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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는 문제를 놓고 박 대통령 측과 헌재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다음 달 2, 3일 신문 없는 최종 변론’을 요청했으나 헌재는 이를 탄핵 결정 지연 카드로 보고 거부했다. 시간표를 흔들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 측은 최종 변론의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박 대통령 측 vs 헌재 힘겨루기 ‘팽팽’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5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은 “헌법재판소법상 (박 대통령이) 증거조사 완료 후 최종 기일에 출석하면 신문을 안 받고 의견 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헌재법 49조에 따르면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을 신문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최종 기일에도 적용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정오 변론이 끝날 무렵에는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변론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다 재판부와 언쟁을 벌였다. 김 변호사의 요구에 이 권한대행은 “어떤 취지의 변론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김 변호사가 “제가 당뇨가 있고 어지럼증이 있어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을 달라”며 점심식사 후 변론을 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권한대행이 “다음 기일에 변론 기회를 충분히 드리겠다”며 재판을 끝내려 하자 김 변호사는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 변론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며 준비한 종이를 들고 일어섰다. 이 권한대행은 김 변호사의 돌발 행동에 “재판 진행은 저희가 한다. 오늘 변론은 여기까지 하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이에 김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에게 출석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주기 위해 22일 최종 기일을 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출석을 하더라도 추가 기일은 잡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 출석으로 인한 재판 지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재판부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 박 대통령, 헌재 심판정에 설까 박 대통령 측은 “신문 없는 최종 변론을 타진한 것은 박 대통령의 출석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 측은 “그동안 변호인단이 최종 변론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고영태 씨 등 핵심 증인도 헌재에 출석해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가 신문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추가 증인 신청도 거부하면서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국회나 재판부의 신문에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탄핵심판에 불리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최종 변론 날짜를 연기하거나 신문 없이 최종 변론에 나서는 것 모두 현재로선 변호인단의 의견 수준”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건의해 본격적으로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선 상태는 아니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헌재 출석 여부는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대통령이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결백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헌재 출석 가능성이 닫힌 것은 아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신광영 기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19일 헌재에 “최종 변론 기일을 3월 2, 3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24일로 지정한 최종 변론기일을 일주일가량 늦춰달라는 것이다. 헌재에서는 박 대통령 측이 이 권한대행 퇴임(3월 13일) 이후 ‘7인 재판부’ 체제에서 선고를 받기 위해 시간을 끌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탄핵심리가 길어지면 박 대통령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거라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또 의견서를 통해 “박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위해 헌재에 출석할 경우 신문을 받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해 국회 측의 공격적 질의와 재판부의 기습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미리 방어벽을 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국회 측이 대통령 신문 의사를 강조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하러 나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으름장으로 들린다”며 “대통령이 국민과 재판관들 앞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를 받지 않으면서 탄핵심판에서도 불리한 질문은 받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 펴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법 49조는 ‘탄핵소추위원은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신문을 피할 수 없다. 박 대통령 측이 이 같은 법 조항을 무시하고 ‘신문 제한’ 의견서를 낸 것은,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의 불출석 책임은 국회와 헌재 측에 있다’고 정치적 공세를 벌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모든 변론 절차를 24일 끝내겠다고 16일 밝혔다. 심리 종결 후 결정문 작성과 재판관 평의를 거쳐 선고를 하는 데 통상 2주가량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달 10일경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헌재가 박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면 대선은 선고일로부터 60일이 되는 5월 9일 이전(3월 10일 선고 기준)에 치러진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14차 변론기일에서 “그동안의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충분히 파악된 만큼 22일 증인신문을 모두 마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각자 주장을 정리한 종합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하고, 24일 최후변론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의 증인 채택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이 권한대행은 “경찰이 5차례 소재 탐지를 하는 등 10회가량 소재를 확인했으나 증인출석 요구서를 송달할 수 없었다”며 “탄핵 사유와도 직접적 관련이 없어 증인 채택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증인들의 불출석은 헌재가 심판 기한(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을 정해놓고 있어 발생하는 문제”라며 증인신청을 유지하겠다고 버텼다. 이에 대해 이 권한대행은 “(3월 13일 이전 선고는) 박한철 전 소장이 사견을 말한 것일 뿐, 결정 날짜에 대해 헌재는 공식 입장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국정 공백에 따른 극심한 혼란을 감안하면 소재 파악도 안 된 증인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20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과 최상목 전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54), 방기선 전 청와대 행정관(52), 22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 등 5명을 신문한 뒤 증인신문을 종결한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시간에 쫓겨 성급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박 대통령이 최후변론에 직접 출석해 당당히 소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신광영 neo@donga.com·전주영 기자}

