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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참고 1도 백 1(실전 42)이 방향 착오. 이곳은 백이 2의 곳을 두고 흑에게 1의 곳을 벌리도록 해야 했다. 흑이 이어 좌상 귀(실전 47)를 선착해 포인트를 얻었다. 그나마 백이 외곽을 봉쇄한 것처럼 보였지만 흑 ‘가’로 뚫고 나오는 수가 있어 백이 밑지는 장사를 했다. 중반전엔 하변 백 집을 얼마나 만드느냐가 관건이었는데, 골락시는 참고 2도 흑 1, 3(실전 145, 147)의 묘수 2방을 터뜨리며 백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렸다. 바둑이가 결승 5번기에서 한 판도 건지지 못하고 0-3으로 졌지만, 세계대회 첫 출전에서 결승에 오른 데다 세계 랭킹 2위로 평가받는 골락시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것은 주목할 만하다. 154=143, 232=114, 244=198. 247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에서 흑이 ●로 우하를 살렸기 때문에 백은 32, 34로 상변을 살릴 수 있다. 백 32 때 흑이 참고 1도 1, 3으로 파호해도 백 4가 선수여서 상변 백 대마는 산다. 그렇지만 흑은 35, 37로 우변 백 대마를 잡아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백 38은 바둑이의 마지막 항전. 인간이라면 흑 37 상황에서 돌을 던졌겠지만 인공지능은 최후까지 버텨본다. 승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락시는 좌하 흑이 살아있다고 보고 손을 빼 흑 39를 뒀다. 백 40은 잘못된 수순. 그나마 참고 2도 백 1을 먼저 둬야 했다. 물론 흑 8까지 제대로 수순을 밟으면 흑이 수상전에서 이긴다. 흑 47의 결정타가 놓이자 바둑이가 돌을 던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에 대해 평범하게 참고 1도 백 1로 두면 흑 6의 치중에 이은 8의 파호로 우상 백 대마가 숨을 거둔다. 응수가 궁해진 백은 엉뚱하게 16을 착수했다. 흑 17과 교환돼 손해인데 불리할 때 인공지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버그다. 백 22로 이어 우변 대마를 살리려고 하지만 흑 23으로 상변 백 대마를 잡아선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백 28 때 흑은 참고 2도 1로 넘어가면 우변 백 대마도 잡는다. 대신 우하 흑이 통째로 죽지만 상변과 우변 백 대마를 이미 잡았기 때문에 승패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데 흑은 돌연 31로 우하 대마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어떻게 둬도 이긴다는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나지 않는 한 흑의 승리는 변함이 없다. 백 100에 흑이 101, 103으로 보강한 것은 전보 참고도에서 보여준 대로 패를 예방하는 수. 백 106은 참고 1도 백 1로 잇는 것이 부분적으로 이득이다. 하지만 흑이 10까지 두고 12로 쏙 기어 나오면 상변 백 대마가 빅이 돼 오히려 손해를 본다. 흑 107, 109의 보강은 안전 운행. 참고 2도 백 1, 3으로 흑 대마를 잡으러 오는 수를 미연에 방비하는 것이다. 참고 2도처럼 돼도 흑 대마가 죽을 것 같진 않지만 확실한 길을 걷겠다는 뜻이다. 백 112는 살아있는 흑 대마를 잡으러 가는 셈. 불리한 바둑이가 떼를 쓴다고 할 수 있다. 흑 115로 젖혀 거꾸로 백 대마의 생사가 불투명해졌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 팀장을 믿습니까.”(프로야구단 단장) “믿어요, 오래 지켜봐 온 사람이에요.”(운영팀장) “조사도 안 해보고 믿는 건 일을 흐리멍덩하게 하는 것 아닙니까.”(단장) “….”(운영팀장) 프로야구 만년 꼴찌팀 드림즈라는 가상의 팀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 초반 시청률 10%를 넘길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새로 부임한 단장은 스카우트 관련 비리를 저질렀을 법한 스카우트팀장을 거론하며 운영팀장에게 묻는다. 왜 믿느냐고. 오래전부터 잘 아는 사람이라는 운영팀장의 대답은 말 그대로 ‘흐리멍덩’할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로는 단장 역을 맡은 배우 등 출연진의 카리스마와 호연, 그리고 진짜 프로야구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같이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가 꼽힌다.