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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다음 날인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한파 속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모여들었다. 2차 체포 영장 집행을 앞둔 가운데 집회도 장기화될 전망이다.이날 오전 관저 인근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 진영의 집회가 전날부터 이어졌다. 용산구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에는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을 중심으로 모인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대한민국 지키자’, ‘탄핵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영하 2도 날씨에 두꺼운 패딩, 털모자를 비롯해 방한용품으로 무장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1000명이 모였다. 윤 대통령의 탄핵 및 체포를 촉구하는 반대자들은 오전 10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00명이 모였다. 찬반 집회는 이날 오후에도 이어진다. 오후 2시부터 신자유연대가 주최하는 ‘대통령 수호 집회’가 루터교회 앞 인도 및 2개 차로에서 예정돼 있다. 주최 측은 3000명을 집회 참여 인원으로 신고한 상태다. 이날 촛불행동도 오후 3시부터 볼보빌딩 앞 인도 및 2개 차로를 점거하고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 촛불행동 측은 최소 6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는 서울 종로구 송현공원 앞 인도에서 집회 이어갈 예정이다.한편, 7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재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했다. 첫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때는 공수처가 영장 유효기간(7일)을 공개했지만, 재발부된 영장의 유효기간은 비공개로 했다. 영장 집행 보안을 유지하는 한편 관저 앞 시위가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찰이 대통령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당시 군 간부가 아닌 일반 사병도 동원했다고 6일 밝혔다. 사병을 동원한 적 없다는 경호처의 앞선 해명과 배치된다.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관계자는 “(3일 대통령 관저) 현장에서 (사병 동원) 관련 증거를 채증했고, 어느 정도 동원한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동원된 군부대가 어디인지에 대해선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근무하는 부대 두 곳이 맞다”고 했다.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맡는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경호처 사병 동원 의혹’을 확인함에 따라 경호처의 거짓 해명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일 경호처는 55경비단 사병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관저 지역은 군사보호시설로 평시에 55경비단 병사들이 근무하고 있으나, 공수처 도착 시 대치가 격화될 것을 대비해 경호처 직원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등 관계자 4명을 입건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찰이 대통령 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당시 군 간부가 아닌 일반 사병도 동원했다고 6일 밝혔다. 사병을 동원한 적 없다는 경호처의 앞선 해명과 배치된다.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관계자는 “(3일 대통령 관저) 현장에서 (사병 동원) 관련 증거를 채증했고, 어느 정도 동원한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동원된 군부대가 어딘지에 대해선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근무하는 부대 두 곳이 맞다”고 했다.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맡는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경찰이 ‘경호처 사병 동원 의혹’을 확인함에 따라 경호처의 거짓 해명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일 경호처는 55경비단 사병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관저 지역은 군사보호시설로 평시에 55경비단 병사들이 근무하고 있으나, 공수처 도착 시 대치가 격화될 것을 대비해 경호처 직원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병사들은 후방 근무로 전환했다”고도 했었다.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등 관계자 4명을 입건했다. 박 처장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채증을 토대로 특수공무집행 혐의 적용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수도권 등에 폭설이 쏟아진 5일에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 진영의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강추위를 피하기 위해 은박 비닐로 몸을 감싸거나 우비를 입고 집회에 참가했다. 법원이 발부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이 6일까지인 만큼 양측의 긴장은 고조됐다. 지지자들은 “내일까지만 버티면 우리 승리”라고 외쳤고, 반대 진영은 “내란 수괴 즉각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폭설에도 관저 앞은 찬반 진영 집회이날 오전 7시 반 한남초교 쪽에선 참여연대 등이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전날부터 시작한 집회를 이어갔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구속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탄핵과 체포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5시 반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9000명이 모였다. 비상행동은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을 향해 대통령을 조속히 체포하라고 요구했다. 김은정 기후위기 비상대책위원장은 “하루빨리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내란죄로 구속 수사하는 것이 시작이고 이를 위해 지체 없이 체포하지 않으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상아 씨(24)는 “대통령이 하는 모습들을 보니 대통령이 법 위에 있는 듯 보여 (이를 바로잡고자) 주말에 뛰어나왔다”고 말했다.반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약 600m 떨어진 곳에서 ‘전국주일 연합예배’ 등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5시 반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만2000명이 모였다. 전날부터 밤을 새워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새해 소원은 이재명 체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오후 1시 40분경 “체포영장 유효기한이 6일이다. 내일까지만 버티면 우리의 승리”라고 외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키자 대한민국”, “지키자 윤석열”, “이재명 구속” 등을 외쳤다. 경기 성남시에서 왔다는 최용재 씨(72)는 “공수처가 올지 안 올지 몰라 와 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남대로36길 부근에는 대통령 측을 응원하는 화환 수십 개가 늘어섰다. 화환 리본에는 ‘나라를 살린 박종준 경호처장님 국민이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앞서 3일 공수처는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막혀 실패했다.● 경찰 폭행한 2명 체포… 시민들은 “왜 길 막냐” 불편 호소 5일 서울에는 오전 8시 반부터 대설주의보가 발효됐고 곳곳에 폭설이 쏟아졌다. 내리는 눈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집회 참여자들은 계속 늘어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패딩과 모자로 중무장하거나, 스티로폼과 단열 비닐을 바닥에 깔고 도로, 인도에 앉아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길이 얼어붙자 “인도가 미끄러우니 차도로 내려가라”며 주변에서 안내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30대 이모 씨는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내일이 끝이니까 눈이 오더라도 집회에 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체포와 탄핵을 촉구하는 한대수 씨(70)는 은박 비닐을 몸에 두른 채 “(체포되지 않은 상황이) 성질 나서 어제부터 밤을 새웠다. 추운 건 괜찮다”고 했다.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는 고성도 오갔다. 탄핵 찬성 진영에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그러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주먹을 치켜들고 “이재명! 체포해!”로 맞받았다. 지지자들은 반대자들을 향해 “빨갱이” “×새끼야”, 반대자들은 지지자를 향해 “태극기 ××들아” 등 거친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전날(4일)에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 2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4일 낮 12시 반경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이를 막아선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경찰은 주말 한남초교 인근부터 한남동 관저 일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시민의 통행을 제한했다. 이날 경찰은 30여 개 기동대, 약 2000명을 관저 인근에 배치하고 관저 앞 보도와 차도에는 경찰 통제선을 세웠다. 