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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와 남동생 전태삼 씨(74)가 44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판사 강민호)는 1981년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여사 등 5명에 대한 재심에서 6일 무죄를 선고했다. 전 씨 등 3명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도 면소(조건 결여로 소송을 종결)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계엄 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며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계엄 포고 제2항 가호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와 남동생 전태삼 씨(74)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강민호 판사)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여사의 재심에서 6일 무죄를 선고했다. 1981년 7월 13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지 약 44년 만이다. 이 여사와 함께 계엄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1명도 무죄를 확정받았다.또 계엄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 씨 등 3명도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면소(소송 조건 결여로 소송을 종결) 판결을 받았다. 이 여사와 전 씨 등 5명은 전국연합노동조합 청계피복지부에서 활동하면서 1981년 1월 6일 서울시장의 해산 명령을 어기고 같은 달 18일 노조 사무실 등에서 대책을 논의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이들이 계엄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재판부는 “(당시) 계엄 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며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 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이 사건 계엄 포고 제2항 가호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12·3 비상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예비역 장성 모임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의 관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대수장이 올린 유튜브 강의로 ‘부정선거’ 관련 공부를 해왔다고 앞서 언론에 밝혔다. 대수장의 설립 목적은 ‘종북 세력 척결’ 등인데,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도 같은 내용이 담겼다. 대수장은 문재인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에 반대하며 2019년 1월 출범했다. 육해공군 및 해병대 출신 예비역 장성 회원이 8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수장은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석권한 2020년 제21대 총선 이후 유튜브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영상 10여 개를 올렸다. 대수장 홈페이지에 따르면 설립 목적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종북 좌익 세력 척결 등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시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한다고 발표했다. 대수장은 올해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개혁 촉구 집회에 참가했다. 대수장은 계엄 이후 이달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현재 대수장 측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회원이 맞지만, 노 전 사령관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계엄 연루 인물들은 회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은 “대수장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응원 화환도 보낸 조직”이라며 연관성을 주장했다. 2020년 대수장이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는 김 전 장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대수장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부부의 연하장을 받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중고거래 앱(어플리케이션)에서 ‘짝퉁 가방’을 에르메스 정품 가방이라고 속여 팔아 수백만 원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2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판사 정성화)은 13일 사기 혐의를 받는 양모 씨(26)에 대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양 씨는 2022년 2월 중고거래 앱에서 자신이 가진 가품 가방을 ‘에르메스’ 정품이라고 속여 피해자에게 8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그는 피해자에게 “감정원에 방문해 여자 감정사로부터 가방이 정품이라고 구두로 확인받았다”고 말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조사 결과 해당 감정원에는 여자 감정사가 없었다. 또 감정원에 방문해 접수할 경우 즉시 감정 결과를 안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양 씨는 재판에서 “피해자가 가품으로 판정 받았다고 주장하는 물건은 내가 보낸 게 아니다”라며 “내가 2018년 900만 원을 주고 중고거래한 가방은 진품인데 피해자가 가품으로 바꿔치기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재판부는 양 씨가 2018년 900만 원을 주고 매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가 해당 가방에 대한 감정 의뢰를 맡긴 결과 가품으로 판명됐다는 자료를 제출했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전에도 동종 수법의 범행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찰이 12·3 비상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돼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정치인, 언론인, 노조, 판사 등이 ‘수거 대상’으로 적시된 것으로 확인했다. 수첩에는 ‘사살’이라는 표현도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을 15일 체포하면서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그의 거주지 겸 점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수첩을 확보했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선’으로 활동하며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에서 계엄을 모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살’ 표현 담긴 노상원 수첩 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60∼70쪽 분량의 손바닥만 한 크기로, 계엄 관련 내용이 주로 적혀 있었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에는 ‘국회 봉쇄’라는 표현이 있고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체포라는 의미로 보인다”며 “이들에 대한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직종과 실명이 병기되기도 했다고 한다. 