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의 인기는 항상 시대의 요구와 함께한다. 과거 질서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고, 치열한 경쟁 속에 지친 사람들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다. 2019년 대중문화가 반영한 시대의 요구는 ‘위로와 격려’였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펭수’ 캐릭터가 그랬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도 그랬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가사들은 입시 경쟁에 지쳐 자존감을 잃어가던 청소년들의 마음에 다디단 샘물처럼 스며들었다. 위로와 격려의 세례를 받은 이들은 스스로를 얽매던 쓸데없는 걱정과 패배자가 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위로와 격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또 다른 화두를 던지고 있다. 위로와 격려는 받았지만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되고 고단함이 깃든 현실의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속세를 떠나 출가한 뒤 깨달음을 얻은 수도자가 다시 속세로 들어가 중생과 함께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깨달았다면, 용기를 얻었다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이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는 일은 위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위로 중독증에 걸리거나 격려 뒤에 안주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드림즈는 미국으로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하러 간다. 하지만 다른 팀이 ‘돈질’로 드림즈가 점찍었던 선수를 가로채자 운영팀장이 “(재정 상황이 열악한 우리가) 어차피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고 자조한다. 그때 단장은 이렇게 일침을 놓는다. “과외를 못 해서 대학을 못 갔다, 돈이 없어 졌다…. 서로 다른 여건에서 각자의 무기를 갖고 싸우는 건데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질 수밖에 없습니다.” 드림즈 단장은 국가대표 5번 타자인 프랜차이즈 스타플레이어지만 팀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비리에 연루된 스카우트팀장을 과감하게 해고하면서 팀에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소를 한 번 잃어버렸지만 외양간을 고쳐야 소를 다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내 안의 질서를 다시 추스를 기회를 얻은 대목이 있다.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고 구단 내에서도 비주류였지만 항상 발로 뛰며 영입할 선수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던 스카우트팀 팀원이 팀장으로 승진하자 단장에게 이렇게 묻는다. “제가 팀장을 잘할 수 있을까요.” “잘하라고 팀장을 시킨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하던 대로 잘하라고 팀장을 시킨 겁니다.” 기해년은 가고 경자년이 온다. 기해년에 흠뻑 받은 위로를 경자년엔 자신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삼기를 바란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지난달 30일 열린 ‘2019 바둑대상’에서 박정환 9단이 최우수기사상(MVP)을 차지했다. 박 9단은 2019년에 춘란배, 월드바둑챔피언십, 하세배에서 우승했고, LG배 결승에 진출했다. 신진서 9단은 다승상(78승 20패)·연승상(25연승)·승률상(79.59%)을 석권했다. 여자 부문에서는 최정 9단이 다승상(83승 20패)·승률상(80.58%)·연승상(17연승)을 기록해 여자기사상과 인기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신인상은 박상진 4단, 허서현 초단이 받았고 시니어기사상은 김수장 9단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흑 79로 침착하게 늘자 흑 대마는 우하 연결과 흑 87로 한 집을 내는 수를 맞보기로 살아 있다. 