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4일 폐막한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에서 러시아의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31·독일 베를린예술대 대학원)가 우승했다. 그로모프 씨는 5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으며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리사이틀 무대를 가질 기회도 얻었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는 25개국 140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예비 심사와 1, 2차 예선, 20∼21일 준결선을 거쳐 23∼24일 열린 결선에서는 4개국 6명이 실력을 겨뤘다. 공동 2위는 한국의 정한빈 씨(21·한국예술종합학교)와 숀 천 씨(23·미국 줄리아드음악원 대학원·미국)가 차지했다. 4위는 김현정 씨(20·한국예술종합학교), 5위는 크리스토퍼 구즈먼 씨(30·미국 텍사스대 대학원·미국), 6위는 천윈제 씨(31·미국 클리블랜드음악원 대학원·중국)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6∼4위가 발표된 뒤 3위가 없이 공동 2위가 발표됨으로써 바로 1위가 밝혀진 것. 그로모프, 숀 천, 정 씨가 나란히 무대 중앙으로 나와 이어지는 발표를 기다렸고, 그로모프 씨가 1등으로 밝혀지면서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러시아 그네신 음대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컨서버토리를 거쳐 독일 베를린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그로모프 씨는 1차 예선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그는 2009년 이탈리아 마리아 골리아 국제콩쿠르 1위, 2008년 이탈리아 슈만 국제콩쿠르 1위에 오른 실력파다. 그는 1위가 발표된 뒤 수상 소감으로 “고맙습니다(Thank you)”라는 한마디만 하고 물러섰다. 그로모프 씨는 시상식이 끝난 뒤 “모든 감사의 의미를 담은 함축적인 소감이었다. 동료 참가자들, 심사위원들, 그리고 관객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결선 연주에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 b플랫단조를 성숙하고 개성적인 연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연주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심사위원들은 “음악적인 면이나 테크닉적으로도 완벽했다”(문익주), “기본에 매우 충실하면서도 강렬한 연주였다”(자크 루비에)고 찬사를 보냈다. 그로모프 씨는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경험이 많으니 성숙한 연주로 봐주신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 공동 2위에 오른 정한빈 씨는 병역특례혜택도 받게 됐다.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한국인 남자출연자가 1, 2위에 오를 경우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선에서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2번 A장조를 연주한 정 씨는 “많이 떨렸지만 최선을 다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며 기뻐했다. 정 씨와 함께 2위에 오른 숀 천 씨는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연주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번 콩쿠르의 레퍼토리가 방대하고 거의 매일 연주를 해야 해서 준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며 “입상해서 기쁘고 대회 운영도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편 결선이 열린 23, 24일 대회 현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연속으로 1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출신인 아비람 라이케르트 서울대 교수, 강충모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윤철희 국민대 교수를 비롯한 많은 음악평론가와 클래식 애호가들이 결선 무대를 찾아 피아노 샛별들의 열정적인 연주에 응원과 갈채를 보냈다. ▼ “뛰어난 연주+열정적 심사+완벽한 진행… 감탄” ▼심사위원들 총평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뛰어난 테크닉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이뤄낸 모든 성과를 생각할 때 모든 참가자가 우승자입니다.”(한동일 심사위원장) 이번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는 9개국, 11명의 위원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각각 현역 피아니스트이거나 유수의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그리고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로 심사 소감을 밝히기 위해 무대 중앙으로 나서면서 참가자 못지않은 큰 박수를 받은 한동일 심사위원장은 “참가자뿐만 아니라 의욕적으로 심사에 임한 위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수준의 음악적 성장은 단지 기량뿐만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다. 참가자들이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표현하는 연주가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여름학교 방문교수와 독일 베토벤 피아노콩쿠르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독일의 파벨 길릴로프 씨는 “참가자, 운영자, 심사위원 등 삼박자가 잘 들어맞은 매우 환상적인 콩쿠르였다. 3년 뒤 피아노 부문이 열릴 때 다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베를린국립음대 교수인 자크 루비에 씨도 “음악적 수준이 높았고 매우 아름다운 대회였다. 대회 운영에서도 흠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고 말했다. 한국 심사위원들은 이번 대회 운영 위원을 겸했다. 문익주 서울대 교수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 평가하기가 쉽지 않았다. 1등을 못한 참가자도 사실상 1등”이라고 말했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제자들이 몇 명 참가해서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제가 제자에게 점수를 줄 수 없는 규칙이 있었지만 다른 심사보다 세 배는 힘들었다”며 웃음 지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어깨 통증이 있어서 매일 아침 병원에 가서 주사 맞으면서 대회에 임했어요. 준결선 때는 너무 지쳐서 힘들었죠. 마지막에 리스트의 소나타를 칠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요.”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참가한 김현정 씨(20)는 21일 결선에 오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결선에서는 열심히 준비한 걸 다 발휘했으면 좋겠고, 순위에 신경 쓰기보다는 탈 없이 곡을 완주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12일 16개국 46명의 신예 피아니스트들이 예선 경연에 돌입하며 시작한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21일 준결선을 거쳐 결선 진출자 6명을 가려냈다. 