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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발라드곡 ‘그대의 향기’를 부른 가수이자 유명 작곡가인 유영진 씨(47)가 인증받지 않은 수입 오토바이에 번호판을 바꿔 달고 다니다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인증 오토바이에 다른 번호판을 떼어 사용한 혐의(공기호 부정사용)로 유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유 씨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HOT, SES, 보아 등의 노래를 작곡하고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유 씨는 3월 오스트리아산 오토바이를 구입한 뒤 자신이 갖고 있는 다른 오토바이 번호판을 달고 5월까지 운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5월 중순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접촉사고를 낸 뒤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번호판을 바꿔 단 사실이 드러났다. 이 오토바이는 출고가 2900만 원의 고가 오토바이다. 유 씨가 구입할 당시에는 환경부의 인증을 받기 전이어서 국내에서 탈 수 없었고 정식 번호판을 받을 수도 없었다. 경찰은 유 씨에게 오토바이를 판 회사 대표 등 5명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4월 6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 기업금융본부 회의실. A 팀장(44) 등 회의 중이던 직원 4명의 휴대전화 알림이 동시에 울렸다. 스마트폰을 본 직원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4명의 주식계좌에 삼성증권 주식 총 500만 주가 배당된 것이다. 이날은 삼성증권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배당이 입금될 예정이었다. 계획대로면 조합원 2018명에게 1주당 1000원씩 배당됐어야 한다. 그런데 직원의 실수로 1주당 1000주가 배당된 것이다. 실체 없는 ‘유령 주식’ 28억 주가 만들어져 직원들에게 배당된 것이다. A 팀장 등도 잘못 배당된 주식이란 걸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숨어 있던 탐욕이 고개를 내밀었다. B 과장(37)은 자신에게 배당된 주식 147만9000주 가운데 4분의 3을 14차례에 걸쳐 팔아치웠다. A 팀장도 8차례에 걸쳐 56만5000주를 시장에 내놨다. 이날 오전 4명이 매도한 주식은 무려 233만 주, 금액은 800억 원 이상이었다. 단순한 욕심이 아니었다. 이들은 회의실에 모여 계속 주가 흐름을 살피며 매도를 이어갔다. 주가가 급격히 떨어졌을 때 거래를 제한하는 한국거래소의 변동성 완화장치(VI)가 30여 분 만에 7차례나 발동됐다. 결국 삼성증권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12%나 떨어졌다. 회사 측은 직원들이 내다 판 주식 매수자에 대한 보상 탓에 92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직원은 “순간적으로 욕심이 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일부는 오류를 인지하고도 “주식을 팔아 이득을 보고 회사를 그만두면 되지 않겠냐”며 매도했다. 증권가 사설정보지(찌라시)도 이들의 욕심을 부채질했다. 사건 발생 직후 ‘회사 공지 전 매도했으면 금액의 20%만 돌려줘도 된다’는 찌라시가 유포된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주식대금을 손에 쥐어보지 못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성인 부장검사)은 유령주식 매도 사건으로 고발된 삼성증권 직원 21명 중 8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배임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13명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9일 밝혔다. 김자현 zion37@donga.com·홍석호 기자}

서울지역 공공수영장이 특정 시간대에 남성 이용자의 출입을 막는 이른바 ‘금남(禁男) 수영장’이 앞으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14개 시립청소년수련관 부설 수영장을 남녀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서울지역 시립청소년수련관 부설 수영장은 대부분 오전에 여성 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남성 이용을 제한했다. 하지만 최근 평일 오전에 공공수영장을 이용하려는 남성이 늘면서 이런 금남 제도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모든 수영장에 탈의실과 샤워실을 추가로 확보해 내년부터 남녀 구분 없이 수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마포구의 시립청소년수련관 부설 수영장은 가장 먼저 9월 중 남성 탈의실 확장공사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10월부터 오전에 남성 이용이 가능하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울지역 공공수영장이 특정 시간대에 남성 이용자의 출입을 막는 이른바 ‘금남(禁男) 수영장’가 앞으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14개 시립청소년수련관 부설 수영장을 남녀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서울지역 시립청소년수련관 부설 수영장은 대부분 오전에 ‘여성수영교실’, ‘주부수영교실’ 같은 여성 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남성 이용을 제한했다. 