백은 80부터 84까지 아까운 팻감을 낭비했는데, 형세가 크게 불리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흑 89를 생략하면 참고도처럼 진행되는데 ‘가’로 패를 하는 수단이 생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70의 곳을 두면 쉽게 수습할 수 있는데 한술 더 떠 65의 강수로 반응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인공지능(AI)이 쉬운 길을 버리고 모험을 할 때는 이미 수읽기가 완료돼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흑 대마 수습에 자신이 있다는 것. 심지어 흑 67로 이은 수는 수비보다는 공격에 중점을 둔 것. 좌상 백도 아직 100% 살지 못했기 때문에 백은 68로 연결했다. 참고 1도 백 1로 두는 수가 좋은 모양처럼 보이지만 흑 6, 8로 끊으면 쉽게 살아간다. 흑은 73까지 일단 중앙에서 한 집을 내면서 백을 끊는 것을 노리고 있다. 백 78로 쌍립 연결은 꼭 필요한 수. 참고 2도 백 1, 3으로 변 쪽에서 흑의 안형을 빼앗고 싶지만 흑 12까지 백이 통째로 잡히는 수가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에서 흑이 묘수 두 방을 앞세워 흑 ●로 하변 백 집을 사실상 초토화시켰다. 백 52로 둬도 흑 57까지 깔끔하게 넘어간 것. 이제 실리에선 흑이 크게 앞선다. 이제 백에게 남은 길은 58로 뻗어 중앙 흑 5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5점을 잡으면 단숨에 역전할 수 있고, 아니면 의외의 부수입을 짭짤하게 올려야 형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백 58로는 참고 1도 백 1로 흑 5점의 허리를 끊어가는 것이 더 강력해 보이지만 흑은 사석작전을 펼치면 그만이다. 흑 8까지 백에게 흑 2점을 내주고 중앙 모양을 정리하면 흑 승리가 결정적이다. 백 62, 64로 총공세를 펼치지만 흑이 참고 2도처럼 두면 쉽게 수습할 수 있다. 그런데 골락시의 생각은 좀 달랐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45가 묘착. 이 한 수로 하변이 모두 백 집이 되기는 어려워졌다. 백 46으로 참고 1도 백 1로 받으면 별일 없어 보이지만 흑 2의 묘수가 또 백을 괴롭힌다. 백 3으로 차단해도 흑 4, 6에 백의 응수가 없다. 백 46이 그나마 최선이지만 흑 47도 연이은 묘수. 모양상으론 참고 2도 백 1로 차단해야 하지만 흑 8까지 외길 수순으로 백이 낭패에 빠진다. 따라서 백 48도 어쩔 수 없는데 흑은 49를 선수하고 51로 넘어가 하변 백 진을 마침내 무너뜨렸다. 흑 45, 47의 묘수 두 방으로 전세가 좀 더 흑에 기운 느낌이다. 그렇다면 백은 A로 뻗어 흑 5점을 공략해야 하는데 쉽게 포위될 것 같지 않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이단젖힘은 하변 백 진영을 최대한 크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 대국 중반전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하변 백 집이 얼마나 생기느냐에 달려 있다. 유리한 흑은 하변 백 진에 깊숙이 뛰어들지 않고 밖에서 깎아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 흑 27 대신 참고도 흑 1처럼 다른 방향에서 단수하는 것은 무리다. 흑 13을 생략할 수 없는데 백 14로 끊겨 큰 변화가 생긴다. 골락시는 흑 31로 죽죽 밀어간다. 백은 한 집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에 백 34로 젖힌다. 단점이 많긴 하지만 지금은 안위를 돌볼 때가 아니다. 백 40으로 젖힌 것도 같은 의미. 여기서 흑도 잘 둬야 한다. 백의 버티기에 평범하게 대응하면 순식간에 차이가 좁혀지기 때문이다. 일단 흑 41, 43을 선수한 뒤 숨을 고른다. 당연히 A로 단수해 집을 깎는 것은 안 된다. 하변 백의 단점을 이용해 수를 내야 하는데 과연 급소는 어디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중앙을 젖혔을 때 백은 먼저 상변에 손을 댔다. 흑 19까지 서로 사는 모양을 갖췄다. 수순 중 흑 15로는 참고 1도 1에 둬 5까지 우변을 차지하는 진행도 있다. 하지만 잡힌 백 두 점이 준동하는 뒷맛이 있고, 귀를 차지한 백의 실리가 제법 통통하다. 흑으로선 실전처럼 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 백 20부터 그동안 숙제로 남겨뒀던 좌하귀를 툭 건드려 본다. 흑 23으로 이은 시점에서 백이 다시 손을 뺐는데 계속 두면 어떻게 될까. 참고 2도를 보면 외길 수순으로 빅이 난다. 