일부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자 경찰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 박옥순 씨(65)는 “코앞인 거리를 건너서 육교로 빙 돌아가라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서울시는 6일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의 탄핵 찬반 집회로 도로 통제가 예상됨에 따라 대중교통 우회 운행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의 집행을 불허해 달라며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측이 낸 체포·수색영장 관련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법원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군사상·공무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 등이 허락해야 압수 또는 수색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을 예외로 뒀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측은 ‘법률에 의하지 않고 체포·구속·수색·압수 등을 하지 못한다’는 헌법 제12조를 위반했다면서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마 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영장 혐의에 내란죄뿐만 아니라 직권남용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법에 포함된 범죄”라면서 “그것(직권남용)과 관련 있는 내란죄를 혐의 사실에 포함시켰다고 해 위법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법원 쇼핑’ 논란이 된 서울서부지법으로의 영장 청구와 관련해선 공수처 사건의 1심 관할은 서울중앙지법이지만 증거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대통령 관저의 관할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판단도 내렸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기각 이유를 파악하는 대로 대법원에 재항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일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불발 이후 대통령 측과 야당은 고발전을 벌였다. 윤 대통령 측은 5일 오동운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등 150여 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치상, 특수건조물침입 등의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수사3부 이대환 부장검사와 검사 3명, 이호영 경찰청 차장, 김선호 국방부 차관, 호욱진 서울 용산경찰서장 등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과 경호처 통제 군인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박 경호처장 등 8명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대통령 관저 경호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101·202경비단 단장과 22경호대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주말에 조사했다. 특수단은 이광우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2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수도권 등에 폭설이 쏟아진 5일에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 진영의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강추위를 피하기 위해 은박 비닐로 몸을 감싸거나 우비를 입고 집회에 참가했다. 법원이 발부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이 6일까지인 만큼 양측의 긴장은 고조됐다. 지지자들은 “내일까지만 버티면 우리 승리”라고 외쳤고, 반대 진영은 “내란 수괴 즉각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폭설에도 관저 앞은 찬반 진영 집회이날 오전 7시 반 한남초교 쪽에선 참여연대 등이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전날부터 시작한 집회를 이어갔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구속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탄핵과 체포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5시 반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만2000명이 모였다. 비상행동은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을 향해 대통령을 조속히 체포하라고 요구했다. 김은정 기후위기 비상대책위원장은 “하루빨리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내란죄로 구속 수사하는 것이 시작이고 이를 위해 지체없이 체포하지 않으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상아 씨(24)는 “대통령이 하는 모습들을 보니 대통령이 법 위에 있는 듯 보여 (이를 바로잡고자) 주말에 뛰어나왔다”고 말했다.반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약 600m 떨어진 곳에서 ‘전국주일 연합예배’ 등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5시 반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9000명이 모였다. 전날부터 밤을 새워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새해 소원은 이재명 체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오후 1시 40분경 “체포영장 유효기한이 6일이다. 내일까지만 버티면 우리의 승리”라고 외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환호했다.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키자 대한민국”, “지키자 윤석열”, “이재명 구속” 등을 외쳤다. 경기 성남시에서 왔다는 최용재 씨(72)는 “공수처가 올지 안 올지 몰라 와 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남대로36길 부근에는 대통령 측을 응원하는 화환 수십 개가 늘어섰다. 화환 리본에는 ‘나라를 살린 박종준 경호처장님 국민이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앞서 3일 공수처는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막혀 실패했다.● 경찰 폭행한 2명 체포… 시민들은 “왜 길 막냐” 불편 호소5일 서울에는 오전 8시 반부터 대설주의보가 발효됐고 곳곳에 폭설이 쏟아졌다. 내리는 눈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집회 참여자들은 계속 늘어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패딩과 모자로 중무장하거나, 스티로폼과 단열 비닐을 바닥에 깔고 도로, 인도에 앉아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길이 얼어붙자 “인도가 미끄러우니 차도로 내려가라”며 주변에서 안내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30대 이모 씨는 “체포영장 유효기간 내일이 끝이니까 눈이 오더라도 집회에 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체포와 탄핵을 촉구하는 한대수 씨(70)는 은박 비닐을 몸에 두른 채 “(체포되지 않은 상황이) 성질나서 어제부터 밤을 샜다. 추운 건 괜찮다”고 했다.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는 고성도 오갔다. 탄핵 찬성 진영에서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그러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주먹을 치켜들고 “이재명! 체포해!”로 맞받았다. 지지자들은 반대자들을 향해 “빨갱이”, “×새끼야”, 반대자들은 지지자를 향해 “태극기 ××들아” 등 거친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전날(4일)에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 2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4일 낮 12시 반경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이를 막아선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경찰은 주말 한남초교 인근부터 한남동 관저 일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시민의 통행을 제한했다. 이날 경찰은 30여 개 기동대, 약 2000명을 관저 인근에 배치하고 관저 앞 보도와 차도에는 경찰 통제선을 세웠다. 일부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자 경찰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 박옥순 씨(65)는 “코앞인 거리를 건너서 육교로 빙 돌아가라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서울시는 6일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의 탄핵 찬반 집회로 도로 통제가 예상됨에 따라 대중교통 우회 운행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의사 및 의대생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의대생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1일 오후 한 온라인 게시 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6분경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사고 현장 텐트에서 국시 공부하는 정신은 존경한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참사 유가족 중 의대생을 인터뷰한 기사를 캡처해 올린 글이었다. 캡처된 기사에 따르면 이 유족은 수도권 한 의대 4학년 남학생으로, 재난 구호 텐트에 머무르며 9일에 치를 의사 국가시험(국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 엄마(희생자)가 이번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1년 더 공부하기를 원하지 않으실 것”이라 말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메디스태프 글에는 날 선 댓글들이 달렸다. 특히 남학생을 두고 ‘감귤’이라 조롱하는 댓글이 많았다.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네” “감귤 낳은 게 이미 죄 아니겠냐” 등이다. 