수첩엔 ‘사살’이라는 표현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우종수 단장은 23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에 대해 수거 대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사살 표현이 있었냐”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노 전 사령관이 실제 체포 또는 사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 속 ‘수거 대상’이 계엄 당시 내려진 14명의 체포 명단과 겹치는지, 실명이 적힌 인물은 몇 명인지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작성 시기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 ‘보살폰’ 행방도 추적 수첩 속 ‘수거 대상’이라는 표현은 노 전 사령관이 자체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수거 대상’이라는 말은 통용되는 군대식 용어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포고령 초안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도 의심을 받고 있다. 포고령 속 ‘처단’ 등 거친 표현도 노 전 사령관이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특수단 관계자는 “포고령과 관련해 수첩에는 확인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이름도 수첩엔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수첩 확보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에 작성된 내용이) 단편적인 단어의 조각들이기 때문에 오해가 있을 소지가 많아 말씀 못 드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계엄 전후 상황을 규명할 단서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보살폰’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역술인으로 활동할 때 사용해 ‘보살폰’으로 불리는 이 휴대전화에는 계엄 모의 관련 각종 증거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사령관을 긴급체포할 당시 경찰이 확보한 휴대전화는 계엄 이후 교체한 기종인 것으로 파악됐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찰이 12·3 비상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돼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정치인, 언론인, 노조, 판사 등이 ‘수거 대상’으로 적시된 것으로 확인했다. 수첩에는 ‘사살’이라는 표현도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을 15일 체포하면서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그의 거주지 겸 점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수첩을 확보했다. 노 전 정보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선’으로 활동하며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에서 계엄을 모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살’ 표현 담긴 노상원 수첩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60∼70쪽 분량의 손바닥만 한 크기로, 계엄 관련 내용이 주로 적혀 있었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에는 ‘국회 봉쇄’라는 표현이 있고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체포라는 의미로 보인다”며 “이들에 대한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직종과 실명이 함께 병기되기도 했다고 한다. 수첩엔 ‘사살’이라는 표현도 담긴 것으로도 확인됐다. 우종수 단장은 23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에 대해 수거 대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사살 표현이 있었냐”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다.노 전 사령관이 실제 체포 또는 사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 속 ‘수거 대상’이 계엄 당시 내려진 14명의 체포 명단과 겹치는지, 실명이 적힌 인물은 몇 명인지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작성 시기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 ‘보살폰’ 행방도 추적수첩 속 ‘수거 대상’이라는 표현은 노 전 사령관이 자체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수거 대상’이라는 말은 통용되는 군대식 용어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포고령 초안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도 의심을 받고 있다. 포고령 속 ‘처단’ 등 거친 표현도 노 전 사령관이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특수단 관계자는 “포고령과 관련해 수첩에는 확인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이름도 수첩엔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수첩 확보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에 작성된 내용이) 단편적인 단어의 조각들이기 때문에 오해가 있을 소지가 많아 말씀 못 드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노 전 사령관의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단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 본인은 사실 거의 진술을 안 하고 있다”며 “주변에 같이 있던 사람들 증언으로 증명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경찰은 계엄 전후 상황을 규명할 단서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보살폰’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역술인으로 활동할 때 사용해 ‘보살폰’으로 불리는 이 휴대전화는 계엄 모의 관련 각종 증거가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사령관을 긴급체포할 당시 경찰이 확보한 휴대전화는 계엄 이후 교체한 기종인 것으로 파악됐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12·3 불법 비상계엄 사건 관여 혐의로 구속 중인 조지호 경찰청장이 당시 계엄 체포 명단에 ‘이재명 무죄 판결 판사’의 이름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계엄 당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할 때 사용한 비화폰도 확인됐다. 2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전날 조 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체포 명단에 김동현 부장판사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으로 지난달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조 청장 측 노정환 변호사는 “(조 청장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이 포함된 15명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특수단이 “조 청장은 명단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는데 추가 조사에서 조 청장이 판사의 이름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이다. 