38억2200만 원), 영일산업(33억2400만 원), 쟈마트(15억9300만 원), 한샘(15억7900만 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공정위는 이 중 동성사, 스페이스맥스, 쟈마트, 한샘 등 4개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16개 건설사가 발주한 총 190건의 시스템 가구(드레스룸, 팬트리 가구 등)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입찰 가격을 짜고 정했다. 저가 경쟁을 피하려는 목적에서다.담합은 서로 낙찰 순번을 정한 뒤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다리 타기나 제비뽑기 등으로 정해진 낙찰 예정자는 들러리 사업자에게 입찰가격을 정해 알려줬다. 들러리 사업자는 해당 금액을 기초로 투찰하고 일종의 ‘수고비’를 받았다. 낙찰받은 사업자가 들러리 사업자에게 공사 물량의 일부를 외주 주거나 공사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주는 등 이익을 나눠준 것이다. 담합이 발생한 190건의 입찰 관련 매출액은 3324억 원으로,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은 이 중 167건에서 낙찰을 받았다. 일정 기간 발주처의 공사를 모두 가져가는 조건의 입찰(연간 단가 입찰)도 있어 담합 피해를 본 아파트 단지는 수백 개에 이른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한샘 측은 “지난해 4월 공정위의 특판가구 담합건 과징금 부과 이후 윤리경영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후 담합 행위를 완전히 근절했다”고 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아파트에 들어가는 드레스룸 등 시스템 가구 입찰에서 11년 가까이 짬짜미해 온 한샘 등 가구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쟁 당국은 이들의 담합이 가격 경쟁을 해치고 아파트 분양가를 밀어 올린 요인 중 하나라고 봤다.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개 가구 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83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업별 과징금 부과 액수는 동성사(44억6900만 원), 스페이스맥스(38억2200만 원), 영일산업(33억2400만 원), 쟈마트(15억9300만 원), 한샘(15억7900만 원) 등 순으로 많았다. 이중 동성사, 스페이스맥스, 쟈마트, 한샘 등 4개 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16개 건설사가 발주한 총 190건의 시스템 가구(드레스룸, 팬트리 가구 등)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입찰 가격을 짜고 정했다. 저가 경쟁을 피하려는 목적에서다. 담합은 사다리 타기, 제비뽑기 등으로 미리 낙찰받을 순번을 정한 뒤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이렇게 뽑힌 낙찰 예정자는 들러리 사업자에게 입찰가격을 정해서 알려줬다. 들러리 사업자는 해당 금액을 기초로 투찰하고 일종의 ‘수고비’를 받았다. 낙찰받은 사업자가 들러리 사업자에게 공사 물량의 일부를 외주 주거나 공사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주는 등 이익을 나눠준 것이다. 담합이 발생한 190건 입찰의 관련 매출액은 3324억 원으로,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은 이 중 167건에서 낙찰을 받았다. 평균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100%에 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0년 넘게 관행처럼 이뤄진 담합을 적발한 것”이라며 “국민 보금자리인 아파트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위법행위를 시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일하는 20대의 평균 월급이 전 연령대 중 가장 적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훈풍을 견인하고 있는 60대는 물론이고 70대 고령층보다도 임금이 더디게 올랐다. 그 결과 60대와의 임금 격차도 17만 원대로 1년 새 더 벌어졌다. 20대가 손에 쥔 월급 오름 폭은 전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이들의 소득은 사실상 뒷걸음쳤다. 대기업, 공공기관 등 청년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가 사라진 결과로 풀이된다. 제조업처럼 임금이 높은 산업에선 장년층 고용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내수 한파로 영세 사장님들 사이에서 ‘쪼개기 근로’가 급증한 것도 20대 월급 오름 폭을 끌어내렸다. 청년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라 전체의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대 임금상승률 1.6%… 전 연령 꼴찌12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대 취업자가 받은 평균 임금(6∼8월 3개월 평균 기준)은 234만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는 230만3000원을 벌었는데, 이보다 1.6%(3만7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2014년(1.5%)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로, 지난해 물가가 2.3% 뛴 것을 감안하면 20대의 지갑이 1년 전보다 더 얇아진 셈이다. 연령별로 비교해 봐도 20대 임금상승률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임금상승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60대(5.8%)였고 이어 40대(5.6%), 10대(5.3%), 30대(3.9%) 등의 순이었다. 70대와 80대 이상의 임금도 1년 전보다 각각 2.2%, 2.6% 올라 20대보다 월급이 많이 올랐다.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20대가 고용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00인 이상 기업 일자리는 6년 만에 가장 적은 폭(5만8000명)으로 늘었다. 주요 기업이 대규모 공개채용(공채)을 없애고 경력직 위주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탓으로 풀이된다. 20대의 대기업 신입 취업 기회가 ‘좁은 문’이 된 셈이다. 전통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에서도 60대 취업자가 20대보다 많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에서 일하는 20대 수는 월평균 50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명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반면 이 기간 6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3000명 늘어난 56만5000명으로, 20대보다 6만 명 가까이 많았다.● 청장년 임금 격차 17만 원… 늙어가는 고용시장얼어붙는 소비에 영세 업체 등에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초단시간 고용이 늘어나는 것 역시 20대 월급 상승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주휴수당과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 수는 지난해 174만2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20대의 임금이 사실상 뒷걸음치면서 60대 취업자와의 월급 격차도 더 벌어졌다. 지난해 60대 취업자는 월평균 251만6000원을 벌어 20대보다 17만6000원 더 많이 받았다. 고령층 월급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쭉 20대보다 20만∼30만 원 적었고,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과 2019년엔 1만 원 미만 차이로 20대를 반짝 앞질렀다. 