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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62)는 22일 오후 다른 정당 원내대표들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삼성서울병원으로 가서 노모를 병문안했다. 이어 잠시 국회에 들렀다가 동생 부부가 사는 서울 중구의 아파트로 가서 5분간 머물렀지만 동생을 만나지는 않았다. 서울 강서구 자택으로 귀가한 노 의원을 만난 부인 김지선 씨는 이날이 남편과의 ‘마지막 밤’이 될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 의원은 23일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 이틀 연속 동생 집 찾았지만 동생은 안 만나 노 의원은 투신을 하기 직전인 23일 오전 9시 33분경 다시 동생의 집 앞까지 갔다. 하지만 초인종은 누르지 않았다. 당시 집 안에 있던 동생은 형이 현관문 앞까지 찾아온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틀 연속 동생 집 근처까지 와서 정작 동생은 만나지 않은 것이다. 노 의원은 동생이 사는 아파트 17층에서 18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옷과 유서를 남겨두고 복도 창문을 통해 몸을 던졌다. 앞서 오전 8시 5분경 자택에서 나온 노 의원은 8시 40분경 국회에 들렀지만 차에서 내리지 않고 수행비서와 차 안에서 25분을 보냈다. 수행비서는 “노 대표가 차 안에서 ‘피곤하지, 고생이 많다’고 밝게 말씀하셔서 자살의 기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9시 반에는 당 상무위원회 참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보좌진을 통해 모두발언만 배포하고 불참했다. 노 의원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경비원 김모 씨는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던 중 ‘퍽’ 소리가 나서 가보니 노 의원이 엎드린 채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아파트 주민 박모 씨(75)는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해 급하게 인공호흡을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 “누굴 원망하랴. 책임 무겁다” 노 의원은 자필로 가족에게 A4용지 1장짜리 유서 2통을 썼고 소속 당인 정의당에는 2장짜리 유서 1통을 남겼다. 노 의원은 유서를 통해 ‘드루킹’ 김동원 씨(49·수감 중) 측으로부터 4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탁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며 “누굴 원망하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며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고 당원과 이정미 당 대표에게 사과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노 의원이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는 “먼저 떠나게 돼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 “안타깝다” 애도 이어져 노 의원의 지인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노 의원의 투신 소식을 듣고 아파트 현장으로 달려온 노동운동 동료 임모 씨(59)는 “노 의원 동생에게 급히 전화했는데 형이 자살을 할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판단력이 냉철하고 전혀 그럴 분이 아닌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 의원과 인천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활동을 함께했다는 A 씨는 “노 의원이 이미 마음의 정리를 하고 어머니 병문안을 다녀온 뒤 유서를 작성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노 의원의 지역구가 속한 정의당 경남도당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참여하는 ‘고 노회찬 국회의원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발인일인 27일까지를 추모 기간으로 정했다. 노 의원의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으로 정해졌다.윤다빈 empty@donga.com / 창원=강정훈 기자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
경기 동두천시와 서울 강서구의 어린이집에서 어른의 무관심과 학대 속에 아이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으면서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다 수준 높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사들이 원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탁상행정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원생에게 집중 못 하는 보육교사들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보육교사의 가욋일이 너무 많아 원생들에게 온전히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업일지와 관찰일지, 어린이집 서류, 평가서, 사진 촬영 등 행정업무를 보육교사들이 온통 떠맡고 있는 상황이다. 보육교사 A 씨는 “각종 서류를 준비하다 보면 아이들 보는 건 2차적인 일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B 씨는 “정부의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받기 위해 거의 3개월간 야근을 하다 보니 몸이 지쳐서 보육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 보육교사들의 이직이 잦아 원생들과의 유대감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사고가 난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의 경우 교사 11명 가운데 5명이 근속연수 1년 미만이었다. 