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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초등학교 여교사를 성폭행한 학부모 3명에 대해 범행을 처음부터 공모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각각 징역 10∼15년의 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50), 이모(35), 김모 씨(39)에 대해 각각 징역 10년, 12년,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에 따르면 2016년 5월 21일 신안군의 한 섬마을 선착장 앞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박 씨 등 3명은 학부모 모임에서 만났던 여교사가 식당에 들어오자 담근 술을 권했다. 여교사는 계속 거절하다 강요를 이기지 못해 10잔을 넘게 마신 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박 씨 등은 여교사를 식당에서 2km 떨어진 초등학교 관사로 데려간 뒤 오후 11시 16분경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여교사가 저항해 실패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다음 날인 22일 0시 15분경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잠이 든 여교사를 번갈아 성폭행했다. 새벽에 정신이 든 여교사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섬마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두 대와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근거로 박 씨 등 3명이 22일 0시 10분부터 4분 동안 함께 관사에 머물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 씨 등은 “범행을 사전에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자정 전 미수에 그친 1차 범행은 세 사람의 공모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김 씨에게는 징역 18년, 이 씨와 박 씨에게는 각각 징역 13년과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자정 이후 성폭행에 대해서만 세 사람의 공모를 인정하고 자정 전 실패한 성폭행에 대해선 특수준강간 미수 혐의 대신 형량이 낮은 단순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감안했다”며 박 씨는 징역 7년, 이 씨는 징역 8년, 김 씨는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자정 전 1차 성폭행 시도도 세 사람이 공모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광주고법은 올 1월 파기환송심에서 이들이 범행 당시 수시로 통화한 점 등을 근거로 처음부터 성폭행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해 징역 형량을 3∼5년 높였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 첫 회의에서 판사들이 의결한 선언문에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책임을 통감한다”고 적시했다가 나중에 이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조사 중인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안을 기정사실화했다가 추후 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지웠다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9일 오전 10시부터 점심시간을 포함해 약 12시간 동안 제1차 회의를 진행하며 ‘국민의 법원에 대한 권리와 사법부의 책임에 관한 선언’을 의결했다. 이 선언문은 부의장인 최한돈 판사(53·사법연수원 28기), 권기철(50·사법연수원 28기), 송승용(44·29기), 남인수(44·32기), 류영재(35·40기) 판사가 공동 발의했다. 이 안건은 해당 법관들이 현장에서 결의하자고 제안했고 이날 회의에서 맨 먼저 가결됐다, 선언문은 총 4개 항목인데, 1, 2, 4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한다’ ‘전관예우나 공정성을 의심받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한다’ 등 원론적인 내용이다. 판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것은 3항이었다. 내용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법관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된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다. 3항의 내용을 뜯어보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3번째 조사기구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 진위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의혹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법관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최종 가결된 선언문에는 이 문구가 빠졌다. 대신 ‘사법행정권 남용이 법관독립 침해 뿐 아니라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기존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며, 향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하여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심각하게 훼손된 점’ 등 과거형으로 표현된 문구나 ‘책임을 통감한다’ 등의 내용이 완화된 것이다. 법관들은 대법원장의 권력을 견제한다는 법관대표회의의 본래 의미가 강성 판사들로 인해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법관은 “안건은 일주일 전에 공유돼야 하는데도 당일 아침에 갑자기 발의해 당황스러웠다”며 “조사 중인 사안을 두고 미리 결론을 내는 듯한 뉘앙스를 선언문에 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른 법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제에 천착하지 말고 좋은 재판, 대법원장을 견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법관회의는 10일 “법관의 전보인사는 최소화되어야하고 법관의 의사에 기초한 장기근무제도가 시행돼야 한다”며 사실상 지역법관 제도의 부활을 주장하는 내용의 의결안을 발표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전국의 각급 법원 법관을 대표해 사법행정 개혁방안을 논의할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9일 첫 회의를 열어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5기)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또 최한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3·28기)를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최 의장과 최 부의장은 각각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성향 법관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어서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관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 각 법원에서 법관대표로 뽑힌 119명의 판사 중 116명이 출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회의는 2월 22일 대법관회의에서 법관회의 관련 규칙안이 의결돼 법관회의가 상설화된 후 열린 첫 회의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장을 방문해 “사법행정의 실질적인 동반자가 돼 달라”며 “(법관회의가) 법관들의 이익만을 과도하게 대변하는 단체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사회 일각의 시각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후보로 출마해 93표의 찬성(80.2%)으로 선출된 최 의장은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과 관련해 법원행정처를 여러 차례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최 의장은 “법관회의가 사법회의의 수평적 선진화를 도모하고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을 제대로 견제·감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의장은 지난해 7월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요구를 거부하자 항의 표시로 사표를 냈던 인물이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의장단의 임기는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 이후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다. 