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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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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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8~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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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맹구’가 ‘채천재’로 거듭날 때, 그의 곁엔 ‘오른손 장효조’ 있었다

    삼성 내야수 채태인(31)에게는 두 개의 별명이 있다. 하나는 ‘맹구’, 또 하나는 ‘천재’다. 큰 눈을 가진 그는 종종 눈을 더 크게 치켜뜨곤 하는데 이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여 맹구란 별명을 얻었다. 맹구 소리를 들을 만한 행동도 했다. 2011년 1루 주자로 나갔다가 후속 타자의 안타 때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3루로 달려가 ‘채럼버스(채태인+콜럼버스)’로 불렸다. 지난해에는 1루수로 평범한 땅볼을 잡은 뒤 늑장을 부리다 타자 주자를 살려줘 팬들을 경악하게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천재성을 드러낸 것도 여러 번이다. 올해 어깨 부상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9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81에 11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타격왕 LG 이병규의 타율(0.348)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시리즈에서는 5차전 선제 솔로 홈런에 이어 6차전에서 두산 에이스 니퍼트를 상대로 역전 2점 결승 홈런을 때려냈다. ‘채천재’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 메이저리거 꿈꾸다 사회인 야구로 추락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과 ‘빅보이’ 이대호(전 오릭스)는 입단 때 모두 투수였다. 이들은 타자로 변신해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긋는 거포가 됐다. 채태인도 부산상고 시절 뛰어난 투수였다. 2001년 고교 졸업 후 80만 달러를 받고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에 입단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해 어깨 수술을 받았고 끝내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미국과 호주 등을 전전하다 2005년 한국에 돌아와 공익근무요원을 마친 그는 야구를 계속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깨가 아파 공을 던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게 타자였다. 주말에는 사회인 야구팀인 브롱크스에서 뛰었다. 채태인은 “고등학교 때부터 프리배팅은 자신 있었다. 이후 삼성에서 테스트를 봤는데 그때 구단이 잘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채태인은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삼성에 입단했고, 그해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고교 졸업 후 6년 만에 타자로 변신에 성공한 그는 역시 천재였다. ○ 채천재, 원조 천재를 만나다 채태인은 2008년 10홈런, 2009년 17홈런을 때리며 주전 1루수 자리를 굳혀갔다. 하지만 2010년 8월 수비 중 뒤로 넘어지면서 뇌진탕을 입어 또 한 번 선수 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뇌진탕 후유증 등으로 2011년에는 타율이 0.220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복귀한 이승엽에 밀리며 타율이 0.207까지 떨어졌다.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낸 채태인은 “‘내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하고 좌절도 많이 했다.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에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강기웅 2군 타격코치였다. 강 코치는 아마추어 한국화장품 시절 5연타석 홈런을 치며 ‘천재 타자’로 불렸다. 삼성 입단 첫해인 1996년에는 타율 0.322에 26도루를 기록하며 ‘오른손 장효조’란 평가를 들었다. 강 코치는 “태인이는 100의 힘만 써도 홈런을 칠 수 있는데 200을 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강 코치의 조언에 따라 채태인은 한 발을 들고 치던 타법을 노스텝으로 바꿨다. 강 코치는 “만약 이 자세로 안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며 그를 독려했다. ‘원조 천재’의 도움을 받은 채태인은 올 시즌 ‘천재 모드’로 돌아왔다. 그는 “올해 타율 0.381을 쳤는데 내년에 다시 미끄러지면 또 이상한 소리를 듣지 않겠나. 잘될 때 더 노력해 좋은 이미지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 코치는 “태인이가 올해 야구에 눈을 떴다. 올겨울을 잘 보내 내년 시즌까지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5년간은 쉽게 갈 수 있다. 한국 최고의 홈런 타자가 될 재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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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 류현진’ 같은 효자, 이젠 끝?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26)은 전 소속팀 한화에는 더할 나위 없는 효자 선수다. 2006년 입단한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한화에서만 7시즌을 뛰며 98승을 거뒀다. 지난해 말에는 다저스로 팀을 옮기면서 이적료 2573만 달러(약 271억 원)를 한화에 안겼다. 한화가 이번 스토브리그에 자유계약선수(FA) 정근우(전 SK), 이용규(전 KIA)에게 4년간 137억 원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류현진 덕분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류현진처럼 성적도 올려 주고, 해외에 진출하면서 거액을 벌어다 주는 선수를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메이저리그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일본야구기구(NPB)는 17일 새로운 ‘포스팅 시스템’에 합의하고 이날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발표했다. 종전 제도에서는 최다 포스팅 금액을 제시한 1개 구단만 그 선수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가질 수 있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전 세이부)는 2006년 5110만 달러(약 538억 원)의 포스팅 금액을 소속팀에 안기고 보스턴과 계약했다. 2년 전 다루빗슈 유는 5170만 달러(약 544억 원)을 원 소속팀 니혼햄에 선물했다. 포스팅 금액은 고스란히 구단에 들어갔고, 그는 이와는 별개로 6년간 6000만 달러(약 631억 원)를 받기로 했다. 텍사스는 다루빗슈 한 명을 잡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이다. 그러자 메이저리그 구단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돈 많은 구단이 아니고서는 해외 유망주들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NPB와의 협의 끝에 결국 새로운 포스팅 시스템 도입을 관철했다. 이에 따르면 포스팅 상한액은 2000만 달러(약 210억 원)로 정해진다. 또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모두가 협상할 수 있다. 당장 불똥이 라쿠텐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사진)에게 튀었다. 올해 24승 무패를 기록한 다나카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영입 0순위다. 최소 5000만 달러, 최대 1억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기대했던 라쿠텐은 최대 2000만 달러밖에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나카는 이날 구단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메이저리그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단은 “팀에 남아 줬으면 한다”며 일단 결정을 보류했다. 수백억 원을 허공에 날리게 된 미키타니 히로시 구단주의 결단이 아니고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올해 오승환이 일본 한신행을 택하지 않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국과도 포스팅 시스템 수정 문제를 논의했을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올해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에 나가려는 선수가 없었지만 만약 향후 류현진과 같은 거물 투수가 관련된다면 한미선수계약협정 개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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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승환 “이대호 홈런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내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수호신으로 활약할 오승환(31)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9시즌을 뛰는 동안 모두 32개의 홈런을 맞았다. 그 가운데 오승환의 선수 인생을 바꿔놓은 홈런이 하나 있다. 2010년 6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7-6으로 삼성이 앞선 9회말 2사 후에 펼쳐진 승부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 이대호(전 롯데)와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힘 대 힘으로 맞붙은 것이다. 자존심을 건 둘의 대결에서 오승환은 직구로만 승부했다. 문제는 당시 오승환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는 것. 시속 150km를 쉽게 넘는 돌직구가 그날은 최고 146km밖에 나오지 않았다. 제구마저 들쭉날쭉했다. 운명의 6구는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이대호는 이 공을 놓치지 않았다.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맞은 타구는 사직구장 밤하늘을 가로질러 중앙 스탠드 상단에 꽂혔다. 비거리 140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동점 홈런을 허용한 오승환은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틀 후 오승환은 2군행을 통보받았다. 정밀 검진 결과 팔꿈치에서 뼛조각이 발견됐고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오승환은 그해 다시는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최근 한신행이 확정된 뒤 오승환에게 그날의 승부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대호의 그 홈런 덕분에 오늘의 내가 일본에 갈 수 있었다”고 답했다. 오승환은 “만약 그날의 결과가 좋았다면 2군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픈 팔꿈치를 안고 시즌을 치렀을 것이다. 하지만 홈런을 맞고 2군에 내려가게 되면서 팔꿈치의 이상을 발견하고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시즌 오승환은 이대호와 일본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오릭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대호는 소프트뱅크 등 일본 내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프트뱅크처럼 리그가 다를 경우에는 인터리그(교류전)나 포스트시즌에서 대결하게 된다. 오승환은 “대호는 내가 상대한 선수 중 최고의 타자다. 반드시 대호를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등판하는 시점이 항상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누구든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호도 그중 한 명일 뿐”이라고 했다. 오승환은 한국에서 이대호와 상대해 25타수 8안타(3홈런)를 허용했다. 삼진은 8개를 잡았고 볼넷은 1개를 내줬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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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간 6번, 올림픽 개근상 이규혁