강서구 어린이집 역시 1년 미만 근속자가 전체 9명 가운데 5명이었다. 온라인 수업을 듣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온라인으로 일정 학점을 취득하고 6주 현장실습을 거치면 보육교사 2급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지난해 2급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자 가운데 56%가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를 통해 온라인으로 학점을 받았다. ○ 정부 대책 현장에선 ‘무용지물’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통학버스 운전자는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위반 시 범칙금 12만 원과 벌점 30점을 부과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강화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통학버스 운전자 및 동승보호자 표준 매뉴얼’을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두천 사고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이를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복지부의 평가인증 제도는 서류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고가 난 동두천과 강서구의 어린이집 모두 평가인증제를 통과했다. 경남 사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우리 어린이집은 영아만 있고 유아가 없는데 영아의 키가 닿지도 않는 곳에 안전대를 설치하라고 해서 황당했다”며 “공무원들이 서류만 보고 인증을 하는데 정말 기가 찼다”고 비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17일 경기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버스 안에서 4세 여아가 질식사한 데 이어 18일에는 서울 강서구의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학대 속에 11개월 영아가 숨졌다. 어린이집에서 끔찍한 일이 잇따라 벌어지자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학대 정황 담긴 CCTV 확보 서울 강서경찰서는 19일 생후 11개월 된 영아에게 이불을 덮고 짓눌러 사망하게 한 혐의(아동학대 치사)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 씨(59·여)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김 씨의 학대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18일 낮 12시경 아이를 엎드리게 한 뒤 이불을 덮어씌우고, 아이의 등 위로 올라타 수 분간 아이를 누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아기가 잠을 자지 않아 억지로 재우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실시한 결과 ‘비구(코와 입)폐쇄성 질식사’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김 씨는 이 어린이집 원장과 쌍둥이 자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청, 아동보호전문기관 등과 함께 해당 어린이집 전체 원생을 대상으로 학대 행위 등이 있었는지 살피는 중이다. 또 동두천 피해 아동에 대한 부검 결과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0일 운전사, 인솔교사, 담임교사 등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 등을 따질 방침이다. ○ 불안한 부모들 “아이 못 맡기겠다” 영아가 숨진 강서구 어린이집에는 19일 오전 부모들이 달려왔다. 창백한 얼굴로 어린이집에 뛰어 들어가 아이를 안고 나온 어머니 A 씨는 “아이가 생후 1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불안하다”며 퇴원 의사를 밝혔다. 다른 부모들도 다급하게 현관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통학버스 사고가 벌어진 동두천 어린이집에도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B 씨(여)는 “맞벌이 부부라 통학차량을 이용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더 이상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과 같은 반인 아이의 어머니 C 씨는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 보겠다”고 했다. 사고가 나지 않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차량으로 직접 아이를 데려다 주거나 당분간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도 있다. 오전 10시 반경 서울 종로구의 한 어린이집에 차량을 몰고 딸을 등원시킨 이모 씨(37·여)는 “하도 사고가 많다 보니 내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게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황급히 특별 점검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는 18일 5곳의 어린이집을 찾아가 통학차량 신고 여부, 운전자 자격증, 승하차 규정 준수 여부 등을 확인했다. 서울 성북구는 19일 통원차량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원장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어린이집 통학버스 운전사 홍모 씨(62)는 “기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면 절대 안 되니 더 유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 / 동두천=윤다빈 기자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경기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4세 여자아이가 통학차량에 갇혀 숨진 사건은 총체적 관리 부실이 빚은 비극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어린이집 관계자들, 한결같이 “몰랐다” 18일 경찰과 어린이집 관계자, 유족 등의 말을 종합하면 숨진 김모 양을 태운 운전기사, 인솔교사, 담임교사, 부원장, 원장 모두 7시간이 넘도록 김 양의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17일 오전 9시경 김 양을 통학차량에 태웠던 운전기사 A 씨는 어린이집에 도착한 뒤 탑승한 8명의 아이가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바로 운전석에서 내렸고 차량의 문을 잠갔다. A 씨에게서 차 키를 건네받은 원장은 원생들의 등원 여부를 파악하지 않고 당일 차량일지에 서명을 했다. 