김 씨를 비롯해 정한빈(21·한국), 숀 천(23·미국), 크리스토퍼 구즈먼(30·〃), 천윈제(31·중국),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31·러시아)가 결선에 올랐다. 열흘 동안 진행된 예선, 준결선의 관문을 통과한 패기의 연주가답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가득했다.국제콩쿠르 결선 진출이 처음이라는 숀 천 씨는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선보이는데 좀 짧긴 하지만 특유의 선율을 잘 살려 관객과의 교감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개의 콩쿠르에 참가해 6번 입상한 그로모프 씨는 이번 콩쿠르를 슬럼프 탈출의 계기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번 우승 이후 한동안 피아노를 멀리했지만 피아노를 떠나서는 제가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이번 대회에 참가했고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구즈먼 씨는 “정말 좋은 연주자가 많이 참가해서 힘들 것이라고 봤는데 결선에 진출해서 너무 기쁘다. 결선에서는 브람스 d단조 협주곡으로 풍성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선보일 생각”이라고 했다.결선 진출자들은 대회 운영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천윈제 씨는 “대회 운영이 매우 매끄럽다.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해줘서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연습실 사용 시간과 연주 대기 시간을 잘 챙겨줬고 마실 물까지 챙겨주는 등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다. 결선은 편안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치를 것”이라고 했다.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대미를 장식할 결선은 23일 오후 7시, 24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결선 진출자들은 이대욱 한양대 교수가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을 통해 실력을 겨룬다. 콩쿠르 실황은 동아닷컴(www.donga.com/concours/seoulmusic)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예술TV 아르떼에서도 볼 수 있다. 1만5000∼3만 원. 02-361-1415∼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월 세상을 떠난 저자의 유작.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설렘과 사랑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렸다. 간결하면서도 꾸밈없는 문장과 온기가 느껴지는 그림이 만나 아기 마중에 나서는 가족의 행복한 일상이 훈훈하게 펼쳐진다. 엄마는 신선하고 영양가 많은 음식을 골라 먹고, 마음도 배 속의 아기에게 나누어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되도록 넉넉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한다. 아빠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벽지를 바꾸고, 아기 침대도 고치고, 놀이터의 부서진 그네도 즐거운 마음으로 손을 본다. 할머니가 준비한 것은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이야기 선물이다. ‘할머니는 아기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줄 작정입니다. 아기에게 꿈을 줄 작정입니다. 아기가 오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할머니의 나날은 저녁노을처럼 찬란해집니다.’ 저자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그림책은 가장 어린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읽힐 것 같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누군가가 흥분해서 말했다. “3월에 열린 소련의 인민대표회의에서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던데, 이번 개혁이 소련이고 동구권이고 할 것 없이 다들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잠시 서로 말없이 멀뚱거린다. 다른 누군가가 적막을 깨고 국방색 담요를 편다. “점에 백 원은 어때?” 고스톱판이 벌어지고, 마지막 혁명론자들은 화투에 열중한다. 단편 ‘친구와 그 옆 사람’에는 1980년대 운동권 세대들이 1990년대를 맞아 목표 없이 방황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이 꿈꿨던 민주화는 왔지만 여전히 사랑에도, 삶에도 미숙한 존재로 남았다. 인물들의 피폐해진 정서는 사막이라는 이미지로 함축된다. 1986년 여성동아 장편공모로 등단한 저자는 7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을 통해 인간의 상실감과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람들의 얘기를 담담히 전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어머니가 위암으로 세상을 뜬 지 8년 후. 한가한 일요일 오후 아버지가 대뜸 말한다. “내가 보기엔, 그 여자가 원인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은수, 경수 남매는 아버지의 뜬금없는 선언이 궁금하다. 시장에 위치한 ‘국제상사’란 의류상가 앞에서 양말 행상을 하던 어머니는 국제상사 주인인 여자에게 자릿값을 내면서도 10년 동안 온갖 멸시와 박해를 받았고, 그 여파로 위암이 생겼다는 것이다. 남매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아버지의 ‘국제상사 여자’ 복수 계획에 마지못해 참여한다. 복수에 나서는 가족 얘기를 그렸지만 작품은 한 편의 시트콤처럼 우스꽝스럽고 천진난만하기까지 하다. 위암의 발병과 ‘국제상사 여자’를 결부시켜 장엄한 복수 분위기를 연출하는 설정 자체도 웃기지만 아버지의 캐릭터가 웬만한 코미디언 뺨친다. 이를테면 이렇다. 아버지는 어느 날 공업용 스테이플러를 집에 들여온다. 이유는 “이제 바느질을 안 해도 된다”는 것. 찢어진 옷이나 가방, 심지어 뒤축이 나간 신발에 아버지는 철심을 박는다. 남매는 “대단해요. 아빠”하며 환호하지만 철심이 박힌 옷과 가방 때문에 친구들에게 “거지같다”며 놀림을 받는다. 게다가 철심이 피부에 상처까지 내는 상황. 결국 스테이플러를 되팔고 그 돈으로 가족은 고기를 사다 구워먹는다. 못내 아쉬워하는 아버지.‘국제상사 여자’의 내막이 드러나며 작품은 전환을 맞는다. 아버지의 지령에 따라 국제상사에 위장 취업해 ‘국제상사 여자’의 동태를 살피고, 딸은 “동생을 보러 왔다”며 그 여자에게 접근한다. 이들이 캐낸 ‘국제상사 여자’는 그렇게 악독하지도 않을뿐더러 내면의 상처까지 안고 있다. 아들이 뉴질랜드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 상태였던 것. 작품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키위새를 통해 전한다. 뉴질랜드 국조인 키위새는 날지 못하는 새다. 연애와 진로 고민을 하던 ‘국제상사 여자’의 아들은 편지에서 “키위새처럼 날지 못할 것 같다”며 절망하고, ‘국제상사 여자’는 “키위새가 나 같아. 하지만 이 새는 국가의 보호를 받지만 나는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해”라며 아파한다. 복수 일념에 불타 체력을 키우기 위해 정력제를 먹는 어설픈 아버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지만 현실은 주부를 대상으로 한 의상학원에서 일하는 딸, 이삿짐센터 등에서 일하는 아들 등 작품에 등장하는 서민들의 모습은 모두 날지 못하는 키위새와 같다. 코믹하면서도 숨 가쁘게 달려간 전반부에 비해 ‘국제상사 여자’의 죽음이 불분명하게 처리되는 등 마무리는 아쉽다. 은수가 학원의 주임선생이 되고 경수가 연애를 시작하는 등 ‘훈훈한’ 후반 설정도 얼마간 작위적인 느낌이다. “죽음과 복수라는 얘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쓰고 싶었다. 가족의 의미를 뒤돌아보고, 키위새와 같은 소시민의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유재근 호주뉴질랜드은행 전무 박정수 마포경찰서 직원 장모상=2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3일 오후 2시 02-3010-2238}