법관회의는 이 밖에 ‘국민의 법원에 대한 권리와 사법부의 책임에 관한 선언’을 발표하고 “사법행정권 남용이 법관독립 침해뿐 아니라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기존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며 향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세윤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5기)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 1심 선고 공판에서 법원 문양이 새겨진 회색 넥타이를 매고 법대에 앉았다. 오른손 엄지에 파란 골무(사진)를 낀 채 1시간 43분 동안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재판을 진행하는 김 부장판사의 모습은 이날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법정에서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는 나긋나긋한 말투와 태도로 김 부장판사는 ‘유치원 선생님’, ‘선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검찰과 피고인 측이 대립할 때마다 부드럽게 양쪽을 중재하며 재판을 이끌었다. 그는 이런 태도로 변호사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아 올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법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과 판결에서는 법리를 중시하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12월 장시호 씨(39) 1심 재판에서 장 씨에게 검찰 구형량 징역 1년 6개월보다 높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에서는 김 부장판사가 검찰과 장 씨가 ‘플리바기닝(수사 협조자 처벌 감면)’을 한 데 대해 페널티를 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 부장판사는 2016년 2월부터 부패범죄 전담 부서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2·구속 기소),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9·구속 기소) 등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 13명의 재판을 담당했다. 김 부장판사는 올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내 다른 재판부로 옮길 예정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끝나지 않아 1년 더 유임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6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을 구치소에서 접견한 유영하 변호사(56·사법연수원 24기)는 “아직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아무 말씀이 없었기 때문에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항소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그동안 ‘재판 보이콧’을 해왔던 점에 비춰 보면 1심 재판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재판부의 구속 기한 연장에 반발하며 “재판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단에게도 “형량이 20년형이든, 30년형이든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원 판결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항소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본다. 항소를 포기하면 1심 판결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1996년 8월 1심 재판에서 12·12쿠데타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항소한 바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단은 이날 재판 직후 “앞으로 항소심, 대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해주실 거라고 믿는다”며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철구 변호사(48·37기)는 “이 사건은 반쪽짜리 사과와 같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선변호인단은 재판을 맡은 후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접견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강 변호사의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확인하지 않은 원론적인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계속 접견을 거부하고 명시적인 항소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국선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원심 변호인 자격으로 법원에 항소장을 낼 수 있다. 이럴 경우에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포기하려면 항소 취하서를 내야 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삼성전자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데다 1심 형량도 검찰 구형량(징역 30년, 벌금 1185억 원)보다 낮게 나와 항소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하고 검찰만 단독으로 항소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항소심 재판이 열리더라도 법정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항소심 재판은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혐의를 중심으로 심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많아 박 전 대통령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1심 재판에서 방대한 증거 조사와 증인신문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항소심 재판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1심 선고 형량인 징역 24년이 그대로 확정돼 감형이나 사면 없이 끝까지 복역한다면 박 전 대통령은 89세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5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이 배제되고 있다는 이른바 ‘검찰 패싱’ 논란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조 수석은 입장문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두 분은 지금까지 수사권 조정을 위해 소통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조정안이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답이 없고, 진행되는 경과를 알지 못한다”고 작심 발언한 내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2일 문 총장과 긴급 회동을 가졌지만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은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최근 언론에 보도된 조정안 내용은 논의를 하기 위한 초안 중 하나”라며 “문재인 정부 구성원으로서 구존동이(求存同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으려 노력한다’)의 정신에 따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 검찰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감지되는 일선 검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없지만 자료 공유와 논리 개발을 통한 물밑 움직임은 활발하다.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헌법상 영장청구조항 도입 경위’에 관한 자료와 토론회 발표 자료가 연이어 게시됐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사들은 집단적 의사도 모으고 있다. 일선 검찰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문 총장의 지시로 평검사들을 고참 기수와 그 이하 기수 등 두 그룹으로 나눠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왔다. 또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수사한 대림산업 현장소장 2명의 구속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가 이날 취소하고 석방한 것도 향후 경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경찰이 이 사건의 제보자로부터 제출받은 핵심 증거가 사후에 작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한상준 기자}