14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시작되기 직전 대심판정에 있던 법정경위가 백발의 한 남성에게 황급히 뛰어갔다. 방청석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대형 태극기를 펼쳐들고 있던 박 대통령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73)를 제지하기 위해서였다. 태극기를 내려달라는 경위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서 변호사는 “아니, 잠깐만”이라며 태극기를 든 채 방청석을 향해 계속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청석에서 “태극기 들고 사진 한 장 찍자”는 한 60대 남성의 제의에 서 변호사가 응하면서 시작된 소동이었다. 서 변호사는 20초가량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은 뒤 태극기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 ‘탄핵을 탄핵하다’라는 제목의 책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이날 아침 헌재 정문에서 탄핵반대 시위를 하다 심판정에 들어온 일부 방청객들은 “서 변호사님이 진짜 애국자십니다”라고 소리쳤다. ○ “법률가가 심판정을 정치판으로 만드나” 서 변호사는 그동안 탄핵심판 변론이 열릴 때마다 어깨에 태극기를 망토처럼 걸치고 와서 심판정에 들어가기 직전 태극기를 벗었다. 심판정 안에서 태극기를 펼쳐 든 건 처음이다. 이날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 변호사(66)가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해 처음 헌재에 출정했고, 앞서 11일 서울광장 탄핵 반대 집회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등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모였다. 헌재 안팎에선 이런 상황에 고무된 서 변호사가 돌출 행동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 변호사의 ‘태극기 소동’을 지켜보던 한 방청객은 “법률가라는 분이 심판정을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4일 탄핵심판 심리를 마치며 “심판정 안팎에서 헌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여러 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우려를 표한다”며 “심판정 주변의 고성과 소음으로 심리 진행에 방해를 받고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서 변호사를 향해 경고를 한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탄핵소추 사유와 무관하거나 지엽적인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재판관들로부터 여러 번 지적을 받았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이 검찰 조서에 나오는 내용을 똑같이 물어보자 “왜 이미 다 아는 수사기록을 또다시 확인하느냐” “왜 자꾸 대통령 측에 불리한 내용을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라고 질타했다. 이 권한대행은 서 변호사가 증인으로 불출석한 고영태 씨(41·전 더블루케이 이사)를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며 장황하게 주장을 늘어놓자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한다”며 제지했다.○ “이제야 헌법재판 같은 모습 나온다” 이날 박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처음 출석한 이 변호사는 국정 농단 사건이 박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는 내용의 변론을 폈다. 이 변호사는 2004년 헌재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뇌물수수나 부정부패 등 국익에 명백히 반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는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내세웠다. 검찰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을 뇌물이 아닌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뇌물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주변의 호가호위하는 세력들을 미리 통제하지 못한 잘못은 나무라야겠지만 조금은 따뜻한 시각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변론을 맺었다. 주심인 강 재판관은 그동안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변론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듯 “이 변호사가 변론하시니 이제야 형사재판이 아닌 헌법재판 같은 모습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2013년 1월 당시 박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인사청문회에서 비리 의혹이 제기돼 사퇴했다.신광영 neo@donga.com·전주영·배석준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폭로했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41)의 목소리 등이 담긴 녹음 파일 2000여 개가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녹음 파일 일부에 고 씨와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37)가 나눈 대화가 포함돼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압수한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의 컴퓨터에서 녹음 파일 2000여 개를 확보했고, 해당 녹음 파일 전체와 녹취록 29건을 11일 헌재에 제출했다. 헌재가 박 대통령 측 요청을 수용해 검찰에서 녹음 파일을 제출받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재판의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헌재 탄핵심판의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녹음 파일에 고 씨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이득을 챙기려 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파일 내용을 정밀 분석 중이다. 고 씨가 최 씨를 궁지로 몬 불순한 의도를 부각시켜 고 씨의 폭로 전반에 흠집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정 등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고 씨는 김 대표 등에게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쳐내고… 하나 당겨 놓고 우리가 다 장악하는 거지”라거나 “제일 좋은 그림은 틀을 딱 몇 개 짜놓은 다음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이 이런 내용이 포함된 녹음 파일 2000여 개 중 녹취록을 29건만 만든 데 대해 “박 대통령과 최 씨를 공모 관계로 몰기 위해 이에 들어맞지 않는 내용은 감추려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녹음 파일 분석 결과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면 헌재에 추가 증인 신문과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 재판부에 녹음 파일 분석을 위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만약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 탄핵심판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후로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 재판관이 7명으로 줄면 단 두 명의 재판관만 반대해도 탄핵청구가 기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헌재에 제출한 녹음 파일과 녹취록에는 박 대통령 측이 기대하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000여 개 녹음 파일 대부분은 김 대표가 영어회화 자료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 내용은 녹취록을 만든 29건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녹취록에 나오는 고 씨의 구상이 현실화가 안돼 문제 삼을 만한 게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문이나 녹음 파일 분석 시간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고 비판받아 온 검사 청와대 편법 파견 관행이 사라진다. 10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민정수석실에 근무 중인 검사 출신 행정관 6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인 검찰 정기인사 때 신규 임용 형식으로 검사로 임용돼 검찰로 복귀한다. 