특수단은 계엄 당시 김 청장이 비화폰을 소지, 이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 청장은 11월 보안상의 이유로 대통령경호처에서 비화폰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당일 김 청장은 김 전 장관과 이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청장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오후 10시 예정됐던 비상계엄 선포가 늦어질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조 청장도 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연락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특수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포고령이 발동된 오후 11시경부터 조 청장에게 여섯 번 비화폰으로 전화해 “계엄법 위반하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단은 이날 조 청장과 김 청장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수뇌부인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동시에 검찰에 송치된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3일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체포자 명단 등 계엄 관련 지시가 담긴 A4용지 문건을 전달받는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2018년 경북 영천시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던 ‘건진법사’ 전성배 씨(64)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전 씨가 정치자금을 받은 날짜나 금액, 방법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9일 오후 10시경 전 씨가 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한 직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 씨의 법당에 찾아갔으나 그를 만날 수 없었다. 밤 12시경 한 중년 여성이 대문을 열고 법당 안으로 들어갔지만 “전 씨와 어떤 관계인가” “전 씨가 법당으로 복귀할 예정인가” 등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튿날인 20일 저녁까지도 전 씨는 법당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일 취재팀은 전 씨의 스승으로 알려진 혜우 스님이 주지로 있는 충북 충주시의 한 사찰을 찾았다. 현장에는 사찰 구성원들 외 다른 신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역 사람들은 전 씨가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일광조계종(일광종)이 불교의 이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사실상 ‘무속 신앙’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충북 내 불교 연합 총무 역할을 맡고 있는 태고종 혜철 스님은 “일광종은 종교가 아니라 그냥 무속 신앙이다”라며 “불교와 연관시키면 안 된다”고 전했다. 전날(19일)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 씨가 금원을 받은 날짜, 금액, 방법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 씨는 2018년 제7회 전국 지방선거 과정에서 영천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예비후보 A 씨에게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에게 공천을 부탁해 주겠다’며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 씨로부터 ‘공천을 목적으로 돈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전 씨는 A 씨로부터 받은 돈은 ‘기도비’ 명목이었고, 낙천한 뒤 A 씨에게 돈을 일부 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전 씨가 윤 의원에게 실제로 해당 금원을 전달했는지에 따라 죄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 만큼 향후 검찰 수사도 금원의 향방을 쫓을 것으로 보인다. 이 돈이 정치권에 전달된 사실이 드러나면 파장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씨와의 연관 의혹이 제기된 윤 의원은 “전 씨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예정된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전 씨의 휴대전화 3대와 서류묶음 형식의 장부, 태블릿PC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충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영천=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임산부인 척 음식점에 환불을 요구하고 유모차로 여러 차례 마트 물건을 훔친 30대 여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단독(박희근 판사)은 절도 및 사기 혐의를 받는 여성 박모 씨(36)에게 10월 17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박 씨는 2월 25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자택에서 크로플(크로와상+와플)을 배달시킨 뒤 “임산부인데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거짓말해 돈을 돌려받은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1만8500원 상당의 음식을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또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강동구의 한 마트에서 매장에 진열된 28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유모차에 담아 계산대 밖으로 나간 혐의도 있다. 5, 6월에는 경기 하남시의 한 마트에서 같은 수법으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1만 원, 16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절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각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변제를 위해 노력했다”며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하고 처벌불원의사를 밝힌 점, 피고인의 연령, 환경, 범행 이후의 정황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유치원생 딸을 홀로 키우던 30대 싱글맘을 협박해 죽음으로 내몬 사채업자가 구속됐다. 16일 서울 종암경찰서는 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등 혐의로 30대 남성 A 씨를 15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법 대부업 및 채권추심 행위에 이용된 휴대전화와 은행 계좌 등을 빌려준 다른 8명도 전자금융거래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앞서 9월 전북 완주시의 한 펜션에서는 30대 싱글맘이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생전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가 나중에 추심 과정에서 지속적인 협박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수십만 원을 빌렸으나 A 씨 일당은 연이율 수천 %의 이자를 요구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원리금만 1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A 씨 일당은 피해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그 가족과 동료, 딸이 다니는 유치원 등에 모욕과 협박이 담긴 문자를 수백 통 보내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한 추가 공범 등을 특정하고 검거하는 한편, 불법 사채업자·채권추심 행위 등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일 “오늘 밤이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2차 계엄 선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차 계엄 정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2차) 계엄 발령에 관한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오늘 밤, 혹은 새벽에 또 뭔가 일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든다. 그분이 하는 행동에 합리적 근거가 있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줄곧 제기해 온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계엄 건의를 위해 국무회의가 소집될 경우 이미 사의를 표명한 국무위원 전원은 불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 한 명이 2차 계엄 선포 관련 제보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이 (3일 계엄령 선포 후) 합참 전투통제실을 방문했을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언급이 나왔고, 체포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군 병력 부족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병력을 투입해라. 