감귤은 의대 증원 논란 과정에서 사직, 휴학 등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 의대생을 비하하는 말이다. 부모님이 사망한 상황에도 의사가 되기 위해 여념이 없다며 비꼬는 것이었다. 댓글을 공개한 작성자는 “저런 인간들이 의사로서 진료를 본다는 게 너무 끔찍하다”며 “널리 퍼뜨려서 범인(댓글 작성자)을 잡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저게 악마가 아니면 뭐냐” “저런 사람들이 환자를 돌본다는 게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가족들을 향한 도 넘은 비난과 조롱이 계속되자 2일 유가족 대표단은 무안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악의적인 표현과 남은 가족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멈춰주길 바란다”며 “관계 당국에서 강력하게 처벌해 줄 것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유족 등이 신고를 하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2일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모욕성 관련 게시글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문제의 사이트는 폐쇄형이라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고가 접수될 경우 사법 처리 대상이 되는지 검토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모욕하는 악성 게시물 3건을 수사 중이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2일 오후 2시 40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3번 게이트 버스터미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족 12명의 손에는 30cm 정도 크기 갈색 상자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사망자의 유류품이 담긴 상자였다. 상자 틈새로 보이는 유품들은 곳곳이 깨져 있거나 흙먼지가 가득했다. 은색 여행가방 하나는 곳곳이 부서지거나 찢겨 있었다. 지난해 12월 29일 사고 충격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유족들은 갈색 상자가 마치 살아있는 가족인 양 끌어안고 걸어가는 내내 흐느꼈다.● 유품 받아 든 가족들 흐느껴 이날 국토교통부 등 당국은 낮 12시부터 유류품 인계 절차를 시작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소유자가 확인된 여권 등 200여 종의 유류품이 분류 절차를 마쳤다”며 “오후 3시 30분 기준 희생자 52명의 유류품이 유족에게 인도됐다”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수거된 유류품은 총 600여 점인데 남은 400여 점도 확인 절차를 거쳐 순차적으로 유족들에게 인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손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는 유가족 동의를 얻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주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사고 사망자 179명 중 4명은 이날 장례 절차를 마치고 발인했다. 광주 시내 주요 장례식장에서 절차가 진행된 가운데 참석한 가족, 친지, 친구들은 눈물을 흘렸다. 태국인 사망자 2명 중 40대 여성의 발인식도 이날 열렸다. 발인식에 참석한 타니 쌩랏 주한 태국대사는 “화장한 재는 반은 한국에, 반은 태국에 모실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태국인 20대 여성 사망자는 시신을 본국으로 옮길지 여부가 결정된 뒤 장례 절차가 정해질 예정이다.공항에는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 편지, 메모도 점점 늘었다. 이날 활주로 주변 철조망에는 ‘기장님! 부기장님! 승무원님들! 승객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드셨나요?’, ‘부디 천국에서 행복하게 사세요’ 등의 글귀가 적힌 쪽지들이 붙어 있었다. 사망자의 친구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한 쪽지에는 ‘사랑하는 내 친구, 어머니와 같이 천국에서 우리 만나기까지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라고 적혀 있었다. 고인을 기릴 음식을 챙겨들고 찾아온 시민들도 있었다. 전날(1일) 밤 철조망 앞에서 만난 시민 손모 씨(29)의 손에는 술과 담배, 먹태가 들려 있었다. 그는 “낮에 오면 파편이 보인다고 해서 너무 처참할까 봐 저녁에 왔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무안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다녔다는 손 씨는 “고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너무 참담하다”라며 철조망 너머로 챙겨 온 술을 서너 번 올린 뒤 고인들을 추모했다.● 국토부 “3일 조사 진행과정 설명 예정” 정부는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는 동시에 사고 원인 파악에도 주력했다. 박 장관은 “독립기관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서 객관적으로 인증받을 수 있는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엄격하게 조사 중”이라면서 “내일(3일) 조사 진행 과정에 대해 사조위 측에서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 반까지 유족에게 인도된 시신은 총 34구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DNA 감정 결과를 통보한 사망자는 65명이다. 유가족들은 추모 기간 연장과 신속한 신원 파악 등의 조치를 당국에 요청했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가족들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도록 현재 전국 분향소의 운영 연장을 부탁드린다. 장례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기간 역시 연장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DNA 검사가 진행 중”이라며 “희생자 모두가 온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길 거듭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무안=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지기 열흘 전에 열렸던 무안국제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이미 새 떼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문제에 대한 경고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의에서 작년보다 새 떼 충돌 건수는 늘었는데 대응할 인력과 장비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항공 측도 회의 참석 대상이었지만 불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제기된 우려에 귀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2024년도 하반기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 개최 결과’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조류 충돌 우려를 논의하는 위원회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내 사무실에서 열렸다. 한 참석자는 “조류가 종종 출몰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하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측 참석자는 “최대한 퇴치 활동을 위해 노력하지만, 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 등 원거리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조류 퇴치 처리 실적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서 걱정된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조류 포획 및 분산 실적이 작년 9335마리에서 올해 7991마리로 작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대응할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항은 취항사 등과 연 2차례 위원회를 여는데 제주항공은 지난해 2차례 모두 불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무안공항 복행때 새떼 충돌 위험… 확성기 성능 낮아 퇴치 한계”[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참사 열흘전 예방委 경고 쏟아져조류 퇴치 전년보다 14% 감소… “폭음탄 소리 가을부터 많이 줄어”제주항공, 7월-12월 회의도 불참… 전문가 “위험 알면서도 조치 안해”“복행 시 해변 쪽에서 조류 출몰이 종종 발생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한가.”“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지난해 12월 1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2024년도 하반기(7∼12월)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공항 주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둘러싼 우려를 쏟아냈다. 이미 작년보다 관련 사례가 늘었고, 반면 대응 여건은 부족하다는 판단도 내놨다. 조류 포획 등 처리 실적이 1년 전보다 1344마리나 줄었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왔다. 참여 대상 위원이었던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불참했다.그로부터 10일 뒤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방콕발 7C2216편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사고 발단은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오른쪽 엔진 고장이었다.● 참사 열흘 전 ‘복행 과정서 새 떼 충돌’ 우려 나와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해당 회의 문건에 따르면, 당시 한 회의 참석자는 항공기가 무안공항 상공에서 ‘고어라운드(복행)’하며 새 떼와 마주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열흘 뒤 사고 당일 벌어진 상황을 예견한 듯한 문제 제기였다. 