검찰 개혁을 대해 대체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던 법무부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와 대검찰청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가 이른바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직급의 존폐를 두고 엇갈린 권고안을 내놨다. 법무·검찰개혁위는 5일 “‘검사장’ 직급이 폐지됐는데도 검사장 승진과 관련해 직급이 사실상 유지돼온 측면이 있다”며 검사장 관련 제도 및 운용의 개선안을 통해 검사장 직급을 폐지하고 보직 개념으로 운영하라는 내용의 9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검사장급 검사가 받는 차관급 예우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할 뿐더러 검사장 승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한다는 것이다. 법무·검찰개혁위는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단순화됐지만 이후에도 검찰이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라는 보직군 제도를 검사장 승진과 관련해 편법 운영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검사장 제도가 사실상 유지됨으로써 검찰의 위계적 서열 구조가 온존하고, 승진을 둘러싼 인사경쟁이 과열되는 등 여러 문제가 지적돼 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검 개혁위는 “현재 검사장급 검사의 정원을 적정 규모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라”는 내용의 9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검사장 숫자를 줄이고 예우를 축소하더라도 검사장 직급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검 개혁위는 검사장 직급 자체가 사라지면 정권 교체기 때 정권이 보복인사를 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총장과 검사로 직급을 단순하게 나눠버리면 인사 변동성이 커지는 탓이다. 예컨대 검사장급 검사가 정권이 바뀐 뒤 시행되는 인사에서 갑자기 평검사로 발령 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법무·검찰개혁위는 검사들이 승진에 목을 매는 현상을 지적하며 검사장 직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대검 개혁위는 검사장에게 차관급에 준하는 처우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법무·검찰개혁위와 동일한 의견을 냈다. 개혁위는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외관상 특혜로 보이는 예우를 선제적으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며 “검사장급 검사에게 제공되는 전용차량과 운전원 등 차관급 예우를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무일 검찰총장(사진)은 29일 검찰을 배제하고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진행한 것을 작심 비판하면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문 총장은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1시간 반 동안 대검찰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완전 배제된 이른바 ‘검찰 패싱’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문 총장은 “저희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안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이 의견제시를 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의견 조회가 필요해 박 장관에게 조정안이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답은 없다. 진행되는 경과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또 “수사종결은 일종의 사법판단인데 그런 기능까지 (경찰에 부여하는 것으로) 논의했을지 미심쩍은 생각이 든다”며 “중요한 사법기능 중 하나를 그렇게 논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그런 논의가 가능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런 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문 총장은 대안으로 경찰의 비대한 권한 구조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총장은 “국가 단일 경찰 체계는 우리 형사사법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의 유재이고 현재 이런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가 유일하다”며 “모든 민주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치경찰제를 도입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은 검사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치경찰이 전체 경찰의 98%다. 이 비율은 일본 97%, 미국 90%, 독일 83% 등으로 선진국에선 모두 높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문 총장은 “반대하지 않는다. 국회에서 바람직한 공수처 도입 방안을 마련해 준다면 국민의 뜻으로 알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검찰의 영장심사제도는 인권보호를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경찰의 영장신청 이의제기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문 총장은 또 검찰 패싱에 항의하기 위해 19일 박 장관을 직접 찾아가 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박 장관을 만나러 갔다가 문 총장이 “논의하십니까”라고 물었더니 박 장관이 별로 얘기를 못했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이후 “장관이 안을 보여줘서 회수할 때까지 조금 봤는데 법률가라면 논의할 수 없는 사안들이 담겨 있더라. 법을 아는 분들이라면 그런 안을 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총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환영한다”면서도 “자치경찰제 문제는 자치분권위원회가 다룰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다. 자치경찰제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수사권 조정도 병행해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택시운전사 유모 씨(당시 42세)가 흉기에 12곳을 찔려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유 씨가 남긴 것은 동료에게 “약촌오거리, 강도야”라고 무전을 친 다급한 목소리뿐이었다. 하지만 사건 당시 목격자가 있었다. 16세 다방커피 배달원이었던 최모 씨(34)가 마침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갔던 것. 최 씨는 경찰에서 “당시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키 170cm 정도의 남자 2명이 뒤를 쳐다보며 뛰어갔다”며 범인의 몽타주 작업을 돕기도 했다. 그런데 경찰은 최초 목격자라는 이유로 사흘 뒤 최 씨를 임의동행해 여관으로 끌고 갔다. 