이후 2023년부터는 60대 임금이 20대보다 7만 원 넘게 많아지면서 청년층-장년층 월급 간에 본격적인 역전 현상이 일어난 바 있다. 취업 시장에 한파가 불면서 일하지도, 일을 구하지도 않고 ‘그냥 쉰’ 청년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그냥 쉰 20대는 3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명(4.7%)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0대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생산과 소비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 혁신, 생산 혁신을 통해 특정 분야에 ‘좋은 일자리’가 쏠리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한도가 있는데도 유료 멤버십 포인트가 ‘끝없이 적립된다’고 광고한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네이버는 실제로는 가입자가 선택한 팀의 경기만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이용권을 ‘스포츠 무제한 시청’이라고 광고하면서도 제한 사항을 기재조차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11일 네이버의 인터넷 광고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부당 광고를 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문제가 된 건 네이버가 2022년 6월 약 3주간 인터넷을 통해 자사 ‘플러스멤버십’ 2주년 행사를 광고하면서 멤버십 혜택이 실제보다 큰 것처럼 부풀린 행위다. 네이버 플러스멤버십은 네이버의 유료 구독 서비스다. 매달 4900원을 내면 네이버에서 쇼핑할 때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 주고 웹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 역시 준다. 당시 네이버는 멤버십의 포인트 적립 혜택에 대해 ‘적립은 끝이 없음’, ‘최대 5%까지 적용되는 멤버십 적립 혜택’이라고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품당 2만 원까지만 적립해 줘 한도가 있었다. 같은 상품을 여러 개 살 땐 중복 적립도 되지 않았다. 결제금액의 5%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혜택 역시 누적 결제금액 20만 원까지만 적용되고, 이를 넘으면 2%만 적립됐다. 네이버는 이런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어 뒀다. ‘더 알아보기’ 등의 문구를 1, 2회 클릭해야 볼 수 있는 또 다른 광고 페이지에 적립 한도를 적어둔 것이다. 이 같은 광고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웹툰 등 디지털콘텐츠 이용 혜택과 관련해서도 거짓·과장 광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는 멤버십 가입자들에게 주어지는 콘텐츠 이용 혜택을 광고하며 ‘이렇게 많은 디지털 콘텐츠’라는 문구를 썼다. 바로 아래에는 웹툰, 스포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스포티비 나우(SPOTV NOW)’ 무제한 시청 등 5개 서비스를 나열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5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월별로 이 중 하나만 이용할 수 있었다. 네이버는 이 같은 제한 사항도 별도의 페이지에 적어 소비자가 알기 어렵게 했다. 특히 스포티비는 ‘무제한 시청’이라는 광고 문구와 달리 가입자가 선택한 한국인 선수 5명의 소속팀 경기만 무제한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공정위는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 광고 기간이 22일로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 광고 기간 멤버십에 가입하면 2개월 무료 혜택을 준 만큼 소비자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전하는 과정에서 더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까지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한국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해당 품목들은 한국 기업들의 주력 수출 품목인 데다 공통적으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정부는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비슷한 입장에 처한 국가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 달러(약 50조 원), 반도체는 106억 달러(약 15조 원), 의약품은 15억 달러(약 2조 원)에 이른다. 자동차(미국 수출 의존도 49.1%)와 의약품(15.8%)은 전 세계 국가 중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으며, 반도체(7.5%)는 미국이 한국에 5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의 북미 수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북미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1∼9월 북미 매출이 전년 대비 19.5% 늘어난 313조 원에 달했다. 각 업계에서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1분기(1∼3월) 준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장까지 합쳐 미국 내에서 연간 최대 100만 대를 생산하면 국내 생산분을 대체할 수 있다. 다만 국내산 강판을 쓰면 새로 부과되는 철강 관세로 인해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관세 부과로 국내 철강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동차뿐 아니라 건설, 조선 등 전방 산업에 부정적인 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미국 수출길에 장애물이 생기면서 더욱 암울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도 비상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확대 덕에 지난해 미국 수출이 전년 대비 116.2% 늘었는데 이런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만 있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짓는 중이라 메모리 반도체는 모두 미국 밖에서 조달해야 한다. 바이오 업계 역시 고객사 중 미국 기업이 많아 앞으로 미국 생산기지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업계와 소통하면서 피해를 입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또 “관세 조치 발효일인 3월 12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한국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는 방향으로 대미 협의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교·안보 라인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대미 소통도 지원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어 “일본, 유럽연합(EU) 등 우리와 유사한 상황인 국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그간 유지돼 온 철강 쿼터 폐지에 따른 대미 수출 경쟁력 분석 등 대응 전략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시니어를 위한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또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처럼 고령자의 금융 피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18년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제303조에 