해당 참석자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류 퇴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느 정도까지 퇴치가 가능한지” 등을 물었다.이에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남부공항서비스(SAS) 측 참석자는 대응 인력 및 장비 부족 문제를 설명했다. 조류 퇴치 활동에 투입할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고, 공항 안팎 이동에 쓸 차량도 여의치 않다는 하소연이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통해 새 떼를 쫓는 확성기의 경우 소리 도달 거리가 짧아 충분치 않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폭음경보기 설정 왜 바뀌었나조류 처리 실적이 2023년보다 크게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류 충돌 방지 추진사항’ 관련 안건을 논의할 때 한 참석자는 “폭음경보기 작동 시간 설정 변경으로 인해 포획 및 분산 실적이 9335마리에서 7991마리로 작년(2023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폭음경보기 작동 시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지난해 12월 진행된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무안공항 인근에서 1만8886마리(무안 저수지 1792마리, 무안·목포 해안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 1만2779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무안공항에 사무실을 둔 한 비행교육 회사 관계자는 “원래 새를 쫓는 폭음탄 소리가 ‘펑펑’ 자주 들려야 하는데 지난해 가을 이후 확연히 소리 빈도가 줄었다”고 전했다.제주항공 측 위원은 이날 회의는 물론 지난해 7월 회의에도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 측은 회의 개최 결과 문건만 공문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에서 17년 만에 부활한 정기 국제선 노선의 취항사인데, 버드 스트라이크 대책 회의에 불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 “위험 알고도 조치 안 해”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공항이 조류 충돌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바로 선제적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위원회까지 열어놓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실행력의 문제”라며 “(제주항공이)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무안=최원영 기자 o0@donga.com무안=조승연 기자 cho@donga.com무안=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새해 첫날 딸에게 절을 할 줄은 몰랐다….”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앞에 선 남성은 목이 메는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새해의 희망을 함께 나눠야 할 자녀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슬픔에 계속 눈물을 흘렸다. 여객기와 새카맣게 타버린 잿더미 앞에는 떡국과 과일 등 새해 음식을 차린 상이 놓였다. 하늘에서 영영 내리지 못하고 볼 수 없게 된 가족, 지인들을 위한 새해 차례상이다. 절을 하던 한 여성은 슬픔이 북받쳤는지 고개를 떨군 채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 참사 현장에 차례상… 179명 시신 확인이날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등 700여 명은 참사 나흘 만에 처음으로 현장을 찾았다. 참사 현장이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인 탓에 한동안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을 맞아 당국과 유가족 대표단이 협의해 현장 첫 방문이 이뤄졌다. 유가족들은 기체 잔해에 국화꽃을 놓고 고인을 추모했다. 한 유족은 사망한 가족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고 “그립다”고 소리쳤다. “아빠가 미안하다”고 외치는 유족도 있었다. 현장은 말 그대로 눈물바다였다. 몇몇 유족들은 차례상에 절을 하다가 다시 슬픔에 오열하며 쓰러졌다. 합장하는 듯 두 손을 모으고 묵념을 하던 한 남성도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다시 터졌는지 손에 그대로 얼굴을 파묻고는 흐느꼈다. 유가족들이 우는 소리는 취재진들이 있는 1km 밖까지 들렸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9명 사망자 전원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훼손 정도가 심해 마지막까지 남았던 4∼5명의 희생자는 DNA 재검사 등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6시 반 희생자 179명의 신원을 유족이 확인하는 절차도 마무리됐다. 희생자 중 21명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됐다.● 새해 첫날 전국 추모 계속전국 각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추모의 발길도 계속됐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 대기 줄은 이날 공항 청사 밖 350m 넘게 이어졌다. 특히 가족 단위로 추모하러 온 이들이 대다수였다. 아들, 딸, 아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신성우 씨(56)는 “새해 첫날인데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가족이 다 함께 왔다”고 말했다. 자녀들과 함께 분향소에 방문한 조미영 씨(41)는 “아이들이 ‘돌아가신 분들을 위로하고 기도해 드리고 싶다’고 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조 씨의 아들 국지호 군(13)은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위로해주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공항 계단에는 ‘여보 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못다 한 삶 아쉬움,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바랍니다’ 등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귀 등이 붙어 있었다. 이번 참사로 6명의 희생자가 나온 전북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오전 8시부터 아이, 친구, 부모님의 손을 잡은 도민들이 찾아와 국화꽃을 놓으며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위로했다. 이가영 씨(38)는 분향을 마치고 나오면서 “즐겁기 위해 가신 여행에서 이렇게 힘든 일을 겪게 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수원시청 합동분향소에는 1일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200명이 넘는 시민이 방문해 헌화하고 묵념하며 고인들을 애도했다. 주부 이모 씨(35)는 “비행기 사고가 난 무안까지 못 가더라도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싶어 서둘러 왔다”고 했다.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에 맞춰 새해맞이도 조용히 치러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국가애도기간임을 고려해 해넘이·해맞이 축제를 대부분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관광객들도 예년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 무탈을 빌었다. 울산 울주군 간절곶은 매년 15만 명이 넘게 찾는 일출 명소지만 올해는 3만여 명만 방문했다. 다른 명소들도 마찬가지였다. 군산시 비응항을 찾은 김모 씨(40)는 “매년 일출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오는데, 작년에 유독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다”며 “신년에는 큰 사고 없이 무탈하기만을 빌었다”고 했다.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새해 첫날 딸에게 절을 할 줄은…”새해 첫날인 1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앞에 선 남성은 목이 메이는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여객기와 새카맣게 타버린 잿더미 앞에는 떡국과 과일 등 새해 음식을 차린 상이 놓였다. 하늘에서 영영 내리지 못하고 볼 수 없게 된 가족, 지인들을 위한 새해 차례상이었다. 절을 하던 한 여성은 갑자기 슬픔이 북받쳤는지 고개를 떨군 채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사망자들 위한 차례상 이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사고 나흘 만에 처음으로 현장을 찾았다. 사고 현장이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인 탓에 한동안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을 맞아 당국과 유가족 대표단이 협의해 사고현장 첫 방문이 이뤄졌다.이날 추모식장에서 유가족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유족은 사망한 가족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고 “그립다”고 소리쳤다. “아빠가 미안하다”며 외치는 유족도 있었다. 현장은 말 그대로 눈물바다였다. 합장하는 듯 두 손을 모으던 한 남성은 다시 눈물이 터졌는지 손에 그대로 얼굴을 파묻고는 흐느꼈다. 유가족들은 준비한 차례상에 술을 따르고 고인들을 추모했다. 몇몇 유족들이 절을 하는 과정에서 다시 슬픔에 오열하고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9명 사망자 전원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훼손 정도가 심해 마지막까지 남았던 4∼5명의 희생자는 DNA 재검사 등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6시 반 희생자 179명의 신원을 유족이 확인하는 절차가 마무리됐다. 희생자 중 21명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됐다.● 새해 첫날 전국 추모 계속전국 각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추모의 발길도 계속됐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 대기줄은 이날 공항 청사 밖 350여m 넘게 이어졌다. 특히 가족 단위로 추모하러 온 이들이 대다수였다. 