지난해 1월 청와대로 옮길 때 “검찰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던 윤장석 민정비서관은 전직 검사 중 유일하게 청와대에 남았다. 법무부는 이들이 떠난 대통령민정수석실 빈자리에 후임자를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근무를 금지한 검찰청법을 회피하기 위해, 검사를 퇴직시켰다가 청와대 근무가 끝난 뒤 검사로 재임용하는 편법을 써온 관행을 중단한 것이다. 청와대 검사 편법 파견 중단은 여야가 9일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복귀를 2년간 제한하는 검찰청법 개정에 합의하자 법무부가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청와대 파견 검사들은 검찰로 돌아온 뒤 요직을 맡는 경우가 많아 청와대 하명수사의 통로라는 의심을 받아 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으로 심증을 굳혔다” “재판관 3명이 대통령 파면을 주도하고 있다”라는 등의 루머가 퍼지고 있다. 재판관의 실명과 얼굴 사진까지 포함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일부 급조된 인터넷 매체에서는 이 같은 루머를 이용해 만든 ‘가짜 뉴스’를 인터넷에 퍼뜨리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 ‘탄핵 기각’ 루머… 재판관 실명 포함 가장 많은 루머는 ‘탄핵 기각설’과 ‘선고 연기설’이다. “보수 성향의 A 재판관과 B 재판관이 탄핵 기각으로 심증을 굳혔으며 이 재판관들이 안정적 기각을 위해 C 재판관을 설득 중”이란 내용이다. 실제 루머엔 재판관 실명이 등장한다. 현 ‘8인 재판부’ 체제에서 탄핵이 기각되려면 재판관 3명 이상의 기각 의견이 필요하고, 3월 13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한 뒤에는 2명만 기각 의견을 내도 탄핵이 무산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비슷한데 다른 재판관들의 실명이 거론된 루머도 있다. 이런 루머는 헌재의 의사 결정 과정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재판관들은 최후변론 등 심리 절차를 모두 마친 뒤 평의가 열려야 비로소 각자 최종 판단을 밝힌다. 평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재판관들이 서로의 의견을 알 수 없는 구조다. 또 “헌재가 고의로 3월 13일 이후로 결정을 미룬 뒤 ‘7인 재판부로는 결정을 못 한다’고 선언할 것이다”라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이 권한대행 퇴임 후 재판관 한 명이 사퇴해 정족수 부족으로 심판 자체가 무산될 것이다”라는 음모론까지 있다. “재판관 8명 중 3명이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하며 대통령 파면을 주도하고 있다”라는 ‘파면 주도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특검의 태생이 잘못됐다’며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라는 ‘소장 기각설’, “3월에 온 나라가 촛불 민심과 태극기 민심으로 갈려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다”라는 ‘3월 대란설’이 확산되고 있다.○ 루머에 편승하는 정치권 이런 루머는 7일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8명을 추가 채택하면서 더 활발하게 퍼지고 있다. 증인신문 일정상 탄핵 여부 결정이 2월에 안 되기 때문에 늘어난 변수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그 진위를 따지기보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어떻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지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헌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루머 확산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대표는 8일 긴급 회동을 열고 헌재를 향해 “3월 13일 이전에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집회 등에 참석해 “헌재가 심리 진행에 신중해야 한다”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한 웹사이트에는 탄핵 관련 루머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 사이트 회원들은 SNS를 통해 이 루머를 퍼 나르고 있다. 한 단체는 최근 탄핵 반대 목적의 인터넷 매체를 만들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 이 매체는 ‘강일원 재판관은 법치 파괴에 앞장서는가’ ‘헌재소장 야권과 결탁했나’ 등의 기사가 포함된 인쇄물을 만들어 이른바 ‘태극기 집회’ 등 박 대통령 지지 집회 현장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다.○ 헌재 “재판 관련 억측 매우 우려” 이처럼 각종 루머가 퍼지고 있는 데 대해 이 권한대행은 9일 탄핵심판 12차 변론기일에서 “헌재는 어떤 편견이나 예단 없이 심리에 매진하고 있다”며 “재판 진행 및 선고 시기와 관련해 여러 억측이 나오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 “양측은 심판정 안팎에서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헌재 내부에서는 “탄핵심판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두가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헌재 관계자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담긴 루머를 유포하는 행위를 근절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신광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국회와 박근혜 대통령 양측에 탄핵심판에서 그동안 주장한 내용을 정리한 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하라고 9일 요구했다. 이는 22일까지 예정된 탄핵심판 증인신문 기일 이후에는 추가로 증거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3월 초 선고가 유력해졌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탄핵심판 12차 변론기일에서 “양측 대리인은 그동안 (재판부가) 답변을 요청한 부분을 포함한 의견을 23일까지 준비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또 이 권한대행은 두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한 고영태 씨(41)의 증인채택을 취소하면서 “앞으로 출석 예정 증인들이 불출석하면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재소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국회와 박 대통령 측에 마지막 증인신문 예정 기일 다음 날인 23일까지 그동안의 주장을 종합한 서면을 내도록 요구한 것은 더 이상 증인신문이나 증거조사 기일을 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일정대로라면 헌재는 2월 말 최종 변론 기일을 열 가능성이 높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