문제는 백이 후수를 잡는다는 것. 선수를 잡은 흑이 중앙 모양을 정리하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그래서 백 24로 중앙으로 다시 손을 돌린 것. 이곳의 전투가 승부의 마지막 변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상 백을 사석으로 활용해 백 ◎부터 98까지 상변 흑 진에서 가볍게 자리 잡아서 백도 불만이 없다. 백 모양이 허술한 것 같지만 참고도 흑 1로 끊는 것은 백의 미끼를 무는 꼴이다. 흑 13까지 백 석 점을 잡을 수는 있지만 백 14로 우상 흑 넉 점이 매우 약해진다. 흑 99가 상상하기 힘든 수. 끊을 수 있는 곳을 들여다봐 잇게 해주는 셈이어서 인간에겐 ‘금기’와 같은 느낌이 드는 수. 하지만 막상 돌이 놓이고 보니 흑의 근거를 만들며 백의 근거를 없애는 좋은 수였다. 인공지능의 이런 수들을 인간이 따라하기는 막상 쉽지 않다. 백도 106으로 끈질기게 흑의 근거를 빼앗으며 공격할 여지를 남겨둔다. 서로 미생인 상변 백과 우상 흑의 처리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흑은 먼저 111로 젖혀 후방을 두텁게 하는 전략을 들고나왔다. 먼저 흑 A와 백 B를 교환하고 두는 것도 방법이지만 실전이 뒷맛을 더 많이 남겨놓는 진행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좌상 백이 모두 흑의 수중에 들어간 것 같았는데 바둑이는 백 82로 즉각 움직였다. 백이 86까지 선수했지만 모조리 갇힌 모양이어서 어떻게 헤쳐 나갈지 의문인 상황. 백 88의 젖힘이 사석 작전을 위한 결단. 흑으로선 참고 1도 1로 끊고 싶다. 흑이 9까지 수상전에선 이기지만 백은 선수로 바깥을 에워쌀 수 있다. 몇 푼 안 되는 흑의 실리보다 백의 두터움이 돋보이는 결과다. 그래서 흑은 89로 살짝 비켜 받는다. 이때 백이 참고 2도 1로 이으면 흑 2로 봉쇄당해 좌변 백 대마와 상변 백 말을 동시에 수습해야 해 곤란하다. 실전 백 90으로 머리를 내민 것은 필수적인 수. 백은 94로 사석작전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판 잘 즐기다 갑니다.” 21일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은퇴기 마지막 대국이 끝난 뒤 이세돌 9단(36)은 24년여의 프로기사 생활을 마감하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9단은 이날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한돌’ 3번기 최종국에서 181수 만에 불계패했다. 치수는 1국 때와 마찬가지로 이 9단이 2점을 놓고 덤 7집 반을 주는 것이었다. 1국이 한돌의 실수, 2국은 이 9단의 착각으로 일찍 승부가 났지만 3국은 초반 우하귀에서 치열한 수상전이 벌어지며 손에 땀을 쥐는 묘수 대결이 펼쳐졌다. 한돌이 먼저 백 39로 1선의 묘수를 띄우자 이 9단은 흑 40을 선수한 뒤 한돌이 예측 못한 42를 선보였다. 흑 42가 놓이자 이 9단의 승률은 70%대 후반에서 85%까지 육박해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흑 64, 66의 팻감이 작았고, 흑 102마저 실수여서 승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뒤에는 한돌의 완벽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이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한돌이 접바둑에서는 아직 실력이 미흡한 것 같다. 실력이 나보다 좋은 후배였다면 더 좋은 승부를 펼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승부사의 길을 걸으며 오늘을 비롯해 매 순간마다 행복하고 의미 있었다”며 “다시 태어나면 프로기사가 또 된다는 건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 바둑을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입단한 이 9단은 통산 1324승 577패로 69.7%의 승률을 기록했다. 2000년 배달왕전에서 첫 국내 기전 우승을 달성했고, 2002년 후지쓰배에서 첫 세계 기전 우승으로 정상급 기사 반열에 올랐다. 그는 국수전 2연패 등 국내 기전 32회 우승, 세계기전 18회 우승 등 모두 50회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14년 그는 라이벌인 중국 구리(古力) 9단과의 10번기 대결에서 승리하는 등 14억여 원을 상금으로 벌어들이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의 바둑 인생에서 하이라이트는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 비록 1 대 4로 패했지만 4국에서 백 78이라는 ‘신의 한수’로 승리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후 인공지능과의 맞바둑에서 승리한 유일한 기사가 될 것이라는 예언은 그대로 실현됐다. 