    13세 때 처음 국가대표가 돼 16세이던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에 출전했을 때만 해도 그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는 스스로도 몰랐을 것이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35·서울시청·사진)이 한국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6회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됐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11일 발표한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의 종목별 출전권 획득 현황에 따르면 이규혁은 남자 500m와 1000m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지금까지 올림픽 본선에 5번 출전한 한국 선수는 이규혁을 포함해 모두 5명이다. 사격의 이은철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했고, 남녀 핸드볼 스타 윤경신과 오성옥도 5차례 올림픽에서 뛰었다. 겨울 종목에서는 허승욱이 알파인 스키를 타고 1988년 캘거리부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했다. 그러나 이규혁은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5번 출전하는 동안 한 번도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고 세계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뛰어난 스프린터였지만 올림픽 무대에만 서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성기가 지난 데다 모태범(24·대한항공) 등 뛰어난 후배 선수가 많아 소치 올림픽에서도 메달 가능성은 높은 편이 아니다. 이규혁은 “항상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올림픽에 나섰는데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이번에는 메달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즐겁게 올림픽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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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레이스 우승 황진우 ‘올해의 드라이버’ 대상

    황진우(31·CJ레이싱)가 올해 한국 모터스포츠 기자단이 선정한 최고의 드라이버로 뽑혔다. 황진우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제8회 한국모터스포츠 어워즈 2013’에서 ‘올해의 드라이버 대상’을 받았다. 황진우는 올해 ‘CJ헬로비전 슈퍼레이스’ 대회의 최고 배기량 종목인 슈퍼6000 클래스에서 4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의 신인상’은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에서 뛰는 김종겸(22·서한-퍼플모터스포트)에게 돌아갔다. 올해 데뷔한 김종겸은 KSF 제네시스쿠페10 클래스에서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종합 3위에 올랐다. ‘올해의 클럽 드라이버상’은 고교생 카레이서 김재현(18)이 차지했다. 김재현은 ‘KSF 대회 포르테쿱 클래스’ 6경기 중 4승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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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랄 만큼 줄게 그냥 사인해” 넥센의 겨울혁명