헌법재판소가 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17명의 증인 가운데 8명을 채택하고 22일까지 증인신문을 마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재는 이날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을 포함해 8명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최상목 전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방기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헌재는 앞으로 9, 14, 16, 20, 22일 등 5차례에 걸쳐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이대로 증인신문이 마무리되면 헌재는 24∼28일 중 하루를 택해 최종 변론기일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심리를 종결한 뒤 결정문을 작성하고 평의를 거쳐 선고를 할 때까지 통상 2주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3월 13일 이 권한대행 퇴임 이전에 선고가 가능해진다. 만약 헌재가 3월 초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다면 이후 2개월 동안 조기 대선 정국이 이어지게 된다. 헌법상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헌재의 탄핵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대선 날짜는 4월 말 또는 5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헌재의 탄핵심판 일정을 박 대통령 측이 그대로 따를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7일 “사실관계 규명을 최대한 해야 한다. 두 달 만에 탄핵심판을 결정하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헌재 안팎에는 박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일정을 늦추기 위해 대리인단이 집단 사퇴하거나,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대통령 대면 조사를 9일 청와대 경내에서 하겠다고 청와대에 통보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대면 조사를 하는 것으로 (청와대와) 조율이 된 상태”라고 밝혔다.배석준 eulius@donga.com·신광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신청한 증인 17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명을 추가 채택한 것은 박 대통령 측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헌재는 이미 한 차례 증인신문을 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도 다시 증인으로 받아줬다. 박 대통령 측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며 공정성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 박 대통령 측이 “헌재가 선고를 서두르는 바람에 심리가 불충분했다”고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 선고를 하기 위해 명분을 쌓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측은 “추가 증인 신청을 또 할 수 있다”는 자세다. 하지만 헌재가 더 이상 ‘시간 끌기’를 위한 증인 채택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헌재 ‘방어권 최대한 보장’ 박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은 지난달 5일 처음 시작돼 약 한 달간 8차례에 걸쳐 1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헌재는 이날 박 대통령 측 증인 8명을 채택해 22일까지 2주 동안 5차례에 걸쳐 17명의 증인을 추가 신문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보다 두 배 가까이 속도를 내야 한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부재로 국정 마비가 계속되고 있는데 헌재가 공정성에 집착하고 있다”며 헌재의 증인 추가 채택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 “추가 채택된 증인들이 기존처럼 불출석할 경우 증인을 취소해 탄핵심판이 무작정 지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무리한 일정을 감수하면서 증인 8명을 추가 채택한 것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 집단사퇴 등의 파행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박 대통령 측이 심리 절차나 공정성을 문제 삼아 시간을 끌지 못하게 해 3월 13일 이전에 선고하겠다는 뜻이다. 헌재가 예정대로 9, 14, 16, 20, 22일 5차례에 걸쳐 증인신문을 마무리하면 이달 안에 최종 변론기일을 잡아 심리를 마칠 수 있다. 결정문 작성과 재판관 평의에 2주 정도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3월 10일경 선고가 가능하다. 만약 박 대통령 측이 또다시 증인을 신청하고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집단사퇴 등 극단적 대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이 요청한 추가 증인 8명 채택을 ‘방패’ 삼아 “심증을 형성할 만큼 충분한 절차를 거쳤다”며 박 대통령 대리인단 신규 선임을 기다리지 않고 선고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 측 ‘선고 늦추기’ 총력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증인 신청자 17명 중 8명만 채택된 게 불만스럽다. 변론기일이 22일까지 잡혔는데 돌출 변수가 나올 수 있어 22일이 마지막 기일일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 등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46명의 검찰 조서가 탄핵심판 증거로 인정됐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조서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 더 많은 증인을 헌재 심판정에 세워야 한다는 게 대리인단의 논리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측은 최근 대리인단과 자주 접촉하며 이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인단은 헌재를 설득하기 위해 대법관 출신 등 거물급 변호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마지막 증인신문 기일인 22일 이후 헌재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헌재가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에게 출석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지연은 불가피해진다. 만약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이 3월 초로 잡힐 경우 ‘8인 재판관 체제’의 데드라인인 3월 13일 이전 선고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전주영 기자}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장지갑 크기, 40∼50쪽짜리 수첩 39권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국정 농단 사건의 새 ‘판도라의 상자’로 주목받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26일 확보한 쇼핑백 한 개 분량의 이 수첩들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작성한 것들이다. 특검이 새로 확보한 수첩들은 안 전 수석이 대통령경제수석에 임명된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 구속되기 직전까지 쓴 것이다. 안 전 수석의 측근은 이 수첩들을 설 연휴 직전 특검에 임의제출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나 행사에서 한 발언 중 자신이 기억하거나 이행해야 할 내용을 수첩에 빠짐없이 적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확보해 특검에 넘긴 기존 수첩 17권은 2015년 8월부터 같은 해 말까지 작성된 것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반면 이번에 확보된 수첩에는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훨씬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최 씨 단골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 씨의 부인 박채윤 씨에게서 명품 백 등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자 특검에 ‘백기 투항’의 뜻으로 이 수첩들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수첩이 최 씨 모녀가 삼성 측에서 지원받은 돈이 박 대통령의 뇌물이라는 정황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9일 작성된 ‘VIP(박 대통령) 지시’에는 ‘국회 국정감사에 삼성 출석 않도록 정무위, 기재위, 교문위에 조치’라고 적혀 있다. 박 대통령이 삼성전자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특혜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했음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삼성 임원들의 증인 채택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수첩에는 ‘줄기세포의 안전성이 입증됐으니 임상실험 장벽을 낮추고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박 대통령 지시도 상세히 적혀 있다. 