■ MOVIE◆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남편이 의사인 중산층 가정의 전업 주부 인희는 아들과 딸, 치매 걸린 시어머니까지 보살피며 산다. 힘들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그는 갑자기 소변보는 것이 불편하다. 남편 정철의 손에 이끌려 간 병원에서는 자궁암으로 진단한다. 더구나 남은 삶이 얼마 안 남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과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도박에 빠진 동생, 철부지 아들과 딸이 더 걱정이다. 정철은 아내의 남은 생을 위해 전원주택을 준비한다. 민규동 감독. 배종옥 김갑수 김지영 출연. 21일 개봉. 15세 이상.정지욱 착해도 너무 착한 나머지 과유불급, 아픔의 강약이 아쉽다.★★★☆민병선 기자 비등점을 못 넘는 눈물의 곡선. ★★★◆상실의 시대17세 와타나베는 친구 기즈키와 그의 연인 나오코와 항상 어울렸다. 어느 날 기즈키가 자살하자 와타나베는 고향을 떠난다. 도쿄의 대학생이 된 와타나베를 나오코가 찾아온다. 둘은 매주 함께 산책을 하면서 가까워지고 나오코의 스무 살 생일날 사랑을 나눈다. 그 후로 연락이 끊어진 뒤 나오코에게서 요양원에 있다는 편지를 받는다. 한편 와타나베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톡톡 튀는 성격의 미도리에게 나오코와는 다른 매력을 느낀다. 트란 안 훙 감독. 기쿠치 린코, 마쓰야마 겐이치 출연. 21일 개봉. 18세 이상이상용 아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트란 안 훙과 하루키의 만남만으로도…. ★★★☆정지욱 한 세대 이전의 시선, 영화라는 시각에서 으뜸이라 할 만하다. ★★★★◆ 제인 에어봉건적이고 보수적인 19세기 귀족 사회에서 가난한 고아로 태어난 제인 에어. 여인의 교양보다는 지성을 택한 그녀는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가 된다. 그는 이곳에서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에게 영혼이 통하는 운명 같은 사랑을 느낀다. 정해진 약혼녀가 있는데도 당당한 제인에게 매혹되는 로체스터는 끊임없이 제인의 사랑을 시험하고 갈구한다. 신분과 계급 차에도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는 두 사람. 하지만 시대는 이들의 사랑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케리 후쿠나가 감독. 미와 바시코프스카, 마이클 패스벤더 출연. 20일 개봉. 12세 이상.정지욱 새롭기보다는 원작에 충실한 재해석. ★★★☆◆ 마셰티길거리 노동자나 부패한 정치인 암살범처럼 보이는 마셰티는 사실은 멕시코 출신의 전직 경찰관. 악명 높은 멕시코 마약 밀매업자 토레스와 맞붙어 가족을 잃은 그는 미국 텍사스로 탈출해 끔찍한 과거를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는 음모에 휘말려 상원의원 암살범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미모의 여수사관 사타나가 찾아와 그의 복수를 돕는다. 로버트 로드리게스, 이선 마니키스 감독. 대니 트레호, 로버트 드니로, 제시카 알바 출연. 20일 개봉. 18세 이상.정지욱 B급 영화에 걸맞은 유머와 해학이 넘친다. ★★★☆민병선 기자 비꼬고 비틀어도 밉지 않은 이유는…. ★★★★■ CONCERT◆ 노브레인 콘서트 결성 15주년을 맞은 노브레인이 6집 ‘하이 텐션’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넥타이’ ‘라디오 라디오’ 등 도시인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가사와 신나는 리듬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된다. 4만4000원. 2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02-322-8488◆ 이발사 윤영배 콘서트장필순의 ‘빨간 자전거를 타는 우체부’, 영화 ‘새드 무비’ OST 등 울림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던 윤영배가 첫 솔로앨범 ‘바람의 소리’를 내놓았다. 담담한 목소리와 꽉 찬 기타 사운드가 무대를 채운다. 3만3000원. 22일 오후 8시, 23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장충동 웰콤씨어터. 02-720-0750◆ 이병우&화음쳄버오케스트라 ‘로맨틱멜로디’ ‘왕의 남자’ ‘마더’ 등 영화음악으로 잘 알려진 이병우의 섬세한 클래식기타 멜로디가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녹아들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투우사의 기도’ ‘아랑훼즈’ 등 익숙한 클래식을 선사한다. 4만∼6만 원. 22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02-3274-8600 ◆ 가을방학 콘서트섬세하고 치밀한 가사, 또렷한 멜로디로 듣는 이의 마음을 콕콕 짚어내는 듀오 가을방학의 콘서트. 다양한 소재를 특유의 맑은 소리로 푼 ‘취미는 사랑’ ‘동거’ ‘속아도 꿈결’ ‘호흡 과다’ 등을 부른다. 4만4000원. 22, 23일 오후 8시. 24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홀. 02-338-3513■ PERFORMANCE◆ 왕자 호동 10월 이탈리아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청받아 공연하는 국립발레단의 창작 발레. 국수호 극작·연출, 문병남 안무, 김용걸 정영재 김주원 김리회 출연. 5000∼8만원. 22,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02-587-6181◆ 넌센스식중독으로 숨진 동료 수녀의 장례비용을 마련하려고 수녀 5명이 이색 공연을 펼치는데…. 1991년 초연이후 20주년을 기념해 초연 멤버인 우상민 민경옥 황수경이 출연한다. 박진선 연출. 4만∼5만 원. 6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더굿씨어터. 02-741-1234◆ 영국왕 엘리자베스캐나다 극작가 티머시 핀들리의 희곡을 3시간짜리 소극장 연극으로 풀어낸 작품. 엘리자베스 여왕의 삶을 셰익스피어와 만남을 통해 형상화했다. 오경숙 번역·연출, 김현아 양말복 장재호 출연. 3만 원. 5월 1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1666-5795◆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2001년 초연 이후 10년째를 맞은 인기 창작극. 고전동화를 난장이 반달이의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로 변주했다. 최인경 구윤정 최미령 강연정 4명의 역대 반달이가 릴레이로 출연. 