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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법원(최고재판소)이 3일 장애인 등에게 강제 불임수술을 시행한 일본 정부에 대해 배상을 명령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일본 대법원은 이날 옛 우생보호법에 대해 “개인 존엄과 인격 존중 정신에 현저히 어긋난다”며 위헌 및 피해자 배상을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에는 합법이었고 제척기간(권리가 존속하는 기간) 20년이 지나 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직권 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우생보호법은 나치 독일의 ‘단종법(斷種法)’을 모델로 1948년 제정돼 1996년까지 시행됐다. ‘불량한 자손’을 낳지 않게 한다는 명분으로 지적 장애인, 정신 질환자, 유전성 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강제로 인공 중절 수술이나 불임 수술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으로 일본에서는 5만1276건의 임신 중절 수술과 2만4993건의 불임 수술이 이뤄졌다. 일본 국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 가운데 1만6475명이 강제로 수술을 받았다. 10대 이하 젊은이 피해도 2714건에 달했다. 심지어 9세 어린이도 강제 수술을 당했다. 맹장 수술 때 본인 모르게 수술하거나, 법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궁 및 고환 적출 사례도 있었다. 우생보호법은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최악의 반인륜적 인권 침해로 비판받았다. 2019년 일본 국회는 강제 수술 피해자에게 1인당 320만 엔(약 2750만 원)을 지급하는 피해자 구제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국가가 법적 책임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았다며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측은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과하는 게 사람으로서도 국가로서도 당연한 일”이라며 “장애인 차별 해소와 복지를 위해 밝은 한 걸음이 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지난해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68세 남성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서울시에서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3.9%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2005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5년 6165건이던 고령 운전자 사고는 2015년 2만3063건, 2020년 3만1072건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2.1%(2022년)로 전체 교통사고(1.4%)보다 높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고령층 운전면허 소지자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333만7165명이었던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지난해 474만7426명으로 42.3%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2040년 고령 운전자가 13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경찰청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면허 자진 반납 정책의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사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반납자 수는 2022년 2만2626명으로 전체 면허 소지자(57만1974명)의 3.9%에 그쳤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반납자에게 ‘100원 택시’ 등을 지원하는 등 반납 후 생길 불편을 해결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5월 고령 운전자에게 운전 능력 평가 등을 실시해 결과에 따라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조건부 면허제’를 발표했다가 반발이 거세게 일자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안전장비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6월 도로운송차량법 시행령을 개정해 신차를 대상으로 페달 오작동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게 할 계획이다. 이 장치는 차량 앞뒤에 장착된 센서와 카메라로 장애물을 인식해, 운전자 실수로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면 자동으로 엔진 출력을 낮춰 급가속을 방지한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지난달 27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 도쿄 시민들의 쉼터인 요요기 공원에서 차로 5분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이국적인 외양의 커다란 건물이 서 있다.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서니 화려한 아라베스크 장식과 아랍어 글씨가 새겨진 벽과 천장이 눈에 띄었다. 오후 3시 반경 스피커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울려 퍼지자, 20여 명이 허리를 숙이고 엎드려 경건하게 절을 올렸다. 일본에서 최대 이슬람교 사원(모스크)으로 불리는 ‘도쿄 자미(Camii)’에선 여느 이슬람 사원과 다름없는 풍경이 자연스레 펼쳐졌다.》 ● 라마단엔 3000명 몰려 조용한 주택가에 있지만, 하늘로 우뚝 솟은 미너렛(첨탑)과 둥근 돔 지붕은 이곳이 이슬람교 시설임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도쿄 자미는 1938년 러시아에서 온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인 타타르인을 위한 모스크로 세워졌다. 이후 노후화로 철거됐다 2000년 튀르키예 정부 지원으로 새로 지어졌다. ‘자미’는 튀르키예어로 모스크라는 뜻이다. 1층 로비에는 일장기와 튀르키예 국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자미 측에 따르면 종교 시설이지만 튀르키예 종무청 산하 문화센터 역할도 한다. 무슬림이라면 국적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기도할 수 있어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출신 무슬림들도 많이 찾는다. 이슬람 율법에 맞춰 가공됐거나 조리된 식품인 ‘할랄 푸드’ 전용 상점도 운영하고 있다. 자미 내부로 들어서면 이슬람권 국가에 있는 모스크를 그대로 옮겨놓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이날은 평일이라 20명 정도가 조촐하게 모였지만, 금요일 낮 예배에는 1000명이 넘게 모인다. 실내 예배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야외에도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실제로 금요일 낮 취재를 요청했을 때, 자미 측은 “사람이 많이 몰려 사진 찍기 어려울 것”이라며 평일 취재를 권했다. 올 4월 라마단(이슬람교 금식 기간) 시작을 축하하는 예배에는 3000여 명이 몰려 3회로 나눠 진행했다고 한다. 이날 도쿄 자미에는 일본 전통 옷인 기모노를 입은 30여 명의 중년 여성 단체팀도 방문했다. 도쿄 외곽 마치다(町田)시의 한 기모노 상점에서 단골들을 위해 마련한 ‘다문화 체험 행사’였다. 이들은 화려한 아라베스크 문양에 감탄하며 견학 안내를 맡은 담당자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기모노 차림의 한 60대 여성은 “종교로서 이슬람교를 믿진 않지만 이슬람 문화에는 흥미가 있다”며 “최근엔 이슬람 국가로 여행 가는 일본인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자미 측은 지난해에만 일본 주요 대학 63곳에서 견학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화려한 내부 실내장식이 소셜미디어용 사진으로 인기를 끌며 ‘다문화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133곳으로 늘어난 일본 모스크 1980년대 말만 해도 일본에서 모스크는 전국에 3곳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33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부분 건물 내 단칸방 수준의 ‘초미니 모스크’지만, 도쿄 자미 같은 대형 모스크도 여럿이다. 