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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자 전용의 온라인 채용관이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명함관리 앱에서 출발해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리멤버’(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가 5일 내놓은 ‘리멤버 블랙’ 서비스다. 소비재 브랜드에서 하이엔드로 내세우는 ‘블랙’ 서비스가 국내 채용시장에도 도입된 것이다.리멤버 블랙은 연봉 1억 원 이상, 소득기준 대한민국 상위 5%에 속하는 억대 연봉자 전용 채용공고 서비스다. 리멤버 앱에서 이용자가 전년도 총 근로소득 1억 원 이상을 인증하면 업종, 직무, 직급, 근무지역 등 조건에 맞는 공고들을 간편하게 추려볼 수 있다. 이 회사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9일 “서비스가 시작된 지 며칠 안 됐는데도 거의 모든 산업 군에 거쳐 억대 연봉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특히 대기업 전략총괄 임원, 중견기업 CFO 등의 자리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리멤버 블랙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인가.“2020년 시작한 리멤버 경력직 스카우트 서비스를 통해 지금까지 300만 건이 넘는 스카우트 제안이 오갔다. 그런데 그 대상이 되는 경력직의 평균 연봉이 8800만 원이었다.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연봉 대비 세 배 이상의 액수였다. 하이엔드 스카우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어느 연령대의 반응이 큰가. “리멤버 블랙 서비스를 5일 시작해보니 35~45세의 관심이 가장 크다. 경력자 중심의 수시 채용이 활발해지면서 각 회사에서 부장급, 임원급들이 움직이고 싶어 한다. 다니던 회사를 당장 옮기지 않더라도 좋은 제안이 오면 이직할 의향이 있는 직장인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스카우트 받는 시대’가 왔다.” -외국계 컨설팅그룹에서 일하다가 창업했는데.“KAIST 전자공학과를 나와 딜로이트컨설팅과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6년 간 컨설턴트로 일했다. 컨설팅 대상 기업의 신사업을 고민해 주다보니 ‘내 사업’을 직접 해보고 싶었다. 2013년 6월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하고 2014년 1월 명함관리 앱인 ‘리멤버’를 내놓았다.”-왜 명함관리 앱을 시작했나.“미국의 온라인 이력서 서비스인 ‘링크드인’은 경제활동 인구 10명 중 9명이 사용할 정도로 활성화돼있다. 자신의 장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채용시장에서 유연하게 이동한다. 그런데 한국은 이직 의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선이 강하다. 다니는 직장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더라. ‘한국의 링크드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리멤버 블랙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직자는 돈을 내야 하나.“아니다. 구직자는 무료다. 인재를 구하려는 기업이나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돈을 받는다.”-지난해 연말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계정에 자신의 리멤버 인맥 활동 분석을 올린 사람이 많더라.“리멤버 이용자가 앱에 등록한 명함을 통해 올해 새로 만난 사람, 가장 많이 만난 회사, 가장 많이 만난 직무 등을 숫자로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분석했다. 경영상황이 불확실하고 투자 혹한기이지만 자신의 장점과 네트워크를 돌아보면 좋은 기회가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인구직 서비스 이외에도 경제경영 뉴스를 다루는 ‘리멤버 나우’, 이직 정보를 나누는 ‘리멤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왜인가.“고객들이 앱에 오래 머물며 교류하게 하기 위해서다. 국내 하이에드 채용시장의 독보적 플랫폼이 되고 싶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5∼8일(현지 시간)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의 ‘유레카파크’ 전시장. 성인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오두막이 설치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19년 설립된 네덜란드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야바야(Ayavaya)’가 고대 인도의 전통의학과 서양의 사운드 공학 등을 적용 개발한 ‘안티(Anti) 스트레스 캐빈’이다. 옷을 입은 채 들어가 20분 동안 누워 있으면 이마 위로 따뜻한 물이 떨어지고, 정신 균형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색상과 소리가 개인 맞춤형 세러피로 흘러나왔다. 이 회사의 야스퍼르 모마 최고경영자(CEO)는 “수면 부족과 번아웃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명상을 통한 휴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만에 완전한 오프라인 행사로 돌아온 이번 CES에서는 ‘꿀잠’을 위한 ‘슬립테크’와 명상을 돕는 ‘마음테크’를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대거 선보였다. 특히 국내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은 노스(North)홀의 디지털헬스케어 존에 최대 규모의 전시관(2500m²)을 차려 성황을 이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수면 중 숨소리로 수면 상태를 분석하는 이 회사의 기술력을 보려고 로레알,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LG전자는 사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 ‘브리즈’를 선보였다. 양쪽 귀에 각각 다른 주파수를 들려줘 산들바람 같은 숙면을 유도한다는 원리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CES는 몸과 정신의 건강과 평화를 챙기는 방향으로 기술이 빠르게 결합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CES 2023에서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것’이라는 기사(6일자)에서 주목할 만한 18개 제품 중 하나로 미 해치사(社)의 숙면·명상 보조 솔루션 ‘리스토어2’를 꼽았다. 삼성전자가 유레카파크에 마련한 C랩 부스에서는 스마트워치로 명상 상태를 측정하는 솔루션인 ‘숨’과 삼성전자가 육성한 스타트업 ‘포티파이’의 온라인 멘털 케어 서비스 ‘마인들링’이 소개됐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선미 기자입니다. 2023년 새해 첫 스테파니는 갈수록 관심이 커지는 멘탈 웰니스(mental wellness·정신 건강) 스타트업들을 소개합니다. 마음을 돌보는 멘탈 웰니스는 명상, 마음챙김, 마인드케어 등과 비슷한 뜻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햇살이 통창을 통해 한가득 들어오는 요가·명상 스튜디오에서 요가를 하다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요가 선생님은 말했어요. “동작이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호흡에 집중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보세요.” 몸을 펴고 늘이는 동작도 시원했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날숨에 실어 내보내는 느낌이랄까요. 저만 그런 건 아닌가 봐요. 신경숙 소설가는 최근 펴낸 에세이 ‘요가 다녀왔습니다’에서 이렇게 썼어요. “글쓰기를 위해서 시작한 요가는 뜻밖에 나에게 사람과 사물에 대해 친절하고 다정한 태도를 지니게 해 주었다”. 경제상황이 불안정한데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면서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화려하게 외모를 치장하는 대신 내면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됐습니다. 운동과 영양 뿐 아니라 마음을 챙기고 수면의 질을 높이데 신경을 씁니다. 럭셔리 업계도 멘탈 웰니스 시장을 집중탐구합니다. 궁극의 럭셔리는 ‘마음의 평화’이니까요.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멘탈 웰니스 시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명상 스튜디오를 찾지 않아도 집에서나 출퇴근길에 앱으로 마음 관리를 받을 수 있어 입소문이 났습니다. 저도 출근버스 안에서 명상 앱에 접속해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해 본 어느 날, 앱 속의 일기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좋았다. 기쁨의 호흡.’ 해외의 대표적 명상 스타트업으로는 한국의 ‘삼성헬스’와 손잡은 세계 1위의 명상 앱 ‘캄’(Calm)을 비롯해 ‘헤드스페이스(Headspace)’, ‘메디토피아(Meditopia)’ 등이 있습니다. 캄1억 회 이상 다운로드, 유명 배우들이 읽어주는 수면동화와 명상음악 등헤드스페이스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개인맞춤형 심리상담과 쌍방향 소통메디토피아2017년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시작. 120여개 국가에서 12개국 언어 서비스그런데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요즘 멘탈 웰니스 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두 곳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명상 솔루션 ‘숨’과 명상 콘텐츠를 넘어 명상 커뮤니티를 꿈꾸는 스타트업 ‘투이지’입니다. 두 곳의 대표로부터 각각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숨 (Soom)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 처음 참여한 명상 솔루션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통해 육성한 우수과제 중 하나인데요. 스마트워치로 명상 상태를 측정하고 피드백을 주는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숨의 김선옥 대표(36)는 부산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200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인공지능(AI) 개발팀에서 빅스비 관련 일을 하다가 지난해 1월 동료 세 명과 명상 솔루션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고 합니다. 김 대표에게 질문해봤습니다.Q. 올해 CES에 처음 참석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마음챙김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인만큼 현지 소비자의 반응이 설레고 궁금합니다.“Q. 