    “더 달라” “못 준다”로 평행선을 걷던 연봉 협상은 전지훈련 출발 즈음에 절정에 다다르곤 한다. “미계약자는 안 데려간다.” “그럼 난 안 간다.” 가끔은 협상이 전지훈련지로 장소를 옮겨 벌어지기도 한다. 이쯤 되면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팀워크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스타 선수일수록 연봉 협상과 관련된 잡음이 크기 마련이다. 30여 년간 대부분의 국내 프로야구 구단에서 의례적으로 반복되던 일들이다. 그런데 이런 관행에 반기를 든 구단이 있다. 넥센이다. 최근 넥센의 연봉 협상을 지켜본 다른 구단의 연봉 협상 담당자들 입에서는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올해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넥센의 질주는 정규시즌이 끝난 스토브리그에도 계속되고 있다.○ 넥센이 주도하는 야구계(?) 지난 시즌부터 넥센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연봉 협상 방식을 택했다. 기존 구단과는 정반대로 최고 스타부터 협상을 마무리 짓고 보통 선수, 신예 선수로 협상을 이어가는 것. 지난 시즌 한국 프로야구 연봉 계약 1호는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박병호였다. 6200만 원이던 연봉이 254.8% 인상된 2억2000만 원으로 뛰었다. 올해 팀 연봉 계약 1호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정호였다. 올해 3억 원에서 내년 4억2000만 원으로 1억2000만 원이 올랐다. 3루수 김민성과 손승락도 기대 이상의 연봉을 받았고 ‘빅4’의 마지막이었던 박병호는 5억 원을 제시받고 단번에 도장을 찍었다. 박병호는 “내심 4억 원 정도를 기대했는데 5억 원을 주신다고 하기에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평범한 성적을 낸 다른 선수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넥센은 이들에게는 연봉 고과에 따른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협상을 통해 몇천만 원은커녕 몇백만 원도 올리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넥센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넥센 관계자는 “잘하면 기대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눈앞에 그 본보기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넥센의 한 선수도 “300만 원 차이로 싸우는 것보다 차라리 내년에 잘한 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어 일찌감치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 ‘빌리 장석’의 실험은 어디까지 넥센은 다른 구단들로부터 올해 자유계약선수(FA) 몸값 폭등의 원인 제공자로도 지목받고 있다. 2011년 말 LG에서 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을 4년간 총액 50억 원에 데려온 게 몸값 인플레의 시작이었다는 것. 실제로 50억 원은 이듬해 김주찬(KIA)을 시작으로 수준급 선수들의 몸값 기준이 됐다. 넥센의 파격적인 실험은 이장석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명단장 빌리 빈의 이름을 따 ‘빌리 장석’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이 대표는 기존 프로야구 판에서 보기 힘들었던 실험적인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넥센이 야구 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기업의 눈치를 보고 돈을 타 와야 하는 다른 구단과 달리 넥센은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장점이다. 현재까지 넥센의 실험은 성적과 마케팅 모두에서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몇 해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넥센의 모습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넥센이 또 어떤 일을 터뜨릴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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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세 ‘최고령 타격왕’ 이병규, 7번째 황금장갑을 끼다

    의미 있는 ‘황금 장갑’을 받은 두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1. 2011년 12월 11일 열린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LG 이병규(39)는 두 아들 승민(8)과 승언(6) 그리고 아내 류재희 씨와 함께 행사장에 들어섰다. 타율 0.338, 16홈런, 74타점을 기록한 성적으로 보면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했다. 타격 3위에 최다안타는 2위(164개)였다. 하지만 이병규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그는 섭섭함과 아쉬움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행사장을 떠났다. 10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3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그는 혼자 왔다. 그는 “혹시 올해도 못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가족은 집에 두고 왔다”고 했다. 그렇지만 올해 야구 기자들로 구성된 투표인단은 최고령 타격왕(0.348)에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 그리고 10연타석 안타 신기록을 세운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LG가 정규시즌 2위로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는 그의 활약도 한몫했다. 이병규는 지명타자 부문에서 총 유효표 323표 가운데 201표를 얻었다. 이병규는 “역시 야구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4위 안에 들어야 하는 것 같다. 내년에는 더 확실한 성적을 낸 뒤 가족을 데리고 행사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39세 1개월 15일 만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그는 역대 최고령 수상자가 됐다. 개인 통산으로는 7번째 수상이다. #2. 2011년 12월 10일. 넥센 박병호(27)는 당시 KBSN 야구 아나운서이던 이지윤 씨와 결혼했다. 그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결혼식을 올린 것은 골든글러브와는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결혼 이듬해인 지난해 그는 타격 3관왕에 오르며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그리고 결혼 2주년 기념일인 10일 그는 최다 득표(311표)와 최다 득표율(96.3%)로 1루수 부문 황금장갑의 주인이 됐다. 박병호는 “2주년 결혼기념일인 오늘 이 황금장갑이 아내에게 큰 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이날 오전 구단과의 연봉 협상에서는 올해 2억2000만 원에서 무려 2억8000만 원(127.3%) 인상된 5억 원에 사인했다. 이 밖에 넥센의 소방수 손승락은 역대 최소 득표율(30.0%)로 마무리 투수로서는 19년 만에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영광을 안았다. 포수는 롯데 강민호, 2루수는 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SK에서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 3루수는 최정(SK), 유격수는 강정호(넥센)가 각각 수상했다. 3명을 뽑은 외야수 부문에서는 손아섭(롯데)과 최형우(삼성) 박용택(LG)이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들은 300만 원 상당의 야구용품과 1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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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처럼 보았다 ‘범의 눈’ 모태범