계엄이 해제돼도 내가 또 한 번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는 게 제보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의 육군 부대가 8일까지 ‘지휘관 비상소집 대비 지시’를 받았다며 “2차 비상계엄 의심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상되는 만큼 2차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에서 이상 징후가 제보되고 있다”며 “복수의 부대가 상급 부대 지침에 따라 중대장 이상 지휘관은 8일까지 지휘관 비상소집이 있을 수 있으므로 휴가를 통제한다는 지침을 받았다”고 했다. 2차 계엄 준비 의혹이 확산되자 군 당국이 나서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선호 국방부장관 직무대행(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일각에서 제기된 ‘2차 계엄 정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병력 이동은 합참의장 승인 시에만 가능하다”며 3일 밤처럼 특수전사령부 등 일부 병력이 합참의장 통제 없이 마구잡이로 이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휴가 통제 의혹에 대해서도 육군은 “육군본부 차원에서 8일까지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에 대한 출타(외출 외박 휴가 통칭) 금지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합참 역시 이날 “2차 계엄은 없다”고 일축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일 “오늘 밤이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2차 계엄 선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차 계엄 정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2차) 계엄 발령에 관한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오늘 밤, 혹은 새벽에 또 뭔가 일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든다. 그 분이 하는 행동에 합리적 근거가 있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줄곧 제기해 온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계엄 건의를 위해 국무회의가 소집될 경우 이미 사의를 표명한 국무위원 전원은 불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 한 명이 2차 계엄 선포 관련 제보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이 (3일 계엄령 선포 후) 합참 전투통제실을 방문했을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언급이 나왔고, 체포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군 병력 부족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병력을 투입해라. 계엄이 해제돼도 내가 또 한 번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는 게 제보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군인권센터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의 육군 부대가 8일까지 ‘지휘관 비상소집 대비 지시’를 받았다며 “2차 비상계엄 의심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상되는 만큼 2차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에서 이상 징후가 제보되고 있다”며 “복수의 부대가 상급 부대 지침에 따라 중대장 이상 지휘관은 8일까지 지휘관 비상소집이 있을 수 있으므로 휴가를 통제한다는 지침을 받았다”고 했다. 2차 계엄 준비 의혹이 확산되자 군 당국이 나서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선호 국방부장관 직무대행(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일각에서 제기된 ‘2차 계엄 정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병력 이동은 합참의장 승인 시에만 가능하다”며 3일 밤처럼 특수전사령부 등 일부 병력이 합참의장 통제 없이 마구잡이로 이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휴가 통제 의혹에 대해서도 육군은 “육군본부 차원에서 8일까지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에 대한 출타(외출 외박 휴가 통칭) 금지 지시를 내린바 없다”고 반박했다. 합참 역시 이날 “2차 계엄은 없다”고 일축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서울 광화문, 옛 전남도청 등 전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확산했다. ‘박근혜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이후 8년 만의 동시다발적 촛불 집회다. 대학가에서도 규탄 성명이 잇따랐고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던 광주 지역에서는 “당시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대통령 퇴진 요구가 분출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도 “이 사태 책임은 반국가 내란죄를 범한 윤석열 정권에 있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 광주시민 “5월의 악몽 떠올라” 이날 오후 6시 반경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시민·노동단체와 진보당, 정의당 관계자 등 경찰 추산 1000명(주최 측 5000명)이 모여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내란죄 윤석열 퇴진’ 등이 적힌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오후 7시 반경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했다. 대학생 임진오 씨(20)는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곳을 찾아왔다”며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날 오후 7시 5·18민주화운동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선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한 시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70대 광주 시민은 “TV에서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창문을 넘어 경내로 진입하는 것을 봤다. 1980년 5월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온몸이 떨리고 분노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대통령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분노를 한꺼번에 느꼈다”고 말했다. ● ‘보수의 심장’ 대구서도 “尹 퇴진”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에서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민노총 대구본부와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 등은 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일으킨 이번 일은 ‘계엄을 해제한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군경을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한 분명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에 반대해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의 중심지인 경남 창원에서도 이날 ‘불법계엄 원천무효 윤석열 체포 긴급집회’를 열었다. 