일본 내 이슬람교 신자가 늘어나면서 전국 곳곳에서 모스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의 이슬람교 전문가인 다나다 히로후미(店田廣文) 와세다대 명예교수 연구에 따르면 일본 이슬람교 신자는 1990년 3만 명에서 2010년 11만 명, 2020년 23만 명으로 증가했다. 정부에 종교법인으로 등록된 ‘일본무슬림협회’는 약 27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460명 중 1명은 이슬람교 신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율을 살펴보면,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12만 명) 출신이 전년 대비 56% 늘어나며 1위를 차지했다. 파키스탄 등 서남아 이슬람권 국가에서도 기능실습생 위주로 많이 온다. 숫자만 보면 지난해 기준 베트남(51만 명)이나 중국(39만 명), 필리핀(22만 명)이 상위권이지만, 이슬람권 국가의 증가세가 무척 가파르다. 일본은 불교, 신토(神道) 등 생활에 녹아든 전통 종교의 영향력이 강하다. 기독교조차 세가 약한 일본에서 이슬람교는 여전히 ‘미지의 종교’다. 하지만 최근 모스크는 건설 및 확장 움직임이 활발하다. 동남아와 서남아 등에서 오는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며 자연스럽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오사카에서는 이슬람교 신자가 늘어나면서 2006년 건립됐던 ‘오사카 이바라키 모스크’가 지난해 확장 재건축되기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세계 각국에서 1억 엔(약 8억5000만 원)가량을 모금해 건설비로 썼다. 인구 370만 명이 사는 일본 제2의 도시 요코하마시에서도 인도네시아인들이 세운 사단법인이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모스크를 짓기 위해 모금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568만 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유명 배우 레이 무바얀이 소셜미디어에 “일본의 친구를 돕자”는 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홋카이도 관광도시인 오타루나 오키나와 등에서도 모스크 건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곳곳 갈등에도 다문화 공존 모색 최근 한국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모스크 건립이 무산되는 등 여러 지역에서 모스크를 둘러싼 갈등이 적지 않다. 일본은 한국만큼 격한 갈등은 찾기 어렵지만, 낯선 종교에 대한 거부감은 숨길 수 없다. 도쿄 자미 홍보 담당자인 일본인 무슬림 시모야마 시게루(下山茂) 씨는 “막연하게 이슬람교는 무섭고 신자들이 모이면 치안이 나빠진다는 이미지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평소엔 드러내고 반대하지 않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에 모스크가 생긴다고 하면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1년 가나가와시에선 대학 유학생을 중심으로 모스크를 건립하려다 지역사회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불만이 커지며 마을 모임 측이 건립 중단을 요청하자, 이들은 야간 출입을 제한하고 소음 발생을 철저히 차단하는 조건으로 주민들을 설득했다. 당시 일부 주민은 “당신들은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무슨 관계냐”는 질문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건물을 ‘특이하게’ 짓지 않는 조건으로 2014년 모스크를 세웠다. 이슬람교를 대상으로 한 범죄도 잊을 만하면 터진다. 지난달 이바라키현에서는 21세 무직인 일본인이 지역 내 모스크 방화 혐의로 체포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일부를 태웠다. 2001년 도야마현에선 이슬람교 경전 ‘꾸란’을 불태워 길거리에 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도쿄 자미 역시 금요일 대형 예배 때 사람들이 몰리면, “이래서 이슬람교가 싫다”는 일부 주민들의 불만이 여전히 터져 나온다. 몇몇 지역에선 이슬람교가 ‘다문화 공존’을 내걸고 지역사회에 녹아드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오사카에서 재건축된 모스크는 태양광 패널과 액화석유가스(LPG) 시설 등을 갖춰 지진 등 재해 때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피난소’로 지정받았다. 지역 주민들을 초대한 준공식 때는 시장도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일본 이슬람교 신자들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스크 건립 반대 사건을 대부분 잘 알고 있었다. 일본의 여러 매체들이 한국의 이슬람교 관련 격렬 시위 등을 주요 뉴스로 다뤄 왔기 때문이다. 시모야마 씨는 “일본과 한국 모두 이슬람교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것”이라며 “한국의 이슬람교 관련 단체, 뜻 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편견을 없애기 위해 활동하고 싶다. 한국과 기꺼이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정부가 자동차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착각해 밟는 실수를 막도록 하는 안전 장비 장착 의무화를 추진한다. 이르면 내년 규제가 도입된다. 서울 도심에서 9명이 사망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검토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6월에 도로운송차량법 시행령을 개정해 신차를 대상으로 페달 오작동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게 할 계획이다. 이 장치는 차량 앞뒤에 장착된 센서, 카메라로 장애물을 인식한다. 이후 운전자 실수로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면 자동으로 엔진 출력을 낮춰 급발진을 방지한다. 페달을 잘못 밟았다고 인식되면 운전석 앞에 경고 표시가 작동해 운전자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페달 오작동 방지 기능을 옵션으로 달 수 있는 차량이 출시됐다. 2018년에는 신차의 10%가량에 이 기능이 장착됐지만 2022년에는 90%가 이 기능을 채택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페달 오작동 방지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지난달 일본 제안을 토대로 페달 오작동 실수 방지를 위한 새로운 급발진 방지 기능 기준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개발하는 페달 오작동, 급발진 방지 기술이 세계 표준을 주도하는 셈이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착각해 밟은 사고가 꾸준히 발생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75세 미만 페달 오작동 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0.8%였던 반면, 75세 이상에서는 6.6%로 비율이 8배 이상 높았다. 2019년에는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87세 운전자가 시속 90km로 건널목에 돌진해 모녀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직 정부 관료였던 운전자는 당시 ‘자동차 결함’을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중대 운전 미숙으로 보고 금고 5년 형 실형을 선고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자위대가 1일 창설 70주년을 맞아 미일 동맹을 축으로 한국 등과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선 일본이 북한과 러시아, 중국에 맞서는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명분 삼아 보수 세력이 염원하던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영토와 영해, 영공을 유지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것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자위대 확대 이유를 설명했다. 요시다 요시히데(吉田圭秀) 자위대 통합막료장(한국 합동참모의장 격)도 “미국, 호주와의 연계를 핵심으로 한국과 필리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국제질서 유지에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의 군사력 확대는 “인도태평양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 심각한 우려”라고 했다.