아들, 딸, 아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신성우 씨(56)는 “새해 첫날인데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가족이 다 함께 왔다”고 말했다. 자녀들과 함께 분향소에 방문한 조미영 씨(41)는 “아이들이 돌아가신 분들을 위로하고 기도드리고 싶다고 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조 씨의 아들 국지호 군(13)은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눈물 흘렸다. 이날 공항 계단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못다한 삶 아쉬움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바랍니다” 등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귀 등이 붙여져 있었다.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6명의 희생자가 나온 전북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오전 8시부터 아이, 친구, 부모님의 손을 잡은 도민들이 찾아와 국화꽃을 놓으며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위로했다. 이가영 씨(38)는 분향을 마치고 나오면서 “즐겁기 위해 가신 여행에서 이렇게 힘든 일을 겪게 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여행 다녀오시느라 고생하셨다고,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라는 말을 건넸다”며 눈물을 쏟아냈다.수원시청 합동분향소에는 1일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200명이 넘는 시민이 방문해 분향소 제단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고인들을 애도했다. 주부 이모 씨(35)는“비행기 사고가 난 무안까지 못가더라도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 싶어 서둘러왔다”고 했다.전국적인 추모 분위기에 맞춰 새해맞이도 조용히 치러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국가애도기간임을 고려해 해넘이·해맞이 축제를 대부분 취소하거나 축소해 관광객들은 예년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한해 무탈을 빌었다. 울산 울주군 간절곶은 매년 15만 명이 넘게 찾는 일출 명소지만 올해는 3만여 명만 방문했다. 다른 명소들도 마찬가지였다. 군산시 비응항을 찾은 김모 씨(40)는 “매년 일출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오는데, 작년에 유독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다”며 “신년에는 큰 사고 없이 무탈하기만을 빌었다”고 했다.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 발생 10일 전에 열렸던 무안국제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이미 새 떼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문제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의에서는 작년보다 새 떼 충돌 건수는 늘었는데 대응할 인력과 장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항공 측도 이 위원회 참석 대상이었지만 불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제기된 우려에 귀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사 열흘 전 회의에서 버드 스트라이크 우려 쏟아져1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2024년도 하반기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 개최 결과’ 문건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조류 충돌 우려를 논의하는 위원회가 공항 내 사무실에서 열렸다. 여기서 한 참석자는 “조류 출몰이 종종 발생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하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측 참석자는 “최대한 퇴치 활동을 위해 노력하지만, 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 등 원거리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조류 처리 실적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서 걱정된다는 문제 제기도 회의에서 나왔다. 한 참석자는 “조류 포획 및 분산 실적이 작년 9335마리에서 올해 7991마리로 작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대응할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무안공항은 인근에 철새도래지 6곳이 있어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큰 곳이다. 위원회는 조류 등 야생동물과 항공기 간 충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 전문가 및 취항사 등 관련 기관 종사자로 구성됐다. 공항은 위원인 취항사 등과 연 2차례 위원회를 여는데 제주항공은 지난해 2차례 모두 불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어라운드 하며 새 떼 여러번 마주쳐’ 지적… 그대로 사고 현실화“복행 시 해변 쪽에서 조류 출몰이 종종 발생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하냐.”“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지난달 12월 1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2024년도 하반기(7~12월)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공항 주변 ‘버드 스트라이크(새떼 충돌)’를 둘러싼 우려를 쏟아냈다. 이들은 이미 작년보다 관련 사례가 늘었고, 반면 대응 여건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조류 포획 등 처리 실적이 1년 전보다 1344마리나 줄었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왔다. 참여 대상 위원이었던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불참했다.그로부터 10일 뒤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방콕발 7C2216편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사고 발단은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오른쪽 엔진 고장이었다.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해당 회의 문건에 따르면, 당시 한 회의 참석자는 항공기가 무안공항 상공에서 ‘고어라운드(복행)’하며 새 떼와 마주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열흘 뒤 사고 당일 벌어진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해당 참석자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류 퇴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느 정도까지 퇴치가 가능한지” 물었다.이에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남부공항서비스(SAS) 측 참석자는 대응 인력 및 장비 부족 문제를 들었다. 조류 퇴치 활동에 투입될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고, 또 공항 안팎을 이동한 차량도 여의찮다는 하소연이었다. 게다가 시끄러운 소리를 통해 새 떼를 쫓는 확성기의 경우, 소리가 도달하는 거리가 짧아 충분치 않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폭음경보기 설정 왜 바꼈나조류 처리 실적이 2023년보다 크게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류 충돌 방지 추진사항’ 관련 안건을 논의할 때 한 참석자는 “폭음경보기 작동시간 설정 변경으로 인해 포획 및 분산 실적이 9335마리에서 7991마리로 작년(2023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폭음경보기 작동 시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지난달 진행된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무안공항 인근에서 1만8886마리(무안 저수지 1792마리, 무안·목포 해안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 1만2779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무안공항에 사무실을 둔 한 비행교육 회사 관계자는 “원래 새를 쫓는 폭음탄 소리가 ‘펑펑’ 자주 들려야 하는데 지난해 가을 이후 확연히 빈도가 줄었다”고 전했다.제주항공 측 위원은 이날 회의는 물론 지난해 7월 회의에도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 측은 회의 개최 결과 문건만 공문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에서 17년 만에 부활한 정기 국제선 노선의 항공사인데 버드 스트라이크 대책 회의에 불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 “위험 알고도 조치 안 해”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공항이 조류 충돌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바로 선제적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위원회까지 열어놓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실행력의 문제”라며 “(제주항공이)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도 지적했다.무안공항의 인력 부족 문제는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에 따르면 공항별 조류 퇴치 인력은 김포 23명, 김해 16명, 제주 20명, 대구 8명, 광주 4명, 무안 4명, 사천·원주 2명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에 사고 당일 조류 인력이 2명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그중 1명은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무안=최원영 기자 o0@donga.com무안=조승연 기자 cho@donga.com무안=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전국 곳곳에 마련된 무안 제주공항 참사 합동분향소에는 이틀째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족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참사가 일어난 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7시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이 시작되자 100여 명의 유족이 줄지어 섰다. 