    내년 2월 러시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는 올 시즌 출전한 7차례 월드컵 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타 공인 소치 올림픽 금메달 0순위다. 하지만 8일(한국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의 주인공은 모태범(24·대한항공)이었다. 모태범은 이날 열린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4초87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전날 남자 1000m 금메달(1분09초50)까지 더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올 시즌 4차례의 월드컵에서 남녀를 통틀어 500m와 1000m를 동시 석권한 선수는 모태범이 유일하다.○ 이상화에게 자극받고 3차 월드컵까지 모태범은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그 사이 한국체대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이상화는 3차례나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다. 자존심 강한 모태범에게 이상화의 존재는 큰 자극이 됐다. 모태범은 “어릴 적부터 함께 훈련해 온 상화는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이다. 지난 시즌부터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화의 모습이 내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남자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을 딴 모태범의 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해냈던 것처럼 내년 소치 올림픽에서 500m와 1000m를 모두 제패하는 것이다. 이상화도 해내기 힘든 목표다. 여자 500m의 절대강자인 이상화는 1000m도 병행하기는 하지만 현재 기록을 볼 때 두 종목 동시 제패를 바라보긴 힘들다. 그렇지만 원래 주 종목이 1000m였던 모태범은 500m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 왔고, 이번에 처음 1000m 금메달까지 땄다. 그는 입만 열면 “소치 올림픽에서는 1000m에서 금메달을 따 보고 싶다”고 말해 왔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태범이가 이번 대회 2관왕에 오르면서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소치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라 한국 스케이트의 새 역사를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에게 배우고 지난달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때 모태범은 남자 1000m에서 6위에 그쳤다. 2차 대회에는 불참했고, 3차 대회 성적은 10위였다. 그랬던 모태범이 어떻게 4차 대회에서 남자 1000m의 지존 샤니 데이비스(미국)를 꺾고 우승할 수 있었을까. 모태범의 소속팀 지도자인 권순천 대한항공 감독은 “태범이가 1000m를 목표로 여름부터 지독할 정도로 체력훈련을 많이 했다. 특히 레이스 후반 체력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3000m와 5000m 등 장거리를 많이 탔다. 그 효과가 이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거리 훈련을 할 때는 역시 한국체대 동기이자 소속팀 동료 이승훈(25)이 큰 도움이 됐다. 이승훈은 밴쿠버 올림픽 남자 1만 m 금메달리스트다. 모태범은 “대회를 치를 때마다 많을 걸 배우면서 감이 살아나는 걸 느낀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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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판도 소름… 피겨 여왕의 여유

    “심판들이 소름 끼칠 정도의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여왕’의 연기는 역시 클래스가 달랐다. 부상을 털고 올 시즌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 주무기였던 트리플-트리플 점프 실수에도 김연아의 연기는 전 세계 피겨 팬들의 가슴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김연아는 8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0.60점과 예술점수(PCS) 71.52점, 감점 1점 등으로 131.12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73.37점)를 합쳐 204.49점을 기록한 김연아는 안도 미키(일본·176.82점)를 큰 점수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날 김연아의 성적은 역대 국제대회에서 자신이 받은 점수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아디오스 노니노’를 배경 음악으로 한 프리스케이팅 연기 초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면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점프 실수로 기술점수는 60.60점에 머물렀지만 이후 안정적인 연기로 예술점수 71.52점을 받아 단숨에 실수를 만회했다. ‘매의 눈’으로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4명의 한국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심판들도 한결같이 김연아만이 해낼 수 있는 예술적인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안나영 심판(계명대 교수)은 “예술적인 면을 보면 나무랄 데가 없었다. 대회 심판들도 대개 10점 만점에 9점대 이상을 줬더라. 초반 점프 실수만 없었다면 10점 만점도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수 심판은 “초반 실수가 있었다는 것을 빼고는 김연아의 스케이팅이 어떤 경지에 이르렀구나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 스케이트 날 사용, 스텝, 연결 동작 등이 예전과 비교해 훨씬 유연하고 부드러워졌다. 연기 자체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지희 심판도 “초반에 실수를 하면 대개의 선수들이 크게 흔들린다. 그런데 연아는 이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첫 번째 점프에서 뛰지 못한 더블 토루프를 연기 중반 트리플 러츠에 붙여서 뛴 것도 노련미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성희 심판은 이번 대회에 직접 심판으로 참가해 점수를 매겼다. 모든 심판이 “지금 상태로도 올림픽 2연패는 무난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내년 2월 소치 올림픽까지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었다. 안 심판은 “아직 100%의 몸 상태가 아니라고 스스로도 말했지만 좀 더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단기 지구력을 더 키우면 훨씬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심판도 “이미 다른 선수와는 격이 다른 연기를 보이고 있지만 김연아이기에 올림픽에서 더 수준 높은 연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일본)는 204.02점을 얻어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김연아보다는 0.47점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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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승환… 우람한 팔뚝, 우직한 돌부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마리아노 리베라(44)다.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뉴욕 양키스에서 보낸 그는 19시즌 동안 652세이브를 거뒀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리베라 하면 떠오르는 구종이 컷 패스트볼(커터)이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를 즈음 날카롭게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구종이다. 리베라가 던지는 공의 평균 10개 중 9개가 커터였고 나머지 1개는 직구였다. 타자들은 당연히 커터가 들어올 것을 알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리베라의 결정구가 커터 1개였다면 내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한신 유니폼을 입게 된 ‘끝판대장’ 오승환(31)에게는 2개의 필살기가 있다. 몇몇 전문가는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공이 없어 정교한 타자가 많은 일본 야구에서는 고전할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오승환은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한국에서처럼 직구와 슬라이더 2구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선수촌 병원에서 만난 오승환은 “상황에 따라 한두 개의 변화구를 더 섞을 순 있지만 두 구종으로 승부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진화한 ‘돌직구’ 오승환의 트레이드마크는 ‘돌직구’다. 타자의 눈에는 마치 돌덩어리가 날아오는 것처럼 보여 생긴 별명이다. 삼성 전력분석팀이 올해 측정한 기록에 따르면 구속도 155km까지 나왔다. 돌직구의 비결은 엄청난 손아귀 힘과 특이한 그립(공을 쥐는 법)에 있다. 오승환은 직구를 던질 때 보통 투수들처럼 손바닥으로 공을 완전히 감싸지 않는다. 손바닥과 공 사이에 작은 간격을 둔다. 또 엄지는 꺾어 밑에서 받친다. 마치 너클볼을 던질 때처럼 공을 찍듯이 잡는다. 이렇게 던지는데 돌덩이처럼 공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악력과 손목 힘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몇 해 전 오승환이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악력 측정을 했는데 당시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똑같은 150km라도 오승환의 돌직구는 타자들에게 더욱 위력적이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오승환을 상대했던 두산 홍성흔은 “평소보다 가벼운 방망이를 들고 나갔지만 배트 스피드가 공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직구인지 알면서도 삼진을 먹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오승환의 직구는 예년보다 위력이 배가됐다. 정교한 제구가 합쳐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오승환은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만 보고 힘 있게 공을 던졌다. 실투에 가까운 공에도 타자들은 헛스윙하기 일쑤였다. 올해는 마음먹은 곳에 공을 던질 줄 알게 됐다. 오승환은 “우리 팀 타자들에게 어떤 코스의 공에 방망이가 잘 따라 나오는지 물었더니 눈에서 가까운 쪽 공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높은 공을 종종 던졌는데 헛스윙을 잘 이끌어냈다. 직구 제구가 안정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 커터를 닮은 슬라이더 오승환의 슬라이더도 한 단계 진화했다. 예전에는 슬라이더가 130km 후반대였지만 올해는 종종 승부구로 사용한 슬라이더가 140km대 후반까지 빨라졌다. 몇몇 구단에서는 이 공을 커터로 분석하기도 한다. 오승환은 “3년 전 류중일 감독님으로부터 슬라이더를 좀 빠르게 던져 보라는 주문을 받고 꾸준히 연습해 오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전에 썼다. 그립은 슬라이더와 똑같다. 던질 때 힘을 조절해 스피드와 떨어지는 각도를 조절한다”고 했다. 슬라이더를 보통 슬라이더와 커터, 2개의 구종으로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승환은 또 올 시즌 아주 가끔씩 떨어지는 공의 일종인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스플리터)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결정구는 아니지만 스플리터나 커브 등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언제든 경기에 사용할 정도는 된다. 상대 타자나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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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신 ‘22번’ 오승환 “日 최다 46 S 깨겠다”