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뒤 군을 해체당했다. 1950년 6·25전쟁 발발로 일본에 주둔하던 미군이 참전하며 자국의 치안과 국방을 맡을 경찰예비대가 창설됐다. 이후 1952년 창설한 해상경비대와 통합된 자위대가 1954년 7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자위대는 창설 때부터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본은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을 때만 최소한 자위력 행사) 원칙을 내세우며 자위대는 군과 다르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1% 이내로 제한하고,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원칙도 세웠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의 보수 강경파는 자국 헌법이 패전 뒤 미국이 강요한 헌법이라며 자위대 확대를 줄곧 추진했다. 특히 미국이 일본도 경제력에 맞춰 아시아 방위 부담을 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을 계기로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지속적으로 넓혀 왔다. 최근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본의 군비 팽창에 날개를 달아 줬다. 주변의 우려에도 일본은 사실상 ‘군사 대국’이 되는 단계를 꾸준하게 밟고 있다. 2014년 ‘타국에 대한 공격을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 자위권 정책을 채택했으며, 2022년 국가안보전략 등 방위 3문서를 개정해 향후 5년간 방위비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엔 미국에 패트리엇미사일 수출을 결정하며 패전 뒤 처음으로 살상 무기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이탈리아와 차세대 전투기도 공동 개발해 제3국에 수출할 방침이다. 군 보유를 금지한 헌법 개정도 자민당을 중심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 운영사인 라인야후가 네이버 지분 매각 문제에 대해 당장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라인야후는 1일 일본 총무성에 제출한 행정지도 답변서에서 총무성이 지시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문제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라인야후는 “모회사인 A홀딩스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주주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에 의뢰했다”며 “다만 현재 양사는 단기적 자본 이동에는 곤란이 따른다는 인식에 도달했고 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야후는 또 “양사 모두 협력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므로 라인야후로서도 논의가 진전되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라인야후 대주주는 지분 65%를 소유한 A홀딩스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다만 A홀딩스 설립 당시 합의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경영권을, 네이버는 개발권을 갖기로 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 자회사에 개인정보 관리 위탁을 맡겼다가 지난해 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와 네이버의 관계 때문에 개인정보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고 판단하고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야후에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네이버 소유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부당하게 한국 기업 지분 매각을 압박한다’는 논란이 벌어졌고, 양사 간 지분 협상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라인야후 보고서에 대해 일본 총무성은 이르면 2일 총무상(장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차기 총리를 뽑는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당내 거물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출마 채비에 나섰다.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연임이 어렵다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포스트 기시다’를 노리는 당내 주자 행보가 본격화된 양상이다. 30일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의지를 표명한 후보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현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 등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 등도 출마 의지를 다지는 유력 주자로 꼽힌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각을 세웠던 당내 대표 비주류다. 총재 선거에 4번 출마했고 일본 언론들의 차기 총리감 여론조사에서 늘 선두로 꼽힌다.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테기 간사장은 현재 자민당 2인자이자 옛 모테기파(현재는 해체) 수장으로 당내 입지가 탄탄하다. 머리 회전은 빠르나 인성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강제 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외상을 맡아 강경화,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과 냉랭한 관계였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3년 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 지원으로 당내 국회의원 득표 2위에 올라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 매년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참배하는 극우 색채 인사다. 당내 보수 강경파가 지지하나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보수파 결집은 예전만 못하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당 안팎의 퇴진 요구에도 연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총리 재임 1000일을 맞이한 지난달 29일에는 야마나시현을 찾아 제조업, 농업 현장을 시찰했고 향후 홋카이도 등도 방문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퇴진 요구에 관해 묻는 말에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도 지방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총리는 자민당 당내 선거로 뽑힌다. 이 때문에 민심, 여론보다는 당내 세력 합종연횡으로 승부가 갈린다는 평가가 많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주오사카 총영사관은 28일 오사카 뉴오타니호텔에서 일본 외무성, 주오사카·고베 미국 총영사관과 ‘정치 외교 경제 측면에서 본 한미일 3개국 협력 상황과 과제’를 주제로 한미일 합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일본 제2도시권인 간사이 지역에서 한미일 정부 공동 행사가 개최된 건 처음이라고 오사카 총영사관 측은 설명했다. 