그는 당시 “이세돌이라는 기사가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 등의 어록으로 화제가 됐다. 반면 기사 생활 도중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3단이 된 뒤 당시 승단대회가 의미 없다며 불참해 논란을 불렀으나 결국 2003년 승단대회가 폐지됐다. 2009년 한국기원 프로기사회와 상금 출연금을 놓고 갈등을 벌인 끝에 6개월여간 휴직을 했으며, 이번 은퇴에도 그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은퇴에 대해 “예전에 ‘바둑이 인생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은퇴하니까 바둑이 인생의 절반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은퇴 후 계획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은퇴기를 통해 그는 대국료 1억5000만 원과 1국 승리 수당 5000만 원 등 2억 원을 벌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한 판 잘 즐기다 갑니다.” 21일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은퇴기 마지막 대국이 끝난 뒤 이세돌 9단(36)은 24년 여의 프로기사 생활을 마감하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9단은 이날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한돌’ 3번기 최종국에서 181수 만에 불계패했다. 치수는 1국 때와 마찬가지로 이 9단이 2점을 놓고 덤 7집반을 주는 것이었다. 1국이 한돌의 실수, 2국은 이 9단의 착각으로 일찍 승부가 났지만 3국은 초반 우하귀에서 치열한 수상전이 벌어지며 손에 땀을 쥐는 묘수 대결이 펼져졌다. 한돌이 먼저 백 39로 1선의 묘수를 띄우자 이 9단은 흑 40을 선수한 뒤 한돌이 예측 못한 42를 선보였다. 흑 42가 놓이자 이 9단의 승률은 70%대 후반에서 85%까지 육박해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흑 64, 66의 팻감이 작았고, 흑 102마저 실수여서 승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뒤에는 한돌의 완벽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이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한돌이 접바둑에서는 아직 실력이 미흡한 것 같다. 실력이 나보다 좋은 후배였다면 더 좋은 승부를 펼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승부사의 길을 걸으며 오늘을 비롯해 매순간마다 행복하고 의미있었다”며 “다시 태어나면 프로기사가 또 된다는 건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 바둑을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입단한 이 9단은 통산 1324승 577패로 69.7%의 승률을 기록했다. 2000년 배달왕전에서 첫 국내 기전 우승을 달성했고, 2002년 후지쓰배에서 첫 세계 기전 우승으로 정상급 기사 반열에 올랐다. 그는 국수전 2연패 등 국내기전 32회 우승, 세계기전 18회 우승 등 모두 50회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14년 그는 라이벌인 중국 구리(古力) 9단과의 10번기 대결에서 승리하는 등 14억여 원을 상금으로 벌어들이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의 바둑 인생에서 하이라이트는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 비록 1대4로 패했지만 4국에서 백 78이라는 ‘신의 한수’로 승리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후 인공지능과의 맞바둑에서 승리한 유일한 기사가 될 것이라는 예언은 그대로 실현됐다. 그는 당시 “이세돌이라는 기사가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 등의 어록으로 화제가 됐다. 