경남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시민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불법·위헌적 대통령 윤석열에 맞서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전면적 시민 저항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부산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도 다음 주까지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매일 오후 7시 ‘군사반란 계엄 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 각계각층에서 커지는 목소리 대학가에서도 긴급 성명, 시국선언이 터져나왔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12월 3일 한밤중에 발생한 정치적 사변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교수와 연구자 559명도 긴급 시국선언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탄핵을 촉구하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해 지식인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이날 저녁 연세대에 모여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서울대, 이화여대 학생들은 비판성명을 냈다. ‘포고령 위반자는 처단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내용에 격분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회사원 박모 씨(50)은 “국민에게 ‘처단’이란 단어를 쓰다니,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언론계도 부당한 언론 자유 침해를 규탄하며 윤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10·26사태 이후 45년 만에 계엄이 선포된 것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자, 상상할 수 없는 민주주의 후퇴”라고 밝혔다. 천주교와 원불교 등 종교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양대 노총도 정권 퇴진 운동에 가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고, 민노총은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해 들은 시민들은 3일 밤 국회 앞으로 달려와 온몸으로 계엄군과 경찰을 저지했다. 이들은 4일 새벽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군 차량과 무장 계엄군, 경찰과 필사적으로 대치했고, 군경은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우려해 폭력 대응을 자제했다. 시민들은 계엄군을 향해 거듭 “불법 계엄에 동참하면 안 된다” “돌아가라”고 외쳤다. 12·12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연상케 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표결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엄군 온몸으로 막은 시민들3일 오후 10시 29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소식이 긴급 뉴스로 전해진 얼마 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출구에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으로 도착한 이들도 있었고, 일부는 교통 체증을 우려해 자전거를 타고 국회 앞으로 달려왔다. 오후 11시 반을 넘어서자 국회 정문 앞의 시민들은 수백 명 규모로 불어났다. 이들은 정문을 막아선 경찰과 대치하며 “국회를 개방하라”고 외쳤다. 현장에 군 버스가 도착해서 국회로 진입하려 하자 시민 4명은 버스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버티며 진입을 막았다. 이들은 전조등 불빛을 노려보며 “(군인들은) 돌아가라”고 외쳤다. 일부는 무장 계엄군을 손으로 붙잡고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밤 12시쯤에는 인파 규모가 4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불어나며 “비상계엄 철폐하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를 “시위대가 군인들에게 맞서 ‘인간 바리케이드(human barricades)’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이후 오전 1시 2분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시민들은 환호하며 “윤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계엄군이 철수하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고생했다. 잘 가라. 고맙다” “(군부대가) 철수하도록 도와달라”고 외치며 침착하게 길을 터줬다. 일부 시민은 철수하는 계엄군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배웅했고, 이에 계엄군은 군말 없이 국회를 빠져나갔다. 일부 군 차량은 인파 때문에 철수에 어려움을 겪자 운전석 유리창에 ‘복귀 중입니다. 비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메모를 써 붙이기도 했다.● 현장 생중계 유튜브 등 SNS도 큰 역할한밤중 시민들이 맨몸으로 계엄군에게 맞서는 과정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국회 안팎에서는 시민과 보좌진들이 스마트폰으로 군 헬기, 무장 계엄군, 군 차량 등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방송하거나 지인들에게 전송하는 광경이 포착됐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는 모습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들어가는 장면을 담은 영상은 한때 실시간 시청자가 238만 명을 넘었다. 시민들이 계엄군이나 경찰보다 먼저 국회 앞에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이 SNS 덕분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계엄 소식이 SNS를 타고 매우 빠르게 전파됐기 때문에 시민들이 때맞춰 달려왔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만약 소식이 늦게 전파돼서 시민들보다 군경이 먼저 국회를 봉쇄했다면 무슨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며 “국회의원들이 제때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투표도 못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튜브 생방송으로 국회 안팎의 충돌 상황을 전국 시민들, 해외 누리꾼, 외신이 지켜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계엄군이 실탄 발포 등 무력 대응을 할 수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해외에서는 독재 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할 때 시민들의 대응을 막기 위해 SNS를 사전에 차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3년 전 미얀마 군부 쿠데타 당시 군정은 계엄령을 선포하며 인터넷을 차단했고, 2016년 튀르키예 군부 쿠데타 당시에도 같은 조치가 시행됐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광화문, 옛 전남도청 등 전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확산했다. ‘박근혜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이후 8년만의 동시다발적 촛불 집회다. 대학가에서도 규탄 성명이 잇따랐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광주 지역에서는 “당시의 악몽이 떠올려진다”며 대통령 퇴진 요구가 분출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도 “이 사태 책임은 반국가 내란죄를 범한 윤석열 정권에 있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 광주시민 “5월의 악몽 떠올라”이날 오후 6시 반경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와 진보당, 정의당 관계자 등 경찰 추산 1000명(주최 측 5000명)이 모여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내란죄 윤석열 퇴진’ 등이 적힌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오후 7시 반경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했다. 