박승걸 극작·연출. 1만5000원. 8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시어터. 02-556-5910■ CLASSICAL◆ 진은숙의 2011 아르스 노바 시리즈 Ⅱ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 진은숙 씨의 곡으로 마련한 현대음악 공연. 2009년 영국 BBC 프롬스에서 호평을 받은 진 씨의 ‘첼로협주곡’을 아시아에서 초연한다.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 협연. 1만∼5만 원. 22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88-1210◆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 리사이틀슈베르트 해석에 탁월한 실력을 뽐내는 피아니스트. 세계 순회공연의 일환으로 국내에 처음 내한한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5번 C장조 D.840 등을 선보인다. 3만∼10만 원. 23일 오후 5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031-783-8000◆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친절한 해설이 특징인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 씨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4번 D장조 K218 등을 연주. 1만5000∼2만 원.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독일 음악의 정수, 브람스 금난새 예술감독이 이끄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브람스 공연.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a단조 Op.102 등을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홍수진, 첼리스트 홍수경 자매 협연. 5000∼1만 원. 22일 오후 7시 반 인천 남동구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588-2341■ EXHIBITION◆ Combat-강영민 전 회화 영상 설치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조명한 작품들. 벽을 뚫고 나간 플라스틱 용기를 통해 대량생산의 이면을 경쾌하게 꼬집고, 사진과 철제구조물을 이용한 설치작품은 도시의 불안정함과 파괴적 성격을 드러냈다. 수집된 광고 이미지로 매스미디어의 선정성을 비판한다.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컨템퍼러리. 02-720-1020◆ 극사실회화-눈을 속이다전1985년부터 열리는 서울미술대전의 연례행사. 올해 주제는 극사실회화. 1970년대 후반 극단적 추상화인 모노크롬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극사실적 그림부터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40여 점을 시기별 주제별로 전시. 6월 1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3층. 02-2124-8800◆ 아트 캐슬전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문화숲 프로젝트’의 하나로 기획한 전시. 현실과 허상 속 공간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와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5월 29일까지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지하 1층 스프링플라자. 02-2157-8770◆ 미술관 사파리전어린이들에게 손으로 직접 만지고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미술체험전. 김남표 문병두 지용호 최은경 씨 등 현대미술작가 10명의 동물작품을 선보인 ‘아트 갤러리’ 등. 5월 29일까지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1만∼1만5000원. 02-562-4420}

소설가 두 사람이 있다. 자매이고, 쌍둥이다. 광주 광산구 도산동의 아파트에 함께 산다. 오전 9시부터 둘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언니는 방, 동생은 거실에 각자 자리 잡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동생은 한 줄도 안 써져 머리를 쥐어뜯는데 방에 있는 언니는 “따다닥” 자판 소리가 요란하다. 부아가 치민 동생이 소리친다. “야, 그렇게 자판 소리 요란하게 친 것 치고, 잘 나온 소설 없어.” 시트콤 한 토막 같은 상황은 ‘쌍둥이 소설가 자매’인 언니 장은진(본명 김은진·35) 씨와 동생 김희진 씨가 들려준 얘기. 새 장편 한 권씩 나란히 낸 이들 자매를 20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소설은 동생 희진 씨가 먼저 쓰기 시작했지만 등단은 언니 은진 씨가 먼저였다. 1999년 목포대 국문과에 다니던 희진 씨는 과제로 단편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전남대 지리학과에 다니던 언니 은진 씨가 꼴사납다는 듯이 쳐다봤다. 동생은 “그럼 너도 써봐”라고 말했고, 언니는 이튿날 난생 처음 쓴 소설을 동생에게 건넸다. 동생은 언니의 글을 소설가인 유금호 목포대 교수에게 보여줬고, “음, 가능성이 보이는군”이란 유 교수의 한마디에 자극받은 언니는 습작에 골몰했다. 언니는 200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동생은 3년 뒤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언니의 첫 소설을 읽었을 때 ‘나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 위기감이 좀 있었죠.”(희진 씨) “위기감은 지금도 있죠. 호호.”(은진 씨) 은진 씨는 등단하며 장은진이란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곧 등단할 동생과 헷갈리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은진 씨는 전기(電氣)를 먹고 사는 한 여자와 두 남성의 얘기를 그린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를, 희진 씨는 24시간 빨래방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옷의 시간들’을 나란히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냈다. 언니는 세 번째 장편, 동생은 두 번째 장편. 지난해 초 출판사가 두 사람에게 각각 인터넷 연재와 함께 장편 출간을 제의했고 이들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승낙했다. 7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매일 인터넷에 연재된 장편의 분량까지 사이좋게 원고지 850장가량으로 같다. 함께 연재하고, 출간했다. 경쟁심은 없을까. 언니 은진 씨가 “저의 글에 댓글이 하나 더 달린 날에는 왠지 미안했지요”라고 말하자 동생 희진 씨는 “그런 날에는 ‘쟤 소설이 내 소설보다 나은 게 뭔데’라고 투덜거렸다”며 웃었다. 둘은 작품 주제나 방향 등을 토론하는 가장 가까운 동료 문인이기도 하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초고도 허심탄회하게 보여주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하지만 문제도 있다. 경험과 취향이 너무 같아 소설까지 비슷해질 위험이 있다는 것. 동생 희진 씨는 “가급적 닮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사전 의견 교환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쌍둥이 소설가가 함께하는 다음 목표는 무얼까. “저희 둘 다 드라마나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나중에 함께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어요. 