고령자 대상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관계 당국에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민사상·행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13년 일본증권업협회(JSDA)에서 “금융회사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할 때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고령소비자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투자 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와 판매가 보다 더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령자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피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에 초점을 둔 개정안들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금융소비자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과 노인복지법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금융피해의 정의를 명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 의심 사안을 법 집행기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에 사기·횡령·배임 등을 추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적 착취 등 노인학대 의심사례 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두 달 연속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KDI는 10일 내놓은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 내수에 악재가 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전쟁’ 본격화로 수출 여건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지난달에도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KDI가 두 달째 같은 전망을 이어 가면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심리 위축으로 소비 부진 역시 지속되고 있다”며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고용 증가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소비 동향을 보여 주는 소매판매는 승용차, 가전제품, 의복 등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했다. 비상계엄 직후 얼어붙은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 또한 지난달까지 낮은 수준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全)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소폭(1.4%) 느는 데 그쳤다. 제조업 등에서 생산이 늘었는데도 계속되는 건설업 부진(―8.3%)이 전체 생산을 끌어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통상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KDI는 짚었다. 반도체를 빼면 수출이 이미 둔화하고 있는데 통상환경 악화로 수출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0.3% 감소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14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쇼핑몰 등이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바꿀 땐 한 달 전부터 고객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반복해 어기면 최대 1년간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전자상거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다크패턴 방지법’이 14일 시행되면서 이에 맞춰 하위 법령을 개정했다. 다크패턴이란 기만적인 방법으로 유료 전환이나 가격 인상 동의를 받아내는 등의 눈속임 상술을 말한다. 개정 시행령에는 체험판 등 무료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거나 정기결제 대금이 인상될 경우 소비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료 전환·대금 인상 전 30일 이내에 알려야 하고, 소비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종료해야 한다. 기존에 동의했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역시 알려야 한다. 소비자가 구독 취소 등을 선택했을 때 팝업창 등을 통해 선택을 바꾸라고 반복해서 요구하는 일도 금지된다. 다만 소비자에게 ‘7일 동안 다시 보지 않기’ 등의 선택지가 주어졌다면 7일 이상 간격으로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팝업창을 띄우는 것은 허용된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결과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이 “연구개발(R&D) 사업에 1000억 원을 투자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사기극이라 얘기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정부의 섣부른 발표가 국민적 기대감을 불필요하게 높였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7일 안 장관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가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기극’이라는 비판은 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장관은 지난해 프로젝트 발표 과정에서 ‘정무적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산업부 관계자 발언이 나온 데 대해서도 “정치적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브리핑 과정에서 설명하다 보니 표현이 잘못 나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며 국민적 기대감을 불필요하게 부추겼다는, ‘용산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당시 대통령의 브리핑에 호응하듯 안 장관 역시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총(당시 약 455조 원)의 5배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장관은 “(대왕고래 가스 매장량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은 바뀌기 어렵다”면서도 “1700여 개 넘는 시료를 확보했고, 이를 분석해 추가 유망구조 위치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비관적으로 볼 건 아니”라고 했다. 가이아나 같은 경우는 14공을 시추해서 성공했고, 노르웨이는 34번 만에 성공한 만큼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 장관은 “모든 개발비를 해외 투자자에만 의존하면 나중에 개발됐을 때 국부 유출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 예산으로 사업에 참여해 합당한 국부를 지키며 자원 개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통상전쟁’을 총괄할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사진)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한국, 유럽연합(EU)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한국 등이 구글 등 미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하면 ‘보복 관세’ 등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이날 미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리어 후보자는 ‘EU와 한국 등 많은 국가들이 미국 테크 기업들에는 특별한 요건이나 세금을 부과하지만 자국이나 중국 기업에는 이를 면제한다. 