    “안녕하세요. 한신 타이거즈 투수 오승환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다 내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명문팀 한신에서 뛰게 된 오승환(31·전 삼성)이 4일 서울에서 정식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조건은 2년간 최대 9억 엔(약 93억 원). 그런데 자칫했으면 오승환은 내년에도 삼성에서 뛸 뻔했다. 이날 조인식에 참석했던 송삼봉 삼성 단장은 오승환의 계약과 관련된 흥미로운 뒷얘기를 들려줬다. 오승환이 한 해 전 이미 해외 진출을 타진했고, 당시 송 단장은 “우리가 한국시리즈 3연패에 성공하면 외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던 것. 송 단장은 “1승 3패로 몰린 올해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오승환에게 ‘이러다 외국 못 가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그랬더니 승환이가 ‘아닙니다. 우리가 무조건 이깁니다’라고 하더라. 그리고 정말 기적처럼 내리 3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고 회상했다. 이날 입단 조인식에서 그동안 한국에서 뛰며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알려 달라는 질문에 오승환은 올해 한국시리즈 7차전을 꼽았다. 그는 “9시즌을 뛰면서 277세이브를 했는데 매 경기가 항상 중요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는 우리가 최초로 통합 3연패(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차지했고, 그 덕분에 나도 해외 진출을 하게 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만약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더라도 오승환을 보내줬겠냐’라는 질문에 송 단장은 “정말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승환이와 정말 많은 대화와 협상을 하지 않았겠냐”라고 답했다. 내년 시즌부터 한신의 전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의 등번호인 22번을 달게 되는 오승환은 “한국에서 해 온 대로 매 경기 공 하나하나 집중해서 던진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분에 넘치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에서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한신의 우승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후지카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46개) 경신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그 기록을 깬다는 것은 팀 성적도 그만큼 좋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팬들도 많이 좋아해 주실 것 같다”고 답했다. 오승환은 10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해 13일 현지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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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겨여왕 김연아, 담담… 당당…

    ‘피겨 여왕’ 김연아(23·사진)의 표정은 편안했다. 수백 개의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말도 여유가 넘쳤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가벼운 것 같다.” “결과와 점수에 대한 욕심은 없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내지 않고 침착하고 차분하게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연아에게 5∼7일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는 내년 소치 겨울올림픽 2연패를 향한 리허설 무대다. 오른 발등 부상으로 당초 출전하기로 했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2개 대회를 모두 건너뛴 그에게 올 시즌 첫 출전 대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출국을 위해 3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들어선 김연아에게서는 자신감을 넘어 무심(無心)의 경지에 들어선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김연아는 먼저 “올림픽 시즌을 늦게 시작했는데 늦은 만큼 더 철저히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대회는 새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이니 욕심내기보다는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솔직히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욕심과 부담감이 전혀 없다. 대회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이자 밴쿠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사다 마오(일본)에 대한 질문에도 “주니어 때부터 많이 비교당하고 라이벌 의식도 있었기에 서로 피하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기부여가 되고 자극이 되는 선수였다. 아사다가 없었으면 나도 이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시즌은 나에게도 아사다에게도 선수로서 마지막이 될 거 같은데 그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각자 열심히 해서 후회 없이 마지막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 삽입곡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Clowns)’를,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선보인다. 그는 “점프 구성은 예전과 똑같을 것 같다. 나머지는 며칠 후에 보여 드리겠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연아가 출전하는 이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6일 저녁, 프리스케이팅은 7일 저녁(한국 시간) 열릴 예정이다. 비슷한 날짜인 5∼8일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아사다 등이 출전하는 ISU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린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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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화, 빙속월드컵 3차 500m 1위… 5연속 金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사진)가 월드컵 시리즈 500m에서 5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이상화는 29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 1차 레이스에서 37초27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 예니 볼프(독일·37초70)와는 0.43초 차. 이상화는 올 시즌 출전한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 다섯 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우승했다. 빙질이 좋지 않은 탓에 신기록 행진은 이어가지 못했지만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상화는 올해에만 4차례 세계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상화는 이달 중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 세계신기록(36초36)을 세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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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들이 뽑은 올해 최고 스타는?