소설은 공동 창작을 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데, 집단 집필이 일반적인 시나리오는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은진 씨) 결혼 생각도 별로 없다는 이들 쌍둥이 자매를 당분간 떼어놓기는 어려워보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유정의 소설 ‘봄, 봄’이 오페라로 살아난다. 그랜드오페라단이 22일 오후 7시 반, 23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봄봄’(연출 안주은).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001년 소설에 곡을 붙여 초연했던 이 창작 오페라는 지난해부터 20여 차례 크고 작은 공연을 통해 수정되며 재탄생했다. 이 교수가 서곡을 추가로 작곡해 보탰고, 남자 주인공 ‘길보’(소설 속 화자 ‘나’)의 친구인 ‘영득이’와 결혼식 장면에서 나오는 함진아비를 넣는 등 인물을 추가해 극을 풍성하게 꾸몄다. 해학적인 원작의 미를 살려 익살적인 대사와 연기를 넣었고 한국무용단 ‘딘 댄스 프로젝트’의 춤으로 흥을 돋운다. 원작과 달리 ‘길보’와 ‘순이’의 결혼식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길보 역에 테너 전병호 김정훈, 순이 역에는 소프라노 이효진 오송하 씨가 출연한다. 3만∼7만 원. 02-2238-100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지난해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한 ‘LG와 함께하는 제6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루마니아 테너 스테판 마리안 포프(24)가 자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46·사진)와 함께 한국 무대에 오른다. 포프는 2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게오르규 내한 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됐다. 당초 출연 예정이던 테너 마리우스 브렌슈가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하자 게오르규가 최근 한창 떠오르고 있는 포프를 적극 추천해 출연이 성사됐다고 기획사인 마스트미디어 측은 밝혔다. 게오르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런던 로열오페라 등에 주역 가수로 출연 중이며 EMI사 등에서 수많은 오페라 전집과 독집음반을 내놓은 세계 정상급 소프라노. 그가 파트너로 선택한 포프는 지난해 4월 국내외 성악 기대주들이 모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91 대 1의 경쟁을 뚫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어 5월 참가한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에서도 우승해 테너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리리코(서정적) 테너인 그는 파바로티를 연상시키는 듬직한 체구에서 나오는 풍성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특징이다. 1년 여 만에 국내 관객들 앞에 서는 포프는 이번 공연에서 게오르규와 함께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중 ‘오 귀여운 처녀’,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신비로운 이 묘약’ 등 이중창과 아리아 여섯 곡을 노래한다. 7만∼22만 원. 02-541-2513 한편 피아노 부문에서 열리고 있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준결선이, 23,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6명이 겨루는 결선이 열린다. 1만5000∼3만 원. 02-361-1415, 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천재란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이 출중한 참가자가 많아요.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동일 일본 히로시마 엘리자베스음대 객원교수(69·사진)는 18일 심사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16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46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12일 예선을 시작해 이날 준결선 진출자 12명을 확정하며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했다. “심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게 적지 않습니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몇몇 학생만 가능했던 곡을 대다수 참가자가 어렵지 않게 연주해요. 기량뿐 아니라 프로그램 선택도 탁월합니다.” 심사위원단은 한 교수를 비롯한 국내 심사위원 3명, 해외 심사위원 8명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들이 보는 대회 수준은 어떨까. “심사위원들이 모두들 ‘원더풀’이라고 말해요. 스케줄도 대단히 좋고 대회 운영도 깔끔합니다. 한 심사위원은 농담 삼아 ‘호텔 방에 샤워기만 있고 욕조가 없는 게 딱 하나 흠’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한 교수는 국내 피아니스트계의 산증인이다. 1954년 12세 때 명문 줄리아드음악원에 입학했고, 1965년 레번트릿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인 최초 국제대회 입상 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심사위원장을 맡아 까마득한 후배들을 심사하고 있는 그에게 당시 우승 순간을 물었다. “결선에 5명이 올랐지요. 준비된 곡을 다 치고 나니 ‘베토벤 소나타 악장 하나를 천천히 쳐보라’고 하더군요. 연주를 마치니 심사위원이던 리언 플라이셔(83·‘왼손 연주자’로 유명한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내려와 웃으며 ‘생큐 베리 머치’라고 말했죠. 그때 우승을 예감했습니다.” 이 콩쿠르 우승 이후 한 교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세계적 연주가로 명성을 쌓았다. 이번 대회 우승자도 훌륭한 연주가로 성장할 기회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있지 않았다. “테크닉에 치중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에는 허재원 씨 등 국내 참가자 4명,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참가자 8명 등 총 12명이 올랐다. 준결선은 20,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6명이 겨루는 결선은 23,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만5000∼3만 원. 02-361-1415, 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신용 시인(66·사진)이 4년 만에 시집 ‘바자울에 기대다’(천년의시작)를 냈다. 시집에는 2006년부터 그가 살고 있는 경기 시흥시 인근의 소래포구가 펼쳐진다. 광활하고 장엄한 포구가 나오지는 않는다. 