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시작은 명상과 요가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었어요. 2019년 본격적으로 요가를 접한 후 요가 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원광대 요가명상학과에 편입해 졸업한 후 동국대 명상심리학 석사까지 마쳤습니다. 명상을 도와주는 앱은 여럿 있지만 과연 명상을 잘 하고 있는지 관리해주는 앱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공명 호흡을 심장박동으로 측정해 모바일 앱과 스마트워치로 명상 상태를 관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Q. 명상은 왜 필요합니까.“명상을 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마음 근육이 길러집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숨 앱을 하루 5분 씩 2주 간 사용하게 해 보니 ‘숙면에 도움을 받았다’ ‘복잡한 머릿속이 비워져 좋았다’ ‘끊임없이 호흡에 집중해야 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집중력이 올라가 업무에 도움을 받았다’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습니다.”Q. 숨 앱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아무리 좋은 명상 콘텐츠가 있어도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잖아요. 스마트워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명상 효과를 보여주는 게 차별점입니다. 명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편견이나 진입장벽 없이 일상에서 간편하게 명상의 효과를 느꼈으면 합니다.”Q. 독자들을 위해 명상 관련 도서를 추천해주시겠어요.“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에크하르트 툴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입니다. 특히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지난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았습니다.”●투이지 투이지는 전 세계인의 멘탈 웰니스 플랫폼을 목표로 2019년 ‘루시드 아일랜드’라는 명상 앱을 선보였습니다. ‘7일간의 안 좋은 습관, 중독 끊기’ 등 1500개 이상의 명상 콘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마인드 웰니스 안내자’라는 칭호의 여러 전문가가 이 앱에서 각각 채널을 운영하기 때문에 라디오 채널을 골라 듣는 기분이 듭니다. 어느 작가는 힐링 에세이를 낭독하고, 가수 루시드폴은 자연의 소리를 전합니다. 애플 앱스토어 ‘오늘의 앱’, 구글 플레이스토어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앱’ 등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투이지는 아산나눔재단 청년창업지원센터 ‘마루360’을 거쳤고, 스트롱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서울예대(디지털 아트 전공)를 나와 몇몇 스타트업(음원 스트리밍, 블록체인 관련)을 거친 뒤 투이지를 창업한 박준민 대표(34)에게 질문했습니다. Q. 왜 멘탈 웰니스였습니까.“스타트업들에서 일하면서 사소한 습관의 변화가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봤고 거기에서 스타트업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문제가 한 가지 보이더라고요. 사람들은 매일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우리는 성장, 성공, 아름다움 등을 위해 매일 노력하면서 정작 마음과 감정을 올바르게 관리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아요. 초연결, 초고속, 초경쟁 사회가 심화하면 이 문제는 더 커질 겁니다. 이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Q. 루시드 아일랜드의 명상 콘텐츠가 1500개가 넘습니다.“명상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온·오프라인에서 멘탈 웰니스를 위해 활동하는 진정성 있는 강사분들과 협업했습니다. 앱을 플랫폼 삼아 음원 정산 시스템과 유사한 콘텐츠 수익 정산 시스템을 도입해 수익을 나눴더니 서비스 1년 만에 창의적 콘텐츠가 많이 생산될 수 있었습니다.” Q. 현대인들에게 왜 명상이 필요합니까.“예전에는 해가 져서 집에 오면 물리적으로 삶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카톡, 인스타그램 등에 늘 연결돼 수많은 뇌가 쉬기 힘든 세상입니다. 마음과 감정 관리가 절실합니다.”Q. 멘탈이 건강한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관리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으로 잘 돌아오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알죠. 저희는 명상 커뮤니티를 조성해 이런 건강한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오늘의 스테파니는 여러분에게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원제: I may be wrong)’라는 책을 소개해 드리는 것으로 마치려합니다. 스타트업 ‘숨’의 김선옥 대표가 ‘강추’한 책이라 저도 읽어봤는데요. 스웨덴 출신의 저자는 26세에 다국적 기업 임원직을 내려놓고 태국 밀림의 사원에서 17년 간 ‘파란 눈의 스님’으로 수행하다가 46세에 승복을 벗고 지난해 세상을 뜰 때까지 일상 속에서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전했습니다. 책 중에서 공감이 됐던 구절들을 옮겨봅니다. 이 중 어느 구절은 새해 여러분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벗어났지요. 그것만으로 놀라운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평온한 장소에서 마음의 고요를 되찾다보면 혼란스러운 일상에서도 좀 더 다부지게 발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우리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부르는 생각들은 내려놓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가장 내려놓기 어려운 생각이 결국엔 우리에게 가장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들여다보길 바랍니다.”“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지혜’라는 나침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지혜의 소리는 은은해서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습니다.”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새해 마음의 평화와 함께 복 가득 많이 받으세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5∼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에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스타트업이 참여한다. 참가하는 한국기업 500여 곳 중 350여 곳이 스타트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K-스타트업관’(473m²)을 통해 국내 우수 스타트업 51곳을 소개한다. 현장을 방문한 참관객들은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거나, 의자에 앉아 사운드체어를 몸으로 체험할 수도 있고, 패드로 자신의 인지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해볼 수도 있다. 중기부는 “참가 기업에 대한 온·오프라인 홍보와 창업기업 데모데이, 비즈니스 매칭 등을 지원한다”며 “서울시와 협력해 통역, 기업 홍보 및 관람객 안내 등 기업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서비스와 현지 네트워킹 발굴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CES 메인 전시관에 ‘서울기술관’(165m²)을 처음으로 운영한다. 모빌리티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혁신기술을 구현한 곳으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전시공간인 메인 전시장에 국가(도시)관이 전시된 것은 처음이다. KOTRA가 이끄는 한국관에는 90여 개 스타트업이 부스를 차린다. 대기업이 육성한 스타트업들도 참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사내 스타트업 투자지원기관 ‘제로원’이 참여해 협업 중인 스타트업 10곳의 혁신 기술을 선보인다. 포스코그룹 벤처플랫폼을 통해 스타트업을 길러내는 포스코그룹은 ‘최고 혁신상’을 받은 그래핀스퀘어(그래핀을 활용한 난방기기) 등 19개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삼성전자 ‘C랩 전시관’에서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C랩 출신 스타트업 10여 곳을 만날 수 있다. KAIST도 CES 유레카파크에 KAIST관을 운영해 12개의 교원창업기업, 학생창업기업, 기술이전기업 등의 우수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무역협회와 손잡고 각 기업들에 글로벌 마케팅도 지원한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낮 기온 32도, 습도 80%. 아마존 밀림이 시작되는 그곳에서는 숨이 턱턱 막힌다. 적도 근처 남위 2도 북대서양 해안의 브라질 아우칸타라 우주센터. 태극기와 브라질연방공군 문장, 투자회사들의 로고를 붙인 높이 16.3m, 지름 1m, 중량 8.4t의 로켓이 발사대에 선다. 20일 오후 6시(한국 시간) 첫 시험발사를 앞둔 국내 최초 민간 우주 발사체 ‘한빛-TLV’다.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브라질에 가 있는 우주로켓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 대표(47)에게 심경을 물었다. “2017년 회사 설립 후 5년여 끝에 개발한 로켓의 첫 발사라 많이 긴장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합니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할 각오입니다.” 왜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간 걸까. 국내에 민간 발사장이 없기 때문이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렸지만 한국은 올드 스페이스 추격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4년 말까지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민간 발사장을 짓겠다고 하지만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에는 너무 먼 얘기다. 또 다른 국내 우주 로켓 스타트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7월 제주시 한경면 앞바다에 바지선 발사장을 띄워 첫 로켓 발사에 나서겠다고 한다. 비바람 잦고 비행기가 자주 다니는 곳이지만 마땅한 다른 장소가 없는 고육지책이다. 브라질 정부와도 이해관계가 맞았다. 이노스페이스는 해외에서 발사장을 찾다가 아우칸타라 우주센터를 접촉했다. 적도에서 가까워 연료를 적게 사용할 수 있고, 기상이 안정적이며, 주변의 인구·항공 밀도가 낮은 최고의 입지였다. 