평일 오전에 여성 이용자가 많은 것에 비해 남성 이용자가 별로 없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해당 시간대에 남성용 탈의실과 샤워시설 등도 여성용으로 바꿔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평일 오전에 공공수영장을 이용하려는 남성들이 늘면서 이런 금남 제도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성은 무조건 오전에 한가하다는 구시대적 인식이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모든 수영장에 탈의실과 샤워실을 추가로 확보해 내년부터 남녀 구분 없이 수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마포구의 시립청소년수련과 부설 수영장은 가장 먼저 9월 중 남성 탈의실 확장공사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빠르면 10월부터 오전에 남성 이용이 가능하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3일 오후 인천 서구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화인CS 사장 윤모 씨(57)의 빈소가 차려진 곳이다. 화인CS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생산의 마지막 단계인 포장 업무를 맡은 업체다. ‘기내식 대란’ 다음 날인 2일 윤 씨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기내식 생산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있던 하청업체 대표는 대란의 압박감을 끝내 견디지 못했다. 이날 오후 3시경 윤 씨의 빈소에 화인CS 직원 70여 명이 한꺼번에 조문을 왔다. 직원들은 상주 앞에서 오열했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리는 직원도 있었다. 화인CS라는 이름에는 ‘모든 직원이 화목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사장의 마지막 51시간을 같이한 직원들의 슬픔과 충격이 훨씬 커 보였다. ○ “울면서 일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6시 화인CS 직원들에게 ‘기내식 3만 개 포장’ 업무가 떨어졌다. 다음 날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80편에 실릴 기내식이었다. 아시아나항공과 기내식 생산계약을 맺은 샤프도앤코코리아 공장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기내식 생산은 대부분의 조리와 포장 등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담당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모여 일하는 방식이다. 샤프도앤코는 ‘할랄’(이슬람 교리에 맞춰 조리된 음식) 같은 맞춤형 기내식을 주로 생산했다. 저비용 항공사를 대상으로 하루 3000개 정도를 납품하던 곳이다. 화인CS는 하루에 기내식 포장을 4만5000개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샤프도앤코 작업장은 과거 일하던 곳과 차이가 컸다. 규모는 기존의 3분의 1 정도로 좁고 탈의실도 부족했다. 직원들은 주차장 옆 컨테이너에서 옷을 갈아입고 허겁지겁 작업장을 오갔다. 미리 손발을 맞출 시간도 없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주방에선 제때 음식이 조리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공급하는 음식의 배송시간은 들쭉날쭉했다. 화인CS의 한 직원은 “음식은 물론이고 후식이나 작은 버터 하나만 빠져도 일을 할 수 없다. 전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시간에, 충분히 공급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얼마 안 돼 윤 씨가 상황을 파악했다. 윤 씨는 게이트고메코리아(GGK)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GGK는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컨설팅을 맡아 현장을 총괄했다. 하지만 GGK 측에선 “문제없다” “곧 해결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화인CS의 오전조 직원들은 퇴근시간까지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 오후 1시경 오후조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작업장은 더 비좁아졌다. 작업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생산이 늦어지고 일부 관리자의 재촉이 이어지자 일부 직원은 초조함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평소 7시간씩 3교대로 일하던 화인CS 직원은 대부분 14시간 넘게 일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에 출근했던 한 직원은 다음 날 오전 첫차를 타고 퇴근했다. 그는 “사장님은 퇴근도 못 한 채 우리에게 미안해하면서 ‘피곤하지 않냐. 콜밴을 불러주겠다’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책임 짊어진 하청업체 사장 결국 ‘기내식 대란’은 현실이 됐다. 1일 항공기 80편 중 12편에 기내식이 실리지 않았다. 내부에서 ‘화살’이 화인CS를 향했다. 포장은 기내식 생산의 마무리 단계인 탓이다. 윤 씨는 다른 하청업체보다 더 큰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윤 씨는 2일 오전 9시경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6시 출근 후 약 51시간 만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샤프도앤코는 생산업체 문제로 기내식 공급이 늦어지면 납품단가 일부를 깎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인 화인CS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GGK 측이 작업현장의 상황을 무시한 채 생산을 독촉했다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인천=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평생 여왕벌만을 위해 죽도록 일하는 일벌 신세죠.”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의 푸념이다. 순경 출신으로 현재 경위인 그는 경찰조직을 이렇게 비유했다. 순경 출신이 96%에 이르지만 불과 2.7%인 경찰대 출신이 총경 이상 고위직의 56.3%를 차지하는 현실 탓이다. 