김형준 주오사카 총영사는 “한미일은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3국 관계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는 것은 2025년 수교 60주년을 맞는 한일 양국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이슨 쿠바스 주오사카·고베 미국 총영사는 “한미일 3국 협력은 새롭고 역동적인 외교 형태”라며 “오사카가 3국 협력을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의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다는 이니셔티브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히메노 쓰토무(姫野勉) 일본 정부대표 간사이 담당 대사는 “일본 정부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계기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3국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시다 다쓰야(西田竜也) 도카이대 교수(정치학)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합의된 인도 태평양 지역 협력 방안에 따라 구체적 조치를 이행하면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및 태평양 도서국 등의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협력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정책의 성공 여부와 다른 소다자주의 협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나성섭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한미일 각국 장점을 살려 상호보완적 방향으로 협력을 심화 확대해야 한다”며 에너지 전환, 식량안보 및 고등교육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멜로디가 귀에 착 감기잖아요. 데뷔하자마자 일본에 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 27일 오후 일본 도쿄돔 앞. 그룹 뉴진스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을 보러 온 대학생 마이 씨(22)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특히 세련된 사운드가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도쿄돔 앞은 발걸음을 떼기 힘들 만큼 인파가 몰렸다. 21일 일본 첫 싱글 ‘슈퍼내추럴(Supernatural)’ 발표 일주일도 안 돼 개최한 팬미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26, 27일 이틀간 열린 팬미팅은 평일인데도 티켓 9만1200장이 일찌감치 매진돼 시야제한석까지 열었다. 데뷔 1년 11개월 만의 도쿄돔 공연에 현지 언론은 “해외 아티스트 역사상 데뷔 후 가장 빨리 도쿄돔에 입성한 것”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도쿄돔은 한 번에 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일본 최대 공연장으로, 세계적 아티스트가 아니면 서기 어려운 무대다. 조명이 켜지며 멤버 5명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약속한 듯 응원봉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도쿄돔 지붕이 찢어질 듯 함성을 질렀다. 첫 곡 ‘어텐션’이 시작되자마자 팬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기가 절정으로 끓어올랐다. 일본 아이돌 전설 마쓰다 세이코의 1980년 히트곡 ‘푸른 산호초’를 하니가 리메이크해 열창하자 함성이 더욱 커졌다. 뉴진스 이름을 세계에 알린 ‘디토’로 끝난 팬미팅은 깜짝 앙코르 곡 ‘ASAP’로 팬들을 열광시키며 일본 첫 공연의 막을 내렸다. 멤버 민지는 “버니즈(뉴진스 팬) 여러분이 가득찬 도쿄돔에 오니 마음이 행복해진다”며 인사를 건넸다. 발등 부상을 당해 휴식 중이다 이번 팬미팅에 등장한 혜인은 “꿈의 무대에 선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감격했다. 다섯 멤버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섞어가며 인사를 건네고 장난을 치며 매력을 뽐냈다. 뉴진스는 데뷔에 맞춰 후지TV, TV아사히, TBS 등 일본 지상파 민방에 일제히 출연하며 일본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스포니치, 스포츠호치, 산케이스포츠 등 스포츠신문 등은 뉴진스 특별판을 제작하고 1면에 소식을 전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일본 엔화 환율이 다시 오르면서 엔화 가치가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급격한 엔화 환율 상승에 일본 정부가 서둘러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오름세를 꺾진 못했다. 엔화 환율 상승은 일본 경제의 기초 체력 약화를 드러내는 지표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여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0.84엔에 거래됐다. 이는 일본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86년 12월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엔-유로 환율은 유로당 171.79엔까지 상승하며 1999년 유로화 창설 이후 가장 높았다. 엔화 대비 외화 환율 상승은 그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엔화 가치 추락으로 아시아 통화 가치도 1년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인덱스는 89.98로, 2022년 11월 3일(89.09)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아시아 달러 인덱스는 원화, 중국 위안화, 싱가포르 달러화, 인도 루피화, 대만 달러화, 태국 밧화 등 9개 아시아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준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한 건 올 들어 4월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일본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9조7000억 엔(약 83조 원)어치의 달러를 푸는 강한 개입으로 달러당 151엔까지 끌어내렸다. 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자 엔화 가치는 다시 꺾였다. 외환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일본 당국 개입조차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 됐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급격한 엔화 환율 상승에 대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 대응을 취할 것”이라며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다. 엔화 환율이 오르면 일본 수출에 득이 된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수출가격을 낮게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호재다. 외국인이 환전하면 더 많은 엔화로 바꿀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만성화된 초(超)엔저는 일본 경제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킨다. 휘발유, 원자재, 식료품 등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 악영향 때문에 엔저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도 정부는 휘발유, 전기요금 보조금을 지급하며 엔저를 오히려 부추기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엔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은 올 9월까지 달러당 163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17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행이 올 하반기(7∼12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움직임이 지나치게 신중해 추세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멜로디가 귀에 착 감기잖아요. 데뷔하자마자 일본에 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27일 오후 일본 도쿄돔 앞. 그룹 뉴진스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을 보러 온 대학생 마이 씨(22)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특히 세련된 사운드가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도쿄돔 앞은 발걸음을 떼기 힘들 만큼 인파가 몰렸다. 21일 일본 첫 싱글 ‘슈퍼내추럴(Supernatural)’ 발표 일주일도 안 돼 개최한 팬미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26, 27일 이틀간 열린 팬미팅은 평일인데도 티켓 9만1200장이 일찌감치 매진돼 시야제한석까지 열었다. 데뷔 1년 11개월 만의 도쿄돔 공연에 현지 언론은 “해외 아티스트 역사상 데뷔 후 가장 빨리 도쿄돔에 입성한 것”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도쿄돔은 한 번에 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일본 최대 공연장으로, 세계적 아티스트가 아니면 서기 어려운 무대다.