차량에는 인솔교사 B 씨도 타고 있었으나 역시 하차 인원을 파악하지 않았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말 몰랐다.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양의 담임교사인 C 씨는 이날 출석 체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경찰 조사에서 “외부 손님이 많아서 바빴다”고 했다. 아이들이 등교했는지를 파악하는 임무를 맡은 부원장은 이날 오후 4시경에야 원내 폐쇄회로(CC)TV를 보고 김 양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부랴부랴 원내를 뒤졌다. 김 양을 찾지 못하자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아침에 차를 타고 갔다”는 부모의 답을 듣고 차량으로 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김 양은 이날 오후 4시 45분경 자신이 탔던 스타렉스 차량 맨 뒷자리에서 누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두천 최고기온이 32.2도에 이른 이날 발견 당시 김 양의 체온은 37도가량이었다. 경찰은 김 양이 질식사했을 것으로 보고 19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가 끝나고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 등을 따질 방침이다. 동두천시는 이 어린이집에 대해 폐쇄 등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되풀이되는 비극…“예방 시스템 도입 절실” 유족들은 망연자실했다. 김 양의 부모는 물도 마시지 못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양의 언니(8)는 무슨 상황인지 알지도 못한 채 밝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김 양의 외할머니 강모 씨(69)는 “24일이 손녀 생일이다. 손녀가 ‘엄마, 나 생일날 분홍 드레스 사줘’라고 말했는데 딸(김 양의 어머니)이 그걸 못해줘서 영정을 붙들고 한참을 가슴을 치며 울었다”고 말했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김모 군(6)은 2016년 7월 29일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 광주의 한 유치원 통학버스에 8시간 동안 갇혀 의식불명이 됐고 2년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 군의 부모는 주변에 “왜 이런 일(통학버스에 갇히는 사고)이 또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반복되는 비극에 가슴이 아파 말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극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 통학차량 뒤쪽 끝에 버튼을 설치하고, 이 버튼을 누르지 않고 시동을 끄면 비상 경고음이 울리게 함으로써 운전자가 반드시 하차 인원을 파악하게 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글이 올라왔고 이틀 만에 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찬성했다.동두천=윤다빈 empty@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에 방치된 4세 여자아이가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경기 동두천경찰서는 17일 오후 4시 50분경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에서 김모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 양을 태운 통학차량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원생 9명을 태우고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차량 운전자는 김 양이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차 문을 잠갔다. 차에는 인솔교사가 타고 있었지만 인원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동두천 지역 최고기온이 32.2도까지 올라가는 더위 속에서 김 양은 꼼짝없이 차 안에 갇혔다. 김 양의 담임교사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출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4시 30분이 넘어서야 김 양 담임교사가 부모에게 “오늘 왜 등원하지 않았냐”고 연락을 했다. “아침에 차를 타고 갔다”는 부모의 답을 듣고 교사는 부랴부랴 김 양을 찾아 나섰지만 김 양이 차에서 내리지 못한 지 7시간을 넘은 상황이었다. 뒤늦게 김 양을 발견했지만 이미 질식사한 상태였다. 경찰은 김 양의 시신을 부검하는 한편 차량 운전자와 담임교사, 인솔교사 등을 상대로 원아를 모두 하차시키지 못한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4일에는 32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경남 의령군에서 생후 27개월 된 남자아이가 외할아버지의 승용차에 4시간가량 방치됐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여고생을 밤늦은 시간 노래방과 관악산으로 끌고 다니면서 집단 폭행하고, 성추행한 이른바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10대 10명 중 7명이 한꺼번에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김재근 영장전담판사는 공동폭행과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해 학생 7명의 영장을 모두 발부했다고 16일 밝혔다. 