이런 조치에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의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기업들을 어떻게 규제할지 등을 EU, 브라질이나 다른 국가들에 맡겨선 안 된다”며 “그들이 우리를 차별해선 안 된다.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지만 여야 간 시각 차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그리어 “북미무역협정 무임승차 안돼”… 멕시코-加 진출 韓기업 등 겨냥“韓-EU 빅테크 규제 용납못해” 對美수출 무관세 혜택 변경 내비쳐韓기업, 美로 공장 이전 잇단 고심정부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력이 완전히 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그리어 후보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이용해 제3국이 ‘무임승차’ 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도 밝혔다. 미국보다 생산원가가 낮은 멕시코에서 물건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USMCA에서 향후 어떤 구체적인 변경을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원산지 규정 등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제3국이나 우려되는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으로 미국과 우리의 무역 파트너(멕시코, 캐나다)들을 희생시켜 혜택을 받거나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1기 때 멕시코, 캐나다와 USMCA를 맺고 이들 국가에 무관세를 적용해 왔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USMCA를 통한 무관세 혜택과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로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에 나섰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기아, LG전자, 포스코,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500여 개에 이른다. 캐나다에도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업체를 중심으로 100여 개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트럼프 2기에서 통상 압박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면 적지 않은 신규 투자비가 필요한 데다 멕시코와 비교해 임금 부담이 8배 이상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 중인 건조기 물량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생산하는 냉장고 일부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 달 전과 같은 2%로 유지했다. 다만 길어지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이날 ‘2024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서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로 내다봤다. IMF는 지난달 17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0%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의 영향이 본격화한 후에도 같은 전망을 유지한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성장률 전망(1.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견조한 수출과 민간 소비, 투자의 완만한 회복이 이 같은 성장률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IMF는 한국 경제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미국 신정부 정책 변화가 본격화하면 2%대 성장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약세인 점, 중국 등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의 경기가 부진한 점 역시 올해 한국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되는 요인이라고 IMF는 짚었다. 이어 IMF는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는 투자와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한국의 정국 혼란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IMF가 신중히 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IMF 측은 경제 관련 데이터들이 좀 더 나오면 4월 이후에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IMF는 한국이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권하면서도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해 성장이 둔화하면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이 고려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7개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중 석유와 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돼 가장 먼저 시추가 이뤄진 곳에서조차 경제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머지 6개 유망구조 시추를 위한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 사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왕고래 1차 탐사 시추 작업 결과 가스 징후가 일부 있음은 확인했지만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47일간의 시추 작업이 이달 4일 종료됐는데, 매장된 석유와 가스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데 핵심이 되는 ‘탄화수소 가스 포화도’ 수치가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해 세계적 관심을 불러모았던 사업이다. 당시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애초 정부는 대왕고래에서 최소 5차례의 탐사 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봤지만 1차 시추 결과 추가 시추를 진행할 정도의 매장량도 발견되지 않았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가스량이 경제적으로 생산 광구로 전환하거나 추가 탐사 시추를 할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이번 1차 시추 작업 결과는 향후 프로젝트 추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올해 대왕고래 관련 예산이 국회 통과 과정에서 대부분 삭감된 만큼 1차 시추 결과에 따라 향후 추가 시추 예산 확보 가능성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대왕고래 시추 작업이 1차에서 중단되게 되면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의 나머지 6개 유망구조 시추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직접 탐사 시추 계획을 발표하며 예상 성과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아 기대 효과를 부풀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자원 개발 차원에서 보면 첫 시추에서 바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번 시추 결과가 해외 투자 유치에 긍정적이라고는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나머지 유망구조의 시추는) 투자 유치를 통해 리스크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정부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시추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기 위해 미국 업체 ‘코어랩(Core-Lab)’과 우선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해 유전 가능성을 제기한 ‘액트지오(ACT-GEO)’는 분석 기관이 아닌 만큼 대상에서 빠진다. 