조명이 켜지며 멤버 5명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약속한 듯 응원봉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도쿄돔 지붕이 찢어질 듯 함성을 질렀다. 첫 곡 ‘어텐션’이 시작되자마자 팬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랐다. 일본 아이돌 전설 마쓰다 세이코의 1980년 히트곡 ‘푸른 산호초’를 하니가 리메이크해 열창하자 함성이 더욱 커졌다. 뉴진스 이름을 세계에 알린 ‘디토’로 끝난 팬미팅은 깜짝 앙코르 곡 ‘ASAP’로 팬들을 열광시키며 일본 첫 공연의 막을 내렸다.멤버 민지는 “버니즈(뉴진스 팬) 여러분이 가득찬 도쿄돔에 오니 마음이 행복해 진다”며 인사를 건넸다. 발등 부상을 당해 휴식 중이다 이번 팬미팅에 등장한 혜인은 “꿈의 무대에 선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감격했다. 다섯 멤버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섞어가며 인사를 건네고 장난을 치며 매력을 뽐냈다. 뉴진스는 데뷔에 맞춰 후지TV, TV아사히, TBS 등 일본 지상파 민방에 일제히 출연하며 일본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스포니치, 스포츠호치, 산케이스포츠 등 스포츠신문 등은 뉴진스 특별판을 제작하고 1면에 소식을 전했다.도쿄돔을 찾은 유명인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공연장을 찾은 홍콩 유명배우 양조위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양조위는 지난해 7월 발매된 뉴진스의 미니 2집 타이틀곡 중 하나인 ‘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일본 엔화 환율이 다시 오르면서 엔화 가치가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급격한 엔화 환율 상승에 일본 정부가 서둘러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오름세를 꺾진 못했다. 엔화 환율 상승은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를 드러내는 지표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여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0.84엔에 거래됐다. 이는 일본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86년 12월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엔-유로 환율은 유로당 171.79엔까지 상승하며 1999년 유로화 창설 이후 가장 높았다. 엔화 대비 외화 환율 상승은 그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엔화 가치 추락으로 아시아 통화 가치도 1년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인덱스는 89.98로, 2022년 11월 3일(89.09)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아시아 달러 인덱스는 원화, 중국 위안화, 싱가포르 달러화, 인도 루피화, 대만 달러화, 태국 밧화 등 9개 아시아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준다.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한 건 올 들어 4월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일본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9조7000억 엔(약 83조 원) 어치 달러를 푸는 강한 개입으로 달러당 151엔까지 끌어 내렸다. 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자 엔화 가치는 다시 꺾였다. 외환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 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일본 당국 개입조차 ‘언 발의 오줌누기’ 수준이 됐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급격한 엔화 환율 상승에 대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 대응을 취할 것”이라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했다. 엔화 환율이 오르면 일본 수출에 득이 된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수출가격을 낮게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호재다. 외국인이 환전하면 더 많은 엔화로 바꿀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만성화된 초(超)엔저는 일본 경제 기초체력을 약화시킨다. 휘발유, 원자재, 식료품 등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 악영향 때문에 엔저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도 정부는 휘발유, 전기요금 보조금을 지급하며 엔저를 오히려 부추기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엔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은 올 9월까지 달러당 163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17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행이 올 하반기(7~12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움직임이 지나치게 신중해 추세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이 국책 사업으로 출범시킨 정부 주도 민관 펀드가 잇따라 수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집권 때인 2010년대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 구현을 위해 출범한 기금이 대부분이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한국이 잘나가던 해외 건설, 한류 등을 따라잡기 위해 민관 펀드를 띄워 총력전에 나섰다. 말이 민관 펀드였지 정부 자금이 대부분인 ‘관변 기금’이었다. 하지만 결국 성과 없이 큰 손실만 입고 사업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 꼼꼼한 산업 경쟁력 검토, 치밀한 실행 계획 없이 ‘묻지 마 투자’에 나서면 뼈아픈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건설 투자를 지원하는 민관 펀드 ‘해외교통·도시개발 사업지원기구(JOIN)’가 지난해 결산에서 799억 엔(약 6946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표했다. 10년간 총손실은 955억 엔(약 8300억 원)에 이른다. 이 펀드는 개발도상국 항만 건설, 도시 개발 등에 참여하는 자국 기업 지원을 위해 일본 정부 98%, 민간 2% 지분으로 2014년 설립했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글로벌 건설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외교 영향력 확대도 노렸다. 한국 국토교통부가 2017년 ‘한국판 JOIN 신설’을 발표하며 정책 벤치마킹에 나서기도 했다. 사업 구상부터 시공, 관리, 자금 조달까지 정부가 종합 지원하는 게 골자였다. JOIN은 올 3월까지 2561억 엔(약 2조2000억 원)을 투자했지만 40%가 손실로 잡혔다. 현지 쿠데타로 중단된 미얀마 도시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0년대 민주화에 맞춰 양곤 군사박물관 자리에 복합 상업시설 건설에 나섰지만, 고스란히 손실이 됐다. 아베 전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 성과로 추진했던 미국 텍사스 신칸센 건설 사업은 현지 기업에 출자해 땅을 샀지만 언제 착공할지 기약이 없다. 브라질 철도 사업 등에서도 손해를 입었다. 손실이 점점 커지자, 일본 국토교통성은 사업 재검토에 착수했고 결론을 내기 전까지 신규 사업은 정지하기로 했다. 일본의 민관 펀드 실패는 처음이 아니다. 이른바 ‘쿨 저팬’ 전략을 내세우며 한류 따라잡기를 위해 2013년 출범한 해외 수요 개척지원기구(쿨 저팬 기구)는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398억 엔(약 3462억 원)에 달하며 존폐 위기에 몰렸다. 쿨 저팬은 애니메이션, 음악 등 자국 대중문화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2012년 취임한 아베 전 총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비즈니스로 만들겠다”며 1호 정책으로 내세웠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손실에 일본 재무성은 통폐합 검토에 나섰지만, 내각부에서는 “위축되지 않고 정책에 임하겠다”며 밀고 나갈 뜻을 밝혔다. 