순경 출신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경찰의 꽃’인 총경으로 승진하기 어렵다는 한탄이 담겨 있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총경 승진 인사자 86명 중에서도 순경 출신은 11명(12.8%)에 불과했다. 경찰대 출신은 45명(52.3%)이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총경 이상 고위직 693명 중 순경 출신은 6.8%(47명)에 불과했다. 순경 출신 경무관은 76명 중 김해경 인천지방경찰청 1부장(59·여)뿐이다. 치안감 이상에서는 34명 중 한 명도 없다. 순경 출신이 어렵사리 총경이 돼도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서울지역 경찰서장 31명 중 순경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대표적 승진 코스인 경찰청 과장 57명 중에도 순경 출신은 김원태 경찰청 범죄정보과장(49)뿐이다. 주요 보직에 순경 출신 간부가 없다 보니 경무관 승진 대상자를 찾는 건 더 어렵다. 보통 인사고과에서 5배수 인원을 정한 뒤 승진자를 선발한다. 순경 출신이 거의 없어 5배수에 포함만 되면 ‘입직경로 쿼터제’에 따라 승진이 유력하다. 하지만 대상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총경의 경우 순경 출신은 정년을 앞둔 경정이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주요 보직에서 제외돼 경무관 승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런 실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경찰조직의 입직 경로를 관리하는 기준 탓이다. 경찰은 입직 경로를 ‘경찰대’ ‘간부후보생’ ‘고시 출신’ ‘기타’로만 분류한다. 이에 따라 분류하면 전국 총경 583명 중 ‘기타’는 93명(16%)이다. 그중 경장∼경위 특채 출신을 빼고 순경 출신은 46명(7.9%)에 불과하다. 일종의 ‘착시효과’ 인 것이다. 경찰대의 고위직 독식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국 총경의 54.9%, 경무관의 67.1%, 치안감 이상의 55.9%가 경찰대 출신이다.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을 발표하며 경찰대 개혁을 전제 조건으로 강조했다. 경찰대 4기인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최근 균형인사와 인사절차 투명성 제고를 강조했다. 민 후보자가 입직 경로를 안배해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꾸린 것도 인사균형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조동주 djc@donga.com·홍석호 기자}

대기업 계열사 직원 A 씨는 2일 퇴근하자마자 회사 근처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한 달 넘게 눈치만 보다 며칠 전 등록한 학원이었다. A 씨 회사는 올 4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시범 실시했지만 직원들은 정식 시행 직전까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A 씨는 “6월 말까지도 할 일을 쌓아 놓고 퇴근하는 게 눈치가 보이고 스트레스였는데 막상 시작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영어학원이 끝나면 취미생활을 위한 동호회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후 첫 출근일인 2일 상당수 직장인의 얼굴에서는 큰 혼란을 느낄 수 없었다. 대기업이 많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와 강남구 일대의 퇴근길 분위기도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다. 대기업의 경우 이미 유연근무제나 자율출퇴근제 등 근로시간 단축에 단단히 대비한 효과 덕분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직원 임모 씨(34)는 “여자친구와 함께 등록한 헬스클럽에 가는 첫날이다. 야근 핑계 없이 꾸준히 출석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부터 새로운 현장이 시작돼 오후 5시 퇴근이 지켜질지 걱정했는데 앞으로 계속 무리하지 않고 정시 퇴근이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근 없는 직장과 ‘칼퇴’(정시 퇴근)가 마냥 반갑지 않은 직장인도 많았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이모 씨(27·여)는 이날 칼퇴에 성공했다. 하지만 퇴근길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 씨는 보통 일주일에 2, 3차례 야근을 했다. 이 씨는 “회사 지침에 따라 오후 6시에 퇴근했지만 새로운 상품 출시를 앞두고 처리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인데 업무시간만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무 중 휴게 시간을 둘러싼 혼란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대기업 계열사의 B 부장은 “담배 피우러 가는 직원들이 내 눈치를 보기에 얼른 다녀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B 부장은 보통 오후 3, 4시가 되면 직원 1, 2명에게 부서 내 전 직원이 마실 커피를 사오게 했다. 하지만 이날은 건너뛰었다. 그는 “아무래도 근무시간 중에 시키는 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휴게 시간에 흡연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이뤄졌으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만 명확히 ‘개인적 용무’ 차원이었다면 근로시간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카잔대첩에서 수류탄 병사들이 전차군단을 이겼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독일 대표팀을 2-0으로 꺾은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다. 