한 중년 남성은 아들의 위패를 쓰다듬으며 오열했고, 또 다른 유족은 영정사진을 마주하자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공항 분향소는 준비가 지연돼 31일 오후에야 문을 열었다. 전남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오전 7시 반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분향소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지만 그 전부터 많은 조문객이 줄을 섰다. 전북 정읍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왔다는 민중원 씨(38)는 “(위패를 보니) 같은 돌림자 쓰는 분들이 있었다”며 “가족끼리 연말이라 해외로 놀러 갔을 텐데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세 살 딸, 아내와 함께 온 김운영 씨(48)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왔다. 나이가 어린 희생자도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사고를 직접 목격했다는 조문객도 있었다. 무안국제공항이 위치한 망운면에 사는 송남수 씨(65)는 “(사고 현장) 기억이 도무지 잊히지 않아 추모하러 왔다”고 했다.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 앞에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온 근조 화환들이 줄지어 놓였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에서 온 것이었다. 이번 사고 최고령 희생자의 지인이라는 손영배 씨(76)는 화환을 둘러본 뒤 “보기 드물게 착하고 순한 사람이었다. 사고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정문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대기줄에 서서 눈물을 훔치거나 “너무 안타깝다”는 말을 읊조렸다. 조화들 사이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신위’라는 위패가 놓였다. 분향소를 방문한 이모 양(18)은 “대학 입학을 앞뒀다는 희생자 사연을 읽었는데 동갑인 것 같아 마음이 더욱 먹먹했다”고 말했다. 분향소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무안스포츠파크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는 박창심 씨(67)는 “29일 사고 이후부터 사흘째 봉사 중”이라고 했다. 박 씨는 “(유가족들이) 내 자식, 내 형제 같은 마음에 일을 제쳐 두고 분향소로 왔다. 일주일 내내 이곳에 머물며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시도별 합동분향소는 지난해 12월 30일 전남 무안, 광주, 대전, 세종을 시작으로 이날 부산, 인천, 울산 등 총 17개 시도, 66개 시군구에 마련됐다. 일부는 1월 4일까지만 운영될 예정이다.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무안=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전국 곳곳에 마련된 무안 제주공항 참사 합동분향소에는 이틀째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족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들도 분향소를 찾았다.참사가 일어난 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7시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이 시작되자 100여 명의 유족이 줄지어 섰다. 한 중년 남성은 아들의 위패를 쓰다듬으며 오열했고, 또 다른 유족은 영정사진을 마주하자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공항 분향소는 준비가 지연돼 31일 오후에야 문을 열었다.전남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오전 7시 반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분향소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지만 그 전부터 많은 조문객이 줄을 섰다. 전북 정읍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왔다는 민중원 씨(38)는 “(위패를 보니) 같은 돌림자 쓰는 분들이 있었다”며 “가족끼리 연말이라 해외로 놀러 갔을 텐데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세 살 딸, 아내와 함께 온 김운영 씨(48)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왔다. 나이가 어린 희생자도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사고를 직접 목격했다는 조문객도 있었다. 무안국제공항이 위치한 망운면에 사는 송남수 씨(65)는 “(사고 현장) 기억이 도무지 잊히지 않아 추모하러 왔다”고 했다.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 앞에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온 근조 화환들이 줄지어 놓였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에서 온 것이었다. 이번 사고 최고령 희생자의 지인이라는 손영배 씨(76)는 화환을 둘러본 뒤 “보기 드물게 착하고 순한 사람이었다. 사고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서울 중구 서울시청 정문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대기줄에 서서 눈물을 훔치거나 “너무 안타깝다”는 말을 읊조렸다. 조화들 사이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신위’라는 위패가 놓였다. 분향소를 방문한 이모 양(18)은 “대학 입학을 앞뒀다는 희생자 사연을 읽었는데 동갑인 것 같아 마음이 더욱 먹먹했다”고 말했다.분향소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무안스포츠파크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는 박창심 씨(67)는 “29일 사고 이후부터 사흘째 봉사 중”이라고 했다. 박 씨는 “(유가족들이) 내 자식, 내 형제 같은 마음에 일을 제쳐 두고 분향소로 왔다. 일주일 내내 이곳에 머물며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전국 시도별 합동분향소는 지난해 12월 30일 전남 무안, 광주, 대전, 세종을 시작으로 이날 부산, 인천, 울산 등 총 17개 시도, 66개 시군구에 마련됐다. 일부는 1월 4일까지만 운영될 예정이다.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이틀째인 30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147명에 그쳤다. 경찰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망자 179명 중 온전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5명뿐이고 나머지 174명의 시신은 총 606편(조각)으로 흩어진 채 발견됐다. 여객기가 활주로 끝 둔덕과 충돌해 폭발하는 과정에서 탑승자들이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 606편으로 훼손된 시신 30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관계자들은 무안공항 임시 안치소 등에서 사망자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활주로와 사고 지점에서 발견된 시신을 119구급대, 군 인력 등이 임시 안치소까지 운구하면 경찰과 국과수 등이 1차로 지문 대조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다. 지문 확인도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각한 시신은 미리 채취해 둔 탑승자 가족의 유전자(DNA) 정보와 시신의 DNA를 대조해 신원을 확인 중이다. 경찰과 국과수는 검안의 10명, DNA 신속 판독기 3대를 투입했다. 이후 수사기관이 발급하는 ‘검시 필증’을 유족이 받으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30일 오후 기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47명이다. 나머지 사망자 32명의 신원 확인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충돌과 폭발로 시신 대부분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사망자 179명 중 151명은 지문을 채취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28명은 지문 감식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 “온전히 수습한 시신은 5구뿐” 경찰 등 현장 수습 관계자들에 따르면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시신은 179구 중 5구였다. 경찰 관계자는 “5구 외에는 시신 훼손이 심한 상황이다. 폭발로 사지가 분리되는 등 신체 일부가 훼손돼 현재 총 606편의 시신이 발견된 상황”이라며 “조각들을 맞추는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있어 신원이 모두 확인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대표단은 당국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검시 쪽에서의 (신원) 확인 절차도 다음 주 수요일까지 될 것 같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답이 나온다”며 “장례 절차가 지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원 확인이 안 된 시신은 격납고 등에 설치된 냉동시설을 통해 일단 보존하고 있다. 추가로 훼손된 시신이 더 있는지 사고 현장 주변을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가족의 신원을 확인할 때까지 시간이 기약 없이 지체되면서 유족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녀를 잃은 한 유족은 “답답한 마음에 텐트에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면서 “빨리 신원이라도 확인된다면 이렇게 속이 끓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원 확인 기다리는 유족들, 뜬눈으로 밤새워 유족들은 사고 다음 날인 30일 새벽까지도 신원 확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날 오전 1시 45분경 무안공항 2층에서는 추가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이름이 호명되자 유족들이 통곡했다. 사망자 김모 씨(30)의 남동생은 “엄마, 누나 찾았어” 소리치며 가족과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한 유족은 아들의 이름이 불리자 “혹시 동명이인 아니냐”며 재차 되물었다. 