    누가 가장 좋은 선수인지는 함께 뛴 선수들이 가장 잘 안다. 선수들이 직접 올해 최고의 선수를 뽑는 ‘스포츠토토와 함께하는 2013 동아스포츠대상’(동아일보, 스포츠동아, 채널A,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토토 공동 주최)이 다음 달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동아스포츠대상은 국내 5대 프로스포츠(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프로골프)를 망라하는 유일한 시상식으로 종목별로 올해의 선수를 선정한다. 종목별로 30∼45명씩 총 277명의 선수가 투표인단으로 참여했으며 동아스포츠대상 운영위원회가 종목별 올해의 선수 후보와 투표인단을 확정했다. 프로야구에서는 홈런왕 박병호(넥센)를 비롯해 다승왕 배영수(삼성), 이병규(LG)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프로축구에서는 김신욱(울산), 김진규(서울), 신화용(포항), 최은성(전북) 등이 유력한 올해의 선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올해의 선수에게는 1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올해의 선수를 남녀 부문으로 각각 뽑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프로골프 수상자에게는 500만 원씩이 주어진다. 한편 특별상 주인공은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류현진(LA 다저스·사진)으로 결정됐다. 류현진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14승 8패에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도 승리투수가 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미쓰에이와 크레용팝이 축하 무대에 오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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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서 프런트로… 한국 프로야구 축이 움직인다

    “야, 뛰어.” 불호령 같은 한마디였다. 그는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점심 무렵 시작된 달리기는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계속됐다. 김응용 감독(현 한화 감독)이 해태 감독이던 1980년대 후반 어느 날이었다. 연습 전 한 프런트(지원팀) 직원이 장난 삼아 선수용 배트를 꺼내 공을 쳐 본 게 발단이었다. 마침 운동장에 나오다 그 모습을 지켜본 김 감독은 그 직원을 오후 내내 뺑뺑이 돌렸다. 그 시절 김 감독은 절대 권력자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됐다. 요즘 한국 프로야구에 제왕적 감독은 없다. 올해부터 한화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조차 ‘열혈남아’보다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 지금은 프런트의 시대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최근 들어 감독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계약 기간과 관계없이 포스트시즌에 진출 못하면 잘리는 게 기본이다. 성적이 나쁘면 좋은 성적을 내라고 하고, 좋은 성적을 내면 더 재미있는 야구를 하라고 한다. 두산 프런트는 27일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는 김진욱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김 감독은 2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고, 올해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해임의 칼날을 피하진 못했다. 두산 프런트가 내세운 메시지는 명확했다. “잘나갈 때일수록 팀의 리빌딩이 필요하다. 두산이 계속 강팀으로 남아 있으려면 선제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김 감독으로는 내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힘들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두산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을 모두 잡지 못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임재철과 이혜천을 각각 LG와 NC에 빼앗겼고, 거포 유망주인 윤석민은 넥센으로 트레이드했다. 모든 게 프런트의 결정이었다. ○ “가슴에 사표를 넣고 산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선수 출신으로 야구단의 밑바닥에서 시작해 ‘프런트의 꽃’이라는 단장에 올랐다. 1983년 롯데 기록원으로 야구단에 처음 발을 디뎠고, 1990년 두산으로 옮겨 매표소 담당, 매니저, 운영팀장, 운영본부장을 거쳐 2011년부터 단장에 올랐다. 프런트 생활만 30년이다. 김승영 사장도 1991년 두산 프런트로 시작해 20년 넘게 야구판에 몸을 담았다. 이전에도 프런트 야구를 표방한 몇몇 구단이 있었다. 하지만 대개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모기업에서 구단 고위직으로 내려왔지만 기업 경영 방식을 야구단에 그대로 적용하려다 간섭으로 받아들인 감독과 갈등을 빚기 일쑤였다. 두산뿐 아니라 여러 팀에서 프런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선수 수급을 비롯한 선수단 구성, 코치 영입과 같은 육성 분야는 프런트가 맡고, 감독은 주어진 선수단을 활용해 이기는 것으로 역할이 축소된다. SK의 민경삼 단장 역시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프런트 야구를 지향하고 있고, 넥센 이장석 대표는 선수 스카우트에도 직접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 대표가 주도한 선수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영입은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야구에 대한 경험을 쌓은 프런트들이 늘어나면서 프런트 야구는 점점 대세가 되고 있다. 김성근 전 SK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과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이 ‘감독 야구’를 했던 마지막 세대가 되고 있다. 주요 선수를 모두 놓친 데 이어 감독까지 경질한 두산 프런트는 요즘 팬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는 길이 옳다고 확신한다. 김승영 사장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 당장 내년에 좋은 성적이 나지 않더라도 3∼4년 후에는 지금 뿌린 씨앗들이 훌륭한 성과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두산 관계자는 “항상 가슴속에 사표를 품고 있다. 결과로 말하는 곳이 프로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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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 김진욱 감독 전격 해임… 왜?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더욱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내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26일 만난 프로야구 두산 관계자의 말은 단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김선우, 임재철, 윤석민 등 최근 몇 년간 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을 대거 떠나보낸 것에 대한 설명인 것 같았다. 하지만 불과 하루 뒤인 27일 두산은 김진욱 감독 전격 해임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빼들었다. 두산은 이날 오후 늦게 보도 자료를 내고 “김진욱 감독을 해임하고 송일수 2군 감독(63)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파격 행보의 결정판 2012년 두산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 감독은 3년 계약을 해 내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다. 김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고, 올해는 4위로 시즌을 마감한 뒤 포스트시즌 내내 돌풍을 일으켰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을 3승 2패로 이겼고, 플레이오프에서는 LG를 3승 1패로 꺾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3승 1패까지 앞섰으나 남은 3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멈춰서야 했다. 김 감독은 시즌 후에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마무리 캠프까지 선수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구단은 김 감독의 지도력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선수들은 아버지 같은 리더십을 내세운 김 감독을 신뢰했지만 구단은 투수 운용을 비롯한 김 감독의 용병술에 대해 시즌 중반부터 공개적으로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곤 했다. 그리고 12월 휴식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감독 경질을 단행했다. 스토브리그 내내 이뤄진 파격 행보의 결정판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 팀으로 두산의 9대 감독으로 내년부터 팀을 이끌게 된 송일수 신임 감독은 일본 교토 출신으로 헤이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9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긴테쓰 등에서 포수로 활약했다. 1984년부터는 삼성에 입단해 3년간 한국 프로야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긴테쓰 배터리 코치와 라쿠텐 스카우트 등으로 활동했으며 올해부터 두산 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산은 “송 감독은 원칙과 기본기를 중요시하며 경기 중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 올해 2군 감독을 맡으면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선수들로부터 신임이 두텁다”라고 평가했다. 송 감독은 “팬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멋지게 이기는 야구를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열정과 능력을 남김없이 쏟아 붓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몇 년간 팀의 주축이었던 선수들이 대거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사령탑마저 교체되면서 두산은 내년 시즌부터 전혀 새로운 팀 컬러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잘나갈 때 혁신하지 않으면 위기가 온다. 정든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게 인간적으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더욱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LG, 보상선수로 KIA 신승현 지명한편 LG는 27일 자유계약선수(FA) 이대형의 보상선수로 KIA 신승현(30)을 지명했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인 신승현은 올 시즌 55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8홀드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2000년 쌍방울에 입단한 신승현은 2013시즌 도중 SK에서 KIA로 트레이드돼 불펜진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신승현은 통산 224경기 24승 26패 1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4.49를 기록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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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金 따고 놀이공원 가겠단다, 이팔청춘 심석희