최 씨를 감금한 뒤 전화번호부 책을 던져주고는 “범인을 찾아”라며 머리와 몸을 때렸다. 익산경찰서 숙직실에서도 경찰은 자백을 강요하며 단체로 구타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고문을 일삼았다. 수사를 마친 경찰은 최 씨가 도로에서 말다툼 끝에 유 씨를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경찰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나온 허위 자백이었다. 수사팀은 살인범을 검거한 공로로 표창장까지 받았다.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씨는 징역 10년이 확정돼 복역했다.○ 사건 발생 2년 10개월 만에 나타난 진범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건은 2003년 3월, 최 씨의 누명을 벗겨줄 첩보가 전북 군산경찰서에 입수되면서 반전을 맞는다. 택시 강도 미제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들이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 경찰은 그해 6월 진범 김모 씨(37)의 죽마고우인 임모 씨를 체포했다. 임 씨는 사건 당일 김 씨가 자신의 집에 찾아왔다고 경찰에 말했다. 그는 “(김 씨가) 원래 차분하고 쉽게 놀라는 성격이 아닌데 겁을 많이 먹어 얼굴이 질려 있고 땀도 많이 흘리고 있었다”며 “칼 앞날이 휘어 있었고 피보다 지방분이 많이 묻어 있었다”는 상세한 증언도 했다. 함께 체포된 김 씨도 “내가 진범”이라고 털어놨다. 두 사람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한 얘기를 옆 테이블 손님이 듣고는 암암리에 소문이 퍼져 경찰의 첩보망에 걸려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도와주질 않았다. 검찰은 “물증인 흉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김 씨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풀려난 김 씨는 임 씨와 함께 정신병원에 입원해 “지금까지 했던 진술은 이혼한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진술을 바꿨다. 그러다 임 씨는 죄책감 탓인지 2012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억울함 풀어 달라” 재심 청구 청춘을 교도소에서 보낸 최 씨는 2010년 만기 출소했다. 2013년 박준영 변호사(44·사법연수원 35기)는 이 사연을 듣고 “수사에 허점이 많으니 재심을 청구해 보자”며 최 씨를 설득했다. 최 씨는 “강압수사에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썼다”며 광주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박 변호사는 김 씨의 2003년 진술을 무죄 입증의 새로운 증거로 제시했다. 2015년 6월 광주고법은 재심을 받아들였고, 이듬해 11월에는 “최 씨가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한 것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00년 당시 경찰 수사팀의 막내였던 박모 경위가 최 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후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2016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박 경위는 경찰 중 유일하게 일부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음을 법정에서 시인했다. 최 씨는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2016년 11월 무죄가 확정됐고, 국가에서 받은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 원 중 10%를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 등에 기부했다. 최 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날 검찰은 김 씨를 체포했다. 1, 2심 법원은 “김 씨의 기존 자백과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게 일치하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위해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2월에는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재심’이 개봉돼 관심을 끌었다. 대법원은 27일 “객관적 물증이 없다고 해도 조사자 증언과 친구의 진술, 그 밖의 증거 등을 종합할 때 유죄를 인정한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며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8년 만에 진범을 가려 죗값을 치르게 한 순간이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검찰 패싱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정부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완전 배제한 것에 대해 검사들은 “비상식적이고 지나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에는 조직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인데 정작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주무장관이 검찰에 물어보지도 않은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구속된 직후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이 물 위로 떠오르자 “적폐청산 수사가 마무리되니까 검찰이 토사구팽 당하는 것 아니냐”고 검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법무장관, 소수 측근들과만 상의” 박 장관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수사권 조정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검찰 출신 간부들과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이 중요한 사안은 해당 부서에서 상세한 보고를 받고 집중토론을 하는 게 필수적이지만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수사권 조정에 대해 법무부 안에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소수 법무부 관계자들과만 상의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박 장관이 법무부 내에서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이종근 정책보좌관과 심재철 정책기획단장과만 상의하고 청와대와 협의해 정부 합의안을 추진했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이 정부 합의안에 서명한 뒤에도 대검찰청은 법무부에서 합의안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 검찰의 최고책임자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 합의 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검사들은 우려와 불만을 나타냈다. 경기지역 검찰청의 한 평검사는 “아무리 죄인이어도 목숨이 위태로운, 큰 수술 받는 환자가 최소한 어떤 수술을 받을지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법무부 산하에 있다고 하지만 (장관이) 의견을 묻지도, 합의 과정을 알려주지도 않은 것은 좀 지나치다”고 말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우리(검찰) 쪽 이야기는 장관이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청와대가 이미 방향을 정해 놓고 법무부 장관을 앉혀 놓은 느낌이다”라는 말들도 나왔다.○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 놓고도 ‘부글부글’ 검사들은 또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 내용에도 반발했다. 정부 합의안은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에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했지만 정부 합의안에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건은 경찰이 스스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이렇게 되면 형사 사법의 질이 낮아져 국민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초동수사부터 경찰 수사를 지휘하면 재판에 필요한 증거 수집을 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하지만 송치 후 수사지휘를 하게 되면 보강 수사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부부장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스스로 종결하려면 충실하게 수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경찰에서 이를 뒷받침할 검증 시스템이 전혀 없다”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늘게 되면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은 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조동주 기자}