김 판사는 “범죄의 중대성 및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정황에 비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는 등 소년으로서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가해 학생들은 지난달 26, 27일 밤 고교 2학년생인 A 양이 ‘센 척을 한다’는 이유로 서울 노원구의 한 노래방으로 데려가 무릎을 꿇게 하고, 뺨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A 양을 버스에 태워 관악산으로 끌고 간 뒤 나뭇가지와 음료수 캔을 이용해 성추행을 하고, 각목으로 때리기를 반복했다. 이들은 실신하다시피 한 A 양을 가해자의 집으로 끌고 가 휴대전화 유심 칩을 빼는 등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다.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불구속 입건됐고, 나머지 1명은 중학생으로 소년법상 형사책임연령(14세 미만)이 아닌 ‘촉법소년’이어서 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진기(가명·36) 씨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 가출을 했고, 남의 돈을 훔치며 생계를 유지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최소한의 생계비만 벌며 지냈다. 20대 초반 그는 수면내시경을 하면서 일반적으로 투약하는 프로포폴을 맞은 것을 계기로 중독이 됐다. 이후 이 씨는 사기, 마약 투약으로 전과 15범이 됐다. 이 씨의 범행은 올해 2월 4일 치료감호소에서 나온 직후 다시 시작됐다. 이 씨는 2~7월 서울 대전 청주 등 전국 48개 병원을 돌며 ‘속이 안 좋다’ ‘체중이 줄었다’는 핑계를 대고 입원했다. 위·대장내시경 검사 등을 받으면서 22개 병원에서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아네폴, 바스캄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맞았다. 또 야간을 틈타 도주하는 방식으로 2100만 원 상당의 병원비를 지불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병원들 간에 환자의 진료 및 입원 기록이 공유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매번 처음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처럼 의사들을 속였다. 이 씨는 경찰에서 “검거가 된 게 차라리 잘됐다”며 “처벌도 받고 치료도 받고 싶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 씨를 사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어수선했다. 접수창구 앞에선 수십 명의 환자가 차례를 기다렸다. 6대나 되는 혈압측정기 앞에도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이날 순환기내과에 환자들이 몰린 것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19개의 고혈압 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다며 판매 및 제조 중지 조치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고혈압 환자들에게 발암물질이 담긴 약이 나왔다는 건 적잖은 충격이다. 식약처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토요일인 7일 정오경 긴급하게 판매 중지한 219개 제품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틀 만인 9일 이 중 104개 제품은 문제의 발사르탄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판매 중지 조치를 해제했다. 토요일 발표를 하는 바람에 이틀간 병원을 찾지 못해 불안에 떤 600만 명의 고혈압 환자들은 이날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소동의 발단은 이렇다. 유럽의약품청(EMA)은 5일 중국 ‘제지앙화하이’에서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 원료의약품인 발사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며 이 발사르탄이 들어간 고혈압 치료제를 회수 조치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자 우리나라 식약처도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 219개 제품의 판매를 중지시켰다. 하지만 현장 조사 결과 104개 치료제는 중국산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제조한 발사르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115개 치료제는 문제의 발사르탄을 사용한 사실이 최종 확인돼 판매 및 제조 중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을 찾은 고혈압 환자 박모 씨(34)는 “토요일 오후 관련 소식을 듣고 문의할 병원과 약국이 없어 답답했다”며 “그렇다고 임의로 고혈압 약을 끊을 수 없어 주말 내내 불안했는데 다행히 처방받은 약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사르탄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제약사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A제약사 관계자는 “판매 중지 조치를 받았다가 해제됐지만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확인을 마친 뒤 명단을 공개했다면 이런 혼란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약처는 혼선이 커진 데 대해 “219개 제품은 중국산 발사르탄 사용 허가를 받은 제품들이었다”며 “하지만 현장 조사를 해보니 제약사가 원료 수입 상황에 따라 다른 나라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해명했다. 