일본에서는 민간이 위험성을 안고 투자해 생존을 걸고 절실하게 매달려야 하는 산업에 섣불리 정부가 투자해 안이하게 추진했다가 손실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지침부터 화재 발생 시 진압 방식까지 상세한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학적 특성상 언제라도 폭발이 발생해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게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어떻게 관리할지 매뉴얼도 없다. 화학물질 사고를 막겠다며 2010년대 화학물질관리법 등 도입에 앞장섰던 정치권은 가습기 살균제에만 초점을 맞췄다. 정작 주요국이 주목했던 리튬이온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관리 매뉴얼이 없다 보니 관련 시설에 대한 규정이나 소화 설비도 허술할 수밖에 없다.● ESS 설치 지침 두고 규정 정비하는 美 미국은 201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리튬배터리 공장의 화재 위험에 대해 규제를 계속해서 강화하는 추세다. 규제를 만드는 주축은 민간 단체다. 산업계와 소방 관련 연구기관 등을 회원사로 둔 미국화재예방협회(NFPA)는 크고 작은 리튬 관련 화재를 연구해 2020년 처음으로 ESS 설치 지침인 ‘855’ 규정을 만든 뒤 지난해 업데이트했다. 전 세계 화재 사례를 연구해 상황별 지침을 지속적으로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 지침은 미 정부 규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화재 시 보험 지급 기준이 돼 미국에선 산업계 표준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2023년 개정판은 그간 발생한 배터리 화재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하면서 분량이 전년의 두 배가량인 총 123쪽으로 늘었다.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처럼 배터리 화재 사고가 폭발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규정 등을 담은 별도의 ‘안전 관리 가이드’도 반영됐다. 이를 보면 2019년 미 애리조나주 ESS 화재로 소방관 4명이 부상당했던 사례를 들며 “ESS에서 열 관리와 화재 진압을 동시에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겉보기엔 불꽃이 없어도 소방관이 열을 진압하려고 문을 열면 외부 산소가 공급돼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기준(NFPC 607)’ 등에서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용어 설명이나 장치 마련 기준을 제시할 뿐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한 소방관은 “미국은 ESS 설치를 소방차 사다리가 닿을 수 있는 곳에 해야 하는데, 한국은 지하 9m에도 설치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배터리 화재는 다른 배터리로 불이 옮겨붙거나 뜨거운 연기 등에 의해 2차 폭발이 발생하는 것이 큰 문제다. 이에 미국은 NFPA 855에서 2차 폭발을 막는 장치나 시스템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관련 규정이 없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선진 화재 예방 설비를 설치하고 싶어도 관련 규정이 없어서 허가가 안 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1월 개정된 소방법 시행령에 따라 실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저장하거나 다룰 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또 창고 등에 저장하는 충전지는 60% 미만으로 충전하고 물이 스며드는 재질로 포장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소방청은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및 창고용 스프링클러로 어느 정도가 적합한지 실증실험도 진행 중이다. ● 외신 “업계 오래 고심해온 까다로운 화재” 외신은 이번 화성 화재를 ‘배터리 보편화로 세계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까다로운 화재’로 조명하며 대비책을 갖출 것을 경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튬 화재는 오랫동안 업계에서 고심한 문제로,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점차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권 방송 유로뉴스는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리튬전지 수출 선두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라면서 “이번 사고로 리튬전지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국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일본 전통시 ‘단가(短歌)’로 표현하고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시집이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아키타현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단가 시인 가토 다카에(加藤隆枝·61) 씨의 작품이다. “이웃 나라인데도 부끄러울 정도로 한국에 대해 몰랐어요.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저렇게 멋진 사람들이 쓰는 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죠.” 한국과 아무 인연이 없던 일본의 시골 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한국, 한국어와 사랑에 빠졌다. 처음에는 NHK 한국어 강좌를 통해 독학으로 공부했고, 이후에는 지역 문화센터에서 한국인 강사에게 매주 한 번씩 한국어를 익혔다. 이달 나온 시집 ‘한글의 숲’은 2019년 가토 씨가 출간한 같은 제목의 단가집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어 단가 원문과 한국어로 번역한 한글 시가 나란히 실렸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알게 된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도 외면하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흔적을 돌아보면서 일본인이라는 게 괴로워지는구나’ ‘깨끗한 걸 좋아하는 일본인, 역사도 물에 흘려보내며 헹궈버렸는지도’ 등 역사 반성에 인색한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드러낸 시가 눈길을 잡는다. “남편과 천안 독립기념관을 갔다가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일본인은 지나간 일로 잊을 수 있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잊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류의 매력에 빠져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가토 씨는 한일 관계 악화를 접하는 심정이 남달랐다. ‘이웃나라는 다가오다 떠나는 파도들처럼 가까이 왔다가는 또 멀어지는구나’에는 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삿대질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복잡한 감정이 실렸다. 단가집을 번역한 최장원 아키타 국제교양대 교수는 “한국이 생각하는 일본, 일본이 생각하는 한국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많은 이들과 공유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키타=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국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일본 전통시 ‘단가(短歌)’로 표현하고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시집이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다. 일본 아키타현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단가 시인 가토 다카에(加藤隆枝·61) 씨의 작품이다. “이웃 나라인데도 부끄러울 정도로 한국에 대해 몰랐어요.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저렇게 멋진 사람들이 쓰는 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죠.” 한국과 아무 인연이 없던 일본의 시골 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한국, 한국어와 사랑에 빠졌다. 