반면 기사 생활 도중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3단이 된 뒤 당시 승단대회가 의미없다며 불참해 논란을 불렀으나 결국 2003년 승단대회가 폐지됐다. 2009년 한국기원 프로기사회와 상금 출연금을 놓고 갈등을 벌인 끝에 6개월여 간 휴직을 했으며, 이번 은퇴에도 그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호 9단은 그의 바둑에 대해 ‘출기불의’(出其不意)라고 표현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승부처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변화무쌍하고 흥미진진한 바둑을 선보여 바둑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는 은퇴에 대해 “예전에 ‘바둑이 인생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은퇴하니까 바둑이 인생의 절반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은퇴 후 계획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은퇴기를 통해 그는 대국료 1억5000만 원과 1국 승리 수당 5000만 원 등 2억 원을 벌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의 의미는 흑이 좌상 귀를 제압하면 좌변 흑과 수상전을 하겠다는 것. 흑은 69로 가장 강력한 수를 던졌다. 이때 백은 참고 1도처럼 둬 수습하는 진행도 있다. 흑 14까지 흑 세력과 백 실리로 나뉜다. 백 72는 이런 모양에서의 행마법. 흑은 여기서 조심해야 한다. 모양상으론 참고 2도 흑 1이 좋아 보이지만 백 2로 막히면 곤란해진다. 백 6, 8이 선수여서 백 14까지 흑 귀가 통째로 백의 수중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흑 73은 꼭 필요한 수다. 백 74, 흑 77로 서로 모양을 정비하며 타협하고 있다. 흑 81이 두어지자 좌상 백이 모두 잡힌 것처럼 보이는데, 바둑이가 순순히 물러날 기색이 아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인공지능과의 맞대결에 너무 부담감이 컸을까. 이세돌 9단(사진)이 한돌과의 호선(흑이 덤 7집 반을 주는 것) 바둑에서 초반 착각을 범하며 패했다. 이 9단은 19일 서울 강남구 양재천로 도곡타워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한돌’ 대결 3번기 2국에서 122수 만에 돌을 던졌다. 흑을 잡은 이 9단은 이날 양소목 포석을 두며 실리 작전으로 나섰다. 견고하게 바둑을 두던 이 9단은 초반 좌상 변화에서 수읽기 착각을 일으켰다. 좌상귀에서 손을 빼고 흑 33으로 둔 것이 사실상 패착이었다. 좌상에서 잡았던 백돌이 살아가면서 거꾸로 흑돌이 잡혀 30집가량 손해를 본 것. 이때 승률도 10%대로 떨어졌다.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 이 대국을 해설한 김진휘 4단은 “인공지능을 상대로 초반 50수까지 30%대의 승률을 유지해야 희망이 있는데 너무 일찍 승률이 10%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이 9단은 우하 백 대마를 노리며 특유의 흔들기 전법으로 추격했지만 한돌이 철벽방어를 하며 이 9단에게 전혀 틈을 주지 않았다. 결국 백 122로 우변 백 말이 사실상 살아가자 이 9단이 돌을 거뒀다. 한돌은 18일 1국에서 그 기력 수준에서 있을 수 없는 실수로 패했지만 호선 바둑에선 압승을 거뒀다. 이 9단은 “초반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와 정말 아쉽다”며 “3국은 프로기사로서 마지막 대국이기 때문에 승패를 따지지 않고 내 바둑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결은 치수 고치기 형식이기 때문에 3국은 1국과 마찬가지로 이 9단이 2점을 놓고 덤 7집 반을 주는 치수로 치러진다. 3국은 21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낮 12시에 열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바둑의 신(神)과 목숨을 걸고 대국한다면 몇 점을 놓겠습니까?” “음… 넉 점은 놔야겠지요.” 1970, 80년대 세계 바둑계를 호령하던 시절 대만 출신의 린하이펑(임해봉) 9단은 신과 두려면 넉 점은 먼저 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후 수십 년 뒤인 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류는 ‘바둑의 신’을 현실에서 목격하게 됐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펼친 알파고는 이 9단에게 4승 1패를 기록했고, 이듬해 5월 업그레이드된 알파고는 세계 1위 중국의 커제 9단을 3연패시키고, 정상급 기사 5명과의 단체대국도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커제 대국을 지켜보던 정상급 고수들은 “앞으로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희망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아마도…”라며 말을 흐렸다. ▷그 후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은 더 높은 고수의 경지에 올랐다. 