박 대통령에게 무료 줄기세포 치료와 주사제 대리 처방을 해준 의혹을 받고 있는 차움이 소속된 차병원은 이런 정책의 대표적 수혜자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차병원 측을 도우려고 줄기세포 규제를 완화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 씨가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 인선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는 데도 수첩 속 ‘삼성 아그레망’이란 메모가 결정적이었다. 외교 사절을 보낼 때 미리 상대국 동의를 얻는 절차를 뜻하는 ‘아그레망’이라는 단어를 적은 이유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삼성 임원 출신을 미얀마 대사로 보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유 대사를 최 씨에게 소개한 사실도 수첩에 적힌 이 씨의 이름 세 글자가 발단이 됐다. 특검 주변에서는 “수첩 내용이 매우 상세해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살생부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SK와 롯데, CJ 등 수사 대상에 오른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지원한 반대급부로 청탁을 한 사실이 수첩에 적혀 있을까 봐 긴장하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8인 재판관’ 체제로 처음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은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측에 “절차적 공정성과 엄격성을 지키면서 재판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단은 각각 상대방을 향해 “공정성을 훼손한다”, “시간 끌기를 한다”고 비판하며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 대통령 측, 재탕 증인 신청 이날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재판 시작 전 모두발언부터 박 전 소장의 후임자 임명 문제를 거론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소장이 ‘3월 13일 이전 선고’를 촉구하며 그 이유로 재판관 결원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대법원이나 국회, 행정부에 후임 재판관 임명을 요청해 재판관 인원을 유지할 책무는 헌재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헌재가 검찰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불리한 수사기록에 의존해 이른바 ‘조서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 측에는 예리한 일본도를 주고 대통령에겐 둔한 부엌칼을 주면서 진검승부를 하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단장은 “(박 대통령 측이) 불필요한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해 노골적으로 심판을 지연시키면서 한편으론 ‘중대 결심’ 운운하며 공정성 시비까지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박 대통령 측은 헌재에서 이미 증언을 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을 포함해 15명의 증인을 추가 신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대기업 총수 등이 포함됐다. 박 대통령 측은 또 “최 씨와 고영태 씨의 불륜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며 고 씨가 자기 이익을 위해 (언론에) 왜곡 제보했다”는 주장도 폈다. 이어 “고 씨가 여성전용 술집 접대부 시절 가명인 ‘고민우’라는 이름을 쓰면서 롯데에 75억 원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 세월호 참사 ‘안이한 대응’ 시인 이날 헌재에는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64)과 모철민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59·현 프랑스대사), 유민봉 전 대통령국정기획수석(59·현 새누리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근무했던 김 수석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월호 참사에 청와대가 얼마나 안이하게 대응했는지를 드러냈다. 김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9시 33분 해경에서 세월호 침몰 관련 첫 보고를 받았을 때 그다지 위급하다고 여기지 않았다”며 “구조 인원 등을 보완해 오전 10시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박 대통령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476명이 탄 배가 침몰하는데 어떻게 긴급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질책하자 김 수석은 “당시만 해도 다들 혼란스럽지 않았느냐”며 얼버무렸다. 헌재 안팎에서는 김 수석의 증언에 대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기민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무마하려다 ‘안이한 대응’을 시인한 셈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모 전 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국장 등의 좌천 인사와 관련해 “당시 유진룡 장관에게서 ‘박 대통령이 특정 국·과장을 꼭 집어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해당 좌천 인사가 실행됐는지 묻는 전화를 해오기도 했다”고 증언했다.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전주영 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64)이 31일 퇴임사에서 헌법 개정을 촉구했다. 1987년부터 이어져 온 대통령 5년 단임제 등 권력 구조의 개편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박 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우리 헌법질서에 극단적 대립을 초래하는 제도적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지혜를 모아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탄핵 정국의 혼란을 우려하면서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영역에서 계층 사이의 이해관계 상충과 사회적 대립을 방치한다면 국민의 불만과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더욱 실질화되고, 법의 지배를 통해 시민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기본적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반복되고 있는 권력 집중의 폐해를 막기 위해 권력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파적 이해를 초월한 정치권의 책임 있는 개헌 논의도 주문했다. 박 소장은 “헌법 개정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 국민 행복과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사회 갈등과 모순을 해결하려면 정치적 대의기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국내 압송이 다음 달 이후로 미뤄졌다.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은 30일 올보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 씨의 구금 기한을 3주 연장했다. 올보르 지방법원은 정 씨의 구금 만료 시한을 12시간 앞둔 30일 오전 9시(현지 시간) 열린 구금 재연장 심리에서 “정 씨가 석방될 경우 달아날 우려가 있다”며 덴마크 검찰이 요청한 구금 기한 연장을 받아들였다. 정 씨는 1일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뒤 이튿날 법원의 구금 연장 심리를 통해 이날까지 4주간 구금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정 씨와 변호인은 심리에서 정 씨에게 20개월 된 아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구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전남편이 특검을 통해 긴급 구난 요청을 신청해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주덴마크 한국대사를 통해 들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한국으로 자진해 돌아가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아이를 빼앗아 가겠다는 식으로 특검과 한국 대사관 측이 협박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대사관 측은 “대사가 정 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 씨의 변호인은 정 씨가 한국에서 ‘정치적 희생자’라는 논리를 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야당인 국민의당 추천으로 임명됐다는 점을 강조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난다면 국민의당이 정권을 이어 받느냐”는 다비드 벨플룬 검사의 질문에 “(국민의당)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야당이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 특검 수사로 정 씨를 탄압하고 있다는 의미다. 