처음에는 NHK 한국어 강좌를 통해 독학으로 공부했고, 이후에는 지역 문화센터에서 한국인 강사에게 매주 한 번씩 한국어를 익혔다. 이달 나온 시집 ‘한글의 숲’은 2019년 가토 씨가 출간한 같은 제목의 단가집을 한국어로 번역역한 것이다. 일본어 단가 원문과 한국어로 번역한 한글 시가 나란히 실렸다.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한 후 이번 여름은 일본 제비에게도 한국어로 말 건다’ ‘라면을 냄비째 놓고 먹는 장면조차도 한국 드라마에선 친근함이 생기네’ 등에는 한국어 공부와 한국 문화에 대한 즐거움과 호기심이 재밌게 담겼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알게 된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도 외면하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흔적을 돌아보면서 일본인이라는 게 괴로워지는구나’ ‘깨끗한 걸 좋아하는 일본인, 역사도 물에 흘려보내며 헹궈버렸는지도’ 등 역사 반성에 인색한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드러낸 시가 눈길을 잡는다. “남편과 천안 독립기념관을 갔다가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일본인은 지나간 일로 잊을 수 있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잊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한류 매력에 빠져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가토 씨는 한일 관계 악화를 접하는 심정이 남달랐다. ‘이웃나라는 다가오다 떠나는 파도들처럼 가까이 왔다가는 또 멀어지는구나’에는 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삿대질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복잡한 감정이 실렸다. 가토 씨는 한국 지방 곳곳을 여행하며 평범한 한국인들에게 느낀 정을 잊지 못했다. “강화도에서 무뚝뚝해 보인 버스기사님이 ‘외국인은 길 찾기 힘들다’며 정류장도 아닌 사찰 바로 앞에 세워주셨어요. 한국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친절함 아닐까요.”단가집을 번역한 최장원 아키타 국제교양대 교수는 애초 일본어 교재로 쓰려다가 일본인의 솔직한 심정을 한글로 소개해 보자는 생각에 번역을 결심했다. 최 교수는 “한국이 생각하는 일본, 일본이 생각하는 한국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많은 이들과 공유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키타=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한 관변단체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캠페인을 위해 응원곡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는 철저히 외면하면서 세계유산 등재를 실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다. 24일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佐渡)를 세계유산으로 만드는 니가타 모임’(이하 모임)은 지난해 1월 ‘사도는 지금이야말로 세계유산’이라는 제목으로 2분 10초 분량의 노래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 등에 올렸다. 모임 측은 “경쾌한 리듬과 밝은 멜로디에 세계유산을 응원하는 가사를 담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즐거운 노래”라고 소개했다. 모임 설명대로 가사는 사도광산을 밝게만 그린다. ‘좋은 어느 날 그린 큰 꿈을 잊을 수 없어. 뜨겁게 타오르는 마음, 반드시 그 꿈을 이룰 거야.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곳, 사도는 지금이야말로 세계유산, 모두에게 웃음이 넘쳤으면 좋겠어’라는 가사를 담은 전형적인 응원곡이다. 동영상 조회수는 1만 건을 넘었고 지역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 노래는 모임 의뢰를 받아 니가타현 소재 2년제 ‘국제 음악·댄스·엔터테인먼트 전문학교’ 학생들이 만들었다. 학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도광산을 젊은이에게 널리 알리고 등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노래에서 사도광산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부분은 없다. 일본 정부와 니가타현이 강제노역에 대해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함께한다. 노래 및 영상 제작에는 이 학교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과’가 참여했다. 학교 측은 “전국에서 케이팝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모여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일본의 한류 붐에 맞춰 실용음악과가 있는 한국 주요 대학과 제휴를 맺고 교환학생 및 유학을 보낸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 호감을 갖고 케이팝이 좋아 모인 학생들이 강제노역 사실을 외면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에 동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니가타현에는 ‘사도(佐渡)를 세계유산으로 만드는 모임’이라는 단체가 있다. 민간 조직이지만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하는 사실상 관변단체다. 이곳은 지난해 등재 캠페인을 위해 2분 10초 분량의 응원곡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귀에 꽂히는 신나는 멜로디에 “뜨겁게 불타고 있는 마음, 반드시 그 꿈을 이룰 거야. 세계에 알리고 싶은 세계유산”이란 가사를 담았다.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와 사도광산 앞에서 젊은 남녀가 발랄하게 춤을 추는 쇼츠 영상도 있다. 지역민의 흥을 돋울지는 모르겠지만,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한국인이 보면 불쾌감을 넘어 모욕감마저 든다. 韓 자극하는 日 사도광산 캠페인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영상에 출연한 젊은이들은 니가타현 소재 2년제 전문대 ‘케이팝 엔터테인먼트과’ 학생들이다. 이 대학은 해당 모임 의뢰를 받아 제작한 음악과 영상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전국에서 케이팝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모인 학교’라는 홍보 문구까지 넣었다. 한국에 호감을 갖고 케이팝을 좋아하는 일본 젊은이가 역사 왜곡에 동참하는(혹은 이용당하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역사 은폐를 자행하는 일본 정부를 비난해야 하는 건지, 역사를 배우지 못한 무지한 젊은이들을 탓해야 할지 헷갈릴 정도다. 자랑스러운 역사만 드러내고 어두운 역사를 감추는 건 일본의 오랜 수법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하시마) 해저 탄광 세계유산 등재 때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산업 유산 정보센터’는 군함도에서 1000km 떨어진 도쿄 한복판에 건립됐고, 그나마 조선인 차별이나 인권 침해 사실은 제대로 기록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희생자를 기리겠다고 했지, 꼭 현장에서 반성하겠다고 약속하진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태도 때문에 유네스코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는 사도광산에 등재 보류 권고를 내리며 “모든 기간(all periods) 전체 역사(whole history)를 현장(at the site level)에서 철저히(comprehensively) 개발할 것”을 명시했다. 이코모스가 올해 평가한 세계유산 후보지 36곳 중 이런 내용으로 권고를 내린 곳은 사도광산뿐이다. 이렇게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꼼수를 부려 끝내 역사를 비틀어 버린다는 걸 이코모스도 안다는 뜻이다. 역사를 기록하고 기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일본만큼 잘 아는 나라가 없다. 사도광산 입구에는 ‘무슈쿠진(無宿人)의 묘’라는 묘비가 있다. 에도시대에 집도 호적도 없이 대도시에서 떠돌이로 살다 끌려와 갱내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는 추모비다. 노숙자, 거주불명자에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비석을 세워주고 매년 넋을 달래주는 게 일본이다. 