제약사가 사전에 중국산과 미국산, 유럽산 등 여러 곳의 원료 수입 허가를 받은 뒤 실제 어떤 원료를 사용하는지는 현장 조사를 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해당 중국 제조사의 발사르탄 제조·수입량은 우리나라 전체 발사르탄 제조·수입량의 2.8%에 불과해 식약처가 성급하게 명단 발표부터 했다가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혼란이 커진 9일 오후 늦게 발암 유발 물질이 함유된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대체약을 처방받으면 1회에 한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준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평소 음식물을 섭취하면서도 소량의 NDMA에는 노출될 수 있다”며 “판매 금지된 고혈압 약이라도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대체 약으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김하경 whatsup@donga.com·윤다빈 기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기내식 대란’을 계기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경영진 퇴진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가 열렸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가면 등으로 얼굴을 가린 아시아나항공 직원 4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이들은 기내식 대란에 대한 박 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저마다 ‘승객·직원 굶기는 39 OUT!’ ‘침묵하지 말자!’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었다. 아시아나항공 부기장 A 씨는 “이번 기내식 대란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박 회장 이하 경영진이 대책 없이 직원들에게 잘못을 떠넘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0년 차 승무원 B 씨는 “기내식 사태 때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비행이 끝나고 울먹이는 동료들을 보면서 더 이상 참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었다. 기내식 대란 중에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화인CS 대표 윤모 씨(57)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현장에는 윤 씨의 조카도 참석했다. 그는 “삼촌이 왜 돌아가셨는지, 착하고 밝은 사람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원인이 밝혀지고 잘못된 일이 바로잡혀야 한다. 유가족이 바라는 건 그것뿐이다”라며 울먹였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6일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두 차례 집회에는 대한항공 직원도 참가했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현장 근처에서 갑질 근절 서명운동을 실시하며 “조양호도 물러나고, 박삼구도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사건’을 계기로 총수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며 퇴진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촛불집회를 열었다. 아시아나항공도 기내식 대란을 계기로 경영진 갑질 폭로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최근 승무원 교육생들이 박 회장을 위해 노래와 율동을 연습하는 영상이 공개되는 등 직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10년 차 승무원 C 씨는 “회장이 한 달에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중간 관리자들이 안기는 사람과 우는 사람을 정해줬다. 나라를 대표하는 국적기가 맞는지 창피한 마음”이라고 주장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죽고 싶다, 무섭다.’ 4일 여고생 A 양(17)의 카카오톡 첫 화면에 있는 글이다. 자신이 겪은 22시간의 악몽 탓이다. 악몽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6일 오후 3시경 A 양은 학교 앞에서 만난 친구 5명과 함께 서울 노원구의 한 노래방으로 갔다. 모니터 불빛만 있는 어두운 노래방에 들어가자 친구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단체로 A 양의 무릎을 꿇렸다. 그리고 다짜고짜 뺨을 때렸다. 사방에서 주먹과 발이 날아왔다. 비명소리는 흥겨운 노래 반주에 묻혔다. 친구들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영상통화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자랑까지 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친구들은 A 양을 버스에 태웠다. 그리고 관악산으로 끌고 갔다. 그 사이 다른 학생들이 합류했다. 여학생 5명과 남학생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산 속 으슥한 곳을 골라 A 양을 폭행했다. 나뭇가지와 음료수 캔을 이용해 성추행까지 했다. ‘엎드려 뻗쳐’ 자세를 시키고 각목으로 때리기를 반복했다. 인기척이 들리면 옷을 입히고 더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폭행과 성추행을 반복했다. A 양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머리채를 잡아 일으켜 세워놓고 때렸다. 지옥 같은 상황은 다음 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실신하다시피 한 A 양은 가해자 중 한 학생의 집으로 끌려갔다. A 양의 행방을 몰라 애태우던 가족은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했다. A 양은 가해학생이 잠든 틈을 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보고 찾아 온 경찰에 겨우 발견됐다. 그때가 6월 27일 오후 1시경이었다. 