석유·가스전 개발의 첫 삽으로 평가받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가 일단 실패로 돌아가면서 액트지오의 신뢰성에 대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대왕고래에서 수집한 시료와 데이터 분석을 맡길 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글로벌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 입찰을 실시했다. 이 중 미국의 지질구조 분석 업체인 코어랩과는 이달 내 선정을 목표로 우선협상을 하고 있다. 계약금은 1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종 선정된 업체에 대왕고래에서 나온 1700개 이상의 시료 분석을 맡겨 이를 후속 탐사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가 아닌 액트지오는 이번 입찰 대상에서 빠졌다. 미국의 자문 업체인 액트지오는 앞서 한국석유공사 등에 낸 용역 보고서를 통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 140억 배럴이 넘는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액트지오는 이 외에 51억 배럴 이상의 추가 가스·석유가 울릉분지(마귀상어)에 묻혀 있을 가능성을 내놓기도 했다. 액트지오의 이 같은 평가를 기점으로 시작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액트지오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 당시부터 액트지오는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사실상 1인 기업이라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사무실이 미국 텍사스주의 한 가정집으로 되어 있는 데다, 현지에서 세금까지 체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실 업체’ 논란은 더욱 커졌다. 대왕고래에 이어 마귀상어까지 액트지오가 연달아 유망성 평가 용역을 따낸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용역비로 지불한 금액은 4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가 대왕고래 시추에 들인 예산은 총 1000억 원이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비상계엄 및 탄핵정국 이후 처음으로 나온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평가에서 한국이 이전과 같은 등급(AA―)을 유지했다. 다만 ‘트럼프 리스크’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약 한 달 만에 또다시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피치는 앞서 2012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올린 뒤 이를 유지해 왔는데, 12·3 비상계엄 사태에도 신용등급 하락은 일단 피한 것이다.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 역시 ‘안정적’이라고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로 낮춰 잡았다. 피치는 지난해 12월 9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으로 낮춘 바 있다. 이후 한 달도 안 돼 0.3%포인트를 추가로 내린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이유로 꼽혔다. 정국 혼란이 계속될 경우 신용등급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며 “더 심각한 정치적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정부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자동차, 반도체 등 5대 산업계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트럼프 리스크’ 현실화에 따른 업계의 위기감을 쏟아냈다. 정부는 1분기(1∼3월) 중 최소 34조 원을 투입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해 첨단산업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5일 정부는 최 대행 주재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들었다.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협회장 등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5대 협회는 약 40분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정부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로 예정된 회의 시간도 20분 가까이 길어졌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출이 전체의 7.5%(106억8000만 달러)를 차지한다며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면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딥시크’ 쇼크에 직면한 미국이 중국 인공지능(AI) 견제를 위해 수출 통제를 확대하면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이 캐나다에 고율 관세 부과를 본격화할 경우 미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셀을 미국 외 국가에 수출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LG, SK, 삼성 등 배터리 3사가 공동으로 리플릿 등을 만들어 대미(對美) 아웃리치(대외 접촉 지원 활동)에 나서는 등 고육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 역시 한국GM의 미국 수출 의존도가 90%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한국을 수출기지로 활용해 온 자동차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철강 업계는 한국에 부여한 연간 263만 t가량의 무관세 쿼터가 축소되면 미국 현지 삼성, 현대자동차·기아 등에 대한 소재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요구도 빗발쳤다. 반도체 업계는 52시간 적용 제외를 담은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자동차 업계는 관세 폭탄을 피해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내수 진작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요구사항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1분기 중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는 기금을 한국산업은행에 신설하겠다고 했다. 