브라질은 1983년 아우칸타라 우주센터를 구축하고 로켓을 개발하던 중 2003년 폭발 사고를 맞아 개발 인력 20여 명이 숨졌다. 우주사업이 중단되며 그동안 상업 발사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며 이 발사장을 탐내는 각국의 민간 기업들이 생겨났다. 브라질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낸 사업 협력 공모에 선정돼 처음으로 발사에 나서는 회사가 이노스페이스다. 이번 시도가 성공하면 브라질도 자국의 우주 인프라를 톡톡히 홍보할 수 있게 된다. 이노스페이스의 회사명은 ‘혁신’(이노베이션)과 ‘우주’를 합친 것이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강국인 이스라엘 테크니언공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두려움 없이 창업을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학업으로 쉽게 돌아오는 이스라엘인의 ‘담대한 도전’을 그때 배웠다고 한다. 마흔이 넘어서 창업에 나선 건 미국 스페이스X와 겨루는 우주 택배 사업자가 되고 싶어서다. 우주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전쟁터다. 한국 정부는 발사체 성공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주산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야 한다. 우리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길을 찾으면서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챙기는 든든한 ‘뒷배’가 돼야 한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필요한 건 우주 생태계다. 그 생태계가 조성되기도 전에 도전하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에 경의를 표한다. 아마존 밀림에서 고군분투 중인 그들의 ‘꿈의 대항해’를 응원한다. 김선미 산업1부 차장 kimsunmi@donga.com}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삶이 헝클어져 있었다.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 근속휴가를 신청하고 중학생 딸을 차에 태워 국내 여행에 나섰다. 준비 없이 떠났는데 마음이 자꾸 자연으로 향했다. 그래서 찾게 된 곳이 경북 군위군 10만 평 부지에 지난해 9월 문을 연 사유원(思惟園)이다. 늦가을 억새가 우거진 흙길을 천천히 걸어 올랐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 국내 건축가 승효상과 최욱의 건축물을 둘러보는 MZ세대들이 보였다. 인증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지 않고 고요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정원으로 불리지만 법적으로는 수목원인 사유원은 대구의 한 철강회사 회장이 15년 동안 만들었다. 일본으로 밀반출되는 300년 수령의 모과나무를 사들인 것을 계기로 전국의 노거수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너른 모과나무밭에 서니 숙연해졌다. 시자가 건축한 작은 채플 안에 들어오던 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다. 사유원은 경북의 외딴곳이라는 입지, 만만치 않은 입장료에도 지금까지 3만여 명이 찾았다. 10명 중 6명은 수도권 거주자, MZ세대로 평균 체류시간은 5시간이다.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은 자연과 예술을 접목한 정원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2019년에 국가정원 2호로 지정된 울산 태화강국가정원도 처음 가 봤다.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인 네덜란드의 피트 아우돌프가 지역 주민들과 최근 식재를 마친 자연주의 정원이 궁금해서였다. 그는 꽃이 지고도 형태가 유지되는 식물을 활용한 친환경 정원을 각국에서 선보여 왔다. 그가 심은 벌개미취와 참당귀 등 자생종이 자라나 십리대숲과 어우러질 풍경을 상상해 보았다. 산업단지 오·폐수로 인한 죽음의 강에서 철새들이 찾아오는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한 이곳이야말로 생명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정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들었다. 코로나19, 입시경쟁, 이태원 참사…. 지치고 힘든 일들이 많지만 다행히도 최근 우리 땅 곳곳에는 정원 조성 바람이 불고 있다. 두 곳의 국가정원(순천만국가정원과 태화강국가정원)을 비롯해 지방정원(5곳 등록, 40곳 설계·조성 중)과 민간정원(83곳)이 있다. 국·공립, 사립 수목원도 70여 곳에 이른다. 이번에 들른 경주의 경북천년숲정원은 경북산림환경연구원 부지의 산림을 기반으로 이달부터 임시 개방한 경북의 첫 지방정원 예정지다. 막바지 가을 단풍과 외나무다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차를 몰다보니 정원 답사가 됐다. 그런데 누군가 이번 여정 중 어느 곳이 가장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정원’이란 타이틀은 없지만 아침 물안개가 꿈결 같던 안동의 낙강물길공원과 해질녘 경주의 서출지를 꼽고 싶다. 늦가을의 끝자락에서 격조 있게 빛을 잃어가는 수목과 철새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이 좋았다. 선진국형 여가인 정원이 국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반갑다. 다만 의욕이 지나쳐 인위적으로 많은 것을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내 경우에는 자연이 자연스럽게 있어줄 때 가장 큰 위로를 받았다. 김선미 산업1부 차장 kimsunmi@donga.com}

샛별, 새벽별, 저녁별, 개밥바라기….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천체는 해 뜨기 직전이나 해가 진 직후 밝게 빛나는 금성이다. 이 금성을 연구해 지구의 미래를 찾겠다는 행성 과학자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첫 지구과학 분야 연구단으로 올해 6월 발족된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의 ‘행성대기그룹’을 이끄는 이연주 CI(수석연구자급 연구원·39). IBS는 미래세대의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매년 연구단장에 준하는 CI를 선정해 스스로 연구주제를 정하고 조직도 구성하는 ‘전권’을 준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거쳐 유럽우주국(E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에서 금성을 연구해온 그를 IBS 본원에서 만났다. ―달과 화성에 가겠다고 시끌벅적한 요즘, 왜 금성인가. “금성은 ‘사악한 쌍둥이(Evil Twin)’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금성은 크기와 부피가 지구와 비슷하지만 지구의 90배가 넘는 대기압과 황산 구름, 460도 이상의 고온에 시달린다. 과거에 바다가 존재했을 수도 있는 금성은 온실효과로 인해 지금은 ‘극한의 불지옥’이다. 두 행성이 왜 달라졌는지 밝혀내면 지구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금성 연구의 르네상스가 왔다’는 말이 들린다. “1980년대 옛 소련의 베네라 탐사선이 금성에 착륙해 지표가 메말랐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금성 탐사가 중단됐다. 그런데 지난해 ESA는 ‘인비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다빈치+’와 ‘베리타스’라는 금성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러시아도 1984년 종료된 베네라 계획을 잇는 ‘베네라-D 계획’을 내놓았고 인도는 슈크라얀 1호라는 금성 탐사선 발사를 준비 중이다. 최근 금성의 새로운 면모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금성의 새로운 면모라니…. “유럽 최초의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의 카피 제품을 금성 탐사에 이용한 게 ESA의 금성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2005∼2014년)였다. 이 탐사를 통해 화산 등 금성의 지질 활동이 활발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금성 연구의 추세는…. “금성의 구름 상층에 관측되는 미확인 흡수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확인 흡수체가 자외선을 흡수하는 양이 달라지면 금성 대기가 변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금성에도 기후변화가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다.” ―금성 관측은 어떻게 하나. “일본 JAXA의 금성 탐사선 ‘아카쓰키’가 전 세계에 금성 관측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카쓰키의 수명이 언제 다할지 모른다. 국내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초소형위성(큐브샛)을 띄워 금성을 관측하고 싶다.” ―금성 연구를 통해 꿈꾸는 미래는…. “매일 금성을 보면서 우리가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서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성을 몰랐다면 지구가 얼마나 축복된 곳인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에 극단적인 온난화가 발생한다면 지금의 금성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도 지구의 미래를 위해 국제사회와 공동 연구할 수 있게 되기를 꿈꾼다.”대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샛별, 새벽별, 저녁별, 개밥바라기….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천체는 사실 ‘별’이 아니다. 해 뜨기 직전이나 해가 진 직후 밝게 빛나는 ‘금성’이다.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30대 여성 행성 과학자가 이끄는 금성 연구조직이 신설됐다. IBS의 첫 지구과학 분야 연구단으로 올해 6월 발족된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의 ‘행성대기그룹’이다.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에 금성 연구조직이 발족된 건 처음이다. IBS는 미래세대의 연구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매년 연구단장에 준하는 CI(Chief Investigator·수석연구자급 연구원)를 선정해 스스로 연구주제를 정하고 조직도 구성하는 ‘전권’을 준다. 연세대 대기과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독일 막스플랑크 태양계 연구소를 거쳐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유럽우주국(E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에서 금성을 연구해온 이연주 CI(39)는 지구의 미래를 금성에서 찾고자 IBS 행성대기그룹을 맡았다. 1일 대전 IBS 본원에서 그를 만났다. ―달과 화성에 가겠다고 시끌벅적한 요즘, 왜 금성인가.“금성은 ‘사악한 쌍둥이(Evil Twin)’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금성은 크기와 부피가 지구와 비슷하지만 기후는 완전히 다르다. 