대학생 임진오 씨(20)는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곳을 찾아왔다”며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날 오후 7시 5·18민주화운동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선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한 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70대 광주 시민은 “TV에서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창문을 넘어 경내로 진입하는 것을 봤다. 1980년 5월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온몸이 떨리고 분노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대통령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분노를 한꺼번에 느꼈다”고 말했다. 이지현 5·18부상자회 상임부회장은 “전두환 신군부 시절보다 더 심하다”며 “민주주의도 5·18 이후 불혹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이 발전했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서도 “尹 퇴진”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에서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대구본부와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 등은 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일으킨 이번 일은 ‘계엄을 해제한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군경을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한 분명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경북에서는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가 이날 오전 포항 죽도시장 앞에서 약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시국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에 반대해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의 중심지인 창원에서도 이날 ‘불법계엄 원천무효 윤석열 체포 긴급집회’를 열었다. 경남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시민단체와 야당 중심으로 “불법·위헌적 대통령 윤석열에 맞서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전면적 시민 저항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부산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도 다음주까지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매일 오후 7시 ‘군사반란 계엄 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 대학-언론-노동계 안팎 커지는 목소리대학가에서도 긴급 성명, 시국선언이 터져나왔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12월 3일 한밤중에 발생한 정치적 사변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교수와 연구자 559명도 긴급 시국선언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탄핵을 촉구하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해 지식인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이날 저녁 연세대에서 모여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포고령 위반자는 처단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내용에 격분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회사원 박모 씨(50)은 “국민에게 ‘처단’이란 단어를 쓰다니,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언론계도 부당한 언론 자유 침해를 규탄하며 윤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에 계엄이 선포된 것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자, 상상할 수 없는 민주주의 후퇴”라고 밝혔다. 양대노총도 정권 퇴진 운동에 가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고, 민노총은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전국에서는 계엄을 해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들끓었다. 국회에서는 군 병력과 시민, 보좌진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고 대통령실 인근에서는 경찰이 시민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최후 항쟁지였던 광주 옛 전남도청 앞에도 시민들이 모여 계엄 해제를 요구했다. 자정을 넘겨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시민들의 구호는 “계엄 해제”에서 “대통령 탄핵”으로 바뀌었다.● 국회에 무장 군인… 시민들 “계엄 해제하라” 구호 이날 계엄 소식이 전해진 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는 안으로 밀고 들어가려는 시민, 국회의원 보좌진 등 인파와 이를 막으려는 경비 및 경찰이 충돌했다. 운집 인파는 오후 11시 40분경 150여 명에서 자정 이후 300여 명 규모로 늘었다. 스마트폰을 든 유튜버 20여 명도 몰려와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국회로 총집결하셔야 합니다”, “국회로 와주세요. 실제 상황입니다”라고 소리쳤다. 국회 상공에는 오후 11시 50분경 헬기 3대가 굉음을 내며 날아온 뒤 경내에 착륙했고, 이후 추가로 헬기들이 날아오자 시민들이 상공을 보며 “헬기다!”라고 소리쳤다. ‘대한민국육군’이라고 적힌 군 버스가 도착하자 시민들이 “반란군이다”라고 외치며 차 앞을 막아섰다. 시민들의 구호는 처음에 “비상계엄 철폐하라”였다가 이후에는 “계엄 철폐, 독재 타도”로 바뀌었다. 국회 안에서는 총과 헬멧, 야간투시경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출입문마다 지키고 섰다. 이를 본 국회 보좌진들이 “실탄이 들었냐”, “소속이 어딘가” 캐물었지만 답변은 없었다.● “공수부대가 유리창 깨고 국회 진입”… 불안 확산 일부 지역에서는 계엄을 해제하라며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4일 0시를 넘긴 시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5·18민주광장)에는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 박모 씨(59)는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며 피를 흘렸다”며 “다시 비상계엄이라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앞에도 시민 40여 명이 모여들어 윤 대통령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 주민 이진수 씨(47)는 “집에 있자니 울분이 터지고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뛰쳐나왔다”며 “비상계엄 선포할 상황도 아닌데 본인과 부인 때문에 선포한 거 아니냐”고 했다. 불안에 떠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지모 씨(30)는 “서울 도심에서 탱크가 이동하고 있다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방송을 보니 공수부대가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진입하는데, 큰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계엄령 선포로 인해 현역병 전역이 연기되자, 가족을 군대에 보낸 가족들은 우려했다. 