카잔은 27일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열린 곳.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투혼’으로 압도한 우리 대표팀의 승리를 누리꾼들은 ‘대첩(大捷)’으로 평가했다. 16강 진출은 아쉽게 좌절됐지만 시민들은 “FIFA 랭킹 1위를 꺾었으니 우리가 랭킹 1위”라는 기분 좋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기적 같은 승리’ 자축한 말말말 실점 위기마다 감각적인 ‘슈퍼 세이브’로 골문을 지킨 조현우는 ‘빛현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빛처럼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인터넷에는 조현우와 예수를 합성한 사진도 올라왔다. 28일 SNS에는 조현우뿐 아니라 몸을 아끼지 않은 선수들과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찬사가 넘쳤다. 조현우와 골을 넣은 손흥민 김영권을 묶어 ‘빛 3대장’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멕시코전을 포함해 추가시간에 3골을 기록한 점을 들면서 “독일인들은 한국인이 노래방 추가시간에 얼마나 열창하는지 모를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멕시코전에 이어 독일전까지 두 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손흥민의 군 복무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손흥민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당시 대표팀은 동메달을 따냈고 박주영 김영권은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손흥민의 군 면제를 요청하는 청원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손흥민 대신 내가 군대에 가겠다”고 자원하는 시민도 있었다. “손흥민 군복무를 일정 기간 나눠서 대신 하자”는 반응도 뒤따랐다. 한국 대표팀이 ‘사실상 우승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팀이 즐비한 유럽지역 예선에서 10전 전승을 거둔 독일을 이겼으니 더 이상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또 독일 대표팀 주장이자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는 멕시코에 패배한 뒤 “독일은 남은 모든 경기를 결승전처럼 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차전에서 한국에 졌기 때문에 “(독일이 말하는) 결승전에서 이겼으니 우리가 우승한 것 아니냐”는 유머 섞인 주장도 나왔다. 독일전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한국 대표팀에 ‘만화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소년만화 주인공이 강한 적을 상대할 때마다 한 단계씩 강해지는 것처럼 대표팀도 강한 팀을 만나면서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스웨덴 FIFA 랭킹은 24위, 멕시코는 15위다. 인터넷에서는 “독일전 후반전 추가시간이 1초씩 줄어들 때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며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1위를 상대한 뒤 떨어졌다는 점도 슬램덩크와 똑같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우리 선수들이 ‘축구 명언’까지 고쳐 쓰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간판 공격수였던 게리 리네커는 1990년 서독에 패한 뒤 “축구는 22명이 90분 동안 뛰고 독일이 이기는 경기”라는 말을 남겼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매 경기 상대를 격파하며 우승하자 이 말이 축구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독일을 꺾은 28일 리네커는 SNS에 자신의 과거 발언을 수정했다. 그는 “축구는 간단하다. 22명이 공을 쫓아 90분 동안 뛰고 더 이상 독일이 항상 이기진 못하는 경기다. 과거의 말은 모두 역사일 뿐”이라고 썼다.○ 함께한 모든 팬도 ‘승자’ 우리가 독일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환희의 순간을 목격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직장인 한모 씨(31·여)는 “앞선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고 독일이 워낙 강팀이라 당연히 질 줄 알았다”며 경기를 보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한 씨는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크게 후회했다. 한 씨는 “아침에 일어났더니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독일전 승리 얘기로 난리가 났다. 출근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축구 얘기”라며 “우리 선수들을 계속 믿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독일전 승리의 순간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었던 대학원생 김진화 씨(25)는 “또 질 것이라며 안 나온 친구들이 많았지만 승자는 경기를 광장에서 본 나”라며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 김영호 씨(57)도 “스웨덴, 멕시코와의 경기 때 우리 선수들이 아쉬운 실수로 승리를 내줘 독일전만 기다렸다. 일도 쉬고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모두 봤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 돈을 못 번 것이 아쉽지 않다”고 했다.홍석호 will@donga.com·김자현 기자}