소외되고 잊혀지는 작은 해안가의 사물들이 주인공이다. ‘노골(露骨) 같네/맑은 이슬의 뼈 같네//제 몸의 물기란 물기 다 말리며, 뼈 하나로 서서/울타리도 못되는 울타리로 서 있는 것/마당이란, 안의 바깥이며 바깥의 안이라고 하지만/안과 밖의 경계도 지우며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는 것’(시 ‘바자울’에서) 갈대나 수수 등을 이어 만든 울타리인 ‘바자울’은 시인이 시집 내내 천착하고 있는 주요 소재다. 19일 출판사에서 만난 김 시인은 “도시적인 개념으로 보면 울타리 같지도 않은 게 바자울이죠. 하지만 그 속에는 원초적인 따뜻함과 생명이 들어있습니다”라고 했다. 바자울에서 뽑아낸 뼈의 이미지는 시 ‘다시, 바자울에 기대다’에서 ‘살’(생명)로 되살아난다. ‘회를 뜬 자리/살 한 점 붙어 있지 않은 앙상한 생선의 뼈만 떠오르지만/그 뼈를 끓이면, 한 끼의 공복을 메울 양식이 된다’ 김 시인은 “주변의 눈에 띄는 사물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갈대숲은 ‘갈대 하나 떼어놓으면 바람 잠시 앉았다 갈 의자 하나 되지 못하지만, 수천 수만의 몸이 얽혀 있으니 바람을 견디는 울’이 되고, 노을 진 염전은 ‘해바라기처럼 떠오르는 해가 노을의 밭을 경작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김 시인은 전남 완도군 신지도에 살며 2005년 시집 ‘환상통’을 냈고, 충북 충주의 산골마을인 도장골에 살며 ‘도장골 시집’을 묶어냈다. 거처를 옮기며 글을 쓰는 ‘방랑 시인’인 셈이다. 연유를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사물을 잠시 보고서는 알 수 없지요. 그 속에 들어가 살며 육화된 시, 만져볼 수 있는 시를 써야 제 스스로 공감이 갑니다.” “제발 이사 좀 그만 가자”는 부인의 성화에도 김 시인은 동해안이나 남해안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살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몇 년 뒤에는 작은 어촌 풍경을 담은 새 시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노재집 경도섬유 대표 별세·영석 경도섬유 부사장 부친상·박시흥 인터히트 대표 신동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이재돈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 이사 윤민호 까치관광 이사 장인상=1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3410-6912}
"천재란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이 출중한 참가자들이 많아요.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 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동일 일본 히로시마 엘리자베스 대학교 객원교수(69)는 18일 심사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16개국 46명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참가한 이 대회는 12일 예선을 시작해 이날 준결선 진출자 12명을 확정하며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했다. "심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게 적지 않습니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몇몇 학생만 가능했던 곡을 대다수 참가자들이 어렵지 않게 연주해요. 기량 뿐 아니라 프로그램 선택도 탁월합니다." 심사위원단은 한 교수를 비롯한 국내 심사위원 3명, 해외 심사위원 8명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그들이 보는 대회 수준은 어떨까. "심사위원들이 모두들 '원더풀'이라고 말해요. 스케줄도 대단히 좋고 대회 운영도 깔끔합니다. 한 심사위원은 농담 삼아 '호텔 방에 샤워기만 있고 욕조가 없는 게 딱 하나 흠'이라고 하더라구요. 하하." 한 교수는 국내 피아니스트계의 산 증인이다. 1954년 12세 때 명문 줄리아드 음악원에 입학했고, 1965년 리벤트리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인 최초 국제대회 입상 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심사위원장을 맡아 까마득한 후배들을 심사하고 있는 그에게 당시 우승 순간을 물었다. "결선에 5명이 올랐지요. 준비된 곡을 다 치고 나니 '베토벤 소나타 악장 하나를 천천히 쳐보라'고 하더군요. 연주를 마치니 심사위원이던 레온 플라이셔(83·'왼손 연주자'로 유명한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내려와 웃으며 '땡큐 베리 마치'라고 말했죠. 그때 우승을 예감했습니다." 이 콩쿠르 우승 이후 한 교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세계적 연주가로 명성을 쌓았다. 이번 대회 우승자도 훌륭한 연주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있지 않았다. "테크닉에 치중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LG와 함께 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에는 허재원 씨 등 국내 참가자 4명,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참가자 8명 등 총 12명이 올랐다. 준결선은 20,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6명이 겨루는 결선은 23,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만5000~3만원. 02-361-1415~6황인찬기자 hic@donga.com}

신경숙 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이 24일 게재 예정인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집계에 처음 올라 양장본 소설 부문 21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공지영 씨(사진)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 이후 ‘제2의 신경숙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 씨가 먼저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엄마를 부탁해’의 미국 진출을 도운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는 17일 “최근 공 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번역본을 미국 출판사들에 보냈고 그쪽에서 검토 중”이라며 “2주 정도 뒤에는 출간과 관련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공 씨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는 이 대표는 “이달 말 계약이 이뤄지면 내년 말쯤 미국 출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들…’은 2005년 국내서 출간돼 100만 부가 판매된 공 씨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소설의 인기를 바탕으로 2006년 배우 강동원, 이나영 씨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릴 적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유정과 어릴 적 불우하게 자라 뜻하지 않은 살인으로 사형수가 된 윤수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봉순이 언니’ ‘즐거운 나의 집’ 등 공 씨의 대표작들을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우리들…’을 해외 진출작으로 선정했다”며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어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정서, 그리고 사형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국경을 떠난 문학적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럽의 한 출판사와 이미 ‘우리들…’의 출간 계약을 마친 이 대표는 “아직 출판사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 미국 진출 등 가시적인 해외 판권 계약을 마쳤을 때 함께 밝히겠다”고 말했다.