지구의 90배가 넘는 대기압과 황산 구름, 460도 이상의 고온에 시달린다. 과거에 바다가 존재했을 수도 있는 금성은 온실효과로 인해 지금은 ‘극한의 불지옥’이다. 두 행성이 왜 달라졌는지 밝혀내면 지구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금성 연구의 르네상스가 왔다’는 말이 들린다. “1980년대 옛 소련의 베네라 탐사선이 금성에 착륙해 금성 지표가 메말랐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사실상 금성 탐사가 중단됐다. 그런데 지난해 ESA는 ‘인비전’, 미국우주항공국(NASA)은 ‘다빈치+’와 ‘베리타스’라는 금성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러시아도 1984년 종료된 베네라 계획을 잇는 ‘베나라-D 계획’을 내놓았고 인도는 슈크라얀 1호라는 금성 탐사선 발사를 준비 중이다. 최근 금성의 새로운 면모가 포착됐기 때문이다.”ESA의 인비전은 금성의 표면과 지하 및 대기를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NASA의 ‘다빈치+’는 금성 대기를 통해 행성의 형성과 진화를 연구하고 과거 바다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피게 된다. ‘베리타스’는 금성의 암석 구성 등 지질학적 역사를 탐사할 계획이다. ―금성의 새로운 면모라니.“유럽 최초의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2003년)의 카피 제품을 금성 탐사에 이용한 게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활약한 ESA의 금성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였다. 이 탐사선의 활동을 통해 금성에 현재 화산 활동이 활발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지금 금성 연구의 추세는.“금성의 구름 상층에 미확인 흡수체가 관측되고 있다. 금성 관측 화상에서 어두운 부분은 미확인 흡수체가 자외선을 많이 흡수하는 부분이다. 자외선을 흡수하는 양이 달라지면 금성 대기가 변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금성에도 기후변화가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미확인 흡수체의 정체를 풀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금성 관측은 어떻게 하나.“JAXA가 2010년 발사한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샛별이라는 뜻)가 전 세계에 금성 관측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소련, 미국, 유럽에 이어 네 번째로 금성 주변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아카츠키의 수명이 언제 다할지 모르기 때문에 금성 관측의 플랜B가 필요하다.”―ESA와 JAXA에서 금성 연구를 했는데 왜 한국에 왔나.“ESA에 비너스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를 제안한 사람은 독일 연구소에 다닐 때 내 상사였다. 한국 IBS가 연구자에게 온전한 자율권을 주는 공고를 낸 걸 보고 도전했다. 국내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초소형위성(큐브샛)을 띄워 올려 금성을 관측하겠다.” ―금성 연구를 통해 꿈꾸는 미래는.“매일 금성의 관측 이미지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 사는 것이, 서로 인연을 맺고 사랑한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성을 몰랐다면 지구가 얼마나 축복된 곳인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에 극단적인 온난화가 발생한다면 지금의 금성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도 금성 연구 자료를 만들어내서 지구의 미래를 위해 국제사회와 공동 연구할 수 있게 되기를 꿈꾼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국내 유명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가 최근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2013년 출범한 퓨처플레이는 설립자인 류중희 대표(48)가 홀로 이끌어오다 권오형 투자파트 총괄을 이번에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하면서 두 명의 대표가 이끌게 됐다. 최근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 사무실에서 만난 권 신임대표(41)는 “사업이 다각화하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필요가 생겼다”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닌 류 대표는 사업 개발에, 회계법인 등의 경력을 거친 나는 투자에 좀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퓨처플레이가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200여 곳의 누적 기업가치는 약 6조 원.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의 극초기 딥테크 스타트업을 주로 키워내는 이 회사는 어떤 기준으로 투자를 할까. “‘이 사람이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회사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어떻게 살 것인지 가설을 세우고 10년 이내에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을 찾습니다.” 물론 현금흐름을 잘 지키는지,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걸 만들어 내는지, 차별화된 기술을 갖췄는지도 본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를 졸업하고 회계법인 딜로이트 보스턴 등에서 근무했던 그는 창업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과 각 분야의 선배들을 멘티와 멘토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멘토를 구하기 어려워 6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이 창업의 실패 경험은 헛되지 않았다. “창업 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나를 알아가게 됐습니다. 다양한 섹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창업보다는 투자에 더 마음이 쏠리게 됐습니다.” 그가 몸소 깨달은 창업의 조건은 두 가지다. 어떤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확신을 가진 사업 방향성, 공동창업을 한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을 정도의 돈독한 관계의 파트너와 함께할 것이다. “스타트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해도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스타트업 업계에 투자 침체기가 왔지만 권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한다”고 했다. “한국의 전체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퓨처플레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생태계 안에서 훌륭한 창업자들의 네트워크가 깊어지면 강력한 힘이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에 입학한 한국인 학생이 양자(量子·물질이 갖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를 본격 연구해 보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말렸다. “넌 미래가 창창한데 왜 일찍부터 ‘개고생’을 하려고 하느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고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어 정통 물리학 연구를 진로로 택하는 학생이 별로 없던 때였다. 지금 양자기술은 대표적인 미래기술로 꼽힌다. 10여 년 전 양자의 신비에 매료됐던 학생은 MIT연구소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 일하다가 2017년 디지털 전환 및 양자표준기술 스타트업 SDT를 창업했다. 양자 계측·제어장비, 양자난수를 기반으로 해킹을 막는 국산 IP 카메라(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하는 카메라) 등을 개발하며 국내 양자 산업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윤지원 SDT 대표(32)를 18일 만났다. ―양자기술이 왜 미래기술인가. “피할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양자라는 개념을 다들 어려워하지만 쉽게 말하면 ‘작은 것’이다. 점점 더 정밀하게 만들면 양자의 영역이다. 양자컴퓨팅, 양자보안통신, 양자 센싱 등의 기술을 통해 5∼10년 이내에 군사, 통신, 자원탐사 영역에서 대변혁이 예상된다.” ―구글과 IBM 등이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는 안 됐다. 양자기술은 달 여행보다 어렵다고 하던데. “양자컴퓨팅은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대(對)중국 수출규제를 검토할 만큼 기술패권 시대의 게임 체인저다. 양자컴퓨터의 최소 단위인 큐비트는 중첩 상태로 존재해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해결한다. 이런 획기적인 속도는 기존 보안체계를 무너뜨려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사실 세계 최강 미국에서도 한국인 연구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국가가 어떻게 ‘모셔’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산업은 선도국들에 비해 5년 정도 기술격차가 있지만 한국 제조업의 저력과 맨파워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반도체 그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미키마우스 장식을 단 크록스 샌들 차림의 그가 안내한 사무실 벽면에는 ‘그 품질에 잠이 오냐? 고품질로 숙면하자!’라는 문구와 잠든 아기 얼굴 사진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정체 모를 발랄함이 재밌다. “아버지가 최근 회사 고문으로 와서 젊은 직원들과 함께 기획한 품질 슬로건이다(윤 대표의 아버지는 삼성전자 애니콜 품질관리를 맡았던 윤두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삼성전자의 철학이 몸에 밴 아버지는 집안에서도 품질관리를 강조해 먼지 하나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굉장히 힘들어했다.(웃음)” 장기 연구가 필요한 양자기술은 민간이 무턱대고 매달리기 힘들어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에는 270개의 양자 스타트업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SDT가 거의 유일하다. SDT는 올해 5월 KIST로부터 양자암호통신장치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를 협력 중이다. 