하나뿐인 언니를 이번 사고로 잃었다는 여성은 “우리 언니 데리고 가게 해달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30대 올케를 찾으러 온 한 유족은 “저와 동생, 엄마가 교대로 쪽잠을 자면서 (신원 확인) 소식을 기다렸지만 신원이 확인된 사람 명단에서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당국이 신원 확인을 잘못 안내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사망자 A 씨(49)의 유족은 29일 오후 8시 반경 ‘신원이 확인된 88명 명단에 A 씨 이름이 있다. 후속 절차를 밟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1시간가량 기다렸는데 국토부 관계자가 “신원 확인 명단에 A 씨 이름이 없다”며 잘못 안내했다고 알려왔다. A 씨 유족들이 항의하자 해당 관계자는 “연락이 잘못 갔나 보다”는 답변만 내놨다. 당국이 제공한 탑승객 명단에 이름이 잘못 적힌 경우도 있었다. 사망자 임모 씨(68)의 경우 이름이 잘못 적힌 것을 가족들이 명단에서 발견하고 생년월일로 신원을 확인했다.무안=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무안=최원영 기자 o0@donga.com}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너머에 있던 로컬라이저 안테나 ‘둔덕’이 지목됐다. 29일 사고 비행기는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다 둔덕과 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 둔덕은 흙으로 단단하게 쌓은 구조물에 콘크리트까지 더해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지침은 ‘(활주로)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반 논란이 예상된다.● 콘크리트 둔덕, 참사 결정적 역할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무안공항은 지난해 로컬라이저 안테나 교체 공사를 했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를 향해 전파를 쏴서 고도, 위치 파악을 돕는 역할을 한다. 무안공항의 경우 활주로 끝에서 264m 떨어진 지점에 2m 높이의 둔덕을 쌓고 그 위에 안테나를 설치했다. 이 둔덕은 흙으로 덮여 있지만 내부는 콘크리트다. 해당 둔덕 때문에 탑승자 181명 중 179명 사망이라는 최악의 항공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속 200km로 돌진하는 항공기가 둔덕과 충돌하며 폭발했기 때문이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활주로 너머의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사고나 폭발이 덜했을 수 있다”며 “비행기가 계속 밀고 나가 지금보다는 온전한 상태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콘크리트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것이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부의 항공 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 제6장 제23조 3항은 “공항 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실중량과 높이를 최소로 유지하고, 항공기에 대한 위험이 최소가 되는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은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같은 지침 제25조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공항 장비와 설치물로 규정하고 있다.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항공기 충돌 시 부서지기가 쉽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수-포항에도 비슷한 구조물 문제는 이 같은 둔덕이 다른 공항에도 있다는 점이다. 취재팀이 인천국제공항과 지방 14개 공항을 살펴본 결과 포항경주공항에도 무안공항 같은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다. 사천공항에는 높이 50cm, 재질 미상의 구조물이 있었다. 광주공항에는 높이 약 70cm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청주공항, 여수공항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방위각 시설이 설치돼 있다. 구조물과 둔덕의 높이에 따라 이번 사고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반면 인천국제공항, 제주공항은 둔덕 없이 철제 구조물로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설치돼 있었다. 불시착한 비행기가 밀고 나갈 수 있는 구조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만일 항공기가 충돌하더라도 철제 구조물이 쉽게 부서져 기체 파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주공항의 경우 로컬라이저 고정을 위해 콘크리트를 사용했지만 지표면과 거의 같은 높이로 설치해 장애물로 보이지 않았다. 무안공항의 경우 국제 규정에서 요구하는 ‘프랜지블(Frangible·부서지기 쉬운)’ 설계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발간한 비행장 설계 매뉴얼 중에는 ‘프랜지빌리티(Frangibility·부서지기 쉬움) 원칙’이라는 꼭지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활주로 종단에서 직선거리로 300m 이내에 있는 구조물을 모두 쉽게 부러지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버런(Over Run·초과 질주)’ 같은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항공기와 승객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전문가들 “거기에 있을 이유 없다” 무안공항의 둔덕은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영국 항공전문매체 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의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편집자는 30일(현지 시간)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무안공항 둔덕 설치는 범죄 행위에 가깝다”며 “비행기가 벽(둔덕)에 부딪치지 않았다면 탑승객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리어마운트는 영국 공군에서 조종사이자 비행 강사로 복무했고 영국 왕립 항공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그는 “활주로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단단한 물체가 있다는 건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항공 사고 조사 전문가 데이비드 수시도 CNN 인터뷰에서 “이런 종류의 장애물이나 장벽이 활주로 근처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30일 오전 10시, 오후 3시 진행된 브리핑에서는 무안공항 둔덕이 규정 위반인지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 검토 중이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다 이날 오후 10시경에야 참고자료를 내고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에 위치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며 “무안공항 둔덕은 종단안전구역 외에 설치돼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안전지역 길이도 FAA-ICAO 권고보다 40m 짧아 일각에서는 활주로 종단에서부터 장애물(둔덕) 사이 확보된 안전지역의 길이가 너무 짧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안공항은 이 거리가 264m에 불과했다. 해외에서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상황을 대비해 이 안전지역을 되도록 넓게 만들어 놔야 한다는 권고 규정이 있다. ICAO는 활주로 종단(끝) 이후 안전지역 길이를 300m 이상으로 만들라고 권고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보다 긴 305m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ICAO나 FAA가 권고한 규격대로 지어진 미국 등 외국 공항들은 비행기가 미끄러져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여유 거리를 무안공항보다 40m 더 길게 제공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내 공항의 안전지역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로컬라이저 안테나비행기에 전파를 발사해 비행기 고도, 위치를 알려주는 장치. 비행기가 안전하게 활주로에 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해외에서는 불시착 등 사고를 대비해 안테나 지지대를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지만 무안국제공항에는 지지대가 흙과 콘크리트로 설치됐고, 참사 당시 항공기와 충돌해 폭발의 원인이 됐다.무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179명의 유족들은 사고 다음 날인 30일 새벽까지도 신원 확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신원 확인이 된 유족들은 사망 확인 소식에 오열했고, 신원 확인이 안 된 유족들도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사고가 난 지 17시간 가까이 지난 30일 오전 1시 45분경 무안공항 2층. 추가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이름이 호명되자 유족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사망자 김모 씨(30)의 남동생 김모 씨는 “엄마, 누나 찾았어”라며 가족과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한 유족은 아들의 이름이 불리자 “혹시 동명이인 아니냐”며 믿기지 않는 듯 묻고 또 물었다. 관계자가 출생 연도를 불러주자 “내 새끼 맞아”라며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신원 확인이 안된 사망자의 가족들은 두 손을 모으고 발을 동동 굴렀다. 하나 뿐인 언니를 잃었다는 한 여성은 “우리 언니 데리고 가게 해달라”고 계속 되내였다. 가족들이 교대로 밤을 지새웠지만 30일까지도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가족도 있었다. 30대 올케를 찾으러 온 한 유족은 “저와 동생, 엄마가 교대로 쪽잠을 자면서 (신원 확인) 소식을 기다렸지만, 신원 확인된 사람 명단에서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소방청에 따르면 30일 오후 4시 기준 사망자 179명 중 신원 미확인 사망자는 38명이다.