    최광복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코치는 10년 전 심석희(16·세화여고·사진)를 처음 만났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최 코치는 “당시 강원 강릉 아이스링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유치원생이던 심석희는 분홍색 드레스에 새하얀 구두를 신고 공주처럼 링크에 왔다. 스케이트를 타러 온 게 아니고 오빠가 타는 걸 구경하러 왔었다”고 했다. 심석희의 기억도 같다. 그는 “다섯 살 위 오빠가 강릉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탔는데 그곳에 매점이 있었어요. 매점에서 군것질하고 게임을 하는 재미에 곧잘 오빠를 따라다니다가 조재범 코치님의 권유로 스케이트화를 신게 됐어요”라고 했다. 그 여섯 살 꼬마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선수가 됐다. 내년 2월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심석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난 시즌 6차례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고, 올 시즌에도 4차례의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딴 그는 소치 올림픽 금메달 0순위로 꼽힌다. 이달 중순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4차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심석희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난 여전히 부족한 선수” 쇼트트랙은 태릉선수촌에서도 가장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오전 5시 무렵이면 빙상장에 나가 몸을 푼다. 늦어도 오전 4시 45분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대부분이 잠들어 있을 무렵 2시간가량 스케이트를 타고 난 뒤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휴식을 한 뒤 다시 스케이트 훈련과 지상 훈련을 한다. 하루 6시간 이상의 강훈련이다. 심석희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이 같은 훈련을 소화한다. 심석희의 특별한 점은 연습 중 부족한 점이 있을 때 혼자 남아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스케줄이 없는 저녁 시간에도 곧잘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최 코치는 “석희는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는 스타일이다. 부족한 게 있으면 될 때까지 훈련을 한다. 그런 성실함이 있었기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나가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따니 만족할 만도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여전히 많이 부족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레이스의 흐름도 더 잘 읽어야 하고요, 단거리도 보완해야 하고요, 순발력도 더 키워야 해요.” ○ “금메달 따고 에버랜드 갈래요” 여섯 살에 처음 쇼트트랙을 시작한 후 그의 목표는 항상 똑같았다.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는 “목표를 이루려면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치 올림픽에서는 개수를 떠나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라고 했다. “금메달을 따고 나면 무얼 하고 싶냐”고 묻자 심석희는 대답 대신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으시면 안 돼요”라고 다짐을 받더니 “에버랜드에 가고 싶다”고 했다. 왜 하필 에버랜드일까. 그는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무서운 게 많잖아요. 롤러코스터 같은 걸 타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고 싶어요. 쇼트트랙의 짜릿함과 비슷한 게 많거든요. 올해 1년간은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한 번도 못 갔지만 내년 시즌이 끝나면 꼭 가고 싶어요. 그날은 무조건 자유이용권이에요”라고 했다. 빙판 위에서는 진지한 심석희지만 올림픽 이후를 말하는 그는 영락없이 평범한 여고생이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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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겨 차세대 경쟁하다 절친 됐어요”