양자암호를 사용하면 정부 시설물에 많은 중국산 IP카메라의 보안 취약을 해결할 수 있다. 2026년까지 양자컴퓨터를 내놓겠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손잡고 양자컴퓨팅 클라우드도 개발하고 있다. ―양자기술을 통해 꿈꾸는 미래는…. “고향인 대구나 경남의 공장에 가보면 인구소멸, 지방소멸이 걱정된다.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에 강점이 있으니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양자기술장비를 만들어 한국의 미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있는 카카오메이커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카카오메이커스 대표를 맡고 있던 홍은택 현 카카오 대표를 만나러 갔는데, 커다란 개가 사무실을 활보하고 있었다. 한 직원이 회사에 데려오는 개를 다들 직장 동료처럼 여기는 분위기였다. ‘이곳은 자유로운 스타트업 분위기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를 만나 그가 기획했던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NHN을 나와 브랜딩 디자인 회사를 세워 간결한 감각을 보여주던 때였다. 그가 2016년 카카오에 합류해 2018년 공동대표에 올랐을 때 ‘조수용 표’ 카카오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337억 원을 챙겨 올해 3월 카카오를 떠났다. 이래저래 ‘카카오 문화’를 보여주는 홍 대표도 조 전 대표도 네이버 전신인 NHN 출신이다. 사실 카카오는 네이버를 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삼성SDS를 다닌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와 차렸던 PC방이 한게임의 전신이고, 삼성SDS 동기인 이해진 사장의 네이버와 한게임을 합병시킨 회사가 NHN이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를 접하며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네이버는 9년 전 세운 자체 데이터센터를 카카오는 여태껏 왜 못 만든 것일까. 외형 성장의 속도가 늦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는 변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두 회사의 구조적 문제도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 있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선장인 항공모함에 비유할 수 있다. 검색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든 서비스가 네이버 검색창 아래 집결해 있다. 의사결정이 빠르기 때문에 통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반면 카카오는 위계구조가 싫어 대기업이나 네이버를 나온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였던 회사다. 더욱이 김범수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100명의 최고경영자(CEO)가 카카오란 브랜드로 탄생해 일자리를 만들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나라가 발전할 것”이라는 ‘100인 CEO’론(論)이다. 하지만 독립국가처럼 목표를 향해 제각각 달리는 카카오 계열사 136곳을 이젠 하나의 ‘카카오’로 부르는 게 맞나 싶다. 카카오 내부에서조차 “각 계열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오니 그랜드 플랜과 투자는 언감생심이었을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고객이 돌아선다는 걸 깨달았다”, “기본을 돌아보겠다”고 한다. 이번 카카오 사태는 투자를 받아 시장지배사업자가 되기만 하면 엑시트(exit·자금 회수) 할 수 있다는 업계의 기류에 경종을 울렸다. 카카오톡을 내놓은 지 12년 만에 재계 15위의 대기업집단이 된 카카오. 혁신과 도전에 도움이 됐던 철학이 리스크 상황에서는 독이 돼 버린 셈이다. 아낌없는 사랑을 준 국민을 크게 섭섭하게 만든 카카오를 이제 누군가는 큰 틀에서 정비해야 한다. 위기의 파도가 칠 때 업(業)을 세운 초심을 등대 삼아 헤쳐 나갈 수 있는 이는 바로 창업자 자신일 것이다. 김선미 산업1부 차장 kimsunmi@donga.com}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위치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면에 파란 점이 그려져 있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블루오션의 출발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블루 포인트’(파란 점)라는 단어를 사명에 넣어 2014년 출범한 국내 최대 규모의 액셀러레이터(AC·창업육성회사)다. 이 회사는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9번째 데모 데이(스타트업을 홍보해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행사)를 연다. 오프라인으로는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딥 임팩트’. 소행성 충돌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미래의 위기를 스타트업의 혁신으로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 회사 이용관 대표(51)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지금의 어려운 경제 여건 등 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지만 반드시 회복하게 된다”며 “상황이 힘들다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극초기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이 대표 본인이 KAIST 물리학과 박사 출신으로,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반도체 스타트업 플라즈마트를 창업해 2012년 매각한 후 ‘창업 동지’들이 겪는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테크 특화 AC를 설립했다. 최근엔 신사업을 발굴하려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잇는 일도 활발히 하고 있다. “기술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사업 관점을 놓치기 쉬워요. 기술을 개발한 당사자는 애정이 클 수밖에 없고 비효율적인 상황에서도 억지로 그 기술을 쓰려고 하죠. 시장과 고객 중심의 관점으로 딥테크 스타트업의 가치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디지털,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 등의 스타트업 255곳에 투자했다. 스타트업은 대개 창업 후 3∼5년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넘게 되는데 이 회사가 최근 3년간 투자한 스타트업은 10곳 중 9곳이 생존해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85억3000만 원, 영업이익은 241억7000만 원이다. 어떤 기준과 안목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이 대표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치 있는 일은 언젠가는 수익이 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베팅한다”고 말한다. 그가 가장 눈여겨보는 건 창업가. 창업가의 현실 인식 능력,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수용력,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본다고 한다. 외부 상황으로 인해 아무리 해봐도 안 되는 건 여한이 없지만 창업가의 자질이 부족해 팀이 분열을 일으키는 건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시장 여건이 나쁠수록 지속가능한 생존과 성장 여부가 중요하다고 한다. “미래, 교육, 주거 등의 영역은 공공이 못 푸는 문제가 많아요. 민간에서 실마리를 마련할 여지가 많거든요. 테크 스타트업은 ‘새로운 장르’를 열 수 있는 기업입니다. 예를 들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란 우주 스타트업은 저희가 투자할 당시 팀 평균 나이가 21세에 불과했지만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에 자신들이 만든 로켓을 보내겠다는 꿈이 확실했어요. 그렇게 함께 미래를 꿈꾸고 싶습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권상우입니다. 패션을 사랑하는 ○○○ 님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에 초대합니다.” 11∼15일 열리는 2022 추계 서울패션위크가 최근 음성 초대장을 발행했다. 신청자 중 선정된 1500명에게 배우 권상우의 목소리가 실린 13초 분량의 개별 맞춤형 초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음성 초대장은 전 세계 패션위크 중 최초의 시도다. 서울시와 손잡고 이 초대장을 제작한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스타트업 로보(LOVO)의 이승건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권상우 씨가 스튜디오에서 약 10분간 50개 문장을 읽었다. 이렇게 복제한 권상우 씨의 목소리로 각 신청자의 초대 메시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어의 음소들을 골고루 담은 문장들로 AI를 학습시켰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동문 두 명이 세운 로보는 2016년 한국에서 시작한 후 2019년 미국 법인을 세웠다. 대학 졸업 후 디지털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무를 했던 이 대표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을 음성으로 공략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아바타나 캐릭터를 고르듯 상황에 따라 개인의 디지털 자아를 드러낼 목소리를 찾는 수요가 커질 것으로 봤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LG CNS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후 올해 1월 ‘보이스벌스’라는 이름의 음성 대체불가토큰(NFT) 8888개를 민팅(minting·발행)해 10분 만에 다 팔았다. 목소리를 NFT로 만드는 것에 대해 이 대표는 “목소리로 만들어진 메시지나 콘텐츠 외에 목소리 그 자체가 자산으로 가치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사람의 목소리 외에도 AI가 합성하는 목소리는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런 소리를 구매하고자 하는 기업과 개인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와 로보는 이번에 발송한 개별 음성 초대장을 2주 후 NFT로 민팅해 보낼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NFT를 패션 분야에 도입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옷을 NFT 이미지로 만드는 데 그쳤다. 하지만 패션은 더 이상 눈으로 보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K팝이 세계인의 귀를 뚫은 것처럼 우리도 ‘패션에 청각을 가미해 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안녕하세요. 