직장인 임모 씨(32)는 “사촌 동생이 최전방에서 육군으로 복무 중인데 걱정이 된다”며 “연락도 되질 않는데, 출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재직 중인 이모 씨(29)는 “전원 출근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는 “심장이 떨린다”, “서울의 봄인가요”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고, X(옛 트위터)에는 환율 폭등 소식, 계엄사령부 포고령, 계엄 소식을 전하는 TV 뉴스 속보 화면 등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시민단체 비판 성명 “尹, 몰락의 길을 자초” 법률가, 노동조합 등 각계에서는 당장 계엄을 해제하라는 성명이 쏟아졌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성명에서 “(지금이) 국가비상사태인지 우리는 말로서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며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모두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성명에서 “윤석열은 벼랑 끝까지 몰린 자기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계엄이라는 비이성적이고 반민주적인 방법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정신 나간 대통령, 당장 내려오라. 대통령이 몰락의 길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고교 2학년생 A 군(17)은 올해 8월 친구에게 장난삼아 “우리 학교 여자 선생님의 나체 사진을 합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친구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사진, 영상을 변형시키는 ‘딥페이크 봇’ 프로그램으로 이를 만들어 A 군에게 줬다. 이들은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이 올해 집중 단속을 통해 붙잡은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범 573명의 80%가 10대 청소년으로 나타났다. 그중에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도 94명(16.4%) 있었다. 전문가들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범죄가 놀이나 장난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성인이 되면 더 큰 범죄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 잡고 보니 80%가 10대… “기술 활용에 능숙”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11월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사건 649건에 연루된 피의자 57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촉법소년을 포함한 10대 청소년은 463명(80.8%)이었다. 이는 20대(87명), 30대(17명), 40대(3명), 50대 이상(3명)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많은 수치다. 10대들의 딥페이크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강원 원주시의 한 학교에서는 10대 남학생이 동급생 사진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어 갖고 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 성착취물이 단체메신저 등에 공유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9월에는 텔레그램에서 연예인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어 판 10대 청소년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10대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에 능숙하고 이를 서로 빨리 공유한다는 특징 때문에 범죄에 발을 들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AI 기술로 이미지 합성물을 만드는 데 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10대 청소년 중에는 이미지 합성 앱인 ‘언드레스’, ‘누디파이’ 등으로 성착취물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은 “다양한 사진 합성 앱을 활용해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하는 방법이 유튜브 등 SNS에서 손쉽게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범죄에 악용되는 빈도가 높은 앱이나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범죄를 ‘놀이’쯤으로 여겨… “학교도 대응해야”더욱 심각한 문제는 10대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유포를 범죄가 아닌 장난이나 놀이쯤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때문에 또래들이 모여 이러한 성착취물 유포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주변의 친구나 교사, 지인들의 사진 및 영상을 시험삼아 합성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은 온라인이나 SNS에 떠도는 자신의 딥페이크물을 보곤 심각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기도 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딥페이크 영상 제작이 최근 청소년 사이에선 마치 놀이문화처럼 자리 잡았다”며 “심각한 성범죄라는 인식을 못 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각종 AI 기술 활용에 익숙해지는 동안 학교 등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술윤리 교육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 게 현실”이라며 “학교에서 디지털 성범죄와 그 폐해를 정규 과목으로 편성해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대들에 대한 교육, 검거, 처벌에서 더 나아가 문제가 된 앱과 프로그램에 대한 조치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삭제 조치를 하고 있지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딥페이크 봇을 모두 삭제하긴 한참 모자란다”며 “방심위와 경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협의해 전담팀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악성 프로그램을 단속, 삭제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1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 하늘색 경차에서 김재영 목사(55)와 김유기 씨(54)가 내렸다. 김 목사가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대방재가복지센터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김 목사가 “유기야, 목에 걸고 다니던 포켓몬 카드 어디 있어?”라고 묻자 그는 부끄럽다는 듯 “아이, 몰라” 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약 39㎡(약 12평) 면적의 방 2개짜리 반지하. 큰 방에서 자고 있던 김락기 씨(50)가 인기척을 느끼고 나와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락기 씨는 김 목사를 보더니 “돼지형(김 목사의 애칭), 일 끝났어?” 물었다. 유기 락기 씨 형제는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지적 수준이 아홉 살 어린이 정도다. 김 목사는 형제가 6년 전 어머니를 여읜 뒤 자청해서 동거를 시작했다. 세계 장애인의 날(3일)을 앞두고 취재팀이 만난 이들 세 사람은 피로 이어진 가족보다 끈끈해 보였다.● 어머니 잃은 형제… 김 목사 “같이 살자” 2018년 6월 김 목사는 가족도 친척도 없는 노인들을 돌보다가 그들이 세상을 뜨면 장례를 치러주곤 했다. 그달 한 할머니가 또 세상을 떠났는데, 유기 락기 씨 형제가 바로 그 할머니의 자식들이었다. 김 목사가 장례를 치른 뒤 형제는 방 안에서 울고 있었다. 김 목사는 “친척도 없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도저히 가늠이 안 됐죠”라고 회상했다. 김 목사는 고민 끝에 “무섭냐. 형이랑 같이 살래?”라고 물었다. 종종 어머니를 돌봐주러 온 김 목사가 익숙했던 형제는 “같이 갈래”라고 답했다. 동거 초반 3년은 다툼도 잦았다. 형제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저장강박증이 있었다. 다 쓴 휴지나 라면 봉지를 모아두는 식이다. 