    뭐가 그리 좋은지 눈빛만 마주쳐도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구르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는 16세 소녀들이기 때문일까. 박소연(16·신목고)과 김해진(16·과천고). 둘은 24일 열린 2013 전국 회장배 전국남녀 피겨 랭킹대회 여자 시니어 부문에서 1, 2위를 차지하며 ‘피겨 여왕’ 김연아(23)와 함께 내년 2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빙판 위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얼음판을 벗어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둘은 자리에 앉자마자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상을 다투는 선수끼리 친하게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둘은 학교도 다르고 매니지먼트 회사도 다르다. 박소연은 IB월드와이드, 김해진은 올댓스포츠 소속이다. 하지만 외롭고 힘든 피겨라는 운동을 함께하는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로서 둘은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경기 전후 링크에서 만날 때마다 수다 꽃을 피운다. 링크를 벗어나서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생일 등 기념일에는 서로 선물도 챙겨준다. 무엇보다 서로의 존재가 있기에 힘든 운동을 버텨내며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박소연은 “해진이의 표정 연기를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 연기 기술은 물론이고 예술성도 좋기 때문에 경기나 연습을 유심히 지켜본다”고 말했다. 김해진은 박소연에 대해 “스피드가 좋을 뿐 아니라 점프가 깔끔하다. 소연이가 있어서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둘은 내년에 올림픽 출전이라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 김연아가 내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기 때문에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각자 힘으로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 멀고 험한 길이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평창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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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 자꾸 빠져나가는 두산, 민둥산 될라”

    26일 오후 프로야구 팬 커뮤니티에서는 두산 팬들의 ‘FA 선언’이 잇따랐다. 조건에 맞는 팀을 골라 소속 팀을 옮길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제도에 빗대 “이제 응원팀을 두산에서 다른 팀으로 바꾸겠다”는 팬이 줄을 이은 것이다. 두산 팬들의 FA 선언은 팀 내 거포 유망주로 손꼽히던 윤석민(28·내야수·사진)을 넥센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31·외야수)과 맞트레이드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두산은 ‘이천의 기적’을 자랑하는 팀이다. 경기 이천시에 있는 퓨처스리그(2군) 선수단 훈련장에서 유망주가 끊임없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두산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유망주가 너무 많은 탓에 2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도 1군 무대서 충분히 기회를 얻지 못하는 유망주도 적지 않았다. 두산 팬들이 올 스토브리그 때 베테랑급 선수들의 잇따른 이적을 보고 “가슴은 아프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간다”고 말한 이유다. 그러나 윤석민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이 같은 동정론조차 거의 없다.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일단 윤석민이 장민석보다 나이가 어리다. 또 야구에서는 일반적으로 내야수가 외야수보다 가치가 높다. 게다가 윤석민은 지난해 6월 24일 대전 한화 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칠 정도로 장타력도 갖췄다. 따라서 FA 최준석(30)이 롯데로 옮기면서 생긴 ‘오른손 거포’ 공백을 채우기에 가장 적합한 선수가 윤석민이었다는 게 두산 팬들의 평가다. 하지만 구단의 평가는 달랐다. 두산 관계자는 “윤석민은 (3루) 수비력에 문제가 있고 부상도 잦은 편이다. 3루 자리에는 이원석(27)과 최주환(25)이 있고 2군에도 그 자리를 메울 선수들이 넉넉히 있는 편”이라면서 “각 팀이 빠른 야구를 추구하는 추세 속에 언제든 뛸 수 있는 외야수가 필요했다. FA 이종욱이 NC로 떠났고 베테랑 임재철마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하면서 외야수가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현수(25) 정수빈(23) 민병헌(26) 박건우(23) 등 외야 자원도 충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수빈이와 (박)건우도 좋은 외야수인 것은 맞지만 장민석의 가세로 새로운 경쟁 구도가 생기면서 더욱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지금 팬들께서 서운해하시는 마음을 알겠지만 내년 성적을 보고 나서 평가해 주시면 좋겠다”며 “장기적으로 강팀이 되려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한 트레이드였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2011년 김진욱 감독 부임 뒤로 선수단 구성이 크게 변했다. 2011년 가장 이닝 소화가 많았던 국내 투수 10명 중 6명(60%)이 두산 엔트리에서 빠졌고, 1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14명 중 6명(42.9%)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1군 엔트리 26명에서 외국인 선수 2명을 빼면 딱 절반(12명)이 팀을 떠난 것이다. 전임 김경문 감독 시절 두산은 단골 4강팀이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2001년이 마지막이다. 과연 두산이 이런 ‘급진적 체질 개선’을 통해 13년 만의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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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빌딩 나선 두산, 투수 맏형 김선우도 방출

    두산이 또 한 명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냈다. 메이저리그를 거쳐 2008년부터 두산의 중심 투수로 활약해 온 김선우(37·사진)다. 두산은 25일 “김선우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김선우에게 은퇴와 함께 코치 연수를 제안했지만 현역 생활에 미련이 남은 김선우는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두산은 그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기로 했다. 2011년 16승(7패)을 거두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김선우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지난해 6승 9패로 부진했고, 올해도 5승 6패에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두산 관계자는 “김선우는 선발로 뛰어줘야 할 선수다. 그런데 현재 몸 상태로는 선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은퇴를 권유했다. 본인은 선수 생활 연장을 고수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5억 원의 연봉을 받은 김선우의 적지 않은 몸값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로운 신분이 된 김선우는 나머지 9개 팀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 롯데에서 재기 불능 판정을 받은 손민한을 데려와 쏠쏠한 재미를 본 NC와 투수력이 부족한 몇몇 팀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김선우는 “내 능력이 부족해 두산에서 은퇴를 하지 못했다. 팬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투수진의 맏형인 김선우가 팀을 떠나는 등 2000년대 후반 두산의 주축이었던 선수들이 대거 팀을 옮겼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종욱과 손시헌은 NC행을 택했고 최준석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외야수 임재철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세대교체를 이루게 된 두산은 내년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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