발견 당시 A 양은 자기 힘으로 서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피해자 언니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온몸에 멍이 들고 가슴에 공기가 차 물도 먹지 못했다. 식도에 연결했던 호스를 오늘에야 빼서 이제 물을 먹기 시작했다. 대소변도 호스로 받았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범행을 주도한 한 여학생은 “A 양이 내 남자친구와 만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언니는 “사실이 아니다. 동생이 그저 ‘센 척’을 했다는 이유로 범행의 대상이 됐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A 양 진술을 바탕으로 잠시 현장에 있었던 단순가담자 2명을 포함해 중고교생 10명을 공동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미 다른 사건에 연루된 주동자 3명은 소년분류심사원에 인치됐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가해학생 중 1명은 소년법상 형사미성년자(만 14세 미만)라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올 1월 40대 여성 A 씨는 ‘브라이트’라는 이름의 남성이 보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받았다. 남성은 자신을 시리아 내전에 참가했던 퇴역 미군이라고 소개했다. 영어공부를 시작하려던 A 씨는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보냈다. 두 사람은 약 2주에 걸쳐 SNS 대화를 주고받으며 가까운 사이가 됐다. 어느 날 브라이트는 A 씨에게 “곧 한국에 들어와서 살 계획이다. 퇴직금 300만 달러를 받기 위해 소송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A 씨는 그에게 돈을 빌려줬다. 의심스러웠지만 ‘본전 생각’이 들어 12차례에 걸쳐 3억8700만 원가량을 보냈다. 얼마 뒤 브라이트의 소개로 캐나다 국적의 B 씨(50)가 A 씨를 찾아왔다. 자신을 외교관으로 소개했다. B 씨는 A 씨의 집에서 검은 지폐 4장에 약품처리를 하자 즉석에서 100달러로 바뀌는 장면을 보여줬다. B 씨는 “정상적인 지폐를 검게 만들었다가 다시 화폐로 바꿔 사용하는 ‘블랙머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랙머니 300만 달러를 바꿀 약품비 3만 달러를 요구했다. 의심이 든 A 씨가 남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B 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브라이트는 B 씨와 공범들이 만든 가상의 인물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B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 할머니(사진)가 별세했다. 1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이날 오전 4시경 경남 통영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0세. 통영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21세 때인 1939년 공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 다롄(大連)에서 3년, 필리핀에서 4년간 고통을 겪었다. 광복 후 귀국한 김 할머니는 ‘수요집회’ 등 국내외 관련 행사에서 적극적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렸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 등록 위안부 피해자는 27명으로 줄었다. 올해만 5명이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의 빈소는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2일 오후 7시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살면서 한 번 받을까 말까 한 상인데 영광이에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받고 싶어요.” 26일 오후 2시 반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4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동아일보 채널A 공동 주최) 시상식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은 이민주 양(11·부산 양정초)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양은 ‘우리 모두의 행동으로 변화되는 바다’를 표현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변주형 군(17·인천원당고)은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변 군은 그림에서 바다를 하나의 심장으로 표현했다.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은 임재원 군(14·대전괴정중)은 바다가 생명의 손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김홍민 군(7·울산 삼일초)은 고래가 동물에게 물을 주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해양수산부장관상을 수상한 김도현 군(12·부산 동성초)은 잠수부들이 바다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습을 그렸다. 김 군은 “평소 연습한 것보다 훨씬 잘 그려져서 기뻤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정부 부처 장관상(초중고교생 11명)과 지방자치단체장상 및 주요 기관장상을 받은 초중고교생 30명과 가족 약 60명이 참석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주간이 시상했다. 심사 결과 92명이 장관상과 교육감상, 단체장상을 받았다. 장려상 473명, 입선 957명이다. 전체 수상자는 1522명. 참석자들은 시상식을 마친 뒤 일민미술관과 신문박물관을 차례로 견학했다. 이번 대회는 올 4월 7일 월미도 문화의거리를 비롯한 인천 4곳, 충남 서천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등 전국 8곳에서 유치원생 및 초중고교생 8000여 명과 학부모 교사를 포함해 약 2만2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