서울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26일 구치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다. 22일 구속된 뒤 첫 조사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신봉수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9기)와 검사, 수사관들이 26일 오후 2시 구치소를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한다. 강훈(64·14기), 박명환 변호사(48·32기)가 조사에 입회할 예정이다. 조사 장소는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된 구치소 12층 독방 바로 옆 심리상담실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담실은 가족 면회와 변호인 접견, 조사 등 다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구치소 12층 혼거실 등 수용시설과 사무실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독방과 구치소 관계자가 쓰는 사무실 외엔 모두 비어 있다. 첫 방문 조사를 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금까지 다스 등의 차명 재산 의혹을 조사해 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라는 점을 분명히 한 뒤 이와 관련된 횡령과 조세포탈, 뇌물수수, 직권남용 혐의를 확정해 기소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지난 검찰 소환 조사 때와) 똑같은 것을 물으려 한다면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하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올 경우 검찰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수사 횟수를 최소화하고 다음 달 초 기소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구속영장에 적시된 10여 가지 혐의부터 보강 조사해 기소한 뒤 다른 혐의들을 추가 수사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의 경우 기소 전 5차례 구치소 방문 조사를 받은 뒤 소화 불량과 급격한 체력 저하 증세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 내부에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데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추위에 약한 편인데 아무리 봄이 왔더라도 한밤이나 새벽엔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며 “특히 구치소에 햇볕이 잘 들지 않아 한낮에도 종종 오한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고질적인 기관지 질환이 구치소 입감 후 악화돼 수시로 기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부터 전 세계로 출장을 다녀 어디든 적응을 잘하는 편이지만, 퇴임 후엔 기력이 약해진 데다 공기가 탁하면 기침을 더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 생활 이틀째인 24일 가족들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시형 씨(40)와 큰딸 주연 씨(47) 등 이 전 대통령의 자녀 4명이 모두 구치소를 찾았다. 가족들은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 신입수용자 진료에서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을 확인하고 당뇨약 등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이 전 대통령은 접견을 하지 않고 독방에 머물며 검찰 조사에 대비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수감될 당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가져간 성경책을 이날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김윤수 ys@donga.com·전주영·허동준 기자}

23일 새벽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첫날 밤을 보낸 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은 기상시간인 오전 6시 30분을 넘겨 일어났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 교도관도 이 전 대통령을 강제로 깨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 후 오전 7시를 넘겨서야 이 전 대통령은 아침식사를 배급받았다. 모닝빵과 잼, 두유, 양배추샐러드가 나왔다. 낯선 환경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한 탓인지 이 전 대통령은 식사를 남겼다. 식사 후 1시간이 지나 교도관이 음식물 반납통을 가지고 와 남은 음식을 가져갔다. 이 전 대통령은 다른 수용자들과 같이 직접 싱크대에서 식기를 씻어 반납했다. 점심은 돼지고기 김치찌개, 마늘종, 중멸치볶음, 조미김, 깍두기로 식사를 했고 저녁은 감자수제비국, 오징어 젓갈무침, 어묵조림, 배추김치로 했다. 오전에는 아들 이시형 씨(40) 등 자녀 4명이 동부구치소로 찾아와 이 전 대통령의 접견 신청을 했지만 무산됐다. 일반 접견을 하면 일반 수용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만나야 하는데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구치소 관계자가 양해를 구하고 가족들을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입소 후 수의 입고 ‘머그샷’ 촬영 22일 오후 11시 5분 구속영장 발부 후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K9 승용차를 타고 23일 0시 20분 동부구치소에 도착했다. 신입 수용자들에게 적용되는 입소 절차에 따라 교도관에게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받은 뒤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 집행 전 자택에서 챙긴 현금을 구치소에 와서 영치금으로 넣었다고 한다. 소지품을 모두 영치한 이 전 대통령은 남성 미결수용자들이 입는 황토색 수의와 작은 직사각형의 광목천을 제공받았다. 광목천에는 수인번호 ‘716’이 적혀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의 왼쪽 가슴에 수인번호를 붙이고 샤워를 한 후 수의로 갈아입었다. 과거에는 수용자가 바느질을 해 수인번호를 수의에 붙였으나 최근에는 벨크로(일명 찍찍이) 형태로 제작돼 그냥 붙이면 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구치소 생활규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용기록부에 붙일 사진인 이른바 ‘머그샷’을 촬영했다. ‘716’은 구치소의 컴퓨터가 무작위로 배정한 번호다. 하지만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여자 미결수 △여자 기결수 △남자 미결수 △남자 기결수 △기결수 중 노역수 등 총 5가지 신분을 구별할 수 있게 번호를 100단위나 1000단위로 나눠 놓는다. 구치소, 교도소마다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기관의 교도관들만 수인번호의 뜻을 알 수 있다. 신분에 따른 번호 구역을 지정해 놓으면 컴퓨터가 맞는 번호를 할당한다. 따라서 서울동부구치소의 수인번호 ‘716’은 남성 미결수가 받을 수 있는 번호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은 지난해 3월 31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수인번호 ‘503’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경 12층에 있는 10.13m²(3.06평) 크기의 독방에 도착했다. 화장실(2.94m²)까지 합하면 총 13.07m²(3.95평)다.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박 전 대통령의 독방 면적은 화장실을 포함해 10.08m²(3.04평)다. 