김 목사는 “처음에는 서로를 잘 몰라 다그칠 때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독이는 게 진정 형제를 위한 것이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반지하’ 빠듯하지만 “평생 같이 살 것” 김 목사와 형제가 사는 반지하 집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이다. 김 목사는 “냄새도 나고 곰팡이도 펴 위생상 좋지는 않지만 웬만한 곳은 월세가 70만∼80만 원이라 이사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 목사의 수입은 월 300만 원가량의 사회복지사 월급이 전부다. 복지센터가 있는 빌라 건물 지하에 그의 ‘겨자씨 교회’가 있지만 수입은 거의 없다. 세 사람이 매달 쓰는 생활비는 70만∼80만 원. 겨울에는 난방비로 월 10여만 원이 더 든다. 주변 지인들이 간간이 2만 원, 20만 원씩 보태 줄 때도 있다. 김 목사는 “사랑은 책임을 지는 것이다. 형제와 평생 같이 살 것”이라며 “이미 독립한 두 아들도 나를 지지해 준다”고 말했다.이들을 본 한 이웃 주민은 “김 목사가 매번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른들을 차에 태워서 다니길래 처음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애인 80%가 50대 이상… “지원책 필요”보통 발달장애라고 하면 어린이, 청소년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유기 락기 씨 같은 50대 이상 고령 장애인도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 장애인 264만1896명 중 80%(212만9304명)가 50대 이상이었다. 그중 발달장애인은 5만6240명에 달했다. 고령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늘날 ‘노인 복지 서비스’와 ‘장애인 복지 서비스’가 분절돼 노인이 되면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령 장애인에게 맞춤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통합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 등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만 40세가 넘어갈 때 노인과 유사한 신체기능 저하를 겪는다고 보고 있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0대 발달장애인은 60, 70대 비장애인에 준하는 신체 기능을 갖게 되고 기대 수명도 짧다”며 “특히 노령의 부모들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질 고령 발달장애인에 대한 금전적 지원 외에도 거주 지원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장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 돼요. 이젠 제가 형제 덕분에 웃고 두 사람에게 의지하면서 살고 있죠.”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재가복지센터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김재영 목사(55)는 6년째 상도동 반지하에서 발달장애 형제 김유기 씨(54), 김락기 씨(50)와 함께 살고 있다. 김 목사와 두 형제는 피로 이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형제가 노모를 여윈 후 세 사람은 ‘한 지붕 가족’이 됐다.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앞둔 가운데 김 목사와 두 형제의 사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세 사람의 인연은 2018년 6월에 시작됐다. 김 목사는 고독사한 무연고자나 사망한 노인들의 장례를 대가 없이 치러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김 목사가 돌보던 노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를 돕고자 방문한 한 임대아파트에서 김 씨 형제를 만났다. 김 목사의 도움으로 형제들은 경기 화성시의 한 납골당에 노모를 모셨다. 집을 나서려던 김 목사의 발길을 붙잡은 건 형제들의 눈물이었다. 김 씨 형제는 벽을 본 채 우두커니 서서 울고 있었다. 당시 김 목사는 이제 친지도 없는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됐다고 한다. 그는 형제에게 “무섭냐. 형이랑 같이 살래?”라며 동거를 제안했고 형제들은 “응, 같이 갈래”라고 답했다. 형제의 지능은 약 9세 어린이와 비슷한 수준이다.초반 3년은 다툼도 잦았다. 형제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두는 ‘저장강박증’이 있다. 다 쓴 휴지를 동그랗게 모아서 쌓아두거나 빈 라면 봉지를 3년 치 모으기도 했다. 형제가 모아둔 물건들을 버렸다가 싸우기도 여러 번. 김 목사는 “‘안 돼’라고 다그치기보단 옆에서 지켜보며 다독이는 게 그들을 진정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6년이 지난 지금, 세 사람은 진짜 형제와 다름없었다. 이날 만난 이들은 서로 “밥은 먹었냐”, “반찬은 남았냐”, “추우니 이불이라도 깔아라”는 등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지켜본 이웃들은 “가족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주민은 “(김 목사가 형제들을) 매번 차에 태워서 데리고 다니니까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줄 알았다”며 “항상 밝게 다니더라”고 했다. 김 목사는 형제를 반지하에 데리고 살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들이 사는 반지하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이다. 12평 남짓한 크기다. 김 목사는 “반지하는 냄새도 나고 곰팡이도 펴 위생상 좋지는 않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며 “웬만한 곳은 월세가 70만~80만 원이라 이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김 목사는 월 300만 원가량의 사회복지사 월급을 받고 있는데, 이 돈으로 이사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 현재 35만 원인 월세를 포함해 한 달에 세 사람이 쓰는 생활비는 70만~80만 원이다. 추운 겨울에는 난방비로 월 10여만 원이 더 들어간다. 교회를 운영하는 김 목사는 “아는 분들이 간간이 2만 원, 20만 원씩 등 돈을 보태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게는 장성한 두 아들이 있다. 그는 “(자녀들이) 나를 항상 이해하고 지지해 준다”며 “사랑은 책임을 지는 것다. (나와 함께 살기를 선택한) 형제와 평생 같이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진행한 차량 급발진 감정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교통사고가 난 뒤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국과수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과수가 감정한 급발진 주장 사고는 총 11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05건) 연간 감정 건수를 이미 앞지른 것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국과수 급발진 감정 건수는 2020년 45건, 2021년 51건, 2022년 67건이었다. 급발진 감정은 사고를 낸 운전자가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국과수에 감정을 요청한다. 7월 ‘시청역 역주행’ 사건 이후 급발진 주장이 더욱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 건수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실제 급발진으로 판명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약 5년간 국과수가 감정한 382건의 사고 중 급발진으로 판명 난 건 ‘0건’이었다. 감정 결과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것으로 확인된 경우가 85.6%(327건)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차량이 크게 파손돼 감정이 불가하거나 페달 오조작을 입증할 사고기록장치(EDR)가 없는 경우였다.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운전자의 연령대는 60대 고령 운전자가 가장 많았다. 60대가 148명으로 45.3%에 달했고, 70대(89명·27.2%), 50대(59명·18.0%)가 그 뒤를 이었다. 국과수는 급발진 감정 요청 급증에 업무량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차량 1대 감정 기간을 약 30일로 잡아 왔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