그런 나라가 전쟁을 일으키며 강제로 끌고 온 조선인들은 명부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역사 성의 없이는 우호도 없다 사도광산 등재에 명운을 건 니가타현은 22일 ‘세계유산 등록 현민 회의 총회’라는 관변 행사를 열고 “오랜 염원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다”며 민관 총력 결집을 외쳤다. 국제기구 권고는 외면하고 단합대회만 열심히 열면서 자신들이 제출한 신청서대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역사에 최소한 성의도 내비치지 않는 나라와 무슨 우호를 논하고 관계 개선을 꾀할 수 있을까. 반성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사실을 기록하라는 국제 사회의 요청이라도 제대로 이행하길 바란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숲을 통한 산림복지의 종착역은 나무에 고인(故人)을 모시는 수목장이다. 수목장은 품위 있고 존엄한 마무리를 추구하는 웰다잉(Well Dying·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적인 장묘 문화가 확산하며 주목받고 있다.현재 장사업무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수목장림으로 등록된 곳은 전국에 37곳이다. 충남 보령 기억의 숲, 경기 양평 하늘숲추모원 국립 2곳, 인천 의왕 세종 공립 3곳, 공공법인 3곳, 재단법인 6곳, 종교단체 23곳이다. 국립 2곳에 있는 추모목은 기억의 숲 3950그루, 하늘숲추모원 6315그루다. 나무 한 그루에는 최대 10명의 고인을 모실 수 있다. 나무를 기준으로 주변 1∼2㎡ 정도 넓이에 구멍을 파고 골분과 흙을 섞어서 넣거나, 자연분해되는 용기에 골분을 넣어 깊이 30cm 이상으로 묻어야 한다. 추모목에는 명패를 한 개만 달 수 있다. 명패에는 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일, 추모글을 쓸 수 있다. 안치 기간은 통상 30년 안팎이다. 수목장은 전통 장묘 방법 중 하나인 매장보다 공간을 덜 차지한다.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묘지 면적은 국토 면적의 1%에 해당하는 10만 ha로 추정된다. 장묘 추세도 매장보다 화장이 늘고 있다. 2022년 전체 사망자 37만2939명 가운데 34만2128명이 화장을 해 화장률은 91.7%를 기록했다. 봉안시설이나 묘지 등은 인위적인 방식으로 조성해 운영되고 있는 반면에 수목장림은 자연의 숲에 있는 나무(추모목) 밑에 골분을 안치해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한다. 또 지속 가능한 숲에 있어 시설이나 기타 관리에 대한 부담이 다른 장묘 방법에 비해 덜하다. 이에 국립 수목장림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 2곳에 있는 국립 수목장림은 충남, 경기에서만 운영 중이다.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은 올해 경북권, 2025년에는 호남권에 국립 수목장림 신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경희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 국립기억의숲 센터장은 “산림 그대로를 활용한 수목장림은 묘지 조성으로 인한 산림 훼손을 막고, 대규모 장묘 수요도 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모래바람만 불던 민둥산이 50년 만에 초록 숲으로 변했습니다.” 10일 오전 해발 900m 강원 평창군 대관령 특수조림지에서 만난 이주식 동부지방산림청 산림경영과장이 자신의 몸통 두께만큼 자란 전나무에 기댄 채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목재 수탈로 민둥산이 됐다가, 1968년 화전민이 이주해 온 뒤 산을 개간하면서 황폐화됐다. 1970년대부터 조림이 진행됐지만 기온이 영하 30도에서 영상 30도까지 널뛰고, 최대 풍속이 초속 45m에 달하는 대관령 황소바람이 불어닥쳤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뚫고 조림에 성공했다. 국내 조림지 중에서 유일하게 ‘특수조림지’라는 명칭이 붙게 된 배경이다.● 반세기 만에 민둥산을 빽빽한 숲으로 이곳 일대 조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고속도로변 국토 녹화 계획에 따라 1974년부터 1986년에 걸쳐 진행됐다. 311ha 면적에 나무 84만3000그루를 심었다. 1974년도에는 38ha에 잣나무 등 11만4000그루를 심었지만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묘목 98%가 죽었다. 시행착오 끝에 바람을 막을 벽을 세우고 망을 두르며 영양분 가득한 논흙을 산으로 끌어올려 나무를 심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나무를 가꿔 50년이 지난 현재 민둥산은 풍성한 숲으로 변신한 것이다. 조림의 천적은 바람이었다. 어린나무의 뿌리와 몸통이 바람을 견디지 못해 제대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1974년 강풍 때문에 조림에 실패한 이후 당시 전문가와 학계에서는 “대관령은 황소바람이 불어 조림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1976년 조림 당시 평창 양묘장에서 근무했던 성기주 씨(77)는 “나무를 심고 뒤돌아보면 쓰러져 있었다”며 “대관령 바람이 어찌나 센지 모래바람이 불면 자동차 앞 유리가 파일 정도였다”고 했다. 바람을 견디고 나무를 심기 위해 방풍책과 방풍망, 지주목을 이용했다. 방풍책은 바람을 막는 장벽이다. 50m 간격으로 높이 3m, 길이 20m 장벽을 세웠다. 시멘트나 나무로 만든 기둥에 지름 15cm 안팎의 낙엽송을 철사로 촘촘하게 엮은 장벽을 만들어 1차로 바람을 막았다. 조림지에 세운 장벽 길이는 총 4.8km에 이른다. 또, 모래나 다름없는 토양을 대신해 양질의 논흙을 산으로 옮겨서 뿌리고 묘목을 심었다. 당시 산 위로 옮긴 흙은 90t이 넘는다. 인부들이 지게를 짊어지고 직접 옮겼다. 성 씨는 “대형 움막을 쳐놓고 합숙하듯이 몇 달씩 먹고 자며 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현재 특수조림지 임목축적은 190m³다. 2022년 전국 산림 평균 172m³보다 높다. 임목축적은 1ha에 있는 굵기 8cm 이상 나무의 밀집도를 뜻한다. 이 과장은 “이런 환경에서 빽빽한 숲으로 키워낸 게 경쟁력이자 기술”이라고 했다. 황재홍 산림과학원 산림기술경영연구소장은 “국내 목재 자급률은 여전히 20%를 못 넘고 있다. 조림을 통해 숲을 늘려가면 목재 자급률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림과학원의 수종 표준 탄소흡수량에 따르면 특수조림지에 사는 50년 된 잣나무는 ha당 연간 7.5t, 낙엽송은 7.7t, 신갈나무는 7.8t의 이산화탄소를 각각 흡수한다. 승용차 1대(연료소비효율 L당 14km 기준)가 연간 1만5000km를 주행했을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2.4t 정도다. 특수조림지 1ha마다 최소 승용차 3대 넘게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셈이다. 이 과장은 “천덕꾸러기 산이 보물산으로 변신한 것”이라며 “산이 무너져 내리는 사태 같은 2차 재난도 막고,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K숲 기술, 39개국에 수출 대관령 특수조림지 비법은 백두대간 복원에 활용됐다. 2017년 해발 1000m가 넘는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목장 용지를 산림으로 바꿀 때 바람을 막는 울타리와 묘목을 보호하는 대나무 통발을 만들어 소나무 등 나무 9000그루 정도를 심었다. 산림청은 39개 국가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 같은 우리 숲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12일 카자흐스탄과 산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산불 예방과 대응, 피해지 복원법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또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한 종자 협력과 연구기관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은 2022년부터 다음 해까지 10만 ha의 숲이 불에 타 예방과 복구를 하기 위해 우리 산림청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 밖에도 바람이 많이 부는 고산지대에 조성된 특수조림지를 직접 보기 위해 최근 3년 동안 베트남과 네팔 등 10여 개국에서 54명이 대관령을 찾았다. 산림청은 경제림, 산불 피해지, 섬 지역 산림, 큰 나무 육성 등 7개 항목에 맞춰 다양한 조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산불 피해지 1600ha, 양봉 농가를 위한 밀원수(아까시나무와 같이 꿀을 품은 나무) 150ha를 포함해 기존 숲 수종 교체까지 모두 1만6671ha 규모의 숲을 가꿀 예정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국토 녹화 50년 만에 숲 가꾸기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동티모르, 부탄을 포함해 39개국과 업무협약을 맺고 우리 숲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