한편 ‘엄마를 부탁해’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양장본소설 부문 21위에 오른 데 대해 이 대표는 “이번 순위가 3∼9일 판매 집계를 바탕으로 했으며 ‘엄마를 부탁해’는 5일 공식 출간 이후 단 5일간의 판매만으로 순위에 포함돼 실제 순위는 훨씬 높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어느 초여름 저녁. 한 부부는 친구와 친척 가족을 바비큐 파티에 초대한다. 흥겨운 저녁 자리는 한 아이의 고함 소리에 깨진다. 아이들이 크리켓 경기를 하던 중 한 아이가 “나는 아웃이 아니야”라며 생떼를 썼고, 급기야 커다란 방망이를 들고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던 것. 다른 아이의 아버지는 이를 말리려다 급기야 방망이를 든 아이에게 정강이를 걷어채였고 홧김에 그 아이의 뺨을 때렸다. 파티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는다. 맞은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때린 남자를 고소했고, 남자도 변호사를 고용해 법정 공방에 나선다. 아이는 뺨을 맞을 만큼 맞을 짓을 한 건가, 그렇다면 때려도 될 만큼 나쁜 짓은 무엇인가.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파티에 참여한 8명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다. 파티에서 일어난 작은 돌발 상황을 시발점으로 다문화 사회와 인간관계의 내밀한 틈을 파고들었다. 2009년 커먼웰스 작가상 수상.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가 먼저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한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하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감독(사진)은 15일 오전 기자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실 소파에 앉히자마자 숨 가쁘게 말을 이어갔다. 음반이나 공연 얘기가 아니라 전날 일부 반환된 외규장각 도서 얘기였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는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장관의 힘이 컸어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1993년 한-프랑스 정상 간 합의를 했을 때도 프랑스 내 반발이 많았지요. 그때 반환을 강력히 주장한 주인공이 랑 전 장관입니다.” 정 감독은 1989∼94년 프랑스 국립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이때 그를 초빙한 사람이 랑 전 장관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밀접한 친분을 쌓았다. “예전부터 외규장각 도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랑 전 장관은 미테랑 전 대통령에게 ‘일단 빌려주기라도 하자’고 직언을 해 결국 미테랑 대통령이 1993년 한 권(휘경원원소도감의궤)을 한국에 가져올 수 있었어요. 이후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와 관련한 일들은 잊혀졌지만 랑 전 장관은 꾸준히 반환 노력을 해왔죠.” 정 감독은 자신도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2년 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오페라 공연을 할 때 랑 전 장관을 우연히 만나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랑 전 장관은 지난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나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직언을 했다. 정 감독 자신도 지난해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직접 “외규장각 도서는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편지를 썼고, “지금 잘되고 있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그는 밝혔다. 정 감독은 마침내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이 시작된 것에 대해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빌려주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죠. 프랑스가 갖고 있는 산더미 같은 (다른 나라의) 유물의 전례가 될 수도 있고요. 일부에서는 대여 형식을 문제 삼지만 한번 들어온 것이 다시 나가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프랑스인인 랑 전 장관이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왜 적극적일까. 정 감독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그는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한국에 호의적인 시각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정 감독은 “외규장각 도서가 모두 반환될 때쯤에 정부 차원에서 랑 전 장관을 초청해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인문·교양 시인 신동문 평전(김판수 지음·북스코프)=4·19혁명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아! 신화같이 다비데군들’의 시인이자 출판인, 논객인 신동문의 생애를 다룬 첫 평전. 1992년 이후 시인과 만남을 이어온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1만6000원. 런던통신1931-1935(버트런드 러셀 지음·사회평론)=20세기 가장 뛰어난 철학자, 수학자, 작가인 버트런드 러셀이 1931∼1935년 미국 허스트그룹 소유 신문 고정 필자로 쓴 칼럼을 모은 책. 당대 모순을 에둘러 비판한 러셀의 지성과 재치를 읽을 수 있다. 1만4800원. 돈의 본성(제프리 잉햄 지음·삼천리)=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화폐에 대한 이론 총결산.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을 오가며 화폐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산되며 어떻게 가치를 얻고 잃는지 설명했다. 2만3000원. 아틀라스 일본사(일본사학회 지음·사계절)=국내 일본사 연구의 총본산 일본사학회가 4년의 시간을 들여 쓴 통사적 안목의 일본 역사서. 179개 역사지도와 다양한 표, 그림을 넣어 이해를 도왔다. 2만9800원. 조선왕조사(이성무 지음·수막새)=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양반사회, 당쟁, 과거제도를 소재로 한 대중서를 선보여온 저자가 조선왕조 전대사를 정리했다. 왕조 정치사를 사대부, 훈신, 사림, 탕평, 외척·세도 정치로 구분한 1000여 쪽의 통사. 4만3000원. ○ 문학 뿔뱀(표성흠 지음·천년의시작)=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 사상가, 경제학자이자 문필가인 연암 박지원의 사상과 업적을 현실감 있게 펼쳐냈다. 5000만 원 고료 1회 연암문학상 수상작. 1만2000원.