현재 중국의 텐센트그룹이 알파고의 딥러닝 방식을 본떠 개발한 줴이(絶藝)가 AI 최고수 왕좌이고, 칭화대가 개발한 ‘골락시’에 이어 한국의 ‘한돌’ ‘바둑이’, 일본의 ‘AQZ’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기력 측정을 하는 Elo 레이팅에 따르면 인간 최고수는 3600점대인데 줴이는 5000점, 한돌도 4800점을 찍었다. 이론적으로 레이팅이 400점 이상 차이 나면 호선바둑(맞바둑)이 불가능하다. ▷이세돌 9단이 18일 ‘한돌’과의 1번국에서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이 2점을 깔고 두는 접바둑이었지만 덤 7집 반을 한돌에게 주는 것이어서 실제 치수(置數)는 1.5점에 불과했다. 다들 한돌의 우세를 점쳤다. 그런데 한돌이 갑자기 무리수를 뒀다. 이 9단은 이것을 정확히 응징해 한돌의 항복을 받아냈다. 공교롭게도 이 9단의 응징수가 78번째 수였다. 이 9단이 알파고와의 대결 4국에서 이겼을 때 역전의 시발점이 된 ‘신의 한 수’도 78수였다. ▷한돌이 패한 이유는 ‘장문(藏門·돌을 포위해 잡음)’이란 아마추어도 아는 수를 제대로 못 봐 요석(要石) 석 점이 잡혔기 때문이다. 한돌의 실수가 이세돌의 묘수 때문인지, 프로그램의 오류인 버그 때문인지는 모른다. 사실 한돌은 호선바둑만 공부해왔고 접바둑 준비기간은 한 달 반 남짓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어제 호선으로 둔 2국은 이변 없이 한돌 승리였다. ▷AI도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다. AI 바둑으로 프로기사들의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바둑의 재미와 수준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다른 분야의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고, 우리는 모두 ‘세돌’이 될 수 있다.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인공지능과의 맞대결에 너무 부담감이 컸을까. 이세돌 9단이 한돌과의 호선(흑이 덤 7집반을 주는 것) 바둑에서 초반 착각을 범하며 패했다. 이 9단은 19일 서울 강남구 양재천로 도곡타원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한돌’ 대결 3번기 2국에서 122수 만에 돌을 던졌다. 흑을 잡은 이 9단은 이날 양소목 포석을 두며 실리 작전으로 나섰다. 견고하게 바둑을 두던 이 9단은 초반 좌상 변화에서 수읽기 착각을 일으켰다. 좌상귀에서 손을 빼고 흑 33으로 둔 것이 사실상 패착이었다. 좌상에서 잡았던 백돌이 살아가면서 거꾸로 흑돌이 잡혀 30집 가량 손해를 본 것. 이 때 승률도 10%대로 떨어졌다.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 이 대국을 해설한 김진휘 4단은 “인공지능을 상대로 초반 50수까지 30%대의 승률을 유지해야 희망이 있는데 너무 일찍 승률이 10%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이 9단은 우하 백 대마를 노리며 특유의 흔들기 전법으로 추격했지만 한돌이 철벽방어를 하며 이 9단에게 전혀 틈을 주지 않았다. 결국 백 122로 우변 백 말이 사실상 살아가자 이 9단이 돌을 거뒀다. 한돌은 18일 1국에서 그 기력 수준에서 있을 수 없는 실수로 패했지만 호선바둑에선 압승을 거뒀다. 이 9단은 “초반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와 정말 아쉽다”며 “3국은 프로기사로서 마지막 대국이기 때문에 승패를 따지지 않고 내 바둑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결은 치수고치기 형식이기 때문에 3국은 1국과 마찬가지로 이 9단이 2점을 놓고 덤 7집반을 주는 치수로 치러진다. 3국은 21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 낮 12시에 열린다. 김승준 9단은 “3국의 치수가 이 9단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이 9단의 강인한 힘이 발휘돼 명승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사진)은 진정 인공지능(AI) 바둑의 유일무이한 천적인 걸까. 2016년 알파고에게 천금 같은 1승을 거뒀던 이 9단은 18일 한국형 알파고 ‘한돌’과의 대전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운명의 장난처럼 ‘78수’가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마저 닮았다. 