가족의 신원이 확인됐음에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유족들을 돕겠다며 공항에 더 머무르는 유족들도 있었다. 20대 조카가 변을 당한 송모 씨(48)는 29일 오후 공항을 찾아 조카의 사망이 확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카의 시신이 영안실로 옮겨지고 가족들도 전남 목포시 분향소로 이동했지만, 송 씨는 공항에 남아 자원봉사자를 도왔다. 이날 밤 내내 공항에 텐트를 설치하고 물병을 함께 나른 송 씨는 “조카 말고도 젊은 나이에 숨진 사람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며 “조금이라도 정신이 있는 사람이 도와야겠다고 생각해 공항에 남았다”고 말했다.전남경찰청과 전남소방본부 등은 30일 사고 항공기 기체와 인근 지역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하는 작업도 이틀째 이어졌다.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세 살배기 아들과 첫 가족여행을 떠났던 부모, 결혼 16일째였던 신혼부부…. 29일 착륙 중 사고를 당한 방콕발 7C2216편에 타고 있었던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씩 알려지고 있다. 최연소 탑승자는 2021년에 태어난 세 살 아기로 부모와 함께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결혼한 지 2주가량밖에 지나지 않은 신혼부부도 있었다. ● ‘첫 가족 해외여행’ 세 살배기 가족도29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탑승자 명단 등에 따르면 고모 군(3)과 아버지 고모 씨(43), 어머니 진모 씨(37) 등 세 가족은 첫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고 씨와 진 씨 부부는 약 2주 전이 결혼 기념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여행에서 고 군은 생애 처음으로 배를 탔다고도 전해졌다. 광주의 한 야구단 관련 기업에 재직 중인 고 씨는 겨울 휴가를 내고 가족 여행을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는 한국행 비행기에 타기 18시간 전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태국 여행의 사진과 기록을 올렸다. 그는 여행 1일 차에 “처음 해외 가는 아들 첫 여권에 첫 도장 쾅. 하루를 가득 채운 일정에 피곤했지만 재밌게 놀아준 아들 덕분에 행복”이라고 남겼다. 그는 이번 여행에서 아들이 생애 처음으로 배를 탔다고도 적으며 사진도 올렸다. 탑승 24시간 전엔 방콕의 한 식당에서 아내, 아들과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최고의 순간”이라 적었다. 사고 전날 자정쯤 아들이 태국 동물원에서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이 고 씨의 마지막 게시물이었다. 고 씨의 직장 동료는 “믿고 의지할 만한 선배. 어른다운 선배셨다”며 안타까워했다.결혼 1년 반째인 언론인 부부도 참변을 당했다. 아내 김모 씨(30)는 광주의 한 언론사 기자, 남편 안모 씨(33)는 전남 목포시 언론사에서 일하는 PD였다. 지인들에 따르면 김 씨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김 씨의 아버지 김모 씨(61)는 “딸이 새벽 3시에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며 “비행기가 30∼40분 연착돼 좀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도 했는데 오전 9시경 도착했는지 묻는 연락에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번 여행이 딸의 포상 휴가였다며 슬퍼했다. 딸은 방콕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20시간 전 자신의 SNS에 “초여름 날씨처럼 너무 좋다”며 방콕 호텔 수영장 사진을 남겼다.● 신혼부부… 암 투병 마친 주부…탑승객 중에는 신혼부부도 있었다. 윤모 씨(31)와 노모 씨(33)는 이달 13일 결혼식을 올린 부부로 이번 방콕 여행이 신혼여행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여행 불과 수일 전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위암 투병 치료가 겨우 끝나 친구들과 방콕으로 골프 여행을 갔던 어머니 김모 씨(50)의 사고 소식을 듣고 온 아들 김모 씨(22)도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 김 씨는 3년 전 사별한 남편과의 신혼여행 이후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위암 수술을 받은 김 씨는 1년가량 투병하다가 최근에야 치료가 끝난 상태였다. 아들 김 씨는 “어머니가 이제 좀 건강해져서 마음이 놓였었다. 여행 가신다고 들뜨셔서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이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의 중3 여동생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남편은 일 때문에 한국에 남고 아내와 두 아들, 딸만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연도 있었다. 담양군청 직원 윤모 씨(58)는 아들 조모 군(19), 딸 조모 씨(22)와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방콕 패키지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윤 씨의 남편 조모 씨는 직장 때문에 함께 여행을 못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내와 아들, 딸의 귀국을 기다리다가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수년 전부터 돈을 아껴 모아 방콕 여행을 준비했다는 계모임 일행도 있었다. 계모임 대표자인 한모 씨(50)를 비롯해 이모 씨(53) 등 50대 지인 5명은 지난달 방콕행 여행 상품을 계약해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사고 희생자 중에는 무안공항 직원의 가족도 있었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번 사고로 부모님과 남동생을 잃었다. 이 직원은 공항에서 근무를 성실히 한 덕분에 포상휴가 티켓을 받아서 부모님과 남동생을 태국으로 여행 보내드렸는데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무안=최원영 기자 o0@donga.com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가운데 승객 중엔 태국 국적 외국인 2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 3분경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공항 외벽과 충돌해 179명이 사망했다.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 포함) 중 한국인 승객은 173명, 태국인 승객은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인의 이름은 차으 시리톤 씨(22)와 둥마니 쫑룩 씨(45)로 모두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까지도 실종자로 분류됐지만 오후 9시 소방당국이 사망자 시신을 전부 확인하고 최종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쫑룩 씨는 5년째 한국에 거주 중이며, 3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전남 나주에서 농업에 종사해왔다. 그는 태국에서 가족을 만나고 남편과 여행하며 2주 이상 시간을 보냈고, 남편은 먼저 한국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쫑룩 씨의 사촌은 BBC에 “그의 아버지는 막내딸이라 더욱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 현지 매체 내우나에 따르면 시리톤 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매체는 그가 방콕대에 재학 중이라고 전했다. TNN통신, TNA방송, PBS방송 등 태국 언론은 이번 사고 뉴스를 홈페이지 메인에 게재하며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TNN통신은 “초기 조사 결과 착륙 과정에서의 문제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소식을 접한 태국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망자와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등 애도를 표했다. 일부 태국인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사고 속보를 서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가운데 승객 중엔 태국 국적 외국인 2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소방청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 3분경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공항 외벽과 충돌해 17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 포함) 중 한국인 승객은 173명, 태국인 승객은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태국인의 이름은 차으 시리톤(22)과 둥마니 쫑룩(45)으로 모두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까지도 실종자로 분류됐지만 오후 9시 소방당국이 사망자 시신을 전부 확인하고 최종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쫑룩 씨는 5년 째 한국에 거주 중이며, 3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전남 나주에서 농업에 종사해왔다. 그는 태국에서 가족을 만나고 남편과 여행하며 2주 이상 시간을 보냈고, 남편은 먼저 한국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쫑룩 씨의 사촌은 BBC에 “그의 아버지는 막내딸이라 더욱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태국 현지 매체 내우나에 따르면 시리톤 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매체는 그가 방콕대에 재학 중이라고 전했다.TNN통신, TNA방송, PBS방송 등 태국 언론은 이번 사고 뉴스를 홈페이지 메인에 게재하며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TNN통신은 “초기 조사 결과 착륙 과정에서의 문제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소식을 접한 태국인들은 SNS에 “사망자와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등 애도를 표했다. 일부 태국인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사고 속보를 서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