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로랑 세크직 지음·현대문학)=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과 미국을 거쳐 브라질로 피신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을 그렸다. 1만2000원. 그 여자의 자살편지(케르스틴 기어 지음·들녘)=되는 일이 없던 한 30대 여성은 자살을 결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다. 전 재산으로 명품 원피스를 사 입고, 고급 호텔에 투숙한 그녀에게 인생의 반전이 찾아온다. 1만3000원. 신들은 목마르다(아나톨 프랑스 지음·뿌리와이파리)=1973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공포 정치’ 아래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불완전성을 그렸다. 192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1만5000원. 실비와 브루노(루이스 캐럴 지음·페이퍼하우스)=동일한 노래나 말, 음향 등이 만들어내는 통로를 통해 환상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가 선보이는 또 다른 동화 속 세계. 1만3000원.○ 학술 알기 쉬운 정치경제학(김수행 지음·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자본주의 경제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노동, 시장, 화폐, 세계 대공황의 역사와 1997년 한국에 닥쳤던 경제위기를 되짚어본다. 2만 원.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히로세 다카시 지음·프로메테우스)=전 세계 각종 분쟁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 분석했다. 인간의 파괴 본성 때문이 아니라 전쟁으로 이득을 얻는 몇몇 사람에 의해 전쟁은 발발한다고 지적한다. 1만8000원. 막스 베버-소명으로서의 정치(막스 베버 지음·폴리테이아)=1919년 뮌헨의 진보적 학생단체인 ‘자유학생연맹’에서 한 막스 베버의 강연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해설을 곁들어 풀어냈다. 1만3000원. 일상의 악덕(주디스 슈클라 지음·나남)=기독교인인 스페인 사람들은 신대륙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입으로는 경건하고 자유로운 기독교의 교리를 말했지만 행동으로는 잔혹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정치철학자인 저자가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보이는 잔혹성, 속물근성, 배신과 위선을 파고들었다. 2만5000원.○ 실용·기타 깊은 인생(구본형 지음·휴머니스트)=위대한 사람은 꼭 성공가도를 달린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위대함을 끄집어내 자기만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1만3000원. 블랙워터(제러미 스카힐 지음·삼인)=9개국에 파견한 2300여 명의 군인, 언제든 소집 가능한 전직 특수부대 요원과 군인 2만1000명의 데이터베이스, 중무장 헬리콥터 등 20여 대의 항공기와 거대한 군사기지…. 미국의 민간 군사회사 ‘블랙워터’의 실상을 해부. 2만5000원. 100 디스커버리(피터 매니시스 지음·생각의 날개)=‘물리학자들은 어떻게 방사능을 발견했을까’ ‘우주에서도 비행하는 법을 어떻게 생각해냈지’ 등 인류 역사에 가장 중요한 100가지 과학적 발견에 얽힌 질문들이 담겨 있다. 2만 원. 나도 피아노 가르칠 수 있다(김성혜 지음·서울말씀사)=피아니스트이자 한세대 총장인 저자가 연주 경험과 학생을 가르치면서 쌓은 경험을 담아 펴낸 피아노 교수법에 관한 책.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테크닉을 유형별로 나누고 해결법을 제시했다. 1만 원. 마케팅, 가치에 집중하라(밥 길브리스 지음·비즈니스맵)=소비자에게 정보와 보상 및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등 ‘가치마케팅’ 수단을 소개. 1만5800원. 좋은 아빠, 멋진 아빠로 만드는 아빠학교(권오진 지음·상상공간)=바쁜 일로 양육에서 제외되기 십상인 아빠에게 자녀와 함께 놀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 인성을 바로잡을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아빠가 1% 바뀌면 아이는 10% 변한다’는 생각으로 집필했다고 설명한다. 1만4000원.}

한적한 시골 마을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왔다. 공장은 불법적으로 쇄석기를 들여와 밤낮으로 돌을 깬다. 먼지가 풀풀 날려 꽃 위에 날아 앉고 사람들은 공장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주민들은 “그냥 이대로 살게 해달라”며 공장 앞에서 시위를 한다. 여기까지는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신문 사회면 기사 같은. 하지만 소설은 이 마을과 상관없는 ‘영희’라는 인물을 사건 속으로 끌어들여 독자들에게 “이 얘기는 바로 자신의 일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영희는 어떤 인물인가. 살던 동네가 재개발된다고 좋아했던 것도 잠시, 운영하던 가게가 철거되며 권리금, 시설투자금을 날리고 집주인에게 쫓겨나 길바닥에 나앉는다. 집 얻을 돈도 없어 도시 근교 진평리의 빈집을 찾아 들어가고, 동네 사람들에게 이끌려 엉겁결에 시위에 동참하게 된다. “에에, 진평리, 평주리, 영산리, 봉현리 등 순양석재공장 피해 인접부락이서 데모를 허는 날입니다.” 동네 이장의 방송 소리에 노인들은 삼삼오오 공장 앞으로 모인다. 30, 40대라곤 영희를 비롯해 서너 명에 불과한 시위대는 무기력하다. 시위 현장을 찍던 형사는 “이러면 영업방해로다가 현장체포감들이여, 우리 언니들이 토옹 뭣을 몰라”라고 이죽거리고, 시위대로 길이 막히자 트럭 기사는 “칵 갈아버릴까보다 그냥”이라며 겁준다. 할머니들이 무시당하자 영희는 울컥한다. 메가폰을 잡고 몇 마디 말한 것 때문에 덜컥 대책위원장이 돼 버린다. 광주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작가의 지인이 겪은 일을 뼈대로 현지 주민들을 만나 사실감을 높였다. 다만 공장과 주민이 재판 중인 사건이라 실제 지명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소설은 2011년 우리 현실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확대해 공감을 끌어낸다. 시위라고는 평생 남의 일로 여겼지만 대책위원장이 되고 법정 소송까지 하게 되는 영희, 일감을 찾아 4대강 공사현장을 기웃거리는 영희의 남편 철수, 한국 노모를 모시는 베트남 며느리, 편파적인 기사를 싣는 지역신문, 얼굴만 삐죽 내밀며 사태 해결에는 무관심한 정치인 등. 단지 꾸며진 얘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얘기’다. 무겁고, 딱딱하지 않게 비극을 희극처럼 풀어가는 솜씨도 탁월하다. 베트남 며느리가 시장에서 만난 영희에게 바나나를 건네주자 주위에서 “시위도 안 나올 건디 뭣이 이쁘다고 주냐”라고 한마디 한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할머니들은 천진난만하게 경찰에게 농을 건네고 이 상황이 재미있어 서로 자지러지게 웃는다. 진평리에서 먼저 세상을 뜬 망자의 얘기로 시작해, 시위에 참가했던 할머니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작품은 끝을 맺는다. 이들은 살갑게 지내던 가족과 동네 사람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근처에서 맴돈다. 산 사람이 못 지킨다면 죽은 사람이 나서서라도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듯이.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