벨플룬 검사는 또 “(정 씨의 압송에 대해) 추가로 검토할 사항이 있어 한국 특검에 추가 정보를 요구했으며 결정까지는 몇 주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압송 결정을 내려도 정 씨가 불복해 재판을 신청할 경우 시간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정 씨의 압송이 늦어지고 대기업 수사 등 예정했던 수사가 일부 지연됨에 따라 특검은 수사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월 28일 70일간의 1차 수사기한이 끝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3월 말까지 수사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것. 당초 특검은 2월 말까지 모든 수사를 끝낼 계획이었다. 최 씨가 계속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도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 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정 씨가 국내로 압송되면 수사에 불응하고 있는 최 씨의 심경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특검은 최 씨가 유재경 주미얀마 한국대사를 뽑는 과정에 개입해 직접 면접을 보고 청와대에 추천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삼성전기 전무 출신인 유 대사는 지난해 5월 대사로 임명됐다. 특검은 최 씨가 유 대사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얀마에 지원하기로 했던 공적개발 원조 예산을 받아 쓰려고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31일 유 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올보르=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신광영 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3월 13일 이전에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일정에 맞춰 헌재가 박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다면 차기 대통령 선거는 이르면 4월 말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소장은 이날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서 “제 임기가 1월 31일까지고, 이정미 재판관도 3월 13일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재판관 두 명이 공석이 될 때까지 늦어지면,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6명)를 가까스로 충족하는 7명의 재판관만으로 심리를 해야 하는 헌법적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재 안팎에서는 박 소장이 퇴임 전 마지막 변론기일을 통해 박 대통령 측의 증인 신청 등 ‘심판 지연’ 시도에 제동을 걸면서 신속한 심리를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의 공정성에 의문을 가지는 것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대리인단 전원 사퇴를 포함해 중대 결단을 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국회 탄핵심판 소추위원단장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전날 방송에 출연해 헌재가 3월 9일경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고 말한 게 박 소장의 발언과 유사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만약 대리인단이 전원 사퇴할 경우에도 헌재가 심리 진행을 강행할 수 있지만, 절차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권성동 단장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발언은 헌재의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것이며 국민을 압박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국회 소추위원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리인단 집단 사퇴는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숨겨진 악마의 발톱이 살아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선고는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헌재가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경우 헌법에 따라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탄핵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치러진다. 따라서 대선일은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3월 13일 이전에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공개한 것은, 평소 언행이 신중한 박 소장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자신이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를 떠나게 된 데다, 이정미 재판관마저 3월 13일에 퇴임이 예정돼 있어 자칫 심리가 더 늦어지면 탄핵심판이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소장은 탄핵심판 결정 전 재판관 9명 중 2명이 공석이 되는 것은 ‘헌법적 비상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가 신속함을 강조해 공정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추가 증인 신청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할 수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리인단 전원이 사퇴를 해서라도 헌재 심리를 이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3월 13일 넘기면 심판 결과 왜곡 가능성” 박 소장은 이날 탄핵심판 결정이 3월 13일 이전에 내려져야 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박 소장은 “헌재의 결정은 9인의 재판관들이 치열하게 논의해 도출하는 것”이라며 “재판관 각자가 9분의 1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또 “저에 이어 재판관 1인이 추가 공석이 되면 한 사람의 공백을 넘어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1월 31일 박 소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2월부터는 3월 13일 퇴임 예정인 이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8인 재판부’로 탄핵심판이 진행된다. 또 3월 13일 이전까지 선고를 하지 못하면, 7명의 재판관이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 대통령 탄핵심판은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찬성할 경우 파면이 결정된다. 이는 재판관이 7명으로 줄어들면 단 2명의 재판관만 반대해도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 국민의 뜻을 골고루 반영하도록 재판관 9명을 두도록 한 헌법의 취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박 소장의 판단이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3월 13일을 넘기면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교감 의혹” vs “헌재 모독” 박 소장의 발언 직후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단장이 전날 한 언론과 ‘3월 초 탄핵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인터뷰를 했는데 박 소장도 그런 말씀을 하시니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박 소장은 “마치 물밑으로 다른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재판부를 모독하는 것이다. 