동아일보 스타트업 분야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선미 기자입니다. 스테파니(‘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를 통해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음성 초대장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서울패션위크는 11~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3년 만에 100% 현장 패션쇼로 열리게 되는데요. 서울시는 인공지능(AI) 음성합성 스타트업 로보(LOVO)에 의뢰해 음성 초대장을 만들어 신청자 중 추첨으로 선정된 1500명에게 발송했습니다. 음성이 담긴 초대장은 전 세계 패션위크 중 최초의 시도라고 합니다. 제가 7일에 받은 음성 초대장을 들어보실래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다음과 같은 음성 초대 링크가 붙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권상우입니다. 패션을 사랑하는 김선미 님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에 초대합니다. 10월11일 오후 2시30분에 데무 박춘무 쇼에서 만나요.”이 음성 초대장을 제작한 로보의 이승건 대표(32)를 서울 강남구 로보 사무실에서 만나봤습니다.―1500명에게 전하는 개별 음성 초대장을 일일이 녹음했나. “아니다. 권상우 씨는 스튜디오에서 약 10분 간 50개 문장을 읽었을 뿐이다. AI를 학습시켜 권상우 씨의 목소리로 각 신청자의 초대 메시지를 만들었다.”―어떤 50개의 문장을 읽었나. “기업 비밀이어서 밝힐 수는 없다. 최고의 AI 음성을 추출하기 위해 한국어의 모든 음소를 커버할 수 있는 대본과 기술을 만들었다.” 로보는 2016년 한국에서 시작한 후 2019년 미국 법인을 세웠습니다. 미국 UC버클리대 동문 두 명이 만든 스타트업으로, 창업 초기 모델은 목소리 내에서 감정을 분석하는 음성 인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기술이 있어도 시장이 원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결국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목소리, 그리고 메타버스 세상의 목소리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 계속 음성에 매달렸나. “시각 위주의 세상에서 음성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같은 음성 안내에서 내가 듣고 싶은 목소리를 골라 들을 수 있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올해 1월 ‘보이스벌스’라는 이름의 음성 NFT(대체불가토큰) 8888개를 민팅(minting·발행)해 10분 만에 다 팔았다.”―처음 투자를 받을 때 사업 모델은. “연간 정액을 내고 온라인 소프트웨어에서 원하는 목소리를 골라 다운 받는 것이었다.”―고객은 누구였나. “해외와 국내의 비율이 8대 2, 기업과 개인 비율은 5대 5였다. 개인 고객 중에는 유튜버가 많았다. 메타버스에서 가상의 이미지를 골라 쓰면서 다양한 목소리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어린 아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동화책을 들려주고 싶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음성을 NFT로 만드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 NFT를 구입하면 오디오북에 ‘나만의 음성’을 입힐 수 있다.”―어떤 음성이 인기인가. “신뢰감 주는 성인 남녀의 음성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어린이의 음성이었다.” ―목소리를 NFT로 만든다는 의미는. “목소리로 만들어진 메시지나 콘텐츠 외에 목소리 그 자체가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목소리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하고 투명하게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스마트 계약’으로 보여지며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디지털 페르소나(디지털 인격)’의 완성은 목소리가 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목소리가 자산인 시대가 열렸다. 목소리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기업과 개인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 사람의 목소리 외에도 AI를 통해 무궁무진한 종류의 목소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가 메타버스 세상에서 시각적 아바타나 캐릭터 스킨 등을 골라 선택하듯, 상황에 따라 개인의 디지털 자아를 대변할 목소리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될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목소리를 일정 기간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하려고 한다.” ―이번 서울패션위크 음성 초대장의 의미는. “이번에 보낸 개별 음성 초대장을 2주 후 NFT로 민팅해 보낼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NFT를 패션 분야에 도입할 생각은 했으나, 단순하게 옷을 NFT 이미지로 만드는 데에서 멈췄다. 하지만 패션과 트렌드는 더 이상 옷이나 눈으로 보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K팝이 세계인의 귀를 뚫은 것처럼 우리도 ‘패션의 청각’을 가미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깊은 밤 당신은 지방 국도를 운전하고 있다. 갑자기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더니 야생 고라니가 도로로 뛰어든다. 이토록 운전하기에 위험천만한 상황은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질 수 있다. 폭우가 폭설이 될 수도, 고라니가 토끼가 될 수도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인공지능(AI)을 요즘 새로운 방법으로 학습시키고 있다. 실제 이미지를 얻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라니를 토끼로 바꿔 넣는 식의 합성 데이터를 만들면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통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미래를 이끌 ‘2022년 10대 기술’ 중 하나로 AI를 위한 합성 데이터를 꼽았다. 국내에서는 2019년 설립된 AI 합성데이터 스타트업 ‘씨앤에이아이(CN.AI)’가 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회사 이원섭 대표(36)를 만났다. ―어떻게 AI 시장에 눈을 떴나.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던 2013년, 당시 삼성전자의 SCSA(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채용 소식을 접했다. 인문계 졸업생을 뽑아 융합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키우는 제도였다. ‘기술에 정통한 인문계 출신’이 되면 나만의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며 AI를 접했다.” ―삼성전자를 나와 창업했는데…. “삼성전자의 사내외 벤처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서 AI 관련 과제를 수행하다가 ‘AI로 내 사업을 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원본 이미지와 영상에서 사람이나 사물을 지운 뒤 배경을 채워 복원하는 ‘이미지 인페인팅’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 합성 데이터 기술을 개발한 계기는…. “AI의 성능은 ‘좋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야 높일 수 있는데, 대기업조차 데이터를 다 사 모으려면 ROI(투자자본수익률)가 안 나온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커져 데이터 확보가 점점 어려워진다. 합성 데이터는 기존의 판도를 뒤엎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시장조사 회사 가트너는 2026년에 합성 데이터 활용이 실제 데이터를 추월할 것으로 본다. 2030년 시장 규모가 86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한다는 전망(그랜드뷰 리서치)도 있다. ―합성 데이터는 어떻게 쓰이나. “의료, 금융,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위암을 진단하는 AI 엔진이 약 95%의 정확도를 보이려면 수십만 장의 위암 환자 내시경 이미지가 필요하지만 합성 데이터를 활용하면 수만 장이면 된다.” ―그래도 합성 데이터는 ‘가짜’ 아닌가. “지난해 나이지리아의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팀은 아프리카 옷에 대한 데이터가 서양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실에 주목해 가상의 아프리카 옷 이미지들을 AI로 만들어냈다. 합성 데이터는 현실의 데이터 불균형과 편견을 해결해주는 미래지향적 기술이다.” ―CN.AI의 차별적 경쟁력은….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수준 높은 46명의 인재들이다. 최근엔 개발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옥 1층에 피아노를 두고 원하는 때에 칠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행복하게 일해야 AI가 상용화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꿈꾸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지금이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경쟁력 있는 K콘텐츠가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 선보일 때 합성 데이터와 만나면 파괴적인 힘을 낼 수 있다. 그걸 준비하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깊은 밤, 당신은 지방 국도를 운전하고 있다. 갑자기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더니 야생 고라니가 도로로 뛰어든다. 이토록 운전하기에 위험천만한 상황은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질 수 있다. 폭우가 폭설이 될 수도, 고라니가 토끼가 될 수도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인공지능(AI)을 요즘 새로운 방법으로 학습시키고 있다. 실제 이미지를 얻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라니를 토끼로 바꿔 넣는 식의 합성 데이터를 만들면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통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미래를 이끌 ‘2022년 10대 기술’ 중 하나로 AI를 위한 합성 데이터를 꼽았다. 국내에서는 2019년 설립된 AI 합성데이터 스타트업 ‘씨앤에이아이(CN.AI)’가 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회사 이원섭 대표(36)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만났다.