접바둑이란 불리한 상황에도 초반 분위기를 잡아가던 한돌은 왜 갑자기 무리를 범하다 결국 돌을 던졌을까. 한돌 개발사 측은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는데….》 78이 이세돌 9단에게 마법과 같은 수일까. 이 9단의 은퇴기인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한돌 대결’ 3번기 첫판에서 이 9단이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흑 78이 결정타이자 승착이었다. 이 9단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 4국에서 이른바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 이후 바둑을 역전시키며 승리를 낚았다. 서울 강남구 양재천로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18일 낮 12시에 시작된 이날 대국은 이 9단이 두 점을 놓고 덤 7집 반을 한돌에게 주는 치수로 진행됐다. 이는 호선과 두 점의 중간 치수로 숫자로 말하자면 1.5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치수에 대해 인공지능이 계산한 한돌의 승률은 15% 안팎이다. 하지만 중국의 바둑 인공지능(AI) 줴이(絶藝)가 두 점으로도 프로 정상급 기사들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1.5점이면 한돌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게 국내 바둑계의 전망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한돌이 잡아 나갔다. 특히 우변에서 흑 대마를 공격하면서 한돌의 승률은 조금씩 상승해 백 63으로 모자를 씌우며 공격할 시점에는 한돌의 승률이 22∼23%로 높아졌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바둑이’를 개발한 이주영 한국고등교육원 교수는 이 대국을 유튜브에서 중계하면서 “1%씩 승률이 줄어드는 것이 적어 보이지만 나중에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며 “한돌이 승률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돌이 순항하던 분위기는 갑자기 백 75, 77로 끊는 무리를 범하면서 급격히 반전됐다. 흑 78이 회심의 급소. 백 79, 81도 방향 착오였으며 흑이 82를 선수하고 84로 끊자 요석인 중앙 백 3점이 잡히면서 승부가 사실상 끝나버렸다. 한돌이 계산한 승률도 이 무렵에는 4%대로 떨어졌다. 흑 92 때 한돌이 돌을 던졌는데 A로 나와도 B의 장문으로 백돌이 살아갈 길이 없다. 이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한돌이 프로 기사라면 당연히 두는 수를 착각한 것 같다. 오늘 수비형 바둑을 뒀는데 인공지능과 대국을 두며 준비해보니 수비형이어야 승률이 조금이라도 높았다”고 말했다. 한돌을 개발한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대국이 성사된 것은 한 달 반 전. 호선 바둑으로 세팅된 한돌을 급하게 접바둑 모드로 바꿨지만 버그 없이 바둑을 둘 수 있게 테스트하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한돌은 올 초 국내 정상급 기사 5명을 호선으로 이겼다. 당시 기력 측정 레이팅 점수가 4200이었고 현재는 4500 이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최고수는 3600. 레이팅 점수가 400 이상 차이 나면 점수가 낮은 쪽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때 이번 한돌의 패배는 실력이 약해서라기보다는 접바둑에 적응하지 못해서라고 볼 수 있다. 2국은 19일 낮 12시 같은 곳에서 열린다. 이번 3번기는 한판의 승패에 따라 치수가 바뀌는 단판 치수고치기여서 2국은 호선 바둑으로 둔다. 접바둑 버그가 없기 때문에 한돌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관심은 21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리는 3국에 쏠린다. 다시 1국과 같은 치수로 돌아가는데 이 9단이 또다시 승리할지, 한돌이 버그를 피해 설욕할지 주목된다. 한편 이 9단은 이날 승리로 승리수당 5000만 원을 챙겼다. 3번기 전체의 대국료는 1억5000만 원으로 이 9단은 지금까지 2억 원을 확보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