근거 없이 재판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변호사는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심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소장의 후임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면 되고, 이정미 재판관 후임도 대법원장이 지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3월 13일 이전에 꼭 결정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권 소추위원단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리인단이) 저와 헌재가 내통한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며 중대 결단을 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안 받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경우에 따라 ‘전원 사퇴’의 강수를 둘 수 있다는 자세로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그럴 경우 헌재는 국선대리인을 선임해 탄핵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쳐 탄핵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 박 대통령 측이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리인단 전원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헌재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박 대통령 측이 새로운 대리인단을 구성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배석준 eulius@donga.com·신광영 기자}

23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6·구속 기소)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에 박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을 작심한 듯 상세히 증언했다. 차 전 단장은 “최 씨가 4대의 휴대전화 중 특정 전화기로 박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박 대통령을 사업 홍보에 노골적으로 활용했다”고 증언했다.○ “최순실과 박 대통령 통화 수차례 목격” 차 전 단장은 이날 헌재에서 최 씨가 박 대통령과 국정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화를 대거 폭로했다. 차 전 단장은 “최 씨의 요구로 국내 콘텐츠 기업 현황 보고서를 준 적이 있는데 문건의 특정 대목을 박 대통령이 ‘대수비(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 때 똑같이 말씀하신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최 씨가 휴대전화를 4대 정도 사용했고 그중 특정 휴대전화가 울리면 회의 도중 사람들을 내보낸 뒤 ‘네, 네’ 하면서 늘 같은 말투로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화기 너머로 박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를 2, 3차례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또 “최 씨가 사무실 데스크톱 PC 모니터에 국무회의 자료를 띄워놓고 작업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덧붙였다. 차 전 단장은 최 씨의 사업 모델이 박 대통령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구조였다고 강조했다. 미르재단 운영과 관련해 “최 씨가 ‘한식 브랜드를 개발한 뒤 프랑스 케이팝 행사에 노출시키면 그 자리에 대통령이 가실 것이다’ ‘대통령이 거기서 한식 브랜드를 얘기하면 그게 가장 극적인 효과다’ ‘아프리카 순방 행사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말을 해 소름이 끼쳤다”고 털어놨다. 또 차 전 단장은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과 영화감독 이현승 씨를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최 씨에게 추천했지만 어디선가 답을 듣고 온 듯 ‘좌파 성향이라 안 된대’라며 거절했다”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간접 체험한 듯이 말했다. 차 전 단장은 2015년 2월 임명된 김성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 대해 “최 씨가 추천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박 대통령 측은 차 전 단장이 검찰에서 최 씨와 고영태 씨 관계에 대해 진술한 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차 전 단장은 “한쪽이 바람을 피우다 걸려 헤어지며 보이는 전형적인 다툼의 모습을 보여 내연 관계로 생각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 “박 대통령, 면전에서 정유라 지원 지시” 차 전 단장에 앞서 증인으로 나선 김 전 차관은 “2015년 1월 청와대 별관에서 만난 박 대통령이 ‘(최 씨의 딸) 정유라같이 재능 있는 선수는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가 ‘문체부 차관 자리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어 그렇다고 했더니, 하 교수가 최 씨를 ‘정윤회 씨 부인’이라며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최 씨의 딸 정 씨가 다닌 초등학교 어머니모임 회장을 하며 최 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은 또 “체육 현안의 경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로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안 거치고 (김 전 실장에게) 바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과 차 전 단장은 이날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여름 김 전 비서실장의 삼청동 공관에서 정성근 당시 문체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김 전 실장을 만났다”며 “최 씨의 연락을 받고 김 전 실장 공관에 갔다”고 밝혔다. 한편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27년 전경련에 근무하는 동안 재단을 만드는 데 청와대가 기업별 출연 금액을 정해 주고 이사진을 마음대로 정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모금 당시)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청와대가 재단 설립을 밀어붙인다’는 말이 안 나오게 하라는 경고를 받았다”며 “보복이 두려워 국회에서 위증을 했다”고 털어놨다.○ 헌재, 증인 신청 대신 ‘박 대통령 직접 해명’ 요구 이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증인을 대거 신청하며 ‘심판 지연’을 시도했지만 헌재가 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50), 황창규 KT 회장(64) 등 39명의 증인을 추가 신청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증인을 대거 부르기보다는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에서 정리를 해줘야 한다”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했다. 강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고 주장해 왔으니, 구체적으로 어느 부서에 어떻게 이행 지시를 했는지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중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구속) 등 6명을 증인으로 우선 채택했다. 헌재가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상당수 증거로 채택한 만큼 추가 채택 증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전주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 농단 사건’ 수사가 종반으로 치닫고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사건 담당 판사, 유력 대선 주자 등에 대한 허위 비방, 인신공격이 사이버 공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짜 정보’를 악용한 비난의 초점이 진영 논리에 따라 반대 측에 타격을 입히는 데 맞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51)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지자 법원이 20일 공식 대응에 나섰다. 