―어떻게 AI 시장에 눈을 떴나.“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던 2013년, 당시 삼성전자의 SCSA(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채용 소식을 접했다. 인문계 졸업생을 뽑아 융합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키우는 제도였다. 대학 동창들은 주로 금융이나 컨설팅 분야로 진출했지만 ‘기술을 잘 아는 인문계 출신’이 되면 나만의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며 AI를 접했다.”―삼성전자를 나와 창업했는데.“삼성전자의 사내외 벤처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서 AI 관련 과제를 수행하다가 ‘AI로 내 사업을 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회사를 나와 창업했다. 원본 이미지와 영상에서 사람이나 사물을 지운 뒤 배경을 채워 복원하는 ‘이미지 인페인팅’이란 기술을 개발했다.”―그런 합성 데이터 기술을 개발한 계기는. “고객 회사의 AI 업무를 하다보니 필요한 데이터는 없거나 너무 적었다. AI의 성능은 ‘좋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게 관건인데 쟁쟁한 대기업들조차 데이터를 다 사 모으려면 ROI(투자자본수익률)가 안 나온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커져 돈을 붓는다 해도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다. 합성 데이터는 기존의 판도를 뒤엎고 AI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고품질 AI 모델이 합성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2026년이 되면 합성 데이터 활용이 실제 데이터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한다. 2030년까지 AI 학습 데이터 세트 시장이 86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에 달한다는 전망(그랜드뷰 리서치)도 있다.―합성 데이터는 어디에 쓰이나.“의료, 금융,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위암을 진단하는 AI 엔진이 약 95%의 정확도를 보이려면 수십 만 개의 위암 환자 내시경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5000장의 실제 이미지에 수 만 장의 합성 데이터를 추가해 AI를 훈련시키기만 해도 의료시장에서 기대하는 상용화 수준(정확도 90%)에 근접한 89%의 정확도가 나온다.”―그래도 합성 데이터는 ‘가짜’ 아닌가.“지난해 나이지리아의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팀은 아프리카 옷에 대한 데이터가 서양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실에 주목해 가상의 아프리카 옷 이미지들을 AI로 만들어냈다. 합성 데이터는 현실의 데이터 불균형과 편견을 해결해주는 미래지향적 기술이다.” ―CN.AI의 차별적 경쟁력은.“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수준 높은 인재들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를 비롯해 46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서울대와 KAIST를 나와 미국 아마존과 삼성전자 등에서 일했다. 최근엔 개발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옥 1층에 피아노를 두고 원하는 때에 칠 수 있도록 했다. 최고의 인재가 행복하게 일해야 AI가 상용화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꿈꾸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이스라엘의 관련 기업들이 규모를 키우면서 시장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금이 우리가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경쟁력 있는 K콘텐츠가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 선보일 때 합성 데이터와 만나면 파괴적인 힘을 낼 수 있다. 그걸 준비하고 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빛의 화가’, ‘세계 10대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거장’으로 통하는 김인중 신부(82)가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초빙 석학교수로 임명된 지 50여 일 지났다. 이 학교 학술문화관 내 천창(天窓)을 53개 스테인드글라스로 제작하고 있는 김 신부가 새하얀 수사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면서 “그동안 교정 내 연못의 거위들이 KAIST의 상징으로 통했는데 이제는 김 신부로 바뀐 것 같다”는 말도 들려온다. 김 신부는 얼마 전 이 학교 주요 보직 교수들의 공부 모임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인생에 영향을 미친 두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역경을 극복한 과정을 소개했다. “과학과 예술은 신이 준 쌍둥이 같은 선물입니다. 창의적으로 발상하는 과정은 과학이나 예술이나 다를 바 없지요. 예술가들이 자신의 밑바닥을 만나 발전하듯 과학자들도 그렇게 진보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도미니크수도회 소속 신부다. ‘수태고지’ 그림으로 유명한 르네상스 시대 화가 프라 안젤리코가 이 수도회 수도사였다. 사제와 화가라는 두 개의 길을 프로로 가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흔치 않다. 묵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다. 최근 만난 김 신부는 찰리 채플린 평전을 읽고 있다고 했다. 가난과 싸우며 온갖 허드렛일을 했던 채플린의 어린 시절은 1969년 무일푼으로 유학길에 올라 동물원 야간경비 등을 하며 신학을 공부했던 김 신부의 젊은 날과 닮았다. 서울대 회화과를 나왔지만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미술 교육은 ‘잘 그리는’ 테크닉 중심이었고 그런 점에서 그는 꼴찌였다. ‘예술의 목적이 빨리 잘 그리는 것일까. 그림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질 수는 없을까.’ 그는 납선 사이에 색 유리를 끼우는 기존의 방식을 내던지고 성서의 주요 장면도 그리지 않는다. 유리 위에 추상화를 그려 780도 열에 구워낸 그의 작품은 ‘깊은 고민이 이끌어낸 해방’이다. 50년 가까이 프랑스에 살다가 한국에 온 그는 KAIST 학생들의 이런저런 아픔을 본다. 어려서부터 무한 경쟁에 시달려온 학생들이 엘리트 집단 속에서 패배감을 느끼며 흔들리는 모습이다. 보석 같은 인재들이 정작 스스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길을 잃곤 한다. 학생뿐 아니다. 앞만 보고 달려와 그 분야의 1인자가 됐지만 마음이 허전한 교수들도 있다. 최근 KAIST의 몇몇 교수가 “신부님 만나 은혜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김 신부에 대한 면담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그래서 학교 측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학술문화관 1층에 있는 김 신부의 작업실을 교내 구성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김 신부는 이 시간에 마음을 어루만지는 상담을 하겠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용기와 경각심을 함께 주고 싶어요. 새로움을 찾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가짜 안정’에 머무르면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없고 오만에 빠집니다. 우리 인생에서는 첫째가 어느 순간 꼴찌가 될 수 있고, 꼴찌도 첫째가 될 수 있는 희망이 있어요.” 미래 인재들이 수채화처럼 맑은 빛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김선미 산업1부 차장 kimsunmi@donga.com}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을 흔히 새로운 길을 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로 새 길을 내는 사람이 있다. 극지연구소 미답지연구단 전성준 선임기술원(39). 2017년부터 대한민국이 수행 중인 K루트(코리안루트·남극 내륙 연구를 위한 육상루트) 탐사에 매년 참여하고 지난해 10월∼올해 4월에는 K루트 탐사대의 역대 최연소 대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2월 이 탐사대가 총 길이 1740km의 K루트를 개척하면서 한국은 남극 내륙 진출로를 확보한 세계 7번째 나라가 됐다. 남극은 1819년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젊은 대륙이다. 원주민도, 주인도 없는 무한한 미래와 가능성의 미개척 땅이다. K루트 탐사대는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빙원 위에 길을 낸다. 인류의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최근 남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는 가운데 2060년부터는 남극의 해빙 속도가 북극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남극은 기후변화의 위기에 맞설 세상의 끝이다. 2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극지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K루트를 내는 이유는…. “남극의 오래된 빙하는 기후 정보, 운석은 인류와 지구의 기원을 담고 있다. 평균 해발고도가 2000m인 내륙의 돔C 지역은 100만 년 전 빙하가 존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각국의 과학계가 주목한다. 3000m급 심부빙하 시추, 빙하에서 과거 온실가스 농도를 복원할 수 있는 블루 아이스 연구, 천문·우주 관측 등 내륙 기반의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탐사대는 남극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손과 발’이다. 탐사대가 운석과 빙하를 남극에서 가져오면 극지연구소와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진이 구성 물질과 연대 등을 분석한다. 남극에는 30여 개국이 운영하는 80여 개 과학기지가 있다. 한국은 세종과학기지(1988년)와 장보고과학기지(2014년)가 있다. 전 선임기술원이 이끄는 탐사대는 지난해 11월 장보고과학기지를 출발해 37일 만에 돔C 지역의 콩코르디아 기지에 도착했다. ―남극에 처음 갔을 때 느낌은…. “공기가 깨끗해 난생처음 탄산수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모든 지형이 또렷하게 보였다.” ―얼음 낭떠러지가 위험해 보이는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아리랑 5호의 인공위성 사진을 받아 탐사에 활용하지만 숨겨진 크레바스(crevasse·빙하가 깨져 생기는 틈)가 많다. 크레바스를 만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에 선 기분이다. 