화장실에 샤워기는 없지만 12층에는 다른 수용자가 없어 공용샤워장을 이 전 대통령이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독방에는 폐쇄회로(CC)TV는 없다. 동부구치소는 지난해 9월 공식적으로 문을 열어 최신식 시설을 갖췄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이 가까워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도 좋다. 반면 아파트형이라 맨땅 위에서 걷거나 운동할 기회가 없다. 그 대신 12층에 농구코트 절반 정도 크기의 운동공간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휴식시간에 이곳에서 매일 1시간까지 운동할 수 있다. 동부구치소는 지하 통로로 동부지법과 동부지검으로 연결돼 있어 수용자들이 이동 중에 햇볕을 직접 쬐지 못한다고 아쉬워한다. 동부구치소는 유력 인사들을 관리한 경험은 적지만 박 전 대통령을 관리하는 서울구치소 교도관 전담팀(7명)을 벤치마킹해 이 전 대통령 전담팀을 7명으로 꾸렸다. ○ ‘출장 조사’ 후 4월 초 기소할 듯 검찰은 26일 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례대로 구치소 출장 조사를 나가면 이 전 대통령의 독방 옆 심리상담실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6·13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몇 차례 출장 조사를 한 다음 구속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수사와 기소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구속 후 기소 전까지 총 5차례 구치소 방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구속영장 혐의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이면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등에 대한 추가 수사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조사에 불응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23일 이 전 대통령 구치소 접견을 마치고 나온 강훈 변호사(64)는 “지난번 (소환)조사에서 바꾸거나 첨부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검찰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이 전 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판은 준비기일 등을 거쳐 5월경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77) 구속 이전 노태우(86), 전두환 전 대통령(87)이 각각 1995년 11월과 12월 구속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은 지난해 3월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0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8시간 40분의 심문 과정에서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 오신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까, 새로운 도약을 이끌까 하는 생각뿐이었다”라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결백을 호소했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박 전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10.6m² 크기의 독방에 들어가기 직전 한참 동안 선 채로 눈물을 쏟았다. 교도관들이 박 전 대통령을 설득해 방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요즘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구치소 독방에서 TV를 전혀 보지 않고 있지만 지지자들이 보낸 편지와 유영하 변호사(56·사법연수원 24기), 도태우 변호사(49·41기)와의 접견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과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또 남북, 북-미 정상회담 소식 등 큰 뉴스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중반부터 계속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오전에는 허리 디스크 통증을 진단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성모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정밀검진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박계동 전 민주당 의원(66)의 비자금 폭로로 재임 중에 비자금 5000억 원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출석했다. 대검 청사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지나가며 “한 말씀만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두 번째 소환 조사한 다음 날인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기 직전 다시 포토라인에 섰다. “여러분 가슴에 안고 있는 불신 그리고 갈등, 이 모두 내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날 오후 7시 29분경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노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정말 송구하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서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한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반란 및 내란 수괴 등의 혐의를 받았던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2일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했다. 그 직후 고향인 경남 합천군 5촌 조카 집으로 내려갔지만 다음 날 새벽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구속영장이 집행됐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77)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동부구치소의 수용 여력이 제일 많고 서울중앙지법과도 가장 가깝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 등 이른바 ‘범털’로 불리는 거물급 피의자들이 많이 수용돼 독거실이 대부분 꽉 찬 상태다. 교정당국은 경호 문제 등으로 전직 대통령 두 명을 한 곳에 수감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말 연이어 구속됐던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각각 서울구치소와 경기 안양교도소에 분리 수감됐다. 교정당국은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구속 기소) 등 이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는 피의자들이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점도 감안했다. 지난해 9월 공식적으로 문을 연 동부구치소는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로 독거실 내부에 침대, TV, 세면대 등의 시설이 최신식이다. 주변 서울동부지법, 서울동부지검 청사와 외관이 비슷해 외부에서 보면 구치소인지 알기 어려울 만큼 깔끔하다. 검찰청, 법원청사와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어 구치소에 수용된 이들이 외부인의 눈에 띄지 않고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기에 용이하다. 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이 가까워 응급상황에 대처하기에 좋다. 지난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었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구속 기소)은 건강상의 이유로 구치소를 옮겨달라고 요청해 동부구치소로 이감됐다. 고령인 이 전 대통령에게도 종합병원이 가까운 것은 좋은 여건이다. 반면 동부구치소는 아파트형이라 맨땅 위에서 걷거나 운동할 기회가 없다. 그 대신 농구코트 절반 정도 크기의 실내 운동공간이 있다. 수용자들은 수사와 재판을 받기 위해 지하로 이동하기 때문에 햇볕을 직접 쬐지 못해 아쉬워한다. 