법원은 “조 부장판사는 아들이 없는데도 ‘아들이 삼성에 취업했다’는 황당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날 포털 사이트에는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5)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고, 출신 학교와 얼굴 사진 등 신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성 부장판사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의 영장심사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일부 누리꾼은 성 부장판사에 대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에 글 쓰는 사람이라니 안 봐도 영장 기각이네”라고 비난했다. 이는 지난해 한 박사모 회원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성 판사님이 올리신 글 보셨어요?’라는 제목의 ‘가짜 글’ 때문이었다. 대선 주자들에 대한 허위 비방도 난무하고 있다. 지난주 인터넷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를 후임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이 유엔법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고,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사실로 믿고 반 전 총장 출마를 비판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엄청난 양의 금괴를 갖고 있다”는 괴소문에 시달리다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신광영 neo@donga.com·강경석 기자}

“최순실은 저희한테는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입니다.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돕는…. 그런 사람이 밖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이 꼬인 것 같습니다.” 19일 박근혜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사실상 비선 실세였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여성이어서 저희가 보좌할 수 없는 부분을 최 씨가 도와 온 것 같다. 최태민 관련 악소문이 많아 (최 씨를) 드러내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 지시로 최 씨에게 기밀 문건을 전달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부패 문제에 결벽증이 있는 박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맺어 온 최 씨가 사익을 추구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최 씨 의견 받았느냐” 묻기도 정 전 비서관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통령의 외국 수반과의 통화 내용, 장차관 인사안 같은 기밀 47건 등 청와대 문건 180건을 최 씨에게 전달했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준비하면서 대통령께서 ‘연설문이나 말씀자료를 만들 때 최 씨 의견을 반영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이 최 씨와 상의하라고 건건이 지시하지는 않았고, 내가 최 씨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료를 보내고 조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국회 측이 ‘최 선생님께 컨펌(확인) 받았다’는 문자를 박 대통령에게 보낸 이유를 추궁하자 “박 대통령이 (특정 건에 대해) 최 씨 의견을 받았는지 물어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최 씨에게 말씀자료를 보내면 못 보거나 늦게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 씨가 수정해 온 내용이 잘 고쳐졌다고 생각되면 반영하고 문제가 있으면 ‘킬’한(쓰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과 어떻게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차명 전화로 연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통령도 차명 전화를 쓴다”고 답해 헌재 재판관들을 놀라게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민간인의 의견을 왜 국정에 반영했느냐”란 질문에는 “어떤 지도자든 개인적으로 자문하는 사람이 있지 않으냐. 최 씨는 박 대통령의 사적 영역”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최 씨는 청와대 관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고, 이영선 행정관이 최 씨의 방문 사실을 내게 보고하곤 했다”고도 했다. 최 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 씨와 관련해 “김 원장이 청와대에서 무슨 진료를 했느냐”라는 질문에는 머뭇거리다 “대통령이 여성이고, 모시는 분의 사적 영역을 알려고 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세월호 사태도 제대로 파악 못 해 세월호 참사가 난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피곤해하셔서 보통 수요일에는 일정을 가급적 잡지 않았고 사고 당일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에 김이수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업무시간에 관저에 자주 머물렀던 점을 지적하며 “사건 당일 대통령이 본관에 있었다면 오전 9시 24분 청와대 직원들에게 사고 발생 문자메시지가 전파됐을 때 좀 더 빨리 보고할 수 있었을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정 전 비서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진의 안이한 상황 인식도 드러났다. 그는 “전원 구조됐다는 보도가 나와 낮 12시쯤 홀가분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니 구조를 잘한다’는 얘기를 (부속실) 직원들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상황실은 오전 11시 20분경 전원 구조 뉴스가 오보임을 파악했지만 정 전 비서관은 전혀 알지 못한 것이다.○ 박 대통령, 더블루케이 콕 찍어 지원 지시 이날 역시 증인으로 나온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박 대통령에게서 “더블루케이 대표를 만나라”라거나 “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를 평창 올림픽 사업자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내가) 1년 4개월 재임하는 동안 박 대통령이 특정 업체를 거론하며 지시한 것은 두 회사뿐이다”고 말했다. 더블루케이는 최 씨가 차명 소유한 업체이며 누슬리와 업무제휴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는 “더블루케이 대표를 만난 뒤 보고했더니 대통령께서 더블루케이 건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맡기로 했으니 교문수석실은 빠지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문체부 노태강 국장, 진재수 과장) 두 사람을 산하기관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국장급 이하 공무원 인사를 지시한 사례는 그때가 유일했다”고 말했다.신광영 neo@donga.com·전주영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는 계기가 된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17일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정치적 강요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44억 원의 출연금을 낸 사실이 밝혀졌고, 두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마저 허위로 작성된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 전에라도 재단 설립 허가를 취소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사실상 업무가 중지된 최근까지도 매달 재단 운영비를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두 재단의 ‘2016년 지출 명세’에 따르면 임차료, 임직원 월급 등 매월 고정비용은 미르재단이 월평균 9205만8645원, K스포츠재단(1∼10월)이 8538만6008원이다. 사무실 보안경비 시스템과 휴대전화 통신비, 직원 복리후생비 등 추가 운영비까지 포함하면 두 재단의 실질적인 월 운영비는 2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두 재단 임원의 고액 연봉과 혜택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김의준 미르재단 이사장의 월급은 1000만 원이 넘는다. 정 이사장은 월 임차료가 120만 원인 제네시스 차량까지 제공받고 있다. 김정은 kimje@donga.com·신광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