설상차를 몰다가 크레바스에 빠지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남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올해 탐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 탐사대장으로서 힘들었다. 그동안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의 3월 기온은 영하 10도 아래였는데 올해는 영상 8.8도까지 올랐다. 기지에서 3월에 영상 온도가 확인된 건 처음이었다. 장보고기지로부터 100km 구간에 특히 크레바스가 많다. 탐사대의 안전팀은 ‘빙하가 녹아 위험하니 차량 등 장비를 장보고기지 100km 전에 남겨두고 사람만 비행기로 돌아가자’고 했다. 중장비팀은 ‘어떻게 장비를 빙원 위에 두고 오느냐’고 반대했고.” ―극지의 MZ세대 대장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나. “최종 결정은 현장 지휘관이 내릴 수밖에 없다. 며칠간 잠 못 이루며 고민하다가 대원들에게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목표 지점이었던 돔C가 아니라 우리의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안전하게 귀환하는 것이라고, 장비는 고장 날 수 있어도 사람은 다치면 안 된다고. ‘형님’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대원들과 개별 면담도 진행해 이견을 조정할 수 있었다.” ―남극에서의 카라반 생활은 우주선 생활과 비슷할 것 같다. “그렇다. 한 모듈에 2층 침대를 두고 4명씩 잔다. 눈 녹인 물을 발전시켜 샤워를 하고 배변은 태운다. 식사는 즉석식품을 끓인 물에 데워 먹는다. 백야 때 암막 커튼을 치고 자지만 불면증이 올 때가 많다.” ―그렇게 힘든 일인데 보람을 느끼나. “‘국뽕’(맹목적인 국가 찬양)이나 ‘애국 페이’(애국심으로 노동력 착취)는 결코 아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남극에서는 우리 인류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구에 어떤 역사와 미래를 남겨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남극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대상이다.”인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을 흔히 새로운 길을 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로 새 길을 내는 사람이 있다. 극지연구소 미답지연구단 전성준 선임기술원(39). 2017년부터 대한민국이 수행 중인 K루트(코리안루트·남극 내륙 연구를 위한 육상루트) 탐사에 매년 참여하고 지난해 10월~올해 4월에는 K루트 탐사대의 역대 최연소 대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2월 이 탐사대가 총 길이 1740km의 K루트를 개척하면서 한국은 남극 내륙 진출로를 확보한 세계 7번째 나라가 됐다. 남극은 1819년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젊은 대륙이다. 원주민도, 주인도 없는 무한한 미래와 가능성의 미개척 땅이다. K루트 탐사대는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빙원 위에 길을 낸다. 인류의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최근 남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는 가운데 2060년부터는 남극의 해빙 속도가 북극을 앞설 전망이다. 남극은 기후변화의 위기에 맞설 세상의 끝이다. 2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극지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K루트를 내는 이유는?“남극의 오래된 빙하는 기후정보, 운석은 인류와 지구의 기원을 담고 있다. 평균 해발고도 가 2000m인 내륙의 돔C 지역은 100만 년 전의 빙하가 존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각국의 과학계가 주목한다. 3000m급 심부빙하 시추, 빙하에서 과거 온실가스 농도를 복원할 수 있는 블루 아이스 연구, 천문·우주 관측 등 내륙 기반의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남극은 가장 건조하면서 추운 지역이라 운석이 오래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탐사대가 운석을 가져오면 극지연구소와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진이 구성물질 등을 분석한다. 남극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손과 발’이 K루트 탐사대다. 남극에는 30여 개국이 운영하는 80여 개의 과학기지가 있다. 한국은 세종과학기지(1988년)와 장보고과학기지(2014년)가 있다. 전 선임기술원이 이끄는 탐사대는 지난해 11월 장보고과학기지를 출발해 37일 만에 돔C 지역의 콩코르디아 기지에 도착했다. ―남극에 처음 갔을 때 느낌은?“공기가 깨끗해 난생 처음 탄산수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모든 지형이 또렷하게 보였다.” ―빙원 사이사이의 얼음 낭떠러지가 위험해 보이는데…“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아리랑 5호의 인공위성 사진을 받아 탐사에 활용하지만 숨겨진 크레바스(crevasse·빙하가 깨어져 생기는 틈)가 많다. 크레바스를 만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에 선 기분이다. 설상차를 몰다가 크레바스에 빠지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남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데….“그것 때문에 올해 탐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 탐사대장으로서 힘들었다. 그동안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의 3월 기온은 영하 10도 아래였는데 올해는 영상 8.8도까지 올랐다. 기지에서 3월에 영상 온도가 확인된 건 처음이었다. 장보고기지로부터 100km 구간에 특히 크레바스가 많다. 탐사대의 안전팀은 ‘빙하가 녹아 위험하니 차량 등 장비를 장보고기지 100km 전에 남겨두고 사람만 비행기로 돌아가자’고 했다. 중장비팀은 ‘어떻게 장비를 빙원 위에 두고 오느냐’고 반대했고.” ―극지의 MZ세대 대장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나?“최종 결정은 현장 지휘관이 내릴 수밖에 없다. 며칠간 잠 못 이루며 고민하다가 대원들에게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목표 지점이었던 돔C가 아니라 우리의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안전하게 귀환하는 것이라고, 장비는 고장 날 수 있어도 사람은 다치면 안 된다고. ‘형님’ ‘선생님’이라 부르며 대원들 개별 면담도 진행해 이견을 조정할 수 있었다.” ―남극에서의 카라반 생활은 우주선 생활과 비슷할 것 같다.“그렇다. 한 모듈에 2층 침대를 두고 4명씩 잔다. 눈 녹인 물을 발전시켜 샤워를 하고 배변은 태운다. 식사는 즉석식품을 끓인 물에 데워 먹는다. 백야 때 암막커튼을 치고 자지만 불면증이 올 때가 많다. 그럴 땐 남극 대륙을 바라보며 가족 생각을 한다.” ―그렇게 힘든 일인데 보람을 느끼나?“‘국뽕’(맹목적인 국가 찬양)이나 ‘애국 페이’(애국심으로 노동력 착취)는 결코 아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남극에서는 우리 인류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구에 어떤 역사와 미래를 남겨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남극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하는 대상이다.”인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018년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당시로서는 낯선 매체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을 올렸다. 백남준 아티스트의 미디어아트 ‘다다익선’의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였다. 다다익선은 TV 수상기 1003대로 만든 높이 18.5m의 비디오 타워로, 노후에 따른 화재 위험 등의 문제로 상영이 중단되자 복원 방향을 두고 논쟁이 일었다. 이 영상은 국립현대미술관 보존팀장,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 백남준 작가와 함께 다다익선을 설계했던 김원 건축가 등을 찾아가 인터뷰했다. 사회·문화적 이슈를 알기 쉽게 영상으로 보여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크게 입소문을 탔다. 국내 문화예술 스타트업 ‘널 위한 문화예술’은 말 그대로 ‘널 위해’ 영상으로 설명해주는 젊고 친절한 매체다. 최근 10억 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면서 “젊은 세대의 다양한 콘텐츠 소비 욕구에 맞춘 새로운 매체의 시장성이 검증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널 위한 문화예술이 각종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300여 편의 누적 조회수는 3000만 회. 현재 구독자 수가 65만 명인 국내 시각예술 콘텐츠 플랫폼 1위다. 사실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과정에서 프리 시리즈 A는 그야말로 시작 단계다. 업계에서는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업체 10곳 중 한 곳만이 평균적으로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문화예술계와 스타트업 업계가 이번 투자에 관심을 갖는 건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시각예술 온라인 콘텐츠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오대우 널 위한 문화예술 대표(30·사진)는 “국내 미술시장 환경이 젊은 분위기로 재편되는 흐름을 잘 타고 싶다”고 했다. 뉴미디어 전문가인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널 위한 문화예술은 학교에서 숙제로 활용하기에도 좋고, 기업이 메세나 활동으로 젊은층에게 다가가기에도 좋으니 소비자가 환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4년 전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를 무턱대고 찾아가 창업 초기자금 투자를 요청했던 오 대표가 받았던 질문은 “그래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느냐”였다. 당시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해 5개월간 경영수업(인큐베이팅)을 받고 4000만 원의 시드머니를 투자받아 창업했다. 오 대표는 그 질문의 답을 ‘신뢰 자본을 쌓는 것’에서 찾았다. 유익한 아트 콘텐츠로 새로운 소비자를 온라인에 모은 후 오프라인 전시회 티켓을 팔며 매진 행렬을 이어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널 위한 문화예술은 2030뿐 아니라 40대 이상 직장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브랜드 충성도가 막강하다”, “예술 수요는 점차 커지는데 다른 경쟁 플레이어가 없는 틈새시장을 장악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무엇보다 ‘그들만의 리그’에 있던 미술을 젊은 세대의 열린 영역으로 끄집어냈다는 분석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