최소 34조 원 규모로 기금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원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을 투입한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포함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급증하며 ‘소상공인 퇴직금’ 지급액이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을 담보로 소상공인들이 받아간 대출도 9조 원을 처음 넘어섰다. 근로자 중에선 일용직 근로자의 감소세가 두드러져 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소상공인 퇴직금 담보 대출 25% 급증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1조3908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00억 원가량(10.4%) 늘어난 규모로, 2023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2007년 도입된 노란우산은 연 매출 120억 원 이하 소기업, 소상공인이 돈을 적립하면 폐업이나 고령 등으로 생계가 어려울 때 이자를 얹어 돌려주는 공제 제도다. 일종의 소상공인 퇴직 안전망인 셈이다. 이 중 폐업공제금은 폐업을 이유로 공제금을 타 간 경우로, 지급액이 늘어난 건 가게 문을 닫은 취약 자영업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소상공인이 퇴직금을 담보로 빌려간 대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노란우산 공제계약 신규 대출액은 9조515억 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였다. 1년 전보다 25.1% 늘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급증한 액수다. 노란우산 공제계약 대출은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본인이 적립한 부금 내에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출을 갚지 못하면 나중에 지급될 퇴직금에서 차감된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내수 침체가 취약계층부터 덮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7∼9월) 도소매, 운수, 숙박음식업 자영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178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7.1%(13만6000원) 줄었다. 201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세다. 특히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이후로는 자영업자의 생계난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폐업공제금 신청이 특히 집중되고 있다. 부금 내 대출 신청도 늘어나는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용직 근로자 15만 명 ↓ 취업시장에서도 일자리 한파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용직 근로자 수는 1년 전보다 14.7%(15만 명) 급감한 87만1000명이었다. 모든 달을 통틀어 1983년 2월(75만 명), 1984년 2월(86만9000명)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이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 수는 0.2%(4만9000명) 줄었는데, 일용직 근로자 감소세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일용직 근로자가 급감한 건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표적인 취약계층 일자리로 꼽히는 건설업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진 게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플랫폼 일자리가 늘면서 일용직 근로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감소세가 유난히 가팔랐던 건 건설경기 한파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역대 가장 큰 폭(―7.2%)으로 줄며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침체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어 올해 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라면 소비가 계속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올해도 세수가 부족해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세수 전망치를 한 차례 내려 잡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소비가 얼어붙으며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 유력해졌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8월 예산안을 짜며 올해 세금이 382조4000억 원 걷힐 것으로 봤다. 정부는 지난해 국세 수입을 337조7000억 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보다 44조7000억 원 많은 수준이다. 특히 법인세를 중심으로 올해 세수가 늘 것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잡은 올해 법인세 수입은 88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예상치(63조2000억 원)보다 25조3000억 원 많다. 세수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부가가치세는 4조3000억 원, 유류세가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3조9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세는 총 10조6000억 원 더 걷힐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세입 전망도 덩달아 어두워지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올해 내게 되는데, 이미 주요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1조 원 이상 밑돌았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부동산 경기 한파가 이어지는 점도 변수다. 이 경우 부가가치세, 양도소득세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유류세 인하 조치가 또다시 연장되면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입도 정부 전망치를 밑돌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부터 소비가 얼어붙는 등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서 정부는 지난해 국세 수입 수정 전망치도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세수 재추계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연간 세수가 당초 정부 목표치보다 29조6000억 원 덜 걷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걷힌 세금은 이보다도 1조 원 넘게 부족한 336조 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 발표되면 올해 정부가 더 걷어야 하는 세금도 46조 원 안팎으로 늘어나게 된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에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부가가치세 등의 세수가 예상치를 밑돈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경제 여건도 당초 정부 예상보다 악화된 상황이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때 국세 수입 예산을 함께 수정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지난달 초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0.4%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