또 거물급 인사가 수감된 적이 별로 없던 옛 성동구치소가 그대로 옮겨 왔기 때문에 교도관들이 유력 인사들을 관리한 경험이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인사는 “동부구치소의 범털들이 깨끗한 시설은 좋아하는데 시스템이 불편하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동부구치소에는 김 전 실장을 비롯해 최순실 씨(62·구속 기소),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2·구속 기소),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2·구속 기소) 등이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서울구치소 수감 전례에 따라 동부구치소 10여 m² 규모의 독거실에 수감됐다. 일반 수용자들이 쓰는 독거실(6m²)보다 넓다. 이 전 대통령을 담당하는 전담팀은 남자 교도관 7명으로 구성됐다. 박 전 대통령을 전담하는 여성 교도관 7명으로 구성된 팀과 동일하게 한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할 일이 있으면 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모두 구속된 뒤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검사의 방문 조사를 받았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22일 예정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77)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오전 10시 반에 열 예정이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구인영장을 다시 발부해 별도 심문기일을 다시 잡을지 △이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변호인과 검사만 출석한 심문기일을 다시 지정할지 △심문절차 없이 서면심사만으로 결정할 것인지를 22일 오전에 결정할 방침이다. 당초 법원은 법정심문과 서면심사 중 한 가지를 21일 결정하려고 했으나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의 출석 의사가 명확하지 않아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6기)가 결정을 하루 미룬 것이다. 박 부장판사가 22일 구인영장을 다시 발부한다면 이 전 대통령은 법정으로 불려 나올 수 있다. 불출석 의사를 한 차례 밝힌 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출석에 대한 법적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법원이 구인영장을 다시 발부한다면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없고, 구인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문기일이 열리면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있다”는 의견서를 21일 법원에 냈다. 구인영장이 발부되면 이 전 대통령도 일반 피의자처럼 법정에 강제 구인하는 것이 맞지만 전직 대통령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는 사법당국의 고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박 부장판사는 변호인과 검사만 법정에 나오는 별도 심문기일을 다시 정할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제출한 의견서 등을 검토하는 서면심사만 해서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박 부장판사가 22일 오전에 서면심사를 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바로 검토에 들어가면 22일 밤늦게, 또는 23일 오전에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별도 기일을 정해 다시 심문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영장심사 일정 자체가 지연된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가리는 절차가 이처럼 혼선에 빠지게 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불출석 의사만 밝힌 데서 비롯됐다. 통상 피의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면 영장전담판사는 곧바로 서면심사를 통해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이 전 대통령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동부구치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이 수감 중인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는 수용 여력이 별로 없는 데다 전직 대통령 2명을 동시에 수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 이 전 대통령이 이곳으로 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동부구치소는 추가 수용할 여유가 있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과도 가까워 재판을 받기에도 용이하다. 정성택 neone@donga.com·권오혁·전주영 기자}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에 후보자 명단을 제시해 사실상 사전에 후보자를 낙점했던 권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왕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조치다. 대법원은 1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이런 방침을 밝혔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이 충분한 견제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행사됨에 따라 대법원 구성에 다양성이 부족하고 대법원 재판이 실질적이고 대등하게 운영되지 못하며 사법부가 관료화된다는 비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 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위에 심사 대상자로 제시한다’고 규정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제7조 제1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규칙이 없어지면 추천위는 국민의 천거를 받은 후보자들만 대상으로 심사를 한다. 그동안 대법원장은 새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제청권 외에도 사전에 추천위에 제청 대상자로 적합한 사람을 제시하는 ‘제시권’을 행사해 왔다. 국민이 대법관 후보자를 천거하는 동시에 대법원장도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를 추천위에 제시해 심사를 받게 한 것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국민이 천거하는 인물과 관계없이 대법원장이 제시하는 후보자가 새로운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돼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추천위가 ‘거수기’로 전락해 대법원장이 제시한 후보를 최종 3배수 후보자에 포함해 대법원장에게 추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비당연직 대법관후보추천위 위원에 대한 추천 절차, 추천위에서 추천된 후보자에 대한 별도의 의견 수렴 절차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당연직 추천위 위원은 전체 위원 10명 중 법관 1명, 비법조인 3명 등 총 4명으로 지금까지는 대법원장이 임의로 임명하거나 위촉해 왔다.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도 개선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관후보추천위’를 꾸려 대법관 제청 절차와 유사한 지명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을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대법원장은 별도의 추천 절차나 국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할 수 있다. 헌법재판관도 대법관추천위처럼 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함으로써 자의적 임명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61·사법연수원 15기)은 20일 국회 사개특위에 출석해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309일간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지지하기 위해 기획된 ‘희망버스’ 시위에 참여한 40대 여성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공동주거침입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홍모 씨(41)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15일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홍 씨는 2011년 6월 1차 희망버스 시위에 참여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무단 침입한 혐의(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됐다. 그해 7월에 열린 2차 희망버스 시위에서는 다른 시위자들과 함께 도로를 점거해 시가행진한 혐의(일반교통방해)도 받았다. 검찰은 홍 씨가 단순 시위 참가자에 불과하고 혐의도 가볍다고 판단해 별도의 재판 절차 없이 적은 벌금형에 처해지는 약식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홍 씨는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위원의 안위를 보살피기 위해 조선소 안으로 들어갔고, 2차 희망버스 시위에서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직접적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요청했다. 1, 2심 법원은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불법적 수단의 사용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며 영도조선소 침입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또 “교통방해를 직접 유발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시위 참가자들과 공모해 교통을 방해한 것으로 넉넉히 인정된다”며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5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로 기소된 방송인 이창명 씨(48)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술을 마시고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서울 영등포구에서 교통신호기를 들이받은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씨는 사고 21시간 만에 경찰에 나와 “술을 마시지 못한다”며 음주운전을 부인했다.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 등을 적용해 이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으로 보인다며 재판에 넘겼다. 1, 2심 재판부는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만 음주량 등이 측정되지 않아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 상태에서 운전한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14일 오전 9시 22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에 정차했다. 짙은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하늘색 넥타이를 맨 이 전 대통령이 차에서 내렸다. 착잡한 표정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강진구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고 내외신 취재진 100여 명이 둘러싼 포토라인에 섰다.○ 두 번 고개 숙인 MB 이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한 말씀 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할 겁니다”라고 말한 뒤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A4용지 1장을 꺼내 들었다. 직접 작성한 대국민 메시지였다. 이 전 대통령은 꼿꼿이 선 채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침통했다. 메시지는 모두 6문장 223자였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말씀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와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문장 사이에 말하려고 작성해놨던 문안 ‘이번 일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떠나 공정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는 건너뛰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재차 고개를 숙인 뒤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메시지 발표에 걸린 시간은 1분 10초였다.○ 지지자 1명 없던 MB 자택 앞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은 한산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중 청와대 참모진과 전현직 의원들이 자택에 들어갔지만 다른 지지자는 단 1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명박 구속’ ‘감방 가기 딱 좋은 날’ 등의 글이 쓰인 피켓과 현수막을 든 사람 5명은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5개 중대 400명의 병력을 자택 주변에 배치했지만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지난해 3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자택을 떠날 당시 수백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던 상황과는 대조적이었다.○ “부정한 정치자금 안 받았다” 주장 이 전 대통령은 자택을 찾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김영우 의원과 이재오 조해진 전 의원,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과 차를 마시며 검찰 조사를 앞둔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나는 재벌로부터 부정한 정치자금을 받은 게 없고 대통령선거도 깨끗하게 하자고 강조하며 치렀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온 것을 계기로 주변 관리나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됐고, 며칠 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구속 기소) 등 검찰 수사에 협조한 측근들에 대한 관리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나 검찰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은 채 측근들의 격앙된 발언을 주로 듣고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가 잘할 테니 용기를 잃지 말고 잘 대처하라. 담담하게 조사를 받고 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71)는 자택을 떠나는 이 전 대통령에게 코트를 전해주며 말없이 배웅했다.김윤수 ys@donga.com·최우열·전주영 기자}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을 수용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12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를 통해 “공수처 도입에 대한 국회의 논의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존중하겠다”고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3일 국회 사개특위에 출석해 이 같은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대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공수처와 병존적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와 그의 배우자 등 공수처 수사 대상에 대해 검찰도 수사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전국의 5대 지방검찰청(서울중앙·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에만 특별수사부 등 인지 수사 부서를 두기로 했다. 조직폭력배와 마약범죄 수사 기능은 법무부 산하 마약청 등 별도의 수사기관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찰은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키로 했다. 대검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검사의 사법 통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