“골! 골! 골! 골! 대∼한민국!” 세계 최강팀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기적 같은 승리에 대한민국이 열광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시민들은 “불가능을 넘어섰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7∼28일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 곳곳의 거리응원 열기는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를 방불케 했다.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전인 독일과의 경기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강남구 영동대로에는 퇴근 무렵부터 응원 인파가 모이기 시작했다. 광장마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일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듯 정장 차림의 직장인도 많았다. 태극기와 붉은색 막대풍선을 손에 든 응원단은 오후 10시 공연이 시작되자 몸을 흔들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후반 45분이 지나고 추가시간에 들어선 뒤 김영권의 골이 터지자 시민들은 벌떡 일어났다. 이어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고, 비디오판독(VAR)에 들어가자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 이윽고 심판이 골을 선언하자 광장은 떠나갈 듯했다.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는 시민들,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어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주최 측의 응원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미 16강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광장은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서울에서만 광화문광장 6000명, 서울광장 2000명, 강남 영동대로 1만 명 등 모두 1만8000명(경찰 추산)이 몰려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기대감은 한국 대표팀이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전반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날 일찌감치 응원을 온 대학생 김윤수 씨(23)는 “전반전 내내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경기가 흥미진진해서 참느라 애썼다. 예선 세 경기 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대형 스크린에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승점 0점’으로 러시아 월드컵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며 걱정했던 응원 인파들은 마지막 선전에 크게 만족했다. 시민들은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니 감동적”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홍석호 will@donga.com·김자현·권기범 기자}

일부 누리꾼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 중인 한국 대표 선수 가족의 외모까지 비하하는 등 악플 공격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조현우의 소속팀 대구FC는 20일 조 선수의 아내 이희영 씨가 남편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멋지게 해내고 있어 존경스럽고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일부 누리꾼이 이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씨와 그의 딸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이 씨는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22일 폐쇄했다. 이 씨는 “제 일상을 즐겁게 봐주시고 저희 가족을 위해 좋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아기에 대한 안 좋은 댓글들을 듣게 되면서 아기가 나중에 글씨를 알게 되면 상처를 받을까 봐 700개 정도의 수년간 일상을 담은 일기와 같은 것들을 지우게 됐다”고 썼다. 이 씨는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아기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엄마의 마음으로 (삭제를) 선택한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제발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며 무분별한 행동을 비판했다. 조현우는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선방을 펼쳤다. 또 일부 누리꾼은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 실점의 빌미를 준 한국 대표팀 장현수에 대해서도 악플 공격을 퍼부었다. 24일 경기가 끝나자마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의 국가대표 박탈과 영구 제명, 군 면제 취소 등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장현수 승부 조작 조사해 주세요”, “장현수 선수를 배구선수로 바꿔주세요”, “장현수를 추방해라”는 청원에 이어 “장현수가 슬라이딩만 해서 한국까지 오